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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쓰러진게 아니에요… 퍼포먼스에요’

    [포토] ‘쓰러진게 아니에요… 퍼포먼스에요’

    14일(현지시간) 안무가 마리아 하사비(Maria Hassabi)가 뉴욕현대미술관 아그네스 군드 가든 로비의 계단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AFP 연합뉴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딥러닝 위력… 알파고, 프로기사 직관까지 갖췄다

    딥러닝 위력… 알파고, 프로기사 직관까지 갖췄다

    이세돌과 기세 싸움 벌이고 판세 불리할 땐 승부수 던져… 인간 신경망처럼 획기적 진화 이세돌 9단과 마주 앉은 알파고는 전투 바둑에 임하는 일류 프로 기사의 직관과 호흡 그대로였다. 알파고는 이 9단과 기세 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판세가 불리해지자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이 9단은 186수에 이르러 마침내 돌을 던졌다. 9일 서울에서 열린 ‘인류 최강자’와 컴퓨터의 첫 번째 바둑 대결은 인간의 불계패로 끝났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말처럼 이번 사건은 세계 과학사에 새겨질 이정표로 남게 됐다. 모든 경우의 수가 10의 170제곱에 달하는 바둑은 수읽기라는 ‘계산’뿐 아니라 직관과 통찰 등 ‘감각’의 영역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인간에게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1997년 체스(IBM ‘딥블루’), 2011년 퀴즈(IBM ‘왓슨’)에서 인간을 이긴 인공지능(AI)에도 바둑만큼은 ‘난공불락’이었다. 이병두 세한대 생활체육학과(바둑학) 교수는 “인공지능을 시험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 바둑”이라면서 “이제 인공지능은 어떤 분야로든 뻗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의 승리는 컴퓨터가 학습을 통해 인간의 직관마저도 모방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인공지능 연구 진영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딥러닝’(Deep Learning)의 성과다. ‘딥러닝’은 대량의 데이터 속에서 컴퓨터가 스스로 특징 또는 개념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방법이다. 사람이 입력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스스로 추상화 작업을 해내고, 문자뿐 아니라 이미지와 패턴까지 인식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로 여겨진다. IBM의 ‘왓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바둑을 ‘계산’의 차원에서 모양을 읽어내는 ‘인지능력’의 차원으로 전환해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불과 5개월 전까지만 해도 ‘최상급 아마추어’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던 알파고가 세계 정상급 기사를 꺾을 정도로 성장한 데 대해서는 과학계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병두 교수는 “5개월간의 학습을 통해 알파고의 인공 신경망을 구성하는 정책망과 가치망을 정교하게 단련했다”면서 “특히 각 수마다 자신과 상대의 승률을 예측하는 가치망은 강화학습을 통해 획기적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알파고가 마치 사람처럼 승부수를 던진 대목에서는 “별도의 알고리즘을 입력하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일”(감동근 교수)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전 세계에 딥러닝의 위력을 과시한 구글은 벌써 다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제프 딘 구글 브레인팀 수석연구원은 “딥러닝 기술은 인간의 신경망을 닮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면서 “사람이 일일이 규정해 주지 않더라도 기계가 스스로 패턴을 발견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구글 솔루션의 20~50% 정도인 1500여개 솔루션에 딥러닝 기술이 적용될 정도로 딥러닝 기술을 확산시키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바둑에 이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할 계획이다. 구글의 음성인식 기술은 외국어나 아이들의 웅얼거리는 소리, 강한 악센트가 섞인 말도 정확하게 인식할 정도로 발전했다. 구글뿐 아니라 IBM,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중국의 바이두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은 인공지능 기술 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알파고의 성과를 의료와 보건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딘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한 대학과 공동으로 질병 진단과 치료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면서 “다른 여러 산업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세돌vs알파고 오늘 ‘세기의 대결’] “직관 강점… 100% 모방 못해” vs “피로 못 느끼고 겁먹지 않아”

    [이세돌vs알파고 오늘 ‘세기의 대결’] “직관 강점… 100% 모방 못해” vs “피로 못 느끼고 겁먹지 않아”

    李 “한 판 지느냐 마느냐 싸움 하루 1~2시간씩 가상훈련” 알파고 개발자 “판후이 때보다 강해져… 양질의 데이터 생성” “인간의 직관이 승부를 가른다.” 인간 바둑 최고수 이세돌(33) 9단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반상 대결(5번기)을 하루 앞두고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 9단을 비롯해 에릭 슈밋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회장과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또 한국, 중국, 일본, 영국 등 300명에 가까운 국내외 취재진이 대거 몰려 세계의 관심을 반영했다.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결은 자신 있다”면서도 “5대0 승리는 확신할 수 없다. 조금 긴장해야 할 것 같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앞서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번 대국은 한 판을 지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9단은 한발 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기자회견 때는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할 수 있다”면서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과 감각을 따라오는 건 무리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직관을 모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사비스 CEO도 “바둑에서는 계산력도 중요하지만 직관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신경망’이 알파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사비스 CEO는 직관에 대해 10의 170승에 달하는 바둑의 ‘경우의 수’를 모두 따지지 않고 인간의 감각으로 최적의 수를 정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파고는 수의 위치를 계산하는 ‘정책망’으로 탐색의 범위를 좁히고 승률을 계산하는 ‘가치망’이 탐색의 깊이를 좁혀 인간의 직관력을 모방한다”고 설명했다. 이 9단도 “인간이 1000수를 생각한다면 컴퓨터는 1000만수를 검색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알파고가 생각의 폭을 줄였다면 인간도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강점은 인간의 직관과 감각”이라면서 “알파고가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겠지만 100%는 아닐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의 강점은 피로하지도 않고 겁먹지도 않는 것”이라며 ‘인간적인 실수’를 범할 수 있는 이 9단에 견줘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약점에 대해서는 “이번 대국을 통해 알지 못했던 약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을 이겼을 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버전과 이번 버전은 다르다. 자가 학습으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9단은 “내일 좋은 바둑, 아름다운 바둑을 두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어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9단은 첫판에서 지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첫판을 진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며 “결승 5번기에서 첫판을 지고 들어간 경험이 많다. 판후이처럼 첫판을 진다고 그렇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알파고만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컴퓨터와의 대결이 처음이라 혼자 두는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가상훈련’을 하루 1~2시간 한다”고 덧붙였다. 하사비스 CEO는 “이번 대국은 승패를 떠나 지능을 더욱 발전시켜 인류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거듭 밝혔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서울포토] 이세돌 “승리 자신 있습니다”

    [서울포토] 이세돌 “승리 자신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 참석해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과 포토 세션을 갖고 있다.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창의적 인간 vs 정교한 AI… ‘신의 한 수’ 누가?

    창의적 인간 vs 정교한 AI… ‘신의 한 수’ 누가?

    바둑은 고도의 사고력과 직관, 통찰력의 총체다. 체스와 퀴즈를 정복한 인공지능에게도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었다. 그러나 구글의 인공지능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판후이 2단을 꺾으며 세계 바둑계와 과학계를 뒤흔들었다. 알파고가 강력한 이유는 “인간이 모든 규칙을 컴퓨터에 하나하나 입력한 전문가 시스템이 아닌, 바둑을 이기는 법을 스스로 파악했다는 점”(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에 있다. 정선(定先·하수가 흑돌을 잡고 먼저 두는 것)에서 두 점 깔아야 할 것이라고 점쳤던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도 “정선으로 해볼 만하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알파고가 형세를 꿰뚫고 판을 흔드는 ‘신의 한 수’까지 가능하게 된다면 인공지능은 또 한번 발전의 전기를 맞을 것이다. 9일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반상 대결’에서 베일을 벗을 알파고의 기력(棋力)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바둑판 위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 우주의 원자 수보다도 많다. 때문에 바둑의 고수들은 착수(着數)를 할 때 수읽기뿐 아니라 ‘감각’에도 의존한다. 알파고가 기존 바둑프로그램에서 진화한 점은 이 같은 ‘감각’을 흉내 내기 때문이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알파고는 수읽기 차원을 넘어 모양을 이해하는 능력까지 갖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판 2단과의 대국 기보를 보면 모양에 따른 급소를 잘 찾아갔다”고 분석했다. 알파고의 정교한 수읽기는 ‘딥러닝’이라는 인공지능의 기계학습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 알파고는 인간 뇌의 신경망을 본뜬 알고리즘인 ‘심층 신경망’을 갖췄다.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2개의 신경망을 이용해 정책망으로 좋은 수를 판단하고 가치망으로 각 수에 대한 자신과 상대의 승률을 평가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알파고는 바둑의 탐색 범위를 프로기사의 관점으로 좁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파고에 대한 두려움은 ‘폭식’에 가까운 방대한 학습량에서도 기인한다. 구글 딥마인드에 따르면 알파고는 KGS라는 해외 바둑 사이트에서 확보한 6~9단 유저들의 기보 16만건, 약 3000만개의 착점(着點)을 학습했다. 또 100만번의 대국을 4주 만에 소화하며 스스로 바둑을 배워 나갔다. 지금도 하루 24시간 동안 3만 대국씩을 두며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습의 ‘질’에 대해서는 의문점도 적지 않다. 총 16만건의 기보 중에는 아마추어들의 기보가 대부분이다. 일류 프로기사들의 최신 기보를 최대한 학습해야 하지만 한국기원이 공개한 프로기사들의 기보는 1940년대 기보부터 세더라도 총 1만 8000여개에 불과하다. 방대한 학습과 알고리즘에 기반한 정교한 수읽기는 ‘양날의 검’이다. 목진석 9단은 알파고의 대국 스타일을 “모양이 잘 잡혀 있고 수읽기가 정확하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정석에서 벗어난 대국에 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바둑계에서는 이 9단이 특유의 창의력으로 예측 불가한 수를 둘 경우 알파고가 응수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감동근 교수는 “알파고의 지금의 신경망 구조로는 최대치까지 활용해도 프로 기사의 감각을 완전히 따라갈 수 없다”면서 “‘딥러닝’ 이상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없다면 승리는 힘들지만, 이마저도 시간문제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올해 1만명 시대 ‘진짜 여군’

    올해 1만명 시대 ‘진짜 여군’

    육군 2항공여단 소속 장시정(37) 소령은 UH60 ‘블랙호크’ 수송헬기를 조종하는 여군 조종사다. 중대장을 맡고 있는 장 소령은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1학년 딸을 둔 엄마이면서도 지난해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장 소령이 ‘슈퍼 여군’으로 활약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가족들의 격려와 배려다. 육군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금녀의 벽을 허문 여군들의 활약상을 소개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육해공군 전체 여군의 숫자는 올해 초 기준으로 현역 장성 2명을 포함해 9750여명이며 올해 말까지 1만 490명으로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동안 여군들이 두각을 보이는 분야는 군 법무관이나 간호장교 등으로 한정됐었다. 특히 현역 육군 여성 법무관은 59명으로 장기복무 법무관의 35.8%다. 하지만 육군은 지난해 군종, 포병, 방공 병과도 여군에게 개방했고 이제 남성 영역으로 간주되던 항공, 정보, 수송 등의 영역에서도 여군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강원 철원 6사단 수색대대 정보과장에 임명된 주현정(31) 대위도 금녀의 벽을 허문 선두주자다. 북한군 부대의 동향을 분석하는 최전방 일반전초(GOP) 수색대대 정보과장을 여군이 맡은 것은 주 대위가 처음이다. 주 대위는 “앞으로 많은 후배들이 남군과 동등한 여건에서 당당하게 임무를 수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부터 육군 72사단에서 연대장 직책을 맡은 노경희(47) 대령도 육군 최초의 여군 보병연대장으로 화제가 됐다. 39사단 정비근무대 소속 여군 조주연(28) 중사는 2년 연속 ‘특급전사’ 휘장을 달고 있다. 특급전사는 사격, 기초 체력, 10㎞ 완전군장 행군, 화생방 등에 대한 병사 지도 능력, 무전기 등의 편제 장비 조작 등에서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선발된다. 조 중사는 특급전사가 되려고 체육 활동 시간마다 3㎞씩 뛰며 체력을 유지해 왔다. 2군수지원사령부 601수송대대의 이승연(27) 중사, 김지선(26) 하사, 김미선(23) 하사는 각각 11.5t 트럭, 유조차, 버스를 운전한다. 김지선 하사는 유조차뿐 아니라 지게차, 굴삭기 등의 운전에도 도전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인한 남성 병역 자원 부족과 군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 증대로 여군 비율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전방 부대 어린이집을 늘리는 등 다양한 육아 지원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국 온 ‘알파고의 아빠’ “이세돌 이길 자신 있다…승률은 50대 50 예상”

    한국 온 ‘알파고의 아빠’ “이세돌 이길 자신 있다…승률은 50대 50 예상”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에게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로 도전장을 내민 구글이 자신감을 나타냈다. 알파고를 키운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취재진을 만나 “알파고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알파고의 승리를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하사비스 CEO는 “밀리지는 않겠지만 승률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50대50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9단과 대결하는 것 자체가 환상적인 일”이라면서 “알파고가 이런 이 9단을 상대로 잘해낼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9일부터 15일까지 하루 한 판씩 모두 5판으로 치러진다. 우승자에게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상금을 주며 알파고가 이기면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밋 회장도 8일 방한해 대국을 관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세기의 대결’ 앞둔 이세돌 9단 “알파고에 5대 0까진 아닌 것 같다…질 수도 있다”

    ‘세기의 대결’ 앞둔 이세돌 9단 “알파고에 5대 0까진 아닌 것 같다…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의 ‘세기의 대결’을 펼치게 된 이세돌 9단이 “조금 긴장은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심경을 전했다. 이세돌 9단은 9일 오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여전히 자신감은 있다”면서도 “5대 0으로 승리하는 확률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지난달 22일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는 “(5번의 대국 중) 3대 2 정도가 아니라 한 판을 지느냐 마느냐 정도가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5전 전승’이 목표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는 9일부터 5차례 반상 대결을 펼친다. 승자는 상금 100만 달러를 갖는다. 알파고는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으로 최초로 프로기사인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을 5대 0으로 이긴 바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의 기술과 원리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발표를 들은 이세돌 9단은 “지난 기자회견에서는 알고리즘을 전혀 이해 못 했는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면서 “내일 바로 시작이라 긴장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인간의 직관력과 감각을 인공지능이 따라오기는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에 알고리즘 설명을 들으면서 인공지능이 직관을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은 “물론 질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어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일 좋은 바둑, 재미있는 바둑, 아름다운 바둑을 두겠다”며 거듭 각오를 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포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울포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내ㆍ외신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데미스 하사비스(왼쪽부터)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이세돌 9단,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서울포토] 대국 설명하고 있는 데미스 하시비스 CEO

    [서울포토] 대국 설명하고 있는 데미스 하시비스 CEO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가 이세돌 9단과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단상에 올라 대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서울포토]금녀의 벽 깬 여군 3인방

    [서울포토]금녀의 벽 깬 여군 3인방

    육군은‘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금녀의 벽을 앞장서 허무는 여군들의 활약상을 소개했다. 사진은 육군 2군수지원사령부 601수송대대에서 대형 차량을 운전하는 여군 하사 3인방인 이승연 중사(가운데), 김지선(오른쪽).김미선 하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내기 장교 합동 임관식에 간 朴대통령, 6003명 모두와 28차례 걸쳐 ‘찰칵찰칵’

    새내기 장교 합동 임관식에 간 朴대통령, 6003명 모두와 28차례 걸쳐 ‘찰칵찰칵’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2016년 장교 합동임관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 뒤 6003명에 달하는 신임 장교들과 200여명씩 28차례에 걸쳐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임관식 축사에서 “지금은 국군 장병 여러분의 애국심과 충성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여러분 어깨에 빛나는 계급장에 담긴 의무와 책임감을 간직하면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임관식에서 호랑이 문양의 한반도 위에 태극기가 그려진 ‘조국수호 결의 상징물’을 전달받았다. 신임 장교들은 박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대통령님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 대통령은 행사장을 돌면서 손을 흔들어 신임 장교들과 가족들을 격려했고, 가족들은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임관식에 앞서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신임 장교들과 환담을 가졌다. 환담에는 국군 간호사관학교 최초 남생도, 이번에 동시에 임관하는 남매, 병·하사 출신, 레바논 파병 군인의 아들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간호사관학교 최초 남생도인 이우진 육군 소위에게 “정말 애국심이 훌륭하다”면서 “어떻게 보면 첫 케이스이기 때문에 개척의 길도 될 텐데, 아주 모범적인 간호장교로서 많은 후배들이 올 수 있도록 힘써 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이세돌 vs 알파고 5시간씩 다섯 판

    이세돌 vs 알파고 5시간씩 다섯 판

    인간 최고수와 컴퓨터의 ‘반상 대결’은 어떻게 치러질까. 구글은 2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서울과 영국 런던을 화상으로 연결해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바둑 최강 이세돌(33) 9단과 자회사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격돌하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구글은 5번기(3월 9~10일, 12~13일, 15일) 모든 대국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 마련된 특별 대국장에서 오후 1시부터 열린다고 밝혔다. 대국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며 국내에서는 바둑TV로 중계될 예정이다. 이번 대국은 돌을 가려 덤이 주어지는 ‘호선’으로 진행되며 백을 잡은 기사에게 7집 반 덤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른다고 밝혔다. 두 기사의 제한 시간은 각 2시간이며 2시간을 모두 사용한 뒤에는 1분 초읽기 3회씩이 주어져 대국 시간은 4~5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초읽기 1회만 남은 상태에서 60초 이내에 착수하지 못하면 시간패로 처리된다. 챌린지 매치 우승자에게는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원)가 지급되며 알파고가 승리할 경우에는 유니세프와 STEM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 단체 등에 기부된다. 한국기원은 다섯 판의 대국료 15만 달러(약 1억 6500만원)와 판당 승리 수당 2만 달러가 별도로 책정돼 5승을 거두면 10만 달러(약 1억 1000만원)의 승리 수당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9단이 5전 전승을 거두면 최대 13억 7500만원을 거머쥔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아자황 6단이 알파고의 ‘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둑은 물론 알파고 환경에 익숙한 그는 모니터를 보면서 알파고가 원하는 곳에 바둑돌을 대신 놓는다. 이 9단은 “역사적인 대결에 나서게 돼 기쁘다”면서 “지난해 10월 중국기사 판후이 2단과의 대국을 보면 알파고의 기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후 업데이트가 계속되고 있어 방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와의 대국임을 감안해 하루 1시간 정도 훈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국은 인간 최고수와 인공지능 컴퓨터가 맞붙는 초유의 일이어서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세돌은 10여년째 세계 바둑를 지배한 1인자이고 알파고는 현존하는 바둑 프로그램을 상대로 99.8%의 승률을 자랑한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인천항도 뚫렸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밀입국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지난달 인천항 민간 부두에서도 2차례 외국인 선원이 밀입국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6일 인천항보안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6일 0시 18분쯤 인천북항 현대제철 부두에서 베트남인 화물선 선원 A(33)씨가 보안 울타리 상단부를 자르고 밀입국했다. 인천항보안공사는 “선원 1명이 사라졌다”는 화물선 선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울타리가 훼손된 사실을 파악했다. 같은 달 17일 오전 4시 19분쯤 인천북항 동국제강 부두에서도 중국인 화물선 선원 B(36)씨가 울타리를 넘어 달아났다. B씨가 울타리를 넘는 모습을 보안 직원이 발견하고 기동반까지 투입했지만 붙잡지 못했다. 2개 부두 보안 울타리는 모두 2.7m로 성인 남성이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높이라고 인천항보안공사는 밝혔다. 보안 감시망이 뚫린 두 곳은 무역항이 아닌 기업 전용 민자 부두지만 경비는 인천항보안공사가 맡는다.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관계 기관은 지난달 합동정보조사를 벌여 A씨 등 2명에 대해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법무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한 달째 이들의 행적을 계속 쫓고 있다. 인천항의 보안이 뚫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3월에는 특전사령부 예하부대를 탈영한 20대 하사가 중국 칭다오(靑島)행 카페리의 선미 화물칸에 몰래 숨어 있다가 승선원에게 적발됐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사설] ‘개성공단 달러 상납’ 논란 무익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임금 핵개발 전용’ 발언이 국내외적 파장을 낳고 있다. 야권은 어제 국회 외교통일위에서 구체적 증거를 대라고 다그쳤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홍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를 위반했다고 공세를 펴면서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 공조가 흐트러지고 남남 갈등만 확산되고 있다면 매우 걱정스러운 사태다. 홍 장관은 그제 KBS에서 “북 근로자 임금으로 지급된 달러의 70%가 북한 노동당으로 상납돼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는 공단 설치 단계에서 제기된 우려였다. 남북이 임금을 북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북 중앙특구개발총국으로 달러 뭉치로 들어가도록 합의하면서다. 돈이 북한 정권 통치자금 저수조인 노동당 39호실로 흘러들어 가는 순간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당·정·군 간부용 하사품 구입비로 쓰든, 핵·미사일 개발비로 쓰든 우리 손을 떠난 일이었다. 그러므로 임금 전용설을 놓고 이제 와서 우리끼리 갑론을박하는 건 무익한 일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에서는 개성공단 임금이 북핵 개발을 위한 이른바 ‘벌크 캐시’로 활용된다는 의혹을 누차 제기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배경이다. 우리 역대 정부가 이를 알면서 개성공단을 설치·확대 운영해 온 동기가 뭐겠나. 남북 관계 개선이나 북한 체제의 긍정적 변화 가능성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그런 긍정적 효과보다는 북한이 핵무장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런데도 더민주 일각에서 공단 임금 전용설의 증거를 내놓으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제 발 저린 형국으로 비친다. 북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직불하거나, 현물로 지급하지 않고 달러 뭉치로 북 정권의 손에 들어가도록 합의한 주체가 어디인가. 더민주 측은 “보수 정부 8년 동안 알고도 참았다는 말이냐”며 목청을 높이기에 앞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집권기의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돌아볼 때다. 홍 장관의 발언이 괜한 평지풍파를 일으킨 인상도 든다. 북핵 자금으로 전용됐다는 딱 부러진 증거는 없거나, 있어도 내놓기 곤란하다면 말이다. 우리는 전용 우려가 있지만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의로 개성공단을 존속시켜 왔다면 공단 운영을 중단한 이 시점에서 이를 진솔하게 설명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 ‘刀는 道’ 丙申年 포용과 인내, 기다림으로 탄생한 홍석현 도검장의 ‘칼의 노래’

    ‘刀는 道’ 丙申年 포용과 인내, 기다림으로 탄생한 홍석현 도검장의 ‘칼의 노래’

    2000℃에서 70시간 쇳물 끓여 얻은 70㎏ 쇳덩이 찍어내고 깎은 것이 아니라 이 땅이 내어 준 것 수천 번 담금질과 수만번 두드림을 참고 견뎌내면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으리라, 칼도 삶도 ‘칼’이란 잡는 손에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지지만 만드는 사람에게 칼은 ‘포용, 인내, 기다림’이다. 장석주 시인이 ‘대추 한 알’에서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라고 노래한 것처럼 칼 한 자루는 길게는 1년 2개월의 혹독한 과정을 제 안에 품고서야 태양빛에 제 몸을 비추일 수 있다.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전통도검연구제작소. 전통 환도(環刀)의 대가인 도검장(刀劍匠) 홍석현(62)씨가 운영하는 이곳은 설을 앞두고 명검 제작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영하의 추위 속에 사람과 쇠와 불이 만나 신비로운 탄생을 빚어낸다. 홍씨는 “병신년 새해 우리 국민 모두가 명검의 영묘한 기운을 받아 평안한 삶을 누리고 바라는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후 1시 화덕이 뿜어내는 열기에 15평 남짓한 작업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홍씨가 망치로 쇠를 수도 없이 내리쳤다. 34년째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 작업은 여전히 고되다. 28년간 손을 맞춘 제자 김왕섭(50)씨가 달궈진 쇳덩이를 집게로 단단히 잡고 스승의 망치질에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칼을 만들려면 우선 이 쇳덩이를 평평하게 펴야 됩니다.” 홍씨가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도검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전문으로 하는 환도는 조선시대에 사용됐던 대표적인 군도(軍刀)다. 2003년 조선시대의 ‘사인검’(四寅劍·조선시대 왕의 호신 및 장식용 칼)을 복원해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가 만든 칼은 최고가가 2000만원을 호가한다. “전남 여수 만성리의 해변에서 퍼 나른 사철로 직접 이 쇳덩이를 만듭니다. 불을 지피고 예열을 해 쇳덩이를 만드는 데는 최소 5일이 걸립니다.” 홍씨가 망치질을 멈추고 쇳덩이를 다시 화덕에 넣은 뒤 이마의 굵은 땀방울을 훔쳐 냈다. 사철은 철 성분이 들어 있는 모래다. 이 모래를 황토로 만든 대형 노(·항아리)에 넣어 70시간 동안 쉬지 않고 가열한다. 지름 110㎝의 대형 노는 어른 키만 한 높이다. “먼저 소나무 장작으로 24시간 노를 예열합니다. 예열이 끝나면 질 좋은 숯을 잘게 쪼개 한가득 넣는데 그 양이 260㎏ 정도 됩니다. 숯의 질이 안 좋으면 풀무질을 아무리 해도 노 안의 온도가 섭씨 2000도까지 오르질 않지요. 숯 더미 위에 사철 120㎏을 넣으면 숯과 숯 사이의 틈으로 사철이 스며들어 갑니다.” 70시간이 지나면 사철의 불순물은 모두 타서 사라지고 쇳물만 노의 윗부분까지 끓어 차오른다. 이때 노를 부수면 쇠가 나온다.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면서 조심스럽게 노를 깨뜨린다. “이런 식의 제련은 1년에 한 번 합니다. 이렇게 해서 70㎏의 쇠를 얻죠. 이렇게 칼을 만드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제철소에서 찍어 낸 쇳덩이를 깎아서 만든 칼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제련 한 번 하는 데 1000만원 정도 비용이 듭니다.” 그는 본디 칼은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철소의 쇠로 만든 칼은 너무 강해요. 강한 칼은 잘 부러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련한 칼은 질깁니다. 휘어지면 휘어졌지 부러지지 않아요. 그렇게 질긴 특성이 꼭 우리 민족을 닮았죠.” 질긴 게 강한 것보다 더 단단한 것일까. 그는 일화로 답했다. “언젠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제가 만든 칼을 향해 총을 쏘는 실험을 했어요. 총이 이기는지 칼이 이기는지 실제 확인해 보자는 거였죠. 사수가 내 칼날을 향해 총을 쐈는데, 총알이 내 칼에 닿자 반으로 쪼개졌어요. 실은 저도 놀랐어요.” 홍씨는 1시간은 족히 망치로 쇳덩이를 두드렸다. 쇳덩이가 납작한 철판으로 변하면 잘게 자른 뒤 한데 모아 다른 화덕에 넣었다. 이것이 녹아 다시 쇳덩이가 되면 망치질 작업이 반복된다. “이제 담금질과 망치질을 해야 합니다. 작업을 보는 것은 여기까지 하고 차를 나누며 얘기를 나눕시다.” 작업장 한쪽에 앉은 그의 얼굴이 익은 사과처럼 벌게져 있었다. 그는 매일 8~9시간씩 칼을 만든다. “납작하게 만든 쇳덩이를 ‘사철괴’라고 부르는데 섭씨 1200도로 달군 다음 차가운 물에 담급니다. 이게 담금질이에요. 식은 사철괴를 다시 화덕에 넣고 쇠에서 붉은빛이 나면 꺼내서 망치로 두드립니다. 납작해지면 늘어난 사철괴를 반으로 접어 다시 때리죠. 이걸 반복할수록 쇠가 질겨지는 겁니다.” 이후 나온 손잡이 없는 칼, 즉 칼의 몸체를 도신(刀身)이라고 부른다. 줄을 이용해 도신의 날과 칼등의 모양을 다듬는다. 그리고 도신에 다시 열처리와 담금질을 한다. 칼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진짜 칼은 도신에 물결과 같은 유려한 무늬가 생기는데 이것을 ‘인문’이라고 합니다. 제련하지 않은 칼에는 절대로 나타나지 않죠. 도신이 완성되면 거친 숫돌부터 고운 숫돌까지 차례대로 연마해 날을 세웁니다. 날 세우는 데 딱 일주일이 걸리지요. 칼 특유의 광이 나도록 소가죽으로 문지르면 그제야 비로소 칼이 나오는 것입니다.” 칼집부터 손잡이까지도 칼의 중요한 부분이다. 장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칼의 가치가 달라진다. 도신을 만드는 데 통상 한 달 반이 걸리는데 오히려 시간은 장식에 더 많이 걸린다. 홍씨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인 ‘단용환두대도’의 경우 길이 83.5㎝의 칼을 만드는 데 1년 2개월이 걸렸다. 단용환두대도는 백제 무령왕릉의 출토품을 재현한 작품이다. 그는 1999년 이 칼을 만들기 위해 1년 내내 공주 무령왕릉을 다녀왔다고 했다. 칼 손잡이에 있는 용을 품은 고리가 특징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칼은 태생부터 다릅니다. 일본의 것은 사납죠. 싸우기 위해 만든 거예요. 우리 칼은 우아합니다.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하는 징표였고, 장군의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이었고, 조상의 뜻을 기리는 집안의 가보였습니다.” 그는 칼을 만들수록 칼이 태어나는 과정이 우리들 인생과 같게 느껴졌다고 했다. “뜨거운 화덕에 들어갔다가, 차가운 물에 빠졌다가, 망치로 두들겨 맞고…. 쇠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고달픕니까. 그런데 그런 시련을 참고 견뎌서 명검이 되는 거죠. 다들 힘들고 어렵다고 하잖아요. 모두들 부디 이겨 내시기를 빕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전통 환도(環刀)의 도신(칼 몸체) 제작 과정 ▶사철을 제련해 쇠 추출 ▶쇠에 함유된 불순물 제거 ▶쇠를 두드려 납작하게 만들고 쪼개기 ▶쪼개진 쇠를 차곡차곡 쌓고 가열 ▶‘괴’(덩어리)의 형태로 제작 ▶괴를 두드려 펴고 접어서 다시 두드리고 찬물에 담그는 과정 반복 ▶괴를 도신의 모양으로 늘이기 ▶도신의 날 형태 잡기 ▶열처리 ▶날 세우기
  • [데스크 시각] ‘알파고’가 프로 바둑에 도전장을 던진 까닭은/조현석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알파고’가 프로 바둑에 도전장을 던진 까닭은/조현석 체육부장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가 다음달 서울에서 승부를 겨룬다. 세계 바둑 최강자와 컴퓨터의 대국에 과학계와 바둑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둑계에서는 알파고의 바둑 실력이 역대 최고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상급 프로기사를 이기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근 만난 바둑계 인사는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 2단에게 5전 전승을 거둔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아직 정상급 프로기사를 이기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5000년 바둑사에 큰 획을 긋는 역사적인 대국”이라고 평가했다. 서양을 대표하는 보드게임인 체스에서는 이미 1997년 슈퍼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지만 바둑은 컴퓨터가 인간을 넘기 힘든 분야로 여겨졌다. 가로세로 19줄, 361개의 점으로 이뤄진 바둑판에는 무한대의 경우의 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바둑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딥러닝’이라는 기술 덕분이다. 딥러닝은 컴퓨터에 사람의 사고방식을 가르쳐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알고리즘이다. 알파고는 프로기사들의 대국 3000만건의 기보를 입력받아 데이터를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을 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바둑을 1000년 학습한 것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그렇다면 왜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100만 달러(약 12억원)라는 거액의 상금을 내걸고 도전에 나선 것일까. 그 해답은 빅데이터의 활용과 맞물려 있다. 바둑 소프트웨어에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상 확률을 알아낸 뒤 더 높은 확률을 선택을 하는 컴퓨터 기법인 ‘몬테카를로 트리탐색’ 기법이 적용된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더욱 발전시켜 바둑만큼 복잡한 실생활에 인공지능을 적용한다는 복안이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 대국 취지에 대해 “알파고는 바둑뿐만 아니라 아니라 실생활 어디에든 적용될 수 있다. 알파고가 사회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쓰이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이 실생활에 적용되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개인 선호도를 찾아 최적의 여행 플랜을 짜줄 수 있고, 의료 분야에서는 다양한 환자의 증상을 학습해 이에 맞는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초 데이터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상황에 맞춰 기사를 쓰는 시대도 조만간 도래한다. ‘로봇 프로 바둑기사’는 물론 ‘로봇 여행 플래너’, ‘로봇 의사’, ‘로봇 기자’ 등 다양한 전문직종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하게 된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끝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으킬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가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는 2020년까지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인공지능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인간의 노동 영역을 대체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에 뛰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그냥 흥미로운 이벤트로만 보기에는 많은 여운이 남는다. 기술의 변화에 따라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겨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4차 혁명에 적응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 컴퓨터가 바둑 최강자를 이길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왕이면 그 주역이 우리나라의 기술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hyun68@seoul.co.kr
  • [바다 사나이들 피엔 정이 흘렀네] 22만㏄ 헌혈한 ‘명예의 전당’ 해군

    [바다 사나이들 피엔 정이 흘렀네] 22만㏄ 헌혈한 ‘명예의 전당’ 해군

    최근 혈액 비축량이 급감해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해군의 한 부대에서 헌혈 100회 이상을 달성해 ‘헌혈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장병이 잇달아 4명이 나왔다. 해군 3함대사령부 소속 김세정(27·사관후보생 112기) 대위와 최세영(25·학군 59기) 중위, 최호진(33·부사관 223기) 중사, 이수연(25·부사관 230기) 하사 등 4명이 주인공이다. 31일 해군에 따르면 김 대위는 104회, 최 중위는 101회, 최 중사는 142회, 이 하사는 109회 헌혈을 했다. 이들이 그동안 헌혈한 횟수를 합하면 총 456회에 달하며, 헌혈량으로 계산하면 22만 1500㏄가 된다. 이들 중 헌혈을 가장 많이 한 최 중사는 고등학생 시절 헌혈의 집 봉사활동을 하며 헌혈을 시작, 2011년 12월 100회를 달성했다. 최 중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헌혈은 또 다른 보람”이라며 “나이 제한으로 할 수 없을 때까지 헌혈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해군에서는 올 들어 13개 부대 1775명의 장병이 헌혈을 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공희정 컬처 살롱] 무한함에 도전하는 무모함을 감내하라

    [공희정 컬처 살롱] 무한함에 도전하는 무모함을 감내하라

    대하사극 ‘장영실’(KBS)은 운명의 벽을 넘어선 사람의 이야기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 노비의 신분으로 태어나 정3품의 지위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장영실은 조선을 과학 입국으로 만든 천재 과학자다. 해시계, 물시계, 측우기, 혼천의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천문 관측기구들이 그의 발명품이다. 농사가 삶의 근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만 올려다보던 시절 그 모든 변화를 예측 가능한 데이터로 만들고자 했던 그의 도전은 무모할지언정 위대했다. 극 중 장영실은 전(前) 서운관 판사 장성휘와 동래현 관기 은월 사이에서 출생한 아들이다. 천자수모(賤者隨母)의 법칙에 따라 그는 노비가 됐다. 손재주가 뛰어나 못 고치는 물건이 없었고, 생각한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냈다. 그렇게 출중하고 귀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노비 신분의 그가 조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노비, 그러나 그는 글을 배우고, 천문 현상을 궁금해했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사람들에게 드러냈다. 사람들은 주제 파악도 못 하는 놈이라 구박하기 일쑤였지만, 자신을 귀한 존재라 인정해 준 아버지가 있었기에 기죽지 않았다. 누구보다 당당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볼 때 가장 행복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늘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자연의 변화 하나에도 왜 그럴까 의문을 품었고, 그 변화의 원리를 알고자 여러 밤을 새웠다. 하늘의 섭리에 접근하는 그가 양반 입장에선 그냥 보아 넘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건국과 왕권 강화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피의 역사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세종의 생각은 달랐다. 반상(班常)의 법도보다 백성들의 풍요롭고 안락한 삶이 우선이었던 세종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자 했다. 하늘을 향한 장영실의 열정은 그렇게 세종을 만나 꽃피었다. 깰 수 없는 신분의 벽은 깨어지고 과학은 조선의 새로운 동력이 됐다. 드라마 ‘장영실’은 정통 사극이면서 최초의 ‘과학 사극’이다.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하는 정통 사극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극을 구성하기 때문에 대부분 궁중 사극이다. 그런데 ‘장영실’은 ‘과학 사극’이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정통 사극에 상상력을 살짝 덧붙임으로써 역사의 구석에 있던 과학을 생각의 중심으로 옮겨왔다. 과학적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을 드라마 곳곳에 배치했다. 이는 다큐멘터리적 설명 기법이다. 제작진은 문서상 남아 있는 천체기구들을 실체화하기도 했다. 최초의 ‘과학 사극’은 그렇게 기존 드라마 화법의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월급 모아 집을 살 수 있는 시대도 지나갔다고 말한다. 흙수저 금수저 논란이 우리 사회를 양분하고 있다고도 한다. 혹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아닐까. 그러나 ‘장영실’은 말한다. 포기하지 말라고, 할 수 있다고. 평생 과학자로 살아온 인간 장영실은 바람 부는 벌판에 쓰러져 생을 마감하며 “영원히 진리를 알 수 없을지라도 저 무한함에 도전하는 무모함을 감내하는 것”이 숙명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장영실’은 그 숙명이 어떻게 운명을 바꿔 놓았는지 쫓고 있다.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포항 운제산 오어사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포항 운제산 오어사

    운제산 오어사(吾魚寺)가 자리잡은 곳은 도로명 주소로는 경북 포항시 오천읍 오어로지만 행정구역으로는 항사리다. 이런 땅이름이 붙여진 것은 오어사의 옛 이름이 항사사(恒沙寺)였기 때문이다. 항사는 한역(漢譯)된 불경(佛經)에 수없이 등장하는 항하사(恒河沙)의 준말이다. 항하는 곧 인도의 갠지스강으로, 항하사 또는 항사는 갠지스강의 모래알처럼 수없이 많음을 은유하는 표현으로 쓰이곤 한다. 절에서 많은 수도자가 나오기를 바라며 붙인 이름일 것이다. 인도 사람들이 천수백 년 전 멀리 한반도에 갠지스강의 이름을 딴 절이 세워져 지금도 법등(法燈)을 이어오고 있고, 이런 이름의 마을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전해 들으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어사 감도는 신광천 상류엔 하얀 모래가 지천 오어사를 감돌아 나가는 신광천 상류는 산골 시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하얀 모래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옛 사람들도 이곳에 절을 지어 놓고 밖을 내다보니 석가모니의 발을 적셨던 갠지스강 흰모래가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았을까 상상의 날개를 펴게 된다. 신광이란 신라시대 이후 포항의 이름이었다. 법흥왕이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 밝은 빛이 비쳤고, 신이 보낸 빛이라며 신광(神光)이라 이름 붙였다는 전설이 있다. 당시부터 이 지역의 중심 하천이었을 신광천은 하류로 갈수록 폭이 넓어져 지금은 포항제철 동쪽 담장을 타고 영일만으로 흘러나간다. 항사사가 오어사로 이름이 바뀐 과정은 ‘삼국유사’의 ‘이혜동진’(二惠同塵) 편에 실려 있는 혜공과 원효의 일화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항사사에는 고승 혜공이 살고 있었는데, 젊은 원효가 그를 방문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혜공은 노비 출신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지혜를 발휘하면서 그를 살아 있는 보살이라 여겼던 주인의 권고로 출가한 인물이다. 그는 행동에 거침이 없어 미친 듯이 취해 길거리에서 노래하고 춤추는가 하면 언제나 삼태기를 걸머지고 다니는 바람에 부궤화상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도통한 경지라고 할 수 있다. ●혜공·원효의 ‘여시오어’ 설화로 오어사 이름 유래 ‘삼국유사’에 따르면 원효는 자주 혜공에게 가서 묻기도 하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어느날 혜공과 원효가 시내에서 물고기와 새우를 잡아먹다가 돌 위에서 대변을 보았다. 이때 혜공이 원효를 가리키면서 희롱의 말을 건넨 것이 바로 “여시오어”(汝屎吾魚)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는 풀이가 그럴듯해 보인다. 똑같이 물고기를 먹었는데 너는 그저 배설을 한 반면 나는 생명체로 되돌려 놓지 않았느냐는 뜻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혜공이 원효에게 “너는 도통하려면 아직 멀었으니 수행을 더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설화는 신라를 넘어 한국 불교 철학의 진수를 보여 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여시오어’를 혜공이 원효에게 한 말인지, 원효가 혜공에게 한 말인지는 일연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나 보다. 일연은 “어떤 사람은 이것을 원효대사의 말이라 하지만 이는 잘못”이라고 강조해 놓았다. 혜공이 원효에게 가르침을 주었지만, 시간이 오래 흐르면서 혜공의 도력(道力)은 잊혀진 반면 원효의 명성은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고승들 암자 오간 구름사다리 설화에서 ‘운제산’ 이런 일이 있은 뒤 항사사를 오어사라 부르게 됐다고 ‘삼국유사’는 설명하고 있다. 오어사의 산내 암자로는 북쪽 봉우리 꼭대기에 자장암과 그 아래 혜공암이 자리잡았고, 시냇물 건너 남쪽 산허리에는 원효암과 의상암이 있다. 자신의 암자에 머물던 고승들이 서로를 찾아갈 때 봉우리 건너로 구름사다리를 놓았다는 설화에서 운제산(雲梯山)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흐린 날이면 오어사 둘레로 치솟은 봉우리 사이에 구름사다리가 놓이곤 한다. 글 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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