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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딩 두루마기·기와 시상대… 평창 장식할 ‘모던 한국’

    패딩 두루마기·기와 시상대… 평창 장식할 ‘모던 한국’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한국의 미(美)’도 더욱 세련되게 변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103차례 열릴 시상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개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시상 의상과 음악, 시상품 등은 한국의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현대적 아름다움을 가미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1988 서울올림픽이 세계에 한국의 전통을 소개하는 첫 자리였다면, 30년이 지나고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은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의 미에 방점이 찍혔다. 서울올림픽 시상 요원들의 복장은 전통 한복이었다. 쪽진 머리에 치마와 저고리를 입고 버선과 고무신까지 갖춰 신었다. 노란 한복을 입은 시상 요원은 금메달리스트에게 꽃과 메달을 전달했고 흰색과 녹색 한복의 시상 요원은 각각 은·동메달리스트에게 메달을 건넸다. 시상 요원 앞에서 안내를 맡은 여성은 좀더 화려한 색깔의 한복을 입어 한국 전통의 미를 뽐냈다. 이날 공개된 평창동계올림픽 시상 요원의 의상은 겨울 의복인 두루마기에 누비나 패딩 기법을 사용해 보온성을 확보했다. 태극기의 청색과 홍색을 빌려 한국적인 정체성을 표현한 데다 동계올림픽의 눈꽃 문양을 가미했다. 옷의 흰색 부분은 ‘백의민족’을 상징한다. 방한을 위해 전통 모자의 일종인 풍차도 곁들여 평창의 ‘칼바람’을 견딜 수 있게 했다. 옷이 펑퍼짐해서 내복 등을 안에 껴입을 수 있다. 의상을 디자인한 금기숙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현재화에 가장 중점을 뒀다. 예전엔 전통 의상을 고증하듯 그대로 썼다면 이번엔 21세기의 우리가 느끼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했다”며 “과거의 것을 답습하지 않고 재창조했다. 한국을 아는 외국인들도 꽤 많아져 신선함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한국 전통과 현대의 조화는 시상식 곳곳에서 발견된다. 메달리스트 시상품으론 조선시대 문·무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하사했던 ‘어사화’를 쓴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인형이 수여된다. 시상대는 전통 건축양식인 기와 지붕과 단청을 모티브로 했다. 동서양의 음악을 조화롭게 가미한 4분여 길이의 곡이 메달 수여식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다. 음악 감독을 맡은 조영수 작곡가는 “자진모리 장단을 사용했고 한국 고유의 타악기에 서양 오케스트라를 접목했다. 전 세계 어느 사람이 듣더라도 대한민국의 색깔을 느끼면서도 이질감 없는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추운 날씨 탓에 경기장에선 시상품만 전달하고 강원 평창군 메달플라자에서 공식 메달이 수여된다. 2016 리우올림픽과 마찬가지로 꽃다발은 환경 보호를 위해 평창 시상식에서도 전달되지 않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부사관 성범죄 피해자 80%가 하사…여군 절반 “지위 악용 성범죄 심각”

    군 조직 안에서 여군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상당수가 상관의 권위과 복무심사 등을 악용했다. 이를 엄벌하는 징계위원회도 제대로 열지 않아 성범죄를 키우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여군이 성폭력 형사 피해자인 사건기록과 판결문 173건을 분석한 결과 부사관 성범죄 피해자의 80%가 하사였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성폭행을 당한 후 사망한 해군 여성대위 사건을 계기로 인권위가 직권으로 조사해 이뤄졌다. 여군 하사 피해자들 대부분이 장기복무 심사를 앞두고 있어 상관이 근무평가를 빌미로 부하에게 성폭력을 가해도 이를 완강히 거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사건은 징계위도 열리지 않았다. 국가공무원의 경우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면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징계위원회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 인권위 조사에서 군 내 징계위에서 가해자 해임 등 신분 배제 징계를 한 것은 전체 273건 중 7.3%인 20건에 불과했다. 육·해·공군 및 국방부 근무 여군 170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위의 설문조사에선 92명(54.1%)이 군대내 성폭력이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군인 등의 성폭력 범죄에 양형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법정형보다 가벼운 범죄나 온정적인 처벌을 지양하도록 국방부에 권고했다. 또 부하에 대한 지휘관 등 상사들의 성범죄는 가중처벌 하도록 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김영이 자수 개인전 “바늘 한 땀·한 선에 하나 된 마음”

    김영이 자수 개인전 “바늘 한 땀·한 선에 하나 된 마음”

    “바늘 한 땀이 느낌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 있어요. 한 땀이 모여 한 선이 되고 그게 나무가 되고 바위가 되고 학이 되는 거잖아요. 땀수를 고르게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조화가 이뤄지면 좋고요.”전광석화처럼 바뀌는 세상에 40여년을 전통 자수에, 그것도 오롯이 한 스승 밑에서 배워 온 김영이 국가무형문화재 자수장 전수교육 조교가 개인전 ‘일침일선일심’(一針一線一心)을 오는 23~30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전시장 ‘올’에서 연다. 지난해 봄 세상을 떠난 한상수 자수장의 문하에 1976년 들어가 바늘귀 꿰는 법부터 배웠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음전한 종갓집 맏며느리 같은 김 선생은 20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스승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얼마 전 ‘내년쯤에는 네 전시회를 해도 좋겠구나’라고 말씀하셨다”며 “스승에게 누가 될까 봐 못했던 일에 용기를 내게 됐다”고 나직한 목소리로 털어놓았다. 2003년 전승공예대전 국무총리상 수상작인 수월관음도 등 70여점과 고 한상수 자수장의 작품과 김 선생의 문하생 작품까지 모두 100여점이 전시된다. 수월관음도는 관세음보살의 온몸을 덮은 너울과 그 안에 내비치는 화려한 무늬가 너무도 정교해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안긴다. 고종이 재중원 원장에게 하사한 ‘정재무가화분도 자수 병풍’의 정교함도 못지않다. 서울 운현궁의 ‘백수백복도 자수 병풍’을 재현한 작품에서도 조선 시대 화려했던 궁수(宮繡)의 아름다움과 고아한 기품을 만끽할 수 있다. 전시회 제목은 한 선생의 친딸인 김영란 한상수자수박물관 부관장이 ‘일침일선’까지 생각한 것에 김영이 선생이 ‘일심’을 더한 것이다. 인터뷰 내내 친언니 이상의 우애를 보인 김영이 선생은 “심란하거나 마음의 가닥을 잡지 못할 때 자수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기쁘고 하나 된 느낌일 때 가장 잘 놓을 수 있다”며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하나 돼 혼으로 승화되는 무아지경”이 훌륭한 자수의 첩경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무형문화재처럼 일정 기량을 갖춘 제자를 키워내기가 쉽지 않다. 김영이 선생은 “우리가 한창 배울 때는 수틀 밑에서 노루잠을 자고 일어나 밥 먹는 시간만 빼고 기법을 익혔다”며 “10년 이상 백화점의 문화아카데미에서 가르쳤지만 취미나 태교의 방편으로만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반듯한 제자 내놓기가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스승은 늘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되뇌셔서 자신도 어느덧 문하생들에게 똑같은 말을 들려주고 있다며 베시시 웃었다. 제주 출신인 한상수 선생은 부산 피란 시절 조종호 선생에게 자수를 배워 60년대 일본의 주문자제작상표(OEM)로 큰 돈을 벌어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서 화랑을 경영할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일본 자수를 따라 했다. 해서 한상수 선생은 우리 궁중에서 해오던 자수 유물을 찾아 전통 기법을 익혔다. 김영이 선생은 “17살 때 언니와 함께 스승을 뵙고 바로 문하에 들어갔다. 곧바로 저를 마음에 들어하셔서 유물을 찾으러 가면 항상 데리고 다니셨다”고 말했다. 친딸 김영란은 이론을, 수양딸이나 다름없는 김영이는 실기를 익히라고 일찌감치 길을 내주셨다. 김영이 선생은 오래 전 정말 마음에 드는 제자가 있어 설득하려 했지만 생활을 감당할 지원을 해줄 수 없어 놓쳤다며 헛헛해 했다. 그래도 취미로 자수를 배우는 이들을 위한 초급 코스와 중급 과정 등 커리큘럼을 제대로 갖춰 노력하고 있다. 근래에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거나 건축학으로 영국 유학을 다녀온 이도 자수의 매력에 빠져 조감도를 자수로 제작하는 일까지 있다고 했다. 김영이 선생은 “뜨개질이나 퀼트 같은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할 수도 있지만 자수는 수틀을 갖고 앉은 자리에서 진득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면서 “일주일에 딱 한 번, 문화아카데미가 있는 금요일에만 외출해 바깥일을 하고 다른 날은 종일 자수에 매달린다”고 소개했다. 자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종합예술이다. 도안이나 배색, 자수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흔히 여자가 하는 손재주란 식으로 깎아내리는데 전통 자수는 예술적 감각과 창의력이 반드시 필요한 예술”이라며 “스승도 예술적 품격이 굉장히 필요한 분야라고 늘 말씀하셨고 전통 자수를 국가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하셨다”고 들려줬다. 김영란 부관장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13년 동안 운영하던 한상수자수박물관을 잠시 문 닫고 내년 상반기 경기도에서 새로 문을 열 계획이다. 수장고에 어머니가 남긴 작품 1000여점을 보관하고 있어 다시 햇볕을 볼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사진이 아니라 자수입니다” 김영이 선생 개인전 23일부터

    “사진이 아니라 자수입니다” 김영이 선생 개인전 23일부터

    관세음보살의 전신을 뒤덮은 투명한 너울과 그 안에 내비치는 화려한 무늬가 너무도 정교해 마치 사진을 보는 것 같다. 고종 임금이 재중원 원장에게 하사한 ‘정재무가화분도 자수 병풍’의 정교한 아름다움도 못지 않다. 서울 운현궁의 ‘백수백복도 자수 병풍’을 재현한 작품도 조선 시대 화려했던 궁수(宮繡)의 아름다움과 정연하고 고아한 기품을 느낄 수 있다. 전통 자수 예술가 김영이 선생이 모두 한땀 한땀 수를 놓은 작품이다. 그의 개인전 ‘일침일선일심(針一線一心)’이 2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전시장 ‘올’에서 열린다. 김영이 선생의 작품 70여점과 국가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인 스승 한상수 선생의 작품과 문하생들의 작품 등 모두 100여점을 볼 수 있다. 김영이 선생은 국가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인 고 한상수 선생의 전수교육조교로 지정돼 전통 자수의 맥을 잇고 있다. 김영이는 1976년부터 한상수 자수장의 문하에 들어가 사사했다. 1979년 지방기능경기대회 은메달, 1985년 제10회 전승공예대전 입선, 1986년 제11회 전승공예대전 장려상, 1988년 제13회 전승공예대전 장려상, 2003년 제28회 전승공예대전 국무총리상, 2008~2009년 동남아문화사업 동반자 강습, 2009년 한국-베트남 문화교류 무형문화재 공예전, 2010년 작품전 등 다양한 수상과 경력을 쌓고 있다. 자수는 여러 색깔의 실을 바늘에 꿰어 바탕천에 무늬를 수놓아 표현하는 조형 예술로 기록으로는 기원이 삼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전시에서 김영이 조교는 실 한 올을 모아 이루는 자수 조형의 세계를 전통 기법으로 재연하면서 동시에 숙련된 기량과 창의적인 해석을 통해 섬유예술만의 독특한 형태미를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 국립무형유산원, 한상수자수박물관의 후원으로 열리는 개인전 개막에 앞서 22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조그만 축하연이 열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대한제국 애국가와 日기미가요, 아버지가 같네

    대한제국 애국가와 日기미가요, 아버지가 같네

    프란츠 에케르트/한스 알렉산더 크나이더 지음/문신원 옮김/연암서가/440쪽/2만 5000원퀴즈 하나.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國歌)는? 애국가라는 답이 많을 것이다. 맞다. 그런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윤치호 또는 안창호 추정의 가사에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 그리고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의 선율에 같은 가사를 붙여 불리우던 속칭 독립군 애국가에 앞선 애국가가 따로 있다. 바로 대한제국 애국가다. ‘상제(上帝)는 우리 황제를 도우사/ 성수무강(聖壽無疆) 하사/ 해옥주(海屋籌)를 산(山)같이 쌓으시고/ 위권(威權)이 환영(環瀛)에 떨치사/ 오천만세(於千萬歲)에 복녹(福祿)이/ 일신(日新)케 하소서/ 상제(上帝)는 우리 황제(皇帝)를 도우소서.’ 대한제국 우국지사로 유명한 민영환이 가사를 썼다. 장엄한 선율을 빚어낸 사람은 독일 출신 지휘자 프란츠 폰 에케르트(1852~1916)다. 1901년 대한제국 정부의 초청으로 한반도를 찾아 조선군악대에 서양 음악을 가르친 인물이다. 당시 고종은 백성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대한제국이 자주 국가임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국가를 만들도록 했다. 이 노래는 1901년 9월 7일 고종의 50회 생일에 초연됐으며, 이듬해 8월 대한제국 애국가로 공식 지정됐다. 백성들 사이에서 불리기 시작한 대한제국 애국가는 그러나, 1910년 한·일 합병으로 금지곡이 됐다. 일제는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를 부르도록 강요했다. 그런데 한반도에 오기에 앞서 일본 정부 초청으로 일본에서 활동했던 에케르트가 기미가요 작곡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잊혀졌던 대한제국 애국가는 최근 들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에 묻힌 에케르트의 생애와 활동을 조명한 책이다. 가족과 함께 아버지를 따라나섰다가 51년을 한국에서 보낸 에케르트의 장녀 아말리에의 회고록도 곁들여졌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총상환자 못 구하는 한국의 ‘메딕’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총상환자 못 구하는 한국의 ‘메딕’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가로질러 탈북을 시도하다 북한군 추격조의 집중 사격에 쓰러졌던 오모 하사가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면서 또 한 번 기적적으로 중상 환자를 살려낸 아주대학교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국종 교수와 그가 이끄는 의료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와 아주대 중증외상센터 의료팀은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지만, 이 교수는 오 하사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미군 더스트오프(Dustoff)의 신속하고도 완벽한 응급처치 덕분이었다며 공을 돌렸다. 실제로 이번 귀순병 사건에서 호출명 더스트오프, 정식명 ‘커시박(CASEVAC : CASualty EVACuation)’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이들은 JSA 경비대대에서 총상 환자를 헬기에 태우자마자 상태를 확인하고 곧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JSA에서 아주대병원까지 22분간 비행하는 동안 미 육군 의무요원들은 지혈은 물론 흉관삽입술 등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응급조치를 통해 오 하사를 살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미군과 아주대 의료팀의 환상적인 협력으로 오 하사는 목숨을 건졌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왜 우리 군 부대에서 발생한 환자를 미군 헬기가 후송했고, 불과 20여km 떨어진 곳에 국군병원이 있었음에도 왜 굳이 70km가 넘게 떨어진 민간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정답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약 오 하사가 한국군 의무후송헬기에 실려 인근의 국군병원으로 향했다면 그는 목숨을 건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우리 군 의무요원들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장비 부족과 시스템 부재에 따른 능력 부족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군 의무후송용 HH-60 헬기는 우리군 의무후송헬기 KUH-1보다 2분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같은 의무후송헬기지만 내부 장비는 천지차이였다. 예산 삭감으로 응급의료장비 응급처치키트만 일부 갖춘 한국군 헬기와 대조적으로 미군 헬기는 간단한 수술까지도 할 수 있는 전문의료시스템이 풀세트로 완비되어 있었고, 헬기의 비행 안정성이나 속도 역시 한국군 헬기보다 우위에 있었다. 헬기에 탑승한 미군 의무요원 역시 한국의 의무후송헬기에 탑승한 의무요원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일명 컴뱃 메딕(Combat Medic)이라 불리는 미군 의무병은 11주의 기초군사교육을 마치면 16주간 의무병과교육을 받으며 구급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되어 있다. 이 교육과정에는 일명 헐리우드 훈련(Hollywood Training)이라는 훈련도 포함되어 있다. 총소리와 비명소리, 폭발물 폭파와 흙먼지 등 특수효과팀까지 동원해 실제 전쟁터와 동일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실제 사람처럼 가짜 피와 가짜 장기가 튀어나오는 의무용 마네킹(Medical Simulation Mannequin)을 훈련병에게 제시하고 응급처치 능력을 실습 및 평가한다. 이 훈련이 끝나면 중증 외상 환자들이 많은 외과병원 응급실에서 별도의 실습 기간까지 거친다. 의무병과 함께 탑승하는 의무전문부사관은 의무병 가운데 선발하는데, 250일간의 고급의료훈련을 추가로 이수하고, 2개월 이상 병원 응급실에서 외상 환자를 대상으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일선 부대에 배치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응급 수술도 할 수 있는 전문요원들이다. 미군에는 이러한 의무전문요원들이 굉장히 많이 배치되어 있다. 가령 미 육군 스트라이커 부대의 경우 44명으로 구성되는 1개 소대에 1명의 외상전문(Trauma Specialist) 의무병을 반드시 배치하도록 야전교범(FM 3-21.9)에 규정하고 있다. 중대급에는 의무전문부사관이 이끄는 의무팀이, 대대급에는 군의관이 배치된 의무소대가 야전에서 응급수술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군 응급의료 시스템은 장비와 인력 모두 미군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체계 개선 분야는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방부는 2017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의무후송전용헬기 계약 착수금(28억원)과 국군외상센터 건립 예산(1000억원)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심의를 통해 의무후송전용헬기 예산 전액과 외상센터 건립 예산 510억원을 삭감했다. 국방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의무후송전용헬기 예산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못했고, 이 때문에 헬기 도입과 외상센터 가동은 2020년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다. 의무요원들의 질적 수준도 문제다. 우리 군 의무병은 대학교 또는 전문대학에서 보건 계열 전공인 신병 가운데 일부에게 의무주특기(411101~41108)를 부여하고 국군의무학교에서 5주 이내의 단기속성교육을 시켜 야전부대에 배치된다. 불과 한 달 남짓한 속성 교육을 받고 실제 중상 환자를 대상으로 실습 교육도 하지 않은 채 배치되는 인원들에게 총상 등 각종 중증외상환자를 상대로 한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문성 부족은 군의관과 의무부사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대급 이하 야전부대에 배치되는 이들은 의사면허가 있거나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전문성 면에서 일선 장병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전공이나 전문성을 따질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통상 중위급 장교가 보직되는 야전부대 군의관의 경우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진료과목을 혼자 떠맡는다. 가령 치과의사가 감염내과나 소화기내과 진료를 봐야 하고, 한의사가 총상 환자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군에서 자주 발생하는 중장비나 차량에 의한 중증외상 환자들 상당수가 초기 응급조치가 미흡해 사망하거나 장애를 얻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문 인력의 부족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다. 야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국방부는 매년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해 왔으나, 전체 국방예산 가운데 의료분야 책정 예산은 1% 미만이며, 증액을 요구분은 기재부 예산 심의에서 매년 상당액수가 삭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무복무 단기 군의관에 의존하는 현행 시스템 대신 군의관이 일정 소득을 보장 받는 전문직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각 분야 전공 인력을 확보하고, 부사관과 병사에 대한 전문 의료 교육 체계 역시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이러한 개선책을 시행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국민들은 최근 군에서 발생한 인명사고, 그리고 이번 귀순병 사태를 통해 군 의료체계 개선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현행 군 의료 체계로는 ‘메딕’이 총상 환자를 살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군 내 총상 환자는 이국종 교수와 같이 사명감만으로 헌신하는 민간인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점도 많은 국민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군 의료체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군 예산에서 어렵다면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연평도 포격 도발 7주년 전사자 기리며…

    연평도 포격 도발 7주년 전사자 기리며…

    연평도 포격 도발 7주년을 하루 앞둔 22일 중앙대 학군단원이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서해수호 특별묘역에 안장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묘소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당시 서 하사는 마지막 휴가를 가려고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던 중 북한군의 포탄 소리를 듣고 귀대하다가 전사했다. 문 일병은 대피호에 있던 중 잠시 밖으로 나왔다가 주변에 터진 포탄 파편에 가슴을 관통당해 숨졌다. 대전 연합뉴스
  • 깊이 2m 넘는 지반침하 정부가 조사

    내년부터 면적 4㎡ 이상 또는 깊이 2m 이상의 지반침하(싱크홀) 현상이 발생하면 정부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고 경위와 원인을 조사하게 된다. 정부는 14일 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지난해 1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제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특별법은 2014년 서울 송파구 석촌동 일대 싱크홀 발생과 이듬해 용산역 인근 싱크홀 사고 등을 계기로 지하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제정됐다. 이날 의결된 시행령에 따르면 지하 20m 이상 굴착공사를 하는 사업이나 산악·수저(水低) 터널을 제외한 터널공사를 하는 지하개발업자는 지반·지질 현황, 지하수 변화에 따른 영향, 지반 안전성 관련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또 지하개발사업자 또는 지하시설물관리자는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응급 안전조치를 해야 하고, 면적 1㎡ 또는 깊이 1m 이상 싱크홀이나 사망·실종자 또는 부상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사고 발생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지자체장은 이를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알려야 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교정시설 수용인원 증가와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교정시설 수용관리 예산이 부족해진 데 따라 179억 3900만원을 일반예비비에서 지출하는 안건도 처리했다. 한편 이 총리는 회의에서 특수활동비 논란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의 내부 개혁은 그것대로 해 나가고 또 국회가 입법으로 함께 해야 될 일이 있다”며 “각 부처 모두 특수활동비라는 이름 속에 들어가 있는 것들에 대해 과거 관행만 너무 따르지 말고 특수활동비라는 이름으로 써도 좋은지를 반성적으로 점검하고 국민에게 설명하기 쉽지 않은 관행들을 시정해 달라”고 참석 장관들에게 당부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임진왜란 ‘60전 전승’ 정기룡 장군 기념사업 본격화

    임진왜란 당시 ‘육전의 명장’으로 알려진 충의공(忠毅公) 정기룡(1562년∼1622년) 장군 기념사업회가 출범해 각종 기념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경남 하동군은 1일 정기룡 장군의 업적을 바로세우기 위한 기념사업회가 이날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정기룡 장군 기념사업회는 이날 총회에서 정두규 전 해군대학 총장을 회장으로 선출하는 등 임원진을 구성했다. 이사는 모두 70명이다. 기념사업회는 앞으로 정기룡 장군 업적을 바로 세우고 하동의 자랑과 긍지로 삼기 위한 다양한 기념사업을 한다. 주요 선양·기념사업으로 정기룡 장군 탄신제 등 제향 거행, 학술세미나, 책자 발간, 기마 동상 건립, 전적지 탐방 등을 할 예정이다. 정기룡 장군은 임진왜란 30년 전인 1562년 4월 하동군 금남면 중평리 상촌마을에서 태어났다. 정 장군은 24세 때인 1586년 무과에 급제한 뒤 왕명으로 기룡(起龍)을 하사 받아 이름을 바꿨다. 1590년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신립 장군 휘하에 들어가 1592년 임진왜란 때 경상우도방어사 조경을 따라 종군해 거창을 시작으로 임진왜란 7년간 60전 전승이라는 놀라운 전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35세 때인 1597년 상주 목사로 재임하면서 고령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성주·합천·초계·의령을 탈환한 공로 등으로 정3품 경상우도 병마절도사에 임명됐다. 임란 후에도 경상도방어사, 김해·밀양·울산부사, 경상좌도 병마절도사 등을 지냈고 삼도수군통제사를 거쳐 1622년 2월 통영 진중에서 순직했다. 사후 150년이 지난 뒤 1773년 영조 때 충의공 시호를 받았다. 문화재자료 제188호인 하동군 금남면 정기룡 장군 유허지 내 경충사에 장군의 위패와 영정이 봉안돼 있다. 유허지 유물전시관에는 교지·장검·유서 등 정 장군 유품(유형문화재 제286호)이 전시돼 있고 사당 입구에 장군 생가가 초가형태로 복원돼 있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어보·국채보상운동·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됐다

    어보·국채보상운동·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됐다

    의례용 인장·옥에 새긴 어책 등 인류 문화사서 갖는 가치 인정 일제 항거해 비녀까지 판 국민…나랏빚 갚기 운동도 높게 평가조선 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3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이 보유한 세계기록유산은 16개로 늘어났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지난 24~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3차 회의에서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조선통신사 기록물을 심사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이를 추인하며 등재가 확정됐다.조선왕실의 유물인 어보와 어책은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 등을 책봉하거나 존호, 시호, 휘호 등을 수여할 때 만든 의례용 인장과 책이다. 금이나 은, 옥에 아름다운 명칭을 새긴 어보 331점, 옥이나 대나무, 금동판에 책봉을 하거나 지위를 하사하는 글을 새긴 옥책과 죽책, 금책 등 어책 338점으로 이뤄져 있다. 이 유물들은 왕조의 지속성을 상징하고 왕에게 정통성과 권위를 부여해 신성한 성물로 숭배돼 왔다. 조선이 세워진 초기부터 근대까지 570여년간 줄곧 제작·봉헌된 점, 시대별로 다른 내용과 문장 형식, 서체, 재료, 장식물 등이 사회의 변화를 오롯이 반영한다는 점 등에서 인류 문화사에서 갖는 가치가 인정됐다.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일제의 차관 공세에 맞서 국가적 위기에 힘을 모은 시민들의 책임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물로 평가받으며 세계기록유산에 추가됐다. 1907~1910년 나랏빚을 갚기 위해 남성들은 술과 담배를 끊고 여성들은 반지와 비녀를 파는 등 전 국민의 25%가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한 과정이 낱낱이 기록된 수기와 언론 보도 2472건으로 구성돼 있다.부산문화재단과 일본의 조선통신사 연지연락협의회가 공동신청한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전쟁을 치른 양국이 사절단을 통해 문화 교류를 이어갔고 평화적인 관계를 이뤄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조선이 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년간 일본에 12차례 파견한 외교사절의 외교·여정·문화 교류에 관한 기록 111건 333점을 아우른다. 문화재청은 “한국은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등 기존의 세계기록유산 13건에 이번에 등재된 3건을 더하며 기록 문화 강국으로 위상을 높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세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기록 유산을 적극 발굴해 우리의 우수한 기록 문화를 국내외에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이번 회의에서 125건을 심사해 78건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새로 등재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가 1992년부터 시작해 온 세계기록유산의 목록은 427건이 됐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일본 압박에 밀려 세계기록유산 등재 실패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일본 압박에 밀려 세계기록유산 등재 실패

    한국과 중국, 일본, 타이완 등 9개국이 공동으로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저지 활동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실패했다.유네스코가 31일 공개한 신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네스코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등을 통해 위안부 기록물과 일본 정부가 단독 신청한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을 심사해 ‘대화를 위해 등재 보류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은 위안부가 합법적으로 운영됐다는 내용을 담은 자료다. 앞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The 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는 지난 24일부터 나흘 간 프랑스 파리에서 제13차 회의를 열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가치를 심사했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상세히 알려주는 피해자의 증언 기록을 비롯해 위안부 운영 사실을 증명할 사료와 위안부 피해자 조사 자료, 피해자 치료 기록, 피해자 지원 운동 자료 등 2744건으로 구성됐다. 인권 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발언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상 규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한 일본 정부의 저지를 이겨내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막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고, IAC와 유네스코는 이해 당사국 간 역사 인식이 다를 경우 심사를 보류한다는 내년도 제도 개혁안을 앞당겨 적용해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앞서 중국은 2015년 단독으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신청했다가 유네스코로부터 다른 피해국과의 공동 등재를 권고받았다. 이에 따라 8개국 14개 단체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라는 명칭으로 지난해 등재를 재신청했다. 이렇게 일본 정부의 저지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지 못한 반면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등재를 공동으로 추진한 ‘조선통신사 기록물’과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조선이 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약 200년 동안 바쿠후(무사정권)의 요청으로 일본에 12차례 파견한 외교사절에 관한 기록을 가리킨다. 외교 기록, 여정 기록, 문화교류 기록 등으로 나뉘며 기록물 수는 111건, 333점이다. 1783년 변박이 초량왜관을 그린 ‘왜관도’와 신유한이 1719년 통신사로 다녀온 뒤 쓴 ‘해유록’(海游錄) 등이 포함됐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전쟁을 치른 양국이 사절단을 통해 문화교류를 이어갔고 평화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조선왕실의 어보(御寶)와 어책(御冊)은 의례용 도장인 어보 331점과 세자 책봉이나 직위 하사 시에 대나무나 옥에 교서를 새긴 어책 338점으로 이뤄졌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일제 항거의 역사가 오롯이 남아 있는 문건 2472건으로 구성됐다. 1907년부터 1910년까지 나랏빚을 갚기 위해 남성들은 술과 담배를 끊고, 여성들은 반지를 팔아 돈을 모으는 과정을 쓴 수기와 언론 보도 등이 포함됐다. 이번에 조선통신사 기록물,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등 3건이 등재되면서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16건으로 늘어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세계기록유산에 처음 등재시켰고 2001년에는 승정원일기와 직지심체요절, 2007년에는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과 조선왕조 의궤, 2009년에는 동의보감을 각각 유산 목록에 추가했다. 이어 2011년에는 일성록과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2013년에는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 기록물, 2015년에는 한국의 유교책판과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성과를 올렸다. 유네스코는 이번에 125건을 심사해 78건을 세계기록유산에 신규 등재했다. 세계기록유산은 모두 427건이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처칠이 피우다 버린 ‘꽁초’…1300만원 낙찰

    처칠이 피우다 버린 ‘꽁초’…1300만원 낙찰

    지금도 세계적인 정치가로 회자되는 윈스턴 처칠(1874~1965)이 피우다 만 시가(궐련)의 경매 가격은 얼마일까? 최근 미국 보스턴의 경매회사 RR 옥션 측은 처칠이 피우다 버린 시가가 온라인 경매에 나와 1만 2000달러(약 1350만원)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절반 이상 피워 10cm 길이의 '꽁초'에 불과한 시가가 거액에 낙찰된 것은 물론 처칠이라는 '이름값'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전쟁영웅인 처칠을 상징하는 것은 바로 시가다. 언론에 공개된 여러 사진에서 시가를 들고 있거나 물고 있는 그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 이번에 낙찰된 시가는 지난 1947년 5월 11일 처칠이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던 중 피운 것이다. 당시 처칠은 르부르제 공항에서 이 시가를 피운 후 재털이에 버렸고 이를 영국 공군 하사가 수거해 지금까지 가보처럼 보관해왔다. 이 시가는 처칠이 즐겨피우던 쿠바산으로 특이하게도 윈스턴 처칠이라는 이름도 새겨져 있다. RR 옥션 측은 "처칠의 손때와 타액이 묻어있는 역사적인 시가로 낙찰자 신원은 밝힐 수 없다"면서 "이 시가를 들고 있는 처칠의 사진도 함께 팔렸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처칠은 겉으로는 매우 활달한 성격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우울증에 시달려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틈나는 대로 집필과 그림을 그리며 스트레스를 극복해 왔다. 특히 처칠은 6년 간 집필한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으로 노벨문학상을 탈 만큼 글솜씨도 특출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씨줄날줄] 당진 합덕제/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당진 합덕제/서동철 논설위원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냇물과 연못은 농업 진흥의 근본이니 수리 행정은 성왕(聖王)도 중히 여겼다’고 했다. 더불어 ‘바닷가에 조수를 방지하는 제방을 쌓고 안에 기름진 농지를 만들면 이것을 해언(海堰)이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당시에도 간척과 수리 시설의 중요성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실제로 우리 간척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강화도가 넓은 농토를 가진 오늘날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도 몽골의 침략으로 고려왕조가 임시수도로 삼은 이후 지속적으로 간척사업을 벌인 결과다. 농업용 수리 시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 방죽(저수지)의 역사는 더 깊다. 흔히 제천 의림지,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를 우리나라 3대 방죽이라고 하는데, 모두 삼국시대 지어졌다. 별도로 김제 벽골제, 연안 남대지, 당진 합덕제는 조선시대 3대 방죽으로 부르기도 한다. 충남 당진의 합덕제는 특히 간척 사업으로 만들어진 광범위한 농토에 물을 대기 위한 대형 수리 시설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관개(灌漑)의 역사에서 특별한 지위를 차지한다. 합덕제는 흔히 소들강문들이라 부르는 삽교천 하구의 우강평야(牛江坪野)에 자리 잡고 있다. 소들(牛坪)을 거쳐 바다로 흐르던 강을 막아 새로 생겨난 넓은 농토를 가리킨다. 공주 유학자 이병연(1894~1977)은 지리서 ‘조선환여승람’(朝鮮寰輿勝覽)에 ‘350여년 전 토정 이지함이 아산현감 시절 한진 앞바다가 크게 터졌는데 이후 100년 남짓 토착민이 둑을 쌓아 논을 만들어서 큰 들이 되었다’고 적었다. 합덕제는 후백제 견훤이 후고구려와의 결전을 앞두고 군마에게 물을 먹이고자 쌓았다는 전설이 있다. 1473년 ‘성종실록’에는 ‘합덕제는 고려 때 쌓기 시작한 것을 조선조에서 다시 축조했는데 길이 2700척에 일곱 고을이 혜택을 입는다’는 내용이 보인다. 간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제방 규모를 키웠을 것이다. 연산군의 총애를 받은 장녹수가 합덕제와 황해 연안 남대지를 하사받아 경작했다는 ‘중종실록’의 기록은 흥미롭다. 주변 농토가 가뭄 피해를 입건 말건 저수지 물을 빼고 벼를 심었다는 뜻이니 백성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합덕제는 1979년 삽교천방조제가 준공됨에 따라 수리 시설로 기능을 하지 않게 됐다. 상당 부분 농토로 바뀌었지만, 방죽으로 기능을 되돌리는 공사가 한창이다. 때마침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 세계총회에서 합덕제가 수원 만석거와 함께 ‘세계관개시설물유산’에 등재됐다는 소식이 반갑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오페라가 현대미술을 만났을 때

    오페라가 현대미술을 만났을 때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1832년 5월 초연된 희극 오페라로 아름답고 부유한 여인 아디나와 시골 청년 네모리노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로 유명한 이 오페라를 현대미술 작품과 함께 감상하는 이색적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사랑의 묘약-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에서는 한국과 대만, 미국, 일본, 스페인 등 작가의 회화, 조각, 일러스트, 사진, 영상 작품 100여점이 아디나와 네모리노 등 오페라 주인공들의 감정에 따라 분류된 10개의 공간에 소개되고 있다. 오페라 줄거리를 따라가며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는 크게 남자의 마음, 여자의 마음, 사랑을 이루어 하나가 된 마음 등 세 가지 주제로 분류돼 있다.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서 순진하고 성실한 농부 네모리노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 주는 작품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다쿠 반나이의 콜라주 작품이다.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하사관 벨코레가 연적으로 등장해 아디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스토리는 점토 조각을 만들어 이를 3D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한 이르마 그루엔홀츠의 작품과 함께 걸렸다. 다급해진 네모리노가 엉터리 약장수에게 사랑의 묘약을 구입하는 대목에서는 안민정 작가의 ‘콩깍지에 관한 연구’가 등장한다. 자신을 보고도 태연한 체하는 네모리노의 모습에 아디나가 느끼는 공허함을 표현한 ‘아디나의 방2’에서는 빛을 주제로 작업하는 정보영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상대가 다가와 주기를 갈망하는 마음을 표현한 ‘아디나의 방4’는 설치미술가 신단비와 미디어아티스트 이석이 뭉친 신단비이석예술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실제 연인인 두 작가가 각각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함께 진행하고 두 개의 이미지를 하나로 만든 사진작품과 영상이미지, ‘둘이 함께 앉아야만 앉을 수 있는 의자’ ‘두 낫 세퍼레이트’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또 대만 출신 사진작가인 신왕의 사진작품과 암투병하는 아내를 웃게 하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니며 핑크빛 발레복을 입고 촬영하는 ‘투투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았던 밥 캐리 등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출품됐다. 서울미술관 안진우 팀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에게 우리가 근원적으로 열망하는 순수한 사랑의 가치를 재고하고 풍부한 감성 경험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2018년 3월 4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김정숙 여사, 장병들에 ‘또봉이 통닭’ 230마리 선물…병사들 “맛이 또봉!”

    김정숙 여사, 장병들에 ‘또봉이 통닭’ 230마리 선물…병사들 “맛이 또봉!”

    김정숙 여사가 국군의 날을 맞아 장병들에게 ‘또봉이 통닭’ 230마리를 선물했다. 함께 식사를 한 장병들은 “통닭 맛이 정말 또봉!”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김 여사는 지난 28일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에 문무대왕함 식당에서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김 여사는 장병들을 위해 치킨 브랜드 ‘또봉이 통닭’ 230마리를 시켰다.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국군의 날인데, 국군의날 되면 특식을 줍니까? 요즘은 우리 군인들이 가장 바라는, 가장 인기 있는 특식이 뭐죠? 치킨? 피자? 햄버거? 옛날에 제가 군대 있을 때는 짜장면이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었고 가장 바라는 음식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찬우 병장은 “여사님께서 이렇게 맛있는 치킨도 준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맛이 정말 또봉! 입니다”라고 말했다. 장연우 일병은 “저도 이 식사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소망인데 대통령님께 이발 한번 해드리고 싶지만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대신에 대통령님과 여사님과 사진을 한 컷만 찍을 수 있다면 정말 평생 소중하게 간직하고, 남은 군 생활 이발병으로서 최선을 다해 복무에 임하겠습니다”고 밝혔다. 이날 김 여사는 문 대통령 군 복무 시절 일화도 소개했다. 김 여사는 “여러분들은 혹시 여기 바깥에 애인 두고 온 사람들 없습니까? (일동 웃음) 저는 연애하던 중에 이 사람이 공수부대로 끌려간다고 그래 가지고 얼마나 걱정이 됐는지, 그때는 공수부대는 병사는 얼마 없었고, 직업군인인 하사, 중사, 상사이랬어요. 그래서 휴가 나올 때는 제발 같이 나오라고 해놓고 제발 조인트 까지 마라, 뺑뺑이 돌리지 말아라 그래 갖고 갔더니, 잘 보이려고 제가 술집에서 술 마시면서 노래도 불렀다니까요. 이런 게 생각나는 거 보면 또 바깥에 있는 애인이나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항상 염려하고 걱정하니 군 생활 꼭 건강하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시고 가족같이 생각하시면서 잘 임무 완성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가시길 빌겠습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여사의 말에 “이 사람이요, 제가 그 입대할 때 훈련소 문 앞까지 가주고, 또 제가 제대할 때 제대하는 부대 문 앞에서 기다려 주고, 박수 한 번 주세요”라고 주문했다. 이에 장병들은 김 여사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월드피플+] 폭발 직전 사고 차량서 사람 구한 군인

    [월드피플+] 폭발 직전 사고 차량서 사람 구한 군인

    미국에서 한 부사관이 우연히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사고 차량에 있던 여성을 구해내 영웅으로 떠올랐다. 미국 폭스뉴스 등 현지언론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지난 1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셸비에 있는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한 한 군인의 의로운 행동을 소개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노스캐롤라이나주 방위군에서 군 복무 중인 코리 힝클 하사다. 그는 이날 오후 샬럿에 있는 기지에서 포레스트 시티에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보일링스프링스 고속도로를 지나던 중 갑자기 자기 차량 앞에서 정면충돌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내 앞에 있던 차들이 서로 충돌해 사방으로 먼지와 연기가 퍼져나갔다”고 회상했다. 지난 15년간 군 복무를 했으며 이라크전 당시 폭발물 제거반으로써 도로에 있던 폭탄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했다는 힝클 하사는 사고 차량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그 즉시 차에서 내려 사고 차량을 향해 달려갔다. 차량에는 운전석에 한 여성이 있었는데 발목이 부러져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차량에서는 연기가 점점 거세져 언제라도 폭발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는 다른 차량에서 도와주러 온 한 남성과 함께 여성이 차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왔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여성을 보호하며 함께 도로 옆으로 벗어났다. 그가 빠져나오자마자 차량에서는 불길이 치솟으며 폭발이 일어났고 일부 차량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근처에 있던 힝클 하사 역시 날아온 금속 파편에 발목을 찔렸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현재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브랜디 귄(28)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힝클 하사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힝클 하사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그가 다음에 한 행동은 진정으로 명예로운 것이었다”면서 날아오는 파편에서 자신을 보호해준 그의 행동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힝클 하사는 “내 행동은 내가 가진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다. 내게도 아내와 두 딸이 있는데 이들이 같은 상황에 부닥쳤을 때 누군가 똑같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힝클 하사는 자신이 구한 여성이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아가기도 했다. 또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두 사람은 물론 서로의 가족은 친구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퇴원해 현재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귄은 “난 그에게 영원히 빚을 졌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시리아 ‘안전지대’ 확정…평화 오나

    시리아 내전의 사실상 승전국인 러시아 주도로 시리아에 안전지대 4곳이 확정됐다. 로이터 등은 러시아와 터키, 이란이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회담을 열어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일대에서 안전지대를 운영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여섯 번에 걸쳐 이어진 3개국의 회담은 ▲중부 홈스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동(東)구타 ▲시리아 남부에 이어 북부 지역에서도 안전지대를 운영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4곳의 안전지대에서는 공습과 교전 등 상호 공격이 중단될 예정이다. 또 장기간 포위와 교전으로 물자 부족을 겪은 반군 지역에 구호활동도 전개된다. 러시아 주도의 4개 안전지대와 시리아 남부에서 미국·러시아·요르단이 중재한 휴전 합의로 극단주의 조직이 장악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나라가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전 발생 6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시리아 정부는 서부와 중부를 중심으로 시리아 영토의 46%를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를 등에 업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마스쿠스 외곽, 알레포, 홈스 등 격전지에서 반군에 승리를 거둔 결과다. 최근에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돈줄’인 동부 유전지대 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IS는 이라크 인접 데이르에조르 대부분을 장악하는 등 시리아 영토의 14%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알하사케를 중심으로 한 북동부 일대는 IS 격퇴전을 벌이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장악했다. 시리아 영토의 약 23%에 해당하는 넓은 지역이다. 반군 조직은 요충지를 잇따라 시리아군에 내주고 북서부 이들리브와 남부 요르단 인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17% 정도에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안전지대 설정으로 인한 현재 구도가 고착화되면 자칫 시리아가 분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 주도 시리아 협상에서 반정부 세력을 대표하는 ‘고위협상위원회’(HNC)의 몬제르 마쿠스 대변인은 앞서 이달 초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안전지대는 시리아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국정원 알몸 합성사진’ 배우 김여진 “눈 뜨고 보기 힘들다”

    ‘국정원 알몸 합성사진’ 배우 김여진 “눈 뜨고 보기 힘들다”

    배우 김여진씨가 국가정보원의 알몸 합성사진 유포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여진씨는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정원이 합성한 사진은) 2011년의 사진이라지요. 그게 그냥 어떤 천박한 이들이 킬킬대며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작품이라구요. 가족들을, 아니 지금 이 곳에서 함께 쵤영하고 있는 스태프들 얼굴을 어찌봐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일이다, 아무리 되뇌어도 지금의 저는 괜찮지 않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이어 “많은 각오를 했었고 실제로 괜찮게 지냈습니다. ‘덕분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구요. 그래도 이건 예상도 각오도 못한 일입니다. 그 추함의 끝이 어딘지 똑바로 눈 뜨고 보고 있기가 힘듭니다”라고 덧붙였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와 검찰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은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얼굴을 두 남녀가 알몸으로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영화 ‘컬러 오브 나이트’의 장면)에 합성한 사진을 만들어 유포했다. 사진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김여진 주연’, ‘육체 관계’라고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이러한 알몸 합성사진 제작 및 유포 계획을 국정원 상부에 보고한 뒤 실행에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에는 “그간 운영을 통해 검증된 사이버전 수행 역량을 활용해 ‘특수 공작’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진은 ‘민간인외곽팀’이 사용하는 아이디를 통해 2011년 10월 네이버 카페 ‘대한민국 긍정파들의 모임’(대긍모)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카페는 ‘북괴 타도, 종북 척결’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모임이다. 영화 ‘박하사탕’, 드라마 ‘이산’ ‘그들이 사는 세상’ 등에서 연기를 펼친 김여진씨는 지난 2011년 1월 홍익대 청소노동자 장기 농성, 김진숙씨 크레인 고공 농성, 반값등록금 1인 시위 등에 함께 목소리를 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팔다리 잃은 美 군인, 득남 아들에게 준 특별한 이름

    팔다리 잃은 美 군인, 득남 아들에게 준 특별한 이름

    전장에서 사지(四肢)를 모두 잃은 군인이 최근 득남을 하게 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은 메인 주 할로웰에 사는 육군 하사 출신인 트레비스 밀스(30)의 소식을 전했다. 모두 세 차례나 아프가니스탄으로 건너가 복무한 그는 5년 전 참혹한 부상을 당했다. IED라 불리는 사제폭발물로 두 다리와 팔 등 사지를 모두 잃은 것.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장서 사지를 모두 잃고 살아남은 불과 5명의 군인 중 1명일 정도로 치명적인 사고였다. 특히나 당시 밀스는 아프간으로 파병 가기 몇 달 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클로에를 고향에 두고 온 상황이라 안타까움은 더했다. 이후 밀스는 10개월의 입원과 19개월에 걸친 재활을 통해 의족과 의수를 달고 다시 당당히 세상에 나타나 미국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던졌다. 이번에 다시 밀스의 사연이 언론에 전해진 것은 지난달 아들 댁스(Dax)가 건강하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밀스는 "아들이 건강하게 태어났다"면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그들을 기려 이름을 '댁스'라 지었다"고 밝혔다. 밀스가 밝힌 '그들'은 병원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두 명의 의사인 다니엘(Daniel)과 알렉스(Alex)다. 밀스가 큰 사고로 사경을 헤매던 지난 2012년, 그는 두 의사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건졌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 이후 전역한 밀스는 전국에서 275만 달러(약 31억원)의 기금을 모아 지난 2014년 자신과 같은 퇴역 군인들을 돕는 재단을 설립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주인 생일 케이크 먹고 죽은 반려견…자일리톨 탓?

    주인 생일 케이크 먹고 죽은 반려견…자일리톨 탓?

    자신의 생일날 황당한 사고로 반려견을 잃은 주인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자크 보울링이라는 남성은 몇 달 전 자신의 약혼자와 함께 두 살 된 반려견 ‘베니’를 입양했다. 지난 4일, 보울링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선물받은 컵케이크를 먹은 뒤 남은 것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울링은 집안에서 반려견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찾아다니다가 쓰레기통 옆에 쓰러져 있는 베니를 발견했다. 보울링은 반려견이 컵케이크를 먹었다는 것을 알고는 이를 토하게 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보울링은 의식을 잃은 반려견을 안고 곧바로 수의사를 찾아갔지만 결국 베니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주인의 생일날 반려견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은 다름 아닌 자일리톨이었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는 자일리톨은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감미료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이 나고 당도도 설탕과 비슷해 어린아이들이 먹는 음식에도 자주 쓰인다. 하지만 이러한 자일리톨이 개에게 매우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보울링은 알지 못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마이클 밀러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자일리톨은 개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일리톨이 조금이라도 함유된 식품을 개가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사람이 자주 먹는 껌이나 박하사탕, 땅콩버터 등에도 자일리톨이 함유돼 있다. 이런 음식들을 개가 먹을 경우 급격하게 인슐린이 분비돼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고, 이것이 발작, 뇌장애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울링은 “베니는 구조견으로도 활동했었다. 베니가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와 약혼녀는 집을 이사하기도 했다”면서 “베니는 우리 가족에게 최고의 반려견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개가 자일리톨을 먹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자일리톨의 위험성을 깨닫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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