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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ctor & Disease]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윤승규 박사

    [Doctor & Disease]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윤승규 박사

    그는 절제를 모르는 우리 사회의 음주습관에 대한 경고로 말문을 열었다. 이런 음주습관 때문에 최근 바이러스성 간염은 주는 반면 알코올성 간염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었다.“우리가 술로 섭취하는 알코올의 80∼90%는 간에서 대사를 하는데, 간이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알코올 양은 생맥주 1500∼2000㏄ 분량인 60∼80g입니다. 이 용량을 초과하면 마치 오토바이 엔진으로 트럭을 끄는 것 같은 현상이 빚어져 ‘침묵의 장기’라는 간도 더는 견뎌내지를 못하게 되는 거죠.” ●간, 하루 알코올 감당량은 생맥주 2000CC 정도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윤승규(46) 박사. 세계적인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 2002∼2003년 연속 등재됐는가 하면 지금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간질환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주목받는 간 전문의다. 그와 지방간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지방간이란 지나치게 섭취한 지방이 활용되지 못하고 지방에 쌓인 상태를 말한다.“꽃등심을 생각하면 됩니다. 꽃등심에서 보듯 간 조직 사이에 지방이 잔뜩 끼어 간 기능을 방해하죠. 우리 간은 생각보다 치밀한 조직인데, 지방간으로 세포가 제 역할을 못하면 5000여가지의 기능을 수행할 수가 없는 거지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방간은 세포의 몸통인 세포질에 쌓이는데, 이 경우 세포핵이 한 쪽으로 밀리면서 기능에 방해를 받는다. 지방간의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모든 지방간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지방간은 크게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뉘는데, 술이 원인인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는 최고 35%가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많게는 20%가 조직의 섬유화로 간이 굳어지는 간경변을 일으켜 결국 간암이나 말기 간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이미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음주 국가로 분류돼 있고, 갈수록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는 터라 그의 설명에서 일종의 전율마저 느껴진다.“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덩달아 늘고 있다는 겁니다. 주로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이 원인인데,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운동을 싫어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경우 비만율이 지난 88년 12.5%에서 98년 35.6%로 10년새 3배로 늘었고 이중 30% 이상이 지방간을 가졌습니다. 이 정도면 상황이 이해가 됩니까.”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음주와 관계없이 간염으로 진행되며, 이 상태에서 간경변-간암이나 간부전의 경로를 거치게 된다. 비만뿐 아니라 지나친 다이어트도 단백질과 활동에너지 결핍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부를 수 있다. ●술 종류보다 음주량이 중요 이어 그는 술과 지방간의 상관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간에는 알코올을 대사시키는 2개의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일단 섭취한 알코올의 80%는 간세포의 알코올 탈수소효소, 나머지는 마이크로좀-에탄올산화계에 의해 대사가 이뤄집니다. 그런데 음주량이 적량을 초과하면 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간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지요.”물론 알코올 대사 능력은 유전적인 소인이 작용해 개인차가 있고, 개별 영양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지속적인 음주는 확실히 간에 대한 ‘혹사’거나 ‘학대행위’다.“지방간은 술의 종류보다는 섭취하는 총량이 중요하며, 지속적인 음주는 간의 대사기능을 크게 떨어뜨려 지방간 발생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바람직한 음주 유형은 적량을 마신 뒤 적어도 48시간 정도 간이 휴식기를 갖도록 하는 겁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대사 기능이 약해 잘 취하고 간 손상도 심하므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대사기능 약해 잘 취해 그는 ‘술은 자주 마시는 것보다 좀 과하더라도 한번 마신 뒤 며칠 쉬는 게 낫다.’는 주장에 대해 “그럴듯한데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술은 중독에 이르기 전에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알코올 중독에 이른 간 질환자의 경우 금주령을 어기고 자꾸 술을 마셔대는 바람에 치료가 어렵다는 사례도 곁들였다. 진단과 치료 얘기도 나눴다.“질환의 심각성에 견줘 진단은 간단한 편입니다. 통상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조직검사를 활용하는데, 혈액검사에서 감마GTP(간질환 진단 효소)가 정상치의 기준인 50을 넘고,SGOT와 SGPT가 35∼40정도면 이상신호로 봅니다. 이 3개 수치가 동반 상승하면 지방간에 의한 간염을 의심하지요. 초음파나 조직검사는 보다 확실한 결과를 알고 싶을 때 사용하는 진단법입니다. “치료는 병증을 초래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알코올성은 금주, 비알코올성은 원인질환 치료가 우선입니다. 예컨대 비만이 원인이면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통해 무조건 체중을 줄여야 합니다. 또 당뇨병은 혈당 조절, 고지혈증은 혈중 지질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요.” ●야채·고단백 저지방식 충분히 섭취를 치료는 식이요법이 무척 중요하지만 알코올성이냐, 비알코올성이냐에 따라 방법이 달라야 한다.“흔히 술꾼들은 안주를 거의 먹지 않는데, 이는 잘못된 버릇입니다. 알코올성이라면 신선한 야채나 과일, 고단백 저지방식을 먹어야 하나 비알코올성은 에너지원이 되는 음식은 철저히 경계해야 합니다.”그에게 식이요법의 강도를 묻자 ‘적당하게’라며 웃었다. 그 웃음 속에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먹고 살았던 조상의 지혜가 배어 있음을 아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 윤승규 박사 ▲가톨릭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미국 하버드의대 MGH병원 연구교수▲대한내과학회·대한소화기학회·대한간학회·대한간암연구회·한국분자생물학회·미국간학회·아시아태평양간학회 정회원▲미국간학회우수논문상·일본간염학회 학술상·대한간학회 최우수논문상 등 수상▲현, 대한간암연구회 학술위원장▲현,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복고풍 드라마 겨울안방 점령

    안방극장도 불황과 추위에 몸이 움츠러든 것일까. 현재 방영되거나 곧 전파를 탈 TV드라마들을 보면,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복고’추세를 반영하듯 ‘과거지향’적인 작품들이 많다. 이미 흥행이 검증된 ‘고전’을 리메이크하거나, 과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해 ‘추억’과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적 사실과 과거 성공한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 내년 1월3일 첫 전파를 타는 KBS 2TV 미니시리즈 ‘쾌걸 춘향’은 고전 ‘춘향전’을 2005년도 판으로 리메이크한 작품. 춘향은 첫사랑이자 서울지검장의 아들인 이몽룡을 공부시켜 명문대에 합격시키는 당찬 여성으로, 변학도는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 신분을 이용해 춘향을 유혹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시대극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SBS 대하드라마 ‘토지’도 박경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이번에만 세번째 리메이크되는 작품. 월·화 드라마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SBS 미니시리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도 과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TV외화 시리즈 ‘하버드대의 공부벌레들’과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다모’를 연출한 이재규 프로듀서가 내년 3월 SBS를 통해 선보일 미니시리즈 ‘훼숀 70s’는 지난 세기 패션계를 주름잡았던 두 인물인 코코 샤넬과 엘자 스키아파 렐리의 대결 구도에서 모티프를 따온 작품.70년대 국내 패션 예술과 산업의 성장 과정을 그린다. ●‘팩션’드라마 속속 등장 과거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faction:fact+fiction)’작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년 1월8일 첫 방송 예정인 MBC 주말드라마 ‘제5공화국’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들과 12·12 쿠데타,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정치사를 드라마화한 작품. 현재 방영 중인 KBS2TV 대하드라마 ‘해신’과 KBS1TV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각각 최인호와 김훈의 소설을 각색, 장보고와 이순신 두 역사적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실존 인물인 삼성 고 이병철 회장과 현대 고 정주영 명예 회장을 모델로 한 MBC‘영웅시대’도 과거 60∼70년대 격동기의 ‘재벌 이야기’에 정치적 혼란 상황을 함께 녹여 드라마화했다. KBS 김현준 드라마 1팀장은 “대리만족 등 시청자들의 심리적 욕구를 꿰뚫는 것이 드라마 기획시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라면서 “최근 ‘고전’을 리메이크하고,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좋았던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불황기 시청자들의 심리가 드라마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TV 시대극 ‘화려한 부활’

    TV 시대극 ‘화려한 부활’

    안방극장 시대극이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올초 MBC ‘대장금’ 의 성공을 발판삼아 쏟아져 나왔던 KBS1‘무인시대’,SBS ‘장길산’ 등 시대극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영웅담’만 내세우며 시청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샀다. 하지만 최근 새로 선보인 MBC ‘영웅시대-2부’(월·화)와 KBS2 ‘해신’(수·목),KBS1 ‘불멸의 이순신’(주말)과 SBS ‘토지’(주말)등은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 신세대 취향의 멜로물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 시청률조사기관 TNS에 따르면 SBS ‘토지’는 지난주 20.1%로 전체 드라마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KBS2 ‘해신’(20.0%·8위)과 KBS1 ‘불멸의 이순신’(18.9%·9위)이 뒤따르고 있다.MBC ‘영웅시대-2부’도 16.3%의 시청률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동 시간대 경쟁 드라마인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16.7%),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16.8%)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처럼 시대극들이 새롭게 인기몰이에 나서는 이유는 새로운 내용과 형식 등 저마다의 색깔을 지니고 있기 때문.KBS2 ‘해신’과 SBS ‘토지’는 각각 최인호와 박경리,‘불멸의 이순신’은 인기 작가 김훈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영웅시대-2부’는 ‘재벌이야기’와 60∼70년대 격동기의 정치적 혼란 상황을 드라마에 함께 녹이면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해신’은 중국 로케를 통해 영화에 버금가는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HD드라마라는 점,‘불멸의 이순신’은 최근 새롭게 조명받는 이순신을 소재로 한 점,‘토지’는 신세대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 등이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층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입적 숭산스님 제자 현각 “큰스님 빈자리 제자들이 메울 것”

    “이 세상 믿을 수 없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저의 손을 꼭 잡고 차를 마시며 ‘공부 챙겨라.’하시던 스님이었는데 금세 다른 쪽으로 가셨습니다.” 4일 숭산 스님의 영결식이 봉행된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만난 현각(사진 앞에서 두번째·서울 화계사 국제선원장) 스님은 “숭산 스님은 무엇보다 제자들이 진정한 수행자가 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 출신인 현각 스님이 한국 선불교에 빠져들게 된 것은 90년 하버드대학원에서 열린 숭산 스님의 특별강연에 매료되면서부터.“처음 만났을 때 스님은 ‘당신은 누구세요.’라고 물으셨습니다.‘제 이름은 폴’이라고 대답하자 스님께서는 ‘그건 당신 몸의 이름입니다. 당신의 진짜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라고 하셨지요. 그때 정말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스님이 주신 ‘오직 모를 뿐’이란 가르침을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현각 스님은 그후 숭산 스님의 인격과 법문에 점점 더 빨려들어갔다.“스님은 다른 종교 지도자들처럼 ‘나를 따르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나를 통해 너희들 자신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라.’고 하셨죠. 곧 스님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진정으로 제자들이 영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을 원하셨던 겁니다.” 숭산 스님의 빈 자리가 너무 커 일부에서는 스님이 세운 세계 120여 곳의 선원이 제대로 운영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각 스님은 숭산 스님이 워낙 일찍부터 후계자 양성에 힘썼기 때문에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스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직전 ‘걱정하지 마라.’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떠나도 너희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 ‘린다 김’ 모델로 삼은 TV 드라마 나온다

    ‘린다 김’ 모델로 삼은 TV 드라마 나온다

    지난 2000년 무기도입을 둘러싼 정치권 불법 로비 의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재미교포 로비스트 린다 김(51·한국명 김귀옥)과 군 전력 증강 사업(일명 백두사업)을 소재로 한 TV드라마가 만들어진다. 드라마 외주제작사인 ‘초록뱀 미디어’ 김광일 대표는 1일 “SBS 드라마 ‘올인’에서 호흡을 맞춘 최완규 작가와 작업해 린다 김을 모델로 한 작품을 2006년 중반쯤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이미 1년 전부터 기획됐으며, 지난해 말 미국에 있는 린다 김을 만나 본인의 자서전에 대한 저작권 등 작품 제작에 대한 동의도 얻었다.”고 밝혔다. 최 작가가 현재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대본을 쓰고 있고,‘영웅시대’‘신돈’에 이어 2006년 초 MBC에서 방영 예정인 ‘삼한지’의 대본 집필에도 당분간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중반 이후 작품 규모 확정과 방송사 협상 등 본격적인 제작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완규 작가는 “‘올인’처럼 ‘린다 김’이라는 한 개인의 성공과 좌절, 사랑 등의 이야기를 극적 모티프로 삼아 여성 무기중개 로비스트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나갈 것”이라면서 “지난해 말 린다 김을 만나 대본 집필에 필요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며, 현재 관련 자료를 수집해 스토리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삼성 세계경영 구상 ‘미래전략그룹’

    삼성의 독특한 해외전문가 조직인 ‘미래전략그룹’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전략 컨설팅과 해외진출 등을 지원하는 미래전략그룹은 1997년 7월 해외 핵심인재를 확보하려는 이건희 회장의 ‘특명’으로 설립됐다. 컨설팅, 재무, 전략기획, 연구개발, 법률, 마케팅, 영업 등 각 분야에서 6년 이상의 실무경험을 쌓은 이들이 창립 멤버다. 당시만 해도 삼성의 위상이 요즘같지 않아 하버드,MIT, 스탠퍼드 등 세계 톱10 비즈니스스쿨 출신의 인재 22명을 ‘모셔 오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7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는 하버드 MBA를 마치고 매킨지에서 7년간 근무했던 벨기에 출신의 요한 베프라테레 등 10개국에서 온 25명이 삼성본관 바로 옆 태평로빌딩에서 삼성의 글로벌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직급은 과장이지만 1억원 이상의 연봉과 한남동의 30평형 이상 아파트 등 섭섭지 않은 대우에 해외경험이 풍부한 삼성직원을 ‘코디네이터’로 지원받는다. 미래전략그룹은 출범직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가족 문제 등으로 2년간의 계약이 끝나면 삼성을 떠나는 인재들도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삼성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계약이 끝나도 대부분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정규직원으로 남고 싶어한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넬슨 앨런은 미래전략그룹을 거쳐 지난해 삼성전자 부장으로 정착했다. 지난 2002년 삼성의 외국인 임원 1호가 된 데이비드 스틸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기획담당 상무도 미래전략그룹에서 발탁된 대표적 사례다.22명의 미래전략그룹 출신 인재들이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SDS, 삼성증권 등에서 일하고 있다. 선발과정도 까다로워졌다. 하버드 등 10대 비즈니스스쿨 졸업자 6000여명을 대상으로 1,2,3차에 걸친 면접을 통해 엄선한다. 미래전략그룹 배병률 상무는 “전략그룹이 그동안 수행한 그룹내 프로젝트만 150개가 넘는다.”면서 “삼성이 최근 괄목할 만한 해외비즈니스 성과를 내는 데 이들이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 유력일간지 르 피가로 29일자는 프랑스 최고의 공학 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닉 출신으로 삼성 미래전략그룹에서 근무 중인 데이비드 앙리(32)의 피에르-포르(Pierre-Faurre)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삼성이 앙리와 같은 인재를 고용하는 것은 전세계의 유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미래전략그룹은 삼성그룹 내부 컨설팅을 수행하는 동시에 해외법인의 잠재적 관리자를 육성하는 특별조직”이라고 소개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숭산 스님 발자취 ‘세계일화’… 해외포교 한평생

    “언제나 이 순간 밖에 없다. 아무 것에도 집착하지 마라. 우리는 오직 모를 뿐이다! 공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생과 같이 있는 것이다. 우리 생활과 떨어진, 지식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 생활의 영향을 그대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숭산 스님의 가르침은 명명백백하다.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니, 본래 있는 그대로에서 깨달음을 구하라는 것이다. 스님의 삶은 그 자체가 그대로 커다란 가르침이자 귀감이었다. “다 걱정하지 마라! 만고광명(萬古光明)이 청산유수(靑山流水)니라.”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열반에 든 숭산 대종사. 스님은 철저한 묵언수행을 원칙으로 했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법회를 열고 제자들과 선에 관해 편지글도 주고 받았다. 숭산 스님과 제자들 사이에 오간 질문과 대답이 ‘공안 인터뷰’다. 수행의 정도가 제각각인 제자들의 질문에 상황에 맞게 답을 들려주는 숭산 스님의 가르침은 부처님의 대기설법과도 통했다. 숭산 스님은 무엇보다 한국 선을 세계에 알린 해외포교의 선구자로 이름을 남겼다. 열반 직전까지 스님이 조실로 주석한 화계사는 한국불교 세계화의 전초기지였다. 스님의 열성적인 포교 덕에 홍콩, 미국, 캐나다, 폴란드, 영국, 스페인 , 브라질,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는 어김없이 한국식 선원이 들어섰다.1989년에는 한국 선지식으로는 처음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포교 활동을 시작했고,1994년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지도자급 승려들과 법거량(法擧揚, 불가의 스승이 제자의 수행 정도를 문답으로 점검하는 것)을 나누기도 했다. 숭산 스님은 1964년에는 한국 불교 최초로 승려대학교육과 종단이 학비를 제공하는 종비생 제도를 실시하는 업적을 남겼다. 한국불교 전파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숭산 스님의 마음 속에는 한국 근대불교 중흥의 선지식인 만공 스님의 가르침이 자리잡고 있었다. 만공은 수덕사에서 주석할 때 ‘세계일화(世界一花, 세계는 한 꽃)’라는 말을 남겼고, 숭산 스님은 이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숭산 스님의 독특한 수행지도를 통해 배출된 서양인 제자는 5만여명. 외국인 승려 가운데 직계 제자만 해도 50명이 넘는다.‘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화계사 국제선원장 현각 스님,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한국식 절 ‘태고사’를 짓고 있는 무량 스님 등도 숭산의 제자다. 현각 스님은 2001년 경북 영주 현정사 주지로 취임하면서 세인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숭산 스님으로부터 “오직 할 뿐(Only Do)”이라는 가르침을 받은 무량 스님은 “숭산 스님은 대단히 융통성있는 스승이다. 미국과 미국인의 현실에 맞게 다양한 가르침의 방편을 쓰시는 분이었다.”고 회고한다. 숭산 스님은 일제 때 독립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감옥에서 풀려난 뒤 친구들과 함께 부모님으로부터 500원을 훔쳐내 만주 국경을 넘어 독립군과 합세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의 정치적 운동이나 학문으로는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없음을 깨달은 스님은 결국 출가의 길을 걷게 된다. 수행승으로서의 숭산의 구도행각은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스님은 계를 받고 10일이 지나 원각산 부용암에서 백일기도에 들었다. 식사로는 솔잎을 말려 빻은 가루로 벽곡( 穀)을 하면서 매일 20시간 동안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를 했다. 그런가 하면 하루에도 몇번씩 얼음을 깨서 목욕을 하기도 했다. 마침내 100일이 되는 날, 스님은 갑자기 자신의 몸이 떠나 무한한 공간에 있음을 느꼈다.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을 때 스님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었으며, 모든 것이 참다운 자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숭산 스님은 “선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스님의 가르침으로부터 큰 의심 덩어리 하나 챙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숭산 스님 행장 ▲1927년 평안남도 순천군 순천읍 출생 ▲1947년 공주 마곡사 출가 득도 ▲1949년 수덕사에서 고봉 선사를 법사로 비구계 수지 ▲1958년 화계사 주지로 취임 ▲1960년 대한불교 신문사 설립, 초대사장 취임 ▲1966년 일본 홍법원 개설, 초대원장 취임 1992년 홍콩 국제선원 개설 ▲1997년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스님 ▲2000년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개원 ▲2001년 대한불교 조계종 법계스님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30일 TV 하이라이트]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SBS 오후 9시55분) 정민은 진아의 도움을 받아서 공개 모의법정 준비를 진행한다. 정민의 스터디 그룹은 현우 팀이 판례집을 찾지 못하도록 방해 작전을 편다. 현우는 화가나서 정민에게 달려들지만 오히려 정민이 현우를 때린다. 정민은 현우가 유명한 김변호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당황한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가정폭력과 이혼이 크게 늘어난 중국에서 배우자의 외도현장을 잡아주는 여성탐정이 등장했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여성들이 행동개시에 나섰다. 이들은 바로 바람피우는 남편을 잡는 여성탐정이다.30명의 여성탐정 대부분은 바람피운 남편 때문에 고통을 겪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문화 문화인(EBS 오후 11시40분) 복잡한 도심의 생활과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제주로 떠난 이왈종 화백.15년째, 제주에서 자유롭게 작품 세계에 몰두하고 있는 이 화백을 만난다. 동백나무가 마당에 떡하니 자리 잡은 작업실. 그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이왈종의 근래의 작업 스타일 또한 엿본다. ●보이 앤 걸(iTV 오전 10시40분) 구석은 소라에게 한 눈에 반하지만 그녀를 찾을 길이 없자 매일 전철역으로 나가 기다린다. 한편 하루종일 상해 시내를 돌아다니며 방을 구하러 다니던 소라와 옌옌은 우연하게 대학동기인 아팡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도움으로 싼 집을 임대 받고 아팡과 함께 셋이서 생활하게 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어느덧 함께 마라도 생활을 한지 10여년이 된 김도형, 김영호 형제. 그들에게 바다는 위안이자 일터이다. 도형씨는 아침부터 방어를 들여오느라 정신이 없다. 관광객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재빨리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동생 영호씨는 마라분교 체육수업에 여념이 없다. ●이것이 인생이다(KBS1 오후 7시30분) 강원도 원주에 특별한 포장마차가 있다. 황동남씨가 절망의 끝에서 일어나 떡볶이를 팔면서 희망의 시를 쓰게 된 곳. 잘 나가던 건축회사 사장이 빚쟁이들한테 쫓기고 포장마차를 한다는 말을 듣기 싫어 그는 거리로 나서기조차 두려웠다. 그렇지만 그는 가족의 사랑으로 다시 일어섰다. ●왕꽃 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충격을 받은 부용화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부용진은 신을 노하게 해서 온 신벌이라며 그만하라고 하지만 부용화는 초원을 위해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린다. 한편 초원과의 만남을 허락받기 위해 무릎을 꿇고 있다가 병원에 입원했던 무빈은 또다시 무릎을 꿇는다.
  • ‘월화드라마’ 중년배우냐, 청춘스타냐

    ‘월화드라마’ 중년배우냐, 청춘스타냐

    ‘노련미냐, 패기냐.’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상파 방송3사의 월화 드라마가 ‘중년 배우와 청춘 스타들의 연기 맞대결’이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KBS 2TV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각각 김래원·김태희와 소지섭·임수정 등 신세대 남녀 스타들을 내세워 시청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반면 MBC ‘영웅시대’는 지난 15일 2부 시작과 함께 최불암 정욱 독고영재 유동근 강석우 이효춘 등 관록있는 중년 배우들을 대거 포진시키며 이에 맞서고 있다. ‘미안하다‘와 ‘러브스토리‘가 10대 청소년과 20∼30대 젊은 여성층을 시청률 공략 주요 대상으로 삼은 반면,‘영웅시대’는 30대 후반 이후 중장년 남성들에게 높은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주 세 드라마의 시청률은 ‘미안하다‘는 19.2%,‘영웅시대’는 15.7%,‘러브스토리‘는 13.7%. 이들 신·구연기자들의 연기 대결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을 정도의 차이다. 특히 ‘영웅시대’가 1부와 달리 박정희 김종필 차지철 이만섭 등 과거는 물론 실존 인물의 실명을 쓰고, 외모와 행동 습관까지 꼭 닮은 배역을 등장시키면서 시청률이 가파르게 상승, 시청률 3파전 양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청춘 스타들의 대결 구도로 관심을 끌고 있는 ‘미안하다‘와 ‘러브스토리‘의 열성팬들은 시청률을 지키기 위한 세몰이에 나서기 위해 상대 드라마 홈피에 비방글을 올려놓는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다.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는 안방극장 월화 드라마 대결이 어떤 구도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역사의 교훈/어네스트 메이 지음

    과거를 흔히 현재를 비추어주는 거울이라고 한다.‘현재와 과거의 끊임 없는 대화’라는 EH 카의 역사에 대한 정의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선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역사에 관심이 많고, 거기서 치세의 교훈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역사적 실체 하나하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있다는 가정하에 가능하다. 역사에 대한 오용은 오히려 오판을 부르는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대 교수로, 미국외교사학회 중진인 어네스트 메이의 ‘역사의 교훈’(이희구 옮김, 한마음사 펴냄)은 금세기 들어 미국 대통령들이 범한 외교적 실패들을 그들의 역사 해독의 오류와 연결시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우선 미국 대통령들은 ‘역사적 교훈’을 어떻게 오용했는지,2차대전과 냉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에 초점을 맞추어 규명하고자 한다. 2차대전이 터지면서 루스벨트는 1차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외교적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독일과 일본을 재기불능할 정도로 제압하는데 치중했다. 한편으로는 소련과의 공생을 통해 세계평화를 이룬다는 외교적 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소련은 결국 동유럽과 한반도의 절반에 대해 세력을 넓히며 미국의 최대 강적으로 부상했고, 냉전과 전쟁의 축으로 자리잡았다. 냉전시대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소련의 팽창정책을 깨달은 트루먼과 측근들은 소련에 대해 적대 일변도의 관계로 몰고 간다. 거기서는 ‘전체주의’ 소련과 과거 ‘전체주의’ 추축국가, 즉 독일·일본·이탈리아가 동일시되고, 여기서 도출된 역사적 교훈은 30년대의 유화정책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절대적 명제로 집약되었다. 트루먼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도 한국에서의 전투는 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트루먼은 1930년대와의 유사성을 생각하며 곧바로 솔선하여 군대를 파견하고 전쟁으로 치달았다. 즉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가 국제연맹 규약에 도전했을 때 즉시 연맹이 결속해 싸우지 않음으로써 2차대전을 가져왔다는 인식하에 즉각 한국전에 개입했던 것이다. 이어지는 베트남 전쟁의 분석을 보면 1961년부터 65년까지 대통령과 그 측근은 전쟁 개입을 둘러싸고 많은 역사적 사례에서 모범답안을 찾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인도차이나 전쟁에서의 프랑스의 패배, 한국전쟁을 비롯하여 필리핀, 말라야의 반군 진압 사례에 이어 중국 ‘상실’의 뼈아픈 상처가 되살아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수많은 역사적 추론이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피상적 논쟁으로 그치게 되며, 다시금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만다. 9·11 이후 한층 시계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여전히 브레이크없이 달리기만 하는 미국 외교에의 불안감과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지도층이 어떠한 역사적 사례를 교훈삼아 대 한반도 외교를 펼쳐나갈 지 지켜볼 일이다.304쪽,1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1) 완도 송징당산제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1) 완도 송징당산제

    ‘장사의 뼈는 진작 초목과 더불어 썩었어도/의연한 그 혼백 노여움 머금어 바람 우뢰 사나우니/귀신이 영웅되어 이 땅에서 받들어지며/신목에 꿩털 꽂고, 나무로 형상을 만들었도다/저 어떤 사람인가?/신당을 괴이하게 비웃으며/부수고 망가뜨려 강가에 던지다니!/백년 풍상에 한 간 당집이 쓸쓸하고/철 따라 복날이고, 섣달이면 마을의 북소리/뉘엿뉘엿 해 질 무렵이면 무당이 굿을 하는데/하늬바람에 갈가마귀 춤을 춘다.’ 당대의 문인 임억령(1496∼1568)이 해마다 송대장군을 받들고 굿을 하게 된 내력을 읊은 장시 ‘송대장군(宋大將軍)’의 한 대목, 시에서 ‘신당’이 있는 곳은 우리에게 청해진 유적지로 잘 알려진 완도 장좌리의 장도(將島). 이곳에는 전설의 인물 송징(宋徵)이 마을신으로 좌정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정월 열나흘 밤이면 풍물굿이 열린다. 모두들 일렁이는 횃불을 들고 물이 빠진 바닷길을 걸어서 섬으로 들어가 장군을 모신 신당 앞에 자리를 잡는다. 굿은 밤새도록 이어진다. 새벽녘 동이 훤하게 터올 무렵에야 신당에서의 굿은 파한다. 여명이 들 무렵이면 들물이 차올라 장도는 다시 물길에 갇히고 만다. 아낙들은 아무런 속이 없이 그냥 흰 밥을 둘둘 만 굵직한 김밥을 하나씩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김치를 곁들인 흰 김밥을 새벽 바다에서 먹는 맛이라니! 그 김밥으로 허기를 때운 사람들, 이제 마을로 돌아갈 행장을 꾸린다. 굿패는 신당을 몇바퀴 돌면서 굿거리 장단을 펼친다. 올 때는 걸어왔지만 돌아갈 때는 배를 타야 한다. 배에서도 요란하게 풍장을 치면서 굿판의 여흥을 사른다. 아침 바다에 울려퍼지는 풍물소리의 매혹스러움을 어찌 글로 다 옮길 수 있으랴. ●매년 정월 열나흗날 섬에서 밤새 풍물굿 지금부터 꼭 20년 전인 1984년. 그 때 머나먼 이곳 장도로 답사를 왔었다. 그 때만 해도 차편이 드물었던 시절이라 어쩌다 시골버스가 다닐 뿐 너무도 조용하여 굿장단에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동네 구멍가게에 자리를 잡고 물이 빠질 때를 기다렸다. 마침 마을 장정 몇이서 됫병 소주를 맥주컵에 그득하게 따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나그네에게도 컵 가득 소주를 부어 권하였다. 그러면서 그 사내들은 송징 장군을 모시게 된 내력을 신명나게 풀어냈다. 그렇게 의기투합해 오래 대화를 나눴지만 그들의 말 어디에도 유명한 장보고 이야기는 없었다. 물이 빠지자 그대로 200여m를 걸어서 장도로 들어갔다. 바다에 에워싸인 언덕배기에는 푸른 밭이 펼쳐져 있었고, 섬 정상부는 유난히 푸르른 동백나무숲이 무성했다. 반짝이며 생기가 도는 동백나무 잎에서 생명의 기(氣)가 무한히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그곳에 조그마한 당집이 있었다. 금줄이 쳐진 당집 문을 열자 송징 장군이 기다리기라도 한듯 좌정하고 우리를 맞았다. 그로부터 10여년쯤 뒤. 다시 한번 그곳 장좌리를 찾았다. 불과 10년 사이에 그 때의 초가 당집은 기와집으로 바뀌어 한 눈에도 근엄해져 있었고 당집 문을 열자 예전에는 없었던 장보고의 영정이 마중하였다. 어느 노인이 들려주었다.“원래는 송징인데, 문화재에서 장보고래요.” 노인이 말한 ‘문화재’란 문화재를 다루는 관계 공무원이나 학자들을 지칭하는 것이리라. 20년 전 조사할 당시만 해도 분명히 송징으로만 전달되었고, 임억령의 시에도 송징이 주인공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빚어졌을까. 변모 과정을 꼼꼼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임억령은 앞의 시를 통해 송징을 모신 굿당을 무시하며 이를 음사(淫祠)로 치부하는 유생들의 고루함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송 장군의 영웅성을 노래했다. 그의 고향이 해남 땅이니 완도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지냈으렷다. 시에서 송 장군은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위력을 보여주는 영웅, 무리를 이끌고 들어와 천험의 요새에 진을 치고 민중을 도와주었던 출중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송 장군을 둘러싼 다양한 ‘설’만 있을 뿐 아무런 입증자료가 없다. 분명한 것은 하나, 송징이란 뛰어난 인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가 완도민들을 위하여 무언가 선한 일을 했을 법한데 영웅으로서 피를 흘리며 비장하게 죽고 말았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바다의 영웅,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 모셔지게 되었고, 임억령의 시에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렇듯 오랜 세월을 모셔지던 바다영웅 송징이 주인 자격을 잃고 느닷없이 장보고로 바뀌었다니…. 송징은 원래 장보고인데, 신라에서 장보고 세력을 대대적으로 숙청하였기에 내놓고 장보고를 모실 수가 없어 송징으로 이름을 바꿔 모시게 된 것이라는 희대의 궤변도 등장했다. 송징은 분명 실존인물이었을 것으로 비정된다. 민중의 입장에서 영웅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영웅답게 당신(堂神)으로 신격화되었다. 그런데 1990년대 이래 송징의 의미는 격하되고 장보고라는 ‘새로운 신화’가 느닷없이 그 자리를 넘보기 시작하였다. 장보고의 시대적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오랫동안 숭배되어 온 민중영웅은 끝내 쫓겨나고 거짓 신화가 창조된 것이다. ●송징장군 10여년 전부터 장보고로 뒤바뀌어 그동안 제 대접을 받지 못하였던 장보고의 인물사적 조망이나 유적지 발굴 등 현양사업의 필요성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헌이 남아 있지 않으니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어도 문화재청의 발굴 결과 장도는 청해진의 진지로 비정되며, 학계에서도 대략 이를 공인하는 분위기다.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법화원 터도 발굴되었다. 일찍이 미국 하버드대학의 라이샤워(E.O.Reischauer) 교수가 ‘해양 상업제국의 무역왕’으로 표현하고 그의 직책을 총독(Commissioner)으로 지칭했듯 장보고는 백가제해(百家濟海)하던 해상국가 백제의 전통을 이어받았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해양의 원대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현양사업은 계속되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장도의 주신은 엄연히 송징이다. 역사적으로 장보고가 남해안의 신으로 좌정한 적은 없었다. 왜구를 물리친 최영도 남해안의 신이 되어 있다. 억울하게 죽은 민중의 영웅이라면 대개 민중의 신으로 좌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상하게도 장보고만은 민중의 신이 되지 못했다. 참으로 이상한 점이기는 하나,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마을 주민들에게서 다양한 증언이 나오고 있다. 송징 장군, 정년 장군, 혜일대사는 예전부터 당제로 모셔졌지만 장보고 장군을 모신 것은 10여년 전부터라고 했다. 정확하게는 1982년 남도문화제 출전 이후부터라고 아예 못을 박는 이들도 있었다. 장보고 장군을 모시자는 마을 유력자들의 건의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고도 했다. 영국의 역사학자 홉스바움(E.Hobsbawm)이 이론화시킨 ‘만들어진 전통’의 개념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설명하는 데 매우 유효할 것이다.‘전통 만들기’로 인하여 반허구적 조작이 이루어지고, 역사적 연속성을 초월하여 과거가 새로이 만들어졌으며, 심지어 역사적인 연속성조차 새로이 만들어진다고 그는 설파하였다. 장보고를 되묻는다.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러나, 중요한 만큼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다. 혹시나 박정희 시대의 이순신 장군, 전두환 시대의 세종대왕, 김대중 시대의 장보고 식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을 취하면서 ‘정치적’으로 귀착한 것이나 아닌지. 장도가 청해진이라는 발굴 성과가 제시되자 사람들은 한층 ‘전통 만들기’의 욕망에 허덕이는 듯 보인다. 장보고와 송징은 섞여서 해석되고, 장보고의 ‘만들어진 전통’을 위해 ‘거추장스러운’ 송징은 마땅히 죽어야만 한다는 듯. 송징의 옷을 빼앗아서라도 새롭게 갈아입은 장보고가 주인공이 되어야만 우리들 시대가 펼치려는 온갖 장중하고도, 때로는 불필요한 일까지 포함하는 장보고 현양사업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모든 길은 장보고로 통한다.’는 식에 가까운 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온갖 추정과 가설이 정설로 둔갑되고 마침내 확고부동의 진실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어떤 유력 일간지는 아예 ‘천년 넘게 이어져온 장보고 당제’라는 특집도 내보냈으며,TV도 ‘장도와 청해진, 장보고, 마을신앙’의 연결을 공식화하기에 여념이 없다. 역사적 근거가 없으니 안타깝거니와 사실은 ‘아둔한 짓’ 아닐 것인가. ●천년 넘게 이어져온 장보고 당제라니… 송징은 조만간 완벽하게 죽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훗날에는 장보고의 ‘만들어진 전통’,20세기 초기나 말기의 행위들이 당당히 사서(史書)에 기록되고, 새로운 구전(口傳)으로 이어져서 새 전통으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인 즉, 민중신앙사의 장기 지속에서 연이어 온 송징만큼은 훗날을 위해서라도 온전히 보존해 두어야할 것 아닌가. 매우 하찮은 일 같지만, 이렇듯 역사적 뿌리마저 뒤범벅해 놓으면서 어찌 후대의 역사적 평가 운운하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으랴. 한학자 임형택(성공회대) 교수도 이를 경계하여 ‘민중영웅의 형상이 또 한번 훼철당한 사례’로 비판한 바 있다. 장보고를 핑계삼아 희생양처럼 훼철된 송징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 늠름하게 좌정해야 하지 않을까.
  • [열린세상] 강한 자만이 남을 칭찬할 수 있다/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교수

    일본이 올해의 언어로 ‘욘사마’를 정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기쁨보다 놀라움이 앞섰다.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회의에서 만난 베트남 사회학교수가 들려준 베트남에서의 ‘대장금’ 열풍과 겹쳐 한국 대중문화의 저력을 인정받는 기쁨보다 한국 TV 드라마 주인공의 애칭을 자기들의 한해 언어로 선정한 일본 사회의 내적 자신감과 국경을 뛰어넘는 열린 마음에 대한 놀라움 때문에서다. 니가타 강진의 여파로 흔들리는 도쿄의 식당에서 한·일시민사회포럼 준비를 위해 일본의 대학교수, 언론인, 변호사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화제는 그날 있었던 한국의 헌법재판소 판결결과와 일본의 욘사마 신드롬이었다. 참가자 대부분이 남성들이었던 만큼 일본 중년여성의 욘사마 열풍에 그들도 놀랐다는 반응이다. 일본 공영 NHK-TV에서는 배용준의 ‘겨울연가’를 세차례나 방영했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욘사마의 인기에 질투를 느낄 정도라는 등의 이야기가 꼬리를 물었다. 내년은 을사보호조약으로 주권을 잃은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침략과 피침, 억압과 저항, 정복과 해방으로 점철된 한·일의 비극적인 역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것도 을사보호조약이다. 내년 중 일본은 역사교과서를 새로 채택하게 된다. 일본 시민사회의 개입이 실험대에 오르는 해가 바로 내년이다.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덮는 화제가 욘사마였다. 욘사마의 소식을 접하면서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드 란데스 교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란데스 교수는 저서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에서 일본 근대화의 성공 요인을 강한 정신적 자신감으로 풀이하고 있다.19세기 말 제국주의 세력의 서세동점(西勢東漸) 시대에 일본이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을 거둔 이유는 강한 정신적 자신감이라는 인프라에 터를 두고 겸손하게 강자의 장점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한 정신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강자의 장점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강자가 될 수 있었고, 강자가 될수록 더 한층 마음의 문을 열고 겸손해 지면서 타인의 지적 자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서방 선진국에 대해 겸손을 무기로 삼는다. 그들은 자기보다 앞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기록하고 녹음하며 사진을 찍는다. 겸손을 통해 강자의 자부심과 자만심을 부추겨 무장해제시킴으로써 강자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게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적 성공은 식민지 지배를 볼모로 한 것이라는 우리의 상투적인 생각과는 다른 란데스 교수의 분석을 접하면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을 지적당한 느낌이다. 욘사마 신드롬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한류 열풍에 대한 자화자찬이 대부분이다. 어떤 동료는 사실은 번역이 잘 되어 한국에서 우리가 보았던 ‘겨울연가’와는 수준이 다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번쯤 입장을 바꾸어 올해의 언어를 딱 하나만 고르라고 했을 때 이웃나라 대중문화 주역의 애칭을 선택할 용기가 있을까 자문해본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자는 자기 자신도 존중하지 않는 자이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칭찬에 인색한 자는 그만큼 내적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욘사마 이야기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사고의 비약일까. 상대방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정치권의 공방이 국민들까지 편 가르기를 부추기고 있다. 나를 존중할 때 사실은 상대방도 존중할 수 있다. 표현이 무엇이든 그것이 나라 사랑이라는 동기에서 나왔다는 것을 인정해줄 때 상대방의 장점이 보이고 마음의 문도 열리는 법이다. 우리끼리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서는 세계화의 파고를 이길 수 없다. 을사보호조약 100주년을 앞두고 일본과 우리의 선택을 다시 비교해본다. 욘사마와 일본인, 그리고 세계화와 열린 마음, 열린 사회와 관련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진정 강한 자만이 남을 칭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교수
  • [책꽂이]

    ●오늘이 역사다(정옥자 지음, 현암사 펴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규장각 관장을 지낸 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의 역사에세이. 오늘의 문제를 역사의 창을 통해 비춰보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씨줄삼아 43개의 이야기를 따뜻한 문체로 펼쳐나간다.8000원. ●존경받는 부자들(이미숙 지음, 김영사 펴냄) 문화일보 워싱턴특파원인 지은이가 한국적·비교문화적 관점에서 미국의 기부문화와 미국인들의 자선정신을 살핀 책. 짧은 역사, 인종간 대립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21세기 최강국이 된 저력은 가진 것을 함께 나누려는 일반인들의 기부의식과 부유층들의 자선정신에 있다고 강조한다.1만 3900원. ●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찰스 프레드 앨퍼드 지음, 이만우 옮김, 황금가지 펴냄) 일찍이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정신분석적 방법을 적용해 사회현상을 연구해온 지은이가 악에 대해 분석한 책. 인종청소, 테러, 연쇄살인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폭력까지 68명의 다양한 사람들과 면담하면서 인간이 악에 굴복하는 이유를 밝힌다.1만 5000원. ●일본만화의 사회학(정현숙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세계 만화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일본 만화의 막강한 경쟁력의 원인을 만화사적 접근을 통해 분석했다. 만화출판의 오랜 역사속에서 독특한 출판방식, 출판사와 만화가의 유기적 관계, 젊은이들의 독특한 소비문화 등의 토대위에서 대중문화의 주역으로 성장해 왔음을 밝힌다.2만원. ●중국의 하늘을 연다(하성봉 지음, 일송북 펴냄) 지난 2001년부터 3년간 한겨레신문 중국특파원을 지낸 지은이의 생생한 중국 현장보고서. 취재활동을 통해 알게 된 거대한 중국의 실체와 그 뒷얘기, 광활한 땅덩어리를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그린 여행기 등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았다.1만 3800원. ●환상을 만드는 언론(노엄 촘스키 지음, 황의방 옮김)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지은이가 미국의 주류 언론의 본질과 그 이면을 들여다본 책. 촘스키는 미국 언론들이 ‘언론의 자유를 누리며, 정확하고도 공정하게 언론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란 물음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어떻게’,‘왜’ 아닌지 깊이 있게 통찰하고 있다.1만 2800원. ●하버드에서 만난 부처(소운 지음, 도솔 펴냄) 도쿄대, 하버드대에서 13년간 공부하며 수행했던 비구니스님이 들려주는 배움과 만남의 이야기. 특히 하버드에서 만난 진정한 부처의 이야기를 따뜻하면서 재미 있게 소개한다. 미국, 일본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 곳에서 당차게 지냈던 소운은 항상 수처작주, 즉 어느 곳에서든 자신이 처한 곳에서 주인이 되라고 강조한다.9000원.
  • SBS드라마 ‘주인공 죽이기’ 기승

    SBS드라마 ‘주인공 죽이기’ 기승

    “어떤 병으로 할까 고민중이에요. 병이 6개월 또는 1년 이상 지속되면 (드라마 전개상) 안되고…. 통상 3개월짜리 췌장암으로 하는데, 재미는 없으니까…의사들과 다른 ‘짧은 것’으로 논의하고 있어요.”(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제작진) 또 죽인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인 ‘주인공 죽이기’가 또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선봉에는 SBS가 있다. ●‘러브 스토리‘서도 여주인공 죽어 스토리 전개상 완성도를 높이거나 극적인 반전을 위해 주인공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모든 창작물에서 흔히 있는 일. 하지만 최근 방영되거나 곧 전파를 탈 SBS의 드라마들 중 상당수는 안방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아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혹은 조기 종영으로 인한 급작스러운 결말을 내기 위해 ‘생뚱맞게’ 주인공을 죽인다. 이미 ‘완전한 사랑’,‘천국의 계단’,‘발리에서 생긴 일’ 등에서 결말을 모두 ‘주인공 죽이기’로 처리해 지적을 받은 SBS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에서도 같은 행태를 되풀이해 비난을 사고 있다. 곧 방송될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을 죽음으로 내몬다. 22일 첫 전파를 타는 월화드라마 16부작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여자 주인공 수인(김태희)이 병에 걸려 죽는 것이 결말이다. 제작진은 아직 대본이 모두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 ‘수인이 멕시코와 북한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하다 13회분에서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리는 것’만 확정하고 어떤 병으로 할지 고민 중에 있다.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다 계획보다 2회가 줄어든 16부를 끝으로 중도하차한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는 18일 마지막회에서 급조된 결말을 위해 지훈(고수)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아이를 낳는 정우(박예진)를 보기 위해 병원으로 가다 사주를 받은 폭력배들의 칼에 찔린뒤 정우 앞에서 숨을 거두는 것으로 마무리해 해피엔딩을 바랐던 시청자들을 실망시켰다. 암에 걸린 정우 역시 지훈을 따라 죽음에 이른다는 결말도 암시했다. 앞서 인혜(박정아)의 부친은 교통사고로, 생모 또한 사업 실패로 세상을 뜨면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제작진은 “갑작스레 조기종영이 결정되면서 17일에야 회의 끝에 지훈이 비극적 최후를 맞는 것으로 대본을 마무리했다.”고 해명했다. 한자릿수의 시청률을 보이다 지난 16일 5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대하사극 ‘장길산’도 마지막회 등에서 원작과는 완전히 다르게 주인공들이 ‘무더기’로 숨을 거두는 장면을 연출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종영한 주말드라마 ‘매직’도 마지막회에서 주인공인 강재(강동원)의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을 유도했다. ●시청자들 “해피엔딩 한번 봤으면…” 시청자들은 유독 SBS 드라마에서만 주인공들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한다.‘김정남’이라고 밝힌 시청자는 “SBS 드라마가 시작될 때마다 ‘이번엔 어떤 주인공이 죽을까?’를 예상하게 될 정도로 ‘주인공 죽이기’에 관한 한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비꼬았다.‘김정민’이란 시청자는 “매번 똑같은 작가가 쓴 것 같이 왜 스토리가 모두 이 모양이냐?”면서 “제발 SBS에서 해피엔딩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열린세상] 공교육의 유효경쟁을 강화하라/김장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대규모 패널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의미있는 교육관련 통계를 며칠전 발표하였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가정배경이 좋고 소득수준이 높은 부모를 가진 학생일수록 학업성취도와 수능점수가 높고 세칭 일류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항간의 소문이나 개인적 경험을 통하여 현재의 학교 교육체계가 계층상승보다는 계층재생산 기능이 강하다는 점이 여러 채널을 통하여 주장되어 왔다. 이번 직능원의 발표는 이러한 주장이 통계적으로 사실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가난한 집의 자식이 공부를 잘한다는 속설은 이제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으며,‘개천의 용’이 갈수록 옛말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더 이상 교육이 신분상승의 주요한 기제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의 현행 학교교육제도는 건전한 인격체 양성과 시민정신의 함양이라는 교육의 본원적 목적달성에 결코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날 지식사회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인적자원도 제대로 양성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청년층의 직업기초능력의 저하현상은 여러 측면에서 입증되고 있다. 전체 고등학생의 30%를 점하고 있는 실업계 고교의 직업교육기능은 거의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학교에서 체득하는 지식과 기술이 직업세계에서 요구되는 것과의 불일치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효율성 측면에서의 교육실패와 더불어 학교교육제도의 또 다른 주요 기능인 교육의 계층이동기능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입증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러한 교육부실의 원인을 모두 학교교육에만 돌릴 수는 없다. 넓게 볼 때 가정과 사회 전체가 교육과 학습의 주요 공간이다. 교육부실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체의 성숙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현행의 교육체제, 특히 공교육체제의 기본 틀과 관행, 그리고 그 역할구도의 변화와 개혁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먼저, 교육세습화의 주 요인의 하나인 사교육 의존도를 대폭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교육의 내실화와 충실화가 핵심적 관건이다. 공교육의 충실화의 필요성은 그 동안 학계나 정책입안자에 의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에 정면으로 도전하기보다는 변죽을 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 정책성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수월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공교육충실화의 기본방향은 학교간, 그리고 학교 내에서의 다양한 방식의 유효경쟁의 기반구축과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유효경쟁은 제한된 수의 시장 참여자가 일정한 준칙에 따라 경쟁함으로써 경쟁의 장점과 공동체적 강점을 일정한 수준에서 조화시키는 모형이다. 현행의 경직적 평준화제도는 경쟁의 이점을 거의 살리지 못하는 데서 공교육 실패의 단초가 주어지고 있다. 교육자치의 확대, 학생의 학교선택권 확대, 특목고 및 자립형학교의 확대 등은 학교간의 유효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주요대안이다. 수준별 수업의 활성화는 학교내부에서의 유효경쟁을 제고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대안들은 모두 현행의 평준화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도입이 가능하다. 유효경쟁의 전제조건으로는 교사를 포함한 각 학교의 교육내용과 성과에 관한 모든 정보의 공개이다. 학교교육에 크게 영향을 주는 대학입시도 대학에 맡기는 것이 유효경쟁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하다. 수능시험도 미국의 SAT제도처럼 자격소양시험 성격으로 바뀌어야 한다. 일년에 한번밖에 시행하지 않는 현행의 수능제도는 우연의 요소가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각 대학도 좋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 다양한 전형제도의 도입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하버드 등 미국의 주요 일류대학은 다양한 전형방법을 통해 우수학생을 선발하고, 등록금은 부모의 부담능력에 따라 차등화하고 있다. 교육의 세습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장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 티없이 티나게 ‘프레피 룩’으로 입자

    티없이 티나게 ‘프레피 룩’으로 입자

    흐트러지지 않는 지성을 풍기는 ‘프레피 룩(Preppy Look)’. 돈들인 티를 내는 화려함이 아닌, 고급스러운 지성미를 드러내는 프레피 룩의 인기와 관심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근원지는 오는 22일부터 방영하는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극중 하버드 의대생 김태희(이수인 역)와 법대생 김래원(김현우 역)의 패션은 방영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프레피 룩을 주도하고 있다. 깊은 브이(V)넥 니트와 면팬츠로 대표되는 이 ‘엘리트 패션’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은 성급하게 관련 사이트에 ‘∼스타일 니트는 어디가 가장 예쁜가요.’‘아이비리그 옷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는 9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패션의 부활로 하버드, 예일, 펜실베니아, 컬럼비아 등 미국 8대 아이비리그의 문장이 새겨진 티셔츠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미국 동부 명문학교 아이비리그의 신사복 스타일을 캐주얼하게 해석한 프레피 룩은 실용적이고 단순하다. 지나치게 화려한 디테일은 제한하고, 몸에 잘 맞게 재단해 고급스럽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랄프로렌 퍼플라벨, 폴로, 빈폴의 빈폴레이디스(여성), 빈폴옴므(남성), 빈폴키즈(아동) 등. 스트라이프(줄무늬)나 체크무늬 재킷(무늬가 없어도 좋다.), 폴로셔츠와 타이가 기본이다. 남성은 깔끔한 면바지, 여성은 주름스커트와 무릎 길이의 반양말. 딱 ‘교복 기본형’을 연상하면 된다. 캐주얼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는 재킷 대신 브이넥 니트가 제격이다. 프레피 룩을 연출할 때 중요한 것은 색상과 아이템의 조화. 짙은 남색 재킷에 줄무늬 흰색 셔츠와 화이트·베이지 계열의 면바지는 깔끔한 기본 스타일이다. 셔츠와 니트 등 이너웨어를 빨강, 노랑, 오렌지 등 화사한 색으로 연출하면 세련돼 보인다. 짧은 체크무늬 주름스커트와 반양말 코디는 스쿨걸의 귀여운 분위기를 낸다. 꽈배기 무늬의 브이넥 니트에 흰색 셔츠, 주름스커트와 낮은 굽 로퍼로 우아한 숙녀 분위기를 연출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몸값 90만불 존스홉킨스大 총장 미국내 대학총장 연봉랭킹 1위

    |뉴욕 연합|미국 대학 총장들 가운데 연봉 랭킹 1위는 존스 홉킨스 대학의 윌리엄 브로디 총장이며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등 동부 명문 사립대 총장들은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타임스는 15일 대학교육 전문지 ‘고등교육’지(誌)의 조사를 인용해 대학 총장들의 연봉 실태를 전하면서, 2003 회계연도에 연봉 50만달러(약 5억 5000만원) 이상을 받는 대학 총장이 52명으로 전년도의 27명에 비해 거의 두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브로디 총장의 연봉은 89만 7786달러로 펜실베이니아대의 주디스 로딘(89만 3213달러) 전(前) 총장과 밴더빌트대의 고든 기(88만 7209달러) 총장을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들 외에도 렌실러 공대의 셜리 앤 잭슨, 드렉셀대의 콘스탄틴 파파다키스 총장과 보스턴대의 존 실버 전 총장 등이 연봉 80만달러 이상을 받았으며 이어 뉴욕대 존 섹스턴 등도 고액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전시회여는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대자연의 모습과 고향의 산천을 열심히 캔버스에 옮겨봤습니다. 우리 산하처럼 아름답고 아늑한 곳은 없는 것 같아요.” 경영의 귀재, 자연주의 화가, 최고의 강연가. 강석진(65·서강대 겸임교수) CEO 컨설팅그룹 회장을 지칭하는 수식어다. 미국 경영계에는 전 GE코리아 회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2년 전 GE 코리아 회장직에서 물러날 때 잭 웰치 전 회장이 “풀타임 아티스트와 교수로서의 첫발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을 정도다. 뿐만 아니다. 한국 화단에는 개성이 강한 화가로 정평이 나있다. 시골 동네 뒷산에 올라 평화로운 들녘을 바라보는 그의 화법은 아무도 흉내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15∼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갤러리에서 화가 입문 30년을 결산하는 전시회를 갖는다.‘두고온 별, 우리의 산하’라는 제목으로 근작 30여점을 모았다.14일 오후 전시 준비를 하던 그는 “어때요,(그림이) 괜찮죠.”라며 웃는다. 수줍은 듯하면서도 자신감이 배어나온다. “지난 30년 동안 작품활동을 해오면서 언제나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준 자연의 정을 담으려고 애를 썼지요.” 그는 30년전 미국 뉴욕의 한 ‘길거리 화가’와 인연을 맺었다. 퇴근하던 그는 길거리에 전시된 작품 앞에 문득 발을 멈추고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감명을 받은 그는 화가에게 다가가 “나도 화가가 되겠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화가는 선뜻 그림에 필요한 도구뿐만 아니라 화가가 되는 데 필요한 조언까지 해주었다. 얼마 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고 박득순 화백과 박기태 화백 등에게 풍경화와 인물화 등을 배우며 독특한 화풍을 구축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신미술회·신작전회·한국풍경화가회 회원이다. 틈틈이 대학 강의도 나간다. 프랑스 쇼몽 초대전을 비롯, 중국·러시아·일본·이탈리아 등 국내외에서 20여차례 전시회를 가졌다. 개인전은 이번이 세번째. 경북 상주 출신으로 64년 중앙대 경제학과를 나온 뒤 연세대 대학원 공업경영학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책꽂이]

    ●파이 이야기(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작가정신 펴냄) 열여섯살 인도 소년 파이가 벵골 호랑이와 함께 구명보트를 타고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하는 줄거리의 장편소설.2002년 부커상 수상작으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연상시킨다는 찬사를 받았다.‘식스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판권을 사서 영화로 제작중일 만큼 극적 구성이 탁월하다.1만원. ●나를 발효시킨다(이가희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 ‘한국 토종엄마의 하버드 프로젝트’를 펴내 화제가 된 시인 이가희가 첫 시집을 냈다. 무심히 뒹구는 일상속 글감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감각이 재치있고 여유롭다.6000원. ●그 스님의 여자(강은자 지음, 해와달 펴냄)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간 남자가 창녀와 사랑의 시련을 겪으면서 조금씩 구도의 길에 접어드는 얼개의 장편소설. 지난해 프랑스 파이야르 출판사에서 출간돼 ‘부르고뉴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당시 작가는 ‘프랑스어권 문학의 혜성’‘동양의 진주’ 등의 찬사를 받았다.9000원.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전2권)(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정란 옮김, 새움 펴냄) 인기소설 ‘연인’으로 관능적 문체를 각인시킨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1950년에 발표한 자전소설.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10대를 보낸 작가가 식민지의 경험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시적 리얼리즘’을 일구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정란의 번역이 꼼꼼하다. 각권 8500원. ●뿌리(상·하)(알렉스 헤일리 지음, 안정효 옮김, 열린책들 펴냄) 1976년 발표된 미국 흑인문학의 고전 ‘뿌리’를 소설가 안정효가 다시 번역했다.1977년 안정효 자신이 번역한 책에서 빠진 부분(하권)을 보충하고, 만연체 원문의 특징을 최대한 살렸다. 각권 7500원. ●사랑(임의진 지음, 샘터 펴냄) 시인이자 포크송 가수, 수필가이기도 한 재주 많은 작가가 최근에 쓴 수필과 시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전남 땅끝마을 강진의 흙집에서 살고 있는 작가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행간에 넘치도록 담아냈다. 작가가 손수 그린 기기묘묘한 그림들도 흥미롭다.9000원.
  • 美 한반도전문가 인터뷰

    美 한반도전문가 인터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보수적인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에 ‘쓴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한·미 양국의 본격적인 관계조율이 시작되기도 전에 싱크탱크 쪽에서 나오는 이같은 강성발언은 앞으로 한·미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처럼 양국관계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영향력이 큰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과 워싱턴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마르커스 놀란드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원을 인터뷰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美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북·미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아무래도 ‘제로섬 게임’이 될 것 같다. 양쪽이 모두 이기는 ‘윈윈 게임’이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미국과 북한 모두 상대방에 대해 실망만 하는 단계에 와 있다. 6자회담은 계속되겠는가. -한번은 더 할 것으로 본다. 부시 정부 내에서 6자회담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출신이다. 거기서 배우는 것은 사업이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를 따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시 대통령은 갖가지 요인을 놓고 6자회담이 성공할 것이냐, 실패할 것이냐를 평가하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아마 실패라고 평가할 것이다. 그런 평가 이후의 행동은. -그렇다고 부시 정부가 곧바로 일방적인 행동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6자회담 참가국이 모두 모여 다음 수순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 한국과 긴밀히 대화할 것이다. 참가국 모두가 6자회담이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평가를 내리고 나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군사적 행동 가능성도 있나.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 군사적 행동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은 해군과 공군에 충분한 최첨단 군사력을 갖고 있다. 물론 외교적 해결은 계속 가능하다. 예를 들어 중국이 6자회담을 주도했다. 중국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분쟁해결을 위한 첫번째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실패로 돌아가면 베이징의 체면이 뭐가 될 것인가. 미국과 중국이 이치에 맞지 않는 북한의 협상 태도에 대해 얘기하게 될 것이다. 한·미관계를 어떻게 보나. -한국이 진실로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말로만 북한 핵이 위협이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위협을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다. 만일 북한의 위협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여부를 갖고 증명해야 한다. 지금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것 아닌가. 한·미관계가 북한 때문에 악화되는 것인가. -그것은 비밀도 아니다. 미국이 한국보다 북한의 위협을 크게 느낀다. 참으로 역설적인 불균형이다. 미국은 북한 핵이 테러리스트에게 건네질 가능성을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한국은 서울이 공격당하는 것만 생각한다. 지금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누구도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한다. 양국 정부가 미래를 논의하고 있지 않은가. -상호방위조약의 문구 몇개를 고치는 차원이 아니라 전반적인 한·미관계의 맥락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장기적으로 북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한국의 안보 위험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시기마다 안보의 위협은 변하는 것이다. 이라크와 북한, 이란 가운데 어느 쪽이 부시 정부의 우선순위가 될까. -미국에게 북한의 위협은 이란보다 크다. 잠재적인 위협은 이라크보다도 크다.(악의 축인) 이라크, 이란, 북한 가운데 잠재적으로 가장 위협을 주는 것은 북한이다. 한국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은데.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부시의 재선을 비상사태(emergency)로 봤다고 하더라. 나도 구체적으로 청와대의 누가 부시의 당선을 원하지 않았는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두 나라는 역사적인 동맹국이다. 두 나라가 협력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남북정상회담이 거론되는데. -지난번 남북정상회담은 한국의 납세자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줬다.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이뤄진다면 법적으로 투명하고, 남북간에 비밀 거래가 없어야 한다. ● 마르커스 놀란드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부시 대통령 집권 2기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할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 부시 행정부는 진실로 이라크전 등 중동 문제에 집중하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안에 북핵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결정지으려 할 것이다. 북한은 협상에 응할 것으로 보는지. -북한이 핵 무기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6자회담 참가국들은 핵 없이도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또 만일 북한이 핵을 경제지원을 약속받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라면 역시 참가국들이 “핵이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번영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과연 북한이 확신을 갖게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6자회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나. -그러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회담 참가국 전체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누가 협상을 그르친 것인가. 회담에서 미국이 말한 것, 북한이 말한 것을 전부 비교해 봐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부시 정부로서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공동의 이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북·미 양자회담은 필요하지 않은가. -미국으로서는 북한과의 어떤 협상도 다른 참가국들에 확인시킬 필요가 있다. 다만 미국의 경제 제재가 북한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식의 북한 주장이 사실인가 등을 실제로 따져 보는 기회 같은 것은 가질 수도 있겠다. 북한의 인권은 미국에 어느 정도 중요한 이슈인가. -2차적인 문제다. 역시 가장 중요한 현안은 핵 무기와 미사일이다. 그 다음이 북·미간의 외교관계 회복이나 경제 이슈, 인권 등이다. 한·미 관계는 어떤가. 양국관계는 늘 북한 문제에 좌우되는가. -북한에 대한 한·미간의 입장은 일반적으로 같다고 본다. 그러나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한국은 한반도의 관점에서만 남북관계를 본다. 핵이든 재래식무기든 경제협력이든. 그러나 미국은 보다 넓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관점에서도 북한문제를 본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 등 국제적 관점에서 봐야 할 사안도 있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이슈와 우선순위가 다르다. 그것이 갈등의 요인이다. 한국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할 수 있을 거다. 다만 워싱턴에서 볼 때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행동하기를 꺼려한다는 느낌을 갖는다.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한국으로부터는 무엇인가를 얻어낸다.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협력하면 얻을 수 있지만 협력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자리’가 돼야 한다. 또 부시 대통령이 진실로 협상을 원하는데, 북한이 협상을 하지 않으면 사정이 악화된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측에서 그런 것을 하지 않는데 대해 미국이 우려하는 것이다. 북한이 결국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나. -회의적이다. 나의 생각이 잘못이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으로서는 진지하게 협상하는 자세를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결국 협상이 결렬됐을 때 북한이 실패의 책임을 안게 되고 미국 등 참가국들이 제재와 압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 붕괴와 관련한 시나리오도 자주 등장한다. -내가 서울신문 독자들에게 북한의 붕괴를 예고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 경제, 한국과의 대치 등 북한의 상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향후 수십년 안에 북한의 정치체제에 큰 변화가 오거나 북한이 사라진다고 해도 크게 놀라지 않을 것이다.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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