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하버드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폭도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448
  • [피플 인 포커스] 美 국토안보장관 내정 처토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1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토안보부장관으로 임명된 마이클 처토프 연방법원 판사는 동료들 사이에서 ‘강단있는 일벌레’로 통한다. 뉴저지주 엘리자베스에서 유대교 랍비의 아들로 태어난 처토프는 하버드 법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변호사가 됐다. 처토프의 경력란에는 앞서 같은 자리에 임명된 직후 중도하차했던 버나드 케릭 전 뉴욕주 경찰국장과 마찬가지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등장한다. 개인 법률회사에서 근무하던 처토프를 줄리아니 당시 맨해튼 연방검사가 발탁, 마피아 및 정치부패 사건을 맡긴 것이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국토안보부의 인선은 사실상 줄리아니의 몫으로 할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처토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취임 때 공화당 정부에서 일했던 연방 검사 가운데 유일하게 유임됐을 정도로 민주당으로부터도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처토프는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상원의 이른바 ‘화이트워터’ 스캔들 조사위에서 공화당 소속 수석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의혹을 추궁했다. 이 때문에 클린턴 부부와는 적이 되고 말았다. 부시 대통령은 처토프를 지명하는 회견에서 “9·11 테러 직후부터 2003년까지 법무부 범죄수사 담당 차관보로서 대 테러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극찬했다. 처토프는 테러전을 위해 시민권 일부를 제한하는 애국법의 제정에도 깊숙이 간여했으며,2003년 말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기관지인 위클리 스탠더드에 테러용의자의 구금에 관한 보다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을 촉구하는 글을 싣기도 했다. 민주당측에서는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점들이 인권에 대한 빈약한 인식을 보여준다며 문제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의 인준을 받으면 처토프는 출·입국과 세관, 수송 보안, 해안경비 등 무려 22개 기관에 18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방대한 조직을 통솔하게 된다. 처토프와 그의 부인은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부시 후보에게 각각 1000달러를 헌금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처토프의 지명으로 부시 대통령은 2기 행정부 구성을 완료했다. dawn@seoul.co.kr
  • 美 국토안보부장관 체토프 연방법원판사

    |워싱턴 이도운 특파원|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1일 사임 의사를 밝힌 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의 후임으로 마이클 체토프 뉴저지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했다. 체토프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법무부의 형사업무 책임자로 일하며 9·11테러 당시 미국의 법률적 대응에 중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경제보좌관 및 국가경제위원회 사무국장에 하버드대 동창생인 앨런 허버드를 임명했다. 허버드는 지난해 11월 사임한 스티븐 프리드먼의 뒤를 이어 행정부 내 각 부처의 경제정책을 조정하고 의회 및 언론을 상대로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 특히 그는 부시 2기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인 사회보장 개혁과 세제개편을 앞장서 추진하는 일에 주력할 전망이다. dawn@seoul.co.kr
  • [열린세상] 로스쿨에 바라는 것/김화진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하버드 법대가 회계학과 통계학 전임 석좌교수를 임명했다는 소식이다. 요즘 로스쿨을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에 각 학교마다 그 준비를 위해 부산한 와중에 신선한 뉴스이다. 미국의 법대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여기가 법대인지 경제학과인지 경영대학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미국의 법학교육과 연구, 심지어는 실무도 철저한 실증적 연구와 자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흔히 미국의 로스쿨이 우리 식의 법대에 실무교육을 가미한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큰 오해이다. 오히려 철저한 이론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경제학 박사학위가 없으면 일급 로스쿨의 교수가 되기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교수들뿐 아니라 학생들 중에도 경제학 박사들이 수두룩하다. 하버드 법대에 입학하면 논문작성 요령에 관한 작은 책자를 하나 받게 된다. 남의 지적재산을 활용하는 요령을 가르치는 자료인데 이 책자의 서두에 인상적인 말이 쓰여있다. 오래 전에 학교의 교수진은 학교가 실무교육을 어느 정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길고도 깊은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결론은, 학교는 이론교육에 치중해야 하고 따라서, 학술논문의 작성이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다. 교수들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론에 강하고 창의적인 졸업생이 실무에서도 크게 성공하더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사법연수원 교육의 일부를 로스쿨에서 한다는 개념으로는 서구의 로스쿨을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로스쿨의 도입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열린 장을 만드는 데서도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하버드 법대의 현 학장은 여성이며, 스탠퍼드 법대는 그보다 먼저 여학장을 배출했다. 클린턴 부부와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도 참석하는 동창회를 주재하는 예일 법대의 학장은 코리아에서 온 망명객의 2세인 소수민족 출신 학자이다. 세계 40개국에서 온 외국학생들, 의학박사, 컴퓨터엔지니어, 걸프전 참전 해병대 장교, 전미 태권도챔피언, 야전 지휘관으로 200명 가까운 군인들의 생명을 책임지던 예비역 여군 대위, 목사, 아프리카와 남미의 20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전직 유엔공무원…. 이런 급우들과 함께하는 수업에서는 책과 교수님으로부터는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또, 톰 크루즈가 ‘어 퓨 굿맨’에서 학교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 해서 학장의 감사패를 받으러 오고, 사우디 아라비아의 야마니 석유장관이 경기관총을 코트 안에 감춘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모교를 방문하고 자신이 은사와 함께 설계해서 창설한 OPEC에 관해 특강을 한다. 우리에게는 언제 이런 것들이 가능해질까. 예일 법대의 고홍주 학장은 지난 7월1일의 학장 취임사에서 세계화에의 부응, 법조에의 지원과 기여, 공익활동의 강조, 교수진의 혁신 등 네 가지를 미래의 역점 사업으로 제시하였다. 하버드 법대의 로버트 클락 전 학장도 학장으로서의 가장 어려운 임무는 세계화와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는 학내외의 수요에 맞춘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그를 담당할 교수요원을 양성, 물색해서 영입하는 일이라고 한 적이 있다. 우리의 로스쿨 준비에도 유념해야 할 말들이다. 우리가 미국의 로스쿨과 같은 곳을 조만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은 전임교원의 수나 시설, 실무경험을 가진 교수의 비중 같은 지표들로만 발전될 수 있는 곳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의 로스쿨 논의는 양적인 측면에 편중되어 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교수들이 영입되는 것은 좋으나 학술논문 작성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도외시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로스쿨은 세계화를 전신으로 느끼면서, 생각하고, 다양성의 문화를 흡수해서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이해하고 창조적인 해법을 고안해 낼 줄 아는 인재들을 배출해 내는 곳이어야 한다. 김화진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 [이젠 사람입국이다] 3.종업원 생애 책임지는 기업

    [이젠 사람입국이다] 3.종업원 생애 책임지는 기업

    |파리 함혜리특파원| ‘세계는 끊임없이 발전한다. 직업도 변화한다. 따라서 나 자신을 무장한다.’불로뉴비양쿠르에 있는 르노그룹 인적자원국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구다. 사내 직원교육제도를 소개하는 리플렛 표지에도 적혀 있는 이 문구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생산 과잉, 경기 부진까지 겹쳐 있는 것이 오늘날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다. 게다가 수만가지 첨단 기술의 복합체인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은 기술의 진보에서 조금이라도 눈을 돌릴 여유를 주지 않는다. 르노그룹은 종업원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이같은 환경에서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판단한다. 사내 재교육제도를 꾸준히 강화시켜 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르노 신화의 비결은 인적자원 루이 슈웨체르 르노그룹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르노가 지닌 경쟁력의 자산은 르노의 힘이며,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성장의 기본이다. 재교육은 기업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종업원 개인의 직업적 성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그의 의지는 종업원들의 요구와 맞아 떨어져 1999년 프랑스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직원의 재교육권(DIF)을 인정하는 노사협약으로 결실을 맺었다. 프랑스에서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직원재교육에 관한 법’의 모델이 되기도 한 이 노사협약에 따라 르노그룹의 모든 종업원은 직종, 성별, 연령의 제한없이 자신의 직무 완성도와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받을 권리를 갖는다. 직종·직급에 따라 생산직은 연간 25∼35시간, 관리직은 6일간의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연수적립제를 도입해 주어진 교육시간을 다 사용하지 못하면 다음 해에 이월할 수 있도록 했다. 인적자원개발국 파트리시아 뮐러 재교육담당 국장은 “르노는 직원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사내 재교육제도를 기업발전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면서 한때 적자투성이의 국가적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르노가 짧은 시간에 글로벌한 생산체제를 갖춘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인적자원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전문성 극대화시키는 맞춤식 프로그램 전략기획팀의 미셸 베르제스 부장은 “재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개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기업의 발전”이라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각자 필요에 맞게 재교육 프로그램을 짠다.”고 설명했다. 종업원들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와 있는 트레이닝 가이드를 참조하면서 기술적 숙련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글로벌한 경쟁체제에 맞게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매년 교육 프로그램을 짜기에 앞서 상사와 면담을 갖는다. 회사의 장기 전략과 세부조직의 목표, 종업원 개인의 향후 진로 및 직무능력 등을 감안해 전문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도록 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 역시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교육 프로그램은 3000가지에 이를 정도로 세분화돼 있는데 이 가운데 10% 정도는 매년 새로운 것들로 바뀐다. 더이상 쓸모가 없는 내용들은 버려지고, 그 자리를 최신 기술이나 정보로 채운다. ●2003년부터 ‘퍼포먼스’ 시스템 가동 르노는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퍼포먼스’ 시스템을 구축,2003년부터 가동하고 있다.5∼10년 후의 기업환경을 고려해 큰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표준화된 세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한 뒤 교육내용에 대한 종업원들의 의견을 수렴, 이듬해 프로그램 내용에 반영하는 선순환 시스템이다. 전체 급여의 6.5%에 해당하는 1억 100만유로가 재교육에 투입된 2003년의 경우 르노자동차 직원의 80%가 사내 교육에 참가했다. 평균 참여시간은 2002년 32.2시간에서 36시간으로 늘었다. 르노는 ‘퍼포먼스’ 시스템을 2004년부터 전세계 르노그룹 계열사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춘 만큼 이제는 소프트웨어(인적자원)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경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lotus@seoul.co.kr ■ 英 유통업체 테스코 재교육은 |체스헌트(영국 하트퍼드셔주) 장택동특파원|“기업은 직원을 키우고, 직원은 고객을 살핀다.” 전세계 23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체 테스코는 직급별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직접 대면하는 고객이 많은 업종인 점을 감안, 고객만족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은 매장에서 직접 이뤄지기도 하고 외부기관에 위탁하기도 한다. 일부는 인터넷을 통해 진행된다. 알렉스 트렌차드 해외협력과장은 “단계별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고, 승진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프로그램은 직급에 맞춰 6단계로 세분화된다.1단계는 평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동·은·금 단계로 나눠진다. 금 단계까지 통과하면 해당업무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증서를 수여한다.1단계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대학에서 정보통신, 영어, 수학 등을 배운다. 영국 정부가 주관하는 이 ‘실습생 제도’에 참여하면 학비는 정부에서 지원하고, 회사는 직원이 학교에서 교육받는 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한다. 테스코는 지난해 20명을 참여시킨 데 이어 올해는 500명으로 25배나 늘렸다. 매장의 부문별 관리자가 대상인 2단계에서는 점포 운영에 필요한 핵심 업무들을 교육받는다. 이어 3단계에서 매장 전체 관리자는 재정, 업무 변화, 마케팅 등 경영관련 과목을 배우면서 간부로서의 자질을 키우게 된다. 4단계 매장 총지배인은 회사의 ‘리더십 개발센터’에서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분야별 담당 이사가 받는 5단계에서는 하버드 등 유수 대학에서 최고위 경영과정을 이수하고, 마지막 6단계인 최고 경영진까지 교육은 계속된다. 니콜라 스틸 직업훈련국장은 “나도 17년 동안 여러 상점을 돌아다니면서 훈련단계를 밟아왔다.”면서 “테스코는 평범한 직원이 오랫동안 내부교육을 통해 고위직까지 올라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taecks@seoul.co.kr ■ 네덜란드 ‘로열더치셸’에선 해외파견때 배우자 현지취업 교육 |헤이그 장택동특파원|네덜란드 헤이그의 카렐 반 바이랜틀란 거리에 위치한 다국적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의 학습기관 ‘셸 러닝’ 센터.13개의 교실마다 세미나와 강의가 한창이다. 한 교실에서는 유럽 전역에서 모인 중견간부 10여명이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고, 옆 교실에서는 고객과 신뢰관계를 쌓는 요령을 강의하고 있었다. 로열더치셸은 학습과 윤리를 경영의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존 올드햄 교육담당 이사는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직원들이 정확한 교육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준다.”면서 “직원이 새로운 업무를 찾아 나가도록 ‘도전 정신’을 강조하고 이에 필요한 지식은 교육을 통해 채워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현업기반교육을 강조한다. 일을 하면서 현장에서 배우고, 배운 것을 통해 업무를 발전시킨다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중견간부들은 근무시간의 20∼30%를 직원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사내 정규교육은 셸 러닝 센터에서 주로 맡는데 리더십, 조직변화, 공정표준화 등이 주요 과목이다. 실무교육은 각 지사와 작업장별로 직급과 업종에 맞춰 실시된다. 이 회사에 27년째 근무 중인 폴 트리머 북유럽 담당 부사장의 사례는 이 회사의 학습체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학에서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본인의 희망에 따라 시장분석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기획·판매 분야로 옮겼다가 브라질·볼리비아 등지에서 가스배급 책임자로 일했다. 직종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경영, 외국어, 리더십 등은 회사에서 교육받을 수 있었다. 트리머 부사장은 “강의를 듣고, 현장에서 배우면서 원하는 분야에 도전하고 자리를 바꿔나갔다.”고 말했다. 로열더치셸은 한편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한다. 다른 교실에서는 40∼50대 여성 10여명이 강사의 설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해외에서 직장을 구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들은 조만간 해외지사로 발령날 남편을 둔 아내들이었다. 외국에 함께 나가 있는 동안 아내들도 직업을 갖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같은 교육을 진행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직원들은 자기개발 차원의 학습도 할 수 있다. 한 예로 1998년부터 시작된 ‘더 나은 세계’라는 프로젝트는 희망하는 직원들을 40개 개발도상국으로 보내 기술자문도 하고 문화도 배우도록 배려한다. 전세계에서 11만 5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로열더치셸은 연간 160억달러 이상을 교육비로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교육분야를 더욱 강화할 방침을 세우고 셸 러닝 센터를 증축하고 있다. 이 센터 책임자인 감트 로 이사는 “앞으로는 셸 러닝 센터가 회사를 상징하는 심장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taecks@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①삼성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①삼성그룹

    어느 시대에나 나라와 집단을 움직이는 인맥은 있다. 과거 권위주의적인 시절에는 권력 중심의 인맥이 조명을 받았지만, 요즘은 자본을 토대로 형성된 인맥집단이 눈길을 모은다. 지난해 말 단행된 주요 그룹 인사에서 창업자의 2,3세들이 사장이나 임원으로 속속 승진하면서 재계의 ‘가계도’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 사실 재계의 인맥과 가계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계급간 갈등이 악화되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발전해 왔듯이 90년대 이후 재벌가문의 인맥도는 정략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의 주요 그룹들이 창업에서부터 2세,3세로 내려오면서 어떻게 가업을 승계해 왔고, 총수와 더불어 대그룹을 일군 주역들이 누구인지를 주 1회씩 연중 기획으로 조명해 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후원자인 메디치가, 근세유럽 최고의 명문가로 알려진 합스부르크왕가, 미국의 케네디·부시가 등 서양에는 그 사회가 인정해 주는 명문가가 있다. 한국에도 수백년 내력의 명문가문이 존재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존재가 미약하다. 대신 일제치하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자본을 축적한 ‘재계 명문가’들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권력이 최우선이었던 시대가 지나고 금력의 위력이 커질수록 재계 명문가의 위상도 커지고 있다. 재계 명문가를 일군 창업주들은 대부분 좋은 집안 출신도 아니고 고등교육을 받지도 못했지만 대를 내려오면서 후손들은 명실상부한 상류층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한국의 몇 안되는 ‘상류층 클럽’의 최정점에 재벌 2,3세들이 서 있고 또 그 정상에는 삼성가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데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일군 ‘삼성가’는 오늘날 대한민국 재계의 대표 가문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1938년 29세때 자본금 3만원과 은행자금 20만원으로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만주에 청과물과 건어물을 수출하고 제분업을 병행하면서 1년 만에 두배의 이익을 거뒀고 이를 토대로 연산 7000석 규모의 ‘조선양조장’을 매입하며 삼성의 기틀을 세웠다. 현재 삼성은 자산규모 92조원으로 공기업인 한국전력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지난해 자산을 꾸준히 늘려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가 나면 명실상부한 재계 1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매출 136조원, 세전이익 19조원이라는 경이로운 경영성과를 이뤄냈다. 직접 수출만 527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2542억달러)의 21%를 차지했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한때 120조원을 넘었다가 현재 94조원에 달한다.2위인 LG그룹(36조원)과 비교해 보면 그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삼성은 또 CJ, 신세계, 한솔, 새한그룹과 연결돼 있고 중앙일보그룹, 보광그룹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신세계 5조 2000억원(21위),CJ 4조 9000억원(23위), 한솔 3조 4000억원(36위), 중앙일보·보광 1조원 등을 더하면 ‘범 삼성가’의 자산은 106조 5000억원에 달한다. ●다양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혼맥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혼맥은 의외로 담백하다. 특히 이건희 회장대로 내려오면서 특별한 집안을 ‘간택’하지 않았다. 이미 재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선 삼성가로서는 더 이상 혼맥을 통해 뭔가를 기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병철 회장 사후 삼성은 91년 11월 신세계와 전주제지(한솔),93년 6월 제일제당(CJ),95년 7월 제일합섬(새한),99년 중앙일보 등을 독립시키며 세포분열을 거듭했다. 새한을 제외하고는 각자의 영역에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병철 회장은 8명(3남 5녀)이나 되는 자녀를 분가시켰지만 명성만큼 화려한 혼맥은 아니었다. 이맹희씨가 그의 회고록에서도 밝혔듯이 이 회장은 혼사를 통해 권력층과 줄을 잇는 체질이 아니었다. 다만 자유당 시절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을 역임한 고 홍진기씨 집안과 사돈(이건희 회장)을 맺은 것이나 둘째딸 숙희씨를 LG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3남인 구자학씨에게 시집보낸 것 정도가 눈에 띈다. ●비운의 장손가, 화려한 부활 장남 이맹희씨는 어릴 적부터 약조가 돼 있던 손영기 전 경기도 지사의 딸 손복남씨와 결혼했다. 한때 17개 계열사 경영을 맡으며 장남의 역할을 다했지만 일찌감치 그룹 경영에서 발을 빼야 했다. 맹희씨의 존재는 항상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묻어둔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 등의 회고록에서 “고 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제일모직 등 ‘제일’자 계열과 안국화재(현 삼성화재)를 나에게 넘기기로 했었다.”고 발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맹희씨는 현재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살고 있다. 당대에 이루지 못한 맹희씨의 꿈은 지난 2002년 장남인 이재현씨가 CJ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어느 정도 풀렸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 회장은 삼성과 무관한 씨티은행에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 경리부로 자리를 옮기도록 했다. 그는 이후 93년 잠깐 현재 이재용 상무 자리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로 일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제일제당과 함께 했다. 이 회장은 비록 CJ그룹이 삼성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 차이가 나지만 삼성가의 장손으로 그 위상이 만만치 않다. 이병철 회장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도 2000년 타계하기 직전까지 서울 장충동에서 이 회장과 함께 살았다.87년 이병철 회장 장례식때 영정을 들고 앞장선 사람도 이 회장이었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미국에 머물던 이 회장의 누나인 미경씨를 CJ엔터테인먼트,CJ CGV,CJ미디어 및 CJ아메리카 담당 부회장에 임명했다.CJ는 이 회장의 외삼촌 손경식 회장이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새한의 도전과 좌절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인인 이영자씨와 연애 결혼한 차남 창희씨는 91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비사건(사카린 불법유통사건)으로 한때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고 67년 삼성이 인수한 새한제지(전주제지) 이사로,68년에는 삼성물산 이사로 일했지만 그룹 경영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었다. 창희씨는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와세다대 동문이다. 창희씨 사후 새한은 부인 이영자씨를 회장으로 97년 새 CI를 선포하며 독립그룹으로 발을 내디뎠지만 곧바로 경영위기를 겪고 만다.2000년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는데 채권단에 따라 ㈜새한 계열과 새한미디어 계열로 나눠졌다. 새한미디어는 현재 론스타로의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한은 99년 일본 도레이사와 3대7 합작을 통해 도레이새한을 출범시켰다. 2000년 지분을 채권단에 양도한 이영자 전 회장과 아들인 이재관 전 부회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은 삼성의 분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몰락하고 말았지만 혼사만큼은 화려했다. 장남 재관씨는 동방그룹 김용대 회장가의 딸인 희정씨와 중매로 결혼했다. 재관씨는 ㈜동방 주식 1만 6000여주를 갖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재찬씨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딸인 선희씨, 재원씨는 김일우 서영주정 사장의 딸과 결혼했다. 막내딸인 혜진씨도 조내벽 전 라이프그룹 회장가로 시집갔다. ●글로벌 삼성을 만든 이건희 회장 3남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2대 회장이 된 것은 유교적 전통과 장자승계가 원칙인 한국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70년대에 이미 ‘3남 후계’ 방침을 확정했다. 이병철 회장은 ‘호암자전’에서 “장남 맹희는 주위의 권고와 본인 희망대로 그룹 경영을 일부 맡겨 봤지만 6개월도 못가 맡겼던 기업은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면서 “창희는 그룹 산하의 많은 사람을 통솔하고 복잡한 대조직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알맞은 회사를 건전하게 경영하고 싶다고 희망해 희망대로 해주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와세다대 1학년때 중앙매스콤을 맡아보라고 했더니 본인도 좋다고 했는데 조지워싱턴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그룹 경영에 차츰 참여하기 시작했다. 내가 겪은 기업경영이 하도 고생스러워 중앙일보만 맡았으면 하는 심정이었지만 본인이 하고 싶다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양녕대군, 효령대군 대신 3남인 충녕대군(세종)을 택한 태종의 결단과 닮은 꼴이다. 87년 11월19일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뒤 12일 만인 12월1일 삼성의 2대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7년 만에 삼성의 차원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 회장이 취임한 1987년 매출 13조 5000억원과 비교하면 14년 만에 매출이 10배로 늘어났다. 세전이익은 1900억원에서 19조원으로 100배나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이상 절상된 올해도 삼성은 매출 140조원, 세전이익 14조 6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이 회장의 ‘신경영 전도사’라는 평가를 받는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최근 이 회장의 ‘17년 경영’을 이렇게 평가했다. “반도체 투자 같은 천문학적인 액수는 보통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한때 잘나갔던 일본 반도체 업체들도 CEO들이 결단을 내리지 못해 투자시기를 놓쳤다. 반면 삼성은 이 회장이 전략을 제시하고 투자를 결정해 줌으로써 강력한 리더십이 생긴다. 계열사 사장들은 회장의 비전 제시를 책임감 있게 충실히 이행하고 구조본은 이 과정에서 정보분석 등 보좌업무를 수행한다. 삼성의 힘은 이같은 ‘3각 경영시스템’에서 나온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우리 회장’을 진심으로 따르고 승복하니까 이같은 영향력이 나오는 것이다.” 이 회장과 홍라희 여사의 만남은 부친들끼리 미리 약조가 돼 있는 상태에서 66년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처음 이뤄진 뒤 7개월 뒤인 67년 5월 결혼으로 이어졌다. 홍 여사는 당시로는 큰 키(165㎝)에 미모와 지성을 갖춘 재원으로 이후 한국 재계의 ‘퍼스트레이디’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대 미대(응용미술학과) 출신인 홍 여사는 79년 막내 윤형씨를 낳고 난 뒤인 83년 현대미술관회 이사로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67년 삼성으로 시집온 뒤 이건희 회장의 후계구도가 확정된 71년부터는 삼성그룹의 사실상 ‘안방마님’이었지만 서열상으로 엄연히 형님(맹희·창희씨 부인)들이 있고 위로 시누이가 넷(인희·숙희·덕희·순희씨)이나 있어 편하기만 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홍 여사는 85년부터 98년까지 친정아버지(고 홍진기씨)가 회장으로 있는 중앙일보 상무로 재직했다.95년 호암미술관장으로 취임한 홍 여사는 96년에는 삼성문화재단 이사장까지 맡았지만 98년 이사장직을 남편인 이 회장에게 돌려줬다. 지난해 4월 현대미술관회 부회장으로 선임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 옆에 국내 최고 수준의 미술관인 ‘리움(Leeum)’을 개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해외활동도 활발해 93년부터 CIMAM(국제근현대미술박물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박물관 국제이사회 회원, 영국 테이트갤러리 국제이사회 회원이다. 이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96년 프랑스 문학예술훈장인 ‘코망되르’를 받았고 2003년에는 제57회 자랑스런 서울대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딸들의 맹활약 삼성가는 딸들의 경영활동이 활발하기로 유명하다.5명의 딸 가운데 덕희(숙명여대)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화여대 출신이다. 장녀인 이인희씨는 경북지방의 대지주였던 조범석가로 시집갔다. 남편인 조운해씨는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원장·이사장 및 병원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도 맏사위 자격으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일부 갖고 있다. 인희씨는 91년 삼성에서 분리,92년 한솔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며 새 출발했다. 한때 계열사가 16개에 이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현재는 8개 계열사로 줄었다. 장남인 조동혁 회장에 이어 현재 그룹 경영은 3남인 조동길 회장이 맡고 있다. 차남인 조동만 전 한솔PCS 회장은 PCS 사업매각 관련 비리로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차녀인 숙희씨는 LG가로 시집을 갔다. 남편인 구자학씨는 해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제일제당, 동양TV 이사, 호텔신라 사장, 중앙개발 사장 등 처가에서도 활발한 경영을 펼쳐 눈길을 끈다. 그는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본가로 돌아간 뒤 금성사 사장,LG반도체·LG건설 회장 등 굵직한 자리를 맡다 지난 2000년 외식산업인 ‘아워홈’을 갖고 독립했다. 지금도 LG가에서 구자학 회장은 ‘구씨답지 않게 낭만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인물’로 회자된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삽입형 생리대인 ‘탐폰’을 국내 처음으로 내놓는 등 여성적인 섬세함은 ‘LG가’보다는 ‘삼성가’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숙희씨의 아들 본성씨도 한때 삼성 계열사에서 일했다. 딸인 명진씨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과 결혼했다. 3녀 순희씨는 대학교수와 결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4녀 덕희씨는 삼성가의 고향인 경남 의령의 대지주 이정재씨 집안으로 시집갔다. 마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남편 이종기씨는 중앙일보 부회장, 제일제당 부회장을 거쳐 삼성화재 회장까지 지내다 은퇴했다. 그는 지금도 삼성전자 주식 8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큰손’이며 동서인 조운해씨와 마찬가지로 에버랜드 주식도 갖고 있다. 삼성가의 딸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5녀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 회장의 시아버지는 4·5대 국회의원과 삼호방직·삼호무역 회장을 지낸 정상희씨로 남편인 재은씨가 차남이다. 남편인 정재은씨는 경기고·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엘리트. 삼성항공·삼성종합화학 부회장, 삼성전기 회장, 삼성전자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삼성그룹에서 맹활약하다 분가와 함께 삼성을 떠났고 현재 신세계 고문직을 갖고 있다. 신세계가의 후계자인 정용진 부사장은 미스코리아 출신 고현정씨와 결혼했다가 2003년 이혼했다. ●최고의 사돈감,‘소박한’ 결혼 이건희 회장은 홍 여사와의 사이에서 재용(삼성전자 상무), 부진(호텔신라 상무보), 서현(제일모직 부장), 윤형(학생)씨를 낳았다. 이재용 상무는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거쳐 일본 게이오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마쳤다.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차분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중장기 전략담당인 이 상무는 최근 소니와의 7세대 LCD(액정표시장치)합작사인 ‘S-LCD’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S-LCD는 삼성과 소니가 ‘명운’을 걸고 시작한 사업. 차기 CEO로 꼽히는 구타라기 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이사로 내세운 소니는 삼성측에 이 상무의 이사 등재를 특별히 부탁했다. 이 상무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첨단기술에 관심이 많아 혼자서도 사업장을 둘러보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등 열심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이 상무는 98년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인 세령씨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당시 ‘미원-미풍 전쟁’을 벌였던 삼성과 대상이 사돈을 맺었다는 점과 연세대(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었던 세령씨의 빠른 결혼, 영호남 대표기업의 혼사 등이 화제를 모았었다. 임씨는 삼성가 며느리라는 지위 외에도 ㈜대상 주식 10.22%를 보유하고 있는 등 만만치 않은 재력을 자랑한다. 세령씨의 서문여고 동창들에 따르면 학창시절부터 말수 없이 조용한 데다 미모를 갖춰 일찌감치 ‘최고의 신부감’으로 꼽혔다고 한다. 지난해 초 호텔신라 상무보로 승진한 부진씨는 연세대 아동학과 출신으로 99년 삼성 계열사의 평범한 회사원 임우재씨와 결혼했다. 임씨는 현재 삼성전자 소속으로 미국 유학중이다.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파슨스 출신인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장은 2000년 동아일보 사주인 김병관 회장의 차남인 재열씨와 결혼했다. 재열씨는 지난해 초 제일모직 상무로 승진했다. 아직 미혼인 막내 윤형씨의 배필이 누가될지 벌써부터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화여대 불문과 98학번인 윤형씨는 지난해 싸이월드에 개설한 미니홈피가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었다. 당시 윤형씨는 재벌가의 딸답지 않는 소탈하고 귀여운 글을 많이 남겨 ‘삼성가’에 대한 세인들의 궁금증을 어느정도 풀어줬다. 지금은 활동이 중단됐지만 ‘다음’의 윤형씨 팬카페(이뿌니 윤형이네) 회원수가 1만 2000여명이 넘을 정도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씨가와 홍씨가 LG가 구씨-허씨의 ‘합작품’이라면 삼성은 이씨와 홍씨가 함께 이끌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홍진기 회장의 장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최근 각을 세워왔던 노무현 정부의 주미대사로 내정됨에 따라 현 정권과 중앙일보, 삼성가로 이어지는 관계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과 고 홍 회장의 인연은 4·19 직후 홍 회장이 3·15 부정선거와 관련해 옥고를 치르고 있을 때 이 회장이 면회를 가면서 시작됐다. 전 국무총리 신현확씨의 소개로 이뤄졌는데 신현확씨도 이후 삼성물산 회장까지 지내며 삼성과 돈독한 인연을 유지했다.87년 이병철 회장 사후 이건희 부회장을 2대 회장으로 추대한 회의도 신현확씨가 주재했다. 홍 회장은 65년 라디오서울(동양방송 전신) 개국 4개월 뒤 경영을 맡았는데 80년 신군부에 동양방송을 ‘강탈’당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의 중앙일보를 일궈냈다. 홍 회장이 삼성그룹에서 직접 경영한 것은 중앙일보(66∼67년,68∼86년)밖에 없지만 그가 삼성에 끼친 영향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다. 삼성의 언론사업에는 비화가 있다.‘호암자전’과 ‘삼성 60년사’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은 60년대 초 정계 투신을 결심했었다. 기업가의 사회적 공헌이 전적으로 무시되고 오히려 ‘부정축재자’,‘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한비의 국가 헌납 등)에 환멸을 느낀 이 회장이 직접 정치를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1년간의 고심 끝에 정치보다는 언론사업을 택했다. 이른바 ‘정권은 유한하지만 언론은 무한하다.’는 세간의 ‘이치’를 일찌감치 간파한 셈이다. 홍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타계 직전인 86년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이 회장은 조사를 통해 “당신은 내 일생을 통해 제일 많은 시간을 접촉한 평생의 동지요, 삼성을 이끌어 온 같은 임원이요, 사업의 반려자였고, 가정적으로는 나의 사돈이었다.”며 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관·언·재의 홍씨 4형제 홍씨 가문은 네 아들을 뒀는데 하나같이 훤칠한 용모에 좋은 머리를 갖고 있다. 주미대사로 내정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엘리트로 30대(39세)에 세계은행(IBRD)의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등 정부쪽 일도 수행했다. 홍 회장은 삼성코닝 상무·부사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뛰다 99년 중앙일보의 계열분리를 계기로 중앙일보 회장에 취임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에 올라 국제사회에도 그 이름을 알렸다. 홍 회장의 장인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고 신직수씨다. 사시 18회인 둘째 홍석조 인천지검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지검 남부지청장(현 남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홍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홍 지검장의 부인은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동생 양기식씨의 딸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인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은 86년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삼성코닝 이사로 입사했다.95년 삼성전관(현 삼성SDI) 상무로 이동, 기획홍보팀장을 거쳐 2002년 부사장(경영기획팀장)으로 승진했다.‘로열 패밀리’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꿰고 있을 정도로 자상한 면모를 갖고 있다. 선친때부터 살아 온 서울 성북동 집을 지키고 있다. 4남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 오너 경영을 본격화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홍 회장은 79년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 외무부 의전과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홍 회장 역시 형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95년 외무부 기획조사과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홍 회장은 보광 상무이사로 경영활동에 뛰어들었다. 제8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 대한스키협회 부회장, 한국광고업협회 부회장, 서울대 기성회 회장 등 외부활동도 활발하다. 보광그룹은 아직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편의점인 보광훼미리마트, 자판기 유통업체인 휘닉스벤딩서비스, 보광창업투자,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문화상품권 발행사인 한국문화진흥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부품업체인 휘닉스PDE, 반도체 관련 업체인 휘닉스디지탈테크, 반도체패키지 제조업체인 STS반도체통신 등 전자 계열사들은 사돈기업인 삼성전자, 삼성SDI 등과 거래가 활발하다. 특히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된 휘닉스PDE는 홍 회장이 13.89%, 홍석조 인천지검장,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 홍라영씨가 나란히 10.89%를 보유해 눈길을 끈다. 홍씨가의 주력은 중앙일보 그룹이지만 실제 ‘자금줄’은 보광그룹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 보광이 주요그룹으로 성장한다면 정·관계, 언론계를 주름잡은 이 가문이 재계에서도 능력을 검증받게 된다. 막내인 홍라영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둘째아들인 철수씨와 결혼했다. 노 전 총리의 장남 경수씨는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명예회장의 큰딸 숙영씨, 차녀 혜경씨는 ㈜풍산 류진 회장과 결혼했다. 이대 불문과, 미국 뉴욕대 예술경영학 석사 출신인 라영씨는 95년 삼성문화재단 기획실로 입사, 현재 삼성미술관 부관장직과 한국박물관협의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ukelvin@seoul.co.kr ■ 이병철 회장의 경영어록 ●“사장이라고 하더라도 잘 모르는 경우에는 가리지 말고 물어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2∼3년이 지나면 물어보는 횟수가 차츰 줄어들 것이 아니겠는가. 나 역시 혼자 삼성 전체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 전체가 과거 오랫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움직여 나가는 것이다.”(1983년 6월 반도체회의) ●“인재제일, 인간본위는 내가 오랫동안 신조로 실천해온 삼성의 경영이념이자 경영의 지주이다. 기업가는 인재양성에 온갖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인재양성에 대한 기업가의 기대와 정성이 사원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 전달되어 있는 한 그 기업은 무한한 번영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1982년 10월 기고문) ●“사람을 관찰해 보면 세 부류가 있다. 첫째 어려운 일은 안 하고 쉬운 일만 하며 제 권위만 찾아 남만 부리는 사람, 둘째 얘기를 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 셋째 알아듣긴 해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1982년 9월 사장단 오찬회의) ●“모든 설비투자계획에 있어서 5년 정도만 내다보고 세우지 말고 10년 이상 50년 정도의 장기 안목 위에서 세워야 한다.”(1977년 6월 삼성조선 건설현장) ●“미국에서는 사람의 후천적 교육에 치중하고 소질은 별로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나는 선천적 소질 내지는 능력에 60%를 두고 교육에 40%를 둔다. 사람은 노력 여하에 따라서 달라진다. 하지만 아무나 노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은 따로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1976년 6월 ‘재계회고’) ●“일이 잘돼 나갈 때 오히려 다가올 불행을 각오해야 한다. 기업가도 뜻하지 않은 좌절을 겪어본 기업가가 좌절을 모르고 자라난 기업가보다 훨씬 더 강인한 기업경영 능력을 갖고 있다.”(1975년 9월 ‘최고 경영자와의 대화’) ■ 이건희회장의 경영담론 ●“그동안은 세계의 일류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빌리고 경영을 배우면서 성장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어느 기업도 우리에게 기술을 빌려 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기술 개발은 물론 경영 시스템 하나하나까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자신과의 외로운 경쟁을 해야 한다.”(2005년 1월3일 신년사) ●“반도체 사업 진출 당시 경영진들이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너무 최첨단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길은 머리를 쓰는 하이테크산업밖에 없다고 생각해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반도체에서 시기를 놓치면 기회손실이 큰 만큼 선점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2004년 12월 반도체 30년 기념식) ●“4∼5위에서 2∼3위로 가는 것하고 2∼3위에서 1위로 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2003년 11월 휴대전화사업 격려 자리에서) ●“행정규제, 권위의식이 없어지지 않으면 21세기에 한국이 일류 국가로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1995년 4월 중국 베이징 특파원 오찬간담회) ●“선친이 장사하는 것을 보며 세살 때부터 주판을 갖고 놀았다. 정치보다 장사를 잘 알고 거기에 맞는 사람으로 키워졌다. 난 양복과 잠옷만 있고 중간 옷이 없다. 잠옷 입고 있는 시간이 더 많은데 잠옷을 입고 정치할 수는 없지 않으냐.”(94년 10월 마이클 헤슬타인 영국 상공부 장관과 만찬자리에서 정치 참여에 대해) ●“변하는 것이 일류로 가는 기초다. 앞으로 5년이면 회장 취임 10년인데 10년 해서 안 된다면 내가 그만두겠다. 자기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누라하고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93년 6월 신경영 선포)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2005 문화코드] ②세계로 뻗는 韓流

    [2005 문화코드] ②세계로 뻗는 韓流

    1990년대 후반 중국·타이완에서 불씨를 지핀 ‘한류’는 지난해 일본을 강타한 ‘욘사마’ 신드롬으로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바야흐로 한류의 전방위적인 확산 프로젝트인 ‘신(新)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 드라마·영화·가요 등 대중문화에서 한국문화 전반으로, 동아시아 중심에서 유럽·미국 등 세계 무대로, 장르와 시장의 다각화 노력이 한창이다. 외부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한류’가 ‘신한류 프로젝트’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아니면 동아시아에 국한된 ‘찻잔속 태풍’에 안주할 것인지 올 한해가 그 경계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지난해 타이완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로 ‘천국의 계단’과 ‘대장금’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한국관광공사 해외홍보팀 유진호 과장은 “타이완은 중국·홍콩·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역 한류의 풍향을 가늠하는 잣대라는 점에서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징조”라고 말했다.‘겨울연가’의 여진이 여전히 거센 일본은 ‘파리의 연인’에 이어 권상우와 김희선이 출연하는 ‘슬픈 연가’를 48억원에 입도선매했다. 동남아와 일본을 점령한 드라마는 이제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로, 또 중남미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MBC는 최근 드라마 ‘불새’를 아프리카 가나에 판매했다.‘겨울연가’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방송되는 두 번째 한국 드라마다. 멕시코는 지난 2002년 드라마 ‘별은 내가슴에’와 ‘이브의 모든 것’을 방영한 이후 한류 붐이 크게 일어난 곳. 이후 명문 국립자치대학에 한국어과가 신설되기도 했다. 미국 한인방송에서 방영된 ‘대장금’은 한인은 물론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고, 드라마 ‘올인’은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 등지에까지 방영됐다. 이에 힘입어 올해는 ‘불새’‘천국의 계단’ 등이 아르헨티나·페루 등지에 진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4회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2004)에 일본 말고도 중국·타이완·베트남·미국·영국 등 외국 방송 관계자 800여명이 몰려들어 1300만달러어치의 한국 영상물 구매 계약을 맺은 것은 ‘한류’의 세계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오는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미디어전시회 ‘MIPTV’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것도 고무적이다. 행사협의를 위해 방한했던 주관사 리드 미뎀의 테드 바라코 이사가 “한류 열풍이 아직은 아시아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충분히 조명할 가치가 있다.”고 지적한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는 제작 풍토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유리화’‘슬픈연가’ 등 의도된 ‘한류 기획상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되는 한 해다. ●문화현상에서 사회현상으로 지난 연말 중국 출판계는 ‘한국소설 붐’을 10대 뉴스의 하나로 꼽았다.‘귀여니’ 이윤세의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70만부)와 ‘늑대의 유혹’(60만부)이 중국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덕이다. 그런가 하면 국산 팬터지 동화인 ‘고양이학교’(문학동네어린이)는 프랑스·타이완·중국과의 판권계약에 이어 최근 영문판을 출간했다. 올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의 ‘한국의 해’ 행사는 문학·출판은 물론 공연·미술·학술까지 한국문화를 총체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 김자성 차장은 “드라마·영화뿐만 아니라 여타 장르의 콘텐츠로까지 한류가 번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외국인과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능력시험 지원자는 1997년 2274명에서 지난해 1만 7531명으로 8배 늘었고, 세계 각국의 한국학 개설강좌는 95년 143개 대학에서 2004년 335개 대학으로 늘었다. 지난해 초 중국 베이징에 한·중 합작 뷰티전문병원인 ‘아이캉병원’이 문을 연 이후 국내 병원들이 속속 중국으로 몰려 현재 베이징·상하이 등지에서 40∼50여곳의 병원이 성업 중이다. 한류열풍은 전통음식인 김치의 수출확대에까지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일본으로의 물량이 대폭 늘어 사상 처음으로 수출액 1억달러를 돌파했고, 인삼과 고추장 등의 수출도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新한류 성공조건은 전문가들은 한류가 아시아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더 나아가 세계로 확산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자칫 머뭇거리다간 우리보다 앞서 동남아를 휩쓸다 자취없이 사라진 일류(日流)의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한류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드라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비슷한 유형의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면서 타이완·베트남 등지에서는 “한국 드마라 주인공은 왜 다 죽느냐.”는 식의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 김영덕 연구원은 “드라마의 질적 수준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들의 몸값 상승이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콘텐츠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약세를 보이는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일본 드라마의 경우 높은 가격 때문에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서는 방영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제작 인프라의 확충과 연예 산업의 선진화, 그리고 드라마와 기업광고의 연계 등 다양한 마케팅 기법들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또한 드라마 관련 관광위주에서 한류와 우리 고유문화를 연계한 고부가가치 관광상품의 개발이 절실하다. 대장금의 수라상을 음식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한의학과 관련된 의료관광상품으로까지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관광정책연구원 채지영 연구원은 “‘겨울연가’의 사례에서 보듯 드라마 한 편이 가져다 주는 파급효과가 엄청나지만, 그에 비해 지역에서의 대비책은 아직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한류를 일방적인 문화전파가 아니라 상호 문화교류의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시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적 논리의 팽배, 획일적인 콘텐츠, 미국 문화의 퓨전 등 한류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인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경제적 효과 지난 1일 인천공항에 입국한 일본 관광객들은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최근 일본 NHK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의 출연진이 공항에서 이들을 반갑게 맞아준 것.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과 ‘2005한·일공동방문의 해’를 맞아 마련한 행사였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일본·타이완·홍콩 등 한류 국가로 분류되는 8개국의 관광객이 전년보다 34.3% 증가했다. 이는 다른 나라의 관광객 증가율 9%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관광공사는 올해 한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일본인 관광객 300만명과 중국 등 중화권 관광객 200만명 등 외래 관광객 7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한류의 경제적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배용준이다. 일본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는 배용준이 한·일 양국에 파급시킨 경제적 효과를 2조 3000억원대로 추정했다. ‘겨울연가’ 촬영지인 강원도 남이섬과 중도 등은 연간 최소 160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관광공사는 한류열풍으로 약 8400억원의 추가 관광수입과 330억원에 이르는 국가 홍보 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의 한류 마케팅도 뜨겁다. 삼성전자는 올해 아시아권 최대 음악축제인 ‘2005 MTV 아시아어워드’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동남아 젊은 층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활용, 이 지역에서의 매출 3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평양화학은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해 매년 두 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99년 베트남에 진출한 LG생활건강은 김남주의 인기에 힘입어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70%를 점유한 상태다. 정부도 한류를 문화상품에서 본격적인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올 상반기중 홍콩·베트남·타이완 등 아시아권 5개국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차례 더 벌인뒤 이를 바탕으로 한류 국가를 공략하기 위한 문화산업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미국상품 사기 싫다”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행동이 국제사회에서 미국 상품의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30일 “프랑스인 4명 중 1명, 독일인 및 중국인은 5명 중 1명꼴로 미국의 일방주의와 독선적인 군사행동에 대한 반감 때문에 미국 상품을 사려던 당초 생각을 바꾼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FT는 조사전문기관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MI)의 조사를 인용, 국가에 대한 반감이 미국 기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GMI는 지난달 8개국에서 8000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독일에서는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상품인 코카콜라 매출액이 올 3·4분기에 16%나 줄었다. 말버러 담배 매출도 같은 기간 중 프랑스에서 24.5%, 독일에서 18.7% 각각 감소했다. 스위스 금융회사들은 중동지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에서 씨티그룹의 영업 실적을 뛰어넘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동과 일부 유럽 자산가들은 미국이 자기 멋대로 자산 동결조치를 단행하며 금융업의 생명인 신용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미국계 은행을 기피하고 있다. 일방주의 정책으로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은 서비스 및 식품업계. 아메리칸 에어라인(AA),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 등 항공사들은 일방주의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테러공격 위험성 증가로 캐나다, 유럽 항공사들에 손님을 빼앗기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셰라턴호텔 체인 회장인 배리 스턴리히트씨는 “정치인들은 미국의 사업들이 국제적이며 해당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한 코카콜라의 새 최고경영자인 네빌 인스델은 “현지 지원사업 확대 등을 통해 미국 브랜드가 아닌 세계의 브랜드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100대 브랜드 가운데 64개를 점하고 있는 미국기업들은 반미감정의 확산 속에 매출액 감소 및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셈이다. 또 여론조사기관 NOP월드의 톰 밀러는 “앞으로 미국에 대한 혐오가 미국제품에 대한 거부로 더욱 확연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라틴아메리카 소비자들을 조사한 NOP월드는 젊은층일수록 미국을 상징하는 상표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국가적 매력과 이미지가 기업활동의 기본자산”이라면서 “국가 브랜드와 기업 브랜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란 브랜드’를 쓴 사이먼 안 홀트는 “미국의 상표가치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미국 브랜드가 무조건적으로 환영받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국가 이미지 개선을 주장했다. 한편 코닥, 질렛, 클리넥스, 비자 등은 비교적 부정적인 영향을 적게 받는 브랜드로 조사됐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한반도전문가 오버도퍼 ‘내가 본 한국대사들’

    한반도전문가 오버도퍼 ‘내가 본 한국대사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주미 한국대사의 역할은 시대가 정하며, 그 성패는 대통령과의 거리에 달려 있다.” 돈 오버도퍼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와 한반도 전문가로서 역대 주미대사를 관찰해온 경험을 소개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지난 60년대 이래 한국의 모든 대통령과 외교통상부 장관, 주미대사를 단독으로 만나거나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주미대사는 시대를 반영” 오버도퍼 교수는 1998년 초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단독으로 만났다. 이 때 김 전 대통령은 “우리 둘만 아는 얘기로 하자.”며 “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주미대사로 보낼까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런 생각을 이 전 총리에게 전달하기도 전에 오버도퍼 교수의 의중을 타진해본 것이었다. 오버도퍼 교수는 “다소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좀 보수적인 인사를 주미대사로 보내야 워싱턴의 일부 비판적인 시각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승주 주미대사를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김 전 대통령이나 노 대통령 모두 시대적 상황 때문에 ‘투표소에서 자기를 찍지 않았을’ 인사를 낙점했다는 것이다. 이홍구 전 대사는 1980년대부터 한반도 전문가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교수와 함께 한·미 양국 학자들간의 교류를 주도해와 미국측에서는 권위가 있는 인물이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역대 주미대사 가운데 함병춘·김경원 두 전 대사의 역할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함 전 대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와 한국의 핵 개발 문제를 워싱턴에 설명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또 김 전 대사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군을 투입하면 안된다.”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내는 과정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김 전 대사의 경우 대학부터 미국에서 다녔고 하버드대에서 헨리 키신저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미국 내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그는 또 김동조 전 대사는 한국의 월남전 파병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워싱턴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전 대사는 당시 미국 언론으로부터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한승수 전 대사의 경우 “국무·국방부뿐만 아니라 통상부 등 경제부처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평가했다. 당시 한·미간에 통상이 주요한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경제 전문가인 한 전 대사가 워싱턴에 부임한 것으로 오버도퍼 교수는 설명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햇볕정책을 워싱턴에 ‘세일’하는 역할을 맡았던 양성철 전 대사에 대해서는 “운이 없었다.”고 말했다·양 전 대사도 켄터키 대학에서 강의하고 저술도 낸 미국 전문가였지만 북한정책을 둘러싼 한·미 두 정부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대통령과의 끈이 없으면 역할이 제한돼” 10·26과 12·12,5·17을 거치며 전두환 장군이 권력을 쟁취하던 당시의 김용식 주미대사는 역할이 제한돼 있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기억했다. 그는 “당시의 중앙정보부 관계자(현재의 정무2공사)가 사실상 대사관 업무를 지휘했다.”면서 “전두환 장군과 나의 면담을 주선한 것도 중앙정보부”라고 밝혔다. 김 전 대사는 훌륭한 외교관이었으나 갑자기 등장한 신군부 세력과 아무런 정치적 끈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대변하기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오버도퍼 교수는 현홍주 전 대사의 경우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의 관계가 매우 가까웠다고 전했다. 그 때문에 현 전 대사는 워싱턴에 부임하기 전부터 노 대통령의 워싱턴 창구 역할을 맡는 등 ‘효과적인 대표자’ 역할을 수행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평했다. 그는 “일부 대사들은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실질적인 영향력(Substantial Influence)을 행사한다.”고 강조했다. 드물게 외교관 출신으로 워싱턴에 부임한 박건우 전 대사도 ‘외교의 영역을 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전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그러나 직업 외교관들이 ‘정치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의 경우 직업 외교관 출신들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윌리엄 글라이스틴 전 대사처럼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버도퍼 교수는 “대사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외교적 관념과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내정자는 시대에 맞지만 어려운 과제에 직면” 오버도퍼 교수는 “현재의 주미대사가 30년 전과 다른 점은 국무부뿐만 아니라 백악관, 국방부, 의회, 언론, 사회단체 등과도 ‘전방위적으로’ 접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한승주 대사가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한 대사가 외교부 장관을 지냈고 뉴스위크에 칼럼을 쓰는 등 워싱턴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라는 사실이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오버도퍼 교수는 “홍석현 차기 주미대사 내정자의 인선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미국사회 전체와의 접촉이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볼 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그러나 “홍 내정자는 북한 핵문제라는 큰 도전에 직면해, 서로 같은 길을 가지 않으려는 한국과 미국의 정부 사이에서 문제를 악화시키지 말아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주미대사의 역할과 관련,“미국의 목소리를 한국에 전하는 것과 한국의 목소리를 미국에 전하는 것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daw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이제는 ‘톨레랑스’다/한종태 국제 부장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04년 한해도 이제 몇시간 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도 좋은 일보다는 힘든 일이 많았기에 2004년은 뇌리에서 잘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렇기에 2005년 을유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톨레랑스’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진보·보수간의 이념적 갈등에다 빈부격차, 여야간 극한 대결, 노사 대치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게 요즈음이어서다. 더 이상 안 볼 것처럼 서로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꼴이다. 국제적으로도 연일 계속되고 있는 테러와 대(對)테러, 그리고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가간의 첨예한 이해충돌은 일상화돼 있는 형국이다. 톨레랑스의 사전적 의미는 ‘나의 정치적, 종교적 신념과 행동이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우선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신념과 행동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남을 인정해야 자신도 인정받게 되고, 결국 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역지사지(易地思之)와도 통한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는 올 초 ‘2004 경영자를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에서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세가지 요소로 3T를 꼽았다. 기술(Technology), 재능(Talent), 관용(Tolerance)이 그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생각으론 기술과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용광로와 같은 관용이 있어야만 한단계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관용의 또 다른 표현은 개방(Openness)이라고 한다. 다른 의견을 가진 남을 존중하는 것, 다시 말해 의식의 개방을 말한다. 개방과 관용이 세계 역사 발전에서 주춧돌 역할을 해왔음은 익히 알 수 있다.15세기 포르투갈 항해사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 항로 개척도 관용과 개방이 넘실거린 당시 사회분위기에 힘입은 것이다. 하지만 올 한해 우리 눈에 비친 것은 관용·개방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 같다.4대 개혁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힘의 논리와 저항의 논리로만 일관하는 정치권이 그렇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반대를 일방적으로 외치며 이념투쟁의 전위대가 돼버린 듯한 사회단체들이나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을 놓고 벌인 정부와 공무원노조의 볼썽사나운 모습도 그렇다. 끝간데 없이 추락하는데도 여전히 먹이싸움만 하는 경제 구성원들의 행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나라 밖 사정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에서 비롯된 관련 국가간의 갈등도 어느 해보다 지구촌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중·일 양국의 긴장 파고는 높아만 가고, 서방진영과 러시아간의 갈등도 예사롭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사태도 빼놓을 수 없다. 국가든, 단체든, 개인이든 서로 자기 이익을 앞세운 일방적 주장만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제 을유년 새해에는 국내외적으로 이런 묵은 갈등과 대립을 털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본다. 물론 새 모습의 키워드는 관용과 개방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전 출입기자 송년 만찬에서 “(일을)하면 할수록 국민과 함께 더불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 일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잘 하는 대통령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곱씹어 볼 만하다.‘나’보다는 ‘우리’를 더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물론 실천이 담보돼야 하는 게 전제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톨레랑스’를 힘차게 외쳐보자. 메아리가 울려 퍼지도록. 한종태 국제 부장 jthan@seoul.co.kr
  • [지진 해일 대재앙] 전염병 사망포함 희생 10만명 넘을수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앞바다에서 일어난 지진해일로 인한 사망자 수가 7만 7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 창궐로 인한 제2의 재해를 우려했다. 이에 따라 피해지역에서 각국의 구호팀들은 전염병 예방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장비와 물자 부족 및 기반시설의 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중인 이탈리아 민간구호단체의 한 대표는 식량과 약품이 턱없이 모자라 사망자 수가 10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재보험회사 뮌헨리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큰 136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피해지역의 보험가입률이 낮아 보험금 지급액은 피해액의 100분의1인 1억 3600만달러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으로 24시간마다 도는 지구의 자전주기가 3마이크로(1초의 300만분의1) 정도 짧아져 지구가 미세하지만 영구적으로 빨리 돌게 됐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리처드 그로스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지구물리학자들은 “지구 표면이나 기후 등의 변화로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이 있으나 입증하기는 어려우며 실제 변화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6일 인도양에서 대규모 해저지진이 일어난 뒤 20분 이내에 쓰나미(지진해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인도네시아 관리들에게 이메일로 경고했었다고 USA투데이가 28일 보도했다. 신문은 보내진 이메일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번 쓰나미로 수마트라섬이 36m나 움직였다고 국내 신문들이 일부 외신들을 인용해 보도했으나 과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 지질학연구소의 지구물리학자 켄 허드너트는 실제 움직인 것은 수마트라 북서쪽 니코바르 군도 등의 작은 섬이며 정확한 이동거리도 더 관측해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의 에너지는 1995년 발생한 일본 고베(阪神) 대지진의 약 1600배 규모였다고 일본 기상청이 밝혔다. 일본 기상청은 미국 하버드대학이 단층의 이동에서 추산한 에너지를 토대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일본 방위청 장관은 28일 태국 푸켓 주변 해역에 해상자위대 호위함 2척과 보급함 1척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이는 태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실종자 수색과 구조활동에 투입된다. 일본은 지금까지 국제긴급 구조활동에 자위대를 4차례 파견했으나 물자수송이 아닌 수색활동에 투입되기는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쓰나미와 같은 재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현재 태평양 일대로 국한된 쓰나미 조기경보 체제를 전 세계로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유세진기자 외신 yujin@seoul.co.kr
  • 재벌 2·3세 경영 참여…능력 인정? 핏줄 특혜?

    재벌 2·3세 경영 참여…능력 인정? 핏줄 특혜?

    최근 재벌 2·3세들의 경영 참여가 부쩍 잇따르면서 ‘경영권 세습’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체계적인 경영수업과 능력에 토대한 ‘실력 이양’이라는 주장과, 시장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무책임한 ‘핏줄 상속’이라는 비판이 맞선다. 대우·한보사태에서 보듯 재벌의 흥망은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만큼 부(富)의 승계와 경영권 승계는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지금 상속중 4대 재벌은 3세 경영체제를 굳혔거나 굳혀가고 있다.LG 구본무(59)·SK 최태원(44) 회장이 경영권을 이미 물려받았고, 삼성 이재용(36) 상무·현대차 정의선(34) 부사장은 임원으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4대 재벌에서 뻗어나온 방계그룹도 경영권 이양이 한창이다. 구평회 LG 창업고문의 둘째아들인 구자용(49) E1 부사장은 28일 사장으로 승진했다. 구자열(LG전선 부회장), 구자균(LG산전 부사장), 구자은(LG전선 상무), 구자민(LG전자 부사장), 구본진(LG상사 상무) 등 범 LG가(家)의 후손들이 속속 전진 배치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의 아들인 지선씨와 교선씨,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큰딸 현아씨와 외아들 원태씨도 차례로 입사하며 3세 체제 발판을 마련했다.CJ그룹 이재현 회장-이미경 부회장 남매,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신동주 전무 형제, 현대상선 정지이씨,BNG스틸 정일선 부사장-정문선 이사 형제 등도 총수의 아들딸들이다. ●박용성 회장,“경영능력이 중요” 전국경제인연합회 이규황 전무는 “경영능력만 있으면 총수의 아들이든 삼촌이든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삼성 이건희 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도 창업주의 아들이지만 그룹 규모를 10배 이상 키우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두산그룹 2세인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사석에서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을 나온)이재용 같은 인재는 돈주고 모셔올 판”이라며 재벌 2·3세를 덮어놓고 삐딱하게 보는 세간의 색안경을 경계했다. 최근 총수 자녀들의 승진인사를 낸 그룹들도 한결같이 “혈연관계에 앞서 전문지식을 갖췄다.”고 강변했다. ●이헌재 부총리 “경영권 세습은 곤란” ‘따뜻한 시장경제주의자’를 자처하는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재산이야 자신들이 번 것인 만큼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얼마든지 세습해도 되지만 경영권은 딸린 임직원과 식솔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난 만큼 세습은 곤란하다.”고 못박았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시장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국가경제의 상당부분을 맡겨야하는 운명”이라고 반박했다. 권 교수는 “지금처럼 재벌 2·3세들이 입사에서부터 승진까지 시장원리가 아닌 특혜를 적용받게 되면 경영실패 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근 공개된 재벌들의 지분 족보에서 드러났듯 적은 지분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유지배 구조 아래서는 이같은 폐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트레이시 키더 지음

    독재와 가난에 찌든 서인도제도의 조그만 나라 아이티. 이곳 농부들은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고 한다.“밭의 경사가 너무 급해 옥수수 농사를 짓다 다리가 부러지는 농부는 세계에서 아이티 농부들뿐”이라든가,“아이티 농촌의 개들은 너무 삐쩍 말라 짖으려면 나무에 기대야 된다.”는…. 아이티의 고단한 현실은 또한 “산 너머엔 또 산이 있다.”는 아이티 속담에서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이 나라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와야 할까.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트레이시 키더 지음, 박재영·김하연 옮김, 황금부엉이 펴냄)에서 소개하는 청년의사 폴 파머의 스토리는 어떤 거대한 물질의 원조보다도 따뜻한 인정의 손길이 더욱 소중한 것임을 웅변해준다. 책의 주인공 폴 파머는 하버드대 교수로 전염병학 전문가이자 인류학자. 아이티의 작은 마을 캉주에 ‘장미 라장테’라는 병원을 세우고 인술과 사랑을 베푸는 현대판 슈바이처다. 이 책은 세상의 아픈 곳을 치유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 한 의사의 치열한 삶의 흔적을 좇는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로 ‘논픽션 서사의 대가’라는 평을 듣는 저자는 파머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는 데서부터 시작해 파머의 유년시절,‘PIH(보건을 위한 파트너들)’라는 비정부기구를 설립하게 된 이야기 등을 잔잔하게 들려준다.3인칭의 관찰자 시점이 아니라 주관이 적극 개입된 1인칭 시점으로 풀어가고 있는 것이 특징. 그런 만큼 이야기에 현장감이 넘친다. “유일한 민족은 인류뿐”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며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생각과 관습을 바꿔놓는 파머의 이상주의적 휴머니즘이 사뭇 감동적이다. 한 사람의 아름다운 선택과 작은 실천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힘이라는 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역사갈등 한·중·일 ‘연합’ 가능할까

    ‘동아시아’가 화두다. 세계적인 블록화의 바람에 유럽연합을 부러워하면서도 막상 ‘동아시아연합’을 들추면 대부분 “가능할까?”라고 반문한다. 과거를 두고 한·중·일 3국이 치열한 기억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에는 미·중간 갈등과 북핵문제가 미묘하게 겹쳐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시아의 단합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 대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과거 기억을 더듬고 있다. 먼저 20명의 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주최로 지난 20일 열린 ‘근대전환기의 동아시아 삼국과 한국’ 학술회의는 일제시대를 중심으로 세밀하게 파고 들고 있다. 개화기 러시아인이나 중국인이 쓴 조선여행기나 조선총독부 치안관계자의 육성녹음, 개화기에 각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잡지 등을 분석해 한·중·일 3국이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추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17일 15명의 연구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연세대 국학연구원 주최로 열린 ‘동아시아 지역구도:역사의 연속과 단절’ 학술회의에서는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좀 더 시야를 넓혀 동아시아 관계를 조명했다. 우선 ‘명·청(중)-조선(한)-막부(일)’시대 조공·책봉체제의 재해석이다. 이전의 ‘정치적인 상하관계’에서 ‘경제적인 유인’으로 해석의 초점이 이동했다.18세기까지 세계최고의 부를 자랑했던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체제가 형성됐었다는 다소 파격적인 근거와 함께다. 또 조공·책봉체제는 정권안정을 위한 왕조끼리의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20세기 전반 동아시아에 끼치는 영향력은 중국에서 유럽으로,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이었다. 여기서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하며 동아시아지역의 이익을 요구하고 나선 일본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일본의 패전 뒤였던 20세기 후반은 역설적이게도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이 사실상 부활한다. 이는 전세계적인 냉전과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전쟁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세계경찰 미국은 일본에 역할분담을 요구했다. 이는 미국의 재정부담 증가와 급성장한 일본이 1차적 원인이었고 길게는 일본이 시장논리에 따라 중국에 근접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영·일동맹과 미·일간 태프트-가츠라조약의 부활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셈이다. 일본학의 권위자 하버드대 앨버트 크레이그 교수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청 강연에서 일본을 ▲선진국 가운데 GNP대비 가장 최저의 군사예산을 가진 평화로운 나라 ▲일본이 다시 호전적 국가가 될 가능성은 0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강대국에 빌붙는 사대,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균세, 스스로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자강. 세가지 갈림길은 결국 개별 국가를 중심으로 본다는 점에서 19세기적인 사고라는 비판이다. 결국 동아시아의 상호작용, 협력의 제도화 노력, 민간연대나 운동 등을 통한 발전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미사’ vs ‘하버드’ 이번엔 OST 경쟁

    ‘미사’ vs ‘하버드’ 이번엔 OST 경쟁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월화 드라마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사진 왼쪽·미사)와 SBS의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사진 오른쪽·하버드)가 드라마 O.S.T 부문에서도 인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사’ 주제곡 ‘눈의꽃’ 인기·2집 발매 지난 11월 출시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는 발매 시작 일주일만에 전체 앨범 판매 순위 10위권에 진입했다. 박효신, 정재욱,J, 바다 등 국내 정상급 발라드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이 앨범은 통화연결음, 벨소리 등에서도 타이틀곡인 박효신의 ‘눈의 꽃’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례적으로 곧 2집이 발매될 예정이며, 이 음반에는‘눈의 꽃’의 원곡인 나카시마 미카의 ‘유키노 하나’가 삽입될 예정이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O.S.T는 김정운의 ‘So In Love’라는 타이틀아래 모두 19개 노래로 구성됐다. 하버드대에서 만난 주인공들의 삶과 사랑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속 내용에 맞춰 깔끔하고 분위기 있는 곡들이 수록돼 있다. ●네티즌 경품 이벤트 등 벌여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O.S.T 순위는 아직까지 낮지만 종영을 앞둔 ‘미사’에 비해 이제 막 중반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갈수록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음악사이트 오디오닷컴(www.ohdio.com)은 ‘미사’와 ‘하버드’ O.S.T에 대해 앨범 리뷰 등을 남기는 네티즌을 추첨해 두 드라마의 O.S.T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29일까지 실시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안방극장 ‘울려야 산다’

    안방극장 ‘울려야 산다’

    겨울 안방극장이 눈물로 흥건하다.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지독한 멜로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가 브라운관에 넘쳐나고 있다. 곧 전파를 탈 드라마들 가운데 상당수도 ‘최루 코드’로 무장하고 있다. 계절적 요인으로 늘상 이맘 때면 한동안 유행하던 상큼발랄한 ‘해피엔딩’이 사그라지는 대신 ‘비극’이 주류를 이루기 마련. 하지만 최근 쏟아져 나오는 ‘눈물 드라마’들은 과거와 달리 시대감각에 뒤처진 노골적인 신파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진한 여운을 남기는 주인공들의 눈물 연기와 함께 젊은 세대의 눈높이를 고려한 세련된 영상미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불치병과 시한부 인생으로 주인공이 죽는 천편일률적인 결말 등 한국 드라마의 고질이 되풀이되는 퇴행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가운데 시청자들의 손에 휴지를 쥐게 만드는 선두주자격인 드라마는 KBS 월·화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소지섭과 임수정의 안타까운 눈물 연기에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화면이 자연스레 덧씌워지면서,3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는 등 만만찮은 흡인력을 과시하고 있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12월의 열대야’도 10년 동안 남편에게서 외면당한 아내 엄정화와 악성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김남진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로 23일 종영 때까지 내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SBS 주말 드라마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도 기억상실증이라는 아픈 상처를 지닌 지성이 유진과의 눈물겨운 사랑을 일궈 나간다. 거장 김수현 작가가 집필하는 KBS2TV 주말극 ‘부모님 전상서’는 자폐아의 어머니로 강인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김희애의 눈물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가슴 속을 한없이 파고든다. SBS 수·목미니시리즈 ‘유리화’와 SBS 월·화미니시리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도 각각 이동건·김성수와 김하늘, 김래원과 김태희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선보일 드라마들은 안방극장을 더욱더 눈물바다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1월8일 방영 예정인 SBS 주말 드라마 ‘봄날’은 이번 겨울 시즌에 선보이는 멜로물 가운데 최고로 최루성이 강한 작품. 실어증에 걸린 여자주인공(고현정)이 사랑의 상처를 딛고 만난 남자(지진희)와 그의 이복동생(조인성)과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한없이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1월5일 방영예정인 MBC 미니시리즈 ‘슬픈연가’도 권상우·김희선·연정훈이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만드는 독한 멜로물이다. 이같은 드라마 속 ‘눈물 코드’는 사회내 분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분석이다. 경기침체는 물론 사회 전반에 배어 있는 ‘복고풍’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것.SBS 드라마 관계자는 “계절적인 요인과 함께 최근 경제 불황이 닥치면서 당분간 ‘눈물 코드’가 인기를 끌 것”이라면서도 “주인공이 죽음에 이르는 드라마가 넘치는 것은 과거 유사한 설정으로 성공했던 드라마를 본떠서 기획한 작품들이 이제 막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올 최고 유행어 ‘유스카상’의 영예는?

    올 최고 유행어 ‘유스카상’의 영예는?

    2004년에도 안방극장에 숱한 유행어들이 탄생했다. 코미디 분야는 물론 드라마 분야에서도 어느 때보다 풍성한 유행어들이 속속 등장,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올 한해 브라운관을 강타한 유행어들을 정리했다. ●드라마 분야 #“애기야 가자.” 꿈의 시청률 50%를 넘긴 SBS 주말극 ‘파리의 연인’에서 주인공 박신양의 대사. 한기주가 곤경에 처한 태영을 돕기 위해 애인을 자처하며 던진 이 한마디에 한반도 전체에 ‘애기야’ 신드롬이 몰아쳤다. 최근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네티즌 투표에서 ‘올 한해 최고의 유행어’로 뽑히기도 했다. 한편 이동건의 대사인 “이 안에 너 있다.”도 “애기야 가자.”와 함께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명대사로 꼽힌다. #“아자 아자 파이팅!”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이 운을 떼고 KBS 2TV ‘풀하우스’의 송혜교가 완성한 명대사. 극중 송혜교가 비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격려해주던 이 대사가 힘없이 축 처져 있는 요즘 시청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통해 전파되며 유행이 됐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주인공 권상우가 극중 최지우를 옆에 두고 부메랑을 던지면서 한 대사.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상과 일부 CF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밥 먹을래? 나랑 잘래?”vs“피고는 본 변호인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까?” 최근 월·화 안방극장 팬들을 양분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KBS2TV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각각 소지섭이 임수정에게, 김래원이 김태희에게 던진 대사. 최근 드라마의 인기 만큼이나 두 대사도 인기 유행어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 남자가 내 머리 속에서 집을 짓나봐.” 컬트 드라마로 유명한 MBC ‘아일랜드’는 화제의 인정옥 작가 손에서 명대사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와 유명세를 탔다. 극중 이나영이 현빈 앞에서 김민준에 마음을 털어놓으며 한 “그 남자가 내 머리 속에서 집을 짓나봐.”라는 대사와, 이나영에게 “처음엔 불쌍해서 좋았고, 지금은 좋아서 불쌍합니다.”라고 말한 현빈의 대사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한없이 자극했다. 김민준의 “지랄스럽네.”라는 말도 인기를 얻었다. 이밖에 KBS2TV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엄마 역의 고두심이 가슴에 ‘빨간약’을 바르며 말한 “내가 마음이 많이 아파서…이거 바르면 괜찮을 것 같아서….”와 MBC ‘불새’에서 에릭의 “타는 냄새 안나요? 내 마음이 지금 불타고 있잖아요.”,“이 여자, 나한테는 하느님입니다.” 등도 연인들 사이에서 유행이 된 명대사로 꼽힌다. ●코미디 분야 #“그런거야?”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에서 개그맨 김형인과 권성호, 최영수의 대사. 군대를 배경으로 고참이 졸병의 말꼬리를 잡아 괴롭히는 상황에서 튀어나와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한다. 우리네 사회에서 윗사람의 생떼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랫사람의 답답함을 희화화시킨다. 군대를 다녀 온 남성들은 물론 여성과 10대들에게까지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올 하반기 한반도를 강타한 최고 유행어가 됐다. #“그때 그때 달라요.”,“생뚱 맞죠?” SBS ‘웃찾사’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머리에 해바라기 꽃을 단 ‘미친소’ 선생님 정찬우와 그의 조교 김태균이 유행시킨 대사. 중학교 수준의 쉬운 영어 문장을 기발한 단어 조합과 억지스런 해학으로 완전히 다른 의미로 번역하면서 특유의 억양과 함께 청중에게 던지며 웃음을 유발한다. 말도 안되는 번역의 연속이지만 듣다 보면 그럴 듯한게 인기의 비결. 삽시간에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최고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뭡니까 이게.”,“사장님, 나빠요.” KBS 2TV ‘폭소클럽’의 ‘블랑카의 뭡니까 이게’ 코너에서 신인 개그맨 정철규가 유색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천대 문제를 다루며 히트시킨 대사. 방영 2주째부터 중소기업 사장님들로부터 “방송을 즉시 중단하라.”는 항의전화가 밀려올 정도로 파급력이 엄청났다. #“본능에 충실해.” SBS ‘웃찾사’에서 ‘초절정 느끼’ 개그로 벼락스타가 된 ‘마가린 버터 3세’ 리마리오(본명 이상훈)가 내놓은 유행어로 최근 안방극장을 강타했다.‘더듬이 춤’과 함께 느끼한 눈빛으로 말하는 이 대사 한마디에 모든 시청자들이 몸에 돋은 ‘닭살’을 어루만지며 배꼽을 움켜 잡아야 했다. 이밖에 ‘개그콘서트’에서 복학생(유세윤)의 “내 밑으로 다 조용히 햇!”,‘깜빡 홈쇼핑’ 안어벙(안상태)·김깜빡(김진철)의 “마데인(made in)”,SBS 웃찾사에서 윤택의 “뭐야?”등의 유행어들도 상한가를 쳤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서울광장] 의결권의 두 잣대/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의결권의 두 잣대/우득정 논설위원

    공무원들이 즐겨 쓰는 표현 가운데 ‘황금분할구도’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인 의미대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는 뜻이 아니다.‘황금’이라는 우월적 권한을 가진 사람이 자신에게 가장 편리하게,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멋대로 나누는 것이 황금분할구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거리를 재더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경우에는 종종걸음으로, 유리한 경우에는 성큼걸음으로 잰다. 한쪽은 촘촘한 눈금, 다른 한쪽은 성긴 눈금임에도 동일한 잣대로 쟀다고 우긴다. 요즘 정치권과 관련부처, 재계 사이에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의결권문제도 이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정기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의 의결권 제한문제를 보자. 재계는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들어 재벌소유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에 극력 반대했지만 앞으로 3년에 걸쳐 15%로 제한하려는 공정위와 열린우리당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고객이 맡긴 자산으로 과다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면 주주의 이익보다 재벌 오너 등 일부 대주주의 이익 보호가 우선될 수 있다는 게 여권의 논리였다. 오너가 권한을 행사하고 싶다면 주머니를 털어 주식을 사라는 얘기다. 논리로 따진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민이 맡긴 자산인 연기금 의결권문제에서는 여권과 재계의 논리는 정반대로 바뀐다. 여권은 외국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고 연기금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의결권을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와 한나라당은 정부가 연기금의 의결권으로 민간기업의 경영에 간여할 수 있다며 의결권을 금지하든지,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공정거래법에서는 고객의 돈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려 하느냐며 재계를 면박하더니 연기금에서는 국민의 돈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재계도 마찬가지다. 금융사를 운영하는 재벌이든, 연기금관리를 떠맡은 정부든 의결권 행사에 욕심을 앞세우기 전에 반드시 지키야 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감은 눈을 씻고봐도 찾을 수 없다. 서로 남의 돈으로 권한만 행사하겠다는 투다. 고객의 돈을 ‘눈먼 돈’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결권 논란만 나오면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연기금 사회주의’를 예견한 미국의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와 ‘연기금 자본주의’를 설파한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고든 클릭 교수를 들먹인다. 하지만 정작 논란의 전제가 돼야 할 미국 연기금운용의 공정성과 투명성,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뢰에 대해서는 못본 체 외면한다. 정치권과 재계가 서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르렁거리지만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의 돈에 대한 무감각, 도덕적 해이는 역풍에 직면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정책’의 연기금 동원 발상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연기금의 운용처 확대와 일정한 수익률 보장을 명분과 당근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한꺼풀 벗기고 보면 책임은 수익률 차액만큼만 지고 권한 행사는 동원하려는 연기금 수조원만큼 하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지난해부터 환율방어를 위해 역외선물환(NDF) 거래에 손댔다가 1조 8000억원이나 날린 것도 사정은 비슷하다. 적은 부담으로 수십, 수백배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투기상품에 손을 댔던 것이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재정경제부의 연기금 동원 발상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을 때 폭넓은 지지를 받았던 이유는 ‘신뢰’라는 근본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권과 재계는 타인의 피땀으로 일구어진 의결권에만 군침을 흘릴 게 아니라 먼저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잣대의 눈금도 제자리 매김을 할 수 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Doctor & Disease] 서울대병원 신경과 노재규 박사

    [Doctor & Disease] 서울대병원 신경과 노재규 박사

    “뇌졸중이라는 질환은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거울입니다. 병력은 물론 스트레스와 술, 담배, 운동 여부와 무슨 음식을 즐기는지 등 개인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는 흔적이 이 병증에 모두 함축돼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노재규(56) 박사. 우리나라에서 뇌졸중에 관한 한 그만큼 자신있게 말할 수 있고, 그 말에 그만큼 무게가 실리는 사람도 흔치 않다. 뇌졸중 분야의 수많은 전문의를 길러냈는가 하면 국내 첫 경두개초음파검사법을 도입했고, 역시 국내 의사로는 처음으로 미국두통연구회에 가입해 두통에 관한 학문적, 임상적 업적을 남겼으며, 지난 92년에는 서울대병원이 뇌사판정 기준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최형우씨를 치료했던 바로 그 의사다. 그를 만나 우리나라에서 단일 질환으로는 사망률이 가장 높은 뇌졸중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인사를 나눈 뒤 대뜸 “뇌졸중이 주로 겨울에 발생하는 질환이라서….”라고 운을 뗐더니 뜻밖에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병증의 발현에 있어 계절적인 요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얘기가 시작됐다. 뇌졸중이란 어떤 질환인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기능에 문제가 초래되는 질환을 말한다. 뇌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포도당 등을 공급받는데 이게 손상되면 뇌의 해당 부위에 따라 다양한 병증이 나타나게 된다. 문제가 병증으로 나타나는 경로를 설명해 달라. -뇌 조직이 괴사하면 괴사 부분이 담당하는 신체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예컨대 뇌의 중심구 중 앞부분은 전신의 운동기능, 뒷부분은 시각정보를 담당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거나 감각 이상, 시각 및 시야장애가 나타나는 식이다. 발병 추세와 경향은 어떤가. -과거 우리나라에 많았던 뇌출혈은 주는 반면 동맥경화와 경동맥질환에 의한 허혈성 뇌졸중이 급증하고 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뇌졸중 환자의 30%가량은 이 경동맥질환을 가질 정도다. 유형에 따른 종류도 많을 텐데…. -뇌졸중은 혈관이 터지는 출혈성과 혈관이 막히는 허혈성(뇌경색)으로 나뉘는데, 출혈성은 다시 뇌내출혈인 뇌실질 출혈과 뇌를 감싼 지주막 밑의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었다가 터지는 지주막하출혈로 구분한다. 허혈성은 동맥경화로 아예 혈관이 꽉 막히는 뇌혈전증, 심장이나 동맥의 혈전이 혈관 속을 떠돌다가 뇌혈관을 막는 뇌색전증, 뇌의 모세혈관 격인 직경 0.2∼0.4㎜ 정도의 관통혈관이 막히는 열공성 뇌경색도 허혈성이다. 이밖에 혈관이 잠시 막혔다 풀리는 일과성 허혈증도 있다. 노 박사는 자칫 사소하게 여기기 쉬운 열공성뇌경색을 다시 거론했다.“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동맥경화성 뇌졸중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열공성이 많아 학자들이 그 경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또 일과성 허혈증은 중요한 뇌졸중의 예고증상이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게 상책입니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뇌졸중은 한 순간 증상이 나타나지만 그것은 오랜 기간 증상이 발전해 온 결과일 뿐이다. 여기에 작용하는 원인질환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병이다. 흡연과 과음, 비만, 운동부족도 중요한 위험인자다. 흡연도 문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뇌졸중 발병 가능성이 최고 3배나 높다. 증상은 어떤가. -증상은 뇌의 손상 부위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는 반신 운동 및 감각마비, 언어장애, 시야장애, 어지럼증, 물체가 둘로 보이는 복시와 걸음걸이 이상, 갑작스러운 두통과 구토, 의식장애,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진단이 특별히 어렵지 않은가. -예전에는 병력과 신경학적 검사만으로 진단했지만 최근에는 신경학적 검사나 신체검사 말고도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기술이 발전해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 박사는 진단을 얘기하면서 적잖은 일선 의사들이 뇌졸중의 유형에 무관심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뇌졸중은 병인과 병소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의사라면 반드시 어떤 경로를 거쳐 발병한 뇌졸중인지를 알아내는 진단을 해야 합니다. 그걸 모르면 치료가 안되는데도 의사들이 그걸 간과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치료법에 대해서도 얘기해 달라. -뇌졸중 치료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의료조치를 취하느냐이다. 뇌출혈의 경우 출혈과 혈압, 뇌압을 통제하면서 혈액이 저절로 흡수되도록 하거나 출혈이 심해 뇌사상태에 이른 경우는 수술로 혈종을 제거하기도 한다. 허혈성은 증상 정도와 최초 발병 이후 처치 때까지의 시간을 따져 혈관을 뚫거나 혈전용해제, 항응고제 등을 투여한다. 이런 급성기 치료를 끝내면 2차로 위험인자에 대한 치료를 시작해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졸중 치료와 관련, 중요한 연구 과제를 수행중이며 이르면 1년 이내에 가시적 성과를 밝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소개한 그는 기존 연구에 대해, 성급한 성과 발표에 앞서 사례 연구를 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졸중 치료는 임상적으로 아직 검증된 것이 없습니다. 모든 것은 아직 가능성 단계이므로 섣부르게 결과를 제시하기보다 더 깊이있는 탐구가 필요하겠지요.”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노재규 박사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미국 하버드의대 교환교수▲대한신경과학회 수련고시위원·총무이사·교육위원장·감사 등 역임▲대한뇌졸중연구회장▲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건립본부장▲청와대의무실 신경과 자문의▲경찰병원 신경과 자문의▲현, 서울대의대 신경과학교실 교수
  • [그것이 알고싶다]누가 누가 진짜 왕★

    [그것이 알고싶다]누가 누가 진짜 왕★

    올해 각 지상파 방송사 연기 대상은 누가 탈까. 지난 8일 드라마 PD, 기자들의 1차 후보 추천을 마감한 KBS 등 지상파 방송3사들이 최근 연말 연기대상 관련 작업 마무리에 들어감에 따라 방송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송사들은 최근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네티즌들이 직접 최고의 인기배우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등 관심 환기와 인기몰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관련 상들은 각 방송사 선정위원회가 방송사에 대한 공헌도(시청률 등)와 연기력, 네티즌 투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달말 발표한다. ●KBS, 중견급 여성 탤런트 약진 2004년 KBS 연기대상 후보자로는 고두심 채시라 등 주로 중견급 여성 탤런트들이 거론된다. 이들은 2004년 한해 동안 출연한 드라마들에서 탄탄한 연기로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하며 ‘KBS 드라마 강세’를 일궈왔기 때문. 현재로서는 ‘꽃보다 아름다워’의 고두심,‘애정의 조건’의 채시라,‘두번째 프러포즈’의 오연수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풀하우스’의 송혜교도 다크호스. 남자 후보로는 ‘꽃보다 아름다워’ ‘불멸의 이순신’의 김명민,‘오!필승 봉순영’의 안재욱,‘무인시대’의 김갑수,‘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 등이 거론된다.KBS는 또 최근 ‘연기대상 홈페이지’(www.kbs.co.kr/drama/2004­award)를 열고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네티즌상’ ‘베스트 커플상’ 등의 투표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시청률은 상대적으로 그리 높지 않지만 마니아들을 대거 생성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 임수정이 양 부문 1위를 다투고 있다. ●MBC, 최강 없는 전국시대 한편 올 한해 동안 화제작은 많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히트작은 꼽기 힘든 MBC는 현재 군웅할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명실상부한 ‘최강자’는 올해 초 종영한 ‘대장금’이겠지만, 주연 이영애는 이미 2003년 대상을 받았다. 이에 따라 ‘불새’의 이서진 에릭 이은주,‘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명세빈,‘한강수 타령’의 고두심 김혜수,‘영웅시대’의 최불암 차인표,‘장미의 전쟁’의 최진실 최수종,‘아일랜드’의 현빈 이나영 등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MBC도 최근 개설한 관련 홈페이지(www.imbc.com///broad/tv/ent/event/2004mbc/popular)를 통해 ‘남녀 인기상’과 드라마 베스트 명장면 15개 등을 네티즌들이 고르게 하고 있다. ●SBS, 대세는 ‘파리의 연인’ SBS는 한때 5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 박신양 커플이 최유력 후보다.‘2004 SBS 연기대상 홈페이지’(http:///tv.sbs.co.kr/2004talent)를 통해 지난 9일부터 네티즌들의 투표를 받고 있는 ‘10대 스타상’ 후보 중에도 김정은과 박신양이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외에도 ‘발리에서 생긴 일’의 하지원 조인성 소지섭,‘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김래원 김태희,‘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유진 지성,‘유리화’의 김하늘 이동건,‘장길산’의 유오성 등이 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그들만의 리그’는 이제 그만 “공중파를 낭비하는 ‘그들만의 리그’는 이제 그만.” 공정성 논란이 매년 불거지는 불투명한 선정기준, 거대기획사들 간의 ‘나눠먹기’식 수상, 방송사의 사세 과시, 선심성 공동 수상 남발로 인한 권위 추락….“일종의 ‘송년 축제’로 보아달라.”는 방송사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연말 연기대상을 둘러싼 비판과 잡음은 끊임이 없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 등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불투명한 선정 기준 ▲시상식 내내 보여지는 방송사들의 지나친 자사홍보 ▲방송사의 연기자 관리 및 기획사 세 과시 ▲연기 중심이 아닌 시청률 중심의 시상 ▲거대 기획사들간의 나눠먹기식 수상 및 공동 수상 등 상의 남발로 인한 권위추락 등을 방송사 연기대상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 예로 ‘상 남발’의 경우, 지난해 SBS는 무려 45명(중복 수상 포함 )의 연기자들에게 상을 일괄적으로 돌리는 등 ‘도를 넘어섰다’는 것.KBS도 최우수연기상, 우수연기상, 조연상, 인기상 등을 각각 4명씩에게 공동으로 주었고,MBC 역시 ‘신인상’을 4명에게,‘특별상’을 13명에게 안겨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또 MBC 일요아침극 ‘단팥빵’ 등 각 방송사들의 일부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벌써부터 후보 선정 기준의 공정성 등을 놓고 네티즌들이 비판 글을 집단으로 올리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ID ‘컬트개그’는 “MBC는 인기상 후보 선정의 기준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후보들을 선정했다.”면서 “‘네티즌들이 뽑는 인기상’이라면서 네티즌 의견 반영 통로를 일방적으로 막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민언련은 “각 지상파 방송사들은 나눠먹기식 시상 등 구태에서 벗어나 방송사와 기획사들만의 잔치가 아닌, 시청자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모두의 축제로 바꾸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한·미장관 성향·경력 비교] 美는 멀티플레이어·韓은 단일경력자

    [한·미장관 성향·경력 비교] 美는 멀티플레이어·韓은 단일경력자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마이클 리비트 환경보호국 국장을 보건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2기 정부의 인선이 거의 마무리됐다.‘내니(유모) 스캔들’로 전격 낙마한 버나드 케릭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의 후임 인선이 남았지만 부시 2기 정부의 면면은 대체로 드러난 셈이다. 한국의 각료들과 경력, 출신지 및 대학 등을 비교 분석해본다. ●부시와 코드 맞고 충성심 강해 부시 내각 각료들의 특징은 ‘멀티 플레이어’가 많다는 점이다. 장관 및 지명자들의 경력을 보면 대부분이 정부와 기업 및 학계에서 두루 일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 경제학 박사인 존 스노 재무장관의 경우 경제학 교수, 정부부처 차관보, 대기업 회장 등 ‘3박자’를 갖춘 뒤 장관에 취임했다. 장관에 임명되기 전 한가지 경력만 쌓아온 인물은 켈로그 회장 출신인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 지명자뿐이다.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장관은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해하고, 해당 부처뿐만 아니라 백악관과 언론, 시민단체, 다른 부처 등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해당사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장관들은 대부분 ‘단일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관료나 교수로만 일해온 인물이 많다. 특히 학교에서만 머물러온 인물들은 ‘온실 속의 화초’가 되기 쉬워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직업 관료들에게 휘둘리는 경향을 보여왔다. ●‘기업 마인드’로 무장 부시 2기 각료 및 지명자 14명 가운데 12명이 기업이나 법률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정부 조직이 ‘기업적 마인드’를 갖고 운영될 수 있는 중요한 요건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설’과 정보통신(IT) 기업인 제너럴인스트루먼트 회장으로 업계에서 ‘최고의 경영자’상까지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은 월스트리트 출신으로 미국 역사상 최고, 최장의 호황을 이끌어낸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영향으로 금융계 출신 인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부시 2기 내각에서도 럼즈펠드(투자은행), 일레인 차오(뱅크아메리카캐피털마켓그룹), 새뮤얼 보드먼(피델리티 투자), 마이클 리비트(보험사) 등이 금융계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업계 출신은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유일하다. 한국과 미국의 정부 시스템에 밝은 전문가는 “한국의 경우 그동안 정경유착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특정기업 출신을 내각에 등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다.”면서 “진 장관 등의 공과에 따라 향후 기업인 출신 장관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전국적 ‘스타’ 거의 없어 부시 2기 내각의 또다른 특징은 ‘전국적인 거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게일 노튼 내무장관(전 콜로라도주 검찰총장)이나 알베르토 곤살레스 법무장관 지명자(전 텍사스주 대법관), 마거릿 스펠링 교육장관 지명자(전 텍사스주 교육정책 자문관) 모두 지역사회에서만 알려졌던 인물이다. 럼즈펠드 장관 정도가 거물이지만 72세인 그의 ‘정치적 미래’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동영 통일·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이른바 ‘차기 대권주자’들이 포진해 있는 한국의 내각과는 다른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장관들이 조직을 장악하고 소신있게 정책을 펼 수 있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소한 4년에서 8년의 임기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부시 2기도 15명 가운데 6명이 유임돼 대부분 8년 동안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 많아 부시 대통령은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내각에는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이 많다. 라이스 국무장관이나 구티에레스 상무장관 지명자, 니컬슨 보훈장관 지명자 등의 성공담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여성이나 아시아계, 히스패닉계가 많아 배려나 조화 차원의 임명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도 몸담았던 차오 장관은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을 위해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모금했던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하나다.2004년 대선 때도 지방을 돌며 부시 대통령의 치적을 올려세우고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연설했다. 여성 내무장관인 게일 노튼은 “북극을 원유탐사지로 개방해야 한다.”는 등 보수적 환경관을 지닌 인물이다. 알래스카의 유전을 개발하고 싶어하는 부시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것이다. 흑인인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와 히스패닉인 곤살레스 법무장관 지명자, 여성인 스펠링 교육장관 지명자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부시 집안과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다. 구티에레스도 켈로그 회장 시절 본사가 있는 미시간주에서 히스패닉을 상대로 부시 당선운동을 벌여왔다. 충성심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다. dawn@seoul.co.kr ■ 텍사스·지방大출신 많아 부시 2기 내각 각료들의 출신지를 살펴보면 역시 텍사스 출신이 가장 많다. 곤살레스 법무장관 지명자, 스펠링 교육장관 지명자, 알폰소 잭슨 주택장관 등이 텍사스 출신이다. 그밖에는 럼즈펠드 장관과 보드먼 에너지장관 지명자가 일리노이주 시카고 출신일 뿐 출신지가 겹치는 장관은 없다. 차오 노동장관은 타이완계이며 노먼 미네타 교통장관은 일본계이다. 출신학교는 매우 다양하다. 하버드대(차오, 곤살레스)와 덴버대(라이스, 노튼) 출신이 2명씩이고 나머지는 모두 출신학교가 다르다. 또 MIT(새뮤얼 보드먼)나 프린스턴대(럼즈펠드),UC버클리(미네타), 컬럼비아대(짐 니컬슨)와 같은 명문대 출신도 있지만, 지역의 소규모 대학을 나온 인물도 많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