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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서울대 버핏 놓친 하버드대 교훈 삼아야

    미국 최고 MBA로 꼽히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가장 통탄하는 일중의 하나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입학을 거부한 일이라고 한다. 대학 시절부터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졌던 그를 낙방시킨 이는 다름 아닌 하버드대 출신 젊은 면접관이었다. 다른 응시생보다 2살이나 어린 그를 10분간 면접한 입학사정관은 그에게 몇년 뒤에 응시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기다리지 않고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입학 응시 기간도 지났고, 면접도 보지 않았지만 그는 합격했다. 그가 작성한 독창적인 자기 소개서를 본 경영대학원 부학장이자 재무학과 학과장이던 데이비드 도드가 그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하버드대의 젊은 입학사정관 눈에는 버핏이 애송이에 불과했지만 월 스트리트의 기존 관념을 무너뜨린 책을 펴낸 최고 전문가에다 인생의 깊이까지 더했던 도드 교수의 눈에는 버핏은 전도 유망한 청년이었던 것이다. 서울대가 혹여나 하버드대처럼 좋은 인재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통계가 나왔다. 올해 서울대 입학사정관 3명 중 1명이 20대라고 한다. 사회경험이 1년 이하이거나 전무한 사정관도 전체의 37.5%나 된다고 한다. 나이가 젊다고 통찰력이 없고, 사회경험이 없다고 전문성이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그래도 수험생들의 ‘창의력’ ‘잠재력’을 보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전문성은 기본으로 하고 폭넓은 경험·연륜을 갖고 있다면 아무래도 미래의 ‘워런 버핏’을 찾는 안목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내신 성적에 얽매여 현재의 모습에서만 인재를 찾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혁신적으로 나갈 수 없다고 본다. 자기 대학 출신 조교·직원 등에서 사정관을 뽑을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각계의 인사들을 쓰는 것도 검토해 보면 어떤가.
  • “잡스 아이디어는 전혀 다른 분야서 나온다”

    “잡스 아이디어는 전혀 다른 분야서 나온다”

    “애플의 성공 비결은 아주 간단하다. 스티브 잡스가 다른 기업가들과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의 작가이자 최근 신작 ‘스티브 잡스 혁신의 비밀’을 출간한 세계적 스피치 강사 카민 갤로는 2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잡스는 평생 동안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마다 독특한 접근법을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갤로는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미국이 부활하기 위한 비결은 더 많은 스티브 잡스를 갖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더 많은 잡스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잡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갤로는 애플 임직원들과 증권 애널리스트, 기업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잡스가 이용하는 테크닉들은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잡스와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이 고작 1000달러로 회사를 설립할 당시, 컴퓨터는 단순하고 쉬워야 한다는 잡스의 비전을 담아 ‘애플’이라는 이름을 도입한 것이 잡스의 대표적인 사고방식”이라며 “이는 컴퓨터 기업의 이름이 첨단의 느낌을 담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른 접근법”이라고 소개했다. 갤로는 이어 잡스의 중요한 아이디어 대부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의 서예 공부, 인도의 수행자 마을 아시람 방문, 메이시백화점의 주방용품 코너 등에서 겪은 경험을 제품과 사업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심리학자들은 6년간 기업 임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혁신성의 첫 번째 기준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분야의 문제와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갤로는 “잡스는 이미 15년 전 기자들에게 ‘창조성이란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면서 “잡스는 실제로 자신의 모든 생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잡스는 서예 공부를 통해 맥 컴퓨터의 아름다운 활자체를 만들 수 있었고, 메이시백화점의 주방용품 코너에서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라는 PC의 근본 개념을 가져왔다. 이 밖에 애플스토어를 처음 시작할 때 소비자들이 애플제품을 다른 컴퓨터 제품과 다르게 보도록 하기 위해 대형마트 ‘타깃’의 론 존슨을 영입한 것도 독특한 사고로 언급됐다. 잡스와 존슨은 ‘현금 수납원’ 대신 호텔의 안내원인 ‘컨시어지’를 도입해 애플의 브랜드를 고급화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갤로는 “스티브 잡스만이 같은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단언했다. 쉽지는 않지만 자신을 새로운 경험에 노출시키고,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문제라도 다르게 생각하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인생과 사업에서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이번엔 민주당 자녀 특채 논란

    현 정부 고위직 자녀의 특별채용 특혜를 공격했던 민주당이 특채 시비에 휘말렸다. 당 대변인 출신인 노영민 의원이 아들(26)을 홍재형 국회 부의장실 4급 상당 기획비서관으로 추천, 특채했다는 것이다. 입법고시 출신의 국회직 공무원들은 “5급에서 4급까지 8년이나 걸린다.”며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6월부터 일해온 노 의원의 아들은 최근 특채 사실이 논란이 되자 사표를 냈다. 노 의원은 2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홍 부의장의 부탁으로 명문대 경제학과를 나온 아들을 추천했다는 것이다. 노 의원은 “홍 의원이 의원외교에 필요한 영어와 경제가 능통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해 영어와 경제에 능통한 아들을 추천했다.”면서 “내 아들은 경제학 분야에서 미국 하버드대보다 높은 시카고대 경제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했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뭐가 아쉬워서 시카고대까지 나온 아들이 300만원짜리 비정규직을 하겠느냐.”면서 “특채가 아니라 희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의원은 아들이 채용된 직급이 비정규직 ‘별정직’이란 점도 강조했다. “애가 안 하려고 하는 것을 10년간 해외에서 있어 한국 문화, 역사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 같아 추천했다.”고 거듭 설명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당내 처리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회는 관례적으로 보좌관, 비서관 등을 추천에 의해 의원 책임하에 채용하고 있다.”면서 “(경고 등은)검토해 본 적 없다.”고 두둔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 의원을 해명을 바라보는 국회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다. 청년 취업 대란을 겪고 있는 시점에 ‘300만원짜리 경험용 아르바이트’를 위해 현직의원의 아들을 국회 공무원으로 특채했다는 것은 국민 정서와 맞지 않아 보인다. 인사청문회·국정감사에서 연일 ‘공정사회’를 부르짖었던 민주당 출신 의원이 연루된 일이기에 더욱 씁쓸한 것 같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열린세상] 대학순위 발표, 그 희극과 비극/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대학순위 발표, 그 희극과 비극/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대학평가와 대학순위 발표가 근래 여러 언론사의 인기 사업이다. 특히 주요 신문사들이 남에 뒤질세라 뛰어들고 있다. 작게는 특정 전공이나 단일 지표(취업률 같은)를, 크게는 대학 전체를 단위로 잡아 평가하고 매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 순기능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도 한편으로 희극처럼, 다른 한편으로 비극처럼 존재한다. 모든 순위 경쟁이 그렇듯이, 대학순위 발표는 관계자를 긴장시키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자극을 준다. 사실, 교수들의 연구업적과 대학의 교육 및 시설투자가 근래 전반적으로 급성장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안이함과 나태함 속에 정체되어 있던 대학들이 각종 개혁의 기치 아래 변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대학의 변화 이면에는 진학연령 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학 간 경쟁, 글로벌화에 따른 외국 대학과의 경쟁에 의한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과학기술 R&D의 중요성 증가, 수준 높은 교육과 학문에 대한 열망, 대학의 적극적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 제고 등도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근원적 원인에 더해 언론사의 순위 발표는 대학에 보다 직접적 자극을 가해 싫든 좋든 변하게 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시적 긍정성은 높게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 중엔 실소를 자아내는 것도 많다. 졸업생 취업률은 해당 대학이나 학과가 얼마나 열심히 전화를 돌려 졸업생 근황을 추적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든지, 국제화 지표를 높이기 위해 무늬만의 영어과목을 양산한다든지, 외국학생은 학력검증 없이 무조건 입학시킨다든지 등등. 행정직제상 이유로 순위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대학이나 학과는 랭킹에도 못 낀다고 일반인의 오해를 사게 하는 평가시스템의 허술함, 순위의 등락으로 학교 전체가 희열과 침통을 왕복하는 경박한 분위기도 쓴웃음을 짓게 한다. 지엽적 실소거리는 대단치 않은 에피소드로 보고 넘어가도 될지 모른다. 그러나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근원적 문제가 있다. 순위 발표로 인해 대학의 요체라 할 수 있는 다양성이 죽고 획일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높은 순위에 오르려면 교육여건, 연구업적, 국제화, 사회적 평판도 등 항목에서 고루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는 자기만의 색깔을 내기 힘들고 지표에 맞추는 획일적 발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교수도 연구의 질보다는 논문 편수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어 만만한 주제만 택하게 된다. 이럴 경우, 대학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들게 된다. 또한 다양한 대학이 다양한 측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다양한 성과를 내는 가운데 사회가 다방면에 걸쳐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대명제도 공허해진다. 이것은 그냥 실소거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심각한 비극일 수 있다. 혹자는 미국·영국에서도 대학순위를 발표하는데 왜 우리만 문제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우리사회가 성숙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미국 등의 대학순위 발표는 사회적으로 심심풀이 가십 정도의 흥미를 일으킬 뿐이다. 하버드와 예일의 순위가 바뀌었다고 법석을 떠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각각의 학문기반을 쌓아가는 대학들을 똑같은 지표로 평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특정 연도, 특정 지표의 변화가 대학들의 위상에 큰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닌데, 난리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와 다르다. 대학순위가 학교의 명운을 잡고 있는 듯 중요하게 인식된다. 일률적 석차와 학벌 서열을 절대시하는 획일적 사고가 여전히 우리사회에 팽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은 대학과 학문 발전을 위해 자극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방식이 한 줄 세우기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이제는 양적 순위보다는 질적으로 교육여건이나 학문성과를 심층 평가·비판하는 데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학들이 각기 고유한 본령을 찾아 품격을 지킬 수 있을 것이고, 언론사도 장삿속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명감으로 대학은 물론 우리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 냉혹한 일본의 군주 히로히토의 두 얼굴

    냉혹한 일본의 군주 히로히토의 두 얼굴

    우리에게 일왕 히로히토(裕仁·1901~1989)는 1945년 항복 선언문을 낭독하는 라디오 속의 떨리는 여자 같은 목소리로 기억된다. ‘히로히토 평전’(허버트 빅스 지음, 오현숙 옮김, 삼인 펴냄)은 그가 ‘유약하고 유명무실한 천황’이란 가면 속에서 아흔 살 가까이 천수를 누린 냉혹하고 잔인한 군주였을 뿐이란 사실을 냉정하게 지적한다. 944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쓴 역사학자 허버트 힉스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와 극동 언어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국 빙엄턴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힉스 교수가 10년간 집필한 ‘히로히토 평전’은 2001년 퓰리처상 실화 부문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도 출간된 이 책은 일본과 미국 심지어 한국 정부까지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 히로히토의 전쟁 책임론을 정면으로 다루어 큰 화제를 모았다. 1901년 태어난 히로히토의 이름은 중국 격언에서 유래한 ‘풍요해지면 백성이 평안하다.’란 뜻이다. 히로히토의 아버지 요시히토는 수백 년에 걸친 왕실 근친혼으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뇌막염에 걸렸고, 끝내 황실의 낙오자로 전락했다. 생후 70일에 히로히토는 궁정을 떠나 퇴역 해군 중장인 후견인 가와무라 가에서 양육된다. 가와무라 백작은 히로히토를 “이기적인 인간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에 귀를 기울일 줄 알며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 있는 인간으로 기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는데 힉스 교수는 용기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히로히토의 성격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했다. 유치원 때 히로히토는 러·일전쟁 놀이를 하며 자랐고, 형을 때린 히로히토의 동생은 부모의 초상 앞에서 사과 맹세를 해야만 했다. 일곱 살이 되어 입학한 학습원의 원장은 러·일전쟁 영웅인 육군 대장 노기 마레스케였다. 노기는 히로히토의 할아버지인 메이지 천황의 장례식 당일 배를 갈라 창자를 꺼내는 셋푸쿠(할복) 의식으로 생을 마감했다. 절약, 인내, 품위 있는 절제와 같은 노기의 가르침은 히로히토의 몸에 배었다. 운동신경이 무뎠던 히로히토는 표본 채집과 분류 연구 등에 매료돼 민달팽이, 불가사리, 해파리 등 동식물 수집을 취미로 삼는 박물학자, 해양생물학 후원자로 성장했다.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1921년 섭정 취임한 히로히토는 고노에 후미마로 공작의 피해망상적 내셔널리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훗날 고노에는 중·일전쟁을 일으키는 총리가 된다. ‘열강들은 인종적인 경쟁심에 사로잡혀 일본이 아시아에서 지배적인 지위에 오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고노에의 견해는 히로히토뿐 아니라 엘리트, 궁정 관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중·일전쟁 동안 히로히토는 군 전체의 행위를 도덕적이며 합리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무대 뒤에서 전략을 정하고 전쟁을 지도하는 최고 지휘관의 역할은 용의주도하게 감추었다. 중국 국민당과 4년에 걸쳐 전쟁을 치르면서 히로히토는 더 큰 목적을 위해 일본 국민의 안위에 대한 위험을 무릅썼다. 특히 히로히토는 화학무기 요원과 장비를 중국에 보내는 것을 재가했으며 독가스 사용을 허가했다. 1940년에는 중국에서 세균무기를 시험 사용하는 것을 처음 재가했다. 이는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이 대량 독가스를 사용하는 행위로 이어진다. 패전을 앞두고 히로히토가 걱정한 것은 신하도 백성도 아니고 ‘국체’(national polity)를 상징하는 ‘3종 신기’(神器·검, 곱은 옥, 청동거울)의 안위였으며, 그가 끝까지 지키고자 한 국체는 나라의 제도나 정치 체제가 아니라 바로 황조황종(皇祖皇宗)의 후손인 자기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의 정치 지배층은 천황이 침략전쟁으로 자기 나라 인민과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을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면서, ‘정치에 대한 책임’을 온 국민이 나눠 짊어져야 할 ‘패전 책임’으로 바꿔 놓았다. 일본 국민은 도리어 천황 앞에서 신하로서 패배의 책임을 져야 했다. 타인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의 지위를 결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점에서 그는 근대의 군주 가운데 가장 솔직하지 못했던 인물 축에 들었다고 저자는 평가했다. 일왕은 종전 후 기회 있을 때마다 평화를 설파하고 다녔고 전쟁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오히려 종전의 공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방문 때는 디즈니랜드에서 미키마우스와 함께 웃는 모습을 연출하며 인자한 평화애호자로서 이미지를 굳혔다. 이토록 합당하지 않은 가면과 함께 그나마 종전 직후 일본 진보 세력에 의해 표면화되는 듯했던 전쟁 책임론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져버렸다. 3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고은은 위대한 시인 노벨상 쓴잔 아쉽다

    고은은 위대한 시인 노벨상 쓴잔 아쉽다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정으로 희망하고 희망하고 또 희망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국문학 전문가가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에 대해 깊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인공은 하버드대 한국학 소장인 데이비드 매캔 교수. 그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열린 한국 시문학 대담회에 참석해 ‘희망’(hop e)이라는 표현을 세 차례나 써가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매캔 교수는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 등 언론에서 최근 몇 년간 노벨상 수상 시기 때마다 연락해 고은 시인에 대해 물어본다.”면서 “주변국에서 찾기 어려운 위대한 시인인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고은 시인의 수상 실패 이유에 대해 “아마도 서로 다른 문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노벨위원회가 (수상자를) 어떻게 선정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매캔 교수는 시조를 소개하는 강연 도중 고은 시인의 영문시집을 선보이며 “고은의 시는 너무 대단해서 국적과 관계없이 읽으면 감동에 사로잡힌다.”고 강조했고 작가의 시 세계와 일화 등을 5분여에 걸쳐 소개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타블로는 결백했다 그래도 안믿는다

    타블로는 결백했다 그래도 안믿는다

    ‘그는 결백했으나, 그들은 믿지 않았다.’ 한 네티즌이 지난해 11월 타블로의 학력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진위 공방이 마침내 일단락됐다. 경찰이 2003년 데뷔한 그룹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30·본명 이선웅)의 스탠퍼드대 졸업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시민증 위조도, 미국 재학 중 국내체류 사실도 없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 서초경찰서는 8일 “학력위조를 주장한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의 매니저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니저로 활동하는 아이디 ‘왓비컴즈(whatbecomes)’가 미국 국적의 김모(57)씨로 드러나면서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친구 박모(57)씨의 주민등록번호로 차명 아이디를 만들어 쓴 것으로 조사됐다. 엄연한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한다. 경찰은 미국에 거주하는 김씨가 출석을 거부함에 따라 인터폴에 수사협조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나머지 피고소인 19명(아이디 중복자 제외)에 대한 조사를 진행,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결국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졸업은 ‘진짜’로, 그의 학력위조를 주장했던 네티즌의 신원은 ‘가짜’로 드러났다. 그러나 미국 시민권자인 ‘왓비컴즈’를 소환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결국 남은 건 악플러들의 공격에 대인기피증을 앓고 음악활동마저 중단한 ‘패닉’ 상태의 한 개인뿐이다. 네티즌들도 악플러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타진요’와 ‘상식이 진리인 세상’(상진세) 등을 대상으로 정식 사과를 요청하는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이다. 트위터도 들끓고 있다. ‘fhtaiji’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시민은 “타진요나 상진세를 구제불능, 민폐, 걸림돌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타진요 측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카페 회원 중 변호사를 찾으며 “소송비용을 내겠다.”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상황이다. “경찰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는 조롱 섞인 댓글까지 뜨고 있다. 카페 가입자 수는 이미 18만여명을 넘어섰다. 경찰의 수사 발표에도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사회불신구조와 시기, 학벌 집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타블로의 말처럼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안 믿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홍식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천안함 사건과 마찬가지로 국가기관의 발표조차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정부 공신력이 떨어지고 사회 전체에 불신문화가 팽배해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신정아나 일부 유명 연예인의 학력위조 등 과거사건이 학습효과를 준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득권층에 대한 반항과 고학력자에 대한 질투심 등이 어우러진 군중심리라는 분석도 있다. 이 교수는 “시(詩)와 에세이로 스탠퍼드와 하버드 대학에 동시 합격하고, ‘수재 가수’라는 이미지로 성공까지 거두는 등 자신감 있는 모습이 시기와 비호감의 감정을 불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맹목적 믿음이 낳은 사회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18만여명이 다 타블로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네티즌들이 여론을 이끄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자료를 올리고 자신들의 논리적인 해석을 인정받게 되면 거기에서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결국 공방 자체를 승리와 패배의 관점으로 보고 공격당하면 상실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결국 휴거나 황우석 사건처럼 끝까지 사실이라고 믿는 소수의 사람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주말 데이트] 25년만에 고국무대 오른 재미무용가 김명수

    [주말 데이트] 25년만에 고국무대 오른 재미무용가 김명수

    ‘여자의 일생’이다. 모파상이 쓴 소설도 그렇고 국민가수 이미자가 부른 노랫말도 비슷하다. 요즘은 아니겠지만 조금은 먼 시절에는 그랬나 보다.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고~’ 그토록 한이 맺힌 여인이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참고 또 참으며 견뎌냈다. 이제야, 그 여인은 살아야 한다고 외친다. 1990년과 1998년 사이, 소설가인 남편(황석영)과 함께 북한을 다녀왔다. 국가보안법에 위반돼 헌집(서울 남산 안기부)과 새집(현 국가정보원 건물)에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후 독일과 미국에서 망명 아닌 망명생활을 했다. 남편과도 이혼했다. 한이 켜켜이 쌓였다. 그런 고통이 솟구칠 때마다 해외에서 우리의 전통춤으로 발산했다. 해외 평단에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무용평론가 클라우디아 라 로코는 “그녀는 정교한 손놀림을 통해 신에게 바쳐지는 요정이 되었다.”고 했다. 또 다른 미국의 무용평론가 실비안 골드는 “그녀의 춤에서 그저 발을 내딛는 것조차 엄청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마치 용암을 가로지르듯 다리를 앞으로 밀어낸다.”고 했다. 파란과 곡절 많은 삶을 살아온 재미무용가 김명수(56)씨.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 25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섰다. 장소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국립극장에서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우수작’으로 초청했다. 작품 자체도 눈길을 끌었다. 2005년과 2006년 뉴욕에서 공연해 화제를 모았던 ‘아리랑 코리안 리추얼 솔로’(Arirang-Korean Ritual Solos). 고국에서 춤꾼으로 새롭게 태어나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까닭에 무용계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번 공연 때 21세기 전달자를 자처하며 괘불탱화를 배경으로 한많은 나비춤을 췄다. 검무-승무-태평무-살풀이춤으로 이어지면서 시적인 파동을 극대화시켰다. 관객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무대 전환 장면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던져줬다. 특히 1823년 명당경아리랑부터 1991년 상주아리랑까지 ‘아리랑’ 노래가 사이사이에 들어갔고 개심사, 무위사 등 사찰의 실제 소리를 음향효과로 사용했다. “이제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춤꾼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아리랑이란 것이 원래 고생하는 거 잖아요. 행복한 것은 아니고…(한이 맺힌) 판소리 같기도 하고 연극 같기도 하고…객지 생활 25년, 기구한 팔자입니다. 저의 개인사가 우리 역사와 맞물려 있습니다.인생에 열 가지 고통이 있다면 아홉 가지는 겪었다고나 할까요. 가족이 부서지고 여자로서 절박할 때, 죽을 것 같을 때 춤으로 풀어내고 그랬지요.”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잠시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아리랑 고개는 12고개라는 얘기가 있다.”고 한 뒤, “단테의 ‘신곡’에서 이곳에 들어가는 자는 모든 희망을 버리라고 말하는 12천국과 12지옥처럼, 굿에서도 12거리를 하는데, 12라는 숫자는 힘들더라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의미를 가리키는 것 같다.”고 내뱉는다. 또한 “떠돌아다닌 유배자로서 집이 그리웠다.”면서 “집을 잃어버린 자로 내 몸 안에 있는 전통춤이 곧 내 집이라는 깨달음에서, 타국에서 전통춤 공연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국내에서 선보인 작품은 2005년 7월 뉴욕 댄스 시어터 워크숍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았다. 스타-레저의 무용평론가 로버트 존슨으로부터 2005년 12월 총결산 뉴욕 무용 부문에서 베스트 서프라이즈(Best Surprise)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7년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1972년 전국무용콩쿠르 발레 솔로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1977년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했고 이동안, 김숙자, 이매방 선생으로부터 도제식 교육으로 전통춤을 전수받았다. 1980년 공간사랑에서 청바지 바람에 춤을 추는 파격적인 시도로 ‘김명수 현대무용’ 데뷔공연을 가졌고 2년 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가졌다. 방북 때는 최승희 애제자인 김해춘과 공동안무를 하기도 했다. 한국 전통춤에 대한 책 ‘이동안 태평무의 연구’(1983년)를 출판했으며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한국춤을 가르치기도 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서울대 박물관·미술관·규장각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서울대 박물관·미술관·규장각

    미국 하버드대에는 설립자인 존 하버드의 동상 왼쪽 구두코를 학생이 만지면 하버드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 자녀를 대동한 해외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사진도 찍고 꼭 만지는 관광 명소다. 관악구에 자리잡은 서울대에는 이런 유명한 동상은 없지만, 문화와 예술을 만끽할 만한 명소는 있다. ●대동여지도 등 28만점 소장 규장각과 서울대박물관, 서울대미술관이다. 자녀의 서울대 입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이 방학 때 서울대를 방문하고도 이곳을 빼놓고 가기 십상이다. 모두 서울대 정문에서 5~15분 거리에 있다. 규장각은 조선시대 정조가 궐내에 설치한 왕립도서관에서 명칭을 가져온 것으로 역대 국왕의 시문, 친필의 서화·고명·유교·선보·보감 등을 관리하고 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와 대동여지도 등 28만 2000여점의 옛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를 늘 하고 있어 조선시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대한제국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규장각 옆으로 10분쯤 걸으면 서울대박물관이 나온다. 4개의 전시실과 200여석 규모의 강당을 갖췄다. 근대사진, 불교미술품 등 72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발해 유물과 서화류, 민속 유물은 국립박물관보다 뛰어난 게 있을 정도다.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예술 서울대 정문 왼쪽에 있는 서울대미술관(MoA)은 건물 감상만으로도 50%는 건진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했다. 가운데가 텅 빈 나선형 구조의 개방형 문화공간으로 서울대 미대 전·현직 교수들의 유화, 조각, 도자기 등 250여종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11월28일까지 ‘한국전쟁의 초상’과 ‘지뷜레 베르게만 사진전’이 열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야채와 과일 식사

    남자들 얘깁니다만, 나이 들어 신경 쓰이는 곳이 바로 전립선입니다. 특히 가을이면 더 그렇습니다. 가을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늘고, 이 때문에 남자들이 남자다워져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이 테스토스테론이 전립선 질환과는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런 전립선의 문제를 상당 부분 커버해주는 것이 바로 토마토에 많은 라이코펜이라는 성분입니다. 라이코펜의 위력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 얘기했지만, 실제로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 결과, 1주일에 10회 이상 토마토주스를 먹은 사람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무려 45%나 낮았답니다. 게다가 토마토에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정자 생성에 필요한 아연(Zn)도 많아 가히 남성의 식품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토마토지만 아직도 국내에서는 이걸 잘 먹는 식이법이 따로 개발되지 않아 날로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과실류야 비타민과 미네랄을 온전하게 섭취하기 위해 날로 먹어야 좋지만 토마토는 다릅니다. 데치거나 해서 익히면 토마토 속 라이코펜 등 유익한 성분이 활성화되어 양이 증가할 뿐 아니라 흡수율도 훨씬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요새야 하우스 토마토가 연중 생산되지만 제철이 아닐 때는 라이코펜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배를 꼭 밥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 마시고 지금부터 ‘야채와 과일의 식사’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비용이 문제가 되니 주식으로는 어려워도 보조식은 가능한 일 아닐까요? jeshim@seoul.co.kr
  • [책꽂이]

    ●세상을 만든 여행자들(한종수 지음, 아이필드 펴냄) 역사가 사마천, 사도 바오로, 혁명가 호찌민과 체 게바라를 여행과 독서를 매개로 비교했다. 네 사람은 독서광, 문학가, 교사란 공통점을 지닌 자유인이었다. 롯데관광, 한국토지공사 등 여러 직장에서 여행 다닐 기회가 많았던 저자는 이들의 생애를 여행에 따른 발자취와 고생 정도, 방랑벽, 죽음 등의 주제로 추적했다. 2만 3000원. ●황금률(성영자 지음, 비오출판 펴냄) 가수 보아의 어머니가 쓴 수필집. 큰아들 권순훤은 서울대를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한 피아니스트이자 교수, 둘째 아들 순욱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음악 비디오 감독, 막내딸 보아는 월드 스타로 키어낸 인생 역정을 담담하게 담았다. 아이들에게 억지로 무엇인가를 강요하지 않은 교육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황금률이다. 1만 3000원. ●조선의 통치철학(백승종 등 지음, 푸른역사 펴냄) 사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5명의 필진은 조선의 통치철학이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한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통치 철학의 근저를 이루는 핵심적 요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포착했다. ‘지치’의 실현을 위한 여러 조선 지식인들의 노력은 빈곤한 오늘날의 통치철학에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해 준다. 1만 9500원. ●완벽의 추구(탈 벤-샤하르 지음, 노혜숙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하버드대 최고의 행복 강의’란 부제가 붙은 책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흥행 이후 쏟아지는 ‘하버드대 마케팅’의 하나로 충분히 의심된다. 하지만 행복의 진실인 “나는 지금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다.”란 사실은 늦기 전에 꼭 깨달아야만 한다고 하버드대생의 삶을 의미 있게 변화시킨 탈 벤-샤히르 교수는 말한다. 1만 3000원.
  • 北 3대세습 외국 전문가에 듣는다

    北 3대세습 외국 전문가에 듣는다

    “나이와 경험이 꼭 중요한 건 아니다. 후계자의 능력은 정권을 잡은 뒤의 행태로 판단해야 한다.”이스라엘 내 최대 싱크탱크인 텔아비브대학 국가안보연구소의 마크 헬러(64) 연구실장은 30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미디어홍보센터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 후계자인 김정은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재단 초청으로 전날 방한한 헬러 실장은 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중동을 비롯한 세계 안보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김정은 세습이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개인적인 능력과 성향을 파악하기 전엔 속단하기 어렵다. 후계자가 실력이 있는지는 정권을 잡은 뒤 행태를 보고 나서야 판단이 가능하다. 대부분 처음에는 실수할 수 있고 무능력을 표출할 수 있다. →김정은이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력 도발 등 모험주의에 빠질 우려는 없을까. -타당한 걱정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후계자는 전임자보다 약하지 않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부주의한 액션을 취하는 수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1인 독재를 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한테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다. 평양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만 김정은이 나이가 어리다고 반드시 무책임할 것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김정일은 나이와 경험이 많아도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았나.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테러 가능성을 분석할 때는 테러 동기를 갖는 누군가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 G20에 참석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에도 이슬람 테러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테러 가능성도 있을까. -한국 정부의 위신을 떨어뜨린다는 목적으로 가능하다. →천안함을 북한이 공격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승계 과정에서 시도된 도발일 수 있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궁금한 것은 이것이 일회성인지, 지속적인 계획에 따른 도발인지 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한국 사회는 무력 보복에 회의적이었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불러와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는가. -정부로서는 전쟁 위험이 높아질지 아닐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기본 원칙은 도발이 일회성인지, 지속되는 것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성이라면 시간을 두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도발이라면 응당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이란이 북한에 핵 기술을 이전한다고 보나. -정황으로 보면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확증이 없을 때는 의구심의 대상이 신뢰할 만한지 아닌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이란과 북한은 못 믿을 나라다. →이란이 핵무기 보유 의도가 있다고 보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순히 에너지 개발 차원이라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요구를 회피할 필요가 있겠나. →2020년까지 중동에 핵 보유국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있는데. -이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주변국도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보유하려 할 것이다. 안 그래도 지금 요르단·이집트·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여러 국가에서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핵 개발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언제든 무기 전환이 가능하다. →북한 핵 문제는 중국의 비협조적 자세로 해결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국도 결국 한계를 느끼고 지쳐서 북한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비슷한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북한은 결국 무너지게 돼 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해줄 조언이 있다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며 군사력을 유지하고, 미국과 가깝게 지내며 이스라엘처럼 같은 비전을 공유한 나라와의 관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英노동당 이번엔 재무장관 부부대결

    당대표 자리를 놓고 형제가 맞붙었던 영국 노동당이 이번에는 예비내각 재무장관직을 놓고 부부가 경쟁을 벌이면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30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이베트 쿠퍼(왼쪽) 전 예산담당 장관과 에드 볼스(오른쪽) 전 초중등교육장관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 모두 재무장관 후보로 손색이 없는 데다 놀라울 정도로 이력이 겹친다. 둘 다 옥스퍼드대학과 하버드대학을 졸업했고 아내는 인디펜던트, 남편은 파이낸셜타임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노동당 집권 당시 재무부에서 일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현재 좀 더 유리한 위치는 아내 쪽이다. 에드 밀리밴드 신임 당대표가 ‘쿠퍼 재무장관’을 원한다는 것. 과거 노동당 집권 시기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밀리밴드 대표는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최측근인 볼스 전 장관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에드 볼스 전 초중등교육장관은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예비내각 교육장관 자격으로 연설하면서도 내용 대부분을 경제 문제에 할애하며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당대표 경선에서 동생에게 패한 데이비드 밀리밴드 전 외교장관은 예비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백의종군하기로 했다. 그는 29일 “나와 가족, 노동당을 위해 예비내각 각료직에 나서지 않겠다.”면서 “당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당대표가 된 동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1905페이지 유서’ 남기고 자살한 남성

    ‘1905페이지 유서’ 남기고 자살한 남성

    1905페이지에 달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남성이 언론에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상에 놀라움을 준 주인공은 지난 18일 하버드대학 캠퍼스에서 총으로 자살한 35세의 미첼 하이즈먼. 최근 경찰은 그가 1905페이지에 달하는 유언장을 남겼다고 발표했다. 유언장에는 그의 친구 400명과 가족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있으며 이메일에 보관된 상태였다. 이 안에는 하이즈먼가 철학을 탐구하는 삶을 살았으며, 스스로를 허무주의(nihilism, 니힐리즘)이라 불러왔다는 사실이 담겨져 있다. 유언장에 쓰인 각주의 개수는 총 1443개. 참고문헌 리스트만 총 20페이지가 넘었고, 신을 언급한 것이 1700번, 철학자 니체의 언급횟수는 200번이 넘었다. 그는 유서에 “모든 말, 생각과 감정은 ‘삶은 무의미하다.’는 하나의 핵심 문제에서 온다.(중간 생략) 만약 삶이 정말 무의미하고 근본적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모든 선택은 동등하고 또 죽음을 뛰어넘는 선택도 있을 수 없다.”고 기록했다. 또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과 독일출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긴 연설문을 인용하기도 했다. 유언장은 철학·우주론·특이성·뉴저지(New Jersey) 등 총 5개 챕터로 세밀하게 구성돼 있다. 그의 친구는 “하이즈먼이 3년전 총을 산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 조용하고 사려가 깊으며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열린세상] 공정사회, 정략적 구호가 되지 않으려면/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열린세상] 공정사회, 정략적 구호가 되지 않으려면/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한 ‘공정한 사회’에 대해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로운 화두의 파장이 어디까지 어떻게 미칠지 자못 경계하는 빛이 완연하다.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얼마나 그리고 어디까지 고민하고 준비해서 던진 화두인지 모두가 궁금할 것이다. 야당은 ‘공정사회’ 담론이 다분히 정략적 계산 속에 던진 화두라고 의심하고 있다. 첫째는 공정의 잣대를 앞세워 정치권 사정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정권의 레임덕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경질에서 보듯이 공정의 칼날이 야당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정부와 여당을 향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권 인사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권력누수를 막고 국정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공정사회’ 원칙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정략적 해석은 ‘공정사회’ 담론을 2012년 총선과 대선 프레임을 짜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것이다. 과거 선거를 보면 유리한 선거 프레임을 선점한 세력이 승리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보수-진보’ 프레임 짜기에 성공하면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지역주의와 기득권을 앞세운 구태정치를 척결하자는 진보의 목소리를 거부할 명분은 없었다. 2007년 대선의 프레임은 ‘경제 살리기’였다. 경제대통령 이명박에 맞설 후보는 없었다. 정동영 후보가 이전 대선에서 승리를 안겨준 진보정치의 기치를 다시 들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이미 경제 살리기에 쏠려 있었다. 선거 프레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이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뿐 아니라 차기 선거에 유리한 판을 미리 짜고자 하는 의도로 ‘공정사회’ 담론을 일찌감치 선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진보정치, 경제 살리기 못지않게 공정사회 역시 쉽사리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이기 때문이다. 공정사회가 결코 정략적 목적에서 들고 나온 원칙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이 대통령의 몫이다. 그 첫번째 과제는 공정사회의 구체적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다. ‘공정’이란 용어는 매우 철학적인 개념이어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는 공정한 사회를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사회적 책임을 지는 사회’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어서 무엇이 공정한 것인지 쉽사리 와 닿지 않는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20여년간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 ‘정의(Justice)란 무엇인가’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도 ‘공정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다가는 오히려 갈등과 혼란만 자초할 위험이 있다. 공정사회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면서 그 실천과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이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비롯한 17개 법안을 ‘공정사회 법안’으로 선정하고 이번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겠다고 공포한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야간 옥외집회 허용 여부는 정치세력 간 다툼의 여지가 많은 쟁점이다.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하는 것이 공정사회인지, 법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더 공정한 것인지는 선뜻 판단이 서지 않는 사안이다. 이 같은 정치쟁점을 공정사회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것은 ‘공정사회’ 담론을 정략적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 사회가 결코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엄정하고 투명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모든 국민들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가진 자들이 저지르는 온갖 불법, 탈법, 편법 행위가 공정사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정치적 쟁점 사안이 아니라 사회지도층의 반칙과 특권을 없애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물론 무엇이 반칙이고 권한 남용인지에 대해 세세히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찾는 과정이 우선해야 한다.
  • “샌델식 ‘정의’ 지엽적… 글로벌 관점 가져야”

    “샌델식 ‘정의’ 지엽적… 글로벌 관점 가져야”

    “아시아인들이 아시아의 민주주의에 대해 더 많이 말하지 않는 것이 유감스럽습니다. 글로벌 사회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더 번져나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29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마르티아 센(77)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글로벌 정의’를 거듭 강조했다. 인도인인 센 교수는 간담회에 앞선 기조강연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최대 피해자는 극빈층”이라면서 “우리 주변과 우리 국가에 한정하지 말고 세계 인류의 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 한국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린다. 어떤 주제가 논의되어야 할까. -2008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보다 덜 급하다. 당시는 경제위기 때라 G20이 큰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영광의 시기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선 재정적자 문제가 과대포장되고 있는지 봐야 한다. 유럽은 실업 문제가 심각하지만 재정적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과도한 우려는 더욱 건실한 회복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아프리카 같은 저개발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야 한다. →최근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마침 ‘더 아이디어 오브 저스티스’라는 책을 냈다고 들었다. 샌델 교수와 비교하면 어떤가. -샌델식 접근은 중요하고 흥미롭다. 베스트셀러가 될 만하다. 그러나 난 반대다. 글로벌한 관점보다는 미국이라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한정된 얘기만 한다. 다른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글로벌 관점을 갖자고 주장한다. 이번에 써낸 책이 그것이다. →한국도 공정 사회를 내걸었다. 그러나 쉽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 정부, 기업,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뭔가. -한국은 분배가 썩 괜찮은 사회다. 다만 사회안전망이 부족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큰 고충을 겪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큰 기업과 작은 기업 간의 균형, 정부와 시장 간 균형이다. 국민들은 특정 정권이나 정파가 내놓는 선전에 속지 말아야 한다. →‘정의에 대해 정의하기보다 불의를 없애는 게 정의다.’라고 했는데 글로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은 뭔가. 토론민주주의를 말했는데 실효성이 있을까. -현실적으로 강대국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이 참여하는 토론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라크 전쟁의 경우 처음엔 다들 미국에 동의했으나 결국은 다 반대로 돌아서지 않았나. 따라서 글로벌 정의를 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점은 아시아인들이 북한의 핵 문제만 얘기하고 정작 북한이나 미얀마의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화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경제학계의 ‘마더 테레사’ 어떤 정의를 이야기할까

    경제학계의 ‘마더 테레사’ 어떤 정의를 이야기할까

    경제학계의 ‘마더 테레사’로 불리는 아마르티아 센(77)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에 온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김정배)이 주최하는 ‘2010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 기조강연자로 초청됐다. 센 교수는 29~30일 열리는 포럼에서 ‘세계문명과 국가의 경계’를 주제로 강연한다. 또 10월1일 세계석학 강좌에서는 ‘전지구적 세계와 정의’를 주제로 강연한다. 센은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도 출신 경제학자. 그의 출발점은 후생경제학이었다. 빈곤과 기아에 시달린 조국 인도의 현실이 작용했다. 센이 중요시 여기는 개념은 ‘역량’(Capability). 개개인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줘야 하고 경제학도 이를 위한 도구라고 본다. 개개인의 역량 발휘를 막는 제1의 적은 당연히 빈곤과 기아다. 그런데 요즘 빈곤과 기아는 생산력 부족보다 대개 정치적 탄압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센에게는 경제적 풍요 못지않게 정치적 자유가 중요하다. 남북전쟁 이전에 미국 남부 흑인 노예가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추정통계치를 내놓은 미국 경제사학자 윌리엄 포겔의 주장에 대해 “설사 그렇다 해도 노예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느냐.”고 반박한 것이 한 예다. 이렇게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상호 연관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박정희 덕분에 이만큼 먹고 살게 됐다.’, ‘그 시절 성장 좀 하려면 독재도 하고 고문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한국적 통념과 입맛에 들어맞는 학자는 아니다. 한국은 민주주의가 부족한 채 성장했기에 성장기에는 티가 나지 않더라도 정체기나 쇠퇴기에는 저소득층이 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회, 다시 말해 저소득층의 역량 발휘 기회가 크게 훼손되는 사회라고 보는 쪽에 서 있기 때문이다. 센은 기조강연과 석학강좌를 통해 문명 간 갈등과 폭력을 불러오는 정체성론을 비판하고, 다양한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열린 세상에 대한 희망을 나타낸다. 학술대회는 전체 5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헨리 로즈몬트 미국 브라운대학 교수가 유교를 재조명하는 부분. 근대 자유주의가 이제는 사회정의를 침해하고 현 체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로 변질됐다고 진단한 뒤 ‘관계의 윤리’를 내세운 유교를 되돌아본다. 마지막 세션 주제는 ‘경제위기와 동아시아의 새로운 경제 질서’로 정했다. 11월에 있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으로, 다자 간 경제질서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G20 지도 이념’으로서의 공정한 경쟁/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열린세상] ‘G20 지도 이념’으로서의 공정한 경쟁/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최근 안방을 점령하고 있는 ‘김탁구’ ‘자이언트’ ‘동이’를 보면, 지금 우리 사회가 ‘정의’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 ‘김탁구’는 치열한 두 경쟁자가 화해하고,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 온 제3자에게 대표직을 양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공정으로서의 정의’가 중심 주제였던 것이다. 다른 두 개의 드라마 역시 불공정한 경쟁자를 징벌하는 방향으로 가파르게 치닫고 있다. 드라마는 현실 사회를 적나라하게 반영한다. 그렇다면 ‘실용정부’를 표방하였던 이명박 정부가 8·15 국정연설을 통하여 ‘공정한 사회’를 후반기 국정 화두로 잡은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철학자의 정치적 이상이 성공적으로 실현된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공자·플라톤·세네카는 이상국가 건설에 실패했으며, ‘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 역시 헨리 8세가 휘두른 권력의 칼날에 희생되고 말았다. 하이데거의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총장 취임 연설문 ‘독일 대학의 자기주장’은 히틀러 정권을 순화하기에 역부족이었고, 박종홍의 ‘국민교육헌장’ 역시 박정희 유신 독재를 바로잡지는 못하였다.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려는 치열한 실천 정신이 요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버드대의 정치철학자 롤스에 의하면 국가 사회에서의 정의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기본권을 보장하는 ‘평등의 원칙’과, 최소 수혜자들이 이전보다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만 받아들일 수 있는 ‘차등의 원칙’에 의하여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또한 차등의 원칙은 ‘원초적 상태에서의 무지의 장막’과 ‘기회균등의 원칙’을 전제하는 경우에만 공정하다고 인정된다. 얼마 전 외교통상부의 특채 과정에서처럼 특정인을 선발할 목적으로 마련한 채용기준은 이 두 가지 전제를 무시한 불공정한 것이다. 따라서 롤스의 정의론에서는 현재의 특권적 지위를 공정하게 확보했는가에 대한 검증 요구가 무한정 소급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내에서도 베스트 셀러로 부상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샌델은 정의에 이르는 세 가지 방식, 즉 공리·자유·미덕을 소개하고 있다. 공리주의자들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하지만, 그 경우에 소수자의 권리를 위축시키거나 부정할 수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하지만, 개인의 자유가 타인이나 공동체의 지향 가치와 충돌할 경우에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뒤따른다. 공동체주의자들은 ‘좋은 삶’에 도움이 되는 선과 미덕을 지키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하지만, 이 경우에도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의 자유를 배제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 샌델은 공리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모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도 그 스스로는 공동체주의를 지지함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노정한다. 샌델이 제시한 세 가지 길은 정의에 이르는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어떤 주의와 입장을 선택하더라도 피해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정의 그 자체에는 도달할 수 없게 된다. 정의를 자신의 입장에서만 규정할 경우,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트라시마코스의 언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정한 사회’의 이념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할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미국 하원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환율조작을 겨냥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발의하면서, 이 문제를 G20에 상정할 태세를 갖추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우리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공정한 경쟁’을 G20의 지도 이념으로 제시한 그 순간부터 피할 수 없는 현실 문제가 된 것이다. 칸트의 영구평화론이 유엔의 창설 정신이 되고, 한스 큉의 ‘세계윤리’ 구상이 세계적인 경영자들의 지도 이념이 된 것처럼, 우리 정부가 제시한 ‘공정한 경쟁’이 G20의 지도 이념으로 되기 위해서는 그 이념적 토대와 실천 강령 구축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유럽의 지성에 듣는다] (4) 동역학계 거장 장크리스토프 요코즈 콜레주 드 프랑스 석좌 교수

    [유럽의 지성에 듣는다] (4) 동역학계 거장 장크리스토프 요코즈 콜레주 드 프랑스 석좌 교수

    동역학계의 거장인 장크리스토프 요코즈 교수는 해석수학의 1인자로 꼽힌다. 동역학계는 우주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모형화할 때 변화가 생기는 궁극적인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스티븐 호킹이 주도하는 이론물리학과 비슷하며, 이공계와 사회과학에까지 넓게 활용된다. 요코즈 교수는 어린 시절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프랑스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자 영재 교육 시스템인 에콜 노르말에 입학했고, 1985년 에콜 폴리테크닉에서 동역학의 창시자인 미셸 에르만 교수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11대학(오르셰)에서 수학과 교수로 일하면서 수학과 이론물리학계의 주요 난제로 꼽혔던 정형화된 동역학계(호모클리닉 역학계)의 현상을 완벽하게 해석해냈다. 이 공로로 1994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메달을 수상했다. 이후 콜레주 드 프랑스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파스칼과 데카르트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도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매년 20~30%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순수학문을 외면하고 의대, 경영대에 가고 싶어 합니다.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한정된 목표가 정해지면서 수학 등 기초과학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접해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해석수학자로 꼽히는 장크리스토프 요코즈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학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한국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기초과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와 선생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공식이나 숫자 대신 새로운 교재와 접근법을 개발해 진정 알아가는 즐거움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코즈 교수는 19세기 이후 수많은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이 매달려온 동역학계(우주 천체의 정형·비정형적인 움직임을 계산하는 수학)의 난제를 풀어내 37살이던 1994년 필즈메달을 받았다. 그의 이론은 인공위성의 궤도 계산과 핵융합발전소의 플라스마 운영에 적용되고 있다. 필즈메달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뚜렷한 학문적 업적이 있는 40세 이전의 수학자에게만 수여된다. 4년마다 한번씩 시상하며 지금까지 아시아에서는 일본만 수상자를 배출했다. 요코즈 교수는 “시대가 변한 만큼 수학자를 비롯한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힘써야 할 의무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1950년대만 해도 수학자 한 사람이 논문을 혼자 쓰고 발표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구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좀더 사고의 폭을 넓히면 대중과도 함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맞다’와 ‘틀리다’로 구분하는 학자의 틀에 갇혀 있는 한 수학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요코즈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수학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유럽이나 미국 쪽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열정적인 연구분위기를 경험했다.”면서 “정보기술(IT) 등 응용과학에서 한국이 이룬 업적을 생각하면, 균형의 문제일 뿐 기초과학에서도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요코즈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오는 11월 방한해 한국 수학의 발전 방향에 대해 제언할 예정이다. 칠판과 컴퓨터로 가득 찬 그의 연구실 책장 한가운데에는 포스텍에서 선물받은 고려청자가 놓여 있었다. →광범위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수학은 어떤 학문인가. -수학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활동적이고 흥분되는 일이다. 문제에 접근해 도전하고 그것을 결국 풀어냈을 때마다 ‘아름답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새삼 깨닫는다. 무엇보다 수학은 과학이라는 학문을 표현하는 기본단위다. 예를 들어 컴퓨터 언어를 생각해 보라. 컴퓨터는 수많은 언어와 프로그램, 그래픽을 보여주지만 결국 모든 것의 기본은 수학이 만들어낸 언어들이다. →기초과학의 위기는 수학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프랑스 수학계는 어떤가. -매년 20~30%의 학생이 줄어들고 있다. 의대, 치대, 경영대가 학생들의 입학희망 1순위가 된 지 오래다. 영국, 독일, 브라질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다들 마찬가지다.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상당수가 금융수학과 응용수학에 매달린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일자리와 미래가 아닐까. 수학의 전망이라는 것은 결국 그것을 해서 어떻게 먹고 살 수 있느냐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응용과학이나 경제학이나 모두 수학이 기초가 되는 것 아닌가. 기본이 흔들리면 결국 위에 쌓은 것들도 곧 무너질 텐데. -물론이다. 20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금융수학은 대부분 1950년대에 수학에서 기본이 만들어진 것들이다(경매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시의 게임이론도 이때 발표됐다). 지금 기초수학의 영역에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50년 뒤에는 새로운 분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신은 왜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됐나. 스승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버지가 물리학자였기 때문에 수학이나 과학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무엇보다 에콜 노르말(프랑스 최고의 이공계 사립대학) 시절에 만난 미셸 에르만 교수의 역할이 컸다. 난 도형이나 계산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반면 어떤 현상을 해석하는 쪽에 적성이 맞다는 것을 에흐만 교수를 통해 깨닫게 됐다. 에르만 교수는 세계적인 수학자였지만 열린 사람이었다. 학생들에게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한때 내가 체스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니까 집에 직접 전화를 걸어 “수학을 관두고 체스대회에 나가려고 하니 말려 달라.”고 적극적으로 나선 적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능력 있는 선생님이 인간적이기까지 하니 어떻게 신뢰하고 따르지 않을 수 있었겠나. →37살에 필즈메달을 받았다. -19세기에 우주 행성의 법칙이 어느 정도 완성된 뒤에도 실제로 천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우주에는 행성처럼 정형적인 움직임을 하는 부분이 있고, 지구온난화처럼 비정형적인 돌발변수들도 있다. 난 이 정형적인 부분에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더라도 긴 시간 동안 맞아떨어지는 해석법을 만들어냈다. 현재 인공위성의 궤도를 예측하는 데 실제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핵융합발전소의 플라스마 움직임을 예측하고 조정하는 데에도 적용된다. →노벨상은 나이 제한이 없는데 필즈메달은 왜 40세 이전이라는 단서가 붙나. 필즈메달을 받은 뒤에 주변이나 사회적인 시선은 어떻게 변했나. -음악과 문학을 생각해 보자. 음악은 모차르트나 슈베르트가 그랬던 것처럼 집중적인 에너지와 창의성이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젊은 시절에 업적들이 많다. 반면 문학은 경험이 중요하고 실제로 수많은 대작들이 노년기에 나온다. 수학은 음악과 같은 학문이다. 가끔 오일러나 가우스처럼 나이가 들어서 업적을 세우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수학자들의 성과는 대부분 젊은 나이에 나온다. 필즈메달 이전과 이후라…. 연구비도 많이 늘었고, 초청도 많이 받았고 대우도 달라졌다. 콜레주 드 프랑스 석좌교수가 되는 영광도 얻었다. 대신 연구할 시간은 줄었다. 그래서 2006년 프랑스인 벤더린 베르너가 필즈메달을 받았을 때 너무 좋았다. 이제 그 쪽으로 관심이 몰릴 테니 난 공부할 시간이 늘어났다. 베르너도 다음 수상자가 나올 때까지 좀 피곤할 거다. →긴 시간을 한 가지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 수학자들이다. 공들여 풀다가 잘못된 길이라는 점을 알면 절망하게 될 텐데, 어떻게 극복하나. -인생이라는 것이 다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서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늘어놓는다. 하나가 막히면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려서 풀어보다가 다시 돌아온다. 잠시 떠나 있으면 무엇이 잘못됐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학은 완벽하게 자유로운 학문이다. 예를 들어 의학, 생물학자들은 어떤 질병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만 파야 하지 않나. 수학은 자기가 풀고 싶은 문제까지도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학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자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훌륭한 선생님은 학생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 기초과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식이 아니라, 수학·물리학·화학 등 기초과학을 하면 무엇이 될 수 있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답안지를 보지도 못한 채 무조건 끌려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수학자들도 바뀌어야 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모든 논문의 저자는 한 사람이었다. 수학자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도 살아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논문은 여러 명의 공동연구로 만들어진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대중과 얘기할 때는 ‘맞다’ ‘틀리다’ 두가지로 이분화된 수학자들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자가 갇혀 있고 매일 숫자와 씨름하는 독특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아시아에서는 아직까지 일본만 3명의 필즈메달 수상자를 배출했을 뿐이다(1982년 수상자 야우 싱퉁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계 미국인). 한국과 아시아 수학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06년 포스텍을 방문해 김강태 석좌교수와 대담도 하고, 강의도 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수학계에서는 볼 수 없는 학생들의 열의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응용과학쪽에서 한국이 얻은 성과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수학이 홀대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약간 의아했다. 기초와 응용이 연결돼 있는 만큼 균형을 잘 잡았으면 지금 한국 수학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발전 속도를 볼 때 최근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11월에 한국에 가면 좀 더 많은 것들을 심도있게 보고 조언할 생각이다. 잠재력이 충분한 나라인 만큼 거는 기대도 크다. 글 사진 파리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떠나는 오바마 경제팀

    떠나는 오바마 경제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팀 핵심인사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경제팀의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경제정책 운용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오바마 경제팀의 좌장격인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이 올해 말쯤 사직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서머스는 NEC 의장직에서 물러나 하버드대 교수로 복귀할 예정이다. 오바마 경제팀 가운데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이 이미 지난 7월초 사직했고, 이달 초에는 크리스티나 로머 경제자문위원장도 물러나는 등 오바마 경제팀의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서머스 의장까지 떠나면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 중에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만 남게 된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내고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서머스는 직선적이고 비타협적인 성격으로 인해 경제팀 내부에서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일부 진보진영으로부터는 그가 월가의 금융회사들과 밀착돼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11월 중간선거 이후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도 이르면 다음달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 등 미 언론들이 22일 일제히 보도했다. CNN은 이매뉴얼 실장과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매뉴얼 실장이 내년 2월 시카고 시장 후보 경선에 대비해 빠르면 다음 달 사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매뉴얼 실장의 사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이매뉴얼 실장의 사임은 사실상 결정된 상태다. 이매뉴얼 실장이 물러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이후 백악관 진용을 전면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싸우는 오바마 안보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팀이 심각한 내홍을 겪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1970년대 초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중견언론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은 새 책 ‘오바마의 전쟁들(Obama’s Wars)’에서 지난해 아프간 출구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 안보팀의 불협화음이 극심했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출간될 책의 내용을 미리 입수해 보도한 ABC방송 등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오바마 안보팀은 아프간 정책을 둘러싸고 2009년 1월 대통령 취임 이후 20개월여 동안 끊임없는 내부갈등을 겪어 왔다. 우드워드는 책을 내기까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부 고위 관료 40여명을 밀착 인터뷰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 전략 논의 과정을 집중 조명한 책은 아프간 추가파병 규모를 놓고서도 안보팀 내부의 감정싸움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군 지휘부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진영이 각각 4만명과 2만명 추가파병안을 들이밀고 맞서자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3만명 증파와 단계적 철수라는 절충카드를 뽑았다는 것. 오바마 대통령 자신도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당시 중부사령관 등 군 핵심부와 사이가 아주 나빴다. 사정이 그쯤 되니 정가에는 오바마 최측근 인사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공공연히 나돌았다고 책은 소개했다.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오바마의 핵심참모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을 ‘완벽한 여론 조종가(spin doctor)’라고 대놓고 비아냥댔다. 책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전쟁관, 미 중앙정보국(CIA)의 아프간내 비밀 공작요원팀 운영 등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CIA는 아프간인 3000명으로 ‘대테러추적팀(CTPT)’이라는 특수부대를 극비리에 조직해 알카에다 및 탈레반 소탕작전에 동원해 왔다. 이와 관련, 백악관과 CIA는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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