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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완의 생생러브]일어나! 아빠

    봄.공부하기 좋은 계절이라선지 의사들에게도 여러 가지 학회가 줄을 잇는다.꽃 피고,훈풍이 불어 놀기에 좋다는 이 계절에 학회장이나 진료실에만 갇혀 있자니 때론 온 몸이 근질거린다.그러다 문득 작년,재작년에 비해 오히려 그런 갈망이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이 드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어느새 내가 주어진 생활에 자꾸 순응하는 불쌍한 모습으로 변한 것 같아 서글픈 느낌이다.아마도 모든 남편,모든 아빠들의 비애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온갖 꿈과 환상을 그릴 때에야 ‘나는 절대로 매일 똑같은 그런 무료한 삶을 살지는 않겠다.’고 다짐도 했고,연애할 때의 사랑이든,결혼해서의 사랑이든 남과 다르게 화끈하게 해 보겠노라 장담도 했지만,어느새 비슷한 하루하루를 별다른 감흥 없이 보내고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만감이 교차한다. 병원을 찾는 발기부전 환자들도 결혼생활이 10년쯤 되면 아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한결같은 사랑’인지 그냥 ‘무덤덤한 사랑’인지 헷갈린다고 한다.그러나 시간을 두고 대화하다 보면,거의 후자임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매일 보는 아내보다 예쁜 술집 아가씨가 더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본능이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아내에게 자신도 똑같은 존재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서글픈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나날이 늘어나는 허리 사이즈를 탓하는 아내의 잔소리는 ‘남자로서 매력이 줄고 있으니 스스로 회복해서 내 마음이 멀어지지 않게 붙잡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라고 보면 된다. 매일 같은 얼굴과 몸을 보여주는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 한결같은 성 흥분을 느끼려는 욕심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그러나 자신의 매력을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파트너의 외면을 감수할 각오를 하는 것이 옳다.생활이 바쁘다고,고민이 많다고,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고 ‘자기 가꾸기’에 소홀하다면,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밤마다 고문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건강과 몸매를 가꾸는 노력은 자신의 여건과 시간에 맞춰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다.부지런한 사람이라면,시간이 날 때마다 달리기를 할 수도 있고,그게 힘들고 버겁다면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걷기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다.아무리 닳고 닳은 부부라고 매일 말없이 텔레비전만 보다가 잠자리로 들지 말고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책을 읽는 모습도 보여주고,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지 말고 파트너가 생각하지 못했던 연극이나 공연 예매도 해봄직하다. 요란스러운 ‘웰빙’족이 될 필요는 없다고 해도,나이를 뛰어 넘어 몸과 마음에서 자신만의 향기가 은은히 뿜어져 나오도록 스스로 가꾸는 자기관리,이보다 더 좋은 ‘웰빙’이 따로 있을까. 명동이윤수비뇨기과 공동원장˝
  • [삶과 경영 이야기⑪] ‘엘리트 공무원’ 출신 박인구 동원 F&B 사장

    박인구(朴仁求·58) 동원F&B 사장은 엘리트 공무원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한 뒤에도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CEO(최고경영자)다.산업자원부의 고참 과장 시절 제2의 인생을 찾아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동원정밀(동원EnC의 전신)의 경영을 맡아 3년반만에 흑자 기업으로 바꾸었다.동원과는 우연한 기회에 김재철(金在哲·한국무역협회장·70)그룹 회장의 매제가 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나이 쉰 살에 제2의 인생을 찾아 변신 -1996년 50세가 되던 해에 퇴직을 결심했다.과장 고참 때였다.가수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 살에는’이라는 노래도 있지만,만감이 교차했다.‘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도 열심히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경험을 되살려 용기를 가졌다. 고등학교를 장학금으로 다닌 뒤 9급 공무원이 되었다.역시 장학금으로 야간대학을 다니며 교사생활을 하면서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했다.7급 공무원 시험도 3∼4차례 합격했지만 산업자원부 사무관을 선택했다.동기들보다 늦은 32세의 나이였다.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한 덕분인지 승진이 빨랐다.미국 국무부 추천으로 유학도 다녀오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상무관도 지냈다.외국생활은 넓은 세상에 눈을 뜨게 한 공부가 되었다. ‘50대 중반이면 자의든 타의든 공직에서 물러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새로운 일을 찾기로 했다.늙어서도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사무관 시절부터 기업인의 길을 권했던 김재철 회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우리의 인생은 25년을 주기로 나뉜다고 누가 말했다.25세까지 부모 밑에서 자라고 50세까지는 어떤 직장이든 그곳에 열성을 파묻고 일한다.그리고 나머지 75세까지는 자기를 위해서 산다고 했다.나도 남은 25년을 나를 위해서 살고 싶었는데,지금 생각하니 결코 나 개인만을 위한 생활은 아닌 것 같다.1997년 3월17일 공직을 그만두었다. ●행운만이 아닌 용단의 결과 -퇴직후 처음 간 곳이 동원정밀이다.현미경 등 교육기자재와 산업용 철제박스 등을 만드는 동원의 작은 계열사다.고교 졸업후 첫 직장인 전신전화국에서 재무제표 등을 익히고 산자부에서 기업지원 업무를 해서 경영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그런데 만성 적자에다 부채비율이 600%에 달한 곳이었다.그러나 열정적으로 몰입했다.3년반만에 공장도 늘리고 흑자 기업으로 만들었다.외환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성과급도 지급했다. -처음 경영환경을 살펴본 뒤 우선 회사가 쓸데없이 갖고 있던 매출채권을 돈으로 바꾸어 현금을 확보했다.외화부채도 450만달러나 갖고 있었으나 앞당겨 갚아 버렸다.얼마후 외환위기가 터졌고,850원 하던 1달러의 가치가 1400원으로 뛰면서 결국 큰 돈을 벌게 된 셈이었다. -그같이 운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었을지 아찔한 순간이었다.(인터뷰를 마친 뒤 동원F&B 직원들은 당시 박 사장의 그런 결정이 단순히 운만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관행처럼 굳어진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경영환경을 갖추려는 구조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과 우의를 다지기 위해 매주 축구를 했다.동원정밀의 매출은 두배로 늘었다.동원의 16개 계열사 가운데 가장 부실했던 회사를 건실한 회사로 바꾸고 물러났다. (따로 만난 직원들은 박 사장이 처음 동원정밀에 부임했을 때에는 노조가 공무원 출신 사장이라고 사사건건 반대하며 그를 무시했다고 말했다.그러나 박 사장은 묵묵히 일을 해나갔고,나중엔 그의 성실한 모습에 직원들이 따랐다는 것이다.결국 다른 직장에선 보너스를 반납하고 감원까지 당하는 마당에 오히려 밀린 보너스에다 상여금까지 받을 수 있었고,박 사장이 회사를 떠날 때에는 직원들이 가지 말라고 그를 울면서 붙잡았다고 한다.) -회장님도 나의 능력을 인정한 눈치였다.동원의 주력인 동원F&B를 맡겼다.식품업은 매출이 쉽게 늘지도,그렇다고 쉽게 줄지도 않는 업종이다.그러나 이곳에서도 취임 2년만에 적자를 벗고 식품업계 최초로 직원들에게 성과급까지 지급했다. ●회사의 돈과 시간,물자를 낭비하지 마라 -나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돈과 시간,물자를 오용하거나 남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회사의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몰두했다.출근해서 어슬렁거리다 사우나에나 갔다오면서 하루 10시간을 일하면 무엇하나.기업은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는 곳이다.그렇게 하면 남들에게 뒤진다.우리의 생산성이 일본 등에 떨어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우리 회사는 외국의 유명 식품회사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종업원 모두가 그들을 능가해야만 회사가 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것이 주인 의식이다.직원 모두가 내가 바로 주인이라는 애정을 가져야 한다.여기에 파레토(1848∼1923년·이탈리아 경제학자·전체 성과의 대부분이 몇가지 작은 요소에 의존한다고 주장함)의 ‘최적이론’을 견주어 볼 수 있다. -이제는 그 분야에서 1∼2등이 아니면 무엇이든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가 없다.전에는 ‘로컬기업’도 충분히 먹고 살았다.모두에게 정보가 완전하지 못했고,경쟁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이 있고,시장개방을 내세우는 WTO(세계무역기구) 시대에 살고 있다.무서운 공개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회사의 자원을 최적화하라고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선 CEO가 솔선수범해야 한다.사람은 바로 자기 아랫사람이 가장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CEO가 모범을 보이면 이사들이 따라 할 것이고,그 이사를 부서장들이 본 뜰 것이다. ●공직과 기업의 비교 -공무원과 기업인은 어느 면에선 그리 다르지 않다.공무원은 공익을 위해서 일하고 기업인은 사익을 위해 일할 뿐이다.공무원은 법규를 중시하고 명분에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공정성을 소홀히해선 안되고 감사와 언론 등도 의식해야 한다.기업인은 빨리 성과를 내서 임직원과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어야 하지만 그곳에도 원칙을 소중히 여기고 기업활동이 사회를 위한 보람된 일이라는 자부심도 지녀야 한다. -주미대사관에서 상무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점심시간이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2시간이었다.현지 외국인들을 만나 외교 활동을 하라고 점심 시간이 긴 것이다.그런데 매일 외국인과 현안을 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남은 시간동안 골프를 치거나 집에서 쉬는 경우도 보았다.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어 어떻게 하든 그 시간을 ‘킬(Kill)’하려고 한다.그래서 대사에게 점심시간을 없애자고 건의했다.내 마음대로 시간을 쪼개 쓸 수 있기 때문에 바쁘면 도시락을 먹고 일을 더 할 수 있다.중요한 미팅이면 3∼4시간동안 점심을 먹어도 된다.이것이 효율성이다. -식품은 자동차 등과는 달리 수요가 다음으로 연기되지 않는다.즉 오늘 놓친 소비자가 내일 나를 기다리지 않다는 말이다.매일 신뢰를 쌓아야 내일도 고객이 나를 찾는다.그만큼 하루하루를 헛되이 할 수 없는 피곤한 일들이다.자연 CEO는 매사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을 느낀다.동원F&B를 동북아에서 최고의 식품기업으로 만들고 웃으며 물러나겠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박인구 사장은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철두철미한 일처리 솜씨가 몸에 배도록 했고,남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속깊은 품성을 심어주었다.비교적 단신(162㎝)이지만 다부져 보이는 외모처럼 동원F&B를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작은 것을 소중히 하는 기업으로 이끌고 있다.생년월일(46년 11월 8일)이 거스 히딩크 전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과 똑같아서인지 주말이면 동호인들과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광(狂)이다. 박 사장은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그래서 근무 시간 중에는 문상도 하지 않는다.주미 대사관에서 있을 때는 상사에게 점심시간도 아깝다며 아예 없애자고 건의할 정도였다. 저녁 약속이 많아도 이틀에 한번꼴로 집에 일찍 들어가 가족들을 챙긴다. ˝
  • [19일 TV 하이라이트]

    ●결혼하고 싶은 여자(오후 9시55분) 준호와 순애,그리고 지훈과 신영이 우연히 만나 더블데이트를 하게 된다.준호는 은근히 지훈에게 질투를 느끼고,신영은 순애에게 준호가 자기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넌지시 물어본다.얼마 후,신영,승리,순애와 같이 식사를 하던 지훈은 승리와 신경전을 벌인다. ●사이언스+(오전 8시30분) 우수한 과학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과학 영재 교육의 요람인 과학고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과학고는 자연 탐사,경시 대회,논문 작성 등 여러 가지 과학 탐구 활동들을 시행하고 있다.이공계 활성화 방안과 중·고 과학영재 육성방안 등을 서울 과학고 양교석 교장에게 들어본다. ●생방송60분 부모(오전 10시) 지난 99년 1월 경기도 양평에서 사라진 장성길(현재 16세)군과 지난 2002년 11월 서울에서 사라진 김은지(현재 7세)양 등의 부모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아이를 찾아줄 것을 호소한다.시청자들의 제보 전화와 참여를 통해 실질적인 미아 찾기를 유도한다. ●인생극장 오 마이 갓(오후 10시50분)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매우 극진했던 아들.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의 꿈을 꾸게 된다.매일 밤 아들의 꿈에 나타나 구슬프게 흐느끼다 사라지는 하얀 소복의 여인.이 여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소풍가는 여자(오후 8시 50분) 은지의 돌발적인 행동에 화가난 윤호는 은지의 뺨을 때린다.윤호는 찬미 엄마는 죄가 없다며 괴롭히지 말라고 한다.김천댁은 동네사람들 사이에 혜숙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는 말을 듣고 걱정한다.한편 주사장의 부인은 혜숙을 찾아와 왜 꼬리를 치고 다니냐며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인간극장(오후 8시50분) 용재는 강효 교수가 이끄는 세종솔로이스츠 실내악단의 단원이다.세종의 한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용재.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서점에 들러 한글 교재를 산다.오리건에 돌아간 복순씨와 빌은 깨가 쏟아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강효 교수는 용재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 ●아주특별한 인연(밤 12시) 매년 12월이면 보르네오를 찾는 한국인 노부부 오정면·문달님씨.오지 사람들은 이 부부를 보르네오섬의 산타라 부른다.부부는 겨울 동안 오지 중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원주민들에게 농법을 가르쳐 주고 약을 나눠준다.노부부와 그 가족들의 삶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되새겨 본다. ˝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봄의 끄트머리,여름의 시작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리고 나서 지금은 붓꽃과 창포의 계절이다.모란은 참 점잖은 꽃이다.피어 있을 때도 기품이 있더니 질 때도 경박하지 않게 뚝뚝 소리가 날 것처럼 장중하게 떨어진다. 모란이 봄의 끄트머리라면 붓꽃은 여름의 시작이다.창포하고 붓꽃은 내가 심은 바 없는데 언제부터인지 마당 예서 제서 나기 시작했다.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에 날리는 가벼운 씨앗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저절로 난 게 신기했다.그것들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무얼 타고 왔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들이 우리 동네 장자 못에서 왔다고 믿고 있다.그 연못은 창포와 붓꽃이 필 때가 가장 아름답다.둘 다 물을 좋아하나 보다.창포는 연못가 습지에,붓꽃은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둔덕에 무리 지어 군생한다.둘은 거의 같은 시기에 피기 때문에 노란색과 보라색이 어울려 만개했을 때는 그 연못이 이 세상 연못 같지 않아진다.나는 우리 동네의 그 연못 때문에 그 꽃들의 이름을 알았고,물가를 좋아하나 보다는 짐작도 하게 되었다. 자생했다고는 하나 습지를 좋아할 것 같은 데다가 혼자 피어 있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은 식물이 산골짜기 건조한 땅에 온 게 안쓰러워 물을 받아 놓고 수련을 키우는 동그란 돌확 가에다 옮겨 심었다.한데 모아놓고 보니 제법 여러 촉이 되어,어울려야 폼이 나는 그 꽃의 아름다움을 집에서도 즐길 만하게 되었다.마당에서 할 일도 많아진 데다가 이런저런 잡무까지 겹쳐 연못가로 산책을 못나간 지 열흘도 넘는 사이에 돌확을 둘러싼 서늘한 이파리 사이에서 그야말로 붓끝같이 생긴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그걸 보니까 갑자기 연못에서 나를 부르는 것처럼 좀이 쑤셔서 달려가 보니 거기서도 꼭 우리 집 마당의 것만큼 봉오리가 올라와 있지 않은가. 친한 척하느라 우리 동네라고 했지만 장자 못은 집에서 가깝지 않다.고지대와 저지대는 기온차도 꽤 나고 우선 부는 바람의 기운이 다르다.기온도 바람도 아닌 그 어떤 기운이 연못가와 산골에 각각 떨어져 있는 같은 종의 식물을 내통케 했을까.별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는 게 신비하게 느껴지고,그 신비에서 하루를 사는 힘을 얻는다.될 수 있으면 나의 하루하루도 그것들과 은밀하게 교감하는 나날이 되고 싶다. 붓꽃 다음으로도 피어나고 싶어 안달이 나서 순서를 기다리는 식물들이 마당에는 부지기수다.흙을 만지고 있으면 그것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손끝으로 느껴진다.그렇지만 나는 그것들이 제 마음대로 땅을 차지하고 번식하도록 내버려두지를 못한다.각각으로 있던 창포와 붓꽃을 내 손으로 한곳으로 모은 것처럼 내 눈에 보기 좋도록 솎아내고 옮겨 심고,보기 싫은 건 아주 제거하느라 매일같이 흙을 만진다.손에 흙 묻힐 생각 없이 마당에 나갔다가도 간밤에 잔디 사이에서 거짓말처럼 세를 넓힌 토끼풀을 보아 넘기지 못하고 허리를 굽히면 한두 시간은 후딱 가버린다.작년에 있던 자리에 몇 십 몇 백배로 세를 불려 돋아나는 분꽃 봉숭아 백일홍 따위 일년초들의 그 왕성한 번식력과의 싸움도 손에 흙 묻히지 않고는 안 된다.산야에서 자생하는 야생초도 누가 선물이라고 캐다 주면 우리 마당에선 귀빈 대접을 받는다.잘 안되면 햇볕이 넘치거나 모자라는 것도 같고,토질이 안 맞는다 싶기도 해 이리저리 옮겨 심어 보게 된다.솎아주는 것도 옮겨 심는 것도 다 내 눈이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도 내 집에 오는 사람이 그걸 보고 칭찬해 주면 마치 업고 다니는 내 아기를 누가 쳐다보고 예쁘다고 얼러줄 때처럼 으쓱하고,본척만척 무관심한 사람은 정 없는 사람처럼 여겨져 속으로 슬쩍 삐치기까지 한다. 들꽃이 예쁘게 보이면 그건 늙었다는 징조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맞는 말이다.산 날은 길고 긴데 살 날은 아주 조금밖에 안 남았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나도 가서,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다.그러나 내가 속한 지구촌에는 지금 너무도 추악한 역병이 만연해 있다.칼끝처럼 섬뜩한 증오와 살의가 살의를 부르는 복수심으로부터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내가 하찮은 것들을 예뻐하려는 것은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기 위함인지 당면한 공포를 슬쩍 외면하고 망각하기 위함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봄의 끄트머리,여름의 시작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리고 나서 지금은 붓꽃과 창포의 계절이다.모란은 참 점잖은 꽃이다.피어 있을 때도 기품이 있더니 질 때도 경박하지 않게 뚝뚝 소리가 날 것처럼 장중하게 떨어진다. 모란이 봄의 끄트머리라면 붓꽃은 여름의 시작이다.창포하고 붓꽃은 내가 심은 바 없는데 언제부터인지 마당 예서 제서 나기 시작했다.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에 날리는 가벼운 씨앗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저절로 난 게 신기했다.그것들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무얼 타고 왔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들이 우리 동네 장자 못에서 왔다고 믿고 있다.그 연못은 창포와 붓꽃이 필 때가 가장 아름답다.둘 다 물을 좋아하나 보다.창포는 연못가 습지에,붓꽃은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둔덕에 무리 지어 군생한다.둘은 거의 같은 시기에 피기 때문에 노란색과 보라색이 어울려 만개했을 때는 그 연못이 이 세상 연못 같지 않아진다.나는 우리 동네의 그 연못 때문에 그 꽃들의 이름을 알았고,물가를 좋아하나 보다는 짐작도 하게 되었다. 자생했다고는 하나 습지를 좋아할 것 같은 데다가 혼자 피어 있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은 식물이 산골짜기 건조한 땅에 온 게 안쓰러워 물을 받아 놓고 수련을 키우는 동그란 돌확 가에다 옮겨 심었다.한데 모아놓고 보니 제법 여러 촉이 되어,어울려야 폼이 나는 그 꽃의 아름다움을 집에서도 즐길 만하게 되었다.마당에서 할 일도 많아진 데다가 이런저런 잡무까지 겹쳐 연못가로 산책을 못나간 지 열흘도 넘는 사이에 돌확을 둘러싼 서늘한 이파리 사이에서 그야말로 붓끝같이 생긴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그걸 보니까 갑자기 연못에서 나를 부르는 것처럼 좀이 쑤셔서 달려가 보니 거기서도 꼭 우리 집 마당의 것만큼 봉오리가 올라와 있지 않은가. 친한 척하느라 우리 동네라고 했지만 장자 못은 집에서 가깝지 않다.고지대와 저지대는 기온차도 꽤 나고 우선 부는 바람의 기운이 다르다.기온도 바람도 아닌 그 어떤 기운이 연못가와 산골에 각각 떨어져 있는 같은 종의 식물을 내통케 했을까.별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는 게 신비하게 느껴지고,그 신비에서 하루를 사는 힘을 얻는다.될 수 있으면 나의 하루하루도 그것들과 은밀하게 교감하는 나날이 되고 싶다. 붓꽃 다음으로도 피어나고 싶어 안달이 나서 순서를 기다리는 식물들이 마당에는 부지기수다.흙을 만지고 있으면 그것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손끝으로 느껴진다.그렇지만 나는 그것들이 제 마음대로 땅을 차지하고 번식하도록 내버려두지를 못한다.각각으로 있던 창포와 붓꽃을 내 손으로 한곳으로 모은 것처럼 내 눈에 보기 좋도록 솎아내고 옮겨 심고,보기 싫은 건 아주 제거하느라 매일같이 흙을 만진다.손에 흙 묻힐 생각 없이 마당에 나갔다가도 간밤에 잔디 사이에서 거짓말처럼 세를 넓힌 토끼풀을 보아 넘기지 못하고 허리를 굽히면 한두 시간은 후딱 가버린다.작년에 있던 자리에 몇 십 몇 백배로 세를 불려 돋아나는 분꽃 봉숭아 백일홍 따위 일년초들의 그 왕성한 번식력과의 싸움도 손에 흙 묻히지 않고는 안 된다.산야에서 자생하는 야생초도 누가 선물이라고 캐다 주면 우리 마당에선 귀빈 대접을 받는다.잘 안되면 햇볕이 넘치거나 모자라는 것도 같고,토질이 안 맞는다 싶기도 해 이리저리 옮겨 심어 보게 된다.솎아주는 것도 옮겨 심는 것도 다 내 눈이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도 내 집에 오는 사람이 그걸 보고 칭찬해 주면 마치 업고 다니는 내 아기를 누가 쳐다보고 예쁘다고 얼러줄 때처럼 으쓱하고,본척만척 무관심한 사람은 정 없는 사람처럼 여겨져 속으로 슬쩍 삐치기까지 한다. 들꽃이 예쁘게 보이면 그건 늙었다는 징조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맞는 말이다.산 날은 길고 긴데 살 날은 아주 조금밖에 안 남았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나도 가서,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다.그러나 내가 속한 지구촌에는 지금 너무도 추악한 역병이 만연해 있다.칼끝처럼 섬뜩한 증오와 살의가 살의를 부르는 복수심으로부터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내가 하찮은 것들을 예뻐하려는 것은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기 위함인지 당면한 공포를 슬쩍 외면하고 망각하기 위함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 [기고] 탄핵심판 이후에 해야 할 일/김승환 한국헌법학회 상임이사·전북대 교수

    2004년 3월12일 국회에서 야3당이 의결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그로부터 63일만에 헌법재판소가 최종결론을 내렸다.기각결정,즉 탄핵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대통령을 파면시키는 일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다시 단절시키는 것이며,파면효과가 이처럼 중대하다면 파면사유도 그만큼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기각 결정의 핵심이유다. 야3당의 탄핵소추안 의결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끝간 데 없는 불법 정치자금 사건과 정쟁으로,고달프지만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국민에게 허탈감을 심어준 국회의원들이,느닷없이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돌파구를 삼으려는 파렴치한 작태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논쟁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 헌재의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우리는 차분하게 평상심으로 돌아와 탄핵심판 이후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리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노 대통령은 ‘탄핵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눈앞에 둔 지난 3월11일 그는 대국민성명서를 발표했다.당시 성명서 내용이라든가 그의 표정 등을 보면서 필자는 ‘저건 싸움을 피하는 게 아니라,도리어 어디 한번 해 봐라.’라는 전투적인 태도라고 생각했다.정치적으로 큰 승부수를 던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이러한 추측이 맞건 틀리건 관계없이,노 대통령은 탄핵사태로 엄청나게 많은 정치적 이익을 챙겼다.그리고 그건 천만뜻밖에도 40년이상 지속돼 온 의회 지배권력을 교체하는 혁명적 상황을 가져왔다. 그러나 여기에서 노 대통령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이 땅에는 (비록 밝히지는 않았지만) 헌법 재판관들의 소수의견을 지지하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또 대통령은 특정 세력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세력의 대통령인 것이다.여기에서 대통령의 국민통합 책무가 나온다.이유야 어찌됐든 탄핵사태를 둘러싼 국론분열과 갈등,2개월이상의 대통령 유고,이 모든 것의 출발점에 노 대통령 자신이 서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탄핵소추를 강행한 야3당은 국민에게 진 빚을 갚는 작업을 해야 한다.대통령을 파면할 만한 중대한 위법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이상,탄핵사태를 야기한 데 대한 정중한 사죄와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만약 한나라당이 탄핵심판 결정문에 나타난 노 대통령의 위법행위들을 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논거로 삼는다면,한나라당의 장래에는 더 혹독한 정치적 시련이 몰아치게 될 것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탄핵사태를 통해서 가장 큰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겼다.3월11일까지만 해도 17대 총선 결과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혼전 상태였는데,뜻밖에도 야3당이 열린우리당의 난국을 일거에 해결해 줘 버린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열린우리당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국민이 17대 총선에서 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을 일치시켜 준 것은 이제 국정운영의 실패를 더이상 야당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이다.정치개혁·재벌개혁·언론개혁·민생안정·국가균형발전 등 각종의 국정현안을 일관되고 설득력 있는 원칙과 프로그램을 세워 추진하라는 명령을 담은 것이다. 이 땅에는 아직도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존재한다.그들이 정말 존중해야 할 것은 게임의 규칙이다.게임의 규칙은 과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도 적용된다.1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인간 노무현을 둘러싼 두번의 게임이 있었고,그 결과 확인된 것은 ‘노무현은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이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면서 정치개혁과 국가발전에 동참하라는 것이,시대가 그들에게 주는 엄중한 외침이다. 국민은 대통령 탄핵소추와 기각이라는 중요한 민주주의 학습을 했다.그 비용이 우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현시점에서 예측하기는 어렵다.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점은 정치인과 기득권층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국민의 능력은 예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 [탄핵기각] 정부 부처 움직임

    14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고건 국무총리는 탄핵정국 종료와 함께 ‘고난’도 벗어던졌다.그동안 고 총리는 ‘권한대행’을 스스로 ‘고난(苦難)대행’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고 총리는 지난 63일 동안 국정안정을 위해 피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냈다.국정 위기라는 중압감에 새벽에 수시로 잠에서 깰 정도였다.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에는 집무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시켜 먹으며 정국 구상에 주력했다. 그러나 ‘행정의 달인’답게 치밀하고 노련하게 국정 안정에 최선을 다했다.탄핵안이 가결된 순간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안보를 챙겼고,국방부와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군과 경찰의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이어 해외신인도 하락을 우려,이헌재 경제부총리에게 경제정책 일관성을 유지토록 지시하기도 했다.특히 야당의 국회 시정연설 요구와 사면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 정치적인 기로에 서기도 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무난히 헤쳐 나갔다. 한편 ‘탄핵기각’ 결정으로 노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면서 그동안 탄력을 받지 못했던 정부의 인사 및 행정개혁과 지방분권 업무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당분간 관가의 화두는 ‘개혁’ 또는 ‘혁신’이 될 분위기다.일각에서는 군 장성급에서 촉발된 사정바람이 공직 전반에 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조만간 모든 중앙부처 국·실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도 열 방침이다.부처별 자체 혁신작업도 훨씬 강도높게 이뤄질 전망이다.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대통령이 복귀했으니까 앞으로 혁신업무에 속도를 붙여 추진하라.”고 간부회의를 통해 주문했다. 공무원들은 탄핵기각에 대해 대체로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앞으로 불어닥칠지 모를 인사태풍과 공직사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한편으론 “공무원이 책임지고 정책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복귀 일성’에 따라 각종 정책을 재점검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덕현 조현석기자 hyoun@˝
  • [기고] 사회지도층의 자살 신드롬/하상훈 생명의 전화·자살예방방지센터 원장

    최근 우리 사회는 지도층 인사들의 연이은 자살로 국민적인 충격과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국민들의 믿음과 기대를 받았던 그들의 어이없는 죽음은 우리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하고 우리 삶의 방향 감각을 흔들리게 한다. “아니,저 분이 자살을 하다니….”놀라움과 충격에 말문이 막힌다.평생 이룩해 놓은 자신의 명예와 권력이 법정에 연루되거나 수감이 되면서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겪는다. 자존심을 상실하고 실추된 명예의 벼랑 끝에서 자살을 생각한다.그러나 몇몇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자살생각에 머물지 않고 자살을 감행한다.그리고 그들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 자살의 모델을 남기고 떠나 버렸다. 자살(suicide)은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신을 살해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개인적인 비극의 정도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그리고 그들의 죽음에 대해 동정의 눈길을 보내기도 하고,심지어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희생양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조기를 달아 애도를 표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죽음을 슬퍼한다.그들의 자살행위는 어느 사이 정당화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그러면서 제2의,제3의 자살 행렬이 이어져 간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는 자살이 개인적인 선택이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자기 문제가 해결되는 종결점으로 생각하는 데에 기인한다.그러나 우리가 함께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은 개인의 자살은 한 개인의 비극적인 종말을 넘어 사회적 파급효과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살은 소중한 인명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국가 사회적인 손실로서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사회 지도층 인사의 자살은 그들의 영향력만큼 국가 사회적인 상실감을 더욱 크게 한다. 또한 자살은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큰 상실감의 고통과 그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평생 우울한 삶을 살게 한다.어느 대학생 아들의 자살로 인해 그의 부모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상담창구에서 본다. 특히 지도층이나 유명인의 자살은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카드빚,실직,신용불량 등으로 힘들게 살아가면서 죽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참아내면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던 사람들에게는 ‘저런 사람도 죽는데,나 같은 사람 죽어도 된다.’라는 충동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1774년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이 발간된 후 불운한 사랑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베르테르를 모방하여 총으로 자살을 했다고 한다. 일명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이어지는 분위기이다. 자살은 그 사회의 건강성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자살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사회 지도층의 자살은 병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지도층 인사들의 자살을 계기로 우리는 자살이 개인적인 선택으로서 용인되는 분위기로부터 우리 공동체에 큰 위해(危害)를 가하는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있기를 기대한다.또한 생명존중 사회의 구현과 자살예방 활동을 위해 국가 사회적인 안전망의 구축과 대책 마련이 있었으면 한다. 가정이 해체되고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어 분열되고 단절된 우리의 사회가 좀 더 투명해지고 서로 관심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건강한 공동체로 전환되어 가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 나가야 한다. 특별히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어렵고 힘든 삶의 위기를 만났을 때 도피를 해 버리거나 자살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고 그 난관을 당당히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면서 삶의 막다른 골목에 처한 많은 국민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하상훈 생명의 전화·자살예방방지센터 원장˝
  • 표성배 두번째 시집 ‘저 겨울산‘

    “공장과 함께 키가 자랐고/공장과 함께 사랑도 익었다.”(‘공장’)는 노동자 시인 표성배가 두번째 시집 ‘저 겨울산 너머에는’(갈무리 펴냄)을 내놓았다. 그의 시집에는 일하는 사람의 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건강함이 물씬 풍겨난다.무럭무럭 피어나는 뜨거운 김 속에는 일터 사랑과 근심,동료에 대한 애정과 세상의 모순이 포개져 있다.그 목소리는 거칠지 않고 응축된 시적 비유로 잘 다듬어져 있다. 시집 곳곳에 뿌려진 시적 자아는 개인의 차원에 머물지 않은 채 ‘2만불 시대’ 운운하는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그는 마산에서 살고 창원공단에서 일하는,대물림한 노동자다.그에겐 “평생 막일에/굽은 등이 안쓰러운/아버지”와 “고무신 공장에서/어느 날,고무신처럼 천대받아 쫓겨난/누이”가 있다.시인 자신은 반복된 작업으로 창원대로를 달리면서도 “차소리 대신 기계소리”가 들리고 “자동화 기계에 밀리고 밀려/어느 날/수동 기계처럼/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은/내가 보인다.”(‘창원대로를 달리다 보면’)고 토로한다. 늘어만 가는 작업량과 기계화로 인한 퇴출 위기 등은 시인의 불안함을 가중시킨다.“십년 넘게 다닌 공장이/낯설게” 다가오고 “단단히/뿌리내리지 못한 채/하루하루를 견뎌 내는” 선인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그래서 노동현장은 ‘겨울산’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산 속에 갇히지 않는다.간혹 “낭떠러지를 만나 고개 떨구고/아슬아슬 얼음판을 걸었지만” 그 ‘겨울산 너머’로 무지개를 본다.(‘잘 왔다 싶다’).“한 점 빛 새벽별 뚝뚝 떼어 짓밟고/저 겨울산을 넘고 싶다.”며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무지개 빛 희망을 못내 버리지 않은/마음뿐이다.”(‘무지개’)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종수기자˝
  • [기고] 교사자살 부추기는 교육현장/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 ·본사 명예논설위원

    교육현장에서 빚어지는 여러 갈등으로 인해 최근 교사나 관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급증하고 있다.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에서는 이렇다 할 뾰족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참담한 실정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데에는 교육현장 내부의 문제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교사들은 각자 소속된 해당 단체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반목하고 질시하기 일쑤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만 감싸고 돌며 교사의 인격이나 위신 등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최근 다양한 학내문제 때문에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잦다는 점에서,어쩌면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나 소속 구성원들이 이런 일을 방조하거나 조장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삶에 대한 본능과 죽음에 대한 본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한다.삶을 향하는 노력과 죽음을 향하는 노력은 인간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기에 어느 본능을 더 따르느냐에 따라 삶에 대한 태도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특히 죽음에 대한 본능으로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면 자기 파괴적인 충동에 사로잡혀 자살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밖으로 표출될 때에는 다른 사람들을 파괴시키고 죽음으로 내모는 극단적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자리잡힌 죽음이라는 씨앗은 어떤 환경적 여건으로 적당한 온도나 습도 등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뿌리를 내리고 왕성하게 자라기 시작한다.흔히 인간이 삶에 대한 목표를 잃었거나 심리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아 자존심이 극도로 손상을 입었을 때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순간적으로 이 유혹의 지배를 받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 자살을 감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반대로,살아있는 순간마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추구하며 존재의 이유를 느낀다면 죽음에 대한 본능 대신 삶에 대한 본능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며,삶의 환희를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자신의 삶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순간순간의 삶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을 간직할 수 있게 된다.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살아갈 때 죽음에 대한 본능보다는 삶에 대한 본능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잇따른 자살을 막으려면 무엇보다도 교사들이 교직에 대한 강한 애착과 교단에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죽음에 대한 본능보다 삶에 대한 본능이 더 강하게 솟아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교사와 교사,그리고 교사와 학생 및 학부모의 관계가 상호 동반자적인 관계로 변모될 수 있어야 한다.서로간의 불신과 적대감에서 빚어지는 인간관계와,여기서 비롯되는 심리적 빈곤과 정체성 상실을 더 이상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 주변에 불의의 사고나 선천적 질병으로 죽음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돌아보자.하물며 보잘것없는 동식물들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 않는가.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삶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고귀한 인간승리를 경험하며,이들에게서 죽음에 대한 본능보다 삶에 대한 본능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그러나 삶을 애호하기보다 죽음을 애호하는 분위기가 교단에서부터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학생들에게 삶에 대한 애착보다 죽음의 찬미를 느끼게 하는 정신적 충격을 준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최근의 현상을 탓하기 전에 우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끔 만드는 환경적 요인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자포자기의 삶을 조장하는 교육현장이 더 이상 살인의 추억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 ·본사 명예논설위원˝
  • 속리산 황토방서 칩거중인 도종환 시인

    “봄꽃이 이리저리 피어 있습니다.자두나무의 하얀꽃이 눈이 부십니다.들꽃도 많이 피어 있지요.그래서인지 요즘 글도 많이 쓰여지는 것 같아요.건강도 많이 회복됐어요.”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시인 도종환(50)씨.그는 지난 2월 몸 담고 있던 진천 덕산중학에 불쑥 사직서를 내고는 속리산 기슭의 황토방으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이유는 피로가 쉽게 오는 신경계 계통의 지병이 좀처럼 낫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현재 머무는 황토방의 문패는 ‘구구산방(龜龜山房)’이다.신문도 없고 TV도 없는 세상과 담쌓은 외딴 산골이다.그는 ‘구구산방’에 칩거하면서 틈틈이 써놓은 글을 모아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라는 산문집을 최근에 냈다.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시인의 맑고 잔잔한 마음을 담았다.벌써 4쇄를 찍을 정도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래저래 수소문 끝에 전화를 걸어 근황을 물었다.그는 “4.15총선때 투표를 하기 위해 청주를 다녀 왔을 뿐 줄곧 구구산방 주변에서 멤돌고 있다.”고 건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총선결과 진보세력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했다고 하자 그는 “평소 서민들과 노동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부연했다(그는 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다가 98년에 복직했다). 혼자 황토방에 있으면 외롭지 않느냐고 물었다.돌아오는 대답이 “봄비가 밟고 간 자리마다 푸릇푸릇하다.뒷뜰에도,텃밭에도,산등성이에도 새싹이 움트고 꽃이 더욱 피어나고 있다.”고 하면서 기르는 닭 세마리도 저 즐거워라 뛰놀고 있단다.그러면서 하루 4시간은 텃밭에서 장작패고 채소 가꾸며 노동하고,네시간은 자연과 만나고,나머지 네시간은 읽고 쓰다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고 했다. “텃밭에는 근대,고추,아욱 등을 심어 반찬도 하고 닭모이로도 사용합니다.밭에 물 주고 잡초도 뽑아주는 정성을 쏟으면 여름날 먹을 만큼 거두지 않겠습니까.” ‘쓰는 일’에 대해 물었다.봄이 무르익어서인지 들꽃,산꽃을 보면 절로 뭔가 쓰고 싶어진다는 그는 “그때 구슬꿰듯 하루하루 정리해보면 시가 되고 산문이 되는 것 같다.”면서 봄날의 새싹처럼 창작의욕도 솟구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딱히 정해진 주제는 없지만 깊이 있는 생각,철학이 담긴 글,마음을 비우는 그런 글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요즘에는 유영모 선생의 동양사상에 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또 얼마전에 한 지인이 보내온 ‘박헌영 일대기’를 틈틈이 읽곤 합니다.” 황토방 생활을 한지 3개월 가까이 되면서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다는 그는 앞으로 생각나는 대로 읽고 쓰고 텃밭을 일구는 일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완전과 완벽은 인간의 영역이 아닙니다.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 충실한 삶을 살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선택 4·15] “한표를…” 5당 대국민 호소문

    제1당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4·15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각각 ‘거여(巨與) 견제론’과 ‘거야(巨野) 부활론’을 펴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출사표를 던졌다.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각각 대국민선언문을 통해 지지표 결집과 부동층 흡수에 나섰다.선거결과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앞날은 물론 박 대표와 정 의장의 정치운명과도 직결돼 있다. 민주당은 최근의 지지율 상승세를 감안하면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면서 막판 지지표 훑기에 나섰으며,자민련과 민주노동당은 두 자릿수 의석 확보에 목표를 두고 지지층 결속을 시도했다.주요 정당 지도부는 공식 선거전 마지막날인 이날 특히 부동층이 많고 접전 양상이 치열한 서울 등 수도권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근혜 한나라대표 “이번이 저희 한나라당에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4일 출사표에서 이같은 절박함을 피력한 뒤 “이번 총선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각별한 각오로 하루하루 가파른 언덕 길을 오르고 또 올랐다.”며 선거운동기간 13일 동안을 회고했다.그리고 “여의도 벌판의 천막으로 당사를 옮겼을 때,저희들 마음은 한강 너머 텅빈 하늘처럼 막막하기만 했다.새로운 각오로 신발 끈을 동여매면서도 허물이 많은 저희가 국민 여러분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참담하고 두려운 심정이었다.”고 말을 이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어두운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려는 간절한 몸짓과 호소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시는 국민 여러분을 보면서 힘과 용기를 얻었다.”고 심경을 밝혔다.그는 “선거에서 비방하지 않고,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렸는데,힘들었지만 끝까지 지켰다.”면서 “앞으로도 싸우지 않는 정치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그러면서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와 경제살리기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고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싸우지 않는 정치로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표는 “우리 역사는 말 많은 소수가 아니라 조용한 다수의 땀으로 이끌어 왔고,말은 없지만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애국심을 보여줄 때”라면서 “15일은 국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날이다.거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이 서는데 힘을 보태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박 대표는 이날로 이틀째 서울과 수도권 유세에 집중했다.한 유세장에서 10분쯤 얼굴을 내비친 뒤 곧바로 다른 유세장으로 이동하는 릴레이식 유세를 펼쳤다.그러나 “부산이 흔들리고 있다.”는 보고를 접한 뒤 오후 늦게 예정에 없던 부산으로 급히 향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추미애 선대위원장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14일 D-1 막판 유세를 모두 서울에서 소화했다.서남 벨트를 출발,강북으로 갔다가 밤 늦게 종로에서 마무리짓는 초강행군. 추 위원장은 오전에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에 다시 기회를 주시면 평화와 번영,정치 개혁,당내 개혁,경제 회생,청년 일자리 창출을 책임지고 해 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김종인·손봉숙 공동 선대위원장과 박준영 선대본부장,김강자 전 총경 등과 오랜만에 손을 맞잡고 필승을 다짐하는 여유도 보였다. 그는 “거대 야당과 무책임한 정신적 여당이 서로 견제하겠다는 투전판식 선거에 민생과 외교 등 정책이 실종됐다.”면서 특히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을 겨냥해 “어른 세대에 투표장에 가지 말라는 무책임한 말을 던져 놓고 다시 탄핵 정국으로 막판 세몰이를 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떼쓰기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추 위원장은 이어 서울 지역 14개 선거구를 돌며 민주당의 50년 전통을 지켜달라는 읍소로 유세장을 뜨겁게 달구었다.그는 “내일은 민주당의 부활절이 될 것”이라며 “실업자를 양산한 노무현 정부와 1당이 아니면 경제를 책임지지 못하겠다고 단식하는 열린우리당을 심판해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추 위원장은 자기 지역구인 광진을도 안정권이 아닌 탓에 오후 늦게 찾았다.TV에서만 얼굴을 보여 섭섭해 하던 지역민들이 거리로 대거 나와 선대위 일행을 환대했다.그는 이날 종횡무진 일정에도 불구,하이힐을 신어 눈길을 끌었다.3보1배 할 때 나지막한 단화에서 출발해 엊그제 3㎝ 높이의 굽으로 갈아 신더니 급기야 7㎝까지 올라갔다. 당 관계자는 “지지도가 그만큼 오른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정경기자 olive@ ■정동영 우리당의장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4일 “긴 절망의 터널을 벗어나 희망의 정치로 전진할 수 있는 선택의 날이 다가왔다.”면서 “국민의 위대한 힘으로 역사를 변화시켜 달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아침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단식농성중 기자회견을 갖고 “부패 탄핵세력이 원내 제1당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정 의장은 “대통령을 탄핵한 193명이 또다시 국회를 장악한다면 그들은 탄핵소추가 정당했다고 강변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압력을 가할 것이고 대통령은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이 대통령 탄핵을 무효화시키고 경제를 일으킬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며 “우리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싸움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을 믿고 국민에 의지하며 국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의장은 “4·15총선에서 ‘3·12 의회쿠데타’로부터 한국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고 전진시키기 위한 참여의 폭발을 기대한다.국민의 참여가 이뤄지면 탄핵세력이 물러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끝낸 뒤 정 의장은 바로 중앙선관위를 방문,본인의 비례대표후보 사퇴서를 직접 제출했다.정 의장은 제출 후 기자들에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한 야3당이 과반수를 넘을지 모를 위기상황을 알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며 “원내국회 중심의 17대에서 의원직 포기가 갖는 의미를 잘 알지만,한국 민주주의 부활에서 명분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저녁 7시에는 인파가 많이 몰리는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마지막 지원유세를 갖고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서울·경기 지역을 돌며 부동표 흡수에 주력했다.김 대표는 “신(新)지역주의가 대구에서 일어나서 부산으로,서울로 올라오고 있다.지역주의에 의해 한나라당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두렵다.”면서 “지역주의와 차떼기 부패정당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상연 박지윤기자 carlos@ ■김종필 자민련총재 자민련 김종필(JP) 총재는 14일 서울에서 마지막 지지를 호소했다. 오전 마포 중앙당사에서 17대 총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뒤,곧바로 서울 도봉을·노원을·중랑갑·동대문을 지역을 돌아 다니며 지지를 거듭 요청했다. 김 총재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자민련은 우리나라 정통 보수정당으로,계승해야 할 옛 것은 지키고 새로움을 계속 추구하면서 내일을 개척하는 정당”이라며 “오로지 국가와 후손의 내일을 생각하는 자민련에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이어 서울지역 릴레이 유세에서 “차떼기 부패정당인 한나라당과 정체불명의 열린우리당,잡다한 요인이 혼재된 민주당을 또 다시 지지하겠느냐.”며 “이제 그런 정당은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붙여서는 안된다.”고 자민련 지지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원내진입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지구촌이 우경화되고 있는데 반대로 왼쪽에 서서 우리 조국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만큼 절대 힘을 줘서는 안된다.”며 “그렇다면 남은 정당은 자민련뿐”이라고 주장했다.자민련은 JP의 충청권 집중유세로 24개 선거구 가운데 15곳 이상에서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권영길 민노당대표 민주노동당은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14일 꾸준히 치솟는 당 지지율을 실제 득표로 연결시키는데 주력했다.서울·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비례대표 후보들을 전원 가동해 ‘진보야당론’을 내세우며 ‘2004년 원내교섭단체 구성,2008년 제1야당,2012년 집권’이라는 야심찬 중장기 계획을 쏟아냈다. 권영길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여당의 실정과 무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부패하지 않은 야당이 있어야 한다.”며 “그 역할을 진보야당인 민주노동당이 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지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권 대표는 “이번 선거는 대통령 탄핵으로 마감한 16대 국회 4년의 부패와 노무현 정부의 지난 1년의 실정을 심판하는 장”이라고 전제,“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최소 15석에서 최대 20석 이상의 의석을 얻어 교섭단체를 구성해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한나라당과 더불어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기존 보수 정당들의 부패와 무능을 감시하고 질책하는 강력한 선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신의 선거구인 창원으로 내려갔고,천영세 선대위원장,노회찬 선대본부장,심상정 비례대표 후보(1번) 등은 서울·수도권의 표몰이에 나섰다.이영순·강기갑 비례대표 후보 등은 울산·거제 등 영남권에서 ‘진보야당론’ 전파에 힘을 쏟았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2년 대선 투표 하루 전날 ‘정몽준 지지 철회 쇼크’로 인해 지지표가 빠지는 등 톡톡히 혼이 났던 ‘악몽’을 떠올리며,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민주노동당 후보 투표는 사표’ 발언의 파장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으면 ‘민주노동당 집권’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사진 오정식 최해국 남상인기자 ˝
  • [데스크시각] 활기찬 노년을 위해/유상덕 생활레저부장

    내가 아는 60대의 K씨는 매일 아침 5시30분쯤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동네 체육회관에서 단전호흡으로 하루를 시작한다.오랫동안 꾸준히 해 온 운동 덕분에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과 의욕을 가진 그의 하루하루는 활기가 넘친다. 요즘에는 동네 복지회관에서 배운 컴퓨터 실력으로 자식이나 손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는다.얼마전에는 미국에 있는 손자와 화상채팅을 해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그는 친구들과 서울 인사동 찻집에서 만나기 1∼2시간 전에 화랑가를 둘러본다.특히 볼 만한 기획전시회가 열리면 빠짐없이 들른다.서점에 들러 미술관련 책도 꾸준히 구입해 읽는다.여행을 좋아해 아내와 함께 가까운 야외로 나가는 것도 생활의 일부가 됐다.사찰이나 한적한 강가를 찾고 역사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어 집에서는 항상 손에 중국,한국의 역사책이 들려있다.요즘에는 K씨처럼 정정하게 살아가는 노익장들도 드물지 않게 눈에 띈다. 우리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현재 전체 인구의 8% 수준이지만 2019년에는 14%로 ‘고령 사회’,2026년에는 20%로 ‘초고령 사회’로 들어선다는 것이 정부 추계다. 한국은 지금 고령화 대책에 대한 기로에 서 있다.해마다 늘어나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위한 정책을 어떻게 세워 실천하느냐에 노인 대책의 성패가 달려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수입은 대체로 국민연금공단이 지급하는 공적인 연금,보험 회사 등에서 주는 사적인 연금,개인 저축에서 나오는 이자 수입,파트 타임 노동에 대한 대가 등일 것이다.여기서 운이 더 좋은 사람은 거의 늙어 죽을 때까지 평생 직장을 갖거나 임대료 수입 등을 받는 사람들일 것이다.어쨌든 노인이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별로 없으므로 노후자금은 개인적으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활력있는 노년을 보내려면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젊어야 한다.불교에서는 본질적으로 나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윤회 사상을 갖고 있는 불교에서는 한 생(生)만을 기준으로 ‘젊었다’‘늙었다’‘몇 살이다’라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10세 소년이 전생(前生)의 나이까지 합쳐 60세 노인보다 더 나이가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 스님들의 말씀이다.마음이 젊은 노인이 게으르고 무기력한 20,30대보다 훨씬 더 생기있게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20세기 심리학에서 최대의 발견은 우리들 잠재의식(潛在意識)을 찾아낸 것이다.”라고 말한다.아마 잠재의식이란 우리들 마음의 무한한 힘과 가능성을 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나이가 젊었든 늙었든 우리들의 잠재능력을 믿고 힘있게 사는 사람이 젊은 사람이 아닐까. 규칙적인 운동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노년을 건강하게 살겠다고 나이 들어 운동하면 늦다.빠를수록 좋다. “노후에는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물론 노년에는 돈이 큰 힘이 될 것이다.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독일의 자기 경영(Self Management) 전문 컨설턴트인 마르코 폰 뮌히하우젠은 돈이 많으면 행복도 따라오는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지적한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情),시간,건강,만족 등은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유상덕 생활레저부장˝
  • [토요일 아침에] ‘실미도’가 주는 화두/권도갑 원불교 도봉교당 주임 교무

    1000만 관객이 찾았다는 영화 ‘실미도’를 뒤늦게 한 후배와 함께 보았다.마침 모임이 있어서 나갔다가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벅찬 가슴을 진정할 길이 없어 돌아오는 길에 찻집에 앉아 오랫동안 감동에 젖어 있었다. 영화는 우연인지,아니면 깊은 내면의 성찰을 통해 의도된 연출인지는 모르나 이 시대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놀라운 화두를 던져주고 있었다.세상에서 외면받은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조국의 평화 통일에 기여한다는 거짓 허상에 목숨을 걸고 참여하였다. 상상하기 어려운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임무 수행을 위해 출발할 무렵,갑자기 명령이 취소되었다.국가 권력의 중심부가 바뀌고 주변 상황들이 변화되면서 이들의 존재 목적마저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처음부터 이들은 잘못된 길을 찾았다.인간 앞에 어떤 목적도,그것이 국가 발전이든 조직의 번영이든 모두가 허구이며 허상인 것이다. 허황된 목적을 잃은 그들은 결국 실미도를 탈출한다.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직접 증거하고 확인 받고자 하였다.그러나 주민등록이 서류상으로 소멸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더욱이 서울로 돌진해 오는 길에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그들이 무장 공비로 취급받고 있음을 알고 한없이 절망하며 분노한다. 버스 속에서 붉은 피로 각자의 이름을 벽에 새기며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안타까운 몸부림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그런데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미 그들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철저히 이 사회에서 버림받고 외면당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면 명예로운 군인으로 대접받는다는 환상에 젖어 있었으며,설사 죽더라도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국립묘지에 묻히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하지만 시작부터 가능성이 없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삶을 돌아보자.나는 하루하루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냉철히 물어보자.세상의 인정을 얻기 위해 일터에서 부지런히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속한 단체의 발전과 번영에 기여하는 데 보람을 느끼고,대접 받으며 존경받는 인물이 되려고 노력한다.더 나아가 국가나 종교,그리고 세상을 위해서 헌신적인 삶을 살고 있다.실미도는 이들 모두가 하나같이 우리에게 허상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바깥에서 쌓아 올리는 수많은 공적과 과업들이 나 자신에게 진실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를 조용히 살펴보자.이제는 자신에게로 돌아와야 한다.지금 나 자신과 현실이 내가 도달해야 할 목적이다.가능한 범위에서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향유하며,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이를 즐기고 행복을 누리자. 국가나 조직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고 이들의 삶을 꽃피우며 열려가도록 협력해야 한다.그러면 어떤 조직이든지 그들의 목적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즐기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면 이로 해서 그 국가나 단체들이 더불어 잘 되게 하는 것이 순리이다. 성스러운 과업을 위해서 순교하는 것을 찬양하는 시대는 지났다.이들의 희생을 통해 내가 깨어나야 한다.이제 사람이 존중받는 시대,사람이 희망인 시대이다.이를 나부터 온전히 수용하여야 한다.영화 ‘실미도’는 현대를 함께 사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을 찾으라고 무섭게 외치고 있다. 권도갑 원불교 도봉교당 주임 교무˝
  • [종하랑 선영이의 배낭메고 60개국](10) 티베트 ‘라싸’

    북경에서 청두(成都)를 경유하여 5시간 남짓,그림 같은 설산들이 이어지는 장엄하고 험준한 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티베트 라싸 공항에 도착했다.높고 가파른 설산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분지,티베트 땅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히말라야에서 불어오는 맑은 공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그러나 곧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가빠온다.고도 3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느끼는 산소부족 현상 때문이다.고산증세는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정도가 다르지만 심한 경우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다가 기절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고산병에는 약이 따로 없고 심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위험한데 호흡장애를 일으키며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들에게 의사들의 처방은 딱 한가지라고 한다.“GO DOWN!”. 라싸의 기념품 가게에서는 각종 엽서,필름 등과 함께 산소를 팔기도 하는데 너무 비싸서 웬만하면 숨을 아끼며 쉬는 게 상책이다.아,산소의 소중함을 이 곳에 와서 깨닫게 되다니…. ‘옴마니 반메훔! 옴마니 반메훔!(연꽃 속의 보석이여 영원하소서!)’ 꿈인 듯 들려오는 낮은 염불 소리,어디에서 들었더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남편과 열심히 보았던 역사극에서 궁예가 불법을 설파하면서 외웠던 말이다.티베트 라싸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옴마니 반메훔’을 읊조리며 오체투지(머리와 사지를 모두 땅에 대고 절하는 티베트의 기도방법)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티베트 사람들에게 종교는 곧 삶이고 삶은 곧 오체투지의 연속이다.티베트의 북부나 남부,각 지방에서 가장 신성한 조캉사원이 있는 라싸까지 산과 들을 거쳐 수백,수천㎞ 되는 거리를 오체투지만을 하며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다. 농사를 짓는 사람중에는 농한기인 겨울에 몇달을 기도기간으로 정해 오체투지하며 기도를 하기도 한다.라싸에 있는 조캉사원은 라마승과 신도들에게 가장 큰 성지로 손꼽히는 곳으로,이 사원 앞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와 상관 없이 이른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티베트 전 지역에서 몰려든 신도들이 오체투지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외지인들의 관심을 끄는 또 다른 티베트의 독특한 문화는 바로 장례의식이다.티베트 사람들은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며,죽은 후에 독수리가 죽은 육신을 먹게 함으로써 영혼이 더 하늘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일반 서민들의 장례형태로,조장(鳥葬) 혹은 천장(天葬)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조장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요즘에는 ‘사진촬영 금지’ 표시와 함께 개방되고 있다.재미있는 사실은 서양 친구들은 대부분 조장을 보러 가지 않거나 보더라도 멀찌감치 뒤에 서서 보는데 호기심 많고 용감한(?) 한국사람과 일본사람은 바로 앞에 서서 끝까지 지켜본다는 것이다.물론 우리도 선봉에 섰다. 처음엔 나도 모르게 등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너무 충격적인 장면에서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남편 뒤로 숨어 들었지만,대부분의 절차는 손가락 사이로 목격할 수 있었다.산을 내려오면서 내내 묘한 기분이 들었다.영혼이 빠져 나간 육신이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내 몸을 빌려 내가 살아 움직일 때 더 선하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마음.‘옴마니 반메훔’. ■ 라싸 외곽 시골 마을 전통적인 티베트의 가옥양식과 농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라싸 외곽의 당슝 마을을 방문했다.관광지구인 라싸를 벗어나 시골마을로 들어서자 낯선 이방인들이 마냥 신기한지 삼삼오오 모여 야크 똥을 말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사람들도,흙을 파며 뛰놀던 어린 아이들도 온통 시선이 우리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인다.무뚝뚝한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하던 사람들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장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들어 서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한다. 티베트의 전통가옥은 빈부의 격차 없이 모든 집이 동일한 양식과 디자인으로 지어진다.벽돌로 사각집을 지은 후에 흰색 회칠을 하고 지붕에는 종교적 의미를 지닌 오색기를 단다.흰색 벽과 대비되는 화려한 원색의 문 위에는 그들이 신성시 여기는 야크의 머리로 장식을 하고 ‘옴마니 반메홈’ 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는다.그리고 겨울에 연료로 쓰는 야크 똥을 빈대떡처럼 빚어 벽에 붙여 건조시킨다. 손자와 함께 구경나온 할머니 한분이 집안을 보여주신다며 우리를 이끌었다.시멘트 바닥에 장과 소파가 있는 응접실,침대가 있는 침실,불상을 모시는 작은 사원 등이 있는 집안은 화려한 티베트 전통문양의 양탄자,깔개,걸개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집구경을 시켜 주신 후 할머니는 야크의 우유에 소금간을 한 버터차를 만들어주셨다.버터차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으로,우리 입맛에는 약간 느끼하다.내색을 하면 서운해하실 것 같아 맛있게 호호 불어 마시는데,할머니는 보온병을 들고 옆에 서 계시다가 한 모금만 마셔도 계속해서 차를 따라 주셨다. 옆집 사는 딸이 우리에게 보여주겠다며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찍은 옛사진 한 장을 가져왔기에 “너무 예뻐요.이런 옷이 다 집에 있으세요?” 하고 물었더니 갑자기 집안 식구들이 각 방으로 흩어져 남녀 전통의상을 가지고 나온다.갑자기 티베트의 전통의상을 입게 된 우리는 서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티베트의 아름다운 시골마을에서 정겹고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참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평생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몰라도 이렇게 만난 건 그들 종교에서 말하는 대로 전생에 억겁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
  • [뭘살까] 봄맞이 대청소 Up

    상쾌한 봄을 맞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당연 ‘봄맞이 대청소’다.하지만 하루하루 청소하기에도 벅찬데 겨우내 묵을대로 묵고,찌들대로 찌든 먼지와 때를 어떻게 씻어내나.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이런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청소 대행 서비스와 각종 아이디어 상품이 기다리고 있으니,요긴하게 이용해보자. ●어려운 청소는 맡기세요 전국 50여개의 지점을 운영 중인 침대청소박사(www.drbedclean.co.kr)는 매트리스 청소 전문업체.물을 사용하지 않는 건식청소의 경우 퀸사이즈는 4만원 정도다.표면에 찌든 때가 많이 묻어 물을 사용하는 습식청소는 이보다 조금 비싼 4만∼6만원.김현정 침대 청소박사 대표는 “1년에 1∼2번 전문적으로 청소를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며 “침대에 하루 종일 이불을 깔아두지 말고 통풍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02)6224-1008. 굿모닝청소(www.gmclean.co.kr)는 매트리스 못지않게 골치 아픈 소파와 카펫 청소를 대행한다.가격은 각각 기본 가격이 천소파 6만원,카펫은 15만원.(02)305-8946. 청소하는 날(www.cleanday.co.kr)은 집안 청소뿐만 아니라 자동차 청소도 대신해 준다. 중형차 기준으로 내부 전체를 청소하는 비용이 소형차 6만원, 중형차 7만원.필요에 따라 천장,바닥,시트만 따로 청소하는 것도 가능하다.080-512-4040.이사를 앞두고 미리 청소를 해야 하지만 시간이 없다면 청소 친구(www.e-cheongso.com)의 도움을 받아보자.청소 후 점검시간을 마련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청소해주는 A/S는 기본.30평이하는 24만원,그 이상은 평당 8000원 정도다.(02)469-3369. 여름에 대비해 미리 에어컨 청소를 원한다면 에어존(www.air-zone.co.kr)에 문의하자.집에서도 조금만 신경쓰면 먼지 제거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지만 살균·세척까지는 어려운게 사실이다.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보다 더 에어컨에 신경 쓰는 게 바람직하다.20평형 슬림형의 경우 7만원의 비용이 든다.0502-828-1119. ●벅벅 닦고,싹싹 쓸고 짬을 내서 청소를 할 의지가 있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아이디어 용품을 들춰보는 것도 좋다.팔이 닿지 않는 부분까지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양면 유리창 청소기’는 강력한 자석을 이용해 유리창 내·외벽에 청소기를 부착해 동시에 닦을 수 있는 제품으로 고층아파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제품 구성에 따라 2만 2500∼3만 9900원.대명인터내셔널은 다음날 5일까지 시중에서 3만 9000원에 판매되는 양면 유리창 청소기 ‘참크리’를 2만 2000원에 제공한다.(02)312-8933. 스스로 방을 돌아다니며 바닥 먼지를 제거하는 로봇자동청소기도 인기 상품.8.5㎝ 낮은 높이라 소파나 싱크대 아래 등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먼지를 찾아내 청소한다.옥션(www.auction.co.kr)은 4만 2000원에,인터파크(www.interpark.com)는 ‘아이모요 세트’로 구성해 4만 9800원에 판매한다.뜨거운 스팀으로 바닥,카펫 등 표면의 미세한 먼지를 닦고 박테리아,진드기 등 세균까지 살균하는 스팀청소기도 인기. ●아이디어 상품전을 들러보자 ‘새봄 청소용품전’을 진행하는 SK디투디(www.skdtod.com)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청소용품 50여종을 소개했다.물걸레질을 도와주는 ‘로봇팔 물걸레 청소기’는 2만 9500원,‘타일 틈새 화이트너’ 1만 7900원,‘화장실 오염방지 항균코팅제’는 1만 2000원. 한솔CS클럽(www.csclub.com)은 ‘봄맞이 집단장 빅세일전’에서 청소도우미 상품을 판매한다.매직블록 펄프 150종 세트는 2만 9900원,천연성분 가죽보호제 ‘레나파’는 47% 할인한 7만 8000원으로,각각 10%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최여경 나길회기자 kid@˝
  • 두 형사의 동상이몽 ‘마지막 늑대’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놀멘놀멘 살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을까.양동근·황정민 주연의 ‘마지막 늑대’(제작 제네시스픽처스·새달 2일 개봉)는 우선 무위도식의 희망사항을 스크린에 새겼다는 점에서 입맛을 당기게 한다. 서울에서 강력계 형사로 뛰던 최철권(양동근)이 인간적인 삶을 기대할 수 없는 과중한 업무에 염증을 느껴 ‘개점휴업’을 선언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그렇게 해서 자원해간 곳이 강원도 두메산골의 손바닥만한 파출소(이름까지 ‘무위파출소’).평생 범죄자하고는 말 한마디도 못해봤을 것 같은 느려터진 파출소장(장항선)과 순박한 총각 순경 고정식(황정민)이 무료하게 그곳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복잡한 사건에 얽히지 않고 편안히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작정한 철권과,사건이 없는 시골생활을 견딜 수 없어 시키지도 않은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정식.반대편 꼭지점에 선 듯 대조적인 두 캐릭터가 이야기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철권이 산그늘에 누워 시간을 죽이는 게 낙이라면,정식은 남아도는 시간과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나무그루 수를 세다 나중엔 소 대신 밭갈이까지 할 정도.서로의 삶의 방식을 비웃는 둘의 시시콜콜한 신경전을 지켜보며 관객은 일정한 리듬의 코믹 시소타기를 하게 된다. 영화속에서 ‘근면성실’은 캐릭터들의 인격을 가늠하는 잣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적막한 강원도 산골에 지어진 세트장속 해프닝이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는 관객의 신경줄을 조이는 긴장요소란 눈을 씻고 봐도 없다.양동근 특유의 부스스한 외모와 어눌한 말투,강원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황정민의 대사연기에 멀찍이 눈귀만 열어두면 된다. 그러나 동상이몽의 두 형사가 엮는 해프닝만으로 밑그림을 완성하기엔 처음부터 역부족.서울진출을 노리는 정식을 주저앉히기 위해 사건을 만들기로 작정한 철권은 동네 사찰의 탱화를 미끼삼아 문화재 털이범들을 유인한다.한가하던 화면에 폭력이 끼어들고 범죄자와 형사가 벌이는 ‘원초적인 대립’으로 초점을 옮기며 영화는 후반부에 적잖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소박한 배경에 컴퓨터그래픽,특수효과 등의 기술적인 시도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무공해 자연주의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하지만 장르를 잘라 말하기엔 태도가 어정쩡하다.코미디라고 쳐주기엔 웃음의 강도가 미약하고,등장인물들의 동선이 적어 형사액션물로도 걸맞지 않다.‘연기파’로 첫손에 꼽히는 두 배우가 연기를 하다만 것 같은 찜찜함을 남기는 건 왜일까.감독이 농반진반 ‘조울증 코미디’라고 이름붙였는데,영화의 종잡을 수 없는 색깔에 대한 완곡한 변명이었을까.구자홍 감독의 데뷔작. 황수정기자˝
  • [길섶에서] 주말농장/정인학 논설위원

    요즘 도시에선 주말농장 분양이 한창이다.농사꾼들은 씨뿌리기가 절반의 농사라고 한다.씨앗을 이랑에 고루 뿌리기도 쉽지 않은데다 싹이 제대로 나도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히 흙을 덮는 작업이 정말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주말농장 사람들은 그래서 씨앗을 뿌린다기보다 들어붓는다.싹이 트지 않으면 문제이지만 많으면 솎아 내면 된다고 생각한다.얼핏보면 현명해 보인다.그러나 문제는 그리 쉽지 않다.조그만 씨앗에서 뾰족뾰족 새싹들이 솟아나면 신기하고 하루하루 자라나는 게 아까워 결국 솎아 내지를 못한다.그리고 농사를 망친다. 잡초와 알곡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쑥은 여름철엔 잡초이지만 초봄엔 귀한 봄나물이다.알곡도 솎아내지 않으면 알곡의 잡초가 되는 법이다.언제부턴가 우리는 걸핏하면 둘로 나뉘어 삿대질을 해댄다.문제만 생기면 서로 상대를 잡초라고 몰아붙인다.그러나 생각해 보면 모두 잡초요 똑같은 알곡이 된다.혼자만 옳다고 우기지 않았으면 좋겠다.의견이 다르다고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알곡과 잡초가 따로 있는 게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정인학 논설위원
  • [녹색공간] 도시 숲 조성도 좋지만/오정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요즈음 서울에선 청계천 복원공사가 한창이다.고소공포증을 느낄 만큼 아슬아슬하던 청계고가도로를 모두 철거했고 청계천을 덮고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하나둘씩 헐리고 있다.대부분의 서울 시민들은 청계천 복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인공 구조물이 헐리면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과 주위를 장식하는 나무들이 이룬 숲이 쾌적한 도시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장소이기에 편리함을 우선시하는 인공적인 공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자연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도시민들이 인공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면서 그나마 위안을 갖는 것이 가로수와 도시 숲이 아닌가 생각한다.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주변에도 숲이 있다.그러나 사람들은 자연의 상징인 나무를 도시 한가운데에 심어 놓고,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살아갈 기회를 주기보다는 도시의 환경과 시스템에 적응하기를 강요하며 너무나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산소를 만들어 내고,먼지를 삼키고,또 들판에서처럼 잘 자라되 간판을 가리지는 않으면서 도시를 아름답게까지 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더구나 이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갖춘 도시 숲을 빠른 시간 내에 갖기를 원하므로 결국에는 많은 돈을 들여 마치 그림엽서와 같은 가짜 자연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무와 숲은 공산품처럼 규격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을 바로 만들어 낼 수도 없고,감나무가 가을에 홍시를 떨어뜨리듯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그들이기에 도시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든 제 갈 길을 간다.특히 도시 속의 숲과 나무들은 사람과 자동차의 방해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치열한 생존 게임을 하고 있다.따라서 도시민들은 보다 자연친화적인 삶을 위해 숲과 나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이해하고 바른 길을 찾아주어야 한다.즉 도시 숲은 자연의 숲과는 다르다는 것,그리고 자연은 공짜로 가까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최근 도시 숲을 가지고자 하는 도시민들의 폭발적인 열망에 힘입어 산림청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후원하에 많은 도시 숲들이 조성되고 있다.그런데 최근에 만들어진 도시 숲들은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숲이라기보다는 도시민들만을 위한 공산품의 모습에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혹시 우리가 제대로 된 자연의 숲을 모르기에 도시에 어울리는 ‘그림엽서 같은 숲’에 연연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사람에게만 익숙한 도시의 생활 스타일까지 모든 짐을 나무와 숲에 지우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도시 안에 자연을 제공하고자 했던 노력들은 우리보다 먼저 다른 나라에서 있었다.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프랑스의 가로수,독일과 네덜란드의 도시 숲 조성,그리고 이들의 영향을 받은 미국의 녹도(綠道)와 녹지축(綠地軸) 등이 있다.이러한 방법들은 도시에 푸르름을 더 많이 제공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영위케 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일부의 경우 인공조형물처럼 지나치게 틀에 박힌 아름다움만을 추구해 잔디를 깎고 나무를 다듬기에 너무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이러한 노력들은 그림엽서 같은 풍경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원래의 모습과 상관없는 모습을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나무와 숲들이 제 갈 길을 갈 수가 없게 된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다른 나라에서 이미 수없이 겪은 잘못을 지금 우리가 따르려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보고 싶다. 오정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 [종하랑 선영이의 배낭메고 60개국](6) 베트남 라오스 돈뎃섬

    사실 베트남에서 라오스 국경을 넘을 때만해도 걱정이 태산이었다.‘말라리아 약을 안 먹어서 모기에 물리면 곧 죽을지도 모른다.’‘그곳엔 사람보다 닭이 더 많다던데 여행자 조류독감 환자 1호가 될 수도 있겠다.’‘얼마전에 푸쿤이라는 곳에서 게릴라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던데.’….라오스에 대해 편협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우리는 마치 사지로 쫓겨 들어가는 사람들처럼 긴장에 또 긴장을 했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와 보니 그 모든 걱정들이 기우였구나 싶다.사람들은 이전처럼 평화롭게 살고 있고,또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순수한 사람들의 미소를 따라 여행을 하고 있다.아쉬운 건 라오스의 별미인 닭칼국수와 닭죽을 못 먹어본다는 것 정도이다. 라오스는 영국과 거의 같은 크기의 땅덩이에 인구가 540만명밖에 안 된다.인구밀도가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다.라오스에서 가장 큰 도시 비엔티엔도 수도라고 하기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고,차도 드물다.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아직 그다지 각박해지지 않은 것 같다.옛날 우리의 시골처럼 인심도 후하고 인상들도 선하다. 우리가 라오스에 들어올 때 예상했던 여행지는 북쪽의 방비엥이나 루앙프라방 같이 한국의 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들이었지만,막상 라오스를 여행해 본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남부 라오스를 가보기를 적극 추천한다.할 수 없다.계획수정,비엔티엔에 도착한 다음 날 바로 남부로 내려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가 간 곳은 앙코르와트의 초기유적지가 있는 참파삭과,남쪽으로 더 내려가 4000여개의 섬이 있는 돈콩,돈뎃이라는 섬이다.참파삭에서는 유적지라도 볼 수 있었지만 돈콩,돈뎃 섬은 정말 할거리,볼거리가 없는 곳이다.특히 돈뎃 섬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해만 지면 칠흑 같이 어두워지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구경할 게 없어도 지루하지 않고 할 일이 없어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 장소가 또 이곳이다.아침에 해뜨면 자전거를 빌려 강변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돌아 방갈로로 돌아온다.메콩강물로 등목하고 육지에서 공수한 귀한 맥주 한 잔을 들고 강변으로 난 방갈로 발코니의 그물침대에 누워 강물을 보거나,음악을 듣는다. 하릴없이 오후를 보낸 뒤 해질 녘에 다시 산책하면서 주민들에게 인사도 건네고 사진도 찍어준다.서울에서는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초조·불안하고,인생의 낙오자가 될 것 같은 안달에 사로잡혀 살았는데,이곳에서는 그런 모든 세상사가 참 덧없이 느껴진다.‘이래도 한평생 저래도 한평생’인데 이렇게 유유자적하며 살 수는 없는 걸까. 이곳을 벗어나면 우리는 또다시 알 수 없는 시간의 힘으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겠지만,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로 했다. ■ 돈뎃에서 만난 할아버지 전기가 안 들어오는 이곳은 해가 지면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초저녁에는 그나마 울타리 입구에 발전기를 이용한 메추리알만한 전구를 하나 켜놓는데 옆집 할아버지는 날마다 삼십분 정도 전구 불빛을 향해 날아드는 수천,수만마리의 날벌레들을 짚단에 불을 붙여 휘휘 저으며 잡는다.해도 해도 계속해서 날아드는 그 날벌레들을 하염없이 잡고 있는 할아버지가 안쓰럽기도 하다. 할아버지와 날마다 손짓,발짓,영어,한국어,라오스어를 섞어가며 유쾌한 대화를 나누었다.할아버지는 별로 찾지 않던 섬에 낯선 이방인 여행객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마냥 신기하기만 한 것 같다.별로 할 말이 없어도 자주 들러 이것저것 알려주고 돌아가시곤 했다.돈뎃에서의 3박 4일동안 좋은 친구가 되어주셨다. “난 배타고 키낙(돈뎃에서 가까운 육지로 아침장이 선다.)까지는 나가 본 적이 있지.(태국 그림엽서를 꺼내며)이건 여행객이 주고 간 건데 방콕에는 이렇게 높은 건물이 있다는데 한국에도 높은 건물들이 있수?” 우리가 방콕보다 더 많다고 하자,손가락으로 6을 가리키며 “6층짜리 빌딩도 있다구?”하신다.한참 웃다가 “63층짜리 건물도 있어요.”하니까 거의 뒤로 넘어가신다.까올리(라오스어로 한국)에 대해 많이 아느냐고 여쭤 보니 “남한은 미국이랑 친하구,북한은 중국이랑 친하구,맞지? 한국사람들은 싸움 잘해.”하며 양 엄지손가락을 높게 세워든다.칭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총 쏘는 흉내를 내는 걸 보니 베트남전에 대해 아시는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영어는 ‘same same’,‘No Problem’이다.무슨 말이건 대부분 이 두 마디로 해결하는데 재밌는 건 또 그런대로 다 말이 통한다는 것이다.뭘 부탁해도,혹은 뭐가 잘못될까 걱정해도,뭘 잃어버려 미안해해도 무조건 ‘노 프로블럼’이다.그리고 식당에서 음식이 주문한 대로 안 나오거나 서로 말이 잘 안 맞으면 나중엔 그냥 웃으며 무조건 ‘세임세임’이다. 프랑스랑 영국은 같은 서양사람이니 ‘세임세임’이고,방콕이랑 서울은 둘 다 높은 건물이 있으니 ‘세임세임’이다.생선 요리를 시켰는데 물고기가 없으면 돼지고기를 가리키며 ‘세임세임’이니까 그냥 그걸 먹으라고 한다.우리도 재미있어서 한동안 그 두마디로만 대화를 나누었다.조금 엉뚱하긴 하지만 생각할수록 이보다 더 긍정적이고 위트있는 말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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