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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의원의 정부 일 간섭 부러워요”

    “구의원의 정부 일 간섭 부러워요”

    “주민 대표인 구의원들이 정부 일에 간섭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부럽습니다.” 서울 도봉구에서 교환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중국인 쩌우나이첸(41)씨는 “한국에 와서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구의회의 구정 참여”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쩌우씨는 도봉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중국 베이징시 창핑(昌平)구에서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도봉구로 파견돼 근무하고 있다. ●창핑구 진출·유학 원하는 기업·학생 상담 쩌우씨가 한국에 온 이유는 도봉구와 창핑구의 민간 교류를 돕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창핑구에서 투자서비스담당 부주임으로 창핑구 진출을 원하는 기업인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일을 했다. 한국에서 그가 맡은 역할 역시 중국 창핑구로 진출하고 싶은 기업인들과 유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현지인과 연결을 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나 도봉구로 파견된 최초의 교환 공무원인 만큼 교류 협력 업무는 아직 많지 않다. ●의원 질의에 구청장이 꼼짝 못해 흥미로워 따라서 특별한 업무가 없는 날엔 도봉구 협력팀에서 직원들과 마찬가지의 일상을 보내며 한국의 구정 형태를 배우고 있다. 특히 요즘은 회기 중인 구의회로 업무 보고할 일이 많아 쩌우씨도 곧잘 의회를 드나든다. 그는 “구청장도 구의원들의 구정 질문 앞에서 꼼짝 못하는 모습이 너무나 흥미로웠다.”면서 “중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공무원의 근무 태도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경쟁 체제’가 익숙하지 않은 중국 공무원들은 모든 일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처리하는 반면, 한국의 공무원들은 ‘빨리 빨리’ 많은 일을 한다는 것. 그는 “일을 열성적으로 하는 태도는 본받을 만하다.”면서 “하지만 이곳에 온 이후 내 성격도 점점 급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농담을 던졌다. ●만만디 중국공무원·‘빨리빨리´ 한국공무원 대조적 그러나 한국에 온 이후 쩌우씨에게 가장 큰 변화는 성격보다는 몸무게다. 한국에 오기 전 80㎏에 달했던 그의 몸무게는 현재 69㎏까지 줄었다. 김치 등 매운 음식에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중국에 있을 때에 비해 하루하루를 훨씬 바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근무시간이 중국에 있을 때보다 2시간 이상 길어진 데다 매주 화·목요일에는 과외활동도 하고 있다.40여명의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중국어 동아리에서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집안일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틈틈이 탁구·축구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한다. 쩌우씨는 “도봉구 사람들과 친해져 여가 시간까지 함께하다보니 쉴 틈이 없어 절로 살이 빠진다.”면서 “다소 피곤하기는 하지만 이곳의 동료들이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대해줘 마음만은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에 시간이 날 때면 아내와 12살난 아들과 인터넷을 통해 채팅을 한다.”고 말해 타향살이를 하면서 느끼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은근히 드러냈다. ●양 단체 실질적 교류에 도움 되고파 이제 쩌우씨가 한국에 머물 날은 3개월 남짓. 남은 기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쩌우씨는 “한국어를 더 열심히 익혀 중국 진출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창핑구와 도봉구의 교류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중국으로 진출하고 싶은 한국 업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이에 호의적이다.”면서 “아직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아 많이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능동 주민자치센터] 가족처럼 오순도순 즐기면서 여가활용

    [능동 주민자치센터] 가족처럼 오순도순 즐기면서 여가활용

    ‘인정 넘치는 이웃사촌의 문화를 찾는다.’ 광진구 능동 232의 4 능동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지난 25일 가족영화감상회가 열렸다.‘니모를 찾아서’라는 애니메이션이 상영된 이날 170여명의 어린이와 주민들이 자치센터에 모여들었다. 한여름 밤, 서울 한복판 능동 동네 어귀에서 마을주민들과 어린이들이 모여 앉아 영화를 보는 모습에서 정다움이 묻어났다. 지난 4월20일 밤에는 ‘가족‘이란 영화가 상영돼 많은 주민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이웃사촌의 정 능동 주민자치센터는 사라져가는 우리의 이웃사촌 문화와 정을 되살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모두 17개. 이 가운데 요가, 서예, 노래교실, 피부관리, 어린이 영어회화 등 11개 과목은 월 1만원 이상의 회비를 받는다. 주부인터넷 교실, 성인영어기초반 등 5개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된다. 운영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주부, 아동, 노년층 주민들을 위한 것으로 하루 평균 150여명이 참여한다. 월 회원으로 꾸준히 센터를 찾는 주민도 25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50여명은 각각의 동호회를 구성해 서로의 친목뿐 아니라 가족, 이웃의 정을 돈독하게 하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능동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을 맡고 있는 문제국 위원장은 “자치센터가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공간, 주민 삶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공동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의 아픔도 함께 이곳에서는 다른 자치센터에서는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도 매주 2차례 이상 펼쳐진다. 매주 화·목요일 오전 10시면 센터에는 정신지체 장애인 15명이 찾는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댄스 스포츠 교실’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비록 정신적인 장애를 겪고 있지만 1시간동안 사회복지사, 전문 댄스강사 등과 함께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칭, 댄스강좌 등에 푹 빠지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무엇보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하고 사회활동이 턱없이 부족했던 이들의 사회성을 키워주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매월 마지막 화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이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김종설 원장이 직접 센터를 찾아 인근의 경로당에서 찾아온 어르신들에게 무료 건강강좌와 혈압, 당뇨 체크 등 간단한 검진을 해줘 이웃 사촌의 정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센터의 행정적인 지원을 맡고 있는 능동사무소 정금희씨는 “센터는 프로그램을 통해 8명의 전문강사와 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열성적인 강의와 봉사를 펼치면서 참가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이웃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에게도 이용 기회를 센터 및 프로그램 운영시간이 주로 낮시간대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센터 이용자의 90%가 주부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나머지 10%는 어린이나 자영업자들이다. 이에 따라 자치센터는 직장에 다니는 주민들에게도 센터 이용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야간 시간대 개방 및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우선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포츠·사교댄스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하고 현재 ‘직장인 댄스 스포츠 교실’에 참여할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월 1만원의 수강료만 내면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전문강사로부터 요즘 유행하는 갖가지 댄스를 배울 수 있어 직장인들의 관심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 1층에는 ‘토이(Toy) 아저씨 집’이란 장난감 코너가 마련돼 있다. 이 코너에는 25명의 주민자치위원들이 기증한 인형소방차, 동물오케스트라에서부터 세발자전거 등 무려 157종의 장난감이 비치돼 주민이면 누구나 빌려갈 수 있다. 센터가 노인부터 어린이, 젊은 주부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동네 김현숙(37)씨는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에어로빅을 하면서 신체건강은 물론 음악과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돼 정신건강까지 다지게 됐다.”면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방학 기간동안 하루하루를 좀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주민자치센터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김주승, 그가 돌아왔다

    김주승, 그가 돌아왔다

    “배우가 연기를 하지 않으면 영혼이 죽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 8개월의 공백이 아깝다는 게 아니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회장으로 연기자의 권익과 위상 제고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난 2월 임기를 마칠 때까지 협회 일에만 전념했다. 그는 “그동안 받았던 사랑에 보답하는 시간으로 여겼다.”고 했다. 김주승(44)이 돌아왔다. 그것도 깔끔하고 이지적인 이미지에서 일탈을 시도한 모습으로. 오는 29일부터 시작하는 KBS2 새 수목 미니시리즈 ‘그녀가 돌아왔다’(연출 김명욱, 극본 문은아)에서 주연을 맡았다.25년 만에 냉동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첫 사랑 김효진을 두고 아들 김남진과 사랑의 갈등을 빚는 중년 영화감독 하록으로 변신한다. 협회장 임기가 끝난 뒤 악극 ‘카츄사의 노래’와 KBS 단막극 드라마시티에서 연기 감각을 조율했지만, 본격적인 연기 시동을 거는 것은 MBC ‘리멤버’ 이후 2년 8개월 만. 중년 남성 연기자가 주연으로 나설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최근의 추세여서 그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그는 “드라마 캐스팅이 젊은 스타 연기자에 집중되다보니 전체 연기자들로 보면 출연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번 드라마를 앞두고 내 출연료는 상관없으니 한 사람이라도 더 참여하게 해달라고 감독님에게 부탁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요즘 한류 열풍으로 한국 드라마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면서 “그 혜택이 일부에 몰리기보다 모든 연기자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벌써부터 그의 ‘올드보이’형 헤어스타일이 화제를 끌고 있다. 잘나가지도 못하고, 버거운 일상에 주눅든 40대 영화감독이라는 캐릭터를 갖고 고민하다 부스스하고 잘 가꾸지 않은 듯한 스타일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죽은 줄 알았던 첫 사랑을 오랜 세월이 흘러 만나게 되는 충격에 드라마 초반부가 조금은 무겁게 흘러가지만, 기본적인 설정에서 아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등 예전과는 달리 그의 연기에 코믹하고 ‘풀어진’ 느낌이 나는 요소도 곁들여질 예정. 그는 “작품에 따라 이미지를 달리하는 것은 배우의 숙명”이라면서 “하지만 관심을 끌기 위해서 억지로 망가져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봐줄까 하는 긴장과 설렘으로 하루하루 아드레날린이 솟아난다고 한다. 그는 “이번 드라마는 나를 위해 준비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면서 “목숨을 걸고 달려들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80년대 미남 청춘스타를 거쳐 벌써 연기 인생 23년째를 맞고 있는 김주승. 인생의 굴곡을 담은, 구수한 장맛이 나는 연기로 안방극장에 중년 연기자의 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각오가 돋보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20&30] ‘인생 U턴’ 새 인생 설계하는 늦깎이 05학번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고 읊어 봤음직한 어느 광고 문구다. 하지만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해 보이기는 쉽지 않다. 남들이 매기는 사회적 나이를 뛰어 넘는 행동이 ‘용기’이기보다는 ‘무모함’으로 비쳐질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나이의 편견을 깨고 자신의 꿈을 찾아 다시 공부를 시작한 2030들이 있다.“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결정 아니냐.”는 비난을 감수하며 새로운 인생항로에 나선 사람들이다.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고 한창 일해야 하는 시기에 다시 수학능력시험을 치고 대학에 뛰어든 05학번 2030들을 만나봤다. ●“하고 싶었던 공부, 이제서야 할 수 있어 행복” 대구한의대 한의예과 1학년 김대영(27)씨는 요즘 스무살 친구들과 함께 대학생활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98학번으로 대학생활 내내 상위권을 유지한 ‘모범생’이자 장래가 기대되는 공학도였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1월 학교를 휴학하고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제대 후 복학을 해 학교를 1년6개월이나 더 다닌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김씨는 대학생활 내내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었다고 한다. 중·고교 시절에는 대입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시절에는 취업을 목표로 착실하게 생활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정작 단 한번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야 할 스물여섯 나이에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한다는 아들을 한사코 만류했다. 하지만 한의사가 되고 싶었던 김씨의 뜻은 누구도 꺾지 못했다. 7년 만에 다시 시작한 수능 공부는 결코 쉽지 않았다. 독한 마음으로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공부만 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부끄러워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못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인간관계도 모두 접어야 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기에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과 더 이상은 물러 날 곳이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1년을 보냈다. 그 결과는 한의대 합격이라는 열매였다. 김씨는 “남들보다 6∼7년 정도 늦게 사회에 나서겠지만 후회는 없다.”면서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이렇게 즐겁고 기뻤던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새내기 대학생과 아기아빠 1인2역 문제 없어요” 예비 아빠 정우철(35)씨는 대림대 음향미디어과 1학년이다.5개월 뒤 예쁜 아기가 태어날 것을 생각하면 마음부터 설렌다. 한창 사회 활동을 해야할 나이에 대학에 입학한 정씨는 아기 아빠가 된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공부를 마치고 다시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씨는 대학생으로서,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 하나만큼은 대단하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잡았던 기타 덕분에 서른다섯 늦은 나이에 음향 전문가의 길을 가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다섯살 터울의 형이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은 마냥 멋있게만 보였다. 형 어깨 너머로 배웠던 기타가 정씨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셈. 고등학교 시절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모여 작은 그룹 활동도 했다. 스물세살 때는 공군 군악대에 자원해 갈 정도로 음악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정씨는 제대 후 기타 하나만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다. 2001년 결혼과 동시에 음악을 접고 외국계 회사 직원으로 취직을 했다. 물리치료사인 아내와 아기자기하게 결혼생활을 즐기며 3년간은 잘 버텼다. 하지만 도통 마음 속에서 음악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정씨는 지난해 수능시험 도전을 결심했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공부했다.EBS 수능방송을 챙겨보며 집 앞 도서관에서 살았다.16년 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는 더디고 어려웠지만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다행히 정씨는 아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래서 마음 고생도 덜했고 오히려 행복했다. 음향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된 지금 정씨는 비로소 숙원을 풀었다. “건물의 설계와 음향의 관계를 연구하는 이 분야가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개척할 곳이 많지요. 이제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면 공부하는 것이 이렇게 신날 수 없습니다.” ●“배우지 못한 설움, 당당하게 딛고 일어나 사회봉사할 것” 충남 예산에서 4남6녀 중 일곱째로 태어난 이남수(37·여)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온전히 졸업하지 못했다. 스무살 되던 해에 서울로 올라와 식당이며 인형공장에서 갖은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이씨는 언젠가 반드시 공부를 다시 하겠다는 절실한 마음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았다. 이씨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94년에 결혼하고 9년 만에 다시 고교 공부를 시작했다.2년제 고등학교인 일성여고를 다니며 꼭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각오로 수능시험을 준비했다. 잠잘 때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꿈을 꾸었을 만큼 간절하게 하고 싶었던 공부였기 때문에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 이씨는 지난해 명지전문대 사회복지학과 수시모집에 당당히 합격, 어엿한 05학번 새내기가 됐다.15∼17살이나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게 걱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같은 학번 친구들과 언니·동생 하며 잘 지내고 있다. 이씨의 꿈은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가난 때문에 공부하지 못했던 설움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씨가 대학 생활을 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던 사람은 바로 아들 김민수(11·초등학교 5년)군. 엄마 옆에 나란히 앉아 책과 공책을 펼치는 아들을 보면 공부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씨는 “대학에 처음 등교했던 그날의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조금씩 개척해 나가는 당당한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오늘이 참 기쁘구나!/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성지를 순례하며 2주간의 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가톨릭 사제·수도자들은 법규상 매년 8일 이상의 피정을 갖도록 되어 있다.‘피정(避靜)’은 피세정령(避世靜靈), 즉 일상을 벗어나 내면의 세계를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침묵 중에 기도하며 부르심의 삶을 성찰하고 새로운 응답의 삶을 봉헌하라는 제도적 장치다. 특별히 필자처럼 도시인들과 함께 부대끼는 사목자나 사회복지 시설에서 봉사하는 수도자들에게는 절실히 요구되는 시간이다. 피정을 위한 순례의 여정은 너무나 좋았다. 평상시의 규칙적인 일상이 아니라서 몸은 다소 피곤한 감도 있었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울려대는 전화와 휴대전화·인터폰도 없고, 운영을 논의하는 회의와 결재도, 모임에 참석해야 할 일도 없이 자유의 빈 몸으로 지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무수히 많은 구도자와 신앙인을 회개와 부르심으로 이끈 성지가 고마웠다. 나는 무엇으로 인하여 내가 되었으며 왜 사제로 살아가고 있는가? 책임 있게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은 무엇인가? ‘지자, 일일익(知者,日一益)이요, 도자, 일일손(道者,日一損)’이라 했거늘, 가진 것도 하나씩 버려야 할 나이에 나는 지금 무엇을 얻고자 공동체 운동에 공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 하느님의 부르심일까, 개인적 욕심일까? 자신에 대한 질문의 묵상으로 보낸 하루하루 순간순간의 시간이 무척 소중했고 감사했다. 사목 역할에서는 잠시나마 물러서 있었던 셈이나 돌아와 맡아야 할 일들에 대하여 더욱 기운차게 임할 수 있었다. 물러남의 시간이 공백이 아니라 의미 충만하고 내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얼마 전 만난 교우가 생각났다. 공채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0년, 아이들은 모두 장래를 위해 유학을 보낼 수 있었고 자신은 마침내 계열사 사장에 이르렀으되 아내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안타까운 처지였다. “같이 여행이라도 다녀오시지 그래요.” “그러게요,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단한번 여행도 휴양도 가보지 못하고 달려왔어요. 부부동반 여행마저도 전투의 일부 같았거든요. 이제 모두 다 잃어버릴 것만 같은 불길함이 있어요.” 조직에선 살아 남았으나 매미 허물처럼 껍데기만 남은 소외와 고독감이 어떠하며 그 자녀들의 인생관은 과연 건강할까? 그러면서도 직원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멸사봉공의 정신을 외쳤으리라. 대기업 회장들은 임직원들이 그렇게 병들고 붕괴되어 가는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을 성장이라고 본다는 말인가? 아닌 것 같다. 가족이 건강하고 가정 공동체가 행복하다는 전제 아래에서라야 부모의 직장 역할도 의미 있는 희생이 될 수 있다. 기업 구조만 탓할 일이 아니다. 어떤 회사의 경우 직원들이 시간외 근무 수당을 채우려고 당연히 누려야 할 공휴와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급료가 적다고 해서 휴식을 돈과 바꾸려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또 어떤 이들은 역할상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 착각이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내가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대학이나 교회처럼 안식년을 갖게 하는 기업이 늘어난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성서에서 유래된 안식년은 유대인들이 바빌론에 끌려가 밤낮없이 노동에 시달리고 예배 행위도 할 수 없이, 사람도 짐승도 아닌 40년 세월을 살았던 역사에서 기인한다. 그들은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와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안식일과 안식년과 희년을 제정했고 그것을 창조의 이야기와 엄격한 율법의 가르침에 반영했던 것이다. 나는 무엇을 향하여 달려가는가? 오늘 아침도 피곤한 육신을 일으켜 직장을 향해 차를 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생업은 혹시 자연 생명을 해치고 사람의 정신을 마취시키는 일은 아닌가? 나는 가족에 대하여 무엇이며 가족은 나에 대하여 무엇인가? 종교인이 아닐지라도 건강한 삶을 위하여 주기적으로 명상과 피정의 기회를 만들고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근래 없이 오늘이 참 기쁘구나!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 [책꽂이]

    ●자연치유(앤드루 와일 지음, 김옥분 옮김, 정신세계사 펴냄) 하버드 의대 출신의 의학박사가 밝히는 자연치유의 원리와 방법 안내서.“현대의학은 진정한 치유의 열쇠인 인체의 자연치유 시스템을 도리어 파괴하는 치료행위도 서슴지 않는다.”고 그는 주장한다. 사형선고를 받은 이들이 치료를 거부한 후 완치를 보이는 기적은 바로 우리 몸속의 자연치유 시스템이라고 말한다.1만 5000원. ●리더십 바이러스(김우형·김영수·조태현 지음, 고즈윈 펴냄) ‘사장이 되더니 괴물이 되었다. 위에 오르더니 보이는 게 없다.’많은 리더들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비슷한 증상으로 고통 받는가? 리더를 병들게 하는 보이지 않는 근본 원인과 그 치유책을 분석한 책.1만원.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필립 피셔 지음, 박정태 옮김, 굿모닝 북스 펴냄) 주식투자 서적으로 최초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투자의 고전. 스탠퍼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투자론 교과서로 사용된 주식투자 이론서다. 워런 버핏이 자신을 만든 두 스승으로 그레이엄과 함께 꼽는 인물이 바로 피셔다.1만 2000원. ●그놈의 부엌에서 찾은 건강 밥상 120가지(최성훈 지음, 영진닷컴 펴냄) 요리사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인 젊은 남자인 저자가 밝힌, 입과 눈이 즐거운 건강 요리 비법 전수다. 청국장을 이용한 건강요리는 물론 웰빙, 퓨전건강식 등 톡톡 튀는 감각이 엿보인다.9800원. |유아·아동| ●도깨비와 범벅 장수(이상교 글, 한병호 그림, 국민서관 펴냄) 꾀많은 호박범벅 장수와 어리석은 도깨비들이 엮는 유쾌하고 환상적인 옛이야기. 배꼽을 간지럽히는 익살스러운 도깨비 그림,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듣는 듯한 구수한 이야기체의 글이 멋드러지게 어울렸다. 잠을 청하는 아이의 머리맡에서 읽어주면 ‘딱’일 그림책.5세 이상.8500원. ●마법의 유리구슬(아르카디오 로바토 글·그림, 이해인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금 보따리, 다이아몬드 방, 황금문이 달린 성…. 마법의 유리구슬에게서 금은보화를 얻고도 사람들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양치기 소년은 왜 행복할까? 행복의 참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동화.5세 이상.8000원. |초등·청소년| ●콜럼버스와 신대륙 발견(오세영 글, 정병수 그림, 주니어김영사 펴냄) 콜럼버스가 첫 항해를 시작하려고 선단을 꾸리는 시점부터 신대륙이라고 믿었던 산살바도르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로드리게스라는 15세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덕분에 한결 유연하고 흥미로운 모험담으로 변주됐다. 초등 4년∼중학생.9500원. ●하루 또 하루(김대영 글, 양상용 그림, 도깨비 펴냄) 폐암으로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 하는 아빠와 주인공 근영이. 남은 시간이라도 하루하루 값진 추억을 가꿔 가려는 가족사랑에 눈물이 핑 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케 하는 창작동화. 초등 3년 이상.8000원.
  • 당신은 ‘아내의 꿈’을 아십니까?

    당신은 ‘아내의 꿈’을 아십니까?

    “아내의 꿈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지난 29일 여성포털사이트 아줌마닷컴이 주최한 ‘아줌마의 꿈 콘서트’에 부인 정은미(28)씨와 참석한 최석원(33)씨는 사회자의 질문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잘 모른다고 멋적게 대답한 최씨의 머릿속에는 “맞아. 아내에게도 꿈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행사 내내 맴돌았다. 결혼 4년차 주부로 ‘미래의 만화가’를 꿈꾸는 아내가 서운하지 않았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최씨는 아내의 손을 꼭 쥐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남편들 중 아줌마가 되어버린 아내의 꿈을 기억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이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아줌마’.5월31일은 여성 네티즌들이 만든 ‘아줌마의 날’이었다. 아줌마이지만 신데렐라처럼 아름답고 도전적인 여성, ‘줌마렐라(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를 꿈꾸는 ‘대한민국 아줌마’. 그들의 꿈과 힘을 들여다본다. ●아내의 꿈은 ‘드러머’ “내 꿈은 뚜껑을 딴 와인 향기처럼 세월과 함께 증발한 것 같았다.”결혼 17년차 주부 석미주(46)씨가 쓴 ‘드러머를 꿈꾸며’라는 글의 도입부다. 석씨의 글은 ‘아줌마의 꿈’ 공모전에서 입선작으로 뽑혔다. 그녀는 지난해 2월부터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음악을 배우고 싶다는 아들을 따라간 학원에서 드럼 연주를 보고 첫눈에 반한 석씨.“선생님의 드럼 연주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의 고동은 북이 되어 한없는 희열에 빠져들었다.” 정작 함께 레슨을 시작한 아들은 6개월만에 포기했다. 칭찬 한 마디가 석씨의 인생을 변화시켰다.“선생님으로부터 가장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이 나이에…. 칭찬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그때 알았다. 아줌마인 나는 칭찬에 굶주려 있었나 보다. 열심히 배워서 드러머가 되겠다는 꿈이 생겼다.” 석씨는 “꿈을 갖는다는 건, 가만히 앉아서 꿈을 그리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하루하루 꿈을 향해 다가가야죠. 아주 작은 꿈이라도 세월 속으로 증발시키면 안된다는 걸 다른 아줌마들도 알면 좋겠어요.” 새 인생을 계획하는 그녀의 조언이다. ●“흥, 아줌마라고?”…꿈꾸는 그들이 아름답다 ‘늦지 않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글로 대상을 받은 3년차 주부 문은주(27·전남 함안)씨는 지난해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종자기사 자격증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농사일에다 가사노동,18개월된 아기까지 돌보는 그녀의 공부는 쉽지 않다. 잠자는 시간을 쪼개다 보니 수면은 채 4시간이 되지 않는다. 문씨는 “요즘은 너무 바빠서 힘들지만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결혼 11년차 주부 이혜영(42)씨는 이번 행사에서 18년만에 무대에 서는 꿈을 이뤘다. 전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연기를 선보였다. 처녀 시절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유명한 고 추송웅씨의 극단에서 연습생을 지냈던 이씨는 결혼 후 연극의 꿈을 잊고 살아왔다. 한 때 우울증과 싸우기도 했다는 이씨는 잃어버린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대에 섰다. 이씨는 “소극장을 만들어 직접 쓴 대본으로 살아있는 연극을 하겠다던 철딱서니없던 젊은날의 꿈을 불혹이 지나 다시 꾸고 있다.”면서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꿈이 현실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황인영 아줌마닷컴 대표는 “단 하루라도 아줌마들이 세상의 주인공이 돼 자신의 꿈을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아줌마의 힘 아줌마가 없으면 나라가 멈출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사회 전반에 기여하는 영역이 넓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4월 현재 30대 여성 취업자는 219만 5000명. 같은 연령대의 남성은 394만 2000명이다.40대 여성 취업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가 늘어난 255만 4000명에 이른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30대 전체 인구가 줄고,40대 이후 인구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도 일하는 여성층은 남성 못지않게 두꺼운 것이다. 전국에 46개의 매장을 가진 비영리법인 ‘아름다운 가게’는 사실상 아줌마의 힘으로 유지된다. 매장과 물류센터에서 활동하는 2000여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기혼여성의 비율은 70%. 아줌마는 기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파워 소비자다. 대림산업은 116명의 주부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자사 아파트 브랜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역할이다. 모델하우스도 모니터링단에 먼저 공개된다. 여성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아줌마들이 선정하는 ‘아줌마 입소문 파워 브랜드’는 매년 기업에 상을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KBS 특집방송 ‘퀴즈 대한민국’에서 38세 전업주부가 명문대 졸업생, 고시출신 공무원 등 역대 ‘퀴즈 영웅’ 6명을 모두 물리치고 ‘왕중왕’에 올라 아줌마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안동환 김준석기자 sunstory@seoul.co.kr
  • [책꽂이]

    ●샤먼(피어스 비텝스키 지음, 김성례·홍석준 옮김, 창해 펴냄) 산 자와 영들의 세계를 매개하는 치유자로서 존재해온 샤먼에 대한 입문서. 시베리아 설경에서 아마존 정글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존하는 샤먼과 샤머니즘의 세계로 안내한다.2만 5000원. ●여성철학자(마리트 룰만 등 지음, 이한우 옮김, 푸른숲 펴냄) 고대 그리스에서 현재까지 철학사의 뒤편에 머물러 있던 여성 철학자들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이 철학사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를 페미니즘적 시각을 견지하며 소개한 철학 인문서.3만 2000원. ●제국의 태양 엘리자베스 1세(앤 서머싯 지음, 남경태 옮김, 들녘 펴냄) 1588년 영국이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퇴하고 유럽의 변방에서 중심부로 격상되는 격동의 시대 한 가운데 서서 ‘대영제국’의 깃발을 올렸던 엘리자베스 1세의 삶과 정치 이야기를 담았다.2만 7000원. ●바다에 오르다(김웅서 지음, 지성사 펴냄)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의 탐사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지은이의 선상일기이자 항해일지를 담았다.42일간 태평양 심해저를 탐사하며 겪은 하루하루의 일과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1만 6000원. ●왕부지, 대학을 논하다(왕부지 지음, 왕부지사상연구회 옮김, 소나무 펴냄) 중국 명말 청초 격변의 시기에 주체적으로 살아가면서 구체적 현실을 중시하는 입장을 견지했던 왕부지의 ‘대학’ 해설서. 주자 등 선유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던 왕부지의 독창적 단면을 볼 수 있다.1만 8000원. ●글쓰기의 힘(김용석 등 지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글쓰기의 가치와 다양한 글쓰기 노하우를 실전적으로 살핀다. 독후감이나 자기소개서 등 실용적 글쓰기에서부터 평전이나 칼럼, 동화쓰기 같은 전문적이면서 시도해봄직한 글쓰기 작업을 소개한다.1만 5000원. ●권력과 광기(비비안 그린 지음, 채은진 옮김) 로마제국의 네로, 칼리굴라부터 영국의 헨리 6세, 프랑스 샤를 6세, 스웨덴 에릭 14세, 히틀러와 스탈린에 이르기까지 통치자들의 비정상적 성격과 행동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2만 3000원. ●세계 패션사(J. 앤더슨 블랙ㆍ매쥐 가랜드 지음, 윤길순 옮김, 간디서원 펴냄) 인류 생활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의복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살펴본다. 메소포타미아 시대에서 20세기 후반에 이르는 4000여년 동안 서양의 남녀 복식과 장신구 등이 정치·경제적 변화와 문화예술의 유행속에서 변해온 과정을 풍부한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 놓았다.4만 7000원.
  • [독자의 소리] 대학 4학년으로 산다는 것/홍혜진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나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한숨부터 쉬게 된다.4학년의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현시점에서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고 신경성 알레르기가 생기는 등 몸에서부터 스트레스의 정도를 체감하게 된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라면, 한 학기는 기본이고 1년을 통째로 휴학하는 것이 요즘 대학생들에겐 선택 사항에 불과하다. 이력서에 어학연수경력이 한줄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고 하는 현실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연수를 가는 동기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은 토익·토플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 방학이 되면 알 만한 영어학원들은 미어터지고 잠깐의 기간을 이용해 해외에 나갔다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회에서는 영어 실력뿐 아니라 제2외국어 능력, 한자능력, 한국어능력, 학점, 외모 등 갖가지 조건들을 갖춘 졸업생들을 원한다. 최근엔 취업을 하기 위해 성형을 하고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학우들도 더러 있다. 외국학생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너무나 암울하고 비정상적인 현실이다. 현재 대학 4학년생들은 학교나 집에서 취업에 대한 압박감과 주위의 시선 때문에 그들 현재의 위치가 불안하고 하루하루가 힘들다. 사회에서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어쩌면 ‘맞춤형 로봇’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사회의 잣대로 판단하여 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주눅들어 마치 죄인처럼 살아갈 순 없지 않은가. 그들이 현재 갖추고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부족한 능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홍혜진
  • [23일 TV 하이라이트]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명희는 영실을 불러놓고 피복공장 문서를 건넨다. 의아해하는 영실에게 명희는 피복공장의 명의를 영실의 이름으로 해놨다며 피복공장을 영실에게 맡긴다. 한편, 친구 재철에게 감쪽같이 속아 사기죄로 말려든 인표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영실은 경찰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놀라는데…. ●건강 스페셜(SBS 오전 11시35분) 나이보다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본능은 여자나 남자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세월의 흔적처럼 하루하루 깊어가는 얼굴의 주름, 눈 밑 지방, 검버섯, 기미. 피부노화 클리닉을 운영하는 신촌세브란스 정기양 교수가 ‘깨끗한 피부’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평범한 사춘기 여고생 3명이 세계 로봇대회에서 우리나라의 뛰어난 로봇기술을 드높였다. 우등생만 대접받는 요즘 시대에 발명과 로봇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결국 입상의 영광을 얻은 이들. 대회 이후에도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그들만의 뜨거운 발명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애니토피아(EBS 오후 10시50분) 생존한 애니메이션 작가로, 기이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명성이 높은 체코 초현실주의 애니메이션의 대부 얀 스반크마이에르의 ‘대화의 가능성’을 만나본다. 또 ‘슈퍼맨을 부려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는 정인옥 감독의 ‘슈퍼맨의 비애’도 감상할 수 있다. ●김약국의 딸들(MBC 오전 9시) 개천에 애가 빠져 죽었다는 신고가 경찰서에 들어오자 용숙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놀란 한실댁과 용빈은 급하게 개천으로 달려간다. 홍섭은 최선주를 불러서 지방선거에 시장후보로 나가는데 300만원을 지원해 달라고 협박조로 얘기한다. 최선주는 황당한 가운데 자신의 잘못이 알려질까 두렵다. ●위험한 사랑(KBS2 오전 9시) 강제는 수완과 정현이 만나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면서 더욱 더 마음이 착잡해진다. 정현은 수완과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수완도 이젠 정현이 싫지는 않은 듯 잘 어울린다. 헤어질 때 쯤, 정현은 수완에게 자신이 작업했던 미술관 개관식에 와달라고 한다.
  • [그 영화 어때?] 새영화 ‘세컨핸드 라이온스’

    로버트 듀발, 마이클 케인, 할리 조엘 오스먼트. 할리우드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는 프리즘이라 할 만한 이 신구 스타들의 조합이 대체 어떤 맛의 드라마를 빚어냈을까.19일 개봉하는 이들의 영화는 ‘번지수’를 짚어내기 힘들 만큼 제목부터 엉뚱하다.‘세컨핸드 라이온스’(Secondhand Lions).‘중고 사자’라니?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철부지 엄마에게 속아 어린 소년 월터(오스먼트)는 또 기약도 없이 생면부지의 친척 노인들 손에 맡겨진다. 얼떨결에 월터를 거두게 된 삼촌뻘의 두 할아버지들은 그런데 보통 괴짜가 아니다.TV, 전화기도 하나 없는 시골살이가 가뜩이나 막막한데 허브(로버트 듀발)와 거스(마이클 케인)삼촌은 걸핏하면 엽총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마저 위협해서 쫓아버리기 일쑤다. 이쯤되니 마을사람들도 이들을 ‘별종’취급할 수밖에. 이런 삼촌들과 지내는 시간은 외롭고 따분할 것만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상상도 못했던 즐거움으로 하루하루가 채워진다. ‘가정의 달’에 아주 잘 어울릴 모험과 감동의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두 노인과 소년의, 어쩐지 불균형해 뵈는 동거는 평면적인 드라마가 아니란 점에서 감상포인트가 배로 커진다. 밤마다 몽유병을 앓는 허브 삼촌에게 거짓말처럼 근사한 젊은 시절의 모험담이 있었다는 사실이 평범한 가족드라마로 주저앉을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족장과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인 허브 삼촌의 무용담이 천일야화처럼 이어지는 사이, 가족보다 더 끈끈한 정이 세 남자를 쓸어안는다. 우화집처럼 은유가 많은 영화다. 예컨대 집 앞 옥수수 밭을 어슬렁거리는 늙은 사자는, 흘러간 꿈의 기억을 삶의 동인으로 되새김질하는 극중 노인들의 유쾌한 현시(顯示)같다. 9세에 ‘식스센스’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세계 영화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오스먼트가 부쩍 자라있다. 팀 매캔리스 감독.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파산 뒤 면책돼도 불이익 많다던데…

    파산 뒤 면책을 받으면 사업자 등록을 할 수가 없나요. 또 해외에도 갈 수가 없다고 하고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런가요. 앞으로 신용 거래를 할 수 없다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빚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 하루하루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려는데, 주위에서 빚을 탕감 받는 것이 좋은 것 만은 아니라고 하니 갈팡지팡합니다. 면책 뒤에 감당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임걱정(25·가명)- 사업자등록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납세금이 있으면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을 받아주지 않기도 하는데, 이것은 파산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고, 세금 체납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그만 둔 사람에게는 조세 채무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 마치 파산 이후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는 것 같이 오해받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국가는 파산과 별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파산이 개인의 조세 채무까지 면하게 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의무이고 국가는 개인과 계약으로 채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니까 사실 자기 채권을 확보할 길이 없었던 국가에 불면책특권을 주는 것은 타당합니다. 해외에 갈 수 없다는 것도 오해입니다. 파산 선고를 받은 것을 이유로 국외여행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습니다. 파산자는 주거 이동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파산 폐지가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이론상 적용되지만 실무상 사문화된 법이고, 파산절차 종결 이후에는 그나마 적용되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일정한 수준의 현금이나 재산의 증명을 비자의 요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산에 이른 분들이 재산증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니 이런 나라에 여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지만, 이것은 파산과 상관 없습니다. 파산 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공무원이 될 수 없고 이미 공무원인 사람은 파산 선고의 확정으로 퇴직하는 것으로 보통 해석합니다. 국가가 창설한 구제 제도를 이용한 것을 이유로 차별하는 시대착오적인 법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는 파산 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상태라도 입후보할 수 있습니다. 균형에도 맞지 않습니다. 빚을 탕감 받고 경제활동에 돌아간 사람은 시간이 경과하면 신용카드를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공격적인 금융업자는 돌려막기를 실행하는 사람보다는 파산을 통하여 상환 능력을 키운 사람들을 고객으로 받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실증적으로 입증됩니다. (파산·개인회생 전문 변호사)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2012 올림픽은 파리서” 유치열기 후끈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2012 올림픽은 파리서” 유치열기 후끈

    |파리 함혜리특파원| 요즘 파리 시내를 다니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상징물이 ‘파리 2012’ 로고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비롯해 의사당, 파리 시청, 콩코드 다리, 알마 다리 등에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마크와 파리의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를 알리는 대형 로고가 밤낮으로 빛을 발한다. 거리의 가로수, 지하철 티켓, 주차카드, 영수증 등에서도 ‘파리 2012’ 로고를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는 2012년 올림픽 개최지를 놓고 런던(영국), 뉴욕(미국), 마드리드(스페인), 모스크바(러시아) 등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2012년 개최지를 결정하는 제 11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7월 6∼11일)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인들은 이번에는 반드시 파리가 개최지로 선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림픽 ‘해트트릭’ 겨냥한 세번째 도전 프랑스 파리는 올림픽 유치전에서 이미 두차례 고배를 마셨다. 지난 1986년 로잔 총회에선 바르셀로나에,2001년 모스크바 총회에선 베이징에 아깝게 패했던 만큼 모든 사람들은 이번만은 ‘꼭’ 승리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만약 파리가 오는 7월 싱가포르에서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면 프랑스는 1900년,1924년 올림픽에 이어 세번째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다. 프랑스가 국가 최대의 사업으로 추진 중인 ‘2012 파리’의 캐치프레이즈는 ‘게임을 향한 열정(L’Amour des Jeux)’이다. 스포츠, 축제, 우정 그리고 나눔을 향한 프랑스인 특유의 열정을 보여주는 표어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게임을 향한 열정은 프랑스인들의 올림픽 경기에 대한 특유의 깊은 사랑을 반영한다. 올림픽은 경쟁, 스포츠맨십, 그리고 윤리적 가치의 최고 구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최적지” 자신 파리시는 매년 44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국제적 관광도시인데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시설의 95%가 이미 완공돼 있어 올림픽 개최를 위한 최적지라고 자신한다. 파리 북부 생드니에 있는 스타드 드 프랑스, 서부의 파르크 데 프렝스, 롤랑 가로스 경기장 등 대부분의 대형 경기장은 이미 지어져 있으며 전 관람인구의 65%를 수용하게 된다. 새로 건설될 수영장, 사이클 경기장, 사격 경기장, 슈퍼 돔은 파리지역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로 남게 된다. 파리시는 시 북부 17구의 바티뇰 지역에 45㏊에 이르는 선수촌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1993년 이래 개발된 도심공원을 끼고 있어 10㏊의 녹지 공원을 포함하는 이 지역에 1만 500여명의 선수를 포함한 1만 7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들어선다. 북부와 서부에 위치한 두개의 주요 경기장 구역으로부터 10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한 선수촌 지역은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개념을 도입해 건설된다. 올림픽 이후에는 파리시민을 위한 주거·상업시설과 여가를 위한 장소로 전환될 예정이다. 선수촌이 들어설 바티뇰에는 전시관을 갖춘 높이 75m의 파리올림픽 상징 조형물이 설치돼 하루 300명 이상의 관람객을 맞고 있다. 바티뇰에 있는 2012 파리올림픽 상징조형물을 찾은 주민 필립은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 제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서 열리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퓌토에서 왔다는 마리 프랑스는 “2012년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날이 마침 결혼기념일과 겹친다.”며 “파리가 반드시 개최지로 선정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정부와 기업 똘똘 뭉쳐 유치 총력전 2012 파리올림픽위원회는 파리시와 프랑스 정부, 일드프랑스 지역(광역 파리), 프랑스국가올림픽위원회를 주축으로 설립된 이익단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아래 장 프랑수아 라무르 청소년·체육부 장관, 앙리 세랑두 프랑스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회장, 장 폴 위종 일드프랑스 지역의회 대표, 베르트랑 랑뒤레 일드프랑스지역 지사, 장 클로드 킬리 IOC위원,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 등이 유치를 지지하고 있다. 기업들의 참가 열기도 대단하다. 프랑스 재계는 ‘파리 2012 기업모임’을 결성,2012 파리올림픽위원회를 후원하고 있다. 파리올림픽 기업모임은 아코르, 에어버스, 에어프랑스, 카르푸,EDF, 프랑스 텔레콤, 르노, 르 갸르데르 등 가장 성공적인 프랑스 기업 가운데 17개의 세계적인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전세계 250만명의 직원들을 포함하고 있는 이들 기업들을 주축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파리 올림픽 유치에 아낌없는 지지와 후원을 이끌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파리 2012 기업모임 대표인 르 갸르데르의 아르노 르 갸르데르 회장은 “프랑스 재계는 파리시의 올림픽 유치를 돕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같은 지지 활동이 2012 파리올림픽 위원회의 올림픽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파리올림픽 유치 성공을 위한 프랑스인들의 열망은 뜨겁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85%(25세 미만은 96%)가 파리 올림픽 개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유치로 경제 활성화 전망 이같은 지지는 파리가 2012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할 경우 프랑스 전역에 걸쳐 미치게 될 경제·사회적 영향을 간접적으로 설명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파리가 올림픽을 유치할 경우 약 4만 2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350억 유로에 이르는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2012년 이후 프랑스 전국에 걸쳐 400만명의 신규 스포츠업 종사자가 생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유치위원회도 올림픽 개최 전후로 10만여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올림픽 개최가 미래지향적인 도시 발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장 피에르 카페 파리시 도시개발 담당 부시장은 “올림픽 선수촌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장 엄격한 기준을 도입, 도시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21세기 파리가 갖게 될 대표적인 건축 유산물이 될 것이며, 바티뇰 지역의 재건과 경제활성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앙 소테 파리시 경제발전담당 부시장은 “올림픽 개최를 통한 경제·사회적 이익이 엄청난 반면 파리시민의 추가 부담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파리시는 올림픽 개최에 총 42억유로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22억유로는 기업이 부담하고,20억 유로는 민간·공공 합작기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lotus@seoul.co.kr ■ 올림픽유치위원장 필립 보디옹 |파리 함혜리특파원| “파리 올림픽 유치를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같은 힘의 집결은 파리와 파리 근교 도시의 개발계획에 힘을 실어 줄 뿐 아니라 세대간·문화간 격차를 줄임으로써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2012 파리 올림픽위원회의 핵심 조직인 올림픽유치위원회 필립 보디옹 (50) 위원장은 “파리에서 1890년 열린 만국박람회가 에펠탑과 트로카데로 광장,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건설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올림픽은 도시 재건이라는 과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게 도와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관광 및 스포츠 인프라 건설, 건설경기 활성화 등을 통해 올림픽 개최이전에 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올림픽 이후에도 7년간 4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이같은 경기 활성화는 경제난에 따른 각종 사회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개최지로서 파리의 강점에 대해 보디옹 대표는 ▲국민 모두가 열정적으로 올림픽 개최를 희망하고 있고 ▲올림픽 개최 계획이 매우 효율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으며 ▲올림픽 개최 이후에도 물리적·정신적 유산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효과적으로 계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특히 모든 경기장과 선수촌이 10분 안에 연결되는 이동의 용이성과 선수들의 안전 등은 지난 3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가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IOC평가단 실사기간 중 노동계의 총파업 단행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큰 영향은 없었다.”며 “노동계도 프랑스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에 올림픽 유치가 결정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디옹 위원장은 프랑스 국립행정대학원 ENA 출신으로 외무부, 총리실 산하 외교자문단, 대통령 기술고문단 등을 거쳤으며 외무부 재직시절인 1987년에는 ‘1992 올림픽유치위원회’의 사무장으로 활동했다. “개최도시 선정에 확신한다.”는 그는 “2012 파리올림픽은 파리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역동적이고, 매력적이며, 영감을 주는 21세기의 도시로 재탄생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달리는게 재밌잖아요”

    [스포츠 라운지] “달리는게 재밌잖아요”

    ‘나는 달린다.’ 그가 숨을 쉬고 살아가는 이유는 오로지 달리기,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하루하루 훈련으로 소화하는 거리만 30∼40㎞.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때로는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도 느낀다. 하지만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다시 트랙에 나서 앞을 노려본다. 무엇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냥 재밌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풀코스를 뛰다 보면 보통 35∼40㎞ 사이에서 한계 상황이 닥쳐 오곤 한단다. 포기하고 싶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까.“지금까지 달려온 게 아깝다는 생각에 참을 수밖에 없어요.”라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지난 21일 스물 네 번째 생일을 막 지났지만 일상의 변화는 없다. 축하한다는 동료들의 인사말을 뒤로하고 또다시 트랙에 나섰다.‘한국 여자마라톤의 미래’ 이은정(24·삼성전자)은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린다. ●뛰는 것은 나의 즐거움 딸만 셋을 둔 딸 부잣집 둘째로 귀여움을 독차지(?)한 그는 초등학교 시절 10리(4㎞)나 되는 등·하교길을 언니 동생과 함께 나란히 책보를 둘러메고 뛰어다녔다.“세 자매 모두 달리는 거라면 자신 있었다.”라며 미소가 얼굴을 감돌았다.6학년 때 정식으로 육상부에 들어갔고 중·고교 시절 중거리(800·1500m) 선수로 각종 대회 상위권을 휩쓸었다. 10여년의 짧은 육상 인생 가운데 고3 때 해일처럼 슬럼프가 밀려왔다. 딱히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기록은 점점 떨어지고 자신감도 잃어버렸다. 하지만 “너라면 할 수 있다.”는 주변의 격려에 장거리로 방향을 튼 게 오히려 한국육상의 오늘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이후 답보상태에 있던 여자 육상 장거리의 기록은 숨 가쁘리만큼 빠르게 고쳐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 세 번째 도전 만에 첫 우승을 일궈냈다. 한국기록(2시간26분12초)에 불과 5초 뒤진 호기록. 같은 해 10월 전국체전에서는 15분54초44로 5000m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지난 2월 일본 이누야마와 이달 초 베를린하프마라톤에서는 연거푸 신기록을 쏟아냈다. ●베이징 올림픽 메달 목표 이은정에 기대가 큰 까닭은 탁월한 스피드 때문. 최근 세계 장거리 육상의 트렌드에 딱 맞는다. 입문 당시 중거리로 출발했던 것이 큰 보탬이 됐다. 다만 타고난 스피드를 막판까지 꾸준히 끌고 나가야 하는 스태미나가 다소 부치는 것이 흠. 이은정은 새달 14일과 21일 일본에서 열리는 관서실업단대항 육상대회와 골든게임에 잇달아 출전, 자신이 보유한 5000m 기록에 도전한다. 그렇다면 마라톤 풀코스 도전은 언제쯤이 될까. 상반기에 한껏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하반기 베를린마라톤(9월)이나 시카고마라톤(10월) 등을 통해, 지난해 아쉽게 놓쳤던 기록 사냥에 재도전할 계획이다.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마라톤 사상 첫 메달을 따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목표다. “운동화를 벗게 되면 디자인이나 수공예 쪽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이은정.“그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쓰러질 때까지는 즐겁게 달리고 싶다.”며 봄처녀다운 웃음꽃을 터뜨렸다. 글 홍지민 이종원기자 icarus@seoul.co.kr ■ 이은정 프로필 ·1981년 4월 21일 충남 서산 출생 ·165㎝ 49㎏ 혈액형 A형 ·서산 산성초-성연중-서산농공고-충남도청-삼성전자(현) ·이대형(55) 김동숙(53)씨의 3녀 중 둘째 ·취미 음악감상 ·2004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우승(2시간26분12초 역대 2위) ·2004년 8월 아테네올림픽 출전(19위) ·2004년 10월 전국체전 5000m 우승(15분54초44 한국신) ·2005년 4월 베를린 국제하프마라톤대회 2위(1시간11분15초 한국신)
  • [씨줄날줄] 은퇴 준비금/우득정 논설위원

    중국 송나라의 학자 주신중(朱新仲)은 사람으로 태어나 어느 정도 규모있게 살려면 반드시 오계(五計)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계란 먹고 살 궁리(생계·生計), 건강하게 살 궁리(신계·身計), 가문을 빛낼 궁리(가계·家計), 노년에 흐트러짐 없이 살 궁리(노계·老計), 품위있게 죽을 궁리(사계·死計)를 일컫는다. 혹자는 객기를 부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 베고 누우면 사나이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다.’고 했지만 옛사람들도 나름대로 노후생활에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날 어느 정도 자산이 있으면 노후 준비가 돼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한 경제신문이 CEO급 몇명에게 노후 준비금을 질문하자 이들은 집 한채 외에 10억원 정도가 있으면 부부가 노후를 보내기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50대 후반 또는 60대 초반 은퇴한다고 가정할 때 평균수명까지 월 500만원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추정했던 것 같다. 이들은 억대 연봉 수령자이므로 평균인에 비해 노후생활의 눈높이도 월등히 높다. 평균 직장인들은 10명 중 3명만 노후설계를 하고 있을 정도로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빠듯하다. ‘은퇴’라는 단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한 뒤 생겨났다. 미국에서도 191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2명은 ‘현역’이었다. 은퇴란 수십년 동안 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체력적인 한계로 밀려난 뒤 몇년 동안 연금으로 휴식과 여가를 즐기는 황금기를 보내다가 사망하는 모델이었다. 은퇴가 레저문화를 즐기는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30대 후반,40대 초반까지 은퇴시기가 앞당겨지기도 했다. 그 결과,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 중 16%만이 현역에 종사했다. 하지만 은퇴 이후의 수명이 현역과 맞먹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노년과 일, 추가 수입은 당연히 갖춰야 할 3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68세에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은퇴 준비금은 눈높이에 따라 다르다.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기초생활 보장 수준이면 부부는 2억 3000만원, 기초생활 외에 월 50만원의 여유생활을 하려면 3억 5000만원,100만원이면 4억 7000만원,200만원이면 7억 1000만원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인표는 영실에게 친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털어놓고 그동안 말 못하고 지켜온 사랑을 고백한다. 같은 시각, 진우 역시 영실을 사랑한다고 명희에게 말한 뒤 도와주겠다는 명희의 말에 몸이 다 나으면 영실에게 고백하겠다고 다짐한다. 한편, 정님은 인표와 영실의 만남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오픈 스튜디오(SBS 오후 4시10분) 공부가 지겹고 힘들다는 상식을 뒤집고 재밌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 우등생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한다. 공부의 의미와 함께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원리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아이들 학습에 있어 부모에게는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이야기 해본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온 가족이 함께 과학의 신비로 빠져보자. 과학을 좀 더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과학축제가 아닐까?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던 2005가족과학축제를 찾아가 가족로봇경연대회, 극지체험관, 팔도로봇전시회, 과학영화, 우주관 등 재밌고 흥미로운 행사들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애니토피아(EBS 오후 10시50분) 인형 애니메이션의 전설적인 감독, 이지 트릉카의 1959년작 ‘한여름밤의 꿈’을 만나본다.‘한여름밤의 꿈’은 이지 트릉카 감독의 마지막 장편이자 체코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작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인형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꿈처럼 환상적이다. ●김약국의 딸들(MBC 오전 9시) 박의원이 정국주네 부부와의 상견례를 미루고 서울로 돌아가자 김여사는 마리아와의 혼사가 깨지는 게 아니냐며 걱정한다. 홍섭은 용빈과 결혼을 하든 마리아와 결혼을 하든 신경 쓰지 말라고 화를 낸다. 한편, 홍섭의 사랑을 굳게 믿은 용빈은 한실댁을 찾아가 홍섭을 용서해주라고 부탁한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지배자가 돌아왔다는 호구의 말을 의심하던 주비는 지배자를 흉내 낸 계란장수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기를 발견하게 된다. 코야는 사라를 만나 다른 마법사들 몰래 아라를 만나야 한다고 부탁하고 마침내 아라를 만나게 되지만, 때마침 나타난 마패와 장미로 인해 다음을 기약한다.
  • [영화속 수능잡기] 어느날 그녀에게 생긴 일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찾아온다. 촌부나 황제나 죽음 앞에서는 예외가 없다. 금전과 명예와 권력이 죽음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요 착각이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했다. 빈손으로 왔다가 결국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간이다. 권력과 명예란 우리가 잠시 거처하는 임시방편의 장소일 뿐, 오직 죽음만이 우리의 영원한 회귀처일 뿐이다. 죽음이 먼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순진한 착각이다.“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밖이 저승이라.”는 민요의 한 구절이 오히려 죽음에 대한 진실을 우리에게 더 가깝게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며 등교한 아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 돌아온다든지 하는 사연을 주위에서 듣곤 한다. 죽음은 이렇게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그러나 죽음은 나로부터 먼곳에 있다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하루를 살아간다. 우리의 삶은 때로는 죽음으로 해서 더욱 풍부해진다. 내가 오늘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는 좀더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할지도 모른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 어쩌면 내가 살아 있는 이 하루가 내 삶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는 더욱더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의 눈에는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봄이 그 어떤 낙원보다 아름답게 비칠지도 모른다. 평소에 아옹다옹 지내던 가족들이 누구보다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비칠지도 모른다. 죽음은 이렇게 삶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매일매일 죽음에 붙들려 전전긍긍 살아갈 수는 없다.“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속담도 있다. 내세의 행복을 기원하는 믿음에 이끌려 우리에게 한번 주어진 현세에서의 삶을 송두리째 희생시키는 것도 어쩌면 어리석은 행위인지도 모른다. 영화 ‘어느 날 그녀에게 생긴 일’의 주인공은 시애틀 방송국의 잘 나가는 리포터 레이니. 화려한 금발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늘씬한 몸매, 그리고 시애틀의 영웅인 최고의 야구스타 남자친구를 약혼자로 둔 그녀는 길거리의 예언자를 인터뷰하다가 자신이 일주일 안에 죽을 거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레이니는 무심코 흘려듣지만 바로 그날 저녁부터 예언자의 예언이 하나씩 맞아 들어가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죽음 앞에서 대체 성공이란 무엇인가. 잘 나가는 약혼자와의 결혼이 부(富)를 약속한다 할지라도 정작 그와 나의 영혼이 소통하지 못한다면 대체 부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가족은 죽음 앞에서 대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레이미는 자신의 삶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죽음을 망각한다. 그러나 죽음을 망각한다는 것은 삶의 본질을 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죽음을 의식하는 삶이란 죽음의 공포에 전전긍긍하는 삶이 아니라, 삶을 보다 충만하고 건강하게 꾸려나가는 삶이리라. 스티븐 헤렉 감독, 안젤리나 졸리·에드워드 번스 주연,2002년작. 김보일 서울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美명문대 진학 3인이 말하는 공부법

    美명문대 진학 3인이 말하는 공부법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는 미국 고교생들의 SAT(Scholastic Aptitude Test) 평균 점수는 1500점대. 영어와 수학 점수를 합해 1600점 만점으로 계산하는 SAT는 미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미국 고교생들도 어려워하는 SAT시험에서 고득점을 올리고 명문대에 당당히 합격한 한국 고교 졸업생 3인을 만나 그들의 합격 비결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목표를 뚜렷하게 세워라.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파악해라. 내가 좋아하는 것은 확실하게 즐겨라. 나만의 시각을 가져라. 자신을 표현하되 포장하지 마라. 미국 명문대학에 진학한 3인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명문대 합격 비법이다. 힘든 유학 준비 과정을 이겨낼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NYU stern과정에 입학하는 김형석군은 오로지 농구가 좋아서 유학을 결심했다. 영어로 된 농구 잡지를 읽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취미생활이었다. 미국에 가서 스포츠 에이전시로 활약하겠다는 목표는 힘든 고교생활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 코넬대에 합격한 하현우군은 영어를 공부하면서 자신이 언어를 배우는 감각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원어민의 발음을 그대로 따라하는데 소질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즐겁게 영어를 공부했다. 예일대에 진학하는 전지혜양은 고3 생활에도 TV드라마를 즐겨봤다. 쉬는 시간에는 확실하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전양의 생각이다. 김형석군도 매일 2∼3시간씩 농구를 즐겼다. 미국 대학들은 지원자의 SAT 점수뿐만 아니라 이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기 때문에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법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시한다. 하현우군은 고교 재학시절 한 여성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사회가 아직도 가부장적이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내용을 에세이에 담았다. 미국의 인기 가수 조시 그로반의 히트곡을 직접 부른 CD도 제작해 원서와 함께 보냈다. 전지혜양은 중학교 재학시절 교회에서 주일학교 보조교사로 봉사하며 가르치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돼 교수가 될 것을 결심했다는 포부를 에세이에 밝혔다. 김형석군 역시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미래의 삶을 주제로 A3용지 15페이지 분량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작해 원서와 함께 제출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코넬대 합격 하현우군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대에 입학하는 하현우(19)군은 불굴의 의지와 성실함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바른생활 청년’이다. 하군이 미국 대학 진학을 결심한 것은 고교 2학년 6월. 더 큰 세상에서 공부해보지 않겠느냐는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하군은 명덕외고 동기생들보다 유학 준비를 늦게 시작했다는 부담감이 컸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독서실로 달려가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공부했다. 하루에 영어단어 60개 이상을 암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부량을 채우지 못하면 저녁을 굶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한국 대학도 미국 대학도 진학할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루 취침 시간은 5시간. 집에서는 4시간만 자고 나머지 1시간은 쉬는 시간, 점심 시간을 쪼개서 잤다. 하군은 유학을 준비하는 동안 체중이 무려 7㎏이나 빠졌다고 한다. SAT 시험을 앞두고는 학원에 다녔다. 과목별 시험 1∼2개월 전에 특강 형태로 수업을 들었다.SAT 시험에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시험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학생들에게 가장 부담이 적은 SATⅡ 수학시험을 2학년 말에 마쳤다.3학년 1월에는 SATⅠ을,5월에는 SATⅡ 화학을,10월에는 SATⅡ 쓰기(writing)를 마쳤다. 하군은 SATⅠ에서 1430점,SATⅡ 수학에서 750점, 화학은 760점, 쓰기(writing)는 660점을 받았다. 하군은 진실하게 쓴 에세이 두편이 합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교 2학년 겨울, 사촌 누나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며 느낀 바를 솔직하게 기록했다. 다발성경화증을 7년간 앓다가 시력을 잃은 누나에게 클래식 기타를 배워 바흐의 곡을 연주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지키지 못했다. 하군은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이룰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내용을 에세이에 담았다. 하군은 또 다른 에세이에서도 자신의 평소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한국전쟁을 예로 들어 한국인들은 이를 남한과 북한만의 전쟁으로 알고 있지만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열강들의 이데올로기 싸움에 휘말렸던 비극이었다고 기술했다. 대학 입학 후에는 역사와 사회현상을 거시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군은 “SAT 시험은 공부한 만큼 점수를 낼 수 있는 요령이 통하지 않는 시험”이라면서 “스스로와의 지독한 싸움을 이겨내겠다는 굳은 의지로 유학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군은 대학에 진학하면 국제관계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예일대 합격 전지혜양 낙천적인 성격과 매사에 긍정적인 자세로 고교 3년을 지낸 전지혜(19)양은 올해 예일대에 입학한다.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중·고교 시절을 보낸 전양에게 유학은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성재중학교 재학 시절 내신성적이 상위 3∼5%였던 전양은 이화외고에 진학한 후 보통 학생들과 같이 수능 시험을 준비했다. 미국 대학에 진학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2학년 말. 외고 입학과 동시에 유학 준비를 시작하는 다른 학생들에 비하면 늦은 결정이었다. 전양은 “부모님이 워낙 걱정을 많이 하셔서 망설였지만 늦었다고 생각하고 유학을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학을 준비해 온 동기생들보다 훨씬 늦었지만 친구들과 자신의 위치를 비교하거나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막상 SAT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눈앞이 깜깜했다. 영어권 국가 체류 경험도 없었고 영어로 쓰인 전문 서적을 이해할 정도로 실력을 끌어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유명 SAT 관련 문제집을 구입해 단어부터 외웠다.1년간 공부한 영어 문제집을 차곡 쌓으면 1m가 넘을 정도의 분량이었다. 전양은 SATⅠ에 주력하면서 SATⅡ의 3과목을 3∼4개월 단위로 나누어 시험을 치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 학생들에게 가장 수월하다는 SATⅡ의 수학을 먼저 2학년 말에 마쳤다.3학년 5월에는 화학을,10월에는 쓰기(writing)를 끝냈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학교 유학반에 합류해 밤 10시까지 공부했다. 유학 준비는 늦었지만 고교 내신 성적은 꾸준히 관리해왔기 때문에 1·2학년까지 내신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한국 대학 수시 1학기도 동시에 노렸다. 전양은 연세대 인문학부 수시 1학기 모집에도 합격했다. 전양은 SATⅠ에서 1470점,SATⅡ 수학에서 800점 만점을, 화학은 790점, 쓰기는 710점을 받아 예일대 수시 모집에 합격했다. 고3 여름방학 2주 동안 인도 뭄바이 지역의 농아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경험도 합격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전 양은 인도의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됐지만 한편으론 한국에서 보았던 빈부 격차가 인도에서도 역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느꼈다. 빈민과 부유층이 한 마을에서 살아가는 인도의 도시를 묘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다는 뜻을 에세이에 담았다. 전양은 “SATⅡ 화학 시험을 준비하면서 자연과학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면서 대학에 진학하면 생화학을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NYU stern합격 김형석군 “마이클 조던이 농구공 하나로 미국을 제패했다면 나는 조던의 어깨에 제트 엔진을 달아 날려주겠다.” 올해 서울외고를 졸업하고 미국 NYU stern 정시 모집에 합격한 김형석(18)군이 유학을 결정한 것은 농구 때문이다.NYU stern은 뉴욕대 비즈니스 스쿨로 미국 대학 중 경영학으로는 최상위권이다. 중학교 시절 미국 프로 농구 선수 크리스 웨버의 열렬한 팬이었던 김군은 어느 날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보고 스포츠 에이전시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스포츠 에이전시는 스포츠 스타들의 연봉 협상과 훈련 일정, 체력 관리, 사생활 등 스타의 모든 것을 조언하고 이끌어주는 전문가다. 그 뒤 김군은 스포츠 에이전시가 되려면 어떤 학교에 진학해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보편적인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대학에 진학해 경영학을 공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군은 고교 진학과 함께 SAT 공부에 매진했다.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 4시부터 SAT와 토플 공부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번은 학교 유학반에서 공부하고 두번은 SAT의 기본을 다지기 위해 학원에 다녔다.1학년부터 2학년 중반까지는 주로 문법과 SAT 단어를 익혔다. 집에 와서는 1∼2시간 복습하고 밤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잠자리에 들었다.2학년 여름방학부터는 본격적으로 SATⅡ의 화학과 수학 시험을 준비했다. 수학은 우리나라 고1정도의 문제풀이만 하면 되기 때문에 화학과 수학의 공부 비중을 8대 2로 잡았다.3학년 초까지 SATⅠ·Ⅱ시험을 마쳤고 3학년 10월에 SATⅠ시험을 한번 더 보았다. 김군은 SATⅠ에서 1570점,SATⅡ 화학은 770점, 수학 760점, 쓰기(writing)는 720점을 받았다. 공부하면서 힘들 때면 농구를 벗삼았다. 가까운 교회 운동장에 들러 틈틈이 농구를 즐겼다. 미국 프로농구 전문잡지 ‘슬램’도 정독했다. 역동적인 표현법과 생동감 넘치는 문장을 익히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김군은 “자신의 미래를 가상으로 꾸민 포트폴리오와 서울외고 농구부 활동 역시 합격에 중요한 요소였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모습과 스포츠 에이전시 전문 기업의 CEO가 된 2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 회사 운영 계획서와 함께 입학원서에 첨부했다. 고교 재학시절에는 농구팀의 주장을 맡을 정도로 농구를 사랑하는 소년이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김군은 “대학에 진학하면 대학 아마추어 농구팀에서 활약하는 것이 꿈”이라면서 “미국 NBA 선수들을 움직이는 한국 최초의 스포츠 에이전시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②정부의 고테구리 정리계획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②정부의 고테구리 정리계획

    정부의 소형기선저인망어선(속칭 고테구리) 정리계획에 대한 어민들의 반발이 심상찮다. 어자원 보호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지만 어민들은 “50여년을 이어온 생존권을 아무 대책도 없이 뺏으려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말 의원입법으로 제정된 ‘소형기선저인망어선 정리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일 발효됨에 따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으로 정리작업에 착수했다. 이 법은 ‘고테구리’어선을 정리해 연근해 어장의 어업질서를 확립,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조성·보호하고, 수산업의 생산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고테구리 어선 3100여척 정리 희망 이에 따라 해양부는 앞으로 5년간 연차적으로 20t 미만 고테구리어선을 매입, 폐선시킬 계획이다. 허가폐지에 따른 지원금과 선체보상금을 지급한다. 해양부가 특별법 시행에 앞서 조사한 결과 고테구리어선은 3586척으로 이 중 86.8%인 3114척이 정리를 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규모는 5t 미만이 2425척으로 67.6%를 차지하고 있으며,10t 미만은 964척이고 10t 이상은 197척이다. 허가폐지에 따른 지원금은 1000만원을 기본으로 t당 200만원씩 가산, 최고 2000만원까지 지급된다.5t 이상 20t 미만 어선에 대한 지원금은 일률적으로 2000만원이다. 선체는 지정된 감정기관의 평가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이같은 지원규모가 알려지면서 어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감척어선과 같이 3년간 어업손실액을 지원하지 않는데다 지원금과 선체 보상금이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경남 사천시청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주관으로 열린 전국 어민간담회에서도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국어민회총연합 김인규 의장은 “특별법은 어민들의 생존권을 뺏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의장은 또 “어업손실액을 보상하지 않으면 정리계획에 응할 어민은 30%가 안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생계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이영춘(51) 여수어민회장은 “FRP선의 선체 보상금이 시가인 t당 700만∼800만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대부분 4000만원∼5000만원씩 빚을 안고 있어 정부의 방침에 따를 경우 배만 날린다는 주장이다. 실제 선령 5년인 5t어선의 경우 지원금과 선체보상금을 합쳐도 4000만원이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돼 빚갚고 나면 빈털터리가 된다는 것이다. 어민들의 불만외에도 몇가지 문제점이 더 있다. 우선 연차 정리에 대한 문제다. 해양부는 120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확보가 어려워 5년간 연차적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이 경우 차례를 기다리며 2∼3년간 생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 뻔해 불법어업 근절이 그만큼 늦어진다. 어민들은 “배운 도둑질이라 배를 몰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전업 어민 일자리 마련도 어려워 그리고 낮은 지원금에 대한 불만으로 정리계획에 불응하는 어민들의 처리도 간단찮다. 불법어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단호해 당초 허가업종으로 전업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어장이 포화상태여서 기존 허가어민들이 이들의 진입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어장쟁탈전은 불가피하고, 어업질서도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어민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에 대한 채권실행을 어떻게 막느냐이다. 금융기관 등 채권자들이 보상금 등에 가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면 어민들은 한 푼도 손에 쥘 수 없다. 전업 어민들의 일자리 마련도 고민이다. 해양부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노동부 등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고기잡이 외에 아는 것이 없는 어민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밖에 폐선 처리비용 및 관리비 등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문제도 간단치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어업지도선 ‘무궁화28호’ 최재석 선장 “단속 강화로 조기·대구 어획량 늘어” “불법어업의 대명사로 인식되어온 고테구리 어업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연·근해 어선들의 불법어로 행위 단속과 지도 업무를 맡고 있는 동해어업지도 사무소 소속 지도선인 무궁화 28호(500t) 최재석(56) 선장은 “바다 어자원 황폐화를 가속화시키는 고테구리 어업 등 불법어로 행위는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 힘입어 불법어로 행위가 거의 사라지고 있으나 아직도 남해안 등 일부 지역에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어 감시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이 강화되자, 최근에는 단속 취약시간대인 늦은 밤과 기상악화로 단속을 나가지 않는 날에 불법 조업을 하는 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어 적발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단속과 처벌 강화 등으로 인해 불법어로 행위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게 준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거의 자취를 감췄던 조기, 대구 등 일부 어종의 어획고가 증가하는 등 불법어업 근절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우리 구역에 들어와 조업하는 중국배들의 단속과 합법어선들의 불법어업 행위 적발에 힘쓰고 있다.”며 “바다는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재산이라는 인식아래 어민들이 수산자원 보호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부산 전국어민총연합회를 가보니 “뼈 부러졌는데 약만 발라줘서야” 부산 서구 충무동 자갈치시장 인근 4층짜리 낡은 건물 한 구석에 자리잡은 전국어민총연합회 사무실. 지난달 24일 오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욱한 담배연기와 함께 3개의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은 어민들의 힘없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0여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오전에 연안쓰레기 청소를 마친 30여명의 소형기선저인망 어민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떠게 살라능기요(살아야 합니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떼밀면 죽어라는 거 아입니꺼(아닙니까).” 이들은 고테구리 어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고기잡이를 아예 포기한 뒤 연안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며 실업자 아닌 실업자로 하루하루를 때우고 있다. 그나마 정부에서 공공근로사업형식으로 연안쓰레기를 치우면 일당 3만원을 주는데 이마저 부산에 배정된 예산과 어민들의 비율로 배분하면 연간 18일밖에 못한다고 한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등 1남1녀를 둔 제1어성호(18t·440마력) 선주이자 선원인 안봉률(51·부산 서구 초장동)씨는 “지난 7개월 동안 수입이 단 한푼도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0년 넘게 고테구리 배를 타왔다고 말한 그는 수산업법 위반 전과가 30범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단속때마다 200만∼300만원씩 낸 벌금만해도 수천만원이 될거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뿐 아니라 여기있는 사람들 대부분 전과가 20∼40범정도 됩니더.” 1000만원에 월세 20만원인 사글세방에 살고 있다는 그는 “단속전에는 고테구리 어업으로 월 2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려 그럭저럭 가계를 꾸려 왔는데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평생 어부로 살아온 그는 육지일은 손에 익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노동현장 등에 가면 나이가 많다고 써주지도 않는다는 것. 요즘은 부인이 식당에 취업,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근근이 받아오는 일당으로 생활해 오고 있다며 연신 애꿎은 담배연기만 내뿜었다. 40대 중반으로 아직 노총각이라고 밝힌 이모(부산 중구 보수동)씨 역시 안씨의 하루 일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로 배를 탄 지 만 25년째라는 그는 “어서 빨리 감척을 해 보상비라도 몇푼 받아야 빚정리를 하고 이곳을 떠날건데 배를 돌보느라 다른 곳으로 가지도 못한다.”고 푸념했다. 그는 “뼈가 뿌러졌는데 깁스 등 치료는 해주지 않고 약만 발라준다.”며 정부의 대책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대부분 학력이 중졸 이하이며 40∼50대가 주류인 이들은 정부에 대한 원망을 하면서도 하루 빨리 감척과 보상이 이뤄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어민사무실 창문너머로 보이는 자갈치정박장에 올망졸망 정박해 있는 50여척의 배들은 주인과 자신들의 운명을 알기나 하는지 쉼없이 일렁이는 파도에 힘없이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④-현대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④-현대그룹

    “믿겨지지 않았다.” 2003년 8월 4일 새벽. 그룹 비서실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아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훗날 지인에게 “처음엔 얘 아빠(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나 남편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시숙(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에게서 그룹을 지켜야 했다. 경영 전면에 나섰다. 스물한살에 현대가로 시집와 30년 가까이 살림만 했는데 세상에 나오는 것이, 그것도 시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가 평생을 일군 그룹을 덜컥 떠맡는 게 두렵지 않았을까. 지인의 얘기다.“나도 그 점이 궁금해 언젠가 한번 물어봤었다. 그랬더니 그 때는 (경영권 분쟁으로) 상황이 너무 다급해 두려워할 겨를조차 없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현대가의 ‘조용한’ 며느리에서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때가 2003년 10월 21일. 그로부터 1년여.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관리종목’의 악몽에서 벗어나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4279억원)을 올렸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 역시 소폭이나마 첫 흑자(8억원)를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839억원), 현대증권(580억원 추정치), 현대택배(74억원), 현대경제연구원(3억원)도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거나 흑자를 지켰다. 그룹 경영을 맡은 지 불과 1년 만에 6개 계열사 모두를 흑자로 돌려놓은 것이다.2010년까지 그룹 매출을 20조원(지난해 말 6조 6400억원)으로 끌어올려 재계 10위권(현재 19위)에 입성하겠다는 현 회장의 ‘2010 프로젝트’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운’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왕회장(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현대에 몸담아온 한 임원의 해석은 다르다.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현 회장 취임후) 해운 경기가 살아나면서 그룹의 주축인 현대상선이 살아났으니까….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 전에 비해 그룹의 방향이 매우 뚜렷해졌다. 현 회장은 한번 결정을 내리면 단호하다. 흔들리지 않는다. 배포와 결단력은 오히려 몽헌 회장(MH)을 능가한다는 게 임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와 관련해 또다른 임원의 말이 재미있다.“현 회장을 보고 있으면 사업가 유전자라는게 따로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업가 집안의 둘째딸 현 회장은 1955년 딸만 넷을 둔 사업가 집안의 둘째로 태어났다. 훗날 현대상선에 흡수된 당시 신한해운의 현영원(78) 회장이 아버지다. 일제때 ‘호남의 거부(巨富)’로 이름을 날렸던 현준호씨의 후손이다. 어머니는 김용주 전남방직 창업주의 외동딸인 김문희(77) 현 용문학원 이사장이다.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현 회장에게는 외삼촌들이다. 현대가의 며느리 가운데 손아래 동서 김영명(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부인·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딸)씨와 더불어 친정이 가장 화려한 편이다. 현 회장은 그룹 홈페이지에 올린 ‘나의 삶 현대의 길’에서 “기업가 집안의 엄격한 가정교육 속에서 세상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시각을 조금씩 키워나갔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임원의 해석처럼 ‘유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업가 집안의 가풍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현 회장의 자매들 이름이다. 언니가 일선씨, 여동생이 지선씨다. 현 회장의 시조카들과 이름이 똑같다.“정씨 집안과의 혼사는 숙명”이라는 우스갯말이 나올 만도 하다. 언니 일선씨는 수입 침장(沈臧) ‘쉐르단’으로 유명한 홈텍스타일코리아 유승지 회장과 결혼했다. 유 회장은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의 친동생이자 유유산업 창업주인 고 유특한씨의 아들. 현 유유산업 유승필 회장의 친동생이다. 동서지간인 유 회장과 생전의 MH는 나이가 같아 유난히 친했다고 한다.MH가 죽기 직전 가족들과 외식을 할 때도 유 회장이 함께 했었다. ●‘군인’ MH와의 첫 만남 대학(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때인 1975년 1월 어느날. 현 회장은 아버지를 따라 울산의 현대중공업 선박 명명식에 갔다. 당시 아버지는 사업관계로 잘 알고 지내던 홍콩 행정 장관(C.Y. 퉁)이 방한하자 때마침 열린 선박 명명식에 ‘모시고’ 갔다. 애초 맏딸만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둘째딸의 성화에 딸 둘을 대동하고 나섰다. 몇달 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쪽에서 넌지시 연락이 왔다.“군대간 아들이 마침 휴가 나왔는데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선박 명명식에서 ‘참한 인상의 늘씬한 재원’을 처음 본 정 회장이 단박에 며느릿감으로 점지한 것이다. 이 때가 75년 5,6월께. 현 회장과 MH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뤄졌다. 언젠가 현 회장이 사석에서 털어놓았다는 MH의 첫인상이다.“요샛말로 필이 꽂히거나 그렇진 않았다. 군인이라 머리도 짧았고…그래도 듬직해 보였다.” 첫 데이트 장소는 ‘군인 커플’답게 서울 태릉사격장. 이듬해 7월 두사람은 결혼했다. ●“나도 내게 이런 속배짱이 있는 줄 몰랐다” 현 회장은 결혼 후 첫딸을 낳고도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라 페어리 디킨슨 대학원에서 인간개발론을 전공했다. 귀국해서 얘들 키우고 살림하는 동안에도 짬짬이 걸스카우트연맹(이사)·대한적십자사(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 등에서 ‘표 안나게’ 사회활동을 했지만 사업가로 나서게 되리라고는 그 자신 상상도 못했다. 현 회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임원의 얘기다.“그룹 경영을 맡은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확실한 것은 배포가 여간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 참여를 결심한 것도,8개월에 걸친 경영권 분쟁을 버텨낸 것도 이같은 배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현대가의 조용한 며느리인데 어디에 그런 배포가 숨겨져 있는지 모르겠다. 본인 스스로도 ‘내게 이런 속배짱이 있는 줄 몰랐다.’며 웃더라.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경영권 분쟁때의)그 지독했던 마음 고생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의지력도 대단하다. 더러 확신이 서기까지 결단을 늦추는 경향이 있어 답답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일단 확신이 서면 무섭게 밀어붙인다. 번복하는 일도 없다.”결단을 내려놓고도 마음이 여려 ‘가신’들의 주장에 흔들리곤 했던 MH와는 대조되는 면모다. 현 회장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일화 한가지. 지난해 8월 그룹 비전을 선포할 때의 일이다. 당시는 경영권 분쟁을 매듭짓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던 때라 사내외에 선언할 ‘비전’이 매우 중요했다. 현 회장은 ‘용기와 자부심의 현대’라고 직접 쓴 쪽지를 내밀었다. 임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살림만 하던 사람이 기업 경영과 직원 심리를 얼마나 알겠느냐.”는 냉소도 은근히 깔려 있었다. 그러나 현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용기와 ‘재계 1위 현대’에 대한 자부심이 절실한 때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선언문에는 이 문구가 그대로 들어갔다. 시간을 지체해 물건너갔다고 생각했던 가신그룹(김재수 당시 경영전략팀 사장 등)에 대한 인사도 그 해말 전격 단행해 임직원들을 다시한번 놀래켰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 숙부의 난 현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다른 사람도 아닌 시삼촌과 길고 지루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2003년 8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이면서 본격화된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30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은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집안의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비즈니스가 얽혀있어 개입할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중립이 현 회장을 도왔다. 현 회장측은 분쟁의 단초가 된 금호생명 대출 200억원에 대한 정상영 회장의 보증과 관련,“정 명예회장은 조카(MH)에 대한 의리라고 주장하지만 처음부터 경영권을 뺏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였다.”고 주장한다. 한 측근은 MH가 정상영 명예회장을 인간적으로 따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왕자의 난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정상영 회장이 MH의 자금줄을 교묘하게 막았다.”면서 “이 때문에 MH가 ‘그룹을 위해 (내가) 이렇게 희생했는데 상영 삼촌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언젠가 몹시 화를 낸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KCC측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여전히 팔지 않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이다. ●경영수업 받는 큰딸…‘코디’ 둘째딸… 사격 좋아하는 외아들 시어머니(변중석)가 아이 잘 낳는 보약을 하루가 멀다하고 들이미는 바람에 얼떨결에 일찍 가졌다는 큰딸. 딸을 낳자 시댁보다 딸만 넷인 친정의 실망이 더 컸다고 한다. 그 딸이 지금은 현 회장의 든든한 친구이자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지이(28)씨다. 서울대 고고미술학과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을 나온 그는 외국계 광고회사에 다니다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지난해 1월 3일 현대상선 재정부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올 1월 1일 대리로 승진했다. 회사 흐름을 가장 빨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재정부에 배치한 것을 보면, 제대로 경영수업을 받게 하려는 현 회장의 의지가 읽혀진다. 경영권 분쟁때도 현 회장은 정상영 명예회장 등 시댁 어른들과의 대면 자리에 반드시 지이씨를 데리고 나갔다. 맏이답게 찬찬하고 침착해 현 회장에게는 큰 의지가 된다고 한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이 매우 좋다. 지난해 10월 그룹 해체후 처음 가진 신입사원 수련회때는 다른 ‘신참’들과 똑같이 텐트에서 잠을 자고 장기자랑도 마다하지 않아 주위의 경계심을 녹였다.‘싼타페’를 직접 몰고 출퇴근한다. 아직 사귀는 사람은 없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터울이 크면 아들일 확률이 높다.”는 집안 어른들의 압력에 6년 7개월만에 가졌다는 둘째딸 영이(21)씨는 서울 상명여고 1학년때 혼자서 미국 유학을 떠났을 만큼 당차다. 보스턴에서 한시간 거리인 사립 고등학교 ‘쿠싱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현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부에 재학중이다. 언니와 달리 성격이 매우 활달하다. 방학을 맞아 귀국하면 엄마의 의상을 열심히 조언해준다. 막내 외아들인 영선(20)씨는 모 대학 경영학과를 다니다 지금은 휴학한 상태다. 군대를 먼저 다녀온 뒤 미국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아버지 장례식때 고3(경복고) 수험생이었는데도 어찌나 많은 친구들이 빈소로 몰려왔던지 조문객들 사이에 화제가 됐었다. 아버지를 닮아 총쏘는 것을 좋아한다. ●옛 영광 재현 꿈꾸는 핵심 브레인들 경영전략팀이 그룹의 ‘싱크 탱크’다. 다른 그룹으로 치면 구조조정본부에 해당한다. 현 회장 사람들로 전부 세대교체가 이뤄진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최용묵(57) 사장을 사령탑으로 이기승(55) 전무-하명호(47) 상무로 수직 연결된다. 현대엘리베이터 사장도 맡고 있는 최 사장은 경영권 방어전략을 촘촘히 짜 현 회장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급진적 개혁보다는 점진적 개선파로, 조직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현 회장 체제에서는 적임이라는 평을 듣는다.76년 현대건설 평사원으로 입사,84년 현대엘리베이터 창립과 함께 관리부장을 맡으면서 조직관리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임직원들과 회사 앞마당에서 족구를 하고 삼겹살 소주 뒤풀이를 즐긴다. 이 전무는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금융전문가의 보완을 절실하게 느낀 현 회장이 지난해 6월 외환은행에서 영입해온 이다.KS(경기고-서울대 법대) 출신답게 머리회전이 빠르면서도 친화력이 뛰어나 핵심인맥의 자리를 굳혔다. 미국 디킨스대 MBA(경영학석사) 출신인 하 상무도 재무 전문가다. 현대석유화학에서 지난해 말 그룹 심장부로 옮겨왔다. 그룹의 정신적 뿌리인 대북사업은 ‘서울대 트리오’가 이끌고 있다.“대북사업에 인생을 걸었다.”는 김윤규(61) 현대아산 부회장이 단연 첫 손에 꼽힌다. 왕 회장때부터 ‘소떼 방북’ 등을 성사시키며 현대와 동고동락해 온 김 부회장은 MH가 그 앞으로 남긴 별도 유서를 통해 “자주 윙크하는 버릇 고치라.”고 농담을 던졌을 만큼 2대에 걸쳐 각별한 신임을 얻었다. 얼마전 부회장으로 승진해 대북 라인 접촉 등 대외 업무에만 힘을 쏟고 있다. 대내 업무를 떼준 것은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이자 ‘거리 두기’라는 해석도 있다. 대내 업무는 윤만준(60) 현대아산 사장의 몫이다. 고문으로 물러나 있다가 김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된 그는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초창기부터 관여해 실무에 밝다. 서울법대를 나와 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MH와 함께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일궜다. 김 부회장의 서울대 공대 직속 후배인 심재원(58) 현대아산 부사장은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업무처리가 치밀하다. 그룹의 ‘캐시 카우’(돈버는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노정익(52) 사장이 이끌고 있다. 유동성 위기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던 2002년 9월 사장에 취임해 1000원대이던 주가를 2만원 가까이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자동차 운반선 매각 등 뚝심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때 들어온 1조원대의 현금이 없었다면 뒤이어 터진 대북송금·분식회계 등의 악재를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취임하자마자 승선 체험을 자청, 선원들과 거센 파도와 싸우며 하나가 된 덕분에 ‘캡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안살림을 꼼꼼하게 챙기는 안홍환(55·부사장) 지원본부장, 회사 매출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이재현(54·전무) 컨테이너본부장, 일반화물 영업을 이끄는 이동렬(56·전무) 벌크선영업본부장, 해양대 항해학과를 나와 선장으로도 근무한 ‘마도로스’ 신용호(56·전무) 해사본부장 등도 상선의 중추 세력이다. 2003년 6월 부국증권에서 스카우트돼 온 김지완(59) 현대증권 사장은 ‘현투(현대투자신탁증권) 책임분담금’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지어 그룹의 고민을 덜어주었다.‘숙부의 난’때는 오랜 증권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권 방어 전략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어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하마평에 자주 오르기도 한다. 김 사장을 떠받치고 있는 노치용(53·전무) 도매영업본부장은 그룹 홍보도 겸하고 있어 여의도와 광화문을 오가며 ‘셔틀 업무’를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때 설득력있는 논리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숙부의 난 당시 격전지(경영전략팀) 한복판에 있었던 현기춘(51) 현 현대엘리베이터 전무도 눈에 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또다른 한 축인 한승준(51) 전무와는 춘천고 같은반 친구이다. 기획·관리 전문가로 ‘선 굵은 CEO’로 불리는 김병훈(55) 현대택배 사장, 경제연구원 최초로 수익모델 창출에 도전한 재무관료 출신의 김중웅(64) 현대경제연구원 회장,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주현(53) 현대경제연구원장 등도 그룹의 핵심 브레인들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경영권 분쟁이 오히려 약이 됐다. 몽헌 회장의 죽음으로 흔들리던 임직원들이 경영권이 위협받자 현 회장을 중심으로 차돌처럼 뭉쳤다. 이번 기회에 전열을 확실하게 정비해 그룹의 모태로서 옛 현대의 영광을 반드시 재현하겠다.” hyun@seoul.co.kr ■ ‘비운의 황태자’ 정몽헌 현대가 사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 한 현대맨은 “90년대 들어 언론에서 빅3(MK,MH, MJ) 운운했지만 그 때는 이미 왕회장이 MH를 후계자로 형제들에게 선언한 뒤였다.”면서 “좀체 칭찬을 하지 않는 왕회장이었지만 MH에 대해서는 심지가 깊은 아이라며 믿음을 내보였다.”고 전했다. 보성고와 연세대를 나와 미국 페어리 디킨슨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학위)를 딴 MH는 귀국후 1983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세워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급기야 2000년에는 그룹 단독 회장에 취임했다. ‘왕자의 난’의 상처를 털고 MH시대를 여는 듯했다. 하지만 2003년 8월 4일 계동사옥 12층 집무실에서 몸을 던지고 만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저 유서를 통해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만 했을 따름이다. 대북송금 특검 등에 따른 중압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한 측근은 당시 “극심한 중압감 때문이었다면 가족들이 낌새를 알아챘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일축했었다. 투신하기 직전, 가족과 식사한 것을 두고 미리 자살을 준비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이 역시 MH가 일요일에는 가족들과의 외식을 즐겼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MH는 바깥일을 집에 와 자상하게 털어놓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가급적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등 가정적인 편이었다. 한 측근의 얘기다.“(대북송금·비자금 수사 등이 진행되자) 나 혼자 책임지겠다는 말씀을 여러번 하셨다. 그때는 혼자 감옥가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살을 염두에 뒀던 것 같다. 그렇더라도 투신하기 두달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자 부인(현 회장)에게 매일 순두부를 끓이라고 했던 점으로 미뤄보아 투신 결심은 순간적으로 이뤄졌던 것 같다.” 소탈하면서도 합리적이고 머리도 좋아 따르는 이가 많았던 MH. 그는 그러나 끝내 아버지의 꿈(대북사업)을 완성하지 못하고 삶을 접었다. 이 때가 그의 나이 55살때였다. hyun@seoul.co.kr ■ 현대家 며느리들 현대가의 며느리들은 4월을 ‘제사의 달’이라고 부른다. 시아버지(정주영 회장)가 생전에 워낙 제사를 중시한 데다 온갖 제사가 몰려있어 4월에는 아예 청운동 시댁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다. 시아버지의 독특한 ‘밥상머리 교육’ 때문에 새벽마다 시댁으로 가 아침식사도 직접 준비해야 했다. 한 며느리는 “새벽 3시반에 갔다는 항간의 얘기는 다소 과장이고 이를 때는 4시반, 보통때는 5시나 5시반쯤 갔다. 시아버님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새벽마다 수행원들 몫까지 김밥을 엄청나게 쌌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언젠가 한번은 아들들이 꾀가 나 아침식사 회동에 몇번 빠졌다. 대로한 왕회장이 “모두 들어와 살라.”고 불호령을 내려 1년간 청운동 시댁 주변에 모두 모여산 적도 있다고 한다. 여자들이 나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왕회장이지만 말년에는 겸상 식사도 허용했다고 한다. 맏며느리 이양자씨는 수도여대를 나와 한때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이씨가 91년 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실질적 맏며느리 역할을 해온 둘째며느리 이정화(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인)씨는 당시 명문으로 꼽히던 숙명여고를 나왔다. 빼어난 미모로 유명했던 넷째며느리 이행자씨는 한양대 출신으로 세간에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숙명여대를 졸업했다. 유난히 여대 출신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여자는 여대를 가야 한다.”는 왕회장의 보수성 때문이었다. 이화여대에 수석 입학해 화제가 됐던 손녀 유희씨(고 몽필씨 딸)도 원래는 연세대 원서를 다 써놓은 상태에서 할아버지에게 ‘보고’했다가 된통 혼이 난 뒤 여대로 틀었다고 한다. 며느리든 딸이든 해외유학까지 다녀오고도 회사 경영이나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이가 거의 없는 것도 유교적 가풍 탓이다. 왕회장은 “살림에만 신경쓰라.”며 며느리들에게 골프도 치지 못하게 했다. 현정은 회장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골프장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월이 훨씬 흐르고서야 뒤늦게 골프를 배웠지만 영 재미가 붙지 않아 골프장에 딱 세번 나가본 뒤 관뒀다고. 오는 10월 ‘금강산 골프장’ 개관에 맞춰 상징 티샷을 날리라는 임원들의 압력이 많아 여간 고민이 아니라고 한다. 한때 기체조를 배웠으며 ‘걷기’ 가 취미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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