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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영화]

    [토요영화]

    ●위대한 유산(XTM 낮12시 30분)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이 없다 싶을 정도로 임창정과 김선아의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영화. 혼자서도 잘 놀지만(?) 두 배우의 앙상블도 기대 이상이다. 미심쩍은 상황도 두 배우가 연기해버리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덜그덕거리는 대목이 아주 없진 않지만 그 정도만 해도 단순 ‘조폭 코미디’수준은 훌쩍 뛰어넘는다. 각자의 집에서 형수와 언니로 출연한 신이와 조미령의 감초 연기와 김선아에게 마음을 품고 있던 중국집 배달원 공형진의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우아한 백수와 백조를 ‘참칭’하는 세력 창식(임창정)과 미영(김선아)은 하루하루가 바쁘다. 하는 일 없이 노닥거리니, 좋을 턱이 없는 주변 시선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디오 가겟집 딸 미영은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배우를 꿈꾼다. 창식은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일할 수 있는데도 눌러붙기, 빈대붙기로 허송세월이다. 그러니 얼마나 주변 시선이 따가울까. 버티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품은 절대 기 죽지 않는 배짱. 이것 하나는 그 누구보다 단단하게 품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조폭이 저지른 뺑소니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곧 이어 증인을 인멸하려 드는 조폭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선 심각하다기보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만발한다. 인터넷 소설 ‘백조와 백수’를 모티프로 삼았다는데 단순한 코미디로도 볼 수 있지만 빈털터리에 눈칫밥이나 먹고 살아야 하는 청년실업자에 대한 페이소스가 보통은 넘는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출생의 비밀과 ‘위대’하다기보다 ‘거대’한 유산에 집착하는 쪽으로 두 배우들의 동선이 쏠리는 것은 ‘로또 열풍’이나 ‘바다 이야기’ 같은 퇴행적인 한탕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찜찜함도 남긴다. 오상훈 감독의 데뷔작. 오 감독은 후속작 ‘파 송송 계란 탁’에서도 임창정과 호흡을 맞췄다.2003년작,115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머시니스트(KBS2 밤 12시25분) ‘아메리칸 싸이코’의 연쇄살인범,‘이퀄리브리엄’의 건카터 액션으로 눈에 익은 크리스천 베일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1년 정도 불면증에 시달린 기계공 트레버 역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 사과 한알, 커피 한잔으로 30㎏가량 감량했다. 이런저런 스토리도 있고 반전도 있지만 뭐라해도 영화의 압권은 산업화사회 육체노동자의 모든 것을 몸뚱이 하나로 드러내보이는 트레버라는 캐릭터 그 자체.2004년작,101분.
  • ‘라디오 스타’ 만든 15년지기 이준익 감독·정승혜 대표

    ‘라디오 스타’ 만든 15년지기 이준익 감독·정승혜 대표

    기사의 텍스트로 영화를 뜯어봐야 하는 기자들은 눈이 흐려질 때가 많다. 이래저래 순수한 감상을 방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 신작 ‘라디오 스타’(제작 영화사 아침·28일 개봉)는 반대의 경우다. 작품 이면의 유기적 ‘관계’들, 그 화학반응 덕분에 곱절 더 풍성해진 스크린의 질감을 확인할 수 있어서이다. (이준익+정승혜)×(안성기+박중훈)=라디오 스타 ‘라디오 스타’에 있어 이 조합은 완벽했다. 아날로그풍 감수성이 제목에서부터 역력한 영화는 실제로 80년대를 누구보다 화려하게 장식했던 안성기, 박중훈 카드를 호기롭게 뽑아들었다.88년도 가수왕이었으나 한물간 지 오래인 록스타 최곤(박중훈)과 현실감각 없이 사고만 치는 그의 곁을 20여년 가까이 묵묵히 지켜주는 매니저 박민수(안성기)가 엮는 버디 드라마. 충무로 사람들은 다 안다. 새삼 두 스타를 세공해낸 힘은,15년째 한솥밥 의리를 지켜온 이준익 감독과 정승혜 대표(영화사 아침)의 이심전심 통하는 ‘밝은 눈’이란 것을. 지난 13일 충무로 영화사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마구잡이로 서로의 흉허물을 후벼파도 절대 뒤탈없는, 수다처럼 분방한 인터뷰가 15년지기의 내공을 그대로 보여줬다. 정 대표는 이 감독의 영화사 씨네월드의 디자이너로 출발해 지난해 새 살림(아침)을 차린 충무로 아이디어 뱅크. 여전히 사무실을 나눠쓰는 두 사람이 감독과 제작자로 만난 첫 작품이 ‘라디오 스타’이다. ●이준익 감독 ‘왕의 남자’를 개봉한 지 불과 9개월 만이에요. 전혀 다른 질감의 드라마인데, 무슨 용빼는 재주로 그 짧은 시간에 영화 두편을 찍어? 기획은 정 대표가 다 했어요. 한참 ‘왕의 남자’를 찍고 있을 때 시놉시스를 봤고…딱히 이유도 없었어요. 그냥 내가 하게 된 거지. ●정승혜 대표 그냥 만만하니까 시나리오를 맡겼죠.(웃음)‘왕남’ 개봉 이후였다면 감독님이 거절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드라마가 더 세져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보통 스타감독들이 스스로 빠지는 함정이 그거거든요. ●이 감독 그건 아니야. 알잖아, 내가 눈앞의 현실에 충실한 인간유형이란 걸. 내일을 꿈꿀 시간에 오늘 닥친 일이나 절박하게 해내자, 그게 내 신조잖아. 그리고 부담될 게 없잖아.‘왕남’이 그 많던 빚도 다 갚아줬는데…. ●정 대표 요즘 연일 일반시사를 갖고 있는데 남자관객들이 눈물을 흘려요.80년대의 흘러간 스타, 그러나 엄연히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에 보내는 애정어린 시선에 어떻게든 동감들 한다는 얘기죠. 퇴짜 인생에 박수를 보내는 여유는 누가 뭐래도 감독님 주특기예요. ●이 감독 특별한 건 없고. 분명한 건 내 나이에 만들어야 제격인 작품이란 건 사실인 것 같네요. 성기(안성기)형이 자평하더라고, 골칫덩이 퇴물스타와 그의 멘토가 엮는 훈훈한 이야기가 힘들고 고단한 자들의 가슴을 데워준다고.30대 중후반 남자관객들이 많이 울컥하는 모양인데 40대를 맞는 버거움과 힘겨운 현실에 감정이입되니까 그렇겠지. ●정 대표 최곤과 박민수는 우리 ‘집단’이랑 꼭 닮았어요.(정색을 하고)빚더미에 하루하루 궁핍했어도 출근길이 늘 행복했어요. 나를 아껴주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오야지’가 내 곁엔 있다 싶어서…. 그 믿음으로 다음 영화를 또 같이 하기로 했는데 이번엔 멜로예요. 감독님이 처음 도전하는 치명적 멜로. 제목도 밝힐 수 있어,‘매혹’. 잘 되겠죠? ●이 감독 좋아하는 배우가 하자면 난 무조건 해. 정진영이 멜로 찍자는데 덤벼보는 거지. 사실 멜로를 몰라. 너무 몰라서 한번 배워보려고.(웃음)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말단비대증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말단비대증

    치료 방법이 없는 ‘난치’의 질곡 속에 버려진 사람들이 있다.‘희귀난치병’을 가진 환자들은 사회적 관심조차 끌지 못한 채 캄캄한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 기대를 갉아먹고 산다. 흔한 암이나, 아토피피부염, 파킨슨병에서부터 쇼그렌증후군, 코넬리아 드 랑예 증후군까지 처음 듣는 질환이 있지만 자신이 이런 병을 가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현대의학은 이런 난치병 앞에서 무력한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첨단 현대의술은 나날이 발전해 난치병 정복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앞으로 약 20회에 걸쳐 희귀난치병 환자들의 현실과 치료 문제를 심층취재한 연속 기획 기사를 싣는다. <편집자주> “몸통은 물론 손발과 턱, 이마가 기형적으로 굵어지거나 커지면서 목소리까지 거칠어져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저를 남자로 여길 때면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올해 결혼 6년째를 맞는 주부 고모(29)씨. 고씨는 결혼 후 아이를 갖지 못해 병원을 찾았다가 불임의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는 의사의 권유로 정밀검사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병이 이름도 생소한 말단 비대증이며, 이 때문에 뼈와 연조직 등 인체의 조직들이 과다하게 자란다는 것이었다. 그 후, 고씨의 생활은 정말 엉뚱하게 변하고 말았다. 체구는 남자처럼 커졌으며, 손발과 턱, 이마는 계속 자랐다.“이런 절망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남들에게 현실의 모습과 실제의 모습이 다른 점을 이해시키는 일이 가장 큰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바깥 출입도 안하게 되고….” 고씨가 겪은 말단비대증은 대뇌 아래에 있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성장호르몬의 분비체계를 비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 병이다. 호르몬 분비체계가 무너져 인체의 모든 조직과 장기가 과다 성장하면서 얼굴과 손발이 변하고, 장기 기능에 장애가 생겨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성기능장애와 골다공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만성 질환이다. 합병증이 나타나면 사망률도 정상인보다 최고 4배나 높아진다. 일견 남의 일이라고 여길지 모르나 세기의 배우 브룩 실즈의 운명을 바꾼 바로 그 병이다. 의료계에서는 국내에 3000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는 “이 가운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000여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자신이 그런 병에 걸린 줄도 모른 채 운명으로 알고 산다.”고 전했다. 증상은 크게 두가지로 구별된다. 첫째는 얼굴과 손발이 커지면서 외형이 변하는 것이고, 둘째는 종양이 뇌와 시신경을 압박해 초래되는 시야 결손이다. 환자는 독특한 얼굴 및 손발 모양을 해 식별이 어렵지 않다. 혈액내 성장호르몬과 성장인자를 측정하면 좀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MRI(자기공명영상)이나 CT(컴퓨터 단층촬영)를 통해 뇌하수체의 종양 위치와 크기를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다. 치료의 기본 지침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용하는 치료법은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하거나 방사선·약물 요법 등이 주로 사용된다. 뇌하수체 종양은 콧구멍을 통해 삽입한 내시경 수수로 제거한다. 수술은 가장 원천적인 치료법이지만 종양의 지름이 1㎝를 넘으면 깔끔한 제거가 어렵다. 이런 경우에 적용하는 2차적인 치료법이 바로 방사선 및 약물치료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에 이어 방사선 및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감마나이프를 이용해 종양을 태워없애는 방사선 치료는 종양이 너무 커 내시경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경우 남은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적용한다. 그러나 이 경우 치료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보통 2∼4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 중에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약물요법이 동원된다. 성장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합병증을 차단하는 것도 약물의 기대효과이다. 약물은 매일 2∼3회씩 복용하는 경구용과 매월 1∼2회씩 사용하는 주사제가 있다. 경구용 제제는 비용이 저렴하나 검증된 치료효과가 10%를 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주사제는 사용이 간편하고 치료효과는 좋지만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산도스타틴 라르(성분명:옥트레오타이드)가 개발돼 약물요법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 약제는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소마토스타틴 호르몬에 비해 인슐린 분비억제력은 1.5∼2배, 성장호르몬 분비억제력은 무려 2000배나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도스타틴 라르의 문제는 한달에 1∼2회 맞는 주사제 비용이 회당 165만원에 이른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2004년부터 말단비대증이 본인부담금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돼 환자는 진료비의 20%만 부담하면 되게 됐다. 여기에다 말단비대증재단에서 환자 치료비의 12%를 지원해 줘 1회 주사비용으로 환자는 13만 2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치료를 받는다고 이미 성장해 버린 손발과 얼굴 등이 모두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두툼해진 살집은 빠지지만 골격은 줄이지 못한다. 또 진행이 매우 더딘 만성 소모성 질환이어서 조기진단이 어렵다는 점도 손꼽히는 어려움이다. 이런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 최근에는 환자들이 모여 ‘피노키오의 꿈’(www.acromegaly.or.kr)이라는 사이트를 열어 질환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경희대병원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조기진단을 위한 무료 검진 활동도 펴고 있다. 김 교수는 “통계적으로 발병 후 남자는 8.6년, 여자는 4.1년이 지나서야 진단이 될 만큼 조기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각종 합병증을 얻고 나서야 병원을 찾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여기에다 증상이 일찍 나타날수록 종양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이런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책이 매우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도박/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젊은 시절 한때 내기 당구에 빠졌던 적이 있다. 하루하루를 놓고 보면 돈을 따거나 잃은 사람이 있지만 몇달 지나고 보니 죄다 돈을 잃고 당구장 주인만 큰 수익을 올렸다. 주인은 게임진행을 돕는 대가로 일반 당구비보다 2배 이상 비싼 요금을 받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후 노름이나 사행성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보면 결국 주인만 돈을 따게 된다는 ‘학습결과’를 설파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경마·경륜 등 사행성 경기도 마찬가지다. 환급률이 70% 정도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100원을 걸면 70원만 돌려받는다. 장기간 하면 천하장사라도 견딜 재간이 없다. 누구 돈벌게 해주려고 수천억원 들여 경기장을 만들었겠는가. ‘도박해서 돈번 사람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그런데도 도박을 끊지 못한다. 중독성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도박에 쉽게 빠지는 정신적 요인을 규명하고 치유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노벨의학상은 떼 놓은 당상일 것 같다. 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kimhj@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 만들기] 남편이 아이들을 심하게 때려요

    Q남편의 폭력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심하게 맞고 자랐는데, 최근 중학생 딸이 심각하게 ‘죽고 싶다.’고 말해 너무 놀랐습니다. 남편의 성격은 불같아서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화를 심하게 내고 폭언과 함께 손이 나갑니다. 아빠가 들어올 시간만 되면 아이들은 후다닥 각자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오늘은 또 우리집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늘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이하영(가명·43세) A배우자든 자녀든 가족으로서의 욕구와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상황은 절대 용납돼선 안 됩니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오랜 기간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며 하루하루 불안정하게 살아왔다면 지금이라도 지체 없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알고도 외면하거나 덮어두는 일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제 없어야겠습니다. 폭력행위를 막지 못하는 가족은 결코 불행에서 빠져 나올 수 없습니다.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폭력의 유형이 다양화되고 그 정도가 오히려 악화되기 때문이지요. 부모에게 학대받은 자녀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고 느끼며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또 부모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이 자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런 속에서 스스로 감정표현을 억압시키고 자신을 괴롭히던 어른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가출을 하거나 심한 경우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지요. 폭력 행위자 역시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분노조절’이 어려운 나약한 사람입니다. 의도적으로 자녀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학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이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방어행동으로 스스로 왜곡해서 판단하고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또한 가정폭력은 대물림되는 경향이 있어서 가정폭력 행위자의 약 70∼80% 정도는 성장과정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남편의 폭력적 행동에 맞서서 우선 “앞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결코 폭력적인 행동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단호하고 분명하게 선포하세요. 그러나 이렇게 선포한다고 남편의 공격적이고 난폭한 행동이 금세 바뀌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아내의 달라진 모습에 더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마세요. 대신 바로 행동으로 옮기세요. 더 이상 폭력을 휘두르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경고한 뒤 그래도 폭력을 휘두르면 주저하지 말고 경고한 대로 경찰 ‘112’를 불러 행동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단 경고를 했으면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하라는 것이지요. 행동할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그런 행동을 하겠다고 경고하지 말고 자신이 섰을 때까지 기다리세요. 가정폭력을 바로잡겠다고 말하면서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는 것은 단호하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폭력행위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흔들림 없이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서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세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벌어진 결과만큼은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남편을 도와 주는 길입니다.<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 벼룩의 간을 내먹고도 남을만큼 치사한 사내

    “원 세상에,사기칠 때가 따로 있지.어떻게 하루하루 어렵게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등을 칠 수 있단 말입니까.” 중국 대륙에 팔순이 넘은 할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손녀 딸과 결혼식을 올리는데 필요하다며 이리저리 돈을 빌리게 해서 받은 돈을 갖고 도타하다 붙잡힌 30대 사내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 사는 한 30대 사내는 2개월전 팔순 할머니와 함께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던 처녀와 결혼식을 올리면서 신방 마련 등에 필요하다며 돈을 빌리게 한 뒤 그 돈을 빼돌려 도망치다 공안(경찰)에 덜미를 잡혔다고 심양만보(沈陽晩報)가 17일 보도했다. 심양만보에 따르면 ‘정말 치사한 사기사건의 장본인’은 올해 36살의 위레이(于雷·가명).그는 지난 6월 화물 운송품 2만위안(약 240만원)어치를 훔치고,사람을 폭행해 식물인간으로 만드는 등의 혐의로 공안기관의 수배를 받고 있는 수배범이었다. 이번 사기결혼 사건은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됐다.위는 어수룩하면서도 어지럼증에 시달리던 단단(丹丹·가명)에 접근했다. 단단은 올해 85살의 할머니 후오씨와 함께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후오 할머니는 일찍 남편을 여읜 뒤 맹인인 아들과 함께 살았다.그러던 어느날 집 주위에서 생후 6일째 버려진 단단을 데려와 지금까지 키워온 것.할머니가 그를 데려와 키운 것은 눈이 먼 아들과 서로 의지해 잘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눈이 먼 아들은 오래지 않아 죽고,집에는 후오 할머니와 단단만 남아 서로 의지하며 생활해 왔다.그런데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단단이 어릴 때 쇼크를 받아 항상 어지럼증에 시달리는 ‘신경관능증’이라는 거의 들어보지도 못한 희귀한 병을 앓게 된 됐다. 이 병으로 단단은 20살이 넘도록 일거리를 찾을 수 없어 사회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이들 두 사람은 후오 할머니의 퇴직 연금 매달 몇 백위안(몇 만원)으로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더욱이 이 적은 돈도 절반은 단단의 약값으로 써야 했으니…. 이런 까닭에 후오 할머니의 가장 큰 바람은 손녀 단단의 평생 짝을 찾아주는 것이었다.그래야 편안히 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모든 사실을 간파한 위는 1단계 ‘사기 결혼’ 작전에 돌입했다.단단과 자주 만나 그녀의 신임을 얻은 궐자는 우선 후오 할머니에게 자신을 사영기업의 운전사로 월급은 약 2000위안(24만원),방 3칸짜리 집과 과수원,저축액 3만위안(3600만원) 정도 있다고 허풍쳤다. 이어 전처와 이혼을 하고 아들 한명을 두고 있다고 장단점을 고루 말한 뒤 단단과 결혼하면 집과 과수원을 팔아 돈을 마련해 이곳 선양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겠다고 후오 할머니의 신임도 얻었다. 후오 할머니는 이제야 손녀 단단의 훌륭한 낭군을 만났다며 “단단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니 일단 같이 이곳에서 살자.”고 해 이들은 곧바로 동거생활에 들어갔다. 7월들어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고 판단한 위는 2단계 작전에 들어갔다.먼저 8월 13일 결혼 날짜를 잡은 뒤 결혼식을 올리려면 돈이 필요하니 친척 등으로부터 돈을 좀 융통해달라고 후오 할머니에게 요구했다. 단단을 시집보낼 수 있다는 즐거운 마음에서 후오 할머니는 이러저리 돈을 빌린 6000위안(72만원)을 위에게 맡겼다.궐자는 이 돈 가운데 몇 백 위안만 방을 수리하는데 보탰을 뿐 나머지는 모두 빼돌렸다. 이것도 모른 단단과 후오 할머니는 결혼식날만 손꼽아 기다렸다.결혼식이 열린 지난 13일,단단은 “이제야,결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너무나 기뻤다. 그런데 단단측 결혼식 하객들은 결혼식 분위기가 뭔가 이상다고 느꼈다.결혼식장에서 위의 가족과 친구들을 도대체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해서 궐자에게 신분증과 운전면허증 등 신분을 증명할만한 것을 보여달라고 하니, 집에 놓고 와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를 이상히 여긴 단단측 결혼식 하객들이 웅성웅성거릴 때 위는 굳은 표정으로 아래층에 친구가 찾아왔다며 잠시 내려갔다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그리고 밤이 돼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저녁,단단측 결혼식 하객들은 선양시 공안국 소속 황구(皇姑)파출소에 신고했다.그때서야 궐자의 이름도 우레이가 아니고,올해 39살로 폭행죄·절도죄 등의 혐의로 수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파출소측의 조사 결과 위는 단순히 결혼 예단비 뿐 아니라 단단과 결혼식을 올린 뒤 단단에게 보험을 들도록 해 그돈마저 빼돌리려한 것으로 밝혀져 주변 사람들의 치를 떨게 했다. 온라인뉴스부
  • [재테크 칼럼] 만기 긴 금융상품으로 노후대비를

    [재테크 칼럼] 만기 긴 금융상품으로 노후대비를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노후 대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언론들도 다양한 제목으로 은퇴 후를 준비하라고 떠든다. 노령화는 수십년 전부터 전 세계적인 관심사였지만 우리나라는 이제서 난리다.‘믿는 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아파트 평수를 늘려가면 노후는 회사퇴직금, 오른 아파트 값, 생활비를 도와줄 자녀들이 해결해 줬다. 그래서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자녀교육과 아파트에 목숨 걸면 된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줄고, 잠재성장률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하면 장기적으로 아파트 값이 오르고 사회 안전망이 노후를 잘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가 어렵다. 자녀에 대한 기대도 솔직히 어렵다. 결국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예·적금, 주택부금, 펀드 등 이런저런 금융상품에 가입하면서 노후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자신이 알고 있는 금융상품의 만기를 따져보자. 보통 1∼3년, 길어야 5∼7년이다. 은퇴 후는 15∼30년 뒤의 이야기다. 현재 금융상품 만기로는 은퇴 후를 준비하기가 버겁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신의 목적에 맞는 새 방법이 필요하다. 정확한 목표 금액을 산출해야 한다. 예컨대 60세에 은퇴해 매월 생활비를 150만원씩 쓰고 20년 동안 산다면 노후생활비는 3억 6000만원(20년×12개월×150만원)이다. 이 정도 계획만으로도 훌륭하다. 하지만 ‘돈의 시간가치(Time value of money)’를 한번 더 생각해 보자. 지금 150만원의 가치가 20∼30년 후에도 같을까? 현재 나이가 40세이고 매년 3% 정도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60세에는 271만원이 지금의 150만원 가치를 한다.60세에 준비해야 할 목표 금액이 4억 9000만원 정도로 커진다. 이어 목적에 맞는 만기가 긴 금융상품을 찾아보자. 우리가 많이 접한 금융상품들은 만기가 다소 짧다. 장기투자가 가능한 펀드상품과 생명보험사의 연금상품이 중요한 축을 차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름보다는 내용을 파악하자. 똑같은 장기펀드라도 투자대상, 투입비율, 위험도, 운용수수료 등이 천차만별이다. 비슷한 연금상품이라도 연금지급 방식이 다르다. 생명보험사의 연금상품만 죽을 때까지 연금을 주는 ‘종신형’ 지급 방식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은퇴후 준비를 고민해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가 답을 찾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창의적인 다양한 해결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손석우 PCA생명 에이스지점·AFPK
  • [30일 TV 하이라이트]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8세기경 동남아시아의 크메르 왕조는 아름다운 예술품과 사원들을 남겼다. 그 중심지는 캄보디아 북서부의 앙코르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 중 하나인 톤레삽 호수가 인접해 있다. 크메르 왕조는 이곳에 제국을 세웠고,15세기에 왕조가 멸망하자 보물들은 모두 열대 정글 속으로 숨어 버렸는데…. ●미디어 바로보기(EBS 오후 8시20분) 세계적으로 미디어 정치경제학자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그레이엄 머독 교수로부터 미디어 산업에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과 변화에 대해 들어본다. 머독 교수는 시청자들에게 미디어가 주는 정보들을 단순히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비판하고 제안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창조적 시청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연개소문(SBS 오후 8시45분) 수나라 양량은 20만 대군을 이끌고 다시 고구려 공격에 나선다. 바다에서는 수로군 주라후 장군이 함선 3000척과 병참선 1000척으로 고구려 공격을 준비한다. 수나라 장수 고경은 행군 속도를 늦추라고 하지만 양량은 군사들의 발길을 재촉한다. 양량은 끝없이 이어지는 갈대밭과 늪지대 요택에 들어선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돈과 배경에 밀려 미술대전에서 탈락하게 된 니나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덴트라는 사람에게서 한 권의 일기장과 편지를 받는다. 병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된 그는 니나에게 자신이 못 이룬 미완성의 목표를 이루어 달라고 하는데…. ●반올림#3(KBS2 오전 8시55분) 점점 지쳐만 가는 보충수업 시간. 아이들은 맥없이 수업을 들으며 끔찍하게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편 담임은 딸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 옥경을 데려가 옷을 입혀보며 쇼핑을 한다. 옥경은 그런 담임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정을 느끼고, 늘 아버지에게 맞고 울던 기억에 젖으며 가슴 한켠이 아프다. ●도전 골든벨(KBS1 오후 7시10분) 미래의 발명가를 꿈꾸는 대전지역 100명의 학생들과 함께한다. 충남기계공고에는 꽃미남 외국인 학생이 있다. 한국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슈흐라트. 그가 말하는 한국에 온 진짜 이유를 들어본다. 젊음과 패기가 넘치는 발명학도들의, 골든벨을 향한 50개 문제와의 싸움을 지켜본다.
  • ‘코리안드림’ 이룬 아시아인들의 다큐

    태국 동부 시사켓주 외곽 붕분마을에 살고 있는 소파(45). 마을 주민 대부분은 가난을 운명처럼 여기고 있지만 그는 예외다. 정미소를 운영하고 돼지도 키우며 버섯재배법도 배워 시장보다 싼 값으로 내다 팔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이윤만 챙기기보다 이웃이 모두 함께 잘 살기를 바라며 돼지 사육법을 알려준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가 한국에서 산업연수생 생활을 한 뒤 달라진 엄청난 변화다. ‘코리안드림’을 이룬 아시아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리랑TV가 27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16부작으로 방송하는 ‘글로벌 리포트’는 아시아 각지에서 코리안드림을 실현, 고국에 돌아가 성공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휴먼다큐멘터리다.주인공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공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와, 오늘의 변모된 삶을 밀착취재해 코리안드림을 이룬 아시아인의 근성을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이 한국만큼 발전하도록 힘쓰는 소파의 ‘내 사랑 붕분 마을-태국’을 비롯, 한국에서 만난 이웃과의 따뜻한 사랑을 그린 ‘아름다운 동행-방글라데시’, 한국에서 배운 기술로 고국의 발전을 꾀하는 수안의 ‘컬러풀 라이프-베트남’, 한국에서 번 돈으로 가족의 행복을 만드는 잔다나의 ‘꿈을 실은 버스-스리랑카’ 등 16편이 방송된다. 제1편에서는 한국에서 산업연수생 생활을 한 뒤 태국으로 돌아간 소파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다.제2편에서는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에 사는 알람(35)이 소개된다. 보다 넓은 세상을 만나고자 산업연수생이 돼 한국으로 온 그는 하루하루 고생스러운 삶을 살던 중 우연히 공장 근처 빵집에 들렀다가 평생을 어머니처럼 모실 박근자 사장을 만난다. 그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 속에 한국어의 매력에 빠져 서울대 국문과에 진학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뒤 한국문화 강의와 방글라데시 한국어 사전을 편찬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박 사장이 방글라데시를 방문,10년 넘게 친부모·자식처럼 지내온 그들의 국경을 넘은 사랑을 주위에 전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염색 일을 배운 뒤 베트남 빈푹에서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고 철강 공장도 관리하는 수안(34)의 달라진 삶과, 한국에서 일하던 중 모범연수생으로 뽑혀 고향인 스리랑카에 다녀온 잔다나(34)가 밝힌 버스회사 사장의 꿈 등도 소개된다.이어 인도네시아·네팔·티베트·필리핀 편 등을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리랑TV와 해외홍보원이 한국인과 주한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 놓인 편견과 장벽을 허물고자 공동기획·제작됐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문화마당] 인디언 보호구역/ 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사진작가

    최근 피터 페이스 미 합참의장이 의회 청문회 도중 “미국은 이민자에게 가장 좋은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하며 갑자기 울먹여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철의 남자’라고 불리는 페이스 합참의장은 이민법 개정 문제의 증인으로 나왔다가,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으로 어려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그만 북받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것. 본인도 미국에서 10여년을 지내면서 미국은 기회균등의 나라라는 것을 실제로 체험했다. 그런 미국이지만, 미국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에 관한 인종차별 문제는 여전히 어두운 숙제로 남아 있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국가로 행세를 하며 다른 나라의 인권을 간섭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국내의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상상 이하의 취급을 당하고 있다. 본인은 수년전 인디언의 초상을 기록하고 싶어 뉴멕시코주 인디언 보호구역을 찾은 적이 있다. 갤럽시 근처 파인 힐이라는 작은 마을에서는 나바호 인디언 축제가 한창이었다. 그곳에서 인디언 소년 스테이시를 만났다. 소년은 사진을 찍자는 내 부탁에 불신의 눈으로 왜 자기를 촬영하려고 하느냐며 불쾌해했다. 나는 소년을 설득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 얼굴을 바라보아라, 네 얼굴과 내 얼굴이 비슷하지 않으냐, 우리 몸속에는 같은 몽골리안의 피가 흐르고 있다. 수만년전 우리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태어났다는 등. 소년은 그제서야 경계를 풀고 편안하게 자세를 취해줬다. 순간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나 자신이 아메리칸 인디언을 우리와는 다른 별종으로 생각하며, 기록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촬영을 하면서 바라본 소년의 눈은 이상하게도 초점이 흐렸다. 촬영을 끝내고 소년의 집을 방문했다. 소년의 집은 아스라한 벌판에 철조망을 울타리처럼 두르고 있는 임시가옥 이었다. 자식들의 옷을 다리고 있던 소년의 어머니는 이방인의 반가운 인사를 받아도 무표정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이방인은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인 것 같았다. 소년의 어린 동생은 우리나라 지리산 청학동의 어린이들처럼 머리를 댕기머리로 길게 길렀다. 그림이 그려진 여름용 면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꼭 우리나라에 있는 내 조카아이와 흡사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얼마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허허벌판인 인디언 보호구역에서는 가로등과 표지판을 찾기 어려워, 특히 밤에는 운전하기가 무척 위험하고 힘들었다. 보호지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주로 밤에 일어나며, 사고 원인은 대부분 음주 때문이라고 한다. 인디언 보호구역 가운데 하나인 갤럽시의 교통사고율은 놀랍게도 미국 전체 사고평균치의 100배가 넘는다고 한다. 소년은 나를 자신의 방으로 초대해, 자신이 잡지 등의 그림을 보고 묘사한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소년은 아직 대도시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태어나 근처의 직업학교에 다니다가 그만뒀단다. 공부를 해도 근처에는 취직할 직장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잡지에 있는 백인여자의 누드사진을 똑같이 그려본다고 했다. 나는 소년의 집을 떠나며 내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 줬다. 혹시 뉴욕에 오게 되면 내 아파트에 머물러도 좋다고 말해줬다. 그러자 소년은 자기집에 전화가 없으니 편지를 하라고 주소를 가르쳐 주며, 파인힐에 있는 우체국 박스 번호를 일러 줬다. 그러면서 소년은 자신도 알코올중독에 걸려 매주 두 번씩 파인힐의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전화조차 할 수 없는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미국 인디언들은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오직 술로 달래며 제한된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억압적인 인종차별 정책으로 인디언들은 점차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지상낙원이라는 나라에서 말이다. 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사진작가
  • [열린세상] 다문화사회로 거듭나기/윤희원 서울대 국어교육학 교수

    동네에 외국인이 나타나면 무서워서 숨던 시절이 있었다. 길가에 외국인이 지나가면 신기해서 따라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외국인은 모두 우리보다 잘 살고, 아는 것도 많고, 그들이 우리보다 ‘잘난’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긴, 우리가 이름을 아는 대부분의 국가보다 우리가 더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누가 뭐래도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다. 나라 안에서도 그랬고, 나라 밖에서도 그랬다. 여기저기서 설움도 받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어떻든 이제는 ‘이 마∼안큼’ 살게 되었다.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나라를 살렸다. 이런 ‘우리끼리’의 우리 사회에 낯선 이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그들은 ‘부대’에서,‘외국인 아파트’에서 자기네들끼리 모여 살았다. 그들이 우리의 거리에 나서면, 우리는 그들을 ‘특별한’(더러는 이상한) 존재로 치부하고 슬쩍 지나치거나, 그들에게 필요한 약간의 친절을 베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낯선 이들이 우리 가까이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가족과 국가를 위해,‘아메리칸드림’에 버금가는 ‘코리안드림’을 갖고 그들의 조국을 떠나와서는, 우리의 일터로, 우리의 가정으로 들어왔다. 이들 새 이웃에 대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단일민족’인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쩌다가 마주치면 대체로 못 본 척하거나 더러는 “뭐하러 왔나?”하는 눈빛으로 아래위를 훑어보기도 하면서, 각자 자기나름의 방법으로 대처(?)하였다. 우리가 이렇게 어물어물하고 있는 사이에 이들은 우리 사이에 들어와서 살 뿐 아니라, 아이들을 낳고 길러서 우리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보내게 되었다. 이른바 다문화가정, 즉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2500여명, 이하 2005년 기준)와 외국인 가정의 자녀(1만 7000여명), 새터민(탈북자) 가정의 자녀(800여명)들이 우리 아이들과 같이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가 귀한 자식이고 소중한 생명이건만 이들의 하루하루는 그리 편해 보이지 않는다. 왕따를 당하면서라도, 좌충우돌하면서라도,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교 밖에서 맴돌고 있거나 학교를 아예 등지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들에게 모두가 무심하고 야박한 것은 아니다. 친절한 자원봉사자가 있고, 헌신적인 선생님도 계시며, 수많은 지자체와 NGO에서 손을 내밀고 있다. 교육부와 여성부, 복지부, 노동부, 문화부 등등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도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각 방송사에서도 앞다투어 관련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노력들이 ‘시혜적’ 관점에서 ‘저들’을 대상으로, 제각각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다문화 가정의 자녀나 부모들 가운데에는 자원봉사에 응하느라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된 저들을 위해서 좀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차분하게 대책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다문화가정의 문제는 저들만 배우고 적응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같이 살아갈 우리도 배우고 적응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이 우리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아님은 부동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 모두의 자각과 관심을 북돋우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민·관의 노력과 재원을 현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 다문화사회의 성공 사례라는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의 경우를 면밀히 검토하여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넓고 깊은 연구를 수행하고,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하고, 현명한 투자와 활동을 계속한다면, 이제까지 우리 민족이 그래왔던 것처럼 세계를 다시 놀라게 할 만큼 멋진 결과가 있을 것이다. 윤희원 서울대 국어교육학 교수
  • [09일 TV 하이라이트]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지난 1992년 리우 지구 정상회담에서 참석자들은 지속가능한 천연자원을 이용해 사람들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의 불균형을 바로잡도록 하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5개의 프로젝트들을 따져본다. 특히 우리에게 있어 지속가능한 개발은 과연 무엇인지 살핀다. ●다큐 죽마고우(EBS 오전 7시20분) 아무리 달리고 싶어도 한치 앞도 못 보는 시각 장애인 이용술.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한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 결국 후배의 다리에 방울을 달고, 그 방울 소리를 들으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갔다. 달리기를 시작하자 세상은 달라졌다. 미래에 대한 도전이 생긴 것이다. 바로 마라톤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밤 12시15분) 이제 여덟 살이 된 연주. 또래들과는 달리 체구가 두 살배기 아기 같다. 아직까지 대소변을 가리지 못 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인사법을 갖고 있다. 안녕이라는 말 대신 손으로 툭툭 치거나, 싫다는 표현으로 침을 뱉는다. 친구들은 이러한 행동을 하는 연주를 놀리거나 피하는 일이 많다. ●불꽃놀이(MBC 오후 9시40분) 인재와 미래의 약혼식 날 아침 미래의 오피스텔로 찾아간 나라. 미래에게 인재가 갖는 감정은 사랑이 아닌 미안함이라며 약혼식에 가지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래는 상관없다고 응수한다. 한편 인재는 약혼식을 하기로 한 레스토랑에서 담담한 마음으로 미래를 기다리는데…. ●반올림#3(KBS2 오전 8시55분) 기말고사를 앞둔 1학년 10반 학생들은 친구에게 책이나 준비물조차 빌려주지 않는 등 각박하게 공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교장선생님은 기말고사에서 꼴찌한 반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고 경고한다.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신화창조(KBS1 오후 11시) 연간 2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상류층의 소비시장에서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소황제. 중국에서는 이들을 잡기 위해 세계적인 유아용품 기업들의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그중에 중국 1%를 사로잡은 우리 기업 유한킴벌리. 최고 명품 기저귀 ‘하오치’로 중국기저귀 업계를 평정한 치열한 신화를 따라가 본다.
  • 儒林(636)-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9)

    儒林(636)-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9)

    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9) 편지는 끝맺음으로 치닫고 있었다. 퇴계는 묵묵히 편지를 읽어 내렸다. “마지막으로 소첩이 한 가지 청이 있어 나으리로부터 받은 정표로 함께 보내드리나이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 나으리의 존안을 직접 뵈올 수는 없사오나 소첩이 보낸 옥매를 잘 받았다는 표시로 일필하여 주시옵소서. 하오면 소첩은 나으리께서 살아계오신 체취와 훈향을 맡을 수 있어 하루하루 연명하는 불안 속에서 마침내 마음을 다잡고 안심할 수 있겠나이다. 나으리, 부디 옥체 만강하옵소서. 할말이 태산처럼 많사오나 이만 줄이겠나이다.” 편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보낸 사람의 이름도 없는 무명의 편지였다. 그러나 퇴계는 그것이 누구로부터 보내온 편지인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미 날은 저물어 방안은 어두웠으나 퇴계는 불조차 켤 염두도 못내고 잠자코 완락재에 앉아 있었다. “선생님” 문밖에서 인기척이 일었다. “선생님, 방안에 계십니까.” 분명히 방안에서 나들이 한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도 불을 켜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는 스승의 안부가 걱정되는 듯 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네.” “불을 밝혀 드릴까요, 선생님.” “그렇게 해주시게나.” 제자가 무릎걸음으로 들어와 부싯돌을 그어 초에 불을 밝혔다. 그러자 완락재는 홀연히 밝아졌다. “우물물을 더 떠다 드릴까요.” “됐네.” 짧게 퇴계는 대답하였다. “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보시게나.” “알겠습니다.” 제자가 물러가자 퇴계는 노인이 가져온 물건을 끌어당겼다. 흰 치마였다. 퇴계는 그 치마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두향이가 입던 흰 속치마가 아니었던가. 단양에서의 마지막 밤. 퇴계는 두향이가 입던 치마폭에 정표로 두보의 시 한수를 적어 주었던 것이었다. 두보는 평소에 퇴계가 가장 좋아하던 시인. 두향의 이름이 비록 기명이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두보의 성과 같음을 기억하고 있다가 헤어지는 별리의 정표로 다음과 같은 두보의 시 한수를 적어 주지 아니하였던가. “死別已呑聲 生別常惻惻” 퇴계는 두향이가 보내온 정표를 펼쳐 보았다. 비록 20여년의 세월이 흐르기는 하였지만 치마폭에서는 여전히 낯익은 육향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흰 속치마에는 마치 어젯밤의 일이련 듯 퇴계가 써준 별시가 생생하고 선명하게 묻어 있었다.
  • [씨줄날줄] 도시락/우득정 논설위원

    콩자반, 멸치볶음, 어묵, 감자조림, 가지무침…. 지금도 선뜻 손길이 가지 않는 반찬이다. 초·중·고교시절 아들의 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머니가 도시락 반찬으로 고집한 탓이다. 젓가락 한번 대지 않고 퉁명스럽게 어머니에게 도시락을 반납하는 시위를 벌인 끝에 고교 2,3학년 때에는 도시락 대신 구내식당의 우동으로 점심 메뉴가 바뀌었다. 당시 식성이 워낙 까다로워 꽁치, 마른 오징어, 신김치 3가지밖에 먹지 않았으니 어머니로서는 애간장이 녹아내렸으리라.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병상에서 도시락 얘기를 꺼냈다. 다른 아이들은 보리쌀도 적었고 똑같은 반찬이라도 훨씬 더 맛깔스러웠다며 은근히 어머니의 음식 솜씨에 문제가 있었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4남매의 도시락을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했지 맛이나 쌀밥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단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일곱식구가 굶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하루하루 끼니를 거르게 될까봐 속을 태우고 있었는데 막내놈은 계속 반찬타령만 했으니.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어머니의 품에 안겨 때늦은 회한의 눈물만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도시락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아내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도시락이 식을까봐 점심시간마다 파출부가 학교로 도시락을 배달했다고 한다. 어쩌다 배달과정에서 김치 국물이 흘러 밥에 묻은 날에는 장인에게 신경질을 내며 난리를 피웠단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장인이 학교로 나타나 외식을 했다며 아들이 싫다는 반찬을 고집한 어머니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도시락 가지고 까탈스럽게 굴었던 것은 부부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지난달 초 꼬마녀석이 학교 급식업체가 바뀌면서 1주일간 도시락을 싸 가야 한다고 했다. 몇년 전 학교 급식이 시작되면서 도시락 스트레스에서 해방됐다며 쾌재를 불렀던 아내가 순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아이들이 쓰던 보온 도시락은 이웃의 손에 넘어간지 오래다. 아내는 꼬마녀석에게 동네 가게에서 김밥을 사줄테니 그걸로 1주일을 떼우자고 꼬드긴다. 식중독 사태로 일부 학교의 급식이 중단되면서 갑자기 도시락을 싸야 하는 학부모들은 어떤 마음일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하늘이시여,저에게 이렇게 가혹한 짐을…”

    “하늘이시여,저에게 이렇게 가혹한 짐을…”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이렇게 가혹한 인생을 살아야 하나요.” 중국 대륙에 병든 부모를 수발하면서 집안 살림도 꾸려야 하는 어린 소녀가장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유구무언의 깊은 침묵 속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 중북부 간쑤(甘肅)성 성도 란저우(蘭州)시 치리허(七里河)구에 살고 있는 한 소녀는 병들어 기동조차 못하고 누워 있는 부모를 대신해 농사일과 살림살이를 하고 있지만,지난 6개월 동안 수입이라고는 겨우 정부보조금 150위안(약 1만 9500원) 밖에 안돼 너무나 어렵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어 주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난주신보(蘭州晨報)가 2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어린 나이에 간난신고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는 소녀 가장은 12살의 야오완친(姚万琴)양.최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에 진학할 예정이다. 또래 친구들이 천진무구하고 상상의 날개를 펴며 부모님에게 한창 응석을 부릴 때 그녀는 3년 전부터 병든 부모를 대신해 밥짓기·빨래 등 집안 일과 농사일 등을 혼자서도 척척 해내는 어엿한 소녀 가장이다. 부모님이 몸이 불편해 어렵게 하루하루를 연명해오던 야오양의 집이 더욱 어려워진 것은 얼마전 아버지마저 중풍으로 몸져 누워 집안의 모든 일을 12살의 어린 그녀가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 까닭이다. 야오양의 어머니 리융롄(李永蓮)씨는 지난 1977년 다락밭을 일구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기동을 못하는 장애인고 아버지 야오러웨이(姚樂位)씨도 오른손이 제대로 쓸 수 없는 장애인이었다.이런 가운데 집안 가장으로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해사했던 야오양의 얼굴은 이제 제대로 먹지 못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피골이 상접해 보기 딱할 정도로 초췌해졌다.그녀는 “우리 집의 유일한 양식은 감자”라며 “감자가 떨어지면 산에 가서 나물을 캐 연명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녀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해서 살림을 꾸려가야 할지 막연하다는 것이다.특히 아버지 야오씨는 수축기 혈압이 200㎜Hg를 오르내리고 있어 입원을 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다. 지금 상태로는 집안 식구 3명이 제대로 먹지 못한 판국에 도저히 아버지를 입원시키거나 약을 사줄 더더욱 여력이 없는 형편이어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학 진학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야오양은 “지난 6개월 동안 받은 정부보조금 150위안중 130위안으로 중학교 학비로 냈다.”며 “중학생이 되고 싶지만 상황이 이렇게 어려워졌는데 어떻게 공부를 계속해 나갈 수 있겠느냐”며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온라인뉴스부
  • 儒林(633)-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6)

    儒林(633)-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6)

    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6) 자신의 숙소를 찾아온 유지를 적극적으로 받아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매정하게 뿌리치지도 못한 채 ‘문을 닫을 것인가, 인정 없는 일. 동침할 것인가, 의리 없는 일(閉門兮傷仁 同寢兮害義)’이라고 노래하면서 병풍을 걷고 자리를 달리한 채 불을 밝히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가을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율곡. 그런 일이 있은 지 4개월 뒤인 1584년 1월 16일 마침내 율곡은 한양의 대사동(大寺洞)에서 숨을 거뒀으니 이처럼 유지는 율곡에게 있어 마지막 불꽃이었던 것이다. 전해내려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황해도에 있던 유지는 율곡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바람처럼 서울로 달려와 애통해하였고, 이후 3년 동안 상복을 입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두향이가 보내온 분매역시 퇴계가 죽기 2년 전의 일로서 그런 의미에서 분매는 퇴계와 두향이가 마지막으로 나눠 마신 ‘구슬미음(瓊漿)’이었는지도 모른다. 한참동안 매화꽃을 바라보던 퇴계는 문득 생각난 듯 노인으로부터 전해 받은 편지를 집어 들었다. 피봉을 뜯자 안에서 접힌 주지가 나왔다. 퇴계는 종이를 펼쳐서 편지의 내용을 읽기 시작하였다. “나으리.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나으리를 못 뵈온 지 벌써 십수 년이 흘렀사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나으리.” 낯익은 필체였다. 필체를 본 순간 퇴계는 틀림없이 두향으로부터 보내온 편지임을 확신할 수 있음이었다. “소첩은 나으리와 함께 지내던 적성산 기슭에 작은 움막을 짓고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사옵니다. 바람이 전해오는 풍문을 통하여 나으리께서 그동안 어떻게 지내시온가는 대충 전해 듣고 있사오나 며칠 전에 꾼 꿈은 너무나 흉몽하여 나으리의 옥체에 무슨 나쁜 일이 생기지나 않았을까 두렵고 송구하여 나으리께서 잘 알고 계시던 이방을 통하여 문안인사를 드리게 되었나이다. 나으리, 옥체 만강하시나이까, 아니면 소첩이 꾼 꿈처럼 고황(膏)에라도 병이 드셨나이까. 흉몽에서 깨어나 너무나 참람하여 통곡을 하며 울었사옵는데, 다음날이라도 신발을 거꾸로 신고 나으리께서 계신 곳을 향하여 달려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였사오나 차마 소첩의 몸으로 그럴 수는 없이 이처럼 인편으로 안부를 여쭙게 되었나이다. 나으리.” 퇴계는 읽던 편지를 멈추었다. 두향의 편지는 사실이었다. 그 무렵 퇴계는 심한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퇴계 자신은 자신의 병을 ‘극병(劇病)’이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영종이 승하하고 인산하는 것을 보기도 전에 고향으로 도망치듯 내려와서 여론이 분분하였을 때 기대승이 편지를 보내어 퇴계에게 벼슬에 나오기를 간곡히 청하자 퇴계가 자신이 벼슬자리를 차지하기에 맞지 않는 점으로 ‘크게 어리석음(大愚)’,‘심한 병(劇病)’,‘헛된 명성(虛名)’,‘잘못 입은 은명(誤恩)’의 네 가지로 열거하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부부 시각 장애인 안마사의 삶

    부부 시각 장애인 안마사의 삶

    “저희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21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빌라. 부부 시각장애인 안마사 고재민(50)·김덕자(48)씨의 신경은 종일 전화통에만 쏠려 있었다. 오늘도 안마사 찾는 전화가 한 통도 안 오는 걸까. 결국 밤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남편 고씨만 저녁 무렵 매일 나가는 안마시술소로 출근했다. ●안마 한 건에 2만 7000원 떨어져 집에 있다가 전화가 오면 호텔로 출장안마를 가는 김씨는 한번 일을 하고 나면 2만 7000원을 손에 쥔다. 손님에게서 4만원을 받지만 5000원은 호텔에 떼어줘야 하고 왕복 택시비로 8000원이 든다. 요즘은 그나마도 건너뛰는 날이 많다. 하루 서너건 정도 출장안마를 하던 때도 있었다. 대학생(21)·고등학생(18)·초등학생(12) 세 딸에 시부모까지 봉양해야 하는 김씨로서는 하루하루 힘겨움의 연속이다. 사는 집에서 호텔들이 가깝다고는 하지만 택시밖에는 교통수단이 없다. 딸들의 도움을 받거나 콜택시를 부른다. 대개 기본료 1900원이면 가는 거리지만 ‘맹인’이 가까운 데 가자고 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호텔 현관까지 쑥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두 배인 4000원을 준다.“안마사 찾는 사람이 없어 하릴없이 집에서 지낼 때가 많아요. 정말 죽을 맛이죠. 일본인 관광객이 많아야 하는데 독도 문제 등으로 일본과 사이가 나빠지면서 많이 줄었고 요즘은 월드컵까지 겹쳐서….” ●힘겨운 안마사 수련 과정 거쳐야 두 사람에게 안마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절박한 생존수단이었다. 부부는 각각 네살과 세살 때 뇌수막염과 홍역으로 시력을 잃고 맹학교에서 안마를 배웠다. 김씨의 회상.“맹학교에서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는지 몰라요. 선생님들이 일부러 두꺼운 옷을 껴입고 저희들에게 안마를 시키거든요. 어지간히 힘을 주지 않으면 시원함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만 손에서 힘이 빠져도 불호령이 떨어졌지요. 너희들이 이 세상에서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안마뿐인데 이것도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였죠.” 해부학까지 배워 안마사 자격증을 따기까지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김씨는 1986년 큰 딸을 낳고 나서야 겨우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따고 호텔에서 일을 했다. 지하에서 밤새 기다리며 숙식을 해결했다. 손님의 요구에 따라 오래는 1시간 반이나 안마를 하다보면 온몸이 땀에 절고 손이 퉁퉁 부었다. 새벽 서너시쯤 걸려오는 안마주문은 정말로 받고 싶지 않았다. 호텔 시설물에 부딪혀 얻은 온몸의 상처는 지금도 곳곳에 흉으로 남아 있다. ●헌재결정 되돌리기전까지는 물러서지 않아 부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헌재 재판관들이 일주일만 눈을 가리고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씨는 “결정이 나온 바로 그날 친구 4명이 일하던 업소에서는 해고통지를 받았다.”면서 “헌재의 결정은 어렵게나마 사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우리를 완전히 수렁으로 내모는 꼴”이라고 말했다. 안마사 면허를 ‘시각장애인 면허’와 ‘비시각장애인 면허’로 나누고 업소 개설권은 시각장애인만 갖도록 하는 정부·여당의 보완책으로는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아무리 보완책을 마련한다 해도 비장애인들과 같이 경쟁해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희망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궁리 끝에 집에서 안마를 할 수 있도록 집을 개조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매트리스도 깔고 집안을 단장해 손님들을 집으로 유치하면 벌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에서다.“남들 다가는 학원 한번 못 보냈지만 밝고 명랑하게 커준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시각장애인 취업실태 “사실 안마사 외에 취업 활동은 힘들죠.”시각 장애인들의 취업실태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력을 잃은 장애인들의 생계책으로 안마사가 유일하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시각 장애인을 18만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몸이 건강해 취업전선에 나설 수 있는 시각 장애인은 1만 38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안마사로 활동하고 있는 시각 장애인은 5월 현재 5581명으로 대부분의 시각 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림자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전맹(全盲) 장애인도 3만명이나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각 장애인은 안마사가 거의 유일한 생계책이다. 맹인학교에서 침술교육도 하고 있지만 한의사의 의료활동에 속해 실제로 침술사로는 활동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도 안마사를 제외한 시각 장애인의 생계책은 생각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사무직으로 텔레마케터나 컴퓨터 속기사로 활동하는 시각 장애인도 있지만, 컴퓨터 화면을 볼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컴퓨터 속기도 사무보조를 할 수 없어 취업이 힘들다.”고 전했다. 또 사무직 외에 전문직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고 단순생산직 역시 공장에서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시각 장애인은 기피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안마사 외에 일자리가 없는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기초생활대상자로 어렵게 생활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중에서도 특히 시각 장애인의 취업이 힘들다는 것은 노동부의 ‘장애인 근로자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1인 이상 사업장 295만 8000곳 중 장애인 고용업체는 모두 6만 4000여곳으로 12만 4000여명의 장애인이 고용돼 있다. 하지만 장애인 근로자의 대부분이 지체 장애인이고 시각 장애인은 단 7.8%에 불과하다. 또 시각 장애를 안고 취업한 6600여명의 경우에도 50% 이상이 한 쪽 눈으로는 앞을 볼 수 있는 6급 장애인이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관계자는 “시각 장애인이 취업하는 경우는 대부분 교정 시력이 어느 정도 나오는 분들이고, 완전히 시력을 잃은 분들은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가족과 떠나는 템플스테이

    가족과 떠나는 템플스테이

    산사(山寺)에 가면 특별함이 있다. 정갈하게 빗질된 산사의 앞마당을 보노라면 아등바등 살아가는 속세의 때가 문득 느껴진다. 여유도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루하루 일상에 쫓겨 사는 중생의 한계라고나 할까. 그래서 한번쯤 복잡한 도심을 떠나 숲이 우거진 산사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 속세와 잠시 인연을 끊고 마음의 휴식과 사색·명상 등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시간, 즉 ‘산사 체험’이 우리들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혼자도 좋고, 가족과 함께라도 좋다. 근처 산사를 찾아 하룻밤을 지내며 몸과 마음에 진정한 휴식을 맛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올 한해도 벌써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앞뒤 돌아볼 겨를도 없이 숨가쁘게 달려 왔다면 이제는 ‘중간점검’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주는 충남 서산 도비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부석사를 찾았다. 녹음이 우거진 6월의 산사에는 짙푸른 나무들이 주는 편안함뿐 아니라 고즈넉한 절집, 깨끗한 물과 공기, 바람따라 춤을 추며 맑은 소리를 내는 풍경, 듣고만 있어도 마음을 씻어주는 불경 소리에 세상 시름을 잠시 놓게 하기에 충분하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름 모를 야생화와 나무들도 돌아보고 천수만의 철새를 보며 생명의 존귀함까지 느끼게 하는 알찬 체험이 가득하다. #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충남 서산에서 어렵게 부석사를 찾아 차를 세웠다. 눈을 들어 쳐다봐도 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만든 터널 아래 잘 정돈된 돌계단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부석사의 일주문인 사자문. 양쪽에 사자가 버티고 서 있다.‘입차문래 막존지혜.’(이 문안에 들어오는 사람은 지혜를 갖지 마라.)라는 글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 이제 일주문을 지났으니 세속의 모든 인연과 지식을 벗어버리고 나를 한번 찾아보리라는 ‘결의’를 다지며 계단을 걸었다. # 새소리가 그리우면 부석사로 가라 “휘리∼릭” 휘파람을 불자 새 한 마리가 스님 손에 앉아 무엇인가를 물고 다시 날아간다.“신기하지요.”라며 저두(합장하며 목례를 건네는 것)를 한다. 이어 스님은 “제가 여기 주지인 주경이라 합니다. 우리 부석사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임을 느끼게 하는 곳입니다.”고 하더니 “우리가 살면서 항상 자신에게만 집중했다면 여기서는 다른 생명들도 생각하고. 또 늘 보기는 했지만 보지 못했던 세계를 느끼고 가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라고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햇살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자 갖가지 새들이 끊이지 않고 날아들고 또다시 산으로 날아간다. 아니 무슨 새들이 절 주변에 이렇게 많다니 정말 신기하네…. 새들이 모여드는 것은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석사의 정신 때문이다. 겨울철에 새들의 먹이통을 매달아주고, 툇마루에도 새들의 먹이를 항상 놓아둔다. 그것도 모자라 스님과 보살들 주머니에는 항상 새 먹이를 가지고 다닌다. 보은에 화답하듯 새들도 아름다운 노래로 스님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준다.‘삐리릭’,‘지찌릿 찍’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새들만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 나무 향이 가득한 산사 산사에 가면 항상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좋은 공기와 나무에서 뿜어내는 각종 발산물질인 피톤치드가 있기 때문. 도비산 중턱에 자리잡은 부석사 주변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아침 안개가 걷힐 무렵 스님과 함께 떠나는 산책은 말 그대로 ‘보약 세첩’이다. 도비산 정상까지 빠른 걸음으로 30분. 우거진 나무들을 친구 삼아, 그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지저귀는 새소리에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이렇게 자연으로 둘러싸인 부석사에서의 아침은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 108배, 그리고 철새야 놀자 때마침 주말을 이용해 30여명이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다. 주경 스님은 저녁 공양 후 이들과 녹차를 마시며 차담을 나누고 기본적인 참선 수행 방법을 가르쳐준다.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눈을 반쯤 뜨고 숨을 내쉬었다 들이쉬며 1에서 20, 다시 20에서 1로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호흡을 한다. 호흡하며 수를 세는 동안 잡념과 망상에 빠지지 않도록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탁 탁 탁’하고 경쾌한 죽비소리에 따라 호흡을 가다듬다보면 상사와 불화, 집안 걱정,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덧 가슴속에서 사라진다. 다음날 새벽 4시 맑은 목탁 소리에 산사는 잠에서 깨어난다. 아침예불(참가는 자유)을 마치고 올리는 108배.‘어떻게 절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 108번째 절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새벽 미명이 세상을 밝힐 때쯤 모두 모여 아침 참선을 했다. 이어지는 ‘울력’은 커다란 빗자루를 들고 절 마당을 쓸기도 하고 호미로 주변의 잡초를 캐는 시간. 처음 빗질을 하는 아이들에겐 마냥 신나는 시간. 문득 자신의 마음을 닦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침 공양 후 천수만 간월호와 그곳으로 흐르는 해미천 철새 탐조 시간. 이는 부석사만이 간직한 특별종목이다. 출발 전에 절 마당에서 스코프(망원경) 사용법과 철새 보는 법 등의 교육을 받고 떠난다. 천수만 습지 연구센터 생태학교장 한종현(서산 서일고 교사)씨가 강사로 나선다. 천수만 일대 서산 간척지는 각종 철새들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길다란 빨간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다니는 장다리물떼새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모내기를 막 끝낸 논에서 하얀 날갯짓을 하는 새백로와 중백로. 회색의 깃털이 아름다운 왜가리의 움직임에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탄성을 자아낸다. “여러 가지 곤충과 새 등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는 김진선(21·한서대)씨,“도심에서 전혀 느껴보지 못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공영실(30·부산)씨. 다들 푸른 숲속에서 몸과 마음을 잠시 놓아두고 스스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 아니라 평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새로운 생명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피력한다. ■ 산사체험 여기가 좋아요 충남 서산 부석사(041-662-3824,www.busoksa.com)의 산사 체험은 말 그대로 자연과 함께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참선과 발우공양, 그리고 각종 철새에 대한 공부, 탐조 등을 할 수 있는 국내에서 유일한 곳이다. 부석사는 단체뿐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조그만 황토방 10개를 갖추고 있다.충남 공주 마곡사(041-841-6221)는 마음 바로보기, 감사명상, 편지쓰기 등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욕심을 버리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마음을 비우는 자비명상 체험을 진행하고, 전남 보성 대원사(061-852-1755)는 직접 관에 누워보는 저승체험 등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경북 경주 골굴사(054-744-1689)는 전통 무예와 불교의 참선을 결합한 선무도 수련체험으로 외국인에게 인기.충남 공주 갑사(041-857-8981)는 선체조와 호신술인 불무도를 체험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조계종 산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사업팀(02-732-9925),www.templestay.com을 참조하면 된다.www.pusoksa.org
  • [이현세 만화경] 자꾸만 잃어버리는 것들

    [이현세 만화경] 자꾸만 잃어버리는 것들

    그제 새벽 한국이 월드컵 우승 예상국 프랑스와 비겼다. 이로써 한국축구는 16강 진출에 한걸음 다가갔다. 잠을 설쳤지만 새벽공기는 상쾌하다. 얼마 전에 꽃이 피더니 벌써 살구가 익었다. 아파트단지의 몇 그루 안되는 살구나무지만 이렇게 계절의 기쁨을 준다. 옛날 고향집 대문 옆에는 큰 살구나무가 있었다. 살구가 익을 이때쯤이면 큰누나가 나무위에 올라가서 가지를 흔들어 살구를 떨어뜨리고 할머니와 나는 장대를 들고 가지를 두들겼다. 배가 고팠던 우리들은 살구가 익기도 전에 따 먹기 시작해서 다 익을 때까지 입에 달고 살았다. 생전의 할머니는 누나와 우리들에게 배고픈 보릿고개의 간식거리를 제공해 주던 대문앞 살구나무를 자랑스러워했고 그만큼 사랑했다. 그 누나는 이젠 60을 훌쩍 넘어섰고 할머니도 가고 없다. 옛 생각으로 살구 몇 알을 따먹어 보지만 옛날 고향 맛은 없다. 과일 중에 가장 인기 없는 것 중 하나가 살구이고 나 역시 별 맛을 느끼지 못한다. 인간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성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매년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매년 뭔가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 되어버렸다. 작년까지 멀쩡하던 눈이 한 시간도 책을 읽지 못해 침침해지고 언제부터인가 전화받을 때면 전화기를 귓속으로 밀어 넣듯이 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자주 되묻는다. 풍치와 잇몸 때문에 정기적으로 치과에 다녔는데, 어쩌다 생각이 나서 전복과 해삼 같은 것을 하나 씹자면 되려 해삼이 잇몸을 씹는다. 술 한잔 걸친 김에 용기를 내서 노래방에 간다. 그러나 엊그제까지 불렀던 18번이 고음에서 올라가지 않는다. 자고나면 18번이 하나씩 없어진다. 그래서 노래방이 시시해진다. 친구처럼 함께하던 술이 간을 보호하기 위해 멀어지고, 애인 같던 담배는 모든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원수가 되고, 아침이면 하늘을 떠받치듯 일어나던 힘찬 무릎도 어느 날부터인가 매번 피곤을 호소한다. 한때는 내가 성장하는 만큼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것이 보기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들이 성장한 만큼 나를 떠나고 나는 하루하루 무엇인가를 하나씩 잃어버린다. 굼벵이는 매미가 되기 위해 7년을 땅속에서 산다.7년 만에 땅속에서 나와 허물을 벗고 드디어 매미가 되면 겨우 일주일을 살다가 알을 낳고 나면 껍질이 되어 죽는다. 이렇게 매미는 눈부신 일주일을 위해 7년의 세월을 땅속에서 기다린다. 인간의 삶도 이런 것이다. 자기인생의 최고라는 정점에 도착하면 그때부턴 급격하게 소진되어 간다. 자식을 키워 보면 부모를 안다는 말이 있다. 자식의 빈 껍질을 채운 만큼 자신은 껍질이 되어 간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나이를 먹어 어머니를 알겠다. 요즈음은 부고장이 날아 왔다 하면 대개가 친구 부모님들 상이다. 그때마다 불에 데인 듯이 청평어머니 나이가 생각나고 한동안 찾아뵙지 못한 죄스러움에 안달을 한다. 하루하루 빈 껍질이 되어가는 나를 내 아이들은 모른다. 아이들에게 나는 여전히(어쩌면 영원히) 강하고 든든한 아버지일 뿐 하루하루 잃어 버리는 것에 대해서 억울해하고 서러워하는 아버지의 나이를 아이들은 모른다. 완고하고 깔끔한 어머니는 언제나 내게 강한 어머니로 남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지금 빈 껍질이다. 누구나처럼 어머니도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못한다. 이젠 맛이 없어진 살구지만 그래도 나는 이맘때 살구가 열리면 습관처럼 살구를 결국 몇 알 따 먹는다. 어머니도 지금 나보다 더한 낡은 기억으로 홀로 무엇인가를 먹고 계신다.
  • [인간시대] 월드컵 원정응원 티켓 거머쥐다

    [인간시대] 월드컵 원정응원 티켓 거머쥐다

    평범한 직장인 11명이 12일 독일로 떠난다. 우리나라의 월드컵 첫 경기인 토고전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가전업체 브라운이 경기 입장권과 왕복항공권을 제공했다. 그들이 ‘응원 원정대’ 행운을 잡기까지 그 험한 길을 추적했다. ●행운이 행운을 부른다. 네트워크 운영관리업체 ‘두잇시스템’ 조영수(36)씨는 LG CNS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플레이스테이션(PSP) 게임기를 얻었다. 퀴즈를 맞힌 덕택이다. 동료 직원들이 ‘한턱 쏘라.’고 압력을 가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는데….’ 걱정하던 조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브라운의 이벤트를 발견했다. 독일 월드컵을 응원하는 360개 모임을 뽑아 회비 15만원을 지원한다는 것. ‘밑져야 본전이다. 술 값이나 벌어보자.’ 후다닥 신청서를 작성했다.‘운발’이었을까,‘글발’이었을까 덜렁 이벤트에 당첨이 됐다. 응원 사진을 보내면 한 팀을 뽑아 독일 왕복항공권과 토고전 입장권까지 준단다.‘설마 내게 그런 행운이….’ 4월 27일, 두잇시스템과 LG CNS 직원 12명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서울 여의도에 모였다. 처음에는 쑥스러웠다. 맥주 한잔씩 마시고 나니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열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날의 함성을 추억하며 너나없이 ‘대∼한민국’을 외쳤다.‘찰칵.’추억을 담았다. ●독일로 가는거야∼. 브라운 홈페이지(360.braun.co.kr)에 올린 그들의 응원 사진에 반응이 쏟아졌다. 평범한 직장인 12명의 만들어낸 다채로운 표정 때문이었을까. 장난기 넘치는 막내부터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팀장까지 정감이 넘친다. 그들은 인기를 얻어 주간 베스트로 선정됐다. 독일까지는 결승전만 남았다. 이때부터 12명은 가족과 직장동료, 동창생을 총동원했다. 더 많은 추천과 리플을 얻기 위해서다. 평소에 갈고 닦은 인간관계는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했다.2125명이 추천하고,2057명이 리플을 달아 조씨팀이 최종 우승팀으로 선정됐다. “나같이 보통 사람도 이런 게 되는구나.” 조씨가 선정 소식을 듣고 처음 한 생각이다.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다. 독일행 티켓 11장을 받았지만 장애물은 남았다.3박 4일 여행이라도 같은 부서에서 11명이 빠져나가면 업무가 마비된다. 일부는 제세공과금 66만원을 부담스러워했다. 독일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일이 많아 여름 휴가를 얻지 못하는 동료가 먼저 양보했다. 옆 부서나 친구가 그 행운을 대신 잡았다. 회사도 유쾌하게 원정대를 보내줬다. 친구의 행운을 건네받은 이정란(34·여)씨는 “착하게 살다보니 이런 행운이 찾아 오는구나 싶었다.”면서 “운 좋은 사람과 떠나는 여행이라 기분좋다.”고 말했다. ●행운의 여신을 챙겨가다. LG CNS 이이진(35)씨는 “동료끼리 재미 삼아 응모했는데 당첨되니 꿈만 같다.”면서 “유럽행도, 월드컵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도 처음이라 하루하루 설렘과 벅찬 기대감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주위의 시샘도 노래 소리로 들린다. 조씨는 “동료, 친구들이 ‘왜 나는 부르지 않았냐.’고 항의해 달래느라 술값이 엄청 나갔다.”면서 “우리 축구팀이 지면 응원을 제대로 못해서라고 부담을 준다.”고 웃었다. 이씨는 “응모 사진에 리플 달아준 친구들이 선물 사오라고 압력을 가해 발걸음이 무겁다.”고 너스레를 했다. 여행가방을 꾸리며 응원도구를 챙겼다. 붉은 티셔츠와 도깨비뿔, 응원방망이(공기가 들어있어 부딪치면 소리가 나는 응원도구), 나팔, 두건 등이다. 그들을 찾아왔던 ‘행운의 여신’도 챙겼다. 토고전 때 대한민국 축구팀에게 선물하기 위해….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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