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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심한 남편 덕에 415회 로또 대박?

    무심한 남편 덕에 415회 로또 대박?

     평범한 가정주부가 415회 로또추첨(11월 13일 실시)에서 ‘대박’을 터뜨려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디 ‘무****’인 주인공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이 실시간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  ‘무***’은 “아이 키우랴 살림하랴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가정주부입니다. 가족과 아이들이 제게 전부이지만, 일상의 탈출구로 매주 로또를 꼭 구입해 왔죠. 하지만 ‘희망’을 품고 시작한 로또가 솔직히 실망만을 가져다 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게도 이런 기회가 찾아왔네요.”라고 글을 올렸다.  쓸데 없는데 돈낭비 하냐는 남편의 잔소리와 따가운 눈총을 견뎌가며 열심히 산 결과 무려 5천만원이 넘는 2등당첨의 행운을 거머쥔 것.  “구박만 하던 남편이 이상하게도 지난 주에는 ‘왜 로또 안사냐’고 되묻더라고요. 깜빡 잊고 있었다가 부랴부랴 나가서 로또를 샀습니다. 저녁에 당첨번호를 확인하는데, 번호 하나하나에 동그라미가 쳐질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보너스 번호까지 모두 맞았을 때는 머릿속이 텅빈 것처럼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평소 무심하던 남편과 얼싸안고 좋아하고, 가족 모두가 그날 밤 만세 삼창을 불렀답니다.”  ‘무***’의 대박 당첨비법은 꾸준한 관심과 매주 로또를 구입한 결과였다. 또 한가지는 그의 특별한 무기는 바로 로또정보사이트 로또리치(lottorich.co.kr)에서 받은 14조합의 당첨예상번호!  그는 “2007년 12월 로또리치 골드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정말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앞으로도 로또리치를 믿고 10년이든 20년이든 1등에 당첨될 때까지 믿고 기다릴 생각이에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로또1등, 이제 전문가에게 물어보세요!  국내 최대 로또정보사이트 로또리치는 업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기술보증기금에서 기술평가를 받아 벤처기업인증을 획득,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인정하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술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탄탄한 기업이다.  로또리치(lottorich.co.kr) 박원호 본부장은 “회원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로또1등 당첨자 배출면에서나 회원수, 하루 평균 방문자수 등 모든 면에서 로또리치가 타사이트에 비해 단연 돋보이고 있다”며 “특히 올해에만 20차례에 걸쳐 1등당첨 조합을 배출하는 등 자체 개발한 <로또1등 예측시스템>이 최고의 기량을 뽑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또1등 예측시스템>은 과거 당첨번호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각 공마다의 고유 출현 확률에 가중치를 적용, 실제 1등 당첨번호와 가장 유사한 당첨예상번호를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출처 : 로또리치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바퀴 여덟 + 선수 넷 + 마음 하나 = 금메달

    바퀴는 여덟, 선수는 넷이었지만 마음은 하나였다. 기계처럼 일정한 리듬과 속도로 다함께 페달을 밟았다. 형은 아우를 격려하고 아우들은 형을 믿었다. 250m 트랙 16바퀴를 돈 결과는 우승이었다. 한국 사이클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4㎞ 단체추발 2연패를 달성했다. 조호성(36·서울시청), 장선재(26·대한지적공사), 박선호(26·서울시청), 황인혁(22·금산군청)은 16일 광저우대학타운 벨로드롬에서 치러진 최종 결승에서 4분 07초 872으로 홍콩(4분 10초 859)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4년 전 도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이다. 14일 개인추발에서 2연패를 달성한 장선재는 ‘2관왕 2연패’를 이뤘다. ☞ [포토] 코리안號 ‘종합 2위 목표’ 순항중 ‘돌아온 에이스’ 조호성의 감회는 남달랐다. 8년 만의 아시안게임이었다. 1994년 히로시마부터 2002년 부산 대회까지 3회 연속 금메달을 땄던 조호성은 2004년 경륜으로 전환했다. 경륜도 평정한 조호성은 올림픽 메달을 꿈꾸며 지난해 대표팀에 복귀했다. 띠동갑을 훌쩍 넘는 후배들과 혹독하게 여름을 났다. “하루하루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뛴다.”는 조호성은 경기장을 찾은 아내와 두 아이를 안고 기쁨을 나눴다. 박선호도 ‘들러리 설움’을 깨끗이 씻었다. 도하 대회에서는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동갑내기 친구 장선재와 4년 후배 황인혁까지 메달을 땄지만 박선호는 빈털터리로 돌아왔다. 와신상담하며 호된 훈련을 견딘 그는 4년 만에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년 전 소속팀이 사라졌던 막내 황인혁은 한참을 방황하다 금산군청에 새 둥지를 틀고 훈련에만 몰두해 우승을 이뤘다. 여자축구는 광저우대학 스포츠단지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여자축구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지소연(한양여대)이 해트트릭, 권은솜(울산과학대)과 유영아(상무)가 한 골씩 보탰다. 2연승을 달린 한국은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4강행을 확정지었다. 금메달 12개가 걸린 ‘메달밭’ 볼링에서 첫 금메달이 나왔다. 황선옥(22·평택시청)은 톈허볼링홀에서 열린 여자 개인전에서 6게임 합계 1395점(평균 232.5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4년 전 도하대회 3인조 우승에 이은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이다. 유도는 마지막날 은 1개, 동메달 2개를 추가했다. 기대를 모았던 최민호(30·마사회)는 남자 60㎏급 준결승에서 라쇼드 쇼비로프(우즈베키스탄)에 절반패를 당해 동메달에 머물렀다. 여자 무제한급의 김나영(22·대전서구청)은 은메달, 여자 48㎏급 정정연(23·포항시청)은 동메달을 땄다. 여자 역도 63㎏급에서는 김수경(25·제주도청)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달란·조은지기자 dallan@seoul.co.kr
  • [광저우 아시안게임 D-2] “복싱 8년 만에 金 보자” 불끈

    [광저우 아시안게임 D-2] “복싱 8년 만에 金 보자” 불끈

    “펀치 똑바로 해. 그렇지, 훅 날리고.” 8일 오전 서울 태릉선수촌 필승관 2층의 복싱장. 입구에서부터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선수들은 스텝을 빠르게 밟으며 날렵하게 펀치를 날린다. 눈빛에는 강한 승부욕이 서려 있다. 훈련 도중 누가 찾아왔는지 의식하는 이도 없었다. 집중력이 대단했다. 나동길 복싱 대표팀 감독은 “이번에는 선수들 정신 무장을 제대로 시켰다. 체력과 정신력에 기술까지 뒷받침됐다.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남자 10명, 여자 3명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은·동 한개씩을 목표로 삼았다. ●체력·정신력에 기술까지 무장 “사각의 링 안에는 나와 상대만 있을 뿐이죠. 상대를 때려눕히지 않으면 내가 쓰러지거든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유력한 49㎏급 신종훈(21·서울시청)은 말을 마치자 링 안에 다시 들어섰다. 맹수처럼 스파링 파트너의 미트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순간적인 스피드 역시 놀라웠다. 순식간에 땀을 비 오듯 흘렸다. 금방이라도 토할 듯 숨을 헐떡였다. 그래도 멈추지 않아 신기할 정도였다. 신종훈은 지난해 9월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것도 4년 만이었다. 나 감독은 “정신력과 스피드를 모두 갖춘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링 밖도 마찬가지. 이 가운데 작은 체구의 여자 선수가 눈에 띈다. 폭발적인 펀치력이 남자 못지않다. 지난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아마 복싱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오른 52㎏급 장은아(22·용인대)다. 그는 “남자 훈련 일정을 따라가려니 너무 힘들어서 펑펑 운 적도 많아요. 하지만 메달 한번 목에 걸겠다는 일념으로 참았죠.”라며 배시시 웃었다. 올해 처음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목표는 메달권 진입이다. 앞서 대표팀은 2주간 함백산(1573m) 자락 1330m 고지대의 태백선수촌에서 지옥 훈련을 했다. 신종훈은 “주변이 온통 산이에요. 특히 새벽 체력 훈련할 때 칼바람에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경험했어요. 그래도 하루하루 지내면서 뿌듯함을 느꼈죠.”라고 돌아봤다. 나 감독은 “올해만 5차례 정도 태백 훈련을 했다.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했다. ●과거 영광 재현할까 한국 복싱은 1970~80년대 세계 챔피언을 연달아 배출하면서 중흥기를 맞았다. 아마복싱도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김광선과 박시헌이 금메달을 따내 관심이 더 높아졌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는 12체급 전 종목을 석권했다. 복싱 강국이 됐다. 1990년대에도 금메달 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배고픈 운동’으로 알려진 복싱은 2000년대 들어 쇠락하기 시작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힘든 운동을 기피했다. 선수층이 얇아졌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에 그쳤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구경도 못 했다. 고작 은메달 3개와 동메달 1개였다. 올해도 메달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 등 경쟁국의 기량이 크게 늘었다. 게다가 대한복싱연맹 전 집행부와 국제복싱연맹(AIBA)의 갈등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세대교체 이진영 등 기량 쑥쑥 어수선한 가운데 희망이 싹튼다. 지난해부터 단행한 세대 교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신종훈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56㎏급의 이진영(23·상무)은 종합국제대회 경험은 없지만 상당한 기량을 자랑하며 올해 전국체전에서 우승했다. 2006년 도하 대회 은메달리스트인 60㎏급 한순철(26·서울시청)은 5월 전지훈련을 겸한 러시아 모스크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나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 한국 복싱의 위상을 살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 사진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세대공감]알콩달콩 신혼일기

    [세대공감]알콩달콩 신혼일기

    최근 실시한 한 결혼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신혼여행지로 1~6위가 모두 몰디브·유럽·하와이 같은 해외 관광지였다. 신혼여행이라는 말이 곧 ‘해외 신혼여행’을 뜻한다고 이해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30년 전에는 경주나 설악산도 선망하는 신혼여행지였다. 그마저도 못 가 가까운 도시 여관에서 신혼여행을 보냈다는 사람도 있었다. 만약 당신의 남편이 1박 2일 신혼여행을 떠나자고 한다면?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정색하고 그렇게 제안한다면 이혼하자고 덤빌지도 모른다.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짬뽕으로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면? 하객들 가운데 일부는 혼주에게 공식 항의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30년 전엔 흔했다. 세월에 따라 신혼기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알콩달콩 사랑하는 마음이야 변함없다. 세대마다 서로 다른 신혼 사랑법을 들여다봤다. ■ 당신과 함께라면 가시밭길도 꽃길 ●자장면 피로연, 1박 2일 경주 신혼여행 1979년 가을, 김정식(62)·오경자(58)씨 부부는 강원도 삼척의 한 교회에서 화촉을 밝혔다. 부부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기도 했지만, 당시 교회의 예배당은 공짜라서 선호하는 결혼식 장소였다. 피로연은 신랑·신부가 서로 다른 곳에서 했다. 신부 측은 하객들에게 중국집에서 자장면·짬뽕을 대접했다. 당시에는 융숭한 대접이었다. 집안 형편이 조금 어려웠던 신랑은 평범하게 집 앞뜰에 멍석들을 깔아 놓고 국수랑 떡을 나눴다. 지금에 비하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대접이었지만, 친지·친척·이웃들은 지금과 달리 밤늦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편안하게 덕담을 나눴다. 신혼여행은 경주로 갔다. 1박 2일 짧은 일정이었다. 불국사에서 한복을 곱게 입고 남편과 찍은 신혼여행 기념사진은 아직도 거실벽 한가운데에 걸려 있다. 결혼 때 찍은 사진이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씨는 “아니에요. 짧았지만 좋고 싫고를 말할 처지가 아니었어요. 제 친구들 절반은 아예 신혼여행을 못 갔던 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당시 경상도·전라도 등 남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설악산으로, 강원도·경기도 등 북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경주로 신혼여행을 가는 게 상례였다. 그나마 살림살이가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들이나 신혼여행을 갈 수 있었다는 것이 오씨의 설명이다. 형편이 안돼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허다했다. 종종 제주도를 찾는 사람도 있었지만 드물었고 그러면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몸에 받았다고 했다. 오씨의 첫 신혼살림은 주인집 옆에 딸려 있는 단칸방이었다. 보증금도 없는 사글세 3만원짜리 방이었다. 당시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말단 공무원이었던 남편의 월급이 10만원 남짓이라 사글세가 버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생이었던 시동생의 학비·생활비를 대고 저금도 조금 하고 나면 넉넉하게 살림을 꾸릴 형편이 아니었다. 신혼 하면 빼먹을 수 없는 기억 중의 하나로 오씨는 ‘새벽 연탄불 갈기’를 꼽았다. 혼례를 올리고 금세 찾아온 겨울, 연탄불 온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까지 따뜻하게 자려면 새벽 1~2시에 반드시 연탄불을 갈아야 했다. 문제는 오씨 부부가 살던 집의 구조가 지금처럼 부엌까지 실내로 이어져 있지 않았다는 점. 방문을 나가 한겨울 찬바람을 몽땅 맞으며 방모퉁이를 꺾어 돌아야 부엌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남편과 하루하루 번갈아 가며 불을 갈았는데, 돌아오면 서로 손을 비벼줬던 일이 신혼의 낭만으로 기억된다. 그 뒤 1982년 5월 정부에서 공급한 17평짜리 국민주택에 입주할 때까지 세 번이나 그 집에서 겨울을 났다. 김씨는 “이런 소릴 하면 무슨 도사냐고 할 것 같다.”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 조금 힘들다고 다투고 갈라서려고 하지 말고, 현실에 만족하면서 잘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생했어도 좋아. 사랑했으니까.” 경기 수원에 사는 김정순(53·여)씨는 나이가 8살이나 많은 남편과 1981년 봄에 결혼식을 올렸다. 김씨는 “순전히 사랑 때문이었다.”고 돌이켰다. 김씨의 부모가 나이 차이·직업·가정형편을 이유로 결혼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학교 교사였던 김씨는 집안이 극구 반대하는 결혼을 “우겨서” ‘쥐뿔도 없는’ 대학원생 남편과 결혼했다. “순박한 게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박사학위 준비에 매달려야 하는 남편 때문에 그 달콤하다는 신혼을 만끽하기는커녕 공부 뒷바라지를 하느라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야 했다. 부부는 작은 방 하나를 전세로 얻어 첫 살림을 살았다. 부엌·화장실을 다른 집 식구들과 함께 쓰는 공동주택이었다. 방 아랫목 연탄아궁이 구들은 장판이 눌러붙을 정도로 뜨거웠지만 다른 쪽은 꽁꽁 언 냉골 방이었다. 밤에 화장실에 가는 건 공포에 가까울 정도였다. 결혼한 지 6개월쯤 됐을 때 김씨의 언니가 포도를 사서 집에 놀러 왔다. 살림 때문에 과일도 사치라고 여겼던 때다. 김씨는 포도알을 씹다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 언니를 껴안고 엉엉 울었다. 하지만 김씨는 “그때로 되돌아간다 해도 남편에게 관심을 쓰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듯하다.”면서 “원래 사랑·인연이란 건 설명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 연애할 때 더 달콤했는데… ●주말 녹초 되는 남편 “너무 변했어” 서울 응암동에 사는 김주연(가명·25·여)씨는 지난해 9월 웨딩마치를 올린 새댁이다. 김씨는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을 요즘, 주말마다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어댄다. 김씨는 결혼 전 전국 곳곳을 여행하며 열애를 했고, 결혼 후에도 변치 말자고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불만이다. 주말이면 녹초가 돼 집에만 있으려는 남편을 보면 속이 상해 죽을 맛이다. 지난 주말, 횡성의 한 펜션으로 떠나자고 제안을 했더니 남편은 “좀 더 가까운 곳으로 가면 어떠냐.”며 단박에 말을 잘랐다. 김씨는 혼자만 추억을 간직하는 것 같아 서운했고, 남편이 1년 만에 너무 많이 변해 버린 것 같아 서러웠다. 2004년 여름에 처음 만나 연인이 된 부부는 연애하는 5년 동안 거의 매주 빼놓지 않고 여행을 했다. 산으로, 들로, 도서지역까지 안 가 본 곳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비록 함께 머무는 고정된 보금자리는 없었지만, 곳곳에다 서로의 추억을 수놓았다.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강원도 횡성. 2007년 1월, 펜션에 여장을 풀고 산책을 하다 갑자기 쏟아지는 눈 위에서 말 그대로 ‘영화’를 찍었다. 김씨는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세상이 하얗게 변했고 세상에 우리만 덩그렇게 남은 것 같았어요.”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김씨는 무릎까지 쌓인 눈을 밟으며 남편의 어깨에 기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 남자와 살면 참 행복하겠다.’고 느꼈다고 회고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남편은 토요일에 늦잠을 자는 일이 버릇이 됐고, 일요일은 다음 주 업무 준비를 한다며 집 안에서 꼼짝을 않는다. 김씨는 “이제 애도 태어나고 하면 여행은 더더욱 꿈도 못 꿀 텐데….”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신세대 부부의 ‘독한 결혼’ 올 10월 결혼한 ‘따끈따끈한’ 신혼부부 정성규(31)·문미진(26·여)씨 부부는 ‘독한 결혼’을 했다고 주위에 소문이 자자하다. 이들은 ‘집 장만은 남편, 혼수는 아내’라는 기존 결혼 공식을 깼다. 결혼의 모든 과정에 드는 비용을 정확히 반씩 부담했다.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신들이 번 돈으로 살림을 차렸다. 정씨 부부가 생각하기에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추진했다. 처음엔 집안 어른들이 이런 방식에 대해 반대했다. 특히 문씨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했다. 처음에 문씨의 부모는 “우리 애가 뭐가 부족해 남들만큼도 못 받느냐.”고 사위에게 역정을 내기도 했다. 그래도 부부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씨는 “먼저 결혼한 친구·선배들 말이 결혼 준비기간 동안 혼수·집 등 돈 문제로 많이 싸운다고 들었다.”면서 “그런 일로 싸우기도 싫고, 비용을 공평하게 부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좀 독하다는 소리 듣더라도 우리 식대로 결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고 허름한 원룸이 첫 살림집이었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각자가 대출받은 금액을 보태 전세로 마련한 집이다. 가전제품과 가구 등 혼수비용도 결혼 전 2년 남짓 동안 각각 모은 1000만원의 결혼 자금으로 충당했다. 남은 돈으로 동남아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문씨는 “돈 때문에 누가 우위에 서고 하는 것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면서 “둘이 더 행복해지려면 시작부터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 변함없는 사랑… 가족웨딩 은혼식 경기도 일산에 사는 이남경(52·여)씨는 올 4월 다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결혼한 지 25년째 되는 기념일을 맞이해서다. 결혼 25주년은 ‘은혼식’이라고 해서 특별히 기념해야 한다는 남편 최수훈(56)씨의 주장 때문이었다. 여기에 자식들까지 가세해 이씨는 일명 ‘리마인드 웨딩’을 치를 수 있었다. 거창할 건 없었다. 하객들을 모시지도 않았다. 하지만 25년 전에는 못 해 봤던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스튜디오에서 결혼사진을 찍었다. 몇 장 안 되는 결혼식 사진이 못내 미안하고 안타까웠던 최씨다. 새로 찍은 기념사진 속에는 대학생이 된 두 딸이 함께한다. 딸들도 곱게 차려입었다. 이들은 촬영 며칠 전부터 엄마·아빠 얼굴에 영양팩을 해 주는 등 부산을 떨었다. 당일에는 미용실에서 함께 머리 손질도 하고 신부 메이크업도 받았다. 이씨는 싱글벙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미는 일본 규슈지역의 온천으로 떠난 ‘리마인드 신혼여행’이었다. 2박 3일 여행비는 두 딸이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돈이어서 특별했다. 이들 부부는 신혼 때 꿈과 사랑으론 부자였지만, 결혼식도 가까스로 올릴 만큼 가난했다. 신혼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결혼 1년 만에 첫째 딸이 태어났고, 이듬해 둘째 딸이 연이어 태어나면서 “설악산이라도 가자.”는 남편의 약속은 끝없이 미뤄졌다. 이들 부부가 처음 떠난 여행은 두 딸과 함께였다. 최씨는 “변함없이 사랑해. 여보.”라고 말하면서 아내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이씨는 “두 번이나 결혼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답례하며 방긋 웃었다. 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 “다른 사람에게 희망주는 노래할 것”

    “다른 사람에게 희망주는 노래할 것”

    “남들이 뭐라 해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면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타이완의 수전 보일’ 린위춘(24)이 8일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워낙 좋아해 어디든 나서려고 했는데, 뚱보라 부르며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해준 사람도 있었고, 그 덕택에 지금의 내가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발표한 데뷔 앨범 ‘잇츠 마이 타임’을 홍보하기 위해 7일 한국을 찾았다. 14세 때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시작했다는 그다. 한번은 오디션에서 입상해 음반사와 계약도 했지만, 중도에 파기되는 좌절도 맛봤다. 악기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던 린위춘은 지난봄 타이완 인기 TV쇼 ‘슈퍼스타 애비뉴’에 나와 휘트니 휴스턴의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를 완벽하게 소화해 갈채를 받았다. 입상은 못했으나 당시 동영상이 인터넷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이번에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앨범을 내는 계기가 됐다. 작고 뚱뚱한 외모에 바가지 머리를 한 그는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에 잘 대처하는 방법은 그들보다 더 크게 성공하는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최근 미국 순회 공연 때 받았던 편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눈이 보이지 않아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보내던 사람이 린위춘에 대한 이야기와 노래를 듣고 삶의 희망을 찾게 됐다는 편지를 보냈다는 것. 린위춘은 “편지를 받고 마음이 벅찼다. 수전 보일을 보고 희망을 가졌던 내가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게 됐다.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기뻐했다. 타이완에서 슈퍼주니어,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K-팝 인기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설명한 린위춘은 “음악 채널을 통해 한국 노래를 많이 듣는데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CD를 사서 고장날 때까지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오디션 스타인 허각에게도 “1등에 만족하지 말고, 연예계에서 좌절하지 말고, 자신의 열정을 통해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가수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건넸다. 이어 “노래를 통해 슬픔을 극복했고 노래 없는 인생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나도 다른 사람에게 격려와 희망을 주는 노래를 계속 부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삶의 성찰·따뜻한 인간애 녹인 詩80편

    삶의 성찰·따뜻한 인간애 녹인 詩80편

    따뜻한 감성과 절제된 시어로 많은 이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보듬어온 정호승(60) 시인의 신작 시집 ‘밥값’(창비 펴냄)이 출간됐다. 시인의 열 번째 시집으로 ‘포옹’ 이후 3년여 만에 나온 이번 시집에는 삶에 대한 성찰과 따뜻한 인간애가 녹아 있는 시 80여편이 실려 있다. 우선 시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보듬고 위로를 건넨다. ‘고비 사막에 가지 않아도/ 늘 고비에 간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면서/ 오늘도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 이번이 마지막 고비다’(‘고비’) 하루하루가 고비인 삶 속에서 인간다움이 사라져 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시인은 불행하다고 느껴지는 상황 속에서도 절망보다 희망을 발견해 볼 것을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나는 이미 충분히 불행하다/ 불행이라도 충분하므로/ 혹한의 겨울이 찾아오는 동안/ 많은 것을 잃었지만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중략)// 남의 불행에서 위로를 받았던 나의 불행이/ 이제 남의 불행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충분한 불행’ 중) 또 ‘비록 지옥 말고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다 할지라도/ 자살하지 마라/ 천사도 가끔 자살하는 이의 손을/ 놓쳐버릴 때가 있다’(‘별들은 울지 않는다’ 중)며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고 느껴지는 힘겨운 순간에도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희망의 끈을 놓치 말 것을 권유한다. 여러 편의 시를 통해 자신 또한 현실 속에서 한없이 나약하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겸허함을 드러낸 시인은 이러한 반성을 토대로 서로가 양보하고 희생하며 한데 어우러져 사는 삶을 소망한다. ‘길을 떠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짐은 멀리 던져버려도/ 어느새 다른 사람의 짐이/ 내가 짊어지고 가는 짐의 절반 이상이다’(‘짐’ 중) 부끄럽고 미약한 존재이며 매일 힘겨운 일상에 치여 사는 평범한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이란 거창한 것이라기보다 각자가 자신이 처한 조건 속에서 자그마한 고민과 실천을 키워나가는 것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시인은 그 인간다운 삶의 길을 ‘밥값’하는 것이라고 소박하게 부른다.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중략)//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밥값’ 중) 그의 시에서 모두가 밥값하는 세상은 종교적인 성스러움, 자연의 경건함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시인은 “세상에는 가도 되는 길이 있고 안 가도 되는 길이 있지만 꼭 가야 하는 길이 있다. 나는 이제야 그 길이 시와 시인의 길임을 확신한다.”고 ‘시인의 말’에 적었다. 시인의 ‘밥값’에 대한 성실한 자기 고백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펀한 수능선물… 수험생 ‘합격웃음꽃’

    펀한 수능선물… 수험생 ‘합격웃음꽃’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학 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에겐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날이 갈수록 마음과 몸이 가라앉는 이들의 기분을 잠시나마 전환시켜 주는 애교 넘치는 선물들이 해마다 이맘때면 봇물처럼 쏟아진다. 특히 젊은층이 애용하는 온라인몰은 선물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곳.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해 감동과 웃음을 주는 올해의 인기 선물은 뭐가 있을까. ●합격? 문어 파울에게 물어봐 G마켓(www.gmarket.co.kr)의 인기 상품은 ‘행운의 문어 파울 펜던트’. 파울은 올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승리팀을 맞혀 화제가 된 문어. 월드컵에서 발휘한 영험한 기운을 전수받아 정답만 콕콕 맞히라는 장난기 서린 선물로 반응이 뜨겁다. 각각 주던 초콜릿과 카드를 하나로 합친 ‘초콜릿 카드 선물세트’는 응원문구가 새겨져 있어 달콤한 맛과 힘찬 기운을 동시에 줄 수 있어 좋다. 장시간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의 피로를 풀어주는 제품이 빠질 수 없다. 침침한 눈을 잠시 쉬게 해주는 ‘동물 캐릭터 아이마스크’는 귀여운 동물 모양으로 돼 있어 기분까지 환하게 해준다. 건전지 또는 USB로 충전해 사용하기 편리한 ‘휴대용 진동안마기’는 깜찍한 디자인에 가격(4900원)도 부담없고, 효능도 좋아 수험생의 뭉친 어깨 근육을 풀어주는 선물로 그만이다. 피로회복제에 격려의 글까지 붙여주면 없던 기운도 샘솟을 듯. 11번가(www.11st.co.kr)에서 파는 ‘바캉스 스티커 편지지’는 드링크제에 살짝 붙여 선물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이색 편지지다. 웃음과 활력을 주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손에 쥐고 있으면 지압점을 자극해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코모레비 손마사져’는 귀여운 캐릭터로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기분 좋은 상품이다. ●합격증 미리 받는 기분 니들이 알아? 꿈에서나 받을 대학 합격증을 현실에서 미리 받는다면? 옥션(www.auction.co.kr)에서 판매하는 ‘시험대박선물 합격인증서’는 그 꿈을 미리 이뤄주는 선물. 수험생의 이름, 원하는 대학과 응원 문구를 맘대로 넣을 수 있어 수험생 기분에 날개를 달아줄 만하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에서 판매하는 ‘까르페디엠 수능 포춘 쿠키’는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쿠키 7개에 각각의 응원메시지가 담겨 있는 제품. 쿠키를 하나씩 쪼갤 때마다 나오는 ‘당신은 이미 새내기 대학생’ 등 7개의 응원 메시지가 수험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 GS샵(www.gsshop.com)에서 판매하는 ‘잘치삼 합격엿 세트’는 전통적인 수험생 선물인 엿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상품으로 많이 찾는다. 인삼 모양의 토피어리(식물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것)와 합격엿 세트로 구성돼 건강과 합격을 기원한다. 은수저는 전통적으로 행운, 재물, 합격 등을 상징한다. CJ몰(www.CJmall.com)은 행운의 문구를 새길 수 있는 ‘파이팅 은수저 2종 세트’를 15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다소 비싸지만 반영구적으로 사용해 더 의미있는 선물을 찾는 이들의 호응을 사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싱글 라이프] 솔로들의 월동준비

    [싱글 라이프] 솔로들의 월동준비

    ‘설레는 크리스마스와 송년, 칼날 같은 바람 그리고 순백의 설원’ 겨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들이다. 스산한 바람에 가슴 시린 솔로들은 벌써부터 연말을 함께할 ‘여우’와 ‘늑대 목도리’ 장만에 한창이다. 추위가 싫어 각종 보온용품을 장만하거나 아예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취밋거리를 찾는 이들도 있다. 또 하얀 눈밭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만끽할 생각에 겨울을 기다리는 스포츠 마니아들도 있다. 추운 겨울, 각자만의 노하우로 월동 준비에 나선 싱글들의 겨울나기 비법을 들여다본다. ●수면양말·홈쇼핑으로 겨울나기 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문호(32)씨는 겨울이 싫다.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면 길거리에 팔짱을 끼거나 껴안고 활보하는 커플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따뜻한 겨울을 준비해야 하지만 연말이 얼마 남지 않아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연인을 만들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월동 장비’를 장만해 겨울을 버텨보기로 했다. 그는 유독 긴 겨울밤을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 자취방에 있는 조그만 브라운관 TV를 과감히 버리고 42인치 디지털 TV와 DVD 플레이어를 준비했다. 밤에 홀로 설거지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주방용 세척기까지 사들였다. 그는 “억지로 커플이 되기보다는 지난해보다 좋은 조건으로 겨울을 나보려고 한다.”면서 “이것저것 쇼핑을 하면서 겨울 지낼 생각을 하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대학원생 최진영(30)씨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책을 가까이하기 시작하다가 곧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부모님은 아들이 책에 파묻혀 사는 것이 보기 싫어 “어디 시내라도 나가서 친구들하고 어울려보라.”고 잔소리를 해대지만 그는 추운 겨울밤을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친구가 ‘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미술사(美術史)에 관한 책을 읽느라 밤이 짧을 정도다. 운동이 부족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끔씩 집 밖으로 나가 산책도 하지만 그때도 꼭 책 한권을 챙겨 나간다. 최씨는 “겨울이 지겹다고 생각하는 싱글도 많지만 책을 가까이하다 보니 지식도 얻으면서 시간도 잘 가는 것 같아 추천해주고 싶다.”면서 “부모님과 친구들은 ‘방콕’ 하다가 건강까지 해칠까 걱정하지만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이 너무 즐거워 이제 한시도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회사원 이정혜(32·여)씨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만 되면 추위에 몸서리친다. 손발이 찬 체질이라 남들보다 추위를 더 많이 타기 때문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출산 후 손발이 시린 ‘산후풍’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저거 내 얘긴데….”라고 할 만큼 유별나다. 출산 경험이 있는 동갑 친구들이 “벌써부터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할 정도다. 이씨는 “애인이 있을 때야 손잡아 달라고 애교 부려서 추위를 이겨냈지만 올해는 그럴 애인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주 한파가 몰아치자 대형 마트에 가서 수면양말 3켤레를 새로 샀다. 지난해에 신던 것까지 합치면 10켤레가량 된다. 집에서 맨발로 지내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면양말로도 냉기를 느껴 두툼한 수면양말이 꼭 필요하단다. 장갑도 새로 살 예정이다. 울 소재를 두겹 덧댄 장갑이 있지만, 가죽 장갑을 따로 살 계획이다. 손 발 전용 핫팩도 가지고 다닌다. 이씨는 “혈액순환이 안 된다는 말에 한약도 몇 번 먹어봤지만 별 효험이 없더라.”면서 “원래 추운 겨울에 이중고를 겪는다.”고 토로했다. ●최고의 월동 준비는 ‘여우·늑대 목도리’ 겨울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크리스마스’. 지난 5년 동안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낸 은행원 김모(34)씨는 올해만큼은 혼자 보낼 수 없다는 각오를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솔로의 달인’, ‘모태 솔로’라고 불릴 정도다. 대학 졸업 후 아직 연애를 못 해봤다. 처음 1~2년은 ‘일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그 뒤에는 ‘승진 준비하느라 바빠서’ 라는 핑계로 연애할 짬을 만들지 못했다. 처음에는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친구들도 다들 여자 친구, 아내를 찾아 떠났다. 김씨는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는 건 괜찮은데, 동료나 친구들의 안쓰러운 시선 때문에 더 비참한 생각이 든다.”면서 “회사에서도 ‘데이트’한다고 하면 이브날까지 휴가를 쓰게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 크리스마스에 대비, 김씨는 지난 9월부터 세번이나 소개팅을 했다. 할 때마다 특별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열심히 애프터 신청을 했다. 처음 2명에게는 모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지만 세 번째 여자와는 열심히 ‘밀당(밀고 당기기)’ 중이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만남이 이어질 것에 대비해 계획도 모두 세워 뒀다. “여자분한테 말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아 말 못 했지만 데이트 장소, 저녁 메뉴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뒀어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데이트를 하고 싶습니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솔로만 탈출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싱글도 있다. 회사원 이영호(31)씨는 요즘 인터넷의 바다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연말에 주로 열리는 파티 일정을 챙기 위해서다.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캐럴이 울려 퍼지는 연말까지 ‘솔로 부대’로 남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는 그다. 그는 요즘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무차별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약속을 만들고, 소개팅을 주선하라고 압박해 여기저기서 원성까지 사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겨울이 지나면 바로 봄인데 그때가 되면 긴장이 풀려서 또 일년을 허송세월하게 된다.”면서 “올 연말에는 꼭 연인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체육 소녀’로 불리던 최은미(28·여)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스노보드 마니아다. 체육 실기는 무조건 A+였고, 체육 시험은 무조건 ‘수’였던 최씨는 자전거, 달리기 같은 기본적인 운동부터 테니스, 탁구 등 다소 기술을 요구하는 운동까지 못하는 게 없다. 다만 겨울 스포츠는 달랐다. 고등학교 때까지 시골에 살았던 최씨가 스케이트장이나 스키장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최씨는 3년 전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스노보드를 처음으로 배웠다. 배운 첫날부터 ‘S코스’를 완벽하게 탄 최씨가 스노보드에 빠지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 최씨는 지난해 여름, 스노보드를 가르쳐준 남자친구와 헤어졌지만 스키장 시즌권을 사서 겨우내 스키를 즐겼다. 처음 샀던 검정색 스노보드복을 버리고 주황-분홍 등 색깔이 현란한 스노보드복을 새로 구입했다. 최상급자 코스도 문제없다. 올해 유난히 일찍 추워진 날씨 덕에 더욱 신 나 하고 있다. 최씨는 “적금을 깨서 스노보드를 살까 생각 중이다.”라면서 “명품백 사는 것보다 스노보드용품 구입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온천 등 해외여행 준비 대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김효주(29·여)씨는 한 겨울이 다가올수록 착잡한 마음을 억제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오붓한 시간을 보냈지만 올여름에 마음이 맞지 않아 헤어진 뒤 그 어느 때보다 가슴 시린 겨울을 맞고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해외여행. 예전에는 일하랴, 남자친구 만나랴 너무 바빠 휴가 한번 제대로 가지 못했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한번도 가지 못한 일본에서 겨울 온천을 즐기기 위해 비용과 교통편, 휴가 일정을 알아보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씨는 “혼자 가는 여행이 낯설기도 하고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모처럼 생각도 정리하고 겨울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해외여행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험회사 6년 차인 홍선재(31)씨도 해외여행 준비에 한창이다.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데다 올겨울은 더 춥다는 얘기를 듣고 아예 친구들과 날짜를 맞춰 따뜻한 곳에서 쉬고 오기로 한 것. 여행사마다 이벤트처럼 내놓는 저렴한 가격의 동남아 여행상품도 휴가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필리핀과 태국 등 따뜻하고 볼거리가 많은 유명 관광지 가운데 어느 곳이 더 끌리는지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심 중이다. 그는 “1년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릴 기회도 되고,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에 해외로 나가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며 즐길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면서 “크리스마스에 연인과 함께 로맨틱하게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결혼 전에 친구들과 외국에서 보내는 총각 시절 휴가도 참 의미 있는 것 같아 알차고 재미있게 보낼 예정”이라고 자랑했다. 백민경 정현용 이민영기자 white@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입시이슈’ 기획기사로 발전됐으면/강청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

    [옴부즈맨 칼럼] ‘입시이슈’ 기획기사로 발전됐으면/강청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

    해마다 이맘때면 내 친구 A는 희한하게 가을을 탄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괜스레 불안해진단다. 증세는 수능시험일을 기점으로 최고조에 올랐다 사그라진다. 수능시험을 몇 번씩 치렀던 친구는 원하던 대학에 합격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끔 그렇다고 했다. 의학적으로는 전혀 규명된 바 없는 이른바 ‘수능후 증후군’이다. 내 또래의 수능 세대에게 수능시험은 일종의 성인식과 같은 통과의례다. 태어나서 처음, 맨몸으로 온전히 자기 미래와 맞서는 외롭고 힘겨운 절체절명의 단판승부! 부모님 곁을 떠나 시험장까지 후배들의 열렬한 응원과 배웅을 받지만, 결국 시험장에 들어서는 건 혼자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인생의 법칙 하나를 배운다. 하루하루 넘어가는 달력을 붙들어 두고만 싶을 수험생 혹은 학부모들에게 신문이 힘을 불어넣어줄 수는 없을까. 수능을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언론기사는 매년 대동소이하다. 올해 출제경향은 어떻고 EBS 강의를 얼마나 반영하겠다든지, 마무리학습과 수험생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라 하는 것들이다. 서울신문 10월 19일자 22면의 ‘수험생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수능 D-30 영역별 학습 마무리 전략’ 기사나 26일자 23면의 ‘한 달 남은 정시모집, 나만의 학과 선택 전략은’ 기사는 내용도 충실하고 친절하지만 5년 전 내가 수험생이던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 반면 짤막한 글이지만 불과 열흘 동안 3차례, 입시와 수험생을 향한 단상을 깊이 있게 담아낸 ‘길섶에서’의 ‘처성자옥’, ‘실패의 교훈’, ‘공부 스트레스’(18일, 27일, 28일자 30면)는 입시 세태와 수험생에 관한 따뜻한 관심이 묻어났다. 여러 군데 시험을 보기 위해 수험생들을 퀵서비스로 실어 나르는 비정상적 상황을 통해 한국 교육의 실태를 엿본 5일자 31면 ‘수험생 퀵서비스’ 기사도 날카로웠고, ‘대학입시, 단순해야 공정해진다’(21일자 30면)는 ‘이용원 칼럼’도 공감이 많이 갔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개개인의 칼럼과 단상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심층성과 풍부한 사례를 갖추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획기사로 체화되었으면 하는 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8월 연 2회 시험시행과 탐구과목 변경을 골자로 하는 ‘2014년 수능체제 개편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최근 서울대 사범대 교수진은 반박성명을 내고(서울신문 20일자 9면 기사) 전교조도 반대하면서 옥신각신 공방을 벌였다. 어느 방향이 옳은지는 사회 전체의 숙의가 필요한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수년을 못가 바뀌는 불완전한 시험제도에 모든 것을 걸고 인생의 향방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승부를 벌여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교육현실에서 언론의 역할은 적어도 “참고 견뎌라”거나 “불쌍한 것들” 하는 위로의 말 이상이 되어야 한다. 몇 년째 반복되는 수험생 건강정보, 학습전략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서울신문이 13일자 사설 ‘국·영·수 수능선택 개편 논의해 볼 만하다’를 통해 곽노현 교육감의 수능 개편안 제안에 화답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수능제도의 개편이나 입시와 관련한 교육 이슈를 기획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어도 이 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어떤 ‘방향’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더불어 수험생에게 정말 위로가 되고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기사를 보고 싶다. 매년 똑같은 유명 입시학원 실장이나 스타강사의 조언보다는 실제 수능을 치렀던 이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성의 있는 기사, 혹은 그저 시험만을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그 너머의 것, 방향을 제시하고 목표의식과 꿈을 심어줄 수 있는 대학 현장탐방기사가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족은 할 수 있는 게 응원뿐이지만 신문은 더 크고 높은 역할이 있다고 본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이 땅의 수험생들이 애꿎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지, 그 하늘에 길 하나, 신문이 놓아줄 수 있었으면 한다.
  • ‘서울시 최연소’ 은평구청장 김우영 “취임 4개월 경험 희로애락 결정판”

    ‘서울시 최연소’ 은평구청장 김우영 “취임 4개월 경험 희로애락 결정판”

    “구청장 4개월은 마치 변덕스러운 날씨와도 같더라.” 민선 5기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에서 가장 젊은 김우영(41) 은평구청장은 지난 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하루하루가 비, 흐림, 바람, 맑음이 뒤섞여 있는 변덕스러운 날씨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가장 나이가 젊다고 하지만 김 구청장은 반백에 가까운 머리에 지난 4개월 동안 노심초사가 반영된 고뇌의 얼굴로 반드시 젊어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29일 은평구청장실에서 만난 그는 “국회보좌관을 할 때에는 일년 중 4개월씩 좋고 평범하고 나쁜 때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구청장이 된 뒤로는 비가 새는 집의 저소득층 주민을 만나고 오면 아주 우울하고, 어떤 날은 아주 화가 나고, 계획한 일이 잘 풀리면 기분이 아주 좋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인생이구나 하고 느낀다. ”라고 덧붙였다. 노심초사의 정책적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은평구는 지난 9월 서울시에 떨어진 ‘추석 물폭탄’에서 안전했다. 은평에도 집중호우가 하루 230㎜나 쏟아져 양천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가 왔는데도 말이다. 왜 그랬을까. 은평은 지난 8월에 예방주사를 맞았다. 시간당 100㎜의 집중 폭우로 수백명의 수재민이 발생하자 구는 재난구호대책의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바꿔버렸다. 이른바 상습침수가옥과 공무원을 1대1로 대응시킨 ‘1호 담당제’를 운영했다. 5년 내 상습침수가옥을 파악해 근처에 사는 구청 공무원과 연결해 놓은 것이다. 은평구 공무원은 일기예보를 듣고 해당 가옥 주민들에게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것이다. 수해가 발생하면 구민들은 자신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연락하면 된다. 김 구청장은 “신속하게 대응하라고 당부했지만, 공무원들은 서울시 재난본부에서 지시가 떨어지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구 차원의 재난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움직이도록 조정해 놓았다. 또한 수해가 발생하면 구청과 동사무소에 양수기와 모래주머니를 갔다 달라는 전화가 폭주해 불통이 된다. 그래서 유선전화가 아니라, 담당 휴대전화로 바꿔 놓은 것이다.”라고 했다. 지난 8월 손보는 김에 막혀 있던 하수관을 정비했다. 이를테면 순댓국 집 근처 하수관은 기름때가 끼어 하수관이 원래 처리 용량보다 적게 처리되는데 이런 장애물을 다 제거했다. 하수역류방지장치가 잘 작동되는지도 확인했다. 서울에서 은평구만 비슷한 강수량에 추석 물폭탄을 피해간 이유다. 공약은 물론 취임 후에도 대형 토목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온 김 구청장의 최근 관심사는 은평구를 ‘솔 오브 서울’(Soul of Seoul)로 키우는 것이다. 서울을 ‘솔 오브 아시아’(Soul of Asia)로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김 구청장은 “인천신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고 나가는 관문이 은평”이라며 “은평은 서울의 인상을 결정짓는 최초의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관광수입을 올리려면, 한국의 전통을 시골이 아니라 서울에서 찾고, 그것도 은평이 그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은평에 있는 비구니 절인 진관사에는 이성계가 조선의 정체성을 세우고자 올린 수륙대제의 터가 있다. 세종 때 한글을 만들기 위한 집현전 학자들의 비밀 연구소 역시 진관사였고, 근대기에는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다. 또한 진관사는 고려 때부터 왕실과 연결돼 아주 화려하고 독특한 사찰 음식을 만들어왔는데, 이것이 또한 한식의 원형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하니 한글과 한식 등 ‘한 브랜드’를 육성하는 데 은평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문제는 조선의 전통적 거주형태인 한옥이 은평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 구청장은 “은평 역시 조선 600년의 도읍지로서 북한산이라는 자연과 역사가 공존할 수 있도록 숙박시설이 필요한데, 이것을 한옥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부지로는 진관사 근처의 너른 터를 생각 중이다. 그는 SH와 그 부지와 관련해 협상 중이다. 진관사 근처에 한옥촌이 마련되면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홈스테이 장소로,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외국인과 공부할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될 것이다.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쳐줄 수도 있다. 구청장을 하면서 그가 깨달은 바는 “구청장이 이리저리 뛰면서 모두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복지부동인 줄 알았던 공무원들이 구청장이 정책 방향을 잘 제시하면 열심히 일할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넓은 시각으로 숙고해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수색복합환승역센터 추진과 진관사와 한옥촌 건설, 어린이 박물관 등을 삼각축으로 해서 ‘행복한 은평’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남편·아들 잃은 나는 빵·막걸리로…

    ‘나’는 해마다 장미꽃이 은성하게 피는 집에서 더없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아이와 남편과 함께 살았다. 그러나 아들은 강에서 익사 사고로, 남편은 차량 전복 사고로 연이어 ‘나’의 곁을 떠난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나는 빵과 막걸리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정성들여 가꾸었던 정원은 옆에 들어선 원룸에서 던진 쓰레기와 소주병, 맥주 깡통 때문에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에서 ‘나’는 남편 선배의 친구인 작가 이정섭을 만난다. 정섭은 자신의 외도 때문에 아내와 딸이 독일로 떠난 처지. 정섭에게 혈혈단신이 된 ‘나’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부음 소식에 정섭은 홀로 위태롭게 남을 ‘나’를 이끌고 전남 목포로 향한다. 공선옥(46)의 장편소설 ‘영란’(문학에디션 뿔 펴냄)은 기구한 팔자의 여주인공과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사연을 가진 남도 사람들의 이야기다. 공선옥은 책 끝자락에서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이야기는, 한 슬픔의 사람이 어떻게 슬픔을 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누구나의 생애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겪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숙명이다. 지금 슬픈 사람들이 자신의 슬픔을 내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가족이 남기고 간 빈자리를 정으로 맺은 또 다른 사람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소설 ‘영란’은 인간의 슬픔을 내버려 두지 않고 끝끝내 절망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이 지칠 줄 모르고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순간을 담아낸다. 목포의 영란 여관에는 졸지에 남편과 아이를 잃은 ‘나’ 말고도 남편이 갑자기 떠나버린 밴드 보컬 심태숙도 있다. 영란 여관의 할머니는 태숙에게 “가수는 노래 하나로 세상을 보듬어 준단다. 존 것만 취허지 말고 아픈 것도 다아 니 품 안으로 보듬어부러라.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마는 노래도 목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부르는 것잉게.”라고 위로한다. 공선옥의 ‘영란’은 치유의 소설이다. 마음으로 부른 노래가 마음을 치료하듯 그의 소설은 세상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꿈 이루게 해준 한국에 열정 바칠래요”

    “꿈 이루게 해준 한국에 열정 바칠래요”

    “꿈을 이루게 해 준 은혜의 땅인 한국에 제 열정을 바칩니다.” 다음 달 11~12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러시아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몽골인 바르샤볼드(33)는 이렇게 말하며 밝게 웃었다. ●‘亞 예술인재 장학생’으로 한예종 입학 28일 오전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관 2층. 올 3월 ‘아시아 예술인재 장학생(AMA·Art Major Asian scholarship)’으로 한예종 영화과에 입학한 바르샤볼드가 친구들과 단편영화 제작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는 G20 정상회의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계기에 대해 “1998년부터 한국을 오가면서 느끼고 즐기는 문화와 사람들의 정(情)을 외국 정상 및 외국인들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의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회의가 아시아에 열리는 첫 회의다 보니 모국인 몽골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개발에 관한 의제가 어떻게 논의될지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는 “고비 사막의 모래바람이 중국은 물론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치 듯 아시아 국가들이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사안이 많아졌다.”면서 “몽골의 개발문제는 한국의 문제일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7년간 힘겨운 이주노동자 생활 바르샤볼드가 한국에 처음 온 건 1998년 12월. 그 해 몽골 국립예술대학 영상원을 졸업하고도 돈을 벌기 위해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1년 전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중·고등학생이던 동생들 학비를 댈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대전·금산·의정부·서울 등지의 가발공장·모피공장을 전전했다. 그는 “지금은 고용노동부에서 외국노동자 인권 대책도 세우고, 근로 여건도 많이 나아졌지만 당시에는 거의 ‘노예생활’을 했었다.”고 돌이켰다. “처음엔 월 30만~50만원을 받으면서 맨날 야근하고, 욕 듣고 매 맞아 가면서 일했다.”는 그는 “울란바토르에서 열심히 공부할 동생들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7년이 흐르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 한국은 여전히 흥미로운 나라였다. “근로 환경이 금방금방 달라졌다. 고작 7년을 살았지만 처음 왔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폭력·폭행도 거의 없어졌고 수당도 챙겨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돌이켰다. 2006년 몽골로 돌아간 바르샤볼드는 한국에서 번 돈을 종잣돈 삼아 이벤트회사를 차렸다. 한국 이벤트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경험을 살렸다. 사업이 날로 번창해 나중에는 TV프로그램 외주제작까지 맡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두 동생을 뒷바라지, 대학을 마치고 지금은 결혼해 잘살고 있다고 전했다. ●‘인간의 삶·사고방식 영화에 담고 싶어’ 그는 2007년 6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화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그때부터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어와 영화 공부를 해 올 3월 한예종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 문화를 지키고 싶었다.”면서 “아시아에서 영화가 가장 발달한 한국의 영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돌아올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바르샤볼드는 현재 인절미와 다문화를 주제로 한 시나리오작업을 하고 있다. 몽골인 청년이 돈을 벌려고 한국 떡집에서 일하면서 겪는 일상을 영화화하는 작업이다. 그는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던 이주 노동자가 한국에 적응하면서 부딪히는 선입견, 차별,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등을 재미나게 다룰 생각이다.”면서 “영화를 통해 인간의 삶이나 사고방식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강지원 좋은세상] 우리는 왜 이렇게 전쟁처럼 살까

    [강지원 좋은세상] 우리는 왜 이렇게 전쟁처럼 살까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순간순간이 전쟁이다. 아침 출근길, 후다닥 일어나 뛰쳐 나간다. 밥 한 숟갈 제대로 먹었나. 자동차 행렬, 끝이 없다. 지하철역에 늘어선 사람들, 문 열리기가 무섭다. 우르르 올라탄다. 이렇게 시작한 아침, 이런 전쟁터 같은 일상은 하루종일 계속된다. 얼굴 펼 시간이 없다. 온통 인상을 쓰고 산다. 길거리에서 부딪치는 사람들, 그들도 죄다 상을 찌푸리고 있다. 화가 난 것일까, 무슨 일에 저렇게 쫓기고 있는 것일까. 내 얼굴도 똑같겠지?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길 물어보기가 무섭다고 할까. 사람들이 집단화되면 더 전쟁같다. 기업·국가의 전쟁은 더 크고 끝이 없다. 열받은 사람들의 입에서는 고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거칠다. 대화는 대결이 되고 경쟁은 전쟁이 된다. 정치판의 전쟁놀이, 환율전쟁·무역전쟁·판매전쟁 등 경제전쟁, 입시전쟁, 취업전쟁, 취재전쟁, 이념전쟁… 전쟁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우린 전쟁하기 위하여 사나? 아니다. 살다 보니 전쟁을 하게 된다. 그러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전쟁처럼 사나? 아니다. ‘전쟁처럼’이 아니라, 따뜻하고 화목하고 평화롭게 사는 사람도 많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근본적인 차이는 꿈과 비전, 목표를 설정하는 데서 나타난다. 어떤 이는 일등, 일류, 최고를 목표로 삼는다. 그것의 대상은 늘 돈, 권력, 지위, 명예, 인기 등등이다. 이런 사회적 결과물들은 달콤하다. 그러니 그것들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된다. 그것을 위한 열정, 노력, 의지 등이 최고의 덕목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그것을 쟁취했을 때의 성취감,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은 어느새 우쭐거리는 자만심으로, 최고를 누리는 오만함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우리네 삶의 진정한 목표는 과연 그것들, 돈과 권력 등등을 획득하는 데 있을까. 오히려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가 함께 따뜻하고 화목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아닌가.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수단일 뿐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들을 획득하는 과정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돈, 권력, 지위, 명예, 인기 등등은 정말 달콤하다. 그것들은 크면 클수록 더 달콤하다. 그러니 그처럼 목표와 수단이 뒤바뀌면 당장의 그 달콤함은 우리네 삶의 행태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게 된다. 지나친 성취욕구, 과욕이 그것이다. 돈, 권력 등등을 찾으며 눈앞의 욕망에 빠져든다. ‘과욕사회’가 된다. 이런 과욕들이 충돌하면 ‘전쟁적 사회’가 된다. 이런 전쟁적 삶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장래를 불안하게 한다. 조증(躁症)과 울증(鬱症)을 오고가다가 사고를 치게 한다. 전쟁 같은 삶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트라우마(trauma)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난, 멸시, 학대, 애착 부족 등으로 이런저런 정신적 상처를 받는다. 이 상처들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이에 굴복해 실패한 이들은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반면 상처를 이겨낸 성취욕구가 과잉으로 나타날 때도 문제가 생긴다. 이 나라 국민은 지난 짧은 역사 속에서 기막힌 상처들을 받았다. 그것은 집단적 트라우마가 되었다. 지금 그것들이 지나치게 과격하고 충동적인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돈? 벌어야 한다. 밥 먹고 살고 자식들 키우기 위해 돈은 벌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 돈·돈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감투? 권력? 명성? 인기? 그것들도 마찬가지다. 제 적성에 맞는 한 얻으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손바닥 비비고 뒷돈 먹어가며 물불 가리지 않고 해서는 안 된다. ‘적정사회’, ‘적정욕구’의 길을 찾아야 한다. 돈 좀 벌었다고, 권력 좀 쥐었다고, 명성·인기 좀 얻었다고 잘난 체하는 이들, 그들의 내면에는 깊은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다. 호화 사치하는 이들, 사람 함부로 대하고 화 잘내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 전염병 같은 사회적 질병에 국가적으로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 변호사
  • [어린이 책꽂이]

    ●호박꽃아기 동물그림책(심조원 지음, 이우만 그림, 호박꽃 펴냄)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 처음 배변 훈련을 하는 아기, 이제 멍멍이와 야옹이를 가려내는 아기를 위한 책. 귀엽고 따스한 필치의 동물 세밀화를 보면서 아기는 하루하루 자란다. ‘누구 발자국이야?’ ‘누구 똥이야?’ ‘누구 닮았지?’ 세 권이 한 세트다. 각 권 8500원.
  • 절망속 한때 카니발리즘 유혹… 지상과 통신 후 ‘희망’

    절망속 한때 카니발리즘 유혹… 지상과 통신 후 ‘희망’

    69일간 계속된 700m 지하의 삶은 알려진 것처럼 가슴 뭉클한 동료애와 훈훈한 감동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절망 속에서 칠레 광부들은 세 갈래로 갈라지기도 했고, 몸싸움도 벌였다. 세계를 환희로 몰아넣은 칠레 광부들의 숨겨진 이야기, 이른바 ‘불편한 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갱도에 갇혔었던 33명 가운데 한 명인 리처드 비야로엘(27)은 “생존 사실이 지상에 전해진 8월 22일 전까지 17일 동안은 굶어 죽을 날을 쓸쓸히 기다리던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14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고 했다. 광부들은 지난 8월 5일 붕괴 직후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수아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음식을 나눠 먹기로 합의했지만 24시간 동안 반 숟가락의 참치나 연어만으로 버텨야 하는 현실은 엄청난 고통이었다. 채굴기계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섞여 냄새가 나는 물도 살기 위해 마셔야 했다. ●처음엔 살기와 공포 캄캄한 갱도안 채워 체중이 12㎏나 빠졌다고 말한 비야로엘은 17일간 하루하루 눈에 띨 정도로 말라가는 광부들의 당시 상황에 대해 ‘스스로 자기 몸을 갉아먹는 상태’라고 묘사했다. 죽음, 절망, 언쟁, 그리고 말로 꺼내지는 않지만 떨치지 못하는 카니발리즘(식인)의 유혹까지…. 살기 위해서는 동료를 죽일 수도 있을 듯한 살기(殺氣)와 공포가 칠흑처럼 캄캄한 지하 700m의 꽉 막힌 갱도 안을 가득 채웠다. 비야로엘은 “22일 지상과 마침내 연락이 되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뒤에야 비로소 카니발리즘이 농담의 소재가 됐다.”고 말했다. 바야로엘은 우르수아의 리더십도 소개했다. “우르수아가 동료들에게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강해질 것을 주문했다.”면서 “‘바깥 사람들이 우리를 발견하면 하는 것이고 안 되면 할 수 없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의사결정은 다수결로 이뤄졌다. 모든 사안은 17명이 찬성하면 지켜야 했다. 바야로엘은 “기도를 한 적이 없었으나 신에 가까이 가기 위해 기도를 배웠다.”고도 했다. ●세 그룹으로 나뉘어 주먹다툼도 적잖은 마찰 속에 균열과 함께 패거리도 나타났다. 광부들의 모습이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처음 공개됐을 때 5명이 빠진 채 28명만 등장했다. 화면에 나오지 않는 비야로엘을 포함, 5명은 하도급 업자와 맺은 별도 계약에 따라 작업하던 광부들이다. 독자적으로 터널을 파서 탈출할 궁리를 했었다는 것이다. 붕괴 직전 광산을 빠져나온 다니엘 산데르손은 매몰 광부로부터 받은 편지를 근거로 “33명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주먹다툼도 있었다.”면서 “생활 공간의 크기를 둘러싼 갈등이었다.”고 밝혔다. 갈라진 광부들을 뭉친 건 희망이었다. 지상과 연락이 닿으면서 구조될 희망을 찾게 되자 이들은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을 비밀에 부친다는 ‘혈맹 서약‘에 사인했다. 그리고 이 때부터 한껏 ‘혼연일치’의 단결을 모색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오늘의 눈] 환자가 원하는 ‘카바 수술’/이영준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환자가 원하는 ‘카바 수술’/이영준 사회부 기자

    ‘카바 수술’의 안전성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부작용이 크므로 중단해야 한다.”고, 다른 쪽에서는 “통계가 조작됐다. 안전하다.”고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중립성이 생명인 보건의료연구원 원장이 대한흉부외과학회 등 유관학회에 지지 성명을 언론에 내달라는 정치적 제스처까지 보여 파문이 커지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카바 퇴출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배종면 위원을 형사고발까지 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전투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정작 중요하게 여겨야 할 환자들은 뒷전이다. 하루하루가 절박하고 절실한 심장질환자들의 눈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카바 논란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엉뚱한 논란으로 수술이 시급한 환자들에 대한 배려가 점차 실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여겨 봐야 할 점이 있다. 논란 속에서도 카바 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건국대병원은 심장판막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 가운데 안전성을 들어 카바수술을 기피한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기존의 조직판막치환술이나 기계판막치환술은 반복되는 재수술이나 평생 혈전방지제를 복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카바 수술은 한 번 시술로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데 이를 마다할 환자가 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부작용을 고려한 치료선택권은 환자에게 있고, 부작용이 없는 수술이나 약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험보다 치료에 대한 기대치가 더 클 경우 치료를 택하는 것은 의료 이전에 상식이다. 의술의 안전성 검증에서 1~2%의 통계수치는 매우 크다. 그러나 생명이 경각인 환자에게 그 정도의 수치는 사실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다. 더구나 카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이 치료법의 안전성을 지지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들의 견해가 가장 중요한 임상 결과이기 때문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가서는 안 된다. apple@seoul.co.kr
  • 공무원 빼와 로비스트로 고용 기업인들 만족도 날로 키우고…

    공무원 빼와 로비스트로 고용 기업인들 만족도 날로 키우고…

    오랜만에 한국 아저씨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이 나왔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67)씨가 신작 ‘허수아비춤’을 펴냈다. ‘허수아비춤’은 정치에만 민주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작가의 인식에서 출발한 소설이다. 기업 회장이 건설업으로 비자금을 조성해서 수십억원의 연봉을 미끼로 공무원, 검사들을 스카우트하고, ‘문화개척센터’란 이름의 기묘한 조직을 만들어 전방위 로비를 하는 데 이어 계열사 공조를 통한 순환출자 구조를 완성하는 소설의 줄거리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배수진을 치고 폭로한 대기업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는 1년 넘게 발로 뛰는 현장 취재를 끝내고 여름 석 달의 불볕더위 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원고지에 볼펜으로 꾹꾹 소설을 써내려갔다. 원고지 1200장에 이르는 소설은 인터넷으로도 연재되어 두 달 만에 누적 조회 수 220만회를 돌파했다. 조정래씨는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태백산맥’을 쓸 때는 국가보안법에 걸리면 어떡할 것인가란 걱정이 있었는데, 이번엔 전혀 그런 어려움 없이 썼다.”며 “다만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에 우울하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허수아비춤’이란 소설 제목은 “기업의 만행을 ‘허수아비춤’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상징적인 제목이자 기업인이 특수계층으로서 누리는 만족감이 지속하여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들어 사회·역사 의식이 옅어지면서 문학에도 ‘일류’(日流) 바람이 거세졌다. “재미있는 이야기, 연애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라 (역사에) 남을 작품을 써서 사회 정화에 이바지하는 것이 작가의 책무”라고 조씨는 강조했다. 감성적인 소설을 써 내는 젊은 작가들에 대해서는 “작가의 의식과 인식에 따라 느낀 만큼 쓰는 것”이라며 “내 눈에는 대하소설 5권, 10권짜리 소재가 수두룩하다. 보는 자의 눈에 따라 좌우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독자들에 대해서는 무한한 신뢰를 표현했다. “70년대에는 10만부 팔리면 많이 팔린다고 했는데, 지금은 소설이 100만부 넘게 팔리는 시대”라며 “작가들이 독자를 끌어가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작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책은 찾아서 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10권이 넘는 대하소설을 집필한 대가의 필력답게 ‘허수아비춤’은 단숨에 책을 읽게끔 하는 힘과 재미가 있다. 그러나 대하소설이 아닌 까닭에 등장인물 숫자가 한정적이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성격이나 하는 일이 뻔히 예상된다. 작가 스스로 “(등장인물인) 허민 교수의 칼럼으로 소설 주제를 너무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흠”이라고 밝힐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데서 느끼는 문학적 재미는 떨어진다. 하지만 ‘돈은 귀신도 부린다.’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등 작가가 인용한 속담처럼 무소불위의 돈 앞에서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허수아비춤’은 전라도 판소리처럼 통쾌함을 안겨준다. 그렇다고 갑자기 영웅이 등장해 모든 모순을 해결하진 않는다. 작가는 “시민의식이 고양되지 않으면 노예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적어도 시민단체 3~5개에 가입해서 후원하라.”고 독려했다. 우리의 경제 자화상을 잘 닦인 거울로 보듯 파헤친 ‘허수아비춤’은 하루하루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소시민의 영혼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보험금 압류 급증 서민 두번 죽인다

    보험금 압류 급증 서민 두번 죽인다

    “남은 거라곤 몸뚱이 하나와 보험밖에 없는데 실손보험과 암보험 모두 압류됐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합니다.” 부산에서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먹고 사는 김모(53)씨는 지난 8월 중순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진료비로 30만원을 지불했다. 김씨는 병원을 나오자마자 4년 전 들어두었던 실손보험을 통해 진료비를 지급받으려고 했지만 그 보험은 더 이상 김씨의 것이 아니었다. 실손보험은 물론이고 6년 전 가입했던 암보험까지 국세청에 압류돼 있었다. 1991~2000년 직원 20명을 둔 부품업체 사장이었던 김씨는 외환위기 이후 회사가 망하면서 2500만원의 국세를 내지 못했다. 김씨는 “세금을 계속 못내 지금은 3700만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빚을 갚아나가고 있으나 국세는 한꺼번에 내야 돼 평생 못 낼 상황인데 이제 보험금까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고 한숨지었다. 5일 금융감독원이 허태열(한나라당) 국회 정무위원장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4~8월 5개 생명보험사가 법원과 국세청으로부터 압류를 요청받은 보험금은 월 평균 9307억원(1만 5348건)으로 2008회계연도 월 평균 1724억원(3402건)의 5.4배에 달했다. 올 4~8월 업체별 총액은 삼성생명이 4조 500억원(전체의 87%)으로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 2902억원, 알리안츠생명 1253억원, 대한생명 1029억원, ING생명 848억원 순이었다. 보험금 압류 건수와 금액이 올해 대폭 증가한 이유에 대해 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빚을 진 서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부도가 늘고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법원과 국세청에서 압류를 요청한 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법원 판례도 법원과 국세청의 압류 요청을 증가시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6월23일 대법원에서 채권자가 유지되고 있는 채무자의 보험 계약에 대해서도 압류·해지해 채권추심을 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오면서 압류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판결 이후 대부업체나 카드사 등에서 적극적으로 채권추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험금을 압류당하는 이들 대부분이 최저생활자에 가까운 상태로 마지막 희망까지 빼앗긴다는 점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제로 조사해 보면 보험금을 압류당하는 10명 중 9명은 돈이 한 푼도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유지하고 있는 계약, 특히 저축성 보험이 아닌 납입액이 얼마 안 되는 보장성 보험까지 앗아가는 것은 일정부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은 서민들의 최소 생활 유지를 위해 보험금에 대해서는 압류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적 채무관계에는 개입할 수 없더라도 금융기관이 최소한의 생활자를 걸러내는 등 자율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주·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엉성’ 천희, ‘꼴통’ 동아를 만나다(인터뷰)

    ‘엉성’ 천희, ‘꼴통’ 동아를 만나다(인터뷰)

    늦가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배우 이천희를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 잡는 동안, 그는 묵묵히 자신 안에 자리 잡은 ‘꼴통’과 마주보고 있었다. 그렇게 이천희가 아닌, MBC 주말드라마 ‘글로리아’의 꼴통 하동아와 만남이 시작됐다. 천데렐라, 엉성천희 등 예능 수식어를 떼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자리…그곳에 이천희는 없었다. 이천희가 ‘꼴통’ 하동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글로리아’ 첫방송 당시 “집을 불태워 버리겠다. 목 매달고 죽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시청자들의 혼을 쏙 빼놓았던 날건달 하동아. 20년지기 진진(배두나 분)에게도 ‘꼴통’이라 불리는 다혈질 청년 동아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동아는 유리주먹이라 싸움도 잘 못해요. 그냥 맷집이 좋은 거죠. 어린 시절부터 그런 일에는 단련이 돼있거든요. 동아가 폭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다 깨부수고 아주 난장판을 만들어요. 그래서 찍고 나면 손발이 저려요. 촬영할 때는 그동안 동아가 겪었던 일을 아니까 화가 나서 몸을 주체할 수가 없는데 찍고 나면 주변 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동아는 첫 방송 당시부터 폭행 시비에 휘말린 진진의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집주인을 협박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원하는 피해자 커플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피해자 커플은 “빌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동아의 당당한 태도에 주눅이 들었다. 그야말로 세상은 앞 뒤 없는 꼴통 하동아 천하였던 것. 그런 동아에게 두려운 것이 생겼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동아, 감히 바라봐서도 안 되는 명문가 아가씨 윤서(소이현 분)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부터 윤서가 두렵다. ‘얻어맞는 것’ 보다 자신을 위해 돈 집안 가족을 모두 등지고 온몸으로 부딪히는 여자가 백배 천배 더 무섭다는 것. “윤서가 아무것도 모르는 눈빛으로 날 바라봐요. 그럼 울컥 눈물이 나는 거예요. 동아는 절대 그러면 안 되는데, 머리로는 그걸 아는데. 정말 동아라면 윤서가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더욱 냉정히 돌아서야 하는데…그게 안돼요. 울면서 가라고 하면 누가 가겠어요. 나 같아도 안가겠는데.(웃음) 안 울어야지, 안울어야지 하는데 윤서를 마주할 때마다 자꾸 이천희가 튀어 나오는 것 같아요. 동아라면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가 혼자 눈물을 흘리는 게 맞는데….” 이천희는 자신이 완벽한 동아가 될 수 없다고 고백했다. 동아라면 확실히 윤서를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었을 텐데 자꾸 자신이 튀어나온 다며 하소연 했다. 실제로 ‘글로리아’의 동아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가 온힘을 다해 달려드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그 사랑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있었다. 윤서는 10월 2일 방송된 ‘글로리아’ 19회분에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해외로 가자. 이름을 바꾸고 살자. 힘들겠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동아는 현실이 무섭고 두렵다. 이천희에게서 동아의 속마음을 전해 듣는 내내 ‘꼴통이면 꼴통답게 앞뒤 가리지 않고 온몸으로 사랑해야 맞는 게 아닌가?’…뱉지 못할 질문에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실제 상황을 대입해보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재벌가 아가씨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나를 좋아한대요. 믿을 수 없는 일이죠. 건달과 재벌집 딸. 만약 제가 동아라면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멈췄을 거예요. 그게 윤서를 위하는 길이니까요.” 캐릭터에 흠뻑 빠져있는 이천희가 낯설게 느껴졌다. 순간 비누로 무를 씻어내던, 김수로 계모에게 구박받던 ‘천데렐라’ 이천희가 그리워졌다. 앞서 “동아가 아닌 이천희가 자꾸 튀어나와 괴롭다”는 고백이 떠올랐다. 하동아로 온전히 살고픈 이천희는 하루하루가 힘겹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샘솟는 ‘윤서를 받아주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는 욕심과 끊임없이 싸울 테니. 서울신문NTN 전설 기자 legend@seoulntn.com / 사진 = 현성준 기자
  • [싱글 라이프] 찬 바람 불자 초조해진 싱글…내 사랑 어디 있나

    [싱글 라이프] 찬 바람 불자 초조해진 싱글…내 사랑 어디 있나

    흔히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특히 남성들이 기분이 가라앉으며 우울함을 느끼는 시기라는 것. 실제로 가을에는 일조량이 줄어들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다. 결실의 계절,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어서 남녀 할 것 없이 싱글족들은 가을이 되면 더욱 초조해진다. 회사원 김성민(32)씨도 그렇다. 평소에는 “세상의 절반이 싱글이다.”라며 별 생각 없이 생활하다가도 가을만 되면 외로움이 뼛속까지 사무친다. 회사에서 일을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오후만 되면 맥이 풀리고 피로감이 전신을 옥죈다. 별다른 방법이 없어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 보니 주량만 엄청나게 늘었다. 폭음을 한 다음 날은 건너뛰지만 다시 이어지는 폭음과 숙취에 따른 피로감으로 처진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불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하루하루를 술에 의지하고 있다. 김씨는 “가을만 되면 이상하게 우울해지고 술을 많이 마시게 된다.”며 “운동도 해 보고 별별 취미를 다 가져 봤지만 솔로 탈출을 하지 못해서 그런지 매일 친구들을 붙들고 술 마시자고 간청하는 지경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뿐만이 아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싱글들의 마음가짐·몸가짐을 들어 보자. 정현용·백민경·이민영기자 min@seoul.co.kr ●릴레이 소개팅… 짝찾기 삼매경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싱글들이 짝을 찾기 위해 별별 험한 고난도 마다하지 않는다. 회사원 박상희(29·여)씨는 내년이면 서른이다. 요즘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나이 이야기만 한다. 결혼한 친구보다 미혼인 친구들이 더 나이에 집착한다. 애인이 있는 동갑 친구들은 ‘내년엔 꼭 결혼하겠다.’, 애인이 없는 친구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애인을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대화를 채우곤 한다. 박씨도 다르지 않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올해 안에 연애를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찬바람 불면 겨울이잖아요. 겨울 되기 전에 연애를 시작해야 날씨 좋을 때 데이트를 맘껏 할 수 있을 텐데….” 9월이 시작되면서부터 박씨는 친구와 동료들에게 소개팅을 독촉했다. 주말마다 한 명씩 총 4명의 남자를 만났다. 특별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사귈 생각이었던 박씨는 가장 적극적인 남자를 골랐다. 결국 애인을 만드는 데 성공한 박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박씨는 “예전에는 고르고 따졌지만 이제부터는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면 까탈 부리지 않고 만날 생각”이라면서 “연애는 그만하고 내년쯤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이영훈(33)씨도 주말마다 소개팅 자리를 만들어 솔로 탈출을 위한 모험을 감행한다.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소개팅을 주선해 달라고 조르는 것이 민망하기도 하지만 넉넉한 가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혼자 주말에 집안에서 따분하게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진저리가 쳐진다고 했다. 이씨는 “친구들은 솔로로 사는 것이 좋겠다고들 하지만 가을만 되면 마음이 울적해져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며 “남자들에게 가을이란 정말 잔인한 계절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학원강사 김수연(29)씨는 가을로 접어드는 이맘때만 되면 가슴이 쓰리다. 5년간 사귀다 결혼까지 약속한 첫사랑 여자친구와 3년 전 이 무렵 이별을 했기 때문. 몇 달 동안 끊임없는 다툼과 갈등을 겪다 결국 헤어졌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이 남아 있다. 김씨는 “평소 잊고 지내다가도 여름이 지나고 날이 스산해지면 예전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면서 “한번쯤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비슷한 시기만 되면 가을앓이를 하는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전 여자친구는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 만날 수도 없는 상태. 수연씨가 찾아가려고 해도 연락처를 알 길이 없다.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라는 신의 뜻인 것 같기도 하고, 이제는 정말 좋은 사람 만나서 가을을 따뜻하고 밝게 보내고 싶어요.” 직장인 정선경(30·여)씨도 요즘 주말만 되면 소개팅, 맞선 등 애인만들기로 분주하다. 아직 노처녀 소리까지는 듣지 않지만 가을철 날아드는 친구, 동료들의 청첩장을 보면 위기감이 느껴진다. 정씨는 “곧 겨울도 오는데 빨리 남자친구를 만나야 춥지 않게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날씨도 좋고, 단풍도 예쁘게 물드는 요즘 같은 계절에는 정말 솔로인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취미생활하다 보면 외로움은 저만치로 취미생활로 가을을 즐기는 싱글들도 많다. 회사원 김남정(31)씨는 지난봄부터 등산에 푹 빠졌다. 평소 ‘등산은 40~50대나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김씨가 등산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회사 야유회. 지난 3월 회사에서 청계산 야유회 계획이 잡혔을 때까지만 해도 투덜대던 김씨였다. 그러나 5년여 만에 가 본 산에서 김씨는 설명하기 어려운 쾌감을 느꼈다. 김씨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산도 싫어했는데 이젠 180도 바뀌었다.”면서 “서울시내 웬만한 산은 모두 섭렵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씨는 이번 가을부터는 전국 방방곡곡 명산을 탈 예정이다. 그동안 도봉산·북한산·청계산 등지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80㎏을 훌쩍 넘던 몸무게도 70㎏대로 줄어들었다. “본격적으로 등산에 매진할 생각인데, 동호회에 가입할까, 혼자 할까 고민중이에요. 동호회에서 연애도 한다면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겠죠.” 회사원 차용태(30)씨도 “가을이 오면 동호회 회원들과 주말마다 산을 타러 다니기 때문에 외롭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다.”며 오히려 싱글벙글 웃었다. 차씨는 가을철 전국의 산을 유람하는 재미로 시간을 보낸다. 지리산과 속리산, 설악산, 내장산 등 가을에 절정의 경치를 보이는 산을 찾아다니다 보니 가을에는 오히려 즐거움이 배가 됐다. 산행을 하고 나서 친구들과 술잔을 비우며 주말을 보내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휴가를 내 2~3일씩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가을에 취미삼아 즐길 수 있는 일들을 찾아다니면 사는 게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기업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김상훈(35)씨도 가을이 오면 낚시를 다니며 조용한 취미생활을 즐긴다. 여름에는 물놀이다, 해외여행이다 해서 주변이 떠들썩하지만 가을이 되면 들뜬 마음들이 가라앉으면서 오히려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시기가 된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는 가을만 되면 낚시꾼들이 잘 찾지 않는 작은 저수지나 강기슭을 찾아 혼자만의 가을을 만끽한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낚시로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멀리 단풍이 물든 산을 보면서 낚싯줄을 물에 담그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져 무아지경에 빠지는 느낌”이라면서 “아등바등 사는 것도 좋지만 어느 한 계절이라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화광’인 대학원생 이진수(30)씨는 매년 가을만 되면 기분이 들뜬다.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이다. 대학 2학년이던 스물한 살 때부터 영화제가 열릴 때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부산을 찾았다. 영화제 기간 내내 부산에 콕 박혀 영화를 보는 것이 즐거움이다. 지난해부터는 가을이 더 기다려진다. 마찬가지로 영화광인 여자친구와 영화제를 찾기로 해서다. “혼자 가도 물론 즐겁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하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죠.” 프리랜서로 번역일을 하는 최혜은(31·여)씨는 서늘한 바람이 불면 항상 대바늘과 털실을 준비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든 버릇이다. 여고시절 친구들과 함께 목도리를 짜서 두르던 추억을 갖고 있기 때문. 그때부터 김씨는 매년 날씨가 쌀쌀해지면 목도리를 짜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곤 한다. “가을만 되면 ‘올해 유행하는 털실을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요. ‘올해는 누구에게 선물할까’라는 생각도요.” 학생 때처럼 시간이 많지 않아 뜨개질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김씨는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을 적극 활용한다. 손이 워낙 빠른 편이라 하루에 1~2시간만 투자하면 한 달 내에 무리없이 기본 목도리를 뜰 수 있다. 김씨는 “뜨개질이 촌스럽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실용적인 취미다.”라고 말했다. ●혼자일 때 나를 가꾸자… 자기관리 집중 몸 만들기에 바쁜 싱글들도 있다. 잡지기자 3년차인 홍선희(27·여)씨는 시간 날 때마다 한강변을 달린다. 홍씨는 “대개 여름철에 노출이 심해 몸매 관리를 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서늘하고 운동하기 딱 좋은 가을이 체중 감량에 더 맞는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회사 상담원인 이신유(29·여)씨는 요새 보약을 입에 달고 산다. 환절기만 되면 어김없이 걸리는 감기로 매년 고생이 심해 미리 대비하는 것. 기관지가 약한 이씨는 일교차가 심한 봄·가을에 유독 잔병치레가 많았다. 학창시절에는 수학여행까지 포기해야 했고, 지난해엔 열이 떨어지지 않아 입원까지 했다. “올해는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게 목표예요. 혼자일수록 더 자기관리에 신경써야 나중에 내 가족이 생겼을 때 제대로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약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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