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하루하루
    2026-03-28
    검색기록 지우기
  • 안보협력
    2026-03-28
    검색기록 지우기
  • 사법 개혁
    2026-03-28
    검색기록 지우기
  • 서울신문사
    2026-03-28
    검색기록 지우기
  • 모범 기업
    2026-03-2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140
  • [싱글 라이프] 솔로들의 월동준비

    [싱글 라이프] 솔로들의 월동준비

    ‘설레는 크리스마스와 송년, 칼날 같은 바람 그리고 순백의 설원’ 겨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들이다. 스산한 바람에 가슴 시린 솔로들은 벌써부터 연말을 함께할 ‘여우’와 ‘늑대 목도리’ 장만에 한창이다. 추위가 싫어 각종 보온용품을 장만하거나 아예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취밋거리를 찾는 이들도 있다. 또 하얀 눈밭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만끽할 생각에 겨울을 기다리는 스포츠 마니아들도 있다. 추운 겨울, 각자만의 노하우로 월동 준비에 나선 싱글들의 겨울나기 비법을 들여다본다. ●수면양말·홈쇼핑으로 겨울나기 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문호(32)씨는 겨울이 싫다.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면 길거리에 팔짱을 끼거나 껴안고 활보하는 커플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따뜻한 겨울을 준비해야 하지만 연말이 얼마 남지 않아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연인을 만들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월동 장비’를 장만해 겨울을 버텨보기로 했다. 그는 유독 긴 겨울밤을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 자취방에 있는 조그만 브라운관 TV를 과감히 버리고 42인치 디지털 TV와 DVD 플레이어를 준비했다. 밤에 홀로 설거지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주방용 세척기까지 사들였다. 그는 “억지로 커플이 되기보다는 지난해보다 좋은 조건으로 겨울을 나보려고 한다.”면서 “이것저것 쇼핑을 하면서 겨울 지낼 생각을 하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대학원생 최진영(30)씨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책을 가까이하기 시작하다가 곧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부모님은 아들이 책에 파묻혀 사는 것이 보기 싫어 “어디 시내라도 나가서 친구들하고 어울려보라.”고 잔소리를 해대지만 그는 추운 겨울밤을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친구가 ‘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미술사(美術史)에 관한 책을 읽느라 밤이 짧을 정도다. 운동이 부족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끔씩 집 밖으로 나가 산책도 하지만 그때도 꼭 책 한권을 챙겨 나간다. 최씨는 “겨울이 지겹다고 생각하는 싱글도 많지만 책을 가까이하다 보니 지식도 얻으면서 시간도 잘 가는 것 같아 추천해주고 싶다.”면서 “부모님과 친구들은 ‘방콕’ 하다가 건강까지 해칠까 걱정하지만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이 너무 즐거워 이제 한시도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회사원 이정혜(32·여)씨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만 되면 추위에 몸서리친다. 손발이 찬 체질이라 남들보다 추위를 더 많이 타기 때문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출산 후 손발이 시린 ‘산후풍’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저거 내 얘긴데….”라고 할 만큼 유별나다. 출산 경험이 있는 동갑 친구들이 “벌써부터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할 정도다. 이씨는 “애인이 있을 때야 손잡아 달라고 애교 부려서 추위를 이겨냈지만 올해는 그럴 애인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주 한파가 몰아치자 대형 마트에 가서 수면양말 3켤레를 새로 샀다. 지난해에 신던 것까지 합치면 10켤레가량 된다. 집에서 맨발로 지내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면양말로도 냉기를 느껴 두툼한 수면양말이 꼭 필요하단다. 장갑도 새로 살 예정이다. 울 소재를 두겹 덧댄 장갑이 있지만, 가죽 장갑을 따로 살 계획이다. 손 발 전용 핫팩도 가지고 다닌다. 이씨는 “혈액순환이 안 된다는 말에 한약도 몇 번 먹어봤지만 별 효험이 없더라.”면서 “원래 추운 겨울에 이중고를 겪는다.”고 토로했다. ●최고의 월동 준비는 ‘여우·늑대 목도리’ 겨울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크리스마스’. 지난 5년 동안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낸 은행원 김모(34)씨는 올해만큼은 혼자 보낼 수 없다는 각오를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솔로의 달인’, ‘모태 솔로’라고 불릴 정도다. 대학 졸업 후 아직 연애를 못 해봤다. 처음 1~2년은 ‘일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그 뒤에는 ‘승진 준비하느라 바빠서’ 라는 핑계로 연애할 짬을 만들지 못했다. 처음에는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친구들도 다들 여자 친구, 아내를 찾아 떠났다. 김씨는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는 건 괜찮은데, 동료나 친구들의 안쓰러운 시선 때문에 더 비참한 생각이 든다.”면서 “회사에서도 ‘데이트’한다고 하면 이브날까지 휴가를 쓰게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 크리스마스에 대비, 김씨는 지난 9월부터 세번이나 소개팅을 했다. 할 때마다 특별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열심히 애프터 신청을 했다. 처음 2명에게는 모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지만 세 번째 여자와는 열심히 ‘밀당(밀고 당기기)’ 중이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만남이 이어질 것에 대비해 계획도 모두 세워 뒀다. “여자분한테 말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아 말 못 했지만 데이트 장소, 저녁 메뉴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뒀어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데이트를 하고 싶습니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솔로만 탈출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싱글도 있다. 회사원 이영호(31)씨는 요즘 인터넷의 바다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연말에 주로 열리는 파티 일정을 챙기 위해서다.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캐럴이 울려 퍼지는 연말까지 ‘솔로 부대’로 남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는 그다. 그는 요즘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무차별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약속을 만들고, 소개팅을 주선하라고 압박해 여기저기서 원성까지 사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겨울이 지나면 바로 봄인데 그때가 되면 긴장이 풀려서 또 일년을 허송세월하게 된다.”면서 “올 연말에는 꼭 연인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체육 소녀’로 불리던 최은미(28·여)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스노보드 마니아다. 체육 실기는 무조건 A+였고, 체육 시험은 무조건 ‘수’였던 최씨는 자전거, 달리기 같은 기본적인 운동부터 테니스, 탁구 등 다소 기술을 요구하는 운동까지 못하는 게 없다. 다만 겨울 스포츠는 달랐다. 고등학교 때까지 시골에 살았던 최씨가 스케이트장이나 스키장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최씨는 3년 전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스노보드를 처음으로 배웠다. 배운 첫날부터 ‘S코스’를 완벽하게 탄 최씨가 스노보드에 빠지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 최씨는 지난해 여름, 스노보드를 가르쳐준 남자친구와 헤어졌지만 스키장 시즌권을 사서 겨우내 스키를 즐겼다. 처음 샀던 검정색 스노보드복을 버리고 주황-분홍 등 색깔이 현란한 스노보드복을 새로 구입했다. 최상급자 코스도 문제없다. 올해 유난히 일찍 추워진 날씨 덕에 더욱 신 나 하고 있다. 최씨는 “적금을 깨서 스노보드를 살까 생각 중이다.”라면서 “명품백 사는 것보다 스노보드용품 구입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온천 등 해외여행 준비 대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김효주(29·여)씨는 한 겨울이 다가올수록 착잡한 마음을 억제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오붓한 시간을 보냈지만 올여름에 마음이 맞지 않아 헤어진 뒤 그 어느 때보다 가슴 시린 겨울을 맞고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해외여행. 예전에는 일하랴, 남자친구 만나랴 너무 바빠 휴가 한번 제대로 가지 못했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한번도 가지 못한 일본에서 겨울 온천을 즐기기 위해 비용과 교통편, 휴가 일정을 알아보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씨는 “혼자 가는 여행이 낯설기도 하고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모처럼 생각도 정리하고 겨울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해외여행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험회사 6년 차인 홍선재(31)씨도 해외여행 준비에 한창이다.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데다 올겨울은 더 춥다는 얘기를 듣고 아예 친구들과 날짜를 맞춰 따뜻한 곳에서 쉬고 오기로 한 것. 여행사마다 이벤트처럼 내놓는 저렴한 가격의 동남아 여행상품도 휴가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필리핀과 태국 등 따뜻하고 볼거리가 많은 유명 관광지 가운데 어느 곳이 더 끌리는지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심 중이다. 그는 “1년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릴 기회도 되고,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에 해외로 나가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며 즐길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면서 “크리스마스에 연인과 함께 로맨틱하게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결혼 전에 친구들과 외국에서 보내는 총각 시절 휴가도 참 의미 있는 것 같아 알차고 재미있게 보낼 예정”이라고 자랑했다. 백민경 정현용 이민영기자 white@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입시이슈’ 기획기사로 발전됐으면/강청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

    [옴부즈맨 칼럼] ‘입시이슈’ 기획기사로 발전됐으면/강청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

    해마다 이맘때면 내 친구 A는 희한하게 가을을 탄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괜스레 불안해진단다. 증세는 수능시험일을 기점으로 최고조에 올랐다 사그라진다. 수능시험을 몇 번씩 치렀던 친구는 원하던 대학에 합격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끔 그렇다고 했다. 의학적으로는 전혀 규명된 바 없는 이른바 ‘수능후 증후군’이다. 내 또래의 수능 세대에게 수능시험은 일종의 성인식과 같은 통과의례다. 태어나서 처음, 맨몸으로 온전히 자기 미래와 맞서는 외롭고 힘겨운 절체절명의 단판승부! 부모님 곁을 떠나 시험장까지 후배들의 열렬한 응원과 배웅을 받지만, 결국 시험장에 들어서는 건 혼자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인생의 법칙 하나를 배운다. 하루하루 넘어가는 달력을 붙들어 두고만 싶을 수험생 혹은 학부모들에게 신문이 힘을 불어넣어줄 수는 없을까. 수능을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언론기사는 매년 대동소이하다. 올해 출제경향은 어떻고 EBS 강의를 얼마나 반영하겠다든지, 마무리학습과 수험생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라 하는 것들이다. 서울신문 10월 19일자 22면의 ‘수험생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수능 D-30 영역별 학습 마무리 전략’ 기사나 26일자 23면의 ‘한 달 남은 정시모집, 나만의 학과 선택 전략은’ 기사는 내용도 충실하고 친절하지만 5년 전 내가 수험생이던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 반면 짤막한 글이지만 불과 열흘 동안 3차례, 입시와 수험생을 향한 단상을 깊이 있게 담아낸 ‘길섶에서’의 ‘처성자옥’, ‘실패의 교훈’, ‘공부 스트레스’(18일, 27일, 28일자 30면)는 입시 세태와 수험생에 관한 따뜻한 관심이 묻어났다. 여러 군데 시험을 보기 위해 수험생들을 퀵서비스로 실어 나르는 비정상적 상황을 통해 한국 교육의 실태를 엿본 5일자 31면 ‘수험생 퀵서비스’ 기사도 날카로웠고, ‘대학입시, 단순해야 공정해진다’(21일자 30면)는 ‘이용원 칼럼’도 공감이 많이 갔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개개인의 칼럼과 단상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심층성과 풍부한 사례를 갖추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획기사로 체화되었으면 하는 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8월 연 2회 시험시행과 탐구과목 변경을 골자로 하는 ‘2014년 수능체제 개편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최근 서울대 사범대 교수진은 반박성명을 내고(서울신문 20일자 9면 기사) 전교조도 반대하면서 옥신각신 공방을 벌였다. 어느 방향이 옳은지는 사회 전체의 숙의가 필요한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수년을 못가 바뀌는 불완전한 시험제도에 모든 것을 걸고 인생의 향방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승부를 벌여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교육현실에서 언론의 역할은 적어도 “참고 견뎌라”거나 “불쌍한 것들” 하는 위로의 말 이상이 되어야 한다. 몇 년째 반복되는 수험생 건강정보, 학습전략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서울신문이 13일자 사설 ‘국·영·수 수능선택 개편 논의해 볼 만하다’를 통해 곽노현 교육감의 수능 개편안 제안에 화답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수능제도의 개편이나 입시와 관련한 교육 이슈를 기획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어도 이 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어떤 ‘방향’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더불어 수험생에게 정말 위로가 되고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기사를 보고 싶다. 매년 똑같은 유명 입시학원 실장이나 스타강사의 조언보다는 실제 수능을 치렀던 이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성의 있는 기사, 혹은 그저 시험만을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그 너머의 것, 방향을 제시하고 목표의식과 꿈을 심어줄 수 있는 대학 현장탐방기사가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족은 할 수 있는 게 응원뿐이지만 신문은 더 크고 높은 역할이 있다고 본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이 땅의 수험생들이 애꿎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지, 그 하늘에 길 하나, 신문이 놓아줄 수 있었으면 한다.
  • ‘서울시 최연소’ 은평구청장 김우영 “취임 4개월 경험 희로애락 결정판”

    ‘서울시 최연소’ 은평구청장 김우영 “취임 4개월 경험 희로애락 결정판”

    “구청장 4개월은 마치 변덕스러운 날씨와도 같더라.” 민선 5기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에서 가장 젊은 김우영(41) 은평구청장은 지난 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하루하루가 비, 흐림, 바람, 맑음이 뒤섞여 있는 변덕스러운 날씨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가장 나이가 젊다고 하지만 김 구청장은 반백에 가까운 머리에 지난 4개월 동안 노심초사가 반영된 고뇌의 얼굴로 반드시 젊어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29일 은평구청장실에서 만난 그는 “국회보좌관을 할 때에는 일년 중 4개월씩 좋고 평범하고 나쁜 때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구청장이 된 뒤로는 비가 새는 집의 저소득층 주민을 만나고 오면 아주 우울하고, 어떤 날은 아주 화가 나고, 계획한 일이 잘 풀리면 기분이 아주 좋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인생이구나 하고 느낀다. ”라고 덧붙였다. 노심초사의 정책적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은평구는 지난 9월 서울시에 떨어진 ‘추석 물폭탄’에서 안전했다. 은평에도 집중호우가 하루 230㎜나 쏟아져 양천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가 왔는데도 말이다. 왜 그랬을까. 은평은 지난 8월에 예방주사를 맞았다. 시간당 100㎜의 집중 폭우로 수백명의 수재민이 발생하자 구는 재난구호대책의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바꿔버렸다. 이른바 상습침수가옥과 공무원을 1대1로 대응시킨 ‘1호 담당제’를 운영했다. 5년 내 상습침수가옥을 파악해 근처에 사는 구청 공무원과 연결해 놓은 것이다. 은평구 공무원은 일기예보를 듣고 해당 가옥 주민들에게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것이다. 수해가 발생하면 구민들은 자신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연락하면 된다. 김 구청장은 “신속하게 대응하라고 당부했지만, 공무원들은 서울시 재난본부에서 지시가 떨어지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구 차원의 재난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움직이도록 조정해 놓았다. 또한 수해가 발생하면 구청과 동사무소에 양수기와 모래주머니를 갔다 달라는 전화가 폭주해 불통이 된다. 그래서 유선전화가 아니라, 담당 휴대전화로 바꿔 놓은 것이다.”라고 했다. 지난 8월 손보는 김에 막혀 있던 하수관을 정비했다. 이를테면 순댓국 집 근처 하수관은 기름때가 끼어 하수관이 원래 처리 용량보다 적게 처리되는데 이런 장애물을 다 제거했다. 하수역류방지장치가 잘 작동되는지도 확인했다. 서울에서 은평구만 비슷한 강수량에 추석 물폭탄을 피해간 이유다. 공약은 물론 취임 후에도 대형 토목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온 김 구청장의 최근 관심사는 은평구를 ‘솔 오브 서울’(Soul of Seoul)로 키우는 것이다. 서울을 ‘솔 오브 아시아’(Soul of Asia)로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김 구청장은 “인천신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고 나가는 관문이 은평”이라며 “은평은 서울의 인상을 결정짓는 최초의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관광수입을 올리려면, 한국의 전통을 시골이 아니라 서울에서 찾고, 그것도 은평이 그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은평에 있는 비구니 절인 진관사에는 이성계가 조선의 정체성을 세우고자 올린 수륙대제의 터가 있다. 세종 때 한글을 만들기 위한 집현전 학자들의 비밀 연구소 역시 진관사였고, 근대기에는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다. 또한 진관사는 고려 때부터 왕실과 연결돼 아주 화려하고 독특한 사찰 음식을 만들어왔는데, 이것이 또한 한식의 원형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하니 한글과 한식 등 ‘한 브랜드’를 육성하는 데 은평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문제는 조선의 전통적 거주형태인 한옥이 은평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 구청장은 “은평 역시 조선 600년의 도읍지로서 북한산이라는 자연과 역사가 공존할 수 있도록 숙박시설이 필요한데, 이것을 한옥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부지로는 진관사 근처의 너른 터를 생각 중이다. 그는 SH와 그 부지와 관련해 협상 중이다. 진관사 근처에 한옥촌이 마련되면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홈스테이 장소로,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외국인과 공부할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될 것이다.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쳐줄 수도 있다. 구청장을 하면서 그가 깨달은 바는 “구청장이 이리저리 뛰면서 모두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복지부동인 줄 알았던 공무원들이 구청장이 정책 방향을 잘 제시하면 열심히 일할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넓은 시각으로 숙고해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수색복합환승역센터 추진과 진관사와 한옥촌 건설, 어린이 박물관 등을 삼각축으로 해서 ‘행복한 은평’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남편·아들 잃은 나는 빵·막걸리로…

    ‘나’는 해마다 장미꽃이 은성하게 피는 집에서 더없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아이와 남편과 함께 살았다. 그러나 아들은 강에서 익사 사고로, 남편은 차량 전복 사고로 연이어 ‘나’의 곁을 떠난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나는 빵과 막걸리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정성들여 가꾸었던 정원은 옆에 들어선 원룸에서 던진 쓰레기와 소주병, 맥주 깡통 때문에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에서 ‘나’는 남편 선배의 친구인 작가 이정섭을 만난다. 정섭은 자신의 외도 때문에 아내와 딸이 독일로 떠난 처지. 정섭에게 혈혈단신이 된 ‘나’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부음 소식에 정섭은 홀로 위태롭게 남을 ‘나’를 이끌고 전남 목포로 향한다. 공선옥(46)의 장편소설 ‘영란’(문학에디션 뿔 펴냄)은 기구한 팔자의 여주인공과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사연을 가진 남도 사람들의 이야기다. 공선옥은 책 끝자락에서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이야기는, 한 슬픔의 사람이 어떻게 슬픔을 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누구나의 생애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겪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숙명이다. 지금 슬픈 사람들이 자신의 슬픔을 내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가족이 남기고 간 빈자리를 정으로 맺은 또 다른 사람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소설 ‘영란’은 인간의 슬픔을 내버려 두지 않고 끝끝내 절망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이 지칠 줄 모르고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순간을 담아낸다. 목포의 영란 여관에는 졸지에 남편과 아이를 잃은 ‘나’ 말고도 남편이 갑자기 떠나버린 밴드 보컬 심태숙도 있다. 영란 여관의 할머니는 태숙에게 “가수는 노래 하나로 세상을 보듬어 준단다. 존 것만 취허지 말고 아픈 것도 다아 니 품 안으로 보듬어부러라.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마는 노래도 목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부르는 것잉게.”라고 위로한다. 공선옥의 ‘영란’은 치유의 소설이다. 마음으로 부른 노래가 마음을 치료하듯 그의 소설은 세상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꿈 이루게 해준 한국에 열정 바칠래요”

    “꿈 이루게 해준 한국에 열정 바칠래요”

    “꿈을 이루게 해 준 은혜의 땅인 한국에 제 열정을 바칩니다.” 다음 달 11~12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러시아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몽골인 바르샤볼드(33)는 이렇게 말하며 밝게 웃었다. ●‘亞 예술인재 장학생’으로 한예종 입학 28일 오전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관 2층. 올 3월 ‘아시아 예술인재 장학생(AMA·Art Major Asian scholarship)’으로 한예종 영화과에 입학한 바르샤볼드가 친구들과 단편영화 제작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는 G20 정상회의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계기에 대해 “1998년부터 한국을 오가면서 느끼고 즐기는 문화와 사람들의 정(情)을 외국 정상 및 외국인들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의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회의가 아시아에 열리는 첫 회의다 보니 모국인 몽골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개발에 관한 의제가 어떻게 논의될지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는 “고비 사막의 모래바람이 중국은 물론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치 듯 아시아 국가들이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사안이 많아졌다.”면서 “몽골의 개발문제는 한국의 문제일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7년간 힘겨운 이주노동자 생활 바르샤볼드가 한국에 처음 온 건 1998년 12월. 그 해 몽골 국립예술대학 영상원을 졸업하고도 돈을 벌기 위해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1년 전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중·고등학생이던 동생들 학비를 댈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대전·금산·의정부·서울 등지의 가발공장·모피공장을 전전했다. 그는 “지금은 고용노동부에서 외국노동자 인권 대책도 세우고, 근로 여건도 많이 나아졌지만 당시에는 거의 ‘노예생활’을 했었다.”고 돌이켰다. “처음엔 월 30만~50만원을 받으면서 맨날 야근하고, 욕 듣고 매 맞아 가면서 일했다.”는 그는 “울란바토르에서 열심히 공부할 동생들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7년이 흐르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 한국은 여전히 흥미로운 나라였다. “근로 환경이 금방금방 달라졌다. 고작 7년을 살았지만 처음 왔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폭력·폭행도 거의 없어졌고 수당도 챙겨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돌이켰다. 2006년 몽골로 돌아간 바르샤볼드는 한국에서 번 돈을 종잣돈 삼아 이벤트회사를 차렸다. 한국 이벤트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경험을 살렸다. 사업이 날로 번창해 나중에는 TV프로그램 외주제작까지 맡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두 동생을 뒷바라지, 대학을 마치고 지금은 결혼해 잘살고 있다고 전했다. ●‘인간의 삶·사고방식 영화에 담고 싶어’ 그는 2007년 6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화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그때부터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어와 영화 공부를 해 올 3월 한예종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 문화를 지키고 싶었다.”면서 “아시아에서 영화가 가장 발달한 한국의 영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돌아올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바르샤볼드는 현재 인절미와 다문화를 주제로 한 시나리오작업을 하고 있다. 몽골인 청년이 돈을 벌려고 한국 떡집에서 일하면서 겪는 일상을 영화화하는 작업이다. 그는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던 이주 노동자가 한국에 적응하면서 부딪히는 선입견, 차별,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등을 재미나게 다룰 생각이다.”면서 “영화를 통해 인간의 삶이나 사고방식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강지원 좋은세상] 우리는 왜 이렇게 전쟁처럼 살까

    [강지원 좋은세상] 우리는 왜 이렇게 전쟁처럼 살까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순간순간이 전쟁이다. 아침 출근길, 후다닥 일어나 뛰쳐 나간다. 밥 한 숟갈 제대로 먹었나. 자동차 행렬, 끝이 없다. 지하철역에 늘어선 사람들, 문 열리기가 무섭다. 우르르 올라탄다. 이렇게 시작한 아침, 이런 전쟁터 같은 일상은 하루종일 계속된다. 얼굴 펼 시간이 없다. 온통 인상을 쓰고 산다. 길거리에서 부딪치는 사람들, 그들도 죄다 상을 찌푸리고 있다. 화가 난 것일까, 무슨 일에 저렇게 쫓기고 있는 것일까. 내 얼굴도 똑같겠지?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길 물어보기가 무섭다고 할까. 사람들이 집단화되면 더 전쟁같다. 기업·국가의 전쟁은 더 크고 끝이 없다. 열받은 사람들의 입에서는 고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거칠다. 대화는 대결이 되고 경쟁은 전쟁이 된다. 정치판의 전쟁놀이, 환율전쟁·무역전쟁·판매전쟁 등 경제전쟁, 입시전쟁, 취업전쟁, 취재전쟁, 이념전쟁… 전쟁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우린 전쟁하기 위하여 사나? 아니다. 살다 보니 전쟁을 하게 된다. 그러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전쟁처럼 사나? 아니다. ‘전쟁처럼’이 아니라, 따뜻하고 화목하고 평화롭게 사는 사람도 많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근본적인 차이는 꿈과 비전, 목표를 설정하는 데서 나타난다. 어떤 이는 일등, 일류, 최고를 목표로 삼는다. 그것의 대상은 늘 돈, 권력, 지위, 명예, 인기 등등이다. 이런 사회적 결과물들은 달콤하다. 그러니 그것들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된다. 그것을 위한 열정, 노력, 의지 등이 최고의 덕목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그것을 쟁취했을 때의 성취감,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은 어느새 우쭐거리는 자만심으로, 최고를 누리는 오만함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우리네 삶의 진정한 목표는 과연 그것들, 돈과 권력 등등을 획득하는 데 있을까. 오히려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가 함께 따뜻하고 화목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아닌가.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수단일 뿐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들을 획득하는 과정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돈, 권력, 지위, 명예, 인기 등등은 정말 달콤하다. 그것들은 크면 클수록 더 달콤하다. 그러니 그처럼 목표와 수단이 뒤바뀌면 당장의 그 달콤함은 우리네 삶의 행태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게 된다. 지나친 성취욕구, 과욕이 그것이다. 돈, 권력 등등을 찾으며 눈앞의 욕망에 빠져든다. ‘과욕사회’가 된다. 이런 과욕들이 충돌하면 ‘전쟁적 사회’가 된다. 이런 전쟁적 삶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장래를 불안하게 한다. 조증(躁症)과 울증(鬱症)을 오고가다가 사고를 치게 한다. 전쟁 같은 삶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트라우마(trauma)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난, 멸시, 학대, 애착 부족 등으로 이런저런 정신적 상처를 받는다. 이 상처들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이에 굴복해 실패한 이들은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반면 상처를 이겨낸 성취욕구가 과잉으로 나타날 때도 문제가 생긴다. 이 나라 국민은 지난 짧은 역사 속에서 기막힌 상처들을 받았다. 그것은 집단적 트라우마가 되었다. 지금 그것들이 지나치게 과격하고 충동적인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돈? 벌어야 한다. 밥 먹고 살고 자식들 키우기 위해 돈은 벌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 돈·돈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감투? 권력? 명성? 인기? 그것들도 마찬가지다. 제 적성에 맞는 한 얻으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손바닥 비비고 뒷돈 먹어가며 물불 가리지 않고 해서는 안 된다. ‘적정사회’, ‘적정욕구’의 길을 찾아야 한다. 돈 좀 벌었다고, 권력 좀 쥐었다고, 명성·인기 좀 얻었다고 잘난 체하는 이들, 그들의 내면에는 깊은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다. 호화 사치하는 이들, 사람 함부로 대하고 화 잘내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 전염병 같은 사회적 질병에 국가적으로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 변호사
  • [어린이 책꽂이]

    ●호박꽃아기 동물그림책(심조원 지음, 이우만 그림, 호박꽃 펴냄)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 처음 배변 훈련을 하는 아기, 이제 멍멍이와 야옹이를 가려내는 아기를 위한 책. 귀엽고 따스한 필치의 동물 세밀화를 보면서 아기는 하루하루 자란다. ‘누구 발자국이야?’ ‘누구 똥이야?’ ‘누구 닮았지?’ 세 권이 한 세트다. 각 권 8500원.
  • 절망속 한때 카니발리즘 유혹… 지상과 통신 후 ‘희망’

    절망속 한때 카니발리즘 유혹… 지상과 통신 후 ‘희망’

    69일간 계속된 700m 지하의 삶은 알려진 것처럼 가슴 뭉클한 동료애와 훈훈한 감동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절망 속에서 칠레 광부들은 세 갈래로 갈라지기도 했고, 몸싸움도 벌였다. 세계를 환희로 몰아넣은 칠레 광부들의 숨겨진 이야기, 이른바 ‘불편한 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갱도에 갇혔었던 33명 가운데 한 명인 리처드 비야로엘(27)은 “생존 사실이 지상에 전해진 8월 22일 전까지 17일 동안은 굶어 죽을 날을 쓸쓸히 기다리던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14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고 했다. 광부들은 지난 8월 5일 붕괴 직후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수아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음식을 나눠 먹기로 합의했지만 24시간 동안 반 숟가락의 참치나 연어만으로 버텨야 하는 현실은 엄청난 고통이었다. 채굴기계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섞여 냄새가 나는 물도 살기 위해 마셔야 했다. ●처음엔 살기와 공포 캄캄한 갱도안 채워 체중이 12㎏나 빠졌다고 말한 비야로엘은 17일간 하루하루 눈에 띨 정도로 말라가는 광부들의 당시 상황에 대해 ‘스스로 자기 몸을 갉아먹는 상태’라고 묘사했다. 죽음, 절망, 언쟁, 그리고 말로 꺼내지는 않지만 떨치지 못하는 카니발리즘(식인)의 유혹까지…. 살기 위해서는 동료를 죽일 수도 있을 듯한 살기(殺氣)와 공포가 칠흑처럼 캄캄한 지하 700m의 꽉 막힌 갱도 안을 가득 채웠다. 비야로엘은 “22일 지상과 마침내 연락이 되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뒤에야 비로소 카니발리즘이 농담의 소재가 됐다.”고 말했다. 바야로엘은 우르수아의 리더십도 소개했다. “우르수아가 동료들에게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강해질 것을 주문했다.”면서 “‘바깥 사람들이 우리를 발견하면 하는 것이고 안 되면 할 수 없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의사결정은 다수결로 이뤄졌다. 모든 사안은 17명이 찬성하면 지켜야 했다. 바야로엘은 “기도를 한 적이 없었으나 신에 가까이 가기 위해 기도를 배웠다.”고도 했다. ●세 그룹으로 나뉘어 주먹다툼도 적잖은 마찰 속에 균열과 함께 패거리도 나타났다. 광부들의 모습이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처음 공개됐을 때 5명이 빠진 채 28명만 등장했다. 화면에 나오지 않는 비야로엘을 포함, 5명은 하도급 업자와 맺은 별도 계약에 따라 작업하던 광부들이다. 독자적으로 터널을 파서 탈출할 궁리를 했었다는 것이다. 붕괴 직전 광산을 빠져나온 다니엘 산데르손은 매몰 광부로부터 받은 편지를 근거로 “33명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주먹다툼도 있었다.”면서 “생활 공간의 크기를 둘러싼 갈등이었다.”고 밝혔다. 갈라진 광부들을 뭉친 건 희망이었다. 지상과 연락이 닿으면서 구조될 희망을 찾게 되자 이들은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을 비밀에 부친다는 ‘혈맹 서약‘에 사인했다. 그리고 이 때부터 한껏 ‘혼연일치’의 단결을 모색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오늘의 눈] 환자가 원하는 ‘카바 수술’/이영준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환자가 원하는 ‘카바 수술’/이영준 사회부 기자

    ‘카바 수술’의 안전성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부작용이 크므로 중단해야 한다.”고, 다른 쪽에서는 “통계가 조작됐다. 안전하다.”고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중립성이 생명인 보건의료연구원 원장이 대한흉부외과학회 등 유관학회에 지지 성명을 언론에 내달라는 정치적 제스처까지 보여 파문이 커지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카바 퇴출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배종면 위원을 형사고발까지 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전투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정작 중요하게 여겨야 할 환자들은 뒷전이다. 하루하루가 절박하고 절실한 심장질환자들의 눈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카바 논란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엉뚱한 논란으로 수술이 시급한 환자들에 대한 배려가 점차 실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여겨 봐야 할 점이 있다. 논란 속에서도 카바 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건국대병원은 심장판막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 가운데 안전성을 들어 카바수술을 기피한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기존의 조직판막치환술이나 기계판막치환술은 반복되는 재수술이나 평생 혈전방지제를 복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카바 수술은 한 번 시술로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데 이를 마다할 환자가 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부작용을 고려한 치료선택권은 환자에게 있고, 부작용이 없는 수술이나 약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험보다 치료에 대한 기대치가 더 클 경우 치료를 택하는 것은 의료 이전에 상식이다. 의술의 안전성 검증에서 1~2%의 통계수치는 매우 크다. 그러나 생명이 경각인 환자에게 그 정도의 수치는 사실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다. 더구나 카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이 치료법의 안전성을 지지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들의 견해가 가장 중요한 임상 결과이기 때문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가서는 안 된다. apple@seoul.co.kr
  • 공무원 빼와 로비스트로 고용 기업인들 만족도 날로 키우고…

    공무원 빼와 로비스트로 고용 기업인들 만족도 날로 키우고…

    오랜만에 한국 아저씨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이 나왔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67)씨가 신작 ‘허수아비춤’을 펴냈다. ‘허수아비춤’은 정치에만 민주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작가의 인식에서 출발한 소설이다. 기업 회장이 건설업으로 비자금을 조성해서 수십억원의 연봉을 미끼로 공무원, 검사들을 스카우트하고, ‘문화개척센터’란 이름의 기묘한 조직을 만들어 전방위 로비를 하는 데 이어 계열사 공조를 통한 순환출자 구조를 완성하는 소설의 줄거리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배수진을 치고 폭로한 대기업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는 1년 넘게 발로 뛰는 현장 취재를 끝내고 여름 석 달의 불볕더위 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원고지에 볼펜으로 꾹꾹 소설을 써내려갔다. 원고지 1200장에 이르는 소설은 인터넷으로도 연재되어 두 달 만에 누적 조회 수 220만회를 돌파했다. 조정래씨는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태백산맥’을 쓸 때는 국가보안법에 걸리면 어떡할 것인가란 걱정이 있었는데, 이번엔 전혀 그런 어려움 없이 썼다.”며 “다만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에 우울하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허수아비춤’이란 소설 제목은 “기업의 만행을 ‘허수아비춤’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상징적인 제목이자 기업인이 특수계층으로서 누리는 만족감이 지속하여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들어 사회·역사 의식이 옅어지면서 문학에도 ‘일류’(日流) 바람이 거세졌다. “재미있는 이야기, 연애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라 (역사에) 남을 작품을 써서 사회 정화에 이바지하는 것이 작가의 책무”라고 조씨는 강조했다. 감성적인 소설을 써 내는 젊은 작가들에 대해서는 “작가의 의식과 인식에 따라 느낀 만큼 쓰는 것”이라며 “내 눈에는 대하소설 5권, 10권짜리 소재가 수두룩하다. 보는 자의 눈에 따라 좌우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독자들에 대해서는 무한한 신뢰를 표현했다. “70년대에는 10만부 팔리면 많이 팔린다고 했는데, 지금은 소설이 100만부 넘게 팔리는 시대”라며 “작가들이 독자를 끌어가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작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책은 찾아서 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10권이 넘는 대하소설을 집필한 대가의 필력답게 ‘허수아비춤’은 단숨에 책을 읽게끔 하는 힘과 재미가 있다. 그러나 대하소설이 아닌 까닭에 등장인물 숫자가 한정적이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성격이나 하는 일이 뻔히 예상된다. 작가 스스로 “(등장인물인) 허민 교수의 칼럼으로 소설 주제를 너무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흠”이라고 밝힐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데서 느끼는 문학적 재미는 떨어진다. 하지만 ‘돈은 귀신도 부린다.’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등 작가가 인용한 속담처럼 무소불위의 돈 앞에서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허수아비춤’은 전라도 판소리처럼 통쾌함을 안겨준다. 그렇다고 갑자기 영웅이 등장해 모든 모순을 해결하진 않는다. 작가는 “시민의식이 고양되지 않으면 노예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적어도 시민단체 3~5개에 가입해서 후원하라.”고 독려했다. 우리의 경제 자화상을 잘 닦인 거울로 보듯 파헤친 ‘허수아비춤’은 하루하루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소시민의 영혼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싱글 라이프] 찬 바람 불자 초조해진 싱글…내 사랑 어디 있나

    [싱글 라이프] 찬 바람 불자 초조해진 싱글…내 사랑 어디 있나

    흔히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특히 남성들이 기분이 가라앉으며 우울함을 느끼는 시기라는 것. 실제로 가을에는 일조량이 줄어들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다. 결실의 계절,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어서 남녀 할 것 없이 싱글족들은 가을이 되면 더욱 초조해진다. 회사원 김성민(32)씨도 그렇다. 평소에는 “세상의 절반이 싱글이다.”라며 별 생각 없이 생활하다가도 가을만 되면 외로움이 뼛속까지 사무친다. 회사에서 일을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오후만 되면 맥이 풀리고 피로감이 전신을 옥죈다. 별다른 방법이 없어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 보니 주량만 엄청나게 늘었다. 폭음을 한 다음 날은 건너뛰지만 다시 이어지는 폭음과 숙취에 따른 피로감으로 처진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불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하루하루를 술에 의지하고 있다. 김씨는 “가을만 되면 이상하게 우울해지고 술을 많이 마시게 된다.”며 “운동도 해 보고 별별 취미를 다 가져 봤지만 솔로 탈출을 하지 못해서 그런지 매일 친구들을 붙들고 술 마시자고 간청하는 지경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뿐만이 아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싱글들의 마음가짐·몸가짐을 들어 보자. 정현용·백민경·이민영기자 min@seoul.co.kr ●릴레이 소개팅… 짝찾기 삼매경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싱글들이 짝을 찾기 위해 별별 험한 고난도 마다하지 않는다. 회사원 박상희(29·여)씨는 내년이면 서른이다. 요즘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나이 이야기만 한다. 결혼한 친구보다 미혼인 친구들이 더 나이에 집착한다. 애인이 있는 동갑 친구들은 ‘내년엔 꼭 결혼하겠다.’, 애인이 없는 친구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애인을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대화를 채우곤 한다. 박씨도 다르지 않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올해 안에 연애를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찬바람 불면 겨울이잖아요. 겨울 되기 전에 연애를 시작해야 날씨 좋을 때 데이트를 맘껏 할 수 있을 텐데….” 9월이 시작되면서부터 박씨는 친구와 동료들에게 소개팅을 독촉했다. 주말마다 한 명씩 총 4명의 남자를 만났다. 특별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사귈 생각이었던 박씨는 가장 적극적인 남자를 골랐다. 결국 애인을 만드는 데 성공한 박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박씨는 “예전에는 고르고 따졌지만 이제부터는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면 까탈 부리지 않고 만날 생각”이라면서 “연애는 그만하고 내년쯤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이영훈(33)씨도 주말마다 소개팅 자리를 만들어 솔로 탈출을 위한 모험을 감행한다.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소개팅을 주선해 달라고 조르는 것이 민망하기도 하지만 넉넉한 가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혼자 주말에 집안에서 따분하게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진저리가 쳐진다고 했다. 이씨는 “친구들은 솔로로 사는 것이 좋겠다고들 하지만 가을만 되면 마음이 울적해져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며 “남자들에게 가을이란 정말 잔인한 계절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학원강사 김수연(29)씨는 가을로 접어드는 이맘때만 되면 가슴이 쓰리다. 5년간 사귀다 결혼까지 약속한 첫사랑 여자친구와 3년 전 이 무렵 이별을 했기 때문. 몇 달 동안 끊임없는 다툼과 갈등을 겪다 결국 헤어졌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이 남아 있다. 김씨는 “평소 잊고 지내다가도 여름이 지나고 날이 스산해지면 예전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면서 “한번쯤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비슷한 시기만 되면 가을앓이를 하는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전 여자친구는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 만날 수도 없는 상태. 수연씨가 찾아가려고 해도 연락처를 알 길이 없다.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라는 신의 뜻인 것 같기도 하고, 이제는 정말 좋은 사람 만나서 가을을 따뜻하고 밝게 보내고 싶어요.” 직장인 정선경(30·여)씨도 요즘 주말만 되면 소개팅, 맞선 등 애인만들기로 분주하다. 아직 노처녀 소리까지는 듣지 않지만 가을철 날아드는 친구, 동료들의 청첩장을 보면 위기감이 느껴진다. 정씨는 “곧 겨울도 오는데 빨리 남자친구를 만나야 춥지 않게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날씨도 좋고, 단풍도 예쁘게 물드는 요즘 같은 계절에는 정말 솔로인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취미생활하다 보면 외로움은 저만치로 취미생활로 가을을 즐기는 싱글들도 많다. 회사원 김남정(31)씨는 지난봄부터 등산에 푹 빠졌다. 평소 ‘등산은 40~50대나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김씨가 등산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회사 야유회. 지난 3월 회사에서 청계산 야유회 계획이 잡혔을 때까지만 해도 투덜대던 김씨였다. 그러나 5년여 만에 가 본 산에서 김씨는 설명하기 어려운 쾌감을 느꼈다. 김씨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산도 싫어했는데 이젠 180도 바뀌었다.”면서 “서울시내 웬만한 산은 모두 섭렵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씨는 이번 가을부터는 전국 방방곡곡 명산을 탈 예정이다. 그동안 도봉산·북한산·청계산 등지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80㎏을 훌쩍 넘던 몸무게도 70㎏대로 줄어들었다. “본격적으로 등산에 매진할 생각인데, 동호회에 가입할까, 혼자 할까 고민중이에요. 동호회에서 연애도 한다면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겠죠.” 회사원 차용태(30)씨도 “가을이 오면 동호회 회원들과 주말마다 산을 타러 다니기 때문에 외롭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다.”며 오히려 싱글벙글 웃었다. 차씨는 가을철 전국의 산을 유람하는 재미로 시간을 보낸다. 지리산과 속리산, 설악산, 내장산 등 가을에 절정의 경치를 보이는 산을 찾아다니다 보니 가을에는 오히려 즐거움이 배가 됐다. 산행을 하고 나서 친구들과 술잔을 비우며 주말을 보내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휴가를 내 2~3일씩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가을에 취미삼아 즐길 수 있는 일들을 찾아다니면 사는 게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기업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김상훈(35)씨도 가을이 오면 낚시를 다니며 조용한 취미생활을 즐긴다. 여름에는 물놀이다, 해외여행이다 해서 주변이 떠들썩하지만 가을이 되면 들뜬 마음들이 가라앉으면서 오히려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시기가 된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는 가을만 되면 낚시꾼들이 잘 찾지 않는 작은 저수지나 강기슭을 찾아 혼자만의 가을을 만끽한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낚시로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멀리 단풍이 물든 산을 보면서 낚싯줄을 물에 담그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져 무아지경에 빠지는 느낌”이라면서 “아등바등 사는 것도 좋지만 어느 한 계절이라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화광’인 대학원생 이진수(30)씨는 매년 가을만 되면 기분이 들뜬다.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이다. 대학 2학년이던 스물한 살 때부터 영화제가 열릴 때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부산을 찾았다. 영화제 기간 내내 부산에 콕 박혀 영화를 보는 것이 즐거움이다. 지난해부터는 가을이 더 기다려진다. 마찬가지로 영화광인 여자친구와 영화제를 찾기로 해서다. “혼자 가도 물론 즐겁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하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죠.” 프리랜서로 번역일을 하는 최혜은(31·여)씨는 서늘한 바람이 불면 항상 대바늘과 털실을 준비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든 버릇이다. 여고시절 친구들과 함께 목도리를 짜서 두르던 추억을 갖고 있기 때문. 그때부터 김씨는 매년 날씨가 쌀쌀해지면 목도리를 짜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곤 한다. “가을만 되면 ‘올해 유행하는 털실을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요. ‘올해는 누구에게 선물할까’라는 생각도요.” 학생 때처럼 시간이 많지 않아 뜨개질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김씨는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을 적극 활용한다. 손이 워낙 빠른 편이라 하루에 1~2시간만 투자하면 한 달 내에 무리없이 기본 목도리를 뜰 수 있다. 김씨는 “뜨개질이 촌스럽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실용적인 취미다.”라고 말했다. ●혼자일 때 나를 가꾸자… 자기관리 집중 몸 만들기에 바쁜 싱글들도 있다. 잡지기자 3년차인 홍선희(27·여)씨는 시간 날 때마다 한강변을 달린다. 홍씨는 “대개 여름철에 노출이 심해 몸매 관리를 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서늘하고 운동하기 딱 좋은 가을이 체중 감량에 더 맞는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회사 상담원인 이신유(29·여)씨는 요새 보약을 입에 달고 산다. 환절기만 되면 어김없이 걸리는 감기로 매년 고생이 심해 미리 대비하는 것. 기관지가 약한 이씨는 일교차가 심한 봄·가을에 유독 잔병치레가 많았다. 학창시절에는 수학여행까지 포기해야 했고, 지난해엔 열이 떨어지지 않아 입원까지 했다. “올해는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게 목표예요. 혼자일수록 더 자기관리에 신경써야 나중에 내 가족이 생겼을 때 제대로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약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있지요.”
  • 보험금 압류 급증 서민 두번 죽인다

    보험금 압류 급증 서민 두번 죽인다

    “남은 거라곤 몸뚱이 하나와 보험밖에 없는데 실손보험과 암보험 모두 압류됐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합니다.” 부산에서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먹고 사는 김모(53)씨는 지난 8월 중순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진료비로 30만원을 지불했다. 김씨는 병원을 나오자마자 4년 전 들어두었던 실손보험을 통해 진료비를 지급받으려고 했지만 그 보험은 더 이상 김씨의 것이 아니었다. 실손보험은 물론이고 6년 전 가입했던 암보험까지 국세청에 압류돼 있었다. 1991~2000년 직원 20명을 둔 부품업체 사장이었던 김씨는 외환위기 이후 회사가 망하면서 2500만원의 국세를 내지 못했다. 김씨는 “세금을 계속 못내 지금은 3700만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빚을 갚아나가고 있으나 국세는 한꺼번에 내야 돼 평생 못 낼 상황인데 이제 보험금까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고 한숨지었다. 5일 금융감독원이 허태열(한나라당) 국회 정무위원장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4~8월 5개 생명보험사가 법원과 국세청으로부터 압류를 요청받은 보험금은 월 평균 9307억원(1만 5348건)으로 2008회계연도 월 평균 1724억원(3402건)의 5.4배에 달했다. 올 4~8월 업체별 총액은 삼성생명이 4조 500억원(전체의 87%)으로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 2902억원, 알리안츠생명 1253억원, 대한생명 1029억원, ING생명 848억원 순이었다. 보험금 압류 건수와 금액이 올해 대폭 증가한 이유에 대해 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빚을 진 서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부도가 늘고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법원과 국세청에서 압류를 요청한 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법원 판례도 법원과 국세청의 압류 요청을 증가시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6월23일 대법원에서 채권자가 유지되고 있는 채무자의 보험 계약에 대해서도 압류·해지해 채권추심을 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오면서 압류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판결 이후 대부업체나 카드사 등에서 적극적으로 채권추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험금을 압류당하는 이들 대부분이 최저생활자에 가까운 상태로 마지막 희망까지 빼앗긴다는 점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제로 조사해 보면 보험금을 압류당하는 10명 중 9명은 돈이 한 푼도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유지하고 있는 계약, 특히 저축성 보험이 아닌 납입액이 얼마 안 되는 보장성 보험까지 앗아가는 것은 일정부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은 서민들의 최소 생활 유지를 위해 보험금에 대해서는 압류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적 채무관계에는 개입할 수 없더라도 금융기관이 최소한의 생활자를 걸러내는 등 자율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주·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엉성’ 천희, ‘꼴통’ 동아를 만나다(인터뷰)

    ‘엉성’ 천희, ‘꼴통’ 동아를 만나다(인터뷰)

    늦가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배우 이천희를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 잡는 동안, 그는 묵묵히 자신 안에 자리 잡은 ‘꼴통’과 마주보고 있었다. 그렇게 이천희가 아닌, MBC 주말드라마 ‘글로리아’의 꼴통 하동아와 만남이 시작됐다. 천데렐라, 엉성천희 등 예능 수식어를 떼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자리…그곳에 이천희는 없었다. 이천희가 ‘꼴통’ 하동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글로리아’ 첫방송 당시 “집을 불태워 버리겠다. 목 매달고 죽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시청자들의 혼을 쏙 빼놓았던 날건달 하동아. 20년지기 진진(배두나 분)에게도 ‘꼴통’이라 불리는 다혈질 청년 동아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동아는 유리주먹이라 싸움도 잘 못해요. 그냥 맷집이 좋은 거죠. 어린 시절부터 그런 일에는 단련이 돼있거든요. 동아가 폭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다 깨부수고 아주 난장판을 만들어요. 그래서 찍고 나면 손발이 저려요. 촬영할 때는 그동안 동아가 겪었던 일을 아니까 화가 나서 몸을 주체할 수가 없는데 찍고 나면 주변 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동아는 첫 방송 당시부터 폭행 시비에 휘말린 진진의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집주인을 협박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원하는 피해자 커플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피해자 커플은 “빌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동아의 당당한 태도에 주눅이 들었다. 그야말로 세상은 앞 뒤 없는 꼴통 하동아 천하였던 것. 그런 동아에게 두려운 것이 생겼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동아, 감히 바라봐서도 안 되는 명문가 아가씨 윤서(소이현 분)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부터 윤서가 두렵다. ‘얻어맞는 것’ 보다 자신을 위해 돈 집안 가족을 모두 등지고 온몸으로 부딪히는 여자가 백배 천배 더 무섭다는 것. “윤서가 아무것도 모르는 눈빛으로 날 바라봐요. 그럼 울컥 눈물이 나는 거예요. 동아는 절대 그러면 안 되는데, 머리로는 그걸 아는데. 정말 동아라면 윤서가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더욱 냉정히 돌아서야 하는데…그게 안돼요. 울면서 가라고 하면 누가 가겠어요. 나 같아도 안가겠는데.(웃음) 안 울어야지, 안울어야지 하는데 윤서를 마주할 때마다 자꾸 이천희가 튀어 나오는 것 같아요. 동아라면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가 혼자 눈물을 흘리는 게 맞는데….” 이천희는 자신이 완벽한 동아가 될 수 없다고 고백했다. 동아라면 확실히 윤서를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었을 텐데 자꾸 자신이 튀어나온 다며 하소연 했다. 실제로 ‘글로리아’의 동아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가 온힘을 다해 달려드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그 사랑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있었다. 윤서는 10월 2일 방송된 ‘글로리아’ 19회분에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해외로 가자. 이름을 바꾸고 살자. 힘들겠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동아는 현실이 무섭고 두렵다. 이천희에게서 동아의 속마음을 전해 듣는 내내 ‘꼴통이면 꼴통답게 앞뒤 가리지 않고 온몸으로 사랑해야 맞는 게 아닌가?’…뱉지 못할 질문에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실제 상황을 대입해보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재벌가 아가씨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나를 좋아한대요. 믿을 수 없는 일이죠. 건달과 재벌집 딸. 만약 제가 동아라면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멈췄을 거예요. 그게 윤서를 위하는 길이니까요.” 캐릭터에 흠뻑 빠져있는 이천희가 낯설게 느껴졌다. 순간 비누로 무를 씻어내던, 김수로 계모에게 구박받던 ‘천데렐라’ 이천희가 그리워졌다. 앞서 “동아가 아닌 이천희가 자꾸 튀어나와 괴롭다”는 고백이 떠올랐다. 하동아로 온전히 살고픈 이천희는 하루하루가 힘겹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샘솟는 ‘윤서를 받아주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는 욕심과 끊임없이 싸울 테니. 서울신문NTN 전설 기자 legend@seoulntn.com / 사진 = 현성준 기자
  • 박보람 “많이 반성..응원글에 행복” 감사글 남겨

    박보람 “많이 반성..응원글에 행복” 감사글 남겨

    ’슈퍼스타K2’ 박보람이 탈락 후 그동안 응원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글을 남겼다. 박보람은 지난달 24일 방송된 Mnet ‘슈퍼스타K2’ 2차 본선 무대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최근 팬클럽에 “부족한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글을 남겼다. 박보람은 “솔직히 힘들고 속상했는데 많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죄송하다”며 “TOP11은 모두 가족 같은 사람들이었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탈락한 것에 절대로 불만이 없다”고 회상했다. 이어 “남은 후보자들에게 욕보다는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뒤 “응원글을 보면서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박보람은 과거 자신과 친구들의 미니홈피를 통해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음주를 즐기고 욕설을 하는 사진이 포착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진 = 엠넷 ‘슈퍼스타K2’ 화면캡처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 ▶ 이사강 감독 "여배우보다 예쁜? 과찬이세요"▶ 믹키유천, 물에 젖은 박민영 품에 안고 ‘꺅’▶ 소녀시대, 재킷사진 변천사…’롤러걸부터 순수핑크’▶ ’슈퍼스타K 2’ 장재인, 성형의혹 몰라카메라 ‘딱 걸렸네’▶ ’슈퍼스타k2’ 김지수-김은비 탈락…존박, 슈퍼세이브 합격
  • 걸스데이 민아, ‘원더우먼’ 합류 “도전하는 즐거움”

    걸스데이 민아, ‘원더우먼’ 합류 “도전하는 즐거움”

    걸스데이의 민아(방민아.17)가 MBC ‘여자가 세상을 바꾼다-원더우먼’에 제5의 멤버로 합류했다. 민아는 1일 오후 6시 50분 방송되는 16회부터 원더우먼 멤버에 전격 합류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원더우먼 기존 멤버로는 홍은희 홍지민 현영 유채영이 있다. 민아는 지난 7월 9일 데뷔곡 ‘갸우뚱’으로 데뷔한 5인조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로 청춘버라이어티 ‘꽃다발’ 등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어 ‘원더우먼’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민아는 “데뷔 후 하루하루 음악과 예능 등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즐거움이 크다”며 “나이는 어리지만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하고 즐길 줄 아는 민아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민아가 속한 5인조 걸그룹 걸스데이는 오는 10월 중으로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 =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 ▶ 여자도 서서 볼일 보는 화장실 등장▶ 산다라박, 유희열에 상처 받은 사연은?▶ 실, 하이디클룸과 전라 노출로 뮤비찍어 ‘충격’▶ 정가은, 블랙 시스루룩 ‘섹시’…"역시 8등신 송혜교"▶ ’김태희 도플갱어’ 김다은, 스타킹 출연…"대역모델"
  • [모닝 토크] ‘제2창업’ 나선 정식품 김성수 대표

    [모닝 토크] ‘제2창업’ 나선 정식품 김성수 대표

    “얼마 전 프로야구 양준혁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다른 거창한 타이틀보다도 1루에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야구를 하면서 그야말로 ‘도인’이 다 된 듯합니다. ‘제2의 창업’에 나선 우리 정식품에도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27일 서울 회현동 정식품 본사에서 만난 김성수 대표이사는 요즘 회사가 사활을 걸고 ‘올인’하고 있는 중국법인(베이징) 설립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건강을 위해 하루 2~3개씩 베지밀을 챙겨 마신다는 김 사장의 얼굴에는 두유의 본고장인 중국에 베지밀을 본격 수출한다는 자신감도 읽혔다. 1973년 설립된 정식품은 ‘국민두유’로 자리매김한 베지밀을 생산하는 ‘강소기업’이지만, 그동안 베지밀의 성공에 안주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에 최근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본사 사옥을 창업주인 정재원 명예회장이 1969년 베지밀을 처음 개발했던 회현동 터로 옮겼다. 여기에 ▲유아용 이유식 개발 ▲두유와 과즙을 혼합한 컨버전스 음료 출시 ▲여성용 음료 개발 등 신규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976년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 김성수는 ‘국가 산업 발전에 1등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은 식품용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경험도 없는 20대 젊은이가 단박에 성공할 만큼 세상이 그리 만만하던가. 서울 반포의 아파트 가격이 500만원가량 하던 시절에 그는 부모로부터 2000만원을 빌려 투자했다가 혹독한 ‘수업료’를 치르고 철수하고 말았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는 김 사장은 “그렇지만 당시의 실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즈음 한창 베지밀 영업망을 넓혀가던 2세 경영인 정성수 정식품 부사장(현 회장)이 그의 실패 경험을 높이 사면서 경력직원으로 채용했던 것. 김 사장은 1979년 정식품 입사 후 지금까지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생활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영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발품’을 조금이라도 더 팔기 위해서란다. 덕분에 그는 2004년부터 10년 가까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하고 있다. 김 사장은 “양준혁을 생각할 때마다 영업 일선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던 지난날이 떠올라 더욱 특별한 느낌”이라고 했다. ‘성공한 기업인’이라 할 수 있는 김 사장이지만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두유 하나만큼은 정식품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아직까지 베지밀 말고는 기억할 만한 히트상품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정식품을 베지밀로만 기억되지 않는 종합식품회사로 탈바꿈시키고 싶다.”면서 “회사생활의 기본에 충실할 수 있는 성실한 젊은이들이 우리 회사에 많이 도전했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업소당 1~2명 중독 빚 독촉에 자살까지”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A(21·여)씨는 “강남 일대 업소당 아가씨 1~2명은 프로포폴 중독자”라며 “이들은 프로포폴 과다투여로 자는 동안 죽거나 빚 독촉에 시달리다 자살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지난해 초부터 업소 동료 소개로 논현동 J산부인과에서 프로포폴을 맞아왔다. 그는 “병원에 가니 대부분 업소 아가씨들이나 연예인들이 맞고 있었다.”면서 “20~30명씩 대기하는 건 기본”이라고 전했다.A씨는 3년간 업소에서 일하며 모은 1억여원을 프로포폴 투약에 탕진했다. 사채로 쓴 돈도 2억여원에 달한다. 2차(성매매)로 번 돈으로 매일 이자를 갚지만 벅차다. 그는 “빚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애들을 봐왔지만 내가 그 상황에 처하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하루하루 죽을 날을 받아놓고 사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네다섯 번 맞으니까 도저히 끊을 수 없었다.”면서 “다른 마약류보다 프로포폴의 중독성이 훨씬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40분) 일본의 옛 수도로서 1000년의 시간을 보내온 교토는 일상에 지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라고들 말한다. 이름만 들어도 매혹적인 ‘철학의 길’을 따라 걸으며,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그랬던 것처럼 사색에 빠져보기도 하고, 돌의 정원으로 유명한 용안사와 운치 있는 정원 시센도를 돌며 교토의 정취를 느긋하게 즐겨본다. ●결혼해주세요(KBS2 토요일 오후 7시55분) 갑작스러운 경주의 방문에 연호는 어리둥절하고, 경주와 경훈이 함께 있던 장면을 떠올린다. 경훈에게 누구냐고 따지지만 경훈은 애매한 대답을 하며 연호의 질문을 회피한다. 한편 직업을 바꾸지 않는 강호에게 화가 난 인선은 종대에게 전화해 따지지만 종대는 강호와 다혜를 자신이 데리고 살겠다고 선언한다.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오후 10시25분) 한국 폴리텍대학은 전국에 35개의 캠퍼스를 둔 기능인력 양성 전문 교육기관이다. 그 중 폴리텍Ⅶ대학 동부산캠퍼스를 찾아가 본다. 1년 과정인 이 대학은 총 325명의 다양한 연령대의 재학생들은 자격증을 따서 취업을 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일요 드라마 극장 ‘나야, 할머니’(MBC 일요일 오후 11시45분) 노래방 도우미인 이모와 함께 사는 중학생 은하는 이모의 비참한 현실이 자신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하루하루가 악몽이다. 학교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걷어가는 각종 납입금 마련에 고민하던 은하는 독거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손녀인 양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피싱에 대해 알게 되는데…. ●잘먹고 잘사는 법(SBS 토요일 오전 9시45분) 중국 미녀 손요의 고향방문기 추석특집 2탄이 방송된다. 살아있는 번데기, 전갈, 돼지혀 등 없는 게 없는 중국의 아침 재래시장을 찾아가본다. 영양과 맛을 동시에 살리며,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아침밥상, 정은주 주부표 해물채소볶음밥. 정은주 주부만의 후다닥 아침밥상 비법과 특별한 아침밥상 사연까지 만나본다. ●이야기가 있는 무대(EBS 일요일 오후 10시10분) 창단 15주년을 맞이한 서울발레시어터가 창단기념 공연을 위해 연습하는 과정과 그들이 갖고 있는 춤에 관한 열정을 들어본다. 날씨 때문에 공연 자체가 불가능하리라 믿었던 무대를 가능케 만드는 그들의 꿈과 열정을 고스란히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돌아온 판관 포청천(OBS 토요일 오후 10시20분) 전청의 부친이 남긴 관아 공문을 통해 장충의 죄가 확실해지자 포청천은 즉각 체포하기로 한다. 전청은 아버지가 남긴 것이라며 지도를 한 장 보이는데 그것은 100년도 더 된 고지도다. 그때 옆에 있던 완아는 놀라며 지도에 있는 문양이 시씨 집안의 인장이라고 말하고, 다른 의원을 불러 치료법을 전수하기로 한다.
  • [사설] 여야 추석민심 제대로 듣고 반영하라

    어느 때보다 긴 추석연휴가 시작됐다. 흥겨워야 할 한가위 연휴이지만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폭염에 가을장마, 태풍 등으로 작황이 나빠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민 장바구니 물가는 살인적 수준이다. 수출 호조로 일부 대기업이 혜택을 보고 있다지만 서민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푸념 소리가 높다. 어려운 이웃들과 정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같은 민심은 정쟁에 매달려 민생경제를 외면해 온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야는 올해만큼은 추석민심을 제대로 듣고 각종 정책에 반영해 실질적인 서민생활 개선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지금 생활고에 지친 시민들은 정치인들의 민생현장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가슴으로 민심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낮은 자세로 민심을 들어야 한다. 2012년 총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민생현장의 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말고 겸허하게 들어 당의 정책과 정기국회 법안, 그리고 예산에 즉각 반영해야 한다. 여야는 모두 추석연휴 귀향활동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 심의 때 서민을 위한 예산을 증액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은 무상보육 확대 등 역대 최대 규모의 복지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점을 집중 홍보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대학등록금 반값 실현, 서민들의 의료비 경감, 무상급식 확대 등에 대한 재정지원에 주력할 것임을 밝힐 계획이다. 여야의 주장은 나름대로 모두 의미가 있다. 문제는 실천력이다. 입안된 정책은 실행되지 않으면 결국에는 구두선에 그치고 만다.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정치권의 행동이 긴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권의 추석민심 듣기가 결코 의례적이어서는 안 된다. 청취한 민심은 지체없이 정책에 반영해 서민생활 개선과 연결돼야 한다. 특히 살인적 장바구니 물가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정부가 비축물량 방출 등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힘든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버겁다. 추석연휴가 끝나면 김황식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 정치일정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이를 핑계로 추석민심을 내팽개쳐 버리면 안 된다. 여야 정치권의 실질적인 분발을 기대한다.
  • [시론]통일을 준비하는 ‘촛불’을 켜자/안영모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시론]통일을 준비하는 ‘촛불’을 켜자/안영모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아주 특별한 촛불을 켜자. 자유와 생명의 촛불, 병마와 배 곯음에서 벗어나는 촛불을 켜자. 이건 자유를 만끽하는 행복한 이들의 반정부 촛불이 아니다. ‘어린 소녀들의 죽음’을 핑계 댄 반미의 촛불시위도, 미국 쇠고기 광우병 규탄하러 유모차 끌고 광화문을 메운 그런 촛불시위도 아니다. 4대강 사업 반대 피켓 들고 나선 신부-수녀들의 정권규탄 촛불행진은 더더욱 아니다. 21세기 대명천지에서 도대체 존재할 수 없는 무자비한 속박, 헐벗음과 배 곯음의 생지옥에서 하루하루 생명을 부지하는 2500만 북한 동포를 구해내기 위한 ‘구원의 촛불’이요, ‘생명의 촛불’을 말함이다. 넉넉지는 않아도 하루 세 끼 배 곯지 않게 사는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이 창가에 켜 두고 북녘을 생각해야 할, 그리하여 매일매일 우리의 행복에 감사하고 형제의 불행을 기억하는 그런 촛불인 것이다. 그 촛불의 궁극 목표는 독재의 땅을 자유의 천지로 확대하는 ‘통일’이다. 통일이 되지 않고는 북녘의 동포를 온전히 해방시킬 재간이 없다. 쌀과 시멘트 몇 십만 톤을 보내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독재냐 자유냐, 억압이냐 해방이냐 양단간에 결판을 내야 북녘의 주민들을 확실하게 살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통일세를 거두면 어떨까 제안했다. 그런데 험담이 터져 나왔다. 북 정권 쓰러뜨려 흡수통일하자는 것이냐, 남북 긴장 더해 전쟁하자는 얘기냐…. 의심이란 의심들이 몽땅 얼굴을 내민다. 북녘 동포를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 통일세 걷어들이면 결국 서민들만 쪼들릴 터이니 가슴이 철렁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좀 색다른 제안을 하고 싶다. 큰 부담 없이 통일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의 가정마다 ‘통일 촛불’을 준비하자. 1개의 촛불 값을 1000원으로 해도 좋고, 넉넉한 이는 1만원을 내도 좋을 것이다. 2000만 가정마다 그리고 관공서, 기업, 학교, 상점, 방방곡곡에 통일 촛불을 장만하고 통일 촛대를 세운다면 제법 많은 씨돈(시드머니)을 모금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사적 당위성과 민족 최대의 숙원인 ‘통일사업’을 언론-공익-시민단체나 훌륭한 독지가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나는 청와대 창가에 통일 촛불을 당장 켤 것을 제의한다. 대통령 집무실에 장식된 통일 촛불은 통일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내외에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성하의 녹음 우거지고 설한에 눈 덮인 청와대 상춘재에 비친 통일 촛불의 정경을 상상해 보라. 통일을 위해선 누구보다 대한민국 최고 통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1981년 워싱턴 특파원으로 취재할 때, 미국의 ‘새로운 출발’을 내걸고 백악관에 진주한 로널드 레이건의 대소(對蘇)외교전략을 면밀히 지켜볼 수 있었다.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한 뒤, 레이건은 이렇게 말했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이제 마르크스·레닌주의 또한 역사의 잿더미 위에 던져 버릴 것입니다. 우리의 이런 투쟁에 있어 궁극적인 결정 인자는 폭탄이나 로켓이 아닌 우리의 의지와 신념입니다.” 헤이그 국무장관 같은 비둘기파의 반대마저 물리치고, 마치 마법사의 주술처럼 소련의 몰락을 반복해서 외쳐댔다. 1989년 11월9일, 드디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레이건의 ‘십자군 대장정’은 대단원을 맺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그래야 한다. 정상회담이나 열어 김정일과 포옹하고 나란히 기념사진 찍는 데만 목을 매는 몰역사적-정략적 욕망에만 사로잡혀선 안 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총동원해 북한 공산주의를 단연코 거부하는 외교-군사-홍보전의 전사가 돼야 한다. 이 중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홍보전이다. 줄기차게 북한 체제의 몰락을 압박하는 자유의 메시지를 날려야 한다. 용기 있는 대통령만이 통일을 이룩한 위대한 지도자로 기록될 수 있다. 한 자루의 통일 촛불을 밝히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할 고귀한 몫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