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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사회 질병’ 암·이혼·성폭행 등 콕콕 찌르듯 다뤄

    “그놈의 육포, 누가 맛있어서 씹는 줄 아니? 미워서, 지긋지긋하게 미워서 씹는다. 외로워서라고, 사람이 그리워서 씹는 거라고. 육포를 씹으면 사람냄새가 난다고 이년아.”(136쪽) 육포 사업을 하다가 망한 아버지는 광우병 파동 끝에 육포 공장에 목을 매달아 죽었고, 반지하 월세방으로 내려앉아 생활고에 떠밀린 엄마는 노래방 도우미를 나간다. 늘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한밤에 들어오는 엄마는 지긋지긋한 육포를 싸서 온다. 대형마트 식품 직원과 계산대 직원으로 만나 결혼한 아빠와 엄마의 데이트는 늦은 밤 근처 공원 벤치에서 캔맥주, 육포와 함께였다. 젊은 여자는 젊은 남자 앞에서 육포를 우적우적 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지만, 젊은 남자는 “씹어 봐요. 그저 입에 넣고 무심히 씹기만 하면 점점 단맛이 나거든요. 그러다 보면 나중엔 육포 중독자가 될 걸요.”라고 했단다. 박향의 소설집 ‘즐거운 게임’(산지니 펴냄)에 나오는 단편 ‘육포 냄새’다. 인생이 육포처럼 그저 꼭꼭 씹기만 하면 점점 단맛이 나면 좋으련만, 인생은 발 딛는 곳마다 지뢰밭이고 날마다 교통사고가 나는 곳이다. 고등학생인 나는 자살을 꿈꾸고, 엄마는 33평 아파트의 중산층에서 곤두박질쳤다. 엄마의 노래방 손님이 떨어뜨리고 간 휴대전화에서는 “내가 죽어서 당신 가슴에 평생 죄책감을 심어주겠다.”는 여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흔히 자살자를 독하다고 하지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독한 마음이 ‘우리’에게 있어 살 수 있는 것 같다. 압착 프레스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리꽂는 세상에서 맨정신으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 표제작 ‘즐거운 게임’은 더 가관이다. 파출부인 나는 민숙씨네 집에 일을 나간다. 민숙씨와 그녀의 남편은 각각 바람을 피운다. 그리고 스티커 사진이나 연애편지 등 바람의 흔적들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다. ‘나’의 남편과 비슷했다. 남편의 바람을 감지하고 추락하던 느낌을 받았던 ‘나’는 남편이 취중 운전을 하다가 먼저 죽어버려 더 잃을 것도 없었다. 그런 ‘나’를 두고 딸은 “죽은 남편 때문에 인생 전부를 지옥으로 만들지는 않는다구. 난 지금 즐거워.”라며 발악을 한다. 생계를 위해 때밀이로 나선 ‘나’의 앞에 남편의 애인 박윤서가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다. 박윤서에게 ‘나’는 나름대로 복수를 한 뒤 가사 도우미로 나섰다. 그리고 ‘나’는 민숙씨의 빈집에서 거품 목욕을 즐기고 옷장을 뒤져 ‘야사시’한 슬립으로 갈아입고 나서 침대에 누워 있다. 읽는 내내 민숙씨나 그의 남편이 벌컥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쩌나 조마조마한데, ‘나’는 한 술 더 뜬다. 내 몸이 내뿜는 열기에 과열된 전열기처럼 타오르기 전에 남자가 나를 발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1994년 등단한 19년차 소설가 박향의 단편소설들은 현대사회의 질병인 암, 불륜, 자폐증 소녀에 대한 성폭행, 이혼 등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른다. 박향의 소설 속의 가족은 더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해체돼 너덜거리는 가족 관계에서 홀로 상실과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심한 상실을 겪더라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는가? 하고 작가는 묻고 있다. 암 선고를 받고 절망하는 남편 앞에 정자은행을 통해 임신한 아내의 모습이 그렇고, 애인과 헤어졌으나 아이를 낳기로 한 여자나, 새엄마를 건사하느라 노처녀로 늙어가는 학교 체육선생이 떠나간 애인의 아내에게 희망의 빵을 건네는 모습이 그러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강남스타일’ 싸이, 이젠 ‘뽀통령’ 자리도 넘본다?

    ‘강남스타일’ 싸이, 이젠 ‘뽀통령’ 자리도 넘본다?

    ’강남스타일’로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싸이가 이젠 전세계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를 위협할 기세다. 미국 뉴욕데일리뉴스가 지난 4일(현지시간) ‘강남스타일’이 우는 아이들도 멈추게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매체는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 중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며 아기를 달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 2편을 소개했다. 동영상에는 떼를 쓰며 우는 아기에게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여주자 미소를 지으며 울음을 멈추다는 내용이 생생히 촬영돼 있다. 동영상 게시자인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에 사는 브라이언 보우먼은 “‘강남스타일’이 아기 울음을 그치게 하는데 특효” 라면서 “노래를 끄면 울고 켜면 다시 웃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을 넘어 심지어 밥을 안먹고 떼쓰는 아기에게도 ‘강남스타일’이 효과가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영국 런던에 사는 앤드류 사이는 “10달 된 아들에게 하루하루 밥 먹이는 것이 고욕으로 한끼 먹이는데 1시간은 족히 걸렸다.” 면서 “‘강남스타일’을 보여주며 밥을 주면 8분 만에 다 먹는다.”며 웃었다. 이어 “아마도 ‘강남스타일’의 화려한 조명과 색감, 댄스 비트가 아이의 관심을 끄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싸이는 4일 밤 서울 광장에서 열린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 에 무려 8만 명의 시민들을 끌어 모아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인터넷뉴스팀
  • [꺼져가는 용산의 꿈] (상) 연내 지급비용 1305억인데 시행사 잔고 350억뿐

    [꺼져가는 용산의 꿈] (상) 연내 지급비용 1305억인데 시행사 잔고 350억뿐

    단군 이래 최대 규모(31조원)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8월 24일 아파트 입주권과 이주비 등을 빼고도 1조원이 넘는 추가 보상을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두 달도 안 돼 공사비는 물론 지방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악성 프로젝트로 전락했다. 하지만 주주들이 개발 및 자본 조달 방식을 놓고 힘겨루기에 돌입하면서 이사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4일 코레일 및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가 올해 안에 지급해야 하는 공사 대금 및 이자 비용, 세금 등은 1305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하루 4억원에 달하는 대출금 이자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드림허브의 통장 잔고는 35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71억원의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해 이미 토지오염 정화 공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이달 안에 해외 설계업체에 106억원의 설계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더욱이 국내 설계업체에 줘야 할 496억원의 설계비는 아직 한 푼도 지급하지 못했다. 드림허브는 2일이 납부 기한인 개발 부지에 대한 재산세 등 137억원도 자금 압박으로 60억원만 납부한 상태다. 특히 오는 12월 중순에는 토지대금 납부를 위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한 이자 14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개발 부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136억원도 12월 17일에 추가로 납입해야 한다. 현재 70억원 수준인 영업 및 운영비 미지급액도 하루하루 늘어 가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관계자는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이 성사되지 않으면 용산 사업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리면서 개발 지역에 포함된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개발 소식에 빚을 얻어서 이사 온 사람들은 물론 원주민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서부이촌동 2200여 가구 중 절반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그 금액만 4000여억원으로 가구당 3억 5000여만원에 달한다. 서부이촌동 주민 A씨는 “지난 5년간 대부분의 주민이 ‘하우스 푸어’가 됐고, 빚을 견디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집만 30가구가 넘는다.”고 털어놓았다. 주민들도 갈래갈래 찢어졌다. 이는 지난 8월 용산 개발을 위한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대표이사 회장 박해춘)이 1조원이 넘는 추가보상 계획 등이 포함된 보상안을 확정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재원 마련도 불투명한 보상안을 확정, 주민들의 갈등만 부채질한 꼴이다. 여기에 더해 드림허브의 1, 2대 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개발 방식과 재원 조달 방법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다. 코레일은 자금 부담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감안, 증자와 순차적 개발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자신들의 지분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증자에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이승훈 두메산골]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이승훈 두메산골]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진 채 일자리가 늘지 않는 탓에 서민 생계는 점차 고달퍼져만 간다. 그런데도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경제민주화다.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공약도 예외가 아니다. 하루하루 민생은 어렵기만 한데 선거철 관심은 기이하게도 경제 살리기를 제쳐놓고 경제민주화에만 쏠리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는 심각한 국부의 손상을 입었다. 유로존 위기에 휘말린 유럽도 마찬가지다. 손상 정도가 너무 커 회복은커녕 아직 그 기미조차 안 보인다. 이들 지역의 수입 수요가 눈에 띄게 줄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률도 주춤거리고 우리 경제에도 타격이 커 수출이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급기야 지난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았다. 세계 수입시장의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이 지갑을 닫으면 각국의 기업들은 살아남기 경쟁에 내몰린다. 자국의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에 처하자 한국 자동차 수입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프랑스 정부처럼 각국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무역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다. 글로벌 수요가 도처에서 위축되는 와중에서 한국 기업들은 수출 판로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여야의 경제민주화 공약 가운데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이 재벌개혁이다. 총수가 1~2%의 투자지분만으로 50~60%의 의결권을 장악하는 지배구조를 더 이상 보고만 있지 말자는 것이다. 가장 급진적 공약은 순환출자 금지와 금산분리를 요구한다. 그 안대로 되면 재벌체제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해체를 피하려면 그룹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단일 초대기업으로 합병하면 되는데, 이 경우 총수의 의결권은 투자지분인 1~2%로 위축되고 만다. 그러므로 총수의 관심은 해외시장에서 살아남기보다 경영권 방어를 앞세울 수밖에 없다. 표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재벌 개혁에 전과 달리 나서는 것을 보면 국민의 반재벌정서가 강해지기는 강해졌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경제개발 역정에서 선두주자로 활약해 오면서 국내 산업을 일으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재벌의 성과를 부정하면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한정된 자원을 선별된 몇몇 기업들에만 집중적으로 지원해온 경제개발 정책이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를 강조하면 오늘의 풍요를 창조한 재벌이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만, 비판적 집단은 후자를 근거로 재벌의 공에 비해 포상이 과다하다고 주장한다. 국가 지원만 충분했다면 누가 했어도 삼성이나 현대 등과 같은 재벌 그룹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아니다. 경제개발이 국가지원만으로 된다면 이미 많은 개도국들이 산업화에 성공했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재벌 창업자들이 한국에서 성취한 경제적 성과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산업화 세대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반면에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개발시대의 어려웠던 과거보다는 현재의 문제점이 더 잘 보인다. 수시로 불거지는 비자금 파동과 일감 몰아주기의 빼돌림이 꼬리를 무는 속에서 반재벌 정서가 가라앉겠는가? 급기야 우리 경제를 둘러싼 주변여건이 총체적으로 매우 어려운데도 선거철 민심마저 경제살리기보다 경제민주화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재벌개혁을 앞세우는 최근의 정치현상은 그동안 완화되지 않던 반재벌 정서가 한 단계 더 강화되었음을 뜻한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강제적으로 재벌 해체를 단행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글로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재벌기업을 흔들면 경제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보다는 징벌적 배상과 집단소송의 제도를 도입하여 재벌기업 일반주주들의 자기방어권을 강화해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재벌에 감당하기 어려운 소송이 뒤따른다면 총수 스스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행동과 조직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동안에도 재벌개혁 이야기만 나오면 ‘어려운 경제 현황’을 내세워 입막음해 왔지만 현재 경제는 정말로 어렵다.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열린세상] ‘묻지마 범죄’와 사회보장제도의 갈 길/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묻지마 범죄’와 사회보장제도의 갈 길/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산업혁명으로 양산되던 도시근로자들의 사회적 위험 대처 차원에서 19세기 말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도입한 사회보장제도가 복지국가라는 이름으로 국가별 특성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우리 역시 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의 순서로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해 실직, 작업장에서의 부상, 질병, 은퇴 이후의 소득공백 등에 대비하고 있다. 여기에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매우 낮은 계층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의료급여를 통해 최소한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외형적으로는 다 갖춘 것 같은 우리 사회의 내면을 보면 제도 운영에 있어 허점이 적지 않다. 정책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처럼 소득보장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회보험에서 더욱 그렇다. 불안정한 고용으로 인한 잦은 이직, 이로 인한 불규칙한 소득 발생 및 낮은 소득수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과 낮은 접근성으로 인해 취약계층의 사회보장제도 적용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재기의 발판 마련 차원에서 사회보장제도가 도입되었다는 사회보장의 존재 이유를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 운영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힘만으로도 잘살 수 있는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사회보장제도에 모두 포함돼 있는 반면에, 사회적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정작 사회보장제도가 절실한 취약계층 상당수가 오히려 사회보장제도의 적용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장제도뿐 아니라 민간보험을 통해서도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 고소득층과 소득이 아주 낮아 국가로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양 극단 사이에는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버거워 삶에 대한 희망이 없이 사회보험 가입 자체를 포기하는 집단이 많다. 이처럼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이상 사회보장을 좀 더 견고히 하면서도 내실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저소득 근로자 대상의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인 ‘두루누리 사회보험’과 같은 취약계층 대상의 정부 지원사업이 좀 더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사업들의 활성화를 통해 사회보장 양극화의 최소화 및 희망의 홀씨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척이나 더웠던 지난여름에는 강력한 태풍까지 한반도 주변을 휩쓸고 가면서 농민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최근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묻지마 범죄’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묻지마 범죄’가 남기는 상흔은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과 달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태풍보다 더 깊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우리 사회에 남기고 있다. ‘묻지마 범죄’ 발생 원인으로 여러 이유가 제시되고 있으나, 여러 이유들 중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전도양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앞길을 망쳐 가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해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차제에 사회보장제도가 본래의 목적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모두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긴 인생이라는 항로에서 본인의 노력만으로 문제해결이 어려울 때 재기의 발판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희망이 살아 있어 사회의 역동성 확보가 가능하고, 덤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있는 ‘묻지마 범죄’도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다른 집단에 비해 작다고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지금 터지지 않지만 언젠가는 엄청나게 커다란 충격을 우리사회에 던질 시한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로 주변 상황을 돌아보며 이를 치유할 바람직한 사회보장제도 발전방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사회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역사는 돌고 돈다. 멀리는 프랑스의 대혁명, 가까이는 동학혁명의 출발점이 무엇이었던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 동물원 야생동물 수의사의 ‘희로애락’

    동물원 야생동물 수의사의 ‘희로애락’

    수의사. 요즘 이런저런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들이 늘고 있는 데다 반려동물이라고까지 격상되는 추세여서 각광받는 직업으로 꼽힌다. 그런데 수의사 중에서도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이들도 있다. 바로 동물원의 야생동물들을 책임지는 수의사들이다. 12~13일 오후 10시 50분 방영되는 EBS ‘극한직업’은 바로 이들 ‘야생동물 수의사’ 편을 방영한다. 야생동물 수의사들의 하루하루는 급박하다. 말로 호소할 수도 없고, 달랠 수도 없는 동물이니 늘 출동대기 상태다. 말에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말발굽 깎아 주기도 곤혹스럽거니와 구제역 예방접종을 위해 동물을 하나하나 붙잡아 주사를 놔 주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동물들이 크게 다쳤다는 것은 영역 다툼 등으로 인해 대개 크게 싸웠다는 의미다. 이때 동물들은 극도로 흥분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성질이 있는 대로 난 거대한 코끼리가 발길질을 해 대는 상황에서도 수의사는 뛰어들어야 한다. 늘 이런 위기만 있는 건 아니다. 가슴 졸이기는 하지만 행복한 위기도 있다. 어렵게 임신해 겨우 출산에 성공한 침팬지. 그런데 어미에게서 젖이 나오지 않는다. 모성 본능 때문에 극도로 날카로워진 어미에게서 새끼를 떼어내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도 벌어진다. 이런 동물들을 보살피는 데는 만만찮은 기술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일반 종합병원 이상의 기술과 장비가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정기 건강검진은 물론 초음파검사, 혈액검사, 치아검사 등 사람이 받는 검진과 치료는 동물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또 다른 어려움은 동물원마다 이런저런 구색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동물을 들여놓는 데 있다. 그런데 종은 다양하지만 개체수는 적다. 축적된 정보나 기술의 양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수백 종의 동물을 다스린다는 것은 끊임없는 고민과 숱한 실패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성껏 돌보면서 자식처럼 키웠던 동물의 죽음도 자기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생명’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야생동물 수의사들을 만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프리뷰]’광해’ 이병헌이 전하는 진정한 왕이란?

    [프리뷰]’광해’ 이병헌이 전하는 진정한 왕이란?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다. 수많은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을 배려하고 보살필 줄 아는 지도자를 갈망한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왕의 대역이 된 광대를 통한 정치적 메타포가 짙은 작품이다. 영화는 조선 15대 왕으로 16년간의 짧은 재위기간 동안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된 왕 ‘광해’와 15일간 독살 위기에 놓은 광해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한 천민 ‘하선’을 통해 타인이 기록한 광해의 또 다른 면을 그린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그저 왕을 조롱하는 광대노릇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하선이 왕의 꼭두각시에서 진짜 왕이 되어가는 변화의 과정에 있다. 왕의 말투와 걸음걸이,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사소한 일상부터 국정 업무에 이르기까지 생전 처음 접하는 왕의 법도와 하선 특유의 인간미와 소탈함은 관객들에게 의외의 웃음 포인트를 선사한다. 그리고 왕 광해와 달리 정치를 알지 못하지만 사람과 백성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아는 하선의 모습에서 절대 넘볼 수 없는 왕의 모습이 비칠 때, 조선시대와 현 대한민국의 모습은 서서히 오버랩 되기 시작한다. 무릇 지도자란 엘리트 정치교육 코스를 밟은 사람이 아닌 진정으로 만민의 입장에서, 만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라는 너무나 당연한 진실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병헌이라는 믿음직한 배우의 1인 2역 역시 포인트다. 영화 전반 분량으로 보면 광해와 하선의 분량은 2대 8 정도로 하선이 월등이 앞선다. 때문에 평소 관객에게 익숙한 묵직한 배우 이병헌이 아닌 인간미 넘치는 순수한 캐릭터의 이병헌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관객에게 또 다른 신선함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다만 점차 왕의 목소리를 내는 하선에게서 천민 이상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과 최근 사극영화의 트렌드이기도 한 화려한 미장센이 이병헌이라는 배우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점 등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광해’는 과거를 빗대 이 시대가 원하는 이상적인 정치, 만민이 원하는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13일 개봉.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성범죄 잠재적 피해·가해자 가출 청소년들…24시 들여다보니

    성범죄 잠재적 피해·가해자 가출 청소년들…24시 들여다보니

    성범죄 피해 문제는 가정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가출·학업중단 등 ‘벼랑 끝 청소년’도 똑같이 부딪치는 문제다. 차이점이라면 벼랑 끝에 선 청소년들이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가정여건 등의 위기요인으로 조화로운 성장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이른바 ‘위기 청소년’이 2010년 기준 전체 청소년의 17%인 87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위기 청소년의 대표격인 10대 가출 청소년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여러 번 손목도 그어 보고 술도 마시고 아파트 옥상에도 올라가 봤어요…. 죽으려고요.” 1년 전 처음으로 가출했다는 김모(17)양의 넋두리다. 초등학교 때부터 술만 마시면 기분이 안 좋은지 아무 이유 없이 자기를 손찌검하는 아버지가 싫어서였다. 하지만 4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새어머니 지갑에서 훔친 3만 5000원으로 시내를 쏘다니고 찜질방에서 시간을 보냈는데도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배 고픈 것을 참을 수 없어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후 일주일 단위의 가출은 7~8차례나 계속됐다. 김양은 지난 5월 다시 집을 나왔다. 이번엔 4개월째다. 다니던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는 “아마 잘렸을 거예요.”라고 했다. “처음에는 집을 벗어나니까 좋았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 있을 곳도 없고 뭐 하나를 하더라도 항상 돈이 필요한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남자 만나고 술 마시고 여관 가서 잠도 자고 그러는 거죠.” 김양은 정오쯤 일어나 PC방을 찾는다고 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하루하루 숙식을 해결해 줄 ‘스폰서’를 찾기 위해서다. “노래방이나 모텔 같은 데서 한번 자주면 한 3만원쯤 받는데 어떤 사람은 별도로 용돈도 줘요. 잘 곳도 생기고….” 이날도 채팅을 통해 스폰서 아저씨가 정해졌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날엔 전에 벌어놓은 돈으로 찜질방을 향한다. 김양은 “변태 같은 아저씨들 때문에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친절한 편”이라며 “공원에서 노숙을 하더라도 집에 가는 것보다는 밖이 낫다.”고 말했다. #박모(17)군은 가출 횟수만 20회가 넘는다. 이혼한 부모님과 떨어져 조부모 밑에서 지내던 박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를 따라 무작정 집을 나섰다. 그렇게 시작한 가출은 습관이 됐다. “그냥 집이 답답해서 나왔어요. 엄마 아빠랑 연락되는 사람은 없어요.” 박군은 가출 청소년을 위한 단기 쉼터에도 있어 봤지만 답답해서 나왔다. “집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왔죠. 잠은 아파트 계단이나 공원 등지에서 잤어요.” 대형마트 시식 코너에서 허기를 채우거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등을 훔쳐 먹었다. 오토바이를 훔치다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박군은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가출팸’(함께 모여 지내는 가출 청소년 집단)과 공원 등지를 돌아다니며 오전을 보낸다. 이달 말 오토바이 절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 그는 재판이 ‘무서워서’ 다시 집을 나왔다고 했다. 오후에는 춘천의 한 편의점에서 시급 450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돈은 6명의 가출팸 중 가장 나이 많은 ‘방장’이 관리하는데 각자 회비처럼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여관이나 모텔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애들 보면 대부분 앵벌이 뛰거나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요. 뭐 급하면 집에 가서 돈 훔쳐서 다시 나오는 애들도 많아요.” 오후 11시,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박군은 가출팸과 PC방에 간다. PC방에서 박군은 같이 놀 가출팸 여자를 구하기도 한다. “같이 담배 피우고 오토바이 태워 주고, 잘하면 걔네랑 잠도 자고….” 박군은 지금 생활에 크게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래도 엄마랑 살면 더 낫지 않을까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웹툰에서 대박 터뜨린 생활만화 2종 발간

    웹툰에서 대박 터뜨린 생활만화 2종 발간

    웹툰에서 대박을 터뜨린 만화들이 그 여세를 몰아 종이책으로 묶어져 나오고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 중인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 3권과 윤태호 작가의 ‘미생’(未生) 1·2권이 나왔다. 지방출신으로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하는 난다 부부의 알콩달콩한 신혼 이야기는 미혼여성들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깜찍한 만화다. 대기업 회사원들의 애환을 그린 ‘미생’은 거의 완벽한 취재로 직장인들에게 절대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신간 출간에 맞춰 두 작가를 각각 인터뷰했다. ■신혼부부의 ‘깨알같은 즐거움’ 난다作 ‘어쿠스틱 라이프’ ‘깨알 같은 즐거움’이란 표현은 단어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동그란 얼굴에 눈이라고는 두 점을 찍어 놓았는데, 희로애락이 모두 표현된다든지, 또 만화 옆의 대화들이 때론 두 눈을 비비고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작은 글씨들이 깨알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폭소가 터져나온다든지 하는 상황이다. 난다(본명 김민설·31)의 ‘어쿠스틱 라이프’가 그러하다. 2010년 8월에 ‘만화 속 세상’에 등장한 ‘어쿠스틱 라이프’는 이제 시즌 4를 마치고 지난 8월부터 시즌 5에 접어들었다. ‘좋아요’가 평균 800회 정도에 ‘폭풍 댓글’이 장난이 아니다. 고정 등장인물은 단 세 명. 직업이 만화가인 초보 주부 난다와 게임 개발업체에서 일하며 신제품이 나오면 밤샘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는 통통한 남편 한군, 피부 가꾸기가 취미인 남동생 토깽이다. 생활에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진행된다. 웹툰 애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은 난다보다도 남편이라는 것이 작가의 분석이다. 난다는 “만화를 본 사람은 남편을 궁금해한다. 토깽이 싱글이라서 인기가 있다. 독자들이 남편을 좋아하는 것은 제 시선이 투사된 인물이라서, 사랑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난다는 “원래 스토리 만화를 준비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는데, 가벼운 소재로 그리던 생활만화가 먼저 (대박이) 터졌다.”면서 인기 비결에 대해 “사소한 일로 부부가 토라지거나, 치킨배달로 좋아하는 등 소소한 일들이 사람들에게도 늘 일어나는 일이라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5는 짧게 진행된다. 10월 20일 전후로 첫딸 출산일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즌 4, 5에는 임신부의 복잡한 감정 기복들이 소개되고 있다. 어쿠스틱 라이프가 끝날 수도 있고, 계속될 수도 있다. 난다는 “출산을 하고 복귀한다면 다른 작품으로 할 예정이다. 육아일기는 별로 원하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월급·승진에 목맨 직장인 애환 윤태호作 ‘미생’ ‘미생’(未生)은 글자 그대로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이다. 바둑에서는 두 집이 나야 ‘완생’(完生)이라고 한다. 완전히 살아 있지 못했으니 상대로부터 늘 공격을 받을 여지가 많은 직장 초년생의 이야기다. 주인공 장그래는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프로기사만을 목표로 살았던 청년인데 입단에 실패한 뒤 회사에 들어가 평범한 삶을 시작한다. 검정고시 고졸인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입사해 인턴사원을 거쳐, 정식사원증을 걸고 직장인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한다. 실제로 10급 정도의 실력을 갖춘 바둑 애호가인 작가 윤태호(49)가 바둑과 샐러리맨의 삶을 버무린 것이다. 장그래가 김 대리에게 묻는다. 회사원은 무엇으로 사느냐고. 그때 김 대리는 “월급과 승진이지 뭐.”라고 답한다. 작가 윤태호는 직장생활이 월급이나 승진이 아닌 직장생활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접근하고 있다. 실제 미생을 읽고 댓글을 다는 직장인들은 나만 하루하루가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에, 회사는 선배와 후배·동료가 모두 합심해서 일하는 곳이라는 점에, 장그래를 보니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스트레스를 날린다. 잠이 부족해 항상 눈이 빨간 일 중독자 오 과장이나, 그 오 과장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잘 받쳐주는 넉넉하고 실력 있는 김 대리를 보고 있으면 “사는 게 뭐 있어.” 하고 낙담하고 자포자기하던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어느 직장인인들 알아주지 않는 괴로움이 없으며, 무능력을 자탄하고 험담과 권모술수의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미생 60회와 61회는 모든 직장인들의 괴로움인 고문관이 등장한다. 60회 댓글에는 그 고문관을 두고 “사무실 질량 보존의 법칙, one 사무실, one 또라이”라고 해서 작품만큼이나 공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태호는 작품 마감 때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잠을 잔다. 출판만화 버전으로 제작해서 그리고, 액자형태의 틀을 다 뜯어서 다시 웹툰 형식으로 올린다. 윤태호는 “´이끼´ 때 책으로 내놓고 나니 아쉬워서 이번에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책 ‘미생’은 웹툰이 아니라 당초 출판만화용으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윤태호는 영화 ‘이끼’의 원작만화 작가로 미생을 “TV드라마로 만들자.”는 제작자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60년 모은 전 재산 100억 연세대 기탁

    60년 모은 전 재산 100억 연세대 기탁

    60여년 전 전쟁통에 남으로 내려온 이북 출신 할머니가 평생 고생하며 모은 100억원대 재산을 연세대에 기탁했다. “빈손으로 내려와 굶기를 밥 먹듯 하며 모은 것”이라면서 “돈이 없어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했다. 지난달 14일 김순전(89) 할머니가 모시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고 정갑영 연세대 총장실을 찾았다. 할머니는 자신이 소유한 전 재산을 연세대에 내놓겠다고 했다. 서울 중곡동 자택, 숭인동·능동·공릉동 소재 주택 및 상가 4채의 소유 지분과 예금 등 100억원에 이르는 큰 재산이었다. 연세대는 할머니가 홀로 살고 있는 중곡동 집을 제외한 모든 건물의 소유권 이전 절차를 지난달 말 마쳤다. 황해도 장연군에서 부잣집 딸로 태어난 김 할머니는 6·25 전쟁 중 피란민에 섞여 남편, 오빠와 함께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왔다. 할머니가 들고 내려온 재산이라고는 이불 한 채가 전부였다. 낯선 서울에서 남편과 아들을 건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 할머니는 “버스비를 아끼려고 후암동에서 동대문까지 버스로 4~5 정거장 되는 거리를 매일 걸어다녔다.”며 60여년 동안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하루하루 생활을 위해 노점상을 비롯해 손에 잡히는 일들을 닥치는 대로 해야 했다. 어렵게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부동산 등에 투자했고, 탁월한 안목 덕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재산 규모가 어느덧 100억원까지 늘었다. 1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한 할머니는 구순(九旬)을 앞두고 어린시절 공부 못 한 아쉬움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오빠들은 상급 학교에 진학하며 공부를 이어갔지만 할머니는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다. 할머니가 대학교에 모든 재산을 내놓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세대 방우영 이사장이 같은 이북 출신이라는 사실을 전해듣고 흔쾌히 연세대 기탁을 결정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식구들 먹고살 걱정은 없다.”면서 “저는 생각하지 마시고 그저 어려운 학생들 뽑아 훌륭한 일꾼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교내에 자신의 뜻을 기리는 작은 비석 하나 만들어 달라는 뜻도 전했다. 정 총장은 지난달 24일 할머니의 중곡동 집을 찾아 감사패를 전달했다. 정 총장은 이 자리에서 “얼마나 크고 소중한 돈인지 알고 있다.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어르신의 뜻대로 잘 쓰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할머니를 세브란스병원으로 따로 초청해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보청기를 선물했다.”면서 “할머니의 사후 장례를 주관하고 이름을 딴 ‘김순전 장학기금’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글로벌 시대] 위기에 처한 런던 금융가/강승중 한국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글로벌 시대] 위기에 처한 런던 금융가/강승중 한국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영국인들에게 올해는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행사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축제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런던시내 금융 중심지인 시티(City)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올해는 ‘재앙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연초부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주요 은행 경영진에 대한 고액 보너스 지급을 둘러싸고 언론, 의회, 정부 등 사방에서 거센 비난이 제기돼 결국 RBS의 은행장이 보너스 포기를 선언했다. 이 와중에 과거 부실발생에 책임이 있는 전직 은행장이 기사 작위를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4월에는 미국계 JP 모건은행의 런던 소재 재무팀이 파생상품 거래를 잘못해 60억 달러의 손실을 끼친 것이 드러났다. 6월 말에는 바클레이스 은행이 과거에 리보금리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억 9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고 결국 은행장이 물러나야 했다. 곧 이어 HSBC 은행이 멕시코에서 마약자금을 불법 돈세탁한 사실이 밝혀졌고,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불법적으로 대이란 금융거래를 한 혐의가 드러나 3억 4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여름 내내 런던의 금융가는 또 무슨 일이 터질지 조마조마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은행들의 도산과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하드웨어적 위기라면, 최근의 금융스캔들은 직업윤리의 상실과 내부통제장치의 결함을 드러낸 소프트웨어적 위기이다. 은행의 근간인 고객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위기라 할 수 있다. 리보금리 조작사건과 돈세탁 사건을 놓고 세계 금융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영국의 힘겨루기라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실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뉴욕시 금융감독당국의 혐의 사실 발표에 거세게 반발했고 일부 영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에 동조하였으나, 결국 거액의 벌금을 납부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불법거래 혐의를 스스로 인정했다. 영국계 은행들의 과거 음습한 영업행태가 노출되면서 미국 선물거래위원장은 ‘영국의 금융감독이 구멍났다.’고 비판했고, 한 미국 하원의원은 ‘금융계 모든 재앙이 런던에서 일어나고 있다.’고까지 표현하였다. 영국은 금융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개혁조치를 단행하였다. 또한 금융회사의 자율적 규제를 존중하고 상대적으로 느슨한 감독정책을 취함으로써 많은 금융회사를 불러들이고 시장 규모를 키웠다. 그 결과 영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에 비해 훨씬 작음에도 불구하고, 런던이 규제가 심한 뉴욕을 제치고 금융중심지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영국 금융감독당국이 불법거래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실제로는 영국 정부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울 삼아 감독체계를 개편하고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이러한 규제강화 조치에 반발하여 런던을 떠날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회사 경영진들은 당국자들이 여론을 의식하여 은행장으로 하여금 이미 결정된 보너스를 포기하게끔 종용하고, 문제가 터진 은행의 최고 경영진 사퇴를 직접 나서서 강요하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마치 고무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듯 금융회사들은 런던 금융시장의 강화된 규제를 피하여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으며, 이 경우 영국의 금융산업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염려에 대해 한 영국 금융감독 당국자는 ‘진정한 금융경쟁력은 규정을 준수하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하였는데, 이는 일시적 시장 쇠퇴를 각오하고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여겨진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혼미한 모습을 보이고 금융업계는 탈규제와 재규제의 엇갈린 흐름 속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금융감독 당국의 조치가 런던 금융시장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금융 중심지를 꿈 꾸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 티아라 “깊이 반성합니다”

    티아라 “깊이 반성합니다”

    화영(류화영)의 탈퇴로 왕따 논란에 휩싸였던 걸그룹 티아라가 사태 발생 한달 만인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다. 티아라는 이날 홈페이지 ‘티아라 닷컴’에 올린 자필 편지를 통해 “멤버 간의 의견 차이를 저희 안에서 풀지 못하고 개인적 문제를 공개적인 공간에 드러냈던 것은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며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양보하며 그보다 성숙하게 행동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괴로웠다.”며 후회의 뜻을 내비쳤다. 티아라는 팀을 떠난 화영에게도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티아라의 왕따 논란은 지난달 28일 티아라 멤버들이 일제히 동료 화영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촉발됐다. 지난달 30일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가 멤버 화영과 전속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하자 사회적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티아라가 사과를 하게 된 것은 이들이 다음 달 초 컴백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네티즌들이 “사과 한마디 없다.”고 비난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21세기 ‘차르’의 삶은…

    21세기 ‘차르’의 삶은…

    ‘푸틴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노예다.’ 2008년 자신의 통치 행위를 ‘갤리선(고대의 죄수가 노를 저어 움직이는 군함)의 노예’로 비유했던 블라디미르 푸틴(59) 러시아 대통령의 ‘차르’ 같은 호화로운 생활이 낱낱이 공개됐다. 러시아 국민자유당의 보리스 넴초프 전 의장이 푸틴 대통령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담은 32쪽짜리 보고서 ‘갤리선 노예의 삶’을 공개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는 푸틴이 대통령으로서 누리는 특전으로 호화 요트 4대와 전용 헬기·비행기 58대, 관저와 별장 20채, 자동차 700대 등을 소개했다. 러시아 북서부 발다이 호수 근처에 있는 대통령 저택은 230만평 부지에 수영장과 레스토랑, 영화관, 볼링장, 헬기 착륙장 및 대통령 전용 교회가 딸려 있으며, 종업원 숫자만 1000명에 이른다. 별장 20곳 가운데 9곳은 푸틴 집권 후에 마련된 것들이다.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설계한 최고급 요트 ‘올림피아호’는 5층 갑판에 단풍나무 기둥과 대리석으로 된 대형 화장실이 있으며, 이탈리아산 자쿠지 욕조와 바베큐 시설도 갖춰져 있다. 전용기 중에는 보석 세공사들이 200억원을 들여 꾸민 객실과 8500만원짜리 변기가 딸린 러시아산 제트기 일류신 II-96이 있다. 이외에도 벤츠 방탄차를 포함해 푸틴이 쓸 수 있는 자동차는 700대에 이르며, 개당 7000만원에 이르는 스위스 명품 시계도 11개나 있다. 이번 폭로와 관련, 러시아 크렘린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별장과 비행기, 자동차 등은 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국유재산”이라고 해명했다. 넴초프 전 의장은 “푸틴이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 12년간 몸에 밴 호화로운 생활 때문”이라면서 “2000만명의 국민이 하루하루 간신히 먹고사는 나라의 대통령이 이토록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것은 뻔뻔함을 넘어선 나쁜 짓”이라고 비난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대가족 에자라씨 집 ‘아침기상 작전’

    대가족 에자라씨 집 ‘아침기상 작전’

    30일 밤 0시 5분 EBS ‘다문화 휴먼 다큐 가족’은 리사 에자라씨 가족을 조명한다. 에자라씨는 12년 전 남편 장학선씨를 따라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사왔다. 지금은 비닐하우스에서 깻잎 농사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깻잎 말고도 다른 여러 농작물을 키우기 때문에 관리하는 데 하루가 부족하다. 여기다 시어머니, 남편, 시동생, 동서에다 3명의 딸과 2명의 조카까지. 10명이라는 대가족의 살림까지 책임져야 한다.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바쁜 하루지만 그만큼 더 행복하다는 에자라씨 가족 이야기다. 하루의 시작부터가 다르다. 가족들을 깨워야 하는데 여기에 작전이 필요하다. 원준이는 이 집의 말썽꾸러기. 이 녀석을 깨우는 데는 단어 하나면 된다. ‘돈까스’. 이 말은 마법의 주문처럼 원준이를 벌떡 일어나게 해 고양이 세수로 대충 물만 묻히고 밥상 앞에 원준이를 앉힌다. 누나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음식 돈까스를 뺏길까 봐 그러는 것이다. 대가족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다 보니 개성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난다. 에자라씨에게 가장 믿음직한 원군은 둘째 딸 민자. 말수는 적지만 누구보다 속정이 깊어 엄마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엄마 일을 돕고 맡은 일들도 척척 해낸다. 그런데 민자에게도 위기가 왔다. 아버지는 경기 여주에서 열리는 한국농업경영인 전국대회에 가봐야 하는데 에자라씨는 남아야 한다. 깻잎은 때를 놓치면 누렇게 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엄마에게 가장 깊숙이 의존했던 민자가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 없이 아빠와 함께하는 세 딸의 1박 2일 이야기도 담았다. 결국, 민자를 위로하기 위해 가족은 나들이를 계획했다. 5일장이 열리는 전통시장을 찾아 먹고 보고 즐기는 시간을 마련한 것. 가족 나들이의 마지막 코스는 노래방. 에자라씨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아빠가 특별히 마련한 시간이다. 오래간만에 노래방을 찾은 가족은 모처럼만의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시어머니 김영해씨는 이런 며느리가 여간 대견한 게 아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기업 비상경영에 내수살리기로 답할 때

    김황식 국무총리는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소비와 투자,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하고 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 하방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점차 장기화하고 상시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25대 그룹 중 23곳이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고 한다. 금융회사들은 비상경영체제 단계를 넘어 감원, 임금 삭감, 의무휴가제 실시 등 비용 줄이기에 필사적이다. 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도 작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5분기 연속으로 소득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내수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할 정부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10조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구에 소극적이다.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연내에 정책 효과를 보기 어려울뿐더러 최후의 보루인 재정 건전성을 허물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민주통합당도 “대선용으로 악용된다.”며 최근 추경 편성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가계와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지갑을 닫으면 불황에 취약한 서민과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추락하는 성장률을 떠받쳐 줘야 할 내수마저 위축되면 투자나 일자리 창출도 모두 공염불이 된다. 정치권이 앞다퉈 경쟁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뒷받침할 재원 마련도 어렵다. 지금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불황의 원인이 유로존의 재정위기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균형 재정’이라는 성적표에 얽매여 정책 대응의 기회를 놓치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가계나 기업의 부실이 금융기관 부실로 귀결되면 결국 재정에서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추경 편성에 보다 전향적으로 접근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늦기 전에 내수 살리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성적표’니 ‘선거용’이니 하는 명분과 비난은 하루하루가 힘든 서민과 영세상인들에게는 너무 한가한 소리다.
  • 워싱턴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제2 도약 꿈꾸는 발레리노 김현웅

    워싱턴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제2 도약 꿈꾸는 발레리노 김현웅

    184㎝ 훤칠한 키에 얼굴은 조막만 한 9등신 몸매, 말끔한 외모로 무대를 활보하며 발레계의 왕자로 군림한 그였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라는 타이틀을 벗어버린 지 1년을 훌쩍 넘긴 지금, 터프하게 수염을 기르고 목이 깊이 파인 면 티셔츠에 너덜한 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현웅(32)은 거침없이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발레와 무대를 떠나 정말 자유롭게 생활했다.”는 그는 “발레단에서는 쉴 새 없이 무대에 섰는데, 비로소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우연히 인디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기타를 배우고 홍대 거리를 찾아 버스킹(길거리 연주)도 하면서 자유를 즐겼다. “대학 축제 때 담배 세 개비에 연주를 해 준 적도 있었다.”고 말하는 표정에서는 즐거움과 개운함, 홀가분함이 뒤섞여 있다. ‘이렇게 좋아하면 국립발레단 동료들이 서운해하지 않을까.’라고 묻자 “원래 포장지를 잘 못 쓴다.”고 시원하게 대답했다. “인위적인 ‘척’을 좋아하지 않아요. 무대에서는 작품과 배역을 위해서 필요하지만 무대 밖에서까지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거든요. 인터뷰 할 때도 거침없이 얘기하다 보니 함께 인터뷰한 (김)주원 누나가 옆구리를 툭 치면서 경고한 적도 있어요.” ‘스타 발레리노’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이렇게 자유를 만끽하던 김현웅이 다시 무대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발레리노로서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더 이상 걱정을 끼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가 아닌 해외 무대라는 것이 발레팬들이 느낄 아쉬움이랄까. 지난해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발레단과 워싱턴발레단에 지원서를 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먼저 연락이 왔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68년 역사를 지닌 워싱턴이었다. 2월에 오디션을 봤고, 석달 뒤 셉팀 웨버 예술감독에게서 수석무용수 입단 제안서와 계약서를 받았다. “미국의 수도라는 상징성도 있고, 무엇보다 클래식 작품보다 현대발레 작품과 신작이 많다는 점에 끌렸다.”고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오는 10월에 올리는 새 시즌 첫 작품부터 예사롭지 않은 ‘드라큘라’라고 했다. 그동안 연습조차 끊었던 그에게 오디션 통과 비결을 물었더니 “발레 하는 사람들은 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가 ‘인형뽑기’라고 표현하는 자신의 발레 인생을 풀어낸 말이기도 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입학할 때부터 ‘뽑기’가 시작됐다. 무용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밖에 안 된 그에게서 교수들은 가능성을 보았다. “교수님들이 ‘뽑아 놨으니 책임은 네가 져야 한다’고 하셨어요. 난다 긴다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기본기조차 안 되는데 자꾸 주역을 주시는 거예요. 주변에서 ‘내가 네 몸을 갖고 있으면 더 잘하겠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고요. 시기·질투·욕먹기의 아이콘이었죠.” 지금은 웃으면서 돌이키지만 남 몰래 쏟은 눈물은 셀 수조차 없다. 죽기 살기로 연습했다. 4학년 때 1년 동안 러시아 유학을 다녀와서 2004년 7월 국립발레단에 특채로 입단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체구에, 탄력과 유연성을 겸비한 그가 무대에 서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그러던 2010년, ‘사건’이 터졌다.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폭행이 있었고 후배 무용수가 병원에 입원했다. 사건 직후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는 듯 보였지만 결국 틀어져 그가 사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국립발레단과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신한다.”는 그는 “해외에 나갈 생각이 추호도 없었지만 그때 발레단에서 나오면서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실망과 상처는 씻을 수 없지만 그 일이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앞으로 뭐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마흔까지 10년 동안 현재의 기량을 유지하면서 계속 춤을 추고 싶다’는 설계를 말했는데, 지난 1년 반 동안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이 순간을 즐겁게 살아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무용스타일이나 예술적인 감각은 변하겠지만 인간 김현웅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큰일을 겪으면서 안팎으로 성장한 그가 해외에서 얼마나 더 거대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지 기대감이 커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사설] ‘서민체감’ 경제살리기 대선주자들 동참하라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에 방점을 찍었다고 할 정도로 ‘경제살리기’에 역점을 뒀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한 부채 디플레이션 우려, 투자와 소비 심리 위축, 주요 수출시장 환경 악화,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성장률 급락, 곡물값 폭등에 따른 물가상승(애그플레이션) 우려 등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악화된 대내외 여건이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는 일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전력을 쏟을 테니 정치권과 기업 등 경제주체들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고임금 노동조합은 정치성 짙은 파업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기업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우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온통 악재에 노출돼 있다.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버팀목이었던 가계는 빚에 짓눌려 저축은커녕, 이자도 제때 못 갚아 허덕이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부실비율이 6년 2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수출 부진의 공백을 내수가 떠받쳐줄 형편이 못 되는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 장기침체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우리 경제를 덮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여야 대선주자들은 오로지 ‘경제 민주화’ 담론에만 매달려 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논쟁으로 그들만의 리그에 골몰하고 있다. 당장 하루하루가 힘겨운 서민들로서는 답답하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듯 지금 서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일자리다.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최선의 복지다. 그러자면 성장에 대한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 김문수 경선 후보 외에는 구체적인 성장 목표가 없다. 성장이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가 현실성 없는 막연한 구호로 비켜가고 있다. 그러니 대선주자들의 약속이 서민들에게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선주자들이 진정 유권자의 표심을 얻고 싶다면 일자리 창출과 실질소득 증대 방안, 자산가치 보전 대책 등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가 민생을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에 대선주자들도 동참하라고 촉구하는 이유다.
  • 주민 배려 ‘허들링’ 정신으로 임기 후반 준비

    주민 배려 ‘허들링’ 정신으로 임기 후반 준비

    “알을 품은 남극의 황제펭귄은 수천 마리가 몸을 밀착시켜 한겨울 세찬 눈보라를 헤치며 살아갑니다. 바깥쪽에 있는 펭귄이 바람을 막아주고 나면 가운데서 몸을 데운 펭귄이 교대하는데 이것을 ‘허들링’이라고 하지요. 안으로 모두 들어오면 함께 동사할 수밖에 없어요. 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주민을 격려하고 배려하면서 한편으로는 참여를 유도하는 허들링 정신으로 임기 후반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충실 동작구청장은 9일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 직원들에게도 주민을 이해하는 허들링 정신을 배울 것을 주문한다. 문 구청장은 “눈에 띄는 대단한 성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작은 정성을 보이는 데서 주민 감동이 나온다.”며 소통과 현장행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임기 2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분야는. -현장을 누비고 주민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하는 구청장이 되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에서 최초로 주민 갈등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했고 구청장 직소 민원실을 만들어 118개의 고충·장기민원, 주민숙원사업을 처리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계속 주민과 힘을 합쳐 성과를 내려 한다. →지역 개발에 대한 주민 열망이 뜨거운데. -국내 최대 수산시장이자 서울의 명소인 노량진 수산시장을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바꾸는 사업을 11월부터 시작한다. 2015년 준공이 목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동작구 주민을 우선 채용하도록 수협과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고구동산 서울시민천문대 유치도 숙원사업이다. 한강과 시내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다. 노량진 민자역사 개발과 구립사당종합체육관 건립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장승배기 일대를 개발하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동작충효길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1단계 1~3코스 10.5㎞ 구간은 지난해 완료됐다. 2단계 4~7코스 14.5㎞ 사업은 지난달 첫삽을 떴고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충효의 고장답게 역사와 효의 스토리가 있는 전국 최고의 웰빙 산책로로 꾸밀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동작구민 걷기대회도 열어 이제 도심에 있는 주민들도 부담없이 걷기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주민 복지와 청소년 교육이 화두다. -임기 후반기에는 노인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 경로당에 디지털TV와 정수기, 혈압기를 제공하는 3대 지원정책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정수기는 이미 121곳에 제공했다. 지난해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노인복지문화 지원 조례’를 제정해 장수수당을 지급했다. 2009년 2곳에 불과했던 치매치료 데이케어센터를 11곳으로 늘려 노인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책임지겠다. 구립 사당공공도서관, 대방동 작은도서관, 본동 작은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어떤 청소년이라도 10분 안에 도서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자원봉사 및 직원결연 확대를 통해 올해 준비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복지 일등 구로 앞서나갈 생각이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씨줄날줄] 기후변화 vs 테러리즘/이도운 논설위원

    서울의 기온이 섭씨 35도까지 치솟는 등 전국이 계속되는 찜통 더위에 시달리면서 지구온난화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전력 사용 증가로 ‘블랙 아웃’(대규모 정전사태) 우려가 나오자 일부 철강업체가 공급 물량을 줄이는 등 경제·산업적인 여파도 만만찮은 것 같다. 북한도 최근 태풍과 홍수로 인해 전국적으로 80여명이 숨지고 6만 2000명이 집을 잃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유엔이 북한에 홍수 피해 조사를 위한 대표단을 파견했고, 미국 국무부도 북한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검토한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는 하루하루의 기온이 오르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더울 때는 더 덥고, 추울 때는 더 춥고, 비가 내리면 폭우가 되고, 그치면 가뭄이 오는 등 기후가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면서, 장기적으로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뜻한다. 그로 인해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도 상승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온난화보다는 기후변화가 더 포괄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일상생활을 넘어 경제·산업은 물론 지역 및 국제 안보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미국 국방부의 싱크탱크인 CNA는 2008년 “기후변화가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외교협회(CFR)도 해안선 지역에 인구가 밀집한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에서 해수면 상승이나 홍수, 한발 등으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면 주변국의 국경선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인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내전이 심화되며, 테러리스트가 양산되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을 지원하는 것도 공식적으로는 인도적인 행동이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안보적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워싱턴에 자리잡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안보의 위기가 한반도에도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 홍수나 가뭄 등으로 인한 흉작 등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경우 북한 당국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주민이 중국과 남한과의 국경으로 대량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홍수에 대해 우리 정부에서는 별다른 입장 표명이나 반응이 없다. 남북관계가 사실상 중단돼 있지만 인도적인 이유든, 안보적인 이유든 기후변화로 인한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현장 행정] 공사장 체불임금 받아드립니다

    [현장 행정] 공사장 체불임금 받아드립니다

    지난해 8월부터 영등포구가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김장훈(41·가명)씨는 올해 6월 공사 완료 뒤에도 밀린 임금 2200만원을 받지 못했다. 땀 흘려 일한 노동의 대가는 고사하고 가족도 건사하지 못할 처지에 놓인 김씨는 술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돈을 달라고 회사에 수차례 얘기했지만 “기다려 달라.”는 답만 되돌아왔다. 결국 ‘영등포구 하도급 부조리 신고센터’를 찾아 눈물로 어려운 처지를 호소했다. 구는 민원조정회의를 가졌고 부조리 사실을 확인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액 지급받도록 했다. 김씨는 “돈을 받게 된 순간 너무 기뻐 미친 사람처럼 큰 소리로 웃었다.”며 “앞으로도 기댈 곳 없는 근로자를 위해 구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 3월 감사담당관 산하에 하도급 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한 뒤 지역 내 공사현장 근로자로부터 지금까지 민원 3건을 접수해 밀린 임금 3400여만원을 모두 지급하도록 조치했다고 31일 밝혔다. 센터는 원도급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임금 체불 등 하도급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한 기관이다. 구가 발주한 관급공사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면 발주부서 실무자와 해당 업체 대표, 신고자가 한 곳에 모이는 민원조정회의를 연다. 이 과정에서 원도급자의 불법 사항이 발견되면 영업정지·과태료·입찰제한 등의 행정조치는 물론 형사 고발까지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구는 서민들의 생활 안정과 직결되는 하도급 대금과 임금, 물품·장비 대금을 건설업체에서 체불하지 않도록 구민 감사관에게 직접 현장 감독까지 맡기고 있다. 공사현장 근로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대금지급 예고 알림판을 설치하도록 하고 대금지급 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도록 해 불공정 사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채재묵 감사담당관은 “불법 하도급이나 체불 임금 등으로 고통받는 근로자들이 없도록 고질적인 병폐 해소를 위한 관리 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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