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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신성장 동력 발굴에 한국의 미래가 달렸다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6개 부처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한 성장 동력 확충’이라는 슬로건으로 80조원을 ‘창조경제’에 투입하는 내용을 담은 신년 업무보고회를 가졌다. 업무보고의 핵심은 3대 추진전략 중 ‘역동적인 경제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창조경제 구현과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위한 실행 파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국민소득 4만 달러인 나라의 공통점은 바탕에 문화·관광수입 1만 달러를 깔고 있다. 우리가 이들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산업생산력 제고만으로는 어렵다. 문화·관광 산업 분야의 소득이 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문화와 관광을 앞세운 정부 정책에 공감한다. 핵심 분야는 문화융성, 관광산업 육성, 바이오 헬스 육성, 민간투자 촉진 등 4가지다. 먼저 문화융성을 위해 올해부터 300개 기업에 1000여명의 예술가를 파견해 경영전략부터 상품기획, 조직문화 개선 등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업에 접목하기로 했다. 산업과 문화가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2017년까지 관광객 2000만명을 유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장밋빛 계획이라고 폄하하지만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본다. 과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연간 600만명이던 서울시 외국인 관광객 수를 1200만명으로 늘린다고 했을 때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2014년 1142만명을 유치, 거의 목표치에 도달했다. 세 번째는 바이오 육성 방안이다. 신약개발 등 제약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이는 한미약품이 가능성을 입증했다. 제2, 제3의 한미약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신약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돕고, 약값 책정 때 우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다. 비교 우위에 있는 국내 의료기술을 브랜드화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네 번째는 민간투자 촉진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되 신성장산업의 창출을 민간기업이 주도하도록 했다. 민간기업은 투자 여력이 충분할 만큼 사내 유보금을 쌓아 두고 있다.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성장과 양극화 및 청년 실업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청사진만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 정책이 성공하려면 작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며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단기 성과에 만족하거나 집착해서도 안 될 것이다. 가령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때로는 좌절과 예산 낭비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수십 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개선해 나가야 한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는 말이 있다. 허물이나 잘못을 고치는 일을 꺼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11) 이원태 수협은행장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11) 이원태 수협은행장

    “올해 중견은행으로의 성장과 사업구조개편(수협중앙회와 은행 분리)이 맞물리면 ‘100년 수협은행’을 위한 기반은 모두 마련하는 셈이죠.” 이원태(63) 수협은행장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가 ‘제2의 창업’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취임 이후 3년 가까이 추진 중인 수익 다변화와 사업구조 개편이 어느 정도 가시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수협은행은 자산 성장과 내실 다지기란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었다. 자산(신탁 포함)은 지난해 말 기준 30조 473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27조 7892억원) 대비 9.7% 늘어났고, 순이익(세전)은 같은 기간 612억원에서 780억원으로 27.5%나 증가했다. 이 행장 취임 직전이던 2012년 말 1.99%였던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은 지난해 말 1.76%로 0.23% 포인트 감소했다. 이 행장은 “취임 직후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자산 30조원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이미 지난해 30조원 고지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통상 은행자산 30조원을 중견은행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최소 자본으로 여긴다. 이 행장은 “부산·대구·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자산 30조원을 발판 삼아 중견은행으로 본격 도약했다”면서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엔 힘들지만 어느 정도 크기가 되면 그저 눈덩이를 굴리기만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 행장이 올해 만들기로 한 ‘눈사람’은 경남은행(총자산 약 38조원)을 넘어서는 크기다. 이처럼 이 행장이 은행의 규모를 강조하는 이유는 사업구조 개편 때문이다. 수협은행은 오는 12월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본 규제인 ‘바젤III’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선 수협중앙회의 신용사업(수협은행) 부문에서 자회사로 분리하고 나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2013년 12월부터 바젤III가 적용되고 있지만 수협은행은 사업구조 개편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금융 당국에서 3년간 유예 기간을 뒀다. 큰 산을 넘고 내년에 ‘순익 증가율 50%’를 달성하는 게 다음 목표다.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수협은행의 사업구조 개편 내용을 담은 수협법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정기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 행장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다면 법안이 폐기된다”며 “수협은행 모든 직원들이 3년 동안 매일같이 준비해 온 사업구조 개편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국회가 최대한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제 관료 출신이기도 한 이 행장은 금융권의 획일적인 호봉제 문화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모든 산업계를 통틀어 단일 호봉제를 적용하는 곳은 금융권이 유일하다”며 “당연히 도입해야 할 성과주의를 정부가 나서서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은행이 자체 경쟁력부터 길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성과주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획일적인 해외 진출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을 제기했다. 이 행장은 “대형 은행들이 새 먹거리를 찾는다며 순이자마진(NIM) 5~7% 수준인 미얀마나 동남아로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면서 “당장 몇 년은 재미를 볼 수 있겠지만 현지 사정에 따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채널로 자리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사설] ‘꼼수 임금’에 눈물 흘리는 청년 알바생들

    ‘파렴치’라는 표현밖에는 할 수가 없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아르바이트(알바) 청소년들의 임금을 상습적으로 떼먹은 PC방 업주가 구속됐다. 이 업주는 주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거나 입대 직전의 청년들을 알바 직원으로 고용했다. 임금을 일부러 체불하고는 알바생들이 지쳐 포기할 때까지 버텼다. 그런 수법으로 22명에게서 5400만원의 임금을 떼먹으려 하다가 걸린 것이다. 알바생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힘없는 청소년 알바생들의 임금에 손대는 양심 불량 업주가 적지 않다는 것도 새로운 사실이 물론 아니다. 답답한 마음은 그래서 더하다. 새해 들어 최저임금 시급이 6030원으로 오르면서 몰염치 업주들의 횡포는 더 심해진 모양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450원씩 더 오르자 기존에 지출하던 임금 수준에 맞추려고 갖은 꼼수를 부린다니 기가 막힌다. 영업 준비와 폐점 정리를 근무시간으로 계산하지 않는다거나 강제로 휴식시간을 늘리는 식이다. 주 15시간 근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을 안 주려고 ‘알바 쪼개기’를 하는 행태도 비일비재하다. 한 사람에 매주 최대 14시간만 알바 근무를 시키는 방식이다. 구직난을 겪는 청년들에게 알바는 용돈 벌이가 아니라 생계 수단인 경우가 많다. 사용주들은 함부로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하는 그들의 절박한 상황을 악용한다. 사용주의 부당 행위를 호소하는 청소년 알바생은 해마다 크게 는다. 지난해는 1만 5000여건으로 재작년의 두 배가 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그제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제 청년 근로자의 비중은 급증하는 추세다. 2005년 22.8%였던 시간제 비중은 지난해 46.3%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러니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알바 현장의 피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부의 좋은 일자리 창출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라도 시간제 근로자의 최소 권익만큼은 철저히 보호돼야 하는 것이다. 청년 알바생은 근로 현장에서 약자 중의 약자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 신고를 해도 사용주가 미지급 임금을 뒤늦게 지급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이런 물렁한 법으로 불량 고용주들의 못된 버릇을 어떻게 고치겠는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임금을 체불한 업주는 정신이 번쩍 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알바 임금으로 꼼수 부렸다가는 된서리를 맞는다는 인식이 들어야 한다.
  •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이경섭 농협은행장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이경섭 농협은행장

    “행장이 아닌 모든 행원들이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강한 은행을 만들 겁니다.” 이경섭(58) 농협은행장은 11일 서울신문과 신년 인터뷰에서 ‘조직 변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인터뷰 일주일 전인 지난 4일, 3대 행장으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이 행장은 작심한 듯 ‘독설’을 쏟아냈다. 당시 그는 “농협은행은 일류로 비상하느냐, 삼류로 추락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협은행은 2012년 3월 출범 이후 단 한번도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그 배경으로 조직의 ‘적당주의’ ‘온정주의’를 지목했다. 최근 은행 직원들 사이 긴장감이 도는 이유다. 그는 “일각에선 조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면서 “그들의 말처럼 바로 조직이 바뀌지 않더라도 단 한 발자국만이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가 긴장할 일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내놓은 첫 번째 처방전이 ‘스타플레이어’ 배출이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삼성그룹과 제너럴일렉트릭(GE)의 인사문화를 비교했다. 과거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매년 저성과자 20%를 해고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반대로 삼성그룹은 조직 내에서 상위 5%의 스타그룹을 키우며 인재 양성에 공을 들였다. 이 행장은 “저성과자들을 쳐내며 채찍만 휘두르는 조직(GE)은 대다수 직원이 아래쪽(하위 20%)을 보며 두려움과 불만을 느끼게 된다”며 “반대로 스타플레이어를 키우며 적절히 당근을 주는 조직(삼성)은 구성원들이 위쪽(상위 5%)을 바라보며 희망을 품고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로지 성과로만 평가하고, 능력을 갖춘 직원을 전면에 발탁해 키워 가면 농협의 고질병인 온정주의나 적당주의가 발붙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첫 인사에서 본인의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은행 전반에 “활기찬 영업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법론으로 ‘교차판매’나 ‘능동적인 영업’을 꼽았다. 이 행장은 “옷가게에 티셔츠를 사러 간 손님은 가게 문을 열 때만 해도 티셔츠 하나만 생각하고 간다”며 “그런 손님에게 바지와 목도리를 함께 판매하는 것이 곧 영업사원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은행 영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만기에 정기예금을 찾아가는 고객에게 잘 가라고 인사만 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자산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필요한 상품이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모든 행원들이 프라이빗 뱅커(PB)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행장 취임 이후 ‘교차판매의 원조’라 불리는 미국 웰스파고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올해 당기순이익은 7100억원으로 지난해(6800억원) 보다 높여 잡았다. 대부분 시중은행이 올해 ‘내실 다지기’를 외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는 차별성 없는 영업으론 승산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강남에서 시중은행들과 부유층 고객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방식으론 승산이 없다”며 “대형 은행은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중소·서민 고객들이 대접받을 수 있는 은행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안전 전략 짜는 기업… ‘재난관리자’ 뜬다

    안전 전략 짜는 기업… ‘재난관리자’ 뜬다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무너져 내린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엔 ‘월스트리트의 심장’으로 불리는 모건스탠리 본사가 있었다. 110층 쌍둥이 건물 중 하나인 ‘타워1’ 50개 층에 걸쳐 직원 3500명이 상주한 데다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금융자산까지 보유한 터였다. 그러나 다음날 모건스탠리는 세계 모든 지점에서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다. 본사를 하루아침에 잃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평온은 모의훈련을 꾸준히 받은 덕분이었다. 여객기 충돌 직후 모건스탠리 직원들은 아수라장 속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자산을 지킨 것은 물론 사망·실종자가 전체 3000명 가운데 15명에 그쳤다. 7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9·11테러 이후 기업 재해경감활동계획(BCMS)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기업의 잠재적 위험을 분석해 재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업무를 연속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짜는 재난관리자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재난관리자 운영의 근거가 마련됐다. 현재 재난관리자는 전국에 305명이 일하고 있다. 뒤늦게 BCMS에 첫발을 뗀 점을 감안하면 작지만 큰 의미를 띤 숫자다. 재난관리자는 모건스탠리와 같이 평소에 BCMS 실행, 관리·점검, 컨설팅, 평가 등의 업무를 맡는다. 재해경감활동계획은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소의 식별, 위험 평가 및 업무 영향 분석, 재해경감활동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한 기본 방향 설정, 위험 요소의 제거·경감을 위한 중장기 활동 방향 설정 등으로 이뤄진다. 위험 요소 발생 때 신속 대처·피해 확산 방지 등에 관한 전반적인 청사진, 재난 때 주요 업무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 피해 발생 이후 정상 수준으로의 복구 계획, 종사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을 통한 경감활동 능력 향상도 포함된다. 특히 정부는 기업체의 재해경감 운영 실적을 평가해 우수한 곳엔 자금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 안전처 관계자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대기업에서 확산 추세이긴 하지만 기업체의 9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인식·자금력 부족으로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재난엔 예고가 없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다. 재난관리자 시험은 재해경감활동 실무, 대행, 인증평가 등 3개 분야로 나뉜다. 합격률은 40%를 약간 웃돌 정도로 까다롭다. 올해의 경우 초안이라 추후 변동될 수도 있지만 실무 4회(3월 12일·6월 18일·9월 3일·11월 19일), 대행 2회(4월 30일·10월 15일), 인증 1회(6월 18일)로 예정돼 있다. 인증 분야는 처음 실시된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정부가 밑밥 깔아준 1등… 자만심 취해 연봉도 1등

    서비스 수준이 세계 1등이라는 인천국제공항에 연초부터 국제적 망신살이 뻗친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그동안 쌓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사고였음에도 이용객 급증으로 생긴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아직까지 항공사별 피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사고는 무사안일한 공항 운영 형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인천공항이 국제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0년 넘게 1등 자리를 차지해 자만심에 빠졌을 수도 있다. 개항 이후 취항 항공사가 증가하고 환적 승객과 화물이 증가하면서 경영 상태도 공기업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항의 경쟁력 척도인 환승 이용객, 환적 화물 처리가 감소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발전하고 경영 수익을 내기까지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바탕이 됐다는 사실도 잊고 있다. 인천공항은 국가의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건설됐다. 현재 1, 2단계 시설은 모두 재정을 투입해 건설했고 3단계부터 공항 운영 수입이 투입된다. 정부가 항공협상을 통해 취항 항공사와 취항 도시를 늘려줘 이용객과 취항사가 증가했고 운영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처럼 국책사업을 추진하거나 자체 사업을 벌여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라 정부가 시설 투자와 운영 뒷받침까지 해준 공기업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인 셈이다. 최고경영자의 잦은 자리바꿈도 이번 사고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전임 정창수·박완수 사장은 정치활동을 이유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세계 1등 공항이라는 자만심과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의 기강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인천공항 직원들은 국토교통부 소속 기관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다. 2014년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넘고 신입사원 연봉도 3286만원이나 돼 ‘신(神)도 부러워한다’는 직장이다. 한 항공사 임원은 “공항 이용은 철저한 예약제이기 때문에 이용객이나 수하물 처리 폭증이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인천공항이 적절한 분산 노력을 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였다”고 말했다. 한편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수하물 처리 지연 사태에 대해 보고받고 재발 방지를 주문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신년 특별좌담] 김형오 前국회의장·한덕수 前총리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길’을 말하다 - 본사 이경형 주필 사회

    [신년 특별좌담] 김형오 前국회의장·한덕수 前총리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길’을 말하다 - 본사 이경형 주필 사회

    2016년 새해를 맞아 서울신문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한덕수 전 총리를 초청해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나- 성찰과 비전 그리고 제언’을 주제로 31일 특별좌담을 가졌다. 김 전 의장은 현재 부산대 석좌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 전 총리는 주미대사와 한국무역협회장을 거쳐 (재)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작년 5월 미국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에 ‘한국 정치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다녀왔고 한 전 총리는 파리기후협약 체결 현장에 민간 대표로 다녀왔다. 두 사람은 과거의 경력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해 조언을 하는 국내 최고의 멘토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좌담은 본사 이경형 주필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경형 주필: 2016년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주제로 두 분이 제언을 하면 좋겠습니다. 먼저 대내외 상황에 대해 전망해 주십시오. -김형오 전 의장: 대내적으로 우선 총선이 있습니다. 미국엔 대선이 있고요. 국내외 환경이 그야말로 녹록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성장에 대한 잠재적 기대치가 굉장히 떨어져 있습니다. 거기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우리 경제의 먹구름이 쉽게 걷힐 것 같지 않습니다. 정치 분야를 필두로 모든 분야에서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게 우리를 답답하게 합니다. -한덕수 전 총리: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라는 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미국이 지난해 말에 금리를 올렸고 일본과 유럽연합(EU)은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기축통화의 하나가 됐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라는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를 창출하는 은행이 만들어졌습니다. 중국이 모든 세계 경제의 중요한 섹터가 됐으나 정책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슬람국가(IS) 문제, 테러 문제, 미·중에서 지지받는 극단주의 포퓰리즘 등이 다 겹쳐서 올해는 국제정치적, 경제적으로 굉장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한 해가 될 겁니다. →이 주필: 지난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타계하며 남긴 유지가 통합과 화해였습니다. 새해 우리 국민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 화두로 던질 만한 핵심 키워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김 전 의장: 좋은 말들이 깊은 자기 성찰과 실천을 담보하지 않고 입으로만 뱉다 보니 식상해 버린 느낌입니다. 통합, 얼마나 좋습니까. 하지만 하도 많이 하니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관철하는 수단적 용어로 전락해 버린 측면이 있어서 이 말을 쓰기에 주저할 때가 많습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편협함을 초월하고 아우르는 포용입니다. 올해는 정치권을 필두로 사회 각 분야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전 총리: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협력하고 소통 잘하고 중도적 합의를 이뤄야 합니다. 그러려면 역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돼야 합니다. 세계화 추세에 뒤떨어진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또 능력 없고 아픈 사람들을 전체 사회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 결국 극단이 아닌 중도로 가야 합니다. →이 주필: 19대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여의도 정치를 성찰하고 어떻게 하면 진정한 대의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지 말씀해 주십시오. 또 국회, 정부, 청와대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전 의장: 디지털시대에 사회는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데, 국회는 말 그대로 회의체 기관이라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국민적 체제가 아닌 것입니다. 또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이라 하면 우리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를 말하는데 그건 그 시대에 필요했던 리더십이었습니다. 민주화 시기에는 그런 영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국회 구성 요소들의 리더십이 총체적으로 발휘돼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못하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당에서 국회가 하는 모든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노동개혁 입법도 헌법기관인 의원 한 명 한 명의 타협이 아니라 정당 대 정당으로 붙어서 소수 지도자 간 싸움을 하니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은 겁니다. 정당이 국회를 이끌고 가는 비정상적 구조 탓에 일하지 않는 국회, 싸움판 국회가 된 겁니다. 여당과 청와대 관계를 보면 일종의 상하관계가 됐습니다. 여당이 맥이 없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것처럼 보이고, 청와대가 너무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여당 내에도 정책 조율 과정에서 다원화, 다양화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에 끌려가는 것처럼 된 겁니다. 국회와 청와대 관계는 헌법상 3권 분립이 보장된 관계인데 국회가 권한과 책임을 다했느냐는 반성할 여지가 있습니다. -한 전 총리: 좀더 창의적, 혁신적으로 변화를 수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훨씬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개혁 과제는 쉬운 건 대충 끝났다고 봅니다. 어려운 것만 남았습니다. 이걸 행정부 혼자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정부와 입법부,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 시민사회, 학계, 언론 등이 방향을 잡아 줘야 합니다. 최종 입법을 하는 국회에서 국민 전체 이해집단의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중간점에서 타협해야지 극단으로 가는 건 적절치 않고 열등한 정책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중도적 입장에서 협력하려면 소통을 잘해야 합니다. 지금 국회선진화법 같은 조항이 미국은 상원에만 있지 하원에는 없습니다. 미 상원은 전국적 규모를 가진 데서 선출된 사람들로 구성돼 특정한 영향력에서 탈피해 투표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단원제인데 60% 규칙을 적용하니 중요한 결정을 못 할 수 있습니다. -김 전 의장: 제가 선진화법 주장을 가장 오랫동안 했습니다. 전에는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덮어놓고 반대를 했습니다. 여당은 직권상정을 하지 왜 국회의장이 우물쭈물하냐고 하고 야당은 직권상정만은 막아 달라 해서 곤욕을 치렀습니다. 그래서 미국처럼 하자고 해서 가져온 겁니다. 그러고는 제 임기 이후 논의가 됐는데, 미국은 예외적인 것에 주로 적용하는 반면 우리는 선진화법에 일반적인 사항은 다 들어가고 예산안 등만 예외로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필: 현행 헌법상 대통령은 5년 단임제입니다. 4년 중임제 등 새 정치 틀을 마련할 때가 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개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전 의장: 현재는 선거 주기 불일치로 매년 선거를 하다시피 하고 그러면서 공약이 남발돼 ‘정치 인플레이션’이 심해집니다. 한 명만 뽑기 때문에 불만 계층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 20년에 한 번 같은 해에 총선, 대선을 치르게 되는데 국가적 낭비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전을 잃었다는 겁니다. 중장기 전망을 할 수 없는 나라가 된 겁니다. 대통령이 취임하면 비전을 제시하지만 바뀌면 그만이니 국민이 받아들이질 않고 또 관성의 법칙에 따라 레임덕이 빨리 오게 됩니다. 이건 피할 수 없는 5년 단임제의 한계입니다. 개헌은 우선 빨리 하고 적용하는 시기는 합의하에 정하면 됩니다. 그러면 새로운 헌법 체제하에서 중장기 비전을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 전 총리: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건 제도입니다. 그런 시각에서 봤을 때 잘하면 8년, 10년쯤은 갈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수가 지지하는 모든 정책이 성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정책을 입안하고 준비하는 과정, 이후 진행하는 과정 등을 생각하면 현행 단임제로는 불가능합니다.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반드시 10년 정도 톱 리더의 권위를 보장해 줘야 합니다. →이 주필: 올해에 총선이, 내년에는 대선, 그다음 해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올 4월 총선에서 다당제 정치의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또 대선과 관련해 바람직한 지도자의 덕목이나 리더십의 방향은 어떻게 돼야 합니까. -김 전 의장: 사회는 다양화, 다원화되는데 정치 인식은 오랜 관습인 양당제에 고정돼 있습니다. 다당제로 가야 한다는 게 시대적 추세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국회가 중앙집권적 명령 중심의 정당정치를 고치지 않으면 다당제가 된다 해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지금 모든 사회가 가진 핵심 문제는 한마디로 독선과 기득권입니다. 스스로 완벽하다는 착각에 기득권은 내놓지 않고, 자기를 따르면 선이고 아니면 악이라 합니다. 20대 총선에서는 그런 분열상이 더 노정될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리더십은 2가지, 자기 희생과 실천적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는 먼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 같은 헌신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로 자기는 소통하지 않으면서 자꾸 뭐라 하면 반발이 세집니다. 청와대로 오라고 해야 합니다. 야당도 독선에서 빠져 나오는 총선이 되길 바랍니다. -한 전 총리: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중도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유권자들은 현명합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성장·번영하기 위해 리더들이 협력·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해당사자들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협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주필: 올해 우리 외교의 역점을 어디에 두면 좋겠습니까. -한 전 총리: 세계화시대의 외교는 전방위 외교입니다. 모든 나라와 잘 지내야 합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주요 2개국(G2)인 미·중 간 경쟁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두 나라의 요구와 관련 있는 정책을 추진할 때 서로 충돌하는 분야가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나라에 항상 우리나라 지지 세력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겁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과거 같은 최빈국이 아니라 세계 15위 경제대국이고 세계가 필요로 하는 행동에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파트너가 될 여지가 있으므로 아시아 내 대국과의 경쟁 관계에 잘 대응하고 우리의 진의가 의심받지 않도록 지지 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김 전 의장: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중국과의 관계입니다. 우리가 지금 시점에 통일된다고 하면 중국이 원하겠습니까. 저는 원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한반도가 흡수통일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바탕으로 한 통일이 되더라도 중국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대(對)중국 외교를 강화해야 합니다. 또 오랜 한·미 동맹의 축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와 중국이 윈윈할 수 있다는 데 대한 확신이 있지 않는 한 중국은 대한민국 중심의 통일을 원치 않을 겁니다. →이 주필: 북핵 문제는 남북 문제로만 풀 수는 없고 국제 공조로 가야 합니다. 또 대북 정책은 어느 시점에서 통일 정책과 맞닿게 됩니다. 그럼 대북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또 그 연장선에서 ‘통일 대박’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같은 구상들은 어떻게 연결되겠습니까. -김 전 의장: 저는 북한의 현실을 좀 인정했으면 합니다. 3대째 세습으로 내려오는 게 도덕·인권의 문제가 아니고 현실의 정치 체제라는 얘깁니다.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이 말한 ‘1국 양제’처럼 한반도 내에 2개 체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들어가면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북한 체제를 인정하니 북한도 우리를 자극하지 말라는 겁니다. 나아가서 북 체제가 당장 무너지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그 차원에서 낮고 높은 차원의 교류를 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 우리는 통일에 대한 준비가 너무 안 돼 있습니다. 북한의 인적 자원에 대한 분석도 안 하고 있습니다. 자원을 어찌 활용할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일 비용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한 전 총리: 국제적 위치와 경제 차원에서 보면 통일 한국은 국제적 지위가 엄청 달라질 겁니다. 우선 통일이 되면 인구가 1억명이 됩니다. 현재의 산업 발전 및 기술 수준으로 봤을 때 특히 우리 대기업군이 북한에 들어가면 북한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통일 비용을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 속의 우리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화, 협력하면서 신뢰를 높여야 하는데 북핵 때문에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핵은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단계 같습니다. 우선 북한 지역 나무 심기, 주민 보건 및 건강 지원, 농업 지원 등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신뢰를 회복하면서 핵 문제는 국제적으로 6자회담 같은 다자적 체제로 풀어 나가야 합니다. →이 주필: 올해 경제 상황에 어려움이 예견되는데 정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합니까. -한 전 총리: 기업들을 보면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열심히 합니다. 그러나 기업 역시 정부의 규제와 인센티브 등 제도에 반응하며 활동합니다. 그래서 그런 걸 제대로 만들어 줘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대해 기업들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기업들이 장기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정부, 기업, 학계가 모여 분명하고도 투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의 경제 위기 관리 능력은 옛날보다는 엄청 향상됐습니다. 외환 보유고나 부채 비율 등을 모두 고려해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올린 것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게 정치권, 기업, 정부가 협력하고 특히 정부는 장기적 대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김 전 의장: 경제의 축인 정부·가계·기업 중 가계는 부채가 1000조원을 넘었고 정부도 부채 비율이 40%로 여력이 없습니다. 여력이 있다면 사내 유보금이 800조~900조원에 달하는 기업뿐입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규제 완화를 말했지만 흐지부지됐습니다. 보통 임기 말이 되면 규제는 더 커집니다. 지난해 면세점 허가 취소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하루아침에 몇 천명의 실직자를 쏟아내고 누구도 눈 깜짝하지 않습니다. 이런 걸 뜯어고치는 한 해가 되면 그나마 한국 경제가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중장기 전망을 세울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야 합니다. 전처럼 끌어가려 하면 안 됩니다. →이 주필: 한국 사회의 빈부 격차 등이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옵니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 시장경제와 정부 규제를 어느 선에서 실시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한국의 경제 발전 수준에서 그 눈금을 어디에 둬야 합니까. -한 전 총리: 성장과 분배는 배치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분배에 있어 성장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쪽에서는 성장의 파이가 커지는 작업이 진행돼야 하고, 다른 쪽에서는 거기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성장 쪽에서는 기업에 창의, 혁신이 일어나게 하고 분배는 정부가 주도해야만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는 분배를 해야 합니다. 단적으로 힘든 사람이 있으면 소득을 이전해 줘야 합니다. 유류세나 전기세를 깎아 주는 방식은 문제가 생깁니다. 아울러 재정이 풍부하면 보편적 복지를 하겠지만 아니라면 타기팅을 잘해야 합니다. 복지는 진짜 힘든 사람에게 가도록 해야 합니다. -김 전 의장: 우리는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많으면서 노동 생산성은 떨어집니다. 물론 일부겠지만 ‘귀족 노동자’라고도 하는데 임금 격차가 심해 갈등이 생깁니다. 청년 실업도 세대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체감 실업률은 더 높습니다. 지금은 직장의 개념이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도 산업시대 논리에 젖어 있습니다. 전에는 하루 8시간에 야근까지 12시간을 일해야 했지만 사실 앉아만 있지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직장 개념이 바뀌어 투잡, 스리잡 개념이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세제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에 대해 정부가 앞장서야 갈등 구조가 줄지 않겠습니까. →이 주필: 끝으로 박 대통령의 국가 경영에 대한 평가와 제언 그리고 2030년, 2050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고언을 부탁드립니다. -김 전 의장: 박 대통령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았지만 왜 역대 대통령들이 밝은 얼굴로 청와대를 떠나지 못했는가에 대해 깊은 통찰을 하길 바랍니다. 5년 내 이룰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선거 때 본인은 국가와 결혼했다고 했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것이었는데, 이후 국가적 어젠다가 너무 자주 바뀌었습니다. 경제민주화, 지금은 사라졌지 않습니까. 창조경제도 가시적 성과를 못 봤습니다. 이를 받쳐주는 각료나 사회적 시스템이 안 돼 있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이 가진 장점이 많으니 하나만 남기겠다는 자세로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중 하나를 권하자면 공권력이 바로 서는, 노골적으로 말하면 시위대에 얻어맞는 경찰이 더는 안 나오게 하는 것만이라도 해놓으면 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고의 정치는 물과 같은 겁니다.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지만 싸우지 않고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더러운 곳에 머물기를 좋아합니다. 정치는 헌신을 요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하자면 이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초연결 시대입니다. 몇 초면 대화할 수 있는데 국회라는 대의 정치의 꽃은 논의가 몇 달씩 걸립니다. 미래학자들이 없어질 직업을 말할 때 국회의원이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좀더 빨리 소통하는 일을 해 주길 바랍니다. →이 주필: 한 전 총리께는 국가 경영 제언과 함께 파리기후협약의 의미를 포함해 미래 준비에 관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한 전 총리: 박근혜 정부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규제 개혁입니다. 규제 개혁은 깨끗한 정부를 만드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국회에서의 개혁이 중요하지만 법률에 의거하지 않은 행정부 규제도 많습니다. 앞으로 행정부 규제 개혁에 꼭 성공해서 우리 경제가 제대로 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또 2030년, 2050년은 기후변화 문제에서는 하나의 기점이 됩니다. 2050년이면 전 지구에 탄산가스 배출량과 나무 및 바다의 탄산가스 흡수량이 같아야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전 세계의 협력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기후변화를 우리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 미래 세대가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지 못하면 국민 경제, 세계 경제도 없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국내 경쟁만 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기업도, 공무원도, 노동조합도, 근로자들도 모두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젊은 세대들도 세계로 나간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김형오 전 국회의장 ▲1947년 경남 고성 ▲경남고, 서울대 외교학과, 경남대 정치학 박사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5선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제18대 국회 전반기 의장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석좌교수 ■한덕수 전 국무총리 ▲1949년 전북 전주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美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행시8기 ▲특허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주미대사 ▲한국무역협회장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 고와라 좋아라 ‘고아라’

    고와라 좋아라 ‘고아라’

    “청명 공주는 시대적 아픔을 많이 담고 있는 캐릭터예요. 멜로 연기를 하면서도 슬픈 역사를 녹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청춘 스타 고아라(25)가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한국 영화로는 30일 올해 마지막으로 개봉하는 ‘조선 마술사’를 통해서다. 왕실의 종친 가문이지만 3대째 벼슬에 들지 못한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가 청나라가 조선에 왕자의 첩으로 삼을 공주를 요구하자 하루아침에 공주 신분으로 포장돼 팔려가는 청명을 연기했다. 실제 효종의 양녀가 돼 청나라로 시집 간 열여섯 살 의순 공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고아라는 소녀 감성에 여인의 마음도 엿보이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것은 거의 만 4년 만이다. 2012년 초 ‘페이스 메이커’, ‘파파’가 잇따라 개봉했었다. 2007년 일본·몽골 합작 영화 ‘푸른 늑대’에서 테무친의 두 번째 부인을 연기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첫 사극 출연이나 다름없다. “드라마와 영화로 자주 접하며 이따금 장면을 흉내도 내보던 장르라 그렇게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막상 도전해 보니 옛날 말투와 복장 자체가 쉽지 않더라구요. 다행히 퓨전 사극이라 조금은 편안하게 접근하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비롯해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야 하는 부분이 많아 버거움을 느끼기도 했단다. 고아라는 청명 공주의 호위 무사인 안동휘 역할을 맡은 이경영 등 주변의 도움으로 좋은 장면을 빚어낼 수 있었다고 웃었다. “이경영 선배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현장을 너무 재미있고 편안하게 이끌어 주셨어요.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도 선배님이 기다려주고, 받아쳐 준 덕택에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었죠.” ●생각 깊은 유승호의 배려·도움 많이 받았어요 사실 ‘조선 마술사’는 지난해 제대한 국민 남동생 유승호의 스크린 복귀작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세 살 아래인 유승호와 애절한 멜로 연기를 펼쳐 느낌이 색다를 법도 하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와 상대역으로 연기한 적은 처음이라고. “승호씨가 생각도 깊고 배려심도 많아 연기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현장에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환희와 청명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2003년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의 주인공 옥림이로 데뷔, 큰 인기를 모으며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른 고아라. 이후 드라마, 영화를 오갔지만 늘 그 언저리에 머무르며 껍질을 깨지는 못했다.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2013년 ‘응답하라 1994’의 왈가닥 캐릭터 성나정을 만나면서다. 고아라는 이 역할을 따내고 눈물을 흘렸을 정도였다고 돌이켰다. ●‘응사’ 나정이 역할 따냈을땐 눈물 흘렸어요 “작품마다 절실함이라는 게 있지만 그 타이밍에는 ‘응답하라 1994’가 절실하게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오디션 제의가 왔을 때 정말 좋았죠. 두 차례나 오디션을 받은 끝에 결국 나정이 역할을 맡게 됐어요.” 연기자로 데뷔한 지 10년도 훌쩍 넘었지만 이제야 연기자로서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나가는 단계라고 고아라는 말한다. “많은 사랑을 받은 나정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하며 분위기를 이어나가야 한다거나 너무 다른 캐릭터를 해야 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에요. 대학에서 연기 공부를 하며 배우로서 제 위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제 나이 또래에 표현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을 골라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게 제 몫인 것 같아요. 청명 공주도 그래서 선택했죠. 그동안 공부를 하느라 작품을 많이 하지는 못했는데 앞으로는 쉬지 않고 연기하며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시네프랑스, 이번엔 음악 여행… 1월 5일부터 영화 네 편 상영

    매력적인 프랑스 음악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은 새해 첫 시네프랑스의 주제를 ‘마음을 적시는 음악의 향연’으로 정하고 프랑스 음악 영화 네 편을 상영한다. 1월 5일 첫 순서는 ‘끌로끌로’(1994)가 맡았다. 프랑스 역대 최고 스타로 꼽히는 클로드 프랑수아의 불꽃 같은 삶을 다룬 작품이다. 프랑소와는 프랭크 시내트라가 부른 ‘마이웨이’의 원곡인 샹송 ‘콤 다비튀드’(Comme d’habitude)’를 부른 가수. 12일은 전설의 카스트라토를 주인공으로 한 ‘파리넬리’(1994)의 순서다. 유대인을 숨겨 줬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볼쇼이 교향악단 지휘자에서 청소부로 전락한 안드레이가 30년 만에 재기를 노리는 이야기인 ‘더 콘서트’(2009)가 19일 관객과 만난다. 26일에는 국내 미개봉작이 소개된다. 세계 최악의 소프라노로 기록된 플로렌스 제킨스의 실화를 모티프로 삼은 ‘마가렛트’(2015)다. 음치인 귀족 부인이 그녀의 부를 의식한 사람들의 호평으로 정식 콘서트를 준비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네프랑스는 주한프랑스문화원과 아트나인이 2013년 4월부터 함께 꾸리고 있는 프랑스 영화 기획전이다. 매달 테마를 정해 이에 어울리는 작품을 매주 화요일 한 편씩 상영하고 있다. 평균 70~80%에 달하는 좌석점유율을 자랑하는 기획전이다. 올해 12월 프랑스 애니메이션을 상영한 시네프랑스는 매진되기도 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뉴스 분석] “그만 나가 줬으면”… 감원에 갇힌 세밑 구조개혁

    [뉴스 분석] “그만 나가 줬으면”… 감원에 갇힌 세밑 구조개혁

    50대 초반인 A씨는 그룹 간 전격 스와프(맞교환)로 하루아침에 삼성 배지를 뗄 때만 해도 별 걱정이 없었다. 인수당한 회사가 업계에서는 잘나갔기 때문이다. 적(籍)이 바뀐 뒤에도 열심히 일했다. 아니 삼성맨 때보다 더 열심히 했다. 아무래도 ‘팔려간’ 처지이니 갑절은 해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절박함에서였다. 그런데 12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만 나가 줬으면 좋겠다”는 통보였다. 눈앞이 아득했다. 30년 가까운 직장 생활을 면담도 아닌 전화 한 통으로 정리당할 정도로 일을 못했나 하는 자괴감이, 이렇게 사람들을 무지막지하게 잘라낼 정도로 회사가 어려운가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든 것은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였다. 심장이 너무 벌렁대 처음 며칠은 아무 생각이 안 났다는 게 A씨의 고백이다. 세밑 감원 한파가 매섭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금융권에서만 올 1~11월 5만 1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중에는 스스로 그만둔 사람도 있지만 ‘명퇴’(명예퇴직), ‘찍퇴’(찍어서 퇴직) 등으로 떠밀려 나간 사람이 부지기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던 2009년의 5만 5000명에 육박한다. 올해를 한 달 남겨놓고 12월에 희망퇴직이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2009년 규모를 능가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감원 한파가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세밑과 새해 초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수익이 크게 줄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2%대 전망이 더 많다. 정년 60세 연장으로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해야 하는 점도 기업들이 내세우는 ‘감원 불가피론’의 한 근거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는 “경영진 입장에서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생산성은 거의 ‘제로’”라며 “거액의 퇴직금을 쥐여 주고서라도 미리 내보내야 추후 인건비 압박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구조 개혁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감원이라는 손쉬운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비판도 있다. 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강조하는 구조 개혁의 개념이 모호하다 보니 기업들이 이를 인력 구조 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유가 하락으로 (제조 원가 등) 비용 부담을 던 기업들이 지금 과연 이렇게 사람을 많이 잘라야 할 정도로 위기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출범 초기 기업들이 (자의 반 타의 반) 늘렸던 고용을 이참에 고스란히 뱉어내고 있다”면서 “정부가 구조 개혁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하고, 감원은 (정부가 내년 성장의 주축으로 삼고 있는) 내수 회복에도 큰 걸림돌인 만큼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스타뷰] 짤방스타에서 국민가수로… ‘백세인생’ 부른 이애란

    [스타뷰] 짤방스타에서 국민가수로… ‘백세인생’ 부른 이애란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백세인생’ 가사중) 올해 최고 유행어인 ‘전해라’로 대한민국을 강타한 가수 이애란(52). 지난 25년간 무명 가수였던 그는 불과 한 달여 만에 ‘국민 가수’ 못지않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몰려드는 스케줄에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못 자고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얇은 한복을 입고 노래하느라 감기에 걸렸지만 지난 23일 만난 그는 “찾아주는 분들이 많아 행복하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 역시 2년 전 자신이 부른 ‘백세인생’으로 만든 ‘짤방’(짤림 방지용 사진)이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저도 노래 부를 때 제 표정이 그렇게 찌그러지는 줄은 미처 몰랐어요. 이왕이면 좀 예쁜 사진으로 해주지 못난 사진만 골랐을까 하는 쑥스럽고 민망한 생각도 들었지만 저도 재밌었어요. ” ‘전해라’라는 가사는 이후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번졌고 아리랑 민요 가락을 섞어 국악과 접목한 트로트인 ‘백세인생’은 인생을 돌아보는 가사에 구수한 가락이 어우러져 인기를 얻고 있다. “젊은 층에게는 ‘나 대신 좀 전해 달라’는 말이 통쾌한 재미가 있겠지만 저는 노래할 때마다 가사의 깊은 뜻에 담긴 인생을 생각하고 차분해집니다.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때 60~70세는 진지하면서도 약간 약을 올리듯이, 90세는 강한 손동작과 함께 당당하게 ‘재촉 말라’는 뜻을 전하고 100세 때는 슬픈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죠.” 1995년 그가 이 곡을 받았을 때의 제목은 ‘저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답하리’였고 가사에는 100세까지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에 맞춰 작사·작곡가 김종완은 150세 가사를 새로 지어 넣었고 노래 제목도 ‘백세인생’으로 바뀌었다. 이애란은 “지난 5월 작고하신 아버님이 ‘백세인생’은 사람을 웃겼다가 울렸다가 하는 내용이 참 좋다면서 가사를 다 외우셨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아버님 생각에 울컥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1990년 공모를 통해 드라마 ‘서울뚝배기’의 OST를 부르게 된 그는 지역 행사, 양로원, 요양원, 전통시장에서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등 10년 넘게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무명 가수 생활을 계속했다.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노래인 ‘백세인생’을 완창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정말 가슴이 뭉클했죠. 사실 가수가 자기 노래가 없는 것이 가장 서럽고 무명 가수는 행사에 가도 찬밥 신세인 경우가 많거든요. 저도 TV를 볼 때마다 내 노래가 있으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오래 참고 견디다 보니 결국 이런 날이 왔네요.” 오랜 무명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2006년 모아 놓은 돈 1000만원에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첫 앨범을 냈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그는 속상한 마음에 음반을 다 내다 버렸다. ‘음반이 안 된 가수’라는 주변의 시선은 더 따가워졌고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결국 다시 무명 가수로 돌아갔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래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음반만 나오면 가수가 될 줄 알았는데 매니저도 없이 활동하다 보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결국 빚만 지게 됐죠. 그렇다고 삶의 고비마다 불러온 노래를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저는 힘들 때는 오히려 기쁜 노래를, 즐거울 때는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조용한 노래를 흥얼거리죠. 그래서 작은 무대라도 제 노래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면 다시 서기 시작했어요.” 결혼까지 미루고 달려온 가수의 길. 내 복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고 꿈을 접을 즈음에 기회는 찾아왔다. 사촌 오빠를 통해 작곡가 김종완을 소개받고 마침내 ‘백세인생’을 만나게 된 것. 얇은 목소리도 허스키 보이스로 바꾸면서 더 정겹고 감칠맛 나는 노래로 재탄생했다. 최근 길거리를 지나가다 초등학생들로부터 ‘애란이 언니라고 전해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그는 각종 CF 모델로 발탁되고 행사비도 5~6배가량 뛰는 등 하루아침에 ‘인생 역전’의 아이콘이 됐지만 힘든 시절을 이기게 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와 희망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사랑해 준 네티즌 한 분 한 분을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올려야 하는데 기사로나마 감사를 전합니다. 내년에는 그분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트로트를 널리 알리고 성인가요계의 한류스타가 돼야죠. 여러분, 새해에 하고자 하는 일이 있거든 힘이 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서 꼭 성공하시라고 전해라~.”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1] ‘독특한 출판’ 27년…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1] ‘독특한 출판’ 27년…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

    한 해가 저문다.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매만지며 잘 살아냈다는 충일함보다 회한에 가슴을 치기 마련인 요즈음이다. 그런데 여기 삶의 순간마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실행하고 끊임없이 미래를 그려 나가는 이가 있다. 자신이 설정한 가치와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죽을 날까지 잡아놓고 매 순간 열심히 살아내겠다는 박영률(58)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를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28년 가까이 걸어온 출판 외길, 독특한 직업관과 경영 철학, 삶에 대한 자세를 스스로와 직원들에게까지 무서울 정도로 밀어붙이는 그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1957년 3월 21일 서울에서 태어나 보성고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1988년 부동산뱅크를 통해 출판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지식공작소, 박영률출판사를 거쳐 2004년 커뮤니케이션북스를 설립해 늘 신선한 기획으로 출판계의 낡은 관습을 깨 왔다. 괴팍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구축하고 직원들이 일에 전념하도록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것으로도 악명을 날린다. 2년 전부터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시리즈를 내고 있고, 어르신들을 위해 큰글씨체 책을 내고 최근에는 ‘리딩 패킷’이란 새로운 출판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bsnim@seoul.co.kr →내년이면 출판 인생 28년이 된다. 짧게 돌아볼 수 있나.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겠다. 첫 번째는 1988년부터 1993년까지로 부동산뱅크를 창업하면서 정보성이란 출판사를 함께 운영, ‘신문소프트’를 냈다. ‘정보를 민주화하는 기업’이란 슬로건 아래 정보가 특정한 곳에 집중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해야 한다고 봤다. 두 번째는 지식공작소를 설립한 1994년부터 2001년까지다.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세상에 다양한 문화 실험을 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비잉 디지털’ 책을 내놓고 존 네그라폰테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했고, ‘섹스북’을 만들어 한국사회의 섹스에 대한 전통적, 사회 특성적 편견들을 깨보자고 했다. ‘세계시민입문’은 우리 안의 일국주의를 타파하자는 제안이 담겨 있었고, 1995년에 내놓은 ‘일본은 없다’는 문화적으로 가까워지면서도 민족주의 성향 탓에 극일해야 한다는 식으로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는 세태를 꼬집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세 번째 단계는 어떤 계기가 있었겠다 싶다. -외환위기였다.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이런 일이 다시 안 벌어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전에 우리가 생각했던 틀들이 하루아침에 날아가고, 가족이 파괴되고 사회 관습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을 두 눈으로 봤다. 실험도 중요하지만 남은인생을 위해 견고한 토대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판을 사업적으로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사업으로 바라봤을 때는 어떤 원칙이 있었을 것 같은데. -세 가지였다. 첫째, 망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사업의 결과가 축적적이어야 한다. 셋째, 기업의 이익이 사회적 선(善)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연구해서 찾은 방법이 주제출판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이면 커뮤니케이션, 세계고전이면 세계고전 등으로 주제를 하나 정해 그 주제와 관련된 책을 전문적으로 내겠다. 두 번째는 한 권으로 이익을 많이 내는 ‘셀러’ 전략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약이 없고 계획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람을 지속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고, 내가 생각했던 축적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비극은 집단적 무지로 빚어졌다. 출판의 역할은 어둠을 밝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큰 불 하나가 모두를 비추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봤다. 바람직한 건 작은 불빛들이 여러 군데서 동시에 발하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올해 540종 정도 냈는데, 내년에는 870종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 →경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경만 많이 쓰이는 일 아닌가. -물론이다. 사람들이 익숙해져서 그렇지 사실 출판은 굉장히 정교한 산업이다. 책은 어렸을 때부터 접해 왔기 때문에 글만 쓰면 책은 금방 나온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오자를 발견하면 사람들은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던져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가 내는 모든 책을 ‘5교(校)’는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글은 자동 교열이 어렵고, 기계화할 수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책을 다양하게 많이 만들면 편집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어나고 팔리는 건 적게 팔리니 당연히 이익이 줄게 된다. →문화로서의 출판과 사업으로서의 출판 가치가 충돌하는 일이 적지 않나. -기업가의 사회적 역할이란 공동체가 꼭 필요로 하는 가치가 있는데 비용과 이익의 문제로 인해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을 때 이익이 나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본다. 안 팔리더라도 다섯 명이라도 있으면 책은 나와야 한다. 그게 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50명이나 500명이 책을 보고 누군가에게 얘기하면 확산되는 것이라 필요한 책은 내야 하고 오류는 잡아내야 하며 비용은 들어가야 한다. 혁신이란 현재까지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노동과 자본의 조화를 이뤄내 필요 없는 것들은 빼내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 이제 어떤 여건에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나. -그렇다. 지금까지 종이책과 전자책을 늘 동시에 5000종이나 냈는데 이 정도면 매출이 현재의 다섯 배는 되어야 한다. 그러나 난 지난 5년 동안 이윤율 0%를 지향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 우리는 인프라, 오직 사람과 책에 투자한다. 우리가 내고 싶은 책 내고, 월급 받아서 생활하면 행복하지 않나 늘 반문하고 직원들에게 되묻는다. 내 어릴 적 꿈이 돈을 받고 책을 읽는 것이었다. 지금 내게는 책을 보는 게 돈 버는 일이다. 또 우리는 많은 책을 밑변에 쫙 깔아놓고 나중에 꾸준히 돈을 버는 구조로, 무게중심을 아래에 튼튼히 두려고 한다. 셀러를 지향하는 출판사는 몇 권의 책 중심으로만 쏠려 있어 무게중심이 높아 위기에 쓰러지기 쉽다. →최근에는 ‘리딩 패킷’ 개념을 강조하는 것 같더라. -나온 지 2년이 안 되면 신간이라 하고 그보다 오래되면 구간이라고 한다. 보통 출판사들이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인원을 감축하거나 구간을 절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내 두 번째 원칙, 사업이 축적적이어야 한다는 것에 어긋난다. 구간을 잘 팔아야 한다. 마케팅은 비용이 따르니까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내가 가장 고민한 것이 새로 나온 책과 이전의 책을 새롭게 묶어 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출판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나 독자가 스스로 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벌써 900종을 냈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야 저자와 편집자의 지난한 노력이 날아가지 않는다.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30번 퇴짜 맞고 임시 경비로… 그렇게 한달 또 버틴다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30번 퇴짜 맞고 임시 경비로… 그렇게 한달 또 버틴다

    가장 오랫동안 일하지만 가장 가난한 노인들. 한국 노년층의 서글픈 ‘역설의 자화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실질 은퇴 연령은 72.9세로 가장 늦지만 65세 이상 노인의 평균 소득은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3분의1 수준(서울 노인 기준)에 불과하다. 양질의 일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에다 운 좋게 일을 구해도 1년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이재갑(70)씨는 이런 대한민국 빈곤 노인의 초상이라고 할 만하다. 하루아침에 해고당했지만 낙담할 시간조차 없었다.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은 이씨와 한달간 함께하며 그의 구직 분투기를 관찰했다. “모레가 이자 내는 날인데, 허 참….” 경비원 모자를 눌러 쓴 노인은 허공에 혼잣말을 뱉었다. 아파트 경비실 벽에 걸린 달력을 올려다 본다. 11월 23일. 취업한 지 고작 20일 만이었다. 이씨는 이틀 전 경비원 채용을 맡고 있는 용역회사 사장에게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왜 잘린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사장한테 그랬어. 무슨 일 때문인지 몰라도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고. 근데 막무가내야. 잘리는 이유라도 말해 달라고 했지. 그랬더니 그냥 이곳과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래.”  힘없는 노인을 일터 밖으로 밀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채용 뒤 2개월은 수습 기간이어서 일방적으로 해고해도 된다는 논리였다. 이씨와의 동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업체 바꾼다고, 나이 많다고… 7번 해고] 해고 통보 다음날, 이씨는 이력서를 인쇄했다. 근로 경험만큼 눈에 띄는 건 여러 줄을 차지하고 있는 해고·퇴직 경력이었다. ‘2013년 12월 관리업체 변경으로 강동 ○○아파트에서 퇴직/ 2014년 6월 연령 초과로 송파 XX아파트에서 해직/ 9월 관리업체 변경으로 경기 △△아파트 퇴직….’ 2013년 처음 경비 일을 시작한 뒤 2년 새 7차례나 옷을 벗었다. “왜 그렇게 많이 잘렸나요.”  젊은 기자의 조심성 없는 질문에 이씨가 답했다. “이유야 만들면 다양하지. 용역회사 바뀌면 잘리고, 쏟아지는 졸음 참으려고 신문 보다가 잘리고, 모친이 아프다고 보고까지 했는데도 출근 안 했다고 잘리고… .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같은 경비원들끼리 음해를 하는 경우도 많아.” 그는 해고 사유들을 받아들일 수 없어 4차례 고용노동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합의금 조로 업주로부터 건당 50만~60만원씩 받았을 뿐 복직하진 못했다. “나나 되니까 싸워서 돈이라도 받았지. 그냥 쫓겨나는 노인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사흘간 소개소 20곳 전화…대답 없어] 일자리를 찾으려고 가장 먼저 펴 든 건 생활정보지다. ‘청소 아주머니 급구’ ‘파출부 환영’ ‘노래방 도우미 모십니다’ ‘25~40세 어선 선원 모집’….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생활정보지조차 70세 노인은 관심 밖이었다. 겨우 ‘경비원 모집’이라는 문구를 발견했지만 밑줄 친 글이 이씨를 낙심하게 만든다. ‘67세 이하, 급여는 상담 후 결정.’ 이튿날부터는 민간 직업소개소에 무작정 전화를 돌렸다. “네, 안녕하세요. ‘이제 옵니다’가 아니라 ‘이제 갑니다’ 해서 이재갑이에요.” 60세 때 구청에서 퇴직한 뒤 일자리를 구하며 수백 번은 했을 법한 능숙한 자기소개였다. “사장님과 통화하니 좋은 일이 생길는지 오던 비도 그치네요. 우리 ○○인력 통해 꼭 취직하고 싶어요. 부탁합니다.” 그렇게 사흘간 직업소개소 20여곳에 전화했고, 그중 네 번은 사무실에 직접 찾아갔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의 바람은 단순했다. 직종 불문하고 월급 140만원을 받는 일. 모아 둔 돈 없이 마이너스 통장 이자와 카드 대금으로 월 50만~60만원씩 내야 하는 형편에 아내와 사는 원룸 월세 50만원이라도 안 밀리려면 사실 이 돈으로도 모자랐다. 치매를 앓는 구순 노모의 요양원 비용도 이씨의 몫이었다. 아들이 있지만 이제 막 취업한 아이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었다. [“이자·생활비 낼 월140만원이면 되는데”] 이씨도 ‘중산층’일 때가 있었다. 풍족하지는 않아도 급여가 끊긴 적은 없었다. 허투루 쓰지 않고 모아 서울 송파의 40평(132.2㎡) 아파트도 샀다. 하지만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게 해 주면 매월 150만원씩 주겠다”는 말에 속아 집을 잡혔다가 수익은커녕 그 아파트마저 날렸다. 60세에 정년퇴직한 뒤로는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1960년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40대 때 정당 중앙연수원에서 ‘교수’라는 직함도 가졌다. 50대에는 서울의 모 구청 연구위원 등으로 근무한 이씨지만 노인 구직자에게 ‘스펙’은 별 무기가 못 됐다. 고분고분한 태도와 한살이라도 젊은 나이,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먹고살려니까 늘 투잡(2개의 직장)을 뛰었어. 몇 년 전에는 아파트 2곳에서 동시에 경비 일을 했어. 밤새 일하고 다음날엔 다른 아파트에 출근해 근무하고. 새벽에는 4~5시간 쪽잠 잘 수 있으니 괜찮아.” [“65세 넘으면 일자리 없고 급여도 깎여”] 해고 20일째. 노인은 기자의 권유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일자리센터를 찾았다. 일자리 주선 때 첫 월급의 10%를 떼어 가는 민간 직업소개소와 달리 공공 일자리센터는 수수료가 없다. 20대 후반쯤 된 여성 상담사는 경비나 청소 일을 원한다는 말에 사업장 1~2곳을 추천했다. 하지만 매일 9시간씩 주 6일을 일하고 나오는 돈이 110만원이라는 말에 이번에는 이씨 쪽에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충 살 만한데 소일거리 찾는 거라면 50만~60만원 벌어도 좋아. 근데 나는 지금 그 돈 벌어서는 방세도 못 내고 밥도 못 먹어. 그래도 올해는 최저임금이 올라서 140만원짜리 경비 일자리가 있잖아. 나 잠 안 자도 되니까 더 일하고 더 받는 자리 좀 구해 줘.” 상담사는 난감해했다. 그는 “업체들이 60세부터 65세 사이에서만 뽑으려 하고 65세 넘어가면 급여 조건이 확 나빠진다”고 전했다. 30일 동안 이씨는 모두 30여곳의 직업소개소를 돌았다. 하지만 칠순 노인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한 민간 직업소개소가 임시로 아파트 경비직을 주선해 줘 한달은 더 버티며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절망적일 만했지만 이씨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해 준다는데 뭐. 아프지만 않으면 버틸 수 있어. 아프지만 않으면….”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 특별기획팀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사설] 구직 청년 가슴에 피멍 들이는 ‘두산 명퇴극’

    갓 입사한 사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회사의 처사가 가혹하다는 질타가 쏟아지자 박용만 그룹회장이 1~2년차 사원은 예외로 하라며 수습했다. 회장의 긴급 지시에 ‘20대 명퇴극’은 외견상 제동이 걸렸지만 현실이 달라질 것은 없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대기업들의 감원 칼바람은 갈수록 거세질 기미다. 지금 같은 무더기 희망퇴직 권고가 계속된다면 2030 청년세대라고 외풍을 당해낼 재주는 없을 것이다. 여론에 노출된 대기업이 이런데, 중소기업 쪽의 상황은 오죽하겠는가 싶다. 구조조정 한파는 기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피부로 실감하는 현실이다.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던 1997년 외환위기 때를 떠올리게 된다는 불안한 목소리가 높아진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도 사무직의 40%를 감원한다는 목표로 신입 사원까지 무리하게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한 모양이다. 올 들어 네 번째 희망퇴직을 진행했다고 하니 기업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만하다. 이례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삼성을 비롯해 업계 전반에 감원 바람이 불어닥쳤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에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절박함을 알면서도 ‘두산 방식’에 비판이 쏠리는 까닭은 분명하다. 사회병(病)이 되고 있는 실업 문제에 대기업의 좌표에 걸맞은 고민을 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최고라는 암울한 청년실업 시대가 아닌가. 20대 신입 사원을 명퇴시키겠다는 발상을 하기까지 몇 번이나 숙고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벼랑에 내몰린 구직 청년들에게는 희망의 싹을 자르는 횡포가 아닌지 짚고 넘길 문제다. 희망퇴직 불응 사원에게는 날마다 회고록을 쓰라며 압박했다고도 한다. 실직이 누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현실에서 참담한 마음마저 든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기업의 자세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신성장 동력에 과감히 투자하고 사업 재편을 통한 개혁의 노력부터 보여 줘야 할 것이다. 만만한 인력이나 줄이고 보겠다는 식의 안이한 처방은 기업 불신과 사회 갈등에 더 깊은 골을 파는 일이다.
  • ‘엄마’ 전성시대…응답했다 시청률

    ‘엄마’ 전성시대…응답했다 시청률

    요즘 히트 드라마 뒤에는 반드시 이들이 있다. 바로 막강 ‘엄마’ 군단이다. 젊은 남녀 주인공 위주의 드라마에 곁다리로 들어가던 엄마들의 이야기는 최근 작품 전면에 등장하거나 비중이 부쩍 늘었다. 모성애뿐만 아니라 이웃 간의 정, 여자로서의 삶 등 엄마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졌다. 지난 5일 자체 최고 시청률 13.9%를 기록한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의 경우 ‘쌍문동 엄마 3인방’인 라미란, 이일화, 김선영이 초반부터 찰떡 호흡으로 인기를 견인해왔다. ‘응팔’이 가족 간의 정을 강조하면서 엄마들의 에피소드가 이전에 비해 늘었고, 이에 따라 이들은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응팔’에서 복권 당첨으로 하루아침에 졸부가 된 뒤 호피 의상만 고집해 일명 ‘치타 여사’라고 불리는 정환 엄마 라미란은 언뜻 까칠하지만 이웃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챙긴다. 좋은 날 음식을 나누며 함께 기뻐하고 속상한 일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한다. 1988년 ‘이웃사촌’들의 따뜻한 정은 라미란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선우 엄마 김선영은 주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건드렸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선영이 시어머니에게 구박을 당한 뒤 속상한 마음에 친정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말없이 우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30대 ‘워킹맘’ 김모씨는 “처음에는 ‘응팔’에 공감할 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선영을 통해 주부로서 공감대가 생기고 드라마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요즘 선영과 택이 아빠(최무성)의 러브라인이 ‘응팔’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응답하라’ 시리즈 1회부터 엄마 역으로 출연 중인 이일화도 이번 시리즈에서 존재감이 유독 돋보였다.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을 때는 억척스러운 경상도 아줌마지만 운동권인 딸 보라(류혜영)가 경찰에게 잡혀가려고 하자 빗속을 뚫고 발에 피가 나도록 뛰어나오는 장면에서 인상적인 모성애 연기를 펼쳤다. 이 같은 ´쌍문동 엄마 3인방´의 활약은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대거 끌어들이며 시청률 상승의 1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지영 CJ E&M 미디어홍보팀장은 “‘응팔’의 주인공들이 현재 45세이고 이들이 가장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인 연기자들의 분량이 늘어났다”면서 “이전의 ‘응답하라’ 시리즈에 비해 40~50대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2~3배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MBC 주말극의 경우 두 엄마의 이야기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6일 시청률 19.1%를 기록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엄마’는 윤정애(차화연)가 엄회장(박영규)과 중년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엄마가 아닌 여성으로서 정애의 삶을 부각시킨 이 드라마는 중·장년층 여성들 사이에서 ‘현실적인 우리 이야기’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내 딸 금사월’은 사월이 엄마 전인화가 주인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인 2역을 펼치고 있는 그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강민후(손창민)에 대한 신득예(전인화)의 복수극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데다 복수를 위해서 사월(백진희)에게 엄마라고 밝히지 못한 채 위기 때마다 딸을 구해내는 엄마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며 6일 자체 최고 시청률 28.3%를 기록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TV를 보는 시청자들의 연령대가 고령화된 측면도 있지만 작가 입장에서도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연기를 잘하는 중견 연기자들의 분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탁해요, 엄마’에는 성격이 상반된 두 명의 엄마가 눈길을 끈다. 독하고 모질고 생활력 강한 엄마 김산옥(고두심)과 밖에서는 주위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의류회사 최고경영자이지만 아들 훈재(이상우)에게는 어쩔 수 없는 엄마 황영선(김미숙)이다. 이진애(유진)는 훈재와 결혼하면서 혹독한 시집살이를 통해 애증의 관계였던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드라마 홍보대행사인 블리스미디어의 김호은 대표는 “이전 드라마에서 엄마는 남들을 보살피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는 존재였지만 요즘에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부각되고 적극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면서 “엄마는 보편적인 감동을 주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응답하라, 엄마!’ 요즘 히트 드라마 ‘엄마’들이 이끈다

    ´응답하라, 엄마!’ 요즘 히트 드라마 ‘엄마’들이 이끈다

     요즘 히트 드라마 뒤에는 반드시 이들이 있다. 바로 막강 ‘엄마’ 군단이다. 젊은 남녀 주인공 위주의 드라마에 곁다리로 들어가던 엄마들의 이야기는 최근 작품 전면에 등장하거나 비중이 부쩍 늘었다. 모성애뿐만 아니라 이웃 간의 정, 여자로서의 삶 등 엄마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졌다. 지난 5일 자체 최고 시청률 13.9%를 기록한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의 경우 ‘쌍문동 엄마 3인방’인 라미란, 이일화, 김선영이 초반부터 찰떡 호흡으로 인기를 견인해왔다. ‘응팔’이 가족 간의 정을 강조하면서 엄마들의 에피소드가 이전에 비해 늘었고, 이에 따라 이들은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응팔’에서 복권 당첨으로 하루아침에 졸부가 된 뒤 호피 의상만 고집해 일명 ‘치타 여사’라고 불리는 정환 엄마 라미란은 언뜻 까칠하지만 이웃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챙긴다. 좋은 날 음식을 나누며 함께 기뻐하고 속상한 일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한다. 1988년 ‘이웃사촌’들의 따뜻한 정은 라미란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선우 엄마 김선영은 주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건드렸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선영이 시어머니에게 구박을 당한 뒤 속상한 마음에 친정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말없이 우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30대 ‘워킹맘’ 김모씨는 “처음에는 ‘응팔’에 공감할 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선영을 통해 주부로서 공감대가 생기고 드라마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요즘 선영과 택이 아빠(최무성)의 러브라인이 ‘응팔’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응답하라’ 시리즈 1회부터 엄마 역으로 출연 중인 이일화도 이번 시리즈에서 존재감이 유독 돋보였다.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을 때는 억척스러운 경상도 아줌마지만 운동권인 딸 보라(류혜영)가 경찰에게 잡혀가려고 하자 빗속을 뚫고 발에 피가 나도록 뛰어나오는 장면에서 인상적인 모성애 연기를 펼쳤다. 이 같은 ´쌍문동 엄마 3인방´의 활약은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대거 끌어들이며 시청률 상승의 1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지영 CJ E&M 미디어홍보팀장은 “‘응팔’의 주인공들이 현재 45세이고 이들이 가장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인 연기자들의 분량이 늘어났다”면서 “이전의 ‘응답하라’ 시리즈에 비해 40~50대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2~3배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MBC 주말극의 경우 두 엄마의 이야기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6일 시청률 19.1%를 기록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엄마’는 윤정애(차화연)가 엄회장(박영규)과 중년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엄마가 아닌 여성으로서 정애의 삶을 부각시킨 이 드라마는 중·장년층 여성들 사이에서 ‘현실적인 우리 이야기’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내 딸 금사월’은 사월이 엄마 전인화가 주인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인 2역을 펼치고 있는 그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강민후(손창민)에 대한 신득예(전인화)의 복수극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데다 복수를 위해서 사월(백진희)에게 엄마라고 밝히지 못한 채 위기 때마다 딸을 구해내는 엄마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며 6일 자체 최고 시청률 28.3%를 기록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TV를 보는 시청자들의 연령대가 고령화된 측면도 있지만 작가 입장에서도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연기를 잘하는 중견 연기자들의 분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률 30%를 넘긴 KBS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에는 성격이 상반된 두 명의 엄마가 눈길을 끈다. 독하고 모질고 생활력 강한 엄마 김산옥(고두심)과 밖에서는 주위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의류회사 최고경영자이지만 아들 훈재(이상우)에게는 어쩔 수 없는 엄마 황영선(김미숙)이다. 이진애(유진)는 훈재와 결혼하면서 혹독한 시집살이를 통해 애증의 관계였던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드라마 홍보대행사인 블리스미디어의 김호은 대표는 “이전 드라마에서 엄마는 남들을 보살피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는 존재였지만 요즘에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부각되고 적극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면서 “엄마는 보편적인 감동을 주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사설] 北 나선특구 개방 실험 남북경협 물꼬로

    북한이 ‘나선(나진·선봉)경제특구’ 개발에 대한 종합 계획을 어제 공개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인 ‘내 나라’는 7개 분야의 개발 계획과 함께 50여개의 나선경제무역지대 투자 관련 법규를 게재했다. 투자자가 합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제한 없이 가져갈 수 있고 기업은 경영과 이윤 분배 방안을 독자적으로 결정한 권리도 명시했다. 나진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지 24년 만에 개발계획 완결판을 내놓았다. 북한의 나진경제특구 종합개발은 외국 자본에 대해 자유로운 경영활동과 이윤 보장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홍콩식 일국양제(一國兩制)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 투자기업의 기업소득세 역시 다양한 우대 조건을 앞세워 투자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남·북·러 물류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경제 병진 정책을 천명하며 국제적으로 고립의 길을 자초했던 김정은 정권의 기존 행보에 비춰 이번에 발표한 경제특구 개발계획은 참으로 파격적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본뜬 ‘사회주의식 개발정책’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성공 여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북한은 지난 2년간 총 19개의 중앙·지방급 경제개발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황금평 등 5개 경제특구를 더하면 경제특구는 모두 24개에 이른다. 하지만 북·중, 북·러 합영투자를 제외하면 외국인 투자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북핵·미사일 문제 등으로 인한 국제적 제재를 완화하지 못하는 한 성공 가능성이 지극히 작다는 의미다. 과거 중국과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의 개혁 개방의 성공은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수라는 점을 북한 당국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북한의 개혁 개방 자체가 요원한 것이 현실이지만 이 문제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하루아침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 통일준비위 6차회의에 참석해 ‘남북교류협력 사무소 설치’를 제안하면서 ‘남북 민간 교류 확산’을 강조한 것도 북핵 문제와 분리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겠다는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이 멈춰서는 안 된다. 나진경제특구 개발 계획은 아직 청사진에 불과하고 많은 난관이 놓여 있지만 남북 경협의 물꼬를 트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향한 연결 고리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잭팟 곧 또 터진다… 수출 노하우 업계와 공유”

    “잭팟 곧 또 터진다… 수출 노하우 업계와 공유”

    한미약품의 잇단 초대형 ‘신약 기술 수출’로 한국 제약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하루아침에 터진 건 아니다. 2010~2011년 연속 적자의 악몽을 겪으면서도 연구·개발(R&D)비만큼은 오히려 늘려 왔다. 물론 글로벌 제약회사들에 비하면 초라한 액수다. ‘잭팟’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R&D센터 출신의 이관순(55) 한미약품 대표(사장)에게 물었다. 이 대표는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적은 연구비지만 유망한 분야를 선택해서 집중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특히 바이오 신약 부문은 오로지 ‘랩스커버리’ 기술 하나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13년간 이 기술에만 30명의 핵심 연구 인력이 매달렸다. 지금은 생산 인력 등이 붙어 두 배가 됐다. 랩스커버리는 한미약품의 원천 기술로 2004년 개발됐다. 이날 얀센에 수출한 당뇨·비만 치료제 기술은 물론 앞서 사노피아벤티스와 체결한 5조원대의 지속형 당뇨 치료제 기술의 기반이 됐다. 랩스커버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6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 가운데 올해만 4개가 빛을 봤다. 그는 “회사로 치면 13년 동안 ‘묻지마 투자’를 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그동안 믿어 준 주주들에게 감사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케미칼 신약은 특정 약효군인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쪽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 대표는 내년 R&D 계획에 대해서는 “기술은 수출했지만 개발 과정에 우리도(한미약품) 참여한다. 올해 뿌려 놓은 게 잘 개발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사후에 수익도 많이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개할 정도는 아니지만 랩스커버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후속 파이프라인도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국내 매출 1위 유한양행에 이어 올해 녹십자와 함께 매출 1조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국내에서 1조~2조원 매출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다른 국내 제약업체들도 글로벌 시장으로 갈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을 갖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그동안의 수출 노하우를 국내 제약 업계와 공유할 계획이다. R&D를 강조하는 임성기 회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톱(임 회장)의 의지, 밑(임직원)에서의 믿음이 있었다”면서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불안해하는 시선이 안팎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내년에는 더 바빠지겠지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1984년 한미약품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 대표는 2010년 말 한미약품 대표로 선임됐다. 영업통이 대세였던 다른 제약 업계 대표들과는 달리 연구원 출신이 회사를 맡아 화제가 됐었다. 경기도 화성 출생인 그는 서울대 사범대학 화학교육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랩스커버리 프로젝트의 초기 멤버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美, 도심형 싱크홀은 상하수도관 정비…자연발생형은 보험 해결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美, 도심형 싱크홀은 상하수도관 정비…자연발생형은 보험 해결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오후 2시 미국 뉴욕 브루클린 선셋파크 5번가와 64번가 교차로. ‘횡단보도 폐쇄’라고 적힌 팻말 너머로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평온했던 곳.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전날 밤까지 멀쩡했던 길이 밑으로 큼직하게 뚫렸는데 불안하죠. 처음에는 매캐한 가스 냄새가 진동해서 가스관이 붕괴된 줄 알았어요.”(에드윈 마르티네스·15) 올 8월 4일 이곳에서는 지름 6m의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했다. 수십 년간 지하 6m 깊이의 황토빛 흙에 파묻혔던 거대한 상수도관이 하루아침에 민낯을 드러냈다. 예고 없이 생긴 싱크홀이었다. 원인 조사와 복구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뉴욕시 환경보호과와 용역 계약을 맺은 공사업체 관계자는 “12m를 더 굴착해 관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정확한 원인 파악이 가능하겠지만, 매설된 지 100년도 더 된 관로의 노후화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도로 함몰들은 대부분 이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교차로 인근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도로가 통제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땅 면적이 남한의 98배에 이르는 미국에서는 싱크홀이 다양한 요인으로 형성된다. 서울처럼 인위적인 개발로 발생하는 지반 침하를 일컫는 ‘도심형 싱크홀’이 빈번한 곳이 뉴욕이다. 뉴욕은 브롱크스,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스테이튼아일랜드 등 5개 자치구(카운티)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맨해튼은 선캄브리아기 기반암과 수만년 된 퇴적층이 쌓인 지반이다. 지질 및 토목학 전문가들은 뉴욕을 지반이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진 지역으로 손꼽는다. 덕분에 건축물을 세우거나 터널을 뚫어 지하철을 개통해 지하수를 퍼내도 부분적인 도로 함몰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뉴욕에도 복병은 있다. 노후화된 사회기반시설이다. 지하철, 상하수도관 등 시내 대부분의 사회기반시설은 세워진 지 100년이 넘었다. 지하 구조물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상수도관이다. 미국수도협회(AWWA)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하수도관이 매설된 시기는 크게 1800년대 후반, 1920년대 후반, 제2차 세계대전(1945년) 이후로 나뉜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향후 20년간 노후화된 상하수도관 정비가 가장 시급한 지역은 뉴욕,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3개 주다. 3350억 달러(약 381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새뮤얼 아리아라트남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미국에서 도심형 싱크홀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상하수도관 파손 때문”이라며 “파이프(관로)가 손상된 지점에는 대부분 싱크홀이 생긴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 8월 4일과 6일 이틀 간격으로 브루클린, 브롱크스 등 뉴욕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싱크홀은 모두 노후화된 상수도관 파손이 원인이었다. 수압이 거센 상수도관에 균열이 생겨 새나간 물이 지반을 연약하게 만들었다. 흙이 물에 쓸려 빠져나가면서 형성된 지하 동공은 비가 많이 오면 지표면부터 가라앉는다. AWWA와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은 상하수도관 파손의 원인, 피해 규모 등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노후화된 상하수도관의 교체율은 전체의 0.5%에 그친다. 밥 브링크먼 뉴욕 롱아일랜드 호프스트라대 지질학과 교수는 “주정부 차원에서 상하수도관에 사용된 소재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수명을 예측해 순차적으로 교체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수만㎞의 관로를 일일이 점검하려면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 퀸스 화이트스톤 지역에서는 2009년 다른 이유로 땅이 자주 꺼졌다. 홍수가 빈번한 저지대에 배관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게 요인이었다. 비가 올 때마다 갑자기 늘어난 물의 양을 소화할 배관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통상 하수도관은 물이 관로의 50%도 채우지 않고 흐르는 게 일반적인데, 이 지역은 하수도관을 통과하는 물의 양이 관로의 수용 능력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관로는 빠르게 낙후됐고 지하수 유실 등으로 지반까지 약해지면서 도심형 싱크홀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당국은 배관 시스템 재정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뉴욕은 한국과 달리 사전 시추조사가 법으로 의무화돼 있지는 않다. 시추조사는 지하에 있는 흙을 직접 채취해 지질 구조를 분석하는 조사다. 뉴욕은 이런 세부 사항은 시공자와 발주자가 협의해 정하도록 내버려 뒀다. 자율이 주어지되 엄격한 책임이 따르도록 했다. 에드 카바잔지안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이자 미국토목학회(ASCE) 전 회장은 “부실 시공으로 나중에 인근 건물주나 시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시정부를 비롯해 다양한 주체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고 보상을 받게 돼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주형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한국이나 일본은 법적으로 의무화된 사항들이 많다 보니 지반조사가 안전을 담보할 수준으로 됐느냐보다는 의무사항을 준수했느냐, 즉 형식적인 측면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며 “그에 비해 안전 자체에 좀 더 중점을 두는 미국 시스템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텍사스, 앨라배마,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등 7개 주는 미국에서 지질적 요인에 의한(자연발생형) 싱크홀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다. 이 지역의 지반을 구성하는 석회암, 암염 등이 지하수, 빗물 등 물과 만나 녹아내리면서 지하에 빈 공간이 만들어졌다가 약해진 지반이 내려앉아 구멍이 뚫려 발생하는 형태다. 2013년 2월 28일 플로리다주에서는 집에서 잠자던 남성이 순식간에 15m 땅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날 이후 싱크홀에 대한 공포가 커지자 미국 내무부 산하 지질조사국(USGS)은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같은 해 위성, 레이더 등으로 싱크홀의 전조 증상을 탐사해 발생 가능성을 예측한 지도 제작에 들어갔다. USGS는 미국 전체 영토의 40%가 지질적 요인으로 싱크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플로리다주에서 싱크홀이 화두가 된 것은 20세기 이후다. 지질 상태는 그대로였지만 지역 내 유입 인구가 늘면서 대지 사용률이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싱크홀 문제가 생겨났다. 싱크홀로 인한 재산 피해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골머리 앓았다. 그 결과 나온 대안이 ‘시장의 손’에 맡기는 것이었다. 플로리다에서 보험업을 하려면 싱크홀 관련 보험 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단, 서서히 일어나는 지반 침하는 싱크홀 범주에서 제외된다. 부동산 소유자들이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플로리다주 정부는 1970년대 센트럴플로리다대학에 ‘싱크홀 인스티튜트’라는 전담 연구기관을 설립했다. 지금은 이 기관의 기능이 플로리다주 지질조사국(FGS)으로 이관됐다. 싱크홀 발생 후 원인 조사 및 복구도 부동산 소유자와 보험사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플로리다주 소방 당국은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 수도, 가스 등에 이상이 없는지만 확인한다. 지반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는 부동산 소유자가 직접 지질공사 업체를 고용해 비용을 지불하고 조사해야 한다. 글 사진 뉴욕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적자에도… 매일매일… 15년 쭉~ ‘R&D 뚝심’

    적자에도… 매일매일… 15년 쭉~ ‘R&D 뚝심’

    “신약 개발은 내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임성기(큰 75) 한미약품 회장의 연구·개발(R&D) ‘집착’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한미약품이 R&D에 투입한 누적 금액은 9000억원대에 이른다. 회사가 사상 첫 적자를 내도, 유동성 위기에 처해도 임 회장의 ‘뚝심’은 꺾이지 않았다. ●1966년 종로서 약국… 1973년 회사 설립 한미약품이 지난 5일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업체 사노피아벤티스와 39억 유로(약 4조 8000억원)에 달하는 당뇨치료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 일라이 릴리,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각각 6억 9000만 달러(약 7603억원), 7억 3000만 달러(약 8300억원)에 달하는 기술 수출 계약에 이어 세번째 쾌거다. 특히 이번 수출 계약은 한미약품의 지난해 매출인 7600억원보다 6배나 더 큰 규모로 계약금만 5000억원에 달한다. 한미약품이 2012년 이후 지금까지 R&D에 쏟아부은 4971억원에 맞먹는 숫자다. “R&D 다 좋은데요, 올해는 배당 하나요.” 지난 10년여간 한미약품 투자자들은 조바심이 컸다. 투자한 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임직원들도 회의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무엇도 임 회장의 신념을 꺾진 못했다. 임 회장은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송파구 사옥에 매일 출근해 R&D 부문을 꼼꼼히 챙겼다. R&D 부문 책임자인 이관순(작은 55) 한미약품 대표(사장)는 R&D 진행 현황보고를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회장 앞에 앉아 있어야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2010년 사상 첫 적자 때도 R&D 투자 비용을 늘렸다”면서 “회장님의 판단력이 없었다면 대규모 기술 수출 성과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2013년 제약업계 처음으로 연간 R&D 투자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1525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올해 3분기까지는 매출액의 19%에 해당하는 1380억원을 R&D에 썼다. 제약업계 매출 대비 R&D 투자율이 평균 7%대임을 고려하면 한미약품의 ‘잭팟’은 하루아침에 터진 게 아니다. 한미약품이 이번에 사노피아벤티스와 수출계약을 맺은 신약기술은 지속 기간을 늘린 당뇨치료제에 관련된 프로젝트다. 하루 1회 주사하는 인슐린을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하도록 해 투약횟수와 투여량을 최소화해 부작용 발생률은 낮추고 약효는 최적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미약품의 모태는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한 임회장이 1966년 27살의 나이로 서울 종로 5가에 세운 ‘임성기 약국’이다. 임 회장은 ‘더 좋은 약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며 1973년 한미약품을 설립했다. ●주가 70만원 돌파… 연초 대비 7배 올라 한편 이번 계약 체결로 한미약품의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썼다. 6일 코스피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날보다 16만 4000원(29.98%) 오른 71만 1000원을 기록했다. 연초 대비 7배 가까이 상승했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도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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