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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전국 확대 효과 있을 것”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전국 확대 효과 있을 것”

    울산·경남·경북·강원·제주도 전격 도입 “비수도권·민간서 어떻게 줄일지 고민…대기환경정책관 저감에 직 걸라 말해”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22일 발표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전국 확대 조치’를 두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 장관은 이날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제시했지만 아직 다 쓴 것은 아니다”라며 “전국으로 확대되는 비상저감조치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의 언급대로 정부는 울산과 경남, 경북, 강원, 제주 등 5개 시도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전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들 지자체는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전이라도 해당 시도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조 장관은 미세먼지가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수도권 중심의 저감이 아니라 비수도권에서, 공공보다는 민간 영역에서 어떻게 줄여 갈 것인가를 고민할 때”라며 “다음주에는 지자체장과 영상회의를 해 저감조치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 장관은 발언의 대부분을 미세먼지 문제에 할애했다. 그는 “미세먼지를 담당하는 대기환경정책관에게 ‘미세먼지 저감에 직을 걸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세먼지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조 장관은 “(미세먼지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우리가 정확히 규명해서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을 국민과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레스토랑의 번성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레스토랑의 번성

    춥고 배고플 때 따끈한 국물 한 사발만큼 기운을 북돋아 주는 특효약이 있으랴. 레스토랑은 애초에 식사를 제공하는 장소가 아니라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국물을 의미했다. 1765년 파리 루브르궁 근처에 근대적 식당이 문을 열었다. 여기서는 고기 국물로 만든 맑은 수프와 몇 가지 요리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는데, 사람들은 이 수프를 레스토랑이라 불렀다. 레스토랑 파는 곳이 하나 둘 늘면서 문 앞에 그날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알리는 표지판을 내걸고, 테이블에 앉은 손님에게는 작은 표지판을 제공해 음식을 고르게 하는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레스토랑이 만개한 것은 19세기의 일이었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나자 귀족들은 목숨을 잃거나 파산하거나 망명길에 올랐다. 그들이 거느린 요리사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이들은 까다로운 귀족의 입맛에 맞추느라 갈고 닦은 솜씨를 무기로 식당을 열었다. 부르주아 계층은 요리별로 가격이 매겨진 메뉴판을 보고 원하는 것을 골라 식사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1830년대 파리에는 식당이 2000여개로 불어났다. 레스토랑은 수프가 아니라 식당을 의미하는 어휘가 돼 프랑스 아카데미사전에 올랐다. 제르벡스는 불로뉴공원 안에 있는 레스토랑 ‘프레 카탈랑’의 한때를 보여 준다. 1905년 파리시는 이곳에 카지노와 고급 레스토랑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했다. 카지노 건설은 무산됐으나 레스토랑은 문을 열자 곧 명소로 떠올랐다. 신고전주의풍으로 지어진 레스토랑은 식당이라기보다 상류층 사교클럽 같은 분위기다. 주렁주렁 드리워진 샹들리에가 앞마당까지 훤히 밝히고 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은 당대 사교계를 주름잡던 인사들이다. 앞마당에서는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애너 굴드, 그녀의 남편, 화가의 부인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국 부호의 딸인 애너는 막대한 지참금을 싸들고 대서양 건너 시집을 왔다. 사람들은 “애너의 예쁜 데는 등뿐”이라고 농담을 했다. 등(dos)과 지참금(dot)의 발음이 같은 데 착안한 말장난이다. 화가는 짓궂게도 그녀를 뒷모습으로 그려 넣어 이 농담에 동조했다. 이 사치스런 레스토랑은 오늘날도 건재하다. 미술평론가
  • [열린세상] 고향을 부끄럽게 만들지 마라/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고향을 부끄럽게 만들지 마라/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고향이 이처럼 부끄러운 적도 없다. 군의원들의 가이드 폭행과 접대부 요구 추태에 이은 뻔뻔한 거짓말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 하루아침에 악명을 떨치게 된 예천. 그 뉴스로 한창 열을 내다가 “참, 당신 고향이 예천이지” 하는 지인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양반의 고장’의 추락도 이런 추락이 없다. 출향민의 심정이 이런데 군민들의 참담함이야 말해 무엇하랴. 군청 앞마당에 걸린 ‘철면피 예천군의회 의원들을 배출한 예천군민으로서 몸 둘 바 모르는 부끄러움으로 대국민 사과를 드립니다’란 대형 현수막이 말해 주고 있다. ‘미꾸라지’는 정말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지방의회에는 이런 미꾸라지가 수도 없이 많다. 지금처럼 다른 사람에게 고향을 선뜻 말하지 못한 때가 있었다. 지금과는 이유가 달랐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예천’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가 어딘데. 경상도에 그런 곳이 있니”라고 하는가 하면, ‘여천’으로 알아듣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처럼 정보가 풍부하고, 여행이 일상화되지 않던 시절의 답답함과 속상함이었다. 그래서 아예 고향을 물으면 “안동”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편했고, 한때는 안동부에 편입됐던, 같은 안동문화권이어서 그다지 틀린 얘기도 아니었다. 그 예천을 국민 모두 아는 곳으로 만든 사람은 김진호였다. 1979년 베를린, 1883년 LA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 대회에서에서 연속 5관왕을 차지하면서 ‘예천’ 하면 ‘양궁’이 됐고, 대한체육회가 김진호를 ‘2018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할 만큼 그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때 이후로 이번만큼 예천이 언론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도 없을 것이다. 예천은 넓이가 660여㎢로 작은 군이다. 여느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한때 16만명이던 인구도 4만 5000명까지 줄었다가 그나마 경북도청 신도시 조성으로 지난해 겨우 5만명에 턱걸이했다. 특별한 산업이나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가난할 수밖에 없다. 전국 최하위권인 지난해 재정자립도(13.05%)가 말해 주고 있다. 그런 곳의 기초의원들이 전국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의정비를 쓰고, 6200만원이나 들여 해외 연수를 갔다. 얼마 전에는 500억원을 들여 읍내에서 가장 큰 건물인 군청사와 의회 건물을 새로 지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근 상주시와 의성군, 청송군의회 의원들은 예산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지난해 국외 연수비 전액을 반납했단다. 그래서 분노와 실망이 더욱 크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기초의원들의 놀자판 해외 연수가 어디 한두 번이며, 수준 이하의 추태 또한 예천군의회 의원들뿐이었느냐”고. 그래서 어물쩍 넘어가자고? 금방 잊어지니까 죽은 척 엎드려 있자고? 안 된다. 어차피 망신당하고, 유명세를 얻은 김에 예천이 지방의회 적폐청산의 중요한 신호탄이 돼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허겁지겁 대증요법으로 내놓은 ‘지방의회의원 공무 국외 여행 규칙’ 개선안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해외 연수를 엄격히 한다고 지방 의원들의 자질과 수준이 달라지고, 지역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은 없다. 올바른 지방분권화 시대를 위해서라도 의원 선출에서부터 유명무실한 주민소환제까지 개혁하고, 나아가 기초의회 폐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못할 것도 없다. 2006년에 도입된 지방의원 유급제와 국회의원 하수인 노릇을 강요하는 정당공천제에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히 높다. 지금과 같은 기초의회라면 없는 게 낫다는 의견도 많다. 국회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10년 전부터 우리도 일본처럼 주민세 일부로 고향의 열악한 재정을 돕자는 ‘고향세’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고향사랑기부제’를 넣어 놓았다. 일본은 해마다 그 액수가 급증, 첫 시행 후 10년 만인 2017년에는 3조 7000억원으로 무려 450배나 늘었다. 우리도 일본처럼 될까. 지금처럼 기초의원들이 해외 관광이나 다닌다면 고향에다 세금 낼 출향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김유정, 윤균상♥에 애틋 고백 “모른척해서 미안해”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김유정, 윤균상♥에 애틋 고백 “모른척해서 미안해”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김유정의 진심이 윤균상에게 닿았다. 14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연출 노종찬, 극본 한희정, 제작 드라마하우스, 오형제) 11회에서는 선결(윤균상 분)의 깜짝 스캔들에 마음 앓이 하던 오솔(김유정 분)이 가슴 저릿한 고백을 전하며 애틋한 설렘을 안겼다. 오솔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선결의 직진 로맨스는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하루아침 ‘요섹남’으로 변신해 손수 식사 준비를 하는가 하면, 오솔의 입가에 묻은 음식을 맨손으로 닦아주는 ‘심쿵’ 매너를 선사하는 선결의 야심 찬 유혹 작전은 오솔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토록 설레는 선결의 로맨틱 변화에도 오솔은 애써 자신의 진심을 외면했고, 그 사이 최군(송재림)이 선결의 집을 찾아왔다. 주치의를 자처한 최군은 선결의 결벽증 치료는 물론 오솔을 지키기 위해 함께 지낼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오솔 아닌 다른 사람과의 ‘한집살이’는 감히 상상도 못 했던 완전무결한 선결에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눈엣가시였다. 예고 없이 시작된 세 사람의 좌충우돌 ‘한집살이’와 함께 선결, 오솔, 최군의 힐링 로맨스는 본격 막이 올랐다. 한편 매화(김혜은 분)는 오솔에게 선결과 김혜원 아나운서의 큐피드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복잡한 감정을 숨긴 채, 선결에게 직접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전한 오솔. 선결은 모든 사실을 알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한 오솔의 반응에 “길오솔 씨는 내가 정말 여기에 가서 김혜원 아나운서를 만나도 아무렇지 않냐”고 다그쳐 물었다. 하지만 오솔은 “연애 감정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냐”고 쐐기를 박으며 그를 외면했고, 선결의 오해는 더욱 깊어져만 갔다. 냉정하게 말하긴 했지만 오솔은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출판기념회를 찾아간 선결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음을 밝히며 김혜원 아나운서의 마음을 거절했다. 하지만 선결과 김혜원 아나운서의 스캔들이 터지며 ‘솔결커플’의 관계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 선결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길오솔 씨”라고 해명하며 다시 진심을 고백했다. 역시나 돌아오는 것은 오솔의 차가운 거절뿐. 하지만 “연애하자는 것 아니다. 그냥 솔직한 내 마음을 고백하는 거다”라는 선결의 담담한 고백에 오솔의 마음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편, 오솔은 술에 취한 선결을 챙기던 중, 그동안 숨길 수밖에 없었던 진심을 고백했다. “미안해요. 대표님 마음 몰라줘서. 아니, 모른 척해서”라는 오솔의 애틋 고백에 천천히 눈을 뜬 선결. 피하려는 오솔의 손을 붙잡고 아련한 눈 맞춤을 나누는 초밀착 ‘숨멎’ 엔딩은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기대케 했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12회는 오늘(15일)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여기는 남미] 월세 대신 15살 딸 넘긴 인면수심 부모 ‘쇠고랑’

    [여기는 남미] 월세 대신 15살 딸 넘긴 인면수심 부모 ‘쇠고랑’

    돈을 아끼려고 10대 딸을 사실상 팔아넘긴 아르헨티나 부모가 쇠고랑을 찼다. 1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경찰은 월세 대신 15살 딸을 집주인에게 넘겨 성관계를 갖게 한 부모를 체포했다. C라는 이니셜만 공개된 딸은 양아버지로부터도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주 베르날이라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다. C의 엄마 라모나 페를라(37)는 65세 남자와 재혼, 새 가정을 꾸렸다. 페를라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미장공으로 일하던 새 남편이 건강 문제로 일을 중단하면서 경제적으로 궁핍해졌다. 이때 가장 부담을 느낀 건 바로 월세. 몇 개월 동안 월세가 밀리는 등 부부가 심한 경제적 압박을 받았다. 딸이 희생양이 된 건 이때부터다. 부부는 집주인에게 15살 딸을 성노예로 넘겼다.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집주인이 원하면 언제든 딸과 성관계를 갖도록 했다. 46살 집주인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15살 딸은 하루아침에 성매매여성으로 전락했다. 현지 언론은 "사실상 매일 집주인이 딸과 동침했다"면서 "아기를 지운 사실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딸이 악몽 같은 삶에서 구출된 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한 이모가 사건을 경찰에 알리면서다. 알고 보니 딸의 인생을 짓밟은 건 엄마와 집주인뿐만이 아니었다. 65세 양아버지도 그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경찰은 "딸이 양아버지로부터도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C의 부모와 집주인을 긴급체포했다. C는 성범죄피해센터 보호시설에서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엄마에 대한 배신감, 동시에 두 남자의 성적 노리갯감이 됐다는 충격에 딸이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정신치료를 받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인포바에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파인텍 타결]겨울·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400여일만 땅 밟은 노동자들

    [파인텍 타결]겨울·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400여일만 땅 밟은 노동자들

    홍기탁·박준호씨, 노사 합의 뒤 75m 굴뚝에서 내려와동료들, 환호…얼싸안고 기쁨의 눈물“헌법에 보장되는 기본권 하나 지키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426일간의 굴뚝 농성을 끝내고 마침내 땅을 밟은 노동자들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다독였다. 섬유가공업체 파인텍 노사가 11일 오전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에서 1년 넘게 이어진 홍기탁(46) 금속노조 파인텍 전 지회장과 박준호(46) 사무장의 고공 농성도 끝이 났다. 1년 여전 겨울 시작했던 농성은 다시 겨울이 돼서야 마무리된 것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19구급대원이 두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75m 굴뚝 위로 올라갔다. 이들은 오랜 고공 농성과 단식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몹시 나쁜 것으로 알려져, 애초 헬기를 통해 이송하거나 들것에 실려 내려오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두 사람이 스스로 내려가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안전 로프를 몸에 묶고 소방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직접 걸어 내려왔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이 난간과 안전 로프에 의지해 수직 계단과 회전 계단을 모두 밟아 천천히 내려오는 동안 아래에서는 1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손을 흔들고 환호하면서 이들을 맞이했다. 두 노동자에게 전해줄 꽃을 들고 있던 수녀회연합회 살루스 수녀는 “수녀회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식사를 올려다 주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하루빨리 내려와서 건강을 회복하길 바랐는데 이렇게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돼 다행”이라고 말하며 웃었다.마침내 땅으로 내려온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이동 침대에 실린 채 열병합 발전소 정문으로 나갔다. 이들은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광호 지회장을 비롯해 김옥배 수석부지회장, 조정기 총무 등 파인텍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홍 전 지회장은 “저희 동지 5명이 부족한데도 정말 많은 사람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면서 “헌법에도 보장된 ‘노조’할 권리 하나 지키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청춘을 다 바쳤다”고 울먹였다. 박 사무장도 “저희 투쟁에 연대 단식까지 하면서 같이 싸워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며 “이제부터 다시 시작인 것 같다. 앞으로 현장에서도 지금까지 함께해준 분들 마음 잊지 않고 올곧게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4년 45m 높이의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408일 동안 농성을 벌였던 차 지회장도 “다섯명은 절대 적지 않다”면서 “앞으로도 똘똘 뭉쳐서 저희의 권리를 찾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해단식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을 비롯해 그동안 파인텍 노사의 교섭을 중재한 박승렬 목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송경동 시인 등 시민사회·종교계 인사들도 참여해 축하의 말을 전했다. 박 목사는 “오늘 노사가 협의한 데는 많은 시민이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싸워준 덕분이고 저도 작게나마 힘을 보탠 점이 기쁘다”면서도 “이때까지 이어진 노사 간 깊은 갈등을 하루아침에 잠재우긴 힘든 만큼 앞으로도 평화롭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송 시인 역시 “정의와 진실이 승리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바로 세워진 날”이라고 평가하면서 “다시는 그 누구도 저 까마득하게 높은 굴뚝에 오르지 않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SKY 캐슬’ 이태란, 속이 뻥 뚫리는 탄산수 어록 ‘후반 관전포인트는?’

    ‘SKY 캐슬’ 이태란, 속이 뻥 뚫리는 탄산수 어록 ‘후반 관전포인트는?’

    이태란의 속이 뻥 뚫리는 어록들이 화제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 (연출 조현탁 극본 유현미)에서 이태란이 김서형의 비밀을 파헤치고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는 이수임 역할을 맡아 극의 스토리를 견인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분당 최고 시청률 18% 이상을 달성했던 김서형과의 신경전 장면부터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해온 이태란의 어록들을 되짚어본다. 1. “오죽하면 아이가 약을 먹고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12회에서 이수임(이태란 분)이 김주영(김서형 분)의 거짓말을 밝혀내기 위해 던졌던 미끼로, 교통사고로 사망한 연두의 일을 모르는 주영은 수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수임은 연두까지 이용하며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던 주영의 검은 속내를 눈치챘고, 소설 출간을 막고 아이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김주영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2. “예서한텐 지금 무엇을 자극하고 있을까 생각해 봤니?” 13회, 김주영에게 꺼림직한 낌새를 느끼면서도 해고하지 못했던 한서진(염정아 분)에게 확신을 준 한 한마디였다. 수임은 영재(송건희 분) 외에도 김주영에게 입시 코디를 받은 후 불행을 맞이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예서(김혜윤 분)의 안위를 걱정했다. 특히, 김주영은 혜나(김보라 분)를 이용해 예서에게 불안감과 열등감을 심어주고 있던 터. 수임의 말로 인해 예서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서진은 수임과 손을 잡고 김주영에게 맞서게 됐다. 3. “캐슬이 뭐 별거야? 맞짱 떠 여보!!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냥 해!!” 13회 중 남편인 황치영(최원영 분)의 전화를 받고 수임이 건넨 말이다. 해고당할 위기에서도 가족들을 염려해 강준상(정준호 분)에게 맞서 싸울지 고민하던 치영은 수임의 격려에 힘을 얻어 병원을 상업 수단으로 여기는 준상의 이면을 폭로하는 인터뷰를 했다. 특히, “나중에 문제 생기면 같이 책임져 보지 뭐.”라며 전적으로 남편을 응원하는 수임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훈훈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4. “천벌을 받을 년. 내가 네 악행을 끝내 줄 테니까 두고 봐!” 지난주 방송된 14회에서 수임이 주영에게 던진 결투장. 수임은 “당신, 혹시 천재 아이를 기르던 엄마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가 하루아침에 바보가 되어버린 딸을 참을 수가 없어서”라며 주영의 치부를 자극한 데 이어, 한 가정을 나락으로 빠뜨리면서도 한 치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주영에게 강력한 경고의 말을 날려 보는 이들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이 장면은 분당 시청률 18.6%을 기록하며 이태란은 ‘탄산수임’이라는 별명을 얻는 등 드라마 후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이태란과 김서형의 대립각에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이태란의 따끔한 명대사들로 인한 막바지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JTBC ‘SKY 캐슬’은 매주 금,토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황수정의 시시콜콜] 이래도 안 죽을래, 자사고?

    한동안 잠잠하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논란이 또 시끌시끌하다. 교육청들이 자사고 재지정 기준을 한꺼번에 너무 높이 올린 탓이다. 자사고는 5년마다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자사고 간판을 떼야 하는데, 올해는 기준점을 5년 전보다 무려 10~20점이나 높여 놓은 모양이다. 자사고들로서는 “살아남는 게 기적”이라는 장탄식을 터뜨린다. 자사고 지정 권한이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 자율로 넘겨진 것은 2010년. 그러다 2014년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자사고의 입지는 하루아침에 쪼그라 들었다. 진보교육감들의 논리는 선명하다. 자사·특목고가 우수 학생들을 선점하는 바람에 일반고가 무너졌으니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진보 교육의 선봉장을 자처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0년 자사고 재평가에서 6개 학교를 무더기로 지정 취소했다. 당시 박근혜 정권의 교육부는 자사고 지정 취소를 직권 취소하면서까지 제동을 걸었고, 이에 불복한 조 교육감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대법원은 “교육제도 변경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라”며 교육부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그랬던 것이 현 정부 들어 교육부는 다시 태도를 바꿨다. 알려졌듯 자사·특목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자사고를 일반고와 같은 날 신입생을 모집하게 하는 ‘자사고 고사 작전’을 폈다. 물론 이 조치 역시 현장 반발이 극심했고, 헌법재판소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이런 소란을 몇년째 반복하는 사이 자사고 문제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자사고를 죽이지 못해 왜 저렇게 안달이냐”는 자사고 주변의 성토가 우선 하나다. 다른 하나는 “교육부가 강단있게 칼을 못 댈 거면 꼼수를 부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반고와의 동시모집을 밀어붙였던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당시 “자사고에 탈락한 중 3 학생은 재수를 감수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 있다. 날벼락처럼 정책을 바꿔 놓고 피해는 어린 학생들이 떠안으라는 무책임한 발언은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쥐도 새도 모르게 어물쩍 재지정 기준을 높인 정책의 자세는 아무리 접어줘도 비겁하다. 여론 반발이 두려워 대놓고 칼을 대지는 못하고 ‘자사고 팔 비틀기’로 일관하는 꼼수 정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터넷 공간의 댓글 하나를 퍼왔다. “자사·특목고 폐지 공약을 밀어붙이려거든 교육부가 정정당당히 단칼에 베라” 교육부의 속내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당장 올해 재지정 심사를 받는 자사고는 전국의 42곳 중 24곳이다. 일정상 6, 7월이면 상당수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중 3학부모들로서는 분통이 절로 터질 이야기다. 학교 선택을 놓고 막판에 또 얼마나 큰 혼란을 겪어야 할지 답답하다. 다 떠나서 교육부가 하나만은 기억해 줬으면 한다. 이 정책의 대상은 겨우 열여섯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는 사실 말이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우산그늘/조은희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우산그늘/조은희

    무대 어두운 파란빛 조명. 조명은 무대 후면만 들어오며 그 빛은 관객석으로 뻗어나간다. 관객들은 소품과, 인물들의 그림자 속에서 무대를 관람한다. 무대 중앙을 제외한 후면의 극 상하수는 조명의 빛이 흐릿하다. 빛이 흐린 어둠 속에서 인물들은 대기를 할 수 있다. 프롤로그, 새미의 학원 앞 / 저녁 빗소리. 그 소리는 폭우같이 거세지만, 바람은 불지 않는다. 조명은 옅고 어두운 파란빛. 무대의 전면 상수에는 연성이 우산을 들고 있다. 무대 전면 하수에는 문준이 우산을 들고 있다. 새미, 등장. 입으로 학생이 할 법한 욕을 중얼거리며, 메고 있던 가방을 머리 위를 가리듯, 든다. 새미는 무대 전면 중앙으로 뛰어온다. 연성과 문준. 동시에 돌아본다. 새미가 중앙에 선다. 웅덩이를 밟은 듯, 첨벙 소리가 난다. 문준과 연성은 동시에 고개를 객석으로 향한다.문준 우새미! 아빠 왔다! 새미, 교복 바지가 젖은 듯. 욕을 하며 발을 들어 확인한다. 문준 아빠 왔다고! 바지 다 버렸네. 아침에 빨래했는데, 또 세탁기 돌려야 해? 연성 새미? 혹시 너가, 우새미 맞지? 새미 예? 맞는데요? 이렇게 비 오는 날. 절 왜요? 연성 나야. 김연성. 새미 누구냐니까요. 연성 네가 처음으로 손가락을 쥔 사람. 새미는 연성을 돌아본다. 새미를 제외한 모두 앞을 보고 있다. 문준의 우산이 눈에 띄게 처지듯, 내려간다. 문준의 얼굴이 우산에 가려진다. 1장, 새미의 집 / 저녁 무대 후면. 옅은 하늘빛 조명과 노란 조명이 무대를 밝힌다. 무대 전면에 소형 테이블과 큐빅 2개가 있다. 문준은 무대 후면에 있다. 문준은 젖은 우산을 펼친 채 조명 앞에 둔다. 우산 모양의 그림자가 바닥에 그려진다. 동시에 무대 상수에 있던 새미가 연성을 어둠 속에 뿌리쳐 놓고, 비교적 밝은 전면으로 들어온다. 문이 닫히는 소리. 연성은 문을 두드리는 손짓을 한다. 연성 (문 두드리며) 새미야! 문 열어! 새미 들어오지 마요! 이런 행동, 불법인 거 아시잖아요? 문준이 손을 소매에 닦으며 무대 전면으로 이동한다. 새미 아빠, 우산 또 저렇게 해놨어? 저러면 바닥에 물 떨어진다니까. 바닥이 원목이라 물 몇 방울이라도 나무가 이리저리 운다고 말했잖아. 문준 잘 기억하네? 내가 그랬었지. 나무라 이리저리 뒤틀린다고. 근데 물이야 닦으면 되는 거고. 우산은 접어서 보관하면 녹슬어. 새미 어차피 내일도 비 오거든요. 추적추적. 약해지겠지만요. 문준 갈색 얼룩보다는 낫지, 녹슬면 흉해지고, 가지고 다니기 싫어지니까. 쾅쾅쾅! 연성 (문 두드리며) 새미야. 김새미. 인터폰 통해서라도. 얘기만 하자. 아니면 얼굴이라도. 문준 이제는 성까지 바꿔버리네. 새미 여기는 우문준, 우새미. 우씨 집안이에요! 잘못 찾아오셨어요! 잠시 잠잠하다. 새미 아빠 밥은? 문준 아까 낮에 햇볕 아래에 누워 있었는데, 배가 금방 찬 것 같더라니. 다시 출출해졌어. 새미 요즘 따라 먹구름이 자주 껴서 그래. 문준 그렇지? 아빠가 이상한 거 아니지? 새미 물을 걸 물어 아빠. 18년간 한 번도 그런 적 없잖아. 문준 한 번은 아니고…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는 아니겠지? 새미 아빠도 수명은 있을 거 아냐. 나 학원에서 꼬부랑 글씨를 너무 봐서 그런가. 배가. 쾅쾅쾅! 연성 새미야! 너가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 나 기다린다! 문준 (무시하려는 듯) 배고프지. 우리 야식 먹을까? 새미 오랜만에 배달 시켜 먹자! 나 조금만 더 시켜 먹으면 배달 앱에서 아이디 등급 올려준대. 어때 아빠? 피자? 문준 아냐. 내가 해 줄게. 금방이야. 군만두가 냉동실에 한가득이야. 자리 비좁아. 새미 아빠 힘들잖아요. 나도 이제 그것쯤은 알아. 뭐 시켜 먹을까? 그 전에 나 옷 갈아입고 올게. 문준 아빠가 이렇게 해 줄 수 있을 때 먹어. 나 늙으면 해 달라 해도 안 해 준다. 그땐 새미 네가 나한테 해 줘야지. 새미 말을 꼭 할아버지처럼 하네. 아빠 아직 한참 멀었어. 수명 240세 시대야. 120세 하프 세대도 훌쩍 넘은 지 오래구만. 문준 그건 너한테 해당되는 얘기고. 여튼 군만두 개수는 내가 알아서 한다? 다 먹어야 해? 새미 알겠어. 문준 무대 중앙 하수로 간다. 문준은 어둠 속에 있다. 문준은 무대 중앙을 등지고 있다. 문준은 앞치마를 맨다. 문준은 요리하는 시늉을 한다. 지글지글 소리가 난다. 새미는 교복 와이셔츠 단추를 푼다. 단추를 풀자, 반팔티가 나온다. 새미가 교복 바지를 벗는다. 바지를 벗자 체육복이 나온다. 문준 교복 아무데나 벗어두지 말고! 방에 갖다 놔. 새미 개고 있어! 아빠는 맨날 보지도 않고 단정 지어! 새미는 큐빅 위에 교복을 아무렇게나 올려둔다. 새미는 무대 전면 상수로 이동한다. 새미 김이 많이 서렸네. 이러면 아빠가 계속 배고플 텐데. 새미는 호 입김을 분다. 와이셔츠 소매로 창문을 닦는 시늉을 한다. 그 행동은 느리게 진행된다. 그때, 쾅쾅쾅. 이번엔 아무 소리도 없다. 새미는 문준이 있는 무대 하수를 본다. 새미는 연신 눈치를 보며 연성이 있는 문으로 다가간다. 끼이익. 문 열리는 소리. 연성 새미…! 새미 쉿, 아빠 요리하러 갔어요. 여기까지 따라오면 어떡해요. 이 집에 지금 못 들어오는 이유, 제가 보낸 봉투에 다 담겨 있을 텐데요. 연성 사정이 있었어. 네가 모를 사정. 새미 그래요. 그쪽의 유전자를 인공 난자에 넣을 때도 제가 이해해야 될 사정이 있었나요? 몰랐어요. 아직 고등학생이라. 연성 난 연구원이었어. 첫 연구가 성공할 줄 누가 알았겠어. 성공해서…기뻤지만. 그게 널 데려가기 전에는. 새미 말 조심해요. 문 닫기 전에. 연성 지금 말씨름하자고 만난 거 아니야. 난 알고 찾아갔어. 너의 아빠가 널 데리러 온다는 것을 알고. 적어도 내가 엄마라는 건 안 밝혔잖아. 얼굴도 제대로 못 봤을 거야. 우산을 모자마냥 푹 눌러쓰고 있던데. 새미 엄…이란 단어는 내 앞에서 쓰지 마세요. 밝혀주지 않은 덕분에 난 아빠한테 그 쪽이 게임 유저라고 밝힐 거예요. 제가 판 희귀 아이템을 돈 주고 사러 온 게임 유저요. 그러니까, 조용히 가 주세요. 나머지는 서류로 이야기하죠. 새미는 문을 쾅 닫는다. 문준이 프라이팬을 들고 등장한다. 문준 받침대 없어? 받침대. 새미는 받침대를 까는 시늉을 한다. 새미 아빠 잔치 열어? 무슨 만두가 북한산처럼. 문준 그 사람은 갔어? 새미 어? 새미, 군만두를 입에 넣는 시늉. 새미 (후하후하 대며) 아 뜨거! 음 그 사람? 내가 모바일 게임에 현질을 좀 해서, 아이템이 남더라고 그래서 판다고 했는데. 오죽 급했는지 우리 집 현관까지 온 거야. 그래서 돌려보냈어.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급한지. 문준 갓 튀긴 만두, 허겁지겁 혀 데면서 먹은 놈이 할 말은 아니네요. 정말 간 거 맞아? 새미 갔어. 뒷모습도 봤는걸. 문준 일부러 그 사람 것도 구웠는데. 그래서 많아졌어. 다 먹을 수 있지? 아들? 둘의 젓가락이 왔다 갔다 하나, 힘이 없다. 새미는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문준 야 우새미. 너 설마 벌써 다 먹은 거야? 새미 …입맛이 없어. 문준 말도 안 돼. 이거 다 어떡해? 아까는 다 해치울 듯이 굴더니. 새미 내일 아침 반찬으로 하면 좋겠다. 그래서 일부러 남기는 거야. 문준 그래 그럼, 아빠가 다 먹는다. 숟가락 줄면 나야 환영이지. 새미 나 먼저 씻을게. 새미 무대 상수로 퇴장. 문준은 젓가락질을 하려다가 내려놓는다. 아까 새미가 서 있던 창문 뒤에 선다. 창문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문준 날이 흐리네. 문준은 새미의 교복을 갠다. 조명이 어두워진다. 2장, 새미의 학원 앞 / 낮 잔잔한 보슬비 소리. 연성이 우비를 입고 있다. 무대 상수에서 문준이 우산을 들고 등장. 연성 어? 문준 (혼잣말로)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쳐다보듯) 다 큰 어른이 부끄럽지도 않나. 연성 네? 문준 고등학생이랑 거래하는 거 말이에요. 연성 그게 워낙 희귀한 아이템이라. 제 시간, 돈, 다 쏟아붓는 겁니다. 문준 난 그 애의 아빠예요. 계속 이러시면. 연성 새미 말을 진짜 믿네요? 문준 계속 이러시면 신고할 겁니다. 접근금지 신청도 내릴 거고. 연성 내가 걔 본명을 어떻게 알 것 같아요? 문준 보나마나 은행 계좌겠죠. 입금을 하라고 새미가 본명을 알려 줬을 거니까. 연성 난 당신 본명도 알아요. 새미가 이름 하나는 잘 짓네요. 문준 현실 세계로 돌아오세요. 맨날 게임만 하니까 현실과 가상을 분간 못 하잖아요. 문준은 연성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선다. 연성은 문준 쪽으로 돌아선다. 문준 제가 새미 대신 아이템값 배로 환불해 드릴 테니까. 거래 파기하세요. 연성 걔가 먼저 연락했어요. 저한테. 문준 그러니까 배로 쳐드린다구요. 없었던 일로 합시다. 연성 우산부터 위로 올리고, 절 보면서 말하세요. 문준 그쪽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 연성 새미도 궁금할 겁니다. 항상 비 오는 날만 데리러 오는 당신을요. 아무리 길이 물기로 미끄럽다고 해도요. 문준 내 아들이 유치원생도 아니고, 그냥 산책 겸 데리러 온 거죠. 우산도 따로따로 쓰는 마당에 무슨 소리예요. 연성 우산 그늘 아래 숨어서 아빠 노릇하는 거 지겹지 않아요? 우산이 올려져 완전히 얼굴이 드러난 문준. 연성 쪽으로 돌아선다. 연성 당신은 기호랄 것도 없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새미한테 맞춰서 제작되었으니까. 근데 요즘 좀 지겨울 겁니다. 연성이 문준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간다. 우산끼리 부딪힌다. 연성 내가 당신 버전을 한 칸 올렸거든. 문준 이건 불법이야. 연성 원래 회수 절차예요. 알아요? 문준 새미 몸이 성장이 거의 됐다고 해도 완전한 성인이 아니에요. 회수는 2년도 더 남았다구요. 저는 새미가 대학 가는 거까지만 지켜볼 거예요. 연성 온몸이 뜨거워지지 않나요? 문준 네? 연성 햇빛 쬘 때, 햇빛보다 몸이 더 뜨거워지지 않냐구요. 그러니까 방금 한 따끈따끈한 밥보다 밥을 먹는 인간의 몸이 더 뜨거운 것처럼요. 연성은 문준의 표정을 살핀다. 연성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네. 다른 비유를 들어야 하나… 죄송하지만 당신 지능 지수가 몇 점이죠? 문준 예의를 지키세요. 연성 순수하게 묻는 거예요. 이런 질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잖아요. 당신 같은 존재를 위한 헌법이 나온 지 겨우 5년도 안 됐어요. 아직 개정 중이고요. 문준 새미가 더 잘 알 거예요. 당신 말대로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새미의 아빠니까. 지금 어떤 위치에서 당신이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를 함부로 대할 자격 없습니다. 새미한테도 마찬가지예요. 연성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서, 당신도 인간처럼, 건조해진 거예요. 이유는 당신이 알 테죠. 지금은 몰라도 나중엔 오히려 나한테 고마워할지도 모릅니다. 문준 인간처럼? (사이) 저는 아버지예요. 우린 잘 살고 있었어요. 아무 탈 없이요. 저는 그렇다 칩시다. 새미는요. 적어도 새미의 의사는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연성은 말이 없다. 문준 알면 돌아가세요. 새미가 어제에 이어 또 당신의 얼굴을 보기 전에요. 연성 정말 입을 떼기가 어렵군요. 문준 그래요. 신고가 두려우시겠죠. 이제야 말이 통하네요. 그때, 무대 하수에 새미가 서 있다. 새미는 어둠 속에 있다. 연성 한 달 전, 새미가 절 찾아왔어요. 새미는 서류 봉투를 들고 있다. 문준 속임수 안 통해요. 연성 거짓말은 벌써 전부터 끝났어요. 새미의 팔이, 연성에게 서류 봉투를 건넨다. 연성, 봉투를 조심스럽게 받는다. 연성 연구실 직원이 조용히 저에게 건네더군요. 새미가 보낸 서류였어요. 저는 그것을 찬찬히 읽고 또 읽었어요. 마치 좋아하는 소설의 구절을 반복해서 읽듯이요. 새미 ‘父 우문준의 소유권을 가진 子 우새미는 출생원의 절차에 따라, 父 우문준을 회수함에 동의한다.’ 연성 회수 담당이 내가 된 거예요. 그 아이가 손을 뻗어 감쌌던 손가락의 주인공인 내가. 엄마인 내가. 드디어 제자리를 찾을 기회가 온 거예요. 새미 엄마, 이제 돌아올 때가 됐어요. 연성 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 문준 그걸 저보고 믿으라는 거예요? 새미는 어제도 내가 배고픈지 걱정했던 애예요. 그래서 아무데나 막 서명한 겁니다. 출생원에서 혹시 제 배터리를 갈아주지 않을까 해서요. 연성 도망가지 마세요. 문준 당신이 새미에 대해 무얼 말할 수 있죠? 손가락 하나 쥐어 주었다고 해서. 당신보다 두 마디 더 길어진 새미의 손이 그때와 같을 것 같나요? 빗소리가 거세진다. 문준은 연성에게 달려들 듯이 다가선다. 연성 아빠 노릇해서 얻은 데이터베이스, 하루면 다 읽을 수 있죠. 문준 그 데이터베이스는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에요. 문준은 우산을 바닥에 떨어뜨리듯 내린다. 문준 난 새미가 자라는 모습을 메모리에 18년 동안 차곡차곡 쌓았어요. 결코 무시 못할 세월이에요. 그래서 엄마인 당신도 수없이 망설 였을 겁니다. 그러다 서류를 받자 용기가 났고 여기까지 왔겠죠. 근데 당신이 잊은 것이 있어요. 내 데이터베이스는 읽어도 새미가 쌓은 기억들은 읽을 수 없음을 말이에요. 문준은 우산을 접는다. 문준은 상수로 퇴장한다. 새미, 무대를 돌아 후면 하수에서 전면 중 앙으로 이동한다. 새미는 후드 모자를 쓰고 있다. 새미는 후드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다. 연성 새미야. 왜 비를 맞고 다녀. 감기 걸리게. 새미 얼굴이 다 젖은 건 제가 아닌 걸요. 꽤 오래 서 계셨나 봐요. 연성 우비가 그렇지 뭐. 만들 때, 머리는 안중에도 없었나 봐. 새미 이렇게 서 있으면 아빠가 절 데리러 왔다가도 발걸음을 돌리겠어요. 연성 네 아빠가 그렇게 쉽게 돌아서겠니. 새미 혹시 모르죠. 우리 아빠도 제가 이렇게 돌아설 줄은 몰랐겠죠. 그러니까 아빠도, 저도 서로 모르는 거예요. 연성 생각이 많아졌어. 혼란스러워. 새미 아빠가 나가면, 본인이 빈자리를 채울 거라고 기대하시지 않았나요? 연성 오래된 일기도 망설임 없이 찢는 사람들이 있지. 우리 엄마도 그랬어. 새미 너는? 나라고 다를까? 새미 버려진 건 당신이 아니에요. 나라구요. 내가 태어나서 당신이 엄마가 되었잖아요. 근데 당신이 엄마라서 날 태어나게 한 것처럼, 괴로워하지 말란 말이에요. 연성 괴로워할 자격 없는 거 알아. 그땐 엄마라는 생각보다, 실험이 성공한 기쁨, 연구원으로서의 성취감이 날 지배했어. 지금에서야 두려울 뿐이야. 너도 혹시 날… 갈아 끼우듯 버리는 것이 아닌가. 새미 잠시 말이 없다. 새미 비가 점점 그치고 있어요. 빗방울 떨어지는 간격이, 뜸하네요. 연성 지금쯤이면, 네 아빠가 집에 도착했겠지. 새미 데리러 왔었군요. 연성 그래. 너도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새미 맞아요. 아빠는 왜 비오는 날이면 날 데리러 왔을까요? 전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어요. 비 오는 날에는 우산 아래, 지나가는 사람들이 제 눈에 안 보이거든요. 절 괴롭히던 중학교 동창을 만나도 우산을 앞으로 조금만 더 내리면 대통령도 부러워할 벙커가 돼요. 숨은 거라 해도 좋아요. 근데, 아빠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진 않았어요. 연성 이제 가자. 집으로. 새미 제 선에서 마무리하죠. 연성 너가 부추기겠다고? 새미 네. 아빠는 항상 구름이 없는 날을 좋아했어요. 그런 날에 집에 오면, 아빠는 창가에 서 있었죠. 연성 정말 너가 할 수 있겠어? 새미 내일 봬요. 새미, 후드 모자를 벗고 무대 후면 상수로 간다. 새미는 어둠에 잠긴다. 연성, 무대 하수로 가서 퇴장한다. 조명이 어두워진다. 3장, 아빠의 방 / 밤 드라이어기 소리. 무대가 환해지면, 새미가 문준의 머리를 말려 주고 있다. 새미는 반팔 티셔츠 차림이다. 문준은 비에 젖은 생쥐 꼴이다. 새미는 드라이어기를 내려놓는다. 새미는 수건으로 아빠의 머리카락 나머지를 닦는다. 문준 이러니까 졸리다. 네가 어릴 때 조는 이유가 있었구나. 드라이어기 소리가 시끄러운 데도 휘청휘청. 새미 자, 다 끝났어. 문준 이제 자리 바꾸자. 문준은 드라이어기를 손에 든다. 새미 내가 애야? 문준 다 큰 애다. 다 큰 애. 앉아. 새미 됐어. 나 수학 공부 좀더 하다 자려고. 그리고 나 머리도 안 젖었잖아. 문준 그럼 부엌 불은 네가 꺼라. 아빠 먼저 잔다. 새미 오늘은 안 붙잡네? 맨날 아빠 방에서 자라더니. 문준 너도 이제 다 컸잖아. 새미 일찍도 알아보셨네. 새미 무대 후면 상수로 이동. 스위치 소리. 새미, 베개를 들고 무대 전면 하수로 온다. 새미, 베개를 바닥에 놓고 눕는다. 새미는 관객석과 평행으로, 옆으로 누워 있다. 새미 부엌에 불 껐어. 문준 새미 네가 웬일이야. 달력에다 표시해야 하나. 파란펜으로 동그라미 치고, 아니, 동그라미 두 개. 새미 근데 아빠. 문준 응? 새미 우산은 말려 뒀어? 문준 그러엄. 새미 내일은 비 안 온대. 문준 …. 새미 우산 어디다 놔 뒀어? 거실에 없던데. 문준 저기, 신발장 안쪽에 넣어뒀어. 먼지 쌓이지 말라고. 새미 우산 안 젖은 거 알아. 문준은 말이 없다. 새미 아빠 비 맞는 거 싫어하잖아. 문준 비가 그친 줄 알았는데 계속 온 거뿐이야. 조금씩 맞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어. 새미 우산이 아빠보다 귀해? 우산은 커버까지 씌워서 가져와 놓고, 아빠는 비 쫄딱 맞으면 무슨 소용이야. 문준 그러고 보니 그렇네. 우산을 신주 단지 모시는 거 마냥… 그렇게 품 안에 감싸고 집까지 걸어왔어. 새미 아빠도 아빠 생각 좀 해. 문준 (용기 내어) 이제 우산들 그만 펼쳐 놓고, 접어서 보관할 때가 온 것 같아. 새미, 무대 후면 쪽으로 돌아 눕는다. 새미 비 오는 날이 싫다는 말이야? 문준 그건 아니야. 여전히 좋아. 새미 그럼 내일 만날까. 아빠? 문준 자자, 새미야. 늦었다. 새미 나 아직 잘 생각 없어. 아빠는 항상 내가 잠드는 거 보고 잤잖아. 문준 내일은 맑아? 구름 한 점 없이? 새미 응, 쨍쨍해서 더울 수도 있대. 그래도 목도리는 챙기래. 이게 무슨 말이야? 문준 겉옷도 챙겨. 벗었다가 입을 수도 있는 거. 새미 걷기만 해도 배부를걸. 아빠 오랜만에 포식하겠네. 문준 새미야. 늦었다. 자자. 내일 학교 안 가니? 새미 이런 날 두 번 없어. 밤새도록 얘기하다 잘 줄 알았는데. 내가 다 큰 게 아니라 아빠가 늙은 거 같아. 내가 다시 이 방에서 자나 봐봐. 새미는 일어나서 불을 끈다. 스위치 소리. 조명이 어두워진다. 문준, 새미 머리맡에 간다. 문준은 새미의 베개를 뺀다. 새미 아 씨, 아빠 베개 있잖아! 내 거 돌려줘. 문준 오늘은 아빠 자는 거 봐줘. 먼저 잘게. 문준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새미와 데칼코마니처럼 눕는다. 새미 갈 거야, 말 거야. 문준 너 나 때문에 억지로 가는 거 아니지. 새미 갈 거야 말 거야. 문준은 몸을 일으킨다. 문준 그럼, 돗자리를 준비해 줘. 새미 좋아. 집에 있어. 문준 연두색으로. 새미 아빠가 언제부터 색깔을 신경 썼다고 그래. 우리 집 돗자리는 하얀색이야. 문준 연두색이 산뜻하니까. 그리고,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색이야. 새미 그럼 내일 나 학교 마치면 3시쯤…. 문준 1시 30분. 나날 공원. 새미 나 그때 수업 중인데. 아는 사람이 왜 그래. 문준 조퇴해. 담당 선생님한테 현장 체험 학습이라고 하든가. 아빠가 허락했다고. 새미는 말이 없다. 새미 아빠, 이런 적 처음인 것 같아. 문준 나도 익숙하지 않아. 새미 아빠 말고, 나 학교 조퇴하는 거 처음이라고. 문준 하긴 이때까지 개근상을 훈장처럼 모아 왔었지. 새미 (졸린 목소리로) 아빠는 뭘 모았어. 문준 유치원 졸업장이랑, 중학교 졸업장이랑 이제 고등학교…. 새미 (거의 자는 목소리로) 그건 우새미. 내 거고. 아빠 거 말이야. 문준 내 거? 난 내 서랍장도 없어. 문준은 자리에 앉는다. 문준 우새미. 자? 아들? 새미는 몸을 뒤척인다. 문준 내일 생기겠네. 연두색 돗자리. 그 위에 나는 누워야지.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로. 하늘이 어두워지는 걸 보고. 어두워져서 별이 뜨면, 그제서야 집에 돌아올 거야. 비 오던 날만 외출했던 우리를, 나를 잊고 싶어. 조명이 어두워진다. 연성, 무대 상수 어둠 속 서 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문준과 새미는 듣지 못한다. 연성은 새미가 주었던 서류 봉투를 안고 있다. 연성은 무대 후면 상수로, 다시 전면의 하수로 왔다 갔다 한다.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연성은 문을 두드리려다가 만다. 그러다 결심했는지, 문 밑으로 서류를 밀어 넣는다. 4장, 새미의 집 / 낮 조명이 밝아지자, 서류 봉투는 사라지고 없다. 문준은 무대 전면에 있다. 문준은 분무기를 허공에 뿌리며, 곱게 접힌 수건으로 창문을 닦는 시늉을 한다. 창문이 잘 닦이지 않는지 인상을 쓴다. 문준 도대체 창문 청소는 언제쯤 하는 거야. 관리비는 누구 콧구멍에 들어갔는지. 원. 새미, 집에 들어온다. 문준 왔어? 새미, 대답 없다. 새미는 가방을 벗는다. 새미는 가방 정리를 한다. 문준 점심은. 새미 공원에서 기다렸어. 문준 아빠는 점심 먹었는데. 새미 아빠랑 점심 먹을 줄 알았어. 그래서 밥 먹기 전에 조퇴했다. 왜. 문준 오늘 날씨 좋은데 공원은 좀 돌아보고 왔어? 새미 응, 덕분에. 문준, 분무기를 뿌린다. 새미 시간 헷갈린 거 아니지? 문준 지금이 몇 신데? 새미 오후 3시. 문준 1시 30분에 만나자며. 새미 나 1시 30분부터 3시까지 공원 정문에서 기다렸어. 그러다가 아빠가 길 잃은 게 아닌가 싶어서 그 넓은 공원을 1시간 반 동안 돌아다녔고. 다리가 아프길래 공원 벤치에서 쉬고 있었는데 공원 시계 보고 알았어. 아, 아빠는 집에 있겠구나. 문준 길을 잃을 리가 없지. 몇 번이나 갔었는데. 새미 아주 오래전이잖아. 문준 오래전은 무슨, 3년도 안 됐어. 새미 미안. 문준, 새미를 돌아본다. 문준은 새미에게 간다. 문준 그거 때문이 아냐. 미안해할 필요 없어. 새미 힘들었어? 문준은 다시 무대 전면으로 와서, 수건으로 창문을 닦는다. 새미 뭐 때문인데? 문준 몰라, 내가 두려웠는지도 모르지. 새미 …사람들이. 문준 응,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 네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말이야. 새미 알아 듣게 설명해 줘. 창문을 닦는 문준의 행동이 멈춘다. 문준 나만 동의하면 돌아갈 수 있다는 거지? 새미가 문준에게 다가간다. 새미 아빠, 난. 문준 돌아가면 난 무엇을 할까 생각 중이야. 새미 회수, 맞아. 돌아가는 건 맞아. 근데 이건 달라. 문준 네가 직접 서류에 서명을 해 놓고, 지금 와서 가지 말라는 거야? 문준은 분무기를 든다. 격하게 분무기를 뿌리다가 수건과 분무기를 힘 없이 늘어뜨린다. 새미 아빠가 달라지게 될 거랬어. 평범하게. 문준 오늘 새벽, 네 손에서 떠났던 서류가 내 손으로 돌아왔어. 나와 반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날 도우려고 한 거야. 새미 그 사람은 내 엄마가 아니야. 유전자만 같지. 문준 인정하긴 싫지만 이걸 돌려주는 순간은 엄마였어. 넌 그걸 알아야 해. 아들. 새미 나는 엄마가 없어! 문준 그 말이 내 가슴도 뚫는다는 걸 아니? 새미 아빠는 구름 없는 날씨를 좋아했지. 나는 그걸 알면서도, 비 오는 날만 아빠가 나갔으면 했어. 아니, 아빠를 숨기고 싶었어! 엄마가 있는 친구들한테서 아빠를 비밀로 하고 싶었어. 문준 내 가슴이 건조해졌다고 그랬는데. 축축하다. 문준이 무대 하수로 가려고 한다. 새미는 아빠를 붙잡는다. 문준 널 뿌리치게 하지 마. 새미 아빠가 창문을 닦을 때조차, 나는 아빠가 맑은 하늘을 보는 게 싫었어. 혹시 나가고 싶은 거 아닐까? 안 돼, 모른 척하자. 난 못 본 거야. 아빠는 그냥 창 밖을 보는 거야. 바깥에 뛰어노는 애들 소리가 시끄러워서 보는 거야. 문준 나는 눈물 날 정도로 햇빛을 쳐다봤어. 새미 떠날까 봐 무서웠어. 문준 떠날까 봐 무서울 정도였으면 날 떠나 보내는 게 아니라 붙잡았어야지. 새미 …. 문준 새미 네 손으로 직접 서명했어. 내가 아빠가 아니게 해 달라고. 새미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붙잡을 수가 없었어. 새미는 문준을 놓는다. 새미의 고개가 내려 간다. 문준 나 집 청소 하는 것 좀 도와줄래? 새미 바닥에 먼지 한 톨 없어. 문준 내 물건, 정리하려고 했는데 정리할 게 없더라고. 새미 도와줄게. 새미, 무대 하수의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새미는 무대 바닥에 앉아, 밝은 전면에 샴푸, 치약, 폼클린징을 옮긴다. 새미 뭐 필요해? 샴푸, 치약, 폼클린징? 문준 이거 다 네 거잖아. 새미 아빠랑 같이 쓰던 거야. 문준 새로 사면 돼. 출생원 앞에도 편의점은 있겠지. 새미 피부에 안 맞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빠 피부 민감하면서. 문준 그럼 너 뭐 쓸 건데, 만들기라도 할 거야? 새미 그렇네…. 벌써 화장실이 텅 비었다. 안 그럼, 요리 도구는 어때. 프라이팬 전자레 인지. 새미 이번에는 무대 후면 하수로 사라진다. 곧이어 우당탕탕 소리. 문준은 그쪽으로 가려다가 만다. 새미 무대로 돌아온다. 새미 다 가져가 아빠. 문준 주방이 텅 빌 거야. 새미 어차피 난 요리 못 해. 그럼 내 방은? 뭐 가져갈 게 없을까. 종이? 문준 집 텅 비고 싶어? 그만해. 청소하는 법 알려줄 테니까. 새미 이거 봐. 이런데 뭐가 챙길 게 없다는 거야? 아빠가 나한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굴지 마. 이렇게나 많으니까. 새미 이번에는 무대 상수로 향한다. 우산을 들고 나오는 새미. 문준 어릴 적 썼던 우산이네. 새미 이걸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녹이 하나도 안 슬었네. 문준 작지. 그때도 잘 말려서 넣었거든. 새미는 우산을 펼쳐 본다. 새미는 문준에게 씌워 본다. 문준이 새미의 우산을 그러쥔다. 새미 하나도 안 가려져. 비에 다 젖겠어. 새미는 문준의 우산을 가져온다. 새미 그럼 이게 아빠 거지? 밝은 색의 우산. 새미가 우산을 펼친다. 새미 아빠 우산…. 문준 크지? 새미 녹이 다 슬어 있었네. 문준 …. 새미 내 것만 말렸었어? 문준 너 건 예쁘게 잘 말렸지. 맑을 때도 넌 우산을 썼으니까. 아들이 매일매일 쓰는 건데. 바싹 말려야 하잖아. 새미 아빠가 가면. (사이) 내 우산도 저렇게 될 거야. 더이상 쓰지 않을 거니까. 아빠가 아닌, 문준으로 돌아오면 그 우산을 보여줄게. 문준 녹슬면, 보기 흉해. 가지고 다니고 싶지 않을 만큼. 새미 갈 거지? 문준 아니. 새미 …. 문준 내가 어딜 가. 여기 전부 있는데. 새미 우산을 손에서 놓아버린다. 전면에서 후면순으로 조명이 밝아진다. 무대가 완전히 환해진다. 문준, 새미 서로 포옹하려다가, 새미가 어깨동무를 한다. 새미 안지 마. 나 다 컸어. 문준 이때 아니면 언제 안아 보냐. 문준은 새미를 포옹한다. 새미도 포옹한다. 암전.
  • [팩트체크]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통과…소주 ‘원샷’ 시킨 최 팀장의 운명은

    [팩트체크]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통과…소주 ‘원샷’ 시킨 최 팀장의 운명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톺아보기정서적 고통은 제외…개념 혼란사장에게만 신고, 프리랜서는 제외폴란드 ‘직업 적합성 재고하게 하는 행위’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연말에도 괴로운 회사 생활을 이어가던 직장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지금껏 논란이 이어지다가 막바지 간신히 여야 합의를 이뤘습니다.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법을 공포하면 6개월 뒤부터 시행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뜯어보려 합니다. 주말에도 전화하는 김 부장, 회식 자리마다 먹기 싫은 술을 강권하는 최 팀장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Q.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A.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란 근로기준법 개정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두 건을 함께 부르는 말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정의 규정을 법에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핵심입니다.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정의입니다. 산재보상보험법에선 업무상 질병 항목에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도 추가했습니다. 한마디로 상사가 괴롭혀서 발생한 스트레스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Q. 개념이 모호하다고 논란이 됐다면서요. A. 그렇습니다. 과연 어떤 행동까지 우리가 괴롭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괴롭힘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텐데 말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해야 한다는 점엔 여야가 공감했고 관련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선 만장일치로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법의 자구 등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쉽사리 통과가 되지 않았습니다. 격론 끝에 일부 표현이 달라졌습니다. 원안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를 ‘신체적·정신적·정서적인 고통’이라고 표현했지만 여기서 ‘정서적’이라는 표현은 빠졌습니다. ‘업무’ 환경이라는 표현도 근무환경이라고 바뀌었지요. 전문가들은 커다란 차이는 아니라고 봅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서적 고통은 널리 보면 정신적인 고통으로도 포괄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Q. 여전히 모호한 것 같은데요. A. 직장 내 괴롭힘을 아주 명료하게 정의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주관적인 감정에 판단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정당한 업무 지시인데 부하 직원은 괴로워할 수 있습니다. 이때도 지시를 내린 상사를 징계하는 건 곤란하겠죠.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가이드라인’입니다. 고용부는 내년도 추진할 업무 과제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것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것인지 사업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손에 잡히는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냥 만드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전문가 연구 용역을 거쳐 그간 쌓인 법원의 판례와 외국 사례 등을 참조할 것입니다. 어떤 지시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지 판단하는 게 핵심이겠네요. Q. 저희 회사 김 부장은 자꾸 주말에 전화합니다. 쉬는 날이지만 안 받을 수도 없고 미치겠습니다. A. 부장이 전화를 한 것 자체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날 업무 지시를 내렸다면 이는 암묵적으로 초과근로를 강요하는 ‘부당한’ 업무 지시로 볼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합의하지 않은 연장·야간·휴일 근로는 강제할 수 없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와 제55조에선 법적으로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해결하거나 고용부 산하 관할 지방고용노동지청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세요.Q. 같은 부서 최 팀장은 회식 때마다 술을 강권합니다. 저는 술을 먹지 못하는데 “토를 하더라도 마셔라”고 하네요. A. 이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업무상 적정 범위가 아닙니다.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인 고통을 준 것도 분명하네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볼 필요도 없습니다.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최 팀장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것이 됩니다. Q. 처벌은 누가 받나요. A. 물론 괴롭힘 정도가 심하면 가해자는 직접 법의 처벌을 받습니다. 직원의 뺨을 후려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처럼요. 하지만 이번에 통과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가해자들을 직접 법으로 처벌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누구든 사장에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사장은 반드시 조사를 실시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 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근무장소를 변경해주거나 유급휴가 등을 줘야 합니다. 사장은 가해자에게 징계 등을 내려야 하죠. 만약 사장이 피해를 당했거나 괴롭힘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내렸다면 그때 사장은 처벌을 받습니다. 다시 말하면 술을 강권한 최 팀장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고 오히려 신고한 사람에게 불리한 조치를 내렸다면 사장님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게 됩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을 사장에게 신고할 수 있도록 했군요. 그런데 사장이 괴롭힘 가해자면 어떡하죠. A. 이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맹점입니다. 일반 근로자가 가해자라면 사장이 조치할 수 있지만 사장이 직접 가해자일 땐 이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신고 대상이 사용자로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사장이 괴롭혔다는 사실을 사장에게 신고한다는 것은 아주 웃기는 일입니다. 증거를 잘 수집했다가 가까운 노동청에 신고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근로감독관이 부당해고, 부당징계, 임금체불 등 구체적인 사건으로 보기 어려운 괴롭힘 사건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업장에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노동청에서 도와주지 않을 것 같으면 증거를 수집해 기자에게 제보해주세요. 기자 메일 주소는 기사 마지막 부분에 있습니다. Q. 프리랜서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안타깝지만 불가능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이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따라서 법에서 정한 근로자로 보호받기 어려운 프리랜서들에겐 이 법이 적용되지 않아요. 게다가 4인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도 해당 규정을 적용하려면 별도로 하위 법령을 바꿔야 합니다. 법이 만들어졌다고 다 끝난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Q. 다른 나라에선 어떤가요? A. 유럽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논의가 가장 활발한 곳입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했어요. 스웨덴도 1990년대 후반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조례’를 만들어서 관련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노동법에서 ‘근로자에게 직업 적합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며 굴욕감과 곤란함, 고립과 격리 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신적인 폭력을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고의적인 실력 행사로 신체적, 정신적, 영적, 도덕적, 사회적 발전의 저해를 초래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규정했네요. 한국과 법 체계가 비슷한 이웃나라 일본에선 직장 내 괴롭힘(파워하라)에 대해 기업의 대응을 법으로 의무화하는 방침을 후생노동성에서 정했습니다.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의무를 기업에게 법률로 부과하는 것입니다. 내년 정기국회에 관련 법을 제출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Q. 이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요. A.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법 하나 만들어졌다고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마다 일해왔던 관행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법에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문장을 넣었다는 사실입니다. 법리를 다투는 과정에서 어떤 것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판례도 나오겠죠. 많은 사례가 수면 위로 오를 것이고 자연스레 사회적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죠. 하지만 이번 법 통과는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억세게 운없는 행운남?…복권 1등 당첨 다음날 사망

    억세게 운없는 행운남?…복권 1등 당첨 다음날 사망

    이렇게 억세게 운이 없는 '행운아'가 또 있을까? 성탄 복권 1등에 당첨된 스페인의 80대 노인이 바로 다음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스페인 도시 우에스카에서 평생 옷가게를 운영하며 살아온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로페스(84)가 얄궂은 사연의 주인공. 로페스는 성탄절을 앞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성탄 복권 '엘 고르도'를 샀다. 번호 03347이 찍힌 복권을 받고 그가 지불한 돈은 20유로, 우리돈 약 2만5500원이다. 추첨식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열렸다. 외출을 한 로페스는 자신이 복권을 산 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보고 다가갔다가 깜짝 놀랐다. 여기에서 1등이 팔렸다는 안내문과 함께 큼지막하게 자신의 복권 번호 1등 번호로 적혀 있었던 것. 당장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할 일이지만 평소 침착했던 그는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번호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03347! 로페스의 복권번호는 1등 번호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2018년 엘 고르도엔 총상금 1억2000만 유로(약 1532억원)의 상금이 내걸렸다. 1등 번호가 나오면 같은 번호를 산 사람들에게 상금이 분배된다. 올해 로페스처럼 1등 번호를 산 사람에게 배분된 상금은 40만 유로, 우리돈으로 5억1000만원 정도다. "1등 번호를 산 사람이 좀 적었더라면..." 이런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20유로 투자로 40만 유로를 받게 됐으니 로페스로선 행운의 투자였던 셈이다. 성탄절 하루 앞둔 24일 로페스는 상금을 수령했다. 현지 언론은 "난생 처음 복권에 당첨된 로페스가 가족, 친구들과 1등을 자축했다"고 보도했다. 행운의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일까? 이게 그의 마지막이 됐다. 상금을 탄 비로 그날 저녁 로페스는 몸이 좋지 않다며 쓰러졌다. 로페스는 즉각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실에 들어갔지만 이튿날인 성탄절 아침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행운아에서 억세게 운이 없는 사람으로 전락한 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페스의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방과르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엘 고르도 1등 상금으로 분배된 돈은 8800만 유로(약 1124억원)였다. 로페스가 살던 우에스카와 쿠엔카, 헤르니카, 빌바오 등지에서 특히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왔다. 현지 언론은 "한 도시에서 1등 당첨자 30명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진=방과르디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소도둑 들끓는 베네수엘라…하룻밤 새 200마리 훔쳐가기도

    소도둑 들끓는 베네수엘라…하룻밤 새 200마리 훔쳐가기도

    경제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베네수엘라 소도둑이 들끓고 있다. 농민들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찰에 신고하고 있지만 해결되는 사건은 없어 속병을 앓고 있다. 라베르닷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은 23일(현지시간) 술리아주 마치케스 지역에 있는 한 축산농장에서 발생했다. 권총으로 무장한 괴한 25명이 심야시간에 농장을 기습, 젖소 203마리와 말 15마리를 빼앗아 어디론가 몰고 갔다. 이 과정에서 농장의 일꾼 38명도 돈과 소지품을 빼앗겼다. 농장주 호세 베라는 "하루아침에 젖소의 절반을 잃었다"며 "이젠 일꾼들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농장에 도둑이 든 건 올 들어 벌써 3번째다. 앞서 지난 2월엔 소 10마리, 10월엔 15마리를 훔쳐갔다. 베라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있지만 범인은 단 1명도 잡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 축산농민연맹에 따르면 올 들어 술리아주 축산농가에 발생한 가축절도 피해 규모는 6500마리에 이른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도둑들은 훔친 소를 불법 도축,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생계형 범죄라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엔 소고기 밀수까지 성행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훔친 소를 콜롬비아로 내다파는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는 건 조직적인 밀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농민은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소경, 귀머거리로 전락했다"며 "이젠 가축까지도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국가 형편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더 이스트라이트 정사강·이은성 “이석철·이승현에 배신감 들었다”

    더 이스트라이트 정사강·이은성 “이석철·이승현에 배신감 들었다”

    더 이스트라이트 전 멤버 이은성, 정사강이 또 다른 멤버 이석철, 이승현 형제에 의해 피소된 미디어라인 김창환 회장과 문영일 PD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알려졌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는 ‘더 이스트라이트 사건 관련 반박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더 이스트라이트를 제작한 소속사 미디어라인 엔터테인먼트 김창환 회장, 이정현 대표, 더 이스트라이트 전 멤버 이은성, 정사강이 참석했다. 정사강은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제일 잘 알고 사랑하는 회장님을 비롯해 소중한 분들이 사실과 너무 다르게 다치시고 묻히시는 것 같다. 우리는 계약 해지가 다 된 상태긴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진실 밝히는 데 도움 되고자 기자회견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은성은 “기자회견 하기 전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을 봤는데, 사람들이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한쪽의 의견에 너무 치중해서 비판한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내 소중한 사람들이 대중 사이에서 나쁜 놈, 죽일 놈이 되어 있다는 게 슬프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정사강은 “(그룹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승현이, 석철이형뿐 아니라 우리 모두 어리기 때문에 다툼도 있고 말썽도 있으면서 우리끼리 끈끈하게 잘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최근 이석철, 이승현과 동물원에서 재미있게 노는 사진도 올렸었는데, 고소할 줄 아예 몰랐던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이렇게 터져서 왜 이렇게 판단했고 상황이 벌어졌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터진 당시까지 우리는 고소 준비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석철이형이 우리를 대표해서, 대신해서 얘기하는 것처럼 말을 하는데, 이해가 안 됐고 솔직히 화가 났던 부분이 있었다”며 이석철, 이승현 형제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은성은 이석철의 기자회견에 대해 “배신감이 들었다”며 “우리와 상의 한 번 한 적 없으면서 우리의 리더로서 나서서 고발한다고 하니까. 두 친구들은 자신의 꿈을 선택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을텐데 우리는 그런 선택권도 없이 하루아침에 팀이 해체되는 일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1월 데뷔한 더 이스트라이트는 이석철, 이승현, 이우진, 이은성, 정사강, 김준욱으로 구성된 6인조 보이그룹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19일 이석철, 이승현 등은 2015년부터 문영일 프로듀서에게 폭언 및 폭행을 당했으며 김창환 회장이 이를 묵인, 방조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미디어라인 측은 “문영일 프로듀서가 폭행 사실을 인정, 책임을 통감하고 퇴사했다. 폭행 사실을 알게된 뒤 멤버들의 부모와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했고 이후 폭언이나 폭행은 없었다. 김창환 회장이 이를 방조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석철, 이승현 형제 부친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남강 측 변호사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 문영일 프로듀서를 상습 및 특수 폭행, 김창환 회장을 폭행 방조, 이정현 대표와 미디어라인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사진=뉴스1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글로벌 In&Out] 북한 경제정책, 시장은 있지만 자본주의는 없다/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북한 경제정책, 시장은 있지만 자본주의는 없다/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된 지 7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북한의 경제정책은 급진적이라기보다 2010년 이후 일관된 기조를 유지했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이후 전국적으로 경제개발구가 무려 25개나 지정되었고 원산과 삼지연, 그리고 최근에 신의주를 중심으로 외자유치와 관광유치 사업에 대한 엄청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특구 사업은 북한 국영기업들이나 합작ㆍ합영회사가 공동 투자로 수출을 늘리면서 수출액 일부로 경제 개발의 선순환 고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외자 도입을 추진한다고 결코 자본주의의 길을 택한다는 뜻은 아니다.경제특별구역에서 외국자본을 도입한다는 논리는 2013년에 최초로 나온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북한 정부는 이런 정책을 폐지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사회주의를 지키려는 정부가 얻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를 배제한 자본인데 굳이 외자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북한 관영매체 보도에선 여전히 시장에 대한 언급조차 찾기 힘들다. 북한 정부는 시장을 중심으로 경제를 개발할 의도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최근 경공업 부문에서 다양한 제품들이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말 광복지구 상업중심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영기업소의 생산 정상화와 국영상업망(상점 등)을 잘 꾸려 시장을 눌러 놓아야 한다고 했던 것과 같은 논리이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돈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돈(북한 법계에서 말하는 ‘주민 유휴 화폐’)을 직접 농장과 기업소에 투자(동원-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국가의 기업소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 정비 사업으로 볼 여지가 있다. 즉 사회주의의 원칙을 고수하려는 북한 정부는 국영기업소를 사유화하지 않고 돈이 있는 사람의 투자금을 받아 최대한으로 경제를 활성화한다. 그러면서 시장가격과 시장에 있는 돈을 활용한다. 시장가격은 국내의 시장과 국제시장의 가격을 기본으로 하여, 특히 경공업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 시대에 강조되는 논리, 즉 국영기업소들은 더 다양하고 질이 좋은 국산제품을 만들고 수입병을 없애야 한다는 논리는 시장을 점진적으로 없애자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 시장(장마당)에서 합법적으로 팔리는 물건은 수입산 또는 가내 수공업과 가내 농축산물 들이다. 국영기업소와 협동농장이 생산한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입병을 없애자는 것은 시장에서 수입산을 몰아내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영기업소를 사유화하지 않은 북한은 2010년 이후에 국영기업소의 경쟁력 확보와 국가경제에 유리한 외자 도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 내에서 돈을 가진 이들의 화폐를 동원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금융시장을 만들거나 증권 방식으로 국가재산을 나누자는 뜻은 아니다. 또한 국영 부문의 제품량을 늘리고 국가상업망을 정비함으로써 시장을 없애는 정책은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 이는 한국에서 대형마트들이 늘어나면서 재래시장이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국영기업소들의 생산능력과 운수, 물류, 보관 기능까지 수직적 통합이 이루어지면 북한의 시장(장마당)이 현재 소비재 유통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영기업소들과 농장 등 국가 경제기관들은 시장을 수단 및 기제로 삼아 시장의 힘을 국가의 편으로 끌어들여 국가의 힘과 능력을 강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장을 억압하거나 장사를 하루아침에 없애려는 게 아니라, 생산능력을 강화함으로써 국가경제의 힘을 높이고자 한다. 작년 말부터 강조하고 있는 ‘국가제일주의’의 본질로 볼 수 있다.
  • 재계 반발에… 국무회의 하루 전 ‘노사 합의 유급휴일’ 제외 검토

    재계 반발에… 국무회의 하루 전 ‘노사 합의 유급휴일’ 제외 검토

    홍부총리 등 경제 장관들 2시간 반 격론 재계, 대법 판례와 배치 된다며 손질 요구 국무회의 개정안 처리 보류 가능성 낮아 노동계 “정부 기존입장 철회 땐 총력 저지”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경영계의 주장을 수용해 수정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 30여년간 적용해 온 원칙을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정부가 기존 입장을 철회한다면 총력 저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비공식 회의인 ‘녹실 회의’를 열었다. 지난 20일 차관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뒤 불과 하루 만인 21일에 회의 소집을 전격 결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수정 없이 원안대로 처리하려 했지만 반발을 감안해 녹실 회의를 열어 논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가 지난 8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때부터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최저임금 계산에 주휴시간을 그대로 다 반영하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업체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될 경우 근로기준법상 주휴일인 일요일 8시간을 더해 월 209시간을 시간당 최저임금에 곱해 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내년에는 월 174만 5150원(8350원×209시간)을 지급하지 않으면 법 위반이 된다. 여기에 노사 합의로 토요일을 유급 약정휴일로 정하면 지급해야 하는 임금은 월 202만 9050원(8350원×243시간)으로 늘어나게 된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유급휴일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까지 들먹이며 고용부를 압박했다. 고용부는 원안 그대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판례는 현행법을 문구 그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행법에선 최저임금 시급 산정 기준을 ‘소정근로시간’이라고만 명시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그간 행정해석으로 소정근로시간 외에도 주휴시간을 포함해 왔다. 이번 개정안엔 지금껏 해왔던 행정해석을 명시하는 조항이 담기는 것이다. 고용부는 경영계의 주장대로 최저임금 계산에서 주휴시간을 빼면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이 16%나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기존 입장을 철회한다면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고용 상황이 어려운 이유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고 보는 경영계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 노사 간 대립이 있는 이슈에서 경영계의 손을 들어줬다. 친노동 정책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껏 최저임금 계산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것을 법에 명시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발표해왔는데 경영계의 말만 듣고 이를 하루아침에 뒤바꾼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만약 24일 국무회의에서 기존 입장을 철회하는 내용으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홍 부총리와 이재갑 고용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은 2시간 30여분 동안 배석자 없이 열띤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노사가 합의한 유급 약정휴일’은 제외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개정안 처리 자체를 보류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경영계의 요구나 노동계의 반발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대책을 추가로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4일 국무회의 직후 고용부 장관이 브리핑을 갖기로 한 것도 이러한 시각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언더독’ 도경수 “극 중 캐릭터 ‘뭉치’와 외모적으로 닮아 놀랐다”

    ‘언더독’ 도경수 “극 중 캐릭터 ‘뭉치’와 외모적으로 닮아 놀랐다”

    ‘언더독’ 도경수가 애니메이션 더빙에 도전한 가운데, 극중 캐릭터 ‘뭉치’와 자신이 닮아 놀랐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애니메이션 ‘언더독’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오성윤 이춘백 감독과 더빙에 도전한 배우 도경수, 박소담, 박철민이 참석했다. 애니메이션 ‘언더독’은 하루아침에 운명이 바뀐 강아지 뭉치가 개성 강한 거리의 견공들과 함께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위대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지난 2011년 개봉해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이춘백 감독의 7년 만의 차기작이다.오성윤 감독은 “뭉치는 캐릭터를 만들고 난 뒤 도경수를 캐스팅 했는데, 굉장히 비슷하게 닮았다”고 말했다. 이에 도경수 또한 “저도 작업을 하면서 뭉치가 외모적으로 저와 닮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도경수는 이어 “성격적으로도 뭉치가 용기있고 호기심 많고 도전 하는 캐릭터인데 그런 점이 저와 닮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언더독’은 오는 2019년 1월 16일에 개봉한다. 사진=뉴스1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왕이 된 남자’ 여진구X이세영 스틸 공개, 위태로운 관계의 두 사람

    ‘왕이 된 남자’ 여진구X이세영 스틸 공개, 위태로운 관계의 두 사람

    ‘왕이 된 남자’ 여진구, 이세영의 투샷이 공개됐다. 군왕 여진구와 중전 이세영의 위태로운 부부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투샷이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 끈다. tvN 새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극본 김선덕/ 연출 김희원/ 제작 스튜디오 드래곤)는 임금(여진구 분)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여진구 분)를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여진구는 적들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왕 ‘이헌’과 왕과 똑 닮은 쌍둥이 외모로 왕을 대신하는 광대 ‘하선’으로 1인 2역을, 이세영은 ‘이헌’과 ‘하선’이 동시에 사랑한 여인이자 중전 ‘유소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공개된 스틸 속 ‘이헌’ 여진구와 이세영은 궁궐 한복판을 흡사 살얼음판으로 만들고 있다. 여진구는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이세영을 싸늘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수많은 신하를 거느리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진구와 달리, 찬 바닥 위에 외로이 앉은 이세영의 모습이 처연하게 보일 정도.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한 이세영을 바라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여진구의 모습을 통해 이미 완벽히 틀어져버린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한편 극중 이세영은 하루아침에 완전히 딴사람이 된 듯한 지아비 여진구의 행동들로 인해 큰 혼란을 겪을 예정. 이와 함께 ‘같은 얼굴을 한 두 명의 여진구’와 이세영 사이에 흥미진진한 삼각 로맨스가 펼쳐질 것으로 예고돼 기대감을 높인다. 이에 ‘왕이 된 남자’ 측은 “여진구가 ‘햇살 진구’와 ‘다크 진구’, 극과 극의 캐릭터를 오가는 만큼 이세영과도 각각 다른 색깔의 케미스트리를 뿜어내고 있다. 같은 얼굴을 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빚어내는 온도차가 이들의 로맨스를 한층 흥미롭게 만들 것이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tvN 새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오는 2019년 1월 7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가스 누출에 산산조각 난 고3 ‘추억여행’…억장 무너진 부모들

    가스 누출에 산산조각 난 고3 ‘추억여행’…억장 무너진 부모들

    하루아침에 참변 부모 “가슴이 찢어집니다”아들 비보에 억장 무너진 부모들힘들었던 입시생활을 끝내면서 밤새워 웃고 떠들었을 고교생 10명 가운데 3명이 하루아침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살아남은 학생 7명도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이 온전히 돌아올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들 가운데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남학생 2명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있고 살을 꼬집으면 반응을 하는 등 전날 사고 당시 상태보다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뉴시스가 전했다. 고교 시절 동고동락하며 우정을 쌓은 학생들의 수능 후 첫 여행은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산산이 조각났다. 학부모들과 서울시교육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수능을 마친 학생들은 지난 17일 강릉을 찾았다. 밝은 아이들이었다.부모에게는 세상 물정 모르는 19살 아들이었으나 이제 곧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한 발짝 내디딜 예비 사회인이었다. 긴 입시 터널을 지난 이들이 대입 결과가 나오기 전 약간의 한가한 틈을 타 스트레스도 풀고 바람도 쐴 겸 선택한 곳은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이었다. 학교에는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보호자 동의까지 얻은 학생들은 전날 오후 3시 45분 펜션에 도착했다.학생들은 2층짜리 펜션 건물 전체를 빌렸다. 이들이 묵은 펜션 건물 2층은 거실과 방이 2∼3개가 있는 복층 구조였다. 학교,학원,집 등 익숙한 곳을 떠나 마음껏 놀고 떠들기에 차고 넘칠 정도로 넓었다. 학생들은 오후 7시 40분까지 펜션 건물 밖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다. 이튿날인 18일 새벽 3시까지 펜션 건물 2층에서 인기척이 있었다는 진술로 미뤄보아 수능 후 첫 여행이라는 달콤함에 밤을 새울 각오로 서로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의 기쁨도 잠시,학생들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18일 오후 1시 12분쯤 업주 등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2층 방에 2명, 2층 거실에 4명,2층 복층에 4명 등 10명이 쓰러져 있었다. 학생들을 생명을 집어삼킨 원인으로 ‘일산화탄소’(CO)가 지목됐다. 소방대원이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20ppm)보다 8배 가까이 높았다. 조사 결과 펜션 보일러 배관은 정상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었다.학생들이 무색·무취의 일산화탄소에 중독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잠이 들었다가 참변을 당했을 확률이 높은 이유다. 상자 7명의 남학생들은 전날 펜션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올 때까지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이 없는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사고 치지 말라”고, “다치지 말라”고,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신신당부했던 부모들은 아들의 사고 소식에 억장이 무너졌다. 한 학부모는 “강릉에서 학생 1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는 기사를 보고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가슴이 찢어진다.어떤 말로도 표현하기가 쉽지 않네요”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그의 아들은 경찰·소방당국의 초기 발표 당시 사망자 명단에 있었으나 인적사항 확인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려왔다. 제 아이는 죽었으니까 다른 아이 명단이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바랐다”는 학부모의 말에서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자고 일어났다가 갑자기 친구 3명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얘기를 받아들여야 할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받아들여야 하는데…” 부모들은 치료를 받고 깨어날 아이들이 받을 충격을 염려하며 온전히 의식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정보위원장 자리 들고 한국당 간 이학재

    정보위원장 자리 들고 한국당 간 이학재

    이학재 “당직 변경으로 사퇴 사례 없다” 철새 복당 행보에 한국당 일부도 못마땅이학재 의원이 18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바른미래당 몫 상임위원장인 국회 정보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자 바른미래당이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이 의원이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바른미래당 당직자 5명은 “정보위원장을 사퇴하고 가라”, “한국당은 장물아비인가”라고 소리치며 항의했고 몸싸움이 격렬하게 벌어지면서 이 의원은 다급히 바로 옆 기자실로 피신했다. 봉변을 당한 이 의원은 20여분 뒤 국회 방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보위원장 자리는 원 구성 협상을 통해 바른미래당이 확보했고 당이 이 의원에게 잠시 임무를 맡겨 행사하는 자리”라며 “이 의원이 가지고 있는 자리는 반납하는 게 도리”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이 정보위원장직을 내놓지 않으면 바른미래당이 보유한 상임위원장은 졸지에 1개로 줄어든다. 반면 원내 2당인 한국당의 상임위원장은 하루아침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8개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행태가 정치도의에 어긋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당을 떠나는 데 대한 일말의 미안한 마음도 없이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갖고 나오는 것은 너무 ‘비양심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 의원은 “최근 단 한 차례도 당직 변경으로 위원장직을 사퇴한 사례가 없다”며 버텼다. 더욱이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철새 행보’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도 내놓지 않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한국당 일각에서도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김태흠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 의원은) 한때 박근혜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측근 중 측근이었는데 매몰차게 당을 떠날 때의 모습과 발언이 (떠오른다)”며 “온갖 수모 속에 당에 남은 사람은 잘리고(당협위원장 배제) 침 뱉고 집 나간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와도 되는가”라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공무원 대나무숲] 경기도 5급 사무관 ‘소양고사’ 본다는데… 승진 앞둔 6급 뒤숭숭

    “업무 쌓여있는데…시험 스트레스 심해” 여론수렴 없는 道 일방 결정에 볼멘소리 내년 상반기 5급 승진 심사를 앞둔 경기도 공무원들이 고민에 빠졌다. 5급 사무관을 대상으로 ‘소양 고사’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물론 소양 고사 도입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소양 고사는 지난해부터 경기도의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논리정연한 공무원을 승진 대상자로 삼겠다며 도입을 예고한 인사 시스템이다. 고사라는 말처럼 기본적으로 시험 형식으로 치러지는데 기본소득제와 국토보유세, 청년배당, 공동주택 후분양제 등 민선 7기 주요 현안 50가지를 사전에 공지하고, 이 가운데 시험에서 다룰 주제 10개를 추후에 공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시험 당일에는 추가 공지된 10개 현안 중 5개가 문제로 나오고, 시험을 치르는 사람은 이 중 2개를 골라 서술해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 나온 내용이다. 이런 소양 고사를 놓고 직원들 사이에 분위기가 흉흉하다. 미리 소문을 듣고 준비했던 직원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당장 내년 상반기 승진을 앞둔 6급 공무원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지난 9월부터 국정 감사와 행정사무감사, 예산 심의에 이어 연말 업무까지 몰려 이미 과로 상태인데 새로운 시험까지 준비해야 해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시험 과목으로 다뤄질 10개 주제가 생소해 어디서 어떤 자료로 공부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소양 고사 도입 과정도 아쉽다. 그동안 소양 고사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경로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여론 수렴도 부족했다. 경기도는 인사 참고자료일 뿐이며 승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시험을 치른다는 것부터 부담감이 상당하다. 또 승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소양 고사와 비슷한 목적으로 시행 중인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경기도 바로 알기’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일선 공무원들은 경기도 바로 알기 과정으로 6급 공무원들을 교육하는 게 효과가 더 좋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물론 관가 인사를 앞두고 뒷말이 나온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연공서열에 의한 승진과 특정 부에 집중된 승진, 캄캄이 승진 등은 반드시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소양 고사 도입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소통의 장’을 열어 의견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경기도의 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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