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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선언] 허겁지겁 바쁘게 길을 가다가

    허겁지겁 바쁘게 길을 가다가 멈춘 횡단보도에서 문득 엄마의 품에 안긴 어린아이의 해맑은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오늘도 한번 웃는구나.” 어린아이는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고 위안이다.나는 1남3녀의장녀로,여동생 두 명에 남동생 한 명이 있다.남동생이 막내다.아버지께서는 장남이 아니신데도 반드시 아들을 봐야겠다는 욕심으로 아들을 낳을 때까지 아이를 낳으셨고 그 덕에 우리 세 자매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어렸을 땐 “우린 다 엑스트라야,엑스트라.아들 낳으려고하다가 얼떨결에 태어난 거야”하며 자매들끼리 모여 투덜댔고,가족관계에 관한 질문에 답할 때면 가족이 많기도 하거니와 아들 보려고 줄줄이 낳다 보니 딸 부잣집이 되었다는 생각에 얼굴을 붉히곤 했다. 남아선호사상이 뿌리깊던 지난 시절. 그래서 여성 중에는귀남이,종말이,끝순이같이 슬픈 이름도 많았다.그런데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 아니면 아예 지워버리던 사람들이 있던시대는 지났을 뿐만아니라 이제 굳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사명감에 넘쳐 2세 생산에 주력인 사람도 예전보다는 드물어졌다.오히려 딸이 키우는 재미가 있다면서 아이를 하나둔다면 딸을 갖고 싶다는 부부들도 제법 있다.아들을 낳지못해 씨받이를 들이던 것에 비하면 요즘엔 장손에게 시집을가더라도 반드시 아들을 낳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그런데 아이가 줄고 있다.우리나라 여성은 일생동안 평균 1.42명의 자녀를 낳는다.지난 70년대의 4.53명에 비하면 놀랄 만한 변화이다.이러다가 2015년이 되면 여성 1인 평균 출산 자녀수가 0.42명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육아문제가 걸림돌이 되어일하는 여성이면 아이를 낳더라도 딸이건 아들이건 한 명으로 끝내고,아니면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아이 없이 살아가거나 만혼 내지는 독신도 상당히 있는 것이다.그래도 아직까지 주변에 임신한 여성을 둘러보면 은근히 아들을 바라는눈치다.하지만 그보다도 아이를 낳으면 누가 어떻게 키울것인가에 더 막막해 한다. 21세기는 여성의 세기이다. 여성이 진가를 발휘하고 모든것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때가 왔다.남자들은 신문을 본다든지,아니면 텔레비전을 본다든지 이렇게 한번에 하나씩의일만을 해내는 습성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예로부터 부엌에서 국을 끓이고 있는 동안 청소도 하고 간간이 텔레비전도 보며 등에 업혀 우는 아이도 달랜다.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해치울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이러한 멀티태스킹에 강한 ‘여성’이야말로 급변하는 21세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모성보호법이 통과되었다.앞으로 출산휴가는 90일로 늘어나고 유급 육아휴직제도도 시행된다.그런다고 여성권한이 세계 78위인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모습이 하루아침에 달라질까마는 그래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모성보호법에 소박한 기대를 걸어보고싶다. “여성들이 맘 편하게 아이 낳고 일도 할 수 있는,조금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임성민 방송인]
  • [데스크칼럼] 질풍노도시대의 자기반성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본다.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에서,소설가들의 기고에서,또 언론사간 논조에서 질풍 노도의 시대를 읽는다.일부는 이미 금도를 넘어선 격문(檄文)이다.국정홍보처장이 ‘독일의 괴벨스’가되고,야당 총재가 아무데나 찌르는 ‘죽창(竹槍)’의 주인공에 비유되기도 한다.하루아침에 대통령은 ‘사건의 총지휘자’로,언론에 관해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민주당의 한상임고문은 ‘광기어린 상습 폭언가’로 전락해 버린다.‘잘못 걸리면’ 너나 할 것 없이 반대진영에서 무자비하게날아오는 십자포화로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다.폭격은 현재진행형이다. 나라 전체가 언론개혁과 언론탄압으로 양분된 이 싸움의끝은 어디일까.정치권의 색깔논쟁으로 ‘극좌는 언론개혁,수구는 언론탄압’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마저 횡행한다.‘(나와)같지 않으면’ 누구든 적이다.그러나 언론사 세무조사는 정치쟁점화한 순간부터 어느 일방의 완승(完勝) 가능성은 사라지고 없다.국세청이 아무리 그 순수성을 강변하더라도 조사의혹은 의혹대로,탈세비리는 비리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숱한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가 있었으나 무엇하나 시원스럽게 밝혀내지 못한 것도 정치공방의 속성에서 기인한다.야당이 “언론사주의 비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세무조사 동기가 언론 길들이기에 있기 때문”이라며분리대응을 하는 것도 이 공방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도 정치권은 여야를 떠나 언론자유의 수호자처럼 얘기한다.어느 대목이 진실이고,어디까지가 정략인지 분간하기어렵다.언론사마다 제각각 입맛대로 팩트를 골라 크게 키우거나 아예 깔아뭉개 버린다.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곡학아세(曲學阿世)건,소설가 이문열씨가 비유한 중국 문화대혁명의‘홍위병론’이건, 또 술좌석이건,사석이건 자기가 세운 논조에 어긋나면 언론자유라는 미명 아래 가차없이 피바람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자유의 역사는 정치권력과의 긴장과 거리유지의 기록이다.남의 나라가 아닌 조선시대때 사초(史草)를 쓰던 사관들의 자세도 그랬다.끝없는 자기반성과 혁신의 결과물이지,정치권에 기대어 얻어지는 게 아니다.민심이 세무조사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 박수를 치는 까닭은 “대통령도 우리가 만든다”는 투의 거대언론의 오만에대한 반감이다. 대한매일은 언론개혁이라는 시대요청에 맞춰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재산가치에 대한 정밀 실사작업이 진행중이다. 소유구조 개편은 기존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해,우리에겐 혁명적 상황이라 할만하다.세금추징 통보에 이은 검찰수사라는 외환(外患)까지 겹쳐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편집국장 직선제등 편집권 독립을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터이지만,그래도 우리는 철저한 반성과 함께고통을 분담하며 이 길을 가고자 한다.이번 세무조사의 출발은 자기반성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또 언론개혁을 지지한다고 해서 우리 신문을 “정부의 사랑을 받으려는 처(妻)”로 매도한 한 야당의원의 천박한 ‘처첩(妻妾)론’의 대상물로 오르내리지 않기 위해서다. 양승현 정치팀장 yangbak@
  • 밀링고 가톨릭 대주교, 통일교도 한국여성과 결혼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통일교 합동 결혼식에서 천주교대주교 신분으로 한국 출신의 여성 침구사인 성 마리아(43)와 결혼해 화제가 된 엠마누엘 밀링고(71) 대주교가 방한,3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밀링고 대주교는회견에서 “천주교 사제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천주교신앙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다음은 일문일답이다. △가톨릭 사제로서 통일교의 합동결혼식에 참여한 배경은. 하느님의 모든 아들 딸은 가정을 이룰 자유를 갖고있다고생각한다.평생동안 주님을 모시고 열심히 살아왔다.지금부터는 가정을 이뤄 주님을 모시고 살고싶다. △결혼을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는데. 결혼과 관련해 걱정이나 고민을 한 적은 없다. 어떤 인터뷰기사가 잘못된 번역 탓에 와전된 것으로 안다. △결혼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가톨릭의 공식 입장을 전달받은 게 있나.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만 전해들었다. △자녀는 몇 명이나 두고싶나. 제한 없이 생기는 대로 낳겠다. △천주교 사제들이 모두 결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나. 교회도 인간들이 만든 조직이다.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을것이다.그러나 2∼3년간 독신생활을 한뒤 결혼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결혼하지 않은채 온갖 죄를 짓고 사는 성직자보다 차라리 결혼해 떳떳이 사는게 나을 것이다. △성직자에게 독신과 결혼생활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하느님은 남자 혼자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셨다.나의 결혼은 개인적인 사안이 아니라 어찌보면 공적인 결정이다.나의 경우 한 단계 높은 순결 차원에서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부인 성 마리아는 결혼배경에대해 “95년부터 이탈리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밀링고대주교의 명성을 알고 존경하게 됐지만 개인적인 만남은 전혀 없었다”면서 “통일교의 결정에 따라 결혼했고 지금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데스크 칼럼] 신명잃은 ‘휘파람’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한국기자로서는 첫 근접 취재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던 감격과흥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결사옹위,김정일’을 외치며 꽃술을 쉼없이 흔들던 평양시민들의 함성 속에 홀연히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기자에게는 특종을 능가하는 설렘이었다.그런데 어느새 1년이 흘렀다. 기자는 방북취재단중 유일하게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는사진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6월14일 우리측이 주최한 평양목란관 만찬 당시 특별수행원들 사이에 재빨리 끼어들어 찍은 것으로 한동안 집안 응접실에 자랑처럼 걸어놓은 적이있다. 단독취재의 하나여서 같이 간 타사 동료들로부터 당시 얼마나 원성을 들었던지…. 남북 평양정상회담은 취재의 긴장을 넘어 우리 사회에도‘김정일 신드롬’을 낳을 만큼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통일소녀가 부른 북한 노래 ‘휘파람’이 한때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 우선 순위에 오를 정도로 북녘 땅은 분단 반세기를 건너뛰어 우리에게 성큼 다가섰다. 이러한 민족적 화해무드는 결국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오랜 민주역정과 어우러져 노벨평화상으로 귀결되는 것을보고 기자는 취재현장을 떠나 데스크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날의 흥분을 찾아보기 힘들다. 회담때 김 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두리’가 지난 10일 서울대공원에서 새끼 5마리를 낳았다는 소식이 한돌을 기념하는 작은 경사다.학술단체들의 세미나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을 뿐 이렇다 할 기념행사나 축하모임하나 없다.청와대 역시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북·미 뉴욕 실무접촉이 14일 재개되고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남북 당국자간 협상이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어서 대화기류에 호전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하지만 남북대화가 지지부진하고,경제상황도 좋지 않은 데다 가뭄·파업사태까지 겹치면서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한 것 같다.최근 북한상선의 영해침범이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은 베일에 가려 온갖 추측을 자아낸 김 위원장을 ‘합리적인 지도자’로 우리네 안방까지 불러들였다. 북한에 대한 눈높이를 높여 놓았고 북한의 개혁·개방 추구를 기정사실화하는 효과도 가져왔다.1년반 만의 외환위기극복 선언이 개혁의 필요성을 반감시켰다는 지적이 있다.이러한 흐름이 의보재정 위기와 같은 실책과 얽히면서 결과적으로 ‘개혁 피로 증후군’을 불러왔다고 봐야 한다.남북관계도 정부 관계자들이 보수세력의 비판에 대응하면서 기대감을 부풀려 놓은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장관급 회담 등 모든 게 눈높이에 못미치는 답보상태다.결국 북한의 불확실성만 증폭시켰고 이로 인해 ‘북한 피로증후군’이 생긴 것은 아닐까. 남북정상회담의 감격이 사라진 현실에 아쉬움을 느낀다.한반도 냉전체제 해체가 꼭 남북간의 문제만은 아니므로 누구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7·4 공동성명 이후 남북관계가 늘성공적으로 진전돼온 것도 아니고,50년간의 반목과 갈등이하루아침에 치유될 성질의 것도 아닌 까닭이다. 다만 역사는 퇴행과 굴절을 반복하는 것같이 보이지만,긴눈으로 보면 진보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곱씹어보고 싶은 아침이다. 양승현 정치팀장 yangbak@
  • 중화권 영화가 떠오른다

    중반을 넘어서는 제5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중화권 및 동남아 영화가 눈에 띄게 선전하고 있다. 23개 경쟁부문 출품작 목록에서 아시아 영화가 5편을 차지한 가운데 현지에서의 활약이 기대 이상으로 돋보이는 쪽은 홍콩,타이완과 태국이다. 먼저 스타 감독과 배우들을 할리우드에 내주며 몇년째 침체의 늪에 허덕이던 홍콩.이번을 ‘권토중래’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표정이다.지중해변과 팔레 드 페스티벌 광장 사이에 설치된 마켓부스 집결지 ‘리비에라 구역’에서도 가장 떠들썩한 홍보공세를 펴는 쪽이 홍콩이다. 이번에는 정부기구인‘무역발전국’(Trade Development Council)까지 팔을 걷고 나섰다.차이나 스타,골든 하베스트,만다린 등 12개 영화사들을 후원하며 영화제 기간동안 20개 대표작들을 집중홍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2일엔 쉬커(서극)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참석한 ‘홍콩영화의 밤’을 일찌거니 열어 시선을 끌었다.‘리비에라 구역’ 계단을 층층이 도배하다시피한 것도 홍콩영화 홍보문구들이다.영화제 소식지들이 홍콩영화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있는 건 그런 도전적인 홍보전술 덕이 크다. 90년대 후반들어 홍콩은 우위썬(오우삼)감독을 비롯해 쩌우룬파(주윤발),성룽(성룡) 등의 간판스타들이 할리우드로 속속 빠져나가 유래없는 슬럼프를 겪어왔었다. 중화권 영화의 선전은 영화제 후반으로 가면서 그 기세가 더할 전망이다.경쟁부문의 유력 수상후보작으로 꼽혀온 차이밍량 감독(타이완)의 ‘거기는 지금 몇시?’와 후샤오시엔(타이완)의 ‘밀레니엄 맘보’가 15일과 19일부터 공식상영에들어간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별 주목을 못 받아온 태국은 사상 최고액의 판매기록에 한껏 들뜬 분위기다.첫날 비경쟁부문을 통해선보인 코믹액션 ‘Tears of the black tiger’는 하루아침에 영화제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촌스런 60년대 액션에 할리우드 서부극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작품.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들 중에서도 잇속 밝기로 유명한 미라맥스에 5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에 팔렸다.이쯤되자 “진정한 뉴웨이브가나타났다”“미라맥스가 (영화제에서)맨먼저 사들인 영화”라는 등전문지들은 앞다퉈 이 소식을 다뤘다.현지언론들은이들 세나라 영화의 부흥을 어느 때보다 밝게 전망하는 분위기다.영화제 일일 소식지인 ‘칸마켓 뉴스’는 “쿵푸를 소재로 한 ‘와호장룡’과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화양연화’의 세계시장 진출이 이들 나라의 영화 부흥에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칸 황수정특파원 sjh@
  • 쏘아올린 MD… 명중률 “글쎄”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1일 선언은 ‘냉전 이후 시대의 평화안정 유지’라는새로운 포장에 싸여는 있으나 사실상 부시 대통령이 미사일우위 유지 구상을 강행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는데의미가 있다. MD에 반대하는 많은 우방국들,그리고 러시아·중국 등과의의견 절충과 설득작업이 전개되면서 어떤 상황으로 변화될지 알 수 없지만 많은 나라들이 우려했던 MD는 성공한다는확실한 전망도 없이 마침내 시작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MD는 미국이라는 단일 국가(National)방어망 차원을 넘어 탈냉전시대에 돌발적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모든 우방국들의 안전장치로 의미가 전환됐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이룩한’ 모든 나라들이MD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해 대상국이 미국에만 한정되지 않음을 강조했다.MD 구축과 함께 전략미사일을 대폭 감축해 핵위협이 축소되는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MD는 NMD에 대한 문제점을 의식, 표현방식을 바꾼것에 불과하다.MD에 반대해온 나라들에 함께 개발,혜택을보자는 것이나 전략미사일 숫자를 1,500∼2,500기 수준으로낮추겠다는 제안은 ‘군축’이라는 세계적 추세에서 MD에대한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NMD에 대해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점은 군비확산을 조장한다는 것.확산 방지가 ‘선’이고 조장은 ‘악’이라고 주장해온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방어용이라지만 분명 새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이 군축 명분을 지키는데 실패,확산을 허용하는 무질서를 조장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평화안전’은 수식어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의 장래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없는 점도 문제다.러시아를 의식,폐기인지 개정인지 정확히언급하지 않았지만 ABM은 아직까지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많은 유럽국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국의 이익에 따라 군축이라는 국제규범까지하루아침에 버리는 미국의 극단적 실리추구 자세는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hay@
  • ‘한니발’ ‘파이란’ 28일 개봉

    이번 주말 개봉되는 영화는 4편.보기 드물게 한가한 주말극장가에서 유독 대비되는 작품이 ‘한니발’과 ‘파이란’이다.국내 영화제작사와 수입사들을 바짝 긴장시켜 개봉일잡기 눈치작전을 펴게 했던 ‘한니발’.소문대로 잔혹성은도를 넘어선다.그와는 대조적으로 ‘파이란’은 잔물결처럼 잔잔한 감동의 휴먼드라마다.두 영화를 보면서 심장박동수를 잰다면 어떨까.한쪽은 한없이 쿵쾅대고 또 한쪽은 한없이 느린 흐름을 탈 것이다. ◆한니발(Hannibal) “좀더 잔인하게,좀더 엽기적으로.”‘양들의 침묵’(조나단 드미 감독·1991년) 이후 10년만에 리들리 스콧 감독이 후속편으로 내놓은 ‘한니발’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려고 작정했다.국내 수입심의를 통과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었겠다 싶다.곳곳의 화면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원색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FBI 특수요원 스탈링 역은 이번엔 줄리언 무어가 했다.10년전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앤서니 홉킨스)의 도움으로,납치된 상원의원의 딸을 구해 유명해진 스탈링.그러나 마약소굴 소탕작전에서 과잉진압을 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좌천될 판이다.그때 한니발 살인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재력가 메이슨으로부터 한니발을 잡아달라는 제의를 받는다.오랜 은둔 끝에 다시 나타나 스탈링 주변을 맴도는 한니발은 메이슨의 주변인물들을 차례차례 죽여나간다. 잔인함의 강도는 전편 이상이다.산 사람의 골을 잘라내고뇌를 구워 먹이는 장면은 아찔하다.식인 멧돼지가 인육을뜯어먹는 대목에서는 엽기영화의 마지막 단계를 보는 듯하다.이들 장면이 국내 심의과정에서 말썽이 되자 감독은 필름을 회수,손수 모자이크 처리해 보내왔다. 지적 유희는 전편만 못하다.관객의 허를 찌르는 규모있는반전은 찾아볼 수 없다.온갖 엽기와 기발한 아이디어의 홍수를 맛봐온 관객들에게 영화가 큰 프리미엄을 얻을 수 없는 건 그래서이다. ‘글래디에이터’로 올해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았다.상영시간 2시간13분. ◆파이란 땟국이 졸졸 흐르는 낡은 점퍼에 제멋대로 구겨진 기지바지.우북하게 자라난 머리카락에 반창고를 무슨 훈장인 양 달고다니는 꾀죄죄한 얼굴.영화 ‘파이란’(제작 튜브픽쳐스)의 주인공은 그대로 노숙자 꼴이다.뒷골목 생양아치 강재(최민식). 이렇게 폼안나는 한국영화 속 깡패를 본 적이 없다.홍콩의인기스타 장바이쯔(장백지)와 호흡을 맞췄으니 멜로요소가빠졌을 리 만무하다.그런데 ‘사랑’이란 단어를 떠올려줄모티프라고는 그의 캐릭터 어디에도 없어보인다. 송해성 감독이 만든 ‘파이란’의 묘미는 무엇보다 거기에놓였다.욕지거리를 입에 달고다니는 삼류깡패의 가슴에 기적처럼 사랑이 돋아나는 과정이 차분하고 밀도있게 그려졌다. 말이 좋아 깡패지 그는 주먹솜씨도 신통찮다.그렇다고 의협심에 불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미성년자에게 포르노비디오를 팔다 구류를 살고,오락실 주인을 협박해 동전푼이나뜯고,인형 뽑기로 시간을 죽이는 게 일이다. 중국 처녀 파이란과 인연이 닿는 것도 그런 한심한 놀음의과정에서다.직업소개소를 통해,불법체류 위기에 놓인 여자와 위장결혼해준 대가로 몇푼을 건진다.물론 제대로 얼굴한번 본 적 없는 사이다. 밑바닥 인생의 끝점을 보여주던 영화는 조금씩 휴머니티를일깨워간다.“깡패 영화도 아니고,멜로는 더더구나 아니다”고 강조하는 감독의 의도가 바로 여기 있다. 욕설과 우스개로 일관하던 영화는 중반을 넘으면서 관조적어조가 된다.세상이 버린 자신을,가장 친절하고 좋은 남자라 믿고 외로움을 견뎌낸 파이란을 알게 되면서 강재는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남녀주인공이 한번도 대화를 섞는 장면이 없는 독특한 구조다.이어질듯 말듯 둘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교차편집으로 효과적으로 표현됐다.그러나 끝내 찜찜한 구석이 있다.생판몰랐던 여자의 편지 한통에 그토록 절절히 자기애(自己愛)를 발견하는 이야기 구도는 설득력이 모자란다. 황수정기자 sjh@
  • [씨줄날줄] 난지도의 ‘선택’

    수도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변의 난지도가 또 세상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게 됐다.서울시가 19일 환경단체의 반발을 고려해 시민공원도 조성하면서 골프장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다.몇년째 끌어온 사안인지라 논의의 여진은 이어질 것같다.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난초와 지초가 유난히 많았다해서이름 붙여진 난지도의 역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본래 홍수로 한강물이 범람하면서 운반되어온 토사가 반복적으로쌓여 만들어진 것.여의도보다 조금 작은 82만3,000평으로7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갈대숲이 울창해 청춘남녀들이 즐겨찾던 데이트코스였다. 경관이 뛰어나다 보니 시샘을 샀었나 보다.서울시는 1978년부터 생활 쓰레기를 매립키로 했고 난지도는 하루아침에 쓰레기산으로 전락하게 된다.수난의 세월 15년.파리와 먼지 그리고 악취로 뒤덮이며 삼악도(三惡島)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자연의 이치는 사람들의 허물조차도 감싸안았다.1993년쓰레기 매립을 마치면서 은은한 향기를 흩날리던 본래의생태계로 돌아왔다.모두들 기적이라고 했다.8.5t트럭 1,300만대분의 쓰레기가 쌓이며 만들어진 약 100m 높이의 낙타봉같은 두개의 평탄면에는 푸르름이 짙어지며 새들이 날고 풀벌레가 찾아들었다. 기적같은 생태계 복원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너도 나도 활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2002년의 월드컵 경기장이 바로 옆에 들어서면서 5만8,000여평의 제2매립지에는 생태공원을 조성하기로 일찌감치 매듭지어졌다. 그러나 이보다 두배쯤 넓은 제1매립지의 활용방안에는 생각들이 달랐다.먼저 한해에 8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골프장을 만드는 방안이 제시됐다.최근 골프인구의 급증을 당위성으로 들었다.환경단체는 반대했다.잔디가 자란다해서친환경적 접근이 아니라며 농약 등의 사용으로 생태계가또다시 파괴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서울시는 골프장을 선택했지만 이제라도 난지도의 역사를 한번쯤 더듬어 보기 바란다.23년전의 쓰레기 매립 결정을 지금의 눈으로 평가해 보라는 것이다.그리고 미래상을 그려봐야 한다.난지도는 환경보존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현장’이어야 하지 않은가.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기록깨기 ‘당근요법’이 최고

    ‘돈의 힘으로 해묵은 기록 깬다’-. 한국 육상에서 10년이상 깨지지 않는 종목은 100m 200m 해머던지기 원반던지기 등 16개에 이른다.이 가운데 남자100m와 해머던지기는 20년 넘게 기록이 잠자고 있다.마치옹색한 한국육상의위상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런 해묵은 기록들을 깨기 위해 대한육상연맹이 ‘돈’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지금까지는 한국신기록이 나올 때마다 500만원의 포상금을 줬다.포상금으로 상당액을 번 선수도 많다.지난해 여자 경보의 김미정이 3차례 한국기록을 갈아치워 1,500만원을 받았고 여자 창던지기 이영선도 1,000만원을 벌었다. 육상연맹은 그러나 10년이상 미경신종목은 하루아침에 기록경신이 어렵다고 판단,단계별 목표치를 정해 포상금을주기로 했다.한국기록을 내지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기록향상이 됐다고 인정되면 돈을 지급한다는 것.이에 따라 10년이상 미경신 종목은 3단계 목표치를 정해 이를 깰 때마다선수에게 100만원,지도자에게 5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남자 100m의 경우 한국기록은 지난 79년 서말구가 세운 10.34초.세계기록(9.79초)과는 상당한 차가 나지만 22년째깨지지 않고 있다.따라서 연맹은 1차 10.47초,2차 10.42초,3차 10.38초로 단계별 목표치를 정했다. 연맹 관계자는 “육상 아시아기록 보유자 가운데 한국선수는 남자 800m의 이진일 뿐”이라면서 “이번 포상금제도를 계기로 많은 종목에서 기록경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
  • [사설] 대우차 공멸 막아야

    대우자동차 사태가 노사의 벼랑 끝 대결로 다시 혼미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지울 수 없다.1997년정리해고 관계법이 제정된 이래 최대 규모인 1,750명이 일시에 해고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근로자와 그 가족이 겪는 허탈감이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것이다.그런데도 그들의 아픈 심정만 마냥 헤아릴 수 없는것이 또한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대우차 사태는 더이상 일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대우차 부도·법정관리로 향후 채권단의 직접적 손실액은 10조원에 달한다.여기에 법정관리에 따른 대외 신인도 하락과 협력업체 부도,연관 업체 피해를 감안하면 손실액이 20조원이나 된다.매일 40억∼50억원의 은행돈이 흘러가고 있으나 여전히 ‘밑빠진 독’인 셈이다. 대우차 사태의 해법이 강도높은 자구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인력 조정은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기 위한 필요조건이자,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매각협상 재개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회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 조치는 대우차 파국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이를 회피하다 회사가 청산되면 더 큰규모의 정리해고가 뒤따를 것은 자명하다.최악의 경우 매각이나 독자생존, 법정관리 등 모든 ‘살길'이 막힐 공산도 있다. 그런 점에서 노조가 구조조정에 무조건 반대하며 극한 투쟁을 벌이는 것은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노조는투쟁에 앞서 먼저 기아차의 회생 과정에 주목하기 바란다. 기아차는 법정관리 중에 전체 임직원 5만명을 3만명으로 줄임으로써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반면 대우차는 199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지난해 10월 말까지 순수하게 감축한 인원이 1,000명에 불과하다.이는 뼈를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기본적인 자생력을 갖추는 것 말고는다른 방도가 없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또 정부와 회사측은 실직자의 지원책 마련에 조금도 소홀해선 안된다.취업상담 및 직업알선,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등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 어거지 갈등·패륜만이 시청률 올리기 묘약인가

    병살만 면해다오,싶던 타자가 역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비유가 좀 과한지 모르겠으되 지난주 KBS-2TV ‘태양은 가득히’가 주말극 격전장에서 MBC ‘엄마야 누나야’를 눌렀을때 KBS드라마국은 온통 그런 축제지경이었다.3일 25.8%대 24. 0%의 시청률로 첫 앞지르기의 감격을 맛본 ‘태양…’은 4일 32.2대 24.7까지 ‘엄마야…’와의 격차를 벌이며 내처달렸다(TNS 미디어 코리아 자료).신문들 스포트라이트가 한몸에 쏟아지는 황홀경도 누려봤다. ‘태양…’이 연기자·스탭 가릴 것없는 황금 라인업의 ‘엄마야…’를 따돌리리라 예측한 방송관계자는 거의 전무했다. 초반 라운드부터 ‘엄마야’의 싱거운 승리였고 ‘태양…’은 방송사,종사자,신문 방송면 등이 어울려 엮어내는 방송산업의 ‘화제 제조-시청률 증폭 회로’로부터 일찌감치 밀려났다. 그간 30%고지를 날아오르려는 ‘엄마야…’를 번번이 낚아채며 둘간의 차이를 10%안짝으로 묶어온 것은 그러니까 전적으로 ‘태양…’의 저력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스토리 요약만으론 전형적 별볼 일없는 통속극 ‘태양…’은 성의있는복선 설정, 휴머니티 물씬 밴 인물들,제법 통찰력 느껴지는대사진행 등으로 일부 골수팬도 생길만큼 나름의 흡인력을내뿜어왔다. 그런 ‘태양…’이 시청률 왕관을 쓰면서 오히려 비난의 화살세례를 뒤집어쓰고 있다.본격적 ‘배신’국면에 접어들어갈등 고조를 위한,위험하거나 어거지식 전개가 잇달고 있기때문.어머니에 대한 깊은 증오심에도 불구,고뇌하는 양심이살아있던 민기(유준상)가 동생의 죽음 하나로 하루아침에 복수의 화신이 돼 임신한 애인을 버리고 재벌 딸을 선택한다. 어떻게 치장해도 수십번도 더 우려먹은 낡은 수법이다.멀리갈 것도 없이 옛 KBS주말극 ‘젊은이의 양지’가 어룽댄다. 버림받았다고 약을 먹는 지숙(김지수),친구 민기에게 칼부림하는 호태(박상민),동생 민정의 뜬금없는 사고와 뇌사 할 것없이 극단적 선악대비,자극과 우연의 남발로 온통 뒤덮인 지난주였다.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시청률이) 가난해도 (인물이 따뜻했던) 옛날이 좋았다”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고영탁 PD는 “당초 호태와 민기,두남자의 선굵은 우정과 용서를 다룬 ‘버디드라마’로 가려 했다”고 한다.그러나 갈수록 선이 굵어지는 것은 갈등과 패륜뿐이며 그 서슬에 드라마의 맛샘이었던 인물과 휴머니티는 날로 모지라지는 듯하다. 자극제 투여와 시청률간 상관고리는 진정 아무나 끊지 못하는 건가. 손정숙기자 jssohn@
  • 동아 솔레시티 입주예정자 ‘울화병’

    한국부동산신탁의 부도로 용인의 동아 솔레시티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간이 다시 콩알만해졌다.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지난해 동아건설 부도로 내집마련의 꿈이하루아침에 날아갈 것을 걱정하느라 간이 오므라들었었다. 그런데 멍든 가슴이 채 낫기도 전에 이번에는 공동 시행사인 한국부동산신탁이쓰러져 다시 한번 놀란 가슴을 달래고 있다. 입주예정자인 김영수(金榮洙)씨는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공기관이 출자한 신탁사가 공급한 아파트라는 말을 믿고 투자한 결과가 고작이것이냐”며 “입주 예정자들이 가슴을 졸이느라 잠을 설치고 있다”고 울먹였다.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에 있는 동아 솔레시티 아파트는 동아건설이사업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신탁사를 끌어들여 공동 사업으로 진행했다. 중대형 아파트 1,729가구,총 사업비만 6,800억원 규모.지난 98년 2월 분양 당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철골조 아파트라는 점에서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분양권 거래도 활발해 가구당 3,000만∼5,000만원의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이 아파트의 당초 입주 예정은 지난달.입주 예정자들은 동아 부도이후 협력업체들이 채권 확보를 목적으로 현장을 찾아 공사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도 꾹 참았다.신탁사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그러나 이제는 그나마도 무너져버렸다. 이미 새 보금자리로 이사했어야 할 입주 예정자들은 시공사,시행사가 모두 쓰러져 기약할 수 없는 준공일만 기다리고 있다. 류찬희기자 chani@
  • 스칼라피노교수 특별 인터뷰 “부시 對北 포용정책 포기 못할것”

    한반도 연구 권위자인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학 로버트 스칼라피노 명예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비록 공화당 노선에 따라 대(對) 북한 강경자세를 공약하면서 대선승리를 이뤄냈지만 정치적 명분으로나실질적인 면에서 옳았던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을 포기할 수는없을 것”이라고 신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진단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4일 대한매일과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공화당정부가 투명성이나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워 북한에 대한 식량이나 중유 제공을 재고하는 등 정책변화 가능성을 나타냈지만 공화당 정부단독으로 이를 결정하거나 보류하는 등 독단적인 행동은 하기 어려울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자세로 대북정책이 미묘한 상황으로 바뀌었는데.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공화당 정책노선 자체가 강경자세로 보이고 그들 스스로가 그렇게 보이려 한다.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대북정책에는 한 가지밖에 없다.지금까지 추진돼온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정치적 명분 쪽에서나 실질적인 측면에서 포용정책 기조는 바뀌지않을것이며,또 바뀌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공화당 역시 클린턴 행정부가 추구해온 대북정책을 그들의 정책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인지. 정책은 누구의 것을 받아들이는 문제가 아니라 효과를 따져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공화당 노선은 북한에 엄격한 상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이것은 북한이 그동안 취해온행동 때문이기도 하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행한 발언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그는 포용정책을 받아들이겠다(open)고 밝혔다.이는 포용정책을 이어갈 태세가 돼있음을 드러낸 중대한 발언으로 주목할 필요가있다. ●초기 공화당 강경책 방침으로 결국 당분간 대북정책은 지연되는 결과가 나타날텐데. 결국 그럴 수밖에 없다.미국 행정부가 공언한 것이 하루아침에 돌변하는 식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미사일 회담은공화당 행정부 이전에 이미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뒷얘기가 있다. 부시 행정부도 실효가 눈앞에 보이는 단계에서 이를 포기하지는 않을것이다. 당분간 한·미·일 3국이 대화하는 자세를 보인 뒤 머지 않아 북미 관계는 개선되는 쪽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정부는 한반도 안정을 위해 포용정책을 적극 취한다는 자세인데. 한국정부는 빠른 시일내에 미국정부와 깊이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김대중 대통령이 올 3월쯤 미국을 방문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것으로 아는데 이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부시 행정부도 한국정부와의대화 없이는 어떤 정책을 취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는 걸 잘 안다. 새 행정부 초기에 한국관리들과 대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시 헬름스 상원 외교위원장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전면재검토해야 한다고 공언했는데. 공화당은 식량뿐만 아니라 북한에 건네주도록 약정된 중유에 대해서도 투명성을 조건으로 내세워왔다.북한은 전력도 긴요하기 때문에 한국의 전력을 얻으려 애쓸 것이다.미국 쪽에서 보면 북한의 투명성은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만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의 원조를 기대하는 쪽으로 대응한다.그러나 다른나라로부터의 원조도 한반도 주변국들의 공조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투명성 요구에 어느 정도 응하는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한국방문은 공화당 정부의 태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물론이다.지난해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 이후 미국내 여론은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두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 안정을 극단적으로 상징한다.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을방문한다면 공화당 정부의 입장도 그에 맞춰 대응하지 않으면 안될것이다.여기에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가 어느 정도 깊이가 있느냐는 공화당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하는데 상당한 변수가 된다. ●북한은 러시아 창구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러시아를 한반도에 대입시키는 것은 군사적으로나 안보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러시아 역시 푸틴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과거연방국가 시절의 영향력을 목표로 추구하고 있다.러시아는 또 과거북한과 동반자 관계였다가 한동안 서로 외면하는 등 껄끄러운 관계로변했다. 그러던 러시아가 최근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등 과거 한동안 단절되다시피했던 양국관계를 복원,한반도에서의 영향력도 키우려 하고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한계가 있다.열악한 경제상황 때문에 영향력을 복원하려는 의도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러시아라는 요소는 별로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다. ●대북정책과 관련,한국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경제는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이는 대북정책의 정당성을잃게 할 수도 있다. 또한 국내문제를 극복해야 대북정책에도 힘을 줄수 있다. 경제 회생을 위한 노력과 함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 스칼라피노교수 약력. ▲1919년 미국 캔자스주 출생▲1948년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1949∼1990년 UC버클리대 정치학과 교수 역임▲1978년 UC버클리대 부설 동아시아 문제 연구소 설립 및 소장 역임▲현재 미 버클리대 명예교수. ▲‘한국의 공산주의’ 등 저서워싱턴 최철호특파원 hay@
  • [대한광장] 경제개혁과 국민적 합의

    우리정부가 금융·기업·공공부문 및 노동시장 등 4대 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한 2월 말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경제개혁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며 앞으로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는 형편이다.심지어 개혁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체념하는 이들까지도 생겼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다수의 국제경제전문가들도 한국의경제개혁에 문제가 생겼음을 지적하면서 중단 없는 개혁만이 우리 경제가 살길임을 주문했다고 외신은 전한다.일이 이렇게 된 데는 여러이유가 있겠으나 우리 모두가 경제개혁 개념을 너무 안이하게 이해했고 또 거기서 발생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예상치 못한 데서연유한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개혁은 과거의 경제 패러다임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창조적파괴의 과정이다. 그러기에 그 과정에서 숱한 파괴의 징후가 나타나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실업자가 생기고 공장과 기계가뜯기며 때로는 옛 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지기도 한다.대부분의 개도국에서 야심차게 시작된 개혁정책이 중도에 좌초하고만 가장 큰 이유가운데 하나가 국민적 저항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학자 로드릭은 국민이 개혁의 피해자가 될지 또는 수혜자가 될지 사전에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유권자들까지도 그들 다수에게 이익이 될 개혁을 거부한다고 말했다.그렇게 되면 개혁은 정말 물건너가게 될지도 모른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될까 불안한 근로자의 저항,경영권 박탈 위기에 몰릴 기업가의 조직적 반발,개혁 피로증에 지친 공무원의 비협조가 계속되는데도 개혁을 밀어붙일 강심장의 정치지도자는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개혁에 관한 국민적 합의이다.물론 볼리비아·폴란드·러시아의 경제개혁에 직접 관여한 미국 하버드대학 제프리삭스 교수 같은 이는 “일반대중은 개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구한다는 것은기껏해야 시간낭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개혁이 국민 지지를 얻기어려운 난제임을 지적한 좋은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지지와 참여 없이 경제개혁에 성공한 나라는 극히 드물다.개혁 초기에는 행정부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개혁정책이 용인될지 모르지만 개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결국 의회와 이익집단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경제개혁에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1980년대의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포르투갈의 경험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그러기에 경제개혁론의대가인 윌리엄슨도 개혁의 성공조건 16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바로 국민적 합의라고 지적했다. 우리정부는 그동안 경제개혁에 국민적 합의를 얻는 데 크게 미진하였다.개혁의 필요성만을 강조했지 그것이 국민 각자에게 가져다 줄편익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했다.그래서 일반서민들까지 개혁의 ‘개’자만 들어도 고개를 흔들게 된 것이다.정보화시대에 국민은 막연한 애국심 호소에 쉽게 감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은 정부가 미래를 위하여 현재를 희생하는 국민 능력을과대평가하지 말고 겸허하고 과학적인 자세로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할 때다.지금까지의개혁성적표를 솔직하게 내보이고 지금부터 추진할 개혁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제시하면서 그것이 결국 국민 각자에게어떤 형태의 편익으로 돌아오게 될 것인지를 설명해 줘야 한다. 국민과 야당도 2월 말에 내놓을 정부의 개혁성적표에 연연하지 말고오히려 앞으로의 개혁 구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왜냐하면 개혁은 우리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당위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박명광 경희대부총장·경제학
  • [데스크칼럼] 진념 경제부총리에 드리는 글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께. 정통 경제관료 생활 40년 동안 쌓아온 진 부총리의 화려한 경력에비춰보면 이제야 경제부총리에 오른 것이 만시지탄의 느낌마저 듭니다.지금 안팎의 경제환경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진 부총리의 두 어깨가 더욱 무거울 것으로 짐작됩니다. 지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당시 경제팀 안에서는 ‘목욕탕 수리론’과 ‘내과수술론’이 맞붙은 적이 있었습니다.목욕탕 수리론은 돈벌이가 잘되는 겨울철보다는 손님이 별로 없는 여름철 비수기에 목욕탕을 수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구들장 보수를 여름에 하고,수영장수리를 가을에 해야 한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합니다.경제가 잘 풀릴때 누적된 구조적 폐단을 뜯어고치려면 많은 기회비용이 듭니다.역설적으로 불황이 계속될 때 구조조정을 하면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모순덩어리를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내과수술론은 수술을 앞둔 환자가 먼저 몸을 보강해야만 의사가 집도하는 큰 수술의 성공이 가능하다는 일종의 ‘선 보양론(先 補養論)’입니다.기초체력이 없는 환자가 대수술에 들어갔다가 체력이달려 수술도중에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이전 정권으로부터 좋지 못한 경제를 물려받은 문민정부가 제대로 된 개혁을하려면 집권 초기에 어느 정도 경제를 살려놓은 다음 구조조정이라는 대수술을 단행하겠다는 논지였습니다. 당시 경제팀은 절묘한 경제정책을 내놓았습니다.이른바 신경제 100일 계획과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동시에 추진하고 나선 것입니다.먼저100일 동안 허약해진 한국경제에 ‘보약’을 투여,수술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만든 다음 5년동안 본격적인 경기안정과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2단계 신경제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습니다.내과수술론과 목욕탕수리론을 합친 어정쩡한 처방이 신경제정책의 시발점이었고,국제통화기금(IMF) 체제는 문민정부 경제정책의 최종 성적표였습니다.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은 요즘에 와서도 큰 논란과 관심거리입니다.집권 3년을 맞는 국민의 정부에서도 최근 경제의 체력보강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지난 연말 정부가 급속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병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래 ‘선(先)체력보강,후(後)구조조정’ 쪽으로 정책방향이 선회하며 다양한 경기부양책들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금융시장이 일부 호전됐다고 해도 구조조정 원칙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그런데도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의우선순위 사이에서 혼선의 조짐들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물론 진 부총리가 정책방향을 결정하면서 고려 요인들이 많을 것입니다.정치권의 압력이나 벌떼같은 여론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 부총리가 이 시점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평소의 시장주의자답게 원칙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런 측면에서 문민정부 초기에 전투작전하듯이 펼친 신경제 100일 계획,그리고 오랜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을 하루아침에 팽개치고 급조한 신경제 5개년 계획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냉철히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꿩도 잡고 매도 잡겠다’는 신경제정책이 꿩도 매도 모두놓치는 비운을 맞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강화문제를 세간에서는 종종 ‘잡초’와 ‘비료’로 비교합니다.잡초와 곡식이 같이 있으면 잡초를 제거하고 비료를 줘야 곡식이 잘 자랍니다.그러나 잡초를 뽑지 않고 비료를 많이 주면 오히려 잡초가 더욱 번성하는 등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진 부총리는 문민정부 초기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수생활을 했습니다.그때 샌프란시스코의 겨울바람 속에서 우리 기자들과 만나 고국의 경제상황을 놓고 정열적인 담론을 벌이던 기억이 납니다.지금우리 경제상황은 당시 목욕탕 수리론과 내과 수술론 논쟁을 그대로닮아가는 인상을 받습니다.그릇된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인가,아니면올곧게 새로운 금자탑을 쌓을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진 부총리의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종석 편집부국장 elton@
  • [유형준의 건강교실] 당료병(7)가릴 음식 과연 많은가

    당뇨병 환자가 전 국민의 5% 이상에 이르고 성인에선 8%에 육박하고 있다.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당뇨병을 갖고 있으면서 당뇨병에 대한여러 가지 상식과 정보가 시중에 널리 퍼져 있다.그러나 그 지식이나 정보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그릇된 속설,얼토당토않은처방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그럴 듯하게 퍼져있는 것은 ‘당뇨병 환자는 못 먹는 음식이 많으며 무조건 음식량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물론 이 말이맞는 당뇨병 환자들도 있다.뚱뚱하고 게다가 술,담배,기름기,설탕,소금 등을 좋아한다면 그런 식품이나 기호품을 삼가고 음식량도 줄여야 한다.그러나 이런 식품이나 기호품은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도 피해야 할 것들이다.즉 건강 유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 식사 처방인 까닭에 권하는 것뿐이다. 당뇨병에는 ‘식이 요법’을 잘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그러나 식이요법이란 말은 특정 식품의 효과를 기대하는 듯한 뜻을 지니고 있기때문에 요즘에는 음식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좋아하는 식품들을 어떻게 즐기며 먹어야 하느냐는 뜻에서‘식사 요법’ 이라고 쓰고 있다.다시 말해 당뇨병 식사 요법의 요체는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에 있는 것이다.한 가지 식품,그것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식품에 매달려 먹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주 그릇된 당뇨병 식사 요법인 것이다. 모든 성인병이 그렇듯 당뇨병도 하루아침에 호전되는 병이 아니다. 꾸준하고 올바른 식사 요법을 근간으로 식생활을 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당뇨병 식사 요법을 한다고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면서 동료들과회식을 멀리하고 특이 식품을 찾아 정력과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은 절대로 도움이 되는 방법이 아니다. 여러 가지 식품을 골고루 기호에 맞게 즐기면서 한 가지 영양소에치우치는 편식을 하지 않는 것이 훌륭한 당뇨병 식사 요법이다. 유형준 한림대의대 부속한강성심병원 내과
  • ‘설’ 부유층은 설레고… 서민들은 서럽고…

    빈부 격차의 골이 깊어지면서 ‘설 쇠기’도 양극화되고 있다. 서민들은 실직과 임금체불,상여금 축소 등으로 설이 반갑지만은 않다.귀향을 포기한 사람도 많다.하지만 일부 부유층은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설연휴를 보내려고 호주와 사이판 등지를 찾고 있다. 백화점에진열된 100만∼600만원짜리 선물세트도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19일 낮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는 남쪽 나라를 찾아 떠나는 여행객들로 크게 붐볐다. 호주와 사이판,태국,하와이 등 해외유명 피한지로 떠나는 이들은 화려한 바캉스 복장에 골프가방 등을 들고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설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들로21∼25일 대부분 노선의 항공편 예약이 매진됐다고 밝혔다.한 여행사관계자는 “사이판과 동남아는 항공기 좌석이 동나 여행상품 예약을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와 현대,신세계 등 유명 백화점에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선물세트가 없어서 못팔 정도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 백화점에서는 590만원짜리 일본산 안마의자가 1주일 동안 10개나팔렸으며, 한정판매에 들어간 300만원짜리 바닷가재 선물세트와 70만원짜리 굴비 선물세트는 모두 팔렸다. 300만원짜리 루이13세 코냑과 80만원짜리 밸런타인 30년산 등도 전시해 놓기가 무섭게 나갔다. 10만∼50만원짜리 상품권도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팔렸다. 롯데에서 최근 닷새동안 560억원어치의 상품권이 팔린 것을 비롯,현대 239억원,신세계 390억원어치가 나갔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2만∼3만원대 저가 상품보다는 10만원대 이상의 상품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전국 각 골프장은 연휴기간 부킹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스키장과 콘도 등 전국의 유명 휴양지도 예약이 끝난 상태다.강원도용평리조트 관계자는 “설 연휴기간 동안 1,100여개의 객실에 대한예약이 모두 끝났다”고 밝혔다. 서민들은 설날 연휴가 눈앞에 닥치면서 걱정이 앞선다. 경제한파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이들에게는 설날 차례상을 차리고 세뱃돈과 선물 등을 준비해야 하는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19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은오모씨(39·주부)는 “최근 남편의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임금이 삭감되고 보너스도 반납했다”면서 “차례상은 어떻게든 차리겠지만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줄 선물은 엄두조차 못낸다”고 한숨지었다. 하루아침에 해고돼 이날로 49일째 파업농성중인 한국통신 계약직노조원 한모씨(35)는 “돈도 없지만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어 귀향을포기했다”고 털어놨다.이들 노조원 1,500여명은 설날연휴때에도 각지역 한국통신 앞에서 농성을 계속할 계획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노숙자쉼터 ‘자유의 집’에 머무르는 노숙자1,042명도 귀성을 포기한 상태다. 전북 진안이 고향인 김모씨(47)는“공공근로와 건설현장 일용노동으로 푼돈을 모았지만 고향을 찾을만한 여건은 못된다”면서 “추석때나 어깨를 쭉 펴고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재래시장도 대목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숙녀복을 판매하는 이상기씨(56)는 “주변에패션타운이 많이 생긴데다 불황까지 겹쳐 재래시장은 최악의 상황”이라면서 “하루종일 7만∼8만원어치 정도 팔면 다행”이라고 탄식했다.서울 노량진 농수산물시장 상인 지청하씨(58)도 “추위도 풀리고대목도 다가오는데 정작 손님은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박록삼 이송하기자 youngtan@
  • “부시정부 한반도 안정 깨는일 없을것”

    “김정일(金正日) 북한 노동당 총비서겸 국방위원장의 방중은 앞으로 북한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를 엿보게 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아시아정책과 관련,부시팀과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래리 워첼 헤리티지재단 아시아 연구소장은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한매일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한이 어려워진경제난국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섰음을 단적으로 엿보게 한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중국을 방문한 배경은. 김 위원장의 중국행은 예상됐던 것이지만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그의 행보는 체제붕괴를 위협하는 경제난국 해결에 북한 내부의견이 집결됐음을 의미한다.또 사회주의체제는 유지하면서 자유경제체제를 도입한 이웃 중국이란 모델에 눈을 두고 있으며 이를 전형으로 삼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확인케 한다. ■북한이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방향을 바꿨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미공화당은 아직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미사일이북한의 경제난 완화를 위해이용됐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난을 해결한다고 해서 미사일을 포기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북한은 자신이 가진 몇 안되는 장점중 하나로 미사일을 꼽고 있어그 장점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서울 답방을 예고하고 있고 적어도 겉으로는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느냐는 그가 앞으로도 계속 한국과 대화상태를 유지할 것인가를 가늠하는척도이다. 그가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북보다도 훨씬 어려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한국에서도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주적(主敵)의 개념이 사라지는 상황이 북한에 시작되는 것이다.따라서 그의 서울 방문이 이뤄지려면 내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문단속이 이뤄진 뒤에야 가능하다.그 단속의 행태가 우리에게 북한의변화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정일이 서울을 방문하고 북한이 식량 등 원조에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미국 대통령의 방문은반대한다. ■부시 행정부의 국가미사일방어망(NMD) 추진은 남북한 화해분위기속에서도 북한이 미사일개발을 유지하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는데. 북한이 그렇게 들고 나올 수는 있다.그러나 여러차례 강조했듯 NMD는전적으로 방어용이다. 누구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것이 아니고 상대의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 점을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설득하고 있다. ■신정부가 출범하면 클린턴의 개입(포용)정책과는 다른 한반도 정책이 예상되는데. 외교란 하루아침에 갑자기 변하는 것은 아니다.그런점에서 급작스러운 변화로 현재의 안정 분위기가 깨지는 일은 없을것이다. 다만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인 북한의 위협을 보상으로 막는 태도는분명 아닐 것이다.단적으로 94년 제네바 핵협상은 재고돼야 한다는점을 부시팀은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밝힌 바 있다.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임무와 역할,활동에도 상당한 재고가 이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단 북·미관계가 경직되는 모습도 비쳐질 수 있다. ■그렇다면 신정부와 한국정부와의 공조는 우려되는 게아닌지. 아니다.오히려 한·미·일이 참여하는 3자조정그룹(TICOG)의 활동이 더욱활발해질 것이다. 오히려 TICOG의 활동이 더욱 공식화되고 상설화할것으로 보인다.공화당 정부는 우방인 한국과 일본과의 대화는 더 원한다. 한국정부도 미국의 새 정부 출범시기에 맞춰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경제 문제로 넘어가 한국은 경제상황이 썩 좋지 않다.그러나 새 행정부는 한국 시장의 문을 더욱 열라고 주문할 것으로 보이는데. 공화당 무역정책의 핵심은 자유무역이다.차기 행정부 역시 자유무역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애쓸 것이다.자유무역만이 세계의 공존과 상호혜택을 보장해왔다.단기적으로 볼 때 자유무역이 어렵고 손해나는 것으로보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자유무역이 보호주의로 흐른 예도 많다.분명 미국내에서도 이런 모습이 있다.과거 공화당 인물이었던 개혁당의 팻 뷰캐넌 후보는 자유무역을 부르짖지만 사실은 보호무역주의자다.그러나 공화당은 그와노선이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한국은 자유무역이 어려운 부문도 있다.그런 점에서 한·미간 무역부문의 긴장은 어느 정도 예상되며 불가피할 것이다.나는 집에 삼성TV와 VCR를 가지고 있다.가격과 성능이 소비자를 유혹하면 사는 것은 당연하다.이런 시장원리가 인위적으로 조절되는 것에 대해신정부는 단호할 것이다. ■한국경제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한국경제 내부에서 근본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아직도 자유롭지 않다.금융권이 자율결정을 내리는데 미약한 점도 있다.그러나 금융부문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가장 효율적이다.또 97년의 IMF위기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보인다. ■아시아 정책과 관련,공화당 인사중 한 사람은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가 아닌 적대국가라고 밝힌 바 있는데. 부시의 새 정부는 중국을적대국가로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현상황은 반대로 중국이 미국에 거리감을 두고 있다.왜냐하면 중국은 아시아국가중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가진 유일한 나라이고 앞으로 미국과 무역부문에서 경쟁을 생각한다.그러나 중국이 항구적정상무역관계 대상국이 됐고 앞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미국과 경제활동을 유지할 경우 이런 긴장관계는 상당히 유화될 것이다. ■러시아는 NMD 문제로 미국과 상충되고 있어 신정부의 외교난제 가운데 하나로 보이는데. 분명히 예견하건대 러시아의 경제상황을 전제해 볼 때 조만간 미국의 NMD에 동의해올 것으로 전망한다.또 그들이내세우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도 결국 개정될 것으로 본다. ◆ 래리 워첼소장 약력. ▲콜럼버스대졸업, 하와이주립대 정치학박사 ▲주한미군 근무 ▲주중미국대사관 무관 ▲미 국무부 국제안보정책담당 장관보좌관 ▲미 육군 전쟁대학 전략연구소장(육군준장)저서 ▲중국의 계급(1987) ▲중국군 근대화(1988) 등.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hay@
  • [데스크시각] 햄버거 경제학과 북미관계

    ‘햄버거 경제학’이란 말이 있다.몇년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점이 있는 나라들의 경제,외교적 행동 양태를 소재로 칼럼을 쓰면서 이 용어를 등장시켰다. 결론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맥도널드 햄버거 분점이 있는 나라들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햄버거는 여러 재료와 공정을합쳐서 만드는 종합식품이다. 맥도널드는 외국에 분점을 내면 철저히현지 원료로 햄버거를 만든다는 원칙을 지킨다. 그럴려면 지속적으로공급 가능한 일정수준의 육우산업이 유지되는 나라라야 한다. 감자,양파,토마토,밀 등의 재료를 원활히 공급할 유통구조도 갖추어야 한다.여기다 외국자본을 받아들일 만큼 건강한 자본시장과 글로벌 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그리고 마지막으로 햄버거를 사먹을 정도의 소비력을 가진 두터운 중류층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나라들이라면 그동안 쌓아온 경제적 성과들을 한꺼번에 날려버릴지도 모를 위험한 전쟁놀이는 하지 않는다는 게 바로 햄버거 경제학의 논지다.실례도 있다.중동국가중 이스라엘,사우디 아라비아,이집트,요르단에는 맥드널드가 진출해 있다.중동에 아무리 긴장이 감돌아도 이 나라들끼리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인도에도쇠고기를 쓰지 않는 채소 맥도널드 햄버거점이 성업중이다.반면 파키스탄에는 아직 맥도널드가 없다.두 나라는 지금도 툭하면 전쟁을 한다고 난리다. 50,60년대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유엔 가입을 국가의 최우선 목표로삼았던 때가 있다.우리도 그랬다.맥도널드 분점이 당시 유엔 가입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면 과장일까. 햄버거를 먹으며 행복해 하는 평양사람들을 상상해 본다.물론 유통구조,글로벌 의식,자본시장,구매력등 모든 기준에서 지금의 북한은‘햄버거 국가’기준에 턱없이 미달된다.그러나 햄버거가 가져다주는정치적 효과를 감안해 북·미교류의 최우선 순위를 맥도널드 진출에두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1990년초 모스크바에 맥도널드 분점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햄버거를 사먹기 위해 수백미터씩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던 모스크바 시민들이 생각난다.모스크비치들은 햄버거를 먹으면서 ‘페레스트로이카(개혁),글라스노스트(개방)의 맛이 바로 이거야’하며 속으로 탄성을 질렀을 것이다. 맥도널드는 체제가 주인인 세상에서만 살아온 그들에게개인이, 그리고 소비자가 주인인 세상의 모습을 전해준 복음이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점원들이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자기들을 맞아주는 그 우쭐함을 햄버거와 함께 즐기며 모스크비치들은 행복해 했다. 반드시 맥도널드가 아니라도 좋다.인센티브제 도입이나 인터넷 개방도 좋고 CNN방송 평양지국 허가도 좋다.극비방문이 아니라 ‘김정일위원장이 모월 모일부터 중국을 방문한다’고 당당하게 발표하는 것도 좋다.멋진 패션의 퍼스트 레이디가 동행한다면 더욱 좋다.라이사여사의 패션이 ‘악의 제국’소련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얼마나 큰기여를 했던가.미국도 한국도 그리고 북한도 미사일 협상이나 북한핵동결같은 어렵고 딱딱한 일들에만 너무 매달리는 것은 아닌가. 곧 부시 새 행정부가 출범한다.새 행정부의 북한정책이 클린턴 때와는 달라질 것이란 전망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딕 체니 부통령,콜린파월 국무장관,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 등은 소련과 동구의 몰락을 목도하고 이를 후원한 주인공들이다.하나같이 ‘사회주의는 미래가 없다’고 믿어온 사람들이다.그러나 사회주의 발전에 대한 북한정권의 의지는 조금도 누그러질 기미가 없다.양자 사이에 낀 샌드위치가 바로 한국이다.양측을 거중조정하는 일은 우리가 예상해온 것보다더 힘들 것같다. 김정일 위원장이 베이징에 진출한 맥도널드점들을 보고 ‘햄버거 효과’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면 좋겠다.맥도널드가 들어서도 하루아침에 사회주의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중국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지금 필요한 것은 아주 작은 변화의 상징이다.그게 한편으로는 미국보수주의자들의 마음을 녹이는 촉매제가 되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북한당국으로 하여금 변화를 겁내지 않게 만드는 묘약이 될 수 있다. 이기동 국제팀장 yeekd@
  • [기고] 그칠줄 모르는 미디어렙 논쟁

    지금 우리 사회는 ‘탈규제’의 상한선과 하한선 사이에서 방황한다.그 방황에는 우리 사회의 과거·현재·미래가 뒤섞여 있다.권위주의정권이 남긴 서글픈 유산을 청산한다는 뜻에서 그 방황은 과거 청산이라는 의미를 가진다.방황은 현실이며 방황의 결과는 미래 우리사회의 청사진이 된다.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규제를 50% 풀겠다”고 말했다.풀어야 할 규제의 양을 대통령이 정해야 하는 것인지는모르지만 “50%를 풀어야 한다”는 말에 집착한 탓인지 규제개혁위원회는 규제풀기 ‘돌격’에 나섰다. 언론계 현안이 된 미디어렙도 그 대상 가운데 하나다.지난달 22일규제개혁위원회는 의결정족수까지 무시하면서 방송사의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사실상 완전경쟁으로 유도하는 결정을 내려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지난 9일 방송사·외국자본의 10% 지분 인정,미디어렙 3년 한시 허가제,3년 한시 공·민영 업무영역 구분 등을골자로 하는 재심사안을 확정했다.3년 후에는 완전경쟁 체제로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23일 문화부가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민영 미디어렙은 언론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했다.서울방송과 민방에 총지분 10% 허용,한국방송광고공사의 30%한시출자 등을 담은 입법예고안이 알려지자마자 직접 이해 당사자인방송사는 물론 학계와 시민단체는 성명을 발표,입법예고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1주일 후 열린 공청회에서 완전경쟁·시장논리를 주장해 온 서울방송은 ‘규제철폐’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문화부 안을 공격했고,시민단체 대표는 방송사 출자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공적 전파자원인 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광고개혁”을 주장했다. 1980년 원죄 속에 등장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이하 광고공사)의 ‘광고독점’은 광고를 통한 권력의 방송 장악,방송광고시장 위축등 갖가지 폐해를 가져왔다.이러한 광고독점을 해소해 방송발전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광고개혁 논의는 초기 문화부가 완전경쟁이가져올 혼란을 막기 위해 ‘제한 경쟁’ 도입을 원칙으로 표명하면서일정한 사회적 지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SBS 로비설과 규제개혁위원회와의 갈등 속에서 문화부는 애초내건 ‘제한경쟁’의 원칙을 퇴색시켰고 방송사 출자허용 방향으로선회,시장논리와 방송의 공공성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다른 한편 민영미디어렙 출자가 금지된 신문은 신문대로 경쟁 체제의 방송광고가 초래할 신문시장 축소를 우려,민영미디어렙 논쟁에 가세했다.이에 일부 방송이 신문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프로그램을준비하면서 신문과 방송간에 ‘국지전’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정황이다. 민영미디어렙 설립을 둘러싸고 각 집단은 이해관계와 시각에 따라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규제개혁위원회와 일부 방송사만 ‘완전경쟁체제’에 합의한 듯하고 문화부는 문화부대로, 신문사는 또 각각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시민단체 사이에서도 완전히 합의된 안이 나온 것 같지는 않다.한편에서는 이러느니 “논의를 백지화하자”는 주장도 제기한다. 방송사 지분허용 문제,외국자본 지분 허용 문제,공민영 미디어간 역무(役務)분장과 시기 문제,광고공사 개혁 문제,민영미디어렙에 공익적 성격의 자금을 출자하는 문제 등등 논란이 될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가장 큰 문제는 민영미디어렙 탈규제의 상한인 완전경쟁과 하한인광고독점 체제 사이의 다양한 스펙트럼 곳곳에 이해집단들이 포진해있다는 사실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해답은 간단하다.하루아침에 끝내려고 하지 않는것,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고자 노력하는 것,지루할 만큼 토론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합의해야 할 것은 ‘좋은 방송’이 광고개혁의 궁극적 목표라는 사실이다. ◇ 최민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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