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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中시장 개방 촉구/ 졸릭 USTR대표 “WTO합의 조속 이행해야”

    중국으로부터 위안화 평가절상을 끌어내지 못한 미국이 이번에는 세계무역기구(WTO) 합의 이행을 문제삼으며 중국의 시장개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 중국이 더 많은 미국 상품에 대해 시장을 개방해야 하며 공정하고 개방된 무역관행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중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방하려면 미국 시장의 중국 수출이 확대돼야 하고 동시에 공정하고 예측가능한 관행이 작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미국산 제품들에 중국 시장을 더 개방하지 않으면 중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접근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미국산 콩 등 중국 농산물 시장의 수입장벽과 지적재산권 보호 실패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그는 “WTO 합의를 하루아침에 이행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조만간 진전이 있길 기대한다.”며 하루빨리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압박했다.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보다 강경한 조치를 촉구하는 미 의회의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 당국자들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끌어내지 못하자 대신 가장 손쉽게 양국간 무역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는 WTO 합의 이행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 의회에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하지 않을 경우 중국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여러 건의 법안들이 회람되고 있다. 졸릭 대표의 경고에 앞서 그랜트 알도나스 상무부 차관도 중국의 무역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알도나스 차관은 지난 21일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은 중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제 위안화 평가절상을 행동에 옮길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지금까지 미국은 중국이 WTO 합의를 이행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이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정부에서 나온 발언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이다. 알도나스 차관은 이어 중국 당국이 현재 평균 15%인 수출증치세 환급제도를 폐지하고 해적판 소프트웨어의 근절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 정품 소프트웨어만 사용할 것을 촉구,미국의 관심사항을 적시했다.중국은 최근 현재 평균 15%에 이르는 수출증치세 환급률을 내년부터 12%로 3%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030억달러였으며 올해에는 1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도 22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분석한 345쪽 분량의 책자를 발간,중국 상무부에 전달했다. 김균미기자 kmkim@
  • [열린세상] 고위공직자의 자격기준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를 둘러싸고 정국이 가파른 대결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앞으로 국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국을 극한대결의 국면으로 치닫게 한 사건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그 중 대통령이 재신임선언 배경의 하나로 언급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었던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검증기준과 그 인준결과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인사청문회는 본래 국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에 대하여 인준투표 이전에 후보자를 보다 철저하게 검증하고자 지난해 도입한 제도이다. 국정운영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공직후보자가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관해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자를 국회가 청문회를 통하여 철저하게 검증하여야 한다는 데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국회가 주도하는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의 자격에 관한 기준을 대통령과 국민들에게 예고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수행방향에 적합할 뿐 아니라 국회가 설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인사를 추천하고,공직에 희망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경력을 관리하게끔 하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이다. 이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참여정부에서 신설된 청와대 인사보좌관실과 국회의 인사청문특위에서 후보자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과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하여야 한다.후보자의 전문성과 리더십은 과거의 업무수행과정에서 보여 준 성과를 토대로 평가해야 한다.복잡한 국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한편 후보가 병역,납세,근로,교육 등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는지,후보 또는 가족이 병역기피를 위한 원정출산과 이중국적 취득은 없었는지,재산형성과정은 투명한지 등 도덕적 자질도 검증하여야 한다.고위공직자에게는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모범이 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요구되기 때문이다.그러나 법제화된 이후 열린 인사청문회를 되돌아보면,과연국회가 대상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뚜렷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그 기준이 일관성 있게 적용되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7월말 인사청문회를 처음 실시한 장상 총리 내정자의 인준이 부결된 데 뒤이어 실시한 장대환 총리 내정자의 인준도 부결되었다.김석수 전 총리와 고건 총리는 인준을 받은 경우이지만,지난달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는 인준을 통과하지 못한 세 번째 사례가 되었다.거대야당이 청문회를 주도하고,인준투표결과를 사실상 결정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다섯 번의 청문회결과를 비교할 때 일관성 있는 기준에 따른 검증보다는 인준청문회 시점의 정치적 상황이나 정파적 이익을 지나치게 고려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뚜렷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오락가락한다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되고,국정의 안정적 운영도 기대할 수 없다.그러므로 국민들이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격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그에 따른 후보 추천과 인사청문회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직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성과 관리능력은 직위에 따라 달라진다.하지만 도덕적 자질의 기준은 대통령,국회의원,자치단체장 등 국민이 투표를 통하여 선출하는 공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통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이제 곧 감사원장 후보의 청문회가 다시 열리게 될 것이다.이번 국회가 어떠한 기준을 설정하고 어떻게 판단하는지 온 국민이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번에 국회가 설정하는 도덕적 자질에 관한 기준은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남궁 근 서울산업대교수 IT정책대학원장
  • 태풍피해 한달 /(上)경남·전남 복구현장 르포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한 지 한 달이 넘었다.태풍은 사망·실종 131명이라는 인명피해와 4조 2225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피해를 남겼다.정부는 수해지역을 특별재해지구로 지정,위로금과 사유시설 복구비를 지급하는 등 태풍의 잔해를 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피해현장에서는 지원의 손길이 모자라 아우성이다.복구의 현장과 농작물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태풍은 강한 해일을 몰고와 해안의 피해가 컸다.일부 섬지역은 선착장이 파손돼 여객선이 접안할 수 없어 전마선으로 승객을 태워 나른다. 경남 통영시 한산면 비진도는 선착장과 마을을 잇는 도로가 유실돼 사람만 겨우 다니고 있다. 통영시 산양읍 일대 해안은 스티로폼과 목재 등으로 뒤덮여 있고,바다 속에는 그물과 양식장 관리동으로 쓰였던 컨테이너,사료저장시설 등이 가라앉아 있다.모두 수십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그대로 방치돼 있다.정부가 지급한 수거비 76억원은 금고 속에서 잠자고 있다. 남해안의 가두리양식장 400여㏊ 중 80%,굴 양식장의 46%가 파손됐으나 어민들은 치어 및 종패부족 등으로 복구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정부의 양식어업 구조조정 방침도 조기복구의 걸림돌이다.이곳 어민들은 아예 복구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정부의 보상이 적당하면 가두리양식 면허를 아예 반납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전남 여수지역도 수산 증·양식시설과 입식어류 등 1187억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복구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여수시 남면 화태도 독정리 어촌계장 김정배(52)씨는 “가두리양식장 긴급복구에 나서 겨우 10%쯤 복구했지만 치어를 입식할 형편이 안돼 한숨만 쉬고 있다.”고 전했다. 최권이 통영시 어업생산과장은 “이번 태풍으로 남해안 어업생산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복구하기까지는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남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 일대 논 200여㏊에는 진흙을 뒤집어 쓴 채 말라죽은 벼가 쓰러져 있다.제방 유실로 쌀 한 톨 건지지 못한 주민들은 논갈이를 위해 수작업으로 벼를 걷어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벼가 기계에 감겨 낫으로 베어내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다.군 관계자는 “농민들에게 의타심을 키워줄 우려가 있어 인력지원을 안한다.”고 변명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 월현제방은 응급복구조차 안됐다.농경지 침수로 실농한 주민들이 원인규명을 위해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다. 상습 침수지역 및 산사태 위험지역의 집단이주도 주민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하영제 남해군수는 “해변의 횟집 등 상가는 피해를 각오하면서 이전을 반대하며,노인들이 사는 주택은 자녀들이 건축비를 부담하지 않으려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경남도내서는 산청군 생비량면 송계마을과 창원시 동읍 수석마을,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등 3개 마을이 이주된다. 창원 이정규·여수 남기창기자 jeong@ ■‘쭉정이 들녘' 한숨소리만… “하늘도 무심하지….거둘 곡식이 없어 빚만 늘었습니다.” 농촌 들녘에 시름이 그득하다.잦은 비와 냉해로 가뜩이나 수확량이 감소했는데 태풍까지 덮쳐 한해 농사를 망친 농가들이 많기 때문이다.애써 지은 논농사를 반타작도 못한전북 순창군 복흥면 서마리 한석주(44)씨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땅이 꺼져라 한숨만 내쉬었다.한씨는 올해 6000평의 논에 벼를 심었지만 조생종 3600평이 냉해를 입었다.벼의 목이 나오는 8월 한달 동안 기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온현상이 보름 이상 계속돼 수정되지 않는 불임피해가 발생했다. ●벼 수확량 작년의 절반도 안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월에도 장마가 그치지 않았고 태풍이 휩쓸고 갔다.쭉정이만 남은 들판을 실망스럽게 바라보던 한씨는 수확을 아예 포기했다.농기계 사용료도 건지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2000평의 논을 갈아엎었다. 순창군의회 마화룡(47·복흥면) 의원은 “복흥면에서 심은 조생종벼 640㏊ 가운데 67%인 426㏊가 냉해를 입었지만 정부에서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해 주지 않아 농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면적 비례 보상 바라 자신도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 의원은 “정부의 전업농 권장으로 임대까지 해 농사를 지은 대농들이 오히려 큰 피해를 입었는데 보상금은 면적비례로 주지않고 농가당 모두 같은 금액을 주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전북 임실군 관촌면 고추주산단지 농민들도 시름을 앓고 있다.신전리 장평마을 김평수(30)씨는 2500평에 고추를 재배했지만 겨우 210만원을 건졌다.예년 같으면 2000만원은 족히 벌어들일 수 있는데 잦은 비로 역병이 번져 90%는 수확을 포기했다. 김씨는 “신전리 일대 고추재배 농가들이 대부분 올 농사를 망쳤다.”며 “영농자금 상환이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영농자금 상환 엄두못내 사과주산지인 경북 의성군 구천면 내산리 40여 농가도 태풍으로 둑이 터져 사과밭 전체가 침수되는 바람에 문전옥답이 하루아침에 쑥대밭으로 변했다. 내산리에서 3600평의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조우현(72)씨는 썩어가는 사과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만 내뱉었다.높이 2m 남짓한 사과나무 전체가 물에 잠겨 역병이 돈 이 지역은 온통 사과 썩는 냄새가 진동해 파리떼만 득실거리고 있다. 밤 주산지인 전남 광양시 밤주산지도 태풍에 직격탄을 맞았다.광양 밤나무밭 6753㏊ 가운데 70%인 4717㏊가 낙과피해를 입었다.올 수확량은 태풍 루사로 피해를 입은 지난해 3200t보다도 적은 2500t으로 추정된다. 전주 임송학·광양 남기창·의성 김상화기자 shlim@ ■‘쑥대밭 학교' 언제 다시 짓나요 경남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 용호분교 전교생 7명(1·4·6학년 2명씩,2학년 1명)은 태풍때 학교를 잃어 한달째 인근 한산도 하소분교까지 배를 타고 다닌다. 용호분교는 영화배경이 됐을 정도로 아름다운 학교로 1940년 개교해 80년대 초 전교생이 300여명에 이르기도 했다.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학교가 태풍으로 한순간에 폐허가 됐다.운동장과 사택은 돌밭으로 변했다.1층 교실 안까지 자갈이 밀려들어 학교 건물은 붕괴 직전이다.컴퓨터와 전자오르간,도서 등은 모두 바닷물에 젖어 못쓰게 됐다.할 수 없이 아이들은 통학선을 타고 맞은 편 한산도에 있는 하소분교까지 오가며 공부하고 있다. “용호분교를 다닐 때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는데….” 가장 어린 1학년 은희는 한 시간씩 배를 타고 오가는 게 얼마나힘든지 금세 눈망울에 이슬이 맺힌다.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용호·하소분교는 직선거리 1㎞ 남짓.하지만 통학선이 섬을 돌며 학생들을 태워 용초도에서 한산도 진두부두에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쯤 걸린다.마을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는 통학선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6시쯤 일어나야 한다. 용호분교는 건물을 헐고 다시 지을지,폐교하고 하소분교와 합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통영시교육청은 교실 4칸과 급식소 1칸,사택 3동 등을 포함해 학교를 다시 짓는 데 7억여원쯤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영 강원식기자 kws@
  • 기고 / ‘공교육 살리기’ 정책 최우선과제 돼야

    무슨 영문인지 몰라도 현정부 들어서는 새로운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왁자지껄하기 일쑤다.온통 접시가 깨지는 듯한 소리에 제각기 목소리 높이기에 혈안이다.마치 오락실의 두더지게임을 연상하듯 이것을 치면 저것이 튀어 오르고,저것을 치면 이것이 튀어 오르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다 튀어 오르는 꼴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렇게 어수선한 정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 재경부가 경제정책의 한 방안으로 학원 교육 끌어안기에 나섰다가 좌초당하고 정책자체가 백지화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정책결정자들의 머릿속에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개념 정리가 분명하게 되어 있지 않은 데 있다.‘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는 시구처럼 마치 ‘공교육이 정상화된다 하되,사교육 아래 뫼이로다.’하는 듯한 정책을 정부당국자들이 조장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는 우리 공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게걸음질치며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드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교육정책과 관련한 최근의 ‘대형사건’만 해도 그렇다.최근 재경부는 판교 신도시 건설을 위해서 강남에 있는 명문학원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이것은 사교육을 통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학원교육을 공교육으로 대체하려는 의도인지 분별하기도 어렵거니와,정부에서 대규모 학원 단지조성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공교육은 안중에도 없는 처사이다.아무리 안정된 도시계획에 따라 단지 형태의 공간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사교육을 안정화하고자 범정부적으로 안간힘을 다 쏟는 이때에 정부정책에 협조하려는 최소한의 예의만 있었어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문제 때문에 재정경제부와 교육인적자원부 간에 한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국정감사장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대통령이 직접 관계 장관들을 질책하고 조기에 사태를 수습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판교 신도시에 대규모 학원단지가 들어서게 되었을 것이다.어쩌면 이 일은 부처간의 협의사항을 미처 몰랐다는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하소연과,온몸으로 수모를 당하는 아픔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이것이 없었다면 교육부가 재경부의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에 감히 ‘아니요’라고 딴죽을 걸 수조차 없었을지 모른다.그러고 보면 부처간에도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 같고,아직까지 이 일이 물밑에서 소용돌이 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도 든다. 지금 교육부는 재경부와 어깨를 같이할 만큼 위상이 높아져 있다.교육부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된 것이 다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그렇다면 이제 교육부는 더 이상 다른 부서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협상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높여서라도 교육부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국가의 부동산 안정대책을 위해 교육이 들러리를 서는 것과 같은 상황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현재 교육은 경제와 동일선상에 놓여있을 만큼 그 비중이 어느 때보다 높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만 교육 백년대계를 부르짖으면서,실제로는 교육을 찬밥 대접하는 식의 정책 결정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교육이 살기 위해서는 공교육 스스로 환경 여건에서 최우선적인대접을 받을 수 있는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이것은 정책결정자들이 교육에 관한 분명한 마인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따라서 교육부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국가경제 이상으로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부처간 의견조율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 합의사항도 아닌 것을 정부정책으로 발표하고 나서는 것은 정책불신을 자초할 뿐이다.그러므로 이러한 초보적인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책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부처간 의견 조율을 거쳐 합일점을 도출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이를 통해서만이 부서간 상생의 관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특히 경제정책 입안자들에게 공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획기적인 이벤트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 명예논설위원
  • 여의도는 지금 ‘배반의 계절’

    #장면1 23일 오전 민주당 기자실은 술렁였다.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었던 유종필 전 후보공보특보가 ‘반노’(反盧)의 기치를 내건 민주당 대변인으로 전격 임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내년 총선 때 서울 관악을에서 통합신당측 이해찬 의원과 일전을 앞두고 있는 유 대변인은 곧 기자실에 나타나 “대선 이후 청와대쪽과는 교류가 없었다.”고 ‘진로 변경’을 분명히 했다. #장면2 지난 19일 통합신당의 원내대표 선출행사에 앉아 있는 박양수 의원은 외로워 보였다.다른 참석자들은 앞줄에 나란히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민주당 구주류 출신으로 신당참여를 선언한 박 의원은 친한 사람이 없어서인지 멀찌감치 뒤에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그를 발견한 의원들이 “앞으로 오라.”고 여러 차례 권유했지만,박 의원은 “괜찮다.”고 한사코 사양했다. ●정치성향과 다른 진로 선택 여의도는 지금 ‘변신’의 계절이다.친노(親盧) 성향 정치인들의 통합신당 창당으로 민주당이 둘로 쪼개지면서 원래 성향과는 정반대의 진로를선택한 의원들이 속출,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먼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만든 민주당을 박차고 나가 통합신당을 만든 정치인 중에는 친(親) DJ 인물이 적지 않다.범동교동계로 분류되는 의원만 해도 박양수 의원 외에 정동채·배기선 의원이 있다.DJ 정부에서 국방장관 및 국정원장을 역임한 천용택 의원과 교육부장관을 지낸 이해찬 의원,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한 이강래 의원,경제부총리를 지낸 강봉균 의원,문화부장관을 지낸 김한길 전 의원도 신당으로 간 사람들이다. DJ에게 “연어가 되겠다.”며 충성심을 과시했던 송석찬 의원도 신당행을 택했다.대선과정에서 반노 입장을 보였던 김명섭·송영진·김덕배·설송웅 의원이 신당에 합류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반면 대선 때 노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지만 신당을 외면하고 민주당 잔류를 택한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조순형·추미애 의원은 대선 때 각각 공동선대위원장과 국민참여운동본부장으로서 공신 역할을 했지만,지금은 반노파의 선봉장으로 민주당을 사수하고 있다.대선 때 노 대통령을적극 도왔던 김상현·김경재 의원과 대통령당선자 대변인을 지낸 이낙연 의원도 당 잔류를 택했다. ●17대 총선 위한 고육지책 ‘변신’의 옷을 갈아 입은 이들은 하나같이 “소신에 따른 선택”이라고 강변하고 있다.하지만 줄곧 비슷한 노선을 걸어온 정치인들이 하루아침에 정반대로 갈리는 현상은 정치인 스스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다.중도파였던 김근태 의원이 3일간 단식 후 돌연 신당행을 밝혔을 때 같은 재야 출신으로 오랜 세월 가까이 지내온 김영환 의원이 “나는 선배님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의아해한 것이 단적인 예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지역구 민심과 정치적 계산에 따라 진로를 선택했다는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이와 함께 각 당에서 고위당직이나 정부관료직,전국구 상위순번 등을 보장받고 진로를 정했다는 얘기도 무성하다.특히 민주당쪽에서는 “신당에 간 사람 중에는 검찰에 개인비리가 걸려 어쩔 수 없이 소신과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는 미확인소문도 나돌고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
  • 오피니언 중계석/‘이중국적과 탈혈연’ 요약

    지구촌에서 한국은 이미 탈혈연화되고 탈문화·탈영토화된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그러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서구에 대한 사대사상과 유색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이러한 모순적 상황은 우리가 글로벌 시대에 구태의연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며,이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최정무 캘리포니아주립 어바인대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계간 황해문화 가을호에 기고한 ‘이중국적과 탈혈연,탈문화,탈영토 공동체’를 요약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혈연과 문화중심의 국적법을 시행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정부수립 이래 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거주지 문화에 동화하는 것을 권장해 왔다.민족의 탈영토화,탈문화화 현상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 내부에서도 진행되어 왔다.동남아나 중국에서 노동자들을 유입하는 한편 경쟁력 신장을 위해 외국의 하이테크 전문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20여년 동안 여러 번에 걸쳐 국적법과 출입국 관리법을 개정해 왔다.앞으로 탈영토·탈국적 추세는 더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이러한 상황들은 이제까지 혈연·문화의 동일성에 기반해 한국인을 정의해온 기준에 분명히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한국인의 혈연은 유지하고 있지만 탈영토·탈문화성을 가지는 디아스포라(민족분산) 한인들을 민족의 일원으로 수용할지 여부와,그렇다면 어떤 형태로 수용할지,그리고 우리영토와 문화에 동화되었지만 혈연이 없는 귀화 외국인들을 어떻게 한국인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에 당면하게 되었다.한국 정부는 동남아 화교들의 투자를 권장하기 위해,출입국관리법 개정과 영주권 발급 등으로 그동안 재산권·거주권 등을 극히 제한당했던 국내 거주 중국인과 한국화교들의 법적 지위를 대폭 향상시켰다. 우리는 한때 한국 국적을 취득한 몇몇 소수의 백인 인사들에게 관음증적 호기심을 보이며 신문 잡지의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물론,각종 TV 프로그램에 등장시키면서 그들의 가시적인 인종적 차이점을 극대화하여 하루아침에 유명인사로 만들기도 하였다.그 반대로 유색인인 동남아 출신 산업연수 노동자들의 인권은서슴없이 침해할 뿐만 아니라 여러 법적 제재를 가하여 그들이 한국에 장기 거주하거나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는 이중성을 보여왔다. 식민지 체험을 거치며 형성된 혈연·문화 기반의 민족주의와 동시에 식민 종주국의 담론이 내면화되어 한국인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한 인종차별주의,서구를 향한 사대주의,그 근저를 이루는 식민적 병리 현상인 열등의식에서 나오는 수치감,이것을 감추려 더욱 공격적이 되는 다듬어지지 않은 반미주의의 표출….우리사회에 널리 퍼진 이같은 양면적인 심리는 무한 경쟁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세계화에 맞선 생존전략과 맞물려 그 복잡성이 극대화된다. 그리하여 임산부가 가족도 없는 낯선 이역 도시에서 외롭게 원정출산을 하게 하고,국제 기러기 이산가족을 만들고,부모가 어린아이의 혀를 수술시키는 엽기적인 일까지 자행하는 한편,한 겨울밤에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을 마다않고 몇 천명씩 손에 손에 촛불을 들려 시청 앞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의 근저에는 민족국가라는 ‘상상공동체’의 경계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혈연과 문화 동질성에 기반한 민족주의가 아직도 국가성원을 정의하는 이데올로기로 엄연히 건재하고 있다.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는 탈영토화·탈문화화를 겪을 뿐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경로로 한국사회에 유입되는 외국인 노동자,전문인,한화들 중에 한국인과 결혼하여 자녀를 두는 숫자가 늘어 단일 혈연을 지칭하는 배달민족 신화가 허물어지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시대의 현실에서 우리는 탈혈연,탈영토,탈문화적 공동체를 상상하고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여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서구에 대한 사대사상과 유색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주의라는 식민지적 의식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과제까지 남아있다. 정리 김성호기자 kimus@
  • 盧대통령, 또 언론 비판/방송의날 40주년 축하연서 “언론이야말로 절제 필요”

    노무현(얼굴) 대통령은 2일 “언론이야말로 절제가 필요하다.”면서 “절제되지 않은 권력은 또다른 갈등과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40주년 축하연에 참석,“정치권력은 통제장치가 발달돼 있으나 언론은 잘 돼 있지 않다.”면서 또다시 언론을 비판했다.노 대통령은 “언론상호간이나 언론사 내부의 양식있는 사람들끼리 비판하거나 토론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의 사명은 비판”이라면서도 “비판은 잘하라는 비판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이어 “때때로 대통령도 비판을 받지만 그 비판이 감정적 공격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면서 “가끔은 아예 일을 못하게 하는 비판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여러 방향에서 비판을 받고 있어,환영받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풀이 죽어있었다.”면서 “가끔 방송도 대통령을 박살내 억울하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칼날이 잘 선 칼을 지닌 사람은 칼을 쓸 때조심해야 한다.”고 언론이 보다 신중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희망도 내비쳤다.한편 노 대통령은 지난 3월 4일 KBS창사 기념식에서 “방송이 없었으면 어떻게 대통령이 됐겠는가.”라고 말한 것도 해명했다.노 대통령은 “(5공)청문회 시절 방송매체때문에 시골에서 올라온 시골뜨기 국회의원이 하루아침에 대중의 영웅이 됐다.”면서 “그러나 방송사는 편파보도를 하지 않았고,(나는)편파보도를 통해 당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힌다.”고 말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열린세상] 해적과 황제

    지난달 외신에 따르면 말라카 해협에 때 아닌 해적 소탕전이 벌어진다고 한다.동남아 해안을 지나는 상선들이 걸핏하면 해적들의 공격을 받아왔는데도 국제법상의 절차 때문에 속수무책이던 것이 아세안 국가들이 협조하여 공동으로 경보를 발하고 정보를 교환하여 해적 소탕에 함께 나선다는 소식이다.붙잡힌 해적을 어느 형태의 국제재판에 회부할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로마의 키케로가 ‘국가론’에서 다루었다는데 유실되고 아우구스티누스가 ‘신국론’에서 전해주는 우화가 한 편 있다.해적 한명이 사로잡혀 알렉산더 대왕 앞에 끌려왔다.그 해적에게 무슨 생각으로 바다에서 남을 괴롭히는 짓을 저지르고 다니느냐고 문초하자,해적은 알렉산더 대왕에게 거침없이 다음과 같이 대꾸했다고 한다.“그것은 폐하께서 전세계를 괴롭히시는 생각과 똑같습니다.단지 저는 작은 배 한 척으로 그 일을 하는 까닭에 해적이라 불리고,폐하는 대함대를 거느리고 다니면서 그 일을 하는 까닭에 황제라고 불리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이어서 세계사의 기적이던 로마 제국이 붕괴되어 가는 악취를 맡고 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정의(正義)를 결여한 국가는 강도떼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강도떼도 나름대로는 작은 왕국이 아니던가? 강도떼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그 집단도 두목 한 사람의 지배를 받고,공동체의 규약에 의해서 조직되며,약탈물은 일정한 원칙에 따라서 분배한다. 만약 어느 악당이 무뢰한들을 거두어 모아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서 일정한 지역을 확보하고 거주지를 정하거나,도성을 장악하고 국민을 굴복시킬 지경이 된다면 아주 간편하게 왕국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북한이 다행스럽게 다자회담을 수용하여 회담이 열리고 있다.한반도의 긴장이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가 이곳 유럽에서도 느껴진다.“주석궁에 탱크를 몰고 들어가겠다.”는 사람들이 국내에 없지 않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50년간 쌓아놓은 우리의 생활기반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는 비극을 용납할 리 없다.북경 회담이 성공하기를 비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평화와 화해’를 국시로 삼는 교황청의 신문 방송도 드러나게 이 회담을축원하는 입장이다.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강대국들의 압박은 “성현의 손에 쥐어진 (핵)수류탄과 강도의 손에 쥐어진 식칼 중 어느 것이 무서우냐?”는 질문에 기반하고 있다.그들은 현자라면 자기 목숨을 빼앗기면서도 수류탄을 터뜨리지 않을 테고 강도는 걸핏하면 칼로 쑤시리라는 답변을 기대하며,심지어 강도의 손에 수류탄이 쥐어진다면 어쩌겠느냐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는 십자군 전쟁,레판토 해전,현대에는 제1·2차 이라크 침공,아프간 침공으로 이어지는 서구의 무력 행사 앞에서 팔레스타인이나 이란이 순순히 강도로 몰리려고 하지도 않을 테고 강대국들이나 이스라엘의 핵무기는 성현의 손에 쥐어진 수류탄이라는 비유도 쉽사리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지성이 1500년 앞서 “국제정의를 무시하는 국가는 강도떼에 불과하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규탄에 여전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그 까닭은 국제세계에서 “한 집단이 야욕을 억제해서가 아니라 야욕을 부리고서도 아무런 징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당당하게 제국이라는 명칭과 실체를 얻는다.”는 교부의 날카로운 지적을 역사적 현실로 목격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지난번의 이라크 침공을 저지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서도 뜻을 이루지 못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평화를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향해서 “하느님의 정의는 있다.늦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파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없지 않으리라.종교인의 순수한 양심으로는 “누가 강도냐?”를 섣불리 단정하는 일보다 “일체의 전쟁은 단죄되어야 한다.”(bellum omnino intercedendum est.)라는 사회윤리를 앞서 헤아려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성 염 서강대교수 駐교황청 대사
  • 盧대통령 6개월 진단 / 리더십 강화 위한 제언

    ●다양성의 사회이다 대표성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선거에 의해 당선되어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만의 대표가 아니라 전 국민의 대표자가 되었다.따라서 자신을 지지하는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들도 중요하지만,코드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민주주의 사회는 다양성의 사회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이다.대통령은 그 다양성이 상생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양김정치 수혜자인 셈 역사를 거시적으로 보면 노 대통령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들이 민주화라는 길을 활짝 열어 놓았기 때문에 당선이 가능했다.양김(兩金)정치의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미시적으로 보면 실수는 많았으나 양김은 수십년간 한국의 정치지도를 민주화의 방향으로 틀 잡아 끈질기게 투쟁해온 위대한 정치인들이 아니었던가.그들을 부정하고 하루아침에 한국사회를 모두 다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서두를 일이 아니다.민주화를 일궈낸 자랑스러운 과거에 등을 대고 현실의 문제를 하나씩 개혁해 나가야한다.노 대통령 스스로가 한국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한국사회에서 비주류와 소수파라 할 수 있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것이 바로 한국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감동할 정책이 필요 정부정책의 효과성은 정책집행이 국민에게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그러나 현 정부는 정책입안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 같다.말은 많으나 실제적으로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많다.과거 김영삼 대통령 집권 초기에 인사를 통해 하나회를 해체시키고,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했던 기억이 새롭다.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실효성 있는 대통령의 조치를 지지했던가.또 김대중 대통령이 IMF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여러 나라를 순방하면서 경제외교를 적극 수행했던 것도 얼마나 국민들을 감격시켰던가.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수행 의지가 아쉽다.노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실천적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진보세력으로는 한계 선거 당시 노 후보는 이회창 후보에 비해 이념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했고,개혁지향적이었다.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진보적 개혁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내재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그러나 진보적 개혁세력만을 가지고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기 어렵다.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중도세력의 지지 없이는 개혁은 물 건너가기 십상이다.그러나 노 대통령 스스로가 코드정치를 주장하며 중도나 보수와의 대화채널을 차단하고 있는 현실은 지지기반의 약화로 귀착되어 갈 수밖에 없다.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오히려 ‘진보 독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힘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과 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을 말한다.관용 없이는 민주적 리더십을 구현하기가 어렵다. ●평가는 역사가 할일 오늘날 국가위기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물론 노무현 정부이다.어떤 정부도 완벽할 수 없다.완벽을 향하여 나아가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정체되어 있거나 반대를 향해 치달을 수도 있다.정체되어 있거나 반대를 향하고 있다는 경보가 울릴 때 정부는 바로 자기수정을 해야 한다.자기수정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으면 큰 실수로 연결되고 만다.또국민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특히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국민과 역사가 하는 것이지 대통령 본인 스스로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여야와 끝없이 대화 국가안보나 통일,외교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함께 공감대를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한다.대북문제,북·미문제,남북경협,북한핵을 비롯하여 6자회담이나 대미관계 등은 한국의 기본적인 생존권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정파적 이해관계의 영역이 아니지 않은가.대통령의 안보,외교역량은 대내적으로 초정파적인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생존에 관한 문제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력은 쇠퇴하고 말 것이다. ●위기올 땐 모두 패배자 요즘 각계각층,이익집단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요구의 분출이 제대로 소화되어 합리적인 정책으로 전환되는 장치가 필요하다.요구는 비대해지고 해결되는 것이 별로 없으면 사회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띠게 된다.이런 사회는 합리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게 되고,성실성보다는 한탕주의가 극성을 부리게 된다.모두가 패배자가 되고 만다.참여폭발의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 22일 개봉 ‘왓 어 걸 원츠’/홀어머니와 외롭게 산 소녀의 아빠찾기

    ‘왓 어 걸 원츠’(What a girl wants·22일 개봉)는 조금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다.포스터만 봐서는 ‘노팅힐’‘웨딩 싱어’류의 로맨스물이겠거니 싶은 데,남녀의 사랑보다는 가족애를 부각시킨다. 주인공은 17세 소녀.엄마와 외롭게 사는 소녀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꿈에 그리던 아빠를 찾아나선 과정에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깔려 있다. 이곳저곳 자유롭게 떠돌다 지금은 웨딩싱어로 일하는 엄마 리비(켈리 프레스턴)와 다정하게 살지만,데프니(아만다 바인스)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아빠가 그립다.알고 본즉 아빠 헨리(콜린 퍼스)는 영국에서도 알아주는 귀족 가문.가수 신분을 마땅찮게 여긴 헨리가에서 냉대를 받자 엄마는 임신한 채 미국으로 떠나왔던 것이다. 이야기가 담기는 공간은 영국의 대저택과 상류사회의 파티장.아찔하게 현기증이 날 정도로 화려하고 호사스런 볼거리들이 시선을 붙들어맨다.‘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여기저기 넘쳐난다.보잘 것 없는 웨이트리스이던 여주인공이,전도유망한 정치가 아빠를 만나 하루아침에세인의 주목을 받는 왕족으로 신분 상승하는 설정도 마찬가지. 그러나 젊은 여성들은 끌어들일 수 는 있을지언정 다양한 관객층을 포섭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헨리의 약혼녀와 그녀의 딸이 데프니를 사사건건 괴롭히는 대목들을 빼고는 보탤 것 없는 ‘현대판 신데렐라’다. ‘귀족 마케팅’을 구사하는 영화는 배경음악으로 셀린 디옹의 ‘Because you love me’,크래시의 ‘London calling’,크렉 데이빗의 ‘What's your flava’등 귀에 익은 인기 팝 넘버들을 쉼없이 쏟아낸다.TV시리즈 ‘앨리의 사랑만들기’를 제작한 데니 고든 감독이 연출했다. 황수정기자 sjh@
  • [스포츠 라운지]우슈 여자국가대표 윤선경

    ‘무림고수’를 꿈꾼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주먹,구름 위를 걷는 듯한 발놀림,허공으로 솟구치며 내는 파공음에서는 ‘살기’마저 느껴진다.홍콩 무술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우슈의 장권 여자 국가대표인 윤선경(22·부산외국어대 4년)의 훈련 모습이다.도복을 벗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신세대 여대생이지만 그녀는 올해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된 우리나라 장권의 기대주다. ●육상에서 우슈로 ‘변신’ 윤선경은 청주 남성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육상 800m 선수였다.당시엔 홍콩 액션영화 열풍이 거셌다.또래들처럼 그녀도 그런 영화를 보면서 자랐고,그것에 마음을 빼앗겼다.맨주먹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강호를 평정하는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열광했다.각 파의 실력자들을 차례로 꺾고 무림의 고수로 우뚝 서는 꿈을 꿨을 정도였다. ‘사춘기 몸살’을 무술과 함께 앓은 그녀는 청주여상 1년 때인 지난 1997년 마침내 영화속 주인공이 되기 위해 우슈 도장의 문을 두드렸다.하지만 영화와 현실은 달랐다.기본자세 하나 배우는데 한달씩이나 걸렸다.보법,발차기 등등. 환상은 하루아침에 깨졌고,재미가 하나도 없는 고행의 시간이 이어졌다.그나마 “남자보다 훨씬 낫다.”는 주위의 칭찬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물론 이 와중에서도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근성과 타고난 운동신경은 빛을 발했고,덕분에 실력은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 98년 회장배전국대회 학생부 2위를 차지했다.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공동 4위에 올랐다.정용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남자 못지않은 시원한 동작과 도약이 일품”이라면서 “늦게 시작한 탓에 유연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라고 평가했다. ●설움 속에 싹 틔운 희망 다른 비인기종목의 선수처럼 그녀도 ‘마이너리티’의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태권도나 하지 웬 중국 무술이냐.”는 핀잔도 자주 듣는다.우슈가 홍콩 영화로 더 알려진 탓에 싸움을 잘하겠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하지만 그녀는 싸움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그런 상황이 될 것 같으면 일찌감치 ‘36계 줄행랑’을 치는 것이 최고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무엇보다 우슈가 아직올림픽 종목에 들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전국체전에서도 남자부 경기만 치러진다.오직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만이 실력을 뽐낼 무대다.우선순위에서 밀려 국가대표 선수라고 해도 태릉선수촌에 입촌을 하지 못한다.외부에 숙소를 정해놓고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한다.훈련만 태릉선수촌 시설을 이용한다. 이같은 역경은 오히려 그녀에게 오기를 불러일으켰다.반드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로 모든 설움을 떨쳐버리고 있다.더욱이 아직 여자 장권에서는 금메달이 없다.‘선배의 한을 내가 풀겠다.’는 목표 의식도 그녀에겐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어린 마음’에 우슈를 선택했지만 이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한다는 책임감에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그녀에겐 오는 11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실력을 뽐낼 첫 시험무대다.한여름의 열기는 오히려 그녀의 투지를 자극할 뿐이다.사춘기 소녀 때의 꿈을 현실로 일궈내기 위해 그녀는 야무진 기합과 함께 허공으로 몸을 날린다. 글 김영중기자 jeunesse@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우슈란? 우슈는 중국의 전통 무예로 쿵후의 공식 명칭.우리나라에선 십팔기로도 불렸다.장권,남권,태극권 등 권법과 도술,검술,창술,곤술 등의 병기술이 있다. 장권은 동작이 크고 화려한데다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겨 홍콩 무술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대표적인 배우가 리롄제.그는 1980년대 히트한 ‘황비홍 시리즈’와 올해 개봉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여 팬들을 열광시켰다. 태극권은 신축성 있고 부드러우며 완만한 동작이 특징.중국의 공원에서 이른 아침에 수련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건강증진을 위해 많이 배운다.남권은 중국 양쯔강 이남에서 성행하며 기합 소리를 내는 게 특징이다.산수는 복싱 글러브와 보호대를 착용하고 11체급으로 나눠 자유대련을 펼친다.던지기와 꺾기도 허용된다.산수만이 태권도나 유도처럼 상대방과 맞붙어 승부를 겨루고,나머지 종목은 모두 표현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오는 11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약속대련이 추가됐다. 90베이징아시안게임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아직 올림픽 종목에는 포함되지 못했다.선수들은 전통 중국의상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 동명이인 때문에…/ 대학합격 착각 등록뒤 학교다녀 뒤늦게 입학취소… 소송서도 져

    동명이인 동창생을 자신으로 착각,대학에 합격한 줄 알고 등록했다가 뒤늦게 입학취소를 당한 지방대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한 손배소에서도 패소했다. 조모(20)군은 2001년 말 경기도 H대학 동시행정학과에 지원,담임선생님으로부터 “대학에서 합격을 통지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그러나 대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주민등록번호로 확인해 보니 ‘불합격’이라고 나왔다.조군은 학교 교무처로 직접 찾아가 합격여부를 물었고,직원은 수험표 제시를 요구했다.때마침 수험표가 없던 조군은 주민등록증을 제출했다.교직원 파업으로 대체근무를 하던 아르바이트 직원은 적절한 확인절차없이 합격통지서를 내줬다.조군은 S대,K대 등에도 합격했으나 H대를 선택,입학등록을 마쳤다.신입생 신상기록부 등에 주민등록번호,연락처 등이 조금 달랐으나 사소한 착오라고 생각하고 수정했다.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친 조군은 여름방학중에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날아온 ‘합격취소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등학교 동창으로 같은 대학,같은 학과를 지원한 동명이인 친구가 있었고,입학전형 당시 그 친구는 합격했고,조군은 불합격했던 것.교육부의 감사결과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하루아침에 재수생이 된 조군은 “대학교가 제대로 확인을 해주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지법 민사24단독 신현범 판사는 5일 “원고는 신입생 신상기록부 등을 임의로 고쳤고 합격 여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 불합격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면서 “학교측보다 원고의 잘못이 훨씬 크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정은주기자 ejung@
  • “재계, 노조를 동반자로 인식해야 노조 과격탈피 ‘파이’ 키울때”/ 이남순 한국노총위원장 전경련강연

    “지금까지 강연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재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것이라 솔직히 신경이 쓰였습니다.” 30일 제주 신라호텔에서는 노동계 수장인 이남순(사진) 한국노총위원장이 800여명의 재계 인사들을 상대로 강연하는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공동주최한 제17회 하계세미나 행사장에서다. 전경련 행사에 처음으로 초청받아 ‘발전적 노사문화 창출과 노사화합’을 주제로 강연한 이 위원장은 강의를 마친 뒤 “노동운동에 대한 곡해,노조에 대한 막연한 비판적 시각 등 재계가 갖고 있는 노동계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조금이라도 고쳐주기 위해 전경련의 초청에 응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강연시간의 대부분을 노사 신뢰 회복의 중요성 등에 할애해 재계 인사들을 설득했다.그는 “어차피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조합은 있어야 하고,노조는 태생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서 “이런 사실을 부정하면 얘기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이 결여돼 있고투명성도 약하다며 재계에 대한 고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재계가 먼저 마음을 열어 ‘노조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갖춰달라.”면서 “그러면 노조도 생산성 증대 등 파이를 키우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이제 노조도 삭발하고 빨간 띠 두르는 전투적인 모습에서 탈피해야 하지 않느냐.”는 한 중소기업인의 따끔한 질문에 “노조 투쟁이 좀 과격하고 뭔가 파괴적이며 시끄러워야 한다는 느낌을 갖는 노동자들의 정서도 문제”라면서 “이런 문화도 개선돼야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을 초청한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의 주제가 ‘상생과 화합을 통한 동북아시대의 성장전략’인 만큼 또 다른 경제주체인 노동계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고 초청 배경을 밝혔다. 제주 박홍환기자 stinger@
  • [마당] 제대로 된 고전번역이 없다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참패하고 나서 중국이 지향한 것은 전통과의 단절을 표방하면서 내세운 근대화였다.그 당시 서양 학문을 전파하고 흡수함에 있어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 것은 번역사업이었다.이 사업은 경사동문관(京師同文館),강남제조국(江南制造局)의 역서관(譯書館) 등에서 이루어졌다.강남제조국은 1868년부터 1880년까지 10여년 동안 무려 100여 종의 서양 서적을 번역하였는데,주요한 내용은 과학 기술 분야였고,철학 종교 정치 법률 역사 지리 방면의 책도 번역 출간되었다.1860년대 메이지(明治) 이후 일본의 ‘근대화 과정’ 역시 ‘번역의 과정’이었고,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통관절차도 바로 번역이었다.그 결과 수많은 한자어들이 한자의 탄생국인 중국으로 역수출되었고 한국으로도 전파되어 지금도 국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작업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1980년대 초 번역의 식민성에서 탈피,우리만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바탕에서 출발해야만 주체적인 동양학이 가능하다는 몇몇 학자들의 목소리는아직도 요원하게 들린다.어떤 번역문학가의 말대로 ‘찢어하기 번역’‘대리번역’‘날치기 번역’ 등 무책임한 번역이 난무하는 우리 나라의 번역풍토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거론하는 것이 연목구어(緣木求魚)일 수도 있다.심지어 국내 유수의 대학원에서조차 수업 시간에 수업 대체용으로 고전을 번역하고 그것을 교수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하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관행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제대로 된 번역본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번역자는 많아도 일급 번역가는 거의 없다는 서글픔은 천수백년 동안 우리 선현들의 학문적 동반자였던 ‘논어’나 ‘맹자’ 등 사서삼경(四書三經) 중에 제대로 된 번역본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누구도 자신있게 추천하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로 이어진다.최근에 이르러 번역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학술진흥재단의 고전번역지원 사업이나 과거 대우재단 후원의 번역총서 등 예외적 경우가 있다 해도,철저한 완역에 바탕을 두고 전편 해제와 각주,참고문헌이나 찾아보기 등을 제대로 갖춘 번역본을 얼마나 꼽을수 있을까? 우리는 중국고전번역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일본과 분석적이고 해체적이며 완전번역의 개념을 구현하고자 하는 구미의 번역작업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중국에 못지않은 한문해독 능력을 보였던 선현들의 위상에 걸맞는 주체적 번역본을 탄생시키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중국 고전번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면,사서삼경이나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 및 25사(史) 등을 비롯한 정격(正格) 고전들의 완역본이 출간되어야 하고,무분별하고 불필요한 중복출판이 지양되어야 하며,기존 번역본을 인정하는 풍토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고전번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원전 해독력과 문화적 식견 그리고 지적 능력을 두루 갖추어야 가능한 지적 문화사업이기 때문이다.만일 우리의 고전번역이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고,원전해독을 소홀히 하고 중국이나 일본,구미 등에서 번역된 것을 재번역하는 작업만 계속하려 든다면,중국고전의 번역본은 존재 자체가 부정될 수밖에 없다. ‘나’ 혹은 ‘우리’라는 주어가 빠진 중국 고전 번역은 동양학의 식민주의만 고착화시킬 뿐이다. 김 원 중 건양대교수 중문과
  • [中企를 살리자](4)전문가 좌담

    장지종 기협중앙회 부회장 이장범 구미중기협 회장 서영주 중기청 정책국장 대한매일은 중소기업 집중점검 시리즈를 마치며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정부와 경제단체,기업 대표 등 3명을 초청,‘정책과 현장의 만남’이란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중소기업청 서영주(徐泳柱) 정책국장,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장지종(張志鍾) 상근부회장,경북 구미 중소기업협의회 회장인 이장범(李章範) 가나공사 대표가 참석했다. ●중소기업이 아주 어렵다고 한다.어떤 점에서 그런가. 이장범 대표 지금 산업현장에선 기업하는 사람들이 의욕을 상실하고 종업원들은 현장이 싫어 떠나고 있다. 장지종 부회장 여러가지 이유가 중소기업을 힘겹게 하겠지만 한가지 덧붙이자면 대기업의 노사분규로 발생하는 각종 손실비용을 상당부분 중소기업들이 떠안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끝없이 오르면서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대기업은 회사경영이 빡빡해지니까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깎고 있다.악순환인 셈이다.중국이나 베트남의 저임금 경쟁력은 이미 우리의 노동 현실과 비교가 안 된다.낮은 가격의 수입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또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자 은행은 애꿎게 중소기업의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재고가 쌓이니까 은행에서 대출도 안 해주고,기왕 대출한 돈도 빨리 갚으라고 재촉한다.중소기업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 과거 수출드라이브 정책이 시행될 때에는 은행들이 공장시설의 감정 가격을 100% 보장했는데,외환위기 이후엔 기계설비나 건축물을 담보로 쳐주지 않고 있다.요즘 금리가 내렸다고 하지만 우량기업들만 연 6%의 이잣돈을 쓰고 나머지는 11%짜리를 쓴다.은행들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업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서영주 국장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제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전통산업을 탈피해 선진형 생산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지연되었고 혁신능력을 제고하는 데 미흡했다.임금상승,복지후생비용의 증가와 물류비용 증가 등을 상쇄시킬 수 있도록 경쟁력을 빨리 키워야 한다.기업들 스스로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장 부회장 서 국장의 말처럼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현재 중소기업 처지로는 우수한 인재를 데리고 있을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이 대표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말씀하셨는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산업 근대화 이후 대기업의 하청구조로 발전해 왔다.대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에서 기술집약적 구조로 바뀌었는데 중소기업은 이를 뒤쫓기 힘들었다.대기업은 노동시장의 경쟁력만 악화시켜 놓고 이제 와서 해외로 이전한다고 한다.중소기업은 대기업들이 일거리를 안 주면 그대로 주저앉는다.현재 중소기업의 처지에서 기술이 돋보이는 상품을 개발하거나 경쟁력 있는 해외마케팅을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다.우리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기술 카피(복제)는 잘 해왔는데,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는 갖지 못했다.단기적인 해결 방안과 중·장기적인 진흥책을 마련할 시점이 됐다. ●중소기업에 가장 절실한 문제는. 장 부회장 정부는 흔히 기업들을 위해 규제완화를 했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정부 각 부처마다 갖고 있는 규제에 안 걸리는 것이 없다.규제가 풀려도 또 다른 규제가 기업을 조인다. 서 국장 중소기업이 가장 어렵다고 여기는 것은 인력난과 판로(販路)문제일 것이다.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약 20만명으로 추산된다.특히 이 가운데 생산직 근로자의 부족은 17만명이나 된다.상품재고율은 지난해 12월 8.1%였으나 금년 6월에는 16.0%로 두배로 높아졌다.중국 등지의 저가 상품이 우리 상품이 설 땅을 잃게 만들었다. 장 부회장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20대 청년실업자는 33만명이나 된다.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기 때문이다.의식을 바꾸기 위해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용돈 안 주기 운동’이라도 해야 한다.눈높이를 낮춰야 한다.판로문제와 관련해서,지적재산권 보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중소기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기술 좋은 기업들도 제법 많다.특허까지 냈는데 복제품이 돌아다닌다면 정말 기업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장 부회장 중소기업이 살려면 기업인들이 신명나게 기업을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이를 위해선 사회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초등학교 때부터 수출기업인들을 받드는 교육을 해야 한다.요즘 머리 큰 자녀들은 아버지가 중소기업 사장이라는 것을 숨긴다고 한다.사람들이 툭하면 “너희집은 부도나지 않느냐.”고 묻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 국장 정부도 기업인들의 사기진작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수출기업인이 애국자로 통하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오는 2010년까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발전상을 연구하고 있다.기업인들에게 발전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다.목표를 제시하고 로드맵을 만들어 그대로 따르도록 할 계획이다. 이 대표 서 국장께 묻고 싶다.대기업과 중소기업,업종간의 양극화,지역과 지역과의 양극화 현상이 최근엔 더욱 심해지고 있다.지방분권화를 한다면서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도록 하고 있다.수도권에 기술과 인력이 집중되고있다.지방에서 사업하는 사람은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30년 가까이 기업을 운영한 경험에서 보면 현재 구미공단의 땅 값은 평당 40만원선인데,수도권에 공장을 지어 5년만 지나면 땅값 상승폭이 100만원 이상에 달한다.공장 운영으로 돈을 벌면서 부동산 가치도 커진다.담보력도 높아진다.지방분권화를 외치면서 시장원리에 이를 맡기면 모두가 수도권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정부가 지금 해 줄 일은 지방에 특화산업단지를 만들어 육성하는 것이다.세법도 손질해서 지방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지방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겐 세금도 감면해 주어야 한다. ●획기적인 중소기업 구조개편 어떻게 해야 하나. 서 국장 정부는 근로자 10명 미만의 소상공인 기업에 대해 정책적 배려를 구상하고 있다.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제조업들에도 구조개편 문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려면 그 같은 소득 수준에 맞게 산업구조도 고도화돼야 한다.불필요한 사업구조는 축소 또는 폐지돼야 한다.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기본 틀로 구조개편 작업을 하려고 한다.가격경쟁력을 상실했거나 비용이 과다한 분야는 구조조정을 통해 업종전환이 필요하다.고(高)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장 부회장 경제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획기적인 정책이 무엇이 있겠나.경제운용에서 획기적이란 말은 적합하지 않다.리스크(위험)가 높다는 말이다.우선 정부는 업계와 현장의 의견을 꼼꼼히 챙겨보고 단계적이고 점차적으로 구조개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 대표 우리나라는 산업근대화 이후 40년만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도달했다.그런데 어떻게 수년안에 2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나.방법은 한 가지다.이 부회장의 말씀을 이해는 하지만 지금 중소기업에는 과감하고 획기적인 정책적 배려를 해줘야 한다.각 부처마다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지원’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달라.지원이 아니라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보호육성 정책을 펴달라는 말이다.1960년 제2공화국 때 정부에 중소기업국이 생기고 김영삼 정부 때 중소기업청이 만들어졌다.지금은 중기청을 강력한힘을 지닌 부처로 승격시켜야 한다.산만한 중기정책을 곳곳에서 양산하기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학계와 해외지사,단체,정부·민간 연구소 등을 망라해 일관된 기업정책을 펴야 한다. ●중소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해 필요한 점은. 장 부회장 기업인들은 창업한 뒤 나중에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인식을 달리해서 안 되는 사업은 빨리 접고 다른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 이 대표 나는 이미 10년 전부터 중소제조업도 벤처기업들처럼 M&A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M&A가 기업을 살리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말했다.과거엔 5개 기업이 같은 상품을 만들어도 별 문제가 없었으나 지금은 고비용을 견디지 못해 모두 쓰러지는 꼴이 되고 있다. 장 부회장 M&A는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인들의 의식이 중요하다.M&A는 기업을 운영하다 너무 어려워 망하기 직전에 하는 빚잔치쯤으로 여기고 있지 않나 되묻고 싶다. 이 대표 기업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현실적으로 기업을 통·폐합하면 설비의 자산가치는모두 사라진다.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준 뒤 기업인을 독려해야 한다. 서 국장 수도권에 기업이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다.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겠다.수도권 집중문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사안으로 좋은 지적을 해주셨다.중소기업 M&A는 현재 법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실패한 기업의 자산가치를 재활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정부는 중소기업 M&A에 대해 상당한 비중을 갖고 정책을 펴기로 했다.중소기업 M&A는 기업문화가 우선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 대표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은 회사 이름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월급도 높다.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도 그와 견줄 수 있는 혜택을 주어야 한다.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주어야 한다.학자금도 융자해 주어야 한다.기술평가기관이 지역마다 있으면 좋겠다. 국가의 기술평가와 금융지원이 잘 연계돼야 한다.러시아 등지를 돌아보면 괜찮은 기술이 많이 있다.러시아의 기술력을 우리의 자본력과 합치면 산업발전을 이룰 수 있다.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달라. 사회·정리 김경운기자 kkwoon@
  • [오늘의 눈] KOC가 평창·무주 중재하라

    “당초 약속대로 이번에는 전북 무주가 나서야 한다.”“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은 평창이 4년 후에도 유치전에 뛰어들어야 한다.”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놓고 펼쳐지는 강원도와 전북의 힘겨루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언론을 통한 설전을 벗어나 불법시위로 이어지며 자칫 지역간 감정싸움으로 번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에는 천리길 도보행진을 마친 무주군민 450여명이 강원도청을 찾아 도청 앞마당에 돌무더기를 쏟아 놓고 청내 진입을 시도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이 자리에서 김세웅 무주군수는 “자필 서명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김진선 지사는 뻔뻔스럽고 유아독존적이며 후안무치하다.”며 공세를 폈다. 이를 지켜본 강원도민들은 “남의집 안마당에 돌더미 쌓아 놓고 기습시위와 막말을 하는 무주군은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며 맞섰다.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있지만 여차하면 이번에는 강원도민들이 전북으로 달려갈 태세다. 무주군은 또 “강원도가 양보하지 않으면 ‘유치신청금지 가처분신청’과 ’효력정지소송’도 불사하겠다.”고으름장을 놓고 있다.공멸의 길을 가겠다는 강경입장이다. 강원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헌장에 따라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국내 후보지 선정을 결정할 문제이지 강원·전북 양 당사자간의 합의나 각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다.동의서에 있는 대로 IOC의 공식 시설기준을 충족하는지를 따져 보자는 입장이다.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전을 놓고 한치의 양보 없이 벌이는 공방은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를 연상케 한다.소모전이 더 이어지면 강원도가 나서 쌓아 놓은 국내의 유리한 조건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때문에 KOC와 정부는 공방전을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한다.특히 KOC는 2010년 국내 유치전을 중재하면서 강원·전북간 동의서를 이끌어낸 당사자인 만큼 실마리를 푸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조한종 전국부 기자 bell21@
  • 한여름밤 숲자락 우리소리 한가락

    소나기에도 무더위는 가시지 않았다.하긴 오후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여 퍼붓던 빗줄기가 가신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었다. 일요일인 20일 저녁.공연은 아직 한 시간 남짓이나 남았지만 우면산 자락의 국립국악원 별맞이터는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었다.무대 위에서는 리허설이 한창이라,흐드러진 가락이 고성능 스피커를 타고 퍼져나가고 있었고,그 틈에 음향이며 조명을 감당하는 이들도 마지막 점검에 한창이었다. 부지런한 관객들은 아이들을 걸리거나,혹은 무동을 태운 채 일찌감치 무대를 찾아 ‘명당자리’를 잡았다.사회를 맡은 젊은 소리꾼 김용우는 광장 분수대에서 소녀팬들에 둘러싸여 사진을 함께 찍으며 한동안 헤어날 줄 몰랐다. 오후 8시,아직도 조명이 필요없을 만큼 환한 야외무대에는 어느새 앙상블 ‘상상’이 자리를 잡았다.뒤늦은 관객들이 자리를 잡느라 분주하고,아이들의 발소리가 조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일요 열린 국악무대-휴일 오후의 소리공감’은 시작됐다. ●기침소리도, 반바지 아저씨도 OK 국립국악원과 국악방송이매달 세번째 일요일에 마련하고 있는 ‘소리공감’은 어린 아이는 집에 두어야 하고,기침도 참아야 하는 고상한 음악회 하고는 달랐다.가벼운 차림으로 마실 나온 듯한 젊은이는 물론이거니와 중년 남성의 반바지도 허물이 되지 않았다. 이날의 주제는 창작 실내악으로 꾸며진 ‘숲,저녁,꿈’.‘휴식 같은 음악’으로 한여름 밤의 열기를 식혀주겠다는 취지였다.‘상상’과 ‘정(情)가악회’‘그림’ 등 젊은 창작 실내악 그룹 세 팀이 무대에 올랐다.김용우는 “성황당에 와 있는 느낌”이라고 농담을 했지만,고전미가 넘치는 의상을 입고 나온 여성 트리오 ‘상상’은 정악과 시나위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는 ‘윤회’로 미처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해금의 강은일,거문고의 허윤정,철현금의 유경화 등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연주가들로 구성된 ‘상상’은 ‘윤회’에 이어 실험성과 즉흥성을 주조로 하여 이날 연주곡 가운데 가장 현대적인 ‘상상-자유’를 선보였다. 두번째로 나온 정가악회는 이름처럼 관람객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앙상블은 아니었다.정가에 기반을 둔 새로운 우리 노래를 만들어내겠다는 이상을 가진 단체답게 박노해 시 ‘강철새잎’과 황지우 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를 들려주었다.단원의 한 사람인 이태원이 편곡한 ‘풍년가’에서는 영상까지 준비하여 역설적으로 ‘풍년의 그늘’을 보여주기도 했다. ●황새란 놈은 다리가 기니… 다소 무거워진 분위기를 풀어준 것은 김용우를 따라 민요를 배우는 순서.관람객들은 불과 서너번을 따라했을 뿐인데도 ‘황새란 놈은 다리가 기니 우편배달을 돌리고,앵무새는 말씀을 잘하니 변호사쟁이를 돌려라’는 재미있는 가사의 통영민요 ‘동그랑땡’을 거진 외우다시피 하며 즐거워했다. 반주를 마친 ‘정가악회’가 물러나고,‘그림’이 무대장치를 하는 몇분 사이 관람객들은 소리꾼 사회자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김용우는 악기의 설치가 조금 늦어지자 “소리꾼이 소리 안하고 사회만 보니 답답해서 못살겠다.”며 ‘한곡조’를 뽑았다. 자칫 분위기가 느슨해 질 수 있는 그 순간 관람객들은 “영감은 할멈 치고,할멈은 애 치고,애는 개 치고,개는 꼬리 치고,꼬리는 마당 치고,마당가에 수양버들은 바람을 휘몰아 치는데∼,우리 집에∼ 저 멍텅구리는 낮잠만 자∼네”하는 정선아라리에 손박자를 맞추며 파안대소할 수 있었다. ‘The 林’을 ‘더 림’이 아닌 ‘그림’이라고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무지개색 조각보 바지를 입은 서커스단의 피에로를 연상시키는 차림에 피아노,소금 등 관악기,거문고,해금,가야금,베이스기타,어쿠스틱기타,타악기 등 동서양의 악기가 혼합된 이들의 음악에 관람객들은 환호했다. ‘그림’이 무대에 오른 것은 지난 4월 공연에서 워낙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국악’이라기보다는 ‘국악기가 포함된 뉴에이지 음악’으로 분류해야 할 이들의 음악은 무엇보다 편안했다.리더인 신창렬이 만들었다는 멜로디에서는 창작국악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되는 영감이 느껴졌다.이들은 어느 사이 1200여명으로 늘어난 관람객들의 박수장단 속에 앙코르에 응한 뒤에야 무대를 떠날 수 있었다. ●11월까지 공연… 입장료는 무료 맨 뒷자리에서 공연을 지켜본 윤미용 국립국악원장은 “왜 이런 음악회가 필요한가.”라는 우문(愚問)에 “제아무리 ‘수제천’이 명곡이라 한들 하루아침에 좋아지기는 쉽지 않을 일”이라고 했다.그는 “초보자들도 이런 쉬운 공연을 찾다보면 듣는 능력도 조금씩 생기게 될 것이고,그것이 쌓이면 ‘수제천’에 기뻐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것이 국립국악원이 할 일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지난 4월 시작한 ‘휴일 오후의 소리 공감’은 오는 11월까지 계속된다.8월에는 ‘한여름밤의 타악기 이야기’를 주제로 17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입장료는 없다.(02)580-3300. 글 서동철기자 dcsuh@ 사진 도준석기자 pado@
  • [열린세상] ‘사오정’ 反語法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즉 45세 정년퇴직(四五停),56세까지 직장에 남아있으면 도둑(五六盜)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외환위기가 터진 후 정권이 두번이나 바뀐 지금도 이런 자조적인 시리즈가 등장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굳이 나이를 들먹이는 까닭은 사람들이 어느때보다 나이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새로 발표되는 인사에 60대가 보이면 웬일인가 싶어지고 70대가 끼어 있으면 경이로운 느낌마저 들 정도다.그만큼 사회적 활동 나이가 젊어지고 있다는 의미다.여기에다 우리 사회는 ‘몇년생 커트라인’이라는 그물망에 샐러리맨들을 가두고 축출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자리잡아가고 있다.그러나 80이 넘어 90대에도 정열과 의욕이 식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이를 강변하기 위해 버트런드 러셀은 94세에도 평화운동을 주도했으며 루빈스타인은 89세에 카네기 홀에서 연주하고 아데나워는 88세에 서독 총리를 했다는 등의 기록을 열거할 생각은 없다.그런 종류라면우리나라에도 노익장의 활동은 책한권을 쓰고도 남을 만한 사례들이 넘쳐난다. 과연 나이가 많다고 해서 경험 많은 인력을 무조건 몰아내는 것이 합당한지는 수긍하기 어렵다.조기 퇴직으로 인한 조로 현상은 멀쩡한 장년들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 시퍼런 대낮에 산에 올라 소주잔이나 기울이는 풍속도는 이미 새삼스럽지 않다.얼마 전 서울 법대를 나온 은행지점장 출신이 97년 54세에 명예퇴직 후 깊은 무력감에 빠진 나머지 집에서 매일 소주를 마시다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는 기사를 읽었다.그들의 대부분은 세상 돌아가는 대열에서 도태된 듯 주변인,변방인으로 치부되어 서서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가혹한 현실에서 무기력하게 파멸되고 함몰되는 패배주의자,음습한 도시의 뒷골목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현대판 샐러리맨의 재현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릭 에리슨은 40∼65세의 중장년기를 “생산성과 침체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시기”로 정의하고 있다.그들은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만을 미덕이라고 믿어온 세대다. 그래서 아직도 존재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마당에 퇴직 통고를 받으면 자존심의 상처는 물론 당혹감과 박탈감을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자신의 학력과 이력을 가지고 중년인생을 생소한 직종으로 다시 시작하기에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빠른 속도로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어 2019년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5.6세.55세 정년만 따져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적어도 20년 이상을 잉여인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월 따라 노인층과 젊은 층은 순환하기 마련이다.이 자연스러운 진리를 거스르자는 것이 아니다.다만 저 산과 들판,소주집에 널려있는 보석 같은 능력과 두뇌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하고 싶다.사오정과 오륙도로 지레 목을 조르면서 언젠가는 물러나야 함을 암시하고 몰아붙이기보다 갈고 닦은 경륜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만들어줘야 한다. 개인도 과거의 직종과 임금에 연연하지말고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사오정 오륙도로 자조하고 자책하게 하기보다 45세에 정도를 걷고 56세에는 자신이 정한 위도가 정해지는 것으로 도의 개념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세월은 평생 가지 않을 것처럼 주춤거리면서도 우리 곁에서 도도히 흘러가고 있다.노동부가 내년부터 취업이 어려운 장년층을 보호하기 위해 ‘정년퇴직자 계속고용장려금제’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어느 나이나 다 살 만하게 살기 위해서는 나이 순이 아닌,능력 순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대우해주는 사회분위기와 정치의 격조에 달렸다. 이 세 기 언론인
  • [열린세상] 판·검사 남녀 반반으로

    한국법원과 검찰도 이젠 양성평등적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판·검사의 남녀 수를 대충 반반정도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다.아직도 옛날 생각에 꽉 찬 이들에겐 웬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라고 들릴지 모른다.그렇지만 잠시 눈을 돌려 선진국의 법원,검찰을 보자.그리고 그들은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물론 하루아침에 몽땅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변화를 위한 계획적인 조치들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서구에서 오랜 세월을 두고 자연스럽게 진행되었으므로 우리도 내버려두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그러나 현재와 같은 편견적 시각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고,또 옳은 일이라면 한시라도 뒤로 미룰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사법시험부터 여성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앞으로 매년 여성비율을 점차 늘려 수년 후에는 50%,또는 남녀 어느 쪽도 60%를 넘지 못하도록 조정해 나간다.이에 보조를 맞추어 판·검사 신규 채용비율도 조정해 나간다.전체 판·검사의 남녀비율을 일시에 반반정도로 조정할 수는 없다고 해도 신규 채용시부터 여성인력을 대폭 늘려나가면 머지않아 전체비율도 목표치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성적이나 능력에 의해 뽑지 않고 성비(性比)를 우선하는 것은 또 다른 불평등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그렇지 않다.사람 평가는 점수나 능력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과 정서다.어떤 시각과 발상을 가진 사람이냐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의 문제를 보자.객관적인 점수나 능력은 남녀의 차이없이 공평하게 평가할 수 있다.그러나 남성과 여성 사이에 시각 자체가 다르다고 한다면 결론은 영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성폭력 관련 일부 판례와 법규정들을 몇가지만 보자. 현행 형법상 강간죄는 ‘부녀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때’ 처벌하게 되어 있다.그런데 이때의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해 현행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한 행위여야 한다고 해석한다.그것은 곧 부녀가 그 정도로 무자비하게 당하는 상황에 이르러야 비로소 처벌해준다는 뜻이다.즉 그보다 약한 정도인 경우에는 못된 행위자들에 대해 모두 무죄선고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여성계는 이 부분에 대해 강력히 들고 일어난다.그리고 현행 형법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 미성년자를 간음한 때에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성인 부녀인 경우에는 위력으로 간음한 때도 처벌해주지 않는다.이 점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여성의 책임을 부각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있다. 또 현행 형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녀를 강간한 때 강간죄로 처벌한다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대법원 판례는 그 부녀중에서 유독 처(妻)는 쏙 제외해 버리고 있다.즉 아내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다시 말해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로 때린 뒤 강간할 때에도 무죄라는 뜻이다.이유는 간단하다.아내이므로 수인(受忍)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이 무슨 해괴한 시각인가.아내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폭행한 후에 그 짓을 요구해도 응해야 한다는 말인가. 또 현행 형법은 미성년자 여자아이 중에서 어떤 이유로도 간음을 해서는 안 되는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이 연령도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있다.여아보호를 위해 그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사례들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그것은 바로 지나치게 남성주의적 편견에서 나온 것들이라는 것이다.그동안 우리나라 법조계는 남성주의가 지배해 왔다.법조계가 먼저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그래야 이 땅에서 고통받아온 여성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고,이를 통해 양성평등적 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강지원 변호사 법률사무소 淸芷대표
  • [2003 여성문화](3) 직장 떠나 집으로....그러나 아이 키우며 ‘일’로도 성공 꿈꾼다

    흔히 여성의 직장생활을 ‘자아실현’이라 말한다.‘자아실현’이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생 해야할 일이지만 여성에게 사용될 때에는 때때로 몰이해와 비아냥이 묻어난다.“저 자아실현하자고,아이는 내 팽개쳐 두고…”.그래서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독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기저귀만 떼면…’‘어린이 집만 가면…’육아로부터 한 숨 돌릴 것이라고 믿으면서 꿋꿋이 어려움을 이겨냈던 여성들은 오히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직장가진 엄마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직장을 떠나는 여성들,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직장을 떠나도 일에 대한 열정만은 숨길 수가 없다.그래서 비정규직이거나,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일’이 뭐길래.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찾다가 결국 15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는 강은영(39·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이젠,아줌마로서의 생활도 괜찮다.’고 말했다.그러나 지난 1년간,“선·후배들은 어려워도 견디고,이겨나가는 직장을 나만 떠나야 했던 것에 대해 패배감을 느꼈다.아이들을 핑계삼아도 나는 경쟁에서 탈락했다는 생각에 몸은 편해졌어도 마음이 한동안 편치 않았다.”고 한다. 이젠 그 스트레스에 짓눌리던 직장생활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얼마전부터 그는 일을 찾고 있다.“꼭 돈을 벌어야 할 절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일’은 하고 싶다.정규직으로 하루종일 직장에 묶여 있는 것은 싫지만 평생 이렇게 ‘빈둥빈둥’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출신의 추은희(32·서울 송파구 풍납동)씨는 아직도 병원생각만 하면 가슴이 뛴다.“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5살난 아이가 며칠간의 밤샘 간호 끝에 정신이 돌아오던 순간을 생각하면….”임신중에도 3교대 밤근무를 했고,한달에 9번이나 밤샘근무를 해야 하는 간호사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을 주는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추씨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떠났다.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행복하지만 41개월된 아이가 조금만 더 자라면 언제든 일터로 돌아갈 생각이다.더욱이 신경외과 의사인 남편과는 ‘병원용어’로 대화를 많이 하는데 “이렇게 있다가는 5년후쯤엔 남편과 대화도 나눌 수 없을만큼 ‘병원용어’를 다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고민된다.” ●일은 좋지만 묶이는 것은 싫다 직장여성은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편안하게 사는 또다른 삶’을 꿈꾼다.절대빈곤층이 아닌 여성들의 경우 그 꿈은 더욱 많은 갈등으로 연결된다.오죽하면 한 직장여성은 “차라리,차라리 내가 반드시 돈을 벌어야만 할 상황이라면 잡념없이 일할 수 있겠다.”라고 말했을까. 구하기 어렵다는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물론 그들도 쉽게 직장을 떠난 것은 아니다.남성들이 일의 가치를 삶의 첫번째 자리에 올려놓고 승부하듯 여성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기때문이다.더욱이 30∼40대 직장여성에게 직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일하는 것은 당연하고,대학교육으로 키운 능력을 사장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의미까지 이미 학습됐다.더욱이 이 ‘험난한 정글’에서 살아남은 터,지난 날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사처럼’살아온 이들도 결정적으로 약해지는 때가 있다.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순간,일과 자아실현,사회적 책무는 모두 사라지고 만다.어머니로서의 임무를 소홀했다는 자책,그것은 일순간 모든 것의 의미를 퇴색시키게 마련이다. 대우공채 2기로 입사, 수출파트에서 일했던 김은희(39·서울 동작구 사당5동)씨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유산위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직장을 떠났다.경력 8년 만에 직장생활을 접었다.“유난히 일을 좋아했고,강박적으로 일에 매진했다.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갑자기 결혼했고,임신·유산의 위험 등 걷잡을 수 없도록 내몰리면서 사표를 냈다.인정받았던 직장인이었지만 하루아침에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고,갈 곳도 없는 쓸모없는 인간으로 버려진듯 한동안 우울했다.” 현재 9살·7살난 두 아이의 어머니로 집안일에도 전문가가 됐다는 그는 3년간 전업주부 생활을 했지만,그후 6년은 아르바이트와 재택근무 등 꾸준히 일을 해왔다.현재는 사당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아이들의 ‘발표력 교실’을 기획,운영해 오고 있다. “일은 얼마든지 있지만 저녁 때 아이들만 놔두고 나가는 것이 싫어서 일을 늘리지 않는다.내 모든 스케줄은 오후 4시30분이면 끝난다.”김씨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친정어머니로 인해 남의 손에서 자라 자신의 아이에게만은 ‘엄마의 부재’를 경험하게 하고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도 ‘일’의 중요성만은 잊지 않았다.“수입에 관계없이 살아있는 한 일할 것이다.아마 이렇게 일하지 않았더라면 즐겁게 집안일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입주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웠다는 박경아(39·서울 송파구 가락동)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4년전,전업주부가 됐다.“바빴기때문에 아이의 알림장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수행평가제 도입 등 달라진 교육현실은 취업모의 아이들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했다.”직장을 그만두면서 둘째를 낳았다는 박 씨는 “큰애의 학습습관을 바로잡을 수도 있었고,큰애 때는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부모로서의 행복감에도 흠뻑 젖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의 행복에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풀 타임으로 묶이지는 않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부동산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한다.“새로운 경제상황에서 돈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바쁘지않으니 신문을 샅샅이 훑어보고 세상돌아가는 것을 읽고 변화에 부응하는 경제 마인드를 갖게 되면서 솔직히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수입이 낫다.”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전업주부가 돼야만 했다는 유준희(35·경기 구리시 토평동)씨는 아이에게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새로운 관심분야를 키워 영어교육전문가가 됐다.오후에 한 두시간 영어를 가르치고,주말에는 유명영어학원의 교재를 집필했다.유씨는 “아이들에게 이유식도 열심히 해먹였고,놀이터에서 노는 게 아직도 내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또 집안도 반들반들 윤기 내며 살아왔다.그러나 평생 자상한 엄마가 되느냐,성공한 여성이 되느냐는 문제는 아직도 내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9시부터 시작되는 정규직은 싫다는 그는 ‘가정을포기하고’ 직장을 갖고 싶지는 않지만 일에는 더욱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7살·3살난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적극적으로 일하려고 지금도 남편을 설득하고 있어요.” ●비정규직,아이 돌보며 일하기엔 좋다? 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직장을 떠나는 전형적인 ‘M자 곡선’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흔한 일이다.후진국형으로 불리는 여성들의 고용은 사회·국가적인 지원으로 달라져야 할 ‘과제’다. 대학은 졸업했지만 살림에 파묻혔다가 일하고 싶어 둘러보니 ‘허드렛일’밖에 할 게 없더라고 여성들은 푸념한다.“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40대 전업주부들에겐 또다른 회의를 가져다 준다. 이 직접 키우면서 일하느라 정규직을 갖지 못했다는 서미경(39)씨는 “안정된 일에 진입하지 못한 채 나는 늘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아이 내 손으로 키우면서 행복했지만,내 일을 생각하면 씁쓸하다.비애감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몰입해서 경력을 쌓지않아 일을 늘 해왔음에도 ‘언제나 제 자리’라는 그는 영어와 일어 번역을 할정도이고,남편직장관계로 3년간 일본에 머물면서 호텔전문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직장을 가질 수는 없었다.“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처음부터 가정에 안주한다면 언제나 주변부로 밀리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박의경 연구교수는 “우리 사회처럼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곳도 없다.그러나 여기에 또한 남성중심적 사회의 비수가 숨어 있다.모성에 대한 강조에는 여성을 사적 영역에 제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한다.어머니를 말할 때 따라붙는 ‘숭고한 희생’이란,‘어머니는 희생해야 한다'는 말이자,‘어머니가 자기 것을 챙기면 어머니가 아니기에 존경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라 지적했다. ●직장여성,독한 여자라고? 교보증권 홍보팀장 추은영(36)씨는 쌍둥이 아들들을 대전의 친정 어머니에게 맡겨 키우고 있다.아이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일도 가슴아프고,친정 어머니를 힘들 게 하는 것도 죄송하지만 정작 가장 괴로운 것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아이를 떼놓고사느냐.”고 묻는 사람들의 말이다.“그런 말 들을 때마다 상처를 받는다.‘독하다’고 말하기도 한다.악의없이 하는 말이겠지만 ‘정말 내가 독한가 잘못하는 것일까’하는 회의에 빠져든다.추 팀장은 “왜 똑같이 하는 직장생활도 남성이 하면 가족부양,여성이 하면 자아실현이 되느냐.”고 물었다. 법과 제도적으로는 남녀평등이 이뤄졌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가부장적인 직장문화,육아와 가사책임은 여성의 몫이란 인식은 일하는 여성들을 지치게 한다.‘의무’만 있을 뿐,‘권리’는 없는 존재인 자신에 대해 측은함이 느껴지고 우울해진다는 여성도 있다. 한 여성공무원은 “내 몸도 돌보지 못하고,내 아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허겁지겁 살아 간다.그러나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만성피로에 지친 몸은 골병이 들었다.”고 말했다.더욱이 경제적인 측면은 쏙 빠지고 비하되는 여성의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맞벌이 안하면 집 한채 마련하기 어려운 세상 아니냐.” 여성들은 ‘일’을원한다.때로 육아를 위해 ‘일’을 떠나도,어떤 형태로든 일로 돌아온다.더이상 모성애냐,자아실현이냐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허남주 기자 h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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