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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태주의 풀꽃 편지] 말 없는 말

    [나태주의 풀꽃 편지] 말 없는 말

    오늘날 사람들은 너나없이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것을 중시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고 손에 만져지지 않는 것은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여긴다. 물질만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요인이 된다. 물론 우리는 물질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삶의 기본인 의식주 자체가 물질이니까 집이나 옷이나 음식 없이 살 수 없고 자동차 없이 또 살 수 없다. 하지만 물질의 가치와 더불어 정신의 가치가 중시돼야 한다. 만약 정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그만큼 천박한 삶이 될 것이고 끝내 사상누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사실 학문이나 예술이나 종교나 레저와 같이 우리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항목들은 물질을 바탕으로 하는 정신적 가치의 구현을 말한다. 그것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신의 만족, 감정의 충일, 영혼의 안정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 감정, 영혼이 모두 실증적이지 않은 인간의 분야인 것이다. 그렇다면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문장이다. 우리는 이런 문장을 좋아하고 사랑하면서도 정작 실제 삶에서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면 믿으려 하지 않고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네 삶이나 생각의 실상이다. 내가 ‘없는 것’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50대 중반의 일이다. 어느 날인가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아파트 거실 창가에 놓인 난초 화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난초의 이파리가 왜 저기에, 저렇게 휘어진 채 뻗어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것은 참 의외의 생각이었다. 만약 난초 이파리가 뻗을 자리에 다른 물건이 먼저 있었다면 어땠을까? 분명히 난초 이파리는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뻗어 있지 못하고 휘어지거나 구부러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비어 있는 공간, 허공이란 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이구나 싶은 생각에 이르게 됐다. 이것은 전혀 엉뚱하고 새로운 생각이었다. ‘난초 화분의 휘어진/이파리 하나가/허공에 몸을 기댄다//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보듬어 안는다//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잔잔한 기쁨의/강물이 흐른다.’ 이것은 내가 그때 쓴 ‘기쁨’이란 제목의 시다. 그러하다. 없는 것도 있는 것이다. 허공도 하나의 존재다. 이렇게 없는 것, 허공과 같이 비어 있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진정한 기쁨의 세계에 이르는 것이다. 나아가 ‘지음’(知音)이란 말, ‘무현금’(無絃琴)이니 ‘무자서’(無字書) 같은 말들도 참 좋은 말이다. 중국의 고사이긴 하지만 전국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가 있고 그의 지인 종자기(鍾子期)가 있어 백아가 거문고를 연주하면 그 거문고 연주의 깊은 뜻을 종자기가 헤아렸는데, 종자기가 세상을 뜬 뒤엔 백아가 다시는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는 데서 나온 말이 ‘지음’이다. 이 말은 그 뒤로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활용되고도 있다. 이 단어는 통일신라 때 학자인 최치원의 시에도 나온다. ‘추야우중’(秋夜雨中)이란 시인데 최치원은 그 작품에서 ‘내 마음을 내 마음같이 알아주는 사람이 세상에는 없네’(世路少知音)라고 노래하고 있다. ‘무현금’은 중국 육조시대의 시인 도연명이 줄이 없는 거문고를 하나 마련해 두고 가끔 눈을 감은 채 그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소리 없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고, ‘무자서’는 중국 명나라 시절 ‘채근담’(菜根譚)의 저자인 홍자성이란 사람이 한 말이다. ‘왜 사람들은 유자서(有字書)만 읽고 무자서는 읽지 않는가.’ 차라리 이것은 차라리 한탄에 가까운 말이다. 마땅히 우리는 말 없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나 우리의 삶이 팍팍해져서 힘들다. 말 없는 말이란 마음의 말이고 정신의 말이고 영혼의 말이다. 들리지 않는 말이고 실재하지 않는 말이다. 나의 말만 그렇게 할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말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진정 그러할 때 우리의 삶은 한층 깊어지고 우리의 인생은 향기를 머금게 될 것이다. 나태주 시인
  • ‘팀코리아’ 올림픽 모드로… 양궁·女핸드볼 25일부터 경기

    ‘팀코리아’ 올림픽 모드로… 양궁·女핸드볼 25일부터 경기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본단이 결전지 프랑스 파리에 입성했다. 대한체육회 본부 임원 18명과 펜싱 대표팀 20명, 탁구 대표팀 10명 등 48명으로 구성된 본단은 21일(한국시간) 14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에 내렸다. 본단은 입국 절차에 2시간가량 소요되며 다소 지친 기색이었지만 태극기를 든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을 앞세워 밝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나섰다.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이어지는 올림픽에는 21개 종목 260명(선수 143명, 경기 임원 90명, 본부 임원 27명)의 한국 선수단이 참가한다. 축구 등 단체 구기종목이 줄줄이 티켓을 놓치며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로 올림픽에 나서는 한국은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순위 15위 이내 입상이 기본 목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파리에 도착하니 긴장감이 느껴진다. 책임감도 크다”며 “초기에 목표한 것보다 더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어진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 공개 행사에서 이 회장은 육상 우상혁(용인시청)과 수영 김서영(경북도청)을 대회 개회식 기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우상혁은 “정말 영광스럽다”며 “빨리 경기하고 싶다. 8월 10일 결선에서 준비한 모든 걸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플랫폼은 파리 근교 퐁텐블로의 프랑스국가방위스포츠센터(CNSD)에 마련된 사전캠프다. 하계올림픽 사전캠프는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 선수단은 개회식 하루 전인 25일부터 양궁과 여자핸드볼 예선전을 시작으로 열전에 돌입한다.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하는 북한 선수단도 이날 파리에 도착했다. 북한 선수단은 예정된 출구가 아닌 다른 출구로 나오고, 현지 경찰이 한국 취재진의 접근을 막는 등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 속에서 공항을 빠져나갔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공식 정보 사이트 마이인포에 따르면 북한은 모두 16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 “복지 늘려야 할 ‘저성장 시대’, 경제 운영은 아직 1970년대식… 계층 사다리 없는데 출산 할까” [월요인터뷰]

    “복지 늘려야 할 ‘저성장 시대’, 경제 운영은 아직 1970년대식… 계층 사다리 없는데 출산 할까” [월요인터뷰]

    국민 행복 체감과 복지과거 소농·소상공인 등 약자 보호어려워도 미래 보이니 행복 느껴가족단위→사회단위 복지 바꿔야OECD 자살·노인 빈곤율 1위 참담 저출생 정책은해외 도우미 들인 홍콩·싱가포르한국 다음으로 합계출산율 낮아출산율 높은 북유럽에서 배워야여성 무보수 돌봄은 ‘선택’ 아냐 집값 상승 잡으려면오스트리아 집값, 英 런던의 절반 공공주택 정책 100년 이상 유지해질 좋은 공공주택 대규모로 공급그곳에 살아도 ‘사회적 낙인’ 없어 국가 미래 먹거리 고민가능성 높은첨단산업 분산 투자일부 다른 부분 실패할 것 각오를기업은 실패하면 또 도전하듯이정부 정책에도 실패할 기회 줘야 행복해지려고 돈을 벌었는데 행복을 잃었다. 잘살게 됐는데 미래는 어둡고, 애를 낳는 건 두렵다.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다는데 ‘공정’은 멀어 보인다. 노동으로 돈을 버는 속도는 집값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해법이 있긴 한 걸까. 장하준(61)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SOAS) 교수는 지난 17일 70분간의 화상 인터뷰에서 특유의 느린 화법으로 “방법은 있다”고 확언했다. 집값 폭등엔 100년간 공공주택 정책을 펼쳐 집값을 잡은 오스트리아 빈을 사례로 들었다. 해외 도우미 도입 같은 저출생 대응책엔 똑같은 저출산 국가인 싱가포르와 홍콩을 왜 배우냐며 북유럽을 바라보길 권했다. 고성장 시대는 저물고 저성장 시대가 시작됐는데 정부의 경제 운용 방법은 70년대에 머물렀다고 진단했다. 일은 힘들어도 일자리가 늘고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이 보였던 시대, 대가족 제도가 복지를 보완했던 시대가 끝났는데 정부는 여전히 복지 지출에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 대해선 “야구에서 말하는 ‘훌륭한 3할 타자’는 타석 10번 중 7차례 아웃된다는 의미”라며 정부 실패에 유독 가혹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최첨단 산업에서 실패를 딛고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경제학 레시피’ 등의 저서로 대중에게 경제를 쉽게 풀어 설명해 준 장 교수는 한국인 첫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고 매년 최고의 경제학자에게 주는 바실리 레온티예프 상(2005년)을 받은 세계 경제학계의 석학이다.-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인데 국민의 ‘행복 체감’은 그렇지 않다. “엄청난 걸(경제성장) 이뤘지만 10위권은 좀 과대평가다. 1인당 소득은 3만 5000달러(2022년 기준 세계 25위)로, 5만 달러가 넘는 유럽의 작은 선진국들에 못 미친다. 또 세상이 바뀌었는데 정부는 아직 1960~70년대식 사고로 경제를 운영하는 것 같다. 경제의 덩치가 커지고 수준이 올라가면 예전과 같은 고성장은 힘들다.” -외려 과거의 경제 환경이 더 나은 측면이 있었다는 건가. “박정희 시대는 ‘선 성장 후 분배’였고 복지비 지출은 국민소득의 3% 정도였다. 그래도 괜찮았던 게, 고성장으로 일자리가 자꾸 생겨 복지가 필요한 사람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복지 정책이라는 이름만 없었을 뿐 약자 보호 제도가 많았다. 50년대 토지개혁으로 농지 소유 상한을 ‘손바닥만 한 땅뙈기’(3㏊)로 정해 지주의 과도한 땅 소유를 막아 소농을 살렸다. 쌀이나 과일 수입을 막아 바나나가 ‘꿈의 음식’인 시절도 있었다. 대형 매장을 못 열게 해 소상공인을 보호했고 중소기업고유업종 제도(1979년 도입·2006년 폐지)로 대기업은 두부 등을 만들지 못했다. 대가족 속 여성의 희생과 친척의 학자금 지원 등도 일종의 복지 역할을 했다. 고급 일자리 증가와 교육 투자 확대로 계층 상승도 굉장히 활발했다. 어려워도 미래가 보였으니, 다른 한편으로 (정치적으로) 강압적인 사회였어도 사람들은 희망을 품고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시대를 재연하기는 힘들 듯하다. “1인당 국민소득 2000~3000달러 땐 1년에 10% 성장이 가능하나 2만 달러 때는 불가능하다. 일자리 창출은 줄고 취업도 어렵다. 1970~80년대 계층 상승한 사람들은 자기 자식을 보호하려 장벽을 친다. 가난한 애들이 성공하기 힘든 교육제도인데 복지 증진을 위한 세금 인상에는 반대하니 계층 상승이 어려워졌다. 외환위기 이후 약자 보호 제도들도 사라졌다. 중소기업고유업종이 폐기됐고 대가족은 물론 핵가족도 해체될 마당이다. 과거의 ‘가족 단위 복지’를 ‘사회 단위 복지’로 바꿔야 하는데 (현실은) 경제 규모와 동떨어진 빈약한 복지 국가다. 우리 복지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하위권이다. 그러니 OECD 자살률 1위, OECD 노인 빈곤율 1위, 출생률 세계 최저 같은 참담한 사회가 된 거다. 어른(저성장 시대를 맞은 한국)이 중학생(고성장 시대) 사고방식으로 사회생활을 하니 얼마나 어렵겠나.” -역대 많은 정권이 복지를 외쳤는데 부족했나. “복지 정책의 수혜 없이 계산한 OECD 소득분배지수를 보면 우리는 제일 평등한 나라에 속한다. 하지만 복지 정책 등으로 소득 재분배를 하고 난 수치로 보면 OECD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중 하나다.” -저출생 문제도 방법이 없어 보인다. “방법은 분명히 있다. 방법이 없다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 합계출산율이 1.5명으로 우리나라(0.7명)보다 두 배나 되겠나. 하지만 육아 보조금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아이 한 명에 20억원 정도를 준다면 모를까 돈 받으려고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다. 양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세계에서 여성을 가장 잘 교육한 나라인데, 다 포기하고 ‘애 낳아 키워’라고 말하는 식이다. 훈장이라도 주면 모르겠는데 직장에서 아이 때문에 일찍 나가야 하면 눈총을 준다. 우리나라 남녀 임금 격차(31.2%)도 OECD 1위다. 2위인 일본(21.3%)과의 격차도 크다. 엄마가 관여하지 않으면 아이가 불이익을 받는 교육구조에다 육아휴직 기간만 늘릴 뿐 경력으로 쳐 주지 않으니 여성의 경력도 단절된다. 아이가 우리보다 더 좋은 삶을, 더 행복한 삶을 살겠구나 해야 아이를 낳는다. (계층 이동) 사다리는 다 부숴 놓고 이 세상에 아이를 던져 넣으라고 하면 안 된다.” -해외에서 육아·가사 도우미를 들여오는 정책도 나왔다. “필리핀에서 도우미들을 최저임금 이하로 들여온다는데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곳은 홍콩, 싱가포르 등이다. 그곳 합계출산율(1.0명 미만)이 한국 다음으로 낮다. 북유럽에 합계출산율 1.5명인 나라들이 있는데 왜 그런 데서 (복지를) 안 배우는지 모르겠다.” -일각에서 가정의 ‘무보수 돌봄 노동’을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시각도 있더라. “강도가 칼을 들이대고 ‘지갑 줄래 아니면 칼 맞을래’라고 묻는다면 그게 선택인가. 산업혁명 초기에 노동시간은 일주일에 100시간이었다. 당시 노동시간 규제 주장에 근로자들이 원해서 일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여성이 왜 무보수 돌봄 노동을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선택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규정된다.” -사회의 또 다른 화두 중 하나가 ‘공정’이다. 과거의 ‘기회균등’과는 다른 것 같다. “단순화하면 기회의 평등은 같은 규정을 적용받는다.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건데 이게 꼭 공정하지는 않다. 한 명은 초등학교 2학년이고 다른 한 명은 초등학교 6학년이라면 말이다. 스포츠로 보면 이해가 쉽다. 장애인 올림픽이 따로 있고 축구도 18세 이하, 21세 이하 등 나이로 나눈다. 복싱, 역도, 태권도 등은 체중 제한이 있다. 북유럽은 ‘공정한 경쟁’ 환경이 보다 나은데 부모와 자식의 소득 상관관계가 30% 정도다. 영국이나 미국은 70~80%나 된다.” -고물가, 집값 상승도 서민을 괴롭힌다. “고물가는 두 가지로 봐야 하는데 우선 일시적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값이나 유가가 뛰거나 코로나19로 공급이 막혀 일부 품목의 가격이 오르는 식이다. 생필품 가격 통제나 부가세 인하 외에 사실 정책 수단이 많지 않다. 하지만 물가 상승 중 사회구조적인 것은 정책 접근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일례로 집값 상승은 질 좋은 공공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방법이 있다. 젊은 교수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오스트리아 빈의 집값은 영국 런던의 절반 수준이다. 사회민주당이 1920년대부터 공공주택 정책을 100년 이상 했다. 질 좋은 공공주택이 많고 그곳에 살아도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일도 없다.” -국가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많다. “첨단 산업이란 게 성공한 것 같아도 다른 곳에서 엄청난 기술 혁신을 하면 판이 뒤집힌다. 결국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분산 투자를 하고, 몇 곳은 성공하고 다른 곳은 실패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 정책을 하는 정부에 여유를 줘야 한다. 기업들은 하다가 실패하면 또 도전하는데 정부 실패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가혹하다. 첨단 산업 정책은 실패할 기회를 줘야 한다. 우리나라가 자동차나 조선산업을 해 봐서 (과거에) 했겠나. (바닥부터) 만든 거다. 첨단 산업은 더욱 그렇다.”
  • 쓰레기는 어떤 소리를 낼까?…악기로 돌아온 전자폐기물 [아몰걍듣]

    쓰레기는 어떤 소리를 낼까?…악기로 돌아온 전자폐기물 [아몰걍듣]

    사람들이 쓰다 버린 전자 제품이 악기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19일 서울대학교 제1파워플랜트에서 ‘에콜로지컬 퓨쳐스’ 전시가 열렸다. ‘생태학적 미래’(Ecological Futures)라는 전시명에 걸맞게 도시·기술·환경의 미래를 탐구한다. 전시장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복잡한 전선이 전자회로 등에 연결된 작품이다. 심지어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고 한다. 이는 김민아 작가의 ‘전자폐기물 악기’라는 작품이다. 전자폐기물(전자쓰레기)란 사용 이후 버려지는 여러 형태의 전기·전자제품을 의미한다. 유럽연합(EU)에서는 전자제품과 조명기구, 스포츠·레저용품, 의료장비 등 포괄적인 전자제품 폐기물을 전자폐기물로 정의하고 있다.커다란 상 위에 다양한 전자폐기물에서 분해한 전자회로 등이 놓여있다. 각각의 전자회로를 알록달록한 집게 전선으로 연결한 후 오디오믹서를 통해 출력한다. 연결된 헤드폰으로 전자폐기물 악기가 내는 소리를 들어봤다. 규칙적인 신호음이 계속해서 들렸다.전자폐기물 악기를 작가가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높낮이가 낮은 신호음과 기계식 알림 소리 등이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회로판에 연결된 다양한 전선의 위치를 바꾸거나 오디오믹서를 조절하니 으스스한 소음처럼 들렸다. 여기에 다양한 소음이 겹치니 마치 ‘전자폐기물의 장송가’처럼 들렸다. 퍼포먼스를 마친 김민아 작가는 “여기에서는 작은 버전을 가져와서 연주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전시된 작품) 전체를 연주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자폐기물 악기로 연주하는 악보가 따로 있느냐고 물었더니 “재미있는 소리를 찾아가는 방식”이라며 “기본적으로 일정한 음이 나오는 등의 레퍼토리는 있지만 그때그때 변주를 시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전자폐기물 악기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각 자료도 준비되어 있다. 김민아 작가는 세계 각국의 전자폐기물 처리장 사진을 구글 지도를 통해 보여주고, 이를 통해 우리가 버린 전자제품이 지구 어딘가에 남아 환경을 파괴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김민아 작가는 미디어아티스트이자 예술연구자로 디지털 기술의 잔해와 환경의 관계를 탐구하는 예술 작업을 하고 있다.날마다 쏟아지는 새로운 전자제품에 폐기물이 넘쳐난다. 지난 3월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22년 발생한 전자쓰레기가 6천 200만 톤이다. 이는 2010년보다 82%나 늘어난 수치로 무려 40톤 트럭 155만대를 채울 분량이다. 전자폐기물은 건강과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납, 수은, 카드뮴 등 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소각·매립할 경우 독성 물질을 방출한다고 알려졌다. 해당 전시는 21일(일요일)까지 진행된다.
  • 박완규, 인신매매단에 납치됐었다…“차에 잠든 여학생들도”

    박완규, 인신매매단에 납치됐었다…“차에 잠든 여학생들도”

    가수 박완규가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20일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박완규는 “8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에서 말도 안 되는 게 유행이었는데 바로 ‘인신매매’다. 당시 TV만 틀면 뉴스에 그런 사건이 많이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89년도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지금의 평택시, 그때는 송탄시에서 있었던 일이다”라며 납치 피해를 고백했다. 박완규는 “등굣길에 걸어가는 데 회색 승합차에 있던 어른이 ‘학생 차 좀 밀어줘’라고 했다. 그때는 어른들이 그런 걸 많이 시켰다. 차를 미니까 바로 뒤에서 흉기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소리 지르면 죽인다며 나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때 내 몸무게가 45㎏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완규는 “차 안에는 이미 잠든 여학생 두 명이 있었다. 인신매매범이 내게 뚜껑을 미리 딴 드링크제를 먹으라더라. 나중에 병원에서 혈액 검사하니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음료를 마시고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잠들면 죽는다’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몸에 계속 상처를 내면서 참았다”고 덧붙였다. 박완규는 “대전까지 끌려갔다. 대전 터미널 근처 어느 골목에서 그놈들이 밥 먹을 먹으려고 차를 주차했다. 나는 잠든 척하고 있다가 도망을 나왔다. 바로 뛰쳐나와 택시를 탔다. 후들후들하는 상태에서 달려가 ‘평택, 송탄 가주세요’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박완규를 태운 택시 기사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휴게소에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박완규는 “나중에 4인조 범인도 대질했다. 영화에 보면 많이 나오는 그림이다”라며“ 80년대라 가림막도 없이 납치범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하지만 그 4인조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박완규는 “당시에는 인신매매가 정말 유행이었다. 왜소한 남자들을 잡아서 멸치잡이 배에 판다고 했다. 노예처럼 갖다주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 암 투병 61세 日 남성, 뉴진스 하니에 “용기 줘 고맙다”, 무슨 일

    암 투병 61세 日 남성, 뉴진스 하니에 “용기 줘 고맙다”, 무슨 일

    그룹 뉴진스 하니가 암 투병 중인 60대 일본 남성에게 감동을 준 사연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뉴진스 팬 미팅에서 하니는 마쓰다 세이코의 히트곡 ‘푸른 산호초’ 커버 무대를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푸른 산호초’는 일본의 전설적인 여자 아이돌인 마쓰다 세이코가 1980년에 발표한 대표곡으로 일본 기성세대에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곡으로 꼽힌다. 21일 유튜브 채널 ‘버니즈동물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이 채널에는 하니가 도쿄돔에서 ‘푸른산호초’를 부르는 모습을 직접 찍은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21일 기준 조회 수 668만회를 넘겼다. 댓글만 1만 3000개가 넘는다. 한 일본인은 댓글에서 “현재 61세로 암 투병 중”이라며 “매일 빛나던 44년 전을 기억했다. 감동과 용기를 주셔서 감사하다. 최선을 다해 암을 이길 것이다”라고 적었다. 네티즌들은 해당 댓글에 다시 “반드시 이겨내실 겁니다”, “부디 빠른 완쾌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완쾌해서 하니 공연 같이 봐요” 등 응원의 댓글을 남겼다. 이 일본인은 일본어로 “마음씨 좋은 한국인 여러분 격려 메시지 감사합니다”라고 댓글을 남겨 감사함을 전했다.또 다른 일본인들도 “감동했다. 50대 일본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몇 번이고 보고 싶은 영상이다”, “우리 부모님이 마쓰다 세이코의 열렬한 팬이다.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되는 날이 오다니”, “초등학교 5학년(1980년) 당시 마쓰다 세이코는 큰 인기를 얻고 있었고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봤다. 44년 전 당시의 여러 일이 바로 기억나 눈물이 났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하니는 커버 무대 당시 흰색 치마와 푸른색 줄무늬 상의 차림으로 청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니는 특히 마쓰다 세이코가 1980년대 유행시킨 단발머리인 이른바 ‘세이코 컷’을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하니의 도쿄 돔 무대는 일본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Z세대에게는 신선한 매력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오리콘 뉴스는 하니가 “1980년대 아이돌 노래를 청량하게 부르고 환한 미소를 띠며 객석을 감미로운 분위기로 만들었다”며 “노래가 끝난 후 암전돼도 도쿄 돔은 충격의 여운이 계속되면서 환희로 가득 찼다”고 호평한 바 있다.
  • “파리야 팀코리아가 왔다” …대한민국 선수단 본단, 결전지 입성

    “파리야 팀코리아가 왔다” …대한민국 선수단 본단, 결전지 입성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본단이 결전지 프랑스 파리에 입성했다. 대한체육회 본부 임원 18명과 펜싱 대표팀 20명, 탁구 대표팀 10명 등 모두 48명으로 구성된 본단이 21일(한국시간) 14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기수를 맡은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맏형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을 앞세운 본단은 입국 절차가 2시간가량 소요되며 다소 지친 기색이었지만, 밝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나섰다. 26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이어지는 파리올림픽엔 모두 21개 종목 260명(선수 143명·경기 임원 90명·본부 임원 27명)의 대한민국 선수단이 참가한다. 축구 등 단체 구기종목이 줄줄이 티켓을 놓치며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로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단은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순위 15위 이내 입상이 기본 목표다. 본단과 함께 파리 땅을 밟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파리에 도착하니 긴장감이 느껴진다. 책임감도 크다”면서 “초기에 목표한 것보다 더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펜싱 대표팀은 파리 인근 퐁텐블로 프랑스국가방위스포츠센터(CNSD)에 마련된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으로 이동해 현지 적응에 돌입했다. 이곳은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도입된 하계 올림픽 사전캠프다. 선발대 격으로 12일 파리로 향한 배드민턴 대표팀을 비롯해 수영 경영 대표팀 등 130여명이 이미 파리 플랫폼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탁구 대표팀의 경우 올림픽선수촌에 곧바로 입촌했다. 이후에도 아티스틱 스위밍(22일), 경보(24일), 다이빙·태권도·승마(이상 25일) 대표팀이 차례차례 파리로 향한다. 한편, 대한민국 선수단은 개회식에 하루 앞선 25일부터 경기 일정에 돌입한다. 이날 양궁이 랭킹 라운드에 나서며, 단체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핸드볼이 독일과 첫 경기를 치른다.
  • 시부모 파묘해 유골 태우고 빻은 며느리…무슨 일?

    시부모 파묘해 유골 태우고 빻은 며느리…무슨 일?

    시부모의 묘를 파서 유골을 꺼내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화장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여성이 며느리와 함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분묘발굴 유골손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85·여)씨와 A씨의 며느리 B(66·여)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일당을 받고 분묘 발굴 후 유골을 손괴한 일꾼 C(82)씨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3월 31일 강원 원주시 귀래면 A씨의 시부모 분묘를 발굴한 뒤 유골을 비닐하우스로 옮겼다. 이어 유골을 부탄가스 토치로 태우고 돌멩이와 쇠막대로 빻아 손괴하는 등 분묘 발굴 후 화장시설이 아닌 비닐하우스에서 화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사건 한 달여 전 A씨의 남편이 숨지자 B씨는 시어머니와 함께 일꾼 2명에 15만원씩 주고 각 분묘 발굴과 그 유골 화장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남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A씨는 ‘며느리가 한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분묘 발굴부터 화장까지 A씨가 개입했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씨가 ‘유골 수습 후 허가 없이 비닐하우스에서 화장하면 법에 걸린다’고 했으나 A씨가 ‘자신이 집안의 어른이고 일주일마다 가족회의를 하니까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는 C씨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심지어 A씨는 분묘 발굴 당일 아침에 일꾼과 함께 며느리 B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 묘소의 위치를 알려주고 C씨 등 일꾼 2명에게 각 15만원씩 30만원의 비용도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해당 분묘가 며느리 B씨 소유의 땅도 아니고 조부모 분묘 관리 때문에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볼 때 B씨가 임의로 분묘를 발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분묘 위치도 모르는 며느리가 남편의 허락도 없이 임의로 발굴·화장해서 얻을 이익이 없다”며 “이 사건은 시어머니의 부탁과 함께 돈을 받은 며느리가 인부를 고용해 이 같은 일을 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시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B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시어머니의 뜻에 따라 위법성 인식 없이 범행했고 시어머니 A씨는 분묘 발굴 및 화장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며 “일당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인부 역시 참작할 사유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선고 당일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또 다른 일꾼 1명에 대해서는 별도로 선고하기로 했다. A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 “욱일기 벤츠 女차주, 스티커 찢자 경찰 신고” 끊이지 않는 목격담

    “욱일기 벤츠 女차주, 스티커 찢자 경찰 신고” 끊이지 않는 목격담

    수개월째 논란이 되고 있는 ‘욱일기 벤츠’의 차주가 이번엔 차량에 붙은 욱일기 스티커를 찢는 시민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목격담이 전해졌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의 인스타그램 계정엔 ‘욱일기 벤츠’를 촬영한 사진과 함께 “여성 차주가 차에 붙은 스티커를 찢은 사람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엔 “해당 여성은 분리수거차가 다니는 길에 항상 불법 주차해 아파트 입주민들이 큰 피해를 받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목격담을 접한 네티즌들은 “일본 가서 살면 환영받을 텐데 여기서 민폐 끼치지 말고 일본 가라”, “관심 받으니까 신나서 저러는 거다”, “차는 왜 독일 차냐” 등 반응을 보였다. 인천 서구 한 아파트 인근에 주로 주차하는 것으로 알려진 ‘욱일기 벤츠’는 지난 4월쯤부터 목격담이 잇따르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이 차량을 목격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목격담을 전한 네티즌은 “지난 7일 오후 5시쯤 대전 방향 죽암휴게소를 지나 (욱일기 벤츠를) 봤다”며 “내 눈을 의심했다. 참다못해 옆에서 창문 열고 욕설과 손가락 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자 보복 운전을 당했다. 무시하니까 자기 갈 길 가더라”면서 “인터넷에서만 봤지 직접 본 건 처음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저러고 돌아다닐 수가 있나”라고 했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쟁 등 아시아 국가를 침략할 때 육군과 해군에서 군기로 전면 사용되면서 일본 군국주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현재는 일본 육상 자위대와 해상자위대의 군기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욱일기를 아파트에 내걸거나 차에 장식하는 사례가 나오며 논란이 많아지자 이를 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군국주의 상징물 사용 처벌을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욱일기 등 군국주의 상징물을 제작·유포 또는 공중이 밀집된 장소에서 사용하거나 주거지에서 타인이 볼 수 있도록 사용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 ‘글밥’ 먹은 지 23년, 여전히 글쓰기 고민하는 소설가

    ‘글밥’ 먹은 지 23년, 여전히 글쓰기 고민하는 소설가

    소설가로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다. 문예창작과 교수로 학생들도 가르친다. 그런데 스스로 던지는 질문은 자꾸만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백지 앞에서의 공포는 어떻게 극복하는가. 첫 문장은 어떻게 쓰는가. 아니, 당최 글은 왜 쓰는가. 산문집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와 장편소설 ‘아콰마린’을 동시에 출간한 소설가 백가흠(50)을 18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설도 그렇지만 산문집 제목이 퍽 인상적이다. 그는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광어’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글밥을 먹은 지 23년, 이 업을 후회하고 있는 건가.“어머니가 제게 자주 하는 말이다.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데, 그것 때문에 일상을 놓치거나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많더라. 하지만 원망과 후회보다는 푸념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다시 펜을 잡고 마감 안에서 매일 똑같은 고난을 겪는다.” “나는 작가가 안 됐으면 목수가 되려고 했다.” 그가 산문집에 적은 문장이다. 작가로 데뷔하고 한창 소설을 쓸 때 든 생각이다. 자신의 소설이 문학사 한편에 어엿하게 자리잡았으면 하는 마음. 그러나 세상에 작가는 많고 삶에 치이다 보면 야망은 초라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군복무 시절 벙커를 잘 짓고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잘한 목공보다는 큰 건물을 올리는 대목수. 하지만 그러면서도 목수의 일을 소설가의 글쓰기에 빗댔다. “소설 쓰기는 결국 집 짓기다. 기초를 닦고 무너지지 않도록 기둥을 튼튼하게 갖추는 것. 소설에서는 주제나 인물이겠지. 목수가 되고 싶다는 건 결국 소설을 잘 쓰고 싶다는 말이기도 했다.”‘아콰마린’은 미스터리 전담반(미담반) 형사들을 앞세운 추리소설이다. 청계천에서 토막 난 손이 발견되고 미담반의 수사가 시작된다. 결말이 조금 허무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란다. “장편소설은 낚시질”이라는 그의 말처럼 뿌려 놓은 떡밥은 차기작에서 거둬들일 예정이다. 단순한 추리소설은 아니다. 선악의 문제를 과거와 접목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부채감을 건드리기 위해서다. “지금껏 ‘나쁜 놈’을 그려 왔다”는 작가는 이 문제를 깊이 건드리고자 성경 ‘욥기’의 한 구절을 취해 소설에 옮긴다. “악한 자들이 오래 살며 늙을수록 점점 더 건강하니 어찌된 일인가?”(욥기 21장 7절) 다시 태어나도 작가를 하겠느냐는 유치한 질문에는 “디제이(DJ)를 하겠다”는 뜻밖의 고백이 튀어나왔다. ‘목수에 DJ까지 참 꿈이 많은 사람이군’ 하는 찰나, 덧붙여지는 그의 설명에서 DJ 역시 소설가의 다른 이름에 불과한 것이구나 생각했다. “속도감을 즐기고 싶다. 관객(독자) 앞에서 공연(글쓰기)하고 음악(소설)을 들려주면서 완전히 일상과 결별하는 순간(몰입)을 창조하는 일. 진짜 제대로 해보려고 ‘맥북’도 샀었는데, 소설 쓰느라….”
  • 정도전의 민본, 조선을 설계하다

    정도전의 민본, 조선을 설계하다

    창작과비평 창간 60주년 맞아 ‘한국사상선’ 1차분 공개 조선 왕조의 설계자였지만 절대 왕권을 꿈꾸는 태종 이방원의 칼에 쓰러진 삼봉 정도전.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했지만 정작 정도전이 무엇을 꿈꾸며 조선 건국에 참여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세워진 직후 정도전이 쓴 ‘조선경국전’, ‘경제문감’, ‘경제문감별집’ 3권과 고려 말 공양왕 시절 쓴 상소를 통해 그의 정치사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책을 읽다 보면 ‘조선경국전’에서 천명한 “무릇 임금은 국가에 의존하고 국가는 백성에 의존하니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며 임금의 하늘이다”라는 말이 정도전의 조선 건국 핵심 이념임을 깨달을 수 있다. 편저자인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조선 건국은 혁명의 결과이지만 동시에 혁명의 명분으로 삼았던 민본·위민 정치의 출발”이라며 “정도전은 단순히 원칙만 강조한 것이 아니라 민본 정치를 위해 필요한 실천 덕목을 고민한 인물로 ‘권력자의 책임’에 대해 강조했다”고 소개했다.이 책은 ‘창작과비평’ 창간 60주년이 되는 2026년까지 진행되는 ‘한국사상선’의 하나다. 한국사상선은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정도전, 이이, 이황, 정약용 등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부터 김구, 여운형, 조소앙, 홍명희, 함석헌을 거쳐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한 시대를 이끌며 큰 울림을 준 사상가 59명의 글과 생각을 상세히 다룬다. 올해 1차분 10권을 발간하고,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10권씩 총 30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정도전은 바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포문을 여는 인물로 선정된 것이다. 계간지 ‘창작과비평’ 명예 편집인으로 한국사상선 간행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사상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영향을 미친 이들을 선정해 조명했다”며 “사상 이론가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인물을 포함하고 정도전으로 시작해 김대중으로 끝나는 구성은 어떻게 보면 특색이 있고,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선택”이라고 이번 시리즈를 소개했다.
  • 여섯 번 멈춰 서서 바라보다… 울산에서 만난 ‘책의 집’ [박상준의 書行(서행)]

    여섯 번 멈춰 서서 바라보다… 울산에서 만난 ‘책의 집’ [박상준의 書行(서행)]

    도서관도 아니고 북카페도 아닌여름 그늘 같은 공간‘명상’ 담은 유니스트 지관서가군더더기 없는 책의 공간들뜬 마음 지그시 눌러평소라며 손이 안 갔을 그 책도자연스럽게 손에 들게 돼다락 같고, 또 마루 같은…고요히 머물 수 있는 창틀 방또 하나의 보물 같은 공간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7월, 휴가의 시작이다. 휴가지에서 가까운 도서관에 꼭 들러 보길 권한다. 색다른 쉼과 여유를 느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그래도 휴가 여행인데…! 좀더 여행다운 서행(書行)을 원한다? 그럼 울산을 추천한다. 맞다. 그 ‘공업도시 울산’이다. 울산에는 여섯 곳의 지관서가가 있다. 지관서가는 책을 중심에 둔 복합 인문 문화공간이고 곁에는 산책 삼을 만한 여행의 장소들이 이웃한다. 화려한 휴가는 아닐 테지만 덤덤히 나를 물어 소소한 낙 하나는 찾을 수 있다. 그러다 무언가 힐끗 눈에 띄었다면 그건 아마도 이내 마음속을 유유히 잠영하던, 그리웠던 나의 모습은 아닐는지. ●며칠만은 퍼펙트 데이즈 ‘그림자가 겹치는 순간 더 진해진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대사다. 요즘 이 작품이 잔잔하게 화제다. 내용은 특별하지 않다. 화장실을 청소하며 살아가는 히라야마(야쿠쇼 고지 분)의 하루하루다. 출퇴근길에 카세트테이프로 올드팝을 듣고,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꺼내 마시고, 가끔 필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퇴근해서는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잠드는, 그저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겹쳐 사는 나날. 그건 영화가 말하는 ‘퍼펙트 데이즈’일 텐데 수긍할 수밖에 없는 건 왜일까? 하지만 질문도 잠시, 영화를 볼 때는 격하게 공감하고 영화 밖으로 나오니 또 밀린 일을 해치우려 허덕인다. 어쨌든 ‘나중은 나중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휴가는 그 ‘나중이 지금이 되는’ 시간이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생을 통달하지는 못하겠어도 며칠 정도는 그리 살아 보고 싶다. 살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사소하게, 작은 즐거움에 충실하며 생활 뒤편으로 미뤄 뒀던 행복을 찾아보는 거다. 울산의 지관서가를 휴가지로 추천하는 건, 하나의 도시에서 아담한 책 공간을 옮겨 다니며 적어도 그런 삶의 며칠을 흉내 내 살아 볼 수는 있을 것 같아서다.●지관(止觀), 멈춰 서서 바라봄 첫 출발은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지관서가가 좋겠다. 유니스트는 울산역 가까운 울산 서쪽에 있으며 지관서가는 캠퍼스 내 학술정보관 1층에 있다. 가막못의 가장자리다. 지관서가는 딱히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사서가 없고 대출이 불가하니 도서관이랄 수 없고, 카페가 있지만 반드시 음료를 마셔야 책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니 북카페랄 수도 없는, 그러나 도서관이기도 북카페이기도 한, 경계 없고 강요되지 않는 여름 그늘 같은 책의 집이다. 또한 각각의 지관서가는 모든 장소마다의 인생 테마를 중심으로 책을 큐레이션한다.유니스트 지관서가의 테마는 명상(Meditation)이다. 공간의 배치도, 서가의 구성도, 조명과 음악도 이를 고려했다. 벽지는 한지를 이용해 차분함을 더한다. 첫걸음부터 검은 벽과 나무 벽 사이 통로가 들뜬 마음을 지그시 눌러 맞는다. 내면으로 스미는 전이의 공간인 셈이다. 너머가 보이지 않아 그저 차분하게 걸음을 떼지만 곧 눈앞의 장면에 넋을 잃고 만다. 온전히 안으로 들어서자 정면을 꽉 채운 파노라마의 너른 창과 꽉 찬 초록의 자연이다. 대청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박스 형태의 좌식 마루 또한 탄성을 자아낸다. 그 새로 뿌리 내린 무뚝뚝한 콘크리트 원기둥과 바위 모양의 쿠션 의자마저 사색적이고 명상적이다. 우선은 멈춰 서서 창밖의 초록이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번지기를 기다린다. 누구인들 그러지 않을까. 이를 말로 풀면 지관(止觀)이겠다. 멈추어 서서 바라보다. 바로 서서 너르게 바라보다. 그러고 보니 사방으로 책 한 권 보이지 않는다. 마룻바닥 위의 의자와 탁자 외에는 그 흔한 소품 하나 없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가 전부다. 책의 공간이 스스로부터 군더더기 없이 비워 낸 상태다. 책은 채움일 텐데 먼저 비우라는 말일까? 그게 명상이겠지. 면벽 수행하듯 앉아 바닥까지 비워 낸 후에야 서서히 움직여 공간을 살핀다. ●방학 맞은 지금이 최적의 비움 유니스트 지관서가는 색으로 구분된다. 책들은 입구 통로 검은 벽의 안쪽 세모난 자리에 숨어 있다. 넉넉하게 비워 낸 주 공간에 비해 작은 서가다. 장서의 수로 압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들은 고심 끝에 놓였다는 걸 알겠다. 명상이라는 인생 테마 아래 집중, 비움, 드러남, 침묵 등의 주제로 서가를 구성했는데 신간부터 스테디셀러까지 다채롭다.책 곁에는 각 주제와 짝을 이룰 만한 명상음악을 큐알(QR) 코드로 제안한다. 음악 명상그룹 ‘케렌시아’가 유니스트 지관서가를 위해 제작한 음악이다. 내레이션 가이드가 있어 초보자도 명상할 수 있다(음악만 나오는 버전도 있다). 원하는 이들에게는 헤드폰을 대여한다. 그 가운데 ‘산책’이란 곡은 지관서가를 나서 가막못을 걸으며 들어도 좋겠다. 내가 내 삶을 보듬는 시간, 카세트테이프는 아니지만 이 또한 ‘퍼펙트 데이즈’다. 초록 위에, 종이책 위에, 산책의 발걸음 같은 음악이 차곡차곡 쌓여 겹친다. 마침 캠퍼스는 여름방학이어서 한적하다. 개학하면 좀더 북적댈 것이고 지관서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 유니스트 지관서가가 가진 명상과 사색의 분위기를 한껏 누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주 공간으로 돌아 나오기 전 책 한 권을 고른다. 김지현 종교학자가 추천하는 명사 추천 서가에서 ‘선시’(석지현, 현암사)를 집어 든다. 평소라면 좀체 손이 가지 않았을 책이다. 이곳이 명상을 인생 테마로 한 곳이라 자연스럽고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잡기 전 음료 한 잔을 주문한다. 카페는 발달장애인들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법인에서 운영한다. 서가처럼 통로 옆 세모난 영역에 위치하는데, 카페의 작업 음이 명상이나 독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한 배치겠다. 서로의 속도에 맞춰 커피 한 잔을 받아 든 후 창틀방에 앉는다.창틀방은 또 하나의 보물 같은 공간이다. 측면과 후면의 작은 창틀들을 작은 방으로 꾸렸다. 고요히 머물 수 있는 다락방 같고 바깥의 야외를 바라보니 또 누마루 같은 자리다. 사람이 많을 때는 블라인드를 내려 단절하고 독립할 수 있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침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창틀에 기대 책과 음악 그리고 창밖의 녹음을 동무 삼아 한가로움을 누린다. 잠시 후 책을 돌려놓으려 다시 찾은 서가에서 원고지와 몇몇 글귀를 발견한다. 책을 읽고 담아가고픈 구절을 직접 손 글씨로 써 보라는 지관서가의 제안 ‘필수적 필사’다. 곁에는 오늘의 나를 닮은 어제의 나들이 남긴 몇 장의 필사가 있다. 아이나 어른 모두가 비슷한 마음, 그 가운데 지난봄 누군가 적어 둔 ‘여든다섯 살의 봄’이라는 제목의 글귀에 코끝이 찡하다.‘지금껏 이렇게 봄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 처음에는 ‘여든다섯 살의 봄’이 제목인 줄 알았다. 스마트폰을 열어 검색해 보니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그림책 ‘봄은 또 오고’(이혜경 번역, 봄볕)의 한 구절이었다. ‘태어나서 두 살까지는 아무 기억이 없어’로 시작하는 책은 ‘지금껏 이렇게 봄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로 끝이 난다. 그림책은 장마다 조금씩 다른 홈이나 창을 뚫어 두었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부분이 사라지거나 겹치며 여든다섯 살 인생의 감동을 전한다. 책을 덮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살면서 몇 번의 봄을 더 맞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 봄의 사랑을 이처럼 고백할 수 있을까? 유니스트 지관서가를 나오기 전, 창밖의 초록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파를랑주의 책을 빌려 적는다. ‘지금껏 이렇게 여름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 다짐이 삶이 되기를. 어디에 있든, 그곳이 도서관이 아니라 해도 당신의 여름 또한 내일의 힘이 되기를 바란다. ●그윽한 숲속 책의 산장 울산에는 여섯 곳의 지관서가가 있다. 대공원 숲속에, 호숫가에 또는 캠퍼스 안과 미술관 옆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포구 앞이다.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책을 읽다 자연을 거닐고, 그러다 지루하면 또 다른 서가를 찾아 버스를 타고 나서는 하루.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출근 시간 따위는 말끔히 잊고! 여름휴가 며칠 정도는 일하지 않는 히라야마로, ‘고모레비’(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뜻하는 일본말)를 누리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가장 먼저 들어선 지관서가는 울산대공원이다. 어린이숲속공작실과 공공기관 회의장으로 쓰이던 그린하우스를 리모델링했다. 울산 시민의 일상 숲에 책의 집이 들어선 셈이다. 숲 안에 나무로 지은 박공지붕의 집은 길가에서 살짝 비켜 선 자리라 무척 아늑하다. 내부는 기존의 천장을 제거하고 층높이를 높여 서가로 단장했다. 삼각형 목조 지붕이 고스란하고 짙은 나무색과 창밖의 초록이 묵직하게 다가선다. 마치 성전에 들어와 있는 양하다. 그에 걸맞게 이곳 서가의 테마는 ‘관계’다.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의 관계를 묻는 책들이 반긴다. 또한 야외 테라스는 안과 다른 밖의 고요가 깃든다. 비탈과 접한 데크라 숲의 기운이 한층 우렁차다.●호수와 바다가 보이는 서가 울산대공원 지관서가가 숲이 빼어나다면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는 호수를 자랑 삼는다. 먼저 ‘박상진’이라는 이름이 궁금할 텐데 울산 지역의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 의사에서 기인한다. 1층은 필로티와 야외 바를 둬 호수 풍경을 장벽 없이 만끽하도록 했다. 2층의 서가는 영감(inspiration) 테마의 책들을 구비했다. 역시 호수 쪽 창가는 바 테이블이다. 책장을 넘기는 시간만큼 물멍의 시간이 길다.숲과 호수의 시간은 바다에서 잇댄다. 장생포 지관서가는 장생포문화창고 내에 있다. 30년 가까이 어류 보관용 냉동 창고로 쓰이다 방치된 공간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사업으로 변신했다. 1~5층까지는 미디어아트전시관, 기념관 등의 문화 공간이고 지관서가는 6층이다. 바다 쪽은 벽 전체를 유리창으로 구성했다. 파도가 넘실대는 장대한 바다는 아니고 육지 쪽 울산 산업단지로 흘러드는 물길이다. 그래서 더 의미 있다. 거대한 컨테이너 선박과 공장 굴뚝은 공업도시 울산의 역사를 상기하게 한다. 서가는 일부러 높이를 낮추고 네모난 형식으로 구성했다. 덕분에 실내 어디에서나 창 쪽 바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장생포 지관서가는 하루의 해가 질 때쯤 찾아가길 권한다. 내륙으로 스미는 바닷길과 울산 산업단지가 붉게 물든다. 해 진 후에는 하나둘 밤의 불빛이 켜지는 걸 기다려 좀더 감상해도 좋다. 장생포고래박물관까지는 약 1.5㎞다. 해변의 산책로를 따라 다녀옴 직하다.●건축가가 지은 책집의 자화상 예술을 좋아하는 이들은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가 제격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공공미술관 최초로 실감 미디어아트 전용관(XR)을 갖췄다. 아름다움을 테마로 하는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는 1층은 미술관 입구에 해당한다. 2층은 잔디 마당을 사이에 두고 미술관과 마주한다. 미술관 외벽을 장식한 프랑스 작가 제이알(JR)의 ‘우리가 영웅이다’가 눈에 들어온다. 평범한 울산 시민 250여명의 상반신을 촬영한 작품이다. 선암호수공원 지관서가는 ‘나이 듦’을 인생 테마로 한다. 선암호수공원 인근의 노인복지관 1~2층에 위치한다. 그런 까닭에 창밖으로 보이는 사계절의 변화마저 남다르다. 책을 앞에 두고 자연의 나이 듦을 읽는 듯하다. 지관서가는 SK의 사회공헌사업이다. SK가 재원을 대고 지자체가 공간을,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가 기획을 담당한다. 서울대 인문확산지원센터 등 전문가들이 북큐레이션에 참여해 서가의 구성이 알차다. 공간은 대부분 이소진 건축가와 건축사무소 리옹에서 디자인했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스토리텔링한 윤동주문학관과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천왕 산책 쉼터, 배봉산 숲속도서관 등 서울의 사랑받는 동네 도서관이 이들의 솜씨다. 자연에 몸을 기댄 건물은 그 지형의 일부처럼 스미는데 울산의 지관서가들 또한 다르지 않다. 신축이 아닌 기존 유휴 공간에 녹여 냈다. 여행의 잠잠한 쉼터로 이만한 데가 없다. 지관서가는 인문학 강좌도 자주 열린다. 그러니 계곡에 발 담그듯 책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 보는 건 어떨까? 베케이션을 너머 울산 북케이션(Bookation)이다. 유니스트 지관서가 오전 9시~오후 8시, 연중무휴 누리집 www.jigwanseoga.org/115
  • 한반도 허리가 잠겼다

    한반도 허리가 잠겼다

    흙탕물이 운동장 넘어 교실 덮쳐… 낚싯배 전복사고로 2명 실종 “자식 같은 소들을 놔두고 어떻게 혼자 대피할 수 있겠어요. 제 안전도 중요하지만 소들도 지켜야 하니 어떻게든 물길을 막아 보려고요.” 18일 오후 충남 당진시 신평면 신송2리 일대. 이날 오전에만 162.5㎜의 비가 쏟아지는 등 역대급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이곳은 물바다가 돼 있었다. 대부분의 논밭은 ‘호수’로 변했고 도로들 태반이 통제된 상태였다. 마을 옆 남원천에선 붉은 황토물이 당장이라도 마을을 덮칠 기세로 세차게 넘실대고 있었다. 당진시는 이날 오전 재난문자를 통해 ‘남원천 제방 붕괴 우려가 있다’며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주민 수십 명은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상태였다. 하지만 60대 주민 A씨는 축사에서 홀로 폭우와 싸우고 있었다. 축사 앞 도로는 이미 물에 잠긴 상태였다. 농장 주변으로 물이 불어나자 소들도 많이 놀란 듯 연신 ‘음매’ 소리를 내며 울어 댔다. A씨는 “30여 마리 소는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폭우에 소들이 놀랄까 걱정이다. 그나마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마을 주민 B씨는 “육십 평생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처음이다. 제방이 버티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더 많은 비가 내려 제방이 무너지면 시내까지 2㎞ 이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완식(당진2) 충남도의회 의원은 “아직 인명 피해는 없지만 호우에 대처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3일째 계속된 폭우로 서울과 수도권, 충남 지역에 본격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충남 서해안, 경기 남부 곳곳에서 하천이 범람하고 둑이 터져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주민 대피명령이 잇따랐다. 수도권 주요 도로와 철도도 물에 잠겨 한때 통행이 중단되며 시민 불편을 초래했다.이날 당진시 당진천이 범람하면서 황토물이 인근 탑동초와 당진정보고를 덮쳤다. 흙탕물은 운동장을 채우고 복도와 교실까지 들이쳤다. 폭우를 뚫고 등교했던 두 학교 학생 1900여명은 한때 교내에 고립되기도 했다. 당진정보고 교문은 반쯤 물에 잠겼다. 이 학교 재학생 임모(17)양은 “등굣길이 전쟁 같았다. 학교에 오고 30분 뒤에 물이 엄청나게 차올라 선생님들이 절대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수도권에서도 홍수 피해가 극심했다. 경기 오산시 오산천 탑동대교 수위는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대홍수경보 기준 수위인 4.20m를 넘어 4.96m까지 올랐다. 오산시는 오산천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발령했다. 인명 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10시 46분 경기 안성시 고삼면 고삼저수지의 낚시터에서는 폭우 속에 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실종됐다. 실종자들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한 도로에서는 오전 4시 49분쯤 차량 4대가 한꺼번에 고인 물에 고립됐다. 북부특수대응단이 긴급 출동해 보트를 타고 1시간 20여분을 수색한 끝에 50대 여성 2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산사태로 토사가 민가를 덮치고, 침수로 고립된 주택에서 80대 노인이 구조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경기 양주시 백석읍에서는 오전 2시 25분쯤 “산사태로 공사장 블록이 집을 덮쳐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112 신고가 접수돼 긴급 출동한 경찰이 일가족 4명을 대피시켰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서도 주택 침수로 갇혀 있던 주민 1명이 구조됐다. 이날 서울과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수도권에는 이틀째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전날 오후 3시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기 파주 380.9㎜, 인천 강화 367.2㎜, 경기 연천 군남 300.5㎜, 강원 동송(철원) 255.5㎜를 기록했다. 특히 파주는 시간당 최대 75.1㎜의 강하고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7시 20분을 기해 서울 전역에 내려졌던 호우주의보를 호우경보로 격상했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강북구·종로구·서대문구 등 3개 자치구에 산사태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서울 도림천·목감천, 경기 고양 공릉천, 파주 임진강·한탄강·포천천·차탄천·조종천에는 홍수주의보가, 동두천 신천·파주 문산천에는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오후 5시 기준 경기와 인천 유·초·중·고 128곳은 등교 시간을 조정하거나 단축수업, 휴업을 결정했다. 경기도에서 4곳이 휴업했고 36개 학교는 단축수업을 했다. 학교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117곳은 시설 피해를 봤다. 경기도 34개 학교에 물이 샜고 서울은 12개 학교가 누수, 1개 학교가 부분 파손됐다. 인천과 강원은 각 18개교와 6개교, 충남은 12개 학교가 침수되거나 부분 파손됐다. 이날 오후 동부간선도로 양방향 전 구간, 올림픽대로 여의상류나들목(IC) 및 63빌딩 진출 램프, 잠수교 등 주요 도로가 전면 통제되는 등 도로 통제와 쏟아지는 비로 퇴근길 도심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졌다. 시민들은 비바람과 싸우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모(34)씨는 “지하철역 플랫폼에 사람이 너무 많아 다시 버스를 타러 왔다”고 토로했다. 집중호우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던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는 도착 정보를 알리는 전광판에 ‘곧 도착’이라고 적힌 버스가 10분 넘도록 오지 않기도 했다. 고속도로와 철도 운행도 침수로 인해 한때 중단됐다.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 서울 방향 통행은 이날 오전 10시쯤 폭우로 인한 물고임으로 1시간 33분간 통제됐다. 지하철 1호선 양주 덕정역~연천역 구간과 경의중앙선 파주 문산역~도라산역 구간은 첫차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자동차 침수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12개 손해보험사가 집계한 집중호우 차량 피해는 2941건이며 추정 손해액은 269억 95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여름철(6~8월) 발생한 자동차 침수 피해 규모를 불과 12일 만에 뛰어넘었다.
  • 양치승 “살려달라” 호소…4억 대출 헬스장 보증금도 못 받아

    양치승 “살려달라” 호소…4억 대출 헬스장 보증금도 못 받아

    유명 연예인들의 헬스 트레이너로 알려졌던 양치승이 4억원의 대출을 받아 시작한 헬스장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표영호 TV’에는 ‘길거리 나 앉게 생겼는데 너무 답답합니다. 성실하게 운영하던 헬스장이 하루아침에…’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표영호가 양치승을 만나러 가는 모습이 담겼다. 양치승은 강남구가 제기한 건물인도 소송에서 패소했다. 헬스장을 건물에서 빼야 하는 처지에 놓인 그는 그간의 상황을 전부 이야기했다. 양치승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곳이었다. 마트 자리였는데 마트가 장사가 안돼서 나가니 체육관을 해보라고 하더라. 너무 좋았다. 미국처럼 1층에 헬스클럽 하는 게 꿈이었다”면서 “돈이 모자라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서 들어왔는데 1년 만에 코로나가 터졌다”고 전했다. “모아둔 (적금) 같은 것도 다 깨서 겨우 (코로나19를) 버텼다”고 밝힌 그는 “너무 힘든 상황인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더라. 알고 보니 땅이 강남구청 거였다. A 업체가 그 위에 건물을 짓고 20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 권한을 받았고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약 시에 그 얘기를 나한테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치승은 “2019년 1월에 계약해 2021년 11월에 계약 만료였고, 임차 계약은 2년씩 자동 연장이었다”면서 계약 당시 A 업체 측에서 “10년, 20년 오랫동안 하라. 돈 좀 벌어보라고 했다”며 억울해했다. 그는 “업체가 주인인 줄 알고 임대차계약서를 썼다”면서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을 떼지 않았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지인을 통해 왔고, 업체가 당연히 주인인 줄 알았다. 업체와 구청 사이에 계약이 있었던 걸 설명해주지 않으니 몰랐다”고 했다. 양치승은 “헬스장은 규모가 크고 장비가 있지 않냐. 시설 투자하고 코로나19까지 견뎠는데…”라면서 “구청에 얘기했는데 담당 과장이 ‘사정은 다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투자한 것도 있고 대출금도 못 갚았다”면서 “A 업체는 보증금도 안 주고 있다. 돈이 없다고 1년 6개월간 안 주고 있다. 보증금도 못 받고, 대출금도 많이 남은 상태인데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양치승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는 “주택담보대출로 받은 4억원을 이 헬스클럽에 투자했다. 회원들에게 환불도 해줘야 하는데 힘들다”고 말했다. 회원들에게 환불해 줄 돈이 있냐는 질문에는 “환불해 드리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런 것 때문에 지금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내가 힘든 건 내가 힘든 거고 당연히 해드려야 한다. 차를 팔든 어떻게든 당연히 해드려야 한다. 하지만 쫓겨나면 사실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긴 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끝으로 그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하니까 멍하더라. 내쫓기고 보증금도 못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강남구청장을 향해 “코로나 버티고 안 좋은데도 열심히 살고 있다. 체육관 한 번만 살려달라.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 [마감 후] 안녕, 스마트폰

    [마감 후] 안녕, 스마트폰

    “‘안녕, 스마트폰’은 너무 명랑하고 밝은 느낌 아닐까요.” 디지털 디톡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주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압박감은 별의별 제목들을 양산했다. 스마트폰과 이별하는 중, 스마트폰 죽이기, 스마트폰 화면이 6인치라서 붙여진 ‘6인치 세상을 넘어’ 등. 결국 기획 시리즈의 제목은 ‘안녕, 스마트폰’으로 결정됐다. 2007년 1월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이후 수많은 소셜미디어(SNS)와 각종 앱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심각해졌다. 가족들끼리 모여도 서로의 얼굴보다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6인치 안 화면에서는 유튜브, 포털사이트, 틱톡, 인스타그램 등 저마다 펼쳐지는 세상도 다르다. 각자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진다.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느라 대화를 나눌 시간도 딱히 없다. 대화 단절이나 확증 편향이 공고해진다는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은 도파민을 분비하고, 전두엽을 자극한다. 오래 사용할수록 더 강하고 새로운 자극이 있어야 만족하게 된다. 중독이 심화하면 도파민을 주는 강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는 ‘팝콘브레인’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기억력·문제해결 등 주요 두뇌 능력 감퇴,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우울증까지도 불러온다. 특히 두뇌가 발달하는 때인 아동과 청소년기에 스마트폰 중독은 더 위험하다. 도파민이 비정상적으로 과다분비돼도 이를 스스로 조절할 능력이 없는 이들의 중독이 심화하면 ‘자극 추구’만이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아이는) 내가 낳았지만 유튜브가 (아이를) 키웠다’는 우스갯소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중독이 위험한 건 누구나 알지만, 거리두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리고 변화가 있긴 한 걸까. 취재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 줄이기 실험에 참가한 네 가정의 구성원은 실험 초기 도파민 부족과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실험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사용 시간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다. 대화가 늘어났고, 함께 여행을 가고 산책하러 가게 돼서다. 무엇보다 중독의 증거를 ‘숫자’로 직접 마주하니 “무서웠다”며 “변해야만 한다”고 했다. 스마트폰을 버리거나 무작정 기술로부터 도피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명하게 스마트폰을 쓰려는 이들은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더 많았다. 스마트폰이 울리는 것처럼 느끼는 ‘유령 진동 증후군’을 앓다 독서를 시작한 30대 직장인. 전화와 문자만 가능한 ‘바보폰’을 쓰는 20대 청년. 주말이면 금욕상자에 스마트폰을 넣는 가족까지. ‘안녕’은 편한 사이에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건네는 인사말이자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을 의미한다. 대단한 이야기를 다루는 건 아니지만, 우리 일상과 밀접한 이 이야기를 통해 스마트폰과 만나고 헤어지는 게 쉬워지길. 또 스마트폰과 건강하고 안녕한 관계를 만들 수 있길 바라 본다. 홍인기 사회부 기자
  • “국회가 다 쥐고 있으면 싸움만… 시장·공동체·국가 기능 재분배를”[박성원의 직설대담]

    “국회가 다 쥐고 있으면 싸움만… 시장·공동체·국가 기능 재분배를”[박성원의 직설대담]

    여야가 연일 ‘채상병특검법’과 검사 탄핵안, 윤석열 대통령 탄핵청원 청문회 등을 놓고 극한대결을 벌이고 있다. 국정 운영 자체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고 학계, 정부, 경제, 정치 현장에서 굵직한 역할을 맡으며 국정의 성공과 실패라는 주제와 평생 씨름해 온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만나 본 이유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 사옥에서 진행됐다.―국회의 파행과 대결로 경제·민생은 물론 국가 미래와 생존에 필요한 정책·법안들이 모두 고사될 상황이다. “의회제도가 갖는 한계가 있다. 저출생·고령화, 금리, 인적자원 양성, 산업 구조조정 문제 등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가 빠르게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국회가 전문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 특히 중앙집권이 강한 한국에선 정부와 국회가 다 쥐고 있으니 문제 해결이 더 안 된다. 서로 네 탓이라며 상대를 비판하는 것으로만 풀려고 한다. 시장, 공동체, 국가의 기능 재분배가 필요하다.” 김 회장은 여야 갈등을 조선시대 당쟁에 비유했다. 조선 중기 이후 유통업,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던 농경시대형 왕정에서 서로 네 탓을 하면서 당쟁이 생겨난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런 국회에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 다 들어가도 맨날 저 모양 저 꼴로 싸움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가 시비만 하다 보니까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뒤에 가 있고, 항상 앞에는 말꼬리 잡고 싸움하는 꾼들만 나와 있다.” ―민주당은 수사기관 무고죄, 판검사의 법왜곡죄 등 형사사법 입법과 추경 요건 확대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 행정 각부 시행령의 국회 수정·변경 요구권 도입 등 입법·행정·사법의 거의 모든 시스템을 손볼 기세다. “다수니까 맘대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선출된 권력이라고 자기 맘대로 해선 안 된다. 자기들이 수사받고 있다고 검사를 탄핵한다는 게 말이 되나. (한숨을 쉬며) 한쪽(여당)이 성하면 이런 짓 못 하지. 얼마나 얕보였으면…. 이런 짓 해도 또 당선된다고 믿는 거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촉구하는 국회 청원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모녀까지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를 하겠다고 하는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탄핵인가?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뭐가 달라졌나. 힘 없고 돈 없는 사람이 잘살게 됐나?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했나? 산업구조가 강해지고 출산율이 올라가기라도 했나? 진영논리와 패권주의, 대중영합주의만 더 기승을 부리고 있지 않나.” 김 회장은 민주주의 이론의 석학인 필립 슈미터 전 시카고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야당의 탄핵 추진 움직임을 비판했다. “국내 어느 인사가 슈미터 교수에게 촛불시위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시민에 의한 명예혁명’이라고 말을 했더니 슈미터 교수는 ‘그건 혁명이 아니라 같은 성격을 가진 정치세력 간의 권력이양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또 다른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았을 뿐이라는 말이다. 서로 상처만 주고, 이념과 지역의 골만 깊게 했을 뿐인 탄핵은 이제 국민을 쉽게 동원할 수도 없다. 헌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어찌 됐건 ‘교착정국’을 타개해야 할 국정의 최고책임자는 결국 대통령인데, 지지도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머물러서는 국정 동력이 생기기 어렵지 않을까.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는 여대야소라 해도 3년쯤 지나면 일사불란하게 대통령을 밀어 주지 않는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은 임기 중간쯤 지나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을 믿고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을 설득해서, 그 지지를 획득해서 그걸 갖고 의회를 압박해야 한다.” 김 회장은 ‘국민 설득’의 전제조건으로 “대통령에게 시빗거리가 없어야 하고, 그런 것들을 빨리 해소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대한민국 문제가 얼마나 많은가. 시빗거리를 해소해 주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대통령이 국민을 끌고 가겠나.” ―윤 대통령이 야당에 가장 크게 발목이 잡혀 있는 건 채상병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문제 같은데. “디올백이, 도이치모터스가 사라져도 시비를 계속 걸 것이다. 그런 정도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감당해야 할 문제다. 도덕적 문제가 걸려 있으면 빨리 설명하고, 사과할 건 하고 가야 한다. 더이상 확산될 명분을 없애 버려야 한다.” 김 회장은 ‘물러서는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과는 내가 잘못해서만 하는 게 아니다. 사법적으로는 내가 잘못한 게 없으면 끝까지 가야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다소 억울하더라도 한발 물러설 때가 있는 게 정치다. 이건 사법의 영역도, 정의의 영역도 아니다. 지금 다른 영역들이 너무 많이 밀려 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정책 면에서도 대국민 설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비에 걸려 휘청거리다 제대로 못한 게 많다. 의사 정원 문제만 해도 의사 숫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몇 명이고 우리는 몇 명이라는 식의 숫자 비교만 할 게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메디컬사이언스·메디컬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 이런 쪽으로 가야 한다, 이런 쪽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길을 터줘 가면서 의사 숫자를 늘려 가면 의사들도 저렇게 저항 안 하고 갈 수 있는데…. 동해 유전도 단순히 얼마짜리 이렇게 갈 게 아니다. 우리가 석유가 필요한 건 경제성도 경제성이지만 무엇보다 에너지안보 차원이다, 이렇게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 지지를 얻어서 정치권을 끌고 가야 한다.”탄핵정국, 누구를 위한 것인가박근혜 탄핵 후 패권주의 기승 네 탓만 하던 조선 당쟁과 비슷이순신·세종대왕 와도 싸울 판 거야, 선출됐다고 맘대로 하나진영 위한 탄핵은 결국엔 실패 자유주의 실현으로 위기 극복을尹, 시빗거리 해소해 국민 설득억울해도 한발 물러서는 게 정치정책기획위 같은 ‘브레인’ 필요철학·깃발 없는 보수 공부할 때규제완화·지방분권 성공시켜야 ―국민의힘의 7·23 전당대회 이후 당정 관계는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는지. “앞으로 대통령 지지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다. 올해 정기국회 끝나고 다음 대선 구도가 가시화돼 갈 때 대통령 지지도가 안 올라가면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다. 대선을 하려는 사람들의 차별화 시도가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총선 이후 예고됐던 인적 쇄신이 아직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윤 대통령의 철학은 자유주의 원칙, 시장과 공동체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국가권력을 줄이고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방분권과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그런 철학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그 일에 맞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최근 서방 주요국 선거에서 집권당의 잇따른 패배의 공통 요인으로 경기침체와 고물가, 일자리 쇼크 등 민생·경제 악화를 불러온 경제정책 실패가 지적되고 있다. “국가의 처리 능력은 제한돼 있고 정부의 실패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다. 국가 실패의 가장 뚜렷한 증거는 첫째 국가부채와 통화량 증가, 인플레이션이고, 둘째는 국가 지도자들의 신뢰도, 지지도 하락이다.” 김 회장은 국가 실패의 극복 방법으로 자유주의 정신의 구현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가 35번 들어간 윤 대통령의 취임사를 다시 한번 읽어 보라. 자유주의 정신이 다 들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벙벙하게 떠다니니 답답한 거다. 장관들이 내각에서 받쳐 주고 당도 자유주의 입법을 하고, 자유주의로 가면 나라가 어떻게 가는지 설명해 주고, 시장은 어떻게 키우고, 관치는 어떻게 줄일 것인지 설명해 줘야 하는데, 지금은 철학과 깃발이 없는 당 같다. 그걸 제대로 못하니까 저 야당이, 자유주의와 반대로 가는 국가주의 정당이 우습게 알고 멋대로 하는 거다. 국가주의 폐해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자유주의 접근을 제시해야 한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도 역사에 대한 낙관을 잃지 않았다. “우리 역사는 자유주의 쪽으로 흐른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있고, 결국은 자유주의를 중시하는 보수가 이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가 공부를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자유주의는 사회적 안전망까지 갖춘 자유주의다. 경제공학만 집어넣거나 반공주의적 자유주의만 넣어서 오염되다 보니 적절한 상징성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자유주의 지도자가 나왔는데도 여기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 상징성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건가. “과거 정부엔 정책기획위원회가 있었다. 브레인 집단은 있어야 한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 정권을 그냥 넘겨주면 윤석열 정부가 다음 대선에서 심판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기치, 상징,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 정책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주의 기조와 관련된 것인데, 규제완화와 지방분권·지역균형발전을 들 수 있다. 규제완화는 시장을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가 있고, 지방분권·지역균형발전엔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그 역량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최근의 ‘밸류업’ 프로그램 또한 기업 가치 제고를 막고 있는 여러 모순을 바로잡아 시장이 성장과 분배를 위한 순기능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결국 누가 하느냐 하는 사람의 문제일 텐데. “과거 김영삼·김대중 시대만 해도 가신이라고 해서 주군과 생사를 같이하고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다음 노무현 때는 동지의 시대였다. 분권이다, 균형발전이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서로 이권만 주고받는 권력적 이해관계로만 모여 있게 됐다. 윤 대통령은 가신은 물론 동지를 모을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정치는 이상과 명분, 가치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정치를 오래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 김병준 회장은 노무현 정부서 부총리·교육장관 역임 尹후보 캠프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1954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다. 영남대 정치학과, 한국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교수와 대학원장을 지낸 뒤 노무현 대선후보 정책자문단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냈다. 2018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2021년 윤석열 대선후보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거쳐 2023년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박성원 논설위원
  • [단독] 폰을 내려놓자, 가족이 보였다[안녕, 스마트폰]

    [단독] 폰을 내려놓자, 가족이 보였다[안녕, 스마트폰]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찾는 존재가 있다. 건강 상태 확인부터 물건 구매, 정보 검색, 길 찾기까지 해결해 주는 ‘손안의 비서’다. 나를 ‘세상’과 연결해 주지만 때로는 ‘사람’과 멀어지게 하는 이것.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등장 후 삶은 빨라졌고 편해졌다. 부작용도 커졌다. 일상을 의지하니 인생까지 의존하게 될까 걱정이다. 스마트폰이 내 삶의 독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는 많다. 서울신문은 스마트 기기 과의존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스마트 기기를 건강하게 사용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담아 ‘안녕, 스마트폰’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네 가족 체험기 #고통 #도파민 급구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겠다고 야심차게 마음먹은 전국 각지 네 가구의 일상을 6월 10일부터 28일까지 밀착 관찰했다. 첫째 주는 기존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둘째 주는 스마트폰을 최대한 멀리했다. ▲가족과의 소통 ▲심리적 변화 ▲신체활동 등을 매일 점검했다. 스마트워치의 도움을 받아 수면의 질이나 심박수 등도 측정했다. 실험 초기 ‘도파민 부족’과 일상 속 불편함을 호소하던 가족들은 실험이 끝난 후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 보고 앉게 됐다”고 했다.#스마트폰 과의존 #이제라도 제대로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요.” 초등교사 부부 박현수(34)씨와 김선진(35)씨가 실험에 참가한 이유다. 언젠가부터 부부의 다툼 원인은 스마트폰이었다. 현수씨는 식사 중 스마트폰을 보는 아내에게 “그만 좀 하지”라며 쏘아붙일 때가 많았다. 식사 후 침대에 누워 남편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 이번엔 선진씨가 “당신이 그런 말할 처지야?”라고 되받아쳤다. 그래도 두 사람은 실험 참가 의지가 가장 강했다. 실험 기간 현수씨가 줄인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3시간 53분. 개인 기준 실험 참가자 중 성적 1위다. 선진씨도 8시간 1분에서 4시간 34분으로 확 줄였다. 현수씨는 ‘스마트폰 과의존 자가 진단’에서 23점이 나왔는데 이번에 15점으로 낮아졌다. 선진씨(24→19점)도 마찬가지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스마트폰 과의존 자가 진단은 10문항으로 구성돼 있는 설문조사 형태의 점검표다. 성인의 경우 29점 이상이면 고위험군, 24~28점은 잠재적 위험군, 23점 이하면 일반 사용자로 분류된다. 몸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스마트워치 측정 결과 현수씨의 최대 심박수는 115.8bpm에서 93.2bpm으로 낮아졌다.노승훈 청담율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스마트폰 사용이 줄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감소하고 심박수 하락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며 “뇌가 쉴 수 있게 되면 정신적 피로도와 수면 상태도 개선될 여지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수씨의 깊은 수면 시간은 하루 평균 44.4분에서 53.2분으로 늘었다. 현수씨도 “확실히 피로도가 줄어든 게 느껴진다. 마음도 평온하다”고 했다. #멀어지는 우리 사이박현수·김선진 부부식사 중에도, 침대에서도 스마트폰가족 간 대화 중에도 시선 못 떼부부 모두 ‘과의존 잠재적 위험군’“이대로는 안 돼” 강한 참여 의지사용시간 하루 3시간 53분 줄여 스트레스 줄고 깊은 수면은 늘어 성공적인 ‘디지털 디톡스’였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둘은 첫날부터 고비를 겪었다. 현수씨는 실험 첫날(지난달 20일) 스마트폰을 1시간에 수십 번 쳐다봤다. 지루해서 책을 꺼내 들었다. 스마트폰을 사 달라고 조르던 두 딸 소민(7), 소윤(4)양도 방에서 책을 들고 나왔다. 이때만 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중력은 30분 만에 바닥났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이 유독 거슬렸던지 선진씨가 갑자기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현수씨도 함께 미뤄 둔 설거지와 빨래를 했다. 짧은 독서와 폭풍 집안일로 어색하고 날 선 이틀을 겨우 보냈다. 자극 없는 일상이 조금 익숙해진 지난달 22일. 주말이 되자 위기가 왔다.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 부부는 두 딸과 대형 마트에 갔다. 계획에 없던 쇼핑몰에 들러 옷을 사는 등 충동구매도 했다. 피로가 쌓인 주말 저녁, 끝내 유혹에 졌다. 스마트폰을 만지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1시간이 지났다. 얼른 다시 내려놨다. 괄목할 만한 변화도 있었다. 대화할 때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게 됐다. 선진씨는 “아이들이 말을 걸 때 스마트폰을 보느라 ‘응, 응’ 하며 건성으로 대답할 때도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미안하더라”며 “가족 간 대화가 느니 아이들의 애정 표현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변화를 절감한 현수씨 부부는 여전히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폰 타령을 하던 두 딸의 투정이 사라진 걸 본 선진씨는 “올바른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을 길러 주는 데 부모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며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끊으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발목 잡은 로블록스 #게임은 절대 못 잃어 #부모는 얼떨결에 디지털 디톡스 #가족끼리 공원 산책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동균(11)이의 ‘게임 중독’을 막으려고 임진혁(42)·권미선(44)씨 부부는 실험에 참가했다. 하기 싫다는 아들을 달래고 설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험 2일차인 지난달 18일. “스마트폰을 못 하니깐 자는 것 말곤 할 게 없어요.” 일찍 잠자리에 든 동균이가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났다. 2~3년 전까지 즐겨 했던 레고 장난감도 다시 꺼냈다. 진혁씨 부부는 아들과 공원 산책도 했다. 평소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었다. 엄마는 “감격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렇게 성공이 보이는 듯했다. #게임 중독을 막아라임진혁·권미선 부부초등 5학년 “게임 안 하니 일찍 자”유튜브 안 보고 블록·가족과 산책주말 고비 ‘로블록스’ 유혹 넘어가“게임해야 친구들과 놀 수 있어요”부부는 사용 시간 절반으로 줄여식탁에 모여 “휴가 어디 갈까” 수다 하지만 동균이는 주말에 무너졌다. 미선씨는 “그놈의 ‘로블록스’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며 “평일 잘 참다가…”라고 씁쓸해했다. 동균이의 일주일간 로블록스 접속 시간은 7시간 27분. 실험 전주(7시간 20분)보다 오히려 7분 늘었다. 하루 평균 2시간 24분이던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13분 줄어드는 데 그쳤다. 로블록스는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고 다양한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직접 게임을 만든 뒤 친구들과 함께 그 게임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게임을 해야 친구들과 놀 수 있다”는 동균이의 ‘명분’ 앞에 디지털 디톡스 실험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해 1월 생일 선물로 사 준 동균이의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어 놓는 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실험으로 변화를 겪은 건 오히려 진혁씨 부부였다. 하루 5시간 23분씩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던 진혁씨는 일주일 만에 3시간 10분으로 사용 시간을 두 시간여 줄였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8시간(실험 이후 5시간 3분)이나 됐던 미선씨도 잘 버텨 냈다. 부부는 첫주 “스마트폰이 없으니 시간이 안 간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유튜브가 없는 여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였다. 그래서 실험 2주차에 ‘이번 여름 휴가는 어디로 갈지, 무얼 할지’를 식탁에서 논의했다. 평소 과묵했던 아들도 밥을 먹다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진혁씨는 “스마트폰을 안 하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낼지 방법을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과의존 모녀 디지털 디톡스 도전 #포기 못 해, 인스타 #혼자만 시간 늘어남 #언젠간 성공할 테야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7시간 33분이나 됐던 엄마 전민수(44)씨. 청소년 참가자 중 가장 오랜 시간(4시간 9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민수씨의 맏딸 박주현(13·가명)양. 모녀는 스마트폰 과의존에서 벗어나고자 애썼지만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특히 주현이는 실험 참가자 중 유일하게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이전보다 늘었다. 엄마는 처음부터 실패를 예상했다. 주현이가 화장실에 갈 때도 들고 갈 정도로 스마트폰을 몸의 일부처럼 여기는 걸 알아서다. “엄마, 미안해. 과제 끝나고 나서 애들이랑 대화한다고 인스타그램을 더 했나 봐.”실험 중 주현이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4시간 55분으로 이전보다 46분 되레 늘었다. 왜 스마트폰을 더 사용했냐는 질문에 주현이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무조건 써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은 ‘친구와 마음을 나누는 통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서로를 태그해 대화하고, 유행하는 쇼츠나 릴스도 친구들과 함께 찍어 올린다. 주현이는 “스마트폰을 안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면서도 “그렇다고 애들이랑 어울리는 걸 포기할 순 없다”고 했다. #하루에 7시간 33분전민수·박주현 모녀40대 엄마 스마트폰 과의존 심해10대 맏딸도 하루 4시간 9분 사용“인스타그램으로 친구들과 대화”화장실 갈 때도 손에서 놓지 않아실험 끝나고 오히려 사용량 46분↑“어른도 어려운데 애들은 더 힘들어” 다행히 민수씨 본인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7시간이 넘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4시간 58분까지 줄였다. 카카오톡만 하루에 5시간 넘게 사용했던 민수씨는 의미 없는 단톡방부터 하나둘씩 나왔다. 알람이 줄었고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도 그만큼 줄었다. 귀가하는 시간이 각각 다른 만큼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스마트폰 사용을 더 많이 줄이기가 어려웠다. 아빠 박성욱(46)씨는 “평일 오후 9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온다”며 “회사일에 지쳐 퇴근 이후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며 멍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실험을 통해 가족들은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민수씨는 “어른도 이렇게 스마트폰을 조절하기 어려운데 애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마트폰을 뺏지는 못하겠지만 아이들이 저를 보고 깨달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실험을 계기로 주현이도 느끼는 게 있었다. 스스로 스마트폰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매일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확인하다 보니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 정말 유튜브는 좀 덜 보려고 해요. 저 그렇게 할 수 있겠죠?” 전문가들은 자신의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를 아는 것만으로도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하루 1시간 넘지 않기 #파워 J 엄마의 계획 #차박, 캠핑, 축구, 바다 #완전한 이별은 어려워 철저한 계획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의 유혹을 완전히 떨쳐낸 ‘모범 가족’도 있었다. 이숙경(43)씨 가족은 실험 참가자 가운데 유일하게 가족 구성원 모두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줄었다. 특히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시간을 오롯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바꾸기도 했다. #하루 1시간 넘지 말자이숙경씨와 초등 남매초등 6학년 “재밌겠다” 적극 참여‘파워J’ 엄마, 차박 등 철저히 계획스마트폰 ‘빈자리’ 쉴 틈 없이 채워혼자 있을 때도 유튜브 대신 산책가족 모두 ‘1시간 이내 사용’ 성공“안 쓸 수 없지만 적당히 거리 둘 것” 숙경씨는 처음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이겸(12)이가 실험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래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을 쉽게 놓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이겸이는 엄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게임하는 것만큼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이왕이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숙경씨는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성격유형검사인 MBTI에서 계획형으로 분류되는 ‘J’형이라 그런지 계획을 짜서 움직였다”고 했다. 우선 각자의 스마트폰을 모아 이른바 ‘금욕상자’(디톡스박스)에 넣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후 평일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고이 모셔 뒀던 보드게임을 하나씩 꺼내 질리도록 했다. 평소라면 스마트폰만 보고 있을 저녁 시간에는 온 가족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축구를 했다. 캠핑 축제, 해수욕장 등도 찾았다. 차박(차로 하는 캠핑)도 했다. 준비했던 계획을 모두 실행에 옮긴 덕에 지루함을 느낄 틈은 없었다.혼자만의 시간도 달라졌다. 방안에 틀어박혀 혼자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의 연예 뉴스를 즐겨 보던 숙경씨는 이제 시간이 남으면 양양 모노골 숲을 걷는다. 몸도 편해졌다. 실험 전 숙경씨의 깊은 수면 상태는 하루 평균 33.8분에서 48.5분으로 늘었다. 변화를 경험한 건 숙경씨뿐만이 아니다. 이겸이는 “집중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공부할 때 실수가 줄었다”며 “매일 푸는 국어·수학·연산 문제집에서 두 번이나 ‘올백’을 맞았다”고 자랑했다. 둘째 이엘(10)양도 “잠을 자면 중간에 꼭 한두 번 깨곤 했는데 실험 기간에는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다”고 했다. 숙경씨 가족은 2주간의 실험 이후에도 금욕상자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숙경씨는 “가족 모두 디톡스 기간을 늘리고 싶어 한다”며 “이전에는 스마트폰을 하느라 집에 있어도 영상에만 집중한 채 각자 다른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숙경씨는 실험에 참가한 2주간의 경험을 통해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실험 초반에는 내비게이션 앱이나 은행 앱, 포털사이트 검색 기능 등을 이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며칠 못 가 그만뒀다. 숙경씨는 “아이들과 여행을 가서 지나가던 분에게 길을 물으니 ‘요즘 같은 시대에 길을 묻는 사람이 있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은행 앱을 쓰지 않고 창구에 갔을 땐 대기만 30분 넘게 했다”고 말했다. 때로는 지도나 정보 검색을 하기 위해 아이러니하게 스마트폰을 다시 손에 쥔 현실에 웃기도 했다. 숙경씨는 스마트폰과 적절한 ‘안전 거리’를 찾기 위해 가족과 당분간 실험을 자발적으로 이어 갈 예정이다. “결국 스마트폰을 완전히 삶에서 뗄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래도 가족의 시간을 지배당하는 게 아니라 가족이 재미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이용하는 해법을 계속 찾아보려고요.”
  • 女개그맨 “과자 씹다가 혀 절단 사고…방송 중단”

    女개그맨 “과자 씹다가 혀 절단 사고…방송 중단”

    개그우먼 이현주(58)가 혀 절단 사고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17일 MBN 예능물 ‘속풀이쇼 동치미’ 측은 ‘개그우먼 이현주, 충격적인 혀 절단사고의 전말은? 그 후로 방송이 다 중단됐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이현주는 “과자는 내 남편의 주식이다. 오늘도 몇 봉지 챙겨왔다”고 말했다. 이어 “MBC에서 SBS로 이적했을 때다. 라디오 일정을 잡았는데, 생방송 전에 잠깐 여유가 있어서 치과 치료를 가볍게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현주는 “치과 치료 과정에서 마취를 시켰다”며 치과 치료 후에 침이 나와 불편하니 마취가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모여서 대본 연습을 하는데, 누가 과자 하나를 주더라. 아무 생각 없이 과자를 씹다 보니 뭔가 ‘질끈’ 이런 질긴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선혈이 낭자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피가 철철 내 입에서 나와서 대본이 흥건히 젖었다. 화장실에 가서 보니 거울로 보는 내 혀가 완전히 아작났더라”라고 밝혀 충격을 자아냈다. 이현주는 “마취 덜 풀린 부분과 과자를 감각이 없으니까 같이 씹어버린 거다. 놀라서 병원 응급실에 가서 다섯바늘을 꿰맸다. 나중에 아물면 방송도 복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조금만 쉬면 되겠지 싶었는데 그 다음부턴 발음이 안 되더라. 침이 줄줄 흘리고 원하는 대로 발음이 안 됐다”고 했다. 이어 “아시다시피 코미디언은 혀가 생명이지 않나. 말로 먹고사는 사람 아니냐. 너무 놀라 그 이후로 충격을 받아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우울증이 오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이현주는 “생계도 갑자기 자연스럽게 잘린 거다. 도태된 것이다. 코미디언이지만 가장 비극적이었던 게 혀 사고다. 약간 트라우마가 있어서 지금도 과자를 못 먹는다”고 덧붙였다. MC 최은경은 “말 제대로 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냐”고 물었다. 이현주는 “사실은 2년간 다른 사건도 겸해 완전히 방송계를 떠나서 2년간 병상에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기적이다”고 답했다. 이현주의 자세한 이야기는 20일 오후 11시 방송에서 공개된다. 한편 이현주는 1987년 MBC 제1회 전국 대학생 개그 콘테스트로 데뷔했다. ‘촉새 부인’ 캐릭터로 인기를 누렸다. 1987년 MBC연예대상 신인상, 1988년 MBC연예대상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왕성한 방송 활동을 하던 이현주는 28세에 비극적인 사고를 겪었다. 치과 치료 후 마취가 덜 풀린 상태에서 라디오에 출연했는데, 무의식중에 과자를 먹다 혀를 깨물어 절단된 것이다. 혀 절단 사고로 장애인 5급 판정을 받았다.
  • ‘이범수와 이혼’ 이윤진 “남편 복 없지만 딸 복은 있다”

    ‘이범수와 이혼’ 이윤진 “남편 복 없지만 딸 복은 있다”

    통역가 이윤진의 딸 소을이 영국인 연하 남자친구를 공개했다. 16일 방송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이제 혼자다’에선 배우 이범수와 이혼 소송 중인 이윤진과 딸 소을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소을은 “지금 13살이 돼 발리에서 중학교를 다닌다”며 “2023년 10월에 와서 발리 생활 6개월 차다. 발리 생활이 처음에는 무섭고 걱정도 됐는데 엄마와 둘이 잘 지내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리에서 만난 한 살 연하의 영국인 남자친구 리오와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소을은 “먼저 고백했는데 차였다. 그 후로 친구로 지내다가 같이 영화를 보러 갔다”며 “다시 진지하게 정말 좋아한다고 했고 너도 나 좋아하면 사귀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리오를) 그냥 좋아한다고 말했을 땐 ‘그렇구나’ 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사귄다고 얘기하니깐 엄마가 되게 좋아하고 귀여워했다”며 “엄마도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이윤진은 “소을이가 숨기지 않고 저한테 얘기해주는 게 너무 좋다”며 “딸의 연애사가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서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드라마 보는 것처럼 너무 재미있고 리오에게 ‘리 서방’이라고 부른다. 한국어도 가르쳐주고 너무 재밌다”라고 답했다. 이날 방송에선 소을의 학교생활도 그려졌다. 학교 대표로 모의 유엔(UN)대표단에 참석한 인증샷과 주니어 통번역 자격증을 딴 모습 등이 공개됐다. 이윤진은 “(소을은)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 인니어 4개국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금 더 안정적인 삶을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했다”며 “남편 복은 없을지언정 딸 복은 있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에 박미선은 “사람이 모든 복을 가질 수 없다”고 위로했고 이윤진은 “하나라도 복이 있으면 감사하다”고 밝혔다.
  •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젊은시절 사진 공개 [포토多이슈]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젊은시절 사진 공개 [포토多이슈]

    [포토多이슈] 사진으로 다양한 이슈를 짚어보는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연재물 7.23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17일 CBS가 주관한 4차 방송토론회에서 20세 안팎의 젊은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한동훈 후보가 공개한 사진은 1992년 여름 해외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 촬영된 것으로 곱슬머리에 안경, 목걸이를 차고 선박 난간에 기댄 채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담겼다. 나경원 후보는 서울대 법대 4학년 시절 MT 사진을 공개했다. 함께 사진을 찍은 이들에 대해선 “다 후배들이다. 남편도 같이 갔는데 어디 갔을까”라고 말했다. 나 후보의 배우자인 김재호 판사는 서울대 법대 동기 출신이다. 원희룡 후보는 고등학교 시절 까까머리에 러닝셔츠 차림을 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대학 오면서 서울로 와서 결혼할 때까지 자취를 해,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는 28사단 군 복무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윤 후보는 “사무실에서 20대 사진을 찾으라고 하니까 찾을 게 없어서 집에 가서 옛날 조지타운 대학 다닐 때 그걸 찾으려다가 사무실에 있는 게 저게 나와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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