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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판 마녀화형’ …20대 여성 불태운 교회

    ‘21세기판 마녀화형’ …20대 여성 불태운 교회

    사람에게 불을 지른다고 마귀가 쫓겨날까? 어이없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이런 퇴마의식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니카라과의 한 교회가 퇴마의식을 거행하다가 여자신도를 불에 태워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하늘비전'이라는 이름의 이 교회는 최근 뜰에 장작을 쌓고 퇴마의식을 거행했다. 이 교회에 다니던 여자성도 비쟈 트루히요(25)를 위해서다. 악령을 쫓는다며 여자를 기둥에 묶은 목사와 신자들은 장작에 불을 붙였다. 마녀화형을 연상케 하는 의식이다. 몸에 불이 붙자 여자는 "구해달라"고 고함을 질렀지만 목사와 신자들은 주변에서 기도를 올리며 퇴마의식을 끝까지 진행했다. 전신 80%에 심한 화상을 입은 여자는 의식이 끝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주일 만에 숨졌다. 사망한 여자의 남편은 교회를 살인혐의로 고발했다. 남편은 "목사와 신자들이 부인을 납치해 억지로 퇴마의식을 받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이 언제부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을 먹더니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악령이 들었다는 건 순전히 교회의 억지주장이었다"고 했다. 경찰은 퇴마의식에 참여한 목사와 신자 4명 등 5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신자 중 한 명은 "신의 계시로 여자에게 악령이 든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퇴마의식을 올린 것도 신의 계시였다"고 말했다. 목사는 그러나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마귀가 빠져나가는 순간 여자가 불이 있는 쪽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며 신체에 불을 붙인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의 교회는 종교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사비이단체로 확인됐다. 파블로 쿠에바스 니카라과 인권위원회 대변인은 "등록하지 않은 종교단체가 성행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종교단체의 등록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파란 서울 하늘 보고싶다

    파란 서울 하늘 보고싶다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방독면을 쓴 채 정부에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적인 교통 수요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반지의 여왕’ 김슬기, 이상형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 “강하늘”

    ‘반지의 여왕’ 김슬기, 이상형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 “강하늘”

    ‘반지의 여왕’ 김슬기가 배우 강하늘에 대한 사심을 거침 없이 드러냈다. 김슬기는 6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경영센터 2층 M라운지에서 진행된 MBC·네이버의 컬래버레이션 드라마 ‘세가지색 판타지-반지의 여왕’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김슬기는 이날 극 중 자신이 맡은 배역 모난희처럼 다른 사람에게 이상형으로 보일 수 있다면 누구에게 그렇게 보이고 싶냐는 질문에 “강하늘”이라고 답했다. 곧 이어 “아니다. 안효섭(극중 상대역)으로 해야겠다”고 정정해 웃음을 안겼다. 김슬기는 앞서 출연했던 KBS2 ‘해피투게더3’에서도 강하늘과 함께 로맨스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반지의 여왕’은 가문의 비밀이 담긴 ‘절대반지’를 손에 넣은 ‘노답청춘’ 흔녀 모난희(김슬기)의 상큼발랄 판타지 로맨스다. 6일 오후 11시 59분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웹버전이 공개되고, 9일 오후 11시 10분 MBC에서 첫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아프리카 상공에 나타난 ‘디멘터’, 알고 보니…

    아프리카 상공에 나타난 ‘디멘터’, 알고 보니…

    5일(현지시간) 허핑턴포스트는 최근 외신들이 전한 아프리카 남부 잠비아 키트웨 하늘에 나타난 ‘디멘터’ 사진은 가짜라고 보도했다.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유령을 닮은 ‘디멘터’가 포착된 곳은 키트웨 지역 무쿠바 몰 상공으로 길이 100m의 거대한 물체가 30분 넘게 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 잠비아 국영방송인 ZNBC의 폴 샤라라 기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포토샵으로 작업된 가짜 유령이며 가짜 뉴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영국 선도 “이 사진은 가짜이며 포토샵과 같은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로 합성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디멘터’ 사진은 가짜뉴스임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사진= Daily Star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부동산 투자포인트, 옥석 잘 고른 수익형부동산 ‘해답’

    부동산 투자포인트, 옥석 잘 고른 수익형부동산 ‘해답’

    11.3 부동산대책 여파로 주택시장 위축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반사이익을 누리는 수익형부동산이 갈수록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주택시장에 집중되면서 분양권 전매제한, 청약 재당첨 금지 등 규제를 받지 않는 수익형부동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오피스텔과 레지던스의 장점만을 결합한 신개념 수익형부동산인 ‘오피스텔형 레지던스’가 등장하며 오피스텔, 상가 등에 머물던 수익형부동산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오피스텔형 레지던스는 오피스텔의 장점으로 꼽히는 장기임대 수요와 환금성은 물론 레지던스의 장점인 합법적 숙박객실 운영과 우수한 상품성이 결합해 탄생한 새로운 개념의 수익형부동산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1.3 대책에 따른 대체상품으로 수익형부동산에 1,000조원을 넘어선 단기 부동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올해 부동산투자의 트렌드”라며 “특히 안정적인 수익률이 돋보이는 신개념 수익형부동산 오피스텔형 레지던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동산 투자포인트로 떠오른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익형부동산 시장에서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 11월 15일자로 에어비앤비에서의 오피스텔 거래가 금지됐다. 도시민박업은 건축법상 업무용인 오피스텔의 숙박업을 불허하고 있다. 또한 올해와 내년 사이 오피스텔 입주물량이 약 4만 실에 달해 공급과잉에 따른 임대수익 확보가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돼 대표적인 수익형부동산 상품으로 꼽히는 오피스텔은 다소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수익형부동산 대표상품인 상가 역시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아직도 세종시와 광교신도시 등 주요 신도시에서도 계약자를 찾지 못해 비어있는 상가들이 있다. 또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거대 쇼핑시설이 들어설 경우 일반 중소형 상가는 수요층 확보도 쉽지 않다. 이와 같이 수익형부동산 시장에서 대표적인 상품인 오피스텔과 상가에 대한 리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깊어진 고민을 해결한 대안으로 오피스텔형 레지던스가 눈길을 끈다. 오피스텔형 레지던스는 오피스텔의 장점인 장기임대 수요와 환금성 확보는 물론 레지던스의 장점인 합법적 숙박 객실 운영과 우수한 상품성이 더해져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객이 많이 찾아 숙박공유를 많이 하는 영종도가 각광받고 있다. 영종도는 복합카지노 리조트 개발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 등 굵직한 개발호재를 갖춰 신개념 수익형부동산 오피스텔형 레지던스의 유력한 투자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종하늘도시에서 오는 4월 공급될 신개념 수익형부동산 오피스텔형 레지던스 ‘(가칭)영종 씨사이드파크 레지던스’는 특별계획구역 3개 구역과 가까이 위치해 영종도의 핵심 개발지역으로 꼽히는 이른바 ‘골든블록’에 자리해 미래가치가 특히 기대된다. 특별계획구역에서는 3개의 복합카지노 리조트와 연계하여 국제적 복합 카지노 관광도시 건설을 위한 상업, 문화, 업무 및 관광휴게시설 등 의 다양한 복합개발사업이 계획돼 있다. 또한 영종하늘도시 중심상업지구 내에 위치하고 있어 풍부한 생활인프라를 자랑한다. ‘(가칭)영종 씨사이드파크 레지던스’는 영종의 대표공원인 영종 씨사이드파크 바로 앞에 위치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영종하늘도시 남쪽 해안도로 일대 177만㎡ 규모에 7.8㎞ 길이로 조성된 영종 씨사이드파크는 지난 1월 1일 공식 개장했으며 경관체험형존과 생태경관형존, 여가유희형존 등 3개의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4월부터는 레일바이크와 캠핑장도 운영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명예기자가 간다] 입석 정기권으로 세종시 출근하는 나, 얼굴 철판 깔고 ‘낚시의자’에 몸을 맡겼다

    [명예기자가 간다] 입석 정기권으로 세종시 출근하는 나, 얼굴 철판 깔고 ‘낚시의자’에 몸을 맡겼다

    # 월 60만원 열차티켓 감당 안 돼 할인권 “거, 너무한 거 아니에요. 이 좁은 데서 그러고 계시면 어떡해요.” “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급하게 처리해야 할 게 있어서요.”오늘도 어김없이 쏟아지는 항의. 하지만 이내 나는 노트북으로 고개를 떨군다. 아침 7시. 나의 출근 전쟁터는 서울에서 세종시 오송역으로 향하는 열차 안이다. 차창 밖으로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이내 의자를 젖혀 달콤한 아침잠을 청하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나는 날마다 열차를 잇는 통로에서 열 명이 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50분을 버텨내고 있다. 편히 앉아서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빠듯한 월급으로 한 달에 60만원에 이르는 기차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50% 할인을 받는 정기권을 이용하고 있다.문제는 그 정기권이 자유석이 원칙이지만 자리가 없어 늘입석이라는 점이다. 통로에 의자 2개가 있긴 하지만 이를 선점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겨우 생각해낸 것이 통로 한쪽의 짐칸 선반에 노트북을 펴놓고 기대어 허리를 맡기는 것이다. 짐칸에 떡하니 터를 잡고 있는 나를 향해 매일 아침 비난이 쏟아지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또 버텨본다. 살아야 하니까. 몸을 옴짝달싹할 수도 없을 만큼 좁아터진 통로에서 출근 전쟁을 하는 사람들은 나처럼 세종시로 향하는 공무원들이다. 대개는 스마트폰 하나에 의지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선 채로 용케 잠을 청하는 이도 있고 보고서를 들여다보거나 업무와 관련된 비상 통화를 하는 이도 있다. 한배를 탄, 아니 한 열차를 탄, 그것도 입석을 탄 고단한 공무원들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기에 짠하다. 하지만 고단함을 견디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피로가 누적되다 보니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좀더 편하게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러다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바로 ‘낚시 의자’다. 설마? 그 낚시 의자? 맞다! 가로, 세로 25㎝ 남짓한 낚시 의자에 몸을 맡겨 보기로 한 것이다. 태양의 후예 송중기는 천 번을 생각하고 한 번 행동했다지만 나는 세 번 정도 고민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살아야 하니까. # 열차 통로 의자 2개 선점은 하늘의 별따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낚시 의자를 꺼내 앉자마자 터진 웃음소리, 야유,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는 안타까움 섞인 위로 등등. 하지만 나는 얼굴에 두꺼운 철판을 겹겹이 두르고 버텨냈다. 그런데 낚시 의자에 앉아 출근을 한 지 3일째 되던 날, 며칠째 지켜봤다며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냐는 요청을 받았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퇴근하는 공무원의 이모저모를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아차차, 이건 아니다 싶어 단칼에 거절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낚시 의자를 접었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나의 출근용 의자는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 고단한 출근길…고안한 아이템에 야유 나는 또다시 짐칸에 기대 노트북에 의지하며 출근 전쟁 중이다. 노트북으로 매일 아침 올라오는 언론 동향을 파악하고 중요한 사안은 바로톡이나 문자로 보고하거나 직원들과 공유한다. 업무 관련 메일을 확인해서 답장을 보내고 전날 마무리하지 못한 자료 등을 매만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오송역에 도착한다. 아이들 학교 때문에, 집안 사정 때문에 세종시로 내려갈 수 없어 힘든 출근 전쟁을 선택했지만 아직은 버틸 만하다.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므로, 살아야 하므로. 장순애 명예기자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 사무관)
  • [김욱동 창문을 열며] 인공지능 번역은 가능한가

    [김욱동 창문을 열며] 인공지능 번역은 가능한가

    기계 번역 또는 인공지능(AI) 번역과 관련해 십여 전 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영어 속담 ‘Out of sight, out of mind’를 컴퓨터를 이용해 기계 번역을 시켰더니 뜻밖에도 ‘Confined to insane asylum’으로 해놓았다. ‘out of sight’라는 표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고, ‘out of mind’라는 표현이 정신 나갔다, 즉 미쳤다는 뜻이니 ‘정신병원에 감금시켜 놓았다’고 번역한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결과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훌쩍 지났고, 그 사이 인공지능 기술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만큼 많이 발전했다. 단적인 실례가 지난해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다. 구글 자회사인 인공지능회사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컴퓨터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이세돌 기사를 4승 1패로 이겼다. 이세돌 기사는 한 개인 기사가 패배한 것일 뿐 인간이 기계에게 패배한 것은 아니라고 애써 변명했다. 그런데도 인공지능이 지금껏 인간의 고유 기능이라고 간주해 온 논리적 사고와 추론에 도전장을 던진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번역 분야에서는 어떨까. 지난달 국제통번역협회와 세종대·세종사이버대는 AI 번역기와 인간 번역사들 사이에 번역 대결을 주최했다. AI 대표로는 구글 번역기, 네이버 파파고와 세계 제1위의 기계번역 기술업체인 시스트란의 서비스가 나섰다. 반면 인간 측에서는 5년 이상 경력의 전문 번역사 4명이 참여했다. 수백 단어 분량의 비문학(기사·수필)과 문학(소설) 구절을 영어·한국어 2개 언어로 옮기는 대결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뤄진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첫 번역 대결은 인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인간 번역사가 평균 합계 49점을 받아 19.9점을 받은 인공지능을 압도적으로 이겼다. 물론 평가가 불공정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AI의 번역 기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가령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는 ‘Time flies like an arrow’라는 영어 속담을 예로 들어보자. AI 번역기는 모르긴 몰라도 아마 ‘시간 파리는 화살을 좋아한다’로 옮길지 모른다. ‘시간 파리’가 무슨 의미냐고 따질지 모르지만 AI 번역기는 파리의 일종으로 파악하고 그냥 넘어갈 것이다. 더구나 ‘Flying planes can be dangerous’라는 영어 문장에 이르러서는 문제가 훨씬 더 복잡해진다. 변형문법을 창시한 노엄 촘스키가 언어의 표층구조와 심층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든 문장이다. ‘flying’을 ‘planes’를 수식하는 현재분사로 해석할 것인지, 명사절을 이끄는 동명사로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그 의미는 크게 차이가 난다. 전자로 해석한다면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는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후자로 해석한다면 ‘비행기를 이륙시키는 일은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숙달된 전문 번역가가 아니라면 이 두 가지 중 어느 쪽으로 옮겨야 할지 적잖이 헷갈린다. 전후 맥락을 잘 살펴서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자칫 오역할 위험이 아주 크다. AI 번역기는 알파고 같은 로봇과는 사뭇 다르다. 알파고가 인간처럼 사고력과 추리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간처럼 사물을 직관적으로 처리하고 감성을 지닐 수는 없다. 번역에는 무엇보다 직관과 감성이 필요하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속담이 있지만 번역에서만큼 이 말이 피부에 와 닿는 경우가 없다. AI 번역기는 신문이나 잡지 기사를 비롯해 과학 또는 기술과 관련한 논문, 광고 문안이나 상품 이용 안내서 같은 기술 번역 분야는 몰라도 적어도 문학 번역에서만큼은 아직 인간 번역사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인간이 자만할 수만은 없다. AI 번역기가 언제 직관력과 감성 기능을 갖추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먼저 손이 가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인간 번역사가 AI 번역기에 두 손을 들 날이 예상 밖으로 빨리 올지도 모른다.
  • 7일간 7대륙 7개 마라톤 완주한 ‘철녀’

    7일간 7대륙 7개 마라톤 완주한 ‘철녀’

    호텔 17시간 자고 기록 3일 단축 “달리기 중독… 해군 경력 도움”7일 동안 7개 대륙에서 열리는 7개 마라톤 대회의 풀코스를 완주하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여성이 해냈다. 리사 데이비스(48·미국)는 4만 달러(약 4600만원) 정도를 들이고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트리플 세븐(7-7-7) 퀘스트’에 성공했다. 데이비스는 지난 1월 25일 호주 퍼스(오세아니아)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아시아), 이집트 카이로(아프리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유럽), 미국 뉴욕(북아메리카), 칠레 푼타아레나스(남아메리카)에서 열린 대회를 거쳐 31일 남극에서 열린 화이트 콘티넨트 마라톤을 마지막으로 모든 풀코스를 완주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ESPN 보도에 따르면 종전 10일의 기네스 세계기록을 사흘이나 앞당겼다. 물론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다. 데이비스는 호주와 이집트에서는 탱크탑만 걸친 채 뛰었고, 남극에서는 손난로와 스키마스크에 온몸을 테이프로 친친 감고, 비행기에서 나눠 주는 양말까지 껴 신고 달렸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어깨만 으쓱거리며 “모두 42.195㎞뿐인 걸요”라고 답했다. 이어 “누구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해낼 것”이라며 “난 성취감을 만끽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난 달리기를 사랑한다. 만약 달리기가 불법 약물이라면 난 치유 프로그램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중독됐다”고 털어놓았다. 295㎞를 달리는 것도 힘들었다. 카이로를 달릴 땐 자신의 이름 철자를 떠올리며 버티려 했지만 생각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더욱이 하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만만찮았다. 18편의 비행기를 이용했는데 비행시간만 42시간 46분이나 됐다. 수속이나 짐 찾고 환승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얼추 110시간, 닷새 가까이 걸렸다. 일주일 동안 호텔에서 제대로 눈 붙인 것은 17시간뿐이다. 17세에 자원 입대해 24년 동안 해군에서 복무하다 2010년 퇴역하고 지금 재무관리 일을 하는 데이비스는 “군에서 잘 준비됐다. 처음 1년 동안 거의 매일 16~17시간씩 근무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종일 근무하고 종일 쉬기도 했다. 잠을 자지 않고 중요한 일을 하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생애 100번째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데이비스는 이번 대회에 1년 전 남편 윌리엄 페레스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은 1만 4000달러(약 1600만원)로 남극 8000달러(약 900만원) 등 참가비를 충당했다. 좋지 않은 오른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도록 비행기 1등석을 고집해 비용이 늘었다. 마음에 꽂힌 다음 대회는 호주로부터 떨어져 나간 질란디아 대회다. 93%가 남태평양에 잠겨 있어 여덟 번째 대륙으로 지목받는 이곳에선 내년 1월 최초의 ‘8-8-8 퀘스트’가 기다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서울옥션 올해 첫 메이저 경매… 장욱진 ‘독’ 최고가 관심

    서울옥션 올해 첫 메이저 경매… 장욱진 ‘독’ 최고가 관심

    내일 근현대·고미술 작품 246점 출품 시작가 6억 5000만… 낙찰땐 신기록서울옥션이 7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본사에서 올해 첫 메이저 경매를 실시한다. 제143회 미술품 경매에는 근현대 및 고미술 작품 246점(약 76억원어치)이 출품돼 새 주인을 찾는다. 이번 경매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작품은 대표적인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 장욱진(1917~1990)의 1949년 작품 ‘독’(45.1×37.7㎝, 캔버스에 유채). 향토색이 짙은 그림에 집중했던 초기 작품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형식은 물론 내용에서도 많은 의미를 지닌다. 가족과 자연을 소재로 작은 그림만을 그렸던 장욱진의 작품 중에서 비교적 대형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화면 가득히 큰 항아리를 배치하고 그 뒤로 작고 앙상한 나무를 걸쳐 놓고 화면 앞쪽에 까치 한 마리가 그려진 구도다. 이런 특이한 구도법은 화가의 작품들에 나타나는 구심성이 강한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이자 화가의 개성과 독창성이 잘 드러난 역작이다. 1940년대의 작품은 총 3점이 남아 있다. 해방 직후 김환기, 유영국 등과 함께 신사실파로 활동했던 장욱진은 이 작품을 비롯해 13점을 2회 신사실파 동인전에 출품했었다. 유명 컬렉터가 오랫동안 소장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의 시작가는 6억 5000만원으로 이번 경매에서 낙찰되면 작가 최고가를 경신하게 된다. 지금까지 장욱진 작품 최고가는 2014년 10월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에 출품된 ‘진진묘’(1970년작)로 5억 6000만원이었다. ‘진진묘’는 새벽 불공을 드리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그린 작품으로 아내를 모델로 종교적 주제의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번 경매에는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 외에 김환기,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이우환 등 단색화 거장들의 작품도 출품된다. 또 네덜란드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 뒤로 반 고흐와 그의 대표작 ‘까마귀가 있는 풍경’의 일부가 보이는 천경자의 ‘고흐와 함께’가 시작가 5억원에 출품된다. 고미술 부문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최초본이 1500만~4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7일에 7대륙 7개 마라톤 풀코스 완주 “그게 가능해?”

    7일에 7대륙 7개 마라톤 풀코스 완주 “그게 가능해?”

    미국의 48세 흑인 여성이 7일 동안 7대륙 7개 마라톤 대회 풀코스를 완주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월 호주 퍼스(오세아니아)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아시아), 이집트 카이로(아프리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유럽), 미국 뉴욕(북아메리카), 칠레 푼타아레나스(남아메리카)에서 열린 대회를 거쳐 남극에서 열린 화이트 콘티넨트 마라톤을 마지막으로 모든 풀코스를 완주한 리사 데이비스. 다른 5명의 남성, 2명의 여성과 함께 이른바 ´트리플 세븐(7-7-7) 퀘스트´에 도전해 성공했다. 이렇게 7대륙에서 열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데 정확히 7일 하고도 3분7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버지니아주 노포크의 자택에서 인터뷰한 ESPN이 지난 3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7일 넘게 소금간을 한 카라멜 에너지젤로 끼니를 때우며 호주와 이집트에서는 탱크탑만 걸친 채 뛰었고, 남극에서는 손난로와 스키마스크에 온몸을 테이프로 친친 감고, 비행기에서 나눠주는 양말까지 껴신고 달려야 했다.  기네스월드레코드는 이 희한한 기록도 인증하는데 여자 종전 기록은 열흘이 넘었다. 그녀가 사흘이나 단축한 것이다. 흑인여성으로는 최초다. 이렇게 힘든 대기록을 해낸 데이비스는 정작 어깨만 으쓱거리며 “모두 42.195㎞뿐인걸요”라고 답했다. 이어 “누구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해낼 것”이라며 “난 성취감을 만끽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난 달리기를 사랑한다. 만약 달리기가 불법 약물이라면 난 치유 프로그램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중독됐다”고 털어놓았다.  295㎞를 달리는 것도 힘들었다. 카이로를 달릴 때는 자신의 이름 철자가 떠오르지 않았다. 푼타아레나스에서 뛸 때는 생각보다 춥고 힘들어 걷기도 하며 다음날까지 달렸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7대륙 마라톤을 소화하려면 무엇보다 하늘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만만찮았다. 호텔에 돌아가 샤워할 시간도 없어 후닥닥 공항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18편의 비행기를 이용해야 했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실제 비행시간은 42시간46분9초가 걸렸다.  하지만 수속이나 짐 찾고 환승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얼추 110시간, 닷새 가까이가 걸렸다. 첫 도전지 퍼스에 도착하려고 자신의 집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텍사스 댈러스, 호주 시드니를 경유하는 33시간110분의 비행을 견뎌내야 했다. 일주일 내내 호텔 침대에서 제대로 눈을 붙인 시간은 17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24년 동안 해군에서 복무하다 2010년 퇴역하고 지금은 재무관리 일을 하고 있는 데이비스는 “군 생활이 날 잘 준비시켰다”고 돌아보고 “군에서 처음 1년 동안은 거의 매일 16~17시간씩 근무했다. 한달에 한 번은 종일 근무하고 종일 쉬기도 했다. 잠을 자지 않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17세에 해군에 자원 입대한 그녀는 매우 목표지향적이다. 하나의 석사학위에 박사학위도 둘이나 된다. 지난해 3월에는 버지니아주 뉴퍼트뉴스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생애 100번째 풀코스 완주를 해냈고 지난해 가을에는 하와이에서 열린 대회에 나가 50개주에서 열린 대회를 한 번씩은 다 뛰었고, 이번에 ´트리플 세븐 퀘스트´를 달성했으니 해트트릭을 달성한 셈이라고 했다. 보통 세계 일주 마라톤을 즐기는 이들은 전세기를 이용하고 요리사와 의료진을 대동하는데 대략 4만달러(약 4600만원)가 든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1년 전 남편 윌리엄 페레스가 생일 선물로 준 1만 4000달러(약 1600만원)로 모든 대회 참가비를 충당했다. 남극 화이트 콘티넨트 마라톤은 참가비가 8000달러(약 900만원)였다. 하지만 그녀는 비행기 안에서 피로를 푸는 것이 기록 단축의 관건이라고 판단해 비행기 좌석을 1등석으로 구입해 모두 3만 6000달러(약 4100만원)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오래 전 롤러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져 다친 오른 무릎을 쭉 뻗을 수 있도록 1등석 중에도 가장 넓은 여유공간이 주어지는 좌석을 고집했다.  그녀가 다음 출전하는 대회는 5월 중국에서 열리는 만리장성 마라톤. 5164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러나 그녀가 진짜 기대하는 대회는 과학자들이 최근 여덟 번째 대륙으로 발견한 질란디아, 호주로부터 떨어져나와 93%가 남태평양에 잠겨 있는 곳이다. 내년 1월 최초의 ´트리플 에이트(8-8-8) 퀘스트´가 추진 중이다. 데이비스는 마냥 들떠서 “관심있어요. 아주 관심있어요. 사로잡혔어요”라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해리포터 유령 디멘터와 닮은 미스터리 형상 포착

    해리포터 유령 디멘터와 닮은 미스터리 형상 포착

    마치 소설과 영화 속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유령을 닮은 형상이 하늘에 나타났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 등 해외언론은 아프리카 남부 잠비아의 북부도시 키트웨 하늘에 뜬 기이한 형상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한눈에 봐도 사람 모습을 한 이 형상은 구름과 어떤 검은 물질이 섞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지만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아즈카반이라는 감옥을 지키는 유령인 디멘터와 너무나 유사한 모습. 한 목격자는 "당시 쇼핑센터 위에 이 형상이 30분 간 떠 있었다"면서 "이를 지켜본 사람들 중 일부는 기도를 하고 또 일부는 무서워 도망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디멘터와 너무나 비슷한 모습에 일부 언론에서는 합성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 언론은 "하늘 위에 뜬 기이한 구름의 사진을 포토샵으로 작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이성계 조상 이안사, 170가구 이끌고 이주한 ‘군왕의 땅’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이성계 조상 이안사, 170가구 이끌고 이주한 ‘군왕의 땅’

    강원도 삼척의 준경묘(濬慶墓)와 영경묘(永慶墓)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편안하지 않다. 두 무덤이 있는 미로면은 태백산맥 동쪽 경사면에 해당한다. 삼척에서 태백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를 타고 오르다 보면 도계읍 못미처에 두 무덤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조금만 들어가도 화전민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은 산길을 다시 10분쯤 달려야 한다. 3월 초라고는 해도 태백산록의 아침 공기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그런데 활기리에 접어들면 갑자기 훈훈한 기운이 느껴진다. 산골에 이런 데가 다 있을까 싶게 햇살이 거침없이 내리쬐는 개활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남도에서나 있을 법한 대밭이 태백산맥 중턱 여기저기에 보이는 것도 인상적이다. 마을 뒤편의 해발 1353m 두타산이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왕조를 창업한 이성계의 조상이 한때 자리잡았던 까닭을 수긍할 수 있게 된다. 준경묘와 영경묘는 태조의 5대조 이양무와 부인 삼척 이씨의 무덤이다. 활기리의 준경묘와 하사전리의 영경묘는 4㎞ 남짓 떨어져 있다. 중간쯤에 두 무덤의 공동 재실(齋室)이 있다. 제사 용구를 보관하고 제사 준비를 하는 집이다. 제구는 2015년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열린 ‘관동팔경 특별전-삼척 죽서루’에 출품되기도 했다. 자동차 길이 나기 전에는 어느 무덤으로든 가는 게 힘겨웠을 성싶다. 규모 있게 의례를 치르기란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었을 게다. 준경묘는 활기리 주차장에서 두타산 등산로를 따라 다시 1.8㎞쯤 걸어 올라가야 한다. 고갯마루까지 800m는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지만, 겨울에도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할 만큼 가파르다. 하지만 나머지 1㎞는 기분 좋은 산길이다. 준경묘 일대는 아름다운 소나무가 밀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의 적송(赤松)은 경복궁 복원에도 쓰였다고 한다. 줄곧 왕실의 성지(聖地)로 입에 오르내렸던 만큼 나무를 베지 못하게 하는 송금령(松禁令)이 철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윽고 준경묘 들머리에 접어들면 다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심심산골에 이렇듯 넓고 평탄한 땅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풍수지리를 들먹이지 않아도 죽은 사람의 안식처인 음택(陰宅)으로도 명당(明堂)이요, 산 사람의 보금자리인 양택(陽宅)으로도 길지(吉地)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왕릉보다는 조촐하게 꾸며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식 호칭인 묘(墓) 자체가 왕과 왕비의 무덤을 가리키는 릉(陵), 그 아래 왕세자와 왕세자비 등의 무덤인 원(園)보다 위계가 낮다.●태조 4~1대조 무덤은 릉으로 격상 반면 태조의 4~1대조는 목조·익조·도조·환조로 추존됐고 그 무덤도 릉으로 격상됐다. 함경도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덕릉·지릉·의릉·정릉이 그것이다. 그들의 부인인 효공왕후 이씨·정숙왕후 최씨·경순왕후 박씨·의혜왕후 최씨의 무덤 역시 안릉·숙릉·순릉·화릉으로 높여졌다. 5대조 무덤이 릉이 되지 못한 것은 성리학을 국시로 표방한 조선이었던 만큼 왕이라도 4대 봉사를 규정한 ‘주자가례’(朱子家禮)를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이성계 집안은 본관인 전주에서 대대로 살았다. 그런데 훗날 목조로 추존된 이안사가 20세 무렵 관기(官妓)와 얽힌 문제로 지방관과 다투면서 170가구를 이끌고 삼척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주에서 불협화음이 있었던 관리가 공교롭게 강원도 안찰사로 부임하자 일행은 다시 함길도 덕원으로 옮겨간다. 이성계가 함경도 사람으로 알려진 이유다. 삼척을 일종의 도피처로 삼은 것은 이양무와 이안사의 부인이 모두 삼척 이씨라는 것과 관계가 있다. 일대는 삼척 이씨의 세거지(世居地)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준경묘와 영경묘가 이양무와 삼척 이씨의 무덤으로 공인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일가가 삼척을 오래전에 떠난 만큼 주인이 누구라는 것은 전설일 뿐이었다. 태조는 한때 제사를 지내기도 했지만 무덤은 잊혀진 존재가 됐다. 두 무덤은 이후 성종 12년(1481)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등장하고 선조 13년(1580) 강원도 감사 정철이 지형도를 그려 정비를 청하면서 다시 전면에 등장한다. 정철은 풍수적으로 이양무의 무덤은 ‘만대(萬代) 군왕의 땅’, 삼척 이씨의 묘는 ‘천자(天子)를 낳을 땅’이라고 했다. 그런데 인조 18년(1640) 목조 부모의 무덤으로 삼척 대신 황지가 새로 떠오른다. 풍기에 사는 박지영이라는 사람이 꿈에서 무덤을 찾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지영은 ‘백두산 정맥이 태백산에 결집한 길지로, 그 기운으로 조선의 왕업이 시작되었는데 간악한 백성이 그곳을 다시 묏자리로 써서 선조의 신령이 안식을 잃었다’고 했다. 양란(兩亂)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그의 주장은 일시적으로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다시 삼척설(說)이 대세를 이루었다. 당대 사상가이자 문인이었던 미수 허목(1592~1682)은 삼척부사 시절 지역 문물을 엮은 ‘척주지’(陟州志)를 펴내면서 ‘미로리’(眉老里) 대목에서 두 무덤과 관련한 각종 기록을 정리해 싣고 목조 부모의 묘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미로면(未老面)이 당시는 미로리였음을 알 수 있다. 눈썹 미(眉)자가 아닐 미(未)자로 바뀐 것은 높여야 할 사람과 같은 이름을 쓰지 않는 피휘(避諱) 때문이었다. 한편으로 전주 이씨들은 삼척에 사당을 세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폈다. 집안의 시조 이한을 모신 조경묘(肇慶墓)를 영조 47년(1771) 전주에 건립하는 데 성공한 이들의 다음 목표는 목조 부모의 무덤을 제대로 대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당을 세우자는 주장은 물론 활기촌에 사적비(事蹟碑)를 세우자는 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황제에 오른 고종이 대대적 정비 삼척의 무덤은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오르자 위상이 달라졌다. 이듬해 “삼척 무덤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상소에 고종은 “먼 조상을 추모하고 장구하게 잘 모시려는 정성은 필부에게도 있는데 황제의 가(家)이겠는가” 하고는 대책을 명한다. 이때 준경과 영경이라는 묘호가 주어졌고, 제향을 위한 건물과 사적비가 세워졌다. 활기동에는 재실과 함께 고종의 친필로 ‘목조대왕구거유지’(穆祖大王舊居遺地)라 새긴 비석도 세웠다. 5대조의 무덤으로 공인한 데는 정철과 허목의 명망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결국 준경묘와 영경묘의 정비는 대한제국 선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사실상의 5대 봉사에 나설 수 있었던 데는 천자는 6대조까지, 제후는 4대조까지 제사 지낼 수 있다는 ‘예기’(禮記)의 왕제(王制)를 근거로 삼았을 것이다. 같은 차원에서 고종 황제가 환구단을 세워 하늘에 제사 지낸 것도 천자국(天子國)이라는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고종이 황제로 스스로를 격상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준경묘와 영경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삼척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글·사진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지구를 보다] ‘불타는 반지’ 금환일식…우주에서 본다면?

    [지구를 보다] ‘불타는 반지’ 금환일식…우주에서 본다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남미와 아프리카 하늘에는 특별한 '우주쇼'가 펼쳐졌다. 바로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이 관측된 것으로 특히 이날은 금환일식(金環日蝕)이 펼쳐졌다. 서구에서는 '불의 반지'(Ring of Fire)라 부르는 금환일식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해 생긴다. 태양 가장자리 부분만 보이며 마치 불에 타는 금반지 모양같아 붙은 이름이다.(사진 아래) 그렇다면 지구 밖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의 금환일식은 어떻게 보일까? 지난 2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이 그 대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NASA의 심우주 기상관측위성(DSCOVR)이 26일 촬영한 지구에는 달의 모습이 그림자로만 남아 있다. 지구에서는 달이 태양을 삼킬듯 보이지만 달 너머에 위치한 DSCOVR이 본 지구에는 짙은 본영(本影)만 드리웠다.     DSCOVR이 이처럼 특별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인공위성과는 달리 지구로부터 평균 160만 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DSCOVR은 시간만 잘 맞추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달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경찰조사 받던 10대 소년이 화형 당한 이유

    경찰조사 받던 10대 소년이 화형 당한 이유

    남미 볼리비아에서 10대 성범죄 용의자가 화형을 당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카니발 축제가 한창이던 26일(현지시간) 볼리비아 토로토로에서 발생했다. 7살 여자어린이가 강변에서 사체로 발견된 게 사건의 발단이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여자아이의 사체에선 성폭행 흔적이 나왔다. 탐문수사에 나선 경찰은 16살 소년을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했다. 하지만 소년이 성폭행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근거는 빈약했다. 사건 전날 문제의 소년이 카니발 퍼레이드에 참가하면서 사망한 여자어린이와 대화를 나누는 걸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유일한 근거였다. 끔찍한 화형 복수전이 벌어진 건 소년을 연행한 경찰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7살 여자아이의 피살 소식을 알게 된 주민들이 분노하며 경찰서로 몰려가 다짜고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경찰도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다. 주민들은 용의자로 지목된 소년을 끌어내 경찰서 정문 앞에서 휘발유를 몸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온몸에 불이 붙은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서 뒹굴다가 결국 숨졌다. 경찰은 용의자 소년이 불에 타 숨지는 모습을 생생히 목격했지만 발만 구를 뿐 손을 쓰지 못했다. 관계자는 "당시 경찰서에 다수의 경찰과 법의학자도 있었지만 경찰서를 습격한 주민들이 너무 많아 대응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목격했다는 한 남자는 "경찰서를 습격한 주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면서 "경찰들도 겁이 났는지 소년을 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볼리비아는 지난 2009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원주민공동체의 사법체제를 인정했지만 범위는 제한적이다. 특히 잔인한 체형이나 사형은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범죄자에 대한 원주민공동체의 린치와 사형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래도 이번처럼 경찰서를 습격해 용의자를 불에 태워 죽인 사건은 처음이다. 볼리비아 법무부는 "주민들의 행위는 무정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면서 "임의로 화형을 집행한 사람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인생술집’ 서신애 “강하늘 진짜 좋아해” 수줍은 고백

    ‘인생술집’ 서신애 “강하늘 진짜 좋아해” 수줍은 고백

    배우 서신애가 ‘인생술집’에 출연해 이상형으로 강하늘을 언급했다. 2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에서는 그룹 다이아 멤버 정채연, 우주소녀 멤버 성소, 라붐 멤버 솔빈, 배우 서신애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서신애는 “강하늘 씨를 진짜 좋아한다”며 “강하늘 씨가 나온 ‘인생술집’ 편을 본방사수했다. 이를 캡처해서 SNS 단체방에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제에서 한 번 만났다. 사진 찍어달라는 말이 안 나오더라. 얼굴이 빨개졌는데 먼저 와서 사진을 찍어줬다”며 만남 당시를 회상했다. 이를 듣던 MC 김준현은 “하늘이랑 통화 한 번 해”라며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서신애는 부끄러운 듯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지난해 7월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 출연한 서신애는 당시에도 이상형으로 강하늘을 꼽으며 그를 향한 일편단심을 보인 바 있다. 사진=tvN ‘인생술집’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씨줄날줄] 구직자 우위 日 취업시장/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구직자 우위 日 취업시장/황성기 논설위원

    구직자 우위의 취업시장.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에겐 꿈같은 일이다. 구직보다 구인이 많아 노동력을 공급하는 자가 우위에 서는 상황이다. 일본에선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대학생의 취업률(취업 희망자 수를 취업자 수로 나눈 것)은 97.3%였다. 조사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고치다. 대학 졸업자 전체에서 차지하는 취업자의 비율도 72.0%로 전년보다 1.7% 포인트 올랐다. 젊은층의 완전 고용인 셈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대졸자의 구인배율(일자리 수를 취업 희망자 수로 나눈 것)이다. 일본의 리크루트 워크스 연구소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대졸자 구인배율은 1.74배였다. 취업을 희망하는 대졸자 1명에 1.74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의 채용 의욕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몇 가지 이유로 분석할 수 있다. 일본 경제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쇼크의 영향에서 벗어나, 엔저나 아베노믹스 효과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졌고, 의욕적인 설비 투자나 점포 증설 계획을 발표한 기업이 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유능한 인재를 먼저 채어 가려는 입도선매(立稻先賣) 경쟁이 치열해졌다. 2018년 3월 졸업하는 대학생을 상대로 한 기업의 채용 활동이 일본 전역에서 지난 1일부터 개시됐다. 취업 정보 사이트 ‘리쿠나비’가 지바현 마쿠하리멧세에서 그제 개최한 ‘취업합동설명회’에는 기업 630개, 학생 3만명이 참가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면접이나 필기시험은 6월부터 진행돼 우수한 인재 확보를 둘러싼 기업들의 전쟁이 본격화한다. 한국의 대학생들로선 부러운 광경이지만, 일본이 호황이고 한국이 불황이란 이유만으로는 일본의 구직자 우위가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 일본의 대졸자는 연 55만명 정도. 이 가운데 41만 7000명이 민간 기업 취직을 희망하는데, 일자리는 71만 9000개다. 우리의 대졸자는 33만명. 67.5%인 취업률로 추정해 보면 일자리 숫자는 22만 8000개다. 한국과 일본의 인구 대비는 2.5배인데 대졸자는 1.67배, 그에 비해 일자리는 3.15배다. 일본의 호황으로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한국의 대졸자가 원체 많다. 한국에서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 대기업 취업은 그 별에서 바늘 줍기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졸자를 계획만큼 충원하지 못하는 일본 기업이 2016년 54.4%에 달했다. 과거 일본인만 뽑던 일본 대기업들이 외국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수밖에 없게됐다. 대구의 영진전문대는 ‘일본 IT 기업 취업반’을 운영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같은 정보기술(IT) 업체에 맞춤형으로 가르치는데 올해까지 192명을 일본 기업에 취업시켰다. 취업 빙하기에 이 학교의 시도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시진핑 1인 권력 강화… 지방 수장들 ‘시자쥔’ 체계 완성되나

    시진핑 1인 권력 강화… 지방 수장들 ‘시자쥔’ 체계 완성되나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3일 자문 회의인 정협 개막을 시작으로 14일간의 일정에 돌입한다. 5일에는 국회 격인 전인대가 막을 올린다. 각 지역에서 5000여명의 대표가 이미 베이징에 집결했다. ‘양회 블루(파란 하늘)’를 위해 2일부터 수도권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올해 양회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난해 공산당의 ‘핵심’ 지위를 거머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이 얼마나 더 강화됐느냐를 확인하는 것이다. 홍콩 명보는 지난 1일 “시 주석에 대해 ‘핵심’이 확립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양회이며 양회가 끝나면 집권 2기의 권력지도를 확정하는 19대 당 대회 분위기로 접어든다”면서 “정부 공작 보고는 물론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의 공작 보고에도 빠짐없이 ‘시 핵심’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명보는 특히 “시 주석이 이미 장쩌민이 주석 시절에 행사했던 권력을 넘어섰기 때문에 공산당 총서기직 3연임을 거쳐 ‘시 핵심’의 영향력을 2030년까지 유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시 주석은 집권 2기 및 그 이후를 바라보며 지난해 초부터 지방 수장을 측근으로 채워 왔다. 22개 성,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 등 31개 성급 행정단위의 서기와 성장 62명 중 20%에 이르는 12명이 시 주석 직계인 ‘시자쥔’(習家軍)으로 분류된다. 특히 전인대 이후 이뤄질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 3개 직할시 서기에 ‘시자쥔’ 멤버가 임명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직할시 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입하는 코스여서 시 주석의 후계 구도를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인대 개막식에서 발표되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세계 경제계가 주목하는 이슈다. 지난해에는 6.5~7%의 목표치를 내세웠고 실제로는 6.7%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올해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돼 ‘6.5% 안팎’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의견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6.5~7%를 제시할 것이라는 견해가 팽팽한 상황이다. 국방비 증가율이 다시 두 자릿수로 회복하느냐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중국의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7.6% 증가에 그쳐 6년 만에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방비 10% 증액을 공언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국방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경복궁 별빛야행, 7일부터 예매…임금 저녁 수라 먹고, 경회루서 야경

    경복궁 별빛야행, 7일부터 예매…임금 저녁 수라 먹고, 경회루서 야경

    오는 20일부터 경복궁에서 일반 시민들이 조선 임금이 즐기던 저녁 수라를 먹고, 경회루에서 인왕산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문화재청은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지난해 9월 시범사업으로 첫선을 보인 궁궐 활용 프로그램 ‘경복궁 별빛야행’을 20일부터 4월 14일까지 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경복궁 별빛야행은 궁궐 부엌인 소주방에서 국악을 들으며 임금 수라를 먹는 저녁식사로 코스가 시작된다. 메뉴는 왕과 왕비의 일상식인 12첩 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4단 유기그릇에 담아낸 ‘도슭수라상’이다. ‘도슭’은 도시락을 뜻하는 우리 옛말이다. 후궁과 궁녀가 거처했다는 집경당과 함화당, 연못 위에 떠 있는 육각형 정자인 향원정, 청나라풍으로 지어진 고종의 서재인 집옥재를 둘러본다. 이들 전각은 원래 밤에는 공개되지 않지만, 경복궁 별빛야행 기간에만 특별 개방된다. 경복궁 별빛야행의 백미는 고요한 경회루 2층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꼽힌다. 밤하늘 아래 펼쳐진 인왕산과 연못을 볼 수 있다. 경복궁 별빛야행은 1일 2회(오후 6시 30분, 오후 7시 40분 각각 시작) 진행되며, 회당 정원은 60명이다. 참가비는 5만원이다. 예매는 7일 오후 2시부터 옥션(http://ticket.acution.co.kr)에서 1인당 최대 4매까지 할 수 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길섶에서] 3월, 봄, 시작/손성진 논설실장

    어느덧 3월. 입춘을 봄이라고 부르기에는 성급하지만 이젠 정말 봄이다. 남악(南嶽)을 넘고 한수(漢水)를 건너온 온기가 몸속으로 스며든다. 웃옷을 벗고 느껴 본다. 이제 곧 가지마다 새순이 움트고 야생화가 들판을 졸망졸망 물들일 것이다. 가슴이 뛴다. 3월은 사실상 1년의 시작이다. 학기가 시작되고 농부는 씨를 뿌리고 스포츠 경기가 개막된다. 새 출발로 마음이 설레는 달이다. 실제로 고대 로마력에서는 3월이 첫 달이었다. 1월과 2월은 전설의 고대 로마왕 누마 폼필리우스가 기원전 713년쯤 마지막으로 추가한 달이라고 한다. “돌아왔구나 노오란 배냇머리/넘어지며 넘어지며 울며 왔구나/돌은 가장자리부터 물이 흐르고/하늘은 물오른 가지 끝을 당겨올리고…”(봄, 성낙희)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봄, 이성부) 3월, 너는 정녕 잠자는 만물을 깨우는 눈부신 존재여라.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말빛 발견] ‘ㄹ’의 탈락

    ‘ㄹ’ 소리는 흐른다. 혀의 양옆을 날숨이 흐르듯 지나며 소리가 난다. 그래서 흐름소리라고도, 유음이라고도 한다. 하늘, 별, 달, 물, 불, 풀 같은 말들에서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면 ‘ㄹ’의 이런 특성 때문일 것이다. ‘ㄹ’은 소리 나는 위치가 잇몸이어서 잇몸소리이기도 하다. 혀끝이 잇몸에 닿으면서 소리가 나는데, ‘ㄴ, ㄷ, ㅅ’도 같은 곳에서 나는 소리다. 한데 이 소리들이 합쳐진 파생어나 합성어에서는 하나의 규칙이 생겼다. 받침이 ‘ㄹ’과 다른 잇몸소리로 시작하는 말이 이어지면서 ‘ㄹ’이 탈락하는 현상이다. ‘하늘+님’은 ‘하느님’이 됐고, ‘활+살’은 ‘화살’이 됐다. [하늘님], [활살]로 발음하기가 불편했던 것이다. 짧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두 가지 발음을 하기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하늘님]이나 [활살]로도 발음했지만, 점차 편리한 대로 변해 지금처럼 굳어졌다. ‘나날이, 다달이, 미닫이, 소나무, 주낙, 차돌, 차지다’도 ‘ㄹ’이 탈락한 말들이다. 한자 ‘불’(不)이 첫소리 ‘ㄷ, ㅈ’ 앞에서 ‘부’로 읽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부당’(不當)이고, ‘부정’(不正), ‘부조리’(不條理)가 된다. ‘잘함과 잘못함’이라는 말 ‘잘잘못’은 표기된 대로 발음하는 게 규범이다. [자잘못]보다 [잘잘못]으로 발음하는 예가 더 많다고 보았다. 이렇게 발음하는 데도 까닭이 있다. 지금은 받침이 아닌 ‘ㅈ’은 잇몸소리가 아니다. 입천장에서 나는 구개음이다. ‘ㄹ’과 다른 곳에서 소리가 난다. 예전엔 ‘ㄹ’처럼 잇몸소리였다. 북녘에서는 ‘자잘못’으로 적는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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