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하늘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부천시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화순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울진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계엄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6,161
  • [포토] 만추 하늘

    [포토] 만추 하늘

    29일 강원 춘천시 공지천 유원지의 짙게 물든 단풍 위로 그림 같은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 [금요칼럼] 얼굴정보 제공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변명/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금요칼럼] 얼굴정보 제공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변명/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중국 신장지역에서는 100만명의 위구르족이 직업훈련소란 이름의 수용소에 갇혀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다. 안면인식기술은 직업훈련소 안팎에서 소수민족을 감시·통제하는 방법으로 악용돼 왔다. 안면인식기술은 소수민족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범죄 용의자 추적 시스템, 톈왕(하늘의 그물)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얼굴을 CCTV와 부착식 카메라로 추적해 왔다. 일반 시민들의 삶에도 깊숙이 개입해 왔다. 여러 경로로 수집한 개인정보, 안면인식시스템을 통한 공중도덕 준수 등을 점수화한 사회적 신용등급에 따라 비행기와 기차를 탈 수 없는 수준의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감시시스템은 프라이버시를 예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침해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시민들이 익숙해져 스스로 감시의 일원이 된다는 게 더 무서운 일이다. 정체불명의 가공할 수준의 공익을 앞세워 감시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중국사회의 모습들이 드러날 때마다 “무척 충격적이다”, “중국이니 그럴 줄 알았다”는 뉴스 댓글을 쉽게 접하게 된다. 하지만 과연 중국만의 모습일까. 법무부는 자동출입국 심사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민간기업에 안면인식이미지를 제공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법무부는 민간기업들에 내외국인 안면이미지를 위탁했을 뿐 제공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그 과정에 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개입돼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해명조차 못 하고 있다. 관련 사업의 공모안내서에 따르면 과기부, 법무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이 함께 사업을 수행한다고 언급돼 있다. 그러나 과기부나 NIPA가 어떤 법적 근거로 관련 데이터 등에 접근하는지가 불분명하다.(관련 공모서에는 접근할 수 있는 것처럼 나와 있다.) 또한 법무부는 위탁업무라 제3자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공모안내서는 추진 배경에 “인공지능기술의 발전”을 제시함으로써 데이터 뉴딜정책의 하나로 도입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게 한다. 또한 우리 공항이 본받아야 할 선진화 사례로 중국의 예를 언급하고 있는 점도 소름끼치는 부분이다. 과기부의 출입국 업무는 한 가지 사례일 뿐이며 이런 안면인식기술은 어떤 분야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더 나아가 안면인식시스템에서 얼굴은 생체인식정보로서 민감정보인데도, 법무부 해명에서는 그에 대한 고민조차 찾을 수가 없다. 이미 안면인식기술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그 위험성을 언급하며, 유엔도 디지털시대의 프라이버시권 보고서에서 이의 사용유예를 각국에 촉구한 바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19년 5월 14일 경찰과 시 정부기관이 얼굴인식기술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법무부는 지금이라도 불투명하고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된 이번 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 또한 이 기회를 통해 자동화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민들을 차별적 조치로부터 보호하고, AI에 안면인식기술이 함부로 활용되지 않도록 인권보호 방법을 함께 정책화해야 한다. 과기부와 한 배에 탈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함께 이번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 및 평가를 해야 한다. 가지타니 가이는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이라는 책을 집필한 건 중국의 감시시스템만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쉽게 감시시스템을 도입하려는 현상을 일깨우려 집필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법무부의 이번 해명은 이해가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할 경우 몇 년 후 익숙해져 문제조차 제기하지 않을 사회감시시스템이 도래할 것 같아 겁이 난다.
  • “나가라” “그냥 살아라” 집주인 변심에 날아간 200만원

    “나가라” “그냥 살아라” 집주인 변심에 날아간 200만원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 현상과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25일 세종시의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집주인의 말 번복에 계약금 200만원을 날렸다”는 세입자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A씨는 ‘집주인 말 번복에 계약금 200만원 날린 사연’이란 제목으로 “너무 억울해서 자문을 구한다”며 글을 올렸다. 그는 “전세 계약 2년 만료 시점을 3개월 앞두고 거주 의사를 묻는 집주인에게 전세 2년을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며칠 뒤 집주인이 본인들이 들어와 산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후 A씨는 전세를 알아봤지만 2년 새 두 배 가까이 껑충 뛴 전셋값에 전세 대신 반전세(월세 낀 전세)를 택했다. A씨는 이어 “전세가격이 하늘을 찔러 겨우 반전세로 집을 찾아 계약 전 새집 계약금을 보증금에서 미리 줄 수 있냐고 집주인에게 물었지만 안 된다고 해 200만원에 일단 가계약을 했다”면서 “집주인은 그날 저녁 전화로 ‘순리대로 집 빼는 날 정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나절도 안 돼 상황이 돌변했다. 집주인이 갑자기 ‘실거주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A씨는 “다음날 아침 집주인이 전화로 대뜸 계약을 연장해 주겠다고 하더라”라면서 “가계약을 이미 마쳤다고 하자 ‘알겠다’며 통화를 끊었는데 얼마 뒤 문자로 ‘우리(세입자)가 계약(제안)을 거절했고 본인들이 실거주 계획이 바뀌어 입주할 수 없게 돼 새로운 세입자를 얻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실거주한다고 해서 집을 얻은 것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거주 연장을 했을 것”이라고 반박하자, 집주인은 “아직 번복 기간이 남았으니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더 살겠다’고 답했지만 집주인 말 한마디에 200만원의 가계약금이 날아갔다”면서 “가계약금의 절반이라도 집주인에게 책임져 달라 했지만 본인들은 상관없다고 했다. 전세가 연장돼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너무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저만 손해 봐야 하는 건지 집주인에게도 일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법적 조언을 요청했다. 네티즌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자기 말 한마디에 전전긍긍 집 구하고 계약금까지 입금했는데 번복한 게 책임 없다는 거냐. 집주인 갑질이다”, “녹음, 문자 등 증거가 있으면 전월세지원센터에서 법률 상담을 받으라”고 성토했다. 반면 “결국 계약금 포기하고 2년 연장 거주를 선택한 건 본인이니 집주인이 계약금의 절반도 보상할 이유가 없다. 소송해도 의미 없다”는 댓글도 달렸다. “가계약한 분에게 돌려 달라 사정해 보라”, “이사비, 청소비, 복비, 반전세로 나갈 돈 생각하면 연장 수수료라 생각하고 잊어버려라”라는 현실적인 댓글도 이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8일 법적으로 집주인이 계약금을 보상할 의무는 없지만, 악의성 여부를 소송을 통해 따져 볼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장우철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집주인이 보상 의무를 져야 하는 법률적 권리관계가 형성된 것 같지는 않아 쌍방 협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집주인이 악의적으로 보증금을 높이기 위해 세입자의 계약비용 발생 이후 입장을 바꿔 자연스레 쫓아내려 한 것인지는 민사 등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고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지우 공인중개사는 “법적 판례는 아직 없다”면서 “입장을 번복한 집주인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만 도의적 책임일 뿐 가계약은 세입자의 선택이므로 ‘집주인이 보상’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악의성 여부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 26일 가계 부채 리스크를 줄이겠다며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도 처음부터 이자에 원금까지 갚는 분할 상환을 사실상 확대했다. 전세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큰 가운데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세입자와 집주인 간 분쟁도 겹쳐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포토] ‘월드컵 미녀’ 신새롬, 아찔한 섹시 화보

    [포토] ‘월드컵 미녀’ 신새롬, 아찔한 섹시 화보

    인형 같은 미모의 미스맥심 신새롬이 남성지 맥심(MAXIM) 2021년 11월호에서 첫 단독 섹시 화보를 공개했다. 2020년 미스맥심 콘테스트로 맥심에 데뷔한 신새롬은 대회 당시 ‘사기캐’로 불릴 만큼 완벽한 미모와 몸매로 주목 받았다. 러시아 월드컵 당시,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신새롬의 모습이 수많은 미디어의 카메라에 잡히면서 미나 → 한장희 → 김하율 → 유승옥에 이어 ‘5대 월드컵 미녀’로 불리기도 했다. 영화 배우, 모델로 꾸준히 경력을 쌓아온 신새롬은 미스맥심으로 데뷔한 후에는 광고, 화보, 유튜브 콘텐츠에도 출연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미스맥심 신새롬은 이번 맥심 11월호에서 선명한 레드 컬러 란제리와 화이트 보디슈트, 청 핫팬츠, 하늘색 수영복 등 다양한 의상을 소화하며 매력을 발산했다. 신새롬은 가슴 부위를 빨간 테이프로 가리거나, 창고 선반에 올라가 과감한 포즈를 취하는 등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하며 첫 맥심 단독 화보를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스포츠서울 제공
  • [거리 미술관]21. 행복한 순간

    [거리 미술관]21. 행복한 순간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미국의 코미디 영화 시리즈가 있었다. 뉴욕 맨허튼에 있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물들이 밤이 되면 살아나 시·공간을 거스른채 종횡무진한다. 구경하기에 재미없고 딱딱할 수 있는 박물관에 대한 인식을 즐겁고 신나는 공간으로 바꾼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5000년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어떨까? 관람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도 찾아볼 만한 하다. ‘사람, 숫자 : 인구로 보는 한국현대사’라는 특별전이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지난 8월 20일부터 시작해 다음달 21일까지 이어진다. 가족계획 포스터, ‘가정의 벗’ 창간호 등 258건 300점의 전시자료를 통해 인구변화와 삶의 변화를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다. 또 하나 볼거리는 박물관 앞 조각작품들이다. 벤치에 마주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남녀, 함께 자전거를 타며 행복해하는 나들이 가족,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든 아들을 목말 태운 아빠가 빨간 스카프와 하트를 날리며 엄마에게 달려가는 모습 등 정겨운 조각작품들이다.모두 김경민(49) 조각가의 작품이다. 역사박물관은 인구 특별전 취지에 부합하는 조형물로 가족을 테마로 작품활동을 해온 김 작가에게 작품 설치를 의뢰했다. 조각품들은 인구 특별전이 끝나도 연말까지 계속 볼 수 있다. 작품은 모두 청동을 재료로 해 우레탄 도장처리를 했다. 김 작가는 주부작가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자연스레 자신이나 아이 등 가족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아이들과 자전거를 즐겨 탔다”는 김 작가는 자전거를 타고 즐겨워하는 가족 나들이 작품을 특히 좋아한다. 김 작가가 그려낸 인물은 모두 늘씬한 몸매에 경쾌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그는 “예술이 관람객들에게 사회 이슈를 소재삼아 무거운 테마를 던지는 것도 좋지만 어릴 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본 한 편의 만화처럼 나의 소소한 일상이나 추억, 가치관을 그렇게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자세나 바람에 뒤로 날리는 머리카락, 하늘로 향한 시선 등은 그의 꾸밈없는 일상의 증표들인 셈이다. 조각 속 남녀가 모두 날씬한 것은 의도한 것인지 궁금했다. “초기 때보다 사람형체가 가늘어지고 길어진 건 발레리나들이 무용할 때 몸동작으로 언어를 표현하듯 저도 형태를 통해 표현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같다. 손 끝, 발 끝에 감정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말한다. 유독 발이 크게 보인다고 하자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서였다”고 말문을 연다. “중세시대 때부터 내려온 서구 상류사회의 특권으로서의 예술에 공감하기 힘들었다”는 그는 “비싼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있는 갤러리의 문턱을 없애듯 작품을 길바닥에 툭 내려 놓고 싶었다. 좌대도 없애고 싶었다. 작품의 무게중심을 고려해 발을 크게 만든 측면도 있지만 예술이 대중화됐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커다란 발에 담겨 있다”고 덧붙인다.코로나 방역 규제로 사람간 소통은 뜸해지고 삶은 지쳐만 간다. 이럴수록 소소한 일상에서 가족과 사랑의 소중함을 확인하며 재충전을 할 필요가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나들이를 가보자. 1970년대 영상이나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사진 등 인구 특별전시물은 물론 김 작가의 조각작품도 우리의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기록들이다.
  • ‘사탄신발’ 판매 美단체, 또 일내…워홀 작품, 위작 999점과 섞어 팔아

    ‘사탄신발’ 판매 美단체, 또 일내…워홀 작품, 위작 999점과 섞어 팔아

    미국의 한 예술단체가 팝아트 선구자로 잘 알려진 앤디 워홀(1928~1987)의 드로잉 작품 1000점을 개당 250달러(약 30만 원)에 판매했다. 다만 이 중 2만 달러(약 2300만 원)의 가치가 있는 진품은 단 1점뿐이고 나머지 999점은 정밀하게 복제한 위작이라고 AFP통신이 28일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예술단체 미스치프(MSCHF)는 ‘뮤지엄 오브 포저리스’(Museum of Forgeries)라는 이름의 웹사이트에서 앤디 워홀이 볼펜으로 스케치한 1954년 작품 ‘페어리스’(Fairies)를 구매하고 이를 정밀하게 복제한 위작 999점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작 999점은 진품과 섞여 ‘진짜일지도 모르는 앤디 워홀의 페어리스’(Possibly Real Copy Of ‘Fairies’ by Andy Warhol)라는 제목으로 개당 250달러에 지난 25일 판매되기 시작해 하루 안에 모두 팔렸다.앞서 미스치프는 복제 위작의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웹사이트에 게시하기도 했다. 펜을 든 로봇 팔이 그림을 그리고 빛과 열, 압력, 습기 등으로 열화 처리를 한 뒤 전문가가 손수 앤디 워홀 재단의 인장을 찍은 뒤 연필로 주석을 표기했다. 이에 대해 미스치프 소속 예술가 케빈 위스너는 AFP통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예술품 관리 복원가가 모든 드로잉 작품을 한데 나열해 놓고 꼼꼼하게 살펴본다면 진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스치프에 따르면, 이번 시도의 목적은 예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진본성(authenticity)이나 독점성(exclusivity)과 같은 개념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 위스너 역시 “우리의 목표는 신뢰라는 사슬을 끊어내 작품을 파괴하는 것에 있다”고 주장했다.미스치프는 2016년 뉴욕 브루클린을 거점으로 10여 명의 예술가가 모여 결성한 단체로, 지난 3월 래퍼 릴 나스와의 협업으로 나이키 에어맥스 97S 커스터마이즈(customize·원하는 대로 제작) 운동화를 내놨었다. 미스치프는 이 운동화에 별 모양의 펜던트를 달고 누가복음 10장 10절(Luke 10:18)이란 글자를 새겨넣었다. 누가복음 10장 18절은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탄이 하늘로서 번개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라는 구절이다. 이 운동화는 직원 중 한 명에게서 뽑은 피 한 방울을 운동화 바닥에 넣었고 ‘사탄 신발’로 불리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모두 666켤레가 제작된 이 운동화는 가격이 무려 1018달러(약 115만 원)에 달했지만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됐다. 나이키는 ‘사탄 신발’과 관련이 없다는 성명까지 내놨지만, 일각에서 나이키가 이를 제한한 것 아니냐는 오해가 계속되자 결국 소송을 제기했지만, 며칠 만에 합의가 이뤄져 미스치프가 전량 회수하는 것으로 논란이 일단락됐었다. 사진=미스치프
  • “집주인 말 번복에 계약금 200만원 날렸어요”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집주인 말 번복에 계약금 200만원 날렸어요”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집주인 들어와 산대서 이사갈 반전세 가계약가계약 다음날 집주인 “전세 연장할래?”반전세 부담에 결국 연장 선택…가계약금 날려 세입자 “일정 비용 책임” 집주인 “책임 없다”“고의성 여부, 임대차분쟁조정위 상담 권고”전세가격 상승·대출 규제 강화…분쟁 대책 필요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 현상과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25일 세종시의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집주인의 말 번복에 계약금 200만원을 날렸다”는 세입자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A씨는 ‘집주인 말 번복에 계약금 200만원 날린 사연’이란 제목으로 “너무 억울해서 자문을 구한다”며 글을 올렸다. 그는 “전세 계약 2년 만료 시점을 3개월 앞두고 거주 의사를 묻는 집주인에게 전세 2년을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며칠 뒤 집주인이 본인들이 들어와 산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후 A씨는 전세를 알아봤지만 2년 새 두 배 가까이 껑충 뛴 전셋값에 전세 대신 반전세(월세 낀 전세)를 택했다. 실제 세종시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2019년 상반기해도 1억~2억대를 넘지 않았지만 1년 만에 3억~4억원대로 올랐다. A씨는 이어 “전세가격이 하늘을 찔러 겨우 반전세로 집을 찾아 계약 전 새집 계약금을 보증금에서 미리 줄 수 있냐고 집주인에게 물었지만 안 된다고 해 200만원에 일단 가계약을 했다”면서 “집주인은 그날 저녁 전화로 ‘순리대로 집 빼는 날 정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나절도 안 돼 상황이 돌변했다. 집주인이 갑자기 ‘실거주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A씨는 “다음날 아침 집주인이 전화로 대뜸 계약을 연장해 주겠다고 하더라”라면서 “가계약을 이미 마쳤다고 하자 ‘알겠다’며 통화를 끊었는데 얼마 뒤 문자로 ‘우리(세입자)가 계약(제안)을 거절했고 본인들이 실거주 계획이 바뀌어 입주할 수 없게 돼 새로운 세입자를 얻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실거주한다고 해서 집을 얻은 것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거주 연장을 했을 것”이라고 반박하자, 집주인은 “아직 번복 기간이 남았으니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더 살겠다’고 답했지만 집주인 말 한마디에 200만원의 가계약금이 날아갔다”면서 “가계약금의 절반이라도 집주인에게 책임져 달라 했지만 본인들은 상관없다고 했다. 전세가 연장돼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너무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저만 손해 봐야 하는 건지 집주인에게도 일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법적 조언을 요청했다.“집주인 갑질” vs “세입자가 선택” 네티즌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자기 말 한마디에 전전긍긍 집 구하고 계약금까지 입금했는데 번복한 게 책임 없다는 거냐. 집주인 갑질이다”, “녹음, 문자 등 증거가 있으면 전월세지원센터에서 법률 상담을 받으라”, “집주인이 한 번 던져 봤네. 시세대로 안 올려주니 번복한듯”, “주인이 괘씸하고 정 떨어진다. 나라면 구한 집으로 이사가겠다”고 성토했다. 반면 “결국 계약금 포기하고 2년 연장 거주를 선택한 건 본인이니 집주인이 계약금의 절반도 보상할 이유가 없다. 소송해도 의미 없다”는 댓글도 달렸다. “가계약한 분에게 돌려 달라 사정해 보라”, “이사비, 청소비, 복비, 반전세로 나갈 돈 생각하면 연장 수수료라 생각하고 잊어버려라”라는 현실적인 댓글도 이어졌다. “집주인 의무 아니나 ‘악의성’ 소송 가능” 부동산 전문가들은 28일 법적으로 집주인이 계약금을 보상할 의무는 없지만, 고의적으로 세입자를 내쫓기 위해 계획한 악의성 여부를 소송을 통해 따져 볼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장우철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집주인이 보상 의무를 져야 하는 법률적 권리관계가 형성된 것 같지는 않아 쌍방 협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집주인이 악의적으로 보증금을 높이기 위해 세입자의 계약비용 발생 이후 입장을 바꿔 자연스레 쫓아내려 한 것인지는 민사 등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고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지우 공인중개사는 “법적 판례는 아직 없다”면서 “입장을 번복한 집주인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만 도의적 책임일 뿐 가계약은 세입자의 선택이므로 ‘집주인이 보상’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악의성 여부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위드 코로나, 내년 전셋값 상승 예상“전세대출 제한, 실소유자 월세화 가속” 금융 당국은 지난 26일 가계 부채 리스크를 줄이겠다며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도 처음부터 이자에 원금까지 갚는 분할 상환을 사실상 확대했다. 정부는 전세대출 분할 상환 우수 은행에 정책 모기지 배정을 우대해주기로 해 은행들이 대출 분할 상환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매달 갚아야할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전세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큰 가운데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세입자와 집주인 간 분쟁도 겹쳐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총량의 속도 조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전세가격의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위드(with) 코로나’가 본격화되면 내년 상반기 결혼, 이사철 등 성수기를 맞아 전셋값은 당분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매매·전세대출이 제한되면 집주인의 전세보증금 인상 요구를 들어주기 쉽지 않아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월세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에버랜드 숲속에서 오색빛깔 가을 단풍 만나보자

    에버랜드 숲속에서 오색빛깔 가을 단풍 만나보자

    에버랜드가 숲캉스, 산책로, 어트랙션 등의 장소에서 단풍을 만끽하며 힐링할 수 있는 추천코스를 마련했다. 현재 에버랜드에는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은행, 단풍, 느티 등 10여종 수십만 그루의 나무들이 천일홍, 메리골드 등이 만개한 정원과 함께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먼저 에버랜드는 숲캉스 명소인 ‘포레스트 캠프‘에서 여유롭게 힐링하며 단풍까지 체험할 수 있는 숲속 단풍 코스를 선보였다. 숲캉스는 숲과 바캉스가 합쳐진 말로, 숲으로 떠나는 휴가를 의미한다. 포레스트 캠프는 에버랜드가 서울 인근에서는 보기 드물게 청정자연 속에 조성한 약 9만㎡(2만 7000평) 규모의 자연생태 숲으로,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도록 에버랜드는 올가을 포레스트 캠프 피크닉 프로그램을 이달말까지 운영 중이다. 특히 프라이빗한 숲속 공간으로 하루 입장인원을 소규모로 제한하고 있고 사방이 수십만 나무와 초화류로 둘러싸여 있어 오색빛깔로 물들어가는 숲을 바라보며 유유자적 단풍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추천된다. 포레스트 캠프 피크닉 프로그램은 에버랜드 홈페이지(www.everland.com)에서 사전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꽃과 나무가 이어진 오솔길을 오붓하게 따라 걸으며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산책로 코스를 추천한다. 에버랜드에는 걷기 좋은 산책로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는데 약 1㎞에 이르는 ‘하늘매화길’에서는 단풍길을 따라 걸으며 에버랜드의 아름다운 가을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하늘매화길 산책로에는 매화나무, 소나무, 벚나무 등 수목 1만여 그루가 알록달록 물들고 있으며, 다른 식물보다 일찍 단풍이 드는 코키아(댑싸리)와 핑크뮬리, 수크령 등 다양한 계절 꽃들도 가득해 인생 사진 명소로 좋다. 또한 장미성부터 로즈기프트 상품점까지 120m 동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 ‘은행나무길‘에서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에서 황금빛 단풍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천일홍, 메리골드, 억새 등 약 1000만 송이의 가을꽃이 만개한 포시즌스 가든도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추천된다.
  •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 ‘동심’ 디자인 발표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 ‘동심’ 디자인 발표

    100일 앞으로 다가온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 디자인이 공개됐다. 베이징올림픽 대회 조직위원회는 26일 이번 대회 선수에게 수여할 메달 디자인을 발표했다. 메달의 이름은 ‘한마음으로’(together as one)라는 뜻의 ‘동심’(同心)으로 정했다. 중국 발음으로는 ‘퉁신’이다. 대회 슬로건인 ‘함께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와 뜻이 통하는 메달 명칭인 셈이다. 메달 가운데는 오륜 마크가 들어 있고 5개의 동심원이 얼음, 눈, 구름 등의 무늬와 함께 새겨졌다. 동심원은 중국에서 하늘과 땅, 사람의 조화를 의미한다. 또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당시 메달 디자인도 가미해 베이징이 사상 최초로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도시라는 점도 부각했다. 메달 뒷면에는 대회 명칭을 한자로 표기했고 세부 종목은 영어로 메달 하단에 새겨 넣었다. 모양은 중국 고대 옥 목걸이의 펜던트 모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022년 2월 4일 개막해 2월 20일까지 109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벌인다.
  • 전주는 멋있다…전주는 맛있다

    전주는 멋있다…전주는 맛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아, 듣기만 해도 얼마나 예스럽고 고즈넉한 곳인가. 가을과도 딱 어울린다. 단청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가을 단풍의 색은 전주의 고옥(古屋) 느낌을 그리도 닮았다. 한옥마을. 전국에 한옥들이 모여 있는 곳은 많다. 예전부터 내려오던 곳도 있고 새로 조성한 곳도 많다. 서울만 해도 북촌과 남산골, 익선동, 은평에 한옥마을이 있다. 대구 옻골, 달성한옥마을과 대전 이사동, 강원 강릉 오죽과 왕산, 고성 왕곡마을, 충북 청주 오창, 충남 아산 외암, 경북 경주 교촌과 송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 전남 순천 낙안읍성, 영암 구림마을 등 한옥마을이야 전국에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전주 한옥마을이 가장 특별한 이유는 전주라는 큰 도시의 도심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기와 처마가 이리저리 이어진 곡선이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그 아래 숨어 있는 골목이야말로 전주한옥마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리저리 돌다 갑자기 끊기는 막다른 골목을 어디 요즘 사방격자 도시에 익숙한 도시인들이 알겠나? 차 한 대 들어가지 못할 만큼 좁은 골목은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세대들도 이 ‘불편한’ 마을을 찾아온다. 전주 한옥마을이 가진 저력이다.●경기전~전주향교~한벽당~전동성당 ‘쉼’있는 마을 통칭 한옥마을이라 부르지만 행정구역상 명칭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이다. 인근 구도심과 함께 전주 역사문화벨트에 속한다. 경기전을 끼고 전주향교, 한벽당, 전동성당을 품은 이 평평하고 너른 마을을 오목대와 이목대가 둘러쌌다. 그 간극을 길게는 100여년 가까운 한옥 고택들이 채우고 있다. 실핏줄 같은 골목이 이들을 연결하니 비로소 마을 자체가 숨을 쉰다는 느낌을 준다. 곳곳에 나지막한 담장과 그 위로 삐죽 튀어나온 기와집 처마들이 옆집과 파도처럼 줄줄이 이어진다. 자고 일어나면 수직과 수평으로 이뤄진 직선의 세상에서 살다 온 이들에겐 그 얼마나 생경한 풍광일까.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곡선미를 자랑하는 한옥 지붕 아래서 대대로 살아온 우리에겐 정말 숨통이 트이는 ‘곡선 처방’이다. 수직 스트레스에 대한 ‘백신’ 같은 곡선을 눈으로 받아 마음에 항체를 형성한다. 전주 한옥마을에 찾아가면 아직 잔여 백신이 잔뜩 남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옥마을엔 한복을 입은 이들이 한가득 골목을 메우며 용의 눈에 점을 찍는다. 가을 노염을 피해 곡선 처마 아래 몸을 숨긴 한복 차림의 젊은 관광객들. 길을 걷는 양반님네 행차, 추노꾼과 함께 꼬치구이를 사 먹는 관기(官妓) 차림까지 있다. 물론 현대화된 것도 있고, 저승사자인지 군관인지 정체(신분)를 알기 어려운 차림새도 섞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곡선 거리에 곡선 옷이 다닌다. 또 한 차례 눈이 쉬어 가는 순간이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새마을운동 노래 2절) 근대화 시절, 개발은 절대 미덕이었다. 철근 콘크리트 앞에서 기와 역시 적폐였다. 만지면 손을 벨 만큼 반듯반듯한 직선의 교차 속에 대한민국의 ‘새마을’이 곳곳에 들어섰다. 이후 최근까지 거침없이 줄곧 이어진 신도시와 부동산 개발 열풍 덕분에 모든 국민이 서로 비슷한 집(집값은 아주 다르지만)에서 살게 됐다. XY좌표로 아파트를 표시해도 되고 몇 열의 몇 번째로 집을 지목하는 콘크리트의 매트릭스에 길들여졌다.●일제와 개발 맞서 100여년 전통 지킨 전주의 힘 그런데 어떻게 전북의 중심지 전주에는 이런 한옥마을이 오롯이 남았을까. 전통과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전주 시민의 성향이 이를 지켜낸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모든 중세 및 근대도시에도 한옥마을이 있었지만 교조적 개발주의의 광풍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을사늑약(1905년) 이후 일본인들이 대거 전주에 들어왔다. 전주 부성 밖에 모여 살았다. 서문 밖 전주천변에 일본인 마을이 형성됐다. 대개 이 시기의 대도시 읍성들이 그렇듯 행정 편의상 성곽이 허물어지고 풍남문만 남았다. 상업에 종사하던 일본인들이 성안으로 들어와 점포를 냈다. 다가동과 중앙동에 일본인 상가가 생겨났다. 1930년대에는 전주부성 내부 공간 역시 개발에 의해 격자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이 생겨났다. 전주 시민들은 슬금슬금 밀려드는 일본인 거주지 확장에 맞불을 놓을 요량으로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집을 짓고 모여들었다. 마치 테마파크에서 일부러 조성한 각각의 구역처럼 풍경이 나뉘게 됐다. 일본식 가옥촌과 한옥마을, 서양식 선교사촌으로 나뉘고 태조의 어진을 모신 조선 경기전과 비잔틴 로마네스크 혼합양식 전동성당이 맞보고 섰다. 유교의 향교와 서양식 학교도 이곳에서 한데 어우러졌다. 한옥도 양식이 혼재됐다. 성곽이 있던 태조로를 중심으로 경기전 인근의 가옥들은 일식 가옥에 조선식 기와를 얹은 혼합 양식이다. 내부 역시 중간에 복도가 있는 등 일본식 건축기법을 보여 준다. 반면 전동성당 뒤쪽 한옥과 향교 쪽 가옥들은 전통 한옥이다. 복합 한옥 공간이라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한옥마을에 사는 이들에겐 큰 갈등의 시기였다. 꽤 너른 대지에 비해 단층인 한옥 특유의 구조 탓에 공간이 부족한 데다 차량이 보급되면서 주차하기도 불편했다. 생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혹여 이웃집 한옥이 양옥으로 개축하면 도미노가 이뤄졌다. 덩달아 화장실을 들인 개량 한옥으로 바꾸거나 번듯한 2층 양옥집을 올리는 경우도 생겼다. 비싼 기와 대신 볼품없는 플라스틱 기와로 올린 사례도 많았다.●볼거리·먹거리·놀거리… KTX 타고 청춘들 명소로 2000년대 후반 들어 한옥마을을 보존하기 위해 전주시가 정비에 나섰다. 낡아빠진 ‘양옥’을 철거하고 신축 한옥을 늘려 나갔다. 인근에 관광지가 밀집해 있는 한옥마을만 제대로 정비해도 예향 전주의 고유한 색깔을 살릴 수 있으리라 판단한 전주시의 판단은 주효했다. 주5일 근무제 시행 후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으며 2011년 전라선 KTX의 개통으로 전주역에 고속열차가 정차하자마자 20~30대 젊은층의 최고 관광명소가 됐다. 2016년 연간 1000만 관광객을 돌파했고 여행잡지 론리플래닛에서 ‘1년 안에 가봐야 할 아시아의 10대 명소’로 전주가 선정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현재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관광트램 도입 계획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한 관광트램은 순환선이며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케이블카 같은 관광시설이다. 경기전~전동성당~전주천~전주향교~오목대 등을 찬찬히 둘러보는 노선이라고 한다. 원래부터도 전주는 ‘한’ 스타일의 도시다. 한정식, 한지, 한선(韓扇) 등 한옥 이외에도 우리 전통을 지켜온 곳이다. 또한 예(禮)를 따지며 예(藝)를 추구하는 전주 사람들의 풍류는 남달라, 다른 어느 지역의 정서와는 딱히 비교하기 어렵다. 마주치면 눈인사라도 나눠야만 할 것 같은 한옥마을의 비좁은 골목에서 자란 정(情)이 가득한 덕이다.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도 잘한다. 가져와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전주식’으로 재해석한다. 카카오 열매를 갈아 만든 수제 초코파이가 전주에서 그리도 맛이 좋아지고, 17세기 초 지은 경기전 너머로 보이는 20세기 초의 전동성당이 퍽 어울리는 이유다. 동문 사거리에서 출발해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넓어진다. 걸음을 멈추고 칼국수, 도넛, 회오리감자, 지팡이 아이스크림, 비빔밥 크로켓(고로게) 등 주전부리를 챙겨 먹으면 위장도 커진다. 몇백 년 세월이 조성한 마을이다. 한옥마을을 지켜보는 오목대와 이목대를 살짝 다녀오면 한옥마을의 전경이 눈에 든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숍과 전시관, 체험관이 있어 둘러보는 데 한나절쯤은 거뜬히 걸린다. 낮 풍경도 좋지만 해질 녘부터 가랑비처럼 푸른 밤이 내리면 한옥마을이 아름다운 야경으로 갈아입는다. 고풍스러운 가로등과 담장, 기와지붕이 밤하늘과 그렇게도 어울릴 수가 없다. 특히 달이라도 활짝 뜬다면 운치가 좋아 당장 한옥 숙박을 찾아 짐을 풀고 대청마루에 앉아 달 삼매경에 빠져들고 싶다.●한옥스테이서 단청 밤풍경·풀벌레 소리와 1박2일 게스트하우스와 한옥스테이가 곳곳에 많은데 조용히 하룻밤 묵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침 가을 풀벌레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니 뜨끈한 구들장에 몸을 누이고 단단히 여독을 풀 수 있다. 심심하면 전시관이나 숍에서 한지 공예품을 둘러보고 출출할 때 국수나 한 그릇 챙겨 먹으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난다. 최명희문학관, 한지문화관, 강암서예관, 완판본문화관, 전통술박물관, 김치문화관 등을 둘러보면 좋다. ‘위드 코로나’로 재개되는 행사가 많다. 가끔 마당창극이나 풍물 등 공연도 펼쳐질 테니 이를 꼼꼼히 챙겨봐도 좋다. 골목 어귀에 서 있으면 왠지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아는 사람을 만날 것 같다. 대도시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같이 느끼는 게 인지상정일 테다. 몰아치듯 다가온 가을, 날은 쌀쌀하지만 마음은 푸근하다. 졸졸 흐르는 전주천 개울을 따라 한벽루까지 걷는다. 야속한 비가 섞인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한벽루 앞 평상에는 칼칼한 오모가리(민물고기 매운탕)를 앞에 두고 역시 서늘한 소주를 마시는 이들이 눈에 띈다. 도심 한복판 개천변에 평상 술판이라니. 한 상 차려 걸터앉아만 있어도 절로 흥이 나는 곳이다. 어둑해질 무렵. 어느새 나도 우리가 됐다.●50년 된 노포 갈까, 원도심 ‘객리단길’ 갈까 ‘전주에서의 밥걱정’이야 재벌과 연예인 걱정만큼 부질없다. 한정식, 비빔밥, 콩나물국밥, 피순대 등 전주 대표 메뉴부터 칼국수(베테랑분식)에 물짜장(영흥관), 석갈비 등 단품 메뉴도 한가득이다. 삼천동, 평화동, 서신동, 효자동 등에 막걸리집들이 몰려 있다. 서신동 옛촌막걸리는 내공이 보통 아니다. 바깥에 어디 방송프로에 소개된 집이라 붙여 놓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집은 미국 뉴욕타임스, 일본 NHK, 중국 CCTV 등에 나온 집이다. 체험 상차림을 고를 수 있어 막걸리를 많이 마시지 않아도 음식을 착착 내온다. 고기나 생선, 해물 반찬 등을 상이 떡 벌어지게 차린다. 삼천동 막걸리 골목 다정집은 그날 장을 봐 온 찬거리로 맛있는 안주를 내는 집이다. 관광객보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거한 상차림이 싫다면 쫀득한 족발 맛집이 있다. 효자동 권씨네족발은 국내산 생족을 특제 간장에 부들부들 삶아내 족발 특유의 야들한 식감을 최대한 끌어낸 맛으로 유명하다. 취향에 따라 앞다리와 뒷다리를 고를 수 있으며 집에서 담은 깻잎지에 싸 먹으면 궁합이 좋다. 커다란 족발에 비빔막국수와 신동진흑미주먹밥을 곁들인 파티메뉴도 있어 집에서 주문해 먹기에도 딱이다.한벽루는 50년째 한옥마을 전주천변에서 오모가리탕을 줄곧 해 온 노포다. 화려한 상차림과 더불어 각종 민물고기 매운탕과 민물새우탕을 끓여 낸다. 부드러운 시래기도 넉넉히 들었고 따로 밑국물을 잡아 국물의 풍미가 좋다. 서늘한 가을 바람 불어오는 평상에 앉아 매콤시원한 탕 한 그릇에 식사를 겸해 한 잔 걸치기 딱 좋다.영흥관은 50년째 영업해 온 중식 노포다. 전주 명물인 물짜장을 잘한다. 물짜장은 춘장을 쓰지 않고 각종 해물과 채소를 전분소스로 볶아낸 면이다. 그래서 수이자장(水炸醬)이다. 매콤한 소스에 손반죽으로 쫄깃한 면을 비벼 먹으면 전주여행의 즐거움이 더하다. 바삭하게 튀겨낸 두툼한 고기 튀김에 달큼한 소스를 끼얹은 탕수육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한옥마을은 풍남문 남부시장과 이어지고 또 객사길로도 이어진다. 전주 원도심 중앙 객사길은 상권이 밀집한 곳이다. 요즘은 카페와 식당이 그득한 ‘객리단길’로 불리며 한옥마을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전주국제영화제 거리로부터 이리저리 이어진 길에는 눈여겨 찾아볼 곳이 꽤 많다. 서울 명동처럼 이름난 국수와 보리밥을 파는 집, 메밀국수로 소문난 집, 갈비집 등 수십 년을 이어 온 노포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바리스타와 소믈리에가 차린 트렌디한 커피숍과 와인 레스토랑 등이 생겨나 공존하고 있다. 전주 행원은 100년 가까운 고택 카페다. 풍남문 옆 골목에 있다. 은행나무 정원이란 뜻을 가진 행원(杏園)은 일제강점기 일본식 건축법이 녹아든 한옥이다. 따로 마당 없이 ‘디귿’ 자 건물을 짓고 중정(건물 가운데 있는 정원)과 못을 두었다. 이곳은 전주 예술인의 성지였다. 1928년 조선요리를 팔던 식도원으로 출발했지만, 요정을 거쳐 한정식집으로 운영되다 2017년 전북전통문화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바뀌었다. 행원은 전통차와 음료뿐 아니라 판소리와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뒀다. 글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中 2050 전략’ 설계한 미래학자 “AI와 인간의 공존, 새로운 위협”

    ‘中 2050 전략’ 설계한 미래학자 “AI와 인간의 공존, 새로운 위협”

    “지금 인류는 기술 발전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에 준비가 되어 있나.” 중국의 ‘2050년 장기 전략 모델’을 설계한 미래학자 진저우잉 교수는 “인공지능(AI)으로 인간과 로봇의 공존 시대가 열렸지만 그만큼 인류도 위험에 노출됐다”고 경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2021 서울미래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진 교수는 ‘AI 이후의 미래’를 주제로 “미래에 발생할 장기적 위협에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멸종위기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크게 ‘현실적인 위기’와 ‘장기적인 위기’로 나눈다. 현실적인 위기는 이미 벌어져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위기다. 지정학적인 대립, 비정상적인 기후 변화, 악화되어 가는 빈부 격차와 기술 남용이 그 예다. 장기적인 위기는 잘못된 정보, 과학적 의심 등이다. 진 교수는 “장기적인 위기가 우리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래의 문제 같겠지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위기가 나타난 근본적인 이유로 진 교수는 산업 문명이 여전히 세계의 엘리트 집단과 주류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 교수는 “근시안적인 물질 만능주의 이념으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강령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문명의 전환이 임박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의 문명 전환은 지속가능한 문명, 정신 문명, 정치 문명, 생태 문명, 행성 간 문명(하늘의 군대화)에서의 전환을 뜻한다. 진 교수는 인류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의 모든 국가와 인종이 한마음·한뜻으로 협력해야만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반례는 유엔이다. 유엔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기구이지만 당사자 간의 합의가 없으면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한다. 진 교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인 유엔도 지난 70년 동안 즉각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집단의 이익, 신념, 이데올로기를 넘어 단합과 협력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여기는 중국] 생후 7개월 때 납치된 中 아들 22년 만에 찾은 부모의 사연

    [여기는 중국] 생후 7개월 때 납치된 中 아들 22년 만에 찾은 부모의 사연

    생후 7개월 때 납치된 아들을 22년간 찾아 헤맨 부모가 꿈에 그리던 아들과 다시 상봉했다. 27일 중국 텅쉰신원 등 다수의 매체는 광둥성 둥관 허우제(厚街)에 사는 리위 씨 가족의 재회소식을 전하면서 그들이 이날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지난 1999년 7월 리 씨 가족들이 살고 있었던 공동주택 방으로 침입한 유괴범들에게 생후 7개월의 장남 A군을 잃어버린 지 무려 22년 만의 상봉이었다. 리 씨 가족들은 장남 A군을 찾기 위해 지난 22년 동안 중국 전역을 이동하며 아동 매매로 팔려간 A군을 추적해왔다. 사건은 지난 1999년 7월 19일 주택가 안에서 발생했다. 당시 리 씨 가족들은 고향인 안후이성을 떠나 일용직 건설 노동자로 일하면서 근로자들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주택가에 입주해 살고 있었다. 사건 당일 모친 리 씨는 인근 건축사무소로 업무를 나간 상태였고, A군은 부친과 함께 공동 주택 작은 방 한 칸에서 머물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건 당일 A군을 방에 눕힌 리 씨의 남편은 공용 화장실 이용을 위해 잠시 방을 비웠고, 아들 A군이 방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사건 당일 오전 6시 경 단 2분여 간의 짧은 시간 동안 방을 비운 사이 A군은 유괴범들에게 납치돼 종적을 감췄다. 그로부터 리 씨 가족들의 일상은 모두 정지됐다. A군을 되찾기 위해 가족들은 작은 봉고차 한 대를 중고로 구매, 매주 중국 전역을 이동하면서 A군를 찾기 시작했던 것. 이 과정에서 리 씨는 남편과 함께 거리를 떠돌면서 작은 노점상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꾸렸다. 리 씨 가족들에게 지난 22년은 하늘이 무너지는 세월과 같았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윈난성, 푸젠성, 광시, 장시, 후난, 구이저우, 저장, 쓰촨, 산시,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모든 지역을 찾아 헤맸다. 이 시기 리 씨 가족들은 그동안 저축했던 저금과 리 씨 명의로 있던 고향 안후이성의 작은 주택 한 채도 모두 팔아야 했을 정도로 생계가 곤란한 상태에 빠졌을 정도였다. 리 씨는 “값 나가는 물건은 모두 팔아야 했다”면서 “하지만 아들을 잃어버린 이후 세상을 잃은 것과 다름없었는데, 아들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했다. 집이나 돈은 아무 필요가 없는 세월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29일 광둥성 관할 공안국은 무려 22년 만에 리 씨의 장남 A군의 생존 소식을 전했다. 관할 공안국은 리 씨를 통해 확보한 DNA 정보를 통해 총 4만 명의 유괴된 아동 리스트를 대조한 결과 리 씨의 친자로 확인된 남성 류모 군을 찾아 가족에게 인계했다. 공안국의 전화를 받은 직후 리 씨와 그의 가족들은 지난 6일 급하게 구매한 항공기에 탑승, 이제는 류펑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들 A군을 만나는데 성공했다. 무려 22년 만의 긴 기다림 끝에 만난 눈물의 상봉기였다. 리 씨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전화를 받은 당일부터 아들을 만나기까지 단 한순간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면서 “잠도 오지 않고 마음도 복잡해서 어떤 말로 아이를 안아줘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못했다. 그 동안 엄마 곁을 떠나 해를 입고 고생했을 것을 떠올리면 엄마가 그 책임을 다 하지 못한 것이 가슴이 아파서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그 후 가족들은 지난 7일 관할 공안국 사무실에 꽃다발을 든 채 모친 리 씨와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던 A군을 만나 눈물의 상봉에 성공했다. 당시 리 씨는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쏟아내며 아들 A군을 부둥켜 안고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목 놓아 우는 리 씨를 안고 휴지로 눈물을 닦던 A군 역시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을 정도였다. 현재 광둥성 광저우에서 일자리를 얻어 생활 중인 A군을 위해 리 씨와 가족들은 매일 문자 메시지와 전화 등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 씨는 “지금까지 주지 못했던 엄마로의 사랑과 관심을 늦었지만 가득 주고 싶다”면서 “모성애가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을 아이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지금이라고 매일 밥은 먹었는지, 최근 후 잘 쉬고 있는지 관심을 주고 받으면서 늙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관할 공안국은 지난 1999년 7월 19일 생후 7개월 된 A군을 납치해 아동 매매한 혐의로 용의자 3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아동 매매 전담 수사팀에 붙잡힌 용의자 3명은 수십년에 걸쳐 광둥성과 쓰촨성 일대에서 다수의 아동을 납치해 매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그의 마지막 가을/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그의 마지막 가을/미술평론가

    생폴 요양원은 반 고흐가 죽기 전 일 년 동안 살았던 곳이다. 얘기는 그 전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 고흐는 파리에서 사귄 고갱에게 아를에 와서 함께 지내자고 거듭 졸랐다. 1888년 10월 23일 고갱이 아를에 내려왔다. 반 고흐는 고갱을 열렬히 반겼지만, 고갱은 애초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성격이나 예술에 대한 태도가 판이했던 두 사람은 자주 언쟁을 벌였다. 불안한 동거는 두 달 만인 12월 23일 끝이 났다. 고갱과 싸운 뒤 반 고흐가 귀를 자르는 자해 소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병원에 입원한 반 고흐는 ‘섬망 상태를 동반한 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3월 경찰이 그의 작업실을 강제 폐쇄했다. 동네 사람들이 ‘빨강머리 미치광이’를 쫓아내 달라는 연서를 제출해서다. 반 고흐는 생폴 요양원에 들어가기로 했다. 생폴 요양원은 아를에서 동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생레미드프로방스에 있다. 수도원이었으나 프랑스 대혁명 때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요양원으로 바뀌었다. 반 고흐는 1889년 5월부터 1890년 5월까지 이곳에 있었다. 수녀들이 관리한 요양원은 의료 수준이 낮아서 환자를 격리해 놓았을 뿐 치료는 기대할 수 없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반 고흐는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그의 예술 세계는 한껏 무르익은 상태였다. 붓이 닿는 데마다 걸작이 태어났다. 장 폴 게티 미술관에 있는 ‘붓꽃’, 뉴욕 현대미술관에 있는 ‘별이 빛나는 밤’이 이곳에서 그려졌다. 요양원의 정원에 가을이 깊어 간다. 저물녘 하늘은 청보랏빛과 연둣빛이다. 하늘과 나뭇잎 사이에 찍힌 무수한 흰 붓 자국이 빛이 돼 부서진다. 나무들은 속삭이듯 엇갈리고 몸을 비비댄다. 맨 앞의 둥치가 절단된 커다란 나무는 고통과 고독을 견디며 위엄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이듬해 봄 건강이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자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5월에 반 고흐는 요양원을 나와 파리 근교의 오베르쉬르우아즈로 갔으나 두 달 만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 여행도 행사도 중단… ‘방역 만리장성’ 고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과 전력난, 서구세계 보이콧 움직임 등이 겹쳐 좀체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26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전날 본토 신규 확진자와 무증상 감염자가 각각 43명, 2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전제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작했지만 중국은 단 한 명의 감염병 환자도 허용하지 않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한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가 있는 베이징은 ‘최후의 보루’인 만큼 중국에서 가장 강한 억제책을 시행한다. 그럼에도 감염자가 생겨나자 베이징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동계올림픽 역시 올해 7월 열린 도쿄하계올림픽 때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한다. 각국 선수들은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백신을 맞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21일간 격리 조치를 당한다. 관중 역시 중국 본토 거주자로 제한된다. 이달 들어 베이징시는 주민들에게 “시를 벗어나지 말라”고 요구했고 여행 상품 판매도 중단했다. 시에서 벗어났다가 들어오려면 누구나 48시간 이내 시행한 핵산검사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표적 가을 행사인 베이징 마라톤 대회가 연기됐고 올림픽 개최 ‘D-100일’ 관련 콘퍼런스나 포럼도 취소됐다. 말 그대로 ‘방역 만리장성’을 쌓았다. 전력난도 축제 열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베이징은 밤에 가로등을 절반만 켜는 등 전기 사용량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력 부족 상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국은 어쩔 수 없이 석탄 발전소 가동을 재개했다. 저탄소 성과를 내세워 ‘올림픽 블루’(올림픽 기간의 맑은 하늘)를 선보이려던 시 주석의 계획이 도전을 받고 있다. 인권 문제로 촉발된 보이콧 움직임도 긴장감을 키운다. 다만 중국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세계 2위 경제대국’과의 관계를 파탄내 가면서 올림픽을 거부할 나라가 없을 것으로 봐서다. 쉬궈치 홍콩대 교수는 AP통신에 “이제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않는다. 그것이 지난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 때와 가장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하늘로 쏘아 올린 신화 속의 신들/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하늘로 쏘아 올린 신화 속의 신들/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

    지난 21일 누리호가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엄청난 불꽃과 연기를 내뿜으며 올라가는 누리호의 모습을 보며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 속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이 서려 있는 것일까. 위성을 올리는 그 순간까지 이제 ‘한 걸음’ 남았다고 하니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누리호 발사 일주일 전 중국에서 첫 번째 태양 탐사 위성을 쏘아 올렸다. 예정 수명 3년의 그 위성은 ‘희화호’(羲和號)라 불린다. ‘희화’는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의 여신이다. 열 개의 태양을 낳은 여신 희화는 머나먼 동쪽 바다 밖 하늘까지 솟아 있는 거대한 나무인 부상수 꼭대기에 말갛게 씻긴 해를 올려놓는다. 아침마다 희화는 태양 마차에 그 해를 태우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하늘을 가로질러 질주한다. 태양 탐사 위성의 이름으로는 아주 적격인 셈이다. 그뿐인가. 2007년부터 쏘아 올리기 시작한 달 탐사선의 이름은 ‘항아’(嫦娥), 즉 달의 여신이다. 그들의 달 탐사 프로젝트는 ‘항아 프로젝트’라고도 불린다. 항아 5호까지 발사했는데, 2018년 달의 뒷면에 착륙한 항아 4호의 중계위성 이름은 ‘오작교호’(烏鵲橋號)다. 전설 속 견우와 직녀를 이어 주듯 오작교호는 지구와 달의 정보 연동을 실현하는 교량 역할을 했다. 물론 그들은 해와 달의 여신만 하늘로 올려 보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발사한 화성 무인 탐사선은 ‘천문’(天問)이다. 천문은 전국시대 초나라의 시인 굴원(屈原)의 작품 제목이다. 신화적 이야기로 가득한 그 작품에서 굴원은 아득한 옛날에 해와 달, 열두 별자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물었다. 그 답을 찾아 탐사선 천문이 화성으로 향했다. 올해 5월에 천문은 화성에 연착륙했고, 탐사 로봇 ‘축융’(祝融)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축융은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불의 신이니 붉은 별 화성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일찍이 1970년에 ‘장정’(長征) 1호 로켓에 탑재해 발사한 중국 최초의 위성 이름은 ‘동방홍’(東方紅)이다. 상당히 정치적 느낌을 주는 명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후 1992년 9월 21일 ‘921공정’이라 불리는 ‘중국 유인 우주공정’(China Manned Space)이 시작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오래된 신화를 우주에 옮겨 놓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신의 배’라는 뜻을 가진 유인 우주선 ‘신주’(神舟)가, 2017년에는 ‘하늘의 배’라는 뜻을 지닌 화물 우주선 ‘천주’(天舟)가 우주를 향해 대항해를 시작했다. ‘921공정’의 로고는 우주정거장을 형상화했다. 양쪽에 날개처럼 태양전지판을 붙이고 있는 우주정거장의 모습을 ‘중국’을 의미하는 ‘중’(中) 자 형태로 만들었는데, 그것은 마치 로켓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들은 그것을 ‘장자’에 등장하는 거대한 새 ‘곤붕’(鯤鵬)이 날아오르는 모습과 같다고 설명한다. 신화 속의 새에서부터 해와 달, 불의 신까지 모두 하늘로 올려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 신들이 머무는 그들의 판테온, ‘천궁’(天宮)이 마침내 등장한다. 2011년 그들은 천궁 1호를 쏘아 올린다. 수명이 다한 천궁 1호는 2018년에 대기권을 거쳐 떨어졌지만, 그들은 또 다른 신들의 궁전을 하늘에 만들었다. 중국 우주정거장이라고도 불리는 또 하나의 천궁은 하늘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2022년 완성되면 10년간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 16일에 신주 13호가 올라가 천궁 2호와의 도킹에 성공했다. 미국과 러시아 등이 주축이 돼 만들고 운영해 온 국제우주정거장이 이미 임무를 다하고 2024년에 운영 종료된다니 이제 저 드넓은 하늘에는 신화 속의 수많은 신을 품은 중국의 천궁만이 떠 있게 될 것이다. 누리호의 발사를 보며 오래된 신화의 세계를 그물망처럼 우주에 펼쳐 놓는 그들을 생각했다. 누리호라는 이름은 매우 낯익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우주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도 계속 이어질 터. 우리만의 ‘서사’를 담을 수 있는 그런 일련의 이름들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 [아하! 우주] 나이가 불과 수백 만년…목성보다 큰 ‘아기 행성’ 발견

    [아하! 우주] 나이가 불과 수백 만년…목성보다 큰 ‘아기 행성’ 발견

    역대 발견된 행성 중 가장 어린 나이 중 하나로 꼽히는 '아기 행성'이 발견됐다. 최근 미국 하와이 대학 등 국제천문학연구팀은 불과 수백 만 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행성 '2M0437b'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천문학 분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간보고’(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최신호에 발표했다. '태양계의 큰형님' 목성보다도 3~5배 정도 질량을 가진 2M0437b는 '별의 육아실'로 불리는 가스 성운인 황소자리 분자구름에서 형성된 주성인 2M0437의 주위를 돌고있다. 특히 두 천체와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와 비교해보면 무려 100배나 멀리 떨어져있다. 행성 2M0437b는 지난 2018년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에 설치된 8.2m 구경의 스바루 망원경을 통해 처음 그 존재가 알려졌다. 이후 천문학자들은 3년 간에 걸쳐 이를 추적 관찰해 역시 같은 곳에 설치된 10m 구경의 켁 망원경을 통해 2M0437b가 멀리 떨어진 2M0437의 주위를 돈다는 것을 확인했다.   2M0437b가 흥미로운 점은 역시 매우 어린 행성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지구가 46억 년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2M0437b는 그야말로 신생아에 불과하기 때문. 이에 전문가들은 행성이 어떻게 형성돼 진화해 나가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연구에 참여한 하와이 대학 에릭 가이도스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 두 개와 첨단 광학기술 그리고 마우나케아의 맑은 하늘이 이번 발견을 가능하게 했다"면서 "향후 발사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같은 첨단 장비가 외계행성의 형성에 대한 보다 많은 것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씨줄날줄] 성남 백현동 ‘옹벽 아파트’/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성남 백현동 ‘옹벽 아파트’/임창용 논설위원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경기 성남시 ‘백현동 옹벽 아파트’가 집 가까운 데 있다. 직선거리로 300m쯤 되겠다. 하지만 ‘안산’이라 불리는 나지막한 산을 사이에 두고 있어 넘어다니긴 어렵다. 해발 70~80m 정도로 낮은 산이지만 숲이 우거진 데다 경사도 가파르다. 12년 전 지금 사는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 산 너머가 궁금해 올라가 보기는 했다. 산 너머엔 한국식품연구원이 있었는데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쳐 놓아 산을 넘어갈 수는 없었다. 도로로 돌아 식품연구원 가는 길은 골프장(남서울CC)으로 들어가는 막힌 길이다. 따라서 식품연구원 부지는 사실상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오기엔 적합지 않은 교통 맹지나 다름없다. 그래서 몇 년 전 1000가구가 넘는 민간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와 어리둥절했었다. 자연녹지인 데다 경사도가 제법 높은 산이어서 고층아파트가 어떻게 들어선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성남공항도 멀지 않아 고도제한까지 피해야 했다. 궁금증은 최근에 풀렸다. 특혜 의혹 관련 기사들을 접하면서다. 그야말로 ‘단순 무식’하게 산을 평지 높이로 깎아내고 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이다. 고도제한을 피해서 밑으로 파내 높이를 낮춘 것이다. 깎아낸 높이가 최대 50m에 달해 아파트 12~13층과 비슷하다. 토목공사 당시 항공사진을 보면 마치 산 반쪽을 거대한 포클레인으로 뚝 떼어낸 듯한 느낌이 든다. 보통 산을 뒤로 낀 경사지에 아파트를 지을 때는 경사를 살려 앞은 낮고 뒤는 높게 짓는다. 산을 함부로 깎을 수 없는 데다 조망권도 골고루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런 아파트의 허가가 어떻게 났을까. 당초 자연녹지였던 부지를 성남시가 4단계나 높여 준주거지로 바꿔 줬다고 한다. 아파트 시공 시 옹벽은 15m 이하로만 쌓을 수 있다. 업자들은 이런 규정을 간단히 무시하고 그 몇 배 높이로 쌓았다. 시민들을 위한 근린공원 조성을 기부채납받는 조건이었다고 성남시는 강변한다. 공원을 만들기는 했다. 그런데 단지 옆쪽으로 가파른 계단을 헉헉거리며 한참 올라가야 진입할 수 있는 ‘하늘공원’이다. 외지에서 온다면 마땅히 주차할 곳도 없다. 사실상 아파트 입주민 전용 공원인 셈이다. 한창 아파트가 올라갈 때 고층 크레인이 산 너머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집 거실에서 보였다. ‘완성되면 아파트 꼭대기가 산 너머로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숲 조망권이 망가질까 봐서다. 다행히 그런 불상사까지 벌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자연녹지가 하루아침에 준주거지로 바뀌는 복마전 세상이다. 집 앞 녹지라고 안전하리란 보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 [세종로의 아침] 네 명의 깐부는 어디로 갔나/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네 명의 깐부는 어디로 갔나/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남녀배구 슈퍼리그가 한창이던 2004년 1월의 어느 일요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남자 올스타전을 마친 4명의 감독이 은밀히 한자리에 모였다. 강남 역삼동의 한 골목에 들어앉은 2층 카페, 키 낮은 석유난로가 냉기를 간신히 다스리던 그곳에서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김호철 현대캐피탈, 차주현 대한항공, 작고한 최삼환 상무 감독 등 네 사람이 무릎을 맞대고 ‘작당’을 시작했다. 군 시절 같은 훈련소 동기이기도 했던 이들은 ‘배구도 프로화돼야 한다’는 절대 명제를 두고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술잔을 돌렸다. 마침내 그해 슈퍼리그는 열 시즌째 올스타전을 마지막으로 ‘과도기 리그’인 V-투어에 대한민국 최고의 배구리그 지위를 물려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듬해 2월에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첫 대결로 프로배구 V-리그가 출범했다. 그들이 어스름 불 밝힌 카페에서 나누던 ‘모의’ 중에는 요즘 영화 ‘오징어 게임’의 명대사가 된 배우 오영수의 “우린 깐부잖아~”라는 치근대듯 은근한 대화도 오갔을 게 틀림없다. 과연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김호철과 신치용이라는 대결구도를 업은 프로배구 남자부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당대 최고의 어깨를 가진 김세진과 신진식은 더 펄펄 날았다. 그러나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올림픽 구기 종목 첫 (동)메달을 따냈다는 자긍심으로 버틴 여자 프로배구는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V-리그 원년 챔프 팀이었던 당시 KT&G의 김형실(현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기자들과 사석에서 술기운을 핑계 삼아 “제발 여자배구 기사 좀 두 줄 넘게 제대로 써 주세요. ‘한편’이라는 말은 정말 지긋지긋하다”며 읍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양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대부분의 배구 기사는 여자부 경기가 메인이고 남자 경기는 맨 뒷줄 ‘한편’으로 시작돼 짧게 끝난다. 역전 현상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36년 만에 두 번째 4강을 일궈 낸 뒤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김연경의 인기몰이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프로배구 관계자들은 “이젠 여자부가 대세”라고 입을 모은다. 남녀부 인기 차이는 수치를 보면 금세 확인된다. V-리그는 지난 19일부터 관중 입장이 허용됐는데 이날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의 대전 경기는 관중이 329명에 불과했지만 페퍼저축은행과 KGC인삼공사의 여자부 광주 경기에는 633명의 팬이 찾았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수도권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일 남자부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의 의정부 경기에는 189명, 다음날 OK금융그룹과 우리카드의 안산 경기엔 136명이 모였지만 21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경기는 475명이 찾았다. 사흘 동안 관중 수에서 여자배구 관중은 남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방송사 카메라도 매몰차다. 지난 17일 열린 여자부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경기는 지상파 TV가 생중계를 희망하면서 남자부 경기를 뒤로 밀어내고 일요일 프라임 시간대인 오후 2시 30분 경기로 조정됐다. 19일부터 22일까지 열렸던 남자부 4경기의 방송 생중계는 아예 없었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김연경이 이끈 ‘4강 신화’의 덕이 컸다고는 하지만 쌍둥이 자매의 파문 등 악재도 만만치 않았던 터라 여자배구의 비상과 남자배구의 추락은 단순한 덧셈, 뺄셈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결국 남자배구의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당장은 쉽지가 않은 듯하다. 그래서 17년 전 역삼동 카페에서 서로에게 ‘동지’를 자처하며 ‘작당’을 모의했던 그때 그 감독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지금이다. 네 명의 ‘깐부’는 다 어디로 갔을까.
  • 빚만 남긴 줄 알았던 아버지… 그가 남긴 사진은 ‘예술의 빛’

    빚만 남긴 줄 알았던 아버지… 그가 남긴 사진은 ‘예술의 빛’

    “아버지가 남긴 수만점의 사진을 정리하면서 작가 한영수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20여년째 아버지의 사진 작품을 관리 중인 한선정(52) 한영수문화재단 대표는 24일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한 대표의 아버지인 한영수(1933~1999) 작가는 개성이 고향인 실향민으로, 우리나라 광고사진가 1세대로 꼽힌다. 1970~1980년대 그의 카메라를 안 거쳐 간 작품이 거의 없을 만큼 한 세대를 풍미했다. 신문 잡지 인쇄매체에 실린 태평양화장품 해태아이스크림 영진약품 등 당시 유명 광고 속 사진은 대부분 그의 작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잘나가던’ 한 작가가 1999년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들에게 남긴 것은 부채와 많은 책 그리고 수백 상자의 필름뿐이었다고 한다. 몇 년 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한 대표는 상자에 든 아버지의 작품을 정리하려고 열어 보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버지는 힘겹고 우울하게 기록됐던 1950~1960년대 서울을 세련되고 모던하게 담아낸 거예요. 그 순간 아버지가 아닌 한영수 작가를 재조명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렇게 우연히 만난 작가 한영수의 작품 세계를 알리기 위해 한 대표는 2014년 아버지의 첫 사진집 ‘서울 모던 타임스’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후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등 당시 여성과 어린이, 한강을 주제로 한 네 권의 작품집을 출간했다. 한 대표는 레트로(복고풍) 열풍을 타고 한 작가의 작품과 다양한 미디어를 접목한 컬래버레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내년 2월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열리고 있는 ‘시간, 하늘에 그리다’란 미디어 체험 전시다. 한 작가의 작품을 미디어 영상으로 구현한 ‘미디어터널’과 가로 9m, 세로 3m의 대형 스크린에서 1960년대 서울을 만날 수 있는 ‘스카이쇼’ 등 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타임머신’이 우리를 과거의 세계로 이끄는 전시다. 한 대표는 “앞으로도 1950~1960년대 서울을 새로운 시각으로 기록했던 다큐멘터리 사진가 한영수의 작품 세계를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 단 하나의 소리를 찾기 위한 60여년… ‘북’ 장인의 뜨거운 울림

    단 하나의 소리를 찾기 위한 60여년… ‘북’ 장인의 뜨거운 울림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은 대고(大鼓)를 두드리는 의식으로 시작됐다. 2006년 전국 장애인체육대회 수영 금메달리스트 신명진이 대고를 쳤고, 그 모습을 중계한 아나운서는 “장쾌한 소리가 하늘과 땅의 기운을 일깨워 평창을 뜨겁게 달구겠습니다”라고 부연했다. 이 장면을 보았으나, 나에게는 소리를 감별할 능력이 없었다. 무대에 놓인 커다란 북에도 특별한 감흥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시간 그 장면을 바라보던 누군가는 전혀 다른 체험을 했으리라. 그는 장쾌하다는 표현으로 다 담아낼 수 없는 대고 소리의 복합적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해 냈을 테고,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무대에 놓인 커다란 북에 감격했을 터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0호 악기장 임선빈은 단 하나의 소리를 찾기 위해 60여년 동안 북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마침내 필생의 역작으로 완성된 저 대고가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 쓰였다. 혹자는 임선빈이 나라의 은혜를 입어 개인적 영광을 누린 거라고 말할 듯싶다. 하지만 2017년 봄부터 그의 작업기를 담은 영화 ‘울림의 탄생’을 본 관객이라면 반대로 말할 것 같다. 나라가 임선빈의 예술혼에 힘입어 소리의 영광을 드높일 수 있었다고 말이다. 과장이라고? 90여분간 그가 작업하는 과정을 내내 본 사람이라면, 저 대고가 어떻게 제작됐는지를 확인한 사람이라면 과장이 아님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임선빈은 두 가지 장애가 있다. 한쪽 다리를 절고 한쪽 귀가 안 들린다. 전자는 선천성 소아마비로 인해, 후자는 넝마주이 무리에게 맞은 탓이다. 열 살 무렵까지 그의 유년기는 혹독했다. 다행스러운 점도 있었다. 그때 기연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열한 살에 임선빈은 스승 황용옥 문하에 들어가 북메우기를 배웠고, 60여년이 지난 지금은 악기장이 됐다. “병신”이라는 편견에 맞서 악을 써서 버텨낸 거라고 그는 회고한다. 장인의 위치에 올랐다지만 임선빈이 부와 명예를 거머쥔 것은 아니다. 북은 완미하는 예술품인 동시에 팔려야 하는 상품이기도 한데, 세상은 둘 다 제대로 된 평가를 해 준 적이 없었다.그래서 ‘울림의 탄생’을 감독한 이정준은 임선빈 외의 인물도 조명한다. 임선빈의 아들이자 전수조교인 임동국이다. 고교 시절 전도유망한 유도선수였던 그는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한 뒤 어렸을 때부터 곁에서 보던 아버지의 업을 잇기로 결정한다. 임선빈은 어땠을까? 아버지는 아들을 말린다. 고생 많고 보상 적은 일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동국은 결국 전수조교가 됐다. 아버지와 티격태격해도 이후 그는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 쓰인 임선빈의 대고를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이는 ‘울림의 탄생’이 임선빈 대에서 끝나지 않고 임동국 대로 계승됨을 예감케 한다. 소리 진동에도 미래가 있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