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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발 고유가 위기… 민관 머리 맞대는 성북

    중동발 고유가 위기… 민관 머리 맞대는 성북

    유통구조로 유가 형성 과정 분석가격 현황 등 투명성 확보에 박차 서울 성북구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고유가 위기를 극복하고 상생 협력을 꾀하기 위한 ‘주유소 관계자 소통 간담회’를 열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11일 열린 간담회는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로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석유류 유통 질서를 점검하고 주유소 업계의 유통 환경을 분석해 상생 방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간담회에서 주유소 대표 및 소장들은 정유사와 대리점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공급 구조 등 유통 과정을 설명했다. 구 관계자는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어려움을 공감하면서도 주유비 부담과 어려움을 적극 설명했다. 구는 유통 현장의 실질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가 형성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계속되는 고유가가 주민 생활과 지역 상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석유제품 판매가격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당부하는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는 주민이 실시간으로 유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국석유공사에서 제공하는 유가 정보 시스템 ‘오피넷’ 이용 가이드와 지역 주유소별 가격 현황을 구청 홈페이지와 문자 서비스로 상시 제공하는 등 유가 정보의 투명성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고유가 위기가 깊어질수록 구청과 현장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유가 상승은 일상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협력해 정보 투명성을 높이고 구민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이음으로 연결하고 채움으로 완성”… 동대문형 통합돌봄 선포

    “이음으로 연결하고 채움으로 완성”… 동대문형 통합돌봄 선포

    “동대문구의 보건의료, 요양, 돌봄 등 강점을 하나로 연결해 주민에게 통합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지난 5일 전농동 아르코 L65 카멜리아홀에서 ‘이음으로 연결하고 채움으로 완성하는, 통합돌봄 발대식’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구청장은 “통합돌봄의 핵심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파편화되어 있던 기존 서비스들을 수요자 중심으로 촘촘하게 엮어내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복지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통합 지원 체계를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발대식에는 구의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동대문지사, 보건의료단체 등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해 ‘동대문형 통합돌봄 실행선언문’을 채택했다. 이어 의료(동부병원), 건강(보건소 건강장수센터), 돌봄(재가노인복지기관) 각 기관 소속 직원의 돌봄 실현 사례 발표 시간을 가졌다. 12일 동대문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통합돌봄 관련 법령은 이달 27일 본격 시행된다. 어르신이나 장애인이 시설 대신 살던 집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그간 구는 기반 마련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9월 돌봄 제공기관을 한자리에 모아 시범사업 설명회를 열고 민관 협력의 물꼬를 텄다. 11월에는 관내 5대 의료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의료 연계 틀을 넓혔다. 지난달 26일에는 돌봄매니저와 의료계 등이 참여한 간담회를 통해 대상자 발굴 기준과 기관 간 역할 분담, 현장 공백 지점 등을 점검하며 실무 준비를 마쳤다.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퇴원 환자의 지역사회 연계’다. 병원 치료 후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병원·가정·지역’으로 이어지는 방문의료 지원을 강화한다. 이미 운영 중인 ‘방문형’ 모델도 큰 축이다. 권역별 건강장수센터의 의사·간호사·영양사 등 다학제팀이 가정을 찾아가 맞춤형 케어플랜을 제공해 왔으며, 지난해에만 207명에게 2453건의 서비스를 지원했다. 구는 앞으로 퇴원 환자 연계와 방문의료 지원, 민관 협력 강화를 통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건·요양·주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동대문형 통합지원체계’를 단계적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통합돌봄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체계”라며 “대상자 발굴 시스템을 고도화해, 돌봄이 필요한 모든 주민들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자전거 타고 유모차 끌고… 차 없는 여의도 ‘쉬엄쉬엄’ 즐기다

    자전거 타고 유모차 끌고… 차 없는 여의도 ‘쉬엄쉬엄’ 즐기다

    주말 여의대로~마포대교서 행사1만여명 뛰고 걷고 놀며 ‘웃음꽃’22·29일 일요일 2번 더 시범 운영오세훈 시장 “모두가 활기찬 아침” “토요일 아침에 여의도 도심을 뛸 수 있다니 너무 신나고 좋아요.”(40대 직장인 윤모씨) “러너뿐만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꼬마부터 산책 다니시는 어르신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은 축제가 될 겁니다.”(오세훈 서울시장) 지난 14일 오전 7시.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광장이 북적거렸다. 서울시가 새롭게 선보인 생활체육 행사 ‘쉬엄쉬엄 모닝’에 참가하는 이들이었다. 이 행사는 도심 거리를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오세훈 시장이 ‘카프리모닝’(Car-Free Morning·매주 일요일 7~9시)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서울 실정에 맞게 재설계한 프로그램이다. 일각에선 행사를 준비하기도 전부터 도심에서 차로를 막고 행사하면 교통 체증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시는 처음부터 기존 마라톤 대회와 달리 교통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차량 통행이 적은 주말 아침 시간대 일부 차로만 활용하기로 한 까닭이다. 시는 교통량을 조사해 상대적으로 교통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여의대로에서 마포대교 북단까지 2.5㎞ 구간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것이 교통이었다”면서 “개최 시간도 최대한 일찍 시작해 교통 통제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원활한 행사 운영을 위해 이날 마포대로에서 여의대로 방면 하행 차로는 오전 5시부터 통제했다. 우려와 달리 이날 참가자들이 대중교통 이용에 적극 협조하면서 여의대로 일대는 한산해 보일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행사 끝 무렵인 오전 9시쯤 마포대교 동측에서는 차츰 차량 통행량이 많아졌으나 정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마포대교 도로를 걸어보고 싶어 참가했다는 서대문구 주민 강모(54)씨는 “여의도에서 근무하면서 한 번쯤은 마포대교를 걸어서 건너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생겨 참가하게 됐다”면서 “다른 도심에 비해 여의도는 상대적으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차량이 없다. 행사 위치 선정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는 1만여명이 참여했다. 시 관계자는 “전면 통제가 아니라 일부 차로만 활용하는 부분 통제 방식을 적용해 반대편 차로에서 차량이 오갈 수 있게 했다”면서 “주말 마포대교가 다른 곳에 비해 교통량이 적어 이곳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도 “차량 통행에 어려움이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면서 “시민들의 반응이 좋으면 다른 곳도 한 번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교통과 함께 특별히 신경을 쓴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쉬엄쉬엄 모닝’이 러너들을 위한 행사가 아닌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시는 달리기뿐 아니라 걷기와 자전거 등 시민이 원하는 다양한 방식의 운동을 모두 즐길 수 있게 했다. 시는 자전거나 킥보드 주행로를 따로 마련해 러너들과 엉켰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했다. 모여든 시민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제대로 몸을 풀며 ‘도심을 질주하겠다’는 눈빛을 한 러닝크루부터 킥보드를 씽씽 타는 어린이,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여성, 유모차를 밀며 평소 부족한 운동량을 채워보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나온 아빠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즐기는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행사 이름처럼 가족과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중간 코스까지만 걷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전체 구간을 힘껏 달려 완주하는 참가자도 많았다. 마포대교 중간에 한강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마포구에서 온 최모(23)씨는 “자동차가 없는 마포대교를 달려보고 싶어 나왔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차 없는 도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참가해 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쉬엄쉬엄 모닝’ 행사장은 여의도공원과 여의대로로 나뉘어 진행됐다. 여의도공원은 준비운동을 위한 스트레칭 존과 음수대가 마련돼 행사를 즐기러 온 이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다. 여의도공원에는 시민들이 체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서울체력장’ 부스도 마련됐다. 이곳에는 오전 6시 30분쯤 이미 40여명이 줄을 늘어설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행사는 총 3회로 예정된 시범 운영의 첫날이었다. 시는 일요일인 이달 22일과 29일까지 3차례에 걸쳐 같은 장소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시범 운영을 하면서 차량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시민 반응과 의견을 수렴해 프로그램을 계속 보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건강이다. 활기찬 아침을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쉬엄쉬엄 모닝’을 계획했다”면서 “3주 동안 시범사업에서 어떻게 즐기는지 유심히 보고 난 다음에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구순의 톱질, 나뭇결에 새긴 ‘순간’

    구순의 톱질, 나뭇결에 새긴 ‘순간’

    대학생 이후 작품 170점 선보여아르헨티나 나무에 전기톱 조각‘노래하는 나무’ 등 생명력 발현“목재 보다가 톱 들면 공간 보여톱과 내가 하나 돼야 작업 수월” “나의 원동력은 하나 된 생각과 정신이에요. ‘이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저를 지탱했죠. 고국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는 순간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조각가 김윤신(91)은 나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아르헨티나 대평원에 우뚝 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이자 뜨거운 햇볕과 거센 바람을 맨얼굴로 부딪치며 굵은 뿌리로 땅의 양분을 한껏 빨아들이는 원시적 존재. 조각을 삶의 가장 숭고한 목표로 삼아 70여년 동안 이어온 김윤신의 생애 첫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17일 개막한다. 1982년 개관한 호암미술관이 한국 여성 작가의 개인전을 여는 건 처음이다. 전시에는 그가 홍익대 조각과에 입학한 이후 지금까지 제작한 1500여점 가운데 잃어버린 1960년대 이전 작품을 제외하고 판화, 조각, 회화 등 170여점을 선보인다. 김윤신은 해방과 전쟁이라는 격동기에 성장하고 전후의 척박한 예술 환경 속에서 자리매김한 1세대 여성 조각가다. 1970년대 초 수직 형태의 추상 조각을 선보이며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1983년 돌연 안정적인 교수직과 작가로서의 명성을 뒤로한 채 한국을 떠나 아르헨티나로 향했다. 분신(分身)과도 같은 좋은 나무들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목질이 무른 한국 나무와 달리 단단한 아르헨티나 나무를 만나면서 그는 전기톱을 들기 시작했다. 전기톱을 만난 작가는 ‘순간’에 집중해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역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작업복을 입고 전기톱과 씨름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작업의 구상을 미리 하면, 이미 ‘지나간 것’이 돼버리곤 한다”며 “이 나무가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 며칠 동안 보다가, 딱 느낌이 왔을 때 톱을 들면, 그때부터 공간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 순간 톱과 내가 하나가 돼야 작업이 자연스럽게 하고자 하는 대로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작업 과정은 이번 전시의 부제이자 그가 1970년대 후반부터 작품의 제목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이념과 맞닿아 있다. 작가와 재료가 하나가 되어(合) 작품이라는 또 다른 하나가 탄생(分)한다는 의미다. 톱질과 망치질 자국으로 가득한 그의 조각은 생명력과 원시성이 발현되는 현장이다. “어릴 적 매일 새벽이 되면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산에 가셨어요. 작은 돌을 하나 찾으면, 어머니가 그 위에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셨어요.” 전시장 입구에 적힌 그의 말은 1층 한가득 탑처럼 쌓인 나무들의 근원을 알 수 있게 한다. 작가가 추천한 작품인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소장작 ‘합이합일 분이분일’은 보는 각도에 따라 풍기는 느낌이 다르다. 앞에서는 나무 조각 안에 굵은 뼈대가 들어선 것 같은 것처럼 보이고 옆에서 보면 촘촘히 자리 잡은 허리뼈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작품이 전시에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수평적인 작품들도 인상적이다. 타국의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한복 저고리 혹은 한옥 지붕과 같은 곡선을 품고 있다. 이 밖에도 2000년대부터 작가가 열정적으로 몰입하기 시작한 남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회화와 작가가 나무로 만든 조각을 알루미늄으로 캐스팅한 뒤 아크릴 채색을 더한 뒤 ‘회화-조각’이라고 명명한 최근작 ‘노래하는 나무 2013-16V1’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 “같은 쌀, 다른 식사법… 나눔의 한국 밥상·배려의 일본 도시락”[월요인터뷰]

    “같은 쌀, 다른 식사법… 나눔의 한국 밥상·배려의 일본 도시락”[월요인터뷰]

    같은 쌀을 먹지만 밥의 의미는 다르다. 한국에선 넉넉히 밥을 담아 상에 올리고 반찬을 나눠 함께 먹는다. 나눔의 문화다. 일본에서는 “밥 양은 어떻게 할까요. 보통으로 할까요, 적게 할까요”를 먼저 묻는다. 손님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양을 맞춰 주는 ‘오모테나시’, 배려의 문화다.지난 13일 일본 오사카 만박공원 내 국립민족학박물관(민박)에서 만난 문화인류학자 아사쿠라 도시오(75) 민박 명예교수는 닮은 듯 다른 한일 간 차이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밥상’이라며 넉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사쿠라 명예교수는 일본내 한국 문화 연구계의 ‘큰 어른’으로 꼽힌다. 1970년대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50년 가까이 한국 사회와 생활문화를 연구해 왔다. 한국인에게도 낯선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서만 16년 동안 현장조사를 했다. 지금도 식문화를 통해 한일 사회를 비교 연구하고 있다.반세기 가까이 한국을 들여다본 이 노학자에게 ‘한국은 왜 이럴까’라고 물었다. 그는 단정하지 않았다. 그는 “한일은 비슷하지만 어딘가 다르다. 그 작은 위화감을 묻는 것이 내 연구”라면서 그 ‘작은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이(異)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일 문화 차이, 밥에서 잘 드러나한국 밥상, 여러 사람과 함께 완성日 도시락, 개인 단위로 음식 정리1970년대 신안 도초도서 16년 조사한국 ‘정·의리·해학’ 日은 ‘의리·인정’두 사회 인간관계 중요, 방식은 달라직접 관찰하는 ‘필드 워크’ 의미는문화인류학, 사람과의 만남서 시작삶 겹겹이 쌓여 ‘사람의 역사’ 직조문화는 무상… “아직도 한국이 궁금”K푸드 열풍 등 드라마틱하게 변화 “한국 생활문화 반드시 기록해 둬야”-한일 문화 차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음식을 ‘밥’으로 꼽았다. “일본은 도시락의 문화다. 음식이 개인 단위로 정리된다. 도시락 상자 하나 안에 밥과 반찬이 들어간다. 한 사람의 식사가 하나의 틀 안에서 완결된다. 한국은 밥상의 문화다. 여러 반찬이 한 상에 놓이고 사람들이 함께 먹는다. 밥상은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함께 완성한다. 식사 방식 자체가 관계를 만드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밥을 담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 밥을 높이 담은 고봉밥은 제삿밥이다. 일상 식사에서는 그렇게 담지 않는다. 반대로 일본 식당에서는 밥 양을 먼저 묻는 경우가 많다. 손님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맞춰 주려는 것이다. 그것이 일본식 오모테나시다. 한국에서는 밥을 넉넉히 담는다. 밥을 많이 준다는 것은 환대의 의미가 있다. 같은 쌀을 먹지만 밥을 대하는 방식에 사회의 관계 문화가 드러난다.” -한국 문화를 처음 실감한 순간은. “1970년대 서울 롯데백화점 식당에서였다. 마쿠노우치 벤토(밥과 반찬을 도시락 상자 하나에 담은 일본식 도시락)를 주문했는데, 그 뒤로 반찬이 계속해서 나왔다. 나물도 나오고 다른 반찬도 이어지면서 결국 상이 하나 더 차려졌다. 마쿠노우치 벤토는 도시락 상자 하나 안에 밥과 반찬이 들어가 한 사람의 식사가 그 안에서 완결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한정식처럼 식사가 이어졌다. 그때 ‘아, 이것이 바로 한국이구나’ 하고 느꼈다.” -한국인의 관계 문화를 설명할 때 ‘정’이라는 개념이 자주 언급된다. “1970년대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연구 가운데 윤태림 선생의 논의가 있다. 한국인의 특징을 ‘정’, ‘의리’, ‘해학’으로 설명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감정적으로 깊게 맺는 문화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도 인간관계를 설명할 때 ‘기리’(義理·의리)와 ‘닌조’(人情·인정)라는 개념을 자주 이야기한다. ‘기리’는 사회적 의무나 규범에 가까운 개념이고, ‘닌조’는 인간적인 정이나 감정을 뜻한다. 두 사회 모두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관계가 작동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어떤 차이인가. “일본은 관계가 비교적 정리된 규범 속에서 작동하는 사회다. 의무와 역할이 비교적 분명하다. 반면 한국은 관계가 훨씬 유동적이고 감정적인 요소가 강하다. 사람 사이의 정서적 연결이 관계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도초도에서의 느낀 한국의 ‘정’은 어떤 형태였나. “도초도에서 조사할 때 신세를 졌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결혼 후 아내와 함께 다시 마을을 찾았는데 아내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고 하자 그분이 시장에 가서 ‘단무지’를 사 오셨다. 음식도 맵지 않게 따로 준비해 주셨다. 그때 차려주신 밥상 사진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 장면이 내가 느낀 한국의 ‘정’이다.” 그는 한일 생활문화를 현장 연구와 전시로 연결해 온 학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국립민속박물관과 민박이 공동 개최한 한일 생활문화 특별전을 기획했고, 서울 강남의 한 중산층 가정의 살림살이 전체를 수집해 전시장에 생활공간 그대로를 재현한 ‘서울 스타일–이씨 일가의 있는 그대로의 삶’ 전시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15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열린 ‘한일 식문화 특별전’에서도 한국 식문화를 중심에 두고 일본 음식을 비교 방식으로 배치해 차이를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전시 명칭도 관례적인 ‘일한’이 아니라 ‘한일’로 정해 한국 문화를 전면에 놓는 방식을 택했다. -50년 전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천지 개벽 수준으로 변화했다. “2013년에 한국의 김장 문화와 일본의 와쇼쿠(일식)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문화인류학적으로 보면 어떤 문화가 유산으로 지정된다는 것은 그 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설날 음식인 오세치는 예전에는 가정에서 직접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백화점이나 슈퍼에서 구입한다. 한국에서도 김장을 함께 담그는 문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드라마틱한 변화다.” -전 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이 거센데. “예전에 일본 라면 회사 관계자에게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일본 라면을 세계에 더 수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일본에는 지역마다 다양한 라면이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오히려 약점이 되기도 한다. 한국은 단순하다. 신라면, 불닭볶음면처럼 대표 브랜드가 있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 라면을 떠올리면 바로 그것이 생각난다. ‘이것이 한국이다’라는 이미지가 분명한 게 K푸드의 장점이다.” -지금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현지에 머물며 사람들의 삶을 직접 관찰하는 ‘필드 워크’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문화인류학자는 책상에서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다.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사회의 감각을 이해하려고 한다. 내가 한국 연구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도초도에서 16년 동안 살다시피 하며 조사했다. 같은 밥상에서 음식을 먹고 같은 이야기를 듣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비로소 그 사회의 리듬이 보인다.” 그는 필드 워크를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한 사람을 만나면 또 다른 만남이 이어지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의 삶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사람의 역사’를 직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50년 가까이 한국을 연구해 왔다. 선생에게 한국 연구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문화는 ‘무상’(無常)하다. 전통문화나 기층문화라고 불리는 것들도 시대와 함께 변해 간다. 하물며 내가 연구하는 생활문화는 더욱 빠르게 변하고 사라진다. 특히 한국의 생활문화는 내가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거의 50년 동안 드라마틱하게 변화해 왔다. 그래서 반드시 그것을 기록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연구는 많은 한국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런 변화들을 기록해 온 작업이었다. 좋아하는 술을 함께 마시며 그들의 삶을 들려받는 그런 즐거운 작업이기도 했다. 나는 아직도 한국이 궁금하다.” ■ 아사쿠라 명예교수는 1950년 일본 도쿄 출생. 무사시대학을 졸업하고 메이지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한국 생활 문화를 연구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학 연구자다. 중국·미국·사할린 등지의 한국인 이주 공동체 조사도 진행했다. 일본 최대의 민족학 연구기관인 국립민족학박물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리쓰메이칸대 식매니지먼트학부에서 가르치고 있다. 2013년 한국 문화 연구 공로로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 쉰들러까지 ISDS 연전연승…“과거 사례 모아 합법성 입증”

    쉰들러까지 ISDS 연전연승…“과거 사례 모아 합법성 입증”

    한국 정부가 스위스 승강기 기업 쉰들러와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과거 사례를 모아 판례가 없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승소 전략으로 약 3250억원의 국고 유출을 막았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ISDS에 이은 연전연승이다. 한국 정부를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준우 변호사는 15일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충실히 규제·조사하지 않았다는 쉰들러의 주장에 균열을 내는 게 중요했다”며 “국내에선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에 감독 의무 소홀로 소송을 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례를 엮어 국내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걸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쉰들러는 2018년 ISDS를 제기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및 콜옵션 양도 과정에서 공정위, 금융위 등이 소홀하게 규제·조사해 5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였던 쉰들러는 2013∼2015년 시행된 유상증자가 현대엘리베이터 측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절차였으며, 한국 정부가 외국 투자자를 차별했다고 반발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중재판정부는 14일 최종 3250억원으로 조정된 쉰들러의 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정부는 소송비용 96억원도 돌려받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어려운 소송을 책임 있게 수행한 법무부 관계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격려했다. 정부는 최근 ISDS에서 연속 승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론스타와의 중재판정 취소 신청 사건에선 약 4000억원의 배상액을 ‘0원’으로 바꿔놨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판정문을 근거로 배상 결정을 내렸으나 법무부는 취소위원회에서 “정부가 참여하지 않은 절차를 증거로 삼는 건 적법절차 원칙 위반”이라 주장해 이를 뒤집었다. 지난달엔 엘리엇을 상대로 ‘승소율 3%’의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PCA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개입했고,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며 16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영국법원이 “국민연금공단은 PCA 관할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기존 판정이 무력화됐다. ISDS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쿠팡 주주인 그린옥스 등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했다며 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란 디야니 가문과의 분쟁도 장기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배상금 지급 절차를 둘러싸고 2차 소송이 진행 중이다.
  • “100번 실패해도 101번째 성공하도록… K과학에 과감 투자를”[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100번 실패해도 101번째 성공하도록… K과학에 과감 투자를”[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위기보다 비전 보여 줄 때유학 가지 않아도 좋은 연구 가능단기 성과 없다고 흔들려선 안 돼젊은 인재에겐 보상 메시지 필요정부가 K과학의 잠재력 믿어 달라100번의 실패도 과정일 뿐재미와 끈기가 연구자의 원동력실패할 때 얻은 정보가 성공 불러해외 연구자들과 ‘네트워킹’ 중요인재 유입시킬 인프라 고민해야 “과학의 위기를 강조하기보다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상과 비전을 보여주세요.”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에 가장 근접한 후보로 꼽히는 박남규(66)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종신석좌교수는 ‘K과학’의 수준은 이미 크게 성장했기에 기술·과학계 인재 육성을 위해 정부의 참을성 있는 연구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술·과학계 후배들에게는 100번의 실패는 101번째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길목일 뿐이라며 재미와 함께 ‘끈기’를 강조했다.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 교수를 지난 12일 경기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가 한류에 열광하나 K과학의 국제화는 멀어 보인다. 한국 과학기술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강점은 분명하다. 내가 대학원을 다니던 1980~90년대에는 한국 과학자가 사이언스나 네이처 논문 하나만 내도 언론이 떠들썩 했다. 지금은 한국 과학자들이 이런 논문을 내는 사례가 많다. 굳이 외국에서 유학하지 않아도 토종 연구자들이 국내에서 충분히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정부가 꾸준히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연구자들도 그만큼 잘한다. 다만, 가시적 성과가 바로 안 보인다고 쉽게 흔들려선 안 된다. 과학자 우대 분위기도 충분하지 않다. 과학자들은 믿고 맡기면 잘한다. 정부는 그 잠재력을 믿고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업도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R&D 지원에 나서야 한다.” -몇 년 전 갑작스러운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과학기술계에 충격이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학기술 분야는 경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맞다. 동시에 ‘최초의 기술’을 내놓을 수 있는 분야도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자가 ‘이건 아무도 안 한 최초의 기술이나 한번 해보겠다’고 제안하면, 평가를 거쳐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하게 밀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 단기 성과만 요구하지 말고 5~10년짜리 장기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2000년대에 들어 일본이 노벨과학상 수상을 많이 한 이유 중 하나도 1970년대에 기초 연구를 비교적 자유롭게 하도록 지원했던 경험 때문이라고 들었다.” -과학 연구에서 ‘국제 네트워킹’의 중요성에 대해 항상 강조해왔다. “국제 네트워킹은 단순히 공동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실에만 있으면 연구 분야의 메가 트렌드(큰 줄기)가 어디로 가는지, 앞으로 무엇이 중요해질지 알 수 없다. 해외 연구자들을 만나고 대화해야 지금 세계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는지, 내가 뒤처진 건 아닌지, 방향을 잘못 잡은 건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제 네트워킹은 정보 싸움이다.” -이공계 위기에 대한 우려가 크고 우수인재의 의대 쏠림에 대한 걱정도 많다. “이공계 위기나 우수인재의 의대 쏠림이라는 식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면 ‘우수한 인재는 이공계로 가고, 의대에는 덜 우수한 사람이 가야 한다’는 건데, 말이 안된다. 우수한 인재는 의대도 가고, 이공계도 가야 한다. 문제는 위기를 조장하는 분위기이다. 이러면 학생들도 ‘위기라는데 왜 내가 거길 가야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과학의 위기를 강조하기보다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상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열심히 하면 보상이 있다’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해외 우수 인재나 외국의 한인 연구자를 국내에 유치할 방법은 뭘까. “연구 환경도 중요하지만, 연구 외적인 생활 환경도 정말 중요하다. 정부가 고가 연구 장비나 연구비를 지원하지만 우수 인력은 돈만으로 오지 않는다. 박사후연구원이나 외국 연구자들이 한국에 와서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주거 환경, 학교 인프라, 생활 편의가 필요하다. 일본이 우리보다 급여 수준이 크게 높지 않은데도 인재를 끌어오는 것은 생활 인프라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대학 주변이나 학교 안에 거주 시설이나 방문 연구자용 시설 등을 더 잘 갖춰야 한다. 연구실의 현대화도 필요하다. 아직 노후화된 연구실이 많고, 안전이나 동선이 비효율적인 곳도 많다. 해외 대학의 경우 연구실이 훨씬 현대적이고 안전하다. 대학 안팎에 연구자들이 머물 호텔급 시설까지 갖춘 곳도 많다. 그런 인프라를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기초과학과 연구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새로운 소재를 찾고, 새로운 기술 방향을 정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다뤄야 하는데, 사람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재료 분야의 데이터베이스는 바이오나 신약 분야만큼 잘 축적돼 있지 않다. 그래서 로보틱스를 활용해 빠르게 실험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렇게 하면 원래 5~6년 걸릴 신소재 개발도 훨씬 빨라진다. AI는 기초과학에서도 필수적이다. 다만 현재 상용화된 AI를 그냥 가져다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신소재를 개발하려면 그 분야에 특화된 AI 툴이 필요하다. AI 툴을 만드는 쪽과 실제 그 툴을 쓰는 연구자 사이에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국내 최초로 종신 석좌교수에 임명됐는데. “정년을 맞기 전까지는 죽을 때까지 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서 종신 석좌교수를 하라니 부담도 되고 겁도 났다. 이전에는 평생 연구만 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생겼다. 했던 연구를 계속 업데이트해야 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연구를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책임감이 더 생겼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등도 종신 연구자 제도를 만드는데 우수 과학인재 유치에 도움이 될까.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는 우수 연구자에게 65세 이후에도 강의, 연구 등을 이어갈 수 있는 ‘테뉴어 제도’를 운영한다. 우리도 단순한 정년 보장보다 미국식 테뉴어 제도를 도입하면 좋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세대 순환을 막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윗사람이 계속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자리를 오래 유지하면 새 연구자들이 들어올 자리가 줄지 않겠나. 좋은 제도이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어떻게 태양전지에 관심을 갖게 됐나. “우연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원자력 쪽에 관심이 있었는데,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 연구소에 입사했는데, 학사 학위만으로는 지식의 한계를 느껴 대학원에 진학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모르는 걸 알게 되는 즐거움, 새로운 걸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래서 박사까지 했다. 박사 시절 연구 주제는 초전도체였는데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는 동안 우연히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접하고 연구했다. 그러던 중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실패도 많았다던데 과학자에게 ‘실패’란 어떤 의미인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때 ‘실패’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 기술을 개선하다가 안 되면 실패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혀 가보지 않은 길이라면 그건 실패라기보다 탐색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연구자는 실패를 많이 할수록 얻는 정보도 많아진다. 한두 번 안 되는 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00번 시도해서 안 됐다면, 그 100번 동안 엄청난 정보를 얻은 것이다. 그럼 101번째에는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그래서 100번의 실패도 실패라고 볼 수 없다.” -앞으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싶나. “지금의 태양전지 원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원리를 찾고 싶다. 또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에도 관심이 있다. 이산화탄소를 다른 유용한 탄소화합물이나 고분자로 높은 효율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찾는다면 기후위기 대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외 실리콘 반도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반도체 물질을 찾고 싶다. 지금보다 더 유연하고, 집적도가 높고, 만들기 쉽고, 사람들에게 편리한 새로운 반도체가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있다.” -평생 과학자로 살게 된 동력은. “재미인 것 같다.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여기에 끈기가 하나 더 붙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결과가 돌아온다고 생각해야 한다.” ■ 박남규 교수는 ▲1960년 경남 마산 출생 ▲서울대 학·석·박사 ▲프랑스 ICMCB-CNRS 박사후 연구원 ▲미국 국립 재생에너지 연구원(NREL) 박사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책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태양전지센터장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 ▲2018년 호암상 공학상 ▲2024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 ‘최대 20조’ 추경안, 이달 신속 제출… 에너지 바우처 등 추진

    ‘고유가·고환율’ 등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가 한국을 타격하기 시작하자 정부는 경제를 지탱할 재정 방파제 마련에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초점은 ‘민생 안정’에 맞춰지고 규모는 2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당국 관계자는 15일 “법인세 신고·납부 시한인 3월 말 이전에 조속히 추경안을 마련해 국회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오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과하면 직접 추경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임기근 기획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동 상황 점검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국민 부담을 하루라도 빨리 덜기 위해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추경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초고속 추경’의 핵심은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충격을 완화하는 데 있다. 기획처는 주요 추경 사업으로 ▲물류·유류비 부담 경감 ▲서민·소상공인·농어민 등 민생 안정 ▲수출기업 지원 등을 꼽았다. 정부는 정유사의 공급가격 상한을 제한하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보전 재원과 에너지 바우처 등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추경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경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략 20조원 안팎이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조~20조원 정도가 적정한 규모”라고 내다봤다. KB증권 등 민간 연구기관도 ‘10조~20조원’을 제시했다. 역대 추경 사례와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 세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20조원 안팎이 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재명 정부의 지난해 첫 번째 추경 규모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 12조원을 포함한 31조 8000억원이었다. 임 차관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편성함으로써 국채·외환시장 등의 영향은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추경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추경 편성이 수요 측 압력을 통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잠재성장률보다 낮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경제 성장세가 기초 체력에 미달한 상황이어서 돈을 풀어도 물가를 끌어올릴 만큼의 소비·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는 의미다.
  • “위치 끄고 전력 항해”…호르무즈 뚫고 ‘잭팟’ 터뜨린 선박 논란 [핫이슈]

    “위치 끄고 전력 항해”…호르무즈 뚫고 ‘잭팟’ 터뜨린 선박 논란 [핫이슈]

    그리스 선박 최소 10척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란이 사실상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시간)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와 마린 트래픽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시작된 후 그리스 회사가 운영하는 선박 최소 10척과 중국 회사 선박 최소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선박 대부분은 이란군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야간에 전력 항해하는 방식으로 해협을 통과했다. 호르무즈를 통과한 그리스 해운회사 측은 로이터에 “호르무즈 해협의 항해는 마치 적의 욕조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면서도 전쟁 발발 후 급상승한 물류 운송료를 노린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유조선 소유주, 전쟁 이후 수익 얼마나 올랐나실제로 선박 중개업체 자료에 따르면 유조선 소유주의 일일 평균 수익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선박 소유주는 개전 이후 용선료로 하루에 50만 달러(한화 약 7억 5000만원)를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고수익을 노리고 이란 ‘몰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은 선원의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우려한다. 국제운수노조 측은 “일부 선주들이 공격을 피하기 위해 AIS를 끄고 있다는 보고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선원들의 생명을 걸고 하는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개전 이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선박은 최소 16척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노르웨이 억만장자 존 프레드릭센이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 분쟁 당시 미사일 공격에도 이 지역에서 원유를 선적·수송해 막대한 돈을 벌었던 사례가 있다”면서 “최근 상황은 그 이후에 나온 대담한 항해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배짱 있게 호르무즈 통과하라”최근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 중이라는 미국과 영국 정보당국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조선과 상선 등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격려해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기뢰 부설 위협이 높아진 지난 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유조선 선원들을 향해 “배짱을 좀 부려(show some guts)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라”면서 “두려워할 게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해군력이 없다. 우리가 그들의 배를 모두 격침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5일 만인 지난 14일 SNS에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바라건대,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인위적인 제약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지 못했으며 동시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동맹국과 중국을 전쟁에 끌어들여 미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미국과 긴밀 소통하고 신중 검토”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호위용 군함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측은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언론 공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SNS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으로, 이에 기반해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조속히 정상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올림픽 메달 7개 ‘빙상 전설’… “4년 뒤엔 팬으로 뛸게요”[스포츠 라운지]

    올림픽 메달 7개 ‘빙상 전설’… “4년 뒤엔 팬으로 뛸게요”[스포츠 라운지]

    ‘금 4·은 3’ 한국 최다 기록베이징 1500m 金 의미 특별밀라노 80점… 500m 아쉬워혼성 계주 후 후배들 다독여스포츠 관련 일 계속 하고파 “은퇴, 번복하면 안 될까?” 요즘 최민정(28·성남시청)은 거의 매일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마친 뒤 동료 선수는 물론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 여자 계주 금메달, 1500m 은메달을 딴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올림픽 은퇴를 선언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탓이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만난 최민정은 “도저히 그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계획에 없다”면서 은퇴 번복 요청을 들을 때마다 선을 긋고 있다고 밝혔다. 몸도 아프고 정신적으로도 지친 상황에서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이 쏟아부었기에 조그만 미련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특별한 계기 없이 지난해 여름부터 서서히 작별을 준비했다는 그는 “메달을 못 땄더라도 은퇴했을 것”이라며 “후련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민정은 2014년 9월 고등학생 신분으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올해 밀라노 대회에 출전해 올림픽 메달 7개(금4·은3)를 목에 걸었다. 전부 다 세계 1등 아니면 2등밖에 안 한 만화 주인공 같은 성적이다. 8년간 따낸 메달 7개는 역대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이다. 7개의 메달을 들고 인터뷰에 나타난 최민정은 “한국 선수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최다 메달 기록은 생각도 못 했는데 자연스럽게 내가 그 기록을 깨서 정말 기뻤다”고 밝혔다. 사진 촬영을 위해 메달을 모두 꺼내 보고는 “모아놓고 보니 많이 따긴 했다”고 명랑하게 웃음 지었다. 메달 하나하나마다 추억도 감정도 산더미처럼 쌓였다. 최민정은 1호 금메달인 평창 1500m 금메달에 대해 “제가 원했던 목표를 이룬 메달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7개의 메달을 진열해 놓는다면 가운데 놓고 싶은 메달은 베이징 1500m 금메달이다. 이유를 묻자 “그때 1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2분16초831)도 세웠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면서 딴 5번째 메달이라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기점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의 마지막 메달이었던 밀라노 1500m 은메달 역시 특별하긴 마찬가지다. 주변에서는 3연패를 이루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지만 최민정은 “그렇게 속이 후련한 경기도 없었다. 그때는 눈물을 흘렸지만 이제는 기쁘다”고 말했다. 예기치 않게 다가온 모든 마지막이 다 특별하고 애틋하듯 최민정에게 이 은메달 역시 남다른 감정을 품게 했다. 대표팀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이뤄낸 결과이기에 보람도 크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이번만큼은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나섰다. 대회 초반 혼성 계주에서 넘어지는 등 불운과 상대의 거센 견제를 이겨내고 한국 쇼트트랙이 전체 7개(금2·은3·동2)의 메달을 따낸 데는 주장 최민정의 역할이 컸다. 최민정은 “베이징 때도, 평창 때도 모든 종목을 다 잘 타진 않았다”면서 “안 좋을 때도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혼성 계주가 끝나고 후배들에게 ‘오늘 경기는 잊고 아직 시합이 많이 남았으니 최대한 좋은 감각만 살리면서 남은 시합 잘 준비하자’고 다독였다”고 떠올렸다. 올림픽의 전설이자 산 증인인 그의 격려는 에이스 계보를 잇는 후배 김길리(22·성남시청) 등에게 힘이 됐고 역대급 성적을 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에 대해 스스로 80점을 줬다.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것도, 여자 계주가 준비한 만큼 결과를 낸 것도 좋았지만 야심 차게 도전했던 500m(준결선 탈락) 등의 아쉬운 결과가 100점을 못 채운 이유가 됐다. 500m는 최민정이 세 번의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메달 인연이 닿지 않은 개인 종목이다. 스포츠에서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법. 최민정 역시 언젠가, 누군가 자신의 기록을 깰 것을 예감하며 “그래도 기왕이면 쇼트트랙에서 깨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음 2030 알프스 동계올림픽은 선수가 아닌 팬으로서 다른 선수들을 응원할 계획이다. 최민정은 “시기는 정확하게 잡지 않았지만 다음 올림픽 전에는 은퇴할 것”이라며 “은퇴 후에는 스포츠 쪽에 오래 있었으니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 때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고 늘 최고의 결과물로 감동을 줬던 최민정은 이제 팬들과도 석별의 정을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최민정은 “대회에서 자주 뵙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 삼성 폰부터 전장·수소까지… ‘작은 부품’의 힘, 매출 1조의 꿈[강소기업 돋보기]

    삼성 폰부터 전장·수소까지… ‘작은 부품’의 힘, 매출 1조의 꿈[강소기업 돋보기]

    ‘금형~양산 원스톱’ 코스닥 상장사카메라 데코·심 트레이 부품 개발갤럭시 S26에 1차 협력사로 납품신규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전장·전자담배 부품으로 매출 확대M&A·신사업 통해 5년 뒤 1조 클럽 “위잉, 철컥….” 지난 10일 찾은 경기 파주시 광탄면 유아이엘 공장의 사출실에서 사출기들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스마트폰 심(SIM) 트레이를 찍어냈다. 사출기가 한 번 작동해 심 트레이가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5초였다.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다른 공정에서도 자동화 설비 앞에 앉은 작업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면서도 정교했다. 금형 공정이 있는 작업 구역에는 금속 특유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부품의 모양을 그대로 찍어내는 틀인 금형들은 마치 ‘붕어빵 틀’을 떠올리게 했다. 한쪽에서는 금형을 물로 식히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렇게 식힌 금형은 이후 사출 공정으로 넘어가 금속 부품을 찍어낸다. 초기 금형 제작부터 제품 양산까지 공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유아이엘 공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이는 듯했다. 전자부품 전문 제조회사인 유아이엘은 45년 업력을 가진 휴대폰 부품 제조 기업이다. 과거 피처폰 시절에는 키패드 생산이 주력이었지만, 스마트폰이 본격 도입된 2010년 전후부터 심(SIM) 트레이와 카메라 데코 등 금속 부품을 공급하며 성장 기반을 넓혔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 S26’ 시리즈에도 유아이엘의 부품이 들어간다. 유아이엘은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로 이 부품들을 납품한다. 유아이엘은 전장 부품과 전자담배 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부터 뛰어든 전장 부품 사업은 삼성전기, LG이노텍 등과 협력을 확대하며 매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현재 연 매출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전장 부품 기업에 대해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전자담배 부문은 유아이엘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 P사에 등록된 유일한 한국 업체이자, 안정적인 공급사로 평가받는다. 전자담배 사업 매출은 2022년 180억원에서 2023년 286억원, 2024년 497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여기에 유아이엘은 수소 생산 기술 개발까지 추진하며 미래 사업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8월 해외 고객사에 개발한 샘플을 납품했고, 12월에는 납품사에게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달 초에는 양산 검증 샘플 납품을 정식으로 의뢰받은 상태다. 유아이엘의 강점은 차별화된 기술 역량이다. 전자부품 개발부터 금형 설계·제작, 제품 가공과 자동화, 품질 관리까지 이어지는 일괄 개발·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유아이엘은 탄탄한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강소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최대 생산 기지인 베트남 법인에는 최근 2년 동안 약 100억원 규모의 자동화 설비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 효율을 높였다. 유아이엘 관계자는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수합병(M&A)과 수소 생산 등 신사업을 통해 5년 뒤 연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뉴이재명’과 순수 민주주의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뉴이재명’과 순수 민주주의

    하나의 원소로 이루어진 순수한 금속보다 합금이 더 강하듯, 민주주의도 순수해질수록 장점을 잃고 나빠진다. 순수한 철은 연성이 없어 쉽게 깨진다. 녹도 잘 슨다. 철은 탄소가 섞여 강철이 되고, 크롬이 혼합되면 스테인리스가 된다. 반도체도 순수한 실리콘이 아니다. 일부러 불순물을 섞어야 쓸모 있는 상용 반도체가 된다. 순수 민주주의는 ‘미국 헌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매디슨이 처음 쓴 말이다. “시민들이 집회를 열어 통치”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가리켰는데, 흥미롭게도 그때의 시민은 ‘소수’일 수밖에 없었다.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소수 시민을 위해, 다른 누군가는 아이를 돌보고 생산 활동에 전념해야 했기 때문이다. 목소리 큰 열정적 소수의 ‘열정’은 과잉과 전염에도 취약했다. 순수 민주주의의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체(政體) 분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유형론을 잘 만들기로 유명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정체의 원리와 섞이지 않은 ‘순수한 다수의 지배’를 민주정이라 불렀고, 이를 좋은 정체가 아닌 나쁜 정체로 분류했다. 쉽게 타락하고 빠르게 퇴행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처방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혼합’을 권했다. 섞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된 전체가 아니라 다원적 전체여야 좋은 정체, 좋은 민주주의가 된다. 다른 정당을 없애야 한다거나, 일당제로 국민주권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이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일당제의 다른 이름은 ‘당·국가 체제’다. 당과 국가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런 체제를 민주적이라고 보는 정치학자는 없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권리를 가진 자유인이면 누구나 의견을 가질 수 있는, 다른 목소리들의 공동통치 체제다. 하나의 목소리만 들리는 민주주의는 전체주의의 막다른 길로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다. 많은 이들이 일당주의와 민주주의는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여긴다. 현실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양극화 정치란 일당주의와 민주주의가 한 몸처럼 결합한 정치다. 일당 지배를 지향하는 정당이 둘로 나뉘어 경쟁하니 민주주의가 아닌 건 아니다. 하지만 두 정당은 서로를 없애기 위해 싸우는데, 그게 바로 일당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악성 팬덤 정치다. 한국 민주주의는 너무 오랫동안 그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정치란 ‘공존’이라고 하는 위대한 이상에서 발원한 인간 활동이다. 옛 철학자들은 같은 의견으로의 동질화는 다양성의 소멸이요 자유의 몰락을 가져온다고 우려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책 ‘정치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점점 더 하나의 통일체가 되어 가면 갈수록 국가는 결국 국가이기를 그만두게 될 것이다. 국가는 본성적으로 하나의 복합체다. 복합체에서 통일체가 되어 갈수록 국가는 가정이 되고 개인이 된다. 같은 사람들로는 군사동맹이나 부족은 몰라도 국가를 만들 수는 없다.” 다원성이야말로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이 가진 힘의 원천이다. 국가라는 큰 공동체는 이견의 표출이 얼마나 안전한가에 비례해서 강해진다. 서로 다르게 옳다는 사실을 존중해야 정치가 시작된다. 다른 생각이 전체를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을 때 국가도, 민주주의도, 정치도 좋아진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의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여야 어느 쪽도 공존의 의사는 없다. 정치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열성 당원들은 ‘개딸’과 ‘윤어게인’같이 동질적 정서와 배타적 언어로 무장해 있다. 정당이 가족이나 부족 같아졌다는 뜻이다. 급기야 국가가 대통령 개인과 동일시되고 있다. 대통령 뜻을 따르지 않는 여당은 싫다는 ‘뉴이재명’ 집단도 등장했다. 총리급에 발탁된 박용진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것에 “기껍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민주주의가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명’이 아니라 이재명 사람”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에서 동질화된 순수 민주주의의 우울한 단면을 본다. 과도한 순응은 국가는 물론 대통령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개성을 잃은 정치가는 의미 없는 존재다. 박상훈 정치학자
  • [기고] 공직의 품격은 절제에서 나온다

    [기고] 공직의 품격은 절제에서 나온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 헌법 제7조 제1항이 밝히는 공직의 원칙은 분명하다. 공직사회는 국민의 신뢰 위에 서 있으며 그 신뢰는 정책의 성과 이전에 조직 내부의 공정에서 비롯된다.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이고 직위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의 자리다. 이 기준이 흔들리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에서 이른바 ‘간부 모시는 날’과 같은 관행이 지적된 것은 공직자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계기다. ‘간부 모시는 날’은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사비로 상급자의 식사 비용을 부담하는 관행을 뜻한다. 팀마다 특정 요일에 국·과장 등 상급자와 함께 식사하고 막내나 팀 총무가 미리 선호 메뉴를 확인해 식당을 예약해 동행하기도 한다. 식사 이후 커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하급자가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과 노동까지 떠안게 된다. 이 같은 관행은 공정과 신뢰의 기준에 부합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자발적 배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암묵적인 압력을 낳고 조직의 위계적 문화를 강화할 수 있다. 간부는 배려를 받는 자리가 아니라 먼저 책임을 감당하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자리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그간 두 차례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을 점검하고 근절을 추진해 왔다. 중앙·지방정부 대상 대책회의와 현장 간담회를 통해 기관별 후속 조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애로사항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또한 ‘간부 모시는 날’ 근절 우수사례와 홍보물을 전 기관에 공유해 공직사회 전반에 개선 분위기가 확산되도록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최근 1년 내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은 2024년 18.1%에서 2025년 11.1%로 감소했다. 분명 의미 있는 변화지만 여전히 일부 현장에는 관행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행안부는 이달 중 추가 점검을 통해 현장의 변화를 재확인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화는 실태조사나 지침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제도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힘은 결국 현장의 선택에서 나온다. 상급자가 먼저 직원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 상급자가 먼저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관행은 스스로 멈출 때 비로소 사라진다. 이는 단순한 식사 문화 개선을 넘어 공직사회가 어떤 기준 위에 설 것인가의 문제다. 공정과 신뢰는 외부를 향한 약속이기 이전에 내부의 규범이어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도 납득되지 않는 기준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작은 불공정이 누적되면 조직은 무감각해지고 그 영향은 행정의 품질과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행이라는 관성을 끊어내는 실천이다. MZ세대 저연차 공무원의 이탈은 또 하나의 중요한 신호다. 보상과 근무 여건 개선도 중요하지만 존중과 공정의 문화 없이는 유능한 인재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젊은 공무원들이 체감하는 공정은 거창한 구호보다 사소한 부담을 강요하지 않는 조직문화에서 시작된다. 공직사회 내부의 공정이 바로 설 때 국민 신뢰도 더 단단해진다. ‘모시는 관행’을 깨고 책임과 존중의 기준이 자리잡을 때 공직은 다시 국민의 신뢰 위에 굳건히 설 것이다. 행안부는 관행의 잔재를 면밀히 점검하고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끝까지 살필 것이다. 공직의 품격은 특권이 아니라 절제에서 나온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 [지방시대] 충청광역연합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방시대] 충청광역연합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한 장면이다. 콜로세움에서 전차부대와 맞붙은 주인공 막시무스가 불안에 떨고 있는 동료 검투사들에게 말한다. “어떤 상대든 뭉치면 살 수 있다”고. 신은 하나가 된 검투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현실에서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약자에게 상생과 연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2024년 12월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 4개 지방자치단체가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충청광역연합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충청광역연합은 행정구역은 그대로 둔 채 상생을 위해 탄생한 우리나라 최초의 특별지자체다. 기대를 한 몸에 받았기에 당시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 행정안전부 김민재 차관보 등 200명이 참석해 충청광역연합의 출범을 축하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떤가. 충청권에 상생의 꽃이 활짝 피는 봄이 올 줄 알았는데 혹독한 겨울이 엄습했다. 대전과 충남은 둘만의 행정구역 통합에 매몰돼 정신이 없다.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김영환 충북지사가 “대전·충남 통합은 ‘충청광역연합’이라는 협력의 틀 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통합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을까. 위기감을 느낀 충북도는 각종 특례가 담긴 충북특별자치도법 제정에 나섰다. 연대를 외쳤던 충청권이 각자도생에 주력하는 형국이다. 정면충돌이 우려되는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충북도가 청주 오송역 인근에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자 충남도가 천안아산역 인근에 돔구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인접한 곳에 2개의 돔구장이 생기면 행사 나눠 먹기로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 다행히 정부가 공모를 통한 돔구장 건립에 나설 계획이라 충청도에 2개의 돔구장이 들어설 가능성은 작아졌다. 하지만 공모 이전에 교통정리가 되지 않으면 충북과 충남은 상대를 쓰러뜨려야 내가 사는 ‘사각의 링’에 올라가야 한다. 돔구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사업이라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돼 유치 경쟁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이런데도 아무도 말이 없다. 충북과 충남은 국민 앞에서 협력을 약속한 사이다. 최적의 돔구장 후보지를 따져 보는 공동 용역이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충청권 4개 시도에서 파견된 공무원 60명으로 구성된 충청광역연합 역시 절망적이다. 상생을 위한 초광역 사업 전담 조직이지만 지역 간 이견으로 사업이 삐걱거리는 등 잡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상생을 위해 모였는데 계산기를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충청광역연합의 눈에 띄는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면 충청광역연합을 수술대에 올려 메스를 가해야 한다. 충청권 단체장들과 충청광역연합은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의 상생을 배워라. 두 지자체는 국립소방병원 유치전에 뛰어든 경쟁 관계였지만 과감하게 전략을 수정했다. 진천군이 유치를 포기하고 이웃인 음성군에 힘을 보탰다. 진정한 상생 덕에 음성군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소방병원을 품에 안았다. 음성군에 건립된 소방병원은 진천군은 물론 증평군과 괴산군의 의료 환경까지 개선하며 충북 지역 중부 4군 모두에 최고의 선물이 됐다. 혼자 가면 길이 되지만 함께 가면 역사가 될 수 있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왜 역사의 주인공이 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가. 남인우 전국부 기자
  • 소통 돕는 보성 ‘마을방송 수신기’ 큰 호응

    소통 돕는 보성 ‘마을방송 수신기’ 큰 호응

    전남 보성군이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주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보급하는 ‘최첨단 가정용 마을방송 수신기’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2일 보성군에 따르면 군은 2024년부터 2년간 관내 약 1만 2000가구를 대상으로 가정용 마을방송 수신기를 보급해 집 안에서도 마을 방송을 선명하게 청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군은 난청 지역이거나 이중 창문 등으로 마을 스피커 방송이 실내에 정확히 전달되지 않고 고령화로 청취에 불편을 겪는 주민들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가정용 수신기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설치비 23만원 전액을 군에서 부담하는 수신기는 녹음 기능이 있어 미처 듣지 못한 방송을 다시 확인할 수 있고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수신기를 설치한 주민들은 마을과 떨어진 생활 환경에서도 문화 행사, 영농 교육, 행정 안내 등 다양한 지역 정보를 들을 수 있어 마을 공동체 소통이 한층 활발해졌다고 평가한다. 재난 대응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 가운데 태풍, 침수, 산사태 등 재난 상황을 집에서도 정확히 청취할 수 있어 특히 심야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벌교읍 주민 김모(78)씨는 “집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귀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좋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군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3848명 중 95%가 ‘수신기 설치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수신기 설치율 71.20%를 달성한 군은 올해 미신청 가구를 대상으로 추가 신청을 받아 장마철 이전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 AI 시대 외국어 배우는 이유…“합리적인 자아·사회의 열쇠”

    AI 시대 외국어 배우는 이유…“합리적인 자아·사회의 열쇠”

    기원전 196년 고대 이집트에서 제작한 로제타석은 고대 그리스어, 이집트 민중문자, 이집트 신성문자라는 세 가지 다른 기호로 동일한 텍스트를 기록했다.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다중언어 구사자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정신과 언어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심리언어학자인 저자는 기원전부터 이어오고 있는 다중언어의 역사 속에서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을 소개한다. 저자 자신이 루마니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러시아어와 영어는 물론이고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거기다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등등 10개가 넘는 언어를 구사하는 다중언어 능력자다. 저자는 “다른 언어를 쓸 때마다 또 다른 자아가 된다”고 설명한다. 아는 언어가 많아질수록 정보를 추출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생각과 감정, 인식과 기억, 의사결정, 아이디어와 통찰력에 더해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할 때 ‘정직의 목소리’가 커지며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소개한다. 오랫동안 과학계에서는 뇌가 언어를 옮겨갈 때 하나의 언어를 꺼두고 다른 언어를 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다중언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어떤 단어를 들으면 비슷한 발음의 다른 언어를 동시에 떠올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뇌가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항상 활성화된 상태로 남아 있어서 저절로 동시에 일을 처리한다는 ‘병렬 활성화’에 집중하며 다중언어 사용자의 뇌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한다. 나아가 저자는 언어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도 언어를 폭넓게 살핀다. 사회 구조는 물론 정치, 역사, 과학에서도 언어의 힘이 작용하며 수학, 인간의 DNA 코드 등도 언어의 눈높이로 해석한다. “상징체계가 우리 정신의 코드이고 우리 정신이 우주로 통하는 창문이라면, 언어는 우주의 신비를 여는 열쇠를 쥐고 있다. 다중언어 사용은 우리가 자물쇠에 딱 맞는 열쇠를 찾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인공지능(AI)이 순식간에 언어를 번역해주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AI의 한계를 초월할 힘이 있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정신과 의사가 본 나치… “평범한 인간도 ‘악’ 될 수 있다”

    정신과 의사가 본 나치… “평범한 인간도 ‘악’ 될 수 있다”

    뉘른베르크 재판 지켜본 군의관전범들 일관된 정신 결함 못 찾아체제 속 특별한 역할로 자기 인식상황에 따라 누구나 악 분출 가능 1945년 4월 30일 세계를 불바다로 몰아넣었던 아돌프 히틀러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어 5월 8일 독일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유럽은 비로소 전쟁에서 벗어났다. 6개월 뒤인 1945년 11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나치 독일의 핵심 인물 24명을 심판하기 위한 전범재판이 열렸다. 이것이 그 유명한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이다. 연합국 주축인 미국은 전범들이 재판받을 수 있는 정신 상태를 유지하도록 정신과 의사이자 군의관인 더글러스 켈리 소령을 파견한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켈리의 뉘른베르크 재판 경험과 그 이후의 삶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며 ‘악의 실체’를 추적한다. 라미 말렉과 러셀 크로가 출연해 화제가 된 영화 ‘뉘른베르크’(2025)의 원작이라는 점도 이 책을 집어 들게 만드는 매력 요소다. 켈리는 원래 맡은 임무와는 별도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전범들에게서 공통적인 정신적 결함이나 병리적 징후를 찾아내려 했다. 그러나 전범들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어떤 일관된 상태나 ‘악’의 요소를 끝내 발견할 수 없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히틀러가 없었다면 이 사람들은 비정상도 아니고 변태도 아니고 그렇다고 천재도 아닙니다. 이들은 공격적이고 영리하며 야심 차고 냉혹한, 여느 사업가와 다를 바 없죠.” 16년 뒤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본 뒤 내놓았던 ‘악의 평범성’을 떠올릴 수 있는 결론이지만 켈리는 같은 듯 다른 면을 봤다. 아렌트는 나치들이 상부의 명령을 따르고 그 명령을 일상적 절차로 여겼고 자기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켈리는 나치들이 자기 체제와 그 안에서 자기 역할은 특별하며 인류 진화의 흐름이 선택한 것으로 여겼다고 진단했다. 누구나 악을 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아렌트의 결론과 같지만, 켈리는 좀 더 특별한 상황이 악을 폭발적으로 분출시킨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전범들처럼 행동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 책을 끝까지 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마지막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재판 이후 미국으로 돌아온 켈리는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범죄학부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니체는 저서 ‘선악의 저편’에서 “당신이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악 그 자체는 아니었지만 인류 최악의 죄악을 행한 사람들의 심연을 오래 지켜본 켈리는 정말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쫓아가는 것도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상의 악을 생각해 본다. 타인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이들은 대개 특별하거나 정신 이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보다는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얼굴을 한 채 우리 곁에 존재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악은 특수한 병리적 상태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 누구라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상태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 숨막히는 새벽의 붉은 빛줄기…지구의 끝 ‘태양의 집’을 거닐다

    숨막히는 새벽의 붉은 빛줄기…지구의 끝 ‘태양의 집’을 거닐다

    세계 최대 분화구 ‘할레아칼라산’일출 압권… 한낮에도 色다른 절경분화구 속 크고 작은 분화구 매력마카푸우 일대 혹등고래 관찰 명소탄탈루스 전망대 일몰은 명불허전루비빛 샌디 비치는 서퍼들의 천국화산이 만든 원초적 세계, 미국 하와이주의 두 번째 여정이다. 마우이섬과 오아후섬이 목적지다. 두 섬은 모양새가 퍽 다르다. 화산이 만들었다는 것 외엔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마우이는 빅 아일랜드처럼 극한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활화산은 없어도, 화산이 하와이에 남긴 풍경 가운데 가장 매혹적인 경관이 이 섬에 있다. 하와이주의 주도인 오아후섬이야 설명이 필요 없는 하와이의 대표 섬이다. 마우이와 오아후 여정에서 가장 기대한 건 사실 ‘우영우 고래’ 혹등고래와 바다거북 관찰이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실패했다. 그래도 그 파란 바다 아래 전설적인 동물들이 유영하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하와이의 풍경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마우이섬은 색으로 말한다. 우주 어딘가에서나 볼 법한 색과 마주할 수 있다. 거기가 할레아칼라산이다. 둘레 33.5㎞, 지름 14㎞로 세계 최대 분화구다. 높이 3055m. 백두산과 서울의 남산을 합친 높이쯤 된다. 고도는 높아도 정상까지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봉우리에 가까워질수록 비릿한 담뱃잎 냄새도 강해진다. 물론 유황 냄새다. 산자락의 집들은 죄다 지붕에 굴뚝을 이고 있다. 아니, 웬 굴뚝? 하와이에서 난방을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하와이의 연평균 기온은 22도 정도로 온화하다. 한데 마우이의 할레아칼라산이나 빅 아일랜드의 마우나케아산은 다르다. 고지대여서 낮에도 제법 춥다. 특히 절경으로 입소문 난 새벽 일출과 ‘스타리 스타리 나이트’를 이루는 별밤을 보려면 최소 늦가을 옷차림이 필수다. 숙소에서 대형 수건을 챙겨가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다. 할레아칼라는 하와이어로 ‘태양의 집’이라는 뜻이다. 외계 행성에 온 듯한 휴화산 분화구는 새벽 무렵에 숨 막힐 정도로 다양한 색상의 일출을 선사한다. 하와이 사람들은 새벽에 나타나는 이 붉은 줄무늬를 ‘카헤 라’라고 부른다. 주로 시 같은 문학 작품에 흔히 쓰이는 표현이라는데 ‘새벽의 붉은 빛줄기’ 정도의 의미다. 태양이 중천으로 오르면 분화구 안에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을 빨강, 분홍, 주황 등의 색조가 드러난다. 빅 아일랜드의 킬라우에아 화산이 거칠고 남성적이라면 할레아칼라 화산은 우아하고 현란한 여성미가 압권이다. 분화구 안의 크고 작은 분화구(제주의 ‘오름’과 같다)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봉긋 솟아올랐다. 분화구 내 토양은 형형색색으로 반짝거린다. 표면이 달과 흡사해 실제 우주비행사들의 훈련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단다. ‘슬라이딩 샌즈 트레일’(키오네히에 트레일)을 통해 분화구 안을 둘러볼 수 있다. 할레아칼라 방문자 센터 약간 아래에 있다. 트레일 길이는 16㎞ 정도다. 공원 관계자는 “키오네히에 트레일 전체가 꽤 길어서 하루 만에 완주하기는 어렵다”면서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는 부분만 돌아보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할레아칼라 분화구 건너편은 미 항공우주국(NASA) 천문관측소다. 차로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이 일대에서 굽어보는 마우이섬 전경이 일품이다. 섬 드라이브에 나선다. ‘로드 투 하나’(하나 고속도로)는 섬의 동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거리는 약 85㎞다. 길지는 않지만 만만히 볼 도로는 아니다. 머리핀처럼 굽은 구간이 617개, 1차선 다리가 59개, 사각지대도 수없이 많다. 제한속도가 시속 25마일(40㎞)이어서 도로 주행 시간은 평균 2시간 30분에 이른다. 현지에선 ‘이혼의 길’이라 불린다. 글쎄, 난폭운전은 잦은 다툼과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려나. 마우이엔 오아후만큼이나 가볼 만한 해변이 즐비하다. 카팔루아 비치가 가장 널리 알려졌다. 흔히 플레밍 비치 파크라 불리는데, 몇 해 걸러 한 번씩 ‘미국 최고의 해변’에 꼽힐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카아나팔리 비치 역시 ‘2003년 미국 최고의 해변’에 꼽혔다고 한다. 백사장 길이가 4.8㎞나 된다. 마우이 서쪽에 있다. 이 해변 북쪽의 푸우 케카아, 흔히 ‘블랙 록’이라 불리는 암초 지대는 스노클링 명소다. 라우니우포코 비치 파크는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용암석으로 둘러싸인 천연 수영장이다. 이제 오아후섬으로 넘어간다. 마우이에 ‘로드 투 하나’가 있다면 오아후엔 ‘72번 국도’가 있다. 탄탈루스, 다이아몬드 헤드, 진주만 기념공원 등 오아후의 거의 모든 명소가 이 도로에 굴비처럼 매달려 있다. 와이키키를 기준으로 가급적 오전 10시 이전에 출발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는 게 좋다. 교통량, 주차 등에 유리하다. 하루에 다 돌아보기는 어렵다. 섬 동쪽 해안의 경우 마카푸우 전망대나 좀 더 위의 카일루아 비치 정도에서 복귀하는 게 좋다. 시내 와이키키 해변 뒤의 탄탈루스 전망대는 일몰을 겨냥해 찾아가면 된다. 해넘이 풍경이 명불허전이다. 야경도 빼어나다. 오아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 헤드는 사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제주 성산일출봉이 다이아몬드 헤드와 생성 과정이 정확히 일치한다. 바다에서 화산이 만든 풍경은 매우 드물다. 성산일출봉과 하와이 다이아몬드 헤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유다. 섬 동쪽 코스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카이 전망대다. 여긴 한국인들에게 이른바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정확히는 산 중턱의 분지에 들어선 주택들이 한반도 형상과 닮았다는 곳이다. 사실 ‘한반도 지형’은 코웃음이 나올 정도의 억지춘향 작명이지만 코코헤드 분화구 풍경만큼은 아주 빼어나다. 여행객들이 자주 들르는 것도 사실 코코헤드를 보기 위해서다. 라이나 전망대는 현지의 한 잡지에서 본 사진 한 장에 이끌려 찾아간 곳이다. 제주 지질트레일 중 용머리 해안의 축소판 같다. 주름진 코코 헤드 분화구와 억겁의 풍화, 침식으로 형성된 해안 바위 지대가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좀 더 위의 샌디 비치 공원은 큰 파도가 자주 몰려오는 곳이다. 서퍼들이 즐겨 찾는다. 일몰 때면 연한 루비 색깔로 물드는 하늘이 황홀경을 펼쳐낸다. 오아후에서 가장 유명한 마카푸우 전망대는 동쪽 해안 끝에 있다. 사방으로 펼쳐진 풍경이 장쾌하다. 구글 지도엔 대놓고 ‘고래 관찰 명소’라고 표기했다. 주차장에서 1시간 정도 걸어 올라야 한다. 마카푸우 전망대에 오른 건 역시 혹등고래를 보기 위해서다. TV 드라마로 유명해진 이른바 ‘우영우 고래’다.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 사람들도 혹등고래와 바다거북에 아주 각별한 감정을 갖는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범고래가 혹등고래 새끼를 사냥하거나, 뱀상어가 바다거북의 등껍질을 갈가리 찢는 걸 보면 강한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낀다. 연민을 넘어 거의 동류의식에 가까운 듯하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매우 각별하게 보호 활동을 벌인다. 하와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바다거북 곁에 약 3m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법까지 만들었다. ‘대항해 시대’에 멸종에 이르도록 잡아먹었던 죄를 씻으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등고래는 등이 울퉁불퉁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생태는 남극 등 극지방의 어장에서 크릴새우 등을 잔뜩 먹은 뒤 지구 반 바퀴를 헤엄쳐 하와이 등 따뜻한 바다에서 새끼를 키운다. 사실 따뜻한 열대 바다엔 혹등고래가 좋아하는 크릴새우 등 먹잇감이 전혀 없다. 따뜻한 바다는 그저 새끼를 위한 보육원일 뿐이다. 마카푸우 일대의 물빛은 제주 바다와 비슷하다. 지구 끝에 온 것 같은 아름다운 빛이다. 같은 화산섬이니 당연하다. 다만 제주 바다와 달리 오아후는 파도가 거세 수영보다는 서핑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열대섬 하면 연상되는 반얀트리 나무는 오아후에 세 그루 있다. 카메하메하 동상 옆, 와이키키 해변 인근, 그리고 바다거북 관찰로 유명한 노스 쇼어의 터틀베이다. 이 중 터틀베이 인근의 반얀트리가 가장 크다. 카이마나 비치는 와이키키 동쪽 끝에 있는 한적한 해변이다. 운이 아주 좋으면 하와이 특산종인 몽크 바다표범과 마주할 수 있다. 워낙 귀한 녀석이라 몽크 바다표범이 등장하면 곧바로 해변을 폐쇄하고 ‘인간’의 출입을 통제한다. 카카아코는 거리 벽화 덕에 힙스터의 성지가 된 곳이다. 9개 블록의 거리에 다양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호놀룰루 시가지에서 바닷가 쪽에 있다. 하와이를 찾는 신혼부부를 위해 현지의 전설 하나 소개한다. 하와이를 대표하는 꽃 중 하나는 나우파카다. 만개해도 쥘부채처럼 절반만 핀 듯한 형상의 꽃이다. 해변에 핀 건 나우파카 카하카이, 산에 핀 건 나우파카 쿠아히위다. 두 꽃은 각각 나우파카 공주와, 그의 약혼자이자 어부인 카우이의 화신이다. 카우이의 사랑을 갈망했던 ‘불의 여신’ 펠레가 둘을 질투해 각각 산과 해변에서 자라게 갈라놨다고 한다. 하와이의 연인들은 종종 완전한 사랑을 꿈꾸며 각자의 팔뚝에 두 꽃을 문신으로 나눠 새긴다. 두 꽃을 표현한 거리 벽화, 액세서리도 흔히 볼 수 있다. ■ 여행 수첩 -하와이 모든 지역의 출입 절차가 예전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워졌다. 입장료도 비싼 편이다. 특히 마우이섬의 할레아칼라는 돈이 있어도 못 들어갈 수 있다. 하루 입장객과 차량 수를 제한한다. 할레아칼라로 가는 도로(Hy. 378)는 일출 예약제로 운영된다. 24시간 연중무휴이지만 매일 오전 3시부터 7시까지는 예약자 외에 공원 출입이 제한된다. 일출 관람객이 많을 경우 추첨을 하기도 한다. 누리집(www.recreation.gov)에서 2개월 전 예약이 필수다. 예약 수수료 1달러, 입장료는 자동차 한 대당 30달러다. 패스는 3일 연속 유효하다. 방문 48시간 전 오전 7시에 추가 티켓을 판매하긴 하나, 하와이 가기 전에 예약해 두길 권한다. 할레아칼라 일대에서 오래 머물 계획이라면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챙겨야 한다. 음식점은 물론 편의점도 없다. -할레아칼라의 아름다운 색이 담긴 사진은 한낮에 촬영해야 한다. 일출, 일몰 전후엔 분화구가 그늘에 가려 암석의 색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를 권한다. -마우이는 12~4월 혹등고래가 몰려드는 세계적 명소다. 1~3월이 절정으로 알려졌다. 마우이와 몰로카이, 라나이섬 사이의 아우 해협이 유명하다. 호오키파 비치 공원에선 바다거북을 볼 가능성이 높다. 오아후에선 마카푸 전망대가 고래 관찰 명소, 바다거북이 자주 출몰하는 곳은 노스 쇼어 일대다. -진주만 기념관에선 속이 보이지 않는 가방을 들고 들어갈 수 없다. 소지품 보관함에 맡겨야 한다. 핵심 시설인 애리조나 기념관, 미주리호, 태평양 항공 박물관, 보우핀 잠수함 등은 오가는 셔틀과 보트 등의 예약이 필수다.
  • 좌표 잘못 찍어 오폭… “이란 초교 175명 희생은 미군 탓”

    좌표 잘못 찍어 오폭… “이란 초교 175명 희생은 미군 탓”

    170여명의 사망자를 낸 이란 여자초등학교 폭격이 미군의 표적 설정 오류 때문이라는 예비 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미군이 내부 조사를 벌인 결과, 이란 미나브시 샤자라 타이예베 여자 초교 건물 공습이 미군 책임일 가능성이 높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과거 정보를 중부사령부에 제공했고, 군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초등학교를 군사 시설로 오인해 타격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사전에 표적을 선정하는 담당자들이 오래된 위성사진 정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CNN은 참사가 발생한 초등학교 건물의 과거 위성사진을 직접 비교해 학교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 기지 일부였다고 전했다. 2013년 위성 사진을 보면 해당 학교와 IRGC 기지가 같은 부지 내에 있었다. 이번 오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학생들을 포함해 최소 175명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미사일이 미군만 운용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확인되면서 사건 초기부터 미군 책임론이 제기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까지만 해도 “내 생각엔 이란이 한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9일에는 “그 문제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백악관도 군의 최종 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최근 수십년간 미군의 가장 참혹한 군사적 실수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 초등생 때부터 실험, 실험, 실험… 과학 영재 키우는 싱가포르[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초등생 때부터 실험, 실험, 실험… 과학 영재 키우는 싱가포르[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초중등 단계 ‘과학 흥미 유발’ 집중“실험·실습이 교과서보다 재미있어”학생에게 학교 밖에서도 연구 장려과학기술청 등 국가 기관들과 협력“전공 확신 뚜렷한 상태로 대학 진학” 싱가포르국립대 부속 고등학교(NUS High School of Math and Science) 실험실에는 학생 2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노인의 약’이라는 주제로 화학 실험 중이었다. 한 노인이 실수로 4가지 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가정한 상황에서 혼란에 빠진 노인을 위해 4개의 알약이 각각 무엇인지 알아내는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약 하나 하나에 특정 화학물질을 추가하면서 약의 정체를 밝혀냈다. 장군뢰(17)군은 “실험은 과학적 지식을 직관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교과서보다 재미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에 찾은 이곳은 싱가포르가 자랑하는 ‘국가 주도 과학·기술 인재 육성 고속도로’를 상징한다.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핵심 과학·기술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런 정부의 노력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NUS고교는 싱가포르 최고의 6년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특화 학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만 12세 아이들을 조기에 선발해 대학 입학까지 ‘논스톱’으로 키운다. 180명 선발에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 NUS고는 국가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는 싱가포르 내 유일한 ‘독립학교’로, 차별화된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과학 연구 교육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다빈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저학년(1~2학년)에겐 과학 연구에 대한 기초지식을 가르치고 3학년부터 작은 연구를 시작한다. 고학년(5~6학년) 땐 보다 수준 높은 연구를 진행한다. 성적의 40%는 연구나 프로젝트를 통해 매긴다. 쑤리링 NUS 고등학교 교장은 “우리는 실습 위주로 커리큘럼을 짠다. 학생의 30~40%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옥스퍼드대, 베이징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으로 진학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학생들에게 학교 울타리를 넘어서는 연구를 장려한다. NUS 등 명문대 교수들과 ‘세상에 없던 주제’로 연구하고,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이나 국방과학기구(DSO) 같은 국가 연구기관과 협력한다. 7년 전 외부 우주기관과 협력해 학생들이 직접 만든 ‘나노 위성’을 실제 우주로 띄우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STEM 교육에 대한 열기는 초·중등 단계에서부터 이미 뜨겁다. 학생들의 흥미를 STEM에서 머물도록 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ALP(Applied Learning Programme)를 만들었다. 인공지능(AI), 로봇공학, 환경과학 등 여러 특화 분야의 ‘실습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싱가포르 내 180여개 초등학교와 140여개 중등학교(4년제)에서 모두 운영된다. 타오난 초등학교는 AI와 로봇에 특화된 곳으로, 놀이처럼 재밌는 교육으로 정평이 나 있다. AI와 로봇이 주력 분야지만, 저학년을 가르칠 땐 퍼즐과 게임, 역할극 등을 통해 컴퓨터공학의 개념을 익힌다. 4학년부터 기계를 만지고, 코딩을 배운다. 추첸루(11)양은 봉사활동을 통해 만난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돕기 위해 ‘반려로봇’을 코딩으로 만들었다. 추양은 “어르신들에게 음악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약을 먹을 시간 등을 알려주는 로봇”이라면서 “외로워하는 어른들을 돕고 싶었는데 로봇을 이용하고 미소 짓는 어른들 모습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푸친위 타오난초 교장은 “AI 세상에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학, 과학에 특화된 학생들은 ‘심화 교육’(school-based provisions) 대상이다. 초등학교 3학년(9세) 때 선발된 고능력 학생들은 교과 과정 내 심화 수업 및 방과 후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심화 교육 수혜 비율을 현재 7%에서 2027년 10%로 늘리기로 했다.이후 4년제 중등학교를 졸업하면 O-레벨 시험을 통해 주니어칼리지(JC), 밀레니아인스티튜트(MI), 폴리테크닉, ITE 등을 선택해 진학하게 된다. JC(2년제), MI(3년제)는 대학(University)을 가기 위한 준비 단계다. 폴리테크닉(3년제)은 기술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며, 관심 있는 전공을 선택해 학습할 수 있다. ITE(2년제)는 직업전문학교로, 주로 음악·요리 등 실용 학문을 다룬다. 폴리테크닉의 주요 목적은 생명공학, 바이오·제약, 첨단 제조업, AI와 같은 첨단 산업의 역군을 길러내는 일이다. 김희림 난양공대(NTU) 환경생명공학과 교수는 “싱가포르 학생들은 이미 전공에 대한 확신이 뚜렷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한다”면서 “그게 한국과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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