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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형진, ‘추노’ 업복이로 카리스마 발산

    공형진, ‘추노’ 업복이로 카리스마 발산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KBS 2TV ’추노’에서 ‘업복이’역을 맡은 공형진이 매회 강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공형진이 맡은 ‘업복이’는 호랑이 사냥을 하는 관동포수 출신으로 선대에 갚지 못한 빚 때문에 노비로 팔려 결국 머슴질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한 인물. 하지만 대길(장혁)에게 잡혀 오른쪽 뺨에 도망노비라는 문신이 새겨진 후, 양반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심을 가지고 호랑이 사냥하던 총 솜씨로 밤마다 양반 하나씩을 죽여 나가는 캐릭터다. 공형진은 극 중에서 관동 포수 출신답게 강원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해 매회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공형진은 미세한 억양과 발음까지 하나하나 신경쓰며 연기했다고. ’추노’ 시청자 게시판에는 “공형진씨 연기 넘 잘하시네요.” “공형진씨의 표정과 그 눈빛이란 정말 잊을 수가 없네요.” “공형진씨 캐릭터 상당히 매력적이네요. 카리스마도 넘치고 사투리도 정감가고...” 등 공형진을 응원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공형진은 드라마 ‘연애시대’와 ‘달자의 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을 통해 진지한 연기부터 톡톡 튀는 감초 역할까지 거뜬히 소화하며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일인극 ‘내 남자는 원시인’을 통해서는 연극배우로도 활약해 관객들에게 배우 공형진으로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진=코엔스타즈 서울신문NTN 김진욱 기자 actio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현장 행정]강동구 ‘성내하니공원’ 조성

    [현장 행정]강동구 ‘성내하니공원’ 조성

    작은 키에 특별히 예쁘지도 않고 자존심만 센 악바리 소녀…. 모난 구석 많던 아이가 달리기를 통해 꿈을 이루고 결국 마음의 문마저 연다는 내용의 만화 ‘달려라 하니’.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만화 속 여주인공 하니가 2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서울 강동구는 하니 테마마을 조성사업의 첫 카드로 성내 근린공원에 만화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한 ‘성내하니공원’을 최근 개장했다고 12일 밝혔다.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누린 ‘달려라 하니’는 중학교 1년생 하니가 역경을 딛고 육상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순정만화다. 성내동은 달려라 하니의 작가인 이진주 인덕대 만화영상애니메이션과 교수가 살고 있는 곳이다. 달려라 하니의 실제 배경이기도 하다. 이곳 성내중학교 육상부는 홍두깨 코치가 지도했던 만화 속 육상부의 모델이다. 여주인공 하니가 슬픔을 이기려 달리던 동네길도 모두 성내동 골목길을 스케치한 것들이다. 성내동에는 만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마당에 대추나무가 있던 하니의 집터에는 하니의 이름을 딴 ‘하니빌라’가 들어섰다. 홍두깨 코치가 자취하던 ‘슈퍼마켓 집 뒷방’의 모델이 된 슈퍼마켓은 아직도 영업하고 있다. 작가인 이 교수도 만화가 연재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성내동 같은 집에 그대로 살고 있다. ●테마마을 조성 첫걸음 구는 만화 주인공 하니와 관련된 관내 명소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 관광자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하니 테마마을을 조성하기로 하고 첫 작품으로 성내하니공원을 완공했다. 앞으로 만화의 배경이 된 성내중학교와 구청사 뒷길 일대를 ‘하니 희망길’로, 하니의 집과 홍두깨 코치의 집이 위치한 성내중앙길과 성내중앙4길은 ‘하니사랑길’로 꾸밀 계획이다.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강동어린이회관 앞에는 ‘하니광장’도 조성된다. 구는 불과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수백억원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일자산공원에 130억원대 하니박물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구는 앞서 2008년 하니에게 주민등록번호 ‘850101-2079518’을 부여해 화제가 됐다. 하니의 주민등록상 출생일인 1985년 1월1일은 당시 만화잡지인 월간 ‘보물섬’에 처음 만화가 연재된 날을 뜻한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에서 2는 여자, 0은 서울, 79는 강동구청 코드번호다. 하니는 올해 만 25세의 숙녀가 된 셈이다. ●만화 연계 공연도 계획 공원 속 캐릭터로 되살아난 하니는 앳된 모습 그대로다. 공원은 8928.8㎡ 규모로 곳곳에 만화장면을 재현한 조형물이 설치됐다. 남녀 화장실마저 하니와 하니를 좋아하던 남자친구 창수의 캐릭터를 활용해 안내하고 있다. 표지판 하나하나까지 하니공원임을 나타내도록 신경썼다. 구는 이곳 공원과 내년에 조성될 하니 광장에서 만화와 연계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해식 구청장은 “1980년대 국민에게 희망을 줬던 하니가 2010년 고향에서 다시 한번 힘껏 달리게 됐다.”며 “테마마을 조성을 통해 즐길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가수 브라이언 영어토크쇼

    가수 브라이언 영어토크쇼

    “제가 하는 음악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보는 사람들이 먼저 알아채기 마련이죠.” 최근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 중인 가수 브라이언이 한국말이 아닌 영어로 자신의 가수 생활을 돌이켜 본다. EBSe의 영어토크쇼 ‘스타잉글리시’에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생각들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는 것. 미국에서 태어나 18세에 오디션을 보고 한국에서 가수 데뷔를 한 브라이언은 방송에서 흥미로운 입담과 댄스를 선보이며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재간꾼. 지난해 11월 데뷔 10주년을 맞았지만 그의 인기는 아직도 여전하다. 그는 방송에서 정작 음악에 대해 길게 말할 기회가 적었다고 진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0년 동안의 가수 생활을 통해 그가 깨달은 것 가운데 하나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비평가이고 훌륭한 판단력을 가졌다는 사실. 이 때문에 자신은 늘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한다고 고백했다. “대중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죠. 하지만 만일 자신이 음악을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못한 채 무대에 서게 되면 사람들이 그 표정이나 동작에서 금방 알아채기 마련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먼저 제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려고 노력하죠.”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시절부터 두 번째 솔로 앨범 ‘매니폴드’(Manifold)를 발표하기까지, 대중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음악과 자신이 원하는 음악 사이에서 고민해 온 그는 이번 앨범을 손수 제작했다고 전했다. “작업의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신경 쓰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죠. 그러한 작업 과정들이 제가 원하는 음악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이날 브라이언은 최근 부쩍 늘어난 아이돌 그룹의 해외파 멤버들이 가끔 영어로 말을 걸어와 빚어지는 깜짝 에피소드도 공개할 예정이다. 14일, 21일 낮 12시부터 40분간 방송.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낭독의 발견(KBS1 밤 12시40분) “알면 사랑한다.”는 믿음으로 자연의 순리를 화두로 던져온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와 가수이자 작곡가 한돌이 함께 낭독의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은 중·고등학교 6년을 함께 보낸 동창이라고 한다. 학창시절의 유쾌한 인연부터, 좋아하는 책에 대한 진솔한 생각까지. 자연과 닮은 두 사람이 만드는 낭독무대를 만나 본다. ●1 대 100(KBS2 오후 8시50분) 퀴즈에 홈런을 치기 위해 그가 왔다. 야구 해설의 ‘프로’ 하일성이 첫 번째 도전자로 퀴즈에 나선다. 두 번째 도전자로는 매력적인 눈웃음의 다재다능 퀴즈 박사, 유쾌한 비뇨기과 의사 박성진이 도전한다. 방송진출의 한을 풀기위해 족집게 퀴즈공부까지 했다는데…. 피를 말리는 승부의 결말은? ●파스타(MBC 오후 9시55분) 늦은 밤, 유경을 주방으로 부른 현욱은 유경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유경은 꿋꿋하게 지금처럼 하나하나 가르쳐 달라고 한다. 현욱은 주방 구조조정이 끝난 게 아니라며 푸아그라, 스푼, 피클의 해고를 명한다. 금석호 등 요리사들은 현욱을 찾아가 매출이 떨어질 거라며 항의하지만 현욱은 꿈쩍도 않는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25분) 떴다하면 시선집중을 받는 부산의 명물, 초절정 깜찍 쌍둥이 남매. 그런데 통제불능이 상상을 초월한다. 입만 열면 육두문자, 잡았다하면 부수고 던지는, 폭력대장 오빠. 생떼와 눈물의 여왕 동생. 그리고 매일매일 좌절의 연속인 엄마의 눈물. 바람잘 날 없는 쌍둥이네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공부의 왕도(EBS 오후 10시40분)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고, 대보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아버지와 약속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정광고등학교 3학년 이대보 군. 중위권의 성적에서 전국 최상위 성적으로 도약, 서울대학교에 합격하기까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대보군은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가족(OBS 오후 11시) 20대 삼형제가 족발집 사장님으로 나섰다. 삼형제를 키우기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부모님. 어느 날 어머니는 큰아들 소성현씨와 함께 족발사업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장사가 자리 잡을 즈음 어머니는 급성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고, 성현씨를 비롯해 동생들 나무, 영웅도 족발집을 운영하는데….
  • [CEO 칼럼] 울타리를 허물자/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CEO 칼럼] 울타리를 허물자/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요즘엔 담장이 따로 없는 학교나 관공서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높다란 콘크리트 담장 대신 주민들을 위한 가로 공원이나 쉼터를 조성해 공간을 아예 개방해 놓은 것이다. 그랬더니 도시 미관도 살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도 신명이 났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돼온 이른바 ‘담장 허물기’ 운동은 이젠 아름다운 지역사회 만들기의 교본처럼 돼버렸다. 담을 쌓거나 울타리를 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내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원시 이래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이라고 했듯이 인간은 비슷한 태도나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비슷한 행동을 하려는 특징이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타인들과 구별하는 울타리가 형성된다. 하지만 한번 쌓은 담장은 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게 문제다. 타인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이 커질수록 담장은 높아지고, 담장이 높아질수록 불신과 두려움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오죽했으면 ‘담을 쌓는다.’라는 의미가 ‘의좋게 지내던 관계를 끊고 서로 철저하게 등지고 사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게 되었을까. 그러니 이젠 담을 쌓기보단 허무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떤 분야에서든 ‘내 편’ 아니면 ‘네 편’ 식의 편 가르기가 뿌리 깊고, 나쁜 의미의 ‘끼리끼리’ 문화가 너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배타적인 순혈주의나 지역 이기주의, 학연, 지연 등의 폐해를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자신만의 고유영역에만 집착하며 외부를 향해 담을 쌓는 기업은 끝내 생존경쟁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글로벌 경제의 현실이다. 지난해 3월 사장 취임과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회사 내부에도 전문 분야별로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다는 걸 실감했다. 각 본부에 흩어져 있는 업무와 기능 가운데 서로 함께 묶어 놓으면 시너지가 생길 만한 업무영역을 한데 통합하는 것이 개편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조직개편이 으레 그렇듯이 각기 다른 전문분야들을 분리하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오랜 기간 형성돼온 내부의 담장을 하나하나 허무는 것이 무엇보다 힘겨운 과제였다. 우리가 내부건 외부건 울타리를 허물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의 전문영역과 지식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인 물이 썩듯이 닫힌 공간에서는 패러다임 마비에 빠지기 쉽다. 고정관념의 틀을 벗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면 담장을 부수고 넘어서야 한다. 낡은 것과 결별하고 기득권을 뛰어넘는 ‘창조적 파괴’만이 새로운 시대의 생존법칙이다. 건설 분야의 최근 트렌드인 컨버전스와 융합도 기본적으로는 ‘울타리 허물기’라고 할 수 있다. 과감히 담장을 허물고 전통 건설기술과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로봇기술(RT) 등 이종 영역 간에 적극적인 융합을 모색하지 않으면 새로운 상상력을 얻을 수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도 없는 시대다. 날로 다양화·고도화하는 고객 니즈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고유영역이라는 이름의 닫힌 공간을 탈피해야 한다. 울타리 허물기는 그야말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역시 개인적으로는 울타리 허물기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 사업총괄, 설계, 정비, 원자로와 터빈발전기, 시공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구축해 온 국내 기업들이 서로의 담장을 부수고 함께 손을 잡고 시너지를 창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융합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울타리 허물기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 [씨줄날줄] 열석발언권/육철수 논설위원

    2004년 4월 어느 날, 재경부(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고위 간부들이 회식자리를 가졌다. 덕담이 오가고 폭탄주를 돌리며 주흥이 무르익을 즈음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박승 한은 총재에게 “잘하고 계신데, 한은에 가끔 과격한 탈레반이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순간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회식이 끝날 때쯤 마침내 일이 터졌다. 자중하던 어느 한은 간부가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한은이 탈레반이면 재경부는 알카에다 아닌가….” 양측은 졸지에 이슬람 무장세력이 됐다. 재무부처와 한은은 정부 수립 이후 줄곧 견원지간이나 다름없었다. ‘남대문출장소’도 양측의 관계를 보여 주는 단골 단어다. 한은이 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 해서 붙여진 한은 직원들의 자조 섞인 말이다. 이 말은 1970년대 말 한은 총재를 지낸 신병현씨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올리는 공문서에 사용해 더 유명해졌다. 당시 한은 독립을 추진하던 신 총재는 부하 직원이 올린 초안에 빨간줄을 좍좍 긋고 재무부의 전횡을 하나하나 들추어 내면서 한은의 처지를 이런 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1948년 정부 수립 무렵엔 거꾸로 재무부처가 한은의 ‘세종로출장소’란 소리를 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광복 후 친일파로 몰린 조선총독부 재무국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잠적했는데, 이때 조선은행(한은의 전신) 직원들이 건국 정부의 재무국으로 대거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생긴 말이다. 양측의 뿌리 깊은 불편한 관계는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이 참석한 것을 두고 벌어지는 신경전이 그 증거다. 거의 11년 만에 정부가 ‘열석(列席) 발언권’을 행사하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려는 행위로,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관치 부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열석이란 의결권은 없지만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원들과 나란히 앉아 발언하는 것이어서 영향력이 있다. 법(한은법 91조)에 따른 정당한 권한 행사인데 의혹의 눈길을 받는 것은 안타깝다. 여기에는 정부가 그동안 이 권한을 스스로 사장화(死藏化)한 탓이 크다. 일본·영국은 정부 관계자가 중앙은행의 금융·통화 정례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한다. 이번 일은 정부의 태만과 불찰로 오해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관치금융’과 ‘정책공조’는 두부 자르듯 딱 갈라놓기가 쉽지 않다. 결국 관점의 차이 아닌가. 경제가 겨우 회복기에 접어든 만큼 주요 경제부처들은 불신을 접고 적극 협조했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프로농구] ‘최고령’ LG 이창수 코트선 최고의 조연

    주위를 돌아보니 어느새 아무도 없었다. 함께 울고 웃던 동기들, 형같이 보살펴 주던 선배들은 모두 코트를 떠났다. 41세 최고령 선수. 언제부턴가 늘 붙어다니는 꼬리표다. 프로농구 LG 이창수. 지난 1992년 성인무대에 데뷔했다. 올시즌까지 19년 동안 코트를 누볐다. 현재 그가 뛰는 한 경기 한 경기는 모두 기록의 현장이다. 그는 현역 최고령 선수이면서 역대 최고령 선수다. 이전 최고령 기록은 허재(현 KCC 감독)와 표필상(전 SBS)이었다. 둘 다 코트를 떠날 때 우리 나이 마흔이었다. 길고도 질기게 이어온 선수생활이다. 이창수는 지난해 은퇴 기로에 섰었다. 당시 소속팀 모비스는 이창수에게 은퇴를 제안했다. 구단 관계자는 “이제 선수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나 아쉬웠다. 간염으로 두 시즌을 쉬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 생활이다. 불러주는 팀이 있다면 조금만 더 뛰고 싶었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FA를 선언했다. 이창수를 원한 건 LG였다. 현주엽이 떠난 LG는 토종 센터가 필요했다. 현재 이창수의 역할은 주전 센터 백인선의 뒤를 받치는 일이다. 백인선이 피로할 때 쉴 시간을 확보해 줘야 한다. 상대 페이스가 좋으면 적극 몸싸움해 체력을 고갈시킨다. 그래야 조카뻘인 백인선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철저한 조연이다. 그래도 이창수는 올시즌 예년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팀이 치른 33경기 가운데 24경기를 뛰었다. 지난 시즌에는 통틀어 27경기에 나섰을 뿐이다. 출전시간도 확연히 늘었다. 올시즌 평균 출전시간은 10분 10초. 지난 시즌 6분 32초보다 2배 가까운 수치다. 개인기록은 보잘것없다. 평균 2.1득점에 1.8리바운드다. 그러나 이창수가 없으면 백인선이 죽는다. 백인선은 올시즌 평균 8득점을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의 두배 넘는 기록이다. 백인선은 “창수형이 도와줘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했다. 이창수는 전성기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조연이다. 이창수의 현재 목표는 “체력이 다할 때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꿈이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라고 했다. LG 강을준 감독은 “항상 몸을 아끼지 않는다. 몸짓 하나하나가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고종황제 피신처’ 옛 러 공사관 새단장

    ‘고종황제 피신처’ 옛 러 공사관 새단장

    을미사변 때 고종이 잠시 피신했던 옛 러시아 공사관이 2년만의 보수공사 끝에 5일 일반에 재공개됐다. 서울 중구는 6억 3000여만원이 투입된 옛 러시아공사관에 대한 보수공사를 2년만에 완료했다고 이날 밝혔다. 보수공사 전 건물은 내부 벽돌에 심각한 균열이 나타나 붕괴 우려가 있었다. 이번 보수공사는 내부 벽돌 2만 5000개를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보수하는 작업이었다. 앞서 1973년과 1981년에 보수공사를 했지만 건물은 여전히 붕괴위험을 안고 있었다. 이에 중구는 서울시 등의 도움을 받아 2007년 12월 공사를 착공, 지난해 12월말 공사를 마무리했다. 중구 관계자는 “오랜 시간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난공사였다.”고 설명했다. 구는 아울러 공사와 병행해 건물 주변에 소나무를 심는 등 조경도 새롭게 정비했다. 옛 러시아공사관은 ‘사적 제253호’로, 정동 15-3 정동공원 내에 자리한다. 벽돌로 지은 르네상스풍의 건물로, 조선 고종 27년(1890년)에 건축됐다. 을미사변 때 고종황제가 세자와 함께 옮겨와 잠시 피신했던 곳으로, 한국전쟁으로 파괴돼 탑만 남아 있던 것을 이후 수차례 복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호랑이 마니아 2인] 돌멩이에 호랑이 그리는 김대성씨

    [호랑이 마니아 2인] 돌멩이에 호랑이 그리는 김대성씨

    “호랑이를 그리기 시작한 뒤부터는 좋은 일만 생겨요.” 김대성(40)씨는 호랑이가 자신을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믿는다. 김씨가 호랑이를 그리게 된 계기는 ‘꿈’이었다. “6년 전에 호랑이 꿈을 꿨는데, 콧김과 털 하나하나가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호랑이를 죽였어요.” 그 이후 김씨는 하는 일마다 꼬였다. 시각디자이너로 일하던 회사에 어려움이 생겨 그만뒀고, 이후로도 회사를 4번이나 옮겨야 했다. 그러다가 주위의 권유로 호랑이 그림을 그리게 됐고, 미술학원을 여는 등 일이 술술 잘 풀렸다. 김씨가 호랑이 그림을 그리는 건, 꿈에서 죽인 호랑이에 대한 사죄인 셈이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만큼 그림 실력도 남다르다. 김씨는 산과 들에서 주워온 울퉁불퉁한 돌멩이에 그림을 그린다. 김씨는 “깨지고 갈라져 볼품없는 돌에서 다양한 호랑이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면서 “웅크린 호랑이, 뛰어다니는 호랑이 등을 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랑이 그림의 ‘영험’을 느껴서 일까. 주변에서 팔라는 권유도 많았다. 그러나 김씨는 선물을 할지언정 결코 파는 법이 없다. 함부로 팔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이곳저곳에 주다 보니 남은 작품은 50여점 정도다. 김씨의 새해 소망은 호랑이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것. 호랑이 작품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남녀탐구생활’ 연속 편성으로 케이블 1위

    ‘남녀탐구생활’ 연속 편성으로 케이블 1위

    tvN의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이 케이블TV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지난 26일 하루 동안 tvN은 ’남녀탐구생활’ 덕분에 케이블TV 시청률1위를 달성했다. tvN은 26일을 ‘2009 연말결산 남녀탐구생활 데이’로 지정하고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12시간(밤 11시부터 12시 본방 포함) 동안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을 연속 방송했다. 지난 7월 18일 첫 방송분부터 최근까지 방송된 ‘남녀탐구생활’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 22편을 선별해 방송한 것. 그 결과 tvN은 26일 하루동안 일일시청률 분석에서 가구 1.07%(이하 AGB닐슨, 전국기준), 주 타깃층인 남녀 2049 에서 0.47%를 기록하며 가구, 타깃 시청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연속 방송 시간대인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는 모든 시간대에 꾸준히 2%대의 높은 시청률을 유지함은 물론 분당 최고 시청률은 4.4%까지 치솟았다. 또 남성과 여성 모두 10대와 30대, 40대에서 1위를 달성(20대 남성 여성 2위)하며 ‘남녀탐구생활’에 대한 전 연령층의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tvN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을 담당하고 있는 이성수 피디는 “남녀탐구생활이 연령을 떠나 ‘남성’과 ‘여성’이라는 원천적인 차이에서 오는 생활 속 행동 양상을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모든 연령층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시청자들이 발췌하는 기발한 소재 하나하나도 모두 귀담아 듣고 에피소드 제작에 반영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케이블 TV 종합오락채널인 tvN은 ‘롤러코스터’를 비롯해 ‘미세스타운-남편이 죽었다’ ‘택시’ ‘80일만에 서울대가기’ ‘화성인 바이러스’ 등 여러 편의 자체제작 콘텐츠를 방영하고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대만, 12월에는 홍콩에 ‘tvN Asia’를 런칭하며 글로벌 채널로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진=tvN 서울신문NTN 김진욱 기자 actio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비즈&피플] 구자영 SK에너지 사장

    [비즈&피플] 구자영 SK에너지 사장

    “손가락을 쫙 펴보세요. 이 속에 조직 경영의 모든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지난 23일 저녁 서울 서린동 SK빌딩 본사 35층.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이 출입기자 송년회에서 특유의 ‘손가락 경영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구 사장은 왼손을 편 채 각각의 손가락이 상징하는 기업 내 역할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엄지는 최고경영자(CEO) ▲검지는 임원 ▲중지는 중간관리자인 팀장 ▲약지는 실무자 ▲새끼손가락은 신입사원에 해당한다. 그는 “엄지(CEO)는 다른 손가락들과 외로이 떨어져 있지만 어느 손가락과 맞춰봐도 자연스럽다.”며 “CEO는 구성원 하나하나와 만나 대화할 수 있는 포용력과 개방성을 갖춰야 한다.”고 소통을 강조했다. 구 사장의 ‘손가락 경영론’에서는 올 한해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던 정유업계 CEO의 심경이 배어 나온다. 지난 3월 취임한 그는 정제마진 축소와 석유제품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한 정유업종의 한계 상황을 헤쳐나가야 했다. 구 사장이 “CEO는 외로운 자리”라고 말한 것이나 “조직의 사기가 떨어졌을 때 엄지가 우뚝 서서 기를 살려야 한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엄지가 다른 네 손가락 속으로 숨어버리면 주먹의 파괴력은 떨어진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든 후 “이는 돈을 뜻하는 데, CEO와 임원이 머리를 맞대고 돈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경영에는 무한책임을 져야 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구 사장은 “중지(팀장)가 가장 긴 것은 조직 내 역할이 크고 가장 업무량이 많다는 뜻”이라면서도 조직 내 독선과 오만은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중지가 오만해지면 실무자가 따르지 않게 되고 임원과 사장도 외면하게 된다.”며 “미국에서 중지 하나만 올리면 큰 욕이 되듯이 모두가 외면하는 중간관리자는 스스로 욕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승리의 ‘브이(V)’자를 그려 보이며 “임원(검지)과 중간관리자(중지)가 제 역할을 하면 기업은 성공한다.”며 “우리가 약속할 때 새끼손가락을 내밀듯이 신입사원은 회사의 미래를 약속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2009 비운의 기대작들 ①영화

    2009 비운의 기대작들 ①영화

    잘 만든 영화, 재미있는 드라마, 듣기 좋은 음악이라면 대중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는 해 볼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인기는 마케팅과 ‘운때’의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다. 2009년에도 많은 기대작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지나갔다.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며 ‘운 없는’ 기대작들을 향한 예의라도 차려보자. 한해 극장가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동시에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더욱 심해진 할리우드 영화의 스크린 독점 폐해가 드러나기도 했다. 많은 영화들이 거쳐간 극장에서 관객들은 어떤 작품을 지나쳤을까. 남들보다 영화를 조금은 더 보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 바람 이제껏 이렇게 고등학교 불법써클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있었을까. 정작 영화 안에서는 폭력이 거의 등장하지 않음에도 학원 폭력이라는 소재 탓에 18세 등급을 받은 경우라 더욱 아쉽다. 올해 한국 영화 중 손에 꼽을만한 작품. - 영화 블로거 ‘비됴알바’ 다른 액션영화나 조폭영화보다 얌전한 이 영화가 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됐는지 모르겠다. 에피소드 하나하나 재치 있고 즐거웠다. 아쟁으로 연주된 음악 역시 인상적이었다. - 김현선 (싸이월드 영화클럽 ‘팝콘과 영화’ 운영진) ● 파주 인간의 수많은 잘못은 시대의 과오와 중첩된다. 세상의 변화와 인간의 구원 중 어느 것이 문제인지 그 고민이 맴도는 영화. 올 한해 가장 빛나는 작품. - 오동진 (영화평론가) ● 집행자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인 접근 보다는 시스템 속 개인의 문제를 꼼꼼히 따져보는 듯한 영화. 대자본이 투입되거나 스타 배우가 나오지 않아도 이렇게 꿋꿋한 영화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영화가 영화 외적인 문제로, 그러나 아주 본질적인 불합리함 때문에 뉴스를 장식했다.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 양석중 (영화비평 웹진 ‘네오이마주’ 칼럼니스트)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어쩌다가 ‘Vicky Cristina Barcelona’라는 원제가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가 됐는지 모르겠다. 우디 앨런다운 재치만점 내레이션과 대사들 덕분에 오랜만에 영화 보며 행복하단 생각이 들었다. 포스터와 제목 때문에 망한 영화가 아닐까. - 김현선 (싸이월드 영화클럽 ‘팝콘과 영화’ 운영진) ● 그랜토리노 가장 미국적인 척, 그러나 세상의 모든 갈등과 전쟁을 치유케 하려는 현자(賢者)의 충고가 담겨져 있는 영화 - 오동진 (영화평론가) ● 김씨표류기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두 남녀의 이야기가 엉뚱, 발랄, 경쾌하게 펼쳐진다. 우리 모두 참 씁쓸한 인생들이다. - 오동진 (영화평론가) ● 도쿄 소나타 애초에 국내에서 흥행이 잘 될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전국 5000명 남짓한 사람들만 이 영화를 봤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가장의 실직과 가족의 해체. 예고 없이 가족에게 떨어지는 불행의 그림자. 영화 어디에도 이러한 불행을 견뎌 낼 수 있는 구조적인 언저리가 보이지 않는다. 우울하고 심난한 영화지만, 지금 이 땅 위에서 벌어지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 양석중 (영화비평 웹진 ‘네오이마주’ 칼럼니스트)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엄마와 읽는 동화] 코카콜라 때문에/문성희

    [엄마와 읽는 동화] 코카콜라 때문에/문성희

    “우와! 이 샤프랑 수첩 예쁘다.” 지현이가 샤프와 수첩을 집어 들었습니다. 샤프에는 금빛구슬로 만든 하트가 달려 있습니다. 분홍 리본이 달린 수첩은 보기에도 깜찍했습니다. 나는 반 친구들과 학교 수업을 마치고 문구점에 왔습니다. 특별히 필요한 것이 없는데도 우리는 문구점에 꼭 들렀습니다. “지현아, 이 필통 봐. 정말 귀엽다.” 나는 파란 필통을 지현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토끼가 그려진 아주 귀여운 필통이었습니다. 뚜껑을 열면 안쪽에 거울도 붙어 있습니다. 거울 옆에는 메모지를 붙여 사용할 수 있는 메모판도 있습니다. 파란 필통 뚜껑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했습니다. 며칠 뒤 지현이는 생일잔치를 한다고 나를 초대했습니다. 3학년 때 같은 반이 된 지현이는 성격이 좋아서 나 말고도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번 토요일 신나게 놀겠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날 저녁에 나는 엄마와 지현이 생일선물을 사러 학교 앞 문구점에 갔습니다. 한참 이것저것을 고르다가 전에 지현이가 좋아하던 샤프와 수첩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샤프와 수첩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벌써 다 팔린 게 분명했습니다. 그때 진열장 맨 구석에 파란 필통이 보였습니다. 내가 꼭 갖고 싶었던 필통이었습니다. 파란 필통은 딱 2개 남았습니다. 파란 필통을 얼른 집었습니다. “엄마, 저도 이 필통 하나 갖고 싶어요. 하나 더 사면 안 돼요?” “안 돼. 지금은 지현이 선물 사러 나온 거니까 선물할 것만 사는 거야. 그리고 엄마가 냉장고에 붙여둔 ‘기사’ 너도 알잖아…….” 며칠 전 일입니다. 엄마는 친구들 모임에 다녀오자마자 가방에서 가위로 오린 신문기사를 꺼냈습니다. “다혜야, 이리 와봐. 이제부터 엄만 이것대로 할 테니까 너도 잘 알아둬라.” 하면서 그 기사를 냉장고 문에 붙여 놓았습니다. 나는 궁금해서 그 기사를 읽어보았습니다. 그것은 ‘자녀를 위한 교육법’이었습니다. 혼자서 집을 보게 하라, 말씨는 엄하게 다스려라, 거짓말하면 다시는 못하게 혼을 내주어라, 꼭 필요한 물건만 사주어라 등이었습니다. ‘흥, 별 게 다 있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 때문에 엄마가 어떻게 달라질지 속으로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날 학교가 끝나 집에 와보니 엄마가 없었습니다. 그날 난 유치원에서 돌아온 동생과 함께 집을 보아야 했습니다. 그뿐 아니었어요. 엄마는 동생에게 말을 밉게 했다고 나를 무척 혼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엄마는 그 기사를 보고 달라지기로 단단히 마음먹은 게 틀림없습니다. 그런 엄마에게 필통을 사달라고 억지를 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억지를 부린다고 사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두 개 골랐던 필통을 한참 만지작거리다 하나는 슬며시 제자리에 놓았습니다. ‘이럴 때 그런 기사가 날 게 뭐야.’ 부엌 장식장에 붙여 놓은 기사가 정말 미웠습니다. 지현이 생일인 토요일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식탁 위에 작은 메모지가 한 장 놓여 있었습니다. ‘다혜야, 지현이 생일선물 잘 챙겨가거라. 엄마, 지혜랑 할머니 집에 갔다 올게.’ 엄마는 이제 나 혼자 집에 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아무리 지현이 생일이 있다지만 점점 달라지는 엄마가 야속했습니다. 나는 방으로 갔습니다. 서랍을 열어 지현이 생일선물을 꺼냈습니다. 그 순간 불쑥 파란 필통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일잔치에 안 가면 파란 필통은 내 것이 되는데…….’ 이런 엉뚱한 생각이 눈덩이처럼 자꾸 커져갔습니다. ‘지현이는 친구가 많아서 선물도 많이 받을 거야. 이깟 필통 하나 안 받아도 괜찮을 거야.’ 이제 선물이 점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안 가면 지현이가 섭섭해할지 몰라. 어쩌지? 갈까? 말까?’ 내 마음은 시계추처럼 자꾸만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래, 코카콜라로 결정하는 거야. 오른쪽 다리가 짚이면 안 가야지.’ 나는 방바닥에 다리를 살짝 벌리고 앉았습니다. “코카콜라 맛있어. 맛있으면 또 먹어, 또 먹으면 배탈 나. 배탈 나면 병원 가. 병원 가면 딩 동 댕.” 노래를 부르면서 한 박자에 하나씩 손으로 다리 한번 바닥 한번 번갈아 가며 짚었습니다. ‘댕’ 하고 노래가 끝나자 손은 왼쪽 다리를 짚었습니다. ‘친구들이랑 코카콜라 할 때 항상 세 번씩 했으니까 이번에도 세 번 해야지.’ 나는 다시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머지 두 번 다 오른쪽 다리를 짚었습니다. “야호, 안 가도 된다.” 나는 선물 포장지를 부욱 뜯었습니다. 파란 필통을 껴안기도 하고 뺨에 비벼 보기도 했습니다. ‘참, 못 간다고 전화를 해야지.’ 지현이 집에 전화를 걸어 아파서 못 간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다혜야, 지현이 생일잔치에 잘 갔다 왔니?” 할머니 집에 다녀온 엄마가 방문을 열고 물었습니다. “네~에.” 나는 얼버무려 대답하면서 파란 필통을 얼른 서랍에 넣었습니다. 엄마가 나가자마자 서랍에서 파란 필통을 꺼냈습니다. 이상하게 파란 필통을 보아도 전처럼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바위에 눌린 것처럼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그날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다혜야, 김치찌개 끓였다. 네가 좋아하는 소시지도 가득 넣었어.” 엄마가 식탁 위에 수저를 놓으며 말했습니다. “와아! 맛있겠다.” 지혜가 수선을 떨었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나도 맛있게 먹었을 텐데, 오늘은 김치찌개가 맛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책상에 앉아 파란 필통을 만지작거렸습니다. ‘엄마한테 그냥 말할까?’ 엄마는 큰 잘못을 하지 않는 한 회초리를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에 동생이랑 심하게 싸워 회초리로 종아리를 세 대 맞은 적이 있습니다. 되게 아팠습니다. 더군다나 냉장고에 붙여 놓은 기사 때문에 더 엄해진 엄마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세 대보다 더 많이 맞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 난 못해…….’ 파란 필통을 서랍 맨 아래에 넣고 그 위에 공책을 덮어두었습니다. 침대에 벌렁 누웠습니다.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습니다. 자면서 몇 번이나 몸을 뒤척였습니다. 내가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더니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보았습니다.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엄마는 책상 맨 아래 서랍을 열더니 공책으로 덮어 놓은 파란 필통을 꺼냈습니다. “이게 뭐니?” 엄마는 눈을 부릅뜨고 나에게 파란 필통을 내밀었습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깼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창밖이 환하게 밝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아빠를 따라 약수터에 갔습니다. 약수터는 아파트 뒤 야트막한 산에 있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다혜야!” 나는 가슴이 덜컥했습니다. 지현이도 가족과 함께 약수터에 온 모양입니다. “너 이제 안 아프니?” 지현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어, …….” 나는 지현이를 슬쩍 보고는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입술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지현이를 보자마자 파란 필통이 떠올랐습니다. 순간 머리가 아찔해서 마른 침을 삼켰습니다. ‘내일도 학교에서 지현이를 만날 텐데…….’ 나도 모르게 엄마와 지현이에게 또 거짓말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다 정말 거짓말쟁이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들 내 말을 믿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두려운 생각들이 마음속에 뭉게구름처럼 피어났습니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파란 필통을 보여 주었습니다. “무슨 일이니?” 엄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습니다. 엄마에게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엄마는 내 말을 듣더니 거실 창밖만 바라보았습니다.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가슴이 더 바짝 졸았습니다. 엄마는 어떤 벌을 줄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파란 필통이 그렇게 갖고 싶었니?” 엄마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엄마는 살짝 웃더니 나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너 그 필통이 정말 갖고 싶었구나. 지현이 선물 다시 사서 월요일 날 갖다 주렴. 이제 다시는 안 그럴 거지?” 엄마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나도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엄마, 이제부터는 안 그럴게요.” 나는 엄마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습니다. 엄마는 다시 한 번 날 꼭 안아주었습니다. 엄마의 품은 참 따뜻했습니다. ●작가의 말 아이들은 누구나 다 실수와 잘못을 하고 자라지요. 한순간의 거짓말이나 잘못 때문에 불안과 죄책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기도 하고요. 그런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마음의 키가 한 뼘 더 자랄 거예요.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그런 아이를 무조건 혼내기보다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약력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사학과를 졸업했다. ‘푸른 목각 인형’으로 제7회 푸른 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받았다. 펴낸 책으로는 ‘날 좀 내버려 둬’(공저)가 있다.
  • “내가 동화속 주인공 아기돼지”

    “내가 동화속 주인공 아기돼지”

    초등학생 3명이 ‘가상현실 동화 구연(口演) 체험관’에 들어섰다. 체험관은 서울 역삼동 국립어린이도서관 안에 있다. 28.2㎡(8.5평) 규모의 체험관 정면 대형 스크린에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 배경화면이 펼쳐졌다. 동시에 동작감지 센서가 부착된 카메라가 어린이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포착해 동영상으로 스크린 속 배경화면에 투영했다. 독자(讀者)인 어린이들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이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어린이들이 이내 동화 구연가의 안내에 따라 아기돼지 삼형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화면을 따라 늑대를 쫓아내고 집을 짓는 등 시간 가는 줄 모른다. 3차원 가상현실을 이용한 ‘동화 구연 서비스’라서 가능한 얘기다. 지난 14일 문을 연 동화 구연 체험관은 어린이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는 공간이다. 오는 19일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다. 시범 서비스를 체험해 본 어린이들은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국내 도서관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이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립어린이도서관의 의욕적 시도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가상현실 기술 및 첨단 디지털장비 지원 덕분이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3차원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동화 속 배경에 아이들이 실사(實寫) 인물로 등장, 배경을 직접 만져 보는 듯한 실재감을 준다. 특히 사용자 행동에 관한 인터페이스 기술은 물론 손과 발을 이용한 가상공간의 대상물 선택, 제스처 인식 등 상호 인터랙션(Interaction) 기반의 가상 체험을 할 수 있어 사실감을 더한다. 운용시간은 1회당 15분 남짓. 지금은 ‘아기돼지 삼형제’ 프로그램만 제공되고 있다. 나승열(41) 국립어린이도서관 주무관은 15일 “프로그램 콘텐츠를 ‘혹부리 영감’ 등 전래동화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며 “향후 체험형 동화 구연 서비스의 안정적인 기술 지원과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고도화된 체험형 서비스를 전국의 공공 도서관으로 확대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화 구연 서비스는 토·일요일 각 두 차례씩(12시30분~1시30분, 1시40분~2시40분) 매주 4회 제공된다. 이용을 원하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홈페이지(www.nlcy.go.kr)를 통해 미리 신청하면 된다. 이용은 무료다. 1회에 6~9세 어린이 9명만 입장할 수 있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탐사보도-2009 마약리포트] 홍대클럽은 ‘마약특구’… “제대로 놀려면 藥 해야죠”

    [탐사보도-2009 마약리포트] 홍대클럽은 ‘마약특구’… “제대로 놀려면 藥 해야죠”

    13일 밤 12시쯤 서울 강남의 A클럽. 마약 취재과정에서 엑스터시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았다. 전자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무대에는 100여명이 현란한 조명을 받으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한국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는 외국인들도 상당했다. 미국 유학파라는 한 남성은 “코카인, 필로폰은 중독성이 강해 젊은 애들이 꺼리지만 마리화나와 엑스터시는 중독성이 술·담배보다 약하다는 인식이 퍼져 거부감 없이 먹고 피운다.”고 말했다. 다른 유학생은 “강남지역 클럽은 부유층이나 사회적으로 위치가 있는 이들이 주로 찾기 때문에 홍대 주변이나 이태원의 클럽보다 마약 투약이 적다.”고 주장했다. 강남 일대에는 유명 클럽만 20여개에 이르고, 군소클럽을 합할 경우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클럽 관계자는 “대형 클럽은 하루 평균 1500여명이 입장한다. 유학생이 30% 정도, 외국인은 1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압구정동·청담동·역삼동·삼성동 등 강남 일대 클럽에서는 엑스터시와 마리화나가 보편화돼 있다.”며 “유학생들이 귀국 러시를 이루는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은 마약 특수시즌”이라고 했다. ●겨울방학은 마약 특수시즌 강남·홍대·이태원 등 서울의 3대 클럽 지대는 ‘마약 특구’로 통한다. 해외 유학생, 외국인 등을 통해 밀반입된 마약류가 10,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수사당국은 겨울방학을 맞아 유학생들이 귀국하면서 마약을 대거 밀반입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클럽에서 엑스터시는 ‘사탕’이나 ‘캔디’로, 필로폰은 ‘술’ 또는 ‘크리스털’ 등으로 불리며 은밀히 거래된다. 주된 마약은 엑스터시로, 강남·홍대 클럽에서는 한 알에 8만~10만원, 이태원 클럽에서는 4만원에 팔린다. 경찰 관계자는 “홍대 주변 등의 클럽은 국내 마약류 판매와 투약이 활발한 ‘심각 장소’로 분류됐다.”며 “10, 20대 젊은층 사이에 전염병처럼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유학생들이나 외국인 원어민 강사 등이 이들 클럽에 마약류를 반입하고 있다. 이미 귀국한 유학생들은 외국 생활을 하면서 친분을 맺었던 외국인들을 통해 국제우편으로 반입한다. 한 유학생은 “엑스터시는 미국에서는 3~5알 갖고 다녀도 죄가 안 된다. 토끼·돼지·하트 등 여러 문양이 찍힌 알약 형태로 들여오면 일반 약과 구별이 어려워 공항 검색에서 적발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유학생은 “미국은 코카인만 비싸고, 다른 건 싸다. 한국보다 순도가 좋은 필로폰이 10g에 60만원밖에 안 한다. 보내주는 사람은 운송비를 제하더라도 30만원 넘게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외국인 친구 통해 국제우편 반입 홍대 일대 클럽에서는 엑스터시와 케타민이 유통된다. 클럽 화장실이나 주차장, 차 안 등 은밀한 곳에서 밀거래되고 있다. 한 클럽 관계자는 “홍대 클럽에서는 100% 마약을 구할 수 있다.”며 “20대 초반의 미모의 여성이라면 공짜로 양껏 구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 마약 판매책은 “클럽 간부 등 직원들과 친해지면 그들이 ‘마약을 구할 수 있는데, 얼마 줄 수 있느냐.’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클럽에 마약을 공급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한 유학생은 “클럽에서는 투약을 하고 놀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엑스터시를 하면 음악 박자 하나하나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등 제대로 놀 수 있다.”며 들썩댔다. 이태원 일대 클럽은 마리화나나 엑스터시의 진원지다. 경찰 관계자는 “미군들이 개인우편 등을 통해 반입한다. 미군을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구입한다.”며 “미군 검거는 문제되지 않지만 그들이 팔았던 사람들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아 심도 있는 수사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 탐사보도팀
  • 군대간 게이는 어떤 사랑할까

    군대간 게이는 어떤 사랑할까

    아직은 한국 사회에서 다루기 어려운 주제라고? 그렇지 않다. 이미 국내 영화계에서는 ‘동성애 코드’가 넘치고 있다. 독립영화 얘기가 아니다. 주류영화 얘기다. 두 톱스타의 농염한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쌍화점’을 비롯해 ‘로드무비’, ‘후회하지 않아’, ‘왕의 남자’, ‘주홍글씨’ 등 그 사례들은 많다. 이제 동성애 코드도 경쟁력이 없으면 주목받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게이 리얼리티’를 구현하다 영화 ‘친구사이?’는 동성애의 홍수 속에서 ‘리얼리티 카드’를 꺼내든다. 게이들이 사랑하는 방식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보겠다는 의도다. 김조광수 감독이 ‘순도 99.9% 게이 로맨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도 리얼리티를 통해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감독 자신도 게이다. 일단 주제부터 현실적이다. 김조 감독이 2008년 제작한 ‘소년 소년을 만나다’가 10대 게이 청소년의 풋풋한 첫사랑을 애잔하게 표현해 냈다면 이 영화는 20대 게이들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인 군대 문제를 다뤘다. 겉보기에 무척 심각하게 흘러갈 듯도 싶지만 감독의 손맛은 지루하지 않다. 영화의 시작과 말미에 ‘뽕짝 리듬’의 뮤지컬 요소를 삽입한다거나 주인공 민수(서지후)와 석이(이제훈)의 대사 하나하나에 재치를 버무린다. 영화 분위기는 그래서 유쾌하다. 가장 강점은 주인공 커플의 ‘촉촉한’ 감성이다. 민수를 면회온 석이가 시멘트 담벼락 앞에서 아기자기한 대화를 나누는 ‘담벼락 신’은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서로의 새끼 손가락을 꼬아대며 묘한 웃음을 짓는 민수와 석이, 키스를 위해 눈을 감는 석이에게 장난을 치는 민수, 민수를 위해 “요리사가 되겠다.”고 말하는 석이의 다짐은 ‘닭살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냘픈 대화방식, 하지만 결코 여성적이지 않은 이들의 화법은 이성애자들의 눈에 무척 색다르게 다가온다. 동성애자들은 현실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준다. 자신들의 세계가 종종 오도되는 것이 불만이었던 이들은 “이게 정말 게이가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감독은 “어릴 적부터 연애에 대한 촉이 좋았다.”며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낸다. 주인공 배우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이성애자인 서지후와 이제훈은 1984년생 동갑으로 절친한 사이다. 문제는 “애인 같지 않고 친구 같다.”는 김조 감독의 지적이었다. 두 사람은 5분 남짓한 담벼락 신을 위해 두 달을 연습했고 게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서울 종로의 한 모텔을 찾아 방황(?)하기도 했다. 지독한 노력 끝에 “그래. 바로 이거야!”라는 감독의 탄성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성애자가 봐야 할 동성애 영화 동성애 코드를 담아내는 주류 영화들은 동성 간의 진한 러브신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려 왔다. ‘남자끼리 (육체적으로) 어떻게 사랑을 나눌까.’라는 말초적 호기심에 대해 주류 영화계가 충실히 답한 결과일 수도 있고, 다른 동성애 코드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자구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농염한 베드신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나오는 동성애 커플은 애인보다는 친구에 가까워 보인다는 게 일각의 평이다. “대한민국에서 동성애를 제대로 표현한 영화는 거의 없다. 동성애자를 왜곡한 판타지만 있을 뿐이다.” 김조 감독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뱉어낸 말이다. 물론 이 영화에도 진한 러브신은 있다. 그러나 이는 민수와 석이의 수많은 사랑 방식 가운데 하나일 뿐, 핵심은 아니라는 게 감독의 얘기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영화에 대해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감독의 의도와 달리 ‘수위’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시사회를 본 영화평론가들은 “‘아, 게이들은 저렇게 사랑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영화”라며 “동성애자보다 이성애자가 봐야 할 영화”라고 말했다. 17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문화계 블로그] ‘호두까기 인형’ 연말 단골 왜?

    해마다 연말이면 발레계 최대 화두는 ‘호두까기 인형’이다. 국내 굴지의 발레단이 자체 공연을 하는 것은 물론 기획사들도 해외 발레단을 초청해 이를 무대 위에 올리기 바쁘다. 그야말로 호두까기 인형 일색이다.그렇다고 발레 공연에 호두까기 인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호두까기 인형과 더불어 고전발레 3대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호두까기 인형이 ‘백조’나 ‘공주’를 물리치고 압도적 대세를 이루는 까닭은 무엇일까.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연말, 가족 단위 관객에게 호두까기 인형은 최고의 소재다. 줄거리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장난감이 대거 등장해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을 고민하는 부모들로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선택이다. 통상 공연계는 12월 공연 수입으로 다음 한 해를 버텨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발레계도 예외는 아니다. 발레단 입장에서 관객 선호도가 높은 호두까기 인형을 선뜻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뒤집으면 ‘백조’나 ‘공주’가 연말에 찬밥 신세인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성이나 인지도에 있어서 호두까기 인형 못지않음에도 가족 단위 관객들의 선택 우선순위에서는 밀리는 것이다. 흥행 측면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백조’는 최근 6년 간 국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호두까기 인형에 비해 아기자기한 면이 적어 아이들의 눈에 꽤나 지루하게 여겨지는 까닭이다.한 발레계 관계자는 ‘20분론’을 설파한다. “2시간 남짓한 백조의 호수 공연 가운데 아이들의 눈에 재미있게 느껴지는 시간은 딱 20분에 불과해요. 안무가는 장면 하나하나에 심혈을 쏟아붓지만 발레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일반 어린이들은 그저 백조들이 2시간 가까이 비슷한 춤을 추는 것처럼 느낍니다.” ‘백조’에 군무(群舞)가 많아 무용수들의 품이 많이 드는 것도 발레단이나 기획사가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관객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탓이다. 뜻있는 공연계 인사들은 “수익성을 신경써야 하는 발레단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다양한 공연이 나와야 발레단도, 관객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다양한 선택의 가능성도 감지된다. 국립발레단이 모처럼 연말무대로 준비 중인 백조의 호수는 벌써 예매율이 80%를 넘어섰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호두까기 인형을 능가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획일화된 공연 문화에 관객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도, 그리고 그럴 만한 ‘사정’이 있더라도, 일방적인 선택이 강요되는 풍토를 관객들은 오래 인내하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그림은 미쳐야 해… 조급해하지 말고”

    “그림은 미쳐야 해… 조급해하지 말고”

    지팡이를 짚고 앉은 노()화가는 작품 하나하나의 의미와 주제를 설명했다. 그림은 5분 이상 보아야 한다고, 물어보면 자세히 알려주는데 그림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고 살짝 질타하면서 말이다. ‘가장 한국적인 현대화가’ 이만익(71)이 12월 3~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개인전 ‘휴머니즘 예찬’을 연다. 진한 윤곽선에 단순화된 인물과 토속적인 색채로 역사·설화·문학 등을 통해 ‘한국의 정한’을 표현했던 그는 최근 전 세계의 고전문학과 음악 등으로 주제를 넓혔다. 개인전을 앞두고 신사동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는 “나한테 비엔날레 가자는 사람이 없더라고.”라며 농담처럼 주제의 폭을 넓힌 이유를 말했지만, 곧이어 “틀에 묶이지 않고 그리고 싶은 것은 자유롭게 그린다.”고 덧붙였다. 작가 이만익의 성장과정은 한국 미술의 역사이자 성장과 같다. 1938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8살인 서울 효제초등학교 2학년 때 미술반에서 수채화를 배웠다. 경기중 3학년 때인 1953년 제2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현 대한민국미술대전·이하 ‘국전’)에 입선했으나 중학생 신분이 논란이 됐고, 이후 국전 출품 자격이 ‘대학 3학년 이상’으로 수정됐다. 미군부대에서 구해 온 타이프 용지에 스케치를 하던 그는 서울대 미대에 진학했고 안국동 앙가주망 화실에서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일가를 이룬 박서보, 김창렬, 윤명로 등과 저녁마다 그림을 그렸다. 1959년부터 국전에서 3회 연속 특선을 한 이 작가는 35살 되던 해 아내를 처가에 ‘버린’ 채 10년간 미술교사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들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렘브란트나 루오같은 서양 유명화가처럼 되고 싶은 생각에 파리에 가서 처음으로 서양 대가들의 그림을 봤는데 다 자기 세계와 개성이 있더군요. 독자성을 못 가지면 인정받지 못 하는데 서양화를 그리니 남의 냄새가 나서….” 원근법처럼 기존에 익혔던 서양 미술기법을 모조리 버리고 그림을 평면화해서 ‘manik’이란 사인이 없어도 이만익의 그림임을 알아볼 수 있는 화풍을 이루기까지 이 작가는 ‘죽을 고비’라 할 만큼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 작가는 뮤지컬과 영화제의 포스터 작업, 1988년 서울올림픽 미술감독 등으로도 활동했다. 특히 뮤지컬 제작자 윤호진씨와의 친분으로 ‘명성황후’를 그려 뮤지컬 포스터로 썼는데, 미국 링컨센터에서 공연할 때는 이 포스터가 뉴욕의 지하철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그는 그림 ‘명성황후’에 대해 “수억 원을 줘도 안 판다고 기사가 나는 바람에 팔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다. 뮤지컬 원작자인 이문열씨가 사겠다고 했으나(요즘 추세에 견줘 작은)90호짜리라 팔지 않았다.”며 껄껄 웃었다. 원래는 포스터를 팔고 남은 돈의 반만 받겠다는 조건으로 그렸다. 이 작가는 ‘명성황후’의 미국 공연이 끝난 뒤 제작자로부터 150만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혼자 그림을 그릴 때 음악을 들으면 기가 빠져나가는 듯해서 시를 외운다는 노작가는 “조금 더 나다운 멋진 그림을 몇 개 더 그려봤으면 한다.”고 앞으로의 소망을 밝혔다. 그리고 미술계 대선배로서 미술학도들에게 “미쳐야 한다. 자기를 만드는 데 조급해선 안 된다.”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동작구 자금관리 전산화시스템 구축

    동작구 자금관리 전산화시스템 구축

    행정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전산화작업에 나서고 있는 서울 동작구가 자치구 처음으로 구의 자금관리 시스템 구축에 성공해 화제다. 동작구는 지난 23일 인터넷이나 전산망으로 실시간 구 금고 자금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자금관리 전산처리 시스템’을 개발, 30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구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643개 은행 계좌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통합 시스템이다. 김우중 구청장은 “이번 자금관리 시스템 가동으로 금전사고 예방뿐 아니라 이자수익 향상 등 공금예금의 수익성 증대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21세기에 걸맞은 첨단 행정시스템 개발로 인력낭비는 물론 예산절감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금전사고 예방·수익성 증대 효과 동작구는 효율적인 자금관리와 재무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자금관리 전산처리시스템을 구축했다. 동작구 예산이 들어오고 나가는 계좌가 643개. 일반회계를 관리하는 정기예금 계좌가 474개, 특별회계를 관리하는 정기예금 계좌가 154개다. 또 공공예금을 하는 계좌가 3개, 중소기업육성자금 등 각종 기금을 관리하는 계좌가 12개다. 직원이 하나하나 전화로 입금액과 지급액, 이자, 잔고 등을 알아보느라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 수십억원에 달하는 각종 기금을 관리하는 계좌도 이율이 높은 곳으로 쉽게 옮길 수가 없었다. 이에 구는 자금관리 전산처리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세출(지출) 이뱅킹 전산화를 추진한 데 이어 올해 우리은행과 온라인 자금정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자금관리시스템 가동으로 기존의 공금 및 공금성 예금의 잔액과 거래내역을 은행에 유선으로 확인하는 수동적인 자금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전산시스템 상에서의 실시간 자금흐름 파악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현금흐름에 따른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자금관리뿐 아니라 행정인력 낭비도 줄였다. 또 내년에는 공금운용 상품의 기간별, 금리별 시뮬레이션을 통한 수익률 분석자료도 제공될 예정으로 공금성 예금의 수익성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시범운영후 다른구에도 보급 이번 자금관리 전산처리시스템은 시범운영 후 서울시 및 다른 자치구로도 보급될 예정이다. 한편 구는 이뱅킹 구축으로 지출 입금의뢰서를 직접 은행에 송부하는 수기적인 방법을 폐지하고 전산으로 자료를 전송·처리하는 이뱅킹 지출시스템을 도입해 세출(지출)업무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바 있다. 박태숙 재무과장은 “이번 구 금고 자금관리 전산화 도입으로 구 공금계좌의 자금이동 등 입출금거래, 거래내역 및 잔액조회가 은행 방문 없이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됐다.”면서 “전산화를 통한 효율적인 자금관리로 지방 재무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 향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현장 행정] 관악구 뒷골목 층계정비

    [현장 행정] 관악구 뒷골목 층계정비

    봉천동 1번지에 사는 순악질 여사는 오늘도 술을 마시느라 집에 들어올 생각을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이를 갈고 있다. 그때 다리에 피를 흘리며 들어오는 아들 봉팔이. 집에 오다 계단에서 넘어졌단다. 관악구청 토목과에서 일하는 남편 A씨는 사연도 모르고 취기가 가득해 집에 왔다 울고 있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토목과 직원이 집 앞 계단 하나 못 고치냐.”며 바가지를 긁는 아내가 오늘은 하나도 미워 보이지 않는다. 다음날 출근한 A씨. 동료들과 함께 “동네 젊은이들조차 힘들게 오르내리는 봉천동 1번지 계단을 획기적으로 바꿔 보자.”며 아이디어를 짜기 시작한다. 지난 23일 서울시가 마련한 ‘2009 하반기 자치구 창의행정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관악구가 내놓은 단막극 내용의 일부다. 관악구는 구가 내놓은 ‘주택가 뒷골목 계단정비’ 사례가 서울 25개 자치구가 참가한 ‘창의행정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서울시 창의행정 최우수상 뽑혀 관악구는 그동안 ‘계단은 그저 이동로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 낡고 부서진 주택가 뒷골목 계단을 도심 속 ‘쌈지공원’으로 바꿨다. 주민들이 언제나 편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게 만들 수 있다면 힘들여 올라야 하는 뒷골목 계단도 누구나 좋아하는 ‘명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관악구는 오래전부터 ‘달동네’가 많아 골목길 계단이 유독 많은 편이다. 현재 재개발이 많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구에는 주택가 골목길이 127곳이나 된다. 지금까지 구는 수십년간 “통행에 문제가 없어 민원만 생겨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하자 보수에만 전념해 왔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이 열심히 노력해도 주민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됐다. 구는 이런 현실에 대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도심 속 골목길 계단을 여유로운 휴식 공간으로 변화시키면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돈 쓸 곳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멀쩡한 계단을 다시 꾸미냐.”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 결국 이 사업을 위해 구 간부들까지 직접 나서 구의원들을 하나하나 설득했고, 결국 구비에 서울시 예산 보조까지 이끌어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성선주 토목과장은 “무엇보다 계단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꾼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주민들이 날마다 이용하는 시설이 새롭게 바뀌어야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점을 들어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주민 호응 뜨거워… 사업확대 드디어 지난 5월 서림동 골목길 계단을 시작으로 주택가 뒷골목 정비가 시작됐다. 새로운 계단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예상 외로 뜨거웠다. “우리 집 앞 골목길도 새롭게 바꿔 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이달까지 관악구 지역 뒷골목 계단 13곳이 새롭게 정비됐다. 구는 앞으로 연차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지역 내 계단 전 곳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박용래 구청장 대행은 “앞으로도 계단이나 도로를 하나하나 아름답게 바꿔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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