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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1)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1)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여 완성시키고 확립시키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여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은 사람 하나하나를 사랑하고 모두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이다. 사람 하나하나를 사랑하여 모두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은 한신, 여포와 같이 용맹스러운 자도 사랑하고, 빌어먹는 거지와 같이 비겁한 자도 또한 사랑한다는 것이다.”(‘격치고’) 생명의 세계에는 시비도 선악도, 적도 친구도 없다. 차별 없는 생명에 대한 차별 없는 애정. 그것이 이제마가 평생 지키려 했던 무사의 마음이요, 의사의 마음이었다. 이제마(李濟馬, 1837~1900)는 사상의학(四象醫學)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사상의학이란 인간의 체질을 사상(四象), 즉 태양(太陽)·태음(太陰)·소양(少陽)·소음(少陰)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성격, 관계방식, 병증, 치료법을 설명하는 의학을 말한다. 이 분류에 따르면 이제마는 태양인이다. 태양인은 신체가 건장하고 가슴이 특히 발달했으며, 사고력이 뛰어나고, 진취적이고, 사교적이다. 실제로 이제마는 낯선 사람과도 금세 말을 섞을 정도로 친화력이 있었으며, 무사답게 일처리에도 막힘이 없었다. 하지만 음식을 제대로 못 넘기고 계속 토하는 열격반위증(?膈反胃證)에 시달렸는가 하면, 일찍부터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외로운 삶을 살았다. 그가 무사의 신분으로 의학서를 저술하게 된 데는 아마 이런 개인적 경험도 작용했을 것이다. 제마(濟馬)라는 이름은 제주도에서 건너온 온 말을 선물 받는 조부의 꿈에서 비롯되었다. 서자 신분인 이제마가 적자가 된 것도 이 꿈 덕분이다. 예지몽이었던 걸까? 이제마는 ‘물을 건너는 말’처럼 무사와 의사, 유학과 의학, 몸과 마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목적 삶을 살았다. ●의사의 마음을 가진 무사 이제마는 함흥 출신으로,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가문 출신이었다. 조부와 부친을 일찍 여의고 의지할 데가 없던 이제마는 10대 후반부터 20여년간을 정처 없이 떠돌게 된다. 이 시기 그의 행적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지만, ‘동무유고’(東武遺稿)에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글들로 추측하건대, 서구 열강이 조선을 침략하는 현실과 민중의 곤궁한 삶을 목도하고 여기서 느끼는 바가 있었던 듯하다. “대화포(大火砲)라는 것이 있는데 한번 발사하면 마치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히는 듯 벽력 같은 소리가 울리며, 맞으면 부서지지 않는 것이 없다. (중략) 화룡선(火龍船)은 거대하고 넓어서 그것과 비교할 만한 배가 없다. 배를 운행하는 방법은 연통을 노로 삼고 연통 밑에 석탄을 쌓은 다음 석탄에 불을 붙여 연통으로 연기가 나오게 해서 하루에 천여 리를 갈 수 있다.”(‘동무유고’) 서구 열강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 이제마가 느낀 놀라움과 두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구절이다. 그는 대포·전신·화룡선 등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제국에 대항하려면 힘을 기르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병술을 익혀야 한다는 주장이나, 후당총을 보유한 10만 군대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위태로운 조선의 현실을 목격한 이제마는 마침내 긴 방황을 접고 무관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호를 ‘동무’(東武-동방의 무사)로 짓고, 무관으로서 일생을 마치게 된다. 그러나 무관으로서의 삶은 그를 무사가 아닌 의사로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민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잦은 전염병의 창궐로 수십만명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는 상황에 직면하여 병자에게 직접 약을 처방하는 한편, 병인과 발병 조건, 치료법 등을 알기 위해 그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길 위에서 ‘격치고’와 ‘동의수세보원’이 배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부인의 병사(病死)는 그의 의학적 사고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열병을 앓는 부인에게 의원이 관행적으로 열을 내리는 치료를 했는데, 부인은 결국 병이 악화되어 사망하고 만다. 이제마는 이 사건으로, 사람의 병증은 체질에 따라 다르므로 그 치료법 역시 체질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자신의 가설을 확신하게 된다. 일찍부터 내면화된 성리학적 사유에, 무관으로서 민중의 병을 관찰한 임상경험, 그리고 자신의 병과 부인의 병사 경험이 더해져 완성된 텍스트가 13년(1880~1893)에 걸쳐 쓴 역작 ‘격치고’다. ●인간의 몸과 마음에 대한 격물치지, ‘격치고’ ‘격치고’(格致藁)에서 ‘격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약자로, 이는 세계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성리학의 근본적인 공부 방법이다. 이제마는 인간의 병을 격물치지의 대상으로 삼아 ‘격치고’에서 사상의학의 기본구도를 구상하게 된다. ‘격치고’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삶의 원칙을 밝히기 위한 ‘유략편’(儒略篇), 삶의 기준점을 회복하기 위한 ‘반성잠’(反誠箴), 수양을 위한 지침인 ‘독행편’(獨行篇) 등이다. 이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격치고’는 본격 의학서라기보다 성리학적 사유에 몸의 생리에 대한 사고를 접목시킨 의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지적하듯이, 사상의학의 논리는 맹자의 철학에 기초하고 있다. 맹자는 사단(四端)을 통해 인간 본성의 선함을 논하고, 사단을 확충하는 수양을 통해 본성을 회복하는 것을 학문의 과제로 삼았다. 이제마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각각 태양, 소양, 태음, 소음에 연결시키고, 인의예지가 사욕(私慾)에 가려지듯이 타고난 체질의 장점이 사심(私心) 때문에 치우치게 된다고 보았다. 즉, 각각의 체질이 건강하게 발현되면 인의예지를 구현하게 되지만, 사심이 개입되면 탐비라박(貪鄙懶薄)으로 변질되어 욕심과 안일과 방종과 사사로움을 추구하게 된다. 예컨대, 태양인은 기질적으로 포용력이 있고 은혜를 잘 베풀지만, 사심이 생기면 계산적으로 은혜를 베푸는 이해타산적 인간이 된다. 이런 불균형 상태를 치유하고 본래 체질의 장점을 발휘하려면 태음인의 기질인 의로움을 본받아 마음을 수양해야 한다. 병이란 체질과 마음이 치우친 상태이고,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치료라는 것. 이것이 이제마가 인간을 격치함으로써 도달한 결론이었다. ●세상을 보존하는 의사가 되어라 이제마는 ‘격치고’를 완성한 지 1년 만에 ‘동의수세보원’을 완성함으로써 사상의학을 체계화시킨다. 이 책은 성명론(性命論), 사단론(四端論), 확충론(擴充論), 장부론(臟腑論), 의원론(醫源論), 광제설(廣濟說), 사상인변증론(四象人辨證論)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는 구체적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처방과 병증 분석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예컨대 비대신소(脾大腎小)한 소양인은 일을 잘 벌이고 행동과 대처가 빠르지만 일의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간대폐소(肝大肺小)한 태음인은 일을 쉽게 벌이지는 않지만 맡은 일을 책임 있게 완수해낸다. 이처럼 모든 체질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때문에 모든 사람은 다른 체질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병을 파악하고 치료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곧 마음수양이고, 이를 통해 모든 체질의 장점을 두루 갖춘 ‘성인’이 될 수 있다. 요컨대, 병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생기고, 따라서 관계를 통해서만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사상의학의 핵심이다. 모든 병은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본 이제마는 약을 처방할 때도 약재, 음식과 함께 마음수양법을 자세히 적어주었다. 이제마에게 치료란 사회적 관계 맺음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치료’였던 셈이다. “백 집이 있는 마을에 한 사람의 의원만으로는 사람을 살리기에 부족할 것이다. 반드시 의학을 널리 펴고 밝힘으로써 집집마다 의술을 알고 사람마다 병을 알게 된 뒤에야 수(壽)를 누리고 원(元)을 보전하게 될 것이다.”(‘동의수세보원’)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 ‘수세보원’이란‘세상과 삶을 위해 보존해야 할 원칙’이라는 뜻이다. 이제마에게 그 원칙은 타인을 통한 배움이었다. 이제마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자신의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병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병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거든, 먼저 내 몸에 새겨진 관계의 흔적을, 내가 관계 맺는 방식을 보라.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배우라. 그것이‘나 자신의 의사’가 되기 위한 시작이다. 무사 이제마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그리고 세상을 지키는 의사가 되었다. 박장금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옴부즈맨 칼럼] 네크워크 시대 신문의 전략/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옴부즈맨 칼럼] 네크워크 시대 신문의 전략/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네트워크 이론의 거장인 바라바시 교수는 저서 ‘링크’에서 복잡한 우리의 일상과 사회를 파악하려면 대상을 조각 내서 하나하나 분석하는 환원주의 방법이 아니라 모든 것이 연결된 전체를 유기적으로 통찰하는 그물망식(Web-based) 사고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디지털 시대에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구글의 전략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검색엔진으로는 후발주자인 구글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용자들이 찾으려는 정보와 가장 관련이 높은 결과를 순위를 매겨 빠르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웹페이지 간의 연결 관계를 분석할 뿐 아니라 웹페이지에 포함된 모든 단어와 이용자 행태 간의 관계를 통합 분석한 결과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유도 구글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일 것 같은 사람들을 알아서 찾아 추천하고,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이 쓴 글을 실시간으로 배달하는 편리함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역시 이러한 미디어 트렌드에 들어맞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종이신문이라는 제약을 넘어서려고 인터넷으로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한 모바일 서비스도 제공한다. 모바일 앱 초기화면을 띄우면 ‘이 시각 주요 뉴스’와 함께 섹션별 주요 뉴스 제목이 바로 나타난다. 작은 화면을 고려해서 설계한 탓인지 화면 배치가 이용하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다. 기사 끝에는 관련 기사 목록과 SNS와 연동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종이신문 기사에 페이스북 주소(facebook.com/me.onekorea)를 달아 연계성을 강조한 ‘나와 통일’이라는 연재기사도 스크린 간의 연동을 고려한 좋은 사례다. 그렇다면, 기사와 기사 간의 관계는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스마트폰의 모바일앱에서 ‘아이폰5 vs LTE폰 9월 대전’(8월 15일)이라는 기사를 확인해 본다. 제목 아래 두 기종의 특징을 비교한 표는 종이신문보다 더 선명해 가독성이 좋다. 그런데 기사 끄트머리의 관련기사에는 ‘갤럭시S2 화이트모델 17일 첫선’이라는 기사 하나만 보인다. 같은 날짜의 관련 기사만 제공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듀얼코어’, ‘LTE’와 같은 전문용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아쉽지만 내가 검색한 기사와 관련된 다양한 기사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함을 독자는 원한다. 앞에서 소개한 ‘나와 통일’이라는 기사를 검색해 보자. ‘나와통일’이라고 검색창에 쓰면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해야 한다. 이런 검색 방식으로는 뉴스 이용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이러한 작은 불편함은 또 있다. 시각적 효과가 극대화되어야 할 포토 뉴스에서 글씨 크기는 조절되지만 정작 사진 크기는 조절되지 않는다. 게다가 ‘카라 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 홍보대사 위촉’(8월 11일)이라는 포토 뉴스의 제목은 종이신문에는 ‘K팝’으로 다르게 되어 있어 연동 검색이 불가능하다. 이번에는 ‘카라’라는 제목으로 기사검색을 해 본다. ‘저자와 차 한 잔, 첫 수필집 ‘유소유’ 펴낸 고세진 교수’(8월 13일)라는 기사와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에일리언 비키니’(8월 12일)라는 기사가 결과로 나온다. 기사 내용에 ‘메카라는’과 ‘모니카라는’이 들어 있기에 생긴 일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터넷 시대에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자신이 원하는 뉴스정보를 정확하게 찾아주는 똑똑한 서비스를 미디어 고객은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이 제공하는 콘텐츠 서비스가 네트워크 사회의 특성을 얼마나 잘 반영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갈수록 편리함에 익숙해진 독자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신문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 ‘감세 철회’ 카드 꺼내나

    내년 시행을 앞둔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 구간 감세 철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임기중 균형 재정 달성의 의지를 강조하면서부터다. 감세가 MB노믹스의 한 축이기는 하지만 여당에서도 감세 철회를 당의 기본 입장으로 정한 데다, 정부도 세입·세출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소득세 감세 철회에는 긍정적이나 법인세 감세 철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경쟁국가에 비해 법인세 세율이 높은 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달 말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감세방안이 어떻게 담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균형 재정 달성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라고 전제하면서 “세입에서 확충 노력, 세출에서 조정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조세 수입을 늘리는 방안에는 증세도 있고 감세 조정도 있을 수 있다.”며 “(감세 조정이) 제기될 수 있는 메뉴로 모든 게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한나라당은 추가 감세를 철회하는 것을 당의 기본 입장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감세를 철회하고 복지지출이 방만하게 늘어나는 것을 통제해야 균형재정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감세 철회를 이미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재정 전문가들은 소득세 감세는 철회할 수 있지만 법인세 감세는 예정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윤희 조세연구원장은 “세율과 세수는 정책 목적이 다른 수단”이라며 “세수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세율을 올리는 것 말고도 세무행정 개선 등 다른 방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제 경쟁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리자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추가 감세를 철회할 경우 소득세는 연간 6000억원, 법인세는 3조 9000억원 등 총 4조 5000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 정부는 2010년부터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각각 2% 포인트씩 내리는 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에 국회는 소득세 과세표준(과표)이 88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와 법인세 과표가 2억원을 넘는 기업에 대한 인하를 2년간 유예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관련법이 개정돼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최고 소득세율은 35%에서 33%로, 최고 법인세율은 22%에서 20%로 내리게 된다. 재정부는 다음 달 말 발표할 내년 예산안 편성작업을 유럽의 재정위기를 감안해 원점에서 다시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정부를 방문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실물경제를 지키는 데 정부가 온 역량을 다해야 한다.”면서 내년 예산 편성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박재완 재정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한편 홍 대변인은 감세정책 조정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세입과 세출 양쪽 측면에서 하나하나 짚어 보자는 원론적 얘기를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하·나길회기자 lark3@seoul.co.kr
  • 머리카락으로 정교하게 만든 ‘캐슬’ 화제

    머리카락으로 정교하게 만든 ‘캐슬’ 화제

    이걸 머리카락으로 만들었다고? 미국의 한 예술가가 머리카락으로 정교하게 만든 캐슬(성)이 외신에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미니트 등 유럽 언론이 보도하면서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캐슬은 미국의 예술가 아구스티나 우드게이트가 사람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실제 벽돌로 만든 듯 반듯하게 올라간 4각 캐슬은 금발, 은발 등 다양한 색깔의 머리카락으로 벽돌을 제작한 후 하나하나 쌓아 올라가면서 만든 모형물이다. 금발로 만든 밝은 벽돌로 창가를 감싸고, 성을 쌓는 데는 회색 등 짙은 색 머리카락을 사용했다. 헤어볼 3000개를 모아 완성한 작품으로 높이는 4피트다. 또 다른 작품 모래성은 무너져가는 캐슬을 연출한 작품이다. 밑에는 머리를 엉킨 채 적절히 설치해 한껏 자연스런 멋을 냈다. 캐슬 작품은 “나는 공주가 되고 싶었어.” 컬렉션으로 발표됐다. 사진=slashgear.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8·15 66주년] “음지서 독립 투쟁한 여성도 수만명… 정부가 증언·사료 수집해 예우해야”

    [8·15 66주년] “음지서 독립 투쟁한 여성도 수만명… 정부가 증언·사료 수집해 예우해야”

    “들꽃은 늘 조명받지 못했다. 오히려 발에 밟히고 차였다. 그러나 들꽃의 생명력은 강하다. 그들은 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피어있다.” 시인 이윤옥(52·여)씨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들꽃이라고 말한다. 지난 6월 출간된 그의 두번째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는 역사의 뒤편에 묻혀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한 최초의 시집이다. 이씨는 “최초의 여성 의병장인 윤희순, 광복군 여성대원들의 맏언니였던 오광심은 물론 밥 짓고, 군복 만들고, 독립자금 조달한 여성들도 모두 독립유공자”라면서 “이들을 기억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워 시로 그들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여성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으려면 증거를 가져오라’는 정부의 독립유공자 심사체계는 어불성설”이라며 “정부가 직접 여성독립운동 사료를 수집하고 드러나지 않은 여성 유공자들을 발굴해 걸맞은 예우를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사를 건 엄혹한 시기에 그들이 독립투쟁의 흔적을 남겼겠느냐.”면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66돌을 맞은 광복절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에서 이씨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평가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역할이 형편없이 과소평가돼 있다. 남성 독립유공자가 수만명이라면 여성 유공자의 숫자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공인된 독립유공자 1만 2966명 가운데 여성은 204명에 불과하다. 직접 총과 폭탄을 들고 싸운 여성도 적지 않지만 뒷전에서 밥 짓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나르는 등 음지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한 여성들도 모두 독립유공자 아니겠는가. →현재의 독립유공자 심사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데…. -스스로 서류를 제출해 독립운동을 증명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으려면 직접 증거자료를 수집해 국가보훈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의 상황을 안다면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일본군에 쫓겨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일부러 서류 등 흔적을 없앴는가 하면 가명을 서너 개씩 쓰기도 했다. 그나마 명단에 오른 분들은 후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기록을 수집하고 정리해 가능했다. 독립유공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는 분들도 많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가. -간단하다. 정부가 나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국내와 일본신문만 봐도 적잖은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평남도청에 폭발물을 던진 안경신 의사의 경우도 ‘여자폭탄범’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다. 또 백범일지를 보면 연미당·정정화 여사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이렇게 하나하나 기록을 되짚어 찾는 것이 국가가 할 일 아니겠는가. 생존해 있는 여성독립운동가가 몇 분 안 된다. 그들의 증언이 가장 중요하다. 빨리 그 분들의 구술을 문서로 기록해 둬야 한다. →여성독립운동가를 주제로 한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몇 해 전 강의를 하던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독립운동가를 아는 대로 써 보라고 했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댄 학생이 손에 꼽을 정도였고, 그나마 태반이 유관순 열사였다. 그런 현실이 서글펐다. 그때 가까이 두고 읽을 수 있는 시집으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를 쓰는 데 필요한 자료는 어떻게 수집했나. -기록이 거의 없었다. 국가보훈처 자료도 여성유공자 한 명당 서너줄의 기록이 전부였다. 그때부터 이들의 활동무대를 직접 찾아 나섰다. 중국 상하이, 광저우, 항저우, 충칭 등을 답사했고, 춘천 부산 나주 인천 수원 등을 돌면서 자료를 수집했다. 그러나 생존한 여성독립운동가가 6명에 불과해 자료 수집도 쉽지 않았다. 생가와 묘지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아 경북 안동에서 김락 지사의 묘소를 찾아가는 데 마을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야 했을 정도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3·1절에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주제로 두 번째 시집을 내고 싶다. 이미 펴낸 시집도 공공도서관이나 초·중·고교에 보급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만 쉽지 않다. 얼마 전 요양원에 계신 이병희 여사를 찾아가 직접 시를 낭송해 드렸다. 눈물이 쏟아져 끝까지 읽을 수 없었다. 앞으로 시를 통해 여성 독립유공자 200여명의 숭고한 일생을 재조명해 보고 싶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기억은 스타킹처럼 따뜻하게 몸을 조인다”

    “기억은 스타킹처럼 따뜻하게 몸을 조인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 첫 기억은 뭘까 궁금해요.” 잠깐 뜸을 들이더니 고개 들어 반문했다. “기자님 인생의 첫 기억은 뭐죠?” ●인생의 첫 기억에서 출발 글쎄, 그늘진 데다 무덤이 많아서 무섭다고 아무도 안 가는 동네 뒷산에서 나무막대로 칼싸움했던 거? 작가의 ‘역습’에 엉거주춤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이어 나온 얘기는 이랬다. “4살 때, 개구리 잡으러 다니다 유괴당한 적이 있었어요. 별일 없이 집에 잘 돌아오긴 했는데, 신기한 게 어린 마음에도 이 얘기는 부모님에게 하지 말아야겠다, 그 생각을 한 거예요. 그런데 기억이란 게 묘해서 좋았던 것보다 나빴던 것이 절대 잊혀지지 않아요. 그러면 기억이란 것을 다 드러내 보자고 했지요.” 그렇다고 작품이 어둡다거나 충격적인 것이라고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다. 인생 첫 기억에서 출발했지만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에서 살다가 경기 행주동과 파주시로 이사 간 뒤의 기억들을 담았다. 게다가 홍대 동양화과 출신임에도 진한 먹의 느낌보다는 맑은 수채화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아픈 기억을 고통스럽게 끄집어낸다기보다, ‘정말 그때 그랬나?’ 하면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16번지에서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전시를 여는 이진주(31) 작가 얘기다. ●앞뒤 없이 ‘툭’ 튀어나온 풍경들 그래서 눈에 띄는 건 지질학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면도처럼 툭 잘려나온 풍경들이다. 앞뒤 맥락 없이 불쑥 떠오르는 것이 바로 기억임을 드러내는 장치이자 물과 땅의 레이어로 기억의 심층을 은유했다. 가끔 기억 자체가 자신이 연출한 하나의 무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지층의 단면 밑에다 전기코드 같은 것을 배치해뒀다. 이를테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선언이다. 선언이되, 폭로라기보다 바둑의 복기에 가깝다.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하얀 삼각팬티 위에 팬티스타킹만 겹쳐 입은 여성이다. “기억 앞에선 옷을 입을 필요가 없는 거지요. 다만 스타킹이란 것, 얇고 가볍고 따스하지만, 한편으로는 몸을 조여서 단단하게 해준다는 것, 그 느낌이 잘 어울린다고 봤어요.” 직접 한번 입어 보고 느껴 보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작가가 말한 스타킹의 물성은 다름 아닌 기억의 속성이다. 그 기억이 두 다리를 때로는 따스하게 감싸주고 때로는 옥죄면서 받쳐주는 덕분에 우리는 지금 앉고 서고 걷고 뛸 수 있을지 모른다.기억이 없다면 정신적 불구가 될는지 모른다. 작가 말처럼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사람들은 과거가 없어 현재를 살 수 없는 이들이다. ●과거 없이 현재 살 수 없어 제일 눈에 띄는 작품은 ‘검은 눈물’. 김장을 담그는 여성의 머릿속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그 머릿속엔 복잡한 심사를 나타내듯 자디잔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뻗쳐 있고 한쪽엔 ‘27’이란 숫자가 달려 있다. 이 그림 자체가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을 상징한다. “제 작품에 소소하게 등장하는 디테일들은 모두 제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에요. 그런데 그걸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 시작하면 너무 낯간지럽고 재미없을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의미를 부여해 보면 어떨까요.” (02)2287-3516.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후배들이 꿈 이루도록 활력 불어넣고 싶어”

    “후배들이 꿈 이루도록 활력 불어넣고 싶어”

    ‘음악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라는 메시지를 내세운 지휘자 장한나(29)의 ‘앱솔루트 클래식’ 프로젝트가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100여명의 젊은 연주자들을 오디션으로 선발한 뒤 장한나가 직접 훈련을 시켜 오케스트라 무대에 세우는 ‘앱솔루트 클래식’은 어느새 한여름의 대표 클래식 페스티벌로 발돋움했다. ●단원들과 합숙하며 하루 7시간씩 강행군 장한나는 11일 경기 이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합숙을 하면서 아침 9시부터 하루 7시간씩 단원들과 강행군(연습)을 하고 있다. 단원들은 그러고도 자정까지 개인연습을 한다.”며 다가온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 프로그램(빈민층 유소년 대상 클래식 교육)이 사회를 치유하는 의사 같은 역할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그들과 상황이 다른 만큼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데 프로젝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한나와 성남아트센터는 2009년 이 프로젝트를 3년간 진행하기로 구두 합의를 한 상황. 장한나는 “성남이 (클래식 페스티벌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도시) 잘츠부르크처럼 될 만한 인프라를 갖췄다고 봤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라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 여러 곳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지만, 내년에도 성남과 인연이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지휘자는 사람의 마음을 연주해야” 1994년 로스토포비치 국제 콩쿠르에서 11세의 나이로 우승하면서 세계 정상급 첼리스트로 올라선 장한나는 2007년 제1회 국제 관현악축제 마지막 무대를 통해 지휘자로 데뷔했다. 첼리스트로 아쉬울 게 없는 그가 지휘를 시작한 건 음악의 사회공헌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장한나는 “내가 적절한 시기에 최고의 스승들을 만나 영향을 받은 것 만큼 우리 단원들에게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왜 음악가가 되고 싶은지, 연주자로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 본질적인 부분들을 깨닫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장한나는 첼리스트의 연주 일정 못지않게 지휘 스케줄도 늘려가고 있다. 장한나는 “첼리스트는 다른 음악가들과 깊이 교류할 기회가 적다. 모든 솔리스트들은 외롭다.”면서 “반면 지휘자는 악기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단원들과 일종의 음악적 가족이 된다.”며 매력을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는 클라이버” ‘여성 지휘자로서 롤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장한나는 “꼭 여자를 롤모델로 들어야 하나.”라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포디움(지휘대)에 올라가면 남자, 여자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면서 “독일 출신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가장 좋아한다.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오케스트라 전체의 소리 하나하나를 마치 한 사람이 내는 것처럼 정교하고 섬세하게 연출한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13일 성남 중앙공원 야외무대에서 시작된다. 기타리스트 장대건의 협연으로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 등 귀에 익은 명곡들을 선보인다. 20일에는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피아노 부문 2위)인 조성진과의 협연으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 등을 선사한다. 28일 피날레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장식한다. 1만~5만원. 야외 공연은 무료. (031)783-804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쌓았지만, 정작 그 결과물에 비해 주인공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유도 다양하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기록이 갖는 한계 때문에, 패망한 국가의 군주는 승자가 지워버렸기 때문에 그렇다. 히틀러가 폴크스바겐의 스테디셀러 ‘비틀’을 만든 주역이라든가, 그가 얼마나 문학적인 인물이었는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은 것은 누구도 말하기 꺼려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자연과학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만 인류의 삶을 바꿀 만한 발견이나 발명을 해낸 과학자들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천재이거나, 은둔형 외톨이여서 앞으로 나서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17세기의 아마추어 수학자였던 피에르 드 페르마다. 그는 짧은 수식을 적은 후 “나는 이 문제를 풀 놀라운 증명을 찾아냈지만, 여백이 부족해 적지 않는다.”라고 썼다. 인류가 흔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불리는 이 문제를 푸는 데는 그 후로 무려 357년이 걸렸다. 이 밖에도 “다 알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결과만 내놓거나 “이걸 어떻게 풀었는지 내가 왜 설명해야 하나.”라는 식으로 잠적해버린 천재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남긴 업적과 함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생물학자들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과학자 중 업적에 비해 본인이 가장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 ‘그레고어 요한 멘델(1822~1884)’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근대 유전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그는 왜 그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을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주 주인공은 지난달부터 전 세계 네티즌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전학자이자 수도사 멘델이다. 놀라운 발견을 한 그는 왜 철저하게 ‘재야의 과학자’로 머물러야 했을까. 그리고 최근 불고 있는 멘델에 대한 관심은 무엇 때문일까. 인터뷰가 진행되자 멘델은 오히려 “오늘날 내가 받고 있는 존경은 사실 어이없는 행운 덕분”이라고 털어놓았는데…. →중·고등학교 생물교과서를 덮은 이후 사실 처음으로 당신을 만나는 것 같다. 최근 전 세계 포털의 과학자 검색 순위에서 당신이 급상승했다. 완두콩도 검색어에 오르고 말이다. -나도 이상해서 좀 알아봤더니, 구글이 깜찍한 짓을 했더구먼. 지난달 20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그날 구글이 로고를 ‘완두콩’으로 만들었더라고. 뭐 탄생 189주년이니 딱히 기념할 만한 시점도 아닌데, 워낙 엉뚱한 짓을 많이 하는 애들이니. →거 참 질문에 비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한 답변이다. 검색어 덕분에 당신에 대해서 좀 찾아봤는데 의외로 알려진 게 없더라. 뉴턴이나 다윈 같은 과학자들은 몇 페이지가 모자랄 정도인데 말이다. 검색창에 당신 이름을 넣으면 ‘멘델의 법칙’이나 나오지 당신 얘기는 ‘수도사였다’ ‘유전학의 창시자다’ ‘완두콩을 가지고 실험했다’ 이 정도가 고작이던데. 궁금한 점 위주로 개인 신상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자. 무엇보다 수도사가 왜 과학실험을 한 건가. -그게 사실은 거꾸로란 말이지. 난 과수원집에서 태어났거든. 어렸을 때부터 나무 품종을 개량하면서 유전학자의 꿈을 키웠고 아버지도 내 교육에 열성적이었어. 문제는 집에서 내 뒷바라지를 해 줄 수 있는 처지가 안됐다는 거였지. 심지어 여동생 결혼자금까지 다 써버릴 정도였으니. 근데 대학 교수가 나보고 수도원에 들어가 신부가 되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별로 망설임도 없이 사제 시험을 보고 수도사가 됐지. 마침 내가 있던 성 토마스 수도원 원장은 신학 외에 과학이나 예술을 공부하도록 장려하는 사람이라 다행이었어. →근데 사실 당신 낙제생이었다는, 그것도 생물에서 망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수도사들은 근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는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중학교 교사 자격시험에서 생물과목 과락을 해서 자격증을 못 땄다. 착한 원장님께서 날 밀어준다고 빈 대학에서 특별 과외까지 시켜 줬는데, 또다시 떨어져서 아예 교사의 꿈은 접었어. 근데 대학을 다니면서 당시 유행하던 다윈의 학설을 접했고 그게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은 계기가 됐지. →아 당신보다 유명한 과학자와 동시대를 살았군. 다윈이 당신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다윈이 주장하는 진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어. 수도원 안쪽 뜰에 있는 작은 정원에 완두를 심고, 만 그루 넘게 심고 키우고를 반복하면서 하나하나 결과를 기록해나갔어. 생색을 좀 내자면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거든. 완두 꽃가루를 모두 손으로 수분시켰고, 내가 원하는 종끼리 수분시키기 위해서 일일이 다 봉지를 씌웠지. 그 실험만 무려 8년을 꾸준하게 계속했고. 그 결과 1865년에 대를 물려도 변하지 않는 형질이 있다는 것, 형질 사이에 우성과 열성이 있다는 것, 독립적으로 유전이 되는 형질이 있다는 것 등을 밝혀낼 수 있었지.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부모의 형질이 왜 잡종인 자손에게 나타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내가 그걸 알아낸 거다. 청출어람이라고 해야 하나. →왜 하필 완두였나. -뭐 딱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완두콩이 번식이 잘되고 하나의 가지에 콩이 많아서였다고 해야 하나. 물론 실험이 망하면 먹을 수도 있었고. 근데 결과를 보면, 정말 운 좋게도 유전형질이 딱 갈라지는 재료를 우연찮게 선택했던 것 같다. →근데 당신은 동네 학회에서도 무참히 밟혔다. 허무하지 않았나. -조그마한 소도시에 있는 자연과학협회 회원들이 내 연구결과를 이해나 했겠나. 딱히 큰 학회에 발표하지도 않았고, 다윈한테만 우편으로 보낸 정도였는데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사실 더 열받는 건 내가 다윈한테 보낸 논문이, 다윈이 죽은 후에 방에서 뜯지도 않은 채 발견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지. 만약에 다윈이 그걸 뜯어봤다면 창조론자들과 맞설 강력한 무기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자기 복이 그 정도였구나 하고 생각해야지 뭐. 근데 나도 몇 년 뒤에 수도원장이 되고, 수도원이 세금 때문에 정부랑 싸우는데 앞장서면서 딱히 과학에 관심을 쓸 시간이 없어졌어. 결국 내 연구는 내 시대에는 개인적인 만족으로 끝난 셈이지. →당신 연구의 존재감이 얼마나 없었으면 당신이 죽은 후에 당신 동료들이 논문하고 연구 자료까지 아무 생각없이 불태웠을까. 근데 이쯤에서 핵심적인 질문을 해야겠다. 당신의 논문에는 ‘유전’이나 ‘법칙’이라는 말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도대체 ‘멘델의 법칙’은 어디서 나온 건가. -그게 사람 운인 것 같다. 내가 했던 연구가 한 35년 정도 아무도 모르게 묻혀 있었는데 말이지. 과학자들도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한지 1900년쯤에 과학자 세명이 나랑 비슷한 실험을 했거든. 그래서 결과를 얻었는데, 누가 먼저인지 당장 싸워야 할 판이 된 거야. 사실 과학자들이 ‘최초’ 어지간히 좋아하잖아. 그 와중에 어이없게 내가 예전에 썼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논문 ‘식물 잡종에 관한 실험’이 도서관에서 발견된 거지. 싸우기 귀찮으니까 그 영예는 전부 이미 죽은 나한테 돌려버리기로 합의를 본 거고. 하긴 내용도 거기서 거기였다고 하더구먼. →당신이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에 뒤늦게 빛을 본 건가. -근데 그건 또 아니고. 난 잘 몰랐는데, 내가 좀 글을 못 썼던 모양이야. 후대 학자들이 심지어 “멘델은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니고, 19세기의 학자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한 건 글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했겠느냐고. →그래도 당신은 오늘날 위대한 유전학자로 좋은 점만 부각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영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베이트슨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어. 베이트슨은 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불명확한 대목은 손질하고, 원문도 좀 바꿔놓았지. 그 결과 당시 과학계를 주도하던 영국이나 미국의 연구자들은 절대적으로 시대를 앞서간 것으로 보이는 멘델만을 만나고 칭송하게 된 거지. 오히려 내가 사용한 독일어권에서는 인정받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지. →불운한 학자로 당신을 골랐는데, 듣다 보니 정작 엄청난 행운아 아닌가. -완두콩 1만 그루를 8년 동안 기른 정성은 보답받을 만하다고 생각해. 공부하기 위해서 수도사가 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런 노력을 하고도 내가 그 결과를 인정받기 위해서 애쓰지 않고 스스로 만족했기 때문에 중학교 교사자격시험조차 떨어진 내가 교과서에 길이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참고문헌 -교과서를 만든 과학자들(손영운/글담)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에른스트 페터 피셔·전대호/해나무) -멘델이 들려주는 유전이야기(황신영/자음과모음) -멘델, 현대 유전학의 창시자(비체슬라프 오렐·한국유전학회/전파과학사) -유전학의 탄생과 멘델(에드워드 에델슨·최돈찬/바다출판사)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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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물로 끓인 라면 맛 궁금하시죠?

    바닷물로 끓인 라면 맛 궁금하시죠?

    시청자들의 다양한 호기심을 개그우먼 김민정(쇼킹한 걸)의 직접 체험과 실험을 통해 해결해 주는 시청자 맞춤형 프로그램, 서울신문 STV의 ‘쇼킹한 걸’ 해변특집이 2일 오후 3시에 방송된다. 이날 방송은 여름휴가 기간을 맞아 휴가를 즐기는 피서객들의 호기심을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모래사장은 얼마나 깊을까’부터 ‘바닷물로 라면이나 밥을 하면 어떤 맛일까’,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만들 수 있을까’, ‘오리털 점퍼를 입으면 물에 뜰까’ 등 실제 바닷가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궁금한 일들을 예능프로그램답게 다양한 재미와 볼거리로 해소해 줄 예정이다. 바다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낸 뒤 먹는 밥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그런데 만약 밥 지을 물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제작진은 피서객들을 대신해 ‘요리에 사용되는 물을 바닷물로 대체하면 어떤 맛이 나는지’를 라면과 밥을 조리해 보며 해결한다. ‘쇼킹한 걸’이 바닷물 뜨기부터 라면과 밥 짓기의 조리과정 하나하나를 직접 실험해 보고 그 맛을 보면서 해변 피서객들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바닷가에서 최고의 장난감은 모래다. 아이들은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모래찜질을 하는 등 남녀노소 모래를 이용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해변 모래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쇼킹한 걸’이 직접 모래사장을 파봤다. ‘쇼킹한 걸’과 제작진이 온 힘을 다해 모래를 파본 결과, 1m 정도를 파면 모래 사이에서 바닷물이 나와 더이상 파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들. 이들이 큰 몸동작 없이 물에 뜰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오리털 때문이다. 오리털 점퍼를 입고 물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한여름에 오리털 점퍼를 입고 ‘쇼킹한 걸’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확실한 실험을 위해 솜 점퍼를 준비, 두 종류의 점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솜 점퍼를 입었을 때는 솜에 흡수된 바닷물 때문에 뜨지 못했지만, 오리털 점퍼를 입었을 때는 마치 구명조끼를 입은 것처럼 물에 쉽게 뜰 수 있었다. 이번엔 ‘쇼킹한 걸’ 카페를 통한 실험의뢰. ‘고무장갑을 머리에 쓸 수 있을까.’ 시청자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한다는 마음으로 해변을 찾아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켰다. ‘쇼킹한 걸’의 머리 크기가 결코 작지 않아서 다소 무리가 따랐지만,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시도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W&W]수도사 멘델의 고백...“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W]수도사 멘델의 고백...“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쌓았지만, 정작 그 결과물에 비해 주인공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유도 다양하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기록이 갖는 한계 때문에, 패망한 국가의 군주는 승자가 지워버렸기 때문에 그렇다. 히틀러가 폴크스바겐의 스테디셀러 ‘비틀’을 만든 주역이라든가, 그가 얼마나 문학적인 인물이었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은 것은 누구도 말하기 꺼려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자연과학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만 인류의 삶을 바꿀 만한 발견이나 발명을 해낸 과학자들은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천재이거나, 은둔형 외톨이여서 앞으로 나서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17세기의 아마추어 수학자였던 피에르 드 페르마다. 그는 짧은 수식을 적은 후 “나는 이 문제를 풀 놀라운 증명을 찾아냈지만, 여백이 부족해 적지 않는다.”라고 썼다. 인류가 흔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불리는 이 문제를 푸는 데는 그 후로 무려 357년이 걸렸다. 이 밖에도 “다 알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결과만 내놓거나 “이걸 왜 풀었는지 내가 왜 설명해야 하나.”는 식으로 잠적해버린 천재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남긴 업적과 함께 전설처럼 전해내려온다. 생물학자들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과학자 중 업적에 비해 본인이 가장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 그레고어 요한 멘델(1822~1884)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근대 유전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그는 왜 그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을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주 주인공은 지난달부터 전 세계 네티즌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전학자이자 수도사인 멘델이다. 놀라운 발견을 한 그는 왜 철저하게 ‘재야의 과학자’로 머물러야 했을까. 그리고 최근 불고 있는 멘델에 대한 관심은 무엇 때문일까. 인터뷰가 진행되자 멘델은 오히려 “오늘날 내가 받고 있는 존경은 사실 어이없는 행운 덕분”이라고 털어놓았는데?   중·고등학교 생물교과서를 덮은 이후 사실 처음으로 당신을 만나는 것 같다. 최근 전 세계 포털의 과학자 검색 순위에서 당신이 급상승했다. 완두콩도 검색어에 오르고 말이다. -나도 이상해서 좀 알아봤더니, 구글이 깜찍한 짓을 했더구만. 지난달 20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그날 구글이 로고를 ‘완두콩’으로 만들었더라고. 뭐 탄생 189주년이니 딱히 기념할 만한 시점도 아닌데, 워낙 엉뚱한 짓을 많이 하는 애들이니. 거참 질문에 비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한 답변이다. 검색어 덕분에 당신에 대해서 좀 찾아봤는데 의외로 알려진 게 없더라. 뉴턴이나 다윈 같은 과학자들은 몇 페이지가 모자랄 정도인데 말이다. 검색창에 당신 이름을 넣으면 ‘멘델의 법칙’이나 나오지 당신 얘기는 ‘수도사였다’‘유전학의 창시자다’‘완두콩을 가지고 실험했다’ 이 정도가 고작이던데. 궁금한 점 위주로 개인 신상에 대해 몇가지 물어보자. 무엇보다 수도사가 왜 과학실험을 한건가 -그게 사실은 거꾸로란 말이지. 난 과수원집에서 태어났거든. 어렸을때부터 나무 품종을 개량하면서 유전학자의 꿈을 키웠고 아버지도 내 교육에 열성적이었어. 문제는 집에서 내 뒷바라지를 해 줄 수 있는 처지가 안됐다는 거였지. 심지어 여동생 결혼자금까지 다 써버릴 정도였으니. 근데 대학교수가 나보고 수도원에 들어가 신부가 되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별 망설임 없이 사제 시험을 보고 수도사가 됐지. 마침 내가 있던 성 토마스 수도원 원장은 신학 외에 과학이나 예술을 공부하도록 장려하는 사람이라 다행이었어. 근데 사실 당신은 낙제생이었다는, 그것도 생물에서 망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수도사들은 근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는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중학교 교사 자격시험에서 생물과목을 과락해서 자격증을 못 땄지. 착한 원장님께서 날 밀어준다고 빈 대학에서 특별 과외까지 시켜줬는데, 또다시 떨어져서 아예 교사의 꿈은 접었어. 근데 대학을 다니면서 당시 유행하던 다윈의 학설을 접했고 그게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은 계기가 됐지. 아, 당신보다 유명한 과학자와 동시대를 살았군. 다윈이 당신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다윈이 주장하는 진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확인해봐야 겠다고 마음먹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어. 수도원 안쪽 뜰에 있는 작은 정원에 완두를 심고, 1만 그루 넘게 심고 키우고를 반복하면서 하나하나 결과를 기록해나갔지. 생색을 좀 내자면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거든. 완두 꽃가루를 모두 손으로 수분시켰고, 내가 원하는 종끼리 수분시키기 위해서 일일이 다 봉지를 씌웠으니까. 그 실험만 무려 8년을 꾸준하게 계속했고. 그 결과 1865년에 대를 물려도 변하지 않는 형질이 있다는 것, 형질 사이에 우성과 열성이 있다는 것, 독립적으로 유전이 되는 형질이 있다는 것 등을 밝혀낼 수 있었지.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부모의 형질이 왜 잡종인 자손에게 나타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내가 그걸 알아낸거야. 청출어람이라고 해야하나. 왜 하필 완두였나. -딱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완두콩이 번식이 잘되고 하나의 가지에 콩이 많아서였다고 해야하나. 물론 실험이 망하면 먹을 수도 있었고. 근데 결과를 보면, 정말 운 좋게도 유전형질이 딱 갈라지는 재료를 우연찮게 선택했던 것 같다. 근데 당신은 동네 학회에서도 무참히 밟혔다. 허무하지 않았나. -조그마한 소도시에 있는 자연과학협회 회원들이 내 연구결과를 이해나 했겠나. 딱히 큰 학회에 발표하지도 않았고, 다윈한테만 우편으로 보낸 정도였는데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어. 사실 더 열받는 건 내가 다윈한테 보낸 논문이, 다윈이 죽은 후에 방에서 뜯지도 않은채 발견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지. 만약에 다윈이 그걸 뜯어봤다면 창조론자들과 맞설 강력한 무기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자기 복이 그 정도였구나 라고 생각해야지 뭐. 근데 나도 몇 년 뒤에 수도원장이 되고, 수도원이 세금 때문에 정부랑 싸우는 데 앞장서면서 딱히 과학에 관심을 쓸 시간이 없어졌다. 결국 내 연구는 내 시대에는 개인적인 만족으로 끝난 셈이지. 얼마나 당신 연구의 존재감이 없었으면 당신이 죽은 후에 당신 동료들이 논문하고 연구 자료까지 아무 생각없이 불태웠다는 얘기는 들었다. 근데 이쯤에서 핵심적인 질문을 해야겠다. 당신의 논문에는 ‘유전’이나 ‘법칙’이라는 말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도대체 ‘멘델의 법칙’은 어디서 나온건가. -그게 사람 운인 것 같다. 내가 했던 연구가 35년 정도 아무도 모르게 묻혀 있었는데 말이지, 과학자들도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한지 1900년쯤에 과학자 세명이 나랑 비슷한 실험을 했거든. 그래서 결과를 얻었는데, 누가 먼저인지 당장 싸워야 할 판인 된거야. 사실 과학자들이 ‘최초’ 어지간히 좋아하잖는가. 그 와중에 어이없게 내가 예전에 썼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논문 ‘식물 잡종에 관한 실험’이 도서관에서 발견된거지. 싸우기 귀찮으니까 그 영예는 전부 이미 죽은 나한테 돌려버리기로 합의를 본거고. 사실 내용도 거기서 거기였다고 하더만. 당신이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에 뒤늦게 빛을 본건가. -근데 그건 또 아니고. 난 잘 몰랐는데, 내가 좀 글을 못 썼던 모양이야. 후대 학자들이 심지어 “멘델은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니고, 19세기의 학자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한 건 글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했겠냐고. 그래도 당신은 오늘날 위대한 유전학자로 좋은 점만 부각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영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베이트슨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베이트슨은 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불명확한 대목은 손질하고, 원문도 좀 바꿔놓았다. 그 결과 당시 과학계를 주도하던 영국이나 미국의 연구자들은 절대적으로 시대를 앞서간 것으로 보이는 멘델만을 만나고 칭송하게 된거지. 오히려 내가 사용한 독일어권에서는 인정받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불운한 학자로 당신을 골랐는데, 듣다보니 정작 엄청난 행운아 아닌가. -완두콩 1만 그루를 8년 동안 기른 정성은 보답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공부하기 위해서 수도사가 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노력을 하고도 내가 그 결과를 인정받기 위해서 애쓰지 않고 스스로 만족했기 때문에 중학교 교사자격시험조차 떨어진 내가 교과서에 길이 남게된 것이 아닐까 싶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교과서를 만든 과학자들(손영운/글담)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에른스트 페터 피셔·전대호/해나무) 멘델이 들려주는 유전이야기(황신영/자음과모음) 멘델, 현대 유전학의 창시자(비체슬라프 오렐·한국유전학회/전파과학사) 유전학의 탄생과 멘델(에드워드 에델슨·최돈찬/바다출판사)
  • [중부 또 폭우] 홍수쓰레기에 댐·하천 몸살… 올해 처리비 250억 이를 듯

    [중부 또 폭우] 홍수쓰레기에 댐·하천 몸살… 올해 처리비 250억 이를 듯

    중부권에 쏟아진 국지성 호우가 국토에 아픈 생채기와 악취 나는 쓰레기 더미를 남겼다. 서울을 포함한 피해지역에서는 파이고 무너진 도심 도로와 산중의 골을 메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보다 하천과 연근해, 댐 등에 어지럽게 널린 부유물들을 치우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가 한강 하류와 인천·강화 앞바다의 장마후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연간 66억원)을 놓고 신경전<서울신문 7월 22일 자 15면>을 벌이는 사이에 이번 사흘간의 물폭탄 세례가 설상가상으로 수백억원대의 처리 비용을 추가로 떠안기고 말았다. 31일 한강과 임진강 물이 동시에 서해로 흘러드는 강화도 앞바다. 폭우로 꺾인 나뭇가지부터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생활용품 등 온갖 잡동사니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기름띠 속에서 시커먼 폐기물이 바다를 가득 메운 ‘해전의 현장’을 방불케 한다. 갯벌 여기저기에는 누런 포대가 쌓여 있다. 인근에 사는 강화 어민 박모(45)씨는 “쓰레기는 어족자원을 고갈시킬 뿐 아니라 바다 경관을 망쳐 횟집을 운영하는 상인들도 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올해는 그 두세 배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바닷물이 서해로 흘러드는 길목에 차단막을 치고 기중기를 동원해 쓰레기를 퍼올리고 있다. 여기서 걸러지지 않은 쓰레기는 해양정화선이 바다 위를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수거해야 한다. 하루 80여t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쓰레기양이 워낙 많다 보니 역부족이다. 폭우가 몰아친 사흘 동안에 총 250t이 넘는 쓰레기를 건져 올렸지만 미처 수거하지 못해 바다로 흘러드는 것이 더 많다. 이것들이 덕적도, 여월도 등 먼바다로 떠내려가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먼바다 쓰레기는 조업 중인 어민들이 포대당 3000원씩 받고 수거하고 있지만 그 양은 빙산의 일각이다. 같은 시각 서울 도림천. 관악구 서울대 입구부터 물길이 시작돼 동작구와 구로구, 영등포구를 끼고 흘러 안양천과 합류하는 곳이다. 물이 빠진 하천변의 자전거길과 산책길, 체육시설 등에는 비닐과 옷가지, 나뭇가지 등이 흉물스럽게 널려 있었다. 환경부는 올해 댐과 하천·하구 쓰레기 정화사업으로 250여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천·하구 쓰레기 수거·처리로 220억원(국고 76억원, 지방비 144억원), 댐 부유물 수거 30억원(K-water) 등이다. 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홍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5대강(한강·금강·영산강·섬진강·낙동강) 권역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2009년 5월 처리비용 분담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하천·하구의 쓰레기를 수거, 운반·처리하는 비용의 40~70%(광역시 40%, 시·군 70%)를 국고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또 K-water(한국수자원공사)는 다목점댐 등의 부유물을 제거·처리하는 비용을 독자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따라 보에 담수 후 부유 쓰레기로 인한 수질오염 예방 차원에서 지자체와 처리비용 분담 협약이 체결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의 부유 쓰레기 수거비용으로 연간 1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반영하면 내년엔 쓰레기 수거 지원금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내년에 하천 쓰레기가 5만t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국고와 지방비를 합쳐 236억원(표 참조·댐 수거 비용 제외)을 책정해 놓았다. K-water 관계자는 29개 댐에 유입된 쓰레기가 매년 6만 4000㎥(약 2만 5000t) 발생했고, 이를 수거·처리하는 데만 연간 30억원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서 6월 태풍 메아리에 이어 7월 집중 호우로 예년보다 많은 8만㎥의 부유물이 떠내려와 처리 비용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마가 끝나고 소양강과 대청댐을 제외한 모든 댐의 부유물 제거를 마쳤지만, 폭우로 재작업을 벌여야 한다며 한숨지었다. 댐 부유 쓰레기는 하천 상류와 농경지, 산림 등에서 생활쓰레기와 통나무, 나뭇가지 등이 빗물에 휩쓸려 댐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수거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댐 부유물은 초목류가 70~9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생활쓰레기이다. 초목류의 경우 강풍과 집중 호우 때에 상류 하천변 갈대나 부러진 나뭇가지, 유역에 방치된 간벌목, 공사장 폐기물 등이 그대로 유입된다. 생활쓰레기는 불법 투기된 가전제품이나 비닐, 스티로폼 등과 심지어 쓰다 만 농약병까지 흘러들어 온다. 이처럼 흘러든 부유물은 심각한 수질오염을 유발한다. K-water는 부유물을 비가 그친 뒤 2주일 안에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올해는 장마가 길었던 데다 집중폭우로 수거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상·김학준기자 jsr@seoul.co.kr
  • [열린세상] 통상법치국가에 걸맞은 법률 기능 갖추자/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통상법치국가에 걸맞은 법률 기능 갖추자/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은 ‘통상법치(通商法治) 국가’라 할 만하다. 그동안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쇠고기 협상 등을 계기로 수많은 통상법적 이슈가 대중매체를 통해 여과 없이 전달돼 왔다. 투자자·정부 소송, 간접수용, 네거티브시스템, 독소조항, 신금융서비스 규제, 비위반 제소, 허가·특허 연계 등 전문개념이 인터넷 토론을 지배하고, 좌우진영으로 짜여진 TV토론을 통해 비전문가들의 입속에서 해석됐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관련 산업 종사자나 시민단체들의 반응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마치 고대 아테네의 소피스트들처럼 진리나 도덕적 기준 없이 정치적 입장만을 그때그때 강화하기 위해 토론하고 댓글을 다는 행태가 오히려 영웅시됐다. 그 결과 한·미 FTA는 4년 가까이 표류하고, 쇠고기 교역은 정상화되지 않았으며, 국가 이익과 농업 자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쌀시장 조기관세화는 뒷전이다. 이런 시행착오의 주요 원인은 통상법적 이슈에 대한 권위 있는 해석이 내려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단체나 언론이 각자의 구미에 맞는 전문적 비전문가를 내세워 의혹과 논쟁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국가이익에 입각해 모든 이해관계를 조정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전문적 이슈에 대한 권위를 잃은 것은 문제다. 통상법적 이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미리 국민에게 제공해 사실에 입각한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협상 보안만을 강조하다 뒤늦게 ‘언론 플레이’를 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측면도 있다. 정부가 간과하거나 숨긴 쟁점들이 하나 둘 FTA 반대 진영에 의해 제기될 때마다, ‘사후약방문’ 식으로 설명하다 보니 신뢰는 더욱 무너졌고 설득력도 잃었다. 그래서 반대 진영은 허위·과장 주장의 진실이 드러날 때는 논점을 바꾸었으며, 과거 주장의 사실 여부보다는 새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의혹만 키웠다. 그동안 정부 전반의 국제협력 기능이 강화되긴 했지만 통상협상과 조정을 담당하고 있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자체의 통상법률 기능은 유명무실해졌다. 현재 과장 1명, 국제변호사 3명 및 행정직원 1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통상법무과가 본부의 법률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그나마 통상교섭본부에 합류한 소수의 법률전문가들도 각 지역·기능과로 흩어져 해외공관으로 나가 있다. 관계 부처의 통상팀들은 통상교섭본부의 자문보다는 별도의 외부자문을 신뢰한 지 오래다. 교섭대표만 30여명이며 수백명의 전문변호사로 구성된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충분한 권한과 능력을 바탕으로 관계부처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향후 여러 FTA를 이행해 가면서 수많은 국제통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정부 분쟁도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중국, 일본 등과의 FTA 협상도 해야 한다. 브릭스(BRICs) 등 각국의 수입규제 조치가 점차 고도의 위장전술을 띠고 있어, 보다 정교한 법률 대응이 필요하다. 특채 파동과 번역 오류 문제로 개혁 모드에 돌입한 외교통상부는 채용 경로 다변화에 따른 외교역량 강화와 순혈주의 타파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보다 전문성을 갖춘 국내외 변호사를 외교역량 업무에 대거 투입하여 진정한 법률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는 것은 이런 개혁 방향과 맞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고의 대외무역의존도를 자랑하는 우리는 정부차원에서 공익적 성향이 강한 통상전문변호사를 적극 양성해야 한다. USTR의 수석변호사(General Counsel)는 30명의 교섭대표급 직원 중에서도 서열 7위의 고위직이다. 우리도 통상교섭본부에 실장급 수석변호사를 임명하고, 통상 분쟁과 수입규제 대응 및 협상법률자문(번역 포함)을 각각 담당하는 하부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작은 정부를 구현하는 마당에 조직 확대와 예산 증액이 수반되는 방향의 조직개편이기는 하나, 언제까지나 전문적 통상법 이슈에 관해 정부의 권위가 소피스트 괴변에 무력화될 수는 없다. 물론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법률 자문의 성과를 바탕으로 관계부처들의 신뢰를 획득하고 국민에게 효용을 입증해 내는 것은 외교통상부의 책임이다.
  • [프로야구] 미리보는 내년 ‘FA 대어’ 2인 행보

    [프로야구] 미리보는 내년 ‘FA 대어’ 2인 행보

    프로야구 2011시즌은 이제 중반을 조금 지났다. 아직 순위 싸움이 한창이다. 갈 길이 멀고도 멀다. 그런데 벌써 2012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야구팬들 관심이 모이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역대 최대 장이 설 가능성이 크다. 롯데 이대호와 일본 지바 롯데 김태균이 동시에 매물로 나온다. 둘 다 리그 최정상급 타자다. 설명이 필요 없는 둘이다. 한여름에 스토브리그의 불꽃이 타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시즌 종료 뒤 둘은 어느 정도 FA 대박을 터트릴까. 또 어떤 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 ●사상 최대 돈 잔치가 벌어진다 여러 가지 조건이 돈 잔치를 부추기고 있다. 우선 김태균의 상황을 보자. 이미 지난해 FA 권리를 한번 행사했다. 그 바람에 오히려 유리해졌다. 친정팀 한화는 선수 보상규정 혜택을 받지만 우선 협상권은 없다. 즉 스토브리그에서 국내 8개 구단이 동시에 김태균과 접촉할 수 있다. 자유 무제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경쟁자가 많아지면 몸값은 올라가게 돼 있다. 한화 노재덕 단장은 “협상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고 했다. 이대호의 몸값도 예측이 힘들다. 지난 시즌 타격 7관왕이다. 올 시즌에도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거기다 타격 페이스는 매년 더 좋아지는 추세다. 상품 가치로는 최고다. 여기에 일본 구단도 영입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서로 밀고 당기면서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수 있다. 김태균과 이대호의 자존심 경쟁도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은 동갑내기에 라이벌. 서로 상대보다는 많이 받겠다는 의지가 작용할 수 있다. ●둘을 노리는 팀은 어디? 기본적으로 8개 구단 모두 둘에게 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팀 내 전력 구도와 자금력을 감안해야 한다. 우선 김태균이 가장 절실한 구단은 친정팀 한화다. 올 시즌 전 이범호를 잃었다. 김태균마저 놓친다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다. 돈과 상관없이 전력을 다할 가능성이 크다. 그 외에는 LG와 SK 정도로 보인다. LG는 고질적인 타선의 좌우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 김태균을 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자금력도 충분하다. SK도 중심 타선 거포 부재를 한 방에 해결할 카드로 김태균을 생각하고 있다. KIA와 삼성은 포지션 중복 때문에 김태균 영입에 소극적이다. 롯데도 이대호와의 재계약이 우선이다. 이대호는 원소속팀 롯데와 해외 구단을 먼저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절대 이대호를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장담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해외 구단과 협상이 시작되면 몸값은 더 상승한다. 롯데가 생각한 마지노선을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그 사이 국내 다른 구단이 틈새를 노릴 수 있다. 역시 LG와 SK가 유력한 후보다. ●대어급이 넘친다 김태균과 이대호가 끝이 아니다. 대어급이 넘친다. 두산 김동주, LG 조인성·이택근, SK 정대현, 두산 정재훈, 삼성 진갑용도 올 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얻는다. 모두 팀 전력에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년이었으면 하나하나가 다 FA 시장의 중심이 될 만한 수준이다. 시장은 뜨거워진다. 내년 시즌, 낯익은 얼굴들이 낯선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여럿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구제역 매몰지 이상無

    서울을 비롯한 경기·강원 일대에 최고 4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하자 지방차지단체들은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섰다. 27일 경기 지역의 총매몰지 2266곳에 대한 긴급 점검이 이뤄졌으며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는 도청 직원 922명과 시·군에서 2121명을 동원해 담당 매몰지를 하나하나 점검했다. 오후 4시 기준 경기 전역에서 접수된 매몰지 피해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미 장마철을 겪으면서 집중적인 관리를 해 온 만큼 별다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한여름밤 우주쇼’…오는 30일 유성우 내린다

    이달 말쯤 날씨가 좋다면 밤하늘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우주쇼를 관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2개의 유성군이 합류하기 때문이라고 26일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전했다. 매년 8월 관측되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군)는 연중 가장 볼만한 유성군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 극대인 8월12일은 보름달이 뜨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성의 수가 크게 줄어들어 버린다. 비록 달 빛이 ‘메인이벤트’인 페르세우스 유성우쇼를 방해하지만 물병자리 델타 유성우가 주인공인 ‘오프닝쇼’는 확실히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물병자리 델타 유성우는 우리 시간으로 오는 30일 밤 극대를 맞이하는데 이 무렵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도 증가하기 때문에 날씨가 좋다면 시간당 15~30개의 유성이 관측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밴쿠버 HR맥밀런우주센터의 천문학자 라민더 신 삼라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의 극대기에는 달이 원치 않는 불청객이 되지만, 밤하늘의 팬들에게는 아직도 운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병자리 델타 유성우가 올해 유성군 중에서도 특히 볼만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물병자리 델타 유성우의 극대기에는 초승달이 뜨기 때문에 이쪽이 훨씬 더 화려한 구경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병자리 델타 유성우와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대부분의 유성우와 마찬가지로 혜성이 궤도상에 퍼뜨린 모래알 크기의 입자 구름과 지구의 대기가 부딪칠 때 생성된다. 입자가 지구 대기에 진입할 때의 상대 속도는 시속 15만km 이상이며, 그 입자는 하나하나 타오르면서 빛의 줄기를 남긴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유성은 평균 1시간에 5개 정도 관측된다. 2주 정도 관측되는 유성우는 8월 중순 극대기를 맞는데 시간당 60~120개 정도가 관측된다. 물병자리 델타 유성군은 평범할 수도 있지만 7월 말부터 8월 초의 며칠간은 2개의 유성군이 동시에 활동하기에 유성을 많이 관측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일 수 있다. 물병자리 델타 유성군은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보이지만, 육안으로 잘 보이는 곳은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한적하고 어두운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라디오연설 두번 딱지놓은 이대통령의 속마음은

    라디오연설 두번 딱지놓은 이대통령의 속마음은

    국민추천포상제·서민금융 건의했더니… “NO” 지난 22일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았다. 이번 주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앞두고 최근 이슈가 된 국민추천포상제나 서민금융 현장방문 내용을 연설로 다루자고 건의했으나 이 대통령이 ‘노(NO)!’라고 일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제 곧 여름 휴가철 아니냐. 내수 좀 활성화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국내 휴가를 권하는 내용으로 하자.”고 지시했다. 가볼 만한 전국 명승지 훑어 담았더니… “NO” 연설기록비서관실은 바빠졌다. 부리나케 관광진흥비서관실의 도움을 받아 연설문을 작성, 이 대통령에게 초안을 올렸다. 그런데 이 대통령에게 또 딱지를 맞았다. 가볼 만한 전국의 명승지를 죽 훑어 담아 연설문을 만들었건만 대통령 생각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런 곳 말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전국 각 도에 걸쳐 한 곳씩 고루 담아 연설문을 만들라.”고 재차 지시했다. 이에 연설기록비서관실은 또다시 각 시·도와 연락을 취한 뒤 전국에서 한 곳씩 추려 연설문에 담았다. 25일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언급한 ‘대통령이 권하는 휴가지 10곳’은 이렇게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들도 ‘여름휴가 국내에서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듣고 있다. 여름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고자 하는 마음들이 국민들 사이에서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이 지역경제와 서민경제를 살리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국내 휴가를 권했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하루씩만 국내 여행을 늘리면 지역경제에 2조원 정도가 더 흘러가고, 일자리가 4만여개 생긴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비서관들이 애써 추려낸 휴가지 10곳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올레길·둘레길(제주) 등 걸어서 여행하기에 좋은 생태관광길도 많이 생겼다.”면서 강원 인제 냇강마을, 경북 망양 해수욕장, 경남 남해 해바리마을, 전남 여수 금오도, 부산 자갈치시장, 전북 임실 치즈마을, 충남 태안 볏가리마을, 충북 보은 법주사, 수도권의 한강 등을 가 볼 것을 권했다. “올여름엔 우리 공직자들도 가족과 함께 꼭 휴가를 가도록 권유하고 싶다. 이미 청와대 직원들에게도 모두 휴가를 다녀오게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물가 급등과 이에 따른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이 대통령의 마음을 한껏 누르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광개토태왕(KBS1 토요일 밤 9시 40분) 황회는 역적 혐의로 옥에 갇힌다. 담덕은 그가 국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백성들을 위해 그렇게 결단 내렸음을 듣게 된다. 담덕은 당시 정황을 조사하기 위해 돌비수, 여석개와 함께 이촌성으로 향한다. 한편 개연수는 혹여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수레길 사업의 이촌성 담당자인 가렴에게 부정이 있지 않았는지 염려한다. ●애정만만세(MBC 토요일 밤 9시 50분) 괌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재미, 정수가 행방불명돼 찾으러 다니는 중에 자신이 이혼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충격 받는다. 인영은 동우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인영은 크리스탈 박에게 자신이 동우와 만나는 동안 받은 물건을 모조리 되돌려준다. ●SBS 특별기획 여인의 향기(SBS 토요일 밤 9시 50분) 지욱은 차에서 천천히 내려선다. 지욱과 눈이 마주친 연재. 그만 그의 모습에 숨이 멎고 넋을 빼앗겨 버린다. 무심하게 시선을 돌린 지욱은 건물 안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간다. 멍한 연재의 시선으로는 지욱의 모든 행동이 슬로비디오처럼 느릿느릿 하기만 하다. ●TV쇼 진품명품(KBS1 일요일 오전 11시) 2004년 6월에 소개한 청자상감모란문 장구가 ‘진품명품’ 역대 최고가인 12억원을 기록한 이래 7년 만에 그 기록이 깨졌다. 의뢰품은 조선시대 무신 ‘석천 전일상’의 일상을 묘사한 풍속화 한 점이었다. 당대 초상으로 이름이 높았던 화원 김희겸(金喜謙)이 석천공의 부탁을 받아 ‘한유도’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5분)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그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내는 진실 혹은 거짓이 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스타들의 죽음과 관련된 음모론과 생존설들. 점차 대중문화와 사회를 움직일 정도로 거대해져만 가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H수련원 사건 이후 1년 반. 당시 회원들은 ‘그것이 알고싶다’의 내용에 대해 분노에 가까운 적의를 보였다. 그들은 4대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라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수련원은 아직도 건재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H수련원을 빠져나와 돈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사랑을 믿어요(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우진과 윤희는 꿈 같은 신혼여행을 하고 있다. 김 교감은 아내의 수술 이후 미경의 건강을 유별나게 챙긴다. 그러자 귀남은 그런 두 부부의 모습이 마음에 걸려 따져 물어 보는데…. 한편 영희는 기창의 도움으로 드라마 대본이 술술 잘 풀리던 어느 날 아이들 아침밥을 해 주려다 누적된 과로로 그만 쓰러지고 만다.
  • “규모 다를뿐 의료 질 차이 없어… 응급실 대기 짧고 의료비도 절반”

    “규모 다를뿐 의료 질 차이 없어… 응급실 대기 짧고 의료비도 절반”

    박창일(64) 건양대의료원장은 국내 재활의학의 최고 명의로 꼽힌다. 연세대 세브란스의료원장 시절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인기가수 클론의 강원래를 다시 무대 위에 서게 했다. 지난 3월 대전 건양대병원으로 옮긴 그는 14일 “모든 게 서울에 집중되면서 인식만 그럴 뿐이지, 서울과 지방 병원 사이에 의료의 질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왜 지방 병원으로 왔나. -20여년 간 병원경영을 해 오면서 세브란스병원을 발전시켰다고 자부한다. 이 경험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교수 정년이 1년 남았고, 서울에서도 정년이 없는 병원장으로 오라는 곳이 많았지만 건양대병원이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과 뜻이 맞았다. 건양대병원은 설립 11년밖에 안 돼 행정시스템이 덜 여물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기반을 세워나가고 있다. 할 일이 많은 곳이고, 이곳 생활에 만족한다. →서울지역 병원과 많이 다르지 않나. -규모의 차이다. 수도권 대학병원은 대부분 1500~2000병상이지만 대전은 1000병상 수준이다. 서울은 응급실 바닥에 7~8시간씩 누워 기다릴 만큼 혼잡하다. 그러니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여기는 여유롭다. 노인과 시골 환자들이 많다 보니 순박한 점도 기분을 좋게 한다. →지방 병원은 서울로 환자들이 모두 달아난다고 난리다. -행정 등 모든 분야가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의료까지 그렇다. 하지만 서울이나 대전이나 진료에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방은 의료비가 서울의 절반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예컨대 자기공명영상(MRI)은 양쪽 다 있지만 2대냐, 4대냐 차이일 뿐이다. 환자들이 그걸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의료진 수준은 어떤가. -의사 한 명이 100명을 보느냐 50명을 보느냐의 차이일 뿐 실력차는 거의 없다. 전문의 진료 분야에서도 서울에 100개가 있다면 여기는 80개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80개 분야에서의 질은 큰 차이가 없다. →어느 대학 출신인지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 -서울이나 지방이나 전국 1% 안팎의 학생이 의대에 들어간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의대를 모두 채우고 나서 서울대 공대에 간다는 말이 있지 않나. 수능시험 한두 문제 차이로 실력차가 나지 않는다. 지방의 우수 학생이 오히려 집 근처 의대에 가기도 한다. 지난해 전국 42개 의과대학 중 건양대가 평균 입학점수 3위를 차지했다. 서울대, 연세대와 평균 1~2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의대 교육과정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지방 병원에는 이른바 ‘스타 의사’가 많지 않다. -스타 의사라는 것은 실력도 있지만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았다는 것 아닌가. 우리도 자연스럽게 스타 의사가 나올 것이다. →스타 의사인데도 직접 진료를 한다고 들었다. -내 자랑이지만 재활의학 분야에서 명의 10명 중 1위로 뽑혔다. EBS 프로그램 ‘명의’에도 나왔고 언론도 많이 탔다. 그런데 이곳에서 처음 진료하는 날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웃음). 서울에서는 환자들이 6~7개월 기다려야 했는데, 참 당황스러웠다. 이후 소문이 났는지 논산 등지는 물론 부산과 서울에서도 찾아온다. 부산 환자에게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물었더니 대전에 사는 친지들이 알려줬다고 하더라. 지금은 3~4개월만 기다리면 된다. →지방병원에서 일하며 보람을 찾는다면. -서울과 부산에서 환자들이 역류해 오고 있지 않나. 지방 병원도 가능성이 있다는 걸 느꼈다. 노인들이 “서울까지 가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가까운 곳에서 진료받을 수 있어 좋다.’”고 할 때 힘이 솟는다. 건양대병원이 지방 환자의 서울 엑소더스를 막는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어려움은 무엇인가. -서울에 젊은 의료진이 집중돼 데려오기 어려운 점이다. 좋은 의료진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여러가지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지방병원이 생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유능한 의료진, 첨단장비, 친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방병원은 행정시스템이 미흡한 게 문제다. 여러 부서의 업무 분장이 세분화되면 유기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우리 병원 응급실의 평균 대기시간이 1.1시간으로 전국 최고 수준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글 사진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18분의 소통 TED 2011] (5회) TED의 화두는 대한민국의 화두

    [18분의 소통 TED 2011] (5회) TED의 화두는 대한민국의 화두

    ‘세상에 퍼뜨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란 대체 무엇일까. 유명인의 강연은 일반인에 비해 훨씬 더 감동을 주는가. 음악가와 미술가가 왜 학자들과 함께 연단에 오르는가. 이런 궁금증들에 대해 해답을 얻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1일(현지시간)부터 15일까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국제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테드 글로벌 콘퍼런스 2011’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테드 무대는 콘퍼런스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던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 버렸다. 연사 한명 한명, 메시지 하나하나가 듣는 이들에겐 ‘영감’이자 ‘지식’이 됐다. ●‘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사람들 테드가 소통하는 방식은 입에서 귀로 전해지는 ‘말’이 아니었다. 12일 영국의 가수 겸 작곡가 이모젠 힙이 온몸으로 보여 줬다. 파이버 장갑을 끼고 나온 그가 손과 팔로 만들어내는 동작은 그대로 음악이 돼 객석으로 전해졌고, 관중들은 손 안에 모여진 소리를 눈으로 보고, 그가 특정한 방향으로 쏘는 소리를 따라가는 등 새로운 경험을 만끽했다. 웨스트잉글랜드대 톰 미첼 교수팀과 힙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진 이 장갑의 놀라움을 표시하는 데에는 어려운 기술적 용어 대신 노래 한 곡이면 충분했다. 행사를 독점 중계한 BBC는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를 선보였을 당시 끼었던 ‘라인스톤’(반짝이 장갑)이 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갑으로서 지위를 내려놓는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프라노 다니엘 드 니스와 바이올리니스트 로버트 굽타는 노래와 연주로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인 ‘삶의 재료’를 표현했고, 이는 어떤 강연보다 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국내 ‘테드x 홍릉’ 운영자인 원세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행정원은 “단순히 쇼를 하기 위해서, 석학들의 강연에 흥을 돋우기 위해 배치된 양념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서 더 많은 감동을 받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그랬다. ●냉정한 반응과 기립박수 테드가 전 세계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수천개의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것이 있다. 현장에서 연사를 직접 보고 있는 사람들의 기분이다. 70개국에서 모인 850여명의 청중은 강연에 너무나 솔직하게 반응했다. ‘빅샷’으로 불리는 유명인이라도 강연에 감흥이 없으면 박수를 치는 둥 마는 둥했고, 이름 없는 연사라도 내용에 공감하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로 이번 행사 최고의 유명인으로 관심을 모았던 팀 하포드는 불행히도 전자였다. 12일 무대에 오른 하포드는 “도전과 실수는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평범한 얘기로 일관했고, 청중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에서 온 한 참가자는 “18분의 강의 내내 지루했고, 책보다도 못한 얘기만 늘어놓았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갖고 있거나 끊임없는 도전의 결과물을 선보인 사람들은 테드의 스타로 우뚝 섰다. 20년 이상 컴퓨터 바이러스를 추적해온 핀란드 보안전문가 미코 하이퍼넌은 “처음에 도스(DOS)에서 바이러스를 찾았을 때, 이름과 주소를 심어 놓은 것을 발견하고는 직접 찾아가 당사자를 만나 기념촬영을 했다.”면서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하이퍼넌은 매초마다 한 개씩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세계지도를 보여주면서 “이제 바이러스는 국제적인 범죄지만, 인터폴은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폴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예산과 구체적인 조직까지 설명하자 객석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출신따라 전혀 다른 시각 드러내기도 강연자의 출신에 따라 세계를 보는 시각에도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니알 퍼거슨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서양이 짧은 문명의 기간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기술, 사유재산, 법률제도 등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이런 부분에 있어 지금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결코 우위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서구가 지금 그대로 아시아에 추월을 허용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중동을 비롯한 아시아권 강연자들은 서구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쿠웨이트의 나이프 알 무타는 “미국이나 유럽 출신의 슈퍼히어로 대신 지구를 지키는 99개국의 영웅을 만들었다.”면서 자신의 애니메이션 ‘더 99’를 공개했고, 인도의 래그하바는 흔들면 주인공 어린이의 국적과 배경이 바뀌는 아이패드용 동화책을 ‘올바른 동화책’이라고 소개했다. ●테드의 힘=전달하는 방식 테드 콘퍼런스를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결국 테드의 힘은 ‘전달하는 방식’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테드가 과거 한국사회를 스쳐 갔던 수많은 유행이나 한국적 조류와 달리 진정한 소통의 매개체가 되기 위해서는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에서 테드x 행사를 진행해 본 운영자들은 하나같이 “연단에 세울 사람이 마땅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적 책임이 있는 정치인이나 유명인들, 젊은 학자 및 운동가들이 전달하려는 노력을 더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테드 콘퍼런스를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문제점이나 한계도 여러 군데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결국 ‘테드 운영자들이 정한 자유’라는 점이나, 철저한 관리와 지나친 제약 등이 그것이다. 특히 한국에 테드 문화가 완전하게 녹아들기 어려운 문화적 차이도 있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 ‘너는 어디에서 왔니?’라고 스스럼없이 물어보는 방식에 거부감부터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테드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퍼뜨릴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나누자’는 목적은 절대 잘못된 것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이런 정신을 뿌리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한국의 ‘크리스 앤더슨’(테드의 아버지로 통하는 큐레이터) 아니, 그를 뛰어넘는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에든버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영화프리뷰] ‘바니 버디’

    [영화프리뷰] ‘바니 버디’

    귀엽고 깜찍한 생김새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아온 토끼. 이 덕에 토끼는 만화의 캐릭터로 자주 등장했다. ‘바니 버디’는 사람처럼 말을 하고 드럼까지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별난 토끼를 주연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첫 장면부터 화면 가득 등장하는 주인공 토끼 이비의 캐릭터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큰 눈망울을 굴리며 귀를 위로 쫑긋 뻗고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토끼는 털 하나하나 섬세하게 표현돼 생동감이 넘친다. 이비는 지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이스터 섬에 살고 있다. 이곳에는 부활절에 어린이들에게 전해줄 초콜릿과 캔디, 달걀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있다. 이 공장을 운영하는 ‘이스터 토끼’는 매년 부활절에 집집마다 다니며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 이스터 토끼를 아버지로 둔 이비는 후계자가 되기를 강요받지만, 어릴 때부터 드럼 치기를 좋아한 이비는 밴드 드러머를 꿈꾼다. 결국 이비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부활절을 앞두고 섬을 빠져나와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LA)로 도망치고, 이곳에서 오랜 백수 생활로 집에서 쫓겨난 인간 청년 프레드(제임스 마스던)를 만나 친구가 된다. 이스터 토끼 밑에서 2인자 역할을 하던 병아리 칼로스는 이비가 없는 틈을 타 초콜릿 공장을 독차지할 계략을 세우고 쿠데타를 일으킨다. 프레드는 이비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지만, 이비를 노린 닌자 토끼들에게 프레드가 잡혀가자 이비는 위기에 처한다. 어른들에게는 다소 유치할 수도 있는 스토리지만,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초콜릿 강과 다양한 색깔의 풍선 껌이 만들어지는 초콜릿 공장은 화려한 색감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됐고, 프레드를 비롯한 인간들과 LA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실사로 찍어 결합했다. 토끼, 병아리 등 동물 캐릭터들의 표정과 동작이 섬세하고 정교한 컴퓨터그래픽(CG) 효과로 처리돼 마치 실제 연기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이스 에이지’와 그 속편, 그리고 ‘슈퍼 배드’ 등을 연달아 히트시킨 제작자 크리스 멜레단드리의 새 프로젝트 ‘앨빈과 슈퍼밴드’로 실사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낸 팀 힐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지만, 실사 애니메이션으로서 만듦새가 좋아 가족 영화로 큰 무리가 없다. 다만 영화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서양 명절 부활절이 국내 관객들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다가와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오는 21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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