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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최고경영자=⑥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씨

    [기획]최고경영자=⑥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씨

     종양장(種羊場)의 양털깍이 소년이 맨주먹으로 현해탄을 건넌 지 30년- 지금은 부동산만 3천억「엔」(한화 4천억원)어치를 가진 대재벌로 자라났다. 4천억원이면 우리나라 1년 총예산의 절반. 지난 해 2천억원의 매상을 올린「롯데」의 신격호(辛格浩·53)씨는 이 어마어마한 부(富)가 오직『신용과 의리』로 쌓아올린 것이라 했다.  차분하게 외곬 파고들어…신용과 의리로 쌓아올려 『저는 운이라는 걸 믿지 않습니다. 벽돌을 쌓아 올리듯 신용과 의리로 하나하나 이루어나갈 뿐이죠』  「롯데」종업원들은 아직 신(辛) 사장이 웃거나 화내는 것을 본 일이 없다고 한다. 화가 나면 오히려 음성이 낮아지고 차분해지는 것이 신(辛) 사장의 성격. 이런 내성적인 성격이기에 오늘의「롯데」를 만드는 데도 다른 경영자들과는 달리 화려하게 남의 눈에 드러나는 일 없이 차분하게 외곬으로 파고 드는「인·파이팅」전번(戰法)을 써왔다.  재일교포 사회에선『관동(關東)에 롯데, 관서(關西)엔 판본(阪本)』이란 말이 자랑스럽게 쓰여지고 있다. 신격호(辛格浩)씨와 서갑호(徐甲虎)씨가 교포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일뿐더러 일본의 어느 기업과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의 본거지인「도꾜·롯데」는 지난 해 제과부문에서 1천2백억「엔」,「레저」와 부동산부문에서 6백억「엔」을 벌어 들였다.「도꾜·롯데」는 모두 11개의 기업체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에는「검」「초컬리트」「캔디」「아이스크림」공장이 들어있으며「볼링」「골프」시설을 갖춘「레저·센터」인「롯데」회관,「프로」야구의「롯데·오리온즈」구단 등이 있다.「롯데」소유 부동산의 일본 은행 감정 가격은 총 3천억「엔」.  한편 12년 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롯데」는 지난 해 총 2백억원의 매상을 기록했다. 라면, 새우깡 등을 만들어내는「롯데」「검」「초컬리트」「캔디」공업이 90억원,「검」「캔디」의「롯데」제과가 45억원, 일본에 우리나라산 백삼(白蔘)을 독점 수출하고 있는「롯데」물산이 60억원어치를 팔았다. 다수 산매점 주의로 맞서…콧대센 일본 「하리스」눌러  「도꾜·롯데」에 비교하면 아직 한국「롯데」는 걸음마를 배우는 단계지만 어마어마한「도꾜·롯데」의 후광을 갖고 있는 한국「롯데」의 장래는 밝다.  「롯데」의 경영 방침은 간단하다. 첫째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낼 것, 둘째 제품이 많은 상점에 진열되어 있을 것, 세째(셋째) 선전에 힘쓸 것.  그러나 신(辛)사장의 경우는 보다 철저하다.  『평범한 속에 의외의「아이디어」가 있는 법입니다. 그「아이디어」를 찾아내고 한번 일에 손대면 철저히 하는 것-그게 성공의 비결이겠죠』  평범한 속에서 의외의「아이디어」를 찾아낸 대표적「케이스」가 바로「롯데·검」이다. 종전 직후 일본「긴자」뒷골목에서 GI들이 던져주는「검」을 줍는 일본 어린이들을 보고「힌트」를 받아「롯데·검」이 탄생된 것.  전후 일본엔 50여종의「검」이 생산되었으나「롯데」가 지금처럼 시장 점유율 65%를 자랑하는「톱·메이커」가 된 건 우수한 품질 때문이었다고 신(辛) 사장은 말한다.  또「롯데」의 평범한 경영 방침이 기업 경쟁에서 이긴 경우가 바로「하리스」와의 싸움이다.「롯데」와 함께 일본의「검」시장을 나누어 갖고 있는「하리스」는 당초엔「롯데」로선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큰 기업이었다. 그러나 도매상 중심으로 콧대 센 장사를 하고 있는「하리스」에 비해「롯데」는 다수(多數) 산매점주의로 맞서 끝내 이기고 말았다.  가정 부인들을「세일즈」에 동원, 시장 개척을 한 것도「롯데」의 기발한 판매「아이디어」의 하나였다. 다음은 선전. 「하리스」가 TV에 30분짜리「프로」를 만들면「롯데」는 1시간짜리로 맞섰다.  지금도「롯데」는 한해에 65억「엔」을 선전비로 쓰고 있다. 결국「검」싸움에서「하리스」는 「롯데」의 평범한 경영 방침에 져 현재까지 주인이 3번이나 바뀌고 말았다.  『팔리는 건 제품이지만 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제 인사 관리는 간단해요. 일단「롯데」에 들어온 사람이면 스스로 사표를 내고 나가기 전엔 절대로 해고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잘못이 있으면 감봉 처분이 고작이죠. 직장을 믿고 일할 수 있을 때 일이 제대로 되는 것 아닙니까?』  현재「도꾜·롯데」산하 기업체의 부사장 중 67살이 된 노인이 한분 있다. 하는 일이라곤 출근했다 퇴근하는 것뿐. 그리곤 부사장 월급을 타간다. 신(辛)씨가 종전 직후「크림」장사를 사작할 때 썼던 종업원 10명 중 유일하게「롯데」에 남아 있는 사람이란 이유 때문. 종업원은 해고 않고 전문분야 일만 시켜  한국「롯데」의 경우 이런 인사 방침은 마찬가지지만 또 하나 특징은 종사자의 업무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 이는 신(辛) 사장이『우리나라에선 전문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辛)사장의 과거는 한마디로『배 고팠다』는 것.  언양(彦陽·현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몇 10리 들어간 경남(慶南) 울주(蔚州)군 삼남(三南)면이 신(辛) 사장의 고향. 바로 이웃 마을이 서갑호(徐甲虎)씨의 고향이다, 신(辛)씨는 울산농업실습학교를 졸업하고 곧 어느 종양장으로 양털깎이 소년으로 취직했다. 농사만 지어서 5남5녀의 10남매를 먹여 살리긴 힘든 일. 신(辛)씨는 장남으로 가장의 역할까지 겸해야 했다.  21살 되던 해『언제까지 양털만 깎고 살 수는 없지 않으냐?』는 각오로 집을 뛰쳐 나왔다. 일본의 종양장을 돌아 본다는 명목으로 현해탄을 건넜지만 신(辛) 청년의 뜻은『배고픔』을 면해 보자는 것이었다,  우유 배달을 하기도 하고 무거운 철판을 져 나르기도 했다, 그 돈으로「와세다」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제2차대전으로 대학도 문을 닫자 어느 군수기름공장의 기술자로 취직했다가 동료의 모함으로 쫒겨났다. 신(辛)씨는「커팅·오일」을 만들어 내는 공장을 차렸다. 꼭 두번 납품하고 나자 공장이 미군기의 폭격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남은 건 빚 5만「엔」뿐.  종전이 됐다. 신(辛)씨는 폐허가 된 일본에서 이제 이길 것은『평화』뿐이라고 생각했다. 소위「평화산업」이란 화장품에 처음 손댄 것도 이 때문이다. 다시 빚을 얻어(어느 일본 의사였는데 오직 신(辛)씨만 믿고 돈을 대준 것. 그 뒤 신(辛)사장은 이 의사에게 병원「빌딩」을 지어 주어 은혜를 갚았다) 종업원 10명으로「크림」이며 머리기름을 만들어 냈다. 수익은「크림」이 2~3배, 머리기름은 10배가 남았다.  화장품으로 중소기업인이 된 신(辛)씨는 다시『평화산업』인「검」생산에 착수했고 오늘의「롯데」를 세워 놓았다. 50년대의 부동산「붐」에서 크게 한 몫을 잡은 것도「롯데」성장의 성장제 역을 했다.  1948년 자본금 1백만「엔」으로 시작한「롯데」가 지금은 그 3백배 이상으로 자라났고「롯데·검」은 6대주 어느 곳에도 수출되지 않는 곳이 없게 됐다.  한국에 금의환향한 것은 5·16 직후. 햇수로는 12년이 되지만 가정 분규로 신장개업을 한 지는 이제 5년째다. 그 5년 동안「롯데」경쟁 기업인 삼양(三養), 해태 등과 맞먹을 정도로 자라났다.  5형제 중 맏이자 총수인 신격호(辛格浩)씨는「롯데」의 회장. 4째인 선호(鮮浩·40)씨가 형님을 도와 일본에 있으며「도꾜·롯데」산하 공장의 전무·상무직을 맡고 있다. 한국「롯데」는 3째인 춘호(春浩·44)씨가「롯데」공업 사장, 막내인 준호(俊浩·33)씨가「롯데」제과 전무로 있으며 4째 매부인 최현열(崔鉉烈·전 부산(釜山)시장 최두열(崔斗烈)씨의 동생)씨가「롯데」물산의 전무로 있다.  시작은 화장품…부동산 투자로 한몫보고 한국「롯데」의 사장인 유창순(劉彰順)씨는 인척 관계는 없으나 유(劉)씨가 한국은행「도꾜」지점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신(辛)사장과 막역하게 지내던 사이. 경영의 실무는 동생들에게 맡겨 놓고 있으나 신(辛) 사장은 유(劉)씨의 인품과 경영 수완을 높이 사고 있다고. 한때 말썽을 빚기도 했던 집안의 불화는 이제 말끔히 가시고 신(辛)씨가 한국에 나오면 형제가 모두 모여 술을 나누곤 한다.  『나이 드신 탓인지 요즘은 보다 많이 모국에 투자하고 싶어하십니다. 반도「호텔」애기도 그래서 나온 것 같아요』막내 준호(俊浩)씨가 전하는 말이다, 신(辛)씨는 완전히 기틀이 잡힌「도꾜·롯데」는「레저」산업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부동산을 처분해 한국에 투자할 생각. 반도「호텔」을 인수해 객실 1천개의「딜럭스·호텔」을 지을 단계에 와 있고 74년께는 제철제강 분야에도 손을 댈 생각으로 현재 수익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모리나가」「메이지」등 대「메이커」들과 과자 싸움을 벌일 땐 1주일에 겨우 하루 집에 들어 갈까 말까 였읍(습)니다. 한번 매달리면 철저한 게 제 성격이죠』  오랜 일본 생활로 일본 정계의「기시」(전 수상(首相))「후꾸다」(행정관리청 장관·전 대장성 장관)「오히라」씨(현 외상(外相)) 등 정객과도 교분이 두터워 이따금 한·일 정계의 막후에서 다리를 놓기도 한다.  술은 잘 하는 편이며 즐기는 것은 바둑. 우리나라「아마」2단의 실력으로 같은 급수인 막내 준호(俊浩)씨가 좋은 상대. 일본인 부인과 2남(男)1녀(女)를 두고 있다.  <김창웅(金昌雄)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2월11일 제6권 5호 통권 제226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광고 카피 등 당시의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한권에 얼마냐고요? 50원이었습니다.
  • [씨줄날줄] 퍼스트레이디 정치/최광숙 논설위원

    “나는 재클린 케네디의 파리 여행에 동행했던 남자입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드골과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은 모두 아내 덕이라는 찬사였다. 까탈스러운 드골 프랑스 대통령조차 유창한 프랑스어로 프랑스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선보인 재클린에게 홀딱 반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부인인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 못지않게 외교무대는 물론 국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드러내놓고 활동을 하든, 내조에 전념하든, 어떤 경우든 ‘숨은 권력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기에 영부인들의 패션부터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까지 사실상 정치적 활동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루니 여사가 콘돔 사용을 반대하는 교황을 비판했다가 프랑스가 시끄러웠던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대통령이 신임하는 1급 참모이다 보니 영부인은 종종 인사 등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은발의 마음씨 좋은 할머니 같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도 외부로 풍기는 분위기와는 달리 정치감각이 뛰어났다고 한다. 그녀의 눈 밖에 난 백악관 참모들이 중도하차하거나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우리도 ‘영부인 인사’ ‘영부인 예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부 영부인들은 정치력을 발휘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너무 나선다’는 이순자 여사와는 달리 조용했지만 뒤로는 ‘안방정치’를 했다는 말을 듣는다. 남편에게 ‘물태우’라는 별명을 처음 전하는 등 민심을 여과 없이 전달하며 최고통치자의 반려자에만 머물지 않았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대통령의 정책을 움직이는 막후 실세라는 외신이 나왔다. 이매뉴얼 비서실장 등 백악관 참모들과 사사건건 충돌해 그들을 사임시켰다고 한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변호사 출신인 그녀의 능력에 대해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 직후 케네디 대통령 시절의 최고 참모이던 로버트 케네디의 역할을 자신의 아내가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셸도 백악관을 나온 뒤 상원의원을 거쳐 대권 도전에 나서는 등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처럼 퍼스트레이디의 역사를 새로 쓸지도 모를 일이다. 퍼스트레이디 자리만큼 정치수업을 받기 좋은 자리도 없는 것 같다. 22세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만 봐도 그렇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아이들이 동화책 통해 올바른 길로 갔으면…”

    “아이들이 동화책 통해 올바른 길로 갔으면…”

    5일 오전 11시쯤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있는 고아원 ‘은평천사원’은 특별한 손님을 맞았다. ‘하버드대 고아를 위한 동화’(HCSO) 소속 학생 가운데 한국 학생 5명이다. 천사원에서 생활하는 원생 17명에게 자신들이 주인공인 동화책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HCSO는 지난 2008년부터 페루, 폴란드 등의 고아원을 찾아 직접 만든 동화책을 선물하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동아리다. ●원생 개개인 사연 담은 동화책 만들어 동화책은 HCSO 학생들이 지난해 천사원 측에 ‘원생들을 위한 동화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뜻을 밝힌 뒤 원생들 몰래 제작됐다. 천사원은 지난해 원생들이 좋아하는 색깔, 취미, 장래희망 등을 조사해 학생들에게 건넸다. 학생들은 삽화를 곁들여 원생 개개인의 사연을 담은 동화책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원생 한명 한명에게 책을 나누어 줬다. 자신의 얘기를 담은 동화책을 신기해 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해 아리송해하던 원생들은 학생들이 친절하게 문장 하나하나를 읽고 해석해 주자 고개를 끄덕였다.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경제학과 박지현(23·여)씨가 쓴 ‘수지 해피 바이러스’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받은 이모(16·여)양은 “제출한 제시어로 mp3, 시골, 영웅을 냈는데 내가 말한 제시어로 이러한 내용의 동화책이 만들어지니 신기하다.”며 연신 기뻐했다. 수지 해피 바이러스의 이야기는 비밀 어린이 조직단을 구성, 스마트폰 등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이 서로 호출하고 화상통화를 하면서 미션을 받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문학과 김푸른샘(23·여)씨는 김모(17)군을 위해 수의사가 되려고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김푸른샘씨는 “아이 취향에 맞게 쓴다는 것이 어려웠다. 초급 수준의 영어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중학생 수준의 내용이 있어야 해서 까다롭긴 했어도 아이들이 동화책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고 말했다. ●3일동안 영어 수업하며 꿈과 희망 전해 조성아 부원장은 “아이들 중에 부모의 폭력이나 방치에 노출된 아이들이 많은데 동화책을 통해 아이들이 올바른 길로 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하버드대 학생들은 3일간 천사원에서 영어 수업을 하면서 원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할 예정이다. 글 사진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사설] 최시중위원장 관련 의혹 낱낱이 밝혀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최측근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이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EBS 이사 선임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정씨는 정권 핵심실세로 꼽혀온 최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가면서 직제에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 데리고 갈 만큼 각별히 챙긴 인물로 ‘양아들’로 통한다. 이런 정씨는 방송·통신업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정씨에 대한 계좌추적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만큼 비리 내용이 확인되겠지만 정작 관심사는 이 검은돈이 최 위원장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다. 최 위원장은 8일로 예정된 ‘국제전자제품전시회’(CES) 미국 출장도 가지 않기로 하는 등 국내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방통위는 “국회 일정과 몸살 때문이지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많지 않다. 사실 정씨는 최 위원장과 닿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줄이다. 방송·통신 관련 민원이 대부분 정씨를 통했다는 게 정설이다. 정씨 사건이 알려지자 “터질 게 터졌다.”는 말이 나온 것도 그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기업들의 이름도 나돌고 있다. 문제는 그가 받은 돈의 향방이다. 검찰이 이제부터 하나하나 밝혀내야 할 일이다. 검찰은 국민이 이번 사건을 김 이사장과 정씨 간의 단순 뇌물사건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특별히 명심해야 한다. 몸통은 숨고 깃털만 날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 위원장이 정권의 핵심실세인 만큼 그와 관련된 의혹에는 한 점의 찜찜함도 남겨서는 안 된다.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지난해 사표를 내고 해외에 체류 중인 정씨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밖에 나가 부인한다고 해서 끝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하루빨리 스스로 귀국해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최측근이 비리에 연루된 만큼 최 위원장도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진실이 가려지도록 해야 한다.
  • 흑룡氣 팍팍…팔용산·용두산 새해나들이

    흑룡氣 팍팍…팔용산·용두산 새해나들이

    촌스럽긴 합니다. 용의 해가 됐다 해서 용과 관련된 여행지를 소개한다는 게 말입니다. 한데,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옛 경남 마산의 팔용산과 용두산은 꼭 한 번 가볼 만합니다. 팔용산은 960개의 돌탑이 장관이고, 용두산은 해양 트레킹로 ‘비치 로드’를 따라 바닷가를 걷는 맛이 각별하지요. 돌탑을 만나러 가는 길은 풍경을 보러가는 발걸음과는 다릅니다. 누군가의 바람이 켜켜이 쌓인 곳이니, 새해 스스로의 소망을 다지기 딱 좋습니다. 여기에 마산에서 옛 진해까지 이어진 해양관광로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다도해 너머로 때론 소박하고, 때론 장쾌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960개 돌탑 통일을 꿈꾸다 내 나라 안에서 명자깨나 날리는 돌탑군(群)을 꼽자면 전북 진안의 마이산 돌탑이 가장 앞줄에 설 게다. 강원 강릉의 노추산 돌탑길도 명성으로는 마이산 돌탑에 뒤질 망정, 규모로는 뒤지지 않는다. ‘탑돌이 할머니’가 26년째 3000개 가까운 돌탑을 쌓고 있다. 경북 문경 새재의 ‘꽃밭서덜’은 오래 전 한양을 오가던 선비들과 보부상들이 하나하나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인들의 소망이 축적된 곳인 만큼, 풍겨나오는 기운도 범상치 않다. 이들에 견줘 팔용산(328m) 돌탑군은 쌓아 온 연륜만큼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어법에 맞는 이름은 ‘팔룡산’(八龍山)이지만, 현지에선 팔용산으로 통용된다. 돌탑을 쌓은 이는 이삼용(63)씨다. 전직 마산시 공무원이었던 이씨는 1993년 임진각에서 망향제를 올리는 실향민을 TV를 통해 본 뒤, 이산가족의 아픔을 자신의 정성으로 풀어보겠다고 결심한다. 이른바 ‘통일기원탑’ 쌓기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돌탑을 쌓고, 오전 8시쯤 시청으로 출근하는 ‘이중 생활’이 19년 동안 이어졌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돌탑을 쌓다 보니 가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리 없다. 무릎에도 이상이 생겨 지난해 수술까지 받았다. 이씨는 “한번도 휴가를 못 가 늘 가족들에게 미안했지만, 지금은 내 뜻을 이해하는 건 물론, 힘을 북돋워 준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여느 돌탑들이 자신의 기복(祈福)을 위해 세워졌다면, 팔용산 돌탑은 다른 이들의 바람을 위해 세워진 셈이다. 돌탑은 현재 960개가 세워져 있다. 1m짜리 소형탑부터 8m짜리까지 다양하다. 목표는 1000개다. 이씨는 “999개까지 쌓은 뒤, 마지막 1개는 통일이 되면 쌓겠다.”고 했다. 물론 통일이 되지 않으면, 돌탑군은 미완의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어찌나 정교하게 쌓았던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마산을 강타했을 때도 끄덕없었다고. 돌탑을 품고 있는 팔용산은 일제 강점기엔 반룡산이라 불렸다. 그러다 광복이 되면서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산정에서 보면 아래로 뻗어내려간 여덟 줄기가 꿈틀대는 용을 닮았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예전엔 마산과 창원의 경계가 됐던 산으로, 시민들이 휴식처 겸 등산로로 즐겨 이용한다. 팔용산 산행은 2시간이면 넉넉하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가닥인데 돌탑군이 있는 먼등골 코스가 일반적이다. 까마득한 절벽 ‘상사바위’가 절묘하고, 정상에서 보는 마산 시내와 마산만(灣) 풍경도 빼어나다. 정상엔 커다란 무덤 한 기가 남아있다. 성주이씨 문중에서 적어 둔 사연을 읽자니 조선 숙종 때 북면 고암 출신의 선조가 사망하자 운구 비용 2만냥을 들여 묘를 조성했단다. 팔용산 중턱의 봉암수원지 주변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길이 제법 넓고 웅숭깊어 자분자분 걷기 좋다. ‘연인의 다리’ 건너엔 용두산 마산의 남쪽 끝자락에 저도 연륙교가 있다. 마산 사람들이 첫손 꼽는 관광 명소다. 누워 있는 돼지 형상의 저도(猪島)와 육지를 잇고 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의 다리가 둘이다. 하나는 1987년 만들어진 철교, 다른 하나는 2004년 세워졌다. 바로 옆에 새 연륙교가 놓여지면서 옛 철교는 사실상 ‘은퇴’했다. 차량통행은 금지됐고, 요즘엔 사람들만 걸어서 오간다. 빨간색 철골 구조로 만들어진 옛 다리는 ‘연인의 다리’로 불린다. 사랑도 이음이 중요하니, 별칭으로 제법 그럴싸 하다. 생김새가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 속의 다리와 닮았다고 해서 마산의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다리는 사연을 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뤄지고, 중간에 손을 놓으면 헤어지게 된단다. 또 다리 위에서 빨간 장미 100송이를 건네주며 프러포즈하면 사랑이 맺어진다고도 한다. 다리 철제 난간에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자물쇠들이 빼곡히 매달린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이 되면 다리는 연중 최고의 주가를 올린다. 용두산(龍頭山, 203m)은 ‘연인의 다리’ 너머에 있다. 용두산 산행은 다리 왼편 버스정류소에서 출발해, 용두산 정상과 지난해 조성된 ‘저도 비치로드’(Beach road)의 제1·2·3바다구경길 등을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코스는 다소 복잡하지만 이정표가 잘 갖춰져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먼저 용두산 정상에 오른 뒤, 섬을 에두른 ‘저도 비치로드’를 걷다가 다시 용두산 능선을 넘는다. 산행 거리는 약 8㎞.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정상만 찍고 내려올 경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용두산 정상에 서면 저도 연륙교 주변과 멀리 옛 마산, 진해 인근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나비섬, 곰섬, 닭섬, 자라섬, 고래머리 등 모양에서 이름을 딴 섬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다. 작은 산에서 보는 풍경치고는 참으로 넓다. 남해 쪽 풍경은 비치로드의 사각정자나 제1·2전망대에서 보는 게 좋다. 거제와 고성 앞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다소 오르막내리막은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섬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명불허전’ 해양관광로 저도 연륙교를 뒤로 하고 옛 마산 시내 방향으로 돌아 나오면 신촌삼거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해양관광로, 오른쪽은 1002번 지방도다. 둘 다 시내로 향한 길이지만, 다소 돌더라도 해양관광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해양관광로는 해양드라마세트장을 지나 옛 진해 시내까지 연결된다. 남해안을 끼고 도는 길 가운데 아름다운 길로 예전부터 ‘명성이 자자’ 했다. 최근 해안선 굽이마다 크고 작은 조선소들이 들어서면서 옛 정취가 적잖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도시인들이 보기엔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한 걸음에 작은 시골 포구의 고즈넉한 풍경이, 또 한 걸음엔 너른 남해의 장쾌한 풍경이 폐부를 씻어낸다. 이 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해거름 풍경이다. 장구섬 등 고만고만한 무인도 너머로 해가 지는데, 여간 장관이 아니다. 해넘이는 해 지기 전 10분, 지고난 뒤 10분이 하이라이트다. 해가 넘어갔다고 서둘러 자리를 뜨지는 말라는 얘기다. 화염에라도 휩싸인 듯, 바다와 하늘이 온통 시뻘겋게 물들며 색의 축제를 벌이는데, 화려하다 못해 선정적이다. 글 사진 창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로→동마산 나들목→14번 국도 통영 방면→덕동·가포 방면→덕동삼거리→ 저도 연륙교 방면 좌회전→저도 순으로 간다. 관광 명소인 만큼 여러 곳에 이정표가 잘 갖춰져 있다. 팔용산은 동마산 나들목을 나와 14번 국도를 타고 마산역 방향으로 진행하다, 마산역 앞에서 좌회전, 양덕광장 오거리를 지나 봉양로로 갈아타면 등산로 표지판이 나온다. →맛집:저도 연륙교 주변에 굴구이 집이 여럿 있다.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길 하나 사이로 ‘아귀찜 거리’와 복 요리집들이 늘어선 ‘복거리’가 조성돼 있다. 애주가라면 ‘통술거리’를 찾아도 좋겠다. 월남동 신마산 주변과 오동동 중심가 뒤편 골목길에 있다. →잘 곳:호텔 사보이(247-4455)는 한국관광공사의 호텔 체인인 베니키아 가맹점이다. 가족들이 묵어도 좋을 만큼 깔끔하고 저렴하다. 7만~10만원 선. 팔용산 가기 전 마산 수출자유지역공단 근처에 있다. 호텔 사보이 뒤편엔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3만~4만원 선.
  • [일본통신] ‘야구계의 이단아’ 신조 츠요시

    [일본통신] ‘야구계의 이단아’ 신조 츠요시

    2009년 일본시리즈 2차전. 니혼햄 홈인 삿포로돔에 전 일본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었다. 당시 일본시리즈에서 격돌한 팀은 센트럴리그 우승팀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퍼시픽리그 우승팀인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대결이었다. 1차전을 요미우리에게 내준 니혼햄은 당시 부상 등의 이유로 출전이 불투명했던 에이스 다르빗슈 유(25)를 2차전 선발로 내세우는 배수진을 쳤다. 이에 요미우리는 좌완 우츠미 테츠야를 선발로 내정하며 니혼햄의 기를 꺾을 기세였다. 하지만 이날 2차전은 다르빗슈의 출전 유무와는 별개로 팬들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다분했다. 해설을 맡은 인물들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 후지TV는 ‘카리스마의 대명사’인 기요하라 카즈히로(전 세이부)와 ‘야구계의 노홍철’ 신조 츠요시(전 한신)에게 경기 해설을 맡겼다. 당시 요미우리 소속의 이승엽은 스타팅 멤버로 8번 타순에 배치됐다. 3회초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자 신조는 “이승엽이 8번타순에 들어선 것은 놀랍다. 그만큼 요미우리 타선의 강함을 엿볼수 있다.” 며 “이승엽의 프리배팅은 돈을 내고서라도 보고 싶다. 그의 프리배팅은 엄청나다.”며 이승엽을 극찬했다. 이 타석에서 이승엽이 다르빗슈를 상대로 우전안타를 때려내자 또다시 신조는 “이승엽의 프리배팅을 보노라면 배리 본즈인지 이승엽인지...” 라는 멘트와 함께 중계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신조 츠요시는 야구계의 이단아다. 현역 시절 그가 보여준 엽기적인 카리스마(?)는 아직도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가슴속엔 웃음꽃을 먼저 피우게 한다. 흔히 일본야구의 ‘3대 돌아이’를 가리켜 신조와 더불어 모리모토 히쵸리(히쵸리는 ‘희철’ 즉 모리모토는 한국계 선수다) 이가와 케이(뉴욕 양키스)를 일컫는데 모리모토가 독특하고도 엽기스런 퍼포먼스로 유명하다면 신조의 야구는 그 자체가 개그의 미학을 담고 있다. 외야수인 신조는 평범한 플라이도 점프캐치로 잡으며 일명 ‘신조캐치’로 명명된 플레이를 보여줬던 선수다. 1989년 전체 드래프트 5위로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한 신조는 훗날 메이저리그 진출과 마지막 니혼햄에서의 선수 생활을 끝으로 은퇴했다. 현역시절 타격은 내세울게 없는 평범한(일본 통산 타율 .254)이었지만 수비력만큼은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며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야구 명언중 ‘타격이 좋은 선수는 팬들이 좋아하지만 수비가 뛰어난 선수는 감독이 좋아 한다.’라는 말이 있지만 신조의 수비만큼은 오히려 팬들이 더 열광할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타격에서 워낙 내세울게 없다는 점에서 신조의 가치는 일본야구계에서도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 하지만 현역 시절 보여준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만큼은 아직도 그를 그리워 해야 할 이유가 충분할만큼 매력적인 선수임엔 틀림없다. 신조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극도로 혐오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시구때 초등학생이 던진 초구도 대형타구로 만들어낸 적이 있다. 그의 엽기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라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2004년에 신조는 일본의 모 퀴즈프로그램에 출현해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당시 우승 상금은 한화로 약 1억원. 웃긴 사실은 연필을 굴려서 퀴즈 정답을 맞췄는데 당시 우승상금의 사용처는 홈구장에 있는 자신의 광고판을 만드는데 사용했다. 외야석 100석을 자신의 돈으로 사들렸는데 그 자리를 야구 꿈나무들을 위해 무료로 초대했고 그 좌석은 일명 ‘신조 시트’가 됐다. 니혼햄 시절 신조는 어느날 갑자기 파워레인저 복면을 쓰고 경기장에 등장하는가 하면(팀원들에게 까지 복면을 착용하게 하는) 한신 시절이던 1992년 시즌 말미에 히어로 인터뷰에서 ‘우승입니다’를 외쳤지만 한신은 우승에 실패했고,1999년 요미우리와의 경기(6월 12일)에선 상대의 고의사구 작전을 좌전 적시타로 연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신조의 엽기행각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도 그치지 않았다. 신조는 한신이 제시한 12억엔이란 거액의 계약을 뿌리친 후 일본돈으로 약 2,200만엔을 받고 뉴욕 메츠에 입단한다. 이후 샌프란스시코를 거쳐 메이저리그 마지막 해였던 2003년 다시 뉴욕 메츠로 돌아온 신조는 스프링캠프에서 빅리그 진출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던 마이너리그 선수를 보고 “나 대신 저 사람에게 개막전의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구단에 찍혔고 공교롭게도 그해를 마지막으로 다시 일본으로 유턴하게 된다. 일본 복귀 후 모 언론과의 인터뷰중 영어에 관한 질문을 받자 “나는 미국시절 영어를 하나도 못배웠다. 하지만 그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다.”고 말하는 등 끊임없는 개그 본능과 보편적 정서를 파괴하는 말과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신조는 자신을 야구선수로 불리는 걸 싫어했지만 일본의 야구팬들은 이러한 신조를 사랑했다. 어느 순간에 괴짜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지 예측할수 없었고 이러한 신조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웃는 얼굴로 야구장을 떠날수 있었을 정도로 야구팬들에게 신조가 끼친 영향력은 이루 다 말할수가 없을 정도였다. 2006년 신조는 당시 소속팀이었던 니혼햄에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당시 니혼햄은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앞세워 44년만에 일본시리즈 우승이란 감격을 맛봤지만 한편으론 신조의 마지막이란 사실에 팬들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을 정도였다. 마지막 타석에 등장한 신조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3구 삼진을 당했는데 주니치 포수 타니시게는 “울지마라. 모두 직구만 던지게 할거야.”라는 말에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훗날 전해지고 있다. 신조는 야구의 본질성, 즉 온전히 야구에만 미쳐있던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팬들을 사랑했고, 자신의 기량을 스스로 인정했으며 팬들이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실천한 선수다. 아직도 신조 츠요시 하면 ‘괴짜’ 이미지가 뿌리깊이 박혀 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스포엔터테인먼트를 최초로 보여준 선수가 아니였나 싶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5)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동물들…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5)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동물들…

    죽음에도 색깔이 있을까. 억지 같지만 무수한 죽음을 지켜봐 온 나로서는 분명한 색깔을 느끼기도 하고, 예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면서 신체 내부에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난다. 그것을 지켜보는 내 마음속에도 체념 같은 공허한 감정들이 물밀 듯 다가온다. 이렇게 하나하나의 죽음을 마주하다 보면 역설적으로 죽음을 통해서 분명한 삶의 빛깔을 알게 된다. 죽음에 비해 삶의 빛깔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무지갯빛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식물원에 갑자기 새가 떨어져 있다기에 가 보니 부화된 지 채 1주일도 안 됐을 성싶은 작은 새 두 마리가 땅바닥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차라리 안 봤으면 모를까, 보고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새 두 마리를 소중히 안고 내려왔다. 이런 어린 생명들을 대하면 부담감이 더 커진다. 구조된 것들 중에서 살아나는 것이 극히 드물어 또 하나의 죽음을 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굉장히 두려운 일이다. 다행히 이 새는 먹을 것을 달라고 입을 쫙쫙 벌리는 폼이 삶의 의지가 강한 것 같았다(보통은 두려움 때문에 이런 최소한의 동작조차 못한다). ‘그래 한 번 해 보자!’ 그 순간부터 열심히 벌레를 잡아 먹이기 시작했다. 책에서 본 것처럼 이 새도 먹을 것이 어느 정도 위장에 차자 갑자기 뒤를 돌아 하얀 똥을 쭉 내밀었다. 처음에는 입에서 뭔가 튀어나온 줄 알고 놀랐는데 금세 내가 닦아 주어야 할(어미는 다 먹는다)똥이란 걸 알았다. 그렇게 열심히 먹이면서 사흘째 되는 아침, 출근해서 상자를 열어 보니 그 새가 차갑게 죽어 있었다. 온 몸이 회색빛으로 윤기를 잃은 상태였다. ‘모모’란 동화책에서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가는 시간도둑들이 회색빛이듯 주검 역시 회색 톤이 강하다. 또 이렇게 하나의 죽음과 마주설 수밖에 없었다. 죽음을 직면할 땐 직업 탓인지 나도 모르게 더 담담해지게 된다. 누가 나처럼 부담을 가질까 봐 얼른 내 손으로 모든 걸 처리하려고 한층 더 덤비게 된다. 매장을 하든지 화장을 하든지 어떻게든 안 보이게 하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안정된다. 남들은 그런 나를 참 무정하고 침착하다고 하지만, 그 순간 내 낯빛도 그 죽음의 빛깔에 전염된 듯 하얗게 질려 있음을 감지하는 이는 드물다. 이런저런 수많은 죽음과 맞닥뜨릴수록 더욱더 깊어지는 건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사랑이다. 보통 사람들은 삶에서 무언가 의미를 찾으려고 매일 낑낑대다가 가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면 생을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원초적인 삶에 집착하는 동물들을 지켜보며, 또 이런 죽음의 허무함을 늘 대하며 난 지극히 단순해져 버렸다. 삶이란 그저 이 빛나는 생명의 빛깔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소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與 인적쇄신 통한 재창당… 野 ‘쇄신·연대’ 두토끼 잡기

    與 인적쇄신 통한 재창당… 野 ‘쇄신·연대’ 두토끼 잡기

    새해 개막과 함께 4·11 19대 국회의원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행보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여야 지도부는 1일 단배식을 갖고 강력한 쇄신의지와 함께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예산 국회를 끝낸 의원들은 곧바로 지역구로 내려가 공천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난제 또한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인적 쇄신’을 통한 사실상의 재창당 작업에서 불거질 혼란을 수습해야 하고, 오는 15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민주통합당은 쇄신과 야권 연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與 헌정회 원로 연금폐지 추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 소속 현역의원들에 대해 전직 원로의원에게 지급되는 연금 특혜를 자진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회기 중 불체포특권 포기’ ‘정치개혁특위 이해당사자 교체’에 이은 쇄신 3탄이다. 한나라당 주광덕 비상대책위원은 1일 “국회의원의 기득권 포기와 자기반성 차원에서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 회원 가운데 65세 이상 원로회원들은 월 120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다. 한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등 ‘외부 강경파’가 주축이 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새해 벽두에도 이상득·이재오 의원 등 현 정권 핵심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강력한 인적 쇄신을 주장했다. 친이(친이명박)계의 사퇴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의중이 중요한데, 총선이 다가올수록 박 위원장이 비대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단배식에서 “새로운 한나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면서 “우리의 결정과 행동 하나하나가 국민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소명의식을 마음에 새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친이계 의원들의 비대위 비판에 대해 “어물쩍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책 쇄신보다 인적 쇄신을 먼저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통합 자신감 속 곳곳 진통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당권 주자 9명은 4·19국립묘지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새해 첫날을 시작했다. 당권 주자들은 특히 김 전 대통령 묘역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공동제안문’을 발표하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촉구했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 열광했던 전통적 지지층을 끌어안고 여당이 독차지했던 남북관계 이슈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등 차별화된 노선과 정책으로 선명성을 내보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원혜영 공동대표는 단배식에서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모든 민주 양심 진보세력과 함께 승리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99% 서민·중산층이 주인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선까지의 여정은 만만치 않다. 각 진영의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보니 당이 통합된 지 보름 만에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이 상태에서 공천작업이 시작되면 기득권을 놓고 진통이 불거질 게 뻔하다. 저마다 쇄신을 외치고 있지만 호남 등 기득권 세력의 물갈이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당권 주자들은 저마다 젊은 층 참여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젊은피’가 수혈될지 미지수이고, 당의 체질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예산안을 통과시킨 여야 의원들은 모두 지역구로 내려갔다. 현역의원 50% 이상이 교체되는 혁명적 수준의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해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현재 등록된 전국의 예비후보자 수는 245개 선거구에 1033명으로 평균 4.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등록 예비후보들이 많아 경쟁률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시·도별 경쟁률은 ▲서울 4.2대1 ▲부산 4.2대1 ▲대구 4.3대1 ▲인천 4.8대1 ▲광주 3.3대1 ▲대전 5.7대1 ▲울산 3.2대1 ▲경기 4.7대1 ▲강원 3.4대1 ▲충북 2.9대1 ▲충남 4.7대1 ▲전북 4.0대1 ▲전남 3.2대1 ▲경북 3.7대1 ▲경남 4.9대1 ▲제주 3.7대1 등이다. 정당별 예비후보자는 ▲한나라당 325명 ▲민주통합당 414명 ▲통합진보당 141명 ▲자유선진당 24명 ▲진보신당 16명 ▲무소속 92명이다. 이창구·이현정기자 window2@seoul.co.kr
  • ‘중국의 과거’ 황하유역 소수민족의 삶

    ‘중국의 과거’ 황하유역 소수민족의 삶

    EBS 세계테마기행은 2~5일 오후 8시 50분 ‘오천년 천상의 물길, 황하’를 방영한다. 황하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13억 중국인들의 젖줄이자 어머니로 불려 왔다. 한국도 중국과 오랫동안 영향을 주고받았다. 해서 한국인들도 중국인 못지 않게 황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밀한 속사정까지 다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해서 이 황하를 제대로 훑어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기획이다. 초점은 황하유역에서, 전통 생활방식으로 고수하면서 사는 소수민족들이다. 1부 ‘호랑이가 된 투족’은 칭하이성 퉁런현을 찾았다. 이곳에는 투족이라는 소수민족이 사는데 새해 안녕을 기원하면서 해마다 축제를 벌인다. 바로 ‘우투’ 축제이다. 호랑이로 분장한 7명의 장정들이 마을 곳곳을 휩쓸고 다니고 뜀박질을 한다. 귀신을 쫓고 복을 원하는 의미다. 이들이 지켜온 옛 전통의 기원과 현재를 살펴본다. 2부 ‘하늘 초원을 지키는 사람들, 장족’은 쓰촨성의 루얼가이 초원을 찾았다. 해발 3400m에 위치한 이 초원은 중국의 3대 초원으로 꼽힐 만큼 방대한 규모와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그 높은 곳에서 오직 하늘과 땅만이 펼쳐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장족들이 산다. 이들은 걷자마자 말을 탄다고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초원을 누벼온 유목민이다. 그러나 현재와의 융합도 피할 수 없는 법. 바지오 마을에 들러 장족과 한족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까지 잡아냈다. 3부 ‘전통의 향기, 나희지향(儺戱之鄕)’은 황하석림을 찾았다. 석림, 곧 돌숲이라는 뜻이다. 실제 둘러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34㎢에 이르는 방대한 계곡이 펼쳐지는데, 기암절벽들이 마치 빽빽한 숲처럼 둘러쳐져 있다. 자연의 기적으로 꼽히는 명소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중국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 보전에 안간힘을 쓰는 곳이다. 이곳 돌숲에는 하나하나마다 ‘화목란의 귀향’ ‘달빛 속의 연인’ 같은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 이름에 얽힌 사연과 전설을 들려준다. 이곳에는 희족이 살고 있는데, 그들이 그렇게도 보존하려는 ‘나희’가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4부 ‘흐르는 강물처럼’은 산시성 길현의 황수(黃水) 폭포로 간다. 천군만마가 내달리는 황하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곳은 황하 특유의 노란 물길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해 낸다. 물길이 급격히 좁아지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덕분이다. 이곳에는 보안칼로 유명한 보안족이 있다. 보안칼의 수공 제작 현장을 찾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생명의 窓] 이제 문화대국을 꿈꾸자/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생명의 窓] 이제 문화대국을 꿈꾸자/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오늘 우리 사회의 키워드는 ‘경제’다. 특히 한국은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라가 온통 경제를 신(神)으로 섬기며 그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 하나하나에 따라 일희일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여러 종교에 속한 사람들이 자기 종교에서 가르치는 신을 섬기고 있지만, 그것도 결국은 경제라는 신으로부터 내려오는 은총을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라는 이 맘몬 신은 가히 전지전능, 무소부재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경제제일주의가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이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제 생산지수(GNP)의 상승이 그대로 행복지수(GNH)의 상승을 의미한다는 것에 회의를 품는 이들이 는다는 뜻이다. 이럴 때 백범 김구 선생이 다시 생각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반세기도 전에 김구 선생은 이미 경제제일주의의 한계를 예견했던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고 경제력도 아니다.” 백정(白丁)과 범인(凡人)임을 자처하고 ‘백범’이라 이름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번쩍이는 혜안이야말로 실로 대범(大汎)이요 비범(非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어서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 나라에서, 우리 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지금껏 우리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가 부끄러울 뿐이다. 서양의 문화, 서양의 종교, 서양의 사상을 모방하는 데 급급하지 않았던가? 특히 자본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서양의 이데올로기를 통째로 받아서 서로 으르렁거리기까지 하며. 이제 ‘높고 새로운 문화’를 우리가 되찾고 이를 세계로 수출할 때가 되었다. 이런 말을 하면 당연히 지금 세계로 퍼져 나가는 한류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류도 물론 문화 수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김구 선생이 말한 문화는 지금의 한류보다 한층 더 심원하고 고매한 무엇이다. 얼마 전 TV에서 아프리카와 남미 여러 곳에 가서 학교를 지어주고 병을 치료해 주는 자원봉사자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았다. 온통 경제적인 이(利)만을 밝히는 소인배적 가치에서 해방되어, 혹은 자기 종교를 전파하겠다는 종파주의적 관심에서 벗어나, 순수한 사랑과 자비와 인의를 펴는 데서 오는 행복감이 아닌가. 또 있다. 그것은 곧 사랑과 자비와 인의의 바탕이 되는 우리의 ‘정신적’ 유산을 나누는 것이다. 서울 농대 학장을 역임하고 성천재단을 설립한 류달영은 20세기 다석 류영모 선생의 등장으로 한국도 사상의 수입국에서 사상의 수출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제나’에서 ‘얼나’로 ‘솟남’의 길을 가르쳐준 류영모도, 인내천(人乃天)의 가르침으로 우리가 모두 하늘임을 일깨워주고 사람을 모두 하늘 섬기듯 섬기라고 가르쳐준 동학(東學)도 진정으로 자신과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우리들의 최고급 문화 상품이다. 김구 선생의 말대로 이 ‘훤훤효효’(喧喧??)하는 요란한 세상에, 우리나라가 이제 무엇보다 문화대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꿈이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우리 모두가 꾸어야 할 아름다운 꿈이 아니겠는가.
  • “여러분 퇴임땐 참회록 쓰지 않길”

    “여러분 퇴임땐 참회록 쓰지 않길”

    “말없이 물러가는 것이 도리겠으나 1만 일 넘게 일했던 곳을 떠나려니 소회가 없을 수 없어 몇 자 적어 봅니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언제나 남은 자들의 마음을 허전하게 만든다. 이번 서울시 인사에서 30년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게 된 1급 공무원이 후배 직원들에게 ‘참회의 편지’를 남겨 연말 동료들의 마음에 착잡함을 더하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항도 전 기획조정실장은 시 직원 게시판에 ‘최항도, 이제 서울시를 떠나려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A4용지 4장에 이르는 편지를 남겼다. 최 전 실장은 궁벽한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때 아버지를 잃고 형제를 뒷바라지했던 청소년기, 공장 직공으로 시작한 서울 생활, 고학과 검정고시 끝에 25세 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을 하나하나 되짚었다. 그러면서 “타고난 본성은 내성적인 샌님형이었으나 질곡의 삶을 살다 보니 후천적으로 원만한 구석 없이 까다롭고 거친 성정으로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시민들에게 열심히 봉사하지 못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동료·선후배를 불편케 한 점, 사랑하는 가족에게 자상한 가장이 돼 주지 못한 점 등에 대해 차례로 참회의 말을 전했다. 그는 “여러분이 공직을 마무리할 때에는 저의 참회록에 여러분의 것을 덧입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당부하며 글을 맺었다. 최 전 실장은 공무원 시절 까다로운 상사로 ‘악명’을 날렸다. 후배들이 ‘최강도’ ‘도끼’라고 부를 정도로 팍팍한 선배였다. 그만큼 참회록 형식을 빌려 남긴 편지의 울림도 크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상당한 분량이지만 한번에 읽어 내렸을 정도로 후배들의 마음에 와 닿는 감동적인 글이었다.”며 “까다로운 상사로 통했지만 본래 여린 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허전하다.”고 전했다. 함께 서울시를 떠나는 김효수 전 주택본부장, 이인근 전 도시안전본부장, 정순구 전 시의회 사무처장도 편지를 남겼다. 김 전 본부장은 주로 치열했던 주택본부장 시절의 업무를 돌아보며 “뉴타운 등 많은 과제를 남겨 놓고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서울시에 있었기에 제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여러분의 도움이 있어 이를 발휘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알렸다. 정 전 처장은 “여러분의 능력과 열정으로 희망 서울, 더불어 행복한 서울을 이루시길 시민의 한 사람으로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박명재 세상 추임새] 이름을 불러주는 사회

    [박명재 세상 추임새] 이름을 불러주는 사회

    이름은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지니는 특권이다. 세상의 숱한 생물 중에서 자기 고유의, 자기 혼자만의 이름을 가진 것은 오직 사람뿐이다. 수많은 식물과 동물들은 종류를 나타내는 이름만 가질 뿐 개체 하나하나가 각자의 이름을 갖지는 않는다. 백합은 백합, 소나무는 소나무, 고래는 고래, 사자는 모두 사자일 뿐이다. 예로부터 사람의 이름은 함부로 범접하거나 훼손할 수 없는 존엄과 영예의 대상이었다. 사람의 이름에는 뜻하는 바 의미와 함께 이루고자 혹은 되고자 하는 소망, 그리고 조상과 가문의 얼이 온전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름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이자 자신을 총칭해 내보이는 정체성과 고유성인 동시에 인격의 결정체이다. 요즈음은 대체로 한 사람이 평생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옛날에는 아명(兒名) 따로, 성인 이름 따로, 그리고 벼슬이나 관직에 나아갈 때 또 다른 이름을 갖는 등 성장 연대기에 맞춰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잘 아는 포은 정몽주의 경우, 처음에는 어머니가 태몽에 난을 보았다 하여 몽란(夢)으로, 그 후 집 앞 나무에 용이 올라가는 꿈을 꾸고는 몽룡(夢龍)으로, 마지막으로 부친이 꿈속에 주희(朱子)를 만났다 하여 몽주(夢周)로 개명하기에 이른다. 지금도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한 성명학과 작명소가 유행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서는 이 이름 대신 번호가 등장하여 온통 번호 세상이 되고 있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이름 대신 몇 동, 몇 호 아저씨가 되고, 병원 환자 대기실에서도, 은행 창구 앞에서도 번호가 부르는 곳으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이름이 불려지는 기회가 줄면서 이름을 기억하려는 노력 또한 점점 줄고 있다. 심지어 선생님의 이름을 모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스승의 이름조차 모르는 제자들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제자의 이름을 모르는 선생님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름을 자주 불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름이 번호로 대체되면서 개개인의 가치와 존엄성 내지는 생명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번호 속에는 개인의 개성과 인간성 내지 정체성이 몰각되어 그저 공허한 숫자의 개념만 있을 뿐이고, 번호에는 책임과 이름값이 따르지 않는다. 이러한 번호 뒤에 숨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 편리성과 집단을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할 수 있는 효용성 등으로 현대사회는 점점 번호를 선호하는 세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人死有名, 虎死有皮)는 말이 있듯이 이름은 생전과 사후까지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고 표상하는 소중한 그 무엇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사에 있어 가장 치욕적인 일은 살아서는 이름에 걸맞은 자기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고, 죽어서는 이름이 더럽혀지는 것이다. 이름이 가장 극진히 대접을 받고 소중히 여김을 받는 것이 바로 종교이다. 불가에서는 합장하고 기원할 때 부처님의 이름으로, 기독교에서는 모든 간구와 기도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무슬림은 알라의 이름으로 하게 된다. 상관이 친근하게 부하 직원의 이름을 불러줄 때, 의사가 따뜻하게 환자의 이름을 불러줄 때, 선생님이 자애롭게 학생의 이름을 불러줄 때, 낯선 사람이 공손히 나의 이름을 불러줄 때, 우리 사회에는 그만큼 신뢰와 존경과 사랑이 넘쳐나게 된다. 이처럼 머리로 기억하여 번호를 부르는 대신 마음속에 기억하여 이름을 불러주는 사회에는 따스한 시선과 훈훈한 인간미가 넘쳐나는 살가운 세상이 된다. 시인은 말했다. 누가 나의 빛과 색깔에 맞는 알맞은 이름을 불러다오. 나는 그에게로 가서 잊히지 않는 의미가 되고 싶다고. 세상 끝날 때까지, 생명이 다할 때까지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다정스레 불러주는 사회, 이 어렵지 않은 아름다운 세상이 필자의 소박하고 작은 세상 추임새이다.
  • [피플 인 스포츠] PGA Q스쿨 1차예선 탈락… 성장통 겪은 ‘장타왕’ 김대현

    [피플 인 스포츠] PGA Q스쿨 1차예선 탈락… 성장통 겪은 ‘장타왕’ 김대현

    김대현(23·하이트진로)의 얼굴은 수척해져 있었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상금왕에 등극하며 한껏 높아진 기대와 함께 올 시즌을 맞이했지만 결과는 기대를 한참 밑돌았다. 상금왕 2연패는커녕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가장 절실했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큐스쿨)도 1차 예선에서 떨어졌다. 최근 만난 김대현은 “이만큼 아파 본 적이 없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올해 어떤 것이 가장 아쉬웠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예상대로 큐스쿨 얘기가 나왔다. “상금왕과 우승은 해 봤지 않나. 지난해 똑같은 코스에서 쳐 1등으로 2차 예선에 올라갔었는데 이번엔 생각지도 못하게 떨어졌다.”며 김대현은 쓰게 웃었다. 두 번째 탈락이다. 지난해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1차 예선에서 1위를 기록한 김대현은 2차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엔 배상문(25·우리투자증권)과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이 당당히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한지라 더욱 아프다. “나는 떨어지고 다른 선수들이 가는 게 좋다면 프로도 아니다. 씁쓸하긴 하지만 아픔이 클수록 나중에 웃을 거란 말도 있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김대현은 성장통을 호되게 치른 소년 같았다. 사실 올 시즌엔 운이 없었다. 시즌 중반을 향해 가던 무렵부터 왼쪽 손목이 좋지 않았다. 심하진 않았지만 자꾸 신경이 쓰였다. 프로골퍼에겐 손목이 생명이다. 약간의 무리만 가도 스윙이 미묘하게 변한다. 김대현의 경우엔 드라이버샷에서 문제가 생겼다. 182㎝, 72㎏의 낭창낭창한 몸매와는 어울리지 않는 호쾌한 드라이버샷이 장기인 그에겐 치명적인 문제다. “스윙 컨트롤이 안 되니 드라이버샷이 잘 안 됐다. 비거리도 10야드 정도 줄었다.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샷이 더 안 되는 악순환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핑계는 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내 마음가짐이었다. 연습할 때 공 하나하나를 신중히 하지 않고 설렁설렁 했다. 마인드 컨트롤도 잘 안 돼서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무너졌다. 큐스쿨도 그렇다. 시합은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르는 일인데 긴장을 놓고 자만했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플레이였다.”고 그는 호되게 자신을 질책했다. 그나마 위안은 지난 4년간 받아 온 장타상(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96.93야드)을 올해에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 이진규(23·티웨이항공)와 단 0.05야드 차이로 타이틀을 지켰다. “진짜 운이 좋았다. 솔직히 놓치기 싫었다. 매년 상을 타니 이제는 자존심이 됐다.”며 그제야 그는 웃었다. 올해 공식 행사를 모두 마친 김대현은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이달 말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연습량을 배로 늘리고 멘탈 트레이닝과 쇼트게임 보완을 주로 할 예정이다. 자신과의 한판 승부를 시작한 김대현이 끝내 이기고 돌아올지 궁금해진다. 답은 내년에 공개된다. 글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사진 KPGA 제공
  • 기아차 ‘레이’ 전기차 양산시대 열다

    기아차 ‘레이’ 전기차 양산시대 열다

    기아차가 양산형 순수 전기차인 ‘레이 EV’를 처음 공개하며 국내 전기차 시대를 열었다. 이는 우리나라도 순수 전기차 양산체제를 구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2010년 9월 현대차가 선보인 전기차 블루온은 라인을 통해 생산되는 양산형이 아니라 작업자가 부품 하나하나를 조립하는 조립형이었다. 22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열린 전기차 ‘레이 EV’ 발표회에서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담당 부회장은 “이제 현대기아차는 언제든지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면서 “현대기아차는 미래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위해 하이브리드, 클린 디젤, 전기차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터·배터리 장착… 친환경 차량 레이 EV는 기아차가 지난달 출시한 경박스카인 레이에 50㎾의 모터와 16.4㎾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순수 전기차다. 배터리와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여 주행 중 탄소 배출이 없다. 1회 충전을 통해 139㎞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급속 충전 시 25분, 완속 충전 시 6시간의 충전 시간이 걸린다(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현행 도심주행모드 결과 기준이며,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규 연비기준으로는 91㎞). 즉, 전기료 860원으로 139㎞를 탈 수 있는 셈이다. 휘발유 값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비는 무려 ℓ당 30㎞에 가까울 정도로 경제적이다. 최고 130㎞이며 제로백(0→100㎞)은 15.9초로 1000㏄가솔린 모델보다 빠르다. 전기 모터로만 구동되기 때문에 변속기가 필요없어 변속 충격이 전혀 없으며, 시동을 걸어도 엔진 소음이 없는 뛰어난 정숙성을 자랑한다. 또 16.4㎾h의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는 1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갖춰 차량 운행기간 동안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10년이상 교체 필요없어 4000만원 선으로 예상되는 기아차 레이 EV는 내년 2500여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전부 정부 공공기관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공기관이 전기차를 살 경우는 400만~500만원의 세제 혜택과 더불어 172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개인에게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김효정 환경부 전기차보급 팀장은 “전기차 개인 보조금 지급 여부는 충전 인프라 등 전기차의 제반 여건이 갖춰지는 시점에서 논의될 것”이라면서 “아직 개인보조금 지원 여부와 규모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기차 양산체제는 갖췄지만 본격적인 보급은 정부의 개인 보조금 지급 규모 등이 결정되는 2013년에나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속도내는 美·中 ‘포스트 김정일’ 움직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북한 동향은 남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된다. 북한 후계구도의 불안정성으로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미·중 충돌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 한반도는 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른 셈이다. 주변 4강은 일단 북한체제의 연착륙을 선호하는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 美, 누가 됐든 조속안정 선호 미국 정부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명의로 19일(현지시간) 김 위원장 사망에 조의를 표했다. 성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교적 격식은 차렸지만 분명하게 ‘조의’(condolence)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이번 사안을 놓고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명은 김 위원장의 공식 직함을 표기했다. 국가명도 평소 쓰던 ‘북한’이란 약칭 대신 정식 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있는 그대로 사용했다. 미국 정부가 이번에도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외교 기본원칙을 충실히 따른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평소 북한에 대해 차가운 논평을 자주 내놨던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이 이날만큼은 “우리는 북한의 애도기간을 존중할 것”이라고 하는 등 우호적인 표현으로 일관한 것에서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날계란을 옮기듯 발언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구사했다. 혹여 북한을 자극할까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국 정부의 반응을 종합하면, 미국은 김정은이 됐든 누가 됐든 미국에 도발하지 않는 한 북한의 새 지도체제를 인정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가급적 북한이 김정일 체제의 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혼란 없이 안정을 굳히기를 바라며, 그에 따라 북·미대화를 조속히 재개했으면 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 같은 자세는, 북한이 혼란에 빠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기존 체제대로 유지되는 게 미국의 이익에 더 부합한다는 계산의 발로로 풀이된다. 북한 체제가 동요하는 시나리오는 미국 입장에서 득실이 불투명한 반면, 기존 체제 유지에 따른 득실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미국 국내 사정 때문에 북한의 혼란을 바랄 여유가 없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로 미국은 더 이상 대외문제에 무력으로 개입하기 힘든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겨우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수습하면서 국방예산 감축에 들어갔다. 이러니 북한은 물론 중국과의 정면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급변사태는 미국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한반도 정정이 불안해질 경우 글로벌 경제에 악재가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내년 재선을 앞두고 경제회복이 급선무인 오바마로서는 북한 등 안보 현안들이 추가로 악화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상황이다. 결국 미국 입장에서 걱정되는 시나리오는 북한의 새 지도부가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핵실험 등 군사적 도발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 정권의 혼란으로 핵이 통제불능 상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유화적 제스처를 쓰는 것은 북한의 새 지도부나 군부가 강경노선을 택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中, 대북외교 ‘특수딱지’ 떼기? 중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김정은 체제의 조속한 안정에 올인하는 양상이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19일 발표한 조전을 통해 ‘김정은 영도’를 처음으로 인정한 데 이어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20일 오전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문하면서 또다시 ‘김정은 영도’를 언급함으로써 중국의 의중을 드러냈다. 특히 후 주석 조문은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북한 당국의 발표 후 이틀이 지난 시점에 장쩌민(江澤民) 당시 주석과 함께 조문한 것보다 하루 빠르다. 동행인사들도 당시보다 거물급이다. 중국중앙(CC)TV 등 관영 언론들도 김정은을 집중 조명하면서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는 “동북아 안정은 북한의 안정을 필요로 한다.”면서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북한의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중국이 과도기의 북한에 믿을 만한 지지 국가가 돼야 하며 외풍을 막아 줘야 한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중국이 신속하게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는 등 안정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한반도가 요동치는 것을 원치 않고, 그런 차원에서 김정은을 내세운 북한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을 이끌 새 지도자가 김정은이든 아니든 중국은 북한의 조속한 안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기존 북·중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가끼리의 정상적 외교관계가 아닌 당 대 당 등 ‘특수관계’로 점철된 대북외교를 정상화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면서 자국의 외교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현실에서 더 이상 북한과의 ‘특수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19일 중국이 발표한 조전은 공산당과 전인대, 국무원, 중앙군사위 등 4개 기구 명의로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등 5개 기구에 보냈다. 김 주석 사망 때 최고실력자 덩샤오핑과 장 주석, 리펑(李鵬) 총리, 차오스(喬石) 전인대 상무위원장 개인 명의로 보낸 것과 대비된다. 조전을 양제츠(楊??) 외교부장이 주중 북한대사관 대리대사를 불러 전달한 것에서도 공식외교 관계로의 전환 의도가 읽힌다. 중국과 북한은 김 위원장이 생전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비공식방문’을 표방하면서 돌아갈 때까지 모든 일정을 비밀에 부쳐 왔다. 하지만 중국 내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비밀유지가 힘들어졌고, 중국은 북한 측에 공식적인 외교관계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관계가 국가 대 국가로 정상화됐는지는 향후 김정은의 방중 등에서 확실하게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Six Senses Resorts in Vietnam-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

    Six Senses Resorts in Vietnam-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

    Six Senses Resorts in Vietnam 식스센스 닌반베이,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 Six Senses Ninh Van Bay & Evason Ana Mandara Nha Trang 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 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그녀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비행기 안까지 끌어안고 탑승한다. 소곤소곤 전화 몇 통으로 정리를 해보지만 계획한 대로 처리하지 못한 일들에 잔걱정들이 밀려든다. 심호흡, 습관적인 마인드 컨트롤. 안전띠를 매고 마침내 핸드폰을 끈다. 이제 비행기는 이륙할 것이고 이름도 감각적인 ‘식스센스 리조트’를 향해 베트남으로 출발할 것이다. 떠나온 일상의 잔상과 새로운 목적지의 정보가 뒤섞여 겹쳐지며 혼선을 빚지만 모든 걸 접어두고 잠깐 눈을 붙이기로 한다. 운이 좋다면 달콤한 숙면 뒤에 새로운 세상이 찾아올 것이다. 글·사진 한윤경 기자 취재협조 에이투어스 02-572-2622 www.atours.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ix Senses Ninh Van Bay 식스센스 닌반베이 내 안에 잠든 식스센스를 깨우다 야트막한 산을 길게 배경으로 두르고 자리한 해변 위로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별이 내려앉은 듯 불 밝힌 선착장에 배가 가뿐하게 자리를 잡는다. 한눈에 들어오는 나지막한 숲과 그 안에 파묻힌 식스센스 닌반베이의 빌라들은 너무도 다소곳해 한 덩어리인 듯 하늘 아래 편안하다. 푸근한 환대를 받으며 흙길을 지나 빌라로 향하는 순간은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떨치고 자연으로 스며들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숲길을 지나 당도한 곳에 파도 소리 들리는 비치 빌라가 자리했다. 천장 없이 나무 아래 덩그라니 자리한 샤워시설과 나무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개방형 욕실에, 문 없는 화장실까지. 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인테리어다. 하지만 잠깐의 당혹스러운 순간이 지나면 곧 신나고 발랄한 자유로움이 마음속을 간질인다. 몸을 둘러싼 딱딱한 껍질들을 하나씩 훌훌 던져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다. 객실 문을 열고 나서면 나만의 수영장, 한 발짝 더 나아가면 꿈결 같은 나만의 해변이 조용히 펼쳐져 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본다. 침 흘리게 예쁜, 티끌 하나 없이 파란, 흰 구름이 뭉개뭉개 떠 있는, 빽빽한 나무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을 내보이는, 물 위에 뚝 떨어진 하늘, 하늘이다. 그리고 저 멀리 펼쳐진 보석 같은 바다, 산의 풍경이 홀리듯 눈길을 사로잡는다. 눈은 저절로 넓고 멀리 시선을 던지며 그 너머의 것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가닉 가든이 자리한 야트막한 담장 너머를 기웃거린다. 별 모양의 노란 스타 프루트가 연한 녹색 이파리들 사이에 반짝반짝 매달려 있다. 과일이란 모름지기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어떤 사람’의 딱딱한 머리가 신선한 발견에 말랑말랑 유쾌해지는 순간이다. 뱀처럼 긴 모양새의 호박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수나 레몬그라스, 모닝글로리 등 허브와 과일이 지천이다. 식스센스 닌반베이의 오가닉 가든은 리조트의 친환경적 취지를 단박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커다란 삽이 있다면 한 삽에 떠 넣어 챙겨 오고픈 아름다운 텃밭이다. 그 텃밭 한가운데 투박한 나무 식탁에 앉아 정성스럽게 키운 재료로 맛을 낸 건강한 음식을 탐하는 시간이란 너무도 향기로워 두말이 필요 없다. 파랗던 하늘을 뒤덮으며 먹구름이 몰려오고 후두둑 소나기가 쏟아져 내린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지만 이 또한 즐거운 일. 잠시 소나기가 지나간 길은 흙 냄새와 녹음의 향기가 더욱 진하다. 깊은 숨으로 비 묻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빌라 옆에 세워둔 자전거의 안장 위에도 빗물이 앉았다. 빗방울을 툭툭 털어내고 올라앉아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그림처럼 어우러진 주변 풍경들이 느린 속도로 온몸을 스쳐지나간다. 식스센스 닌반베이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토속적이며-Local, 오가닉하고-Organic, 건전하며-Wholesome, 동시에 계몽적이고-Learning, 영감을 주는-Inspiring, 즐거운-Fun 체험-Experience’을 표방하는 ‘느리게 사는 삶-SLOW LIFE’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리조트 건물이나 인테리어, 소품에 있어서도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인공적 덧칠을 자제했다. 객실에 제공되는 물 또한 모두 현지에서 정화해 자체 조달한 생수로, 플라스틱이나 인공 포장재 등의 반입을 줄이고자 신경썼다. 그런 식으로 자연과 환경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자연 보호를 뚝심 있게 실천하고 있다. 생수 판매 대금은 물 부족 국가 기금으로 기부하는 등 지역 보호와 발전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이러한 시도들과 더불어 투숙객들로 하여금 어떻게 자연 속에서 새로운 개념의 휴식과 체험이 가능한지 생각하게 해준다. 식스센스 닌반베이에 머물다 보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가만히 말을 걸어 온다. 구석구석에 자리한 아름다운 공간들은, 쉽지 않은 결단들을 도와주는 영적인 장치들을 준비하고 있다. 툭툭 던져 받는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재구성하게 된다. 살면서 엉킨 머릿속을 말끔하게 리셋하고 싶을 때 자동적으로, 간절히 생각날 법한 그곳이다. 선착장에서 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그들을 포함해서, 그 깨끗하고 조용한 위로가 그리운 순간이 불쑥 찾아올 것만 같다. 1 식스센스 닌반베이는 객실 인테리어나 생수까지 자연 보호와 지역 공동체 기여에 중점을 두고 있다 2 바다를 향해 활짝 열려 있는 식스센스 닌반베이의 록커리 워터빌라 객실 3 자연 속으로 스며든 듯 자리한 빌라는 자연의 일부분 같다 4 닌반베이의 파란 바다와 하늘, 야트막한 산언덕과 해변의 하얀 모래는 빛나는 휴식의 순간을 보장한다 5 싱그러운 공기와 함께 즐기는 오가닉 가든에서의 점심식사 6 별처럼 빛나는 스타 프루트 7 닌반베이의 아름다운 저녁놀을 배경으로 선셋 크루즈를 즐길 수 있다 Resort info. Six Senses Ninh Van Bay 식스센스 닌반베이 식스센스 닌반베이 리조트는 나트랑에서 배를 타고야 비로소 접근할 수 있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닌반베이에 자리하고 있다. 하늘과 바위, 산과 해변, 우거진 수풀만이 리조트를 감싸고 있다. 나트랑 공항에서 리조트 선착장까지 1시간 정도, 선착장에서 보트로 20분 정도 이동하면 리조트에 닿는다. 식스센스 닌반베이 리조트에는 비치 풀빌라, 힐탑 빌라, 록커리 워터 빌라, 록 빌라, 스파 스위트 빌라, 프레지덴셜 빌라 등 모두 58개의 빌라가 숲속과 바닷가를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각 빌라마다 널찍이 자리잡아 투숙객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있고 그렇게 보장받은 은밀함은 단지 자연을 향해서만 활짝 열려 있다. 레스토랑은 조식 뷔페를 제공하는 다이닝 바이 더 베이 레스토랑, 점심을 제공하는 다이닝 바이 더 풀, 저녁 7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닌반베이의 아름다운 바다를 눈과 귀로 만나며 와인과 코스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다이닝 바이 더 락이 운영된다. 그 밖에도 드링크 바이 더 베이에서의 술 한잔, 와인 동굴에서 즐기는 특별한 디너, 오가닉 가든에서 맛보는 웰빙 점심식사 등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 또한 식스센스 닌반베이 리조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스센스 스파와 요가 클래스, 닌반베이의 바다를 온전히 체험하는 각종 액티비티와 선셋 크루즈 등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주소 Ninh Van Bay, Ninh Hoa, Khanh Hoa, Vietnam 문의 +84 58 352 4268 www.sixsens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Evason Ana Mandara Nha Trang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 품격 있고 럭셔리하게 머물다 빌라는 푸른 정원에 폭 안겨 있다. 그 정원을 따라 산책하듯 거닐면 아기자기한 길목과 텃밭, 연꽃 가득한 연못과 레스토랑, 풀장과, 그리고 마침내 탁 트인 해변을 만나게 되는 구조다. 아름답고 색깔 고운 정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눈부신 햇살이 스며들고 소박한 자연의 빛깔이 더욱 돋보이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장식들을 만날 수 있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질감도 정겨운 나무와 돌과, 투박하지만 따스한 천연의 재료들로 꾸민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편안하고 격조 있는 품위를 드러내며 여행자를 반긴다. 해변으로 이어진 객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수목 가득한 안쪽 뜰과 달리 비치 빌라가 자리한 앞쪽은 곱고 하얀 모래사장을 따라 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다. 열대수목으로 조성된 정원을 지나 곱고 흰 모래 해변이 펼쳐지고 저 너머에 파란 바다가 넘실댄다. 그 해변에 그림처럼 놓여 있는 그늘집과 선탠 베드를 배경으로 웨딩 촬영이 진행 중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기에 부족함 없이 완벽하고도 평화로운 배경이다.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공간은 자연스럽게 로비에서 정원으로, 정원에서 객실로, 객실에서 테라스로, 테라스에서 해변과 바다로 나만의 공간이 무한 확장되는 것 같은 평화로운 착각을 준다. 그 모든 것은 리조트 입구를 들어서서 나트랑 도심의 들썩임이 순식간에 잦아드는 순간 이루어지는 신비 체험이기도 하다. 나트랑 도심과 가까운데다 전용해변까지 갖춘 이 공간은 유독 도시여행의 즐거움과 휴양,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은 여행자들에게 안성마춤일 듯싶다. 1 나트랑 도심에 자리한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은 아름다운 전용 해변을 갖춘 고품격 리조트로 도시여행과 휴양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안성마춤이다 2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객실 인테리어는 천연 소재로 단순하지만 품격 높은 격조를 보여 준다 3 리조트는 열대 수목으로 우거진 정원 안에 편안하게 자리했다. 앞으로 눈부신 해변이 펼쳐지고 정원 곳곳에 쉴수 있는 오두막과 연못, 요가 데크가 자리해 있다 4 리조트 안에 자리한 2개의 수영장은 바다와 하늘의 푸른 빛과는 또 다른 유쾌한 블루를 선보인다.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테라스 풀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Resort info. Evason Ana Mandara Nha Trang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 ‘손님을 위한 아름다운 집’이라는 뜻의 아나만다라. 아름다운 외양 못지않게 따뜻하게 방문객을 환영한다. 1만6,000m2 규모에 가든뷰 빌라, 수페리어 씨뷰 빌라, 디럭스 씨뷰 빌라, 디럭스 비치프론트 빌라, 아나만다라 스위트 등 74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두 채의 객실을 연결해서 쓸 수도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레스토랑은 24시간 조식 뷔페부터 다양한 점심 저녁 메뉴를 준비하고 있는 아나 파빌리온 레스토랑부터 저녁이면 베트남 전통 공연과 길거리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비치 레스토랑, 로비 바, 풀 바까지 기분에 따라 다채로운 맛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식스센스 스파는 동서양의 각종 트리트먼트 테크닉을 이용해, 진정한 웰빙 스파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밖에도 2곳의 수영장과 짐, 비즈니스 센터, 기프트숍 등이 있어 투숙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공항에서 차로 40분 정도. 나트랑 도심에서 1km 정도 거리로 나트랑 시티투어 등 리조트 밖에서 즐기기에도 좋다. 주소 Beachside Tran Phu Blvd, Nha Trang, Vietnam 문의 +84 58 3522 222 www. evasonresorts.com T clip.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나트랑은 베트남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나짱이라고 불린다. ‘하얀 집’이라는 뜻의 나트랑 이미지처럼 유난히 하얀 해변의 모래와 파란 바다는 많은 유럽 사람들을 매혹시켜 왔다. 호치민에서 비행기로 약 50분 거리로 200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의 미항으로도 뽑힌 바 있다. 나트랑의 대표 볼거리로는 24m에 달하는 좌불상으로 유명한 롱선사Chua Long Son 불교사원, 고딕 양식의 가톨릭 성당인 나트랑 대성당Nha Tho Nui, 참파왕국의 사원으로 나트랑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힌두사원 포나가르 참탑Thop Cham Ponagar, 나트랑 최대 규모의 야외 시장인 담 시장Cho Dam 등이 있다. 나트랑 가는 길 인천에서 호치민까지 베트남항공이 매일 운항 중이다. 호치민에서 나트랑까지는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이동한다. 인천에서 호치민까지 비행시간은 약 5시간30분 정도. 호치민에서 나트랑까지는 약 50분가량 걸린다. 날씨 일반적으로 고온다습한 5~10월까지의 우기와 비교적 여행하기 좋은 11~4월까지의 건기로 나뉜다. 환율 2011년 11월 기준, 1만동은 약 530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씨줄날줄] 당명개정/임태순 논설위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는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이다. 물체나 사람에 이름이 없으면 존재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이름이 붙으면 비로소 존재에 생명력이 불어넣어지고 유의미한 존재가 돼 ‘꽃’이 된다. 이름이 부여돼야 정체성을 갖게 되는 만큼 이름은 중요하다. 동양에서는 이름이 그 사람의 운명과 길흉화복을 결정짓는다 하여 성명의 음양, 횟수, 음운 등을 분석하여 신중하게 이름을 지었다. 어렸을 때와 성인이 됐을 때의 이름이 다르고 어른이 돼서 자(字), 호(號)를 갖는 것도 호칭을 통해 자아를 구현·실현하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 정치를 이끌어온 주요 정당들은 수많은 이름을 갖고 명멸해 왔다. 미국이나 영국이 민주·공화, 보수·노동당 등으로 큰 변화 없이 고착화된 구조를 이루어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큰 틀에서는 양당구조였지만 정당의 부침은 심했다. 독재, 쿠데타 등 정치적 격변도 원인이지만 정당이 이념이나 정책 중심이 아니라 특정인에 의해 유지·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국민회의, 열린우리당 등 주요 정당들이 모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대통령을 배출했으나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자 모두 간판을 내렸다. 민주정치를 구현해야 할 정당이 1인 지배구조였다는 것은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최근 기존 정당들이 안철수 바람 등으로 변신에 내몰리고 있다. 진통 끝에 야당 통합을 이룬 민주당은 지난주 당명을 민주통합당으로 개명, 새출발을 했다. 반면 국정 난맥,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사건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한나라당은 쇄신파로부터 개명 요구를 받고 있지만 당명 변경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당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상징성은 크지만 어쩌면 환골탈태, 쇄신의 가장 간편하고 쉬운 방법일 수 있다. 자신의 과오를 당명 변경을 통해 지우려는 편의주의적인 발상도 엿보인다. 오명(汚名)을 씻기 위해 철저히 반성하고 하나하나 진정성 있게 고쳐 나가면 더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 정치적 기득권을 과감히 내던지고 당 운영을 민주적으로 하는 등 소프트웨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국민들도 다시 관심을 보일 것이다. 쉬운 길보다는 힘든 길을 가야 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흥선대원군의 인간적 고뇌·갈등 재조명

    아들 고종의 즉위로 조선 역사상 유일하게 살아 있는 왕의 아버지로서 한때 최고의 권력을 휘둘렀던 흥선대원군 이하응.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그를 쇄국의 원흉, 천주교를 박해하고 아들의 권력을 탐한 희대의 정치가로 기억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세도정치로 피폐한 국가를 재건한 개혁의 영웅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원규는 신작 ‘불의 궁전’(문학의문학 펴냄)에서 풍전등화와 같은 19세기 말 조선의 역사와 마주선 개혁가로서 흥선대원군을 재조명했다. 작가는 “그가 집권했던 격랑과도 같이 몰아치던 10년은 조선 말기 역사,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앞날을 결정짓던 매우 중요한 시대였다. 폭풍과도 같았던 시대의 중심에 선 한 인간의 고뇌는 오늘의 우리 모두가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우리 시대 하류 인생들의 삶을 그린 ‘열외인종 잔혹사’로 주목받기 시작한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역사심리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대원군의 진면목을 제시하고 있다. 이하응은 인조의 셋째 아들 인평대군의 8세손으로 왕권과 그다지 가까운 왕족이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 남연군이 정조의 이복형제인 은신군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영조에서 이어지는 왕가의 가계에 편입된다. 그러나 당시 세도가인 안동 김씨는 왕의 재목으로 보이는 왕족들을 끊임없이 견제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야심 없는 파락호를 자처하고 ‘상갓집 개’라는 치욕적인 별명까지 얻으며 세도가들의 눈을 피한 이하응은 조대비와 연줄을 대어 자신의 야망을 이룰 기반을 마련한다. 1863년 12월 초 철종이 사망하자 조대비는 이하응의 둘째 아들 명복을 철종의 후사로 지명한다. 열두 살 소년 왕을 대신해 전권을 쥐게 된 흥선대원군은 개혁 정책을 통해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하고 무너진 왕권의 회복에 나선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권력도 고종이 친정을 선포하면서 막을 내린다.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 심리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역사적 주요 사건을 촘촘히 엮어 나가면서 서사 빈곤의 함정을 피해 나가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심리적 통찰과 끈질긴 내면 추적이 작품 전반에 긴장감을 더 한다. 작가는 “소설이란 픽션의 도구를 빌려 결코 평범할 수 없는 비범한 한 인간의 영웅적 기개를 나타내고 싶었다. 또한 격랑의 풍상을 겪어 낸 대원군의 내면에 가혹하게 드리워져 있는 인간적 고뇌와 갈등, 숭고하기까지 한 집념을 그려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함혜리 문화에디터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박수속에 한 해를 보내는 문화유산/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열린세상] 박수속에 한 해를 보내는 문화유산/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지난달 28일 한국 무형유산의 가시성과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쾌거’가 있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6차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 위원회에서 한산모시짜기가 택견과 줄타기와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택견과 줄타기는 예비심사 단계에서 이미 ‘등재 권고’를 받아 유네스코 정부간 위원회 회의 관례상 등재가 확실시됐으나 한산모시짜기는 예비 심사에서 ‘정보 보완 권고’(등재 보류) 판정을 받아 등재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국대표단의 적극적인 교섭활동으로 위원국들의 지지를 얻어내 막판에 등재되었다. 한산모시짜기 등재가 쾌거인 이유는 ‘정보 보완 권고’를 받은, 각국에서 신청한 26건의 무형유산 중 유일하게 대표 목록에 등재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은 2001년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2003년 판소리, 2005년 강릉단오제, 2009년 강강술래·남사당놀이·영산재·제주 칠머리당영등굿·처용무, 지난해 가곡·대목장·매사냥에 이어 모두 14건에 이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5000년의 역사와 함께 형성된 우리 무형유산의 가시성과 중요성이 하나하나 국제적으로 인정받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우리의 무형유산 제도가 무형유산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도록 구체화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무형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에 기여함으로써 전 세계의 문화다양성을 보여 주고, 인류 창의성을 증명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삶의 일부로서 우리의 공동체·개인이 자유롭고 광범위하게 참여하면서, 수천년 세월의 켜로 축적해 놓은 우리 무형유산의 보호와 증진은 ‘우리’를 넘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재인식되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발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젠 단순한 전승과 보존, 보호를 넘어 활용과 증진을 통한 가치를 재인식하면서 그 의미망들을 다양하게 확산해야 하는 과제들이 ‘유네스코 무형유산 대표목록’ 수만큼 시나브로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이런 문화적 흐름 속에서 문화유산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재청과 우리 재단은 다양한 문화유산 활용과 증진의 방안들을 모색해 왔다. 문화재청이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살아 숨쉬는 5대궁 만들기’ 사업은 그 대표적인 정책 중의 하나였다. 특히 4~6월, 9~10월 음력 보름을 전후해 유네스코 세계유형유산인 창덕궁에서 행해진 달빛 기행은 달빛 속 궁궐의 야경, 전통공연으로 구성되어 유·무형 유산의 ‘융합’적인 활용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매회 관람인원이 100명 내외로 제한되긴 했지만, 예약시작 몇 분 만에 마감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10월에 2회에 걸쳐 국보 224호 경복궁 경회루에서 진행된 전통공연 ‘연향’도 문화계의 찬사를 받았으며, 유·무형유산 활용과 가치 증진의 사례로 기록될 만한 기품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경회루의 건축미와 경복궁의 아름다운 야경, 경회루의 연못, 만세산 등을 ‘무대배경’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빚어 인류 무형유산인 강강술래, 판소리 그리고 궁중정재 가인전목단, 오고무, 선유락의 춤사위를 펼치며 인류 무형유산에 걸맞은 연출력으로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 외에 국악 버라이어티 공연으로 국악인이자 배우인 오정해씨 사회로 진행되는, 전국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굿보러가자’ 공연에 우리 전통 탈을 만들어 써보고, 그 용도를 이해하는 체험프로그램 ‘찾아가는 문화유산’을 더해 예능과 기능(공예)의 ‘융합 프로그램’ 역시 성공적인 문화유산 활용과 증진의 모범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와 형식의 유·무형 유산의 융·복합적 활용 방법은 고루한 전통문화 접근 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관람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어 문화유산의 저변을 넓히며 그 자체로 전승, 보전에 기여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접근 방법에 따라 잠재된 무한한 가치가 드러나면서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의미들이 재해석되고, 재발견되어 풍성한 문화적 자산들을 재생산하고 확산시키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한자 몰라도 문서작성 걱정마세요

    문장의 의미에 맞게 한자를 자동으로 변환하는 ‘똑똑한’ PC 프로그램이 개발돼 문서작성 때 한자 변환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고 한자를 모르는 한글세대의 한자 교육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울산대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전기공학부 한국어처리연구실은 한자 자동변환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난 10월 ‘2011 국어정보처리시스템 경진대회’(문화체육관광부·국립국어원 공동 주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 프로그램은 문서를 작성할 때 한자변환 시간을 단축하고 한자를 잘 모르는 한글세대의 한자 교육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다. 대학 측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PC상의 문서작성에서 한글 뜻에 맞는 한자를 하나하나 찾아 바꾸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모든 글자가 자동 변환되기 때문에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 사전을 지원하도록 설계돼 누구나 신조어(新造語) 등을 등록할 수 있고, 등록 즉시 분석을 가능하게 해 준다. 옥철영 한국어처리연구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망’을 검색어로 할 경우 ‘죽다, 별세하다, 돌아가다’ 등 동일 의미의 문장까지 모두 찾을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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