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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일의 어린이책]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이종란 등 지음

    ‘철학’이란 단어를 듣기만 해도 지끈지끈 머리부터 아플 어린이들. 철학을 공부하는 나이는 따로 있다는 편견을 깨주는 시리즈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자음과모음이 펴내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철학은 누구나 어디서나 하는 것”이란 명제를 재미있는 화술로 웅변한다. 역사를 빛낸 철학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봄은 물론, 그들의 사상이 일상 속에 실핏줄처럼 녹아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두루 귀띔해준다. 초등 중학년 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춰 창작동화처럼 엮어가는 이야기여서 아이들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플라톤이 들려주는 이데아 이야기’를 1권으로 출발한 시리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들려주는 행복 이야기’ ‘최한기가 들려주는 기학 이야기’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자들의 세계를 먼저 소개했다. 최근 추가된 것이 ‘공자가 들려주는 인(仁)이야기’를 포함한 12권. 그러니까 소크라테스, 정약용, 벤담, 헤겔, 그람시, 프로이트 등 12명의 철학자들이 시리즈 목록에 새로 들어온 셈이다. 평범한 생활 모티브에서 이야기의 싹을 틔운 뒤 어린 주인공에게 스스로 ‘왜’와 ‘어떻게’의 해답을 찾게 유도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양명학을 발전시킨 중국 명나라 철학자 왕수인(1472∼1528)을 조명한 ‘왕수인이 들려주는 양지 이야기’(13권·이종란 지음). 지행합일(知行合一) 사상으로 대변되는 왕수인의 철학세계를, 책은 서울에서 시골 할머니댁으로 막 이사온 초등생 소녀 왕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에둘러 풀어보인다. 시골분교에서 만난 개구쟁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양명학의 기본개념을 소개하는가 하면, 새엄마의 등장으로 갈등하다 마음을 다잡아가는 과정에 양지(良知)의 의미를 실어놓기도 한다. 평범해보이는 동화책을 읽었는데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독서 지평을 넓혀 아이들에게 책읽기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데에도 적잖은 역할을 해줄 듯하다. 학습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으니 조급증 많은 학부모들에게도 반가울 책. 사물을 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이 곧 논술실력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100권까지 나올 예정이다. 초등3년 이상. 각권 97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방한 취소 도슨, 갑작스런 관심 부담 컸나

    “조용하고 과학적으로 친부모를 찾겠다.” 토리노동계올림픽 스키프리스타일 남자 모굴에서 동메달을 딴 한국인 입양아 토비 도슨(29·미국)이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방한을 취소했다. 도슨은 새달 1일 지산리조트에서 열리는 월드컵대회 참가 차 오는 26일 한국에 올 예정이었다. 도슨은 22일 새벽 자신의 에이전트인 짐 스피넬로를 통해 한국 대회 불참 의사를 한국선수단에 통보했다. 스피넬로는 “도슨은 올림픽이 끝나면 한국으로 가지 않고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이라면서 “한국 방문은 나중에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내에서 들끓고 있는 친부모찾기 열풍을 의식한 듯 “조용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찾고 싶어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동메달을 딴 이후 한국에서 친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온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 몇차례의 한국 방문에서도 친부모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왔지만, 결국 찾지 못하는 등 그동안 심리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다. 최근에도 친부모임을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200여통이 넘는 이메일이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자칫 자신의 불참이 유명세에 따른 것으로 왜곡될 것을 우려, 도슨은 “한국인 핏줄임이 여전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월드컵대회 주최측인 지산리조트는 “아직 도슨이나 미국대표팀으로부터 공식적인 불참 통보는 없었다.”고 밝혔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K리그에 얼짱 ‘北風’

    독일월드컵 최종 예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이 무렵 북한축구대표팀의 ‘꽃미남 미드필더’ 안영학(28)은 “북과 남이 나란히 예선을 통과해 단일팀으로 뛰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북한의 독일월드컵 본선 탈락으로 소망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대신 남녘의 그라운드에서 한핏줄을 나눈 남한 선수들과 뛰게 됐다.19일 프로축구 K-리그 부산 아이콘스의 입단이 확정된 것. 안영학은 북한 국적 최초의 선수로 남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북한 국적 선수로는 처음 그가 태어난 곳은 일본. 광복 전 전라도가 고향인 할아버지가 대한해협을 건너간 뒤 그곳에서 가족들을 꾸렸다. 따라서 그는 3세대째 일본에 뿌리를 내린 뒤 특별영주권을 얻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소속이다. 그러나 귀화를 하지 않아 국적은 북한으로 남아 있다. 사실 조총련계 출신의 K-리그 선수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01년 양규사(28)가 울산 현대에 입단, 한 시즌 국내에 머물며 5경기(2골)를 소화한 적은 있지만 북한 국적은 아니었다. 안영학은 1978년 10월25일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었다.‘꽃뿌리의 강인함을 배우라.’는 뜻이라고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밝혔다.5살 때 부모를 따라 ‘대처’인 도쿄로 이사한 그는 동경 제3조선초급학교와 중고급학교를 거쳐 닛쇼대학에 입학했다.2002년 일본프로축구 2부리그이던 니가타 알비렉스에 입단, 어릴 적 꿈꾸던 축구 인생의 길에 뛰어들었다.3년간 니가타에서 69경기를 뛰며 팀을 1부리그에 올려놓는 데 핵심 역할을 해냈고,2004년에는 J-리그 전반기 ‘베스트11에’ 뽑히기도 했다. 이전 소속팀 나고야 그램퍼스의 네루시뇨 감독은 “안영학의 체력과 정신력은 일본에서 최고 수준”이라면서 “멀티플레이어의 자질까지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외모 수려해 벌써 팬들 생겨 북한대표팀 경기에 처음 나선 건 지난 2002년 남북통일축구대회 때. 이후 월드컵 1,2차 예선 등 6차례의 A매치에 출전해 2골을 넣었다.182㎝,77㎏의 훤칠하고 단단한 몸매에다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해 벌써 남쪽 축구팬들까지 확보했다. 일본에서 만든 자신의 홈페이지는 물론 국내의 유명 포털사이트에 ‘북한축구 꽃돌이 안영학’이라는 카페가 생겨났을 정도. 안영학의 국내 진출로 올시즌 K-리그는 물론 남북의 축구교류에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안영학을 영입한 부산은 “향후 북한 실업팀과의 교환경기 등 다방면에서 남북축구의 새 지평을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인류문명의 요람 터키 이스탄불

    [이슬람 문명과 도시] 인류문명의 요람 터키 이스탄불

    가까운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나에게 ‘평생 딱 한 군데를 보고 죽으라면 어디를 추천하겠냐?’고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스탄불을 꼭 가보라고 권한다. 한 도시에서 인류가 이룬 5000년의 결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인류가 문명이란 이름으로 만들어 놓은 온갖 희망과 고뇌가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오리엔트, 그리스, 로마, 비잔틴 그리고 이슬람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인류의 역사가 이스탄불이란 좁은 공간에서 한 점으로 만난다. 그래서 역사학자 토인비는 이스탄불을 ‘인류 문명의 살아 있는 옥외 박물관’으로 불렀다. 유네스코가 이스탄불 역사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뿐이랴. 이스탄불은 이슬람과 기독교가 자연스레 만나 공존과 협력을 가르쳐 준 인류의 큰 스승이다. 자기 것만 내세우고, 자기 가치만 선이라고 믿고 있는 불행한 광신의 시대에 이스탄불은 문명에 대한 겸손은 물론 더불어 함께 사는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삶의 현장이다. 그런데 90번째로 찾은 이번 방문에서는 유럽연합 가입 문제로 이스탄불 전체가 시끌시끌하다.“유럽연합이 요구하는 32개에 달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다가는 국가를 통째로 내어주게 돼 있어요.” “국민의 99%가 이슬람을 믿고 있는 터키가 어떻게 기독교 공동체인 유럽연합에 통합될 수 있겠어요?” “그래도 자유로운 노동시장 이동과 경제적 이익 때문에 유럽의 일원이 되는 게 옳아요.” 21세기 새로운 변화를 온몸으로 헤쳐 나가려는 터키 사람들에게서 나는 어떤 희망을 읽었다. 습관대로 구시가 유적지로 발길을 돌렸다. 나는 이스탄불을 음미하면서 항상 그리스정교의 총본산인 6세기 비잔틴 건축물, 성 소피아 성당에서 출발한다. 맞은 편에는 천년이란 시차를 두고 블루 모스크가 6개의 첨탑과 장대한 돔을 뽐내며 서 있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 오른쪽 광장은 히포드롬이라 불리는 로마시대 원형 경기장이다. 그리고 성 소피아 뒤편 바닷가에는 고고학 박물관과 500년간 유럽과 세계를 지배했던 오스만 대제국의 왕궁 토프카프가 숨어 있다. 초대 왕궁이었던 이스탄불 대학 정문으로 나오면 베야지트 광장에 벼룩시장이 섰고, 그 옆의 고서점가에서는 희귀 자료를 판다. 운 좋게 신라시대 한반도를 묘사한 고지도 사본을 구해볼 수 있었던 1984년 5월. 그 유학시절의 어느 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흥분이 된다. 로마시대 지하 저수궁전을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실크로드의 종착지였던 대시장 그랜드 바자르가 뜨거운 흥정의 열기를 품어낸다. 터키석도 이곳에서 살 수 있다. 이 엄청난 유산들이 모두 5분 거리의 시야에서 내가 한꺼번에 차지할 수 있는 진정한 보물들이다. 이스탄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다. 기원전 7세기 그리스 통치자 비자스는 오랜 기도 끝에 ‘눈먼 땅에 새 도시를 건설하라.’는 델피 신전의 신탁을 받았다. 이 의미를 깨닫기 위해 고심하던 비자스는 보스포루스 해안 맞은편 언덕과 마주친 순간 무릎을 쳤다. 그곳에는 보스포루스와 마르마라 해, 에게 해 이 세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요새에다 세상의 절경이 숨어 있었다. 그 누구도 눈이 멀어 미처 보지 못했던 언덕에 비자스의 도시 비잔티움이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지상의 낙원이란 비잔티움의 운명이 순탄할 리 없었다. 로마와 비잔틴 시대 1000년 동안은 콘스탄티노플로 당당한 이름을 날리다가 1200년에는 십자군의 침략을 받고 다시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초토화됐다. 결국 1453년 5월29일 오스만제국이 이 도시를 점령함으로써 이스탄불이 됐다. 그리고 인류는 이스탄불과 함께 중세를 마감하고 근세의 새 시대를 열었다. 이 모든 역사의 현장이 보스포루스 해협이다. 크루즈를 타고 1200만 대도심 한가운데 두 대륙을 가르며 흐르는 보스포루스에 서보자.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경치와 오른팔로 아시아를, 왼팔로 유럽을 감아 올린 그 기분, 그 감격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을까. 이스탄불이 주는 빼놓을 수 없는 선물은 그곳 사람들의 친절함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한국 사랑이다. 지구촌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일등국민 대접을 받고 형제로 반겨주는 나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 주고 평가해 주는 참된 친구가 있는 나라가 터키다. 월드컵 이후 그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다짜고짜 우리를 끌어안았다. 터키팀 응원을 위한 서울 시민 서포터스라고 하자, 양볼에 입을 맞추고 반가워한다. 마음이 실려 있는 환영에 우리는 감동한다. 처음 보는 터키의 보통사람들. 아무리 바빠도 차 한잔 대접하겠다며 근처의 찻집으로 안내한다. 터키의 한국 사랑은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알타이 민족으로 먼 옛날 중앙아시아에서 한 핏줄로 살았다는 동류의식을 강하게 간직하고 있다. 교과서에서도 그렇게 가르친다. 가까이는 한국전쟁 때 1만 5000명의 군대를 보내 3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사실 그들은 지난 50년간 한국에 대한 일방적인 짝사랑을 해왔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먹고 살기 바빠 관심을 둘 겨를이 없었을 뿐이다. 이스탄불에는 살아 움직이는 삶이 있고, 언제나 반겨주는 이웃과 친구가 있다.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문화의 향기가 가득하다. 그곳에서 우리는 역사의 위대성과 가르침을 배운다. 누군가 역사와 자연, 사람과 음식, 볼 것과 살 것을 모두 갖춘 도시 이스탄불이 있는 한 우리는 살아갈 보람을 느낀다고 했던가. 그래서 이스탄불을 한번 다녀오기만 하면 모두가 이스탄불 열병을 앓는다. 그러고는 다시 이스탄불을 찾아가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광개토 VS 블루오션

    광개토 VS 블루오션

    ‘광개토냐 블루오션이냐.´ 은행권의 영업경쟁을 주도하는 국민은행과 우리금융그룹이 펀드 판매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고 있다. 거창한 펀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두 금융회사는 각각의 펀드를 ‘대표 펀드’로 키우기 위해 판매망을 총동원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광개토 일석이조 주식형 펀드’와 우리금융의 ‘블루오션 펀드’는 지난달 비슷한 시기에 판매를 시작했고, 행장들이 1호로 가입한 뒤 판매를 진두지휘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뜨겁다. 두 펀드는 특히 외부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가져온 게 아니라 자회사가 직접 운용한다. 광개토 펀드는 국민은행의 자회사인 KB자산운용이, 블루오션 펀드는 우리금융룹의 계열사인 우리자산운용이 각각 운용하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과 ‘펀드 열풍’까지 겹쳐 설정액과 수익률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판매중인 ‘광개토 일석이조 주식형 펀드’는 지난 7월부터 출시한 ‘광개토 주식투자신탁’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후속타’로 등장했다. 지난 14일 현재 주식투자 신탁 설정액은 5529억원에 이른다. 첫날 가입 기준으로 수익률은 40.4%나 된다. 출시 첫날 가입한 고객이라면 6개월도 안돼 4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강정원 행장이 가입한 일석이조 펀드도 14일까지 2167억원 어치나 팔려나갔고, 수익률도 두달이 채 안됐지만 17.1%를 기록중이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우리금융그룹의 모든 계열사들이 집중적으로 팔고 있는 ‘블루오션 펀드’도 지난달 17일 판매 개시 이후 한 달도 안돼 2296억원의 설정액을 기록했다. 첫날 가입기준으로 14일 현재 수익률이 10.45%나 된다. 이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한 황영기 회장(은행장 겸임)은 “1조원 규모의 대표 펀드로 키우겠다.”고 그동안 강조해왔다.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이 짧은 기간에 2000억원 이상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실핏줄처럼 퍼진 판매채널 덕택이다. 국민은행은 1080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우리금융그룹도 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1102개의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다. 두 금융기관이 ‘대표 펀드’ 키우기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짭짤한 수수료 수익. 국민은행은 올해 3·4분기까지 828억원의 펀드상품 판매수수료를 올렸고, 우리금융그룹도 359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기록했다. 주식형 적립식펀드 판매 수수료는 2.5% 수준으로 마진율이 0.3% 남짓에 불과한 정기예금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인사평점에서도 펀드판매 실적의 비중이 가장 높다.”면서 “인센티브가 커 은행원들이 요즘은 펀드 팔기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길섶에서] 모닥불/우득정 논설위원

    그 시절 마을 뒤편 산 끝자락을 잘라낸 외진 곳은 겨울철 아이들의 단골 놀이터였다. 아이들은 시래기국에 꽁보리밥 한그릇을 후딱 비우곤 놀이터로 몰려들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모두가 물기 젖지 않은 솔가지, 솔방울, 솔잎을 두 손 가득 들고 왔다. 그러곤 솔 향기짙은 모닥불 주변에 모여 어제 했던 잡담을 이어갔다. 벙어리장갑조차 얻어 챙기지 못했던 아이들은 갈라터진 손등과 칼바람에 실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뺨을 불 위에 대고 연신 문질렀다. 반질반질해진 소맷자락에 흘러내리는 콧물을 쉴 새 없이 닦으면서. 누구도 점심시간이 됐다는 말이 없다. 슬그머니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면 점심을 먹고 왔겠거니 생각할 뿐이다. 그래도 놀이터엔 이따금 행운이 찾아들기도 했다. 지난가을 산비탈을 일구어 고구마 농사를 지었던 아제가 또래 아들놈을 앞세우고 주먹보다 실한 고구마 여남은개를 들고 나타난다. 재만 수북한 잔불 위로 고구마를 올리곤 생소나무 가지를 꺾어 덮으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군고구마가 만들어진다. 입가가 온통 숯검정으로 변해도 그날은 행복했다. 수은주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던 날 버스 정류장 건너편 공사장의 모닥불이 기억 너머에서 끄집어 내준 어린시절의 한 토막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당구 즐기기 남녀노소없다

    당구 즐기기 남녀노소없다

    누구나 한번쯤 대학입시의 늪에서 막 빠져나와 첫 ‘광복의 마당’으로 당구장을 찾은 기억을 가짐직한 일이다. 컴퓨터게임이니 뭐니 해서 마술같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드는 놀이들이 아주 늘어났지만 최소한 지금 30∼40대 연령층에겐 그럴 것 같다. 그만큼 당구는 한창 호기심 어린 시절에 푹 빠져들게 만든 새 놀거리 가운데 대표 품목의 하나로 결코 빼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아련한 옛 추억이 새록새록 “젊은이, 예의를 귀하게 여기는 참말로 귀족 스포츠라고 불러도 좋아. 또한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운동량이 엄청 많잖아. 하나 더 있어. 두뇌를 쓰기 때문에 우리들처럼 나이가 지긋해서도 한껏 즐길 만하지∼.” ‘홍백회’ 박달현(62)씨는 이렇게 당구 예찬론을 늘어놓는다. 어림짐작으로 알 듯도 하지만 원래 당구공이 빨간 것과 하얀 것으로 돼 있어 이름하여 홍백회라고 붙였단다.1998년 서울사대부고 14회 동기생 가운데 당구를 즐기는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처음엔 4명으로 출발한 모임이 20명으로 5배나 늘어났다며 자랑을 보탰다. 매월 셋째주 수요일마다 저녁무렵이면 서초구 서초동에 찜해 놓은 당구장을 찾아가 서로 근황과 건강을 점검해 준다. 홍백회 역시 적어도 당구장 안에서는 가물거리는 추억들을 더듬어가며 큐(Cue)를 잡는다. 어언 반세기 전의 만남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독특한 경기방식은 이들의 ‘한핏줄’같은 우애를 그대로 보여준다. 절대 맞대결은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1대1로 비교되면 의를 상할 수도 있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기 때문이다. 4구를 기준으로 회원들의 실력이 평균 100∼200점이 많아 4구 경기를 한다.3명이 한 당구대에서 경기를 벌여 1명만 본선에 올라가는 형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물론 이유는 2명이 경기에 임하면 승자와 패자가 뚜렷이 구분되고 경기 중 승패에 집착하게 돼 동창생끼리 감정이 상할 수도 있어서다. 결국 비교적 승패의 부담이 없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잘 치든 서툴든 모임의 취지를 학창시절로 되돌아가 옛 얘기를 곁들여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자는 것을 첫 목표로 삼았다.“따라서 30(점)이든 50(점)이든 실력에 전혀 관계없이 다들 시간이 되는 친구들끼리 만난다.”면서 “대학 총장, 재외 공관의 대사 등 중책을 지낸 경우도 있다.”고 박씨는 귀띔했다. 회원들은 대개 머리가 희끗희끗하면서도 줄곧 웃음을 잃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게임에 열중한다. 서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농담삼아 “그것도 못 치냐.”며 가르쳐 주기도 하는 모습은 여느 동창생들이나 마찬가지였다. 언뜻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거의가 독특한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대학 교수로 일하는 회원이 날로 오염돼 가는 지구환경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푸른 지구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 ●나는야 묘령의 당구장 소녀 ‘포켓볼 마니아’ 회원 박은지(17)양은 당구장 사장인 아빠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여고 2년인 박양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태교로 당구를 배운 것 같다.”면서 “어릴 적 당구대와 당구공을 보며 자랐는데 12세 때 큐를 잡고 배우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그러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넷 리(34·여) 선수가 한국에 오고, 각 방송에 그녀의 멋진 모습이 비춰지자 포켓볼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포켓볼을 잘 치면 아주 세련된 아이로 대접받던 터여서 호기심은 더 커져만 갔다. 15세 때에는 아시안게임 스누커 국가대표 선수들의 전지훈련장인 태국으로 건너가 현지 국가대표 수석코치로부터 스누커 기본기를 한 달간 배웠다. 태국의 문화와 스누커 당구를 배우며 하루 8시간씩 꼬박 연습했다.50∼55분을 연습하고 5∼10분을 쉬는 식으로 군대로 말하면 강행군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최근 전주에서 열린 ‘아마추어 전국대회’에서 깜짝 우승의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누렸다. 포부를 묻자 엘리슨 피셔(37)의 스트로크와 자넷 리의 멋진 플레이 자세, 그리고 김가영(22)의 승부욕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세 가지만 갖추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요즘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일단 해보고 화내라.’는 신조로 연습에 매달린다.”고 한다. ‘부산 갈매기’로 통하는 수학 학원강사 김갑선(28·여)씨 또한 당구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 못잖다. “어릴 때부터 활달하고 털털한 성격 탓에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고집스러운 면도 있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해내고 마는 편이었는데 당구도 이렇듯 자연스럽게 접했던 것이지요.” 96년 대학에 들어가 남자 동기들과 자주 어울리다 보니 당구장 출입도 잦아졌다. 처음엔 4구로 시작했다. “당구에 푹 빠졌구나.”라고 생각한 것은 80(점) 놓고 칠 때였다. 김씨 말고도 이 무렵이면 흔히 “잠자리에 누워서도 천장에 당구공이 왔다갔다 할 정도”라고 말하곤 한다. “당구장에 드나들면 마치 불량배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태는 이제 천만의 말씀”이라는 그는 “어느 새 학생들에게 그 장점을 알리는 전도사가 돼 있었다.”고 살짝 알려줬다. 이따금 친구들이 이렇게 놀린다는 말로 김씨는 끝을 맺었다.“넌 말이야. 당구를 칠 때 진짜 행복해 보이고 너무 예쁘게 보이지 뭐니, 얘∼.”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한국 피 흐른다는 사실에 자부심”

    “한국 피 흐른다는 사실에 자부심”

    ‘하프 코리안-하프 아메리칸’. 국내 연예계에 떠오르는 또 하나의 흥행 코드다.CF에서 이국적이고 신비한 미소로 얼굴을 각인시킨 뒤 드라마에서 스타덤에 오르고 있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다니엘 헤니(27)에 이어 ‘달콤한 스파이’의 데니스 오(24)가 등장했다. 모두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 스타’. 핏줄을 중요시하는 국내 정서에다 ‘백인 혼혈’이라는 프리미엄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음악계에도 ‘가요계의 헤니´라 불리는 신인가수가 나왔다. 한계 지점도 있지만, 우리가 열린 사회로 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국어 연기에 도전할 것 이미 스타 반열에 올랐기 때문일까. 지난 22일 LG 싸이언 블랙라벨 초콜릿폰 런칭 행사에서 만난 다니엘 헤니는 여유로움이 넘쳤다. 인터뷰 도중 백만불짜리 미소에 곁들여 자연스럽게 “됐거덩∼!”을 언급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던 그는 이제 통역이 없어도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한다. ‘혼혈 스타’가 한국 사회에서 사랑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헤니는 “주변에서 동양과 서양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평가하지만,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면서 “어머니의 나라에서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혼혈 스타’ 계보를 잇고 있는 데니스 오에게도 “함께 한국에서 활동하게 돼서 기쁘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얼마 전 TV 연예정보프로그램에 비친 모습을 봤다고 한다. 그는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을 시간일 것 같은데 내가 힘들었던 것처럼 그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격려해 주고 싶고,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윤석호 PD의 ‘봄의 왈츠’ 출연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며 나에게 어울리는 역을 찾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광고가 아닌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헤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특히 “다음에는 한국어 대사도 늘어날 것 같다.”면서 “나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혼혈아동 지원단체인 펄벅재단과 인연을 맺고 있는 헤니는 국내에서 사회봉사 활동도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유명인 된게 신기해요 휴대전화 CF로 인기를 얻었고, 드라마에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울렁거리게 하고 있다. 데니스 오다. 소외 계층에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 활동에 다녀온 그를 지난 23일 광화문에서 만났다.“힘들었지만 그분들의 미소를 보자 피로가 가셨다.”고 활짝 웃는다. 역시 헤니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데니스는 “대중들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그만 비교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헤니에 대해선 한국에 오기 두세 달 전부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나는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기 때문에 헤니와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혼혈 스타’가 뜨는 이유를 “핏줄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한국 사람들이 친근감을 갖고 마음을 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모는 어머니를, 성격은 아버지를 닮았다는 데니스는 “한국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드라마처럼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드라마 연기가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지만, 한국 사회 적응에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해준 한국 음식을 많이 접해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 음식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아직 유명세를 실감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가끔 거리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드는 팬을 만날 때가 있지만, 내가 지금 인터뷰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신기할 따름”이라고 쑥스러워 했다. 데니스는 “한국에서 연기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면서 “지금은 드라마 촬영으로 바쁘지만, 앞으로 한국말도 열심히 배워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제2의 전병관’ 올림픽 金 기대주 이종훈

    [스포츠 라운지] ‘제2의 전병관’ 올림픽 金 기대주 이종훈

    갈색으로 물들인 파마 머리와 왼쪽 귀에서 반짝대는 귀고리,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미소만 보면 그냥 튀는 10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꿈틀대는 핏줄이 잔뜩 곤두선 팔뚝과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 근육으로 꽁꽁 뭉친 허벅지는 그가 예사롭지 않은 완력을 지닌 사내임을 보여준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그에게 역도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더니 “팔씨름에서 누구한테도 지기 싫었거든요.”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155㎝,56㎏의 이 청년은 지난 10일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제2의 전병관’ 이종훈(19·충북도청)이다. ●팔씨름 지기 싫어 역사(力士)의 길로 충북 제천시 제천동중학교 1학년 교실. 키는 작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헬스 기구를 갖춘 친구 집을 일주일에 2∼3일 들락거리며 완력기를 매만진 종훈이는 교내 팔씨름대회에서 몸집 큰 친구들의 손목을 사정없이 꺾어댔다. 평소 높이뛰기 같은 탄력과 하체 힘이 필요한 운동에서 늘 또래 가운데 으뜸이던 종훈이에게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하지만 4강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었고 방금까지 응원하던 친구들은 곧바로 그를 외면했다. 풀이 죽어 지내던 어느날 학교 역도장의 헬스 기구가 눈에 들어왔고 일주일 동안 어머니 최명자(50)씨를 조른 끝에 종훈이는 역사(力士)의 길로 접어들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전국소년체전 은메달을 시작으로 숨겨진 재능이 하나 둘 빛을 보기 시작했지만 그를 본격적인 ‘헤라클레스’로 만든 건 충북체고 1학년이던 2001년이었다. 당시 코치는 종훈이를 자극시키기 위해 일부러 1년 동안 공식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이종훈은 “나보다 기록이 못한 선수들이 대회 입상 성적을 자랑하는 걸 보고 너무 속상했다.”고 돌아봤다. 그때부터 이를 악문 종훈이는 하루 6∼7시간 힘든 단체운동을 끝내고도 밤이슬이 내리는 시간까지 역기를 들었다 놨다 몸을 담금질했다. 2002년 3월 전국춘계대회 3관왕과 4월 전국주니어선수권대회 3관왕,10월 전국체전 고등부 용상 우승 등으로 본격적인 ‘이종훈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2003년에는 6차례의 대회 모두 3관왕을 석권했고 지난 5월 부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선 용상과 합계에서 한국주니어신기록을 세우며 동메달 셋을 따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10월 전국체전에서 용상과 합계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에 올라 한국 1인자에 올랐고 지난 10일 세계 무대 데뷔전에선 합계 종목에서 1㎏ 차이로 아깝게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 정상급 실력까지 이르렀음을 한껏 뽐냈다. ●전병관에 이어 16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 노려 이종훈의 꿈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닮은꼴 ‘작은거인’ 전병관(36)의 뒤를 잇는 것. 같은 56㎏급에서 1992바르셀로나올림픽과 1994히로시마아시안게임을 제패한 전병관과 같이 2006도하아시안게임과 2008베이징올림픽 금빛 메달을 품에 안기 위해 오롯이 땀을 흘리고 있다.85㎏급 대표팀 선배들과의 팔씨름에서 이길 만큼 타고난 장사인 데다 순발력과 근지구력이 좋아 약점인 엉덩이 근육과 집중력만 보강한다면 섣부른 꿈이 아니다. 국가대표팀 박태민 코치는 “항상 긍정적으로 열심히 운동하기 때문에 용상과 인상에서 5㎏씩만 끌어올린다면 세계 제패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를 번쩍 들어올린 19살 청년 역사의 땀방울에 16년 만의 역도 올림픽 금메달의 꿈도 함께 무르익는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이종훈은 ●생년월일 1986년 2월19일 충북 제천 출생 ●신체조건 155㎝,56㎏ ●출신학교 제천 중앙초-제천동중-충북체고 ●가족 이계광(55)-최명자(50)씨의 2남2녀 중 막내 ●취미 컴퓨터게임 ●별명 코알라 ●주요경력 2002년 11월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용상 금메달,2004년 10월 전국체육대회 일반부 3관왕,2005년 5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동메달 3개,2005년 10월 전국체전 3관왕(용상 및 합계 한국신기록),2005년 11월 세계선수권대회 합계 은메달(용상 및 합계 한국신기록)
  • [사설] 중·러 동포에 취업자유 허용해야

    중국과, 옛 소련권인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지의 동포에게 모국 방문 및 취업의 자유를 넓혀주는 방안을 법무부가 추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부 안대로 ‘방문취업 비자’(H-2)가 새로 만들어지면 이를 발급 받은 동포는 5년동안 출입국을 자유롭게 하면서 한번에 2년까지 마음대로 취업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같은 법무부의 정책 추진을 환영하면서 관련 법규가 하루빨리 마련돼 해당지역 동포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정부가 그동안 시행해 온 재외동포 정책을 보면, 속칭 ‘조선족’‘고려인’으로 불리는 중국·옛소련권 동포가 얼마나 차별대우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 타지역 동포들은 아무 제한 없이 이땅을 드나들고 일자리를 잡았지만 이들은 출입국과 취업에서 엄격하게 제한받아 왔다. 그 결과 밀입국과 불법체류가 성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의 신분이 법적으로 취약한 점을 악용해 임금 떼어먹기 등 각종 범죄가 횡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가난한 집에 시집간 딸은 딸도 아닌가.’라는 한맺힌 절규가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법무부가 추진하는 이 정책에 대해 정부 일부 부처에서 난색을 표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은 태도이다. 예컨대 중국당국과의 마찰이 예상되면 외교통상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하면 된다. 중국이야말로 해외동포(화교)에게 갖가지 혜택을 주면서 적극 포용하는 국가인데, 우리가 중국동포에 대한 기존의 차별을 시정하겠다는 데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노동부도 노동시장 교란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새 정책이 노동시장에 무리 없이 정착하게끔 협조해야 마땅하다. 우리사회에는 이미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해져 내년에 40만명가량의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그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농어촌 총각의 결혼난 역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해외인력 유입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말과 핏줄, 문화가 통하는 재외동포를 보듬어 더불어 살아가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겠다.
  • [우리땅을 살리자 (6)] 절실해진 친환경 도로건설

    [우리땅을 살리자 (6)] 절실해진 친환경 도로건설

    ‘산업의 핏줄’로 불려온 도로가 야생동물의 무덤이란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지리산 일부 구간에서만 연간 3000마리로 파악될 정도다. 현재 실상도 놀랍지만 로드킬은 앞으로 더욱 잦아져 심각성을 더해갈 전망이다. 최근 환경단체 등이 도로중복투자 문제를 들며 도로건설의 타당성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지리산 일대를 비롯한 전국에서 도로 신설·확장 계획은 여전히, 줄기차게 추진되고 있다.“경제성장을 위해선 도로확장이 불가피하다.”는 일방적 주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대기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 총체적인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도로건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실효성있는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산업의 핏줄’로 불려온 도로가 야생동물의 무덤이란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지리산 일부 구간에서만 연간 3000마리로 파악될 정도다. 현재 실상도 놀랍지만 로드킬은 앞으로 더욱 잦아져 심각성을 더해갈 전망이다. 최근 환경단체 등이 도로중복투자 문제를 들며 도로건설의 타당성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지리산 일대를 비롯한 전국에서 도로 신설·확장 계획은 여전히, 줄기차게 추진되고 있다.“경제성장을 위해선 도로확장이 불가피하다.”는 일방적 주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대기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 총체적인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도로건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실효성있는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지리산 로드킬, 더욱 늘어날 듯 전국에서 벌어지는 로드킬 숫자는 어림잡기조차 불가능하다. 도로공사 순찰팀이 매일 차량사고로 숨진 야생동물 수를 집계하고 있지만 고속도로만을 대상으로 할 뿐,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국도나 지방도 등은 제외돼 있다. 그나마 대형 포유류 위주로 조사가 진행되는데다 전문 조사인력이 없어 로드킬 원인 파악과 대책마련 등은 엄두조차 못내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10만㎞에 걸쳐 깔린 도로 가운데 로드킬의 정확한 실태조사는 지리산 일대 119㎞ 구간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 조사팀은 지난해 7월 환경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수주해 오는 2007년 초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지리산 일대에서 빚어진 로드킬 대상엔 거의 모든 종(種)이 망라됐다. 양서류가 1049마리(35%)로 가장 많았고, 포유류 759마리(26%)-조류 611마리(21%)-파충류 398마리(14%) 등 순이었다. 양서류에선 두꺼비가 1023마리, 포유류에선 너구리가 154마리, 조류에선 꿩이 145마리로 가장 많이 희생됐다. 도로별 특성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조사대상 4개 도로(88고속도로,19번 강변국도,19번 산업국도,861번 지방도) 가운데 지리산과 섬진강 사이에 놓인 19번 강변국도(2차선)에서 1㎞당 49마리로 로드킬 밀도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법정보호종의 경우 171마리 가운데 65%인 111마리가 88고속도로에서 숨졌다. 이 중 특히 주목되는 종은 천연기념물인 소쩍새.55마리가 로드킬로 숨졌는데, 유전자분석 결과 이 가운데 80% 정도가 암컷인 것으로 파악돼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리산 소쩍새의 안정적 개체군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최태영 선임연구원은 “로드킬 원인과 현상에 대한 분석은 심도있는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면서 “도로별로 로드킬 종과 숫자가 다른 것은 일단은 주변 서식처 특성과 차량 속도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로중복투자 개선대책 있어야” 하지만 지리산 일대의 로드킬은 앞으로 사정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건설교통부와 관련 지자체들이 현재도 포위되다시피한 지리산 일대 도로의 신설·확장을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어서다.88고속도로를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넓히는 공사가 일부 구간에서 진행되고 있고,19번 강변국도(전남 구례∼경남 하동)도 4차선 확장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끝났다. 당초 섬진강 쪽으로 하천을 100m 가량 침범해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유보됐다 최근 도로 폭을 33m로 줄이는 방안이 정부심의에서 통과됐다. 영산강유역환경청 송병화 계장은 “당초 환경영향평가 협의서와 다른 내용으로 변경됐을 때는 또다시 협의하지 않아도 돼 공사는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주∼광양간 고속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될 예정인 19번 국도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에 또다시 깔릴 예정이어서 야생동물 서식처 파괴 및 이로 인한 로드킬 현상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도로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비단 로드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온실효과와 대기질의 악화, 생태계 교란 및 환경파괴 등 도로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모든 환경적 영향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도로 건설 계획단계부터 환경성을 철저히 고려하고, 무엇보다 노선 선정에 따른 환경영향을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수재 박사)는 지적도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물론 정부도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말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환경친화적 도로건설 지침’도 그 중 한 사례다.▲보전가치가 있는 곳은 원칙적으로 우회해서 노선 선정 ▲우회하기 어려울 경우 터널·교량으로 환경훼손 최소화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터널 연장을 길게 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교부 도로건설과 노성열 사무관은 “건교부 산하 조직들이 시행하는 모든 도로공사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이 지침에 따라 시공될 것”이라면서 “야생동물 이동통로의 확보 및 안전한 이동을 위해 도로변에 펜스를 두르고 야생동물 피난처를 마련하는 등 대책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로 중복투자 및 예산낭비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마구잡이식 도로건설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특히 시급하다는 지적도 날로 높아가고 있다. 녹색연합은 최근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의 노선과 예상 교통량 등을 비교·분석한 도로중복투자 실태 보고서를 펴내고,“현재 건설중인 국도공사 구간중 24곳, 고속도로 건설공사 구간중 3곳이 중복·과잉투자돼 9조여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녹색연합 윤기돈 국장은 “교통량 예측 등 도로건설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합리성 제고가 반드시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곧 90회를 맞는 전국체육대회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나라의 잔치였다. 줄임말로 ‘체전’이라 부르게 된 언저리에는 ‘체력은 국력’이라던 시절의 개인보다도 국가 명예를 최고로 치던 잔영이 남아 있다. 군화발이 득세할 무렵인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전후로 체육이 도색영화, 성(性)산업과 더불어 3S(Screen·Sports·Sex) 정책으로 국민들을 도취시키기도 했다. 스포츠에 매력이 숨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다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누리는 등 격변기를 맞아 체전은 물론 아마추어 대회는 시들해져만 갔다. 어떤 이들은 전국체전을 두고 ‘그들만의 잔치’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체전은 누구에게든 아련한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고향의 마을 어귀엔 아무개 아들이나 딸이 체전 대표로 뽑혔다느니, 무슨 메달을 땄다느니, 몇등을 했다느니 하는 빨간 글씨가 적힌 큼직한 현수막이 오가는 길손들을 맞이하고 있을지 모른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거대도시 서울에서 전국체전이라고 해봐야 귓전으로 흘려 들을 정도로 더 싸늘해졌다. 하지만 역시 골목 골목에서는 ‘우리 동네 아무개, 우리 학교 아무개가 몇등을 먹었다.’는 식의 입소문이 환영 플래카드와 함께 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신화의 도시’로 불리는 울산에서 제86회 전국체전이 펼쳐졌다.1792명이 뛴 서울시 선수단은 총점수로 순위를 가름하는 대회 방식에 따라 경기도의 장벽을 넘지 못한 채 2위로 돌아왔지만 금메달 숫자는 114개로 가장 많이 따왔다. 서울 체육을 보면 한국 스포츠가 보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스타들도 많이 몰린 곳이 바로 서울이다. 인구 1000만이 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스포츠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짝 들여다본다. ■ 장대높이뛰기 1인자 김유석 “내 아버지가 백만장자라 해도 내 삶은 장대 높이뛰기에 걸었다.” 세살 때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태평양을 건너갔던 한 꼬마가 어엿한 청년으로 되돌아와 체육계를 들뜨게 만들고 있다. 그 보물단지는 다름아닌 서울시 체육회 소속, 그것도 한국 스포츠에서 황무지라 할 육상 종목에 있다. 지난 8월초 시청에 입단했다. 더욱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이민을 가거나 원정 출산까지 감행하는 게 한국의 요즈음 세태다. ●“날아가는 멋에 살죠.” 김유석(23). 서울시 육상단 선수로 뛰고 있는 그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자연을 이용해 가장 멀리 날아가는 사람으로 불린다. 현재 장대 높이뛰기 최고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흔히 버거운 살림살이에 쫓겨 아들 딸에게 책을 쥐어주기는 고사하고 운동으로 ‘계층 상승’을 겨냥하기 쉬운 우리 현실과는 다르다. 최소한 학업과 경제사정을 따지면 아쉬울 게 도무지 없는 편이라 그를 바라보는 체육계의 눈은 ‘기대 반, 부러움 반’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UCLA(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제학과 출신이다. 고등학교도 미국의 5대 명문 사립재단인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를 나왔다. 고교를 졸업한 뒤에는 역시 명문 중에서도 명문인 UPEN(University of Pensylvania)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뛰어난 학업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장대높이뛰기 종목을 육성하는 UCLA를 선택하기 위해 1년을 기다리는 고집까지 보였다. 한국 육상을 말하자면 몇몇 굵직굵직한 스타들을 낳은 마라톤 정도가 전부라 하겠기에 더욱 그렇다. 김씨는 전국체전을 다녀온 뒤 약간은 실망스러운 가운데 다음 기회를 벼르며 다시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올 4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MPSF(Mountain Pacific Sports Federation) 육상대회에서 5m61㎝로 한국 최고기록을 일궈낸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대회 신기록에 머물고 말았다. 그가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세번째였다.2003년 5월 미국 PAC-10 선수권대회에서 세운 5m55㎝, 지난해 6월 전미 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 5m60㎝를 1㎝,5㎝씩 끌어올렸다. 지난 15일 남자 일반부에 출전,5m36㎝를 뛰어올랐다. 웬만한 이들 같으면 대회신만 해도 기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일 수 있는 것이다. ●마이 웨이 UCLA 2학년 때인 2002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줄곧 육상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실력에 못잖게 조국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지금까지 20여년을 이국에서 지내오면서도 단 한번도 국적을 바꿔보지 않은 그의 가족들이다. 세 글자가 뚜렷한 이름도 마찬가지다.3년 전 아버지가 한국을 위해 뛰어야 한다며 대한육상경기연맹에 아들 실력을 봐달라고 연락해온 데서도 알아볼 만하다. 이같은 사실을 보란 듯 증명해주는 사례는 또 있다. 육상연맹 홍순모(46)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2000년 칠레에서 세계 주니어 선수권대회가 열렸는데, 이 때 유석이를 처음 만났지요. 시드니올림픽을 치러낸 나라라는 거드름에 들뜬 오스트레일리아 육상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미개인’ 운운하며 놀려댔지 뭡니까.” 오징어에 고추장, 된장 등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시비를 걸어온 것이란다. 그런데 김씨가 한발짝도 망설이지 않고 나섰다.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그러면 못쓴다며 무례하게 군 점에 대해 사과하는 뜻으로 무릎을 꿇으라고 해 항복(?)을 받아냈다고 홍 이사는 덧붙였다. 고교 때 동급생들 사이에 최고의 실력을 뽐내던 김씨는 한국 국가대표로 나선 2002 대구 유니버시아드와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에선 뜻밖의 부진을 보였다. 대회참가 직전에 훈련하다가 봉이 부러지는 바람에 손목 부상을 입고도 끈질긴 투혼을 보였다는 대목은 그가 장대 높이뛰기라는 운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디어필드 아카데미 2학년에 올라가면서 뉴잉글랜드 사립고등학교대회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내리 3년간 챔피언이 되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수 아래였던 친구들이 요즈음 들어 (5m)70∼90㎝대까지 기록하는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한 상태라고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장래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라고 육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머잖아 해내고 만다.” “장대 높이뛰기에서만 경험하는 하늘을 나는 그 기분, 그 환희. 그보다 좋은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지요. 저는 장대 높이뛰기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고교 동창생이기도 한 형이 의무학점인 스포츠 종목으로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뒤따라 배우다 푹 빠지게 됐다. 형은 하버드를 나와 미국에서 사업가로 주목받고 있는 반면, 성적이 더 뛰어나다던 동생은 아예 직업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운동이냐, 전공을 살리느냐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을 때 “네 길을 걸어가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이들도 그의 가족이다. 선수이면서 학생회 임원, 학년 대표를 지낼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선수라 해서 수업이나 과제, 시험에서 예외일 수 없는 환경에서 한치도 모라람이 없는 재목이었다.191㎝ 84㎏의 건장한 한국청년은 외모도 빼어나 영화에 출연하고 모델 제의도 받은 적 있다. “더 좋은 대학교를 마다하고 운동을 한다고 덤볐을 때 부모님이 하신 말씀은 삶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운동 선수에게는 UCLA보다 더 좋은 대학은 없다, 좌우명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사람의 행복 이상은 없다.’며 어깨를 두드려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27일 미국으로 떠났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육상 대회에 차례로 나가며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장대높이뛰기 사절’인 셈이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크라이나의 부브카를 지도한 얼 벨 코치와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마이클 톨리 코치가 그를 주목해 단련시키고 있다는 점은 미래를 밝혀주는 사실이다. 독일인 매니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한국 출신의 월드스타 탄생을 예감케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핏줄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언젠가 큰 일을 벌일 것이라고 육상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만 되면 모국으로 건너와 한국어를 배운 정신과 스포츠맨으로 제1 덕목인 반듯하고 절제할 줄 아는 태도 때문입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땀으로 일군 ‘스포츠 서울’ ‘아우 먼저, 형 먼저’ 하는 쌍둥이 메달리스트에서부터 방망이 든 프로배구 감독의 아들, 야구 감독의 핏줄을 이어받은 다이아몬드 유망주까지…. 수도 서울의 명예를 걸고 땀을 흘린 전국체전 선수단에는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마지막 금메달의 주인공도 서울시 여자축구단이었으니 “막판에 웃는 자가 진짜 승자”라는 자부심에 들뜰 만하다. 이들 가운데 레슬링에 출전, 메달을 따낸 쌍둥이 형제가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쌍둥이 아니랄까봐 군에도 나란히 입대한 국군체육부대 김종대·종태(25)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둘은 일란성 쌍둥이로 10분 먼저 태어난 김종대가 형이다. 형제는 중랑중 1학년 때 나란히 레슬링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형은 이듬해 손을 뗐다. 두명 모두 운동을 시킬 수는 없다는 부모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슬링을 잊지 못하던 차에 3학년 때 다시 매트에 올랐다. 이 때 생긴 공백 탓일까. 동생이 그레코로만 1위를 한 반면 형은 자유형 3위로 동메달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몸무게가 55㎏으로 같지만 서로 매트에서 다투는 일만은 피할 수밖에 없어 세부종목만 나눴다. ‘상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국군체육부대에 뽑힌 것만으로도 실력을 알아줄 만한데 당당하게 메달까지 따냈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차세대 황영조로 불리는 육상 꿈나무 전은회(17·배문고)는 남고부 5000m와 10㎞에서 우승해 장거리 유망주로서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전은회는 지난 5월 전국 고교대회 10㎞에서 29분 27초로 황영조(35·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가 강원도 명륜고 시절인 89년 세운 기록 29분 31초를 4초나 앞당겼다. 이어 지난 6월엔 5000m 레이스에서도 허장규(22·삼성전자)가 갖고 있던 고교 최고기록 14분 17초 93을 12초나 앞당긴 14분 05초 44를 기록해 제2의 황영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교부 야구에서 우승한 신일고엔 왕년의 배구스타 아들이 눈길을 끌었다.2학년 강성호(16)군은 아버지 강만수(50)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뒤를 이어 중3 때까지 배구를 하다가 야구로 전향(?)한 사례다. 프로야구 LG트윈스 2군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인식(52) 감독의 아들 김준(20·고려대 2년)군도 서울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이밖에 대학부 검도에서는 허동찬(21·성균관대 3년), 동진(19·성균관대 1년) 형제가 5명씩 겨룬 단체전에서 금메달 못지않은 은메달을 따내 ‘칼 솜씨’를 뽐냈다. 서울 대표팀은 신기록도 쏟아냈다. 한국신기록 42개 가운데 5개, 대회신기록 165개 가운데 28개를 낚았으니 체면을 구기지 않은 셈이다. 특히 4관왕에 오른 6명 가운데 수영의 박태환(16·경기고 1년)은 대회 마지막날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아 서울을 빛냈다. 여자축구 결승전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올해의 선수 후보에 뽑힌 ‘여자 박주영’ 박은선(19)을 앞세워 경남대교를 2대0으로 물리쳐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동작구청 씨름단 주현섭(27), 강남구청 체조단 박경아(19)와 최미선(25), 성북구청 펜싱팀 남현희(24) 등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선수들이 따낸 메달 28개도 색깔을 떠나 어려운 여건에서 건져낸 것들이어서 박수를 받을 만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美작가가 본 ‘생명공학 한국이 앞서가는 이유’

    서울대의 세계줄기세포연구 허브 건립을 계기로 미국 언론은 다시 한번 ‘왜 한국이 줄기세포 연구의 최선두 주자가 됐는가.’에 대한 정밀분석에 들어갔다. 한국에서도 출판돼 화제를 모았던 ‘천재 공장:노벨상 수상자들의 정자은행’의 작가 데이비드 플로츠는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운영하는 인터넷 잡지 ‘슬레이트닷컴’에서 한국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배경을 중심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꽃피운 이유를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플로츠는 우선 한국에 생명 윤리에 대한 논쟁이 없다는 점을 지목했다. 한국에도 복음주의 기독교도가 25%를 차지하고 천주교 신자도 6%에 이르지만 미국과 달리 낙태 등 생명 윤리에 대한 논쟁보다는 인권, 사회정의, 경제개발 등 보다 실용적인 이슈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때문에 한국의 법체계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지만, 정부가 사실상 묵인하기 때문에 선진국 중 낙태율이 가장 높다고 플로츠는 지적했다. 플로츠는 또 한국인의 ‘핏줄’에 대한 관심도 복제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인은 어느정도 규모가 큰 나라 중 인종적 ‘단일성’이 가장 뚜렷하고 누구나 자기 조상이 누군지 확실하게 알고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핏줄 찾기와도 관련이 있는 복제연구에 한국인들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인공수정 등 불임 클리닉이 발달한 것도 복제연구의 기초가 됐다고 플로츠는 주장했다. 자신의 진정한 ‘씨’를 이어가기 위해 인공수정 및 시술 방법을 발전시키다 보니 복제를 위한 수정 등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네번째로는 한국인이 ‘의료 행위를 통한 자기 개발’에 매우 개방돼 있는 점을 들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성형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 국가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마치 수술을 통해 외모를 개선하는 것을 당연시하듯,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유전자를 개선하는 데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플로츠는 연구소 전체가 공동으로 작업하는 한국적 연구 시스템도 성공의 요인으로 꼽았다. 복제 연구는 일관된 반복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양식의 개인별 연구보다는 한국식의 집단 연구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또 우리 내부의 평가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플로츠는 한국에서 과학자들이 존경받고 대우받는 것도 복제연구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황 교수가 미국의 과학자들은 꿈꾸기도 어려운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그의 연구를 위해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여성이 줄 선 것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끝으로 플로츠는 한국의 민족주의를 성공요인으로 지목했다. 식민통치와 전쟁, 분단으로 얼룩진 20세기와는 다른 21세기를 만들기 위해 한국인 전체가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 제1이 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dawn@seoul.co.kr
  • 송민순 ‘과로 눈병’에 북핵부서 인력 확충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가 심각한 ‘눈(目)병’에 걸렸다. 피로 누적에 따른 감기·몸살에 뒤이은 세균 감염이다. 퉁퉁 부어오르고 붉게 충혈된 상태다. 30일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6자회담 대표들과 취재 기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오찬에서 송 차관보의 눈병이 화제가 됐다.반 장관은 “어제 열린 회의에서 송 차관보의 눈에 실핏줄이 터진 것을 계기로 북핵 문제라는 어마어마한 현안을 다루는 북핵외교기획단의 조직이 좀 더 확장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참석자 모두가 공감했다.”고 소개했다.송 차관보의 ‘눈병’이 조직 확장에 ‘기여’한 셈이다. 제4차 6자회담에서 타결된 북핵문제 해결 원칙의 이행단계 로드맵을 감당하기에는 북핵외교기획단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내부 문제제기가 송 차관보의 눈병을 계기로 긍정적 분위기로 공론화된 것이다. 지난해 2월 신설된 기획단은 직제상 24명까지 인원을 둘 수 있지만 현재 외교관 7명을 포함해 11명밖에 없다. 정부는 외교부 자체 인력 충원과 더불어 국방부와 과학기술부 등 유관부처의 서기관 및 사무관급 전문인력, 특히 핵폐기·검증과 관련된 인력을 우선적으로 지원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섹스토리-어느 여대생의 자위행위

    섹스토리-어느 여대생의 자위행위

    마음이 답답할 때는 그저 마스터베이션과 함께 환상에 빠져드는 것이 제일이었다. 마스터베이션은 내게 황홀한 나르시시즘을 선물해주기 때문에 더욱 좋았다.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싶어질 때면 온몸에 미열이 느껴지면서 다리가 여럿 달린 유충이 내 몸뚱아리 위를 스멀스멀 기어다니며 몸안 구석구석의 작은 세포들까지 자극하는 것 같은 느낌이 왔다. 특히나 외로움을 더 타게 되는 토요일 오후 같은 때가 되면, 나는 벌거벗은 채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좀더 멋진 엑스터시를 만들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발가벗은 내 몸을 검게, 붉게, 그리고 투명하게 비추어댄다. 얇은 솜이불이 주는 나른한 촉감을 더욱 배가시켜주는 눈부시도록 밝은 햇살은, 내 몸 구석구석의 작은 털 하나하나까지 바싹 달라붙게 만들면서 들춰진 이불 사이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내 은밀한 그곳은 햇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축축한 습기로 젖어 있다. 나는 눈을 감고서 어떤 풍경 하나를 상상해보려고 애를 쓴다. 상상속의 화면에서는 한 아름다운 중년부인이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독수리의 검은 깃털로 자신의 그곳을 부채질하듯 털어내듯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자극하고 있다. 아아, 세뇨라…! 불행한 결혼을 한 여자가 그녀의 욕정을 못 이겨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세뇨라’는 내가 얼마전에 본 외국영화의 여주인공 이름이었다.) 으으으음…. 나는 세포 하나하나에서 미치도록 스멀거리는 느낌에 점차 숨이 가빠온다. 아아, 나는 간지러움을 유난히도 많이 타는 여자. 누군가 사람을 간지르는 장면만 봐도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소름끼치는 흥분을 느끼게 되는…. 나의 몸은 그토록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민감점(敏感點)들뿐이다. 누군가 내 손등이나 귓불을 만져줘도 어느새 나의 그곳이 축축히 젖어오면서 자지러질듯한 흥분이 온다. 만약에 기막힌 미남자의 손길이 내 가슴과 그곳을 거칠게 또 부드럽게 만져준다면…. 상상만 해도 나는 야릇한 쾌감에 저절로 눈이 감기고, 심장이 벌렁거려지고, 젖꼭지가 딴딴해져 오는 것이다. …나는 이제 오른손을 가만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솜털이 감지될 정도의 가벼운 접촉을 유지하면서 내 손은 매끄러운 아랫배를 지나 허벅지 사이의 검은 수풀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다. 약간의 두려운 망설임 끝에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곧게 펴서 그곳에 조금씩 조금씩 넣어본다. 어느새 내 다섯 손가락들이 내 의식과는 무관하게 가늘고 거칠게 움직이고 있다. 나는 잠시 멍한 상태로 있다가 엉덩이를 치켜올린 상태로 엎드린다. 여전히 내 오른손은 불두덩이 아래의 수풀속에서 푸들푸들 살아 움직이고 있고, 나의 왼손은 젖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 상태로 하체를 들썩거리자 침대의 탄력은 하체의 요동을 더욱 세차게 가중시킨다. 순간, 나는 내 자신이 의심스럽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정녕 내 의식으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나는 눈을 뜨고 방안을 본다. 침대 위에 붙어 있는 대형 거울이 햇볕을 가득 담은 채 내 얼굴을 비춰주고 있다. 흐리도록 졸린 눈빛. 그러나 뭔가를 애타게 갈구하는 듯한…. 문득 나는 내 전신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나는 침대 위에서 일어선다. 순간 창문이 의식된다. 누군가 나를 훔쳐보고 있다면 더욱 야릇한 쾌감이 생겨날지도 모르지만, 나는 결국 왠지 모를 두려움 때문에 커튼을 치고 만다. 그러자 건너편 아파트의 창문이 아쉽게 가려진다. 갑자기 방안이 은은하게 어두워졌다. 그 은은함에 투영되어 드러나는 내 육체. 핑크빛으로 솟아오른 가슴. 적당히 탄력있게 매끄러운 엉덩이. 그리고 그 갈라진 선을 따라 윤기있게 돋아난 털. 그 털이 무성하게 삼각형으로 모아진 그곳 위로 보이는 사슴의 목처럼 가늘고 애처로운 허리. 솜털이 촘촘하게 돋아난, 그리고 바닐라 향내가 풍겨나올 듯한 먹음직스러운 허벅지, 그리고 종아리. 가지런하고 좁은 발끝에서 광기어린 빛을 내뿜고 있는 발톱들. 나는 샐쭉이 웃어본다. 살짝 튀어나온 하얀 이빨이 가지런히 드러나자 그 순간 나는 아무 생각도 못 하는 바보가 된다. 나는 역시 아름답다…. 적당히 물이 오른 내 알몸뚱이. 잔주름이 하나도 없이 부드럽고 싱싱하여, 잘근잘근 씹어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이다. 아, 나는 귀여운 털복숭이. 탐스럽게 숱많은 머리카락과 허벅지 사이의 촘촘하게 새까만 숲. 겨드랑이의 윤기 나는 털들, 그리고 귀엽게 돋아난 솜털들. 그 솜털들로 인해 내 몸은 내가 만질 때마다 마치 솜털 스웨터를 만지는 듯한 포근한 감촉을 느끼게 해준다. 가슴에 털이 가득한 서양남자의 품은 얼마나 부드러울까. 아니 또 흑인들 같이 매끈매끈한 피부는 또 어떨까. 침대 위에 꼿꼿이 선 채 이리저리 몸을 틀면서 내 몸 구석구석까지 살펴본 나는, 문득 내가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한 내 몸안의 은밀한 구석까지 살펴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다리 사이의 털숲으로 숨어 버린 채 귀여운 악마는 좀처럼 거울에 비춰지지 않는다. 다리를 높이 치켜들고 고개를 숙여 거꾸로 가울을 봐도, 허리만 아파올 뿐 그것을 속속들이 관찰하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면경(面鏡)을 가지고 그것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두꺼운 베개를 등에 깔고 두 다리를 팔처럼 벌려 든 채 나는 면경을 두 다리 사이 엉덩이 밑으로 가까이 들이대고, 고개를 빳빳이 들어 면경을 들여다본다. 아아아…, 이것이 바로 나의 귀여운 악마였군…. 내 몸뚱아리에 붙어있으면서도 마치 내 의식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별개의 살아있는 짐승…. 개미지옥과도 같이 쪼글쪼글한 주름이 진 항문 위로 가지런히 나있는 털을 따라서 가는 핏줄이 선연하게 부어오른 갈색의 두 입술이 가늘게, 그러나 힘차게 팽창하여 수축하고 있다. 그 부어오른 입술 사이로 주홍빛 속살이 가늘게 떨며 촉촉한 습기를 내뿜는다. 새까만 공간 속에서 떨리고 있는 빨간 불빛. 갑자기 나는 그것을 미치도록 핥고 싶어진다. 핥고 싶다, 핥고 싶다, 핥고 싶다…. 그러나 이무리 다리를 머리위로 치켜 올려 허리를 구부려봐도 내 혀가 닿는 곳은 겨우 젖가슴 언저리. 언젠가 텔레비전의 서커스 묘기시간에 본 중국 소녀의 체위가 생각난다. 두 다리 위로 머리를 빼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던 그 소녀. 그 소녀라면 스스로 아랫입술을 핥는 것이 가능할 텐데…. 나는 절망에 못 이겨 혀로 미친듯이 내 말캉한 젖가슴을 핥기 시작한다. 고개가 아플 정도로 숙인 후 한 손으로 가슴을 치켜올린 채 혀를 길게 내밀어보니까 겨우 젖꼭지에 닿는다. 이미 팽팽하게 솟아오른 젖꼭지. 아, 나는 그것을 한 입에 물고 싶다. 그리고 힘차게 빨고 싶다. 간지러운 느낌과 함께 찾아오는 피부의 알싸한 수축감을 맛보고 싶다. 그리고 또 그것을 잘근잘근 깨물어보고도 싶다. 이럴 때 누군가가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을 마치 충실한 하인인 양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입술이 닿지 않는 나의 귀여운 악마, 나의 항문, 그리고 나의 젖꼭지를 누군가가 세차게 빨아주고 핥아준다면…. 타인의 신비로운 촉각에 의해 내 몸이 부서져버릴 정도로 강하게 애무될 수 있다면…. 그가 남자든 여자든 그 누구라도 상관없다. 나이어린 미소년이라면 더욱 더 사랑스러울 텐데. 나는 베개를 다리 사이에 넣은 채 몸을 미친듯이 비비 꼬며 들썩거려 본다. 가는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그러나 해소되지 않는 흥분…. 갈증. 이러한 갈증을 어디에서 해소할까. 어떻게. 나는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연다. 빈 집의 썰렁한 기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의 육체는 무인도의 윈시소녀인 양 자유롭게 거실을 떠돈다. 가슴이 탈랑거린다. 가죽소파의 감촉이 벌거숭이 맨살에 서늘한 감촉으로 느껴진다. 나는 새로운 흥분이 호기심으로 증폭되어 미칠 것만 같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아버지의 서재로 갔다. 서재 가운데 위치한 탁자 위에 나는 엉덩이까지만 걸친 채 반듯이 눕는다. 머리 위로 작은 샹들리에가 가볍게 흔들린다. 손을 뻗쳐 전원을 올린다. 순간 불빛이 어지럽게 튀며 내 몸을 훤히 비추어댄다. 오랫동안 불빛을 올려다보니 눈을 감아도 분홍빛 불꽃이 튄다. 나는 왼쪽 손을 뻗어 아버지의 책상 서랍을 뒤져 가장 큰 붓을 꺼내 잡는다. 우둘우둘한 흙빛 손잡이가 묵직하게 잡혀지고 그 위로 바싹 말라 수북한 털이 보기만 해도 간지러움을 느끼게 한다. 나는 묘한 기대감을 가지고 그 붓으로 내 온몸을 가만히 문지르기 시작한다. 얼굴에서 목으로 다시 가슴으로, 다시 그곳으로…. 나는 다리를 활짝 벌린 채 그곳을 가만히 가만히 문지른다. 먹빛으로 바랜 털과 윤기나는 새까만 털이 서로 교차되며 뒤엉킨다. 맥박이 뛰고 다시 내 그곳의 모든 세포가 하나하나 경련하듯 떨기 시작한다. 나는 돌아누워 온몸을 탁자위에 올린 후 마치 암캐마냥 엉덩이를 치켜올리고서 엎드린다. 그리고 이제 붓끝을 항문으로 가져간다. 부드럽게, 더 부드럽게…. 내 귀여운 짐승이 헐떡거리며 촉촉하게 젖어온다.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붓의 방향을 돌려 묵직한 손잡이 부분을 서서히 내 항문 속으로 집어넣기 시작한다. 그러자 내 귀여운 악마가 마치 자기에게 해달라는 듯이 더욱 빠르게 수축을 한다. 오, 나의 귀엽고 탐스러운 짐승. 우툴두툴한 붓대를 나는 더욱 세차게 움직인다. 알싸한 아픔이 묵직한 붓끝으로부터 느껴진다. 아아, 내 귀여운 악마의 두 입술이 이젠 팽팽해지다 못해 붉은 피를 토해낼 것만 같다. 나는 붓대를 항문에서 빼낸다. 엉덩이 사이에서 마치 원래 처음부터 있었던 무엇인가가 빠져나간 듯한 허전한 공백감이 느껴진다. 처음엔 잔뜩 움츠려있던 엉덩이 사이가 이젠 활짝 벌려진 채 뭔가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다시 붓대를 이번엔 내 작은 악마 앞으로 가져간다. 묘한 흥분 때문에 나의 악마는 진한 액체를 지르르 흘리고 만다.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 더이상 참지 못하고 나는 붓대를 그 속에 조심스럽게 밀어넣는다. 머릿속이 정신없이 꿈나라를 헤매고 있다. 꿈나라에서 공주가 되어 있다. 그리고 건장한 흑인 노예의 남근을 기분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다른 미소년 하나가 나의 그곳을 보드랍게 핥아주고 있다. 아, 그래, 나는 역시 혀로 보드랍게 핥아주는 것을 좋아해…. 붓대도 좋지만 붓털이 더 좋아. 두 가지를 한꺼번에 사용할 순 없는 것일까. 아아아, 으으으으음…. 누군가 내 작은 악마를 충성스럽게 핥아줬음 좋겠어…. 그 순간 내 머릿속으로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 ‘코보’ 생각이 난다. 그래,‘코보’와 놀아봐야지. 코보는 무엇이든 핥는 것을 좋아하니까…. 어느새 내 입술이 열리며 나직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코보…코보…어디 있니?” ■마광수는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 꽃속에서 우주를 만난다

    가을과 꽃, 어울리는 단짝이다. 올가을 ‘꽃’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찾아 우주를 만나고, 생명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김홍주의 ‘이미지의 안과 밖’전에는 치밀한 세부 묘사를 통해 탄생한 특별한 꽃들이 만개해 있다. 삼라 만상 우주를 품은 꽃이다.서울 시내를 잠시 벗어나 파주 헤이리 마을 리앤박 갤러리를 찾으면 연예인과 패션을 찍던 사진작가 김중만의 ‘네이키드 소울’(벗은 영혼)전이 열려 영혼을 담은 꽃 향기가 그득하다.●꽃속에서 우주를 멀리서 보면 분명한 꽃이건만 자세히 들여다 볼라치면 어느새 꽃은 간데 없다. 김홍주 화백의 꽃에는 묘한 울림이 있다. 그는 엷은 핑크빛 감각적인 꽃의 세계를 그렸지만 작품에 다가서면 꽃의 이미지는 사라져 버린다. 돋보기를 들고 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미세하게 그려진 세필(細筆)들이 뒤얽혀 형상화된 꽃. 이 꽃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면 실재의 꽃이 아닌 이미지로만 남겨진 꽃을 마주하게 된다. 세필은 김 교수 작업에 있어서 여백과 함께 한 축을 이루는 중요한 특징. 하지만 그의 세필 작업은 그리고 싶은 대상을 재현하는 도구로만 머물지 않는다. 세필 작업을 통해 구상의 세계를 넘어 추상의, 우주의 세계로 한 차원 높은 세계로 이끈다. 새로운 유행사조에 흔들리지 않고 세필작업의 치밀한 세부 묘사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한 덕분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꽃을 그린 최근의 작품 외에도 80년대 풍경과 인물, 글씨 등 다양한 이미지의 해체와 재구성을 한 작품들도 만나 볼 수 있다. 다음달 30일까지.(02)2259-7781.●꽃속에 생명과 성(性) 빛의 마법사, 김중만의 꽃 사진은 평소에 보던 꽃들과 다르다. 그는 꽃을 통해 생명과 성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얀 꽃송이와 그안에 대롱 달린 꽃수술은 마치 여자의 몸을 몰래 훔쳐 보듯 에로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꽃에 강한 X선을 쬐인 듯 꽃봉오리 안에 매달린 꽃수술은 물론 실핏줄 같은 꽃잎의 떨림까지 낱낱이 잡아냄으로써 원시적 생명력을 전달한다. 그의 꽃은 이같은 생명과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과 열정뿐만 아니라 소멸하는 것에 대한 애정과 적막감도 담아냈다. 이 꽃 사진은 작가가 지난 20년동안 미국,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를 여행하면서 렌즈에 담은 것. 다음달 31일까지.(031)957-7521.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흔들리는 재계의 ‘장자승계’

    ‘제2의 이건희를 꿈꾼다?’ 왕조시대의 전통이 곳곳에 남아 있는 재계에서 ‘장자승계’ 원칙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위로 두 형을 제치고 ‘대권’을 이어받았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뒤를 노리는 차남, 삼남들이 수두룩하다. 대한전선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설경동 창업주의 3남인 고 설원량 회장이 적통을 이어받았었다. 동국제강그룹의 ‘형제그룹’인 한국철강은 장상돈 회장의 두 아들 가운데 차남인 세홍씨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미 캘리포니아대 화학과와 일본 와세다대학원을 수료한 세홍씨는 2000년 한국철강 계열사인 한국특수형강 이사로 경영에 뛰어든 뒤 지난 3월 한국철강 전무로 승진했다. 지분도 3.35%로 형인 세일(3.33%)씨보다 많다.한국타이어도 장남보다 차남의 지분이 많아 눈길을 끈다. 직급은 장남인 조현식씨가 부사장(해외영업본부장)으로 차남인 조현범(마케팅부본부장) 상무보다 높지만 지분은 조 상무가 7.19%로 형(5.87%)보다 많다. 애초 똑같은 지분을 물려 받았지만 조 상무가 개인돈으로 지분을 늘렸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도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을 제치고 후계자 구도를 굳혔다. 주력인 롯데쇼핑 지분은 신 부회장이 21.19%로 신 부사장(21.18%)을 간발의 차로 앞섰고 롯데제과(4.88%대 3.48%), 롯데칠성음료(5.10%대 2.83%) 등 주요 상장사 지분도 신 부회장이 많다. 비장남 승계는 특히 제약업계에서 두드러지는데 대웅제약은 윤영환 회장의 3남인 재승씨가 주력인 대웅제약 사장을 맡았고 동성제약 이양구 사장도 창업주인 이선규 회장의 3남이다. 동화약품공업은 윤광열 회장의 차남인 윤길준 사장이 후계구도를 굳히는 듯했지만 지난 5월 장남인 윤도준 경희대 교수가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되며 장자승계로 돌아섰다. 장남 대신 차남, 삼남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것은 ‘핏줄’ 중에서도 능력있는 핏줄을 고른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두산그룹은 박용곤 명예회장, 박용오 전 회장에 이어 박용성 회장이 대권을 이어받았지만 박 전 회장이 ‘반기’를 드는 바람에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두산사태는 형제간 승계가 얼마나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강신호 회장은 장남인 의석씨 대신 차남인 문석씨를 2003년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하며 경영을 맡겼지만 문석씨가 기존 경영진과 갈등을 빚자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대신 대표이사직을 박탈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문석씨는 최근에야 동아제약 계열사로 위스키 판매업체인 수석무역 대표를 맡았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의 네 아들 가운데 막내지만 유일하게 본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강정석(메디컬사업본부장) 전무가 본의 아니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서울戀街] (4) 인사동 거리

    [서울戀街] (4) 인사동 거리

    제아무리 길눈이 밝아도 인사동에서는 누군가에게 소개받은 맛집이나 술집을 한번에 찾아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이 골목인가 싶으면 엉뚱한 가게들이 나오고, 저골목으로 가면 막혀 있고…. 인사동 거리는 600m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로 작은 골목들이 실핏줄처럼 비집고 뻗어 있어 총 길이가 20㎞는 족히 된다. 목적지를 찾지 못해도 기분이 과히 나쁘지는 않다. 골목 중간중간 아담하고 소박한 가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겹다. 어린 시절 소풍 가서 ‘보물찾기’를 했던 기분으로 인사동을 샅샅이 뒤져보자. ■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요” 인사동의 명물 가게들은 작은 미술관 같다. 채 열 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 주인 겸 작가인 ‘시민 예술가’들이 만든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쇼핑 센터에서 구하기 어려운 기발한 창작품을 만나고 싶으면 이곳에 가보자. 아이 쇼핑만으로도 즐겁다. ●창작품 집합소, 쌈지길 최근 인사동의 최고 명물로 자리잡은 ‘쌈지길(www.ssamziegil.co.kr)’.1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비탈길을 따라 창작 공예품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도자기·옷·가구·장신구 등 공예품의 모든 것을 구경할 수 있다. 유머가 있는 생활소품을 트럭에 실어 놓고 파는 ‘닭똥집’, 고양이가 있는 금속공예 장신구를 다루는 ‘성냥갑’, 전문 작가들의 작품집인 ‘손내옹기’,‘박종훈점’,‘이도공방’, 배재대학교 목칠공예과 사람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배재대조옻칠’ 등 50여개가 넘는 가게들이 모두 갤러리와 진배없다. 지하 1층 ‘황진사진관’에서는 손님의 생생한 표정을 찍어 흑백 사진으로 현상해준다. 중간 중간 잔디무늬 의자가 마련돼 쉴 수 있고,2층 ‘세이지 그린티’와 4층 ‘하늘정원’에서 녹차 음료나 생과일 주스를 마시며 한 숨 돌릴 수 있다. ●직접만든 탈과 금속공예품 파는 곳 쌈지길에서 안국역쪽으로 몇 걸음 옮기면 오른편에 공예가 정성암씨가 만드는 탈 전문 판매점 ‘탈방’이 나온다. 하회탈, 본산대탈을 10∼2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만원을 넘지 않는 탈 모양 열쇠고리 등 기념품도 판매한다.734-9289. 해 모양 간판이 돋보이는 ‘제3공간’에는 금속을 이용해 만든 형형 색색 생활 소품이 가득 걸려있다. 한 개쯤 사놓으면 볼 때마다 웃음지을 것 같은 아기자기한 시계, 촛대, 옷걸이,CD꽂이를 찾을 수 있다.737-8928. ●작품 한복 사거나 구경하려면 쌈지길 맞은 편에는 연예인, 외국 대사 부인 등이 자주 찾기로 유명한 고급 한복점 ‘꼬세르(737-6587)’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과 수도약국을 맞은 편 ‘파랑돌(720-6001)’에서는 수십∼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한복을 판다. 일상 한복으로 입기엔 가격대가 높지만 생활 한복집이나 혼수용 한복가게에서 보기 힘든 특이하고 세련된 작품 한복을 볼 수 있다. ●고미술품 쉽게 사기 옛날 사람들이 만든 고미술품을 찾는다면 수도약국에서 탑골공원 쪽으로 나가는 길을 가야 한다. 골목 구석구석에 크고 작은 ‘골동품 가게’들이 있다.‘고도사(735-5815)’와 ‘동예헌(730-5550)’ 등 규모가 큰 곳에서 철마다 테마별 전시회를 이용하면 해석하기 힘든 고미술품을 쉽게 감상하고 살 수 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우리 먹을거리 즐기기 전통의 거리인 인사동 개량 한옥엔 먹을거리터들이 많다. 삐걱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안마당의 나무와 꽃이 반겨준다. 비라도 내리면 풀잎마다 맺히는 물방울이 처마의 운치와도 잘 어우러진다. 높은 서까래가 뿜어내는 한옥의 고즈넉함은 음식 맛에 정겨움을 더한다. 한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점·찻집·술집 등을 소개한다. 민가다헌 명성황후 조카인 민익두 대감의 집을 개조해 만든 퓨전 음식점.1930년대 화신백화점을 설계한 건축가 박길룡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화장실과 목욕탕을 실내에 배치한 개량 한옥으로 1977년 서울시 민속자료 15호로 지정됐다. 한옥의 서까래 아래에서 구한말 서양에서 유행하던 빅토리아풍의 의자에 앉아 프랑스 화가 로트렉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다. 허브비빔밥 1만 5000원. 저녁세트 5만원 안팎.733-2966. 사과나무 인도 향신료를 사용해 만든 카레의 일종인 ‘달’(dal)을 닭가슴살과 밥에 비벼 먹을 수 있게 만든 치킨달밥(5000원)이 유명하다. 저녁에는 닭가슴살에 치즈를 얹어 구운 ‘닭치즈 바비큐’나 간장에 떡볶이를 절인 ‘궁중떡볶이’ 등의 퓨전안주(1만 5000원선)와 시원한 생맥주를 마셔도 좋다.1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도 있다.722-5051. 전통다원(경인미술관 내) 전통차를 마시면서 전시도 감상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다. 저택의 안채를 이용한 전통찻집으로 대청마루, 안방, 건넌방 등을 모두 터서 찻집으로 만들었다. 한옥의 넓은 마당에 앉아 마시면 마음이 차분해진다.8가지 한약재를 10시간 동안 다려 만든 한방 쌍화차는 6000원. 간식으로 먹기 좋은 모듬떡은 4000원.730-6305. 리틀 인디아 한국 전통의 거리에서 이국적 색채를 느낄 수 있는 곳. 입구부터 장식된 인도풍 공예품들은 주인이 직접 인도에서 사온 것들이다. 직접 발효시킨 인도식 요구르트인 ‘라씨(1만∼1만 2000원)’도 빼놓을 수 없다. 사모사(인도 만두·8000원), 닭고기커리(1만 1000원)도 대표 메뉴다.730-5528. 아빠 어렸을 적에 자갈이 깔린 철로를 지나 문을 열면 어두운 실내에 옛물건들이 많다. 교복, 가방, 구식 흑백 텔레비전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메뉴판도 70년대 ‘바른생활’국민학교 교과서로 만들어 옛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야생초를 채취해 100일 동안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산야차는 5000원.733-3126. 명상 아루이 황토와 백자갈이 깔린 마당에서는 맨발로 걸어볼 수 있다. 차를 먹으면 주인의 안내에 따라 그림명상·돌명상·선(仙)체조 등 명상을 즐길 수 있다. 손발이 찬 여성들을 위한 행복우린차, 흡연자를 위한 해맑은차, 식중독·숙취에 좋은 하늘잎차는 각각 1만원.722-6653. 신일 주머니 가벼운 데이트족들을 위한 전통 남도 음식 전문점이다. 보쌈, 재래 된장찌개, 참조기, 밑반찬 6가지, 계란찜, 수육, 굴, 홍어무침, 전, 나물이 어우러져 한상으로 나오는 신일정식은 1만 2000원으로 근처 한정식집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739-5548. 사원(732-3002)은 마당에 장독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궁중식을 기본으로 10가지 이상의 반찬이 나온다. 사원정식은 1만원·간장게장정식은 2만원. 산촌(735-0312)은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은은한 불경소리를 들으며 산중요리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 점심정식은 1만 7000원·저녁정식은 3만원. 사천(734-5798)의 불고기 정식(1만 9000원)은 양념이 독특하다. 김유영 김기용기자 carilips@seoul.co.kr ■ 특이한 곳 찾아보기 아름다운 차 박물관 한국 중국 스리랑카 영국 등 세계 각국 110여가지의 차와 차문화를 엿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가야부터 조선까지의 찻잔·토기뿐만 아니라 티베트·중국의 다기류가 전시됐다. 또 젊은 작가들이 구워내는 도자기를 전시·판매하기도 한다. 대금·소금 등 국악공연도 격주로 열린다. 한옥 마당에서 차를 팔기도 한다. 명전, 우전, 세작, 황산모봉, 황차, 로즈힙, 아쌈, 실론 등 400여종의 차를 ‘티스토리’라는 브랜드로 판매한다. 관람료는 없다.735-6678(www.tmuseum.co.kr). 북스(VOOK’S·갤러리카페)VOOKS는 ‘VISUAL+BOOK+SHOP’의 합성어다. 입구에 걸린 ‘한 점의 그림이 수천마디의 말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구호답게 그림책들이 30여평의 가게벽면에 빼곡하게 꽂혀 있다. 미술 사진 디자인 건축 등 직수입 서적이 1만여권으로 비주얼 서적으로는 시내 대형서점보다도 많다. 가격대가 수만원에 달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볼 수 있다. 독서를 하거나 세미나를 열기에도 좋다.5000원의 문화비를 내면 허브티·라테·커피 등을 보면서 책을 앉아서 볼 수 있다.737-3283(www.gallery.co.kr). 미술관 관람 인사동은 예술의 거리답게 학고재, 인사아트센터, 노암갤러리, 갤러리 타블로 등 많은 화랑들이 몰려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도 많아 들어갈 때 기죽기 쉽지만 관람료는 대부분 무료이기 때문에 그냥 가서 감상하면 된다. 사진 촬영이나 음식 반입은 금지다. 마음 내키면 인사아트센터(736-1020) 앞에서 순회버스를 타고 평창동까지 나갈 수 있다.1000원만 내면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으며 버스는 국립민속박물관, 환기미술관, 영인문학관, 이응노미술관, 김종영미술관, 가나아트센터 순으로 운행한다. 나이프갤러리 성보갤러리 골목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이곳에 들어가면 ‘세상에 칼 종류가 이렇게 많았어?’라고 감탄할 만하다.4000여개의 번뜩거리는 칼날이 광채를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뛰어난 검법을 자랑하는 거합도(居合道) 한정욱 사범이 모은 칼들이며 판매도 한다.735-4430(www.knifegallery.co.kr) 빛나리 앤틱샵 손목시계, 회중시계, 탁상시계 등 종류별·시대별로 값을 측정하기조차 어려운 다양한 시계들이 사방에서 똑딱거린다.720-6413(www.bitnali.com). 김유영 서재희기자 carilips@seoul.co.kr
  • 조카와 외삼촌의 사랑 버린딸 찾아 며느리로

    조카와 외삼촌의 사랑 버린딸 찾아 며느리로

    ‘조카와 외삼촌이 서로 사랑하고, 낳자마자 버렸던 딸을 찾아 며느리로 맞이한다.’ 무슨 엽기적인 이야기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설정이다.SBS가 10일 첫 방영하는 주말극장 ‘하늘이시여’는 이같은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이 시대의 사랑과 성공을 다뤄 방송 전부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또 한번의 파격, 패륜 논란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왕꽃선녀님’ 등 겹사돈과 부모에게 복수하는 딸 등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작품들을 써온 임성한 작가가 이번엔 SBS로 옮겨 궤를 같이하는 드라마를 썼다. 방송국을 중심으로, 분장사로 일하는 ‘자경’은 계모의 남동생인 스타배우 ‘청하’와 사랑을 한다. 물론 핏줄이 섞인 것은 아니지만 엄연한 조카와 외삼촌 관계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자경은 뉴스앵커 ‘왕모’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들의 사랑도 주변의 시기와 질투로 순탄치 못하다. 하지만 왕모의 어머니인 ‘영선’은 아들을 사랑하는 부잣집 딸 아나운서 ‘예리’를 멀리 하고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자경을 며느리로 선택한다. 왜일까? 자경은 영선이 결혼하기 전 사랑하는 남자와 낳은 딸이었기 때문. 그러나 남자쪽 부모의 반대로 결국 딸을 남에게 입양시키고 잊고 살다가 뒤늦게 필사적으로 찾아나선다. 결국 아들과 사랑하게 된 딸을 며느리로 거둬 못다한 사랑을 쏟는다는 줄거리다. 조카와 삼촌의 사랑에 이어 딸을 며느리 삼는 어머니까지 등장하자 ‘패륜’드라마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일 만도 하다. 이영희 PD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왕모는 전 부인이 낳은 아들로, 영선은 왕모의 새어머니일 뿐”이라면서 “패륜이 아니라 공격적인 인간관계를 통해 사랑과 아픔을 묘사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과감히 깬 ‘스타시스템’ 드라마의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극적인 내용에 맞게 스타배우를 캐스팅할 만한데도, 주인공 4명을 모두 신인급으로 뽑았다. 이자경 역의 윤정희와 구왕모 역의 이태곤, 김청하 역의 조연우, 구슬아 역의 이수경 모두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없거나 단편 1∼2편 정도에만 나왔던 신인들이다. ‘인어아가씨’의 김성택,‘왕꽃선녀님’의 이다해 등 임 작가가 그동안 자신의 작품을 통해 신인을 발굴, 성공한 경험이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후문. 이 PD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배역에 맞는 신인들을 발굴, 과감하게 캐스팅했다.”면서 “캐스팅 이후 배우들 모두 피나는 연습을 통해 이 자리까지 온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클릭 이슈] 이산 1세대의 소원

    [클릭 이슈] 이산 1세대의 소원

    ‘여보 영옥 엄마, 아니 순임이. 이렇게 현실이 아닌 꿈의 공간을 빌려 편지를 띄우는 못난 남편을 용서하오. 지난 55년간 의지가 약해질까 꽁꽁 잠가뒀던 심중(心中)을 이젠 하릴없이 개봉해야 할 것 같소.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떨어져 지팡이로도 거동하기 힘든 형편이라오. 이러다 끝내 당신한테 아무런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갈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나를 몰아세우는 구려. 오늘 여기 서울 하늘엔 오랜만에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올랐소. 계란 노른자처럼 명징(明澄)한 달빛이 실내등을 밀어내는 밤이면 당신이 더욱 사무친다오. 기억나나요?당신의 옥수(玉手)를 잡고 거닐던 그 논둑길, 사람들 눈을 피해 당신의 숨결을 오로지할 수 있었던 그 갈대숲, 그리고 당신의 머리카락에서 풍겨나던 그 동백기름 냄새…. 여보, 그때 내가 서울의 외삼촌 댁에만 내려오지 않았어도 우리한테 이런 생이별은 없었을 텐데 하는 회한은 수십년째 내 애간장을 혹사시키고 있소. 그래도 이 후진 목숨을 마침내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오직 당신과 영옥이를 만나겠다는 일념에서라오. 전쟁이 끝나고 북으로 더이상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이곳에서 맘씨 좋은 여자를 만났고 아들 둘을 낳았소. 고맙게도 이들이 나더러 한을 풀어야 한다면서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해줬다오. 벌써 5년 전의 일이오.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곧 당신을 볼 수 있다는 설렘에 몇날 밤을 설쳤는지 모른다오. 만나면 무슨 얘기부터 할까, 당신의 곱던 얼굴은 어떻게 변했을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영옥이도 장성해서 아이들 낳고 잘 살고 있을까…. 그런데 내 기대의 본질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소. 상봉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이산가족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지. 지난 5년간 상봉신청자 12만명 중 불과 1000여명이 컴퓨터 추첨을 통해 상봉했는데, 이런 식이라면 내 차례는 언제나 돌아올지…. 단순계산으로 하면 앞으로도 500년은 더 건강을 조섭(調攝)해야 한다는 얘기니 이 어이없음을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이쪽에서는 화상상봉이니, 면회소 건설이니 하는 방법으로 상봉을 ‘제도화’한다고 바람을 집어넣는데, 이 또한 썩 미덥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오. 지난달 31일 금강산에서 면회소 착공식이 성대하게 열렸지만,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적극성을 갖지 않는다면 이런 하드웨어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런대로 순항하던 금강산 관광마저 느닷없이 축소되는 실정이니 어찌 맘을 놓을 수 있겠냐 말이오. 제발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주고받는 협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되는데….“비싼 돈을 들여 면회소를 지어놔도 북한이 이를 또다른 협상카드로 쓰려든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만큼, 매달 일정 수의 규모가 상봉토록 하는 명실상부한 정례화를 약속해야 한다.”는 중앙대 제성호 교수의 조언을 모두가 유의했으면 하는 바람이오. 남북정상회담도 좋고 경협도 좋지만, 이산가족 문제만큼 촌각을 다투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당국자들은 신경이나 쓰는지…. 이산가족들이 다 죽고 없어진 다음에 면회소가 생기면 뭣하고, 제도화가 되면 뭣하겠소. 통일부 통계를 보면, 매일 평균 10명의 이산가족이 사망하고 있고 연간으론 3000∼4000명이 유명을 달리한다고 하니, 이보다 더 잔인한 안타까움이 어디에 있겠소. 달나라까지 사람이 가는 대명천지에 지척의 핏줄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야 하니. 이런 원초적인 휴머니즘 하나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치권력들이 아무리 거창하게 통일을 얘기하고 인권을 운운한들 무슨 감동이 있겠소. 여보, 내가 너무 흥분했나 보구려. 성내면 결국 내 건강만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 안 된다오. 순임이, 이제 나는 큰 욕심을 버렸소. 금강산이든 화상상봉이든 당신 얼굴 보지 못해도 일 없으니 그저 생사만이라도 알고 눈을 감았으면 족하겠소. 그래도 꿈속에서나마 이렇게 당신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으니 나는 영영 이 몽상에서 깨지 말았으면 좋겠소.’100% 픽션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 글이 실제 이산가족들의 애절함을 반영하는 정도는 1%도 안 될 것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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