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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개월 전에도 리만 가설 증명했는데 수학자 아티야 89세로 별세

    3개월 전에도 리만 가설 증명했는데 수학자 아티야 89세로 별세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손꼽히는 마이클 아티야가 89세를 일기로 11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9월 하순 명예교수로 있는 영국 에딘버러 대학의 하이델베르크 석학 포럼에서 리만 가설을 건강한 모습으로 증명해 보인 지 4개월 만이라 놀라움을 안긴다. 은퇴할 때까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재직했던 고인은 레바논 출신 부친과 스코틀랜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수단 하르툼과 이집트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에서 학교를 다녔다. 1961년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됐고, 1966년 37세 나이에 수학 분야 최고의 상인 필즈 메달을 수상했으며 기하학과 위상(位相)수학(topology)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 그의 동생 조는 BBC에 사망 사실을 알리며 “내게 형은 수학 교수 가운데 한 명 이상이며 아이작 뉴턴 경 이래 20세기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동생 패트릭도 유명 변호사가 됐다. 고인은 또 영국 과학자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 가운데 하나인 왕립학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 학회장인 벤키 라마크리슈난은 고인을 위대한 수학자라고 묘사한 뒤 “마이클 아티야 경은 왕립학회장으로서 훌륭한 인간이었으면서 진정한 국제주의자와 재능에 투자하는 데 있어 열정적인 서포터였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성과는 이론물리학자들이 ‘장(場)의 양자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이따금 시인으로도 활약했으며 뉴저지주 고등교육연구소 국장인 로버트 디직그라프 교수가 극찬한 바 있다. 고인 역시 이 연구센터의 홈페이지에서도 일한 바 있다. 디직그라프 교수는 “진정한 멘토이자 친구, 롤모델, 지적 능력과 에너지는 필적할 수가 없었다”며 “수학과 물리학에 남긴 유산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그의 죽음은 끔찍한 손실이며 그의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 건넨다. 전 세계 친구들과 동료들은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4년에 이저도어 싱어와 함께 아티야-싱어 지표 정리에 대한 공로로 아벨상을 수상했는데 이것이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또 프리드리히 히르체브루흐와 함께 대수적 위상수학의 한 분야인 위상 K이론을 창시한 것도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독립 열망, 붓으로 남기다

    독립 열망, 붓으로 남기다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다. 민족의 독립을 이끌고 민주공화국 건설을 꿈꿨던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헤아려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주관하는 특별전 ‘문화재로 되돌아보는 100년 전 그날’이다. 오는 2월 19일부터 4월 21일까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에 앞서 서울신문은 100년 전 독립운동가들의 조국에 대한 애정과 자유를 향한 염원이 깃들어 있는 전시 유물 20여점에 얽힌 이야기를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한다.중국의 이곳저곳을 떠돌며 독립운동을 펼쳤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은 1945년 마지막 거처인 충칭에서 조국의 광복을 맞았다. 임시정부는 당시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요인들은 개인 자격으로 돌아와야 했다. 환국을 앞둔 11월 4일 김구를 비롯한 이시영, 김원봉, 김규식 등 임시정부 요인 23명은 한자리에 모여 조국의 독립에 대한 감회와 새 조국 건설에 대한 포부를 붓으로 적었다.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재유기념첩(在諭紀念帖)은 요인들의 필적뿐만 아니라 이들이 당시 품고 있던 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자료다. “낡은 집 무너지매 새집 지으려고 온갖 셈 닿이어 놓고 옛 터 두루 살피어보니 터는 좋다마는 가시 덩굴 적지 않소라. 날랜 연장 잡았으니 그 무엇 걱정하랴.” 눈앞에 놓인 현실이 가시덩굴처럼 험하지만 정교한 연장과 더불어 걱정없이 나아가겠다는 호기로운 이 문장은 독립운동가 윤기섭(1887~1959)이 적었다. 1908년 안창호(1878~1938)의 지도 아래 청년단체인 청년학우회를 조직해 활동하다가 이후 신흥무관학교의 교장으로 독립군을 양성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김구(1876~1949)의 “변하지 않음은 수많은 변화를 감당할 수 있다”(不變應萬變)는 문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민족의 자주독립에 대한 변치 않는 의지와 굳건한 사상만 있다면 극한의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명근 한국기독교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국의 광복을 맞이한 독립운동가들이 마음속에 품은 새로운 국가 건설을 향한 포부와 희망,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문서로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조소앙(1887~1958)의 “세상의 지혜와 부에 대한 권리를 균등하게 하라”(均天下之智富權), 이시영(1869~1953)의 “오직 정성이 하늘을 움직이고 지성이 신을 감동시킨다”(惟誠動天 至誠感神), 신익희(1894~1956)의 “독립은 아직 미완성이니 우리들은 여전히 노력해야 한다”(獨立尙未完成 我等仍順努力), 장건상(1882~1974)의 “세계의 평화와 민족의 자유를 위해 분투하는 자라야 혁명가라 할 수 있다”(爲世界和平幷民族自由而奮者方可謂革命家) 등의 휘호를 통해 임정 요인들의 대동단결과 자립, 자유에 대한 열망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소송취하 문서 위조’ 강용석 “구속 풀어달라” 법원에 보석 청구

    ‘소송취하 문서 위조’ 강용석 “구속 풀어달라” 법원에 보석 청구

    김미나씨의 남편이 낸 소송을 취하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강용석 변호사가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강 변호사는 자신의 사문서 위조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 임성철)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지난 26일 보석을 청구했다. 보석은 보증금을 내는 등의 조건으로 구속 중인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앞서 강 변호사는 지난 10월 24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씨의 남편은 2015년 1월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다면서 강 변호사에게 손해배상금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해 4월 강 변호사는 이 소송을 취하할 목적으로 김씨와 공모해 김씨 남편 명의로 된 인감증명 위임장을 위조하고, 소송취하서에 남편 도장을 임의로 찍어 법원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 변호사는 “김씨가 남편으로부터 소 취하 허락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하면서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1심 재판부는 “김씨가 남편으로부터 소송을 취하할 권한을 위임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소송취하서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불과 이틀 전에 김씨 남편과의 합의가 결렬됐는데 김씨가 취하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사실을 법률 전문가인 피고인도 알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라는 지위와 기본 의무를 망각하고 중요한 사문서를 위조해 제출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됐기 때문에 형이 확정돼 집행되면 변호사법이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해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한양서 가장 깊은 계곡 삼청동천 물길… 북촌의 힘이었구나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한양서 가장 깊은 계곡 삼청동천 물길… 북촌의 힘이었구나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4회 삼청동(삼청공원의 겨울) 편이 동짓날인 지난 22일 종로구 삼청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10시 경복궁역 5번 출구에 모인 참석자들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국무총리 서울공관~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서울 요새화의 산물, 방호연막탄 지주~제1호 도시계획공원 삼청공원을 차례로 둘러봤다. 청와대 앞 무궁화동산과 왕실에서 길어먹던 복정우물·성제우물, 북창이라고 불렸던 신식무기 제조창 금융연수원 안 번사창, 칠보사의 큰 법당 옆 500년 묵은 느티나무도 구경했다. 종착지인 삼청공원은 덕수궁 돌담길과 함께 한때 연인들의 성지였다. 삼청동천(三淸洞天)에 공원을 만들자는 여론에 따라 1940년 조성됐다.도시에서 물길과 사람길 그리고 건물의 생몰을 살펴보면 도시형태의 변화가 보인다. 삼청동을 이해하려면 물길을 먼저 알아야 한다. 삼청터널 어림에서 발원, 동십자각을 거쳐 청계천까지 2900m를 흐르는 삼청동 계곡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면 삼청동의 역사를 놓칠 공산이 크다. 20세기 역사학의 지평을 연 페르낭 브로델은 역사는 평면이 아니라 피라미드처럼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3차원의 입체이며, 최소 3층짜리 건물의 구조를 띠고 있다고 역설했다. 상층부에는 단기지속의 시간을 나타내는 사건사(事件史)가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관점에서 보면 삼청동 계곡이 복개돼 집이 들어서고, 용도가 변경되고, 증축이 일어나며, 개축했다가 철거되는, 반세기에 걸친 변화이다. 정치적 시간의 흐름이다. 중간층에는 경제·사회·문화 등 좀더 장기적이며 불변적인 요소를 포함한 문명사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국면사(局面史)로서의 사회적 시간이 흐른다. 유교 논리가 판친 조선사회에서는 의외인 도교의 신전 삼청전(삼청보전)과 도교의 제사의식을 행하는 관청 소격서의 존재가 그것이다. 500여년에 걸친 제도와 문명사가 읽힌다.브로델은 맨 아래를 구조사(構造史)의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사람의 행위에 의해 변하는 사건사와 국면사에 비해 좀처럼 변하지 않는 지리적 시간을 말한다. 비록 삼청동천이 복개돼 길로 바뀌고, 계곡에 집이 들어섰지만 경복궁의 주산인 백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길의 지형적 본질은 바뀌지 않고 장기 지속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백악산이라는 이름은 진국백(鎭國伯)이라는 관직에 봉해진 여신을 모신 백악신사에서 유래했다. 마주 보이는 목멱산(남산)에는 목멱대왕을 모시는 목멱신사를 두고 제사를 올렸다. 왕의 시선이 머무는 남산에 한 등급 위의 신분을 제공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주산 아래 법궁 경복궁을 세운 것은 만고불변의 원칙이었다. 백악산은 세 개의 골짜기를 거느리고 있는데 하나는 서쪽 사면을 흘러내려 경복궁 오른쪽을 휘감아 흐르는 백운동천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동쪽 사면을 흘러내려 경복궁의 왼쪽을 흐르는 삼청동천이다. 마지막은 도성 밖 백악의 북서쪽 사면을 돌아가는 백석동천이다. 백운동천은 개천(청계천)의 원류를 이루고 삼청동천은 북창교~소격교~장원서 앞 다리~경복궁 건춘문을 따라 흘렀다. 동십자각을 벗어나면서 서울의 4부 학당 중학을 만나 중학천으로 이름이 바뀐 뒤 교보문고 앞 혜정교에서 개천과 합류했다. 백석동천은 세검정을 거쳐 홍제천과 만났다. 조선시대 백악산 양쪽 삼청동천과 백운동천, 인왕산 아래 옥류동천, 낙산 서쪽 쌍계동천, 남산 아래 청학동천이 한양 5대 계곡으로 꼽혔다. 그중 삼청동천을 으뜸으로 쳤다. 동천(洞天)이나 동천(洞川) 또는 동문(洞門)은 수려한 골짜기를 일컫는 말이다. 같은 물줄기에 기대어 사는 자연부락을 ‘골짜기 동’(洞)이라고 부른 데서 기원했다. 골짜기 동에 ‘하늘 천’(天) 자를 붙여 쓴 것은 신선이 노닐 만큼 풍광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1960년대 말 지금의 모습으로 복개되기 전까지 삼청동천은 서울에서 가장 크고 깊은 계곡이었다.용재 성현은 ‘용재총화’에서 “삼청동은 소격서 동쪽에 있다”고 썼고, 손곡 이달도 “삼청보전(삼청전)은 예 모습 그대로인데…”라는 시를 읊었다. 정조는 ‘삼청녹음’(三淸綠陰)을 나라 안 으뜸가는 8개의 경치인 ‘국도팔영’에 꼽았다.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장지연도 ‘유(遊)삼청동기’를 통해 탄복했다. 삼청터널 어림에서 발원한 물길이 칠보사와 삼청공원을 지나 금융연수원 앞에 있던 북창교(금융연수원 안 번사청을 북창이라고 했음)에서 합쳐져 태화궁(국무총리 서울공관) 앞 너른 계곡에서 절정을 이뤘다. 총리공관 앞에 서면 ‘북촌8경’ 중 8경인 삼청동 돌계단이 거대한 병풍바위 절벽 사이에 뚫려 있는 게 보인다.유심히 관찰하면 바위에 새겨진 ‘삼청동문’(三淸洞門)이라는 암각 글씨 중 일부를 발견할 수 있다. 50m가 넘는 바위벽에 가로·세로 70㎝ 크기의 4글자가 새겨져 있다. 서울시등록문화재 제58호이다. 축대를 쌓는 과정에서 콘크리트가 흘러내려 글씨가 일부 훼손됐다. 골목 안 지붕 위에 올라가지 않으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다. 글씨의 주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숙종 때 명필 김경문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성해응이 쓴 ‘동국명산기’에는 김경문, 유본예의 ‘한경지략’에는 이상겸, 장지연의 ‘유삼청동기’에는 송시열의 필적으로 엇갈린다. 총리공관 자리에는 조선시대 태화궁이 있었다. 1970년 삼청동에 흡수되기 전까지 이 동네 이름은 태화동이었다. 국회의장 공관을 거쳐 1961년부터 국무총리 공관으로 사용 중이다. 공관 안에는 서울시 천연기념물 제254호인 900년 묵은 등나무와 255호인 300년 묵은 키 11m의 측백나무가 있다. 등나무는 키 16m, 둘레 1.8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맞은편 삼청동 산35 꼭대기에는 세종 때의 청백리 맹사성이 소를 타고 다니며 피리를 불던 집터가 있다. 맹씨 일가가 살아 ‘맹동산’이라고도 한다.오백 살 넘은 느티나무가 일품인 칠보사 옆 계곡에 운룡정이라는 활터가 있었다. ‘운룡정’(雲龍亭)이라는 바위 각자만 남아 있다. ‘서촌 5사정’은 운룡정을 비롯해 옥인동의 등룡정, 사직동의 대송정과 등과정, 누상동의 백호정을 일컬었다. 칠성당에 제사 지낼 때, 정조의 수라상에 올렸던 성제정(星祭井) 혹은 형제우물, 양푼우물이 칠보사 위 60m 지점에 있다. 우물 옆 벽면에 ‘운룡천’(雲龍泉)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삼청동은 북쪽으로 부암동·성북동, 동쪽으로 가회동·계동·원서동, 남쪽으로 팔판동, 서쪽으로 청운동과 4면을 접하고 있다. 삼청동이라는 동명은 도교 태청(太淸), 상청(上淸), 옥청(玉淸)의 삼청성진(三淸星辰)을 모시는 삼청전이 있던 데서 유래했다. 삼청전의 위치는 삼청공원 서쪽 백련봉 기슭 ‘영월암’이라는 바위 글씨 근처로 추정된다. 스물두 살의 가난한 청년 연암 박지원이 백련봉 아래 이장오의 별장에 세 들어 살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시를 지은 곳이다. 조선 말 장동 김씨 세도가 김조순과 김유근 부자의 별서 터가 삼청동에 있었다. 김조순이 살던 옥호정은 금융연수원 길 건너편에 있고 김유근의 집 백련사는 감사원 아래 국군서울지구병원 안에 있다. 이들의 집 앞에는 인사 청탁을 하러 온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삼청전의 후광이 장동 김씨의 순조·헌종·철종 3대에 걸친 전무후무한 세도와 정권교체기 금융연수원 안에 설치되는 새 정부 인수위원회의 권세로 이어졌다는 후문이 있다. 태조는 소격전을 세워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태종 때 삼청동파출소 뒤 소격서 터에 자리잡았다. 세조는 소격서로 개칭했다. 성종 때 도가사상 배격을 요구하는 조광조 등 유학자들의 반대에 못 이겨 산속 깊이 내쫓겼다. 제후국은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수 없다는 논리였다. 폐지와 부활을 거듭하다가 임진왜란 이후 관왕묘 신앙에 밀려 빛을 잃었다. 소격동이라는 동명과 소격서 터 푯돌로 남았다. 삼청동은 중국보다 더한 공자의 나라 조선에서 드문 도교의 흔적이다. 삼청동 밑바닥을 흐르는 삼청동천 물길이 ‘북촌의 힘’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서울의 영화2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 ●일시:12월 29일(토) 오전 10시~낮 12시 ●집결장소:을지로 3가역 12번 출구
  • “신기술 따른 ‘신유형 재난’ 대비를” “안전투자=이익 인식 키워야”

    “신기술 따른 ‘신유형 재난’ 대비를” “안전투자=이익 인식 키워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안전 체계는 개선되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도 적지 않다. 최근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온수관이 터지고, 강원 강릉에서 KTX 열차가 탈선하고, 펜션에서 자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10대 청소년 3명이 숨졌다. 서울신문은 최근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을 진단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26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안전한 나라로 가기 위한 방안’(후원 문화체육관광부)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와 안재현 서경대 교수, 류충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이사가 패널로 참석했고, 김경두 서울신문 정책뉴스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전문가들은 신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잇단 안전 사고 원인은 안재현(이하 안) 최근 발생한 재난들은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세기까지는 주로 자연 재난이었지만 21세기엔 신기술과 신제품 등장으로 새로운 피해를 낳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재난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KTX 탈선 사고, KT 아현지사 사고도 비슷한 맥락이다. 류충(이하 류) 기업과 개인의 입장으로 나눠 생각해 봐야 한다. 기업은 성장과 효율성을 추구한다. 때문에 기업은 안전 투자를 의도적으로 줄이며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데, 이렇게 하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안전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미필적고의다. 반면 개인의 측면에서 보면 모르거나 안전관리를 하는 습관이 없어서 사고가 발생한다. 강릉 펜션 사고도 관리자의 무지에 의해 발생했다. 김찬오(이하 김)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시설까지 재난이 확대됐다는 게 최근 발생한 사고들의 공통점이다. 경기 고양시의 온수관, 강원 강릉시의 KTX, 서울 KT 아현지사는 모두 국민과 밀접한 시설이다. 또 사고 기업이 모두 공기업이거나 과거에 공기업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기업은 이윤과 경영 효율성 추구보다 대국민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공기업들이 공공서비스보다 경영 효율성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저입찰제·하청의 하청 해결책은 류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더라도 안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기업문화와 조직문화가 그렇지 않다. 사고가 많지 않은 평상시에 안전 투자를 확대하자고 주장하면 바로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 성장주의 사고에 빠져 있다 보니 정의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을 개선하려면 안전 투자가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세금이나 보험 등 인센티브를 통해 안전에 투자하는 게 이익이라는 인식을 키워야 한다. 안 외주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외주화를 진행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비용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성수대교 붕괴 이후 안전을 진단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서로 경쟁하느라 저가로 입찰하고 수주받는 구조가 만들어지다 보니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안전 진단을 하다 보니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안전 분야도 인센티브를 뛰어넘어 인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뭔가를 만들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 안전 외주화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공기업이다. 오히려 일반 기업들은 안전 대비가 잘돼 있다. 안전관리를 한 번 잘못하면 제재를 받고 기업의 존폐 위기까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기업들은 최근 경영 환경이 어렵다 보니 최저입찰로 안전의 외주화를 진행하고 있다. 최저입찰로 고용한 안전 담당자를 현장 교육도 시키지 않고 모든 책임을 지운 채 위험한 곳에 투입한다. 이런 이유로 발생한 대표적인 비극이 서부발전 사고다.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면 접근하지 못하게 접근 방지망을 쳐야 하지만 그런 과정도 없었다.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안전관리는 싫어도 하게 해야 한다. 정부가 욕을 먹더라도 현장에서 관리 감독하는 기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안전대진단 후에도 계속되는데… 안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문제가 생기면 쫓아가는 식이라는 것이다. 1971년 대연각 화재 이후 계속 이어져온 방식이다. 대연각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그 이후 화재 경보 체계가 확 바뀌었다. 두 번째는 사후 대비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은 사후 대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최근 KT 아현지사 화재만 봐도 사고 이후 대비가 거의 없었다. 20년 전이었으면 주변지역 유선전화가 끊기는 것으로 끝났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카드 결제도 안 되지 않았나. 류 비슷한 생각이다. 사실 공동체나 국가가 위험을 모두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전관리라는 게 수천개의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한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8500개의 위험인자를 관리해야 25%의 화재 예방효과가 있다고 한다. 과연 그것을 국가에서 관리할 수 있을까. 현재 정부의 재난안전관리 전략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안전관리 실패 상황에 대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일상적인 사고는 개인과 기업이 책임질 수 있다. 또 지역의 위험요인 정책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해야 한다. 이처럼 재난관리를 잘 하려면 상향식 안전관리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김 지금의 안전대진단은 진단이라고 할 수 없다. 정부부처의 합동 점검 정도로 해석하는 게 맞다. 눈에 보이는 위험 요소를 시설에서 현장 발굴하는 게 전부다. 정말 대진단이 되려면 시스템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분석해 제도 개선까지 이어져야 한다. 안전 점검을 했지만 사고가 발생한 서울 상도동 유치원이 대표적이다.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 등이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해관계에 밀려 사고가 반복된다. ●올겨울 조심해야 할 안전사고는 류 단편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종합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재난 위험 목록을 작성해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영국은 지방 단위에서 재난 위험 목록을 관리한다. 이 목록 덕분에 재난관리할 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 우리도 이런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으로 분석해 기상예보처럼 위험 요인을 예보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 겨울철이 다가오면 혹한이 문제다. 혹한을 막을 수는 없지만 취약계층이 혹한에 견딜 수 있는 상황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한과 폭설로 가스·전기 공급이 끊길 위험이 있는 취약가구가 많이 존재하지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체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재난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점검을 일상화하는 게 필요하다. 충북 제천 화재도 비상구를 잠가 놓은 게 문제였는데, 사고 이후 점검으로 개선됐지만 지금은 다시 잠가 놓은 곳이 많아졌다. 김 최근 자연환경 변화로 혹한과 폭설이 심해져 예상치 못한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수관이 터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과거에 갖고 있던 매뉴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이다. 따라서 혹한으로 인한 기계 오작동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 국민안전행동요령 등에 재난 대처 방법이 설명됐지만 홍보가 잘 안 됐다.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정리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현대모비스 단일 시즌 두 번째 13연승, KBL 새 기록(18연승)에 ‘-5’

    현대모비스 단일 시즌 두 번째 13연승, KBL 새 기록(18연승)에 ‘-5’

    현대모비스가 창단 후 두 번째로 단일 시즌 13연승을 작성했다. 현대모비스는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아 벌인 SK와의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 3라운드 대결에 박경상(17점)을 비롯해 다섯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데 힘입어 88-69 완승을 거뒀다. 13경기 연속 승리를 챙긴 선두 현대모비스는 21승3패로 독주 체제를 굳혔고, 3연패에 빠진 SK(9승14패)는 공동 8위로 한 계단 내려섯다. 2012~13시즌 13연승과 2013~14시즌 4연승을 합쳐 정규리그 17연승을 기록해 KBL 통산 최다 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이번 시즌 다른 팀들이 필적할 수 없는 막강한 전력을 갖고 있어 단일 시즌 팀 최다 연승 기록은 물론, 리그 18연승 이상 거둬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최근 가드 이대성과 양동근이 동시에 부상을 당해 상대의 압박수비에 다소 힘겨운 싸움을 펼쳤던 현대모비스는 이날 양동근(6득점 5어시스트)이 복귀하면서 숨통이 틔었고 초반부터 앞서나간 끝에 낙승을 거뒀다. SK는 장신 가드 최준용이 복귀전을 치렀다. 최준용은 비 시즌 훈련 과정에서 발가락이 골절돼 수술을 받았고, 최근까지 재활에 몰두했다. 17일 테스트 차원에서 D리그(2군) 경기에 출전해 감각을 조율한 뒤 2쿼터 시작과 함께 이번 시즌 처음으로 홈 코트를 밟았다. 수비에서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지만 경기 감각과 체력이 완벽하지 않은 듯 공격에서는 공헌도가 높지 않았다. 23분 동안 뛰면서 3득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에 그쳤다. 한편 DB는 창원 원정에서 단신 외국인 조쉬 그레이가 부상으로 빠진 LG를 105-79로 제압했다. DB는 3점슛 13개로 상대를 맹폭, 시즌 세 번째 100점 이상을 기록했다. 10승14패를 쌓아 단독 7위로 올라섰다. LG는 12승12패 승률 5할로 KGC인삼공사와 공동 4위가 됐다. 마커스 포스터가 3점슛 다섯 방 등 27득점 3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앞장 섰다. 리온 윌리엄스는 16득점 22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로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윤호영(4리바운드 4어시스트 4스틸)과 김현호(3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도 13점씩 올렸다. 이광재는 3점슛 세 방 포함해 11득점으로 제몫을 했다. LG의 제임스 메이스는 24득점 10리바운드로 분전했다. 김시래는 14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원대(13득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와 김종규(11득점 7리바운드)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사사건건] 윤장현에 미끼 던진 전과 6범… ‘공천·노무현·혼외자’로 대어 낚았다

    [사사건건] 윤장현에 미끼 던진 전과 6범… ‘공천·노무현·혼외자’로 대어 낚았다

    윤장현(69) 전 광주시장이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40대 사기범에게 4억 5000만원을 뜯겼다. 그는 당초 피해자로 여겨졌으나 피의자로 신분이 바뀐 뒤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광주지검 공안부(부장 이희동)는 지난 13일 윤 전 시장에 대해 공천을 기대하며 돈을 보낸 것으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초기 단계부터 “짜 맞추기 수사”라며 반발했던 윤 전 시장 측과 검찰 간 법정 공방이 예고된다. 이 사건이 단순한 사기로 밝혀질지, 윤 전 시장이 사기범에게 건넨 거액의 돈이 6·13 지방선거 공천을 염두에 둔 대가성 성격으로 결론 날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사기범에게 놀아난 윤 전 시장은 언론 등을 통해 “지혜롭지 못한 판단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여러 번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윤 전 시장이 송금한 돈이 사기범의 ‘공천’을 시사한 듯한 발언에 ‘미필적 고의’ 형태로 공감했고, 그 대가로 빌려줬다는 객관적 증거가 나올 경우 실정법의 처벌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윤 전 시장이 연루된 희대의 사기 사건의 전말을 짚어 본다. ●감쪽같이 속은 윤장현 전 시장 윤 전 시장은 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12월 21일 한 통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권양숙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딸이 비즈니스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5억원만 빌려주시면 곧 갚겠습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이미 구속된 사기범 김모(49·여·전과 6범)씨가 지역의 유력 인사들에게 무작위로 날린 ‘낚시용 미끼’였다. 윤 전 시장을 제외한 사람들은 ‘보이스피싱’ 정도로 생각하고 대응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활동 시절부터 다른 사람을 자주 도왔고, 감성적인 성품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윤 전 시장은 그런 메시지에 깜짝 놀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윤 전 시장은 이튿날인 22일 문자를 보낸 당사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김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써 가며 자신이 권양숙 여사인 것처럼 속였다. 김씨는 개인사나 정치활동 얘기 등으로 말을 꺼내며 “곧 돌려줄 테니 5억원만 빌려주세요. 나중에 힘이 돼 드리겠다”고 말했다. 윤 전 시장은 김씨의 말을 그대로 믿고 같은 달 26일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아 송금했다. 사흘 뒤인 29일엔 지인에게 1억원을 더 빌려 비서를 통해 보냈다. 올 1월 5일엔 1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아 김씨에게 송금했다. 마지막 1월 31일엔 5000만원을 또 대출받아 보냈다. 한 달 새 모두 4차례에 걸쳐 4억 5000만원을 김씨가 알려준 김씨의 어머니 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김씨는 지능적인 정치관련 사기범 광주에서 휴대전화 판매업을 해 온 김씨는 여러 대의 전화를 번갈아 사용하며 ‘1인 2역‘을 하면서 윤 전 시장을 감쪽같이 속였다. 김씨는 윤 전 시장과 지난 10월 초까지 280여 차례의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1월 초엔 “어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전화해 광주 윤 시장 힘써 달라 했다. 시정에만 힘쓰세요”란 메시지를 보냈다. 18일엔 “시장님 재임하셔야겠죠. 이용섭(현재 광주시장으로 당시 유력한 민주당 시장 출마 예정자)과 통화해 제가 주저앉혔다”고 말했다. 김씨는 윤 전 시장이 돈을 송금한 이후에도 여러 차례 “당 대표에게 신경 쓰라고 당부했다. 이제 곧 경선이 다가온다. 전쟁이 시작될 거다”며 후보 공천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 갔다. 사기범 김씨는 윤 전 시장이 이를 눈치채지 못하자 더욱 대담해졌다. 윤 전 시장이 2억원을 첫 송금한 지난해 12월 26일 이후엔 시장실을 직접 찾아갔다. 앞서 권양숙 여사로 위장한 김씨는 “내가 자주 전화하기 어렵다. 광주에 내 ‘메신저’ 김XX가 있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를 기르고 있는 위탁모이기도 하다. 그쪽과 얘기하시면 된다”며 또 다른 자신을 ‘셀프 위탁모’로 소개한 뒤였다. 김씨는 이처럼 ‘1인 다역‘을 하며 올 1월 윤 전 시장을 상대로 자신의 아들(28)과 딸(30)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로 속여 취업을 부탁했다. 윤 전 시장은 3월쯤 김씨의 자녀가 각각 김대중컨벤션센터와 모 사립중의 기간제 교사로 취업하도록 도왔다. 이 과정에서 “조직관리 자금이 없어 힘들다. 이번 생신 때 (문재인) 대통령을 조우해 말씀드렸다”며 공천을 암시하는 듯한 ‘립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윤 전 시장은 이후에도 위탁모를 자처한 김씨를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은 “혼외자 얘기를 듣고 부들부들 떨렸다. 이대로 두면 전국이 또 한 번 발칵 뒤집힐 것이란 생각에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김씨는 또 지난 7~9월 지역의 유력인사 4명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접근했다.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뒤 “5억원을 빌려주면 곧 갚겠다. 향후 정치활동에 도움주겠다”고 했으나 당사자들이 송금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던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논란 김씨의 이 같은 사기 행각이 이어지면서 지난 9월 말~10월 초쯤 이와 관련한 각종 루머가 시중에 떠돌았다. 윤 전 시장이 보이스피싱으로 거액을 뜯겼다는 소문도 가세했다. 윤 전 시장 역시 이즈음에야 자신이 사기당한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는 당시 이 사건을 가슴에 묻어둘지, 수사 의뢰할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는 별도로 전남경찰청은 이런 ‘첩보’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다. 당시 지역의 한 인사가 노무현재단 측에 “권 여사에 대해 광주에서 여러 말이 나온다”고 알렸고, 재단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사기관에 빨리 신고하라”고 답변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김씨를 특정해 계좌 추적과 통화내역 분석을 했다. 김씨가 송금받은 계좌에서 ‘윤장현’이란 이름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유력인사를 사칭해 자치단체장 후보군을 상대로 돈을 가로챘거나 가로채려 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 같은 김씨의 구체적 사기행각을 확인한 뒤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7일 김씨에 대해 사기와 사기 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자신을 휴대전화 판매업자라고 주장했지만 광주·전남 선거판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전문 선거꾼’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에게 공천을 암시하는 듯한 정치적인 얘기로 접근한 것도 이런 이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또 사기 피해를 당한 윤 전 시장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윤 전 시장이 김씨에게 송금한 것이 6·13 지방선거 당내 공천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윤 전 시장이 송금 이후에도 김씨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주고받은 통화내역 등을 관련법 위반 근거로 보고 있다. 윤 전 시장은 지난 4월 4일 출마 포기 선언 이후 김씨에게 “빌려간 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사기범을 실제 권양숙 여사로 믿고, 공천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으로 거액을 보냈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윤 전 시장 측은 “생활비 등 경제적 부분에 대한 걱정을 얘기했지, 공천이 무산됐기 때문에 돌려달라고 한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윤 전 시장은 또 김씨에게 송금한 돈을 은밀히 전달하지 않고, 본인 명의로 대출받아 계좌이체한 점 등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당후보 추천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해서는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 제47조 2항을 적용했다”며 “윤 전 시장이 사기범에 속았는지는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기범의 자녀 취업 청탁에 개입한 윤 전 시장 등 6명에 대해서는 별도로 직권남용혐의 등을 적용해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또 윤 전 시장이 사기범에게 송금할 때 차용증과 이자를 받았는지, 지인에게 1억원을 빌릴 때 역시 차용증과 이자 지급을 했는지도 살피고 있다.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피의자인 윤 전 시장과 검찰 사이의 진실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검찰총장 사과? 하든 말든… 1991년, 그렇게 다들 잊었더라

    [색다른 인터뷰] 검찰총장 사과? 하든 말든… 1991년, 그렇게 다들 잊었더라

    6월 항쟁을 그린 영화 ‘1987’은 700만여명이 봤다. 1991년 봄을 그린 영화 ‘1991, 봄’을 본 관객은 5000명이 채 안 된다. 87년은 승리의 역사로 기록되지만, 사실은 군사정권과의 타협으로 매듭지어진 절반의 승리일 뿐이다. 87년의 타협이 91년의 패배를 불러왔고,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온갖 모순은 91년 패배에서 잉태됐을지도 모른다. 모두 쉽게 잊은 91년의 아픔이 온몸에 새겨진 인물 강기훈.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씨를 지난달 25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났다. 전남 강진에서 간암 투병을 하고 있는 그는 병원에 들르기 위해 한 달에 한두 번 서울을 찾는다. 이미 한 차례 인터뷰를 거절하고, 몇 달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승낙한 강씨는 사진 촬영을 극도로 꺼렸다. “누군가 나를 알아보는 게 너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에게 아픈 과거를 묻는다는 건 잔인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많은 이들이 91년을 잊고 살고, 어떤 이들은 의도적으로 잊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러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록 자신이 더 아프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91년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터뷰에 응한 것처럼 보였다.→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검찰총장이 강기훈씨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검찰총장이 사과를 하든 말든 관심 없어요. 당사자도 아닌데 검찰총장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그를 수사했던 검사 강신욱 신상규 안종택 박경순 윤석만 임철 송명석 남기춘 곽상도, 당시 법무부 장관 김기춘,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 노원욱 정일성 이영대 임대화 윤석종 부구욱 박우동 김상원 박만호 윤영철, 허위로 필적감정서를 작성한 김형영 등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들 중 누구도 강씨에게 사과를 하거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설령 사과를 하더라도 안 받는 건 제 마음입니다. 저는 용서하지 않을 권리를 갖고 있고, 한편으로는 복수할 의무도 갖고 있어요. 물리적인 폭행은 아니지만 복수할 의무가 있어요. 권리가 아니라 의무죠. →1994년 출소 이후 어떻게 살았나요.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회사에 다니고, 무역회사에도 있었어요. 막노동을 한 적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금방 알아보더라고요. ‘유서는 왜 대신 써 줬어요’라고 비난하듯 묻는 사람도 있고, ‘유서 써 준 게 뭐가 죄가 되느냐’는 사람도 있었죠. 안 썼다고 말해도 아무도 안 믿어 줬어요.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사실이 돼 버렸으니까요. 5월이 되면 유독 힘들었고, 지금도 힘듭니다. 누군가 알아보고 사건을 이야기하면 멘탈이 깨져서 일을 못 했어요. →모두가 사실로 믿어버린 사건에 대해 재심 청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재판으로 뒤틀렸으니 재판으로 바로잡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사실 물리적 복수를 생각하기도 했어요. 과거에 고문으로 어쩔 수 없이 간첩이 된 분들한테 ‘10억원 받을 거냐 아니면 당신이 맞은 만큼 때려줄 거냐’고 한 번 물어보세요. 십중팔구는 ‘돈은 필요 없고 때려 주겠다’고 말할 거예요. →조작 당사자들 가운데 직접 대화를 나눈 이는 없나요. -재심 재판에서 국과수 직원이 나와 김형영이 필적 감정을 조작했다고 진술했어요. 김형영과 함께 필적 감정서에 사인한 사람인데 자기 책임은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휴정 시간에 저한테 태연히 악수를 청했어요. 순간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안하다는 뜻인가요.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죠. 김형영의 죄를 진술한 것으로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물론 역사적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사람들이 이렇게 무서워요.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조작이 가능했을까요. -사람들이 믿어 주니까 가능했겠죠. 제가 인간에게 실망하는 것도 그 지점이에요.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툭 던져 버리고 이후에는 관심 없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1%도 안 돼요. 내 말이 타인에게 고통을 안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진보든 보수든 마찬가지예요.→거짓을 믿게 하는 작동방식이 있는 것 같군요. -이심전심이죠. 이 방향이 권력에게 이로우니까 모두 그렇게 몰고 간 겁니다. 검찰이 정권의 압력을 받아서 조작했다고 하는데 표현이 틀렸어요.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집단이 이심전심으로 한 거예요. 언론도 ‘이쪽 방향으로 가는구나’라는 걸 알고 받아 쓴 거죠. 얼마나 재밌어요. 연쇄죽음에 배후가 있다는 둥, 제비뽑기를 해서 자살할 사람을 뽑는다는 둥. 검찰이 흘리면 언론은 사실인 양 보도해요. 보도가 나가면 검찰은 보도대로 수사하죠.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유서 작성자는 강기훈이 아니라 김기설’이라고 발표했을 때부터 진실이 규명되기 시작한 건가요. -과거사위 발표가 나왔을 때 제가 냉소적으로 변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남들은 저를 구제받아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걸 알았죠. ‘이게 왜 나만의 문제가 돼 버린 것일까. 나만 구제되면 다 해결되는 걸까’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자기 편해지기 위해서 나에게 문제 해결을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냉소적인 인간이 되긴 했지만 사람들이 뭐 때문에 아파하는지 알고 그걸 공감할 수 있게 됐어요. 세월호 보도를 차마 보지 못하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집회 현장을 차마 지나갈 수 없었어요. →1991년을 생각하면 어떤가요. -91년에 대해 많이 연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어요. 기억하지 못하는 국가는 미래가 없어요. 91학번들에게 부채의식도 느껴요. 저는 어쨌든 재야운동단체의 실무자였잖아요. 유서조작 사건으로 모든 게 엎어졌어요. 당시 운동권이 얼마나 준비를 안 했으면 그렇게 쉽게 엎어졌을까 생각해요. 그때는 소위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다 정치하려고 했어요. 87년 성과를 빌미로 야당 들어가서 한자리 해야 한다는 욕망에 불탔던 시절이고, 실제로 지금까지 많이 들어갔잖아요. →영화 ‘1987’은 요즘 젊은이들까지 보며 울었는데, ‘1991, 봄’은 별 관심을 못 받고 있습니다. -‘1987’은 재밌게 만들었잖아요. 저는 1987년에 감옥에 있었어요. 같이 감옥에 있던 친구와 그 영화를 봤는데 10분이 지나면서 불편해지기 시작했죠. 툴툴거리면서 봤어요. 저거 아닌데 이러면서….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는 자기들이 승리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시절의 진짜 모습은 잊고 권력의 단맛에 취해서. 그들 중 1991년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정작 본인을 모티브로 한 ‘1991, 봄’은 왜 보지 않나요. -거울 본 지도 오래됐어요. 제 삶 자체가 재난인데 뭐하러 그 영화를 보겠어요. →영화 속에서 ‘하찮고 시시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는데요. -그동안 너무 무겁게 살았어요. 별 내용 없는 시시한 수다를 떨고 농담도 하고 살고 싶어요. 저 보고 힘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젠 당신들이 힘을 좀 내시죠’라고 쏘아붙인 적도 있어요. 충분히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왜 힘내라고 하죠. 힘내서 잘 싸우길 바라는 건가요? →유서대필 조작 사건이 없었다면 91년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다른 사건으로 뒤집어쓰고 결국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당시 사람들의 열망이 어디로 향해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알아요. ‘87년 항쟁으로 민주화됐는데 뭘 또 그래’ 이런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과 비슷해요. ‘적폐청산 다 했는데 뭘 또 자꾸 시끄럽게 하느냐’는 식이잖아요. 지금도 사람은 죽어 가고 있어요. 헌법에 보장된 파업을 하는데도 구구절절 이유를 나열하고 설득해야 하지 않나요? →91년에는 어떤 삶을 꿈꾸셨나요. -세상이 괜찮아지면 취직해서 결혼도 하고 자연스럽게 살고 싶었어요. 만일 제가 과거를 다 잊거나, 당사자가 아니었으면 저도 아마 무딘 감성으로 살았겠죠. 어쩌다 무슨 사건이 나면 ‘아, 옛 생각 나네’라고 과거를 반추하며 ‘후진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르죠. →‘후진 인생’과 ‘시시한 인생’은 뭐가 다른가요. -옛날에는 어땠다고 떠벌리며 폼 잡는 인생이 후진 인생이죠.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고, 어떻게 하면 애들 유학 보낼 수 있을까. 욕심에 부들부들 떨면서 망가지는 인생이죠. 그렇게 망가지지 않아 다행이에요.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강기훈에게 띄우는 91학번 편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런 제게 그는… “그해 봄을 망쳐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1991년 봄, 뜨겁고 잔인했습니다. 그리고 아팠습니다. 저와 같은 91학번 신입생이었던 명지대생 강경대가 경찰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고, 연일 또래 친구들이 몸에 불을 살랐습니다. 집회에 나갈 결심이 서지 않아 기숙사에서 이불을 덮고 비겁하게 울었고, 마침내 종로 집회에 나갔을 때 가슴이 벅차 울었습니다. 봄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시인 김지하가 “죽음의 굿판을 걷어 치우라”고 했을 때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이 서강대에서 분신하자 성직자 박홍은 “죽음을 사주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검찰은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이 유서를 대신 썼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당신(강기훈)은 어둠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습니다. 종로 거리는 차갑게 식었고, 우리는 패배주의의 늪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고백하건대 공안정국을 조성한 정권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당신이 진짜로 유서를 대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깊었습니다. 91년 봄이 허무하게 지나갔듯이 당신도 어느새 잊혀졌습니다. 당신이 20년 가까이 외롭게 결백을 증명해 나아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방관자일 뿐이었습니다. 시간은 무심히 흘렀고, 당신과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내내 흔들리는 당신의 눈빛을 봤습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냉소와 달관이 그 눈빛에 담겨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렸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1991년 봄, 믿어 주지 못하고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도리어 제게 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해 봄을 망친 선배 세대가 더 미안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검찰의 조작을 사실로 둔갑시킨 책임은 언론에 있습니다. 당신이 그해 명동성당에서 눈물로 결백을 호소할 때 서울신문 기자도 있었습니다. “제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네가 대신 쓴 거 맞잖아’라고 몰아붙이던 서울신문 기자의 얼굴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는 당신에게 제가 회사 대표는 아니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91년 봄을 잊지 않고 살겠다는 약속도 드리고 싶습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 르노·닛산·미쓰비시 3사 수장들 “3사 연합 유지하겠다”

    카를로스 곤(64) 전 회장이 각종 비리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되면서 와해 위기에 몰린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자동차 연합)의 수장들이 29일 회의를 열고 연합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합의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르노 그룹의 티에리 볼로레 임시 최고경영자(CEO)와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마쓰코 오사무 미쓰비시자동차 CEO는 이날 화상 회의를 열고 앞으로도 3사의 제휴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3사의 연합이)과거 20년 동안 필적할 데가 없을 정도의 성과를 거둬 왔다”며 “3사는 계속해서 연합을 유지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성명에는 곤 전 회장의 거취나 닛산과 르노 사이의 자본 구성 변경 여부 등 민감한 내용은 빠졌다. 3사 수장이 이처럼 결속을 강조하는 성명을 내긴 했지만 자본 구성 변경을 꾀하며 곤 전 회장의 후임에 자사 인물을 앉히려고 하는 닛산과 현상 유지를 원하는 르노 사이의 갈등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15.01%를 가진 르노는 닛산 주식의 43.4%를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닛산도 르노 주식의 15%를 보유하고 있지만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르노가 닛산의 회장을 임명할 권한을 갖고 닛산이 거둔 수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금으로 챙길 수 있어 닛산측은 현재의 3사 연합이 르노에 유리한 구조라는 불만을 갖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27년 걸린 국가의 자백… “검찰총장, 강기훈에게 사과해야”

    27년 걸린 국가의 자백… “검찰총장, 강기훈에게 사과해야”

    초동 수사부터 靑·檢지휘부 부당 압박 범인 정해 놓고 끼워맞추기 수사 진행 폭행·폭언·협박 등 강압 행위도 지적 “檢은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 필요”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당시 정권의 압박으로 수사 초기 단계부터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었고, 중요 증거는 은폐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1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강기훈씨에게 직접 검찰의 과오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며 조사 결과를 밝혔다. 또한 “검찰의 위법행위로 재심개시가 결정됐는데도 검찰이 기계적으로 불복했다”며 상고심사위원회에서 과거사 재심개시 결정이나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한 불복 여부를 심의하라고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1991년 서강대에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분신자살하자 검찰은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가 유서를 대필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방조했다고 기소했다. 강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필적 감정서가 위조된 점 등이 인정돼 재심을 통해 2015년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 초동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검찰 지휘라인의 부당한 압박이 있었고,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쓰일 수 있던 필적 자료를 은폐했으며, 폭행 등 가혹행위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분신자살 사건이 발생하기 1시간 전인 1991년 5월 8일 오전 7시에 노태우 정권은 치안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정권퇴진운동의 일환으로 벌어지던 분신항거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는 검찰 수뇌부에 전달됐고, 정구영 당시 검찰총장은 ‘분신자살사건에 조직적인 배후세력이 개입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당시 사건은 관할 담당이 아닌 서울지검(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고, 당일 오전에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전원과 공안부 검사 2명을 포함하는 대규모 수사팀이 꾸려졌다. 수사개시 하루 이틀 사이에 ‘유서대필’이란 수사방향을 정한 수사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 감정결과가 도착하기도 전에 유서대필자를 강씨로 지목했다. 필적 감정 과정에서도 검찰은 김씨의 정자체 필적자료 외에 흘림체로 쓴 메모를 확보했지만, 이를 은폐하고 필적감정을 의뢰하지 않았다. ‘김씨는 정자체만 사용한다´고 규정해 놨기 때문이다. 당시 유서는 흘림체로 쓰여 있었는데, 정자체로 쓴 자료만 감정하고 정작 흘림체 자료를 누락한 것에 대해 과거사위는 ‘선별된 감정 촉탁´이라고 판단했다. 폭행, 폭언, 협박도 이어졌다. 수사팀은 강씨를 이틀씩 잠을 재우지 않거나 폭력을 휘둘렀고, 가족의 구속을 거론하며 유서대필을 인정하라고 추궁했다. 마약 사범을 조사할 때 쓰는 조사실을 보여 주고 “널 달아매겠다. 4시간이면 자백할 거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조사실에는 포승줄, 수갑, 쇠사슬이 벽에 걸려 있었다. 강씨가 구속된 후 변호인 접견과 조사입회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고, 기소 전까지 가족 면회도 차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사위는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무고한 사람을 유서대필범으로 조작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검찰은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뉴스 in] 檢과거사위 “강기훈사건 사과해야”

    [뉴스 in] 檢과거사위 “강기훈사건 사과해야”

    1991년 정부에 항의하는 대학생과 노동자들의 분신이 잇따르던 가운데 발생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당시 정부와 검찰의 조작이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거사위는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사건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소속 강기훈씨는 동료인 김기설씨의 분신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이 선고됐으나 2015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강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필적이 유서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 “유서대필 사건은 노태우정권 차원 조작…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하라”

    “유서대필 사건은 노태우정권 차원 조작…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하라”

    檢과거사위 “문무일 총장, 강기훈씨 찾아가 사과” 권고무고한 옥살이를 낳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당시 노태우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검찰권 남용과 관련해 문무일 검찰총장의 직접 사과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무고한 사람을 유서대필범으로 조작해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현 검찰총장이 강씨에게 직접 검찰의 과오를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21일 권고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인 김기설씨(당시 25세)가 분신자살하자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가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강기훈씨를 기소한 사건이다.강씨는 징역 3년의 판결이 확정돼 복역했지만 결정적 증거인 필적감정서가 위조된 점 등이 인정돼 재심을 청구했고, 2015년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조사단 재조사 결과 광범위한 검찰권 남용이 있었음이 사실로 확인됐다. 조사단에 따르면 김기설씨 분신사건 발생으로 정권퇴진 운동이 분출하자 대통령 비서실장, 안기부장 등이 참석한 ‘치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조직적 배후세력 개입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명령이 전국 검찰청에 하달됐다. 이후 검찰은 수사개시 하루이틀 사이에 유서대필이란 수사방향이 정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몇명의 대필 후보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뒤 국과수 필적감정결과가 도착하기도 전에 육안상 필적 유사성을 근거로 대필자를 강기훈씨로 특정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진상조사 및 재심 재판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검찰의 전민련 수첩 조작 판단도 부실한 감정이 기반한 것으로 밝혀졌다.과거사위는 “사건 발생 초기 분신의 배후에 대한 수사라는 가이드라인이 수사팀에 전달됐고, 이는 당시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과정에서 검사는 자살방조의 범죄사실 입증에 불리한 증거는 은폐하고 유리한 증거만 선별해 감정을 의뢰하는 등 객관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전민련 수첩 실물을 직접 조사함으로써 수첩 절취선에 대한 국과수 감정이 부실하였음이 확인된바, 당시 검찰에서 김기설의 전민련 수첩이 조작된 것이라고 본 것이 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기소 이전에 이 사건에 대한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졌다”며 “검찰은 재심과정에서 과거의 입장을 고수하며 피해자와의 공방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로서의 반성 위에 중립적으로 공판사무를 수행하고 과거의 검찰권 행사의 문제점을 성찰해 피해자의 권리와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반성적인 진실추구자로서 재심절차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과거사위는 △검찰 과오에 대한 현 검찰총장의 강기훈씨에게 직접 사과 △피의사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단정적 주장을 언론에 발표하는 관행에 대한 개선 △위법행위로 재심개시가 결정된 사건에 대한 기계적 불복 관행 중단 △재심절차에 관한 검찰권 행사 준칙 재정립 △상고심사위원회가 과거사 재심개시 결정과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한 불복 여부 심의 등을 권고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올해 수능 필적 확인란 작품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올해 수능 필적 확인란 작품은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 확인란에 들어간 문구는 김남조의 시 ‘편지’ 첫 구절인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였다. 지난해는 김영랑의 시 ‘바다로 가자’ 중에서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가 들어갔다. 수험생 필적 확인은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2006학년도 수능 때 처음 도입됐다. 당시 문구는 윤동주의 ‘서시’에서 따온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었다. 필적 확인 문구는 출제위원들이 직접 정한다. 기준은 필적을 가려낼 수 있는 기술적 요소가 담긴 문장 가운데 수험생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문장을 택한다고 알려졌다. 2017학년도는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정지용의 향수), 2016학년도는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주요한의 청년이여 노래하라), 2015학년도는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문태주의 돌의 배), 2014학년도는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박정만의 작은 연가)였다. 이밖에도 ‘넓은 벌 동쪽 끝으로’(정지용의 향수),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윤동주의 소년),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윤동주의 별 헤는 밤),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정채봉의 첫 마음),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이 역대 수능의 필적 확인 문구로 쓰였다. 아래는 김남조의 시 ‘편지’ 전문이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위디스크 직원들도 공범이었다”

    여성단체들이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직원들을 향해 양진호 회장의 갑질 폭로에 머무르지 말고 불법 영상물로 이득을 취한 웹하드 카르텔의 실체를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6일 “위디스크를 비롯한 사이버성폭력 산업구조에 종사하는 직원 대부분은 자신의 업무가 여성 피해자를 만들어 내는 행위임을 인지하고도 동조한 사람들”이라며 “위디스크 직원들에게 남은 역할은 자신의 가해 행위를 반성하고 고발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위디스크 등의 직원들이 현재 양 회장의 갑질에 대한 피해자로 대중의 동정과 공감을 얻고 있지만 사이버성폭력과 관련해서는 ‘미필적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보기술(IT) 업체의 한 개발자는 “내부 직원들은 불법 영상물이 올라오는 것을 무조건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 직원들은 카테고리별로 업로드된 게시물이나 기록을 관리자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서 “몰랐다면 관리 업무 태만”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는 정기적으로 보안점검을 받기 때문에 불법 영상물이 올라오는 것을 모를 수 없다고 전했다. 한사성은 지난해 6월 웹하드에서 피해 촬영물이 얼마나 검색되는지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위디스크에서는 피해 촬영물을 암시할 수 있는 검색어로 4500여건이 검색됐다. 그러나 두 달 뒤인 8월에는 320여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정부 감시에 따라 업체 직원들이 게시물 수를 조절했다는 의미다. 또한 잡플래닛의 ㈜이지원인터넷서비스(위디스크) 기업리뷰에는 “장점? 술, 담배 좋아하면 윗사람들이 좋아해서 승진 기회 많음. 불법 리벤지 포르노, 일본 AV 등을 위디스크에서 거의 무료로 받을 수 있음”, “경영진에 바라는 점, 인터넷 야동(야한 동영상)으로만 돈 벌 생각하지 말고 정당하게 사업을 진행했으면 함” 등이 쓰여 있다. 웹하드 업체 직원들 역시 헤비업로더와 인연을 맺고 있어 불법 촬영물 때문에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을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위디스크 직원들도 공범이었다”

    “위디스크 직원들도 공범이었다”

    ‘유통 통제’ 필터링 업체, 웹하드와 유착불법영상물 방치·규모 조절로 수익 올려영상 삭제 맡는 ‘디지털장의사’도 연계여성단체 “양 회장 개인 문제로 국한 안 돼”방통위 “필터링 기술 개발·공공DB 제공”‘위디스크 양진호 사건’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불법 음란물 유통을 뿌리뽑으려면 ‘웹하드 카르텔’을 깨야 하고 이를 위해선 카르텔 당사자들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웹하드 업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필터링을 하는 업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와 다시함께상담센터, 녹색당 등은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웹하드 카르텔의 문제가 직장 내 폭력 문제, 양진호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제한돼서는 안 된다”며 “유착관계의 진상을 밝히고 웹하드 업체 대표와 임원들을 긴급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으로 필터링업체 ‘뮤레카’를 지목했다. 웹하드 카르텔은 웹하드 업체가 유통을 통제하는 필터링 업체, 디지털장의사 업체와 유착해 불법 촬영물로 막대한 이익을 버는 구조를 의미한다. 웹하드 업체와 유착관계에 있는 헤비업로더가 불법 영상물을 대규모로 웹하드에 올리면 이를 통제해야 할 필터링 업체가 방치하거나 규모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웹하드 업계 절반 이상이 뮤레카와 연관돼 있다”면서 “웹하드의 불법 수익은 필터링 기술 계약을 맺은 뮤레카가 존재함으로 인해 합법인 것처럼 면책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실제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자로 알려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뮤레카와도 유착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여진 한사성 사무국장은 “양 회장이 인사권을 행사한 뮤레카의 인터넷 사이트는 디지털장의사 업체인 ‘나를 찾아줘’ 등 불법 영상물 삭제사이트와 연결돼 있다”며 “이들은 위디크스와 한 건물에 모여 있었다”고 전했다. 여성단체들은 국가가 필터링 업체를 관리해 웹하드에 올라오는 디지털 성범죄 콘텐츠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여진 한사성 사무국장은 “국가가 피해 촬영물에 대한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필터링 업체에 제공해야 한다”며 “또한 필터링 업체들이 웹하드에 올라온 콘텐츠를 제대로 걸러내지 않으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하드 카르텔이 지속되는 사이 불법 영상물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는 이어졌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 30일부터 10월 31일까지 1845명에 대해 2만 3838건의 불법 촬영물 삭제를 지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1월부터 10월 31일까지 1만 4385건을 심의해 1만 4289건에 대해 시정요구를 해 1만 4166건이 삭제되거나 접속차단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은희 활동가는 “몰카 피해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두려워하며 죽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한다”며 “한번 유출되면 완전한 삭제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극도의 불안감을 안고 산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필터링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공공 데이터베이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여성단체들이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직원들을 향해 양진호 회장의 갑질 폭로에 머무르지 말고 불법 영상물로 이득을 취한 웹하드 카르텔의 실체를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6일 “위디스크를 비롯한 사이버성폭력 산업구조에 종사하는 직원 대부분은 자신의 업무가 여성 피해자를 만들어 내는 행위임을 인지하고도 동조한 사람들”이라며 “위디스크 직원들에게 남은 역할은 자신의 가해 행위를 반성하고 고발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위디스크 등의 직원들이 현재 양 회장의 갑질에 대한 피해자로 대중의 동정과 공감을 얻고 있지만 사이버성폭력과 관련해서는 ‘미필적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보기술(IT) 업체의 한 개발자는 “내부 직원들은 불법 영상물이 올라오는 것을 무조건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 직원들은 카테고리별로 업로드된 게시물이나 기록을 관리자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서 “몰랐다면 관리 업무 태만”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는 정기적으로 보안점검을 받기 때문에 불법 영상물이 올라오는 것을 모를 수 없다고 전했다.한사성은 지난해 6월 웹하드에서 피해 촬영물이 얼마나 검색되는지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위디스크에서는 피해 촬영물을 암시할 수 있는 검색어로 4500여건이 검색됐다. 그러나 두 달 뒤인 8월에는 320여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정부 감시에 따라 업체 직원들이 게시물 수를 조절했다는 의미다. 또한 잡플래닛의 ㈜이지원인터넷서비스(위디스크) 기업리뷰에는 “장점? 술, 담배 좋아하면 윗사람들이 좋아해서 승진 기회 많음. 불법 리벤지 포르노, 일본 AV 등을 위디스크에서 거의 무료로 받을 수 있음”, “경영진에 바라는 점, 인터넷 야동(야한 동영상)으로만 돈 벌 생각하지 말고 정당하게 사업을 진행했으면 함” 등이 쓰여 있다. 웹하드 업체 직원들 역시 헤비업로더와 인연을 맺고 있어 불법 촬영물 때문에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을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울광장] 폐습 끊고 약자 버팀목 돼야 할 민주노총/이두걸 논설위원

    [서울광장] 폐습 끊고 약자 버팀목 돼야 할 민주노총/이두걸 논설위원

    2016년 11월 5일 토요일 오후. 서울 남대문 앞 왕복 10차선 도로에는 거대한 인파가 자리하고 있었다. 삼삼오오 도로를 걷는 이들은 손에 ‘박근혜 퇴진’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광화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차 집회가 평화 시위로 마무리된 덕분인지 긴장감은 찾을 수 없었다. 불과 1년 전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희생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가두시위가 처음인 초등학생 아들의 볼은 가벼운 설렘으로 붉게 물들었다.‘적폐청산’을 외치며 민주주의의 부활을 알렸던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가 오는 29일 2주년을 맞는다. 첫 집회 이후 20차례에 걸쳐 열렸던 촛불집회는 134일간 누적 인원 1600만명이 참여한 ‘시민혁명’이었다. 집회의 물꼬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텄다. 집회에 미온적이었던 당시 민주당 등 야당과 달리 민주노총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촛불의 초반 국면을 이끌었다. 민주노총은 지도부 대거 구속 등을 겪으면서도 박근혜 정부 내내 노동개악 철회, 세월호 진상 규명 등을 외치며 정권의 균열을 가져온 주역이었다. 많은 국민이 민주노총의 목소리에 호응했던 건 온갖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자신의 이해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선명성 덕분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민주노총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의 또 다른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다음달에 돌입할 총파업 역시 올해 초부터 준비해 왔지만, ‘고용세습 의혹 물 타기냐’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보수 진영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식으로 마구잡이식 공세를 펼친다. ‘귀족노조’나 ‘현 정부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은 차라리 애교 수준이다. ‘다시 태어나서 민주노총 조합원 부모를 둬야 하느냐’는 험한 표현이 난무한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 건 민주노총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무산이다. 지난 17일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미뤄졌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 기구 설립은 다름 아닌 노동계와 시민사회 진영이 줄기차게 필요성을 주장하던 사안이다. 양극화와 일자리 부족, 제조업 위기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는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풀 수 있어서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5일 민주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내부 토론을 계속해 내년 1월 참여 여부를 확정짓겠다”고 답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반발을 극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화 참여를 정략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의문도 지울 수 없다. 현대기아차가 광주에 완성차 공장을 짓고 일자리 1만 2000개를 만드는 사업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 역시 민주노총의 책임이 적지 않다. 임금의 하향평준화 가능성을 이유로 ‘경영진 고소 및 파업에 착수하겠다’고 반발하는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다. 민주노총은 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에서 벌어진 고용세습 파문을 ‘가짜뉴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하 노조들이 직원 신규 채용 때 직계가족 등 노조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고용세습 단체협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해명하지 못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한 민간 사업장은 13개다. 이 중 민주노총 사업장은 현대차 등 9곳이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총 23개 기관이 가족 우선채용 등을 명문화하고 있고, 이 중 상당수는 서울교통공사 등 민주노총 소속이다. 고용세습과 관련해 오래전부터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는 미필적 고의나 책임 방기가 아니면 지도부의 무능력을 스스로 증명할 뿐이다. 지난 5월 경기 화성교도소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영원한 노동자’이자 국제노동기구(ILO) 등이 대표적인 양심수로 규정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출소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은 민중총궐기 주도 등의 혐의로 2년 6개월간 수감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뜻밖의 말을 꺼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우리의 실력을 가지고 노동해방과 평등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출소 뒤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대기업 노조 기득권 등) 치부를 숨기거나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7월 23일자)고 강조했다. 1995년 출범해 올해로 23살 청년이 된 민주노총. 한 전 위원장의 말을 귀담아 들어 폐습을 끊고 약자의 버팀목이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douzirl@seoul.co.kr
  • ‘불륜소송 취하 문서 위조’ 강용석 1심서 징역 1년…법정구속

    ‘불륜소송 취하 문서 위조’ 강용석 1심서 징역 1년…법정구속

    ‘도도맘’ 김미나씨와 불륜설이 퍼진 뒤 김미나씨의 남편이 낸 소송을 취하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대산 판사는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 변호사에게 24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0일 결심공판에서 강 변호사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김씨의 남편은 2015년 1월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다면서 강 변호사에게 손해배상금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해 4월 강 변호사는 이 소송을 취하할 목적으로 김씨와 공모해 김씨 남편 명의로 된 인감증명위임장을 위조하고, 소송 취하서에 남편 도장을 임의로 찍어 법원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 변호사는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강 변호사는 “김씨가 남편으로부터 소 취하 허락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남편으로부터 소송을 취하할 권한을 위임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소송 취하서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불과 이틀 전에 김씨 남편과의 합의가 결렬됐는데 김씨가 취하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사실을 법률 전문가인 피고인도 알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 남편이나 법률 대리인에게 전화하는 등 의사를 확인할 간단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당시 피고인이 방송에 출연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던 터라, 무리해서라도 일단 소를 취하하도록 하고 합의금 등은 이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급박한 사정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변호사라는 지위와 기본 의무를 망각하고 중요한 사문서를 위조해 제출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이런 행위로 아내의 불륜에 이어 추가적 고통을 얻은 피해자가 엄벌을 요구하고 있고,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됐기 때문에 형이 확정돼 집행되면 변호사법(5조)이 정한 결격 사유에 해당해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최대호 안양시장 ‘세월호 참사 직후 제주도 술자리’ 진실공방 6개월째 논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19일 당시 최대호 안양시장의 ‘제주도 포장마차 술자리’ 사실 여부를 놓고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며 6개월 넘게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최초 의혹을 제기한 손영태 전국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장은 18일 안양시청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또다시 촉구했다. 그동안 사실 확인차 8차례 제주도를 방문했다는 손 원장은 “포장마차 천막을 인수했고, 필적 부분을 검찰에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라며 “천막을 안양시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 원장은 6·13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대호 후보의 서명이라며 사진과 글을 올려 최초로 의혹을 제기했다. 손 원장은 제주도 성산 해안도로에 있는 포장마차 내부 천막 천정에 적혀 있는 최 시장 서명과 날짜(2014.04.19)가 적힌 글귀를 찾았다며 이를 공개했다. 이런 의혹 제기는 공직자인 시장이 세월호 참사 직후 온 국민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는 시기에 제주도로 여행, 포장마치에서 술자리를 했다는 도덕적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대해 최대호 후보(현 시장)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박의 글을 올리고 제주도 여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 후보는 일정표를 근거로 당시 오후 2시에 알뜰시장을 방문했고 그즈음 세월호 피해자인 직원의 자녀 조문을 갔다고 주장했다. 또 문구의 ‘A+안양’은 과거 전임 신중대 시장 재임 시 만든 시의 로고라며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자 손 원장은 직원 자녀 조문은 24일이라며 최 시장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제주도를 재차 방문 포장마차 주인으로부터 “시장님이 왔었고 부인. 사모님과 같이 왔고...”라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했다. 한 지역 언론사도 ‘최 시장은 당시 행사장인 알뜰시장에 오지 않았다는 진술을 여러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보도해 논란에 가세했다. 또 ‘다음날인 20일 오후 3시 일정인 예배 장소에 참석하기까지 이전 행적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해 의혹은 더 커졌다. 이 논쟁은 얼마 지나 6·13지방선거로 번지며 더욱 증폭됐다. 안양시장 자리를 놓고 최 후보와 4번째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이필운 자유한국당 후보가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또다시 의혹을 제기해 지방선거 기간동안 두 후보자 간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의 클린캠프는 지난 6월 4일 최 시장의 세월호 당시 제주도 술자리에 대한 증거자료로 “안양시장이라 얘기했고, 싸인까지 하고 갔다...”라는 민주당원 간 전화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최 후보는 몇칠뒤 가짜뉴스라며 이에 대한 반박자료를 내고 재차 의혹을 부인했다. 최 후보는 7개 항공사의 비행기 탑승기록과 한 감정연구소의 필적 감정서를 제시하면서 당일 자신이 비행기를 탑승한 기록이 전혀 없으며, 포장마차 천막 사인도 본인의 필적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한 항공사의 탑승기록에는 ‘확인불가‘로 돼 있다”며 “이것은 가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논리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며 다소 소강상태였던 논쟁은 6·13 지방선거 당시 최 후보 캠프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측근들이 지난 8월 29일 제주도 한 포장마차에 무단 침입한 것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에 대해 최 시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제주도 포장마차 사인 사건에 대해 악의적 보도로 일관하고 비난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를 보도한 지역언론사와 해당 기자를 상대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음경택 등 시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8명은 지난 9월 성명서를 내고 “최 시장 측근이 최근 논란의 포장마차를 무단 침입한 이유에 대해 명명백백히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최 시장과 이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무고죄‘’로 각각 검찰에 서로를 고소한 상태로 최종 수사결과가 나와야만 ‘제주도 포장마차 술자리’ 논란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제천 어린이집 학대 사망, 안전공제회도 배상 책임있다

    이례적 판결… 모든 어린이집 가입 의무 피해자 가족에게 3억여원 배상해야 원장·보육교사 손배소 2심은 새달 선고 2016년 낮잠을 자지 않는다며 세 살배기 아이를 이불로 덮어 숨지게 한 ‘제천 어린이집 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법원이 해당 어린이집과 공제계약을 맺은 어린이집 안전공제회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어린이집 안전공제회는 보건복지부 소관 법인으로, 모든 어린이집이 공제회에 의무 가입하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 공제회에도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이상윤)는 어린이집 학대 사건으로 숨진 최모(당시 3세)군의 부모와 동생이 어린이집 안전공제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측에 총 3억 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6년 9월 1일부터 제천시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최군은 같은 달 6일과 7일 낮잠시간에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를 당했다. 보육교사 천모씨는 최군을 엎드려 눕힌 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결국 최군은 7일 오후 질식으로 숨졌다. 천씨는 아동학대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재판부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영·유아의 생명·신체에 대해 친권자에 준하는 보호감독 의무를 진다”면서 특히 “공제회는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영·유아의 생명·신체 피해 등의 사고에 관해 공제계약을 체결한 공제사업자로서 피공제자인 천씨의 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공제회 측은 재판에서 ‘영·유아 배상책임 담보조항’ 및 관련 약관에 따라 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약관 29조에 ‘보육활동 중 우연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이 규정돼 있는데 낮잠시간은 ‘보육활동 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약관 31조에 ‘고의로 생긴 손해배상’과 ‘벌과금 및 형사상 책임’에 대해선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만큼 학대로 인한 손해배상은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낮잠시간은 영·유아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 양육하기 위한 ‘통상적인 보육활동’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고의로 인한 손해’에 대한 면책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발생한 손해는 학대 자체만이 아니라 사망으로 인한 손해임이 분명하다”면서 “천씨가 사망의 결과에 대해 미필적으로나마 고의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공제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군 가족의 소송대리인인 이정신 변호사는 “공제회가 그동안 아동학대 행위를 약관상 ‘고의로 생긴 손해’로 판단해 책임을 면해 왔지만 학대로 인해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된 만큼 공제회 책임도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군의 부모가 어린이집 원장과 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지난해 12월 “원장과 천씨가 공동으로 총 3억여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다음달 14일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단독] ‘제천 어린이집 학대 사망’ 법원, 안전공제회도 배상 책임 판결

    [단독] ‘제천 어린이집 학대 사망’ 법원, 안전공제회도 배상 책임 판결

    2016년 낮잠을 자지 않는다며 세 살배기 아이를 이불로 덮어 숨지게 한 ‘제천 어린이집 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법원이 해당 어린이집과 공제계약을 맺은 어린이집 안전공제회에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어린이집 안전공제회는 보건복지부 소관 특별 법인으로, 모든 어린이집이 공제회에 의무 가입하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공제회에도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이상윤)는 어린이집에서 학대로 사망한 최모(당시 3세)군의 부모와 동생이 어린이집 안전공제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 12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제회가 최군의 가족에게 총 3억 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어린이집 다닌 지 일주일도 안 돼…낮잠 안 잔다고 이불로 덮어 2016년 9월 1일부터 제천시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최군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9월 6일과 7일 낮잠시간에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를 당했다. 보육교사 천모씨는 최군을 엎드려 눕게 한 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었고, 손으로 발버둥치는 최군을 강하게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까지 했다. 사망 당일에는 이불을 덮어둔 상태로 50여분간 최군을 방치했고, 결국 최군은 7일 오후 질식으로 숨졌다. 천씨는 아동학대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형이 확정돼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재판부는 “영·유아를 보육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영·유아의 생명·신체에 대해 친권자에 준하는 보호감독의무를 진다”면서 특히 “공제회는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영·유아의 생명·신체피해 등의 사고에 관해 공제계약을 체결한 공제사업자로서 공제한도액인 4억원의 범위 안에서 피공제자인 천씨의 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공제회는 이 어린이집의 원장인 김모씨와 함께 2016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영·유아의 신체피해에 대해 4억원 한도에서 배상책임을 담보로 하는 공제계약을 맺었다. ●안전공제회 “학대사건은 배상 책임 없다” vs 법원 “보육활동 중 일어난 사고” 그러나 공제회 측은 ‘영·유아 배상책임 담보조항’ 및 관련 약관에 따라 학대사건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공제회 측은 우선 약관 29조에 ‘보육활동 중에 업무수행으로 생긴 우연한 사고로 인한’ 신체피해나 재물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준다고 돼있는데 낮잠시간은 ‘보육활동 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약관 31조에 ‘고의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1항)’과 ‘벌과금 및 형사상 책임(16항)’에 대해선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어 형사처벌을 받은 천씨의 학대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어린이집에서 보통 점심식사 후 아동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을 가졌고, 낮잠시간은 영·유아의 신체적 발달 정도를 고려해 적절히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것으로 영·유아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 양육하기 위한 ‘통상적인 보육활동’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장 쟁점이 된 고의로 인한 손해에 대한 면책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발생한 손해는 학대 자체만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사망으로 인한 손해임이 분명하다”면서 “천씨가 학대행위에 대한 고의 외에 사망의 결과에 대해서도 예견가능성을 넘어 미필적으로나마 고의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공제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씨의 학대는 고의로 일어난 일이 맞지만 사망까지 고의가 있었는지는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천씨는 ‘결과적 가중범’이라는 설명이다. 공제회가 강하게 주장한 31조 16항의 ‘벌과금 및 형사상 책임’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우연성이 결여되고 반(反)사회성이 높아 보험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거나 보험사고로 인해 벌금과 같은 금전적 형벌을 부담하는 경우 등으로 한정해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어린이집 민사소송은 항소심 진행 중…새달 14일 선고 한편 최군의 부모들이 어린이집 원장과 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해 12월 청주지법 제천지원에서 원장과 천씨가 공동으로 최군 가족에게 3억여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어린이집 측과 부모들 모두 항소해 대전고법 청주민사부에서 항소심이 진행됐고 다음달 14일 판결이 선고된다. 원장 김씨는 “학대 보육교사를 선임·감독한 데 대한 과실이 없어 사용자 책임을 부담할 수 없다”면서 “설령 사용자 책임을 지더라도 최군의 체질적인 소인이나 질병 등이 사망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군 가족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그린 이정신 대표변호사는 “그동안 약관에 따라 아동학대 행위는 ‘고의로 생긴 손해’로 판단해 공제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었지만, 학대로 인해 사망이라는 중대한 범죄에 대해선 공제회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공제회가 어린이집 학대사고로 인한 피해자 구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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