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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좌진함’ 앞에 선 朴대통령 “국익·해양주권 훼손 용납 안할 것”

    ‘김좌진함’ 앞에 선 朴대통령 “국익·해양주권 훼손 용납 안할 것”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우리의 국익과 해양주권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1800t급(214급·SS-Ⅱ) 잠수함인 ‘김좌진함’ 진수식에서 축사를 통해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있어서도 바다는 매우 중요한 무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젊은 장병들이 목숨 바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했기에 서해 바다의 평화와 어민들의 삶을 지켜낼 수 있었다”면서 “오늘 진수하는 김좌진함은 청산리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던 김좌진 장군의 호국 정신과 필승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 간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바다를 수호하고 해양에서의 국익을 지켜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국익과 해양주권을 언급한 것은 각각 북한과 일본을 상대로 NLL과 독도에 대한 수호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운동 사상 최대 승전인 청산리전투를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의 독도 도발 움직임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도 읽힌다. 한편 이날 진수된 김좌진함은 인수 평가를 거쳐 내년 후반기 해군에 인도된 뒤 2015년 실전에 배치된다. 214급 잠수함으로는 손원일함과 정지함, 안중근함에 이어 네 번째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헤이즈를 막아라

    “자비스 헤이즈, 질식 수비로 막는다.” 유재학(모비스)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대표팀의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8강 상대가 카타르로 결정된 가운데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는 미프로농구(NBA) 출신 귀화선수 헤이즈(198㎝)가 꼽힌다. 카타르의 전력은 대표팀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지만 헤이즈를 막지 못하면 고전할 수도 있다. 특히 카타르는 앞서 열린 2라운드에서 타이완을 71-68로 꺾는 등 만만치 않았다. 2003년 NBA 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뽑힌 헤이즈는 7년간 워싱턴과 디트로이트, 뉴저지 등에서 활약했으며, 최근 카타르 국적을 취득해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합류했다. 신장이 크지는 않지만 내·외곽 득점 능력을 두루 갖추었고, 승부처에서 강한 클러치 능력도 보유했다. 유 감독도 “신장과 득점력 모두 갖춘 선수로 자신의 몫을 항상 한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헤이즈 외에 야산 무사(203㎝)도 힘과 높이가 좋아 주의해야 한다. 유 감독은 강력한 ‘압박 수비’로 경기를 풀어 갈 계획이다. 공격은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수비는 변수가 없다는 게 그의 신조다. 양동근(모비스)과 김태술(KGC인삼공사) 등 가드진이 하프라인 전부터 상대 가드를 압박하고, 윤호영(상무)과 최준용(연세대)은 헤이즈를 마크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지난 7일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약체 인도를 만나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하면서도 95-54, 41점차의 대승을 거뒀다. 8일에는 휴식을 취했고 9일 오후 11시 30분부터 카타르와 한판 승부를 치른다. 유 감독은 “카타르 농구가 투박하지만 신장과 힘을 겸비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선수들도 정신적으로 잘 무장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임진강 홍수주의보… 군남댐 수위 사상 최고

    임진강 최전방 남방한계선에 있는 필승교와 군남댐의 수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2일 임진강 유역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9~12일 북한지역에 250~400㎜의 많은 비가 내려 황강댐 방류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경기 연천지역에 이틀간 150㎜가 넘는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후 경기 파주시 적성면 임진강 유역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필승교 수위는 오후 6시 현재 9.08m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군남댐 저수위도 33.95m로 2010년 가동을 시작한 이후 최고치였다. 군남댐 관리단은 이날 중앙 수문 7개를 30.3m, 양옆 수문 6개를 29.8m 열고 초당 7731t을 방류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8시 50분을 기해 서울과 경기 북부 지역에 호우주의보를 내렸다. 이날 서울과 경기 고양시·구리시·남양주시·연천군·포천시, 강원 철원군 등 7개 시·군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중부지역에서 큰물(홍수) 피해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함경남도, 황해북도, 강원도에서는 농경지 1720여 정보가 물에 잠겼다. 지난 9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강원도 마식령 439㎜, 양덕 422㎜ 등 29개 지역에서 25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마지막 외무고시 수석합격자가 전하는 합격 필승 전략

    마지막 외무고시 수석합격자가 전하는 합격 필승 전략

    “원해서 뛰어든 고시 공부였지만 공부 기간이 늘어나면서 경제적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져만 갔다. 하지만 착한 곰처럼 코를 박고 공부하는 많은 수험생을 보며 미련할 정도로 ‘삶의 희망’을 가진 그들에게 뜻밖의 감화를 받았다.” 수많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에게 합격이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마지막 외무고시 수석합격자 이종찬(32)씨의 합격 수기를 소개합니다. 이씨의 조언은 다음 달 2~3일 시행되는 국립외교원 외교관후보자선발 2차 시험 응시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PSAT(공직적격성평가) 공부로 주로 기출문제를 풀었다. 시험 당일에는 불규칙한 생활 등의 후유증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체력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수험 기간 오후 11시 30분 이전에 반드시 잠자리에 들었으며 기름기가 있거나 짜고 매운 음식은 피하려 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지난해 PSAT에 불합격하고서 올해는 반드시 통과하겠다는 각오로 11월 말부터 체계적으로 대비했다. 투입 대비 생산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자료해석 영역을 우선 파고들었다. 기본 기술을 익히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신헌 선생의 기본서를 사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잡듯이 풀었다. 이어 집중강의를 들으며 시간 안배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훈련했다. 언어논리는 논리 파트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김우진 선생의 논리 수업을 수강했다. 상황판단은 박준범 선생의 모강(모의고사+강의) 수업에 의존했다. 1월에는 같은 독서실에 다니는 외시생들과 시간을 재고 문제 푸는 스터디를 했다. PSAT는 90분 동안의 시간배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스터디를 통해 문제풀이를 연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PSAT는 당일 컨디션과 시험 유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바뀔 수 있으므로 끝까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영어는 영문과 대학원 입시 때 읽은 ‘노턴 앤솔로지’(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가 밑거름이 됐다. 번역 공부는 해커스에서 나온 토플 대비 쓰기 교재로 워밍업을 했고, 정영한 선생의 ‘라이팅 스타트 업’(writing start up)을 서너 달 동안 신물 나도록 연습했다. 번역공부가 궤도에 오르자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과 폴 크루그먼의 칼럼,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정치경제 주요 기사를 하루에 하나씩 읽으면서 활용할 만한 표현들은 수첩에 적어 따로 외웠다. 문구점에서 파는 기자수첩을 단어장으로 만들어 밥 먹을 때와 이동할 때, 쉴 때 틈틈이 보았다. 중국어는 올 1~2월 동영상 강의로 성조와 한어병음, 기초회화 표현, 문법을 익혔고, 3~4월에는 어학원에서 HSK(중국어능력시험)대비반을 수강했다. 5월부터 중국어 고시반 수업을 수강했는데 처음에는 수업시간에 다루는 단어의 90%를 몰랐다. 수업시간에 다루는 중요한 텍스트를 모두 한글로 번역한 다음에 다시 중국어로 번역하는 극단적인 이중 번역 연습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국제정치학은 박재영 교수의 ‘국제정치 패러다임’과 김용구 교수의 ‘세계외교사’를 읽고서 이상구 선생의 1순환 강의를 동영상으로 수강했다. 이어 신희섭 선생의 답안지 특강과 2순환 강의를 들으면서 답안지 작성 연습을 했다. 주어진 질문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출제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 정해진 분량에 효과적인 서술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선 전체 답안지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했다. 이어 전체 분량에서 서론, 본론, 결론의 비중을 고려하여 각 부분에 꽂아 넣을 이론과 팩트를 수집하는 것으로 공부의 방향을 세웠다. 2시간 동안 답안지 10장을 쓸 계획을 세우니 공부에 대한 방향 감각이 생겼다. 논문요약 스터디는 이론과 사례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국제법은 정성주 선생의 예비순환 강의를 들으며 머리에 잘 남지 않는 내용을 토씨 하나 빠지지 않고 받아 적었다. 4월까지 예비순환 강의를 모두 들은 뒤, 9월 1순환 강의를 실제 강의로 들으면서 답안지 작성을 연습했다. 2차 시험 답안지 작성에 아직 서툴다면 미리 문제를 읽고 답안지 목차를 짜면서 관련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다음 시간에 맞춰 답안지 작성을 연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판례요약자료, 일반국제법 개념 요약자료를 계속 만들었고, 인터넷 외시 카페에 올라와 있는 합격자의 서브노트도 적극 활용했다. 경제학은 김진욱 선생의 1순환 강의를 동영상으로 들으며 이준구 저와 정운찬 저 교과서를 꼼꼼히 읽었다. 경제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목차 구성은 쉬웠으나, 항상 시간 부족에 시달렸기 때문에 주요 그래프와 개념들을 기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암기했다. 정리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프로야구] 비에 웃고 우는… 프로야구 9개구단 기상도

    4일 프로야구 네 경기가 모두 비 때문에 취소됐다. 이번 시즌 비로 취소된 경기는 33경기로 늘었다. 5, 6일에도 전국에 장맛비가 예보돼 취소 경기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러 팀들은 컨디션과 경기 감각 유지에 애를 먹게 됐다. 시즌 막바지에 작지 않은 부담이 되겠지만 그건 한참 나중 일이다. 선두 삼성과 4위 넥센의 승차가 3.5밖에 안 될 정도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는 상위권 팀들은 마른 장마에 지친 체력을 추스를 수 있어 반가울 터. 삼성은 주중 롯데와의 3연전을 1승1패로 막은 뒤 주말 두산 원정에 이어 다음 주 안방으로 SK와 한화를 불러들인다. 두 차례 휴식 후 롯데에 각각 3연패, 2연패했던 두산이 주중 휴식을 취한 터라 주말 두산전에서 승수를 쌓으려고 별렀던 삼성이 헛물을 켤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3일 2-7로 뒤진 한화에 9-8 재역전승을 거두며 지난달 10연속 위닝 시리즈의 기세를 그대로 이은 2위 LG로선 장맛비로 인한 경기 취소가 양날의 칼이 될 전망이다. 시즌 7승1패로 압도적으로 앞섰던 한화를 상대로 ‘스윕’할 수 있는 기회를 1승 더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창 불붙은 타자들의 타격감 유지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날 1과 3분의1이닝 동안 8안타를 맞고 7실점하며 강판된 신정락은 물론 지난달 4경기에 등판해 4승 방어율 2.70의 빼어난 성적을 남긴 우규민처럼 올해 처음 풀타임 선발을 경험하는 투수들은 힘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언제든 마운드에 불려나가는,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6개의 홀드를 기록한 필승 계투조는 그야말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났다고 할 수 있다. 막내 이동현이 30세일 정도로 다른 팀에 견줘 나이가 많은 불펜진이라 더욱 그렇다. 삼성과 1승1패 균형을 맞춘 3위 롯데 역시 여러 가지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KIA와의 주말 3연전을 통해 삼성이나 LG와의 승차를 좁히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4위 넥센은 NC에 2연패를 당했던 터라 주말 LG와의 벼랑 끝 승부가 부담스러웠을 법한데 쉬면서 팀을 재정비할 수 있게 됐다. 지난주 1무4패로 좋지 않았다가 SK와 1승1패를 주고받는 데 그친 5위 KIA 역시 휴식하며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넥센전까지 3연승을 거둔 NC는 닷새 휴식 뒤 다음 주 LG와 대결하는데 경기 감각 유지에 속이 타게 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류현진 승리방정식은? 6-2 필승 6-3 필패

    류현진 승리방정식은? 6-2 필승 6-3 필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승리하려면 6이닝 이상 책임지고, 2 점 이상 주지 말아라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선발투수 류현진이 20일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패전하면서 시즌 7승 쌓기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이번에도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점 이내 실점)엔 성공했으나 허약한 불펜과 타선 탓에 승리를 낚지 못했다. 지금까지 14번 등판에 11번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지만 승수는 6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투구를 보여줘야 승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류현진 등판 성적을 토대로 분석해보면 퀄리트 스타트 요건을 갖추는 정도로는 승리하기 어렵다. 11번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지만 그중 5번은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승리한 경기를 보면 6이닝을 책임질 경우 2실점 이내로 막아야 한다. 류현진은 4월 8일 시즌 두번째 경기엔 피츠버그와의 경기에서 6.1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챙겼고, 5월 1일 콜로라도 전에서도 6이닝 2실점으로서 역시 승수를 추가했다. 반면 4월 8일 시즌 첫 경기인 샌프란시스코전은 6.1이닝 3실점(1자책)으로 패했다. 또 최근 경기인 지난 13일 애리조나전은 6이닝 3실점, 20일 양키스전 6이닝 3실점의 성적을 올렸으나 승리를 낚지 못했다. 류현진이 6이닝 3실점으로 승리를 낚은 것은 딱 한번. 4월 14일 애리조나전에서 6이닝을 던져 3실점했지만 타선이 모처럼 폭발한 덕이었다. 결국 현재 다저스의 침체된 타선과 불펜진의 부진을 딛고 승리를 낚으려면 6이닝 이상을 책임지면서 실점은 2점 이내로 막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즈베크 자책골 2개, 벼랑 끝 한국 살렸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에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8회 연속 월드컵 행의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지난 11일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에서 자책골을 넣은 우즈베크의 아크말 쇼락흐메도프다. 우즈베크는 지난해 9월 안방경기(2-2 무)에서도 자책골로 승점을 헌납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우즈베크는 골득실에서 한국보다 한 골이 적어 2014브라질월드컵 직행에 실패했다. 태극호는 최종예선 8경기를 치르며 총 13골을 터뜨렸다. 이근호(상주)가 3골로 최다득점을 기록했고, 김보경(카디프시티)이 2골, 이동국(전북)·김치우(FC서울)·곽태휘(알샤밥)·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손흥민(레버쿠젠)·김신욱(울산)이 한 골씩 보탰다. 골득실차 승부에서 이근호가 본선 진출의 1등 공신이 됐다. 대표팀은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는 단조롭고 투박한 롱볼패스가 굳어지다 보니 최종예선 막판에는 지독한 골 기근현상에 시달렸다. 최종예선을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한 득점은 역시 지난 11일 우즈베크의 자책골. 한국은 일주일 전 레바논 원정에서 졸전 끝에 무승부(1-1)를 거둬 본선행이 불투명한 처지였다. 각종 ‘경우의 수’가 등장했고, 선수들은 우즈베크전 필승의지를 다졌다. ‘닥공’(닥치고 공격) 모드로 쉼 없이 두드렸지만, 촘촘하게 늘어선 수비벽에 막혀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했다. 그러던 전반 42분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띄운 크로스를 수비수 쇼락흐메도프가 커버한다는 게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도 손쓸 수 없는 깔끔한 헤딩슛이었다. 덕분에 한국은 승점 3을 챙기고, A조 선두를 꿰찼다. 결과론적이지만, 이 자책골 없이 승점 1을 우즈베크와 나눠 가졌다면 한국의 본선 직행은 무산됐을 수도 있다. 얄궂게도 지난해 우즈베크 원정에서는 곽태휘의 헤딩골이 국제축구연맹(FIFA) 판독 결과 우즈베크 자책골로 기록됐다. 이래저래 우즈베크가 헌납한 2득점 때문에 한국축구는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년 전 ‘도하의 기적’이 떠오를 법하다. 한국은 미국월드컵을 준비하던 1993년, 움란 자파르(이라크)가 일본전에서 경기종료 10초를 남기고 동점골을 터뜨리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본선에 진출했다. 당시 자파르는 ‘은인’으로 불리며 한국 행사에 초청되는 등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날아다오, 손흥민

    날아다오, 손흥민

    결전의 날이 밝았다. 11일 오후 8시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에 나서는 ‘최강희호’가 필승 카드로 손흥민(함부르크)을 꺼내 들었다. 반드시 승점 3을 쌓은 뒤 레바논이 12일 0시 30분 시작하는 테헤란 원정 경기에서 이란을 꺾어 주면 한국은 월드컵 8회 연속 본선행을 확정한다. 그 뒤 18일 이란과의 최종전에 부담 없이 나서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최강희 감독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마지막 전술을 다듬은 뒤 기자회견을 갖고 “내일 경기를 두고 따로 말이 필요 없다. 준비는 잘됐다. 경기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흥민을 대동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카타르와의 홈 경기에서 활약했다”며 “부담스러운 경기지만 이 경기를 통해 성장할 것이고 그간의 (출전 부족과 같은) 아쉬움을 털어버릴 것이다. 큰 활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진작에 왼쪽 날개를 이근호(상주), 오른쪽은 이청용(볼턴)에게 맡기기로 한 최 감독은 김신욱(울산)과 손흥민을 투톱으로 선발 출전시킨 뒤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손흥민 대신 이동국(전북)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옵션 중 하나로 거론됐던 이동국-김신욱 투톱에 손흥민을 왼쪽 날개로 내세우는 방안은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은 그동안 즐겨 쓰던 4-2-3-1을 버리고 4-4-2를 택했다. 투톱을 세우면서 중앙 미드필더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어 공격형인 김보경(카디프시티) 대신 수비형인 김남일(인천)과 박종우(부산)로 하여금 포백 라인을 감싸도록 했다. 포백 라인에는 김치우(서울)-김영권(광저우)-곽태휘(알샤밥)-김창수(가시와)를 세우기로 했다. 김영권과 김창수는 지난해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이다. 최종예선 여섯 경기에서 매번 다르게 운용했던 실험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삐끗하면 본선 직행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경기의 비중을 감안해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조합을 택했다. 김남일과 박종우가 세르베르 제파로프, 티무르 카파제, 아딜 아흐메도프 등 상대 미드필더들의 개인기를 어떻게 눌러 압박할지가 관건이다. 김치우와 김창수가 윙백인 자수르 하사노프와 산자르 투르수노프의 돌파와 위협적인 크로스를 철저하게 막아낼지도 변수다.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과의 3차전에서 이들의 오버래핑에 아찔한 순간들을 경험했다. 곽태휘와 처음 중앙 조율을 맡은 김영권이 알렉산더 게인리히나 울루그베크 바카예프처럼 ‘한방’을 갖춘 골잡이들을 길목마다 차단하는 것도 승점 3을 쌓기 위해 꼭 필요하다. 최 감독은 거듭 약점으로 지적된 세트피스 대책에 대해 “선수들에게 순간적인 집중력을 높여 달라고 주문했다.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며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2014 월드컵 최종예선] 히딩크의 특급 미드필더 아프메도프 ‘초특급 경계령’

    [2014 월드컵 최종예선] 히딩크의 특급 미드필더 아프메도프 ‘초특급 경계령’

    축구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브라질행 굳히기’에 나선다. 최강희호는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을 치른다. A조 선두(승점 11·득실차 +6)인 한국이 우즈베크(승점 11·득실차 +2)를 꺾으면 본선행이 사실상 확정된다.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담금질 중인 대표팀은 김신욱(울산)-손흥민(함부르크) 투톱의 4-4-2전술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9일 오후 한 차례 훈련을 하며 컨디션과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태극전사들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믿어 달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대표팀은 상대 전력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즈베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8위로 한국(40위)에 뒤지고, 상대전적에서도 1승2무7패로 밀린다. 그러나 최근 대결이었던 지난해 9월 최종예선 3차전 때는 2-2로 비기며 만만찮은 전력을 과시했다. 이후 최종예선 3연승으로 기세도 좋다. 가장 경계 대상인 선수는 오딜 아흐메도프(26). 우즈베크 올해의 선수상을 두 번(2009·2011년)이나 받은 멀티플레이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안지 마하치칼라 유니폼을 입고 정규리그, 유로파리그를 뛰며 축구지능이 부쩍 높아졌다. 부상 때문에 지난해 9월 한국전에는 결장했지만 올해 복귀한 뒤 한층 진화한 경기력으로 안지의 주전 미드필더를 꿰찼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는데 최근 소속팀 안지에서는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재미를 봤다. 대표팀에서는 공격포지션으로 뛴 적이 없지만 A매치 47경기에서 7골을 넣을 정도로 ‘한 방’까지 갖췄다. 아흐메도프가 어느 위치에 설지 파악되지 않아 대표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헤딩력과 패싱력, 파워까지 두루 갖춘 우즈베크의 에이스”라면서 “아흐메도프가 어느 위치에 서느냐에 따라 우리 전술과 중원 조합이 달라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우즈베크 팀에는 지한파(知韓派)도 수두룩하다.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주장 세르베르 제파로프(31·성남)와 골잡이 알렉산더 게인리히(29·전 수원)가 특히 껄끄럽다. 제파로프는 지난 6일 중국과의 친선경기(2-1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날카로운 발끝을 뽐냈다. 앞서 3월 26일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6차전에서도 1-0 승리의 골망을 흔들었다. 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제파로프는 “꼭 이겨서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겠다”고 말했다. 자국 리그 분요드코르의 사령탑을 겸하고 있는 미르잘랄 카시모프 감독 역시 한국팀을 꿰뚫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포항, 성남을 탈락시켜 K리그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모래알 레바논부터 잡는다… 최강희호 ‘닥승’ 스퍼트

    모래알 레바논부터 잡는다… 최강희호 ‘닥승’ 스퍼트

    태극 전사들이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향한 스퍼트에 나선다. ‘밭두렁 그라운드’와 레이저·폭죽 응원 등 불리한 환경을 딛고 브라질행을 확정 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축구대표팀은 2일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이 열리는 레바논 베이루트에 입성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사흘간 담금질을 마친 대표팀의 분위기는 지친 기색 없이 밝았다. 최강희 감독은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다들 좋아 선발로 뛰지 못하는 선수가 불만을 품을까 봐 걱정”이라고 웃었다. ‘중동 킬러’ 이동국(전북)·이근호(상주)를 비롯해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유럽파 손흥민(함부르크)·이청용(볼턴)·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발끝이 날카롭다고 전했다. 필승 의지도 대단했다. 최 감독은 “레바논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레바논, 우즈베키스탄(11일), 이란(18일)을 상대로 3연승으로 최종예선을 마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제골이 가장 중요하다. 초반부터 투톱으로 승부를 걸지, 미드필더를 많이 둬 안정적으로 운영할지 고민”이라면서 포메이션 구상을 밝혔다. 현재 한 경기 덜 치르고도 A조 2위(승점 10·3승1무1패)인 한국은 레바논(5위·승점 4)을 꺾으면 홈에서 편한 마음으로 우즈베키스탄(1위·승점 11)과 이란(3위·승점 7)을 상대할 수 있다. 조 2위까지 브라질행 티켓이 주어지는 만큼 레바논전이 분수령이다. 객관적인 전력상으로는 한국이 단연 압도한다. 5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한국은 42위, 레바논은 129위로 격차가 크다. 테오 뷔커(독일) 레바논 감독조차 “한국을 이기긴 매우 어렵다. 2년 전에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할 정도다. 게다가 레바논 국가대표 6명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출전정지 징계를 받아 전력이 약화됐다. 2011년 11월 레바논에서 열린 3차예선에서 한국 골망을 흔든 알리 알 사디를 비롯,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 넷이 빠졌다. 전력의 핵심인 ‘중원 사령관’ 로다 안타르(산둥 루넝)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래저래 한국엔 호재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한국은 2011년 월드컵 3차 예선에서 레바논에 1-2로 져 조광래 감독이 경질된 아픈 과거가 있다. 경기가 벌어질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스타디움은 ‘밭고랑’이라 불릴 정도로 잔디 상태가 고르지 않아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하다. 잡초가 뒤섞여 있고 그라운드 곳곳이 패어 있어 세밀한 패스를 하기 어렵고 불규칙 바운드도 많다. 변수가 있는 만큼 기술·전력이 나은 팀에 불리할 터다. 경기 내내 괴롭히는 레이저와 관중이 터뜨리는 폭죽도 경계대상이다. 짜증을 유발하고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비신사적 응원이다. 그러나 최 감독은 “축구 강국은 어느 상황에서도 불리함을 극복하는 능력이 있다. 환경이 경기력을 저해할 수는 있어도 핑계가 될 수는 없다”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한국과 레바논 간의 최종예선 6차전은 오는 5일 오전 2시 30분 베이루트 스포츠시티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한국 - 일본 첫 판 격돌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한국 - 일본 첫 판 격돌

    세계 최고의 남자배구팀을 가리는 2013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가 두 달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한국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1주차(1~2일) 경기를 시작으로 캐나다·포르투갈을 오가며 한 팀당 두 번씩, 총 10경기를 치른다. 총 18개팀이 3개조로 나뉘어 대륙간라운드를 하고 상위팀들만 아르헨티나에서 결승라운드(7월 17~21일)로 월드챔피언을 가린다. 강호들이 모인 A·B조는 2위까지 아르헨티나에 갈 수 있지만, C조는 딱 한 팀만 결승에 오른다. 세계랭킹 24위 한국은 캐나다(18위), 일본(19위), 핀란드(30위), 네덜란드, 포르투갈(이상 공동 36위) 등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과 함께 C조에 속했다. 이번 월드리그는 3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기원 감독의 ‘빠른 배구’의 색깔이 대표팀에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가늠할 대회다. 가까이는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의 메달색, 멀리는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진출 가능성을 엿볼 기회이기도 하다. 여자배구가 지난해 런던올림픽 4위로 진한 감동을 안겼던 반면 남자팀은 최근 이렇다할 승전보가 없었다. 작년 런던행에 실패하며 국제무대에서 약체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숙적’ 일본과의 첫 경기는 조별리그 성적을 가늠하고 대표팀의 분위기를 좌우할 분수령. 역대 상대전적에서는 66승47패로 한국이 앞서지만, 지난해 올림픽 예선전과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서 잇달아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믿을 건 역시 화끈한 공격력. 부상으로 한동안 태극마크를 내려놨던 문성민(현대캐피탈)이 스파이크 태세를 마쳤다. 지난 2008년 대륙간라운드에서 득점 1위-공격 2위에 올랐던 짜릿한 기억이 여전하다. ‘무늬만 대학생’ 전광인(성균관대)도 패기를 앞세워 레프트를 지킨다. 베테랑 여오현(현대캐피탈)이 빠진 리베로 자리는 이강주(삼성화재)가 연착륙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일본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는 두둑한 포상금도 걸려있다. 일본전 1승에 1500만원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2승을 챙기면 3000만원. 대회 국내경기의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아프로파이낸셜그룹(브랜드명 러시앤캐시)의 최윤 회장은 “한·일전을 앞둔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필승 의지를 다지기 위해 특별히 승리 수당을 준비했다”고 웃었다. 월드리그 결승행도 18년 전으로 아득한 만큼 아르헨티나 티켓을 확보하면 별도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선수들의 승부욕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최하위 레바논 안방에서는 강하다”

    “최하위 레바논 안방에서는 강하다”

    “레바논은 안방에서 굉장히 강하다. 일단 레바논전에 초점을 맞춰서 반드시 잡겠다.”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은 다음 달 5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이 브라질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 감독은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바논에서 승점 3을 쌓아야만 남은 두 경기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면서 “한국 축구를 위해서 결과도, 내용도 신경 쓰겠다”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한국은 아시아최종예선 3연전을 남겨두고 있지만 레바논 원정이 사실상 8회 연속 월드컵행을 좌우할 특급 매치다. 모래바람을 뚫어야 하는 원정인 데다 남은 우즈베키스탄전(11일), 이란전(18일)의 분위기를 좌우할 한 판이기 때문. 레바논전에서 승점 3을 확보한다면 한결 수월하게, 축제 분위기에서 안방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사실 최종예선 조 편성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레바논은 약체로 분류됐다. 이란,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에 비해 다소 만만한 상대로 여겨진 게 사실. 그러나 레바논은 홈에서 꼬박꼬박 승점을 쌓았다. 중동 특유의 후텁지근한 날씨와 조악한 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안방에서 유독 강했다. 조 선두 우즈베키스탄(승점 11·3승2무1패)은 무승부(1-1)로 승점 1을 얻는 데 그쳤고, 이란(승점 7·2승1무2패)은 0-1로 졌다. 한국도 지난 월드컵 3차예선에서 졸전 끝에 패해 조광래 감독이 경질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최종예선에서 한국이 3-0 대승을 거두며 설욕하긴 했지만 여전히 레바논 원정은 아픈 기억이다. 최 감독은 “전력분석을 하면 레바논이 조 최하위인 게 맞는데 그라운드 환경, 열광적인 응원, 날씨 등 외부요인 때문인지 홈에서 상당히 강하다”고 경계했다. 잔디 상태가 불량해서 아기자기한 패스가 거의 불가능하고 심지어 땅도 고르지 않아 공이 불규칙하게 튀어오르는 경우도 다반사. 최 감독은 “환경과 분위기를 꼼꼼하게 고려해 맞춤 전술을 준비하겠다”면서“초반부터 밀어붙인다거나 한 골 승부를 한다거나 등등 선수를 소집해 세밀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통과의례” vs “모두 패망”…‘安세력 독자출마’ 민주 내부 엇갈린 반응

    “통과의례” vs “모두 패망”…‘安세력 독자출마’ 민주 내부 엇갈린 반응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오는 10월 재·보궐선거에 이른바 ‘안철수 세력’을 독자적으로 출마시키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양측의 맞대결을 언젠가는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받아들이고 필승을 다짐하는 측이 있는 반면, 야권연대 없이는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안 의원 측 ‘모두 패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흘러나온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은 ‘예상된 수순이었다’며 자체 혁신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10월 이후 안 의원 측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분위기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얼마만큼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국민들에게 만족스러울 만한 혁신과 개혁을 해내느냐에 따라 국민들이 평가해줄 것”이라면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은 경쟁과 협력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 간 “인재 영입 경쟁이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당 내부 인사를 마치는 대로 인재영입위원회를 가동시키겠다고 밝혔다. 반면 안 의원 측의 10월 재·보선 독자출마에 따른 비관론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야권 연대 없이 10월 재·보선에 민주당과 안철수 측이 동시에 출마한다면 야권 패배는 불보듯 뻔하다”면서 “새누리당에 (지역구) 당선을 바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서 10월 재·보선보다는 전략적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0월 재·보선 지역 대부분이 새누리당 선거구라는 점에서 어차피 야권의 승리가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안 의원 측은 인재 영입을 위한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안 의원 측 한 관계자는 “현재도 여러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정치 행보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시스템이 갖춰지면 역할 분담에 들어갈 것이고, 안 의원이 직접 새 정치에 합류하고 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인 오는 18일을 기점으로 민주당과 안 의원 측 간의 경쟁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측 모두 호남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를 방문, 야권 지지층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16일 광주를 방문, 민주당의 혁신 청사진은 담은 ‘광주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 의원 역시 17일 부산을 찾아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18일에는 광주 5·18운동 33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보은’의 짜장면

    ‘보은’의 짜장면

    “와, 짜장면이다. 잘 먹겠습니다.” 12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나섬공동체.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이 단체의 25평(82.6㎡) 남짓한 식당 안에 달콤한 짜장면 냄새가 퍼지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나섬공동체가 주최한 제18회 다문화어울림한마당 행사에 참가한 몽골, 인도, 이란, 필리핀, 중국, 베트남 등 6개국 이주민과 내국인들은 이날 점심으로 짜장면 대접을 받았다. 서울차이나타운개발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서 ‘보은(報恩)의 짜장면’이란 이름으로 500인분을 나눠 준 것. 1997년 발족해 국내 화교를 포함한 장기거주 외국인을 위한 영주권제도 도입 운동을 했고 최근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에 차이나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추진위는 2007년부터 7년째 이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명동에서 중국음식점 ‘행화촌’을 운영하는 장상청 사장이 이날은 가게 문을 닫고 직원 4명과 함께 즉석에서 뽑은 쫄깃한 면발을 선보인다. 추진위로부터 재료비만 지원받는데, 그나마 7년째 동결된 가격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장 사장은 “짜장면이 필요한 다른 곳이 있다면 언제든 불러만 달라”고 말했다. 양필승 추진위 공동위원장은 “다문화가정의 원조격인 화교들이 영주권 제도 도입을 이뤄낸 것에 대해 한국 사회에 감사하다는 의미에서 다문화가족 후배들에게 보은의 짜장면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글 사진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프로야구] ‘깜짝 빅딜’

    [프로야구] ‘깜짝 빅딜’

    프로야구 KIA와 SK가 시즌 최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불펜 보강이 절실했던 KIA는 6일 CLK(최희섭-이범호-김상현)포의 한 축인 외야수 김상현(왼쪽)과 좌완 투수 진해수를 내주고 우완 투수 송은범(오른쪽)과 신승현을 받기로 했다. 타선 강화가 필요했던 SK로서도 상당히 ‘수지 맞는’ 거래를 한 셈. 김상현은 KIA가 우승한 2009년 타율 .315 36홈런 127타점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송은범은 통산 63승 41패 13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KIA 불펜은 9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5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마무리로 전환한 앤서니도 완벽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믿을 만한 필승조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 선발과 중간, 마무리까지 전천후로 활약할 수 있는 송은범은 KIA 마운드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팀 타율 .242로 최하위, 득점 99점으로 롯데와 함께 공동 7위에 머무른 SK는 김상현의 가세로 타선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최정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기회에 한 방 날려줄 타자가 절실했다. 김상현은 올 시즌 김주찬의 영입으로 출전 횟수가 줄며 타율 .222 2홈런 10타점에 그치고 있지만, SK에서는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트레이드는 서로 단점을 보완한 윈윈 트레이드란 평가다. 야구가 ‘투수 놀음’이란 속설을 감안하면 SK가 손해라는 셈법도 있지만, KIA로선 송은범이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게 돼 자칫 한 시즌만 쓰고 그를 잃을 수도 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윤리는 행복한 삶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반부패든 뭐든, 그러니까 좋은 일 하자는 건데 그게 왜 그리 말처럼 쉽지 않을까. 착착착 해버리면 그뿐일 것만 같은데 말이다. 철학자들이 교과목으로서의 ‘도덕’이나 ‘국민윤리’ 같은 것들을 경멸하는 이유다. 이 교과목들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복잡미묘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유도해야 하는데, 고민은커녕 부모에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형제 간에 우애 있으면 이 온 세상 우주에 평화만 가득하리라는, 척 들어도 하품 나는 고리타분한 얘기들만 늘어놓을 뿐이다. ‘윤리, 세상을 만나다’(도성달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펴냄)는 그런 면에서 참고할 법한 책이다. 저자는 윤리를 엄청 대단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익혀야 할 기술’ 정도로 정의한다. 병법 그 자체가 대단한 필승비법이 아니듯, 윤리도 그 자체가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니라 행복의 기술, 즉 ‘아트 오브 해피니스’(Art of Happiness)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세심하게 써나가는 부분은 복잡한 철학적 논의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복과 불행의 마찰지점이다. 가령, 1973년 박정희 정권의 미니스커트 단속, 항공사 상의 유니폼이 조금 짧은데서 비롯된 배꼽티 논란, 청계천에서 비키니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 문제, 서울시가 쿨비즈를 내세워 민원 파트 이외 공무원들에게 허용한 한여름의 반바지와 샌들 차림 등의 문제가 나온다. 어느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옷차림이 적정한가, 라는 질문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윤리란 결국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마음 쓰는 것, 이 모든 행위들”이라고 정의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윤리적 삶이라는 것이 타인을 위해 목숨쯤은 가볍게 버려야 하는, 그래서 뭔가 특출 나고 대단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선입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저자가 그 윤리적 삶의 기초를 두고 이러하다라고 정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윤리를 두고 “자신이 어떤 삶의 원리에 따라 어떤 유형의 인간으로 살겠다는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며, 그 결단은 이성보다는 의지의 문제”라고 해뒀다. 1만 6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한국 신무용의 큰 어른 김백봉(상)

    [명사가 걸어온 길] 한국 신무용의 큰 어른 김백봉(상)

    그의 춤을 일컬어 “몸으로 만든 최고의 문명”이라고들 한다. 서 있기만 해도 무장(舞裝)한 위엄으로 무대가 꽉 찬다. 낮게 달린 풍경을 건드리는 사소한 손짓조차 춤이 된다. ‘한국 신무용의 대모’로 불리는 김백봉(86) 선생은 인생의 발자국 하나하나에 한국춤을 꾹꾹 새겨놓고 꽃을 피워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운동회에서 추었을 법한 부채춤부터 화려무쌍한 화관무까지, 그가 만든 한국춤은 600개가 훨씬 넘는다. 한국무용계에 난다 긴다 하는 무용인들을 길러낸 대가 중의 대가로 추앙받는다. 하얀 피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작은 풍경을 건드리면서 “아이고, 소리가 참 좋다”고 하는 모습은 곱디고운 ‘뽕할머니’다.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1911~1969)의 수제자로, 한국 신무용 80년사의 산증인으로 살아온 김백봉 선생의 삶과 예술세계를 상하로 나눠 들어본다. “어느 날 아버지가 사진 한 장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이 사람이 훌륭한 무용가이고 한국의 보배다’라고 하셨죠.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인데, 참 아름다웠어요.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여섯 살 때였다. 춤을 본 적도 없고, 최승희가 누군지도 모르던 꼬마 충실은 잠결에 본 사진 하나로 한평생 한 길을 걷게 됐다. 얼마나 강렬했으면 옹근 80년 전에 본 그 사진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평양 시내에 자동차라고는 도지사 전용차와 기업에서 운영하는 승용차, 두 대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운전을 할 줄 아는 것은 매우 귀한 능력이었다. 게다가 아버지는 기업에서 외국 관계자들이 타는 차를 운전하면서 큰 세상을 볼 기회가 많았다. 그 기회는 충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충실을 춤의 길로 이끌었다. 사진을 접한 지 7년쯤 흘렀을까. 평남 진남포에서 ‘세계적 무희 최승희 귀국 서양무용공연’이 열렸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어린 충실을 데리고 트럭을 몰아 공연장에 갔다. 김 선생은 그 공연을 당시에는 매일신보였던 서울신문사가 주최한 공연이었다고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감히 만날 수 없는 존재였어요. 아버지께서 부탁을 하니까 신문 기자가 자리를 주선해줬어요. 대기실에서 아버지가 호적등본까지 보여줬던 기억이 나요. 선생님은 조선사람이라고 좋다고 했지. ‘키가 참 크네’라면서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많이 시키셨어요.” 이후에 중국 공연을 다녀와서 만나자고 했는데, 소식이 없었다. 평양 명륜실업여학교에 진학해 공부하던 1941년 6월, 일본 도쿄 최승희무용연구소에서 연락이 왔다. 유학을 떠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무용이란 예술이 아니라, 그저 유희이던 시절이었어요. 당시 춤을 춘다고 하면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며 반대를 했죠. 혈혈단신 도쿄로 건너가야 한다는 말에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호통을 쳤어요. 그때 도쿄에 큰아버지가 유학을 하고 계셨거든. 조카가 가면 좋아하실 거 아니에요? 그런데 큰아버지도 ‘여기가 어디라고 춤을 배운다고 오느냐’면서 야단이셨죠.” 아버지가 든든한 지원군으로 버티고 있는데 문제될 것이 뭐가 있었을까. 그렇게 열네 살에 홀로 도쿄로 건너가 최승희무용연구소에 들어갔다. 드디어 최승희의 춤 세계에 빠지는가 했는데, 그건 고된 생활의 시작이었다. 김 선생은 ‘집제자’라는 표현을 썼다. “한 집에서 먹고 자고, 무용 이외의 것까지 다 배우는 제자였죠. 수건 하나 빨아본 적이 없는데 거기서는 큰 빨래를 다 했어요. 무대와 관련된 빨래는 다 제자들 몫이었지.” 김 선생은 대뜸 오른손을 펴보였다. “여기 손에 새카만 점, 보이죠. 이게 그때 남은 흔적이에요. 옛날에는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서 빨래를 했는데, 겨울에 찬물로 빨래를 하니 동상에 걸리는 건 다반사야. 이 점을 보면 지금도 가끔 그때 일이 기억나요. 후배라도 있으면 이런 일을 넘길 수 있을 텐데, 어디 후배들이 들어와야지. 들어와도 오래 버티지도 못하고.” 최승희에게 춤을 배우고 싶어서 가출하는 소녀들이 많았던 시절이다. 춤에 대한 환상을 품고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도쿄까지 오는 아이들을 최승희는 다 받아줬다. 그런데 그냥 놔둬도 알아서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제자 생활이 워낙 고되다 보니 버티는 아이들이 몇 안됐던 것이다. “선생님은 빨래까지 직접 다 해봐야 공연에 대한 모든 것을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하셨어요. 특별히 개인 교습을 받는 게 아니라, 스승과 함께 무대에 서고 순회공연을 하면서 그 자체를 고스란히 전수받는 거죠.” 김 선생을 버티게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게 만든 건, “너 참 잘한다”라는 최승희 선생의 칭찬 한마디였다. 같은 집제자라도 언니와 동생의 구분이 분명하고 규율이 엄격해 감히 앞에 나서서 연습을 하거나 개인 교습을 받을 수는 없었다. 선생은 수업을 받을 때는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서 연습하고, 언니들이 동작을 익힐 때는 먼 발치에서 눈으로 보고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사람에게는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어릴 때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지요. 그러려면 실력이 먼저더군요. 손을 돌리는 동작을 한번 가르쳐주면 다 나갈 때까지 계속 연습했어요. 선생님처럼 하려고. 굉장한 연습벌레였죠.” 1년쯤 지나 뜻하지 않은 기회가 왔다. 1942년 도쿄 제국극장에서 열린 최승희무용단의 공연에서 김 선생은 ‘초립동’을 출 기회를 얻었다. 최승희가 1930년대에 만든 ‘초립동’은 어린아이가 장가 가는 것을 마냥 좋아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두둑하게 용돈을 받아 넣은 주머니를 돌리기도 하고, 다리를 번쩍번쩍 들며 제기차기를 하는 발랄하고 경쾌한 모습을 그렸다. 무용수에게는 다소 과격한 동작이었다. 원래는 최승희가 추어야 했지만 담에 걸리는 바람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동작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궁여지책으로 제자 중 한 명을 대신 무대에 세우기로 했다. “누가 할 수 있겠냐.” 모두 머뭇머뭇거렸다. 그때 김 선생이 용기를 내 손을 번쩍 들었다고 했다. 김 선생은 “현장에 같이 있던 안막(안필승, 1910~?) 선생이 ‘너 심장에 털났니?’라고 물을 정도로 대범한 도전이었다”고 떠올리며 잠시 말을 잊었다. “그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방 안에서 해보라며 개인지도를 해주셨죠.” 김 선생은 그때를 생각하기만 해도 행복한 듯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공연이 끝난 뒤 당시 신문사에서 동행 취재를 온 기자가 “그렇게 잘 출 줄 몰랐다”고 칭찬할 정도로 잘해냈다. 최승희의 일본 지역 공연을 따라다니면서 무대 훈련은 꾸준히 했지만, 이 공연이 김 선생의 공식적인 데뷔무대가 됐다. 무엇보다도 김 선생을 벅차오르게 한 건 처음으로 아버지가 자신의 공연을 봤다는 사실이었다.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가리라” 다짐했던 터라 고향땅을 떠난 뒤 한 번도 밟아보질 못했다. 최승희무용단은 주로 일본에서 활동했으니 집 근처에 갈 일도 없었다. “일가친척이 돈을 모아 줘서 아버지가 도쿄로 오실 수 있었죠. 정말 오랜만에 뵈었는데, ‘무대에서 고개를 너무 쳐들지 마라’는 지적부터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도 그런 말을 하지 않으셨는데. 객석에 앉아서 무대를 올려다 보시니 그랬나봐요. 섭섭하면서도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이후 김 선생은 스승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조리 따라하고 무대 진행을 도맡아 하는 스승의 수족이 됐다. “수족은 제일 믿는 사람인 거죠. 집제자로서 생활하기도 했지만, 선생에게 옷을 챙겨주고 갈아입히고 모든 것을 함께하게 된 거예요. 스승과 지내는 시간을 마음껏 가질 수 있게 된 데다 예술의 완성을 함께 할 수도 있게 된 거죠.” 김 선생은 1944년 최승희의 시동생인 무용이론가 안제승(1922~1996, 전 경희대 교수)과 결혼하면서 가족의 일원이 됐다. 김 선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던 안씨가 학도병으로 군대에 가게 되면서 서둘러 백년가약을 맺었다. 1945년 중국 순회공연을 할 때 해방 소식을 듣고, 이듬해 7월에는 스승 최승희-안막 부부와 함께 월북했다. 6·25전쟁 후 김 선생은 스승과 갈 길을 달리해 1951년 1·4후퇴 때 아버지를 모시고 남편과 남쪽으로 내려왔다. 사실 친정이 평양인 김 선생에게는 ‘사상적 월북’이 아니라 집을 찾아간 것뿐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월북’ 무용가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나라가 둘로 쪼개지고 사상적으로도 등진 시기에 스승 최승희가 북한 정부로부터 무용연구소까지 하사받은 ‘인민’ 예술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요시찰 인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선생은 당시 일에 대해서는 말을 극도로 아꼈다. 스승을 떠난 데 대해서는 “예술적 차이”라고만 했고, 당시 일에 대해서는 그저 “어려웠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 서슬 퍼런 감시와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예술에 대한 집념이었다. 1950년대 초 김 선생은 서울에서 박기홍의 승무와 이동안의 태평무·승무를 전수받았다. 1953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무용연구소를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하편에 계속).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김백봉은 1927년 2월 12일 4남 3녀 중 맏딸로 평남 기양에서 출생 1941년 일본 도쿄 최승희무용연구소 입소 1944년 안막의 동생 안제승과 결혼(스승 최승희와 동서 관계) 1946년 6월 평양 최승희무용연구소부소장 겸 상임안무가 1947년 평양 국립극장에서 제1회 김백봉작품발표회 1953년 서울 낙원동 김백봉무용연구소 설립 1954년 서울 시공관에서 김백봉 작품발표회(남한에서 창작활동 시작) 1965 ~ 1992년 경희대 무용과 교수 1981 ~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92 ~ 현재 경희대 명예교수 2005 ~ 2007년 서울시무용단 단장 2004년 최승희춤연구회 이사장 <수상> 서울시문화상(1953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1981년), 서울올림픽 공로 대통령상(1988년), 20세기를 빛낸 예술인(1999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2005년)
  • ‘기계전사 109’의 김준범, 힐링 만화로 돌아오다

    ‘기계전사 109’의 김준범, 힐링 만화로 돌아오다

    늘 옛 작품으로만 기억되는 것은 현재진행형인 작가에게 그리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20여년 전 장편 데뷔작을 먼저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작품이 한국 만화사의 한 페이지를 아로새긴 까닭이다. 1989년 12월 청소년 만화 잡지 ‘아이큐점프’를 통해 처음 선보인 한 편의 SF 만화에 국내 만화 팬들은 열광했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전쟁을 다룬 디스토피아적인 작품이었다. 할리우드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으나 민주화 물결과 계급 투쟁 등 당시 국내 사회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한국형 사이버펑크로 각광 받았다. ‘드래곤볼’을 시작으로 일본 만화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던 그 시기. ‘망가 쓰나미’에 맞서 한국 만화의 자존심을 살렸던 작품으로도 기억된다. 바로 ‘기계전사 109’다. ‘기계전사 109’의 김준범(46) 작가가 힐링 만화로 돌아왔다. 최근 ‘네모가 동산으로 간 까닭은?’(북극곰 펴냄)이라는 명상 만화를 출간했다. 법륜 스님의 정토회 홈페이지와 정목 스님의 유나방송 홈페이지에서 ‘코스모스 로드’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동글선사와 그의 제자인 네모, 동글이와 그 친구들, 외계인과 견공들이 주고 받는 문답을 그렸다. 1990년대 국내 출판계에 명상 에세이 바람을 일으켰던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단어를 사용하면 힐링 만화다. “우리 나라가 어느 정도 경제적 부유함을 갖추긴 했어도 강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문화적으로 척박하기 때문이에요. 요즘 세상을 보면 아이들에게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경제적인 동물로 만드는 데 관심이 있죠. 쉬엄 쉬엄 마음 편하게 살아도 나쁠 게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결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예수, 부처, 노자, 장자가 했던 이야기들을 21세기 현재 우리 식으로 바꿔 만화로 옮긴 것 뿐이죠.” ’기계전사 109’를 생각하면 언뜻 연결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힐링 만화를 그리게 되기까지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을까. 2000년 대 들어 별자리와 인연을 맺은 게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 그는 2002년 천문 해석 공부를 시작한 뒤 만화 보다는 천문 해설 활동에 매진했다. 천문선원이라는 작은 오프라인 공간과 코스모스로드(www.cosmosroad.com)라는 온라인 공간을 근거지 삼아 별자리 강좌와 상담을 갖고 별자리 입문서 ‘별이 전하는 말’을 집필하기도 했다. “10년 정도 천문 공부를 했어요. 어스트랄로지(astrology)하면 대개 점성술이겠거니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 데 그것만은 아니에요. 마음 공부의 하나죠.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부터 성경, 불경까지 공부해야 해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되죠. 그래서 힐링을 키워드로 만화를 그리게 됐죠.” 그가 새로 단행본을 낸 것은 거의 10여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만화로는 소식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사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중의 뇌리에서 김준범이라는 이름 석 자가 서서히 잊혀져 갔다. 한국 만화의 미래를 짊어질 천재 작가로 손꼽히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주무대였던 만화 잡지 시장에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이 찾아왔어요. 만화 대여점이 생기며 더욱 부채질했죠. 서른 즈음에는 2년가량 투병 생활을 하며 펜을 놓기도 했습니다. 창작 환경이 원고 작업에서 컴퓨터 작업으로 옮겨갔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까닭도 있어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그림체가 바뀌고 스토리가 달라졌습니다. 인기를 쫓는 쪽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게 대중에게는 활동을 안하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그렇게 대중과 점점 멀어진 것 같아요.” 마냥 세상의 변화를 탓하며 방황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흐름 속에서 1인 만화 웹진이나 선주문 출판 등을 통해 기존 만화 유통시스템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했다. 하지만 시대를 앞섰다는 평가만 남았을 뿐 큰 성과는 얻지 못했다. 지금은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발 비껴 선 처지. 시대의 파고를 넘어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는 비슷한 연배의 작가들을 지켜보면 부럽지 않을까.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몇몇 작가라도 살아남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윤태호 작가 등 가진 실력에 견줘 조명을 받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상태는 너무 기쁘죠. 저도 언젠가 살아날 수 있는데, 그 무대를 지켜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김 작가는 2013년을 만화 복귀 원년으로 삼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비상업 만화를 그렸다면, 앞으로는 상업 만화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선은 작화 보다는 스토리 작가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조만간 스마트폰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별자리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에 대한 청춘들의 고민을 다루는 아이돌판 ‘섹스 앤 더 시티’ 느낌의 작품이라고 김 작가는 귀띔했다. 원소스멀티유즈(OSMU)를 꿈꾸며 2500년 전 인도를 배경으로 한 부처 제자의 삶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오랫 동안 천문 공부, 마음 공부를 하며 수 천 년 내려온 좋은 말씀들을 만화로 옮기다보니 언젠가부터 스토리 창작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어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올해엔 만화와 관련한 여러가지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우리 만화 팬이라면 ‘기계전사 109’ 같은 작품을 기대할 게 분명할 터. 하지만 그는 아쉽게도 다른 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만화 팬들이 20년 전 ‘기계전사 109’ 같은 그림만 떠올리는 게 아쉬워요. 그 같은 작품을 소설이라고 한다면 언젠가부터 한 편의 시 같은 그림체로 옮겨갔지요. 소설 같은 그림체는 저보다 훨씬 잘 그리는 후배들이 많아 굳이 직접 그릴 필요가 있겠나 싶어요. 그래서 서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후배에게 그림을 맡기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직접 그려 보려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고승들의 삶을 그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설 같은 그림체로 한 번 쯤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준범 작가는 원래 만화가가 아니라 화가를 꿈꿨다. 그런데 화가는 미대를 나와야 할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을 만큼 고지식 했다. 공부에 자신이 없었다. 미술 외에 국영수까지 잘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던 그는 1985년 허영만 화실의 문들 두드리며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 ‘2시간 10분’ ‘아스팔트 위의 사나이’ 등의 스토리를 써 이름을 날리던 노진수 작가와 의기투합해 내놓은 첫 장편이 바로 ‘기계전사 109’다. 이후 ‘따로 따로 형제’(1991) ‘ ‘부전자전’ ‘필승아 놀자’(이상 1998) 등을 가족과 따뜻함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 글·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한·중 우호 노력 깨질라… 일산 차이나타운 부지 매각 말라”

    서울차이나타운개발추진위원회가 경기 일산 차이나타운 부지의 매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차이나타운개발추진위 공동위원장인 한성화교협회 류국흥 고문과 서울차이나타운개발㈜ 양필승 전 대표는 17일 고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차이나타운개발의 대주주인 프라임개발㈜은 일산동구 대화동 1050-171 일대 1만 3781㎡ 규모의 차이나타운 부지를 롯데쇼핑㈜에 매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차이나타운 부지를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용도로 매각할 경우 해당 지역에는 관광객들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만 찾게 돼 한국 관광산업과 고양시 지역경제 발전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차이나타운 건설을 계기로 10년 이상 유지해온 한·중 우호의 상징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신의가 추락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중 양국 정부는 2002년 장관급 회의인 한·중투자협력위원회를 통해 일산 차이나타운 사업을 공개 지지했으며, 이후 칭화대학기업집단이 지분 참여했었다. 류 고문은 “2004년 11월 서울차이나타운이 고양시로부터 사업 부지를 매수할 당시 양측은 매매계약서에서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경우 시는 토지 매매대금 350억원 중 10%를 제외한 나머지 전액을 매수자에게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하기로 약정했었다”면서 “시는 프라임개발이 사업을 계속 추진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토지를 환수한 뒤 새로운 사업자를 공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차이나타운개발은 최대 주주인 프라임개발이 자금난을 겪자 착공 21개월 만인 2009년 11월 공정률 38.1%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지난해 12월 롯데쇼핑에 토지 및 시설물 모두를 54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차이나타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2단계 사업마저 시와 협의해 백지화했다. 양 전 대표는 “프라임개발이 심각한 자금난으로 차이나타운개발 사업권을 롯데쇼핑에 양도하는 줄로만 알았지, 백지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고작 180억원이 없어 연간 400만명 이상 중국 관광객들이 찾는 한국에 차이나타운을 건설하지 못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김문수 경기지사와 최성 시장을 만나 차이나타운의 조속한 완공을 당부하는 스쾅(時匡) 중국건축대사 등 서울차이나타운 해외 고문단들의 편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추진위는 다음 주 중 시 결정이 정당했는지 도에 감사를 청구하고, 법원에 부동산 매각 절차 진행 금지 및 매각 승인 취소 가처분 신청 제기, 화교 및 각계를 대상으로 용도변경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시 국제통상과 최규형 부팀장은 “시 결정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 프라임개발은 더 이상 차이나타운 건설 사업을 이끌어 갈 능력도 의지도 없어 불가피한 선택였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文, 단일화 과정 유약한 결단력 참모진도 靑인맥 과도한 영향력”

    “文, 단일화 과정 유약한 결단력 참모진도 靑인맥 과도한 영향력”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지난 1월 출범한 지 4개월여 만인 9일 최종 대선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에 대한 실명 비판 등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당내외에서는 대선평가위의 당초 목표였던 대선 패배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는 결국 실패한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대선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이날 대선평가보고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4·11 총선과 18대 대선을 이끈 지도부가 분명히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내 탓이오’ 운동을 솔선해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는 대선 패배의 주요 요인으로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유약한 결단력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문 전 후보는 당 지도부 전면 퇴진론이나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과 같은 중요한 국면에서 가시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참모진 운영에서도 특히 후보 비서실은 청와대 출신들의 ‘재회 장소’ 같았다는 비판을 살 정도로 사적 인맥이 공조직을 통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혹평했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하고도 어떤 공식 평가나 반성도 없이 같은 계파가 당을 이끌고 대선을 치르면서 또다시 패배했다”며 책임윤리의 부재를 거론했다. 특히 이해찬 전 대표에 대해 “후보 단일화 필승론을 과신한 나머지 과학적 정세 분석과 유권자 지형 변화의 청취를 소홀히 한 면이 있다”며 “책임윤리의 품성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선 패배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계파 갈등과 486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가 2005년 당시의 설문조사에 비해 상당히 하락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에서는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문재인 캠프가 안철수 캠프의 마지막 단일화 방식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해 논란도 예상된다. 안 전 후보가 사퇴 전 최후통첩으로 제안한 ‘지지도 50%+가상 양자 대결 50%’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주말 여론조사 시뮬레이션 결과 문 전 후보가 우세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대선평가위가 지나치게 여론조사에 의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선 패배 책임 규명을 위한 심층 면접 결과는 부실했다고 평가된다.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내에 뿌리 깊게 퍼진 무기력감으로 대선 패배 원인 규명에는 다들 관심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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