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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시간 역전’ 사활 건 트럼프… ‘텍사스 변심’ 노리는 바이든

    ‘미시간 역전’ 사활 건 트럼프… ‘텍사스 변심’ 노리는 바이든

    전날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맞붙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27일(현지시간) 13개 경합주 중 상대의 텃밭을 찾아 막판 뒤집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랜싱 유세에서 여론조사상 열세를 언급하며 “가짜 여론 조사다. 우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기고 있다”며 “여러분은 선거일에 거대한 붉은 물결(공화당)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위스콘신주와 네브래스카주까지 종횡무진하며 유세를 펼쳤다.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는 펜실베이니아주와 함께 2016년 대선에서 1% 포인트 내로 이겼던 곳이지만, 그 이전 대선에서는 거의 민주당이 승리를 거둬 이른바 ‘푸른 벽’(Blue Wall)으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각각 9% 포인트, 5.5% 포인트씩 이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필사적으로 ‘수성’해야 하는 민주당 영토인 셈이다.이 지역은 제조업 공업지대로 통상 일자리가 승부를 좌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부활을 약속해 2016년 이겼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외려 실직자가 늘었다. 시카고트리뷴은 “이제 트럼프는 리얼리티쇼를 진행하던 스타 출신 정치인이 아닌 코로나19와 경기침체를 지나온 현직 대통령”이라며 미시간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4년 전 러스트벨트(중서부·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를 휩쓸었던 트럼프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16년 근소하게 졌던 뉴햄프셔·네바다·미네소타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바이든 후보에게 4.6~12% 포인트 뒤지는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바이든 후보는 승부의 쐐기를 박기 위해 28년 동안 공화당에 승리를 안겨준 조지아 주 공략에 나섰다. 그는 애틀랜타 유세에서 “우리는 두려움보다 희망을, 분열보다 단결을, 허구보다 과학을, 거짓말보다는 진리를 택한다”며 “민주주의를 되찾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바이든 캠프는 그간 전통적인 공화당 지역 중 조지아주와 텍사스주에 관심을 쏟았다. 두 지역 모두 유색인종이 꾸준히 증가해 왔고, 텍사스주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들이 둥지를 튼 데다 코로나19 확진자 1위 지역이 되면서 환경이 더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텍사스주에서 9% 포인트 격차로 대승을 거뒀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불과 2.6% 포인트 앞서 있다. 만일 대의원 38명인 텍사스가 변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역전은 거의 불가능하다. USA투데이는 사전 개표로 선거 당일 승자가 드러나는 선벨트 3개주(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에 대해 “바이든이 플로리다와 다른 한 곳을 이기고 민주당 지역을 지키면 선거 당일 밤 승부가 끝난다”며 “반대로 트럼프가 이들 지역을 휩쓸 경우 바이든은 러스트벨트라는 기회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인한 대혼란을 막으려면 초반 압승이 절실하다. 그가 공화당 텃밭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이유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습격? 호기심? 캥거루가 코알라 뒤쫓아…호주인도 놀란 광경 (영상)

    습격? 호기심? 캥거루가 코알라 뒤쫓아…호주인도 놀란 광경 (영상)

    야생 캥거루와 코알라가 사는 곳으로 유명한 호주의 한 외딴 섬에서 캥거루가 코알라를 쫓아다니는 영상이 포착됐다. 현지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에 많은 사람이 놀라고 있다고 뉴스닷컴 등 현지매체가 27일 전했다. 호주 퀸즐랜드주(州) 브리즈번 동쪽에 있는 노스스트래드브룩섬은 야생 캥거루와 코알라 그리고 새 등 야생동물이 많이 서식하는 관광지로 알려졌다. 이 섬에서는 야생 캥거루와 코알라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코알라는 주로 나무 위에 있으므로, 코알라가 땅에서만 사는 캥거루와 만날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 그 두 종이 마주쳐 일촉즉발의 사태가 돼 버렸다. 현지 여성이 지난 주말 촬영한 영상에는 민가 정원에서 코알라를 뒤쫓는 캥거루와 그런 캥거루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코알라의 모습이 담겼다.코알라는 벽 쪽으로 내몰리자 두 마리는 멈춰 서서 서로의 모습을 가만히 살핀다. 다시 캥거루가 코알라에게 다가가자 코알라는 한순간의 틈을 타 쏜살같이 달려 나갔고 캥거루는 이내 체념했는지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영상에는 “믿을 수 없다! 캥거루와 코알라가 싸우고 있다!”면서 “캥거루가 코알라를 헤치려고 한다”고 말하는 촬영자 여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캥거루가 코알라를 습격한다기보다 호기심에 어울리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코알라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보다 몸집이 배 이상 큰 캥거루가 뛰면서 쫓아오는 모습은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7뉴스에서는 지난 26일 이 영상을 “역대 가장 호주다운 영상일지도 모른다”는 짧은 글과 함께 트위터에 공유했으며 지금까지 조회 수는 2만8000회가 넘어선 것으로 확인된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불쌍한 코알라”, “나무 위로 도망쳐라!”, “갱스터루(갱스터와 캥거루를 합쳐 말함)”,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7뉴스 방송/트위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여기는 남미] 투표 안하면 죽은 사람 취급하는 볼리비아 의무투표제

    [여기는 남미] 투표 안하면 죽은 사람 취급하는 볼리비아 의무투표제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대통령선거를 치른 볼리비아에서 선거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9일 볼리비아 각지의 주민센터는 북새통을 이뤘다. 주민센터마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18일 대통령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못한 데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며 증명서 발급을 요청했다. 가장 흔한 변명은 와병 또는 여행 중이었다는 것. 하지만 이런 사유가 인정받기 위해선 병원이 발급한 진단서 또는 외유 중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서류가 필요했다. 현지 언론은 "거짓말을 둘러대고 증명서를 받으려다 거부를 당해 발걸음을 돌린 사람도 꽤 된다"면서 한동안 주민센터가 북적일 것 같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필사적으로 증명서를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건 앞으로 당할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다. 대다수 남미국가처럼 볼리비아는 의무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건 권리이자 의무다.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는 3개월간 한시적으로 '죽은 국민' 취급을 당한다. 각종 행정수속을 할 수 없게 돼 주민증이나 여권의 발급이나 갱신이 불가능해지는 건 물론 전기요금마저 납부할 수 없게 된다. 정당한 사유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음을 입증하는 증명서가 꼭 필요한 이유다. 증명서를 받기 위해선 212 볼리비아노 발급비를 내야 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3만5000원 정도다. 이날 주민센터를 찾은 한 주민은 "적지 않은 돈이지만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중엔 억울한 사연도 적지 않다. 19일 오전 일찍 주민센터를 찾은 카오루 브루노도 그런 경우였다. 브루노는 대통령선거가 실시된 18일 투표소를 찾았다. 하지만 유권자명부에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했다. 볼리비아에선 유권자 명부에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가 가능하다. 혹시 모르니 다른 투표소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 그가 방문한 투표소만 3곳. 장장 4km를 전전했지만 그는 유권자명부에 이름이 누락되는 바람에 결국 투표를 하지 못했다. 그는 "8년 전 돌아가신 이모 두 분의 이름이 유권자명부에 올라 있지만 정작 내 이름은 없었다"면서 "관리는 엉망이면서 유권자만 힘들게 한다"고 당국을 비판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대통령 ‘타이핑’ 답장 비판한 野… ‘손글씨’ 릴레이 9일째 계속

    대통령 ‘타이핑’ 답장 비판한 野… ‘손글씨’ 릴레이 9일째 계속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피격당한 해수부 공무원의 아들에게 보낸 답장 편지에 대해 야당은 “친필 사인도 없다”고 ‘진정성 없음’을 비판하면서 ‘손글씨 릴레이’를 이어갔다. 청와대는 “타이핑이 왜 논란 소재가 되는지 이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14일 당 공식 페이스북에 “희망고문만 되풀이하는 진정성 없는 대통령의 편지 한 장”이라는 글과 함께 공무원 아들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손편지와 대통령의 ‘타이핑 편지’를 나란히 비교한 이미지를 올렸다. ‘#공무원_아들_손_편지’, ‘#대통령_타이핑_편지’라는 해시태그도 나란히 달았다. 유족도 문 대통령의 답장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고인의 형 이래진씨는 이날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편지를 열기 전 20~30분을 고민하다 열어봤지만 그동안 대통령이 밝혔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의 편지를 받은 조카도 ‘예상했던 내용 뿐’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공개한 문 대통령의 답장은 컴퓨터로 인쇄된 A4 한 장짜리 분량이었다. 편지에는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 “해경의 조사와 수색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 등 내용이 포함됐다. 대통령의 답장 내용이 알려진 전날에도 친필이 아닌 타이핑이라는 점을 두고 야당에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공무원의 아들이 절절하게 쓴 손편지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장은 지난 6일 대변인이 밝힌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에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 형국”이라며 “심지어 대통령의 타이핑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한다. 편지를 받은 유가족은 절망으로 남은 힘도 없을 듯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답장이 컴퓨터로 타이핑한 글이라니 내 눈을 의심했다. 최소한 친필로 유가족에게 진심을 담았어야 했다”면서 “아직까지 유가족을 찾아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일이라도 당장 찾아가 진심으로 애도하고 북한의 만행에 대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피격 공무원 아들의 손편지와 대통령의 타이핑 편지. 진정성과 애절함이 뚜렷이 대조된다”며 “이미 대변인이 전달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해서 타이핑 치고 출력한 편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편지만 있고 진정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야당의 비판이 계속되자 “문 대통령의 서한은 대통령이 먼저 육필로 직접 쓴 후에 주면, 비서진이 받아서 타이핑한 뒤 전자서명 과정을 거친다”고 반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해외 정상들에게 친서를 보내거나 할 땐 그런 방식으로 한다”며 “타이핑이 왜 논란의 소지 돼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좀 더 공식적으로 격을 생각하는 걸로 보면 된다”면서 “대통령은 가슴 저리다고 하면서 진심으로 위로했다. 억울한 일 있으면 명예 회복할 것이라고 하고,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어린 고등학생에게 마음을 담아 답장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국민의힘은 피격 공무원을 추모하고 정부 책임을 묻기 위해 시작한 손글씨 릴레이를 9일째 이어갔다. 이주환 의원은 “깜깜하고 차디찬 바다에서 그 얼마나 두려웠을까. 끝내 국가가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국민 모두는 분노하는데 국가는 오히려 고인의 월북을 의심하고 있다.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이런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같은 당 이헌승, 정동만, 구자근 의원을 다음 릴레이 주자로 지명했다. 지난 12일엔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은 손편지와 점자로 적은 편지로 릴레이에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이벤트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연평도 공무원 피격사건은 우리 국민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면서 처음 시작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文, 北피격 공무원 아들에 답장… “진실 규명 직접 챙길 것”

    文, 北피격 공무원 아들에 답장… “진실 규명 직접 챙길 것”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서해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아들에게 답장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형 이래진(55)씨는 13일 문 대통령이 쓴 A4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가 이날 등기우편으로 도착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작성한 편지를 통해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며 안타까워했다. 문 대통령은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군과 해양경찰의 시신 수색과 관련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A씨의 아들은 앞서 5일 문 대통령 앞으로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이씨는 문 대통령의 답장에 대해 “친필사인도 없고 내용을 보니 실망감과 허탈한 마음이 앞섰다”며 “기존 입장의 반복일 뿐 더 추가된 대책이나 발언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14일 오후 인천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의 답장 전문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법인의 활발발] 고사성어와 도토리묵

    [법인의 활발발] 고사성어와 도토리묵

    실상사 작은학교 1학기는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교재로 동양철학을 공부했다. 학생들은 공자에서 묵자, 노자에서 장자까지 그런대로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자였다. 학생들이 한자를 모르니 개념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심지어 확실하게 아는 한자는 본인의 이름과 월화수목금토일을 합해 열 개라고 한다. 나는 크게 웃었지만 학생들은 못내 마음에 걸린 표정이다. 9월 한 달, 고등 1학년생들과의 집중수업에 앞서 의견을 나누었다. 무엇을 배우고 싶으냐고 물으니 한문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 속내를 이해할 듯했다. “그럼 내가 먼저 공부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내면 너희들이 듣고 우리 서로 합의하자.” 선생이라고 해서 학생들을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으니 적절한 동의가 필요하다. 나는 먼저 이렇게 말했다. 공부란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것만이 아니다. 무언가를 극복할 힘을 기르는 것도 공부다. 그러니 힘들고, 어렵고, 낯설고, 하기 싫고, 자신이 없고, 관심사가 아니라는 선입견을 내려놓고 ‘기꺼이’ 해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힘든 몸을 이겨내야 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을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라고 역설했다. 고맙게도 학생들은 한번 해 보겠다고 했다. 집중수업 과목은 ‘고사성어’. 입식이 아닌 좌식으로 오전·오후 6시간 공부하기로 했다. 사자성어를 낭랑하게 읽고 필사적으로 외우기로 했다. 놀랍게도 이 또한 동의했다. 그런데 한 가지 제안은 거절했다. 하루에 한 끼만 먹고 공부하자고 하니 그것만은 절대 못 하겠다고 한다. 마침내 수업 첫날을 맞았다. 모두 열두 명의 학생이 모였다. 교재는 고사성어 150개를 적은 종이 한 장이 전부다. 먼저 여러 번 낭독했다. 가정맹호, 격물치지, 측은지심, 빈자일등, 청출어람, 백아절현, 동병상련, 마부작침…. 도덕과 윤리, 정치와 사회경제, 철학 등의 뜻이 담긴 교사들을 그저 읽고 외웠다. 읽고 외우는 공부는 주입식이 아니라 사고의 정립과 창의력의 텃밭이다. 외우고 나서 고사성어의 대략적인 뜻을 설명해 주었다. 이어 학생들이 돌아가며 고사의 유래를 읽었다. 고사가 있는 책을 학생들에게 일부러 주지 않았다. 요즘은 모두 화면에 의존한다. 그래서 청각을 통해 경청하는 힘을 길러 주고자 하는 의도로 시도한 것이다. 고사 유래를 듣고 나면 학생들은 그 내용을 말했다. 내 의도가 어느 정도 통했다고 내심 자족했다. 온고지신이라고 했다. 그저 옛 문헌을 알고 기억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가정맹호가 무슨 뜻이지요?” 술술 대답한다.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국가의 세금은 그리 가혹하지 않습니다만 가정맹호가 곳곳에 있습니다. 그걸 생각해 보세요.” 학생들은 답을 하지 못한다. 내가 예를 들어 주었다. 오늘날 건물주의 도가 넘는 월세가 바로 현대판 가정맹호에 해당한다고. 학생들은 아하~ 하고 이해한다. 이렇게 진정한 고전 공부는, 지금의 나와 사회를 연결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 이후 학생들은 고사와 현실을 잘 연결해 나름 견해를 말한다. 가르치는 기쁨이 여기에 있다.작은학교 주변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졌다. 학생들에게 주워서 묵을 만들어 실상사 공동체 식구들에게 공양하자고 했다. 다들 찬성했다. 학생들이 틈틈이 도토리를 줍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정말 놀랐다. 도토리를 담을 상자 위에 이런 문구가 놓여 있었다. 무용지용(無用之用), 쓸모없는 것의 쓸모, “평소에 밟고 지나갔던 도토리의 재탄생.”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그릇은 오랜 시간 끝에 만들어진다, “도토리가 묵이 되려면 우리들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4학년 일동.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법인 스님께서 제안해 주셨어요. 도토리를 모아 묵을 만들어 인드라망 식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주에는 나와 학생들이 정성으로 모은 도토리를 가루로 만들 예정이다. 내가 만드는 법을 알려주면 학생들이 묵을 만들 것이다. 이런 사연으로 만들어진 묵무침을 먹으며 환하게 기뻐할 대중들의 얼굴이 그려진다.
  • 시적 뼈대가 자라고 삶이 갈무리된 곳… 기형도에 위로받다

    시적 뼈대가 자라고 삶이 갈무리된 곳… 기형도에 위로받다

    지금쯤 같은 땅과 하늘 아래서 살고 있었다면 이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게 되는 두 사람이 있다. 가수 김광석과 시인 기형도다. 생몰 연대가 비슷하고 활동 시기가 살짝 겹치는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어쩌면 서로의 존재를 알고 지냈을지도 모르겠다. 노래로 타인의 마음을 울렸던 이와 단 한 권의 유고 시집으로 신화가 된 사람이 저 하늘에, 달나라 어디쯤에 살고 있다. 각자의 노래와 시로. 달에서 시를 쓰기 위해 지상엔 단 한 권의 시집만 남기고 간 사람, ‘입 속의 검은 잎’으로 신화가 된 주인공. 시인 기형도는 너무 일찍 이생의 삶을 접어 버린 사람이지만 그의 시는 지금까지도 계절과 기후를 막론하고 사람들을 위로하며, 때로는 울리고 있다. 그의 시와 김광석의 노래들이 그 어느 때보다 어울리는 가을이 왔다. 계절이 부르는 낙엽의 신호를 따라 경기 광명시 기형도문학관을 찾았다.기형도문학관은 광명시와 광명문화재단 그리고 기형도 시인의 문우들과 유족들이 뜻을 모아 그가 마지막으로 머물다 간 장소이자 시의 배경이 되는 의미 있는 공간에 마련했다. 오롯이 그의 독자들과 문우들이 시와 시인을 기리기 위해 만든 장소인 까닭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기형도는 1960년 3월 13일 경기 옹진군에서 태어나 1964년 시흥(현 광명시)으로 이사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중앙일보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하던 중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안개’가 당선돼 등단했다. 4년 후인 1989년 3월 7일 종로의 심야극장에서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너무 이른 죽음 앞에서 모두가 황망해하는 사이에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 출간됐고, 이 시집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시인과 시집 그리고 문학관에 대해 기형도문학관의 명예관장이자 시인의 누나인 기향도 관장과 대화를 나눴다. 현재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지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해 온 기 관장은 동생이자 시인인 기형도에 대한 질문을 꺼내자 표제작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누나에게 보낸 안부 편지 말미에 표제작 이야기를 써 뒀다고 했다.●“시인으로서 동생으로서 좋은 사람이었다” ‘누나, 첫 시집을 내려고 하는데 제목을 ‘정거장에서의 충고’와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중에서 택하려 하고 있어. 나는 ‘정거장에서의 충고’로 하고 싶은데 누나 생각은 어때?’ 이 편지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그때를 회상하는 기 관장의 목소리가 한결 애틋해졌다.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동생의 시가 ‘정거장에서의 충고’라고 덧붙였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고 읊조리듯이 시작하는 그 시의 첫 구절이 입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시인으로서 그리고 동생으로서의 기형도에 대해 묻자 “좋은 사람이었다”는 첫 마디가 돌아왔다. “조용하고 겸손했던 사람, 자기를 나타내지 않고 한없이 겸손했고 남들에게 자상한 사람이었다”며 “내 동생을 떠나 인간적으로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다. 또 그는 젊은 청년의 혈기를 뛰어넘어 인간의 근본적인 어떤 것을 꿰뚫고 있던, 기본적으로 삶에 대해 애착이 컸던 사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형도에게 광명은 ‘그의 마지막이 갈무리된 곳이자 그의 시적인 뼈대가 자란 곳’이라고 했다. “안개가 유독 많이 끼는 안양천 주변에서의 삶이 그를 키운 셈이에요. 이곳 소하리 뚝방에는 수재민과 이재민들이 살았어요. 공단과 폐수를 가두던 안개들을 보고 자란 기형도가 서울과 안양, 시흥을 오가며 사회 격변기를 거쳤던 거죠.” 폐수가 안개에 휩싸여 사람을 지우는 거리에서 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은 바로 시를 쓰는 일이었으므로 그는 그것을 성실하게 기록했다. 그리하여 그의 시 ‘안개’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데, ‘안개’라는 단어를 기형도 시인이 가장 크게 점유했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 안개 속에서 자라 안개의 시인이 된 사람의 눈에는 모든 세상사가 안개 속에서 일어난 일이 돼 버렸던 것일까. 그리하여 그도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야 만 것일까. “기형도 시인이 살던 집 자리 앞에 광명메모리얼파크가 놓였고, 우리의 모든 것이 변했지만 그의 시만큼은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 관장의 말이 유독 반가웠던 것은 그것이야말로 시의 본질이자 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닐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는 “문학관은 어떤 면에서 인위적인 것이지만 그 속에서 진정으로 시로써 사람들을 사랑하고 위로하는 것들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모든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시 자체” “문학관을 방문하는 분들 가운데 ‘암울한 시절에 이 시집 하나 가지고 견뎠다’고 말하는 사람이 참 많아요. 기형도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대해 깊게 사유했던 사람이었어요. 그의 시뿐만 아니라 그를 사랑해 주는 독자들이 없었더라면 이 장소는 없었을 겁니다.” 문학이라는 의미가 얼마나 사람들을 위로하는가, 한 사람의 삶이 이토록 귀중하다는 것을 이렇게 드러내는 듯하다. 기 관장은 요즘이야말로 사람이 ‘사람’을 잊어버리는 세상이 된 것 같다며 크게 안타까워했다. 기형도의 시 ‘빈집’, ‘엄마 걱정’, ‘정거장에서의 충고’ 같은 것들이 ‘사람됨’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시인 기형도가 바라봤던 인간상이 투영된 이 시편들이 독자들에게도 통한 것이 아닐까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 외에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어떤 것의 으뜸은 단연 시가 아닐까 합니다.”그는 마지막으로 문학관을 찾는 기형도 시인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하자 “동생은 동생만의 이야기를 하고 갔지만 이곳에 온 독자들은 자기 삶을 가지고 와서 동생의 시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간다. 그 시간을 통해 위로를 주고받았으면 한다”는 따뜻한 말을 건넸다. “모든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시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시를 자기가 표현하면서 사는 거죠. 그것과 교감하고, 함께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나누는 일이 이곳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해요. 기형도가 시에서 그토록 중요하게 써 놓았던 ‘삶’이고, 또 삶과 죽음이 각각의 의미가 있고 서로 나눔으로써 위로가 되고 격려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달나라에 있는 시인이 이 얘기를 들으면 아마도 ‘누나 말이 맞다’고 맞장구치지 않을까. 기형도문학관은 시집에 나온 시의 제목들로 구역을 나누고 테마를 정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1층 전시실에서는 시인 기형도, 유년의 윗목, 안개의 강, 은백양의 숲, 저녁 정거장, 빈집, 더 넓게 더 멀리, 사진으로 보는 기형도, 기형도 소리에 담다 같은 소제목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어느새 시집을 읽는 독자에서 시집 안으로 훌쩍 들어온 ‘사람’이 돼 버리는 마법을 체험할 수 있다. 2층은 북카페, 도서 공간으로 꾸며져 있고 3층에는 강당과 창작체험실이 마련돼 있다. 문학관 건물 뒤편으로는 ‘기형도 시길’이 나 있는데, 이 역시도 시의 제목을 따라 여러 테마를 체험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이다.문학관은 지금 특별 전시 중에 있다. 기형도문학관 기증자료전인 ‘도로시를 위하여’가 그것이다. 기형도의 문우였던 이성겸, 장사국, 홍순창 등이 그의 생전 사진들을 기증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기형도의 학창 시절과 문우들과의 사진, 손글씨와 편지들 그리고 그가 직접 그렸던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 시와 시인에 대해 이미 알려진 것이 아닌 새로운 사진들이 그곳을 찾는 독자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기형도 시집을 읽지 않고 문청 시절을 통과한 이들이 있을까. 필자 역시 기형도의 시집을 읽고 필사하고 또 읽던 때가 있었다. 그의 시에 대해 후배 시인들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 최근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창작동인 ‘켬’의 이소연 시인과 주민현 시인에게 ‘기형도의 시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소연 시인은 “기형도는 제게 질투하는 마음을 선물해 준 사람”이라며 “기형도의 시를 읽으면 시가 쓰고 싶어지고, ‘나도 좋은 시를 쓸 거야’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고 말했다. 주민현 시인은 “우울하고 안개 낀 그러나 푸른 희망이 뒤섞인 포도밭을 천천히 통과할 수 있어 좋았다”는 말을 전해 왔다.한 권의 시집과 한 사람의 시인을 기리는 터전을 마련한 공간에서 독자들은 마음을 누이고 위로를 받고, 후배 시인들은 그의 시를 질투하고 또 경외하며 살아가고 있다. 시인의 물리적인 생은 끝났을지라도 시 속에서 그가 아직도 살아 있다고 늘 확인하며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 기형도문학관이다. 소설가 이은선
  • [여기는 인도] 25세女, 조카의 성폭행…의식 잃고 차에서 내던져져

    [여기는 인도] 25세女, 조카의 성폭행…의식 잃고 차에서 내던져져

    인도에서 최근 최하층민(달라트) 여성이 집단 강간과 폭행으로 잇따라 숨지면서 민심이 격앙되고 있지만, 이 나라 곳곳에서는 여전히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운나오 지구 아그라-러크나우 고속도로에서 25세 여성이 조카와 그의 친구의 성폭행 시도로 죽을 뻔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에 정통한 경찰 관계자들은 피해 여성은 사건 발생 전 조카 일행과 함께 차를 타고 여행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들 남성이 갑자기 그녀를 성폭행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당시 여성은 필사적으로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조카 일행은 그녀를 폭행했으며 그중 한 명은 벨트를 이용해 목을 졸라 죽이려고 시도했다. 이에 따라 여성은 의식을 잃고 말았고 그 후 조카 일행은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해 그녀를 차 밖으로 내던졌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여성은 크게 다쳐 죽을 뻔했지만, 우타르프라데시 고속도로산업개발공단(UPEIDA) 직원들에 의해 우연히 발견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여성은 사블리 케라라는 이름의 마을 근처 도로에서 발견됐다. 이에 대해 아난드 쿨카르니 운나오경찰 총경(SP)은 “여성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피고인들은 체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같은 주 필리비트 지구에 있는 한 마을에서 5세 여자아이가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9일 밝혔다. 이 사건은 아이가 심심해서 잠시 밖에 나갔을 때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서부 구자라트주(州) 나브사리 지역에서는 12세 소녀가 배가 아파 병원으로 실려갔다가 임신 4개월로 확인되자 지난 5개월 동안 미성년자인 사촌 오빠 3명에게 지속해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녀는 처음에 집에 혼자 있을 때 사촌 1명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 후로 다른 사촌 2명도 이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뒤 성폭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나브사리 지역에서는 지난 3일 13세 소녀가 사촌의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 친구는 소녀를 오토바이에 태워 외딴곳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했다가 성폭행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지난달 14일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하트라스 지구에서 19세 달라트 소녀가 상층 카스트 남성 4명에게 집단 강간·폭행을 당한 뒤 치료를 받다가 같은 달 29일 숨지고, 그달 29일에도 또 다른 달리트 여성이 남성 2명에게 강강과 폭행을 당한 끝에 숨지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자 전역에서 성폭행 근절과 범인 엄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 사건 발생 뒤 성폭력 근절 목소리가 커지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관련 범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이는 유죄판결 비율이 낮은 것이 한 원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2018년과 2019년의 경우 강간 사건 관련 유죄판결 비율은 각각 27.2%와 27.8%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인도에서는 하루 88건꼴로 성폭행 사건이 보고되고 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가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 통계를 인용해 지난 8일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인도의 보수적인 문화를 고려하면 실제로 신고되지 않은 범죄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여기는 남미] 트럭 사고로 쏟아진 돼지, 길에서 도축한 주민들

    [여기는 남미] 트럭 사고로 쏟아진 돼지, 길에서 도축한 주민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탓일까, 아니면 숨어 있던 야만적 본능인 것일까. 아르헨티나의 한 지방도시에서 주민들이 길에서 돼지를 도축하는 일이 벌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지방도시 필라르의 엘마난티알이라는 동네에서 돼지떼를 운반하던 트럭이 사고를 내면서 최근 일어난 사건이다. 돼지들을 짐칸에 싣고 달리던 트럭은 이 동네에서 커브를 돌다 쓰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급커브 길이었던 데다 가변 한 쪽에 물이 고여 있어 타이어가 빠지면서 기사가 차량을 통제하지 못했다. 트럭이 옆으로 쓰러지면서 짐칸에 갇혀 있던 돼지들은 얼떨결에 '자유'를 맞았다. 하지만 이건 자유가 아니라 죽음의 시작이었다. 돼지를 운반하던 트럭이 사고를 당해 돼지들이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이 달려와 필사적으로 돼지잡이에 나서면서다. 한 주민은 "누군가 페이스북을 통해 사고 사실을 알렸고, 잠시 후 돼지를 잡으려는 주민들이 떼지어 몰려왔다"고 말했다. 밧줄을 던져 돼지를 잡는 사람, 여럿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돼지를 잡는 사람 등 길거리에서 축제처럼 돼지를 사로잡기 위해 뒤쫓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잡은 돼지를 데려가는 데도 다양한 수단이 동원됐다. 한 목격자는 "자가용 트렁크에 산 채로 돼지를 싣기도 하고, 어디에서 났는지 마트에서 쓰는 카트를 가져와 돼지를 가져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끔찍한 길거리 도축은 이 과정에서 벌어진 야만적 행동이다. 일부 주민들은 잡은 돼지를 현장에서 잡았다. 현지 언론은 "망치로 돼지의 머리를 때려 죽은 뒤 그 자리에서 해체하는 끔찍한 일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원한 한 주민은 "돼지의 머리를 잘라 그 자리에서 해체하는 걸 봤다"면서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직접 경험한 것 같아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대가 출동해 있었다. 야만적 행위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경찰은 지켜만 볼 뿐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 목격자는 "경찰이 먼저 도착했고, 이후 소방대까지 출동했지만 돼지를 훔쳐가는 걸 저지하거나 불법도축을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지 네티즌들 사이에선 "야만적인 행동이 경악스럽다" "우리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라는 등 주민들에 대한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 사진=필라르아디아리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최초 한글사전 ‘말모이’ 원고 보물된다

    최초 한글사전 ‘말모이’ 원고 보물된다

    한글학자 주시경이 제자들과 만든 최초의 한글사전 ‘말모이’ 원고와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원고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8일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 결정에 따라 현재 국가등록문화재인 ‘말모이’ 원고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 2종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근현대문화유산인 등록문화재가 국가지정문화재 대상이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련 아래 우리말을 지켜낸 국민적 노력의 결실을 보여 주는 자료로서 대한민국 역사의 대표성과 상징성이 있는 문화재”라고 평가했다. ‘말모이’ 원고는 학술단체인 조선광문회 주관으로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 김두봉, 이규영, 권덕규가 만든 우리나라 첫 한글사전 원고다. 말모이는 말을 모아 만든 것이란 뜻으로, 사전의 순우리말이다. 1911년부터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1914년까지 집필이 이뤄졌다. 현존 근대 국어사 자료 중 유일하게 사전 출판을 위한 최종 원고이고, 우리 민족의 사전 편찬 역량을 보여 주는 독보적인 자료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한글학회 전신인 조선어학회가 1929~1942년 13년 동안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이다. 한글학회와 독립기념관이 소장한 자료에 이번에 새롭게 발굴한 개인 소장본이 추가됐다. 영친왕이 후원금을 기부하고 전국 각지에서 사투리와 우리말 자료를 보내오는 등 온 국민의 우리말 사랑과 민족독립의 염원이 담겨 있는 자료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여기는 남미] 아보카도 때문에 울고 웃는 칠레…축산 농가는 다 죽을 판

    [여기는 남미] 아보카도 때문에 울고 웃는 칠레…축산 농가는 다 죽을 판

    녹색 금덩어리라고 불리는 건강과일 아보카도 때문에 칠레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아보카도 농장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다른 농작물엔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부로 약 220km 떨어진 페토르카주(州). 10년째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페토르카주에선 지난해 여름에만 소와 양 등 가축 5만 마리가 폐사했다. 익명을 원한 한 농민은 "지난해 페토르카주의 강우량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며 "물 부족으로 망한 축산농가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페토르카에서 평생 양봉에 종사한 70대 농민 마르타 푸엔테는 한때 100개 넘는 양봉통을 거느린 '꿀부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닭 10여 마리를 키울 뿐 그의 농장에선 양봉통을 볼 수 없게 됐다. 푸엔테는 "(우리 동네에서만) 양봉을 하던 농가가 15가구 정도 됐는데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며 "물이 부족해 양봉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엔테의 농가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산은 싱싱한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헐값에 사들여 벌목을 하고 개발한 아보카도 농장이 산 이곳저곳에 들어서 있다. 푸엔테는 "가뜩이나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데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물을 모두 끌어다가 사용하는 건 저들 아보카도 농장"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동네 농민들은 "50년 내 최악의 가뭄으로 물부족이 심각해졌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기를 재촉한 건 다름 아닌 아보카도"라고 입을 모았다. 칠레에서 아보카도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이다. 아보카도가 건강과일로 각광을 받으면서 기업들이 칠레 중부에서 집중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주로 헐값에 산을 사들여 나무를 베어내고 아보카도를 심는 식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덕분에 칠레는 20년 만에 남미의 주요 아보카도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생산물량의 70%가 유럽 등 해외로 팔려나가면서 아보카도는 칠레 외화벌이에서도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보카도 생산이 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 아보카도는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킬로그램당 400리터 물을 필요로 하는 '하마 과일'이다. 기업형 농장들이 아보카도 과수원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여기저기에 수로를 내고 필사적으로 물을 뽑아간다. 다른 농가에선 피해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현지 언론은 "페토르카 등 칠레 중부지방에서 물에 대한 기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며 "(가뭄과 아보카도 집중 생산으로) 농민을 포함해 최소한 주민 4만여 명이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호주 해안서 90마리 고래 떼죽음… ’집단 자살’의 슬픈 미스터리 (영상)

    호주 해안서 90마리 고래 떼죽음… ’집단 자살’의 슬픈 미스터리 (영상)

    호주 해안에서 고래 수백 마리가 좌초돼 이 중 약 90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21일(현지시간) 호주 AAP통신은 둥근머리돌고래, 일명 ‘파일럿고래’ 270여 마리가 태즈메이니아 서쪽 해안에 고립돼 관련 당국이 구조에 나섰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집단자살인 ‘스트랜딩’(Stranding)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아침 해안가로 밀려든 고래떼는 모래톱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환경단체 활동가와 인근 양식장 관계자 등 60여 명이 필사적으로 구조에 매달리고 있지만 벌써 90마리 이상이 떼로 죽었다.태즈메이니아 공원 및 야생동물 관리국 닉 데카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해변에 반쯤 잠긴 탓에 애를 먹고 있다. 배로 접근하기 어려워 진척이 더딘 상황”이고 밝혔다. 데카는 “위치상 구조가 어렵거나 몸집이 너무 커 보호소로 옮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다룬 것 중 가장 까다로운 임무”라고 설명했다. 구조대는 일단 고래 반응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구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관건은 고래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다. 데카는 “파일럿고래는 원체 튼튼한 종”이라면서 “서늘한 날씨만 계속 된다면 모래톱에서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쳤다.태즈메이니아 해변에서 이렇게 많은 고래가 떼죽음을 당한 건 거의 10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집단자살인 ‘스트랜딩’(Stranding)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고래나 물개, 바다표범과 같은 해양 동물이 스스로 해안가로 올라와 식음을 전폐하다 죽음에 이르는 좌초 현상을 뜻한다. 2005년에도 한 차례 호주 해안에 범고래 떼 수백 마리가 밀려와 죽은 일이 있었다. 고래 집단자살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학자들은 지구온난화와 먹이 고갈, 해양오염, 어군탐지기나 군함에서 쏘는 초음파 영향을 거론한다. 일부 병리학자들은 위장병이나 전염병을 의심하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호주 현지 야생동물 전문가인 바네사 피로타 박사는 “고래의 방향 탐지 능력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없어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日 한국 고문서 연구가의 조선·고려 연구 모음집

    日 한국 고문서 연구가의 조선·고려 연구 모음집

    일본 내 유일한 한국 고문서 연구자인 가와니시 유야 니가타대 조교수의 연구를 모은 ‘고려 말 조선 초 공문서와 국가’가 나왔다. 가와니시는 당시 실물 문서 가운데 임명문서를 주로 분석했다. 특히, 2009년 조선 초기 문무관인 이화상의 처에게 발급된 봉작문서를 연구해 ‘경국대전’ 체제 이전 문서 양식을 자세히 설명해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서 양식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나름 독자적으로 변모할 체계를 갖추고 경국대전 이후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는 내용이다. 2010년에는 조선 후기 문인 황윤석의 필사본 일기 ‘이재난고’에 실린 고려 말과 조선 초기 고문서 연구 결과를 냈다. 실물 자료가 극히 드문 상황에서 관직 임명문서인 ‘관교’와 녹봉 지급문서인 ‘녹패’ 사례를 세밀히 연구해 후속 연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2011년에 조명한 1344년 고려 말 임명문서는 신우에게 임금이 발급한 자료로, 경북 의성의 아주 신씨 가문에 전해지는 유일한 왕지 실물 자료다. 그러나 조선 전기 발급한 왕지와 양식이 다소 달라 진위 논란도 있다. 가와니시는 문서에 찍혀 있는 인장이 원나라 쿠빌라이 황제 시기에 창안한 파스파 문자로 새겨진 ‘부마고려국왕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선시대에는 파스파 문자를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파스파 문자 위조가 힘들다는 점을 들어 이 문서가 진본이라고 주장했다. 번역을 맡은 박성호 한국학중앙연구원 조교수는 16일 “일본인 연구자가 한국 학자들도 시도하지 못한 고려 말과 조선 초 원본 자료를 발굴하고, 시기별 변화 양상을 치밀하게 분석한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반품 서점, 실시간 온라인 서점 어때요?”

    “반품 서점, 실시간 온라인 서점 어때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서 수수료를 기꺼이 냅니다. 편하기 때문이죠. 책을 이렇게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책을 마치 음식 시켜먹듯 간단하게 주문할 수 있는 ‘책 배달’ 앱, 서점에서 반품으로 들어온 책을 싼 가격에 파는 ‘반품 서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시를 골라 읽을 수 있는 ‘시 플랫폼’, 그리고 24시간 운영하면서 책 포장과 발송까지 보여주는 ‘실시간 온라인 서점’. 비영리기관인 한국작은출판문화연구소 김새봄 소장이 생각한 여러 아이디어다. 8일 서울 서초구 나우리빌딩에서 열린 ‘혁신출판플랫폼 개발을 위한 콘퍼런스’를 주최한 김 소장은 이런 생각을 쏟아낸 뒤 현실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작은 출판사나 작은 서점에 도움될만한 것들을 중점에 둔다. 그러려면 지금 구조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김 소장이 주장하는 ‘혁신’의 의미다. 예컨대 책 배달앱은 현재의 고루한 유통 방식을 바꾸는 방법이다. “최근 인터파크송인서적 회생신청 사태는 출판업이 혁신과는 거리가 먼 산업임을 다시금 보여줬습니다. 예전과 같은 제조업 형태를 유지하는 한 출판계의 혁신은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것들을 보여줘야 합니다.” 반품 서점은 출판사가 팔지 못하는 반품 서적을 해결하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시 플랫폼은 이른바 ‘을’ 위치에 놓인 작가들을 위해 구상했다. 김 소장은 “시집이 간혹 베스트 셀러에 오르긴 하지만, 일부 작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시를 쓰면서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처럼 시 한 편당 비용을 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독자들의 시 구입비 전액을 작가에게 주고, 대신 구글처럼 축적한 데이터로 다른 사업을 벌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실시간 온라인 서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독자들이 굳이 서점에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책 전문가, 혹은 출판사 관계자와 일대일 소통하면서 책을 살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들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고, 이에 따라 투자를 받는 일도 어렵다. 책 배달 앱은 경기도 측에 지원을 문의했지만 “수익성이 낮다”며 퇴짜를 맞았다. 반품 서점은 도서정가제 규제를 넘어야 한다. 시 플랫폼이나 실시간 온라인 서점 역시 바로 구현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그는 “현실적인 문제를 넘어야 혁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대학 4학년 때 무작정 출판사를 만들고, 필사책이라는 장르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와관련 “실패하더라도 예전처럼 또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 “출판 산업은 제조업을 벗어나 이제 ‘연결업’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산업의 방향이 바뀌고 있는데, 지금 구조가 깨기 어렵다고 앉아만 있으면 안 됩니다. 사업 계획을 정리하면 곧 클라우드펀딩을 시작할 겁니다.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주세요.”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급류 속 생명 구하다 순직… 김국환 소방장 ‘LG의인상’

    급류 속 생명 구하다 순직… 김국환 소방장 ‘LG의인상’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에서 사람을 구하다 순직한 김국환(29) 소방장이 LG 의인상을 받는다. LG복지재단은 폭우 현장에서 생명을 구한 김 소방장을 비롯한 시민 5명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한다고 3일 밝혔다. 순천소방서 소속 김 소방장은 지난 7월 31일 전남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서 피서객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계곡은 일주일 이상 이어진 폭우로 거센 물살이 일었지만 김 소방장은 망설임 없이 계곡에 뛰어들었다. 필사적인 구조 작업 중 몸에 묶은 안전줄이 끊어지며 급류에 휩쓸렸고 18분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지고 말았다.최봉석(43)씨와 손성모(37)씨는 지난달 8일 전남 구례군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마을이 물에 잠기자 낚시 보트를 이용해 고립된 주민 40여명을 구했다. 육군 102기갑여단 박승현(24) 하사는 지난달 13일 휴가 중에 삼척시 근덕면 하천에서 휩쓸린 피서객 2명을 구조했다. 문명근(51)씨는 지난달 19일 울산 북구 동천강에서 물놀이를 하다 깊은 곳에 빠진 초등학생을 살렸다. LG 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겠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기려 제정됐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다리 무너지기 30초 전 “건너지 마세요!”…주민이 인명피해 막아

    다리 무너지기 30초 전 “건너지 마세요!”…주민이 인명피해 막아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우리나라를 관통하고 있던 3일 오전 강원 평창에서 다리가 무너지기 불과 30초 전 지역주민이 차량 통행을 제지해 인명피해를 막아냈다. 평창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8분쯤 진부면 하진부리 시가지와 송정리를 잇는 송정교(길이 150m·폭 8m)가 급격히 불어난 강물에 유실됐다. 다리 유실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천운이 아니라 송정교 유실 직전 다리 근처에서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비바람 속을 나섰던 지역주민 덕분이었다는 사실이 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 평창군이 공개한 CCTV를 보면 이 주민은 오전 7시 28분 25초쯤 다리 건너편에서 승용차가 진입하자 황급히 뛰쳐나갔다. 이 주민은 손사래를 치듯 손을 좌우로 흔들고, 차량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뒤로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다리를 절반가량 건너오던 차량 운전자는 다행히 주민의 손짓을 알아듣고는 비상등을 켜고 급히 후진했다. 주민은 차량이 후진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물러나라는 손짓을 보냈고, 뒤따라 송정교로 진입하려던 다른 차들에도 손을 가로저으며 진입을 필사적으로 말렸다. 주민이 다급하게 온갖 손짓으로 차량 진입을 막은 지 30초가 지난 7시 28분 55초쯤 다리 일부가 폭삭 주저앉았다.이 주민은 다리 근처에 사는 50대 박모씨로 알려졌다. 당시 박씨와 함께 차량 통제에 나섰던 홍준균(48) 송정4리 이장은 “7시쯤 박씨로부터 ‘큰일났다. 다리가 이상하다,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위험할 것 같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주민 박씨는 다리가 살짝 내려앉는 모습을 목격했고 이에 오전 7시부터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나섰는데, 혼자 힘으로 역부족인 걸 깨닫고 홍 이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홍 이장을 비롯한 인근 주민들까지 합세해 “피하세요”, “오지 마세요”, “돌아가세요”라며 소리쳤으나 쏟아지는 빗소리와 강물 소리 등에 묻혀 통제가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차량 통행을 말린 덕에 극적으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박씨는 다리 유실 이후 소방, 경찰 등과 함께 오전 9시까지 다리를 떠나지 않고 통제에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이장은 “출근 시간대였던 데다가 다리 인근에 주거지가 밀집해 있어 박씨가 다리 균열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라며 “박씨가 정말 많이 고생했다”고 말했다. 평창군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진부면 지역에는 225㎜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1989년 지어진 송정교가 유실되고, 1981년 만들어진 동산교(길이 66m·폭 5m)가 내려앉는 피해가 났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급류 휩쓸린 피서객 구하다 숨진 김국환 소방장 등 LG 의인상

    급류 휩쓸린 피서객 구하다 숨진 김국환 소방장 등 LG 의인상

    폭우로 물이 불어난 계곡에서 급류에 휩쓸린 사람을 구조하다 순직한 소방관 등이 LG 의인상을 받는다. LG복지재단은 폭우 현장에서 생명을 구한 김국환 소방장과 최봉석(43)씨 등 시민 5명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한다고 3일 밝혔다. 급물살 마다않고 구조 나섰다가 안전줄 끊어져 순천소방서 고 김국환 소방장은 지난 7월 31일 전남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서 피서객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계곡 인근에 일주일 이상 폭우가 이어진 탓에 물살이 거센 상태였다. 그러나 김국환 소방장은 망설임 없이 계곡에 뛰어들었다. 필사적인 구조 작업 가운데 안타깝게도 몸에 묶은 안전줄이 끊어졌고, 김국환 소방장마저 급류에 휩쓸렸다. 18분 만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순직하고 말았다. 제방 붕괴 속 보트로 주민 구조한 시민 최봉석·손성모씨시민 최봉석씨와 손성모(37)씨는 지난달 8일 전남 구례군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마을이 물에 잠기자 낚시 보트를 이용해 고립된 주민 40여명을 구했다. 전류가 흐르는 물건들로 감전이 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강처럼 변해버린 마을을 돌아다니며 6시간 동안 구조활동을 펼쳤다. 육군 102기갑여단 박승현(24) 하사는 지난달 13일 휴가 중에 삼척시 근덕면 하천에서 휩쓸린 피서객 2명을 구조했다. 문명근(51)씨도 지난달 19일 울산 북구 동천강에서 물놀이 하다 깊은 곳에 빠진 초등학생의 생명을 구했다. 김균삼(47) 선장은 지난달 20일 전북 군산시 비응항에서 바다에 추락한 차량 운전자를 구해냈다. LG 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겠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수상 범위를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까지 확대했고 현재까지 의인상 수상자는 총 131명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안양시 10개 공공도서관 총출동…풍성한 비대면 문화행사 개최

    안양시 10개 공공도서관 총출동…풍성한 비대면 문화행사 개최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가운데 경기 안양시가 비대면 방식으로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시는 9월 독서의 달과 독서주간을 맞아 지역 내 공공도서관이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 한달간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도서관 등 문화시설 이용이 제한된 시민들을 위해 온라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긴급 휴관한 석수, 만안, 삼덕, 박달, 평촌,관양, 비산,호계, 벌말, 어린이 등 지역 내 안양시립도서관 10곳이 총출동해 함께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인문, 역사, 음악. 여행, 취미와 관련한 다양하고 풍성한 특강을 준비했다. 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코로나 시대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의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주요 특강으로 석수도서관이 마련한 북큐레이션 ‘취미시대-내 삶의 깊이를 더하다’는 코로나 시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취미에 관한 책을 소개한다. 관양도서관의 ‘도서관에 간 외계인’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100가지 등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조선의 과학기술’(삼덕), ‘인물 따라 역사 한바퀴’(박달), ‘삶을 세우는 글쓰기’(벌말) 등 분야별 특강이 줌(ZOOM)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어진다.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특강도 마련했다. 석수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우리 집이 책 놀이터다!’는 가족에 관한 그림책을 통해 가족의 역할과 독서의 줄거움을 느껴본다. ‘그림책 가족 요가‘(만안), 북토크와 다양한 이벤트가 결합된 ‘온라인 북토크 매직쇼’(어린이) 등 프로그램은 동영상 공유사이트에서 생중계한다. 어린이를 위한 특강도 진행한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업적에 대해 알아보는 ‘조선의 과학기술’(삼덕)과 ‘독서 원예’(호계), ‘온라인으로 떠나는 문화재 탐방’(박달) 등을 선보인다. 이 외에도 한 달간 온라인 모임을 통해 함께 독서를 즐기는 프로젝트 ‘다 못 읽는 책 읽는 모임’과 ‘랜선 필사’(이상 평촌), 블로거를 위한 ‘책으로 배우는 블로그 글쓰기 강의’(관양)등 성인 대상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홈페이지를 통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 ‘내가 만드는 오디오북’(만안)과 안양시 도서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개되는 ‘북큐레이션 전시 ‘취미시대, 내 삶의 깊이를 더하다’(석수)도 눈여겨볼 만하다. 행사 일정 등 자세한 사항은 각 도서관 홈페이지 확인 가능하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항공기 납치는 왜 ‘하이재킹’이라 부를까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항공기 납치는 왜 ‘하이재킹’이라 부를까

    여행은 이제 언감생심이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은 금기가 됐다.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각종 랜선여행이 각광받는다. 여러 나라가 자국 명소를 소개하는 영상을 앞다퉈 제공한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대자연의 웅장함이 살아 있는 국립공원 7곳을 소개한 영상을 최근 선보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베테랑 현직 기장이 말하는 비행 뒷이야기 랜선을 타고도 여행지의 광활함을 느낄 수 있지만, 해외여행의 백미 중 하나인 비행기를 못 타는 건 조금 섭섭한 일이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시라. 1만 시간 이상 비행한 베테랑 현직 수석기장이 쓴 ‘플레인 센스’로 비행기 타는 묘미를 즐길 수 있을 테니. 저자는 비행의 역사는 물론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행 관련 뒷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서부시대 강도들 인사법서 나온 ‘하이재킹’ 예컨대 항공기 등을 납치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하이재킹’(hijacking)은 미국 서부시대 강도들의 인사법에서 가져왔다. 강도들은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마부 머리에 총을 겨누고 “하이 잭”(Hi, Jack)이라고 인사했다. 잭은 미국에서 스미스만큼 흔한 이름이다. ‘하이, 잭’은 인사가 아닌 “이제 그만 마차를 세우지?”라는 협박인 셈이다. 영화를 보면 종종 비행기 납치범과 다투는 영웅 조종사가 등장하는데,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납치범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어야 한다.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켜 승객의 안전을 지키는 게 조종사의 제1의무이기 때문이다. 구름을 통과해 비행해야 할 때도 잦다. 이때 조종사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 위 높은 하늘, 즉 비행기가 날 정도의 상공은 맑고 깨끗하다. 고공의 구름 사이에 있는 물은 얼지 않을 때가 잦다. 0도 이하에서도 얼지 않는 물을 ‘과냉각수’라고 하는데, 태평양과 대서양 상공에 발달한 구름 사이에 과냉각수가 많다. 과냉각수를 많이 머금은 구름에 진입하면 자칫 곤란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구름을 마냥 피해 갈 수도 없다. 연료는 딱 비행거리만큼 갈 수 있는 양만 채우기 때문이다. 구름 사이로 들어가야 할지, 돌아가야 할지는 전적으로 조종사의 역량에 달렸다. 언제까지 랜선여행, 혹은 책으로 여행의 기분을 만끽해야 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랜선여행을 비롯해 다양한 여행 관련 책들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오늘 현실을 이겨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며 ‘함께’ 코로나 시대를 이겨 나가자고 감히 당부드린다.
  • “모리배가 헛소문 퍼트려 교란할 것이니…”

    “모리배가 헛소문 퍼트려 교란할 것이니…”

    “대소 사민이 서로 ‘우리가 신해년의 변(현종 12년)’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대동법의 은혜입니다. …만약 대동법을 혁파한다면 백성이 굶주리고 흩어져도 구할 방도가 없습니다.” 조선 현종 14년(1673년) 사간원 사간을 지낸 이무의 상소 내용이다. 여기서 ‘신해년의 변’이란 현종 13년의 가뭄을 말하지만, 보통 현종 12년(경신년)의 기근과 합쳐 ‘경신대기근’이라고 한다. 대기근을 전후로 조선의 공식 인구는 516만명에서 469만여명으로 줄었다. 열 명에 한 명이 사라진 것이다. 현종 대엔 기근과 전염병 등 재난이 극성했다. 현종이 ‘하늘을 두려워하며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恐懼修省·공구수성) 하려 후궁을 들이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대동법은 광해군이 처음 경기도에서 시범실시하고 효종이 충청도와 호남 해안지방으로 확대했으며 현종 때 호남 내륙으로 확대했다. 그때마다 소수를 제외하고 집권 서인이나 야당 남인을 가리지 않고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조선의 조세제도는 전세, 공납, 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공납을 쌀로 일괄 납부하고 가구별로 일정액을 부과하던 것을 토지 소유 규모에 따라 차등 부과한 것이 대동법이었다. 현종 때 조세 수입의 60%를 차지했던 공납은 방납업자의 폭리, 관리의 뇌물, 인징·족징 등 수탈, 양반 지주 특혜로 말미암아 농민을 아사지경으로 내몰았다. 폐해가 얼마나 지독했던지, 농민들이 도망쳐 텅 빈 마을이 속출했다. “인정(뇌물과 수수료)으로 드는 비용이 공물의 값보다 두 배는 더 드는 형편이라 가산을 탕진하고 유리하는 자들이 많습니다.”(현종 2년 영부사 정유성) “진상품은 손으로 들고 인정물은 말에 싣고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인조실록 14년 2월 10일, 대사간 이황) 대동법은 양반 지주에겐 끔찍했다. 전답 규모에 따라 부과했으니 부담이 수십 수백 배 더 늘었다. 저항은 필사적이었다. 광해군 즉위년(1608년) 경기도 시행 후 마지막으로 황해도(숙종 34년)에서 시행하기까지 무려 100년이 걸린 것은 그 때문이었다. 효종은 즉위년(1649년) 좌의정에 존재 조익, 우의정에 잠곡 김육을 제수했다. 선대왕 때부터 대동법 확대를 추진했던 중신이었다. 잠곡은 7번이나 고사했다. 마지막 사직상소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군이 수성하는 데에는 다른 방도가 없고, 오직 백성을 보호하는 정사를 행하여 그들의 삶을 편안케 하는 것뿐입니다”, “(대동법을 호서로 확대하지 않으려면) 소신을 노망한 재상으로 여겨 쓰지 마십시오.” 조정은 콩 볶듯 시끄러웠다. 이 문제를 놓고 집권 서인이 김육·조익·신면 등 ‘한당’과 김집·이기조·송시열 등 ‘산당’으로 분열했다. 한당은 왕의 신임을 받았지만, 수적으로 형편없이 밀렸다. 이듬해(1651년) 기회가 왔다. 청은 조선의 북벌 계획을 입수하고 압록강변의 군대를 움직여 효종을 청으로 압송하려 했다. 북벌에 앞장섰던 산당의 지도자 김집·김상헌 등이 부랴부랴 고향으로 돌아갔다. 영의정 이경석 등 애꿎은 사람만 청에 끌려갔다. 효종은 분개했다. 이듬해 1월 효종은 김육을 아예 영의정에 앉혔다. 김육의 건의에 따라 “호서에서 전답 1결마다 10두씩 징수하되 봄가을로 나누어 5두씩 받고, 산읍에는 쌀 5두에 무명 1필을 공납하도록 하였다.”(효종실록 2년 8월24일) 납부 시기가 되자 ‘백성’을 앞세운 저항이 격렬해졌다. 사헌부 장령을 지낸 안방준은 김육이 대동법을 확대하는 것은 유성룡이 임진왜란을 불러온 것과 같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국가 기강이 문란해지다 보니, 무식한 백성과 노예들까지 ‘조선의 공사는 3일이면 흐지부지된다’고 합니다. 어리석은 백성에게 비웃음을 사느니 차라리 그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효종실록 3년 5월 16일) 효종은 묵살했다. 효종 7년(1656년)엔 호남의 해읍(연안의 군현)으로 확대했다. 잠곡의 노력 외에도 호남의 중소지주들이 찬성으로 돌아선 게 큰 힘이 됐다. 대동법 시행으로 충청도 농민의 세 부담이 크게 완화되자 호남 소작농이 대거 충청도로 옮겨갔고, 호남에서 일손 부족이 심각해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찬성하게 된 것이다. 현종은 즉위하자마자 효종의 유지를 앞세워 호남 전역으로 이를 확대하려 했다. 반대는 거칠었다. 현종 1년(1660년) 영의정 정태화가 직접 나섰다. “서두를 일이 아니라 일단 전라감사와 다시 의논하는 게 좋겠습니다.” 현종은 일단 단호했다. “호남 산군에 시행하는 것은 이미 결정된 것이니 거행하기만 하면 된다.” 현종은 7월 11일 즉각 시행을 명했다. 그러나 그해 가을 추수철이 되자 원로 대신들이 다시 ‘백성’을 앞세워 유예를 주장했다. 삼정승이 포함된 비변사에서 “백성이 원치 않는 것을 흉년에 시행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이조판서 홍명하가 “연해 지역은 흉년이지만 산군에서는 평년작인데, 대동법 시행이 불가하다니 영문을 알 수 없다”고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종은 1년 연기했다. 이듬해에도 저항은 계속됐다. 잠곡의 아들 호조참판 김좌명은 참판직을 내놓고 ‘호남에 안찰사로 나가 대동법을 시행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비변사는 반대했다. 현종은 다시 1년 유예했다. 현종 4년 봄 호남 산군(내륙) 시행을 위한 절목(세칙)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승 판서 언관의 저항에 밀려 다시 또 유예했다. ‘실록’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대동법 설행 후 소민(농민)들은 다 편리하다고 말했으나 대호(양반 대농)는 한꺼번에 쌀을 내는 것을 어렵게 여겨 모두 불편하다고 했다. 조정의 논의를 혁파해야 한다는 자가 많았다.”(현종개수실록 6년 12월 27일) 이듬해 봄 현종은 각도에 어사를 파견해 농민의 여론을 보고하도록 했다. 호남 담당 신명규는 이렇게 보고했다. “호우(대지주)는 대동법 혁파가 편리하다고 말하고 잔호(소작농)는 다시 실시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현종실록 7년 10월 22일) 현종이 대신들에게 물었다. “백성은 다시 시행하기를 바란다는데 어느 것이 진실인가.” ‘백성’을 앞세워 반대했던 자들은 할 말이 없었다. 호남 해읍에서 내륙으로 확대하는 데에만 무려 7년이 걸렸다. 대동법은 숙종 3년(1677년) 이정명의 건의로 영남으로 확대되고, 숙종 34년(1708년) 황해도를 포함하면서 전국 시행이 마무리됐다. 경기도 시행부터 무려 100년이 걸렸다. 임진왜란 중(1594년) 잠시 시행했다가 곧 폐기된 대공수미법으로부터 보면 114년 만이고 율곡이 건의했을 때부터 계산하면 139년 만이다. 조세정의 구현에 대한 저항은 그렇게 집요하고 극렬했다. 조선조 공납이 왕조를 흔들었다면, 요즘은 아파트가 정권을 흔든다. 그동안 투기는 일부 자산계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요즘 30대까지 은행 돈 빌려 가며 투기판에 뛰어들었고 외국인까지 몰려들어 아파트값을 천정부지로 올렸다. 정부는 부랴부랴 여러 대책을 내놨다. 투기자금의 공급을 막기 위해 은행대출을 옥죄고 보유세를 크게 강화해 다주택자의 부담을 대폭 늘렸다. 양도소득세 강화로 불로소득의 기회를 조이고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했다. 공공임대주택 포함 신규 아파트를 대거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불안과 불만은 여전하다. 무주택자는 월세 부담이 커질까 걱정이고, 다주택자는 보유세 증가와 불로소득 감소가 불만이다. 아예 논외인 주택, 빌라 소유자들은 아파트값만 오르는 것도 불만인데, 보유세나 거래세 불똥이 튈까 걱정이다. 대다수 매체는 이런 걱정과 불만을 확대 과장하며 정책을 흔든다. 김육은 이렇게 경고했었다. “탐욕스럽고 교활한 아전이나 모리배들이 방납하기 어려움을 원망하여 반드시 헛소문을 퍼트려 교란시킬 것이니, 신은 다만 이 점이 염려됩니다.” 투기 대책을 교란하는 헛소문이 천지에 가득한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제가 갑자기 죽게 되면 일이 중도에 폐지될까 두렵습니다.” 잠곡의 마지막 병상 상소에 효종은 이렇게 답했다. “걱정 마시고 쾌차에 힘쓰세요. 서필원도 이시백도 있습니다.” 결정권자와 입안자의 호응이 아름답다. 헛소리에 굴하지 않은 이들 덕분에 조선은 저 참혹한 경신대기근에서 왕조를 지켰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연재는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마칩니다.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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