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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요영화]

    ●레트로액티브(위성MGM 오전 9시)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 일을 살짝이라도 바꾸게 되면 이후 상황이 현재와 달라진다는 일종의 ‘나비 효과’를 소재로 한 SF소품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르지만 비슷한 설정의 작품으로 ‘백 투 더 퓨처’시리즈나 ‘사랑의 블랙홀’(1992),‘나비효과’(2004) 등이 있다. 특히 빌 머레이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사랑의 블랙홀’과 시간 반복이라는 기본 설정이 매우 유사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과거로 가나 일은 더 복잡하게 꼬이게 되고, 과거로 가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대부분 무명 배우들이 나오는 가운데 그나마 얼굴이 알려진 성격파 배우 제임스 벨루시의 악역 연기가 돋보인다.SF라지만 저예산 영화다. 규모는 작지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영화가 어때야 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재미를 던지는 작품. 고속도로에서 차가 고장 난 범죄심리학자 카렌(카일리 트래비스)은 프랭크(제임스 벨루시) 레이앤(샤논 위리) 부부가 모는 차에 타게 된다. 컴퓨터칩을 밀매하는 사기꾼 노릇을 하는 프랭크는 아내를 모질게 학대하는 난봉꾼이었다. 카렌은 이들 부부에게 조금씩 불편함을 느낀다. 프랭크는 간이 휴게소에 들렀다가 아내의 간통 사실을 알게 되고 화가 나서 레이앤을 총으로 쏴 죽인다. 프랭크는 카렌마저 없애려 하고, 이에 카렌은 달리는 차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한다. 쉴 새 없이 도망치던 카렌은 우연히 시간역행 시스템을 연구하는 연구소에 들어가게 되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인 20분전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데….1997년작.90분.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EBS 오후 1시50분) 중동에서 탄압받고 있는 쿠르드족 최초의 감독이라고 불리는 바흐만 고바디가 만든 영화. 고바디는 동포들의 삶에 깊숙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삶의 터전에서 살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비극적인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바디는 ‘바람이’와 ‘칠판’에서는 연기자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으로 황폐해진 국경의 작은 마을.12세 소년 아윱(아윱 아마디)은 어머니가 출산 중에 숨지고, 아버지도 밀수를 하다 지뢰를 밟아 목숨을 잃자 가장이 된다. 학교를 그만 둔 아윱은 병상에 있는 형 마디(마디 에크티아르-디니)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밀수하는 사람들의 심부름꾼이 되는데….2000년작.80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3차 ‘인티파다’ 오나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충돌로 20여명이 숨지는 등 양측의 대결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7일 아침에도 이어져 1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깊숙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3차 인티파다(민중봉기)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BBC 방송은 현지 의료진의 말을 인용,6일 하루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22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병사 1명도 군사작전 이후 처음으로 무장세력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양측이 시가지 중심부에서 교전을 벌이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컸다. 로이터통신은 자동화기와 로켓으로 무장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원과 탱크, 헬리콥터 등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군이 이날 가자시티 인근 베이트 라히야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고 전했다. 시가전은 인근 아바산과 칸유니스에서도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이스마일 하니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이스라엘 작전을 ‘반인도적 전쟁범죄’로 규정한 뒤 국제사회 개입을 요청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실종 군인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6일 하루에만 베이트 라히야에서 최소 6명의 주민이 공습으로 숨지는 등 민간인 피해가 계속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주민들의 감정도 악화되고 있다. 시가전이 본격화되면 더 많은 희생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완충지대’ 설치를 명분으로 가자지구 내 일부 지역을 재점령하면 인티파다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공포영화 “ 더위야~ 레드카드를 받아랏”

    공포영화 “ 더위야~ 레드카드를 받아랏”

    영화 장르에도 유행이 있다. 제작자들도 관객들도 온통 액션물에 ‘필’이 꽂혀 있을 때가 있는가 하면, 코미디 쪽에 일제히 목을 빼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런데 공포물만큼은 예외이다. 수은주 눈금이 20도 어름으로 올라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여름 극장가의 고정 레퍼토리. 올해는 어떤 납량물이 기다리고 있을까. 월드컵 열풍에 대작들도 멀찌감치 물러서 있는 6,7월 극장가를 국내외 공포영화들이 암팡지게 공략해보겠다는 태세들이다. 월드컵 열기보다 더 무서운(?) 영화가 도대체 뭘까. [1] 환생(8일 개봉) 공포에도 ‘색깔’이 있게 마련. 평소 “공포드라마는 뭐니뭐니 해도 동양식이 최고”라고 생각해왔다면 서둘러 봐두자(8일 개봉).‘주온’의 일본감독 시미즈 다카시가 윤회를 소재로 다듬어낸 공포물. 억울하게 살해됐던 사람들이 35년 뒤에 환생하는데, 이들이 전생에 어떤 인연으로 다시 엮이게 됐는지의 과정을 더듬는 미스터리 드라마 구도가 밀도 높다. [2] 오멘(6일 개봉) 1976년 리처드 도너가 선보였던 공포영화의 ‘원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리메이크했다. 리처드 버튼, 리 레믹이 분했던 중년의 손 부부는 젊은 리브 슈라이버와 줄리아 스타일스가 연기했다. 테러리즘, 기온변화 등 종말의 전조로 동원한 소재도 현대적이다. 공포 강도 자체는 원작보다 덜하지만, 전반적으로 세련되게 리메이크됐다는 호평. 존 무어 감독. [3] 착신아리 파이널(22일 개봉) 왕따의 한을 소재로 한 학원공포물로,‘착신아리’ 시리즈의 완결편.22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봉될 예정.‘링’‘주온’ 등을 제작한 일본 가도카와 헤럴드 픽처스와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 전체의 70%를 부산에서 촬영했다. 왕따를 못 견뎌 자살을 기도한 여학생 아스카는 수학여행에 동참하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저주를 내리기로 결심한다. 한국배우 장근석, 일본의 인기 여배우 호리키타 마키 출연. [4] 아랑(28일 개봉) 장화홍련전의 근원설화이자 억울하게 죽은 여인 아랑이 원귀가 되어 나타나 원한을 푼 뒤 사라졌다는 내용의 고전 ‘아랑전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공포. 끔찍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두 형사가 억울하게 죽은 소녀의 원혼을 만나 그녀의 한을 대신 풀어준다는 내용.‘조신한’ 이미지의 송윤아가 터프한 형사로 변신했다는 점도 주목거리. 네티즌들 사이에서 올여름 가장 기대되는 공포로 꼽히고 있는 중. 안상훈 감독. [5] 크립(15일 개봉) 한정된 지하철 공간을 무대로 펼쳐지는 살인 추격전. 모처럼 만날 수 있는 영국산 공포스릴러. 늦은 밤 마지막 지하철을 기다리다 깜박 잠이 들어버려 지하철 역사에 갇혀버린 여주인공이 살인마에게 쫓기며 필사적 탈출을 시도하는 하룻밤의 이야기. 제한된 공간, 단조로운 인물 구도인데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드라마 덕분에 지루할 겨를이 없다. [6] 아파트(7월6일 개봉) 이웃과 단절된 공간 아파트가 섬뜩한 공포소재가 됐다. 혼자 사는 세진(고소영)은 매일 밤 정확히 9시56분이면 건너편 아파트의 불이 동시에 꺼지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는데….‘분신사바’‘폰’ 등 공포영화 잘 만들기로 소문난 안병기 감독이 톱스타 고소영을 무려 4년만에 스크린으로 불러들인 화제작. 포스터에서 겁에 질린 고소영의 큰 눈망울만 봐도 공포의 강도가 그대로 전해오는 듯.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외규장각문서 9월 서울서 전시회

    |파리 장세훈특파원|프랑스가 병인양요 당시 우리나라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문서가 오는 9월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이 문서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140년만이다. 여기에는 한국에 필사본조차 없는 ‘유일권’ 63권의 일부 또는 전부가 포함될 전망이다. 또 한국과 프랑스 양국은 외규장각 문서반환 협상과는 별도로 문서내용을 디지털화해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와 총리 관저인 마티뇽궁에서 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한 총리는 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외규장각 문서에 대한 전시회를 오는 9월에 한국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면서 “앞으로 전시회가 체계화, 정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빌팽 총리도 “바브르 문화부장관을 한국에 보내 전시회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면서 “또 신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방식을 통해 한국이 정기적으로 외규장각 문서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외규장각 문서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것으로, 우리 정부는 1991년 처음 프랑스에 반환을 요구했다.1993년 한국을 방문한 당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외규장각 도서 한권을 ‘영구임대’방식으로 우리 정부에 전달했지만, 이후 반환문제는 진척이 없었다. 앞서 한 총리는 7일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와 회견에서 식민통치의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자세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독도문제뿐만 아니라 식민지 역사를 정당화한 일본 교과서 및 종군 위안부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 한 총리는 “일본이 사과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식민통치를 정당화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독도문제에서 양보할 의사가 없다.”면서 “일본을 상대로 조용한 정책은 이제 끝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프랑스는 영사분야 협력을 위한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형사사법 분야에서 협력체제를 갖춘 최초의 유럽국가가 됐다. 우리나라는 프랑스를 포함, 미국과 중국 등 24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다.shjang@seoul.co.kr
  • 8일 개봉 ‘러닝 스케어드’

    8일 개봉한 액션 영화 ‘러닝 스케어드(Running Scared)’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참 ‘불친절한’ 영화가 될 성싶다. 인물설정이나 대립구도에 대한 뚜렷한 설명없이 시동걸자마자 피튀기는 총격전으로 관객들의 RPM을 마구 끌어올린다.‘어라∼’ 싶은 순간 영화는 이내 무슨 자동차 추격전마냥 미국 저소득층의 뒷골목을 구석구석 휩쓸며 내달린다. 시속 100㎞까지 속도를 올리는데 몇 초도 안 걸리는 스포츠카 같다.‘이쯤에서 쉼표 한번 찍어주겠지.’ 하는 기대감은 이런 속도에 밀려 멀찌감치 사라진다. 막판 반전에 가서도 ‘지금 이게 바로 반전이거든요.’하는, 혹시 모를까봐 딱 꼬집어 설명해주는 상냥함도 없다. 마치 굳이 관객 시선을 끌 생각이 없다는 듯 군다. 관객들 입맛에 맞게 차려낸 밥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거꾸로, 그렇기에 뭔가 찾아 먹으려 드는 영화팬들에게는 이만한 요깃거리가 없어 보인다. ‘러닝 스케어드’는 한마디로 ‘권총 찾아 삼만리’.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사건의 뿌리에는, 조그만 은색 크롬 권총 한 자루가 놓여 있다. 주인공 조이는 총격전 끝에 경찰이 죽자 마피아 조직의 보스로부터 범행 은폐를 위해 총을 없애라는 지시를 받는다. 조이는 지하실에 이 총을 고이 모셔두는데(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조이의 이상한 언행은 마지막 반전에서 명확해진다.), 그만 옆집 꼬마 올렉이 가져가서는 양아버지를 쏘고는 달아나버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양아버지, 러시아계 마피아 조직원이다. 경찰이 총을 가진 올렉을 먼저 잡아버리면 이전 경찰관 살인사건이 탄로나고, 불복종 때문에 조직에서 제거당할 수 있는데다, 러시아계 조직과 한판 붙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조이는 필사적으로 올렉과 총을 찾아 나서는데…. 이 영화에서 제일 흥미진진한 대목은 올렉의 여행이다.‘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선보인 아마드의 여행에 비교할 수 있는데, 방향은 정반대다. 아마드가 안내하는 세상이 확트인 자연과 순수한 동심의 풍경화라면, 올렉이 보여주는 세상은 온갖 욕구불만의 더러운 찌꺼기들이 쓸려내려오는 하수구다. 올렉의 여행이 어떤 결말을 맺을까 궁금해질 무렵, 영화는 극적인 반전 카드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탄탄한 이야기가 깔린 영화지만, 쿠엔틴 타란티노풍 스타일은 여기서는 단점에 가까워보인다. 맺고 끊는 게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글대기만 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부담스럽다. 그래선지 올렉역을 소화해낸 캐머런 브라이트의 무표정한 열굴이 더 기억에 남는다.18세 이상 관람가.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새벽에 덮친 대재앙…건물 80% ‘폭삭’

    새벽에 덮친 대재앙…건물 80% ‘폭삭’

    27일 새벽(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를 강타한 지진의 피해규모는 시신수습이 본격화하면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4년 12월의 쓰나미(지진해일) 이후 1년5개월만에 엎친 데 덮친 격의 대참사가 이어져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현지 구호당국은 이번 지진 피해지역의 돌무더기와 빌딩 잔해 아래 더 많은 사람들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앙지 대도시 가까워 피해 커 유슈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1만∼2만명이 이번 재난으로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현재 사망자는 37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를 지진의 진앙지가 대도시와 지나치게 가까웠던 점에서 찾고 있다. 실제 이번 지진은 인구 150만명의 대도시인 족자카르타에서 불과 25㎞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게다가 이 지역의 가옥들이 대부분 내진설계가 안된 오래된 구조물이어서 리히터 규모 6.3의 지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특히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반툴지역의 경우 가옥의 80% 이상이 완파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구호인력·의료진 태부족 부상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족자카르타의 병원들은 아비규환이다.AP통신은 “선혈이 낭자한 사르디지토 병원 복도에는 지혈과 치료에 사용된 붕대와 의료 폐기물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고 전했다. 병실은 이미 수용인원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수백명의 환자들이 플라스틱 판자나 거적, 신문지 위에 눕혀져 건물 밖에 방치되고 있다. 병원들은 의료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의사 알렉산더는 “중상을 입은 많은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다.”면서 “외과의사가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적십자사는 신속대응팀을 현지로 급파,21개의 임시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앰뷸런스 등 수송수단이 부족해 환자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화물차와 버스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부상자들은 도로가 끊긴 일부 지역에서는 수시간씩 걸어서 병원을 찾고 있다. ●족자카르타 공항 등 폐쇄 불안과 공포 속에 밤을 지샌 주민들은 식량과 옷가지를 찾아 필사적으로 폐허더미를 뒤지고 있다. 여진(餘震)에 대한 공포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은 거리와 공터, 농경지 등에서 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역에선 전기와 통신시설까지 파괴돼 구호노력이 지체되고 있다. 족자카르타 공항도 폐쇄됐다. 하타라드 자사 인도네시아 교통장관은 “건물에 대한 정밀진단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공항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족자카르타에서 반경 30㎞ 안에 있는 인도네시아 최대의 힌두성지인 프람바난 사원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근 보로부두르 불교사원의 피해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메라피 화산 폭발 가능성도 지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서부를 강타한 쓰나미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는 탓인지 지진 직후 주민 사이에서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란 괴소문이 퍼지면서 수천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하지만 지진발생 24시간이 지난 28일까지 쓰나미 발생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지진과 메라피산 화산활동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양한 추측이 나돌고 있다. 밤방 두아얀토 에너지광업부 장관은 “지진이 화산활동을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지만 더 큰 폭발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 구호노력 가속화 국제사회의 구호노력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2000동의 텐트와 9000벌의 방수복 등 긴급구호품을 현지로 급파했다. 국제적십자사는 1000만달러(약 100억원) 규모의 구호기금 모금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지진 사실이 알려진 직후 수색대와 의약품을 긴급수송키로 했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진희생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뒤 신속한 지원을 약속했다. 유럽연합(EU)은 300만달러의 구호금과 함께 25개 회원국에 구조대파견을 요청키로 했다. 이세영기자 외신종합 sylee@seoul.co.kr
  • [월드컵 앞둔 독일에서는 지금] ‘히틀러 풍자연극’ 파문

    연합군의 포위망이 좁혀오던 1945년 4월,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 고립된 아돌프 히틀러는 죽음을 결심한다. 연인과 추종자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관자놀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그의 제국을 구원할 기막힌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떠오른다. ‘연합국에 축구 경기를 제안하자. 독일 팀을 진두지휘해 승리를 거둔다면, 그래, 나의 제국도 무너지지 않을 거야.’ 이번 주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막된 ‘마이볼-어느 독일인의 꿈’이란 연극의 한 장면이다. 월드컵 개최를 앞둔 독일의 현 상황을 히틀러의 최후에 빗대 풍자한 것이다.함부르크 언론과 축구 팬들이 발끈했다.‘월드컵이란 국가 대사를 앞두고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난부터 ‘독일의 국가 스포츠인 축구의 신성함을 모독했다.’는 질타까지 줄을 이었다. 연극을 관람하다 야유를 보내는가 하면 분노를 참지 못해 뛰쳐나가는 관객도 있었다. 연출자 에릭 게데온은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3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경제 회생의 열망을 온통 걸고 있는 독일 사회의 분위기를 꼬집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무대가 되는 지하 벙커는 현재 독일을 상징한다.”면서 “히틀러의 추종자들은 현실을 변화시켜 줄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기다리고 있는 오늘날의 독일인”이라고 말했다. 게데온은 지난 2004년 히틀러가 벙커에서 보낸 마지막 날들을 그린 영화 ‘몰락’으로 평단의 호평을 얻기도 했다.그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에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관객 반응은 예상했던 일인 만큼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연극에서 히틀러의 연인 에바 브라운에겐 축구경기 개막식 공연을 기획하는 임무가, 선전상 괴벨스에겐 대회 조직위원장이란 중책이 주어진다. 하지만 히틀러의 계획은 끝내 실패로 돌아가고 몰락을 직감한 그는 ‘지금 당장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면’이란 노래를 부르며 최후를 맞는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기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기대한다/손장래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초빙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의 회동과 선언으로 우리 민족사뿐만 아니라 동북아 국제 정세에 큰 이정표를 수립하였다. 앞으로 있을 6월 평양회동의 성과 여부에 관계없이 그분의 업적은 길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특히 이 시점에서 그분께 다시 한 번 기대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정황이 앞을 예측할 수 없이 혼미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로, 앞에 놓인 크고 어려운 난관이 극도로 악화된 북·미관계이고 핵 문제이다. 북핵문제를 푼다는 6자회담은 지난해 9월19일의 4차 회담을 끝으로 7개월째 정체상태에 있다. 핵문제 해결에 국한되지 않고 위폐, 마약, 인권, 민주주의, 마카오 은행계좌 거래제한, 그뿐만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스위스계좌 4000만달러 조사 운운 등 핵문제 해결과는 직접 관련없는 다른 의제들이 계속 속출하고 있다. 이 많은 문제들이 어떻게 협의되며, 핵문제가 과연 향후 수삼년 내에 해결되는 것인지, 또는 이 모든 압박수단이 효력 없으니 군사적 수단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명분을 축적하게 되는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악화되는 북·미관계에는 상호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 북으로서는 체제와 국가안전을 보장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핵시설을 해체할 수 없다는 불신이 있다. 6자회담 속개가 늦으면 늦을수록 북에 대한 압박은 강화될 것이고 긴장과 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적충돌이 가져오는 그 비극적 재앙을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예방하려 한다. 그러기에 이 시점에서 김 전 대통령의 해박한 국제상황 판단과 6자회담 참가에 대한 합리성 설명은 김 국방위원장의 정책결정에 큰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6자회담에서 북의 핵 불보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하고,4차 회담에서 상호간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조치를 내외에 촉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로, 북핵 문제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제기했고 그 평화적 해결책이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지연되고 있고, 그 해결의 전망이 투명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남과 북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주도적이며 적극적인 역할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만일 미측이 이라크, 이란 문제, 기타 국내외적 어떤 이유 때문에 북핵 문제를 향후 해결치 않고 ‘북의 위협’ 인식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경우, 우리는 그냥 이에 순응하고 긴장과 위기상황을 지속해야 할 것인가. 북에 대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한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남과 북의 분명한 능력과 의지를 냉혹하게 시험하고 있다. 남과 북 사이에는 1991년 12월13일에 체결된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있다. 남과 북은 이를 바로 국내와 유엔 등에 비준, 법제화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모든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과 북은 당사국으로서 북핵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필요요건을 갖출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남과 북 민족사에 다시 한번 기록될 의미 있는 성과를 낳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손장래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초빙교수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이제 공습 시작이다”

    ‘미션 임파서블3’를 시작으로 올 상반기 극장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속편 화제작들로 날이 지샐 것 같다. 우선 ‘미션’의 개봉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을 18일엔 올해 최고의 할리우드 화제작 ‘다빈치 코드’가 선보인다. 댄 브라운의 세계적 인기소설 원작에다 연기파 배우 톰 행크스가 주연해 기대치가 하늘을 찌른다. 상영을 앞두고 기독교계의 반발이 있긴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셈. 책과 달리 영화는 압축적일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영화 내내 차고 넘칠 기독교적 모티프를 우리 관객들이 어떻게 소화해낼지가 지금으로서는 더 미지수이다. 6월에는 ‘엑스맨 3’가 대기하고 있다. 평범한 인간과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돌연변이간의 관계를 그리는 ‘엑스맨’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돌연변이라는 SF적 상상력에 기대어 사회의 소수자(마이너리티)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마니아층이 탄탄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어 7월에는 ‘슈퍼맨 리턴즈’가 기다린다.1978년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에 이은 것이니 근 30년만의 속편. 재미있는 점은 ‘엑스맨1·2’를 연출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슈퍼맨 리턴즈’를 맡았고,‘슈퍼맨 리턴즈’ 감독으로 내정됐던 브랫 라트너가 ‘엑스맨3’를 연출했다는 사실이다. 영웅 영화의 흥미포인트는 악역에 있는 법. 속편에서 악역 렉스 루터는 케빈 스페이시가 맡았다. 이외에도 조니 뎁의 ‘캐리비언의 해적 2’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속편이 대기 중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3일 개봉 미션 임파서블3 1편은 스릴러,2편은 스타일,3편은…그냥 액션? 비록 망토도 없고 거미줄도 못 뽑는다지만, 이젠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쯤과는 맞짱을 뜰 수 있을 듯한 이단 헌트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미션 임파서블3’(Mission Impossible Ⅲ)가 3일 개봉했다. 1편(1996년)에서 이단이 헬기 폭발을 이용해 앞서 달리던 KTX(영화에서는 물론 영국의 특급열차)로 휙하니 날아가 척하니 달라붙어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스릴러적인 이야기 구조 때문이었다.‘내 편인 줄 알았던 저 놈이 바로 적이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이단(톰 크루즈)의 추적과정이었다. 이 때문에 액션장면보다 이단이, 죽은 줄로만 알았던 팀장 짐 펠프스(존 보이트)와 한 카페에서 만나 대화하는 장면이 절정이었다. 다시 한번 이단을 속이기 위해 짐은 필사적으로 거짓말하고, 이단은 겉으로는 완전히 속는 척하지만 머릿속으로는 퍼즐맞추기를 통해 바로 짐이 배신자임을 깨닫는다. 이런 탄탄한 스토리를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감각적으로 연출해냈다. 이에 비해 ‘영웅본색’으로 각인된 오우삼(미국명 존 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관심을 모았던 2편(2000년)은 실패작으로 꼽힌다. 흥행결과는 1편보다 나았다지만, 악평이란 악평은 다 들어야 했다. 음모와 배신을 축으로 한 복잡한 계산은 사라지고, 이단에게 너무 심취한 영화였다. 마치 ‘이단 숭배’라도 하듯 과장된 스타일만 넘쳐났다.‘킬링 타임용으로 딱’이라는 평가는 그나마 오우삼식 액션에 많은 점수를 준 후한 평가였다. 그러나 10여년 전 이미 홍콩 누아르를 졸업한 관객들에게,80년대말∼90년대초에 유행했던 액션을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은 곤욕임에 분명했다. 비록 할리우드 자본 덕에 화면의 질감은 엄청 좋아졌지만. 한마디로 ‘미션 임파서블3’는 2편에서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1편으로 되돌아 가려는 듯하다. 불거지는 조직내부의 갈등과 이로 인해 누가 적인지 모를 희뿌연한 상황이 이야기의 뼈대다. 여기에다 두가지를 덧붙였다.1편에서는 주무대가 유럽에 그쳤지만 3편은 2000억원대라는 제작비를 과시라도 하듯,‘유럽+미국’에다 중국 상하이까지 등장시켜 덩치를 더 키웠다. 또 이단의 약혼자를 등장시켜 초인의 인간적인 면도 부각시키려 했다. 어느덧 고참이 된 이단 헌트는 이제 현장에서 손 뗐다. 후배 교육이나 하면서 약혼한 연인 줄리아(미셸 모나간)와 행복한 가정을 꾸릴 꿈도 꾼다. 그러나 암거래상 오웬(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에게 요원 한명이 납치당하고, 이 요원을 구출하기 위해 이단은 다시 작전에 투입된다. 구출작전은 성공하지만 후배요원은 죽고, 치밀한 작전 끝에 바티칸에서 오웬을 붙잡지만 정체불명의 미사일 공격으로 놓치고 만다. 이어지는 작전 실패 등이 맞물리면서 본부와 미묘한 관계에 빠지는 이단. 여기에다 오웬은 줄리아를 납치, 이단에게 본부의 정보와 맞교환할 것을 요구한다. 이제 이단은 1편 때처럼 다시 한번 교묘한 양다리 걸치기를 해야 한다. 다만, 이제 미국에 적이라할 만한 것들이 없어진 시대상황을 반영해선지,‘비밀공작원들의 명단보호’라는 공적인 임무가 1편의 목표였다면,3편에서 ‘약혼녀를 구해야 한다.’는 사적인 목표가 약간 앞서 있다. 문제는 1편으로 되돌아 간 듯한 3편이,1편만큼의 호응을 불러낼까다. 일단 모든 대사를 지우면 더 없이 성공적이다. 페사피크만 다리 위에서, 상하이 고층 빌딩 사이에서 벌이는 휘황찬란한 액션이나, 마흔이 넘은 나이에 이 연기를 모두 소화해낸 톰 크루즈 모두 눈길을 끌 만하다. 그러나 스릴러적인 이야기 구조를 생각한다면 고개는 갸우뚱한다. 사실 10년 동안 부풀어오른 관객들의 기대치를 생각하면,1편을 넘어서라는 요구 자체가 ‘임파서블 미션’일 지 모르겠다. 이 미션을 영화는 어떻게 돌파할까. 그 유명한 미션 임파서블의 주제곡이 울릴 때는 바로 지금이다. 배우 김윤진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미국 TV드라마 ‘로스트’의 연출자 JJ 에이브람스가 감독을 맡았다.15세 이상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광장] 최고의 비즈니스는 혁신이다/오풍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최고의 비즈니스는 혁신이다/오풍연 논설위원

    “미국은 아직도 세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엔진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과학과 공학에 소리없는 위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미국은 정말로 글로벌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경쟁국들은 깨어 있습니다. 우리가 단거리를 뛰고 있는 데 비해 그들은 마라톤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의 우월함과 혁신을 주도하는 능력은 위협을 받을 것입니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장이자 렌셀러 공과대학 총장인 셜린 앤 잭슨의 진단이다. 미국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매우 천천히, 소리없이 전개돼서 대부분 인지하지 못할 뿐이라고 덧붙인다. 이른바 ‘소리없는 위기(a quiet crisis)’론이다. 잭슨은 미국적인 혁신과 생활수준 향상의 원천인 이공계 기반 잠식을 한 단면으로 꼽았다. 지금까지 미국의 혁신은 대학이 주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보스턴 은행 조사부가 발표한 ‘MIT:혁신의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보자. 이에 따르면 이 대학 졸업생들이 4000개의 기업을 세워 전 세계적으로 1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매출액만도 232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미 50개 주 곳곳에 MIT와 같은 노력을 하는 대학들이 많다. 미국의 경쟁력도 이런 데서 나올 듯하다. 미국에는 현재 4000여개의 대학이 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은 다 합쳐도 8000개가 못 된다. 혁신의 위기론을 펴는 것이 엄살일까. 그렇지 않다. 세계 초일류 기업들도 혁신의 ‘고삐’를 더 당기고 있다.“일본의 자동차회사들이 잘난 척하지만 남 흉내나 내는 정도다. 독자적으로 발명한 것은 사이드미러의 각도를 차 안에서 조정하는 장치밖에 없다. 기본 특허의 대부분은 외국이 갖고 있다.” 지난해 1조 8000억엔의 영업이익을 낸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자동차 회장의 얘기다.‘도요타 신화’를 이뤄내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그가 지금 시점에서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혁신을 강조함으써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겠다는 셈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최근 방한한 미국 벨 연구소 김종훈 사장의 전언은 더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는 이 연구소에서도 “혁신은 우리의 비즈니스”라는 구호를 수시로 외친다고 했다.1925년 설립된 벨 연구소는 IT분야의 최고 연구개발(R&D) 기관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동안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3만 건이 넘는 미국 내 특허를 갖고 있다. 이런 연구소가 혁신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는 이유는 뭘까. 모두 생존전략 차원으로 여겨진다. 이제 눈을 안으로 돌려 우리나라를 보자. 기업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혁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반면 정부의 혁신은 소리만 요란한 게 아닌가 싶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또다시 혁신에 대한 답을 내 놓았다.“공직자들이 사는 길은 혁신”이라고 거듭 설파했다. 이어 “기업이나 국가 경제가 혁신으로 높아지면 월급도 높아질 수 있고 그러면 분배가 좋아진다.”면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열쇠는 혁신”이라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실제로 드러난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참여정부 들어 공무원만 2만 7000여명이 더 늘어나고 규제건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오죽했으면 여당의원마저 “뭘 혁신했느냐.”고 한 마디 했을까. 그들끼리 북치고 장단을 맞추면 안된다. 혁신은 지표상으로 입증돼야 한다. 일본의 작은 정부도 좋은 표상이다.‘혁신이 최고 비즈니스’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경제플러스] ‘뉴 한화’ 원년 북한산 단합대회

    ㈜한화의 남영선 사장 등 임직원 200여명은 지난 29일 북한산에 올라 ‘뉴 한화’ 건설을 다짐했다. 임직원들은 산행 중에 올해 경영목표 달성을 결의했다. 남 사장은 “올해는 ‘뉴 한화’를 향한 혁신의 첫 걸음을 내딛는 해”라며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필사의 각오를 다지자.”고 강조했다.
  • [씨줄날줄] 석고대죄/오풍연 논설위원

    조선 성종은 역사상 가장 많은 후궁을 거느렸다. 그러다 보니 후궁 사이에 질시와 암투가 심각했다. 제헌왕후 윤씨는 연산군의 생모다. 흔히 폐비(廢妃)라고 불린다. 성종보다 12살이 많았지만 미모가 출중해 후궁으로 간택됐다. 숙의 윤씨는 아들을 낳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했다. 이를 방해하는 무리가 있었으니 바로 후궁인 소용 정씨와 엄씨다. 성종의 모후인 인수대비는 이들을 더 총애했다. 성종도 윤씨가 첫아들까지 낳았지만 다른 후궁들의 처소를 들락거렸다. 이에 왕후 윤씨는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감히 왕후에게 문안을 드리지 않은 후궁이 있다니 석고대죄를 하라.”고 정소용에게 명령했다. 그날이 한여름이었다고 전해진다. 땡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본 인수대비는 왕후의 허락없이 정씨를 풀어줬다. 이때부터 왕후 윤씨와 시어머니 인수대비간 신경전은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석고대죄 하면 맨 처음 떠올리는 대목이다. 석고는 짚자리, 거적을 말한다. 석고대죄(席藁待罪)는 거적을 깔고 앉아 벌주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짧아야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을 버텨야 했다. 임금은 이를 통해 왕권을 확고히 하고 신하들의 충성도까지 시험하는 잣대로 이용했다. 이 같은 수단으로 쓰인 말이 요즘도 걸핏하면 등장한다. 특히 정치판에서 심한 편이다. 상대방에서 조금이라도 약점을 보이면 당장 석고대죄하라고 몰아붙인다. 최근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사건, 최연희 의원 여기자 성추행 사건 등에서도 단골메뉴로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듯하다.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사죄한다는 게 고작이다. 지난해 9월 의원직을 상실한 민주노동당 조승수 전 의원이 울산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석고대죄를 했으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김제시장 공천과 관련, 조재환 사무총장의 4억원 수수를 놓고 민주당이 내분에 휩싸였다. 당 지도부는 ‘특별당비’라며 조 총장 감싸기를 시도했다. 그러자 김효석 정책위의장은 엊그제 “석고대죄의 자세로 국민여러분께 용서를 구해야 할 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게다가 구속된 조 총장은 공천헌금을 먼저 요구한 뒤 독촉 전화까지 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 대표가 석고대죄하는 게 맞을 성싶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책꽃이]

    ●양주팔괴(저우스펀 지음, 서은숙 옮김, 창해 펴냄) 양주팔괴는 강희제에서 건륭제에 이르는 청대 번영기에 양주를 무대로 활동한 8인의 직업적 문인화가를 가리킨다. 그 구성원에 대해선 약간씩 견해가 다르지만 대체로 왕사신, 이선, 김농, 황신, 고상, 이방응, 정판교, 나빙을 꼽는다. 이들은 당시 중국 최대의 서화시장을 형성했던 양주에서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며 자유인으로 지냈다. 자유분방한 필치로 보수적인 청대 화단에 생기를 불어넣은 이들의 예술생애와 ‘기괴한’ 작품세계를 다룬다.1만 9000원.●호남명촌 구림(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펴냄) 구림지편찬위원회 지음, 리북 펴냄) 전라남도 영암 구림은 나주 금성산 금안동, 태인 정토산 수금마을과 함께 호남 3대 명촌으로 꼽히는 아름다운 자연마을이다. 남도 땅에서 달이 가장 예쁘게 뜬다는 월출산 무릎 아래 있는 구림은 왕인박사와 도선국사의 탄생지로 유명하며, 천년고찰 도갑사 등 역사문화 유적도 풍성하다. 이 책에는 구림마을 사람들이 손수 쓴 마을 공동체의 역사와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2만 8000원.●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김다은 지음, 작가 펴냄) “신조어는 폭력이나 권력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반문화적인 작동에 은밀하게 가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칙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추계예대 교수)의 말대로 오늘날 유행하는 신조어들은 더없이 반문화적이고, 그 뒤엔 ‘숨어있는’ 권력이 있다. 예컨대 ‘찌질이’는 일진회에서 폭력을 당하는 허약한 학생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디지털권력과 예술권력에 의해 그 의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한다.9000원.●거미박사 김주필의 거미이야기(김주필 지음, 쿠키 펴냄) 거미의 세계에선 동물세계의 일반법칙과 달리 ‘성에 대한 권한’을 암컷이 장악하고 있다. 거미는 보통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힘도 세다. 암컷이 발정하지 않는 한 수컷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달려들어도 결혼은 성립되지 않는다. 짝짓기를 앞두고 신경이 예민해진 암컷은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달려온 연인을 먹어치우기도 한다. 수컷은 암컷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구혼춤을 추거나 먹이를 갖다 바치기도 한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한번에 보통 수백개의 알을 낳는다.‘인간의 숨은 벗’ 거미에 관한 이야기.9500원.●불교, 이웃종교로 읽다(오강남 지음, 현암사 펴냄)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북쪽으로 길게 일곱 발자국을 걸어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땅을 가리키며 사자와 같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천상천하 유아독존”. 종교다원주의자인 저자는 이 말을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수 없다.”는 예수의 말에 견준다. 또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깨침과 메타노이아(회개), 자비와 사랑 등으로 비교하기도 한다. 기독교와 불교의 양경반조(兩鏡反照)적 관계, 즉 불교와 기독교의 진리가 하나의 사물이 양쪽에 놓인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닮은꼴임을 강조.1만 5000원.●맥루언을 읽는다(김균·정연교 지음, 궁리 펴냄) 미디어이론가 맥루언은 1964년 ‘미디어의 이해’의 출간과 함께 대중들에겐 유명인사가 됐지만 많은 학자들에겐 혼란스럽고 무책임하며 경박스러운 인물로 인식됐다. 인류의 역사를 매체에 따라 구어시대-필사시대-인쇄시대-전자시대로 4등분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학문적으로 무리라는 지적도 따른다. 맥루언은 1960년대라는 문화격동기에 잠시 반짝했던 ‘지적 사기꾼’에 불과한가, 아니면 동시대인들이 이해하기엔 지나치게 시대를 앞질러간 예언자적 존재인가. 그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다.1만 3000원.
  •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 대마의 사활을 둘러싼 필사적인 전쟁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 대마의 사활을 둘러싼 필사적인 전쟁

    제6보(101∼133) 실리가 턱없이 부족한 백은 상변의 흑 대마를 못 잡으면 무조건 진다. 따라서 필사적으로 잡으러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흑도 필사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흑101,103으로 자세를 갖췄을 때 백104로 끼워이은 수는 일종의 꾐수. 만약 (참고도1) 흑1로 잡는다면 백2를 선수해서 흑이 A로 찝는 수를 선수 못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흑107,109가 현명한 판단으로 백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다. 백112부터 다시 공격의 나팔을 분다. 흑121은 선수이지만 실수.125,127의 곳에 한 집을 만드는 것이 급했다. 백124가 덩달은 실수로 최후의 패착이다. 당연히 (참고도2) 백1, 흑2를 선수 교환하고 백3으로 둬야 했다. 흑6으로 움직일 때 백A로 도망치면 부호 순서대로 흑D에 끊겨서 수상전이 되는데, 아무래도 이 수상전은 백이 불리하다. 백132로 파호하고는 있지만 모두 어거지 수순이다. 백134로 (참고도3) 1에 둬서 잡으러가는 수는 11까지 흑 대마가 걸린 꼴이지만 흑가를 먼저 두면 백 대마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 그래서 백134로 공격의 방향을 틀어본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9·11’ 참상 담은 영화 논란속 28일 美개봉

    9·11 테러 당시 비행기에서 일어났던 참혹한 상황을 그대로 담은 영화가 오는 28일 미국 전역에서 일제히 개봉된다. 폴 그린그래스가 감독하고, 유니버설사가 제작한 영화 `유나이티드 93´은 테러범들이 승객들의 필사적인 저항으로 목표물 타격에 실패했던 네번째 항공기에서 벌어진 일들을 담고 있다. 9·11 테러범들은 2001년 항공기들을 잇따라 공중 납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충돌했다. 네번째 비행기 유나이티드 93편에는 테러범들을 제외한 총 40명의 승객들이 타고 있었다. 일부 승객은 지상의 가족에게 전화로 기내 상황을 소상하게 전달해 화제를 낳았다.미 언론들은 “영화 수입금의 일부는 ‘유나이티드 93 추모재단’의 기금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길섶에서] 직업의식/우득정 논설위원

    친구 몇명이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실 때였다. 한 친구가 커피 잔에 설탕 대여섯 스푼을 쏟아붓는다. 그러곤 젓지도 않은 채 조심조심 마신다. 커피 잔 바닥에는 찐득찐득한 설탕이 잔뜩 쌓여있다. 지금의 회사로 옮기기 전 제당회사에 근무할 당시 생긴 버릇이란다. 그러자 화학품 공장을 운영하는 한 친구는 목욕탕에 가면 샴푸의 절반 이상을 비운다고 말한다. 자기 회사 재료가 샴푸의 첨가제라는 것이다. 일찍이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것도 샴푸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번엔 제지회사 감사가 나선다.“출퇴근 길에 오가다가 전단지를 나눠주면 반드시 받아 챙기라고.”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냐며 쳐다보자 “종이를 많이 낭비해야 우리 회사 매출이 오르잖아. 나는 똑같은 전단지라도 무조건 챙기고 본다고.” ‘사오정’을 넘어서도 월급쟁이로 붙어 있으려면 필사적으로 악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며 모두 한목소리를 낸다. 그렇다면 일상사에서 나는 회사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악을 쓰고 있나.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 신예의 패기가 돋보인 한판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 신예의 패기가 돋보인 한판

    총보(1∼175) 한종진 6단은 바둑계에서 만능 스포츠맨으로 불린다. 축구, 야구, 농구 등 구기종목은 물론이고 육상, 스키 등 거의 모든 종목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한종진은 프로기사가 아니라, 운동선수가 됐으면 더 대성했을 것이다.´라고 얘기하곤 한다. 이렇게 빼어난 운동 실력 때문에 프로기사들끼리 두 팀으로 나눠서 시합을 하면 그는 항상 경계의 대상이다.2005년 11월에 있었던 현대한국바둑 60주년 기념 체육대회에서도 그는 축구에서 2골을 모두 넣어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농구, 족구 등 시간이 허락하는 한 모든 경기에 참가했다. 드디어 최종 우승이 가려지는 이어달리기가 시작됐고, 그는 당연히 가장 중요한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달렸고, 우승을 목전에 두는 듯했다. 그런데 반바퀴를 남겨 놓고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서 승부를 포기했고, 결국 우승은 상대팀에 넘어갔다. 한6단의 바둑을 보면, 그날의 체육대회가 자꾸 오버랩된다. 한6단은 사실 바둑 실력도 출중하다. 감각도 좋고 수읽기도 빠르며 기재가 번뜩이는 등 천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모두 갖췄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담이 작아서 중요한 시합에서는 자꾸 실수를 해서 역전패를 당하곤 한다. 승부를 대하는 자세가 조금만 더 대범해졌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기사가 바로 한6단이다. 본국의 초반은 역시 한6단이 앞서 나갔다. 평범한 포석으로 출발했지만, 백30의 한방이 날카로워서 백42까지 흑 두점을 잡아서는 일찌감치 백의 우세가 확립됐다. 그러나 이후 너무나 소극적으로 반면 운영을 하여 이후 몇십수 더 두지 않은 상황에서 금방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 재역전을 위해 필사적인 반격을 펼쳤지만 김기용 3단은 이에 굴하지 않고 시종일관 강수로 맞받아쳐서 승리를 지켜냈다. 한6단의 기재보다, 김3단의 패기가 돋보인 한판이다. 175수 끝, 흑 불계승 (104=96,107=101,109=96) (제한시간 각 10분, 초읽기 40초 3회, 덤 6집반) 유승엽 withbdk@naver.com
  • 강현욱지사 돌연 “불출마”… 잠적

    강현욱지사 돌연 “불출마”… 잠적

    여당을 강타했던 ‘강현욱 파문’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강현욱 전북지사는 4일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밝히려던 당초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고 ‘선거 불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강 지사는 이날 이승우 정무부지사가 발표한 성명을 통해 “5·31 지방선거의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며 “그간 출마를 간곡하게 권유한 주위의 많은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강 지사는 또 “지난 46년간 공직생활 동안 도민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으나 이젠 떠날 때가 됐다.”고 사실상의 공직 은퇴 선언을 했다. 이로써 공천을 둘러싸고 여당 소속의 현역 도지사가 탈당하는 초유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당 전체의 선거구도를 뒤흔들 ‘뇌관’이 제거, 당 지도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하지만 강 지사는 이날 일주일간의 휴가원을 낸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 중이다. 뭔가 석연치 않은 ‘뒷맛’이 남아 있는 셈이다. 출마선언을 기다리던 강 지사의 지지자들이 이 정무부지사실로 몰려가 “믿을 수 없다.”며 강하게 항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 지사가 당의 ‘압력’에 굴복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돈다. 하지만 여당 주변의 이야기는 다르다. 최근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탈당 후 무소속 출마설은 강 지사 본인의 의지가 아닌, 측근과 지지자들의 ‘희망사항’이라는 주장이다. 강 지사 본인은 경선 없이 추대 형식의 공천을 희망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아름다운 퇴장’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최규성 전북도당위원장은 “강 지사는 관선·민선지사, 국회의원과 장관까지 지낸 분으로 더 무엇을 바라겠느냐.”고 반문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여러 정당이 의혹을 제기하지만 의혹은 없다. 강 지사에 대한 억측이 정돈되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강 지사 역시 고민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31일 ‘불출마’로 자신의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주말 체육·문화·종교계 인사 등이 도청 집무실로 몰려와 출마를 강권했다. 이들의 간곡한 요구를 뿌리치지 못한 강 지사는 지난 3일 공보관을 통해 출마 의사를 밝혀 당 지도부를 아연 긴장시켰다. 하지만 정동영 의장과 전북 출신 의원들의 필사적 막판 설득 노력이 주효, 불출마로 선회하게 됐다는 후문이다.5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여당 지도부의 절박감이 느껴진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운동회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운동회

    분명 배구경기가 한창인데 관중들은 응원은커녕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그저 방울소리 나는 배구공만 주시할 뿐이다. 선수들은 네트 위로 스파이크를 날리는 게 아니라 바닥으로 공을 굴린다. “삑∼아웃!”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에 한쪽 응원석에서는 “야호∼” 환호성이 오르고 반대쪽에서는 “구야시이(아깝다)∼” 탄성이 터져 나온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있는 국립서울맹학교 강당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체육대회’가 열렸다. 아마 역사상 가장 조용한 한·일전이기도 할 것이다. 이날 체육대회는 서울과 일본 센다이 국제로터리 클럽이 공동주최한 ‘한·일 친선 시각장애인 체육·문화 교류행사’ 중 하나로 열렸다. 일본에서는 이와테현과 미야기현 시각장애인 10명이 참가했다. 대회 종목은 배구와 탁구, 골볼 등 3가지. 배구는 코트에 네트를 낮게 치고 그 밑으로 공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공은 안에다 방울을 넣어 움직일 때마다 소리났다. 선수들이 소리를 통해 공이 오는 방향과 속도 등을 알 수 있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모두 ‘침묵의 응원’을 해야 한다. 관중들은 휴대전화까지 진동으로 바꿔놓고 시합에 집중했다. 공이 바닥에서 왔다갔다 하는 게 고작이지만 주먹으로 강스파이크를 날리기도 하고 서브를 하기도 한다. 선수 6명 중 완전히 앞을 볼 수 없는 학생 3명이 네트 바로 앞에 앉아 공격을 하고 앞이 희미하게 보이는 학생들은 뒤에서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잡는다. 학생들은 손으로 더듬어서 라인의 위치를 확인하고 온몸을 던져 필사적으로 수비를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전국 단위의 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는 서울맹학교 학생들은 일본에서 온 친구들이라고 봐주지 않았다.15점 1세트로 진행된 경기는 15대 10으로 한국팀 승리, 하지만 양팀 모두 얼굴에는 뿌듯한 웃음이 퍼졌다. 경기에 참여한 이와테현립맹학교 기카와 노조미(19·여·보건의료과 2년)는 “한국에 오기 전 클럽에서 연습을 많이 했는데, 서울맹학교 선수들은 굉장한 강적이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한국에 오니 세계가 넓어진 느낌이라 즐겁다.”고 좋아했다. 서울맹학교 이연경(17·고1)양도 “생각했던 것보다 일본 친구들이 굉장히 다정다감하다. 남은 시간도 함께 어울려 재밌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3박4일 일정으로 27일 한국에 온 일본 학생들은 문화 교류와 서울 근교 관광 등을 하고 30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일본 센다이의 국제로터리클럽 2520지구가 친교 10주년을 맞아 서울 강남의 국제로터리 3640지구에 제의해 이뤄졌다. 3640지구 방흥복 사무총장은 “내년에도 교류를 갖는 등 정례화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행사를 영상물로 제작해 미국에 있는 본부에 보내는 등 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알려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설] 선거혁명 비웃는 줄서기·공천잡음

    참여정부 들어 선거풍토가 좋아졌다는 게 일반적 평가였다. 공직선거법이 강화되면서 돈 안 쓰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전 정권에 비해 관권선거 시비도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5·31’ 지방선거를 앞둔 최근의 현상을 보면 선거개혁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갖게 한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중앙·지방정부를 망라해 공무원 선거개입 양태가 심상치 않다. 이번 지방선거부터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받도록 했다. 우리는 정당공천 확대가 선거 분위기를 혼탁으로 몰고갈 수 있음을 수차례 지적했었다. 안타깝게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야 모두 공천 희망자들이 필사적으로 정당 지도부, 공천심사위원,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선을 대려 애쓰고 있다. 돈로비 의혹이 곳곳에서 생겨나면서 한나라당의 경우 중앙당이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공무원 선거개입 논란은 집권여당이 먼저 일으켰다. 출마가 예정된 몇몇 장관들이 사전선거운동 지적과 함께 경고를 받았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당 행사에 공무원들을 대동해 관권선거 물의를 빚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당선 후 자리보장 등을 미끼로 부하직원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하니 지방행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정당가입 금지규정을 어기고 무더기로 특정정당에 가입하거나 당비를 대납한 사례가 적발되었다. 일반 유권자는 후보에게 식사 한끼 얻어먹다가 적발되면 50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공무원들은 금품·향응 수수가 아닌 선거중립 위반의 경우 주의·경고 조치를 받는 데 그친다. 법규정의 미비가 관권선거 시비 및 줄세우기 풍토를 근절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며 지방선거전이 사실상 막이 올랐다. 금품과 관권, 줄세우기가 횡행하는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검찰과 선관위는 입으로만 엄단을 외치지 말아야 한다. 정당은 승리가 목적이겠으나 국민과 역사는 깨끗한 선거를 목표로 한다. 관계자들의 각성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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