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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영화면서 버디무비… 하정우 연기 센스 돋보여” “재난 상황 극복 흥미로워… 이병헌 형 연기는 완벽해”

    “재난영화면서 버디무비… 하정우 연기 센스 돋보여” “재난 상황 극복 흥미로워… 이병헌 형 연기는 완벽해”

    연말 ‘텐트폴’(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로 불리는 ‘백두산’의 흥행이 심상찮다. 개봉 나흘째인 22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00만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2017), ‘극한직업’(2019)과 같은 속도다. ‘백두산’은 백두산의 마지막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해준·김병서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더욱 관심이 쏠린 것은 ‘충무로 대표 배우’ 이병헌(49)과 하정우(41)의 첫 만남이다. 이들을 만나 촬영 뒷얘기, 둘 사이 ‘케미’(케미스트리) 등을 들어 봤다.■ 북한 무력부 소속 요원役 이병헌 “기존 재난영화가 재난 이전 사람들의 삶을 옴니버스 스타일로 보여 주고, 그들이 상황을 해결하고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 줍니다. ‘백두산’은 재난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공동의 목표로 ‘적과 동침을 하는 버디영화’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할까요.”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병헌은 자신이 주연한 영화 ‘백두산’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북한 무력부 소속 요원 리준평을 연기한다. 남한 측 스파이 활동을 하다 발각돼 지하 감옥에 갇히지만, 남한에서 온 특전사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과 함께 백두산 폭발을 막는다. 이병헌은 영화에서 그야말로 팔색조 연기를 펼친다. 전라도 사투리를 썼다가 북한말을 하며, 딸 앞에서는 뜨거운 부성애를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남한 측 폭발물처리반과 능청맞게 농담을 하다 순식간에 서늘한 눈빛으로 돌변한다. 이를 받아내는 다른 주연 배우 하정우와의 합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정우씨는 평소에도 순발력과 유머가 있습니다. 배우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면 행동이 어색하게 굳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하정우씨는 카메라 앞에서도 그 재능을 발휘합니다. 자기만의 센스를 연기에 잘 녹여내는 스타일이죠.” 하정우는 지난 18일 기자시사회에서 이병헌에 대해 “감정 하나하나까지 계산해 연기하는 ‘연기기계’ 같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할까. “굉장히 급박한 신을 찍고서 한 시간 이상 쉬었다가 다시 찍을 때가 있어요. 보통은 감정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죠. 그걸 두고 하정우씨가 ‘감정의 양을 딱 맞춰서 다시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장면과 감정의 적정선을 잘 찾아 연기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그는 규모 큰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해 소규모 영화를 가리지 않고 매년 1~2편의 영화를 찍는다. TV 드라마에서도 맹활약이다. “쉼 없이 달려온 터라 힘들 때도 있지만, 시나리오를 읽다가 재밌다 싶은 것은 무조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내년이면 벌써 데뷔 30년이다. 그래도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끝없다. ‘굳이 쉬려 하지 말자’, ‘나는 못 한다는 생각도 하지 말자’면서 자신을 다독이기도 한다. “좋은 시나리오를 받으면 ‘좀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를 더 먹기 전까지 액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한다”고도 했다. “존경하는 배우는 많습니다. 하지만 선배들을 롤모델로 정하지는 않았어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연기하고 어떻게 나이 든 배우가 될지 저 자신도 궁금하긴 합니다. 지금은 좋은 작품을 만나고, 그 속에서 연기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북한에 급파된 특전사 대위役 하정우 배우 하정우의 수식어 중 하나가 ‘재난 영화 장인’이다.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서 테러범의 협박을 받는 뉴스 앵커, ‘터널’(2016)에서는 개 사료를 먹으며 버티는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이었다. 이번 ‘백두산’에서는 전역을 앞두고 북한에 급파된 특전사 대위 조인창 역이다. 왜 재난영화에 등장한 그는 그토록 인상적일까.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꺼내 들어 설명했다. “차 안에 갇혀서 고통받더라도 일단은 적응하고 이겨낼 방법을 찾아봐야 하잖아요. 긍정적인 하정우라면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낼까…. 그런 제 태도나 해석을 흥미 있어 하시는 게 아닐까요.” 함께 백두산 폭파 작전에 나선 북한 무력부 요원 리준평(이병헌 분)에 비해 어딘가 모르게 허당에 ‘쫄보’인 조인창의 인간적인 면은 그가 직접 설정했다. “‘인간 병기’인 리준평의 완벽함과 대비도 되고요. 어느 지점부터 인물이 상황에 적응해서 성장해 나간다면 재밌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더록’(1996)에서 생화학무기 전문가로 활약한 니컬러스 케이지를 참고했다. “니컬러스 케이지가 감옥 가는 수송기 안에서 다리를 떠는 모습이 나와요. 캐릭터를 굉장히 가성비 있게 잘 표현한 장면입니다.” 하정우는 영화 공동 제작자이기도 하다. 이병헌, 마동석, 배수지 등 영화의 화려한 캐스팅은 그의 힘이 컸다. 마동석은 ‘신과 함께- 인과 연’ 프로모션차 방문한 대만의 한 호텔방에서 맥주 한 잔에 섭외했고, 이병헌은 ‘미스터 션샤인’을 한창 촬영할 당시 전화를 걸어 재촉했다. 이렇게 이루어진 충무로 대표 배우의 만남. ‘강대강’일 것 같은 둘의 케미는 의외로 부드러운 데가 있다. 영화 중반부 장갑차를 세워 두고 밖에서 소변 보는 리준평과 차 내부에서 필사적으로 수갑을 푸는 조인창의 ‘티키타카’는 거의가 다 애드리브다. 실상 촬영은 다른 세트에서 찍었다. “병헌이 형이 찍은 걸 보니 애드리브를 많이 쳤더라고요. 그 변주를 보고서 저도 다시 했죠.” 능청에 능청을 거듭하는 아재 개그의 향연에, 긴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피식’ 웃음이 난다. 뜻밖에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아내 지영(배수지 분)과의 애정신이다. 볼을 만지고, 혀 짧은 목소리로 애칭을 부른다. “연기할 때는 민망하고, 나중에 봤을 땐 오글거렸어요. 제 스타일 아닌데”라고 웃으면서도 찍고 싶은 영화는 늘 ‘로맨틱 코미디’란다. “일반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본 지 너무 오래돼서. ‘멋진 하루’(2008)에 나왔던 병운이 같은 사람, 다시 연기해 보고 싶네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재난영화면서 버디무비…하정우 연기 센스 돋보여“ “재난 상황 극복 흥미로워…이병헌 형 연기는 완벽해”

    “재난영화면서 버디무비…하정우 연기 센스 돋보여“ “재난 상황 극복 흥미로워…이병헌 형 연기는 완벽해”

    연말 ‘텐트폴’(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로 불리는 ‘백두산’의 흥행이 심상찮다. 개봉 나흘째인 22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00만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2017), ‘극한직업’(2019)과 같은 속도다. ‘백두산’은 백두산의 마지막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해준·김병서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더욱 관심이 쏠린 것은 ‘충무로 대표 배우’ 이병헌(49)과 하정우(41)의 첫 만남이다. 이들을 만나 촬영 뒷얘기, 둘 사이 ‘케미’(케미스트리) 등을 들어 봤다.■ 북한 무력부 소속 요원役 이병헌 “기존 재난영화가 재난 이전 사람들의 삶을 옴니버스 스타일로 보여 주고, 그들이 상황을 해결하고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 줍니다. ‘백두산’은 재난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공동의 목표로 ‘적과 동침을 하는 버디영화’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할까요.”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병헌은 자신이 주연한 영화 ‘백두산’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북한 무력부 소속 요원 리준평을 연기한다. 남한 측 스파이 활동을 하다 발각돼 지하 감옥에 갇히지만, 남한에서 온 특전사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과 함께 백두산 폭발을 막는다. 이병헌은 영화에서 그야말로 팔색조 연기를 펼친다. 전라도 사투리를 썼다가 북한말을 하며, 딸 앞에서는 뜨거운 부성애를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남한 측 폭발물처리반과 능청맞게 농담을 하다 순식간에 서늘한 눈빛으로 돌변한다. 이를 받아내는 다른 주연 배우 하정우와의 합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정우씨는 평소에도 순발력과 유머가 있습니다. 배우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면 행동이 어색하게 굳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하정우씨는 카메라 앞에서도 그 재능을 발휘합니다. 자기만의 센스를 연기에 잘 녹여내는 스타일이죠.” 하정우는 지난 18일 기자시사회에서 이병헌에 대해 “감정 하나하나까지 계산해 연기하는 ‘연기기계’ 같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할까. “굉장히 급박한 신을 찍고서 한 시간 이상 쉬었다가 다시 찍을 때가 있어요. 보통은 감정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죠. 그걸 두고 하정우씨가 ‘감정의 양을 딱 맞춰서 다시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장면과 감정의 적정선을 잘 찾아 연기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그는 규모 큰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해 소규모 영화를 가리지 않고 매년 1~2편의 영화를 찍는다. TV 드라마에서도 맹활약이다. “쉼 없이 달려온 터라 힘들 때도 있지만, 시나리오를 읽다가 재밌다 싶은 것은 무조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내년이면 벌써 데뷔 30년이다. 그래도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끝없다. ‘굳이 쉬려 하지 말자’, ‘나는 못 한다는 생각도 하지 말자’면서 자신을 다독이기도 한다. “좋은 시나리오를 받으면 ‘좀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를 더 먹기 전까지 액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한다”고도 했다. “존경하는 배우는 많습니다. 하지만 선배들을 롤모델로 정하지는 않았어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연기하고 어떻게 나이 든 배우가 될지 저 자신도 궁금하긴 합니다. 지금은 좋은 작품을 만나고, 그 속에서 연기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북한에 급파된 특전사 대위役 하정우배우 하정우의 수식어 중 하나가 ‘재난 영화 장인’이다.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서 테러범의 협박을 받는 뉴스 앵커, ‘터널’(2016)에서는 개 사료를 먹으며 버티는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이었다. 이번 ‘백두산’에서는 전역을 앞두고 북한에 급파된 특전사 대위 조인창 역이다. 왜 재난영화에 등장한 그는 그토록 인상적일까.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꺼내 들어 설명했다. “차 안에 갇혀서 고통받더라도 일단은 적응하고 이겨낼 방법을 찾아봐야 하잖아요. 긍정적인 하정우라면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낼까…. 그런 제 태도나 해석을 흥미 있어 하시는 게 아닐까요.” 함께 백두산 폭파 작전에 나선 북한 무력부 요원 리준평(이병헌 분)에 비해 어딘가 모르게 허당에 ‘쫄보’인 조인창의 인간적인 면은 그가 직접 설정했다. “‘인간 병기’인 리준평의 완벽함과 대비도 되고요. 어느 지점부터 인물이 상황에 적응해서 성장해 나간다면 재밌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더록’(1996)에서 생화학무기 전문가로 활약한 니컬러스 케이지를 참고했다. “니컬러스 케이지가 감옥 가는 수송기 안에서 다리를 떠는 모습이 나와요. 캐릭터를 굉장히 가성비 있게 잘 표현한 장면입니다.” 하정우는 영화 공동 제작자이기도 하다. 이병헌, 마동석, 배수지 등 영화의 화려한 캐스팅은 그의 힘이 컸다. 마동석은 ‘신과 함께- 인과 연’ 프로모션차 방문한 대만의 한 호텔방에서 맥주 한 잔에 섭외했고, 이병헌은 ‘미스터 션샤인’을 한창 촬영할 당시 전화를 걸어 재촉했다. 이렇게 이루어진 충무로 대표 배우의 만남. ‘강대강’일 것 같은 둘의 케미는 의외로 부드러운 데가 있다. 영화 중반부 장갑차를 세워 두고 밖에서 소변 보는 리준평과 차 내부에서 필사적으로 수갑을 푸는 조인창의 ‘티키타카’는 거의가 다 애드리브다. 실상 촬영은 다른 세트에서 찍었다. “병헌이 형이 찍은 걸 보니 애드리브를 많이 쳤더라고요. 그 변주를 보고서 저도 다시 했죠.” 능청에 능청을 거듭하는 아재 개그의 향연에, 긴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피식’ 웃음이 난다. 뜻밖에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아내 지영(배수지 분)과의 애정신이다. 볼을 만지고, 혀 짧은 목소리로 애칭을 부른다. “연기할 때는 민망하고, 나중에 봤을 땐 오글거렸어요. 제 스타일 아닌데”라고 웃으면서도 찍고 싶은 영화는 늘 ‘로맨틱 코미디’란다. “일반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본 지 너무 오래돼서. ‘멋진 하루’(2008)에 나왔던 병운이 같은 사람, 다시 연기해 보고 싶네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용감한 인도 여성들, 경찰이 남성 무차별 구타하자 ‘인간방패’로

    용감한 인도 여성들, 경찰이 남성 무차별 구타하자 ‘인간방패’로

    사정 없이 휘두르는 경찰의 막대기를 맞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남성을 보호하는 용감한 인도 여성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의 시민권 개정 법안(CAA) 강행 움직임에 맞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지난 15일 수도 델리의 자미아 밀리아 대학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샤힌 압둘라란 남성이 진압복에 헬멧까지 갖춘 경찰관들에 의해 끌려 나가자 젊은 여성들이 인간방패를 만들어 보호했다. 라디다 파르자나(22)는 다음날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친구를 보호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치는 일분도 안돼 끝났지만 경찰의 잔인한 시위 진압 방식을 폭로하기에 그만인 동영상이다. BBC에 따르면 다음날 압둘라의 얼굴은 베인 상채기로 가득했다. 그런데도 그는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압둘라는 “우리(와 동영상)에 대한 것만 아니라 이 법이 실행되면 어찌 될 것인지” 봐야 한다며 “나와 이 소녀들에게만이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무슬림에게 벌어질 일”이라고 개탄했다. 라디다 역시 주민들에게 “제발 깨달아 거리로 나와 함께 어울려 이 문제에 맞서 싸우자. 이건 우리의 의무”라면서 “우리가 얘기하지 않으면 누가 얘기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인도 야당과 시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반무슬림 정책이 강화돼 대규모의 이민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 법안은 힌두와 시크, 불교와 자인, 파르시, 기독교 등 여섯 종교 신도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박해를 받다가 탈출한 전력이 입증되면 시민권을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무슬림은 제외된다. 다만 현행 11년이 아니라 6년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북동부 아삼주에는 200만명이 넘는 무슬림 이민자가 시민권을 얻지 못한 채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을 국경 밖으로 내쫓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5일 델리의 시위 인파는 이전보다 많이 줄어 경찰과 시위대원 합쳐 50명 정도만 병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시 적어도 세 명이 경찰이 발포한 총탄에 다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유엔 인권사무실은 의회 승인을 이미 거친 이 법안이 본질적으로 차별적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BJP 정부는 종교적 편견 없이 종교적 박해를 피해 달아난 이들을 수용하는 데 목적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 세 나라의 소수 종교 출신이 아니란 이유로 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무슬림들은 인도가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디다와 친구들은 이 법안의 궁극적인 목표는 너무도 분명하다며 “CAA가 무슬림을 몰아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이 인도의 세속적인 전통들과 충돌할 것을 우려하는 비무슬림 학생들까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대학 캠퍼스 안에까지 들어가 출입문을 부수고 도서관에 최루 가스를 살포하는 등 엄격한 진압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트럼프 탄핵안 美하원 법사위 통과, 다음주 본회의 표결, 역대 네 번째

    트럼프 탄핵안 美하원 법사위 통과, 다음주 본회의 표결, 역대 네 번째

    미국 하원 법사위가 13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가지 혐의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다음주 하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게 됐다. 역대 네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탄핵 표결을 앞둔 대통령이 됐다. 하원 법사위는 전날 14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넘어온 권력 남용과 의회방해 혐의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이날 단 10분의 토론을 끝내고 곧바로 표결에 들어가 두 가지 혐의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모두 찬성 23명, 반대 17명으로 처리한 뒤 하원 본회의로 넘겼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촉발된 탄핵소추안은 여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의 본격적인 표 대결에 들어갔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다음주 본회의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상원의 탄핵 심판 절차로 넘어간다. 하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석이어서 부결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유 가운데 권력 남용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때 4억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고리로 정적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조사를 압박했다는 혐의를 가리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의 탄핵 조사 착수 이후 행정부 인사들에게 조사 비협조를 지시한 행위 등에 대해 의회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로이터 통신은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을 인용해 하원이 오는 18일 탄핵 토론을 진행하는 것을 잠정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탄핵소추안은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을 통과할 전망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상원에서 탄핵 심판을 진행한다. 그러나 상원의 100석 가운데 공화당이 53석으로 다수당이어서 부결 전망이 우세하다. 하원은 과반 찬성이 필요한 반면, 상원은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밤 폭스뉴스에 출연해 “대통령이 직에서 쫓겨날 가능성은 0%”라며 상원에서 공화당의 이탈자가 없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원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정략적 목적에서 탄핵을 진행한다고 맹비난하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섰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법사위 탄핵소추안 처리 후 “하원 법사위에서 탄핵조사의 필사적인 위선이 수치스럽게 끝났다”며 “대통령은 하원에서 불명예스럽게도 계속 부정된 공정한 대우와 합당한 절차를 상원에서 받기를 기대한다”고 하원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의회의 탄핵 표결에 직면한 네 번째 대통령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돼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4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하원이 표결하기 직전 사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민주당이 탄핵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고 있다”며 “언젠가 민주당 대통령이 있고 공화당 하원이 있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이를 기억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마녀사냥이자 가짜, 속임수”라며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고 결백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언급한 뒤 탄핵이 정치적으로 좋다면서 절차가 짧든, 길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는 사기꾼인 내부고발자를 보고 싶기 때문에 긴 절차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상원에서 공화당이 결정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황교안 “실세측근 농단, 대통령이 모를 수 있나”

    황교안 “실세측근 농단, 대통령이 모를 수 있나”

    ‘文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진상조사본부 현판식’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청와대 ‘하명 수사’와 ‘감찰 무마’ 의혹 등에 대해 “실세 측근들이 개입한 국정농단이 벌어지고 있는데, 왼팔 오른팔이 범하는 이런 불법 게이트를 어떻게 대통령이 모를 수 있었겠나”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 공격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文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진상조사본부 현판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친문(친문재인) 세력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전리품 마냥 쥐락펴락한 결과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제치고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이 과연 청와대 안에 있나. 누가 몸통이고 정점이겠나”라며 “진상조사본부가 끝까지 추적해서 한 점 의혹 없이 낱낱이 밝혀서 책임져야 할 사람은 대가를 치르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단순히 대통령 측근 한두명이 범한 개인 비리가 아니다. 정권의 비리”라며 “개인 일탈에서 비롯된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진짜 국정농단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 예산안 처리에 대해서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까지 주고받기 위해 야합을 꾸민 것”이라며 “국정농단 등 청와대발 악재를 은폐하고 게이트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을 감싸기 위한 초유의 헌정 유린 폭거를 자행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지금 친문 세력들이 필사적으로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 검찰을 겁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면서 “검찰이 자기들을 수사한다고 특검하겠다고 협박하는 극악무도한 정권, 일말의 양심도 없는 파렴치한 집단이다. 권력에 만취해 법과 국민을 우습게 여기면서 어떤 말로를 겪게 되는지 뼈저리게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곽상도 의원을 총괄본부장 겸 ‘유재수 감찰농단’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또 ‘청와대의 울산시장 불법 선거개입 의혹 진상조사특위’와 ‘우리들병원 금융농단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에는 주광덕, 정태옥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두 작가가 말하는 ‘왜 떡볶이인가’

    두 작가가 말하는 ‘왜 떡볶이인가’

    지난해 당시로서는 무명 작가의 에세이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을 때, 책의 흥행을 말하는 여러 분석 중 하나는 ‘제목’이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말에 다수가 공감했다는 것, 즉 떡볶이의 힘이라는 것이다. 왜 한국인들은 그렇게나 떡볶이를 좋아할까. 하고 많은 것 중에 왜 떡볶이일까. 최근 출간된 본격 떡볶이 덕후가 쓴 에세이 두 권이 우리에게 힌트를 줄 법하다. ‘아무튼, 떡볶이’(위고)와 ‘떡볶이가 뭐라고’(뜻밖)이다. 그들의 주장 중 공통된 것을 하나 고르자면 우리는 떡볶이가 만드는 분위기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오은 시인의 시집 제목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처럼. ●뮤지션 요조 “인간적으로 떡볶이를 너무 과잉 섭취한 것 같다” 책방 주인이자 도서 팟캐스트의 진행자,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인 요조가 쓴 ‘아무튼, 떡볶이’는 “인간적으로 그동안 떡볶이를 너무 과잉 섭취한 것 같다”는 덕후의 ‘떡볶이 썰’이다. 요조의 본명인 ‘신수진 어린이’일 때부터 뮤지션 ‘신요조’가 되기까지 인생의 순간순간 그는 늘 떡볶이와 함께 했다. 가족 외식의 단란한 기쁨을 처음 맛보았던 순간에도(‘단란한 기쁨’), 새로 이사한 동네와 수줍게 안면을 트는 순간에도(‘제보를 기다린다’), 처음으로 용기를 내 식당에서 음식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던 그 자리에는(‘오래오래 살아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꼭꼭 떡볶이가 있었다. 지금은 유명 프랜차이즈가 된 ‘미미네 떡볶이’에 얽힌 추억이 그 가운데 눈에 띈다. ‘그러나 나는 옛날 ‘미미네 떡볶이’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을 이제 영원히 먹을 수 없다. ‘분위기’ 말이다.’(14쪽. ‘떡정, 미미네’) 그 옛날 작고 소박했던 ‘미미네’에서 작가는 홀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홀로 책방에서 시집을 고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거나 혹은 그 어떤 생각도 필사적으로 하지 않는 상태를 누렸다고 적었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어찌 됐든 결국 더욱 자신다움으로 단단해진 채 거리로 나오게 된다’(14쪽) 그 같은 혼밥의 추억을 가능케 하는 음식이 떡볶이라는 요물이라는 말이다. ●에세이스트 김민정 “떡볶이는 동기 부여에 가장 적절한 음식”‘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도 살아야겠다는 동기 부여이고, 떡볶이는 어느 계절에든 동기 부여에 가장 적절한 음식이다.’(19쪽, ‘봄날의 떡볶이를 좋아하시나요?’) 도쿄에서 살며 일본어 번역과 에세이를 쓰는 김민정 작가의 에세이 ‘떡볶이가 뭐라고’는 이렇게 말한다. 외국에 살아서 떡볶이가 더 절절한 작가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떡볶이는 그 자체로 이유”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작가가 털어놓는 떡볶이와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가 이유를 대신한다. ‘대체 떡볶이란 뭘까? 모든 장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차마 버릴 수 없는 꿈을 이야기할 때,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을 때, 말없이 눈짓으로 상대를 이해한다고 말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166쪽, ‘마녀의 요리들’) 이 모든 상황에 어색하지 않은 음식 떡볶이의 탄생은 고추장, 떡, 오뎅이면 되는 구성의 심플함에 매우면서도 달달한 묵직한 존재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맛과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한 조리법, 저렴함 등이 한몫 할 것이다. 떡볶이가 좋은 이유야 작가들 말처럼 ‘말해 뭐해’이고, 그러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를 다시 떠올려본다면 ‘분위기=떡볶이’라고 해도 무방할 법 하다. 떡볶이는 모든 분위기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여성 혐오에 던지는 날카로운 ‘책’&‘창’ 각자가 품을 강인한 언어와 재료

    여성 혐오에 던지는 날카로운 ‘책’&‘창’ 각자가 품을 강인한 언어와 재료

    정해진 원칙이나 규칙 같은 건 없다. 거창한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페미니즘 책만을 출간한다’는 하나의 약속만 있을 뿐이다. 2016년 5월 17일 발생한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두 달 뒤 문을 연 ‘봄알람’은 여성 혐오에 함께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여성들이 만든 출판사다.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은 ‘현실에 즉각적으로 개입해 여성의 삶을 바꾸어낼 수 있는 시도를 하자’는 신조 아래 지난 3년간 여성들이 주목해야 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책으로 펴내고 있다.봄알람의 시작은 필연적인 우연에서 비롯됐다. 강남역 살인 사건 직후 혐오와 막말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위한 대화 매뉴얼을 책자 형태로 만들고 싶었던 이민경 작가는 온라인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에 도움을 청했다. 이 작가의 취지에 공감한 우유니게 디자이너와 이두루 편집자, 정혜윤 마케터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고 집필과 디자인, 편집을 동시에 진행했다. 합작의 결과물은 봄알람의 시작을 알리는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이하 입트페)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판매한 이 책은 자신을 ‘강남역 세대’라고 지칭하는 20~30대 여성과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입문하게 된 10대들에게 두루 읽히며 예상 밖의 화제를 모았다. 여성들의 연대 의지와 변화를 향한 열망을 확인한 네 사람은 직후 출판사를 세워 본격적으로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이들이 펴낸 책은 총 11권이다. 역사에서 지워진 수많은 여성의 계보를 따라가는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외롭지 않은 페미니즘’(2016)을 비롯해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의미를 분석한 ‘메갈리아의 반란’(2016), 성별 임금격차에 대해 자세히 짚은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2017), 유럽 5개국 낙태권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유럽낙태여행’(2018) 등 주제도 다양하다. 봄알람은 지난 7월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3인 체제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그 과정에서 출판사의 존재 의미를 되돌아봤다는 봄알람은 로고에도 변화를 줬다. 여성 혐오에 지친 여성들을 위로하는 책을 펴낸다는 의미의 폭신폭신한 쿠션 이미지는 좀더 뽀족한 이미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가부장제와 여성 혐오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을 만들어 각자 품에 품은 창이 돼 줄 강인한 언어이자 재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여성과 연대하는 출판사’ 봄알람의 운영진 우유니게 디자이너, 이두루 편집자, 이민경 작가를 만나 봄알람의 지난 3년을 돌아봤다.[시작&진화] -‘봄알람’(Baume a l’ame)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우유니게 “프랑스어로 ‘마음의 연고’, ‘영혼의 안식’이라는 뜻이에요. 강남역 살인 사건이 있었던 당시에 저를 포함해 많은 여성들이 상처받고 지쳐 있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또 위로가 되고 싶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이름을 택하게 됐습니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알람’이라는 의미의 한국말처럼 들리기도 하고요.” -각자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을 인식하게 된 개인적인 순간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이민경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화는 2012년 무렵부터였지만 강남역 살인 사건이 페미니즘 운동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됐어요.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과 같은 위기에 놓여 있는 여성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연대감이 저를 추동한 감정이었습니다.” 이두루 “‘남초’ 학과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남자들은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남자들은 왜 저럴까’로 바뀌었어요. (남녀 사이에) 인간으로서의 어른스러움 같은 됨됨이의 격차가 갈수록 심하게 벌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에 나가니까 그게 더 심해지더라고요. 남자들은 좋은 대우를 받고 상대적으로 태평하게 사는 반면 여자들은 늘 실력 있고 사려 깊은 동시에 겸손하면서 ‘남자들한테 잘하기’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죠. 이런 차이의 원인을 초봉이나 승진 차별 같은 것과 엮어서 성차별이라는 구조의 문제로 호명하게 됐습니다. 성차별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이후 메갈리아가 나오면서 점점 각성의 언어를 얻게 됐어요.” 우유니게 “저도 메갈리아가 생겼을 때 제 삶에 많은 지각변동이 있었어요. 소위 ‘미러링’이라고 불리는, 성별을 반전시킨 언어들을 보며 뒤통수를 맞은 듯 인식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가부장제와 성적 대상화, 차별 범죄 등에 대해 보다 세세하게 감지하기 시작했어요.” [‘입트페’&호신술] 봄알람이 지속적으로 페미니즘 책을 출판하는 동력이 된 건 첫 책 ‘입트페’다. 책은 여성들이 성차별을 주제로 한 각종 대화에서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고 시원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성차별 회화 실전 대응 매뉴얼’이다. 쏟아지는 온갖 막말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호신술’이 필요했던 여성들은 이 책에 크게 응답했다. 3주 동안 텀블벅을 통해 후원받은 금액만 4400여만원이다. 당초 목표액으로 정한 200만원의 22배에 달한다. 2016년 7월 출간 이후 43쇄를 찍었고 누적 판매 부수 6만 3000부를 넘겼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며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함께 한국의 대표 페미니즘 도서로 조명받고 있다. -첫 책 ‘입트페’의 인기가 대단했죠. 이두루 “강남역 살인 사건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생존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잖아요. 여성들은 당장 너무 괴로운데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오히려 ‘이게 왜 여성 혐오 범죄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니까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그래서 평소에 책을 찾아보지 않던 사람들도 이 책을 읽은 것 같아요.” 이민경 “그때 여성들의 집단적인 열망과 열정이 있었던 거죠. 저희도 그 열망의 일부였고요.” -일본에서는 어떤 계기로 이 책이 출간됐나요. 이두루 “일본 출판사 타바북스 사장님이 한국에 독립서점들이 잘 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러 왔는데 어떤 독립서점에서 저희 책 ‘입트페’를 보신 거예요. 근데 다음 독립서점에 갔는데도 또 있더래요. 계속 눈에 걸리니까 어떤 책인지 알아보고 재밌다 싶어 사가셨는데 그 이후에 저희에게 판권을 사겠다고 연락을 하셨더라고요.” 이민경 “‘82년생 김지영’과 ‘입트페’ 두 책이 일본에서 페미니즘에 입문하는 데 읽기 좋은 도서로 분류된대요. 최근에 제가 일본에서 북토크 행사에 참여했었는데 일본인들에게 듣기로 일본에서도 대중적 페미니즘이 시작되려는 분위기래요. 보통 한국을 참조 집단으로 삼는다고 하더라고요.”[현실&이슈] 구성원들의 표현에 따르면 봄알람은 “현실에 즉각적으로 접속하는 편”이다. 연간 계획을 세워두고 그 흐름에 따르기보다는 시의성 있는 기획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매번 현재와 미래를 빠르게 반영한 책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봄알람은 조직을 개편한 이후 첫 책으로 호주의 생물학자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레나트 클라인이 쓴 ‘대리모 같은 소리(원제 ‘대리모:인권 침해’)’를 번역·출간했다. 국내에서 대리모 이슈를 다룬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책들을 많이 선보이는데 기획은 어떻게 하나요. 이민경 “‘입트페’를 예로 들면 강남역 살인 사건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아드레날린 같은 게 있었잖아요. 그게 뭔가를 떠오르게 했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비전 같은 것도 보였던 것 같아요. 이런 게 막 끓어오를 때 담아두지 않고 바로바로 (책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이두루 “유민석 작가가 쓴 ‘메갈리아의 반란’은 시의적이기도 했지만 메갈리아는 기록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출간할 가치가 있다’는 점만 팀원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출간으로 이어지는 편이죠. 결재를 받기 위한 구조가 많지도 않고 사장이 저희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으니까요.” 우유니게 “사실 저희에게 필요한 내용이 엄청 많아요. 다 필요한 주제이고 아직 안 나온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요. 저희끼리 ‘이거 어때, 해볼까’ 하면 보통 필요한 이야기거든요.” -최근 출간한 ‘대리모 같은 소리’는 어떤 점에서 현재 주목해야 하는 책인가요. 이민경 “저는 임신중지와 관련한 번역을 많이 했어요. 여성의 몸 사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임신과 출산 문제예요. 사실 한국 이성애 불임 부부들도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대리모를 많이 쓰거든요. 서울의 한 대형병원만 해도 대리모를 생명을 낳게 해 주고 불임을 해결해 주고 부부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언어로 잘 포장하고 있더라고요. 부각이 안 됐을 뿐이지 대리모 이슈가 한국 사회에 이미 도착한 거죠. 여성들이 교양으로 학습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한 사유를 넓히기 위해서 꼭 필요한 책입니다.” [출판사&활동가] 봄알람은 출판사이지만 책을 매개로 여성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활동가 집단’이기도 하다. 하나의 정치체로서 출판이라는 형식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들과의 연대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여성주의 단체 ‘페미당당’과 임신중단이 불법인 나라에 안전한 임신중단 약물을 보내주는 웹사이트로, 네덜란드 의사 레베카 곰퍼츠가 만든 ‘위민 온 웹’ 등과 함께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퍼포먼스 시위에 참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페미니즘 책을 꾸준히 내는 건 세상에 한 권의 책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일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보입니다. 이두루 “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언어와 지식이 편집을 거친 형태로 많이 나오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말과 앎이 현재의 명백한 성불평등을 바로잡는 데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많은 면에서 여성은 ‘2등 시민’이고 소수자인 엄연한 현실을 계속 얘기하면서 깨우치지 않으면 여성들도 불평등을 끊임없이 기본값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여성의 입장에서 사회를 보고 말하고 생각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쭉 해야 돼요. ‘남자들을 위한 페미니즘 책은 안 내냐’는 질문도 받곤 하는데 현재로서 거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우유니게 “‘여성 인권 즉 내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게 저의 기본 태세에요. 책을 펴내는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 봄알람의 책들이 다루는 이슈들이 더 가시화되고 더 많은 사람들 입에 올려지기를 바랍니다. 그런 와중에 연계된 활동이나 연대 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출판사이면서 활동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람&희망] -장기적인 관점에서 봄알람이 지향하는 바가 있나요. 이두루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저희 책이 읽혔으면 해서요. 또 고정 독자층을 늘려 가고 싶어요. ‘입트페’ 나왔을 때처럼 뜨겁고 격렬한 반응이 아니더라도 저희가 내는 책을 보면서 저희 콘텐츠에 신뢰를 가지고 ‘봄알람 책 괜찮다’고 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우유니게 “2017년에 출간한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는 사실 주목을 많이 못 받았어요. 출간 당시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지 않아서 의아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흐름을 보면 여성의 임금 문제나 노동 문제, 고용 차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는 것 같아요. 저희가 낸 책이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참고할 만한 자료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민경 “저는 봄알람에서 기획과 집필을 맡고 있잖아요. 근데 아이디어가 있어야 기획도 잘할 수 있거든요. 기획은 무언가를 포착해야 하는데 포착력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더라고요. (세상에 대한) 개방성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제 목표예요. 세상에 대한 흥미도 잃지 않고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黃·羅 “패트 지도부 책임”에도 불안한 의원들

    黃·羅 “패트 지도부 책임”에도 불안한 의원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나경원 원내대표의 검찰 조사 이후에도 나머지 59명 의원의 조사 불응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지도부의 정치적 약속이 사법적 면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어서 의원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당내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나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검찰에 다녀오면서 왜 우리가 필사적으로 패스트트랙 상정을 막아야 했는지 다시 확신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남부지검에 출석해 8시간 4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조사 여부 방침에 대해 “그동안 얘기해 온 것과 다르지 않다”며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의원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자꾸 불을 지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황교안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당 대표가 모든 것을 책임질 테니 다른 분들은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며 “의원들이 지혜로운 판단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출석 금지령이다. 하지만 지도부의 이러한 방침에도 일부 의원은 개별 출석을 검토 중이다. 지도부의 약속만 믿고 있다가는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법조인 출신 중진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내년 4월 총선까지 절대 1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지도부 판단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계속 소환에 불응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검찰의 소환 압박뿐 아니라 총선 공천을 두고 경쟁하는 한국당 소속 원외 인사들의 공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당끼리 경쟁이 심한 지역구에서 패스트트랙 고소를 거론하는 비방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당내 경쟁자들이 수사 대상 의원들을 향해 ‘저 사람은 패스트트랙 때문에 처벌받을 사람’이라며 당원, 지역구 주민들을 호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라디오에서 “(한국당의 국회 선진화법 위반은) 중한 법률적 위반”이라며 “당연히 징역형 이상의 구형과 선고가 내려져야 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뮤지컬 ‘원스’의 열세살 배우 로렐 그릭스, 천식으로 짧은 생 마쳐

    뮤지컬 ‘원스’의 열세살 배우 로렐 그릭스, 천식으로 짧은 생 마쳐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원스’에 이방카 역으로 출연해 낯익은 열세 살 배우 로렐 그릭스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인이 천식 발작 끝에 마운트 시나이 병원에로 후송됐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소생시키지 못했다고 할아버지 데이비드 리블린이 10일 일간 뉴욕포스트 등에 털어놓았다. 리블린은 전날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세상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했던 진짜 공주를 잃었다”며 “연기란 어릴 적부터의 꿈이 실현되기 시작했고 미래를 위한 큰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리블린은 나아가 고인의 장례식이 7일 뉴욕의 파크 웨스트 리버사이드에서 진행됐으며 고인의 유해는 뉴 몬트피오레 공동묘지에 안장됐다고 밝혔다. 리블린은 지난 6일 “무거운 심정으로 이 슬픈 소식을 공유하게 됐다. 우리 예쁘고 재능 넘치는 손주딸 로렐 그릭스가 엄청난 천식 발작 끝에 갑자기 세상을 떴다. 마운트 시나이 병원 의료진이 필사적으로 살리려 애썼으나 이제 그녀는 천사와 함께 있다”고 트위터에 적은 일이 있었다. 그릭스는 여섯 살이던 2013년 롭 애시퍼드의 뮤지컬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에 폴리 역으로 출연해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이 작품에서 스칼랫 요핸슨과 호흡을 맞췄는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그녀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뮤지컬 ‘원스’의 이방카였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7개월 출연했다. 2016년에는 로맨틱 코미디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스티브 카렐, 블레이크 라이블리,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쟁쟁한 배우들과 공연했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도 여러 번 출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나의 나라’ 우도환, 처절한 몸부림+애틋 눈빛 “국보급 맴찢캐”

    ‘나의 나라’ 우도환, 처절한 몸부림+애틋 눈빛 “국보급 맴찢캐”

    ‘나의 나라’ 우도환이 절절한 감정을 폭발시켰다. 우도환은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연출 김진원, 극본 채승대)에서 권력 다툼의 소용돌이 속 사투를 벌이는 남선호 역을 맡았다. 가슴을 미어지게 만드는 우도환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남선호를 ‘아픈 손가락’이라면서 남선호의 향방에 궁금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일 방송된 9회에서 선호는 가슴에 칼을 맞아 쓰러진 휘(양세종 분)를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더 이상 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결단했지만 휘의 죽음 앞에 또다시 무너졌다. 우도환의 폭발적인 감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듯 텅 빈 표정은 물론 애틋한 눈빛과 발악하는 몸부림이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선호는 남전(안내상 분)에게서 휘와 연(조이현 분)을 필사적으로 지켰다. 연이를 지키기 위해 선호와 휘가 힘을 합쳐 싸우는 장면은 짜릿함을 유발하기도. 휘와 연을 위하는 선호의 진심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찢어지게 만들었다. 극 초반 고운 사극 비주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우도환은 점차 남선호의 감정선에 집중하도록 이끌었다. 서얼 팔자의 설움으로 악에 바쳐 이를 뒤집으려고 하지만 사람과의 정에 망설이고 갈등하는 복잡한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캐릭터를 선과 악으로 구분 짓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두고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내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이 날 우도환이 보여준 절절하고 처절한 연기는 애잔함을 절정에 달하게 했다. 수 없는 갈등 끝에 터진 감정은 극의 몰입도를 더욱 끌어올렸고 안방극장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특히 휘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기쁨과 안도로 울컥한 남선호의 감정을 섬세한 표정 연기로 그려내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이처럼 우도환이 볼수록 애잔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JTBC ‘나의 나라’는 우도환을 비롯해 양세종, 김설현, 김영철, 안내상 그리고 장혁 등이 출연하며, 오늘(2일) 밤 10시 50분 10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람이 만든 지옥 한복판에서 짓뭉개진 인간성을 목격하다

    사람이 만든 지옥 한복판에서 짓뭉개진 인간성을 목격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이 주요 미 해군 기지와 조선소가 있는 진주만을 폭격한다. 불시의 공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미군은 본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든다. ●스무살에 참전… 저자가 본 전쟁의 의미는 신간 ‘태평양 전쟁’은 미군 해병대 포병 출신 유진 B 슬레지 몬테발로대 교수가 겪은 1944년 필리핀 펠렐리우, 1945년 일본 오키나와 전투의 기록이다. 대개 ‘전쟁’이라 하면 죽음을 불사하며 적진에 뛰어들고, 적을 용감히 쳐부수는 영웅적인 군인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반 사병으로 직접 전장에서 뛰었던 그의 기록은 결이 다소 다르다.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젊은이라면 마땅히 전장으로 가야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자는 만 20세인 1942년 12월 전쟁에 관한 호기심 반 의무 반으로 해병대에 지원한다. 그는 대학에서 기초 훈련, 해병대에서 실전 훈련을 받고 전장으로 향한다. 막상 도착한 전장은 자신의 생각과 너무나 달랐다. 저자는 병력을 육지에 수송하는 보트인 암트랙에서 내린 뒤부터 지옥을 맛본다. 섬에 내리려는 순간 총탄이 눈앞을 스쳐 가고 모랫바닥에 처박힌다. 가까스로 일어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야말로 악몽의 세상이었고, 그 한가운데에 내가 있었다”고.“사흘이면 끝날 것”이라는 소대장의 호언과 달리 전투는 1944년 9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10주간 지옥처럼 펼쳐진다. 일본군은 거의 전원이라고 할 1만 1000여명이 죽고, 미군도 8769명이 죽거나 다쳤다. 특히 저자가 속했던 해병 1사단은 6526명의 사상자를 냈다. 중대원 235명 가운데 죽지도, 다치지도 않은 사람은 85명에 불과했다. 극적으로 첫 전투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두 번째 전장도 마찬가지였다. 패망 직전 일본은 오키나와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당시 전투에서 확인된 일본군 시신만 10만 7500여구에 달한다. 미군도 사상자가 4만명에 이른다. 저자의 중대원 485명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은 50명에 불과했다. ●인간의 밑바닥 감정까지 긁어낸 참상 묘사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 그 자리에 인간성이란 없었다. 조금 전까지 살아 있던 동료가 창자를 드러내고 죽어 있는 풍경이라든가, 미군이 죽은 일본군 입에서 금니를 빼내는 장면, 일본군이 죽은 미군의 시체를 훼손하는 등의 묘사가 마치 영화처럼 생생하다. 그러나 책은 전쟁의 참상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을 겪은 인간의 온갖 감정을 밑바닥까지 긁어낸다. 저자는 자신이 쏜 총에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일본군을 보고 부끄러움과 역겨움을 느끼며 “갑자기 전쟁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했다가도 이내 “인간적인 감정에 휩쓸리는 것은 어리석은 자의 감상주의일 뿐이라는 자각이 들었다”고 밝힌다.인간성 상실의 한복판에 서 있다가도 병사를 위해 노력했던 중대장의 죽음, 위기의 순간에 상사를 거스르면서까지 동료를 지킨 군인, 그리고 짧은 휴식 동안 이야기를 나눈 군인들을 통해 전쟁의 의미를 발견한다. 두 번의 치열한 전투를 마친 그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만일 우리 조국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좋은 나라라면, 이런 조국을 위해서 싸우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행동이다.” 저자는 전투 현장에서 수첩 크기의 작은 성경책에 몰래 기록을 남겼고, 이를 토대로 책을 썼다. 두 전투 모두 태평양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알려졌다. 전쟁이 끝난 지 36년 만인 1981년 책을 내며 그는 “이제는 이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조국을 위해 깊고 큰 고통을 감당했던 전우들에게 오랜 세월 지고 있던 빚을 갚는 셈”이라고 밝혔다.●톰 행크스 주연 인기 드라마 ‘퍼시픽’ 원작 2001년 저자 사망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2010년 10부작 드라마 ‘퍼시픽’으로 제작하면서 책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유럽 전선에서 전쟁을 다룬 ‘밴드 오브 브러더스’와 함께 명작 드라마로 꼽힌다. 드라마를 봤던 이들이라면 책에 관심이 가는 게 당연지사일 터고, 책을 모두 읽으면 드라마에 관심이 갈 법하다. 전쟁을 겪지 않은 이들은 전쟁을 이처럼 한 발짝 멀리서 쳐다보지만, 책이든 드라마든 짓뭉개진 인간성을 보는 일은 고역이긴 하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우리는 전쟁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요지부동 日, 한일갈등에 “우리는 변함없고, 韓 입장 바꿔야”

    요지부동 日, 한일갈등에 “우리는 변함없고, 韓 입장 바꿔야”

    “한일갈등, 징용 관련 부정적 韓 의견이 초래”“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할 것”“한일 정상회담 가정의 질문엔 답 안하겠다”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행사를 계기로 지난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가졌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 해결과 관련해 일본의 변화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일본은 자신들의 입장은 변함이 없고 한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한국 측에 필사적인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의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일본 측에도 변화가 있는냐’라고 기자가 묻자 “어제도 말했지만 여러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일관된 입장으로 계속해서 한국 측에 ‘필사적인’(懸命な) 대응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이어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요지부동한 일본 정부의 자세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상의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문구에 따라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의무가 일본 측에 없으니 대법원판결에 대한 해결책을 한국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라는 주장이다. 이날 회견에서는 스가 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스가 장관은 전날 다케나카 헤이조 전 총무상 등과 함께한 한 패널 토론회에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주된 요인으로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거론하면서 문제를 초래한 한국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스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의 어려운 상황은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피해자를 의미)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비롯해 한국 측의 부정적 의견이 잇따라 초래된 것”이라면서 “여러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관철해 계속해서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간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가 장관은 한일 간 대립 상황에 대해 “한국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 어떻게든 타협(대화)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지난 24일의 양국 총리 간 회담을 거론했다.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가 (이 회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자는 취지로 언급하자 상대방(이 총리)이 대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의 중요성은 누차에 걸쳐 양국 정부가 확인했고 그런 상황에 대한 본인의 인식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내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때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은 현시점에서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외교 루트를 통해 조정되고 있다”면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가정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손담비-이정은, 옹산의 ‘패피’ 출격 [SSEN컷]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손담비-이정은, 옹산의 ‘패피’ 출격 [SSEN컷]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 손담비, 이정은, 까멜리아 3인방이 출격한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강민경, 제작 팬엔터테인먼트)이 오늘(23일) 시선집중 까멜리아 3인방의 스틸컷을 공개했다. 까멜리아가 아니면 좀처럼 함께 있는 것을 볼 수 없었던 동백(공효진), 향미(손담비), 정숙(이정은)이 다른 곳에서 목격된 이유는 무엇일까? 까멜리아의 사장 동백, 알바생 1, 2호인 향미와 정숙이 대동단결했다. 평상시에는 잘 볼 수 없었던 화사한 색감과 화려한 꽃무늬 패턴이 가득한 의상을 장착한 이들은 평범한 길도 순식간에 패션쇼 런웨이로 만드는 포스를 뿜어내고 있다. 또한, 눈과 입이 모두 확장될 정도로 무엇인가에 빠져있는 3인방. 이들이 이렇게 넋을 놓고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주 방송 직후 공개된 예고영상(https://tv.naver.com/v/10466723)을 보니 그들의 목적지가 어디였는지 알 것 같다. 바로 동백의 아들, 필구(김강훈)의 야구 경기를 직관하고자 경기장에 간 것. 하지만 동백은 학교에서 필구가 ‘술집사장 아들’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까봐 학교 방문도 극구 꺼렸었다. “엄마 필구 경기 가게? 미쳤어”라며 만류하는 걸 보아하니 그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어지는 장면에서 동백은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장내를 장악하고 있다. 이전에 학교에서 마주친 필구를 필사적으로 모른 척하려던 동백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그녀의 생각이 달라진 이유가 궁금해진다. ‘동백꽃 필 무렵’ 제작진은, “오늘(23일) 밤, 동백이 까멜리아 식구들과 함께 필구의 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간다. 필구에게도 든든한 빽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또한 “과연 ‘쪽수엔 장사 없다’는 응원이 통할 것인지 지켜봐달라”고도 당부했다. ‘동백꽃 필 무렵’ 21-22화는 오늘(23일) 수요일 밤 10시 KBS 2TV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미성년자와 성관계 맺으려 564㎞ 걸은 소아성애자

    미성년자와 성관계 맺으려 564㎞ 걸은 소아성애자

    564㎞ 떨어진 곳에 사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기 위해 ‘뚜벅이 여행’을 자처한 30대 미국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인디애나주에 사는 토미 리 젠킨스(32)는 타 지역에 사는 14세 소녀 카일리와 인터넷을 통해 만난 뒤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이후 이 소녀와 성관계를 맺기 위해 ‘필사적인’ 이동을 시작했다. 경제적 사정으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었던 그는 소녀가 사는 지역까지 걸어가기로 결심했고, 3개 주(州)를 통과하는 ‘집념’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속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소녀에게 노골적인 내용의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14세 소녀와의 성관계를 목적으로 무려 4일간 564㎞를 걸었던 그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위스콘신 인근 지역에서 체포됐다. 그가 만나기로 했던 소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경찰이었기 때문이다. 인디애나주 경찰과 FBI는 미성년자 성폭행 전과 및 4건의 아동학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60일, 집행유예 4년 선고를 받은 젠킨스가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며 주시해 왔다. 그러던 중 경찰은 14세 소녀로 위장한 아이디(ID)에 젠킨스가 흥미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수사를 시작했고, 그가 먼저 노골적인 문자메시지와 사진 등을 전송하며 성관계를 맺기 위해 거주지를 벗어나 이동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경찰은 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 뒤, 그가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목적으로 걷기 시작한 지 4일째 되는 날, 그를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현지 언론은 그가 인터넷 사이트 등을 이용해 미성년자에게 불법적인 성행위를 하도록 설득 혹은 유도, 유인하려는 시도를 한 혐의로 받고 있으며 최소 10년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지 변호사인 매튜 크루거는 “미국은 인터넷을 통한 아동 성학대의 전염병에 직명해 있다”면서 “법무부는 연방, 주정부, 지방의 법 집행 기관 등과 협력해 아동 성학대를 적극적으로 기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배가본드’ 이승기 배수지, 입틀막 투샷 포착 ‘무슨 일?’

    ‘배가본드’ 이승기 배수지, 입틀막 투샷 포착 ‘무슨 일?’

    ‘배가본드’ 이승기-배수지가 또 한 번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처하는, ‘입틀막 투샷’을 선보인다.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VAGABOND)’(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 /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재삼)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 숨겨진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는 첩보 액션 멜로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촘촘히 짜여진 스토리에 블록버스터다운 거대한 스케일, 물 오른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지며 연일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 5회에서는 11.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을 기록, 자체 최고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하며 동시간대 지상파, 케이블, 종편에서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을 통틀어 전체 1위 자리차지라는 쾌조를 달렸다. 무엇보다 지난 5회에서 차달건(이승기)과 고해리(배수지)는 추락 사고에 배후가 있음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인 클라우드 내 동영상이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에 크게 좌절했다. 이에 차달건은 직접 청와대에 찾아가 정국표(백윤식)를 만났고, 사고는 테러로 일어난 것이며 테러범 얼굴이 담긴 동영상이 국정원 내에서 사라졌다는 증언을 해 현장을 발칵 뒤집으며, 사건 해결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5일(오늘) 방송될 ‘배가본드’ 6회에서는 이승기가 잔뜩 겁에 질린 배수지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입막음 투샷’으로 또 다른 반전의 장을 펼쳐낸다. 극중 차달건이 상처투성이 얼굴을 한 채 지친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고해리가 땀이 범벅인 얼굴로 권총을 손에 쥐고 주저앉아 떨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이어 차달건이 겁에 잔뜩 질린 고해리를 품에 안고 입을 틀어막은 후 한 손엔 휴대전화를 들고 어딘가와 통화를 시도하는 듯한 모습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방송분에서 윤한기(김민종)와 함께 국정원 안가로 향한 차달건에게 또 어떤 시련이 가해진 것인 지, 두 사람이 또 어떤 위기와 고난에 맞닥뜨린 것인지 앞으로 펼쳐질 전개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기고 있다. 이승기와 배수지의 복잡한 감정 표현 연기가 돋보이는 ‘입막음 투샷’ 장면은 경기도 파주시 하지석동에 위치한 원방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이승기와 배수지는 모로코 촬영 분에 이어 또 다시 함께하게 된 투샷 액션씬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부터 촬영장에 도착해 몸을 풀며 합을 맞췄다. 또 촬영 중간 중간 주어진 쉬는 시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나란히 앉은 채 바닥에 대본을 내려놓고 함께 보며 다음 장면을 연습하는 성실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제작진을 흐뭇하게 만들었던 것. 서로를 배려하면서 열연을 펼치는 두 사람의 호흡이 씬의 완성도를 한층 드높여 현장의 열기를 북돋웠다. 제작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측은 “쉬운 장면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질 만큼, 고난도 액션과 깊은 감정 연기 모두를 해내야하는 상황에서도 늘 열과 성을 다 하는 배우들에게 고마움이 컸다”며 “이승기와 배수지의 필사적인 사투가 돋보이는 6회 역시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SBS ‘배가본드’ 6회는 5일(오늘) 밤 10시 방송된다.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어딜 감히” 복면 쓴 무장강도 물리친 美 60대 은행 여직원 (영상)

    “어딜 감히” 복면 쓴 무장강도 물리친 美 60대 은행 여직원 (영상)

    60대 은행 여직원이 총을 든 무장강도를 물리쳤다. 4일(현지시간) CNN 등 미국언론은 텍사스주의 한 은행 여직원이 무장강도와 용감하게 맞서 싸웠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7시 40분, 텍사스주 애빌린 소재의 ‘퍼스트 스테이트 뱅크’. 제일 먼저 출근한 질 비티(60) 앞에 복면강도가 나타났다. 덤불 속에 숨어있던 강도는 비티가 은행 문을 열자마자 뛰쳐나와 총을 겨누며 위협했고, 비티는 뒷걸음질 치며 강도와 함께 은행으로 들어갔다.15분 뒤, 강도가 은행에 도착한 다른 여직원을 문안으로 밀어 넣는 순간 비티가 강도에게 달려들었다. 당황한 강도는 비티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비티는 강도의 손에 들린 총을 빼앗으려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비티의 거센 저항에 문밖까지 밀려난 강도는 비티가 발차기를 날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그녀의 머리를 총으로 내리친 뒤 결국 빈손으로 은행을 빠져나갔다. 현지 경찰은 무장강도에 용감하게 맞선 비티에게 상장을 수여 할 예정이다. 애빌린 경찰서장 스탠 스탠리지는 “비티는 뛰어난 시민이다. 놀랄 만큼 침착함을 보였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비티는 한사코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한 채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한편 경찰은 무장강도의 몽타주를 만들고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다. 용의자는 40~50대 사이의 흑인 남성으로 드문드문 흰 머리칼이 나 있었고 왼쪽 다리를 절뚝거린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2015년과 2016년 두 건의 강도 사건을 저지른 연쇄 은행 강도와 연관돼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트럼프, 무역전쟁중인 중국한테도 “바이든 부자 조사해야”..중국 개입 가능성은

    트럼프, 무역전쟁중인 중국한테도 “바이든 부자 조사해야”..중국 개입 가능성은

    우크라이나에 2020년 대선 상대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해 조사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며 탄핵 위기에 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중국’을 향해 “바이든 부자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이 이에 응답한 확률은 낮게 점쳐진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중국에서 일어난 일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보다 나쁘다”라고 말했다. 기자에게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한 질문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바이든 부자와 중국의 연관성을 언급한 것이다.●탄핵 위기 낳은 우크라 스캔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부자가 우크라이나와 중국에서 거액의 부정한 돈을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 중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것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헌터가 유급이사로 일하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를 수사하려 하자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을 압박해 퇴진시켰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도 의혹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부자의 부패 의혹을 조사하라고 압박한 사실은 내부고발자에 의해 처음 드러났다. 이에 미 하원은 탄핵 조사에 촉구하며 통화를 청취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이자 직접 우크라이나 측 관계자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루디 줄리아니에게 자료 제출 소환장을 발부했다. ●위기 돌파 위해 ‘중국 펀드 의혹’ 꺼낸 트럼프 하원의 탄핵 조사에 트럼프 대통령은 ‘마녀사냥’이라는 식으로 연일 폭풍 트윗을 날려왔으나 이번에 중국을 언급한 건 아예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펀드 의혹은 지난해 출간된 보수 성향의 민간 부패감시단체 ‘정부책임성연구소’ 설립자 피터 슈와이저가 출간한 책 ‘비밀 제국:미국 정치계급은 어떻게 부패를 숨기고 가족·친구를 부유하게 만드는가‘에서 처음 제기됐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이 단체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미 주간지 뉴욕커에 따르면 헌터의 동업자인 데번 아처가 중국의 사모펀드 투자자 조너선 리 등과 함께 중국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 BHR 파트너스를 2013년 설립했고, 헌터는 여기 무보수 이사로 합류했다. 그 해 12월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헌터가 동행하며 여러 이권을 챙겼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 연설에서 “세계 굴지의 펀드들이 중국에서 돈을 챙기지 못할 때 바이든의 아들은 투자 펀드로 15억달러(약 1조 8000억원)를 들고 나왔다”고 발언하며 중국 펀드 의혹을 수면 위로 끄집어 냈다. 로이터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5억 달러에 대해서 “아무 근거가 없어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민주당 총 공세 “우크라 이어 또 다른 외세 개입” 바이든 선거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의혹을 언급한 직후 성명을 통해 “진실보다 거짓을, 나라보다는 이기(利己)를 택한 터무니 없는 짓”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적이고 신뢰할만한 언론 기구에 의해 틀렸음이 입증된 음모이론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우크라 스캔들에 이어 또 다른 외세의 개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원의 탄핵 조사를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대통령이 다른 니라에 내년 미국 대선 개입을 요청하는 것을 전 세계가 목격했다”며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 국가의 안보가 저당 잡혔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대통령 선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대선에서 경쟁자를 꺾으려고 외국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는 행위는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대통령 선서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선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미국의 안보와 정치체계를 뒤흔드는 국기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까지 국내 정치 문제에 끌어들이자 미국에 주재하는 중국 외교관들도 당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의 중국 외교관은 CNN의 논평 요청을 받고 “당장 이와 관련해서 뭔가를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상당히 혼란스럽다. 우리는 미국 정치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백악관 외부의 트럼프 지지자 중 한 명은 중국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바이든 부자의 부패 의혹 조사를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진심인지 묻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즉각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중국이 행동에 나선다면, 이는 내정간섭을 금지한 중국의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드라마 ‘녹두전’ 장동윤, 여자보다 고운 자태 “CG 필요 無”

    드라마 ‘녹두전’ 장동윤, 여자보다 고운 자태 “CG 필요 無”

    드라마 ‘녹두전’에서 장동윤이 여장 남자 캐릭터를 소화하며 고운 선을 뽐냈다. 지난 30일 첫 방송된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는 여자로 변장을 하고 등장한 장동윤의 비주얼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앞서 ‘녹두전’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장동윤의 남다른 비주얼이 화제 됐었고 ‘녹두전’의 김동휘 PD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로 변장을 하고 등장할 때는 목젖을 CG로 지운다. 그런데 장동윤은 목젖마저 거의 없어 반가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첫 방송에서는 각자의 비밀을 품은 녹두(장동윤 분)와 동주(김소현 분)의 기상천외한 인연이 시작됐다. 평화로운 섬마을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녹두는 갑작스러운 복면 무사들의 습격을 받았다. 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녹두는 살수들의 배후를 캐기 위해 황장군(이문식 분)에게 아버지(이승준 분)와 형(송건희 분)을 맡기고 섬마을 떠나 한양으로 향했다. 한양에서 녹두는 남장한 동주와 시작부터 꼬여버린 첫 만남을 가졌다. 살수를 뒤쫓던 녹두와 활로 왕을 노리던 동주가 부딪히며 각자의 목표를 놓쳐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왕을 향해 돌팔매질한 한 노인으로 인해 소란에 휩쓸린 둘은 엉겁결에 옥에 갇혀 티격태격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 날 추국장에서 위기에 처한 동주는 자신을 대신해 앞으로 나선 녹두의 기지로 무사히 풀려나게 됐다. 한편 녹두는 자신이 직접 미끼가 되어 살수를 꾀어냈다. 죽음을 위장한 후 방심한 살수를 따라 도착한 곳은 과부촌. 남자의 모습으로 입성했다가 과부촌을 지키는 열녀단에게 흠씬 몰매를 맞고 쫓겨난 녹두는 박대감(박철민 분)에게 쫓기는 김과부(서이안 분)와 옷을 바꿔 입는 묘책으로 무사히 과부촌에 입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양반의 행패에 맞서 스스로 댕기머리를 자르는 당찬 동주와 재회한다. 남자라는 치명적인 비밀을 숨기고 동주와 한 방을 쓰게 된 녹두. 하지만 녹두에게 닥친 위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친분을 다지자는 명목으로 열녀단, 동주와 함께 목욕을 하게 된 것. 필사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던 녹두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다. 홀딱 젖은 녹두를 향한 험악한 눈빛의 열녀단과 놀란 동주의 아찔한 엔딩은 험난한 과부촌 입성기의 서막을 흥미진진하게 열었다. ‘조선로코-녹두전’ 1, 2회는 시청률 5.6%, 7.1%(닐슨코리아 제공, 전국가구 기준)를 기록, 월화드라마 1위에 오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녹두전’ 장동윤X김소현 케미 통했다..시청률 7.1% 기록

    ‘녹두전’ 장동윤X김소현 케미 통했다..시청률 7.1% 기록

    ‘녹두전’ 장동윤, 김소현의 활약으로 설레는 로맨틱 코미디가 탄생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극본 임예진, 백소연/연출 김동휘, 강수연/제작 (유)조선로코녹두전문화산업전문회사, 프로덕션H, 몬스터유니온)은 1회 5.6%, 2회 7.1%(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각자의 비밀을 품은 녹두(장동윤 분)와 동주(김소현 분)의 기상천외한 인연이 시작됐다. 평화로운 섬마을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녹두는 갑작스러운 복면 무사들의 습격을 받았다. 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녹두는 살수들의 배후를 캐기 위해 황장군(이문식 분)에게 아버지(이승준 분)와 형(송건희 분)을 맡기고 섬마을 떠나 한양으로 향했다. 한양에서 녹두는 남장한 동주와 시작부터 꼬여버린 첫 만남을 가졌다. 살수를 뒤쫓던 녹두와 활로 왕을 노리던 동주가 부딪히며 각자의 목표를 놓쳐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왕을 향해 돌팔매질한 한 노인으로 인해 소란에 휩쓸린 둘은 엉겁결에 옥에 갇혀 티격태격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추국장에서 위기에 처한 동주는 자신을 대신해 앞으로 나선 녹두의 기지로 무사히 풀려나게 됐다. 이후 녹두는 자신이 직접 미끼가 되어 살수를 꾀어냈다. 죽음을 위장한 후 방심한 살수를 따라 도착한 곳은 과부촌. 남자의 모습으로 입성했다가 과부촌을 지키는 열녀단에게 흠씬 몰매를 맞고 쫓겨난 녹두는 박대감(박철민 분)에게 쫓기는 김과부(서이안 분)와 옷을 바꿔 입는 묘책으로 무사히 과부촌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양반의 행패에 맞서 스스로 댕기머리를 자르는 당찬 동주와 재회했다. 남자라는 치명적인 비밀을 숨기고 동주와 한 방을 쓰게 된 녹두. 하지만 녹두에게 닥친 위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친분을 다지자는 명목으로 열녀단, 동주와 함께 목욕을 하게 된 것. 필사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던 녹두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다. 홀딱 젖은 녹두를 향한 험악한 눈빛의 열녀단과 놀란 동주의 아찔한 엔딩은 험난한 과부촌 입성기의 서막을 흥미진진하게 열었다. 장동윤과 김소현의 달콤 살벌한 케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능청과 진지를 오가며 여심을 저격한 장동윤은 완벽한 여장 비주얼을 나타냈다. 김소현 역시 까칠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아낌없이 뿜어내며 사극 요정다운 저력을 과시했다. 답답한 섬을 나와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풀기위해 여장까지 감행하고 과부촌에 입성한 전녹두, 아픈 과거와 복수를 마음속에 품은 채 만년 예비 기생으로 살고 있는 동동주의 반전 있는 로맨스가 첫 방송부터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키다리 아저씨 같은 듬직한 매력으로 여심을 저격한 ‘동주 바라기’ 차율무 역의 강태오, 왕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광해 역의 정준호, 왕을 보필하며 비밀을 숨기고 있는 허윤 역의 김태우, 아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녹두의 아버지 정윤저 역의 이승준, 녹두의 무예 스승 황장군 역의 이문식, 기방을 이끄는 천행수 역의 윤유선 등 연기고수들의 연기 열전도 극을 안정감 있게 빛냈다. 사진=KBS2 ‘녹두전’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진보적 지식인의 운명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진보적 지식인의 운명

    2005년에 번역 출간된 폴 존슨의 ‘지식인의 두 얼굴: 위대한 명성 뒤에 가려진 지식인의 이중성’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인류 사상사와 예술사에서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대가들의 위선과 모순을 탐사한다. 예를 들어 장자크 루소, 마르크스, 톨스토이, 헤밍웨이, 사르트르, 조지 오웰, 촘스키 등의 인간적 약점이 서술되는데, 주제에 따라 그들 각자의 기만, 사기, 불륜, 이중성, 위선 등이 적나라하게 파헤쳐진다. 물론 이 책의 의도가 이들을 매장하는 데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식인의 이중성’을 읽다 보면 이들에 대한 환상과 기대치가 다소간 낮아지는 건 인지상정이지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거둔 빛나는 성취와 업적이 무시되어야 할까. 오히려 이런저런 인간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혹은 자신의 비루함과 한계를 극복하면서 그들이 인류 문화사에서 거둔 탁월한 성취와 자산을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지금 이 시대의 시각이나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보면 이들의 업적과 성취가 재평가될 여지도 분명 존재하리라(이는 또 다른 중요한 논점이겠다). 당연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성자, 평생을 이타적으로 살아 온 사람조차도 오류나 성격적 결함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으리라. 뛰어난 인성을 갖추고 대의에 헌신하는 인물이라도 알려지지 않은 내밀한 흠결과 약점이 존재하지 않을까. “순교는 배교(背敎)와 종이 한 장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거니와, 따지고 보면 진보와 보수 사이에 놓인 강(江)폭은 그다지 넓지 않다. 한 시대의 진보에서 인정 욕망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 중에 보수로 전향해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채운 사람도 존재한다. 민중과 함께했던 양심적 진보의 표상이 극우의 전위가 되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진보적 지식인(공인)은 한층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그들은 숙명적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 놓인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상대적으로 일관성을 지키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그의 과거와 현실 사이, 가족의 욕망에는 그 이상을 지키기 힘들게 하는 무수한 지뢰밭이 놓여 있다. 때로 진보의 대의와 이상을 향한 열정은 그 지뢰밭을 과감하게 제거하게 만들 테지만, 항상 그 작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리라. 어느 순간 자신의 발밑을 보는 데 둔감해지는 때가 온다. 사람들은 진보적 지식인의 허위의식과 이중성에 한층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존의 반듯하고 좋은 이미지가 오히려 그들의 약점을 한층 도드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는 자신의 과오(過誤), 무관심, 이중성이 한순간 개혁에 대한 환멸을 불러올 수 있음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진보를 표방하는 공인이 자신의 발밑까지 면밀하게 조회하지 않는다면, 대중들은 그 개혁 과정에 마음을 내주지 않으리라.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과정은 바로 이런 준엄한 사실을 환기한다. 물론 이번 사태를 불러온 요인 중에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만 말하면 진보가 성장하지 못한다. 이 사건에서 뼈저리게 배우면서,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개혁적이며 정의롭고 상대방은 저열하며 형편없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우리도 많이 부족하지만 여기서 조금씩 더 진전하려 한다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당연히 그 과정에 조 장관의 최근 인터뷰처럼 “죽을힘을 다해” 개혁을 추진해야 하며, 때로 자기 자신을 치는 마음으로 수모와 모욕을 견뎌야 하리라. 모든 걸 건 정치는 짐승의 비천함을 감내해야 한다. 용기와 겸허함으로 그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했을 때, 세간에서 주장하는 조 장관의 한계와 위선이라는 멍에는 어느새 자신의 존재 기반을 극복하려는 필사적인 헌신에 자리를 내줄 것이다. 부디 그런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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