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들의 승리/오동 발레 파리대 교수(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아주의 올바른 문명화 위한 충고/동북아에 치우친 경제력 걸림돌/시베리아 ‘제2캐나다’로 개발을/무모한 서구베끼기 위험성 경고도
【파리=김병헌 특파원】 ‘용들의 승리’는 아시아의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에 출간됐다. 부제는 ‘아시아는 유럽을 앞지를 것인가’.그러나 저자인 오동 발레 파리대학 교수가 아시아의 금융위기에 맞춰 이책을 출간한 것 같지는 않다.저자가 이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시아의 최근 위기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발레교수는 현재의 아시아 즉 ‘용’들의 승리를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다.아시아 미래의 승리에 대한 요건을 설명하려 하고 있다.그 방식과 논리도 매우 이채롭다.저자는 종교학자이자 법학자다.지정학적 요인을 근거로 문화인류학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주장하고자 한 것은 아시아의 올바른 문명화에 대한 발전적 제안이다.발전적인 문명화는 종교,문화,사상 등을 망라한 문명화라고 강조한다.현재 금융위기가 이러한 문명화의 퇴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직접 언급하지 않았다.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은 관련지어 생각하게 마련이다.
발레교수는 유럽과 아시아를 종교,철학,역사 등 문화인류학적 모든 요소의 대비를 통해 비교,설명한다.아시아와 유럽의 대조적인 위치에서부터 상호간의 모방,종교·문화적 차이,문명의 근원 및 유사점 등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사건과 현실들을 기반으로 미래의 대안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 책은 독자를 당황스럽게 할 것이다.동양에 환멸을 느끼게 하고,서양에 대해서는 미망에서 깨어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시아의 전설이나 향기도,유럽의 찬란했던 과거나 역사도 아니다.
유럽이 세계 무역무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시아의 꿈은 시장경제에서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아시아의 꿈은 천천히 죽어가고 있으며 전통도 사라져 간다고 말한다.그러면 아시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그 해법으로 우선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사방 대칭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현재 아시아 경제의 축이 북반구의 일정지역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한국중국 일본 대만 홍콩에 경제력이 지나치게 몰려있는 것이 문명화과정에서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특히 북위 45도 이상은 불모지대라는 점을 강조했다.그는 러시아의 영토인 이 시베리아 땅이 제2의 캐나다로 개발된다면 아시아의 새로운 힘이 될 것이며 여기서 아시아의 미래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또 아시아의 인구들이 남쪽 태평양 해안을 따라 집중되어 있는 사실에서도 문명화 오류의 원인을 찾는다.실제 중국 화교의 4분의 3은 중국의 남쪽 해안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그 수도 약 6천만명에 이른다.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다.이 두나라의 교포들은 거리상으론 다소 멀지만 남쪽 해안인 태평양 건너편 미국쪽에 많이 살고 있다.특히 화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캐나다 밴쿠버에서 인구 5명중 1명이나 되며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대단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저자는 지난 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의 흑인폭동도 한국인들 때문에 발생했다며 이사건이 좋은 예라고 지적한다.태평양 일변도의 세계화가 올바른 문명화에 가장 필요한 문화의 세계화를 아뤄내지 못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편향된 문화의 세계화가 왜곡된 문명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발레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주체성을 잃은 이른바 ‘서구 베끼기 문명화’의 폐해다.
저자는 20세기는 아시아의 르네상스시기라고 말한다.아시아의 르네상스는 현대 개념의 대륙 개방에 따른 것으로 서구와 같은 문명화는 아니라고 덧붙인다.하지만 최근들어 서구화 베끼기가 본격화되면서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것이다.아시아 르네상스를 가능케했던 ‘본질을 잃지 않은 문명화’가 퇴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가장 대표적인 국가로 일본을 들었다.일본은 이미 반세기전에 세계의 강자였지만 오늘날은 금융구조의 취약성,부동산 산업의 붕괴,성장속도의 둔화 등 부정적인 의미의 유럽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극동이 또다른 유럽이 되어간다는 경고다.
저자는 “그래도 아시아는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유럽과는 달리 저력이 있어 오히려 낫다고 강조한다.그는 역사적인 일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예컨대 영국이 세계 최초 해상왕국으로 필리핀,대만,싱가포르,인도까지 지배했을 당시 세계 3대항구는 로테르담,런던,앙베였지만 20세기 들어서는 싱가포르,홍콩,카오슝이 이들을 앞질렀다는 것이다.아시아는 계속 거대해지는 반면 유럽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증거중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책에서 한편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역사적인 공유점과 연관점을 찾는데 특히 노력했다.말미에는 아시아와 유럽의 교류가 미약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문화와 사상의 교류가 없이는 아시아속의 유럽,유럽속의 아시아는 단지 허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책은 아시아 문명화의 위기 뿐아니라 유럽의 위기도 양 대륙간의 단절에서 비롯됐다는 뉘앙스를 풍긴다.철저히 미국과 반대입장에 있는 유럽 시각이란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아시아가 미국쪽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원제 La Victoire des drgons,프랑스 아르망 콜랭출판사,135쪽,98프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