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필리핀
    2025-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징역형
    2025-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마라톤
    2025-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박근혜
    2025-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당정
    2025-08-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028
  • 위장술 대신 악취로 천적 쫓아…필리핀 신종 대벌레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가늘고 긴 몸통에 긴 다리를 가지고 있어 나무줄기처럼 보이는 일반적인 대벌레는 ‘위장술의 대가’로 알려졌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발견된 신종 대벌레는 화려한 색상을 뽐내며 위기 시 강력한 악취를 분사해 천적을 쫓아내고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4일(현지시각) 영국 BBC 뉴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제 연구진이 필리핀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대벌레와는 전혀 다른 신종을 발견했다고 프랑스의 한 생물학회지(Comptes Rendus Biologie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기이한 대벌레는 기존의 일반 대벌레와 달리 날개가 없으며, 식물 위보다는 육지에서 생활한다. 또한 머리는 청록색이며 몸통은 주황색 등의 화려한 색상으로 눈에 잘 띈다. 이탈리아 시에나대학의 마르코 고따르도 박사는 언론에 “최근 동료 곤충학자인 오스카 코닐이 수년 전 필리핀 민도로 섬에 있는 할콘 산에서 발견한 이상한 생김새의 대벌레 표본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민도로 섬에 있는 할콘 산은 그 섬이 속한 군도 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으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곳으로 알려졌다. 고따르도 박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는 완전히 당황했다. 그 곤충은 전 세계에 있는 일반적인 대벌레와 너무 다르게 보여 매우 특별한 것임을 바로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연구진은 그 곤충의 속과 종을 분류하려고 노력했으나 공통점을 찾지 못해 결국 새로운 종을 대표하는 곤충으로 분류해 ‘Conlephasma enigma’라는 학명을 붙였다. 이 신종 대벌레는 날개가 없으며 통통한 몸통에 짧은 다리를 갖고 있다고 고따르도 박사는 설명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대벌레는 나무 위에 서식하며 날씬하고 가는 몸통과 다리를 갖고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즉 이 같은 대벌레의 생김새가 서식지인 열대우림에서 낮게 자라는 식물들 사이에서 살기 위해 적응한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 또한 이 독특한 대벌레의 또 다른 특징은 극적인 색상 패턴이다. 특히 수컷은 머리와 다리가 청록색이며 몸통은 밝은 주황색에 등에는 검푸른 삼각형의 점들이 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처럼 화려한 생김새는 포식자의 눈에 쉽게 띌 수 있지만 위협을 느낄 때 머리 뒤편에 있는 분비선에서 고약한 냄새를 가진 액체를 분사해 잠재적으로 위험한 포식자를 쫓아낸다고 한다. 한편 연구진은 이 특이한 대벌레에 대한 상세한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연극 ‘일곱집매’로 본 기지촌 여성의 삶

    연극 ‘일곱집매’로 본 기지촌 여성의 삶

    “왜 굳이 이런 아픈 기억을 꺼내 들은 거죠?”(관객) “잊고 싶은 기억을 자꾸 끄집어내는 것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연극에서 나온 ‘닿을 수 없는 거리’라는 표현처럼, 슬픔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어 우리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이 문제를 한국에 있었던 어떤 사건쯤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겁니다.”(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인식에 따라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관객) “할머니들의 이야기이면서 현대사의 부침에 시달린 우리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제야 꺼내놓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인식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이 교수) 지난 2일 서울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는 한바탕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과연 1950~70년대 기지촌 여성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가, 한국 현대사의 부침 속의 희생양에 불과한가이다. 주제를 던진 것은 이날 무대에 오른 연극 ‘일곱집매’였다. 일곱집매는 주한 미군 캠프인 험프리가 있는 경기 평택시 안정리의 옛 이름이다. 일곱 집이 다정한 자매처럼 살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군사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밀어버렸고, 6·25전쟁 때 미 공군 비행장으로 바뀌어 캠프 험프리가 들어섰다. 이 안정리 기지촌을 무대로, 연극은 이제는 노인이 돼 쓸쓸히 살아가는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담고 있다. 무대는 할머니들이 사는 작고 허름한 방 7개에 둘러싸인 앞마당이다. 기지촌 아이들의 입양 문제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한국계 미국인 하나가 이곳을 찾았다. 냉정한 순영 할머니와 발랄한 화자 할머니, 기지촌에서 낳고 자란 청년 춘권, 미군 철수 활동가 상철, 기지촌의 젊은 여성 필리핀인 써니를 만나 그들의 삶을 기록한다. 아들 마이클을 미국으로 입양 보낸 순영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려던 하나는 되레 질문을 받는다. “기자, 작가, 어린 여대생들까지 내 이야기를 듣고 갔지. 하지만 달라진 게 없어. 선생은 뭐에 쓰려고 하지? 박사학위를 따는 거 말고는, 뭐가 달라지는데?” 하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다른 기지촌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등을 거쳐 그가 찾아온 대답은 ‘기록’이다. “인간이 단 한 명이라도 살아 있는 한 영원히 망각될 수 없도록. (할머니) 죽기 전에 슬픔을 새겨두고 떠나요. 사람들이 몰랐다고 말할 수 없도록.” 두 할머니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기지촌에 들어온 어린 순영이 미군에게 하룻밤 대가로 받은 돈은 40달러. 살림에 보태고 동생들을 공부시키는데 유용했다. 아버지는 몸을 팔았다면서 때리기 일쑤였지만 돈이 부족하면 또 순영을 찾았다. 당시 정부는 ‘외화벌이 산업역군’이라면서 미군을 ‘손님’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성병관리까지 했다. 행여 도망이라도 갈까봐 ‘애국자’라고 부추기고 “나중에 아파트 한 채 받을 수 있다.”는 사탕발림으로 유출을 막았다. 한국 현대사의 부침 속에 시달리던 여성들은 이제는 ‘자발적으로 몸을 판 양공주’라는 오명과 정부의 외면 속에서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연극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처절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눈물을 담아둔 둑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애써 욕지거리를 해대면서 유쾌하게 포장하는 화자 할머니가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덕분에 2시간 30분에 달하는 연극은 지루할 새가 없다. 대본을 쓴 이양구(극단 해인 대표)씨는 “(화자 할머니는)긴 연극을 끌어가기 위해 설정한 인물이 아니라 실제 할머니들에게서 본 모습의 일부”라면서 “너무나 아픔이 깊어서 선뜻 꺼내 들지 못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포장하면서도 늘 죄책감에 사로잡혀 계시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50~70년대 우리나라의 기지촌 문제는 강제냐 자발이냐 이런 차원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에게 준 상처와 제도적·구조적 폭력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리에서 10년째 기지촌 할머니들을 돌보면서 이 공연을 기획한 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연극 ‘나비’(2005)를 통해서 확산됐듯이 이 연극으로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9일까지. 1만~1만 5000원. 070-8236-0445.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지자체 국제교류 ‘행정 낭비’ 우려

    지자체 국제교류 ‘행정 낭비’ 우려

    ‘글로벌을 넘어 글로컬(Global+local)로!’ 국제교류는 이제 더 이상 중앙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전국 225개 지방자치단체가 65개국 946개 주 또는 도시와 1183건의 국제교류를 맺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특정 도시와 중복 교류하는 자치단체가 많아 행정력 낭비가 지적되고 있다. 3일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지방자치단체 국제교류현황 자료집’에 따르면 광역·기초자치단체를 통틀어 국제교류가 가장 왕성한 곳은 경기도로 193개 외국 도시와 교류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152개 지역과 교류해 그 뒤를 이었고 다음이 강원(107개)-전남(101개) 순이었다. 가장 적은 곳은 제주(32개)와 충북(49개)이었다. 이를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 자치단체 1곳이 평균 외국 지자체 4.87곳과 국제교류 협약을 맺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지자체 간 국제적인 정보교류가 행정선진화에 기여하는 몫도 큰 반면 주먹구구식 중복 교류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의 경우 국내 지자체들이 ‘묻지마식’ 중복교류를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행안부 관계자는 “대구, 광주, 대전 등 무려 10개의 국내 자치단체가 선양시와 동시에 교류를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 밖에도 국내 자치단체와 중복 교류하고 있는 해외도시가 120여개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김원진 행안부 국제행정발전지원센터장은 “이번에 펴낸 국제교류 현황 자료집을 통해 자치단체 간 정보가 공유되고 지역주민, 사회단체, 민간기업 등이 외국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자치단체들이 교류를 가장 많이 맺는 상대국은 중국으로, 475개의 성(省) 또는 시(市)가 국내 지자체와 고리를 엮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일본(172개)-미국(130개)-베트남(39개)-러시아(37개)-필리핀(28개) 순이었다. 자치단체 국제교류 지원 업무를 맡은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중국에 편중된 교류가 불가피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단체장의 무분별한 실적쌓기용 교류에 대해서는 자제를 권고했다. 김진아 국제협력부장은 “투자교류 및 관광객 유치에 가장 좋은 곳이 중국이며, 중국 지방정부 역시 한국 자치단체와 교류하는 것에 가장 적극적이어서 중국에 편중되는 결과가 나온다.”면서 “공무원이 아닌 주민 중심의 교류형태를 통해 단체장이 누구로 바뀌건 지속가능한 교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 국제교류현황’은 행안부 홈페이지(www.mopas.go.kr) 정책자료 간행물 게시판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영화프리뷰] 본 레거시

    [영화프리뷰] 본 레거시

    유독 한국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첩보 액션 영화 본 시리즈. 지난 2007년에 개봉한 3편 ‘본 얼티메이텀’은 외화로는 이례적으로 한국 영화가 초강세를 보인다는 추석 대목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4편에 해당하는 ‘본 레거시’가 열풍을 이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3편까지 시리즈를 이끌었던 맷 데이먼이 하차하고 제러미 레너로 바뀌었고, 연출 역시 전편까지 각본을 썼던 토니 길로이가 맡아 전혀 새로운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 시리즈 특유의 간결하고 긴박한 액션과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구석이 있다. 하지만 첩보장르를 좋아하고 이전 시리즈에 대한 편견 없이 레너가 창조해 낸 새로운 시리즈를 경험해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그럭저럭 볼 만하다. ‘본 레거시’는 ‘본 얼티메이텀’과 같은 시간대에 펼쳐지는 이야기로 전편과의 연계성을 강화했다. ‘본 얼티메이텀’에서 본의 활약으로 비밀 첩보 조직 트레드스톤의 정체가 밝혀진 뒤 최고의 전투력을 지닌 아웃컴까지 세상에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수뇌부는 비밀 요원들을 모두 제거하기로 한다. 하지만 아웃컴의 최정예 요원으로 훈련받은 애론 크로스(제러미 레너)는 지략을 발휘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최후 생존자가 된 그는 아웃컴의 관계자를 없애려는 에릭 바이어(에드워드 노턴)의 살해 위협에 맞서 잃어버린 자신의 생체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웃컴의 모든 연구 결과를 아는 마르타 셰어링(레이첼 와이즈) 박사 역시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다. ‘본 레거시’의 컨셉트는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전에 보였던 정교하고 긴박한 느낌은 덜한 편이다. 초반에 비밀 조직을 둘러싼 음모의 실체와 배후를 다루는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전체적으로 구성이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대신 극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펼쳐지는 오토바이 추격 장면은 마치 곡예를 연상시키며 속도감이 넘친다. 상당히 힘을 준 인상이 역력하지만 앞부분과의 이음매가 헐거워 연결성이 떨어지고 오토바이에만 의존한 액션은 다소 단조로운 인상을 준다.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액션 스타 제러미 레너는 위험하고 장기적인 일급 미션에 적합한 요원 역을 맡아 대역 없이 고공 낙하 액션과 오토바이 추격 액션을 선보이는 등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캐릭터나 드라마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탓인지 전작에서 맷 데이먼이 선보였던 영리하면서도 민첩한 첩보 액션이나 인간적으로 깊이 있는 매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이전의 3편 모두 유럽을 배경으로 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아시아를 배경으로 해 친숙함과 익숙함을 동시에 주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최초로 서울에서 촬영했다. 서울 강남역과 지하철 내부 풍경 등이 3~4컷에 걸쳐 등장한다. 6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멜로에서 역사물까지… 만화원작 드라마가 대세

    멜로에서 역사물까지… 만화원작 드라마가 대세

    ‘하얀거탑’, ‘꽃보다 남자’, ‘대물’, ‘풀하우스’, ‘궁’….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인기 드라마의 원작은 다름 아닌 만화. 가벼운 멜로부터 역사의 비극을 담은 대작까지 드라마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작품들은 일정한 시청자층을 확보하면서 요즘 방송가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최근 종영된 MBC 주말드라마 ‘닥터진’은 일본 만화가 무라카미 모토가의 만화 원작을 한국 현실에 맞게 바꿨다. 대한민국 최고의 외과의사가 시공을 초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흥선대원군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원작인 ‘타임슬립 닥터진’은 일본 개항기를 배경으로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무사 사카모토 료마를 돕는 이야기다. 대형기획사인 SM의 자회사인 SM C&C가 제작한 SBS의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일본에서 무려 1700만부의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린 같은 이름의 만화가 원작이다. 높은 인기 덕분에 일본에서는 무려 두 차례나 드라마로 제작됐다. KBS의 ‘각시탈’은 지금의 40대가 유년기에 즐겨봤던 허영만씨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한국형 슈퍼히어로를 등장시켜 관심을 끌고 있다. 만화의 드라마화는 멜로 일색이던 국내 드라마 장르에 다양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상상력에 기반한 무궁무진한 소재로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등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던 색다른 드라마를 만들게 했다. 만화원작 드라마는 일본에서 1990년대에 봇물을 이뤘다. 국내에선 2000년대에 시작됐다. 일본 드라마가 만화의 대사까지 그대로 옮겨놓아 유치하기조차 하지만 국내에선 일정 부분 각색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국내에선 2008년 ‘꽃보다 남자’가 이같은 흐름을 이끌었다. 대상은 주로 학원물이다. 다만 SBS의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원작과 달리 전반적인 극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본만화의 드라마화 배경에는 투자 대비 수익이 보장된다는 경제논리가 작용한다. 한 방송인은 “인기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할 경우 이미 국내에 형성된 탄탄한 팬층을 시청자로 확보할 수 있다.”면서 “각색을 거쳐 ‘한국화’한 다음 일본, 중국 등에 다시 수출하기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방송사 입장에선 위험부담이 많이 줄고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정서적 동질감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제작 흐름은 제작비가 한정된 케이블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에서 두드러진다.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만화 원작에 매달리다 보면 드라마 작가의 부족과 빈약한 아이디어라는 제작풍토를 쉽게 걷어내지 못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만화 의존 현상이 고착하면 국내 드라마의 콘텐츠 창작집단은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만화로의 쏠림 현상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안방극장에 부는 ‘일류’(日流)에 대한 위기의식은 자동차·전자 산업이 흥하고도 핵심부품은 여전히 일제를 써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무엇보다 일본 만화에 의존한 채 한국 작가를 양성하지 않는다면 ‘한류’ 드라마의 활성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에 따르면 2006년부터 한국 드라마는 중국 시장에서 조금씩 비중이 줄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등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라지만, 가깝고 큰 중국시장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한편, 국내 만화 육성 차원에서 만화원작에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정덕현씨는 “최근 웹툰이 활성화돼 국내 만화의 저변이 넓어졌고, 드라마 원작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면서 “일본만화에 대한 과도한 콘텐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만화를 육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휴~ 태풍 어쩌나 ‘와글’ 또… 나주 성폭행 ‘부글’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휴~ 태풍 어쩌나 ‘와글’ 또… 나주 성폭행 ‘부글’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고요하지 않았다. 천둥 치듯 몰아닥친 두 차례의 태풍은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했고 누리꾼의 관심도 온통 태풍에 쏠렸다. 인터넷은 태풍의 진로를 살피고 대비하는 주요 매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태풍 볼라벤 피해 현황이 검색어 수위를 차지했다. 재난대책본부는 지난달 28일 몰아닥친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내국인 9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제주 해상에선 중국어선 2척이 전복됐다. 전국 176만 7000여 가구가 정전됐고 75가구 18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나주성폭행 용의자 검거는 누리꾼에게 충격을 안기며 검색어 2위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을 저지른 고종석이 순천의 한 PC방에서 검거되면서, 온라인에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위는 일본 외무상 카라 CD. 지난달 29일 일본의 한 매체가 K팝 마니아인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이 한국에 항의하기 위해 가장 아끼는 카라의 CD를 버렸다고 보도했다. 이달 열리는 카라의 일본 프로모션에 참여하기로 했던 고이치로는 이를 번복했다고 한다. 4위는 티아라 공식 사과였다. ‘왕따설’과 화영의 탈퇴로 비난받아온 그룹 티아라가 지난달 29일 자필 메시지를 홈페이지에 발표해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어리석은 행동,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장문의 편지에는 화영에 대한 사과도 담겼다. 5위는 거대 기업 간 법정 다툼을 다룬 일본법원 삼성 애플. 지난달 31일 일본 법원이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눈길을 끌었다. 6위는 한·일전 욱일승천기. 독도 문제로 한·일 관계가 급랭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일본에서 열린 ‘2012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한·일전에선 일부 일본 관중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나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치적 퍼포먼스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뒤 하루 만에 벌어진 사건. 7위는 김동현 징역 6년 구형이다. 지난달 29일 검찰은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퇴출당한 뒤 40대 여성을 흉기로 협박해 외제차를 훔친 혐의로 기소된 전 국가대표 선수 김동현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필리핀 지진과 인천공항 추락사는 각각 8, 9위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밤 미국지질조사국은 필리핀 술라간시에서 동쪽으로 139㎞ 떨어진 곳에서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인도네시아·타이완·일본·괌 등에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또 지난 1일 술을 마신 20대 남성이 인천공항 교통센터 지붕 난간에서 떨어져 숨지면서 음주사고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10위는 기성용 데뷔전. 지난 1일 선덜랜드와의 2012~2013 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스완지 시티의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았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완득이’ 감동 느껴볼까 ‘써니’ 복고 즐길까

    ‘완득이’ 감동 느껴볼까 ‘써니’ 복고 즐길까

    ‘추석에는 청룽(成龍)의 코믹액션’이란 말은 옛날 얘기다. 청룽의 활동이 뜸한 데다 재탕, 삼탕에 방송사나 시청자 모두 지쳤다. 할리우드의 신작도 추석 TV편성표에서 보기 어렵다.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웬만한 할리우드 화제작들은 ‘TV 첫 방송’이란 명목으로 일찌감치 우려냈기 때문. 결국 TV편성표의 심야시간대는 한국영화 몫이 됐다.28일 밤 9시 55분 김려령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든 ‘완득이’(MBC)가 방송된다. 지난해 10월 개봉 당시 530만명을 불러모았다. ‘트랜스포머3’, ‘최종병기 활’, ‘써니’에 이어 지난해 박스오피스 4위.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등 남다른 가정환경 때문에 세상에 등을 돌렸던 고교생 완득이가 담임 똥주와 특별한 사제지간이 되는 성장드라마다. 밤 10시 50분에는 손예진·이민기 주연의 ‘오싹한 연애’(KBS2)가 방송된다. 로맨틱코미디와 공포를 버무린 변종장르다. 귀신이 시도 때도 없이 눈에 보여 연애는커녕 평범한 생활조차 쉽지 않은 여자와 겁 많은 호러 마술사의 사랑 이야기다. 29일 밤 10시 이현승 감독의 ‘푸른소금’(OCN)이 첫선을 보인다. 조직을 떠나 평범한 삶을 살려던 중년의 사내(송강호)와 그를 감시하려고 조직에서 보낸 어린 여자 킬러(신세경)가 묘한 감정에 휩싸이면서 영화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대표적인 조폭코미디 시리즈물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수난’(채널 CGV)도 밤 10시에 방송된다. 김수미·신현준·탁재훈 등이 고스란히 뭉친 데다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사장이 메가폰을 잡았다. 평단과 일부 언론에선 억지 코미디라며 비난했지만, 236만명을 불러모았다. 밤 10시 25분에는 ‘퀵’(KBS2)이 방송된다. 30일 밤 8시 40분에는 지난해 736만명을 동원, 복고열풍에 불을 지핀 ‘써니’(SBS) 감독판이 방송된다.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거푸 흥행시킨 신예 강형철 감독의 감각을 엿볼수 있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등 평단과 관객의 고른 지지를 받으면서 충무로의 보석으로 떠오른 장 감독이 140억원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았다. 294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지만 곱씹어 볼 만한 영화다. 밤 12시에는 곽경택 감독이 권상우와 정려원을 데리고 찍은 ‘통증’(채널 CGV)도 방송된다. 10월 1일 밤 12시에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애제자인 전재홍 감독이 연출한 윤계상·김규리 주연의 ‘풍산개’(OCN)가 방송된다. 김 감독의 흥행 후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일본 전쟁범죄 국제공조로 해결하자

    일본 정부가 역사 망각이라는 집단 최면에 걸린 듯한 분위기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일제가 강제동원한 ‘일본군 성노예(위안부)’의 증거를 대라며 앞장서자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이 뒤를 받쳤다.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를 했던 1993년 ‘고노 담화’의 존폐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도 눈감아 버리는 그들의 맹목성에서 2차 대전 시 가미카제(자살 특공대)가 연상된다. 일본은 제국주의의 길을 걸으며 아시아·태평양에서 온갖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여성들을 끌고가 군인들의 성노리개로 이용한 것은 물론 만주 주둔 731부대의 생체실험, 필리핀 바탄에서의 전쟁포로 죽음의 행진 사건 등 부지기수다. 성노예 희생자에는 한국, 중국, 필리핀, 타이완, 태국 등의 여성이 포함돼 있다. 1990년에는 인도네시아에 있던 네덜란드 여성까지 끌려갔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731부대는 산 사람을 대상으로 무기와 세균의 성능을 실험하고 장기까지 해부해 나치 독일의 유대인 가스 학살 못잖은 잔혹한 일을 저질렀다. 그러나 그 주역들은 전후 전범재판에서 도조 히데키 등 내각과 일부 군인들이 교수형에 처해졌을 뿐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유럽에선 영국·프랑스·러시아 등이 전승국이자 피해자여서 독일을 단죄했지만, 아시아에선 한국·중국·필리핀 등 피해국이 배제된 채 전승국 미국 주도 하에 재판이 이뤄진 탓이다. 2차 대전 참전 책임이 큰 히로히토 일왕에게 면죄부가 주어지고 난징 대학살이나 731부대 사건도 상징적 인물에 대한 처벌만 이뤄졌다. 그러나 일제의 전쟁범죄 진상규명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05년 8월 중국 하얼빈일보는 생체실험대상자 명단 1463명을 발굴, 공개했다. 여기에는 한국인 6명도 포함됐다. 한국,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피해국들은 일본의 역사 역주행에 서로 힘을 모아 함께 대응해야 한다. 전쟁범죄 피해사례를 공동 연구하고 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미국, 유럽, 유엔 등 국제사회에 꾸준히 알려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전쟁범죄와 역사 왜곡에 대해서 공동대응하는 협약을 맺어 일본이 또다시 역사를 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위안부’증거 이렇게 많은데…간교한 日

    ‘위안부’증거 이렇게 많은데…간교한 日

    일본은 전·현직 총리까지 나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나타낸 한·일 간 공식문서가 없다.”며 식민지 시대의 반인권적 범죄행위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 ‘공식문서’ 운운하는 일본 정부는 역사적 진실에 두 눈을 가리고 있다. ‘공식문서’만이 증거라면, 일본 역사학자는 물론 한국, 타이완,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위안부 및 위안소 설치와 관련해 쏟아진 증거들은 다 무엇인가. 이들은 일본에 강력한 법적 책임을 촉구하는 움직일 수 없는 지표들이다. 1938년 3월 4일 일본 육군성 부관이 북지방면군 및 중지주둔군 참모장에 보낸 통첩에는 ‘위안부 모집 관계자 단속에서 군의 위신을 지키고 사회문제를 야기시키지 않게끔 인선을 적절히 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1940년 9월 19일 일본 육군성 부관이 작성한 ‘군기진작대책’ 에서는 ‘위안 시설은 사기 진작, 군기강 유지, 범죄 및 성병 예방 등에 대한 영향이 크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교육지도 참고자료를 송부했다고 밝혔다. 일본 후생성이 해방 전후 위안부 신상기록을 담아 작성한 ‘유수명부’가 2005년 발견되기도 했다. 1994년 미군이 작성한 증인보고서에는 포로들이 증언한 일본군 위안부 모집·관리 실태가 담겨 있다. 일본 역사학자 요시미 요시아키는 ‘일본군 군대위안부’를 책으로 써 ‘위안부는 없다’던 일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일본의 여성을 위한 평화기금에서는 ‘정부조사 종군위안부관계자료집성 전 5권’을 펴냈다. 한국 외교부는 1992년 7월 일본 정부의 조사를 근거로 ‘일제하 군대위안부 실태조사 중간보고서’ 자료집을 냈고, 네덜란드 정부도 1994년 ‘일본 점령하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의 네덜란드인 여성에 대한 강제매춘’ 보고서를 발표했다. 쏟아지는 증거들 앞에서 물러설 곳이 없어진 일본은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명의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과 담화를 발표했다. ’살아 있는 증거’들은 수없이 많다. 꽃 같은 청춘을 위안부로 살며 인권을 유린당한 네덜란드 여성 세마랑, 베트남의 랑송, 중국 구리인, 한국의 수많은 위안부 할머니 등이다. 유엔 보고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자 국제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여성폭력특별보고관 보고서가 1996년과 2003년 위안부 문제를 정식 거론한 이후 관련 유엔보고서만 10개나 된다. 유엔총회도 1992년을 시작으로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해 왔다. 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강제성을 나타내는 공식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본정부와 군대가 조직적으로 동원한 반인권적·반도덕적 행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면서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전후 배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소영·배경헌기자 symun@seoul.co.kr
  • ‘위안부 증거’ 이렇게 많은데…

    ‘위안부 증거’ 이렇게 많은데…

    일본은 전·현직 총리까지 나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나타낸 한·일 간 공식문서가 없다.”며 식민지 시대의 반인권적 범죄행위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 ‘공식문서’ 운운하는 일본 정부는 역사적 진실에 두 눈을 가리고 있다. ‘공식문서’만이 증거라면, 일본 역사학자는 물론 한국, 타이완,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위안부 및 위안소 설치와 관련해 쏟아진 증거들은 다 무엇인가. 이들은 일본에 강력한 법적 책임을 촉구하는 움직일 수 없는 지표들이다. 1938년 3월 4일 일본 육군성 부관이 북지방면군 및 중지주둔군 참모장에 보낸 통첩에는 ‘위안부 모집 관계자 단속에서 군의 위신을 지키고 사회문제를 야기시키지 않게끔 인선을 적절히 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1940년 9월 19일 일본 육군성 부관이 작성한 ‘군기진작대책’ 에서는 ‘위안 시설은 사기 진작, 군기강 유지, 범죄 및 성병 예방 등에 대한 영향이 크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교육지도 참고자료를 송부했다고 밝혔다. 일본 후생성이 해방 전후 위안부 신상기록을 담아 작성한 ‘유수명부’가 2005년 발견되기도 했다. 1994년 미군이 작성한 증인보고서에는 포로들이 증언한 일본군 위안부 모집·관리 실태가 담겨 있다. 일본 역사학자 요시미 요시아키는 ‘일본군 군대위안부’를 책으로 써 ‘위안부는 없다’던 일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일본의 여성을 위한 평화기금에서는 ‘정부조사 종군위안부관계자료집성 전 5권’을 펴냈다. 한국 외교부는 1992년 7월 일본 정부의 조사를 근거로 ‘일제하 군대위안부 실태조사 중간보고서’ 자료집을 냈고, 네덜란드 정부도 1994년 ‘일본 점령하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의 네덜란드인 여성에 대한 강제매춘’ 보고서를 발표했다. 쏟아지는 증거들 앞에서 물러설 곳이 없어진 일본은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명의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과 담화를 발표했다. ‘살아 있는 증거’들은 수없이 많다. 꽃 같은 청춘을 위안부로 살며 인권을 유린당한 네덜란드 여성 세마랑, 베트남의 랑송, 중국 구리인, 한국의 수많은 위안부 할머니 등이다. 유엔 보고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자 국제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여성폭력특별보고관 보고서가 1996년과 2003년 위안부 문제를 정식 거론한 이후 관련 유엔보고서만 10개나 된다. 유엔총회도 1992년을 시작으로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해 왔다. 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강제성을 나타내는 공식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본정부와 군대가 조직적으로 동원한 반인권적·반도덕적 행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면서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전후 배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소영·배경헌기자 symun@seoul.co.kr
  • 대가족 에자라씨 집 ‘아침기상 작전’

    대가족 에자라씨 집 ‘아침기상 작전’

    30일 밤 0시 5분 EBS ‘다문화 휴먼 다큐 가족’은 리사 에자라씨 가족을 조명한다. 에자라씨는 12년 전 남편 장학선씨를 따라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사왔다. 지금은 비닐하우스에서 깻잎 농사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깻잎 말고도 다른 여러 농작물을 키우기 때문에 관리하는 데 하루가 부족하다. 여기다 시어머니, 남편, 시동생, 동서에다 3명의 딸과 2명의 조카까지. 10명이라는 대가족의 살림까지 책임져야 한다.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바쁜 하루지만 그만큼 더 행복하다는 에자라씨 가족 이야기다. 하루의 시작부터가 다르다. 가족들을 깨워야 하는데 여기에 작전이 필요하다. 원준이는 이 집의 말썽꾸러기. 이 녀석을 깨우는 데는 단어 하나면 된다. ‘돈까스’. 이 말은 마법의 주문처럼 원준이를 벌떡 일어나게 해 고양이 세수로 대충 물만 묻히고 밥상 앞에 원준이를 앉힌다. 누나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음식 돈까스를 뺏길까 봐 그러는 것이다. 대가족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다 보니 개성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난다. 에자라씨에게 가장 믿음직한 원군은 둘째 딸 민자. 말수는 적지만 누구보다 속정이 깊어 엄마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엄마 일을 돕고 맡은 일들도 척척 해낸다. 그런데 민자에게도 위기가 왔다. 아버지는 경기 여주에서 열리는 한국농업경영인 전국대회에 가봐야 하는데 에자라씨는 남아야 한다. 깻잎은 때를 놓치면 누렇게 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엄마에게 가장 깊숙이 의존했던 민자가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 없이 아빠와 함께하는 세 딸의 1박 2일 이야기도 담았다. 결국, 민자를 위로하기 위해 가족은 나들이를 계획했다. 5일장이 열리는 전통시장을 찾아 먹고 보고 즐기는 시간을 마련한 것. 가족 나들이의 마지막 코스는 노래방. 에자라씨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아빠가 특별히 마련한 시간이다. 오래간만에 노래방을 찾은 가족은 모처럼만의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시어머니 김영해씨는 이런 며느리가 여간 대견한 게 아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4호 태풍 덴빈’ 30일 상륙

    ‘14호 태풍 덴빈’ 30일 상륙

    제15호 태풍 ‘볼라벤’의 뒤를 이어 곧바로 제14호 태풍 ‘덴빈’이 우리나라를 향해 접근하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덴빈은 볼라벤과 비슷한 경로로 북상하고 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덴빈은 이날 오후 9시 현재 타이완 동쪽 약 21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12㎞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일본어로 ‘천칭자리’를 뜻하는 덴빈은 강풍반경 200㎞의 소형 태풍이지만 중심기압 980h㎩(헥토파스칼)에 최대풍속 초속 31m의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기상청은 덴빈이 30일 오전쯤 제주도 남서쪽 약 290㎞ 부근 해상을 지나 31일 오전에는 서해 남부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볼라벤이 이동한 자리를 주변의 공기 덩어리들이 미처 메우지 못한 상태에서 덴빈이 그 자리로 찾아 들어가면서 비슷한 경로로 이동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덴빈의 영향으로 29일 오후 제주도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30일에는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30일 북서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가 덴빈과 함께 북상하는 따뜻한 수증기와 부딪치면서 곳에 따라 시간당 30㎜ 이상의 많은 비를 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9~31일 제주와 남·서해안에는 1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필리핀 북쪽 해상에서 발생한 덴빈은 타이완 동쪽 해상에서 북상하다가 볼라벤에 밀려 21일 밤 서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2개 이상의 태풍이 1200㎞ 이내로 가까워지면 서로 밀어내거나 합쳐지는 이른바 ‘후지와라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덴빈 인근의 기상 조건에 따라 향후 진로나 강도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발표하는 태풍 정보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동아시아 영토분쟁 새 국면 예고] 美, 센카쿠 불똥 차단하기?

    중·일 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양국 간 갈등 국면이 소강 상태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28일 “클린턴 국무장관이 양체츠(楊潔?) 외교부 부장(장관급)의 요청으로 오는 9월 4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방문해 중·미 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외교부 사이트를 통해 발표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동안 양 부장 외에 중국의 지도자급 인사들과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장관의 이번 방중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중 양국이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사실상 임기 중 마지막 방중이라는 점에서 ‘이임인사’ 성격이 짙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중·일 간 센카쿠 분쟁의 불똥이 미국으로까지 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은 겉으로는 ‘중립’을 주장하면서도 미·일 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에 센카쿠 열도가 포함되는 점을 거듭 확인하면서 사실상 일본 편을 들고 있다. 일본을 이용해 ‘중국 봉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비난을 중국이 제기하는 이유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이날 ‘중 군부, 일본에 거듭 강경 목소리’란 제목의 사설에서 최근 중국의 차이잉팅(蔡英挺) 인민해방군 제1부총참모장이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댜오위다오가 미·일 상호방위조약에 해당된다는 점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은 분쟁을 조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교수는 “클린턴 장관이 ‘아태회귀’ 정책의 총설계사란 점에서 그는 이번 방중에서 미국의 ‘아태회귀’ 정책이 ‘중국 봉쇄’ 전략이 아니란 점을 중국 측에 설명하고 격화된 중·일 간 분쟁을 누그러뜨리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일 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에 여전히 센카쿠 열도를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필리핀과 영토분쟁이 있는 황옌다오(黃巖島·필리핀명 스카버러)에 대해선 중국이 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중·일 간은 물론 중·미 간 갈등의 불씨는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맥아더는 한민족 은인도, 전쟁광도 아닌 승리추구 전형적 군인이었을 뿐”

    “맥아더는 한민족 은인도, 전쟁광도 아닌 승리추구 전형적 군인이었을 뿐”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 퇴역 연설에서.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 유엔군사령관은 한국전쟁을 수행하던 1951년 4월 11일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에게 전격 해임당했다. 트루먼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태평양전쟁의 영웅이자 공화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맥아더가 전격 해임되자 온갖 소문이 떠돈 탓에 그해 5~6월 의회에서 ‘맥아더 청문회’도 열렸지만, 맥아더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中부상 등 태평양 중심 세계 재편 예견 그 맥아더는 정치의 계절이 오면 한국에 망령처럼 떠돈다. 지난 21일 인천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 앞에서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진보단체와 이를 저지하는 보수단체가 대치하며 또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진보단체에게 맥아더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 했던 전쟁광’이라면, 보수단체에게 맥아더는 ‘민족의 은인이자 반공의 보루이자 기독교의 전파자’인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인식의 차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이상호 박사가 최근 펴낸 ‘맥아더와 한국전쟁’(푸른역사 펴냄)은 ‘한국인 시각에서 처음으로 분석해 본 맥아더’라고 한다. 박사 논문을 일반인이 읽기 쉽도록 풀어 써 낸 것으로, 각주가 448쪽짜리 책에서 무려 104쪽으로 4분의1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온갖 국내외 문헌을 총동원해 맥아더를 객관적으로 조명한 책이라는 의미다. 방대한 문서를 돌린 결과가 “맥아더는 단지 자신의 입장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자 한 전형적인 군인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343쪽)는 결론에 이르게 되니 상당히 맥이 빠진다. 이 책은 박사 논문답게 337~343쪽에 요약본을 결론으로 실었는데, 감히 조언한다면 결론은 각종 문서로 어수선해진 머리를 가다듬는 작업을 위해 읽어야지 결론부터 읽거나 결론만 읽으면 가장 중요한 디테일을 놓치게 된다. 특히 저자가 주장하는 ‘맥아더=전형적 군인’이란 결론에는 동조할 수가 없다. 맥아더는 50여년의 군인생활 중 20여년을 아시아와 인연을 맺은 사람이다. 20대에 아버지 아더 2세의 부관으로 일본 도쿄에서 지낸 것을 시작으로 필리핀과 일본 등을 거치며 태평양전쟁을 치렀다. 그는 당대 미국에서 아시아의 정치·문화·군사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시아에 매료됐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였고, 미국 정계에서 ‘아시아주의자’ ‘태평양주의자’로 불리었다. 미국이 유럽을 중심에 놓고 세계 전략을 짜던 시기에 그는 “태평양을 지배하는 힘은 곧 세계를 지배하는 힘”이라고 발언한 알버트 베버리지 연방 상원의원(인디애나주·1899~1911)에게 동의했다. 맥아더는 “미국의 존재 자체는 물론 장래까지도 아시아, 그 주변 섬들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60쪽). 이때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타이완과 일본이고, 한국은 일본의 이익이 걸린 지역으로 분류됐다. 미국의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 일명 ‘애치슨 선언’이 나온 배경이다. 중국이 주요 국가 2위(G2)에 올라서는 등 21세기가 태평양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을 보면 맥아더는 너무 빨리 세상을 내다본 셈이다. ●‘한국에 우호적 태도’ 진정성 회의 아시아를 잘 알고 있다는 맥아더는 그러나 오판도 자주 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에 앞서 맥아더는 1939년 일본이 필리핀을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 보고에 대해 “일본인의 정서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오판해 경을 쳤다. 그런가 하면 한국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38선 이북으로 진격을 결정할 때 중국이 참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맥아더는 ‘중국의 허세’라고 오판했다. 중국 참전에 대한 오판은 뼈아픈 것으로, 결국 미국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확대돼 불명예 제대까지 하게 되니 말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에 점령군으로 간 맥아더는 기독교와 반공주의를 전파하고, 신도의 국교화를 허용하지 않는 등 일본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1947년 종료된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반공 전진기지로서 일본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때때로 모순되기 짝이 없다. 일례로 한국이 해방된 뒤 친일·부일 세력을 기용하지 말라는 내용과 친일·부일 세력을 써도 된다는 내용, 한국을 점령지로 하라거나 해방지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한 문서(미 3부조정위원회(SWNCC)176/1~176/30) 안에 공존하는 식이다. 맥아더의 여러 가지 군사전략과 정책은 미국 국방부(군인)와 국무부(민간)의 갈등 사이에서 채택되기도 하고 배제되기도 한다. 맥아더가 38선을 뚫고 올라가려고 할 때 미국은 3차대전에 대한 우려로 소련의 참전에 엄청난 신경을 쓴다. 결국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만약 북한이 붕괴되고 중국과 소련이 한국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맥아더로 하여금 유엔의 후원을 받아 북한을 점령하게 한다.’라고 합의하게 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10월 12일 유엔은 맥아더에게 38선 이남에 머물 것을 명령한다. 미국 정부는 유엔의 명령에 따랐고, 맥아더도 따라가야만 했다. 민간의 통제에 따르는 군인의 모습이다. 이 박사는 결론에서 “맥아더가 한국전쟁 수행 전략에서 보여준 한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과연 진정성이 있었던 것인지 회의하게 한다.”면서 “오히려 한국인들의 맥아더에 대한 선의의 일방적 해석은 맥아더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진보·보수는 쓸데없이 더 싸울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美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는 北위협 때문”

    미국 정부는 23일(현지시간) 최근 추진 중인 동아시아 미사일 방어(MD) 체계 강화는 중국이 아닌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 군사 대화나 전략 경제 대화 등을 통해 정기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면서 “MD 체계 강화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설계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탄도미사일 조기 추적에 쓰이는 X밴드 레이더 기지를 일본 남부와 동남아 국가에 추가 건설키로 하는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MD 체계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일부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국방부도 이날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우리는 아태지역에서 점증하는 탄도미사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MD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답해 일본 내 MD 체계 강화가 통상적인 지역안보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동아시아 MD 확대 구상을 언론에 흘린 것 자체가 중국에 대한 견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의 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일본·베트남·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안보전문가인 리처드 비칭거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멀리 떨어진 동남아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려는 계획에서 중국 견제 의도가 엿보인다.”면서 “중국은 이를 도발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Weekend inside-녹색세계은행] 1000조원짜리 유치戰… “평창올림픽 경제효과의 100배”

    [Weekend inside-녹색세계은행] 1000조원짜리 유치戰… “평창올림픽 경제효과의 100배”

    최근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올해 안에 GCF 사무국이 어느 나라로 갈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다룰 GCF 이사회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처음 열려 각국 간에 치열한 유치전의 막이 올랐다. 인천 송도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물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재정부 1차관 등이 세계 각국 유력 인사들을 물밑에서 접촉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신 차관은 “임기 중에 딱 두 가지만 이뤄 놓으면 후대에 평생 여한이 없다. 그중 하나가 GCF다.”라고 공언할 정도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GCF 사무국 유치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이렇게 ‘목숨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GCF가 앞으로 1000조원 이상의 기금을 운영하는 ‘녹색산업의 세계은행(WB)’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핵심 미래 아이콘인 녹색산업의 패러다임을 선점하는 효과도 엄청나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기적’을 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계산도 내심 하고 있다. GCF 유치에 성공하면 사실상 국제기구 사무국 첫 유치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재원 규모… 고용창출 효과 기대 24일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GCF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기후변화 특화기금이다. 2010년 12월 선진국들이 유엔 상설기구로 GCF를 설립하는 데 합의하고, 지난해 12월 기금 설계 방안을 채택하면서 가시화됐다. 지구환경기금 등 기존 기후 관련 기금과 달리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하게 된다. 재원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GCF의 이사국과 대리이사국인 41개 선진국이 내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의 장기 재원을 조성하게 된다. 총 8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04조원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8450억 달러)에 버금가는 규모다. GCF의 위상을 WB나 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 동급으로 보는 이유다. 사무국 유치에 따른 부대효과도 상당하다. 정부는 GCF가 연간 120회 정도 국제회의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무국 직원만도 5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 고용 창출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관계자는 “부대 비용까지 감안하면 1000조원짜리 수주전”이라고 말했다. 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하면 국가 위상도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국제기구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유엔동북아사무소(UNESCAP) 등 21개다. 하지만 대부분 사무소 수준이다. IVI 직원은 2009년 말 기준 157명이다. 연간 예산은 3000만 달러 수준이다. 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하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제대로 된’ 국제기구로는 처음이 되는 셈이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서울에 유치한 것보다 실질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게 정부의 속내다. 유럽과 미국에 편중돼 있던 주요 국제기구를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치한다는 의미도 작지 않다. 아시아 지역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로는 국제열대목재기구(ITTO·일본 도쿄), 국제미작연구소(IRRI·필리핀 마닐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아랍에미리트 연합) 등이 있지만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외교부 관계자는 “GCF 사무국을 가져오게 되면 지금까지 국제 외교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한계를 단숨에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신성장 동력으로 손꼽히는 녹색·기후 분야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크다. GCF가 기후변화 재원 체계를 총괄하는 환경 부문의 WB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후변화의 패러다임을 선점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태양광과 자동차용 2차전지 등에 눈을 돌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녹색산업 관련 투자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그동안 분담금 등의 문제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GCF를 유치하게 되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인 녹색산업 분야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화된 녹색금융 기법 전수받아 녹색금융 분야의 질적인 향상도 기대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GCF의 선진화된 녹색금융 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녹색산업과 녹색금융이 결합하면 향후 우리나라가 100년 이상 먹고살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는 동시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100배 이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CF 사무국 유치를 신청한 나라는 한국, 독일, 스위스, 멕시코, 폴란드, 나미비아 등 6개국이다. 오는 11월 말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1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에서 최종 승자가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물밑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6월 열린 ‘리우+20’ 정상회의에서 각국 각료와 양자 면담을 갖고 한 표를 호소했다. 신제윤 차관과 최종구 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최근 미국과 중앙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을 돌며 유치 운동을 펼쳤다. 우리가 카드로 내민 것은 최첨단 사무실 제공과 비용 지원. 우선 다음 달 송도 아이타워가 완공되면 15개층을 GCF 사무국에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또 유치 첫해에 200만 달러를 출연하고, 그 뒤 7년 동안 해마다 100만 달러(약 15억원)의 운영 비용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신 차관이 주재하고 관계부처 1급이 참여하는 유치추진단을 발족, 구체적인 운동에 들어갔다. 한덕수 무역협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민간유치위원회도 출범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국제기구 유치 경험이 풍부한 독일과 스위스다. 특히 독일은 해마다 운영비로 700만 유로(약 100억원)를 GCF에 내놓겠다고 제안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유치전에 직접 나섰다. 신 차관은 “솔직히 다소 불리한 조건에서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해볼 만한 게임이 됐다.”면서 “유럽과 북미에 편중된 환경 관련 국제기구의 지역적 불균형 해소 필요성과 우리나라가 그동안 녹색 분야에 다각적으로 기여한 점 등을 적극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美, 동아시아 MD 확대 추진… 中 ICBM에 맞불

    美, 동아시아 MD 확대 추진… 中 ICBM에 맞불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아시아 지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MD 체계 확대는 최근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MD 체계 확대 구상은 탄도미사일 추적용 고성능 레이더 기지 두 곳을 추가로 건설하고,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해병의 단기적 증강 배치 등으로 이뤄진다. 우선 탄도미사일 조기 추적에 쓰이는 X밴드 레이더 기지를 일본 남부에 추가 건설하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미 관리들은 일본 정부가 승낙하면 수 개월 내 레이더 기지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X밴드 레이더의 성능은 수천㎞ 떨어진 곳의 야구공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미군 태평양사령부와 미사일방어국(MDA)은 동남아시아에 X밴드 레이더 지상기지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동남아 후보지는 필리핀이 거론된다. 미군은 또 단기적으로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해병 규모를 현재의 1만 5000명에서 1만 900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해병이 2만 1000명에서 7000명으로 줄어드는 데 따른 것이다. 미 해군은 이미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춘 전투함을 현재의 26척에서 2018년까지 36척으로 늘리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이 구상이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군은 중국의 함정 공격용 탄도미사일이 태평양 함대의 위협 요인이라고 밝혀온 만큼, 일본과 동남아의 레이더 기지 추가 건설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 의회조사국(CRS) 스티븐 힐드레스 연구원은 MD 강화는 “장기적 측면에서 애써 외면하던 중국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 관리들도 동아시아에 X밴드 레이더가 증강 배치되면 북한은 물론, 중국 내륙 상당 부분까지 감시 영역에 포함된다고 인정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관세청 ‘그린캡’ 돋보이네!

    #1. 몽골에서 보드카는 술이지만, 와인이나 맥주 등은 술로 분류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만 19세 미만자는 주류 및 담배를 살 수 없는데, 몽골은 18살이면 미성년자가 아니다. 이 때문에 술 반입을 둘러싸고 잦은 해프닝이 벌어진다. #2. 중국 동포들은 한국에서의 병원비 부담으로 입국 시 현지에서 약을 싸가지고 들어오다 세관에 적발된다. “허가받지 않은 약은 반입이 안 돼요.” 관세청이 외국인 여행자들의 통역 및 입국절차를 도와주는 ‘그린캡’(Green Cap)의 에피소드 등을 담은 ‘입국장의 초록물결 그린캡 이야기’를 발간했다. 그린캡은 연간 8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여행객, 특히 소수 언어 국가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2010년 도입됐다. 공항에서 녹색옷을 입은 직원들이 봉사활동을 벌인다. 최근 우리 사회에 급증한 다문화가정 구성원을 위주로 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그린캡은 인천공항 23명을 비롯해 김포(4명)·김해(4명)·제주(2명)공항과 평택(2명)·인천(2명)항 등 6개 공항만에 37명이 배치됐다. 여자가 전체 68%인 25명으로 가장 많다. 출신국은 중국이 13명, 몽골 3명, 일본·베트남 각 2명, 러시아·필리핀·우즈베키스탄 출신이 각 1명이다. 그린캡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시키는 ‘중재자’로서 세관과 여행객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을 사전에 예방해 한국의 이미지 제고 및 통관서비스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그린캡으로 활동 중인 요네타니 후사코는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면서 “처음에는 일본사람이라고 밝혔는데 지금은 그냥 감사하다며 웃는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정부, 맞춤형 ‘ODA전략’ 만든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중점 협력국’ 26개국에 대한 국가별 협력전략(CPS)이 내년까지 모두 완료된다. 각국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다음 달 중순 국무총리 주재로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열어 5개국에 대한 CPS 수립을 마치고, 12월 추가로 5개국에 대한 CPS 수립을 마무리하는 등 올해 안에 모두 11개국의 CPS 수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위원장은 김황식 국무총리가 맡고 위원은 기획재정부장관, 외교통상부 장관 등 관련부처의 장관들과 함께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21일 총리실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14일쯤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열어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에티오피아, 아제르바이잔 등 5개국에 대한 CPS를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또 올 연말까지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에 대한 CPS를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앞서 올 1월 볼리비아, 지난해엔 베트남과 가나, 솔로몬군도에 대한 CPS를 각각 확정했다. 그동안 정부 기관별로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던 ODA 정책을 각 나라의 현지 실정에 맞게 ‘맞춤형’으로 조정해 나가자는 것으로 현지 국가 각각의 수요에 따른 ODA 맞춤형 전략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CPS는 나라별로 지역과 사업 분야에 대한 우선 순위를 결정해 특정 국가에 대한 원조 및 지원을 국가 전체 차원에서 보다 전략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영국대사 박석환·인도대사 이준규

    영국대사 박석환·인도대사 이준규

    정부는 21일 주영국 대사에 박석환 전 외교통상부 제1차관, 주인도 대사에 이준규 전 외교안보연구원장을 각각 임명하는 등 공관장 17명 인사를 단행했다. 정부는 또 주독일 대사에 김재신 전 차관보, 주필리핀대사에 이혁 전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했다. 이혜민 현 필리핀 대사는 주프랑스대사로 기용됐다. 주브라질 대사에는 구본우 전 샌프란시스코총영사, 주제네바 대사에는 최석영 전 자유무역협정교섭대표, 주스위스 대사에는 배영한 전 그리스 대사, 주유네스코 대사에는 이상진 전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이 발탁됐다. ▲주그리스대사 신길수 전 몬트리올총영사 겸 국제민간항공기구대표부대사 ▲주슬로바키아대사 박상훈 전 국립외교원 외교역량평가단장 ▲주리비아 대사 이종국 전 러시아공사 ▲주이란 대사 송웅엽 아프리카중동국장 ▲주아제르바이잔 대사 최석인 전 이르쿠츠크총영사 ▲주르완다대사 황순택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장 ▲주탄자니아대사 정일 전 몽골대사 ▲주과테말라대사 추연곤 전 엘살바도르 대사 ▲주고베 총영사 이성권 전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뉴욕총영사 손세주 전 튀니지 대사 ▲주뭄바이총영사 장석구 충청지방우정청장 ▲주이르쿠츠크총영사 정동은 전 국제법률국심의관 ▲주이스탄불 총영사 전태동 전 시안총영사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