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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열의 메디컬 IT] 한국인을 위한 새로운 당뇨병 예방 전략

    [이상열의 메디컬 IT] 한국인을 위한 새로운 당뇨병 예방 전략

    당뇨병은 혈당이 올라가는 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당뇨병이 단순히 혈당만 올라가는 질병이라면 지금처럼 보건의료상 중요한 문제로 취급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혈당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당뇨병 환자들은 다양한 급·만성 합병증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당뇨 합병증의 대부분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키고,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2014년 한국의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 원인 가운데 6위에 해당된다. 또 당뇨병은 한국인 주요 사망원인 1~3위에 해당하는 암, 심·뇌·혈관 질환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원인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으로 인한 국가 의료비 부담은 지난 10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한국인에게 질병 부담이 가장 높은 질환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당뇨병에 대처하는 데 있어 눈앞의 치료에만 급급하고 있을까. 증상이 악화하고 합병증으로 고생하거나 사망에 이르기 전 당뇨병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의문을 갖고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당뇨병 예방을 목표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를 수행해 왔다. 미국, 핀란드, 중국 등에서 시행된 당뇨병 예방연구가 대표적이다. 운동, 식이조절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나 소량의 당뇨병 치료제를 미리 복용시키는 방법을 활용해 당뇨병 발생률을 40~60% 정도 낮출 수 있었다. 불과 3년 내외의 짧은 연구 기간 동안 얻은 당뇨병 예방 효과는 연구 종료 이후에도 수십 년간 지속됐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당뇨병 예방 전략을 국가 의료정책의 한 축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런 전략에 따라 미국의 당뇨병 발병률은 최근 수년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당뇨병 예방을 위한 활동을 건강보험 급여에 반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단순한 질병 관리가 아닌, 질병 예방에 대한 노력을 급여화하려는 정책은 그 예가 거의 없는 것으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히 지난해부터 질병관리본부와 대한당뇨병학회가 후원하는 ‘한국인 당뇨병 예방연구사업’이 전국의 주요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당뇨병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750명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연구로, 학회의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당뇨병 예방연구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근거에 기반한 ‘한국인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을 확립하려 한다. 프로그램 운영 성과는 여러 데이터로 가공돼 한국인 당뇨병 예방을 위해 값지게 사용될 것이다. 필자도 이 연구에 실무책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참여하고 있다. 질병의 예방이라는 연구하기 까다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학과 의료를 접목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연구를 통해 얻은 정보를 IT 기반 기술을 활용한 당뇨병 예방전략 개발에 응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IT 기기를 활용한 혈당 측정 등 기존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기기를 활용해 당뇨병 발병을 차단하는 방안에 필자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물론 연구는 현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결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노력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당뇨병 예방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격려와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 동료 도핑에… 불멸의 기록 날린 볼트

    동료 도핑에… 불멸의 기록 날린 볼트

    세계선수권 메달도 박탈 위기… 볼트 공식 반응은 아직 없어 동료의 잘못 때문에 천금같은 올림픽 금메달 하나가 날아갔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5일(현지시간) “자메이카 육상 선수 네스타 카터(32)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인 메틸헥사나민 성분이 검출됐다”며 “남자 400m 계주 금메달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계주 종목은 함께 뛴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도핑이 확인되면 모든 선수가 메달을 잃는다. 따라서 당시 마지막 주자였던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도 금메달을 빼앗겼다. 덩달아 볼트가 베이징부터 런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육상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를 석권하며 달성한 올림픽 육상 최초의 ‘트리플 트레블’(3관왕 3연패) 위업도 ‘없던 일’이 됐다. 올림픽 은메달을 둘이나 수집한 로저 블랙(영국)은 “볼트 업적의 빛이 바랬다. 자신의 잘못이라면 책임지면 되겠지만 팀 동료의 잘못을 어찌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올림픽 육상 최다 금메달(9개) 타이기록도 지워졌다. 볼트는 1920년대 장거리 스타였던 파보 누르미(핀란드)와 미국 육상 레전드 칼 루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다섯 달 만에 공동 3위로 내려갔다. 또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m 예선에서 탈락한 뒤 아홉 차례 올림픽 결선에 모두 올라 우승했던 볼트의 베이징 400m 계주 결선 기록은 ‘실격’으로 기재된다. 세계선수권 메달 수도 달라질 수 있다. 볼트는 카터와 400m 계주 팀을 이뤄 2007년 오사카 은메달, 2011년 대구, 2013년 모스크바, 2015년 베이징 금메달을 휩쓸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도핑 이력이 붙은 카터의 샘플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한편 메달 박탈 확정에 대한 볼트의 반응은 아직 없다. 다만 그는 카터의 도핑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난해 6월 자메이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슴 아프다. 몇 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 금메달을 따고 챔피언에 올랐는데 그런 일이 생겼다”면서 “더 걱정되는 것은 그 선수이며 그가 이겨 내길 바란다”고 의연하게 밝힌 바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佛 집권 사회당 경선 1차 투표서 급진 좌파 브누아 아몽 1위

     프랑스 집권 사회당 대선 후보 경선 1차 투표에서 급진 좌파 브누아 아몽이 당선이 유력시됐던 마뉘엘 발스를 제치고 깜짝 1위를 차지했다고 AFP통신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몽은 득표율 35%를 기록해 32%를 얻은 발스 전 총리와 오는 29일 열릴 결선 투표에서 최종 대선 후보를 가린다. 아르노 몽트부르 전 경제장관은 18.7%로 3위, 뱅상 페용 전 교육장관은 6.5%로 4위에 그쳐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아몽은 2003년 사회당 내 급진적 소수정파인 ‘신(新)사회당’(NPS)을 창설한 이들 중 한 명으로, 당내에서도 강경 노선을 걸어 ‘아웃사이더’로 꼽혀 온 인물이다. 선거운동 전까지만 해도 발스 전 총리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아몽이 급진 좌파 공약으로 주목받으면서 언더독 승리를 일궈냈다. 그는 2014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발스 전 총리의 긴축 정책 및 친기업 경제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다가 장관직에서 경질됐다.  아몽은 핀란드가 이달 시작한 기본소득 보장제와 주 32시간 근무제, 이슬람 여성 수영복 부르키니 반대 금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소득 불균형과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모든 국민에게 매달 600∼750유로(약 75만∼94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현 올랑드 정권에 대한 실망 때문에 4월 23일 1차 투표를 치르는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보수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프랑수아 피용이 2위를 차지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니 레이더

    [고든 정의 TECH+]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니 레이더

    엉뚱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 제목처럼 개인용 휴대기기로 미니 레이더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일반인을 위한 기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시력장애가 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환자를 위한 것이죠. 핀란드의 VTT 연구소는 단거리 밀리미터파 (short range milimeter wave)를 이용한 장애물 및 지형 감지 센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항공기나 자율주행차량 등에 활용되는 레이더의 축소형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리 역시 같습니다. 반사되는 밀리미터파를 통해 주변의 지형 및 장애물을 파악하는 것이죠. 물론 사람이 휴대할 수 있도록 소형 경량화와 저전력화가 필요합니다. 사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장애물이나 지형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장치는 이전에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 중에는 초음파를 이용한 것도 있고 정밀한 GPS를 이용해서 도로와 건물의 위치, 가야 하는 방향 등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저렴한 휴대 기기의 개발은 아직입니다. 물론 맹인견 같은 대안도 있지만, 모든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공급이 어렵고 맹인견이 파악할 수 없는 상황도 있게 마련입니다. VTT 연구소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단거리 밀리미터파 센서는 아주 작은 크기는 아니지만, 목에 걸고 사용하기에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크기를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출력이 약하기 때문에 아주 먼 거리까지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발열과 전자파가 적고 배터리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생각하는 밀리미터파의 장점은 안개가 끼거나 비나 눈이 오는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작동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덧붙여 옷 정도는 투과할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기기를 옷 밑에 감출 수도 있습니다. 25명의 시각장애인을 상대로 시행한 테스트 결과는 긍정적입니다. 92%의 환자가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고 1/3 정도는 계속 사용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를 위해서는 더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밀리미터파만으로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래형 내비게이션은 가볍게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술의 결정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밀한 GPS로 주변 지형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실내 위치파악 기술이 적용될 것입니다. 동시에 밀리미터파나 다른 방법으로 자동차나 다가오는 사람 같이 움직이는 물체도 파악하고 그중 의미 있는 정보를 먼저 알려줘야 합니다. 여러 가지 기술이 합쳐져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정보를 동시에 주는 것은 오히려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인공지능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개발단계지만, 어쩌면 자율주행을 위해 개발된 여러 기술과 웨어러블 기술이 시력 및 청각 장애인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대선이슈 집중분석] 누구나 기본소득 “재정 부담 vs 삶의 윤택”

    [대선이슈 집중분석] 누구나 기본소득 “재정 부담 vs 삶의 윤택”

    지난해 6월 스위스는 매월 조건 없이 모든 국민에게 기본 소득을 제공하는 방안을 놓고 투표를 했다. 전체 투표자의 76.9%가 반대해 부결됐지만, 스위스의 ‘도전’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모든 국민의 삶이 윤택해질 것이다’, ‘노동 의지를 떨어뜨리고 재정 부담만 안길 것이다’란 찬반 의견이 분분한데도, 선별적 사회보장체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은 유럽 국가들은 스위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기본소득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복지 제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이 실험이 조기 대선을 앞둔 여의도 국회에도 상륙했다.기본소득제 논란은 청년수당을 도입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불을 지폈다. 생애주기별로 지급하는 기본소득 100만원에 국토보유세로 마련되는 재원으로 1인당 30만원을 더해 전 국민에게 1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게 이 시장의 구상이다. 박 시장은 아동·청년·노인 등에 월 30만원씩 주는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고 했다. 기본소득의 학술적 정의는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조건 없이, 자산심사나 노동요구 없이 지급되는 소득’이다. 생계급여 등 빈곤층에게 제공하는 선별적 복지와 달리 부자에게도 주고, 대가로 노동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은 기본소득을 받으며 좀더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고 자기 계발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이렇게 급진적인 기본소득을 한번에 도입하기는 어렵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면 모든 연령대가 아니라 일정한 연령대부터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게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금과 청년수당도 넓게 보면 기본 소득 범주에 속한다. 이 시장의 구상은 기본소득제도의 스펙트럼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분류에 속한다. 박 시장과 김 의원의 구상은 기존 공적제도의 연장형으로 볼 수 있다. 어떤 형태든 ‘국민이라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자’라는 게 기본소득제의 취지다. 그런데 왜 ‘뜨거운 감자’가 됐던 걸까.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노동 없이 돈을 주면 일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성남시 청년배당, 서울시 청년수당이 시도됐을 때도 청년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구직활동을 접고 기본소득을 그저 생활비로 소진할 것인가, 기본소득을 통해 자기 계발에 나서 더 나은 삶을 살 것인가.’ 기본소득을 둘러싼 이러한 의문은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섣불리 답을 내릴 수 없는 이 문제의 해답을 찾고자 전 세계는 지난 1일 기본소득보장제도를 최초로 시범 도입한 핀란드에 주목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데 들어갈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도 문제다. 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한 대선 주자들은 세제 개편, 재정 합리화 등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방법이 구체적이진 않다. 당장 세금을 늘리지 않고 재원을 마련할 방법은 현행 복지제도를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기본소득제 도입 취지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기존의 복지제도를 전면 개편한다는 전제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보장제도는 현금 급여만큼 현물 급여도 중요한데,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려고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면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이유로 다른 대선 주자들은 기본소득제 도입 신중론을 펴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복지제도의 방향을 먼저 논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 시장의 기본소득 구상에 반대하며,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조합을 강조한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기존 복지 제도와 연계해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종훈 연구위원은 “다른 국가에서 먼저 도입해 검증을 거친 국민연금 제도도 도입된 지 30년이 다 돼가도록 성숙하지 않았는데, 실험 단계인 기본소득제를 들여오는 건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13일의 금요일 ‘헬’ 향한 666여객기…저주의 운항 결과는?

    13일의 금요일 ‘헬’ 향한 666여객기…저주의 운항 결과는?

    "여러분을 지옥으로 모십니다!" 공포영화의 소재로도 유명한 '13일의 금요일' 지옥(?)으로 출발하는 항공기 666편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 유럽언론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항공기 666편이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을 출발해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 안착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평범한 여객기가 때만 되면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편명과 도착지 때문이다. 먼저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에는 AY666편이 존재한다. 공교롭게도 취항한 지 올해로 13년 된 AY666편은 지난 13일의 금요일 코펜하겐 공항을 날아올라 목적지 헬싱키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문제는 헬싱키 공항의 코드명이 'HEL'이라는 점. 지옥을 뜻하는 'HELL'과 철자는 다르나 발음은 똑같다. 미신으로 보면 불길에 불길을 더한 운항인 셈. 이에 13일의 금요일 AY666편이 헬싱키로 운항하면 현지 언론은 이번에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호사가들은 지옥으로 논스톱 직행했다는 말을 퍼뜨린다. 핀란드 항공 베터랑 조종사 유하-페카 케이다스토는 "만약 승객들이 불안해 한다면 언제든지 승무원들이 도울 것”이라면서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이는 재미있는 농담거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용석의 상상 나래] 우리나라 대표 선수, 기업이 새해의 희망이다

    [김용석의 상상 나래] 우리나라 대표 선수, 기업이 새해의 희망이다

    올림픽은 각 나라에서 모인 수천 명의 그 나라 대표 선수가 참가해 여름과 겨울 스포츠 경기를 하는 국제적인 대회다. 올림픽을 대비해 선수들은 피나는 훈련을 한다. 2년마다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이 번갈아 열리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한다. 전기전자 분야 제품 개발을 놓고 올림픽 경기처럼 경쟁을 벌이는 대회가 일년에 세 번 있다. 매년 1월엔 미국, 3월엔 스페인, 9월엔 독일에서 제품을 전시하고 경쟁을 벌인다. 그중에서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제품박람회인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가장 규모가 크다. 1월 8일(현지시간) 4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폐막됐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이를 접목한 똑똑하고 편리한 가전, 자동차가 최대 관심거리였다. 기업이 그 나라의 대표 선수다. 종목에 따라 다르지만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스타트업으로 선수단을 발족해 참여한다. 많은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전시회에 참가해 소비자로부터 얼마나 많은 찬사를 받느냐에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제품 성공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올해의 CES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관전할 수 있었다. 맏형 대표 선수인 삼성과 LG 이외에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젊은 선수들이 잘 뛰어 줬기 때문이다. 결국 우수 선수 선발에 성공한 셈이다. 한발 앞선 기술력, 반짝이는 아이디어,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좋은 성과를 보여 줬다. IOC 역할을 맡은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전시되는 전자제품을 대상으로 ‘비디오 디스플레이’, ‘생활가전’, ‘ 휴대전화’ 등 총 28개 부문에서 디자인과 기술, 소비자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업을 선발했는데, 삼성은 35개, LG는 21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특히 TV부문에서 삼성은 퀀텀닷 방식, LG는 올레드 방식으로 둘 다 최고 혁신상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두 대표 기업이 전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 밖에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청소기 등 생활가전 제품들이 혁신상으로 선정됐다. 또한 삼성과 LG 외에 회사 출범 후 6개월 만에 망고슬래브라는 스타트업이 PC 액세서리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이 회사는 ‘네모닉’이란 이름으로 전시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으로 작성된 메모를 접착 메모지에 인쇄해 주는 소형 스마트 프린터다. 관람객과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그 외에도 안경 없이 3D 영상을 볼 수 있는 모바일용 커버 액세서리 ‘모픽’이나 비접촉식 방법으로 환자 모니터링이 가능한 제품 ‘대담마이크로’, 자동차 안전과 커넥티드카 기술이 융합된 제품을 개발한 ‘이미지넥스트’ 등 여러 중소기업 그리고 코웨이, 유진로봇, 바디프랜드 등 중견기업도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다. 크리스마스의 고향인 핀란드는 한때 노키아라는 든든한 기업이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롤모델 국가였고, 전 세계에서 정치, 교육, 복지 모든 면에서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노키아는 무너졌고 핀란드는 경제불황 속 저성장 국가로 낙오했다. 이처럼 한 국가의 경제에 기업들이 미치는 영향력과 기여도는 상당하다. 기업은 일자리 제공뿐만 아니라, 사회의 부와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국민 생활 향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업이 잘돼야 한다. 정부, 대학, 국민은 모두 우리나라의 대표 선수인 기업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도와주고 응원해야 한다. 이번 CES 2017에서의 좋았던 점은 삼성, LG의 두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중견기업, 스타트업들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제품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지능형 서비스로 무장한 우수한 스타트업이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해 본다. 올해 경제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리 대표 선수인 기업들의 새해 출발이 좋다. 처음의 좋은 분위기를 계속 살려서 상품화하고 세계 시장에서 더 큰 성공으로 연결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 [지구를 보다] ‘눈 망토’ 두르고 북극 지키는 보초병

    [지구를 보다] ‘눈 망토’ 두르고 북극 지키는 보초병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지구의 북극을 지키는 보초병일까?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아름다운 북극 하늘을 배경으로 기괴한 모습으로 서있는 눈사람을 ‘오늘의 천체사진’(APOD)으로 공개했다. 마치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외계 풍경같지만 사진이 촬영된 이곳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북쪽 핀란드의 라플란드다. 사진 속 눈사람의 정체는 세찬 눈보라와 영하의 기온을 온몸으로 이겨내고 있는 나무들. 온몸 켜켜이 쌓인 눈을 흰색 망토처럼 두른 나무들은 길고 긴 겨울을 견디며 눈이 녹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별들로 가득찬 하늘에는 녹색빛 오로라가 환상적으로 펼쳐져 있으며 인공위성이 지나가는 모습(사진 오른쪽 상단 줄)도 보인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으로 유명한 라플란드는 1년 중 9개월은 눈이 내리며 요즘같은 겨울철은 영하 30도를 넘는 날도 허다하다. 약 6만 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오로라와 백야를 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사진=Pierre Destribats (지난해 3월 촬영)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콜레스테롤 과다 치매 상관없대요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심장질환은 물론 치매나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과 치매 등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북유럽 연구진이 발표했다. 핀란드 헬싱키대 의대, 이스턴핀란드대 보건대 공동연구진은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매일 먹더라도 치매나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식품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 임상영양학 연구’ 10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1984~1989년 이스턴핀란드대의 심장질환 위험성 연구에 참여한 42~60세의 남성 2497명을 22년 동안 추적조사했다. 이 중 337명이 기억장애, 266명이 알츠하이머를 앓게 됐는데 이들의 식생활과 일반인의 식단을 비교해 본 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도리어 하루에 달걀을 1개씩 꾸준히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언어나 인지능력 검사에서 우수한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르키 비에르타넨 이스턴핀란드대 교수는 “계란이나 베이컨처럼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이 치매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은 아니지만 동맥경화 같은 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섭취는 삼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어느새 ‘평창의 꽃’

    어느새 ‘평창의 꽃’

    쇼트서 한국 남자 첫 80점 돌파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 출전 ‘평창 꿈나무’ 차준환(16·휘문중)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차준환은 8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끝난 제71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겸 2017 세계선수권 및 세계주니어선수권 파견 선발 대회 남자부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156.24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한국 남자 최초로 80점 벽을 넘어 81.83점를 기록했던 그는 합계 238.07점으로 2위 김진서(21·한체대·216.16점), 3위 이시형(17·판곡고·189.91점)을 누르고 처음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차 “같은 실수 반복… 100점 중 60점” 막바지 트리플 플립-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다가 넘어진 차준환은 경기 뒤 “(지난달)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같은 점프에서 실수했는데 이번에도 넘어졌다”면서 “오른쪽 스케이트 부츠가 물렁물렁해져 문제가 있었다. 비슷한 제품을 2개 정도 신어봤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오늘 테이핑을 하고 뛰었는데 미끄러졌다”고 아쉬워했다. 스스로 연기를 평가해 달라고 하자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라고 답했다. 시니어 자격이 없는 차준환은 오는 3월 대만 세계주니어선수권 출전권을 이시형과 나란히 거머쥐었고, 김진서가 대신 같은 달 핀란드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게 됐다. 차준환의 기록은 하뉴 유즈루(23·일본)의 세계 최고 점수 330.43점에 아직 한참 모자란다. 차준환은 한국 남자 비공인 최고 점수(242.44점)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최고 점수(239.47점)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3월엔 쿼드러플 살코 두 차례 시도” 김연아(은퇴)의 스승으로 현재 차준환을 지도하고 있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세계주니어선수권 프리 때 쿼드러플 살코를 두 차례 시도하도록 준비시킬 것”이라며 “오늘 실수한 트리플 플립-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 순서도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준환은 현재 프리스케이팅에서만 쿼드러플 살코를 한 차례 시도하는데 주니어 무대를 호령하는 ‘러시아 투톱’ 드미트리 알리예프와 알렉산데르 사마린이 모두 같은 점프를 하고 있어 이들을 넘어서기 위해 비장의 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오서 코치는 “두 달은 꽤 긴 시간”이라며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처음으로 쿼드러플 점프에 성공한 김진서는 인대가 찢어진 오른 손목에 붕대를 감고 연기에 나섰다. 자신의 세계선수권 성적 여하에 따라 올림픽 출전 쿼터가 변동될 수 있는 점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임은수(14·한강중)는 여자부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에서 127.45점을 받아 전날 쇼트프로그램 64.53점과 합계 191.98점으로 김연아 이후 국내 여자로는 처음 종합 190점을 넘어 우승했다. 그는 2위 김예림(14·도장중·183.27점)과 함께 세계주니어선수권에, 3위 김나현(17·과천고·181.78점)은 세계선수권에 나선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빅뱅! 4차 산업혁명-새물결을 주도하자] 9살 우버, 100살 GM 추월… 변화 둔감한 늙은 기업 성공 못해

    [빅뱅! 4차 산업혁명-새물결을 주도하자] 9살 우버, 100살 GM 추월… 변화 둔감한 늙은 기업 성공 못해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FAZ)은 최근 창간 150주년을 기념해 ‘파괴적 혁신(Disruption)-경제 분야의 디지털화’란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4차 산업혁명이 독일과 세계경제에 일으킬 변화를 분석하고 생존전략을 모색한 것이다. 포럼에 참석한 유럽 주요 경제계 인사들은 “창의적이지 못하면 패자가 된다”며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제조·유통·의료·금융 등 사회 모든 분야가 인터넷과 융합하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 두려움을 나타내면서도 인류의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한 변화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았다. “우리는 출퇴근을 위해 직장 근처에서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개발되면 그럴 필요가 없어요. 자율주행차는 여러분을 직장에 데려다 준 뒤 적당한 곳에서 대기하다 퇴근 시간에 맞춰 다시 올 겁니다. 여러분은 운전이나 주차에 시간을 쓰는 대신 차에서 TV를 보거나 화상회의를 하는 등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요. 먼 미래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빨리 이런 일이 일어날 겁니다.” 유럽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조나단 베커 최고 디지털 책임자(CDO)는 “4차 산업혁명은 농업혁명 못지않은 변화로 기록될 것”이라며 “지금 세계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어떤 회사도 혁명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커 CDO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을 예로 들었다. 포천 글로벌500은 50년 전에는 평균 37년의 수명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15년으로 단축됐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고, 기업들의 흥망성쇠 주기도 짧아졌다는 것이다. 변화에 적응한 기업의 성장 속도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2009년 설립된 차량공유 업체 우버의 기업 가치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 GM과 포드를 넘어섰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도 창립 8년 만에 세계 1위 호텔체인 힐턴을 뛰어넘었다. 베커 CDO는 “많은 기업이 이미 늙어버려 변화에 둔감하다”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으면 결코 과거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은행 아이엔지 디바(ING-DiBa)의 롤란트 복하우트 CEO는 “아마존은 ‘프라임 나우’ 서비스를 통해 주문받은 물건을 1시간 안에 배송하고 있다”며 “조만간 우리 고객들은 ‘은행은 뭘 하고 있느냐’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과 같은 서비스를 개발한 외국 은행이 독일로 오면 우리는 모두 망할 것”이라며 “저금리 지속에 따른 수익 감소보다 모든 게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살아남는 걸 더 걱정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디지털 은행’을 추구하는 아이엔지 디바는 온라인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독일은 통장이나 계좌 개설을 위한 실명인증을 우체국에서 받는데, 우체국 홈페이지에서 화상 채팅으로 인증하는 서비스를 도입한 게 한 예다. 복하우트 CEO는 “은행과 고객이 함께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구축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데이터는 고객이 직접 경험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귄터 오에팅거 유럽연합(EU) 디지털 경제·사회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은 더는 세계를 이끄는 선도자가 아니고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2등으로 주저앉았다”며 반성을 촉구했다. 이어 “도로나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보다 디지털 인프라가 중요한 세상이 왔다”며 “미국과 아시아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EU 각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상당한 수준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지난해 ICT 발전지수 순위에서 EU는 덴마크(3위), 영국(5위), 스웨덴(7위), 네덜란드(8위), 룩셈부르크(11위), 독일(12위), 프랑스(16위), 핀란드(17위), 에스토니아(18위) 등 9개국이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ICT 발전지수는 세계 각국의 ICT 발전 정도와 국가 간 정보 격차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수로, 지난해에는 175개국에 대한 순위가 매겨졌고 우리나라가 1위다. 그러나 오에팅거 위원은 EU 국가 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우수한 IT 인프라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EU 내 국가 간 경계를 넘을 때마다 휴대전화 통신이 끊기고 로밍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가 여전히 발생한다”며 “EU는 25개의 언어를 쓰고 있지만 디지털 언어는 통일돼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려면 학교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슈테판 뮐러 독일 연방의회 교육 연구 비서관은 ‘교육 4.0’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이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성장 전략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혁신을 교육 분야에서도 이루겠다는 것이다. 뮐러 비서관은 “학생들에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쥐여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런 기기들을 제대로 활용할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우리의 의무”라며 “교사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물론 기업도 교육 4.0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교가 4차 산업혁명 ‘일꾼’을 배출하지 못하면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만프레트 비텐슈타인 전 독일 기계설비협회장은 기업 문화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과거 공장에선 경험이 많은 숙련자가 부하에게 일방적으로 기술을 가르쳤지만, 지금은 네트워크 환경 발달로 다양한 방식의 의사소통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이 사장보다 더 똑똑하고 문제도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며 “조직 전체가 소통하고 협력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의 토마스 한 소프트웨어 최고연구원은 “연구개발(R&D) 비용의 3분의2를 IT에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자본이 풍부하지 않은 신생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끌어모으는 데 힘을 쓰라”고 조언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UWFP)에서 출시한 ‘셰어더밀’(sharethemeal.org)은 전 세계 난민 어린이에게 하루 식사를 기부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마시밀리아노 코스타 셰어더밀 마케팅 매니저는 “스토리텔링과 가상현실(VR)을 결합해 앱을 업그레이드하고 기부 문화를 확산시킬 것”이라며 “2030년에는 전 세계에서 굶주리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FAZ 포럼에선 기업가와 학자는 물론 정치인, 교육자, 사회단체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나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토론했다. 4차 산업혁명은 정치·사회·경제·문화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어 한 분야의 전문가만으로는 연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 중에 ‘체리가 빨갛게 익으면 아스파라거스는 죽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늦었다는 뜻이죠. 뭐라도 하세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체리가 익을 때까지 가만히 잊지 말고 여러분이 먼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혁명의 시대를 휘젓고 다니세요.” 글 사진 프랑크푸르트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스키 전향해 평창 도전” 통가 태권도 알몸 스타의 ´웃픈´ 현실

    “스키 전향해 평창 도전” 통가 태권도 알몸 스타의 ´웃픈´ 현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회식에 윗몸에 오일을 잔뜩 바른 채 국기를 들고 입장해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킨 통가의 태권도 대표 피타 타우파토푸아(33)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출전에 도전한다는 얘기가 지난달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개막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대회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우리에게도 그렇게 기분 나쁘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CNN이 6일(이하 현지시간) 전한 바에 따르면 시쳇말로 ´웃픈´ 대목이 적지 않다.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80㎏이상급 첫 판에서 이란 대표에게 무참한 패배를 당한 그는 한달 전 자신의 스키 전향 소식을 전하기 위해 동영상을 찍었는데 “제 인생에 스키화를 신어본 것 자체가 동영상 촬영 때 딱 4분”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이 종목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스키 전향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2년 전 난생 처음 눈을 구경했는데 사랑에 빠졌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동영상 촬영 이후에는 일주일 휴가를 얻어 스노보드를 딱 한 번 타봤으며 8일에야 스키 레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45일 뒤에는 핀란드 노르딕스키 세계선수권 개막식이 열린다. 그리고 1년 뒤 평창 대회가 열리니 기량을 갈고 닦을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태어나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는 피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마도 언젠가는” 1988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을 다룬 영화 ´쿨러닝´처럼 자신의 얘기를 담은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과 두 차례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챔피언에 올랐던 페터 노르투그(31)는 페이스북에 “이 남자를 기억해? 그는 스키를 신는 것보다 오일이나 바른 모습이 더 나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라고 적었다. 그와 가까운 이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친구들과 가족들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미친 생각인지와 상관 없이 내가 그 일에 매달릴 것을 알기 때문에 미친 짓은 과거의 일이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년 동안 홈리스 어린이들을 돕는 청소년활동가로 일해온 그는 최근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그만두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의욕적으로 펼치는 전세계 난민 어린이들에게 스포츠를 보급하는 일을 거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평창 대회에 출전하려면 까다로운 출전 기록을 충족시켜야 한다. 경쟁자들보다 10~15㎏이나 더 몸무게가 나가 힘을 폭발적으로 써야 하는 태권도보다 지구력이 훨씬 더 요구되는 이 종목에서 불리하다는 점 때문에 주눅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돈도 걸림돌이다. 리우 때와 마찬가지로 크라우드펀딩 페이지를 만들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는데 8만달러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림픽 태권도에 출전하기 위해 여섯 차례 골절, 세 차례 인대 파열, 석달 동안 휠체어 신세, 18개월 동안 목발을 짚고 다녔다며 이번 도전은 훨씬 덜 잔인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노동 빼앗긴 ‘AI 시대’… 기본소득 보장은 권리

    노동 빼앗긴 ‘AI 시대’… 기본소득 보장은 권리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오준호 지음/개마고원/232쪽/1만 4000원 “아인슈타인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거와 같은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더이상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매달려 있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본소득 도입을 절박하게 요청하는 것이다. 심각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대량 실업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삶을 보호하며, 기술 진보에 벌벌 떠는 대신 그것을 인류에 봉사하는 수단으로 삼으려면 그 어느 때보다 기본소득이 절실하다.”(43쪽) 기본소득은 조건 없이 주어지는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비를 말한다. 흔히 거론되는 보편적 복지의 요체가 기본소득이다. 지난해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기본소득 도입이 부결됐다고 하고, 핀란드에서는 올해 들어 실험을 시작했다고도 한다. 국내 일부 대권 주자들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게을러지지 않을까? 부자도 예외는 아니라고? 도대체 막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건데? 분명한 것은 인간의 노동 자체가 급속도로 줄어들 거라는 점이다. 인공지능(AI)의 발전 때문이다. 20년 내에 미국과 유럽에서 절반 안팎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으니 노동을 해서 돈을 벌라고?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회원인 저자는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기본소득은 공짜 시혜가 아니라, 집단지성으로 창출한 공동재산(인공지능)에 대한 권리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기본소득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는데, 물론 모든 물음표에 정답을 제시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토론의 물꼬를 트는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中, 52조원 들여 5G 구축

    중국의 이동통신서비스 업체 빅 3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 통신망 정비에 오는 2020년까지 3000억 위안(약 52조 224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6일 일본 닛케이 아시안 리뷰 등이 보도했다. 5G는 28GHz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 이동통신 기술로 초고화질 영화를 1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수천억개의 기기가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최초 통신기술 표준이 된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5G가 빠르게 보급되면 중국의 기술과 서비스가 국제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8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거느린 최대 이통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은 세계 40여개 업체와 5G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기초기술 개발을 이미 끝낸 상태이며 곧 실증 시험에 들어간다. 내년엔 일부 지역에서 상용화하고 2019년부터 중국 내 4G 기지국 100만개 이상을 5G로 업데이트해 2020년부터 전국 서비스를 개시하는 게 목표다. 통신장비업체인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를 비롯해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퀄컴과 인텔,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폴크스바겐,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전자업체 하이얼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참여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손성진 칼럼] 책의 위기

    [손성진 칼럼] 책의 위기

    택시 기사들이 택시 안에 책을 갖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니라 프랑스 파리의 얘기다. 사르트르 같은 어려운 책도 그들은 읽는다. 책을 갖고 다니며 읽는 기사가 욕설을 하거나 승차 거부를 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발견하기가 ‘옷 벗고 춤추는 사람’보다 발견하기가 어려운 지경이 됐다. 20년 전만 해도 책이든 신문이든 인쇄된 활자 매체를 보는 사람들이 십중팔구였다. 지금은? 2015년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9.3권이란다. 2004년과 비교하면 33%나 줄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말초적인 인터넷 게임, 웹툰 따위다. 이런 조사도 있다. 대학생들은 5명 중 1명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단다. 취업과 학업에 치여서 그럴 것이다. 그 대신에 하루 113분을 인터넷을 쓰는 데 할애한다. 독서의 질도 떨어진다. 마음의 양식(良識)에 보탬이 되는 인문학 서적은 거의 보지 않는다. 심심풀이로 만화책이나 월간지를 볼 뿐이다. 선진국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심하다. 매일 또는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독서를 하는 ‘습관적 독서’ 인구의 비율이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더 멀리한다. 먹고살기 바빠서다. 생존이 급한데 책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책은 정신을 갈고 닦은 결과를 한 곳에 모아 놓은 집합체다. 활자의 마력과 종이의 향기는 일상에 지친 신경의 안정제 역할을 한다. 그런 책을 읽는 사람에게 서점은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책을 멀리하며 서점은 하나둘 사라져 갔다. 서울 도심에서는 종로서적, 을지서적 같은 대형 서점이 10여년 새 문을 닫았다. 대학가의 서점들도 카페에 자리를 내주었다. 동네 서점의 운명이야 말할 것도 없다.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었던 서점 수는 지금 1500여곳밖에 안 된다. 한마디로 책의 위기다. 책의 위기를 실감케 한 출판계의 사건이 며칠 전 있었다. 업계 2위인 대형 책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1차 부도를 낸 것이다. 전자책의 보급과 온라인 도서 판매의 성장, 서점의 대형화라는 배경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독서 인구의 감소다. 책의 위기는 넓게 보면 인문학의 위기다. 인문학은 글을 읽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의 쇠퇴는 바로 정신적 황폐화를 의미한다. 인간이 중심이 돼야 할 사회에서 인간은 점점 소외받고 있다. 산업화, 기계화는 인간의 본성을 말살하고 있다. 인간은 그 자신이 주체가 아니라 하나의 부속품이 돼 간다. 곧 들이닥칠 인공지능 사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도 싫다. 이기주의, 위선, 부도덕이 판을 치는 사회를 바로잡는 수단은 관심 밖으로 내팽개쳐진 인문학이다. 공동체 사회의 형성과 유지를 위해선 물에 빠진 인문학을 건져 올려야 한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 핀란드나 일본과 같은 나라의 도덕과 교양 수준이 높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 나라들의 범죄율은 아주 낮다. 일본과 범죄율을 비교하는 것조차 부끄럽다. 인구 10만명당 범죄 건수는 보통 우리가 일본의 4~5배다. 책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는 인문학을 되살릴 수 없다. 읽지도 않는 책을 허위로 써 넣은 생활기록부에 점수를 주는 제도 아래에서는 희망이 없다. 공공도서관부터 늘려야 한다. 1개 도서관당 인구는 5만 9123명으로 독일의 5.7배나 된다. 범국민적인 독서 운동이나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필요하다. 2002년 문을 닫은 종로서적의 부활은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곳은 정신을 살찌우는 공간이었다. 특히 문인들에겐 영혼의 요람이었다. 장석주 시인은 “내 영혼이 숙성된 곳, 정신적 부표가 된 장소”라고 했다. (원래의 창업주와 다툼은 있지만) 토론의 광장으로 만들고 책 팔아 돈 벌 생각이 없다는 새 주인의 생각도 가상하다. 구순 고령에 한두 주일에 영문서적 한 권을 읽는 노학자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진정 존경하고 본받아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그런 사람들이다.
  •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2000명에게 月71만원

    핀란드가 새해를 맞아 담대한 행보를 시작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세계 처음으로 ‘기본소득 보장제’ 실험에 나선 것이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2년간 일자리를 잃어 복지수당을 받는 국민(생산가능인구) 가운데 2000명을 선정해 매달 560 유로(약 70만 6000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고 AP통신, CNN머니 등이 2일 보도했다. 핀란드 1인당 평균 월 소득(3500유로)의 16% 수준인 기본소득의 지급 대상은 소득과 재산 규모, 고용 여부 등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선정됐다. 수급자들은 기본소득의 사용처를 보고할 의무도 없고, 2년 안에 일자리를 찾더라도 기본소득 전액을 받는다. 핀란드 사회보장국의 올리 캉가스는 “수급자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다”며 “수급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도전에 나설지, 아니면 기본소득에 만족해 아무 일도 안 하고 게으름을 피울지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핀란드 정부의 이 같은 정책 구상은 기술 진보 등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겪는 노동시장에 든든한 보호막이 되고, 실직자들에게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기존 복지제도가 실업 해소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복지 비용을 증대시킨다는 지적 탓이다. 2015년 11월 현재 핀란드 인구 550만명 중 21만 3000명이 실업자(실업률 8.1%)이다. 이처럼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것은 실업자들이 실업 수당 등 각종 복지 혜택을 잃을 것을 우려해 구직에 적극적이지 않은 까닭이라는 것이 핀란드 정부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실업자들은 실업수당을 잃을 위험 없이 저임금 임시직을 맡게 될 것으로 본다고 CNN은 전망했다. 핀란드 정부는 이번 공식 실험의 성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프리랜서, 소기업가, 파트타임 근로자 등 저소득층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다른 나라들은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1982년부터 석유에서 나오는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리보르노시는 지난해 6월부터 최빈곤층 200가구에 매달 500유로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우간다, 브라질 등이 기본소득 실험을 본격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위스는 지난해 6월 모든 국민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294만 2000원)을 주는 법안을 국민 투표에 부쳤으나 무산됐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신년 특별 대담] 정운찬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것만이 한국경제 살길”

    [신년 특별 대담] 정운찬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것만이 한국경제 살길”

    한 말씀 더 보태자면 저도 권력 분산의 방법 중 하나가 결선투표라고 봅니다. 투명한 인사위원회를 만들어서 대통령이 인사 전횡을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는 돈 문제인데, 지금은 국회에서 12월에 예산이 통과돼도 행정부가 마음대로 예산을 바꾸는 일이 벌어집니다. 예산을 바꾸는 것은 법률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못 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력 분산을 위해 결선투표제와 투명한 인사위원회, 그리고 예산을 행정부에서 바꿀 때 국회의 동의를 받는 절차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조기 선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차기 정권에 바람직한 리더십이나 덕목, 새 시대의 소명으로 어떤 것들을 들 수 있겠습니까. 정운찬 저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특수성과 보편성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 직책에 딸린 의무와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함께 잘사는 사회의 구현입니다. 국가 리더십은 이런 시대적 과제를 해소할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경제적 불평등은 해소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기존 시스템의 반발도 심할 것입니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가 리더십은 정책 철학과 정책 의지를 갖춰야 합니다. 거기에 요구되는 책임과 의무는 공익을 위해 본인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고, 국가 정책의 최종 책임자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알아야 하기 때문에 소통해야 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남재희 리더십 발현의 형태와 리더십이 추구하는 목표, 그 두 가지를 분리해서 얘기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승만 시대가 4·19 혁명으로 무너진 다음에 허정 과도정부의 수반은 ‘혁명적 사태를 비혁명적 방법으로 수습한다’고 말했습니다. 장면 내각 역시 그 철학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방법론에서 혁명적 사태를 비혁명적 방법으로 수습하다 보니 혁명의 역동성을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김영삼 정부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정을 거치며 넘어온 상황들을 준혁명적으로 해결해 갔습니다. 하나회라는 거창한 음성 통치조직을 박살 내 버렸고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들을 교도소에 집어넣었습니다. 금융실명제라는 경제개혁 조치를 취했습니다. 준혁명적 방법으로 썼기 때문에 김영삼 정권은 연착륙을 할 수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외환위기가 있었지만, 그것은 한국만의 위기가 아니라 동아시아 차원의 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삼 정권은 혁명의 역학을 알았다고 봅니다. 탄핵 정국이 지난 다음 차기 정권에서 통상적인 통치 수단으로는 폭발한 촛불의 에너지를 소화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차기 지도자는 반쯤은 혁명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방법론은 그렇고 내용 면에서는 ‘한국판 뉴딜’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간주되는 것은 뉴딜 때문인데, 그 영향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컸습니다. 미군과 함께 ‘뉴딜러’(New Dealer)라고 불리던 뉴딜 정책 관료들이 와서 대대적인 개혁을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 후에 새로 들어온 정부는 루스벨트가 한 뉴딜과 같은 개혁을 해야 합니다. 동반성장, 포용적 경제성장 등 표현이 어찌 됐든 그런 경제정책을 우리가 취해야 합니다. 정운찬 비전이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는 좋든 싫든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가 잘못 이해되고 있습니다. 자유와 경쟁이 다 중요하고 그것이 넓게 인류 사회를 발전시킨 것은 확실하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객관적 관찰자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다른 체제에 비해 흠은 적지만 부서지기가 쉽습니다. 1970년대 들어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신자유주의가 태동했습니다. 신자유주의를 너무 방임한 결과로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생각했을 때 자유주의와 시장주의를 너무 과도하게 활용해서는 곤란합니다. 사회 국가 운영 방향과 바람직한 국가 모델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산업화·민주화 이후의 바람직한 국가 건설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우리가 추구할 만한 국가 모델이 있을까요. 정운찬 저는 외국에서 좋은 사례를 배워 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외국 모델을 우리가 직접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뉴질랜드에서부터 개혁을 배우자, 핀란드, 싱가포르, 스웨덴에서 배우자고 하지만 그런 나라들은 인구가 500만~600만명에 불과합니다. 저는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로 동반성장 모델을 제시해 왔습니다. 지금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살길은 동반성장밖에 없습니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서 다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있는 사람 것을 빼앗아서 없는 사람한테 거저 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 전체의 파이는 키우면서 분배의 룰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0이라고 할 때 부자한테 50이 가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50이 간다면 동반성장이 추구하는 것은 GDP를 110으로 만들면서 부자에게 53, 가난한 사람에게 57을 배분하자는 것입니다. 부자도 소득이 늘어나고 가난한 사람도 소득이 늘어나는 것인데,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의 수가 많으니까 부자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가난한 사람의 소득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동반성장은 막연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뿐만 아니라 빈과 부,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비수도권, 남한과 북한, 그리고 세대 간, 국가 간, 남녀 간 등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할 때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했습니다. 이전에는 서울대에 한 명의 학생이라도 보낸 고등학교가 600개였는데, 제도 시행 후 고교 수가 1000개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상당한 성공을 이룬 것입니다. 남북한 동반성장은 개성공단이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은 국가 간 동반성장의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빨리 한국 경제에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반성장 단기 3정책’이 있는데 초과이익 공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정부 발주 사업의 중소기업 직접 발주제 등입니다. 중기적으로는 교육을 통한 창의성 제고가 중요합니다. 모든 국민을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부모가 아이한테 “오늘 학교에서 질문했어?”라고 물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유대인들은 하루에 한 시간씩 시킨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남북한 동반성장이 절실합니다. 앞으로 국가 간 보호무역이 심해질 텐데 교류할 수 있는 곳은 북한밖에 없습니다. 동반성장은 남북 통일의 필요조건입니다.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한테 통일을 원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경제 격차가 너무 크면 북한뿐 아니라 남한 주민들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온 나라가 부정부패에 휩싸여 있습니다. 교육, 검찰, 언론, 종교 등 모든 분야가 부정부패로 차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금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데, 완전한 징벌적 배상으로 바꿔서 어떤 룰을 안 지키면 그 기업이 해당 산업에서 완전히 퇴출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남재희 독일을 참고할 수 있겠지만, 어디서 베낄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일본에도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사회 각계각층이 아주 잘 정돈된 사회입니다. 우리가 그걸 참고로 해서 딱 요거다 할 모델은 없습니다만, 각 나라의 특수한 사정에 맞춰 개별 나라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사회 외교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푸틴, 시진핑, 트럼프, 아베 등 강한 스타일의 주변국 지도자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운찬 동북아 문제는 남북문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 아베가 이끄는 일본,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 등 4강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외교의 태도를 바꾸는 데 달려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외교는 우리가 푸는 게 중요합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베이징, 워싱턴에 매달리며 김정은 좀 때려 달라고 하는 식이면 우리는 영원히 주변 국가에 의존적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완화하고 북한과 미국도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우리 외교의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결과로서의 통일’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통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통일 기반 조성용 사업은 북한의 도발이 있다 할지라도 절대로 폐지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통일 기반 조성용 사업을 앞으로 더 많이 벌여 나가야 합니다. 남재희 그 말씀은 북한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실패한 체제이고 몹쓸 체제이긴 하지만, 국제 역학 관계에서 당장 어떡하겠느냐, 평화 공존을 해가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매우 합리적인 얘기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내 정치가 그걸 수용을 못 합니다. 6·25 이후에 구축된 냉전 세력이 각계각층에 엄청나게 쌓여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자칫 ‘빨갱이’나 ‘종북’으로 몰립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용기를 가져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좀체 극복을 못 합니다. 언론들도 그 역할을 안 해줍니다. 현실에서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 나가느냐 하는 방법론에서는 엄청난 난관이 있습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십시오. 남재희 의식을 하든 못 하든 간에 우리는 ‘준혁명기’에 들어섰습니다.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으리라 봅니다. 한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같은 사람이 나와서 뉴딜도 하고 남북 간에 평화 공존도 구축하는 비전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비전을 보이는 사람한테 국민이 표를 던지면 그것 자체가 혁명적 행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르크스가 한 이야기 중에 ‘역사는 두 번 되풀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소극(笑劇)으로 끝난다고 합니다. 웃음거리로 끝난다는 것인데 비극보다 비참한 게 웃음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지만, 이것을 잘못 극복해서 소극으로 끝날까 걱정입니다. 모두 각자 역할을 제대로 해서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운찬 지금의 촛불시위는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 탄핵을 확정하더라도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여의도 국회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기 정당, 자기 파벌에서 대통령을 만들려고 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에 대한 이해나 수용 없이 그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해선 절대로 안됩니다. 우리는 위기를 많이 겪어봤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들을 잘 극복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충분히 그런 저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리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정운찬 전 국무총리 ▲ 1947년 충남 공주 출생 ▲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 서울대 총장(경제학부 교수) ▲ 국무총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현)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로봇·호텔 등 왕성한 ‘식욕’ 中 M&A굴기, 美에 꺾일까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로봇·호텔 등 왕성한 ‘식욕’ 中 M&A굴기, 美에 꺾일까

    美 , 獨 반도체 기업 인수반대 등 견제 中 정부도 자본유출 우려에 심사강화 내년 기업사냥 증가세 둔화 될 듯 중국 최대 백색가전 업체 메이디(美的)가 지난 5월 독일 첨단로봇산업을 선도하는 쿠카AG의 대주주가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유럽연합(EU)은 충격에 빠졌다. 쿠카AG는 범유럽 항공방위업체인 에어버스를 비롯해 독일 자동차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에 산업용 로봇팔을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용 로봇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독일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쿠카AG가 중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 허탈감이 작용한 것이다. 독일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EU 관리들까지 가세해 중국의 쿠카AG 인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경제부 장관은 메이디의 쿠카AG 인수를 막기 위해 다른 컨소시엄 결성을 제안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끝내 허사였다. 메이디가 정치적 우호관계 구축과 일자리 보장을 약속하는 한편, 다임러의 디터 제체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현지 재계 유력 인사의 지지를 확보한 데 힘입어 이 같은 난관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메이디는 지난 7월 쿠카 지분 86% 확보에 성공했고 쿠카의 몸값(기업 가치)은 46억 유로(약 5조 8315억원)로 껑충 뛰었다. ●中, 국내 경기 둔화… 해외 M&A서 활로 중국이 마침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부문에서도 미국을 누르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중국 기업들이 국내 경기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에서 M&A를 적극적으로 펼친 덕분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의 해외 M&A 장려정책과 국영기업을 포함한 중국 기업들의 풍부한 유동성도 한몫했다. 중국 기업들의 올해 해외 M&A 규모는 모두 2193억 달러(약 265조원)로, 7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미국 금융정보제공 업체인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21일 보도했다. 중국은 9월까지 해외 M&A 규모 1739억 달러를 기록해 미국을 제친 데 이어 연말 기준으로도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의 종전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633억 달러)의 4배에 가깝다. 특히 올해 대(對)중국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1129억 달러·추정치)의 배에 가깝다.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로봇·바이오 등 첨단 산업을 비롯해 가전·게임·영화제작·호텔 등 전방위에 걸쳐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2380억 달러)보다 8.5%가 줄어든 2177억 달러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 기업의 올해 해외 M&A 건수는 모두 745건. 이 중 중국화공(中國化工·ChemChina)의 스위스 종자회사 신젠타(467억 달러) 인수가 최대 규모 M&A였다. 지난 6월 정보기술(IT) 공룡 텅쉰(騰訊·Tencent) 역시 핀란드 게임 회사 슈퍼셀을 86억 달러에 인수했고, 하이항(海航·HNA)그룹은 10월 100억 달러에 미 CIT그룹의 항공기 임대 사업 부문을, 12월에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의 지분 25%를 65억 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투자 등 당근 내밀어 유럽서 잇단 인수전 올 들어 중국 기업의 해외 M&A 특징은 유럽 시장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올 M&A 중 절반가량이 유럽 지역에서 이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서구권에서 적대적 M&A가 사실상 봉쇄된 상태이지만 쿠카AG를 인수하듯이 중국 기업들은 수년에 걸쳐 비공식적으로 인수대상 기업과 관계를 쌓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M&A를 진행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현 경영진 유지, 최소 5년 이상의 투자 약속, 독립적인 감사체제 유지 등 ‘당근’도 곁들였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과 외환보유고 감소 등으로 자본유출 불안이 커지자 중국 관계 당국이 해외 M&A 심사를 강화하는 탓에 내년에는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부행장(국가외환관리국장)은 “중국의 국경 간 자본유출에 대한 리스크는 통제할 수 있다”면서 “외환시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불법적인 활동을 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들어 자본유출로 위안화 환율이 평가절하되면서 해외 M&A 등 자본유출이 중국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란 우려가 제시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향후 관련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숀 레인 차이나마켓 리서치그룹 이사는 중국 정부가 합법적인 거래조차 환전 승인을 까다롭게 만들어 내년 1분기에는 M&A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레트 맥거니걸 캐피털 링크 인터내셔널 회장도 “직접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새로운 정책, 간접적으로는 자본 통제로 인해 최근 해외 M&A에 거센 역풍이 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M&A로 위장한 자본 유출은 묵과하지 않고 철저한 심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해외 M&A에 대한 견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중국 기업들이 추진한 42건, 358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 M&A가 좌절됐다. 중국의 독일 반도체 기업 아익스트론의 인수가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아익스트론 인수를 추진해 오던 중국푸젠훙신(福建宏芯·Fujian Grand Chip Investment)기금은 홈페이지를 통해 미 정부의 반대를 이유로 아익스트론 인수 실패를 선언했다. 훙신기금은 “인수 약정상의 조건을 실현할 방법이 사라져 계약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앞서 2일 훙신기금에 대해 아익스트론 미 자회사 인수 계획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포기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미 재무부도 “아익스트론의 기술은 군사적 용도가 있다”면서 “외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인수를 중단하거나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3월에도 중국계 미국 기업인 럴스가 오리건 주의 풍력발전 시설 자산을 인수하려 하자 인근에 군사시설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를 중단시켰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1990년 중국 자본이 미국 항공기 부품 제조회사 맴코(MAMCO)를 인수하려된 계획을 무산시켰다. ●美, 중국 국유기업의 인수 금지 권고 더욱이 미국 의회의 자문 패널은 중국 국유기업들의 미 회사 인수를 금지하는 권고를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가 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들을 이용해 미국의 첨단기술 기업 등을 사들이면서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확대해 중국 국유기업들이 미 기업들을 사들이거나 실질적인 경영권을 획득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물론 해당 위원회의 권고가 강제성이 없지만 앞서 쯔광(紫光·TsingHuaUni)그룹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기업 웨스턴디지털을 38억 달러에 인수하려는 계획을 철회시키는 등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훙신기금의 아익스트론의 미 자회사 인수 무산과 관련해 미 정부의 조치를 강력히 비판했다. 루 대변인은 훙신기금의 인수 시도가 “순수하게 시장에 입각한 행위였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중단하고 공정한 환경 및 중국 기업들의 투자에 우호적인 조건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khkim@seoul.co.kr
  • 핀란드, 세계 최초 ‘월 70만원’ 기본소득보장제 시범실시

    핀란드, 세계 최초 ‘월 70만원’ 기본소득보장제 시범실시

    핀란드가 다음 달부터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 이상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에서 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제를 시범 실시한다. 핀란드 정부는 우선 실업자 2000명을 임의로 선정해 이들에게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0만원)씩 아무 조건없이 지급한다. 시범 단계이긴 하지만 기본소득보장제를 실시하는 것은 핀란드가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앞서 스위스는 지난 6월 기본소득보장제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했지만 부결됐다. 기본 소득 수급자들은 그들이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 없고 월 560유로가 자동 지급된다. 핀란드 정부는 이 제도가 수급자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지 여부를 연구할 계획이다. 핀란드 사회복지보건부는 “기본소득보장제가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지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00명 실업자를 무작위로 기본소득보장 대상자에 선정할 계획이다. 이들은 시범실시에 참여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시범실시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판단하면 더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생각이다. 핀란드 뿐 아니라 지난 6월 국민투표가 부결된 스위스를 비롯해 유럽의 많은 나라가 기본소득보장제 도입을 연구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일을 적게 할 수 있어 사회 전체로 볼 때 일자리가 늘고 사회적 불평등도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복지비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기본소득 예산이 천문학적인 데다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앞으로 어렵고 힘든 일을 누가 하려 하겠냐고 반박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핀란드, 새로운 복지시스템 실험 돌입...실업자들에게 매달 70만원씩 지급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이사 산타클로스의 고향인 핀란드가 직업이 없는 실업자들에게 새해부터 매달 ‘기본소득보장’이라는 선물을 줄 계획이다. 핀란드 정부는 실업자 2000명을 임의로 선정해 아무런 제한이나 조건 없이 새해부터 2년 동안 매달 560유로(약 70만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재를 시범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전면 도입은 아니지만 기본소득보장제를 실시하는 것은 전 세계 첫 사례다. 지난 6월 스위스가 핀란드보다 앞서 기본소득보장제 도입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했지만 부결됐다. 이번 기본소득보장제도는 기존의 실업연금처럼 구직활동을 증명할 필요도 없고 다른 소득이나 개인적 돈벌이와 상관없이 지급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 전체 삶의 질을 높이고 실업을 줄이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회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실시를 통해 기본소득보장제가 취업과 관련된 장려책이 주는 부작용을 없앰으로써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 정부는 시범실시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점점 혜택을 받는 국민들을 늘릴 예정이다. 우선 임의로 선정되는 실업자들은 본인의 의사가 아닌 정부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선정될 경우 자동으로 매달 560유로가 지급된다. 유럽의 경우 시범실시에 들어가는 핀란드와 국민투표로 실시가 부결된 스위스를 제외하고도 많은 나라들에서 기본소득보장제 도입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실시 여부를 둘러싸고는 이견이 있어 이를 조율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는 것이 복지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도입 찬성론자들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일을 적게 할 수 있고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며 전체 복지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과도한 예산 투입과 어렵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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