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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딱서니 없다” 백종원에 혼난 女사장 결국 “폐업”

    “철딱서니 없다” 백종원에 혼난 女사장 결국 “폐업”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혹평을 받고 이른바 ‘빌런’ 취급을 받은 ‘원테이블’ 식당이 폐업했다는 근황을 전했다. 사장 강지영씨는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과의 인터뷰에서 “방송 이후 가게를 접었다”고 밝혔다. 강씨는 “방송에서 ‘5대 빌런’으로 불렸다. 방송 이후 1년쯤 지나고 방송을 다시 보려고 했는데, 못 보겠더라. 왜 ‘빌런’이라고 하는지 알았다. 그때를 지금 생각하면 진심으로 부끄럽다”고 운을 뗐다. 앞서 강씨는 지난 2018년 ‘골목식당’에 출연해 백종원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백종원은 강씨 음식을 평가하면서 “맛도 없고 가격도 비싸다”, “이걸 누가 먹냐”, “음식은 장난이 아니다”, “철딱서니 없는 사람들” 등 혹평을 쏟아냈다. 원테이블 가게 이후 음식을 안 하기로 마음먹은 강씨는 결국 폐업했다고. 그는 “당시 소정의 출연료가 있었는데 다 반납하고 요리학원에 다녔다”며 “학원에 다니면서 정말 진심으로 느낀 게 요식업계 사장님들에 대한 존경심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일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아주 작은 가게여도 정성 하나 안 들어가는 게 없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며 “과거 방송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 드린 게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또 “훌륭한 셰프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원테이블 식당’을 오픈한 배경에 대해서는 “원래 와인이나 위스키만 파는 술집이었다. 음식은 팔지 않고 치즈나 초콜릿 같은 기본 플레이트만 제공했다. 배달시켜 드시라고 했다”며 “손님이 파스타 할 줄 아냐고 하면, 간단하게 해드리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강씨가 추구했던 것은 ‘원테이블 파티룸’이었다. 그는 “오픈한 지 한 달밖에 안 됐고, 음식을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기로에 있는 상황이었다”며 놀이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려는 찰나 방송이 시작됐다고. 강씨는 “당시 플로리스트 일을 하면서 파티룸 개념으로 꾸미고 세팅해놓은 지 한 달째였다. 제작진에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자, 도와준다기에 고마웠다”며 “음식을 배우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뭐든 해보라길래 한 거였다”고 프로그램 성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종원 대표가 뭐든 실험해보라고 조언해주셨는데, 진짜로 그냥 ‘실험’을 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욕먹은 이유를 알겠더라”라고 돌아봤다. 아울러 강씨는 방송 이후 쏟아진 악성 댓글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연락처를 알아냈는지 갑자기 저한테 연락해서 욕했다”며 “가게 앞에 종일 누가 계시면서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제가 뭘 하는지 올리기도 했다. 누가 집 근처까지 따라온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피해가 계속되자 극단적 선택을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고. 그는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죽고 싶을 것 같은데 괜찮아?’라는 말을 많은 사람에게 듣다 보니, ‘내가 죽었으면 좋겠나’라는 말로 들렸다”며 “그런 환경에 처하니 정말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라고 고백했다. 끝으로 강씨는 현재 경리단길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 때 괜찮은 자리가 나왔길래, 복합문화공간인 파티룸을 만들었다”며 “백종원 대표님 말 중에 ‘사람이 잘하는 걸 해야 된다’라는 게 굉장히 와닿았다. 잘하려고 하는 일을 정말 잘하니까 성취감도 있고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 함께 들으니 더 좋아… 3년 만에 신년음악회

    코로나19 탓에 비대면으로 열렸던 신년음악회가 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3 신년음악회’를 연다. 예술의전당 유튜브 채널, 네이버TV, 한국방송 마이 케이 등 온라인 생중계도 함께한다. 1부에서는 배일동 명창이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 경기소리꾼 이희문이 경기잡가 중 ‘적벽가’를 선보인다. 가수 윤형주가 ‘우리들의 이야기’, ‘아름다운 사람’, ‘두 개의 작은 별’ 등을 들려준다. 뮤지컬 배우 김도형·김보경·김소현·김준수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모차르트!’, ‘드라큘라’, ‘황태자 루돌프’의 유명 뮤지컬곡을 선사한다. 최영선이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이 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으로 2부를 연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 알비노니·자초토의 ‘아다지오’ 등 클래식 음악을 비롯해 ‘마중’, ‘꽃 피는 날’ 등 우리 노래를 이어 가고, 2002 한일월드컵 응원가 ‘챔피언’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공연 실황은 오는 14일 오후 3시 20분부터 KBS 1TV ‘열린음악회’에서 방송한다.
  • 신변보호 요청했는데…전 남편 흉기에 찔려 숨진 女

    신변보호 요청했는데…전 남편 흉기에 찔려 숨진 女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50대 여성이 전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피해 여성은 112 신고 때 가장 먼저 출동하는 ‘112시스템 등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경기 안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9시 53분쯤 안성시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 인근에서 A(54)씨가 자신의 전 부인 B(53)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A씨는 범행 이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장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A씨가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직접 구매했으며 피해자 상태를 확인한 결과 A씨가 B씨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은 10년 전 이혼했다가 재결합했으며, 최근 다시 별거 중 재산 문제로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욕설과 위협적 발언을 하자, B씨는 지난달 20일 경찰을 찾아 신고했다. 다만 B씨는 지난달 신고 당시 경찰의 ‘피해자 안전조치’ 항목 중 스마트워치 착용, 맞춤형 순찰 등은 거부하고 ‘112시스템 등록’만 요청했다. 112시스템에 등록하면 당사자가 112에 신고할 경우 인근 경찰이 최우선적으로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경찰은 B씨의 요청에 따라 내달 19일까지 60일 동안 ‘112시스템’에 등록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담 후 피해자 보호조치를 안내했지만 스마트워치 착용, 맞춤형 순찰 등은 거부하고 112시스템 등록만 요청했다”며 “B씨가 A씨와 별거 중인 데다 A씨가 자신의 집 주소를 몰랐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자체 조사 결과 B씨에 대한 경찰의 피해자 보호조치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선 A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 새해맞이 불꽃놀이 보다가…브라질 여성, 날아온 폭죽에 맞아 사망

    새해맞이 불꽃놀이 보다가…브라질 여성, 날아온 폭죽에 맞아 사망

    브라질의 한 여성이 불꽃놀이를 보며 새해를 맞이하다 폭죽에 맞아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글로보원(G1) 등에 따르면, 브라질 남부 상파울루주 한 해변에서 새해 맞이 불꽃놀이를 보던 30대 여성이 누군가 쏜 폭죽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인은 폭발로 인한 과다 출혈이었다. 피해자인 엘리산젤라 티넴(38)은 자신의 두 아이를 포함한 가족들과 함께 전날 상파울루 시에서 불꽃놀이를 보러 여행을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목격자인 루이자 페레이라(20)는 G1과의 인터뷰에서 “해변 곳곳에서 허가 받지 않은 불꽃놀이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면서 “근처에서 갑자기 무언가 폭발해 나는 내 어머니를 껴안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그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가운데 한 여성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고 여성과 함께 있던 남자아이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봤다고도 했다. 경찰은 누군가 발사한 폭죽이 피해자의 옷에 끼인 직후 폭발이 일어났다는 가족의 진술을 확보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는 피해자의 남자 친구도 있었다. 그는 그녀를 구하려다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 일행은 당시 폭죽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목격자들 진술에 따라 다른 누군가가 폭죽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수사 관계자는 향후 용의자가 잡히면 살인 및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토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뿌리 뽑는다…3월 개선안 마련

    국토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뿌리 뽑는다…3월 개선안 마련

    정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엄정 대처해 법과 원칙에 기반한 산업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토교통부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업무보고를 하며 화물연대 및 건설노조 등 불법행위 근절 대책 등을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주장하며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를 상대로 강경 대응을 통해 ‘백기투항’을 받아냈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일몰된 안전운임제 등 물류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3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강경 기조는 계속된다. 문자·전화 협박, 현장 통행 반대 등으로 운송을 방해하는 경우 종사자격 취소 및 형사 처벌하고,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으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화물차주에게는 유가보조금 지급을 제한한다. 이를 위해 오는 6월 화물자동차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수급 관리를 위해 운송사가 운전자·차량을 직접 보유·관리하는 직영업체에는 신규 공급 허가를 추진한다. 수요에 맞는 차종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반 화물차와 특수차 간 이동이 가능하게 차종 교체 범위를 완화한다.건설노조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인다.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고, 금품수수나 공사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한다. 또한 민간 입찰시스템 구축 등으로 근본대책도 마련한다. 피해 신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이달 중 익명 신고센터를 설치해 정부·업계·지자체 등으로 구성된 현장 밀착형 감시 및 단속 체계를 구축한다. 영세한 전문건설업체가 노조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손해배상 소송 등 법률 지원을 할 예정이다. 공공택지 입찰 과정에서 여러 계열사를 무더기로 내세워 낙찰에 참여하는 이른바 ‘벌떼입찰’ 업체에 대해서는 이달 중에 행정제재 및 택지 환수를 추진한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중에 건설공사 관련 분쟁위원회를 통합 운영하고, 하반기에는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국인 고용허가 요건을 완화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산업 질서 확립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해외건설 4대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민관이 합동하는 ‘원팀 코리아’가 사업별·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세워 올해 350억 달러, 윤 대통령 임기 내에 연 5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 [세종로의 아침] 아직 토끼를 맞이하지 못한 당신에게/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아직 토끼를 맞이하지 못한 당신에게/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그리 달콤하지도 않은 시간이 빠르기는 엄청 빠르다. 벌써 2023년. 이를 토주오비(兔走烏飛)라고 해야 하나. 알기 쉽게 세월이 쏜살같다는 뜻인데, 어딘가 토끼해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고백하자면 아직 토끼해를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겨우 사흘 실천하다 말 계획조차 갖지 못한 채 새해를 맞으려니 ‘현타’와 ‘멘붕’이 한꺼번에 오는 느낌이다. 최근 들은 말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건 연목토이(鳶目兎耳)다. 솔개의 눈에 토끼의 귀라는 뜻으로, 잘 보는 눈과 잘 듣는 귀를 일컫는다. 출전도 불분명하고 잘 쓰이지 않는 말인데, 아마 토끼해를 맞는 다짐 정도의 의미로 쓴 듯하다. 토끼는 작은 몸에 여러 장기를 갖췄다. 냉혹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다. 우선 번식력이 대단하다. 한 해 여러 번 새끼를 갖고, 한 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다. 암컷이 복수의 자궁을 가진 덕이다. 튼튼한 뒷다리는 포식자에 대항할 수비형 무기다. 포식자의 눈에 띄면 뒷다리의 폭발적인 힘을 빌려 날쌔게 도망간다. 굴 세 개를 동시에 뚫어 천적을 따돌리는 지략도 가졌다. 이를 선인들은 ‘교토삼굴’이라 했다. 큰 귀도 비슷하다. 보이지 않는 포식자를 파악하는 데 필수다. 체온조절기로도 쓰인다. 토끼의 귀엔 혈관이 많다. 빨리 뛰다 보면 체온도 빨리 오르는데, 귀가 피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코끼리처럼 체온을 조절하는 공랭식 냉각기를 둔 셈이다. 귀를 잘 이용하는 건 자연계에 속한 동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토끼도 호랑이도 늘 귀를 쫑긋 세운다. 호랑이는 먹이를 추적하기 위해, 토끼는 포식자를 경계하기 위해 나름 전력을 기울이는 거다. 한데 있는 귀를 잘 사용하지 않는 종족이 딱 하나 있다. 인간이다. 먹이사슬 최상위의 유일무이한 포식자라 그런지 밖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고, 들려도 자기식으로 해석해 버린다. 인간이 토끼에게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바로 이 쫑긋거리는 귀 아닐까 싶다. 세상이 점점 양극화되는 느낌이다. 잇속과 이념에 따라 편가르기가 횡행한다. 잘 듣기만 해도 참과 거짓을 단박에 분간할 수 있는데도, 굳이 들으려 하지 않는다. 피아를 가르는 건 정치인만이 아니다. 민중 역시 둘 중 하나만 선택할 것을 강요받는다. 다른 목소리를 냈다가는 난타당하기 십상이다. 선택하지 않거나 침묵하더라도 대가는 같다. 회색인,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 신념의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원칙이 흐트러질 때 긴장감을 일깨우고, 공동체의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흑과 백만 선택하다 보면 극단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입장 바꿔 생각하고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고 세상이 회색빛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새해엔 개성 강한 토끼를 보고 싶다. 검은 가죽 ‘잠바’ 입고, 껌 좀 씹으며, 건달처럼 건들거리지만 제 할 일은 다 하는 토끼말이다. 늘 범에게 쫓기고, 숨죽이듯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개성 강한 토끼가 등장할 수 있으려면 사회가 먼저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흑백의 사고만으로는 컬러의 세계를 품을 수 없다. 아직 토끼해는 오지 않았다. 띠의 기준이 한 해의 시작 절기인 입춘이냐, 정월 초하루인 설날이냐를 두고 이견은 있지만, 어느 쪽에 비춰 봐도 아직은 호랑이의 해다. 그렇다면 시간은 있다. 여러 사정 때문에 토끼해를 맞는 마음가짐을 여태 새기지 못한 이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가슴에 다짐 하나 새겨 두는 건 어떨까. 올해는 토끼의 귀를 가져 보겠노라고.
  • 자다가 2번 이상 화장실 간다면… 케겔운동부터 시작하세요

    자다가 2번 이상 화장실 간다면… 케겔운동부터 시작하세요

    살다 보면 ‘과민한 성격’ 때문에 문제가 벌어지는 일이 종종 있지만, 우리 몸 안에서도 ‘과민’하면 특히 문제가 되는 장기가 있다. 방광이다. 오죽하면 방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르는 대표적인 질병명이 ‘과민성 방광’이다.국제요실금학회는 과민성 방광을 요실금 유무에 관계없이 절박뇨, 즉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드는 증상군으로 정의했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면서 참을 수 없거나 다른 사람보다 화장실을 더 자주 간다면 과민성 방광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물론 요로감염이나 신경인성 방광 등의 질환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이런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과민성 방광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2일 “과민성 방광 증세를 지닌 분들의 주된 증상은 소변 문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소변을 오래 참지 못하다 보니 심하면 소변을 1~2시간에 한 번꼴로 자주 보고, 수면 중 소변을 보는 야간뇨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이어 “추운 날씨에 과민성 방광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커피와 녹차 등의 음료를 마신 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면서 “손에 찬물이 닿거나 물 흐르는 소리만 들어도 요의를 느끼고, 증상이 심한 경우 화장실에 가기 전 소변을 지리는 절박성 요실금이 동반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과민성 방광은 낮 동안에도 생활에 불편을 끼치지만, 절박뇨가 밤중에 나타난다면 잠을 설치게 되고 이에 따라 피로가 누적되게 된다. 과민성 방광은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다 보니 과민성 방광을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로 여기거나 의사에게 말하기 수치스럽다는 이유로 병원 치료를 기피하는 환자들이 생긴다. 이는 과민성 방광의 초기 치료 기회를 놓치는 일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경계했다. 주명수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과민성 방광은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려 사회생활을 어렵게 하며, 정신적으로 우울증과 수치심을 유발해 대인관계 기피 등 다양한 형태로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줄 수 있다”면서 “수치스럽다는 이유로 병원 방문을 꺼리면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민성 방광은 시간을 들여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병원에 가기 전 과민성 방광을 앓고 있는지 설문을 통해 사전 확인할 수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자기 전까지 소변을 몇 회 정도 보는지 ▲밤에 잠든 후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소변을 보기 위해 몇 회나 일어나는지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참기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지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서 참지 못하고 지린 적이 있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해당하는 빈도를 측정한 뒤 자가진단을 통해 이상 유무를 알 수 있다.<그래픽 참조> 과민성 방광을 오래 앓다 보면 주변에 화장실이 없는 장소에 가기를 꺼리는 등의 심리적인 문제도 나타난다. 심지어 과민성 방광과 우울증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보고도 많다. 명순철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 중 과민성 방광이 환자를 우울(32%)하게 만들고, 과민성 방광으로 인해 매우 큰 스트레스(28%)를 받는다는 결과가 있다”면서 “(연구에서) 특히 절박성 요실금이 있는 환자는 절박뇨만 있는 환자보다 더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더 우울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 때문에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서는 과민성 방광 자가진단법에 심리적·행동적인 행태를 반영했다. 학회가 제시한 자가진단 항목은 ▲하루에 소변을 여덟 차례 이상 본다 ▲소변이 일단 마려우면 참지 못한다 ▲어느 장소에 가더라도 화장실 위치부터 알아 둔다 ▲화장실이 없을 것 같은 장소에는 잘 가지 않는다 ▲소변이 샐까 봐 물이나 음료수 마시기를 삼간다 ▲패드나 기저귀를 착용한다 ▲수면 중 두 차례 이상 화장실에 간다 등으로 이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과민성 방광일 가능성이 높다. 민감성 방광의 치료 원칙은 1회 배뇨량을 증가시켜 빈뇨와 야간뇨를 줄이고, 요절박을 감소시켜 절박성 요실금의 빈도를 줄이는 데 있다고 명 교수는 지적했다. 과민성 방광의 일차적 치료 방법으로는 생활 습관 교정, 골반저근 운동(케겔 운동), 방광 훈련, 비침습적 약물 치료 등이 있다. 약물 치료에는 항무스카린제가 널리 사용되는데, 방광배뇨근의 수축을 억제함으로써 방광을 안정시켜 압력을 감소시키고 저장 증상을 개선시키는 작용을 한다. 초기 옥시부티닌이라는 항무스카린제가 사용됐지만 입 마름과 같은 부작용이 생겨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톨터로딘, 솔리페나신, 페소테로딘 등의 약물이 개발돼 과민성 방광 치료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거나 절박성 요실금이 동반되는 등 심한 과민성 방광을 치료할 때는 방광 내 보톡스 주사, 방광 확대 성형술, 요로전환술 등을 시행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수술적 치료는 제한적으로 활용된다. 앞서 밝혔듯이 과민성 방광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흡연은 방광 건강에 안 좋은 요인으로 꼽힌다. 흡연은 과민성 방광과는 다른 질병인 방광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방광암의 전형적인 증상 중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증상이나 소변이 너무 급해서 지리는 급박성 요실금 등의 증상은 과민성 방광 증세와 닮은꼴이다. 방광암은 여기에 더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배뇨 시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방광암에 걸렸다고 반드시 혈뇨가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 장인호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과거 한 중년 남성이 오랜 기간 흡연을 하다 혈뇨 증상 없이 심해진 빈뇨와 야간뇨 증상 때문에 과민성 방광에 걸린 줄 알고 병원을 찾았다가 초음파 검사 결과에서 방광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흡연은 방광암의 발병 위험을 2~10배가량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방광암의 50~65%, 여성 방광암의 20~30%가 흡연으로 인한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흡연이 방광암에 좋지 않은 이유는 담배의 발암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이 폐를 통해 우리 몸속에 흡수되고 혈액으로 흘러 들어간 이후 신장에서 걸러지면서 소변에 포함되게 되는데 이때 소변에 포함된 화학 물질이 방광 내 소변이 직접 접촉하는 점막 세포에 손상을 가해 암세포를 만든다.
  • 전 부인 방에 몰래 감시카메라 설치한 40대 男 집행유예

    전 부인 방에 몰래 감시카메라 설치한 40대 男 집행유예

    전 부인의 방에 몰래 침입해 화재경보기 모형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일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 이상오)는 전 부인의 거주지에 침입해 몰래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혐의(주거침입,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A(43)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25일부터 26일 사이 화재경보기 형태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전 부인 B(43)씨가 지내고 있는 경북 경산시 소재 친정집 아파트에 침입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 카메라를 통해 피해자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통신비밀보호법위반)도 받았다. A씨가 설치한 몰래카메라는 정상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해 6~9월 B씨의 직장을 찾아가 피해자 B씨를 지켜보거나 집 앞에서 5시간 동안 기다리는 등 10차례에 걸쳐 스토킹한 혐의도 받는다. 피해자 B씨가 교제하고 있는 남성의 뒤를 밟은 후 부근에서 피해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B씨가 모텔에 투숙하는 것을 지켜보는 행위를 하는 등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한 혐의도 있다. 공소사실 중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는 합의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반의사 불벌죄에 의해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각 범행은 주거의 평온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각 침해하는 것으로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또 범죄를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천만 서울시민의 꽃길을 위해 국민의힘은 가시밭길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천만 서울시민의 꽃길을 위해 국민의힘은 가시밭길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제11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최호정 대표의원이 2023년 계묘년을 맞아 새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다음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최호정 대표의원의 신년사 전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천만 서울시민 여러분,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신년에 떠오르는 새로운 태양을 바라보며, 무엇보다 서울시민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가장 앞섰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 너무도 고생스러운 한해를 보내시느라 애쓰셨고 그와 중에 생긴 시민 모두의 상처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해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의에 부응하고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허물을 머뭇거리지 않고 즉각 고치는 ‘개과불린(改過不吝)’의 자세로, 악습의 고리를 끊고 불공정함을 걷어내고 불합리함에 맞섰습니다. 서울을 정상화 시도에 많은 저항이 있었지만 시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 하지 않았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일부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진한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성과는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원의 덕분이며, 미진한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탓임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계묘년 올 한해도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입니다. 전체 시민의 이익보다는 사익을 앞세웠던 일부 이익단체에 경종을 울리겠습니다. 서울시 및 교육청이 더 시민 곁에 갈 수 있도록 의회 또한 힘을 보태겠습니다. 새롭게 시작된 2023년은 낙관하는 시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 위기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불확실성은 내수경기도 급속도로 얼어붙게 만들 것이란 비관적 목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울시의회는 약자와의 동행이 탄탄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불경기 속에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글로벌 위기 속에도 서울시가 매력을 잃지 않도록 국민의힘이 힘이 되겠습니다. 서울시의 잘못된 부분을 손봐 건강한 서울시를 만들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에너지로 서울시민의 고단한 삶을 보듬을 수 있는 정책과 배려를 더 두텁게 마련할 것입니다. 또한 미래준비에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지난해 정례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는 서울시, 대한민국의 미래준비를 약속했습니다. 그동안 누군가는 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던 일들로 인해 우리의 성장 동력은 점차 작아지고, 발목의 족쇄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개혁은 결과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수많은 기득권과 반대편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힘들고 인기 없는 길입니다. 서울시민을 위한 가시밭길이라면 국민의힘은 주저하지 않고 앞장서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꽃을 피워 서울시민은 꽃길을 걸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우리를 믿고 지지해주시고 성원해주신다면 그 과정에서 흘린 피는 만발한 꽃길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퇴임 후에 더 높은 평가를 받았던 미국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책상에는 ‘THE BUCK STOPS HERE(책임은 여기서 멈춘다)’라는 글귀가 있었다고 합니다.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고, 당당히 그 책임을 지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큽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적잖은 사회적 갈등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꼭 가야할 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의회는 그 여정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입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길에 여야가 따로 일 수는 없습니다. 건전한 비판과 정책적 경쟁을 통해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길 간곡히 바랍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정략과 사익을 앞세우지 않는 의회의 모습을 서울시의회부터 보여준다면 국민이 가장 불신하고 있는 정치 분야의 발전에 큰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는 새해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의힘은 항상 서울시민의 편에서 시민만 바라보고 나아가겠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과 함께, 천만 서울시민의 가정에 행복과 사랑이 넘치는 한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 1.  2. 제11대 서울특별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최호정
  • 소설, 시간을 저버리지 않는 -정지돈, 박솔뫼, 윤해서의 작품에 나타나는 시간관을 중심으로-/이근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평론]

    0. ‘그림자 개’와 소설 ‘그림자 개’가 있다. 이 개는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가자고 요구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시간과의 관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림자 개’가 누군가에게 나타난다는 것은 삶에 대한 일종의 경고 신호인 셈인데,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위험에 처했음을 깨닫지 못하고 이를 단지 희한하고 우스운 하나의 에피소드로 여겨 버린다. 따라서 그 경고 신호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림자 개’의 특성을 파악해 두어야 하는데….(박솔뫼,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문학과사회’ 2021년 가을호, 88쪽) 대뜸 이렇게 시작하는 박솔뫼의 소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는 첫 페이지부터 독자에게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래, ‘그림자 개’라는 것이 있다고 하자. 언뜻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무튼 이것은 허구의 이야기니까. 그런데 시간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거지? 그 연결이 약해지는 것이 왜 위험한 거지? 어쩌면 이와 같은 질문은 근대 이후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잊힌, 혹은 불필요한 질문이 돼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똑똑한 그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 질문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어떤 성과나 효용이 발생하느냐고. 그런 것이 산출되지 않고 어떤 답도 도출해 낼 수 없다면 애초에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그러니 그에 대한 생각은 접어 두라고. 시간이니, 마음이니, 관계니, 믿음이니, 그런 것들에 대해 고민할 시간에 한 시간 더 일하거나 한 시간 더 잠을 자 두라고. 그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생산적이라고. 더이상 자신들이 지나온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근대인은 ‘시간과 인간의 관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호한 것 대신 명확하고 검증 가능한 ‘이성과 과학’을 손에 쥐고 더 나은 내일, ‘발전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런데 이는 파멸의 길이기도 해서, 인간이 이성의 힘으로 이뤄 낸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도리어 인간을 파괴하는 전쟁과 야만의 시대를 불러오게 된다. 그럼에도 반성 없는 근대의 열차가 질주의 고삐를 멈추지 않던 20세기 초,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발터 베냐민은 근대의 ‘진보적 시간관’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베냐민에 따르면 근대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삼분법적 시간관으로 작동되는 것으로, 최종 목적지인 미래를 위해 과거를 망각하고 현재를 폐기시킨다. 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폭력으로 스러지고 잊힌 과거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이때 과거는 단순한 사실에 그치지 않고 현재에 의한 ‘기억의 형식’이 되며, 이는 과거가 현재의 기억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때 “균질하고 공허”하게 흘러가기만 하는 연속적·진보적 시간의 흐름을 폭파한 후 그 ‘정지의 상태’에서 스쳐 가는 찰나의 기억을 붙잡는 일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인식하지 않는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지금 “현재와 더불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정지의 변증법’은 근대의 진보적 시간관이 토대를 두고 있는 계속해서 앞으로만 발전해 가는 변증법이 아니라 오히려 일단 멈춰야만 한다는 것, 그 정지의 순간에만 가능한 무엇이 있음을 역설한다. 그는 기존의 지배적인 시간의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이상 발터 베냐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최성만 옮김, 길, 2008, 331~345쪽 참조)해 새로운 서사를 (재)구성해 내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자연의 시간은 서사적 방식으로 진술되는 한에서 인간의 시간이 되며, 이야기는 “시간 경험의 특징”을 그리는 한에서만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 폴 리쾨르의 말(폴 리쾨르, ‘시간과 이야기 1’, 김한식·이경래 옮김, 문학과지성사, 1999, 25쪽)은 베냐민의 역사철학적 사고와 근대 이후 서사의 주요 장르가 된 소설을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소설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찰나라도 멈춰 세운 후 그 정지의 시간 속에서 잊힌 한 존재를 기억의 그물로 건져 낼 수만 있다면 이는 인간 삶의 새로운 서사-의미를 만들어 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인간이 시간과 맺는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소설은 ‘그림자 개’와 닮아 보인다. 앞서 미처 살펴보지 못한 ‘그림자 개’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하나. 그림자 개는 그림자로 된 개다. 둘. 그림자 개는 산책을 한다. 셋. 그림자 개는 짖는다.”(‘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88~89쪽) 하나. 소설은 허구로 쓰인 글이다. 둘. 소설은 시간과 마음의 연결을 돕기 위해 이리저리 떠돈다. 셋. 소설은 짖는다. 이 ‘짖음’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알리는 다급한 신호라면 우리는 소설을 그저 상상력으로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로,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순진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가벼이 여기고 지나쳐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다루는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바라보는 렌즈로서의 시간을 어떻게 구축하며 살아갈 것인지 묻고 따져 보는 실천이 된다. 여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형상화하는 세 편의 ‘그림자 개’가 있다. 이 글은 그들과 함께 산책을 나서기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것이다. 1. 소진됨으로써 발생하는 이미지 - 정지돈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정지돈, ‘모든 것은 영원했다’, 문학과지성사, 2020.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1927년 하와이, 독립운동가이자 공산주의자인 ‘현앨리스’의 아들로 태어난 ‘정웰링턴’은 미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자신의 신념인 공산주의가 실현된 나라를 보기 위해 1948년 체코로 떠난다. 허나 공산주의 사회의 실상은 그가 그토록 꿈꿨던 이상과 달랐고, 정작 그 사회에서 그는 자신이 “열외자”(54쪽)라는 것을 깨달을 뿐이다. 그는 체코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비밀경찰에 협조하지만 공산주의자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정신적 고향으로 여겨 온 북한에서는 현앨리스를 비롯한 그의 지인들이 숙청당한다. 그는 미국과 체코, 북한 그 어느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한다. 1963년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는 그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정웰링턴은 꿈을 꿨고 꿈을 기억하는 것이 오랜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기억이었고 두 세계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 꿈속에서 정웰링턴은 두 번째 삶을 살았다. 또는 세 번째, 네 번째. 인간은 매일 꿈을 꾸지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정웰링턴은 그 사실을 깨달은 이후 다시 잠들지 못했다.(7쪽) 인간은 매일 잠을 자고 꿈을 꾸지만 대부분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허나 이날 그는 자신의 꿈을 기억해 낸다. 이후 다시는 잠들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준 “오래된 기억”으로서의 꿈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으나 떠올린 순간 “인생 전체가 쏟아져 내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꿈을. 그 꿈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그는 무엇을 망각해 왔던 것일까? 근대는 위기의 시대라 할 수 있다. (…) 위기는 사실상 ‘위기’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고대 그리스에서 위기는 선택을 의미했다. 옳음과 그름, 구원 또는 심판, 삶 혹은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상황, 찬성이냐 반대냐를 요구하는 시대. 그게 바로 ‘위기’라네. (…) 재밌는 건 그럼에도 최근 지나온 10년을 프랑스혁명 이후 유일하게 위기가 없었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네.(97쪽) 근대 이후 빠르게 변모해 가는 세계에서 위기는 ‘일상적’인 것이 된다. 그럼에도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대립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던 지난 10년은 오히려 위기가 없었던 시대였다고 ‘이지’는 말한다. 정웰링턴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죽음의 위기를 수시로 겪어 온 자신과 가족, 동지들의 삶이 위기가 아니었다고?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깨닫는다. 그들은 죽을 상황에 처하거나 심지어 죽었다고 하더라도 ‘위기’를 겪지는 않았다는 것을.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애초에 무언가를 택한다는 선택권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들은 선택을 내릴 권리 자체를 박탈당한 사람들, 처음부터 “예외적인 존재”(100쪽)였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을 이렇게 배제한 것이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 두 체제 모두가 그렇게 했다는 것, 즉 두 체제 모두가 ‘근대의 쌍생아’로서 그들을 사회에 포섭하는 동시에 배제시켜 온 공모자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믿었다. 공산주의는 국경과 인종,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는다. 자본주의는 반대다. 자본주의는 상이한 욕망과 능력을 먹이로 성장하고 국경과 인종, 성별과 나이를 나누고 계급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게 변했고 그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다. (…) 정웰링턴은 생각했고 책에 불을 붙였다. 바삭하게 굳은 ‘레탕모데른’은 잘 타올랐다.(8~9쪽) 1963년의 잠에서 깨어난 뒤 그가 깨달은 것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실상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 둘 다 최종 목적지를 ‘발전된 미래’에 두고 ‘진보적 시간관’이라는 동일한 연료로 달리는 기차였다는 뼈아픈 진실이었다. 이제 겉무늬만 다를 뿐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근대의 두 기관차 모두에 “비상 브레이크”(“마르크스는 혁명이 세계사의 기관차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쩌면 사정은 그와는 아주 다를지 모른다. 아마 혁명은 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잡아당기는 비상 브레이크일 것이다.”(‘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356쪽))를 걸기 위해 그는 이들이 공유한 시간관 자체와 맞서 싸워야 한다. 그가 ‘레탕모데른’(les temps modernes), 즉 ‘근대의 시간’이라는 잡지를 불태우는 것은 마땅한 수순으로 보인다. 1848년 7월 혁명 발발 당시 파리 곳곳의 여러 사람들이 “시계탑의 시계”를 향해 동시에 총을 쐈던 것처럼(위의 책, 346쪽) 근대 이후 ‘혁명’은 기존 시간관과의 투쟁에서 시작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거대한 근대의 시간에 맞서 “지연된 순간들”을 좋아하고 “목적지가 없”는 이동과 “결과가 없는”(102쪽) 실험을 추구하는 정웰링턴은 무력하게만 보인다. 차차 그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채 혼자가 돼 간다. 그에게 남은 대화 상대는 과거뿐인 듯하다. 윌리(정웰링턴의 애칭-필자)는 과거가 떠올랐다. 꿈을 기억한 이후 처음 체코에 온 시절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시간은 기억 속에서 거리를 상실했고 종이를 반으로 접어 펜으로 구멍을 뚫은 것처럼 의식의 지평 위에 14년 전과 14년 후가 겹쳐졌다.(29쪽) 과거를 떠올리는 그에게 처음 체코에 도착했던 14년 전과 14년 후인 지금 현재는 “겹쳐”진다. 시간의 흐름을 건너뛰어 먼 과거의 특정 시기와 현재가 연결된다. 과거의 어떤 선택에 따라 그 이후의 삶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었다. 체코 비밀경찰의 협조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면?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갔다면? 북한으로 갔다면? 아니, 애초에 미국을 떠나지 않았다면? 꿈을 기억한 1963년의 그날 그가 꿈속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삶을 살았다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 어떤 꿈도 그를 받아 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많은 삶이 가능했더라도 그것들이 모두 ‘진보의 꿈’으로 귀결될 뿐이었다면. 공간적으로도(“체코와 북한 모두에 거절당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135쪽)), 시간적으로도(“정웰링턴의 문제는 자신이 어느 시간대에 존재하는지 모른다는 데 있었다.”(16쪽))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그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하나의 장르를 발명해 낸다. “침묵”(16쪽)이 바로 그것. 이는 소설 속의 그가 행하는 유일한 ‘선택’으로, 그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허먼 멜빌, ‘허먼 멜빌’, 김훈 옮김, 현대문학, 2015, 22쪽)라며 ‘하지 않음’을 택하는 허먼 멜빌의 바틀비와 극 중간중간 긴 침묵에 골몰하는 사뮈엘 베케트의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들뢰즈는 베케트의 텔레비전 단편극에 대한 글에서 “피로한 인간은 단지 실현을 소진했을 뿐이다. 반면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는 자”라고 둘을 구분한다. 그러니까 ‘피로한 인간’은 오늘의 할 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가며 피곤해하지만, 밤새 푹 자고 일어나면 내일 다시 일을 하며 무언가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소진된 인간’에게는 이 내일의 실현 가능성이 더이상 없다. 그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를 남김없이 불태워 버렸기에 오늘이든 내일이든 먼 훗날이든 더이상 어떤 것도 할 수 없다.(질 들뢰즈, ‘소진된 인간’, 이정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23~24쪽 참조) 하와이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체코로, 끊임없이 어떤 가능성을 따라 살아온 정웰링턴에게 이제 남은 것은 ‘소진된 가능성’뿐이다. 가능성을 탕진해 온 삶. 그의 “시계는 정지”(96쪽)한다. 윌리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세계와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죽을 것이고 사람들이 이를 자살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고 나의 선택은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언어와 숫자, 개념 따위로 수렴되지 않는 것이다.(132쪽) 삶이 정지하는 죽음의 순간 정웰링턴은 가능성 자체의 소진이 무엇인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외치는 진보의 폭력성이 무엇인지 드러낸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자살이라 부를 것임을 알지만,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한 후 맞는 마지막 순간의 정지 속에서 그는 하나의 이미지를 그리는 중이다. 바로 “더이상 가능한 것은 없다”는 이미지.(위의 책, 44~45쪽 참조) ‘진보적 시간’이 주장하는 모든 허황된 것들을 끝장낸 후에야 비로소 발생할 이미지. “죽음과 혼돈의 순간”이 “생성과 창조의 순간”과 동시에 존재하는 “카오스모스의 시간”(위의 책, 119쪽), 그것은 결코 “언어와 숫자, 개념 따위로 수렴되지 않”을 것이다. 2.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산책 - 박솔뫼의 ‘미래 산책 연습’(박솔뫼, ‘미래 산책 연습’, 문학동네, 2021.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1982년 3월 18일, 부산 중구 대청동 부산 미국문화원에 방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일으킨 것은 당시 고신대 학생이었던 문부식, 김은숙 등으로, 그들은 1980년 5월 광주항쟁 때 자행된 군부의 학살을 비판하고, 또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미국은 즉각 이 땅에서 물러갈 것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2021년 박솔뫼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미래 산책 연습’을 발표한다. 그런데 작가는 같은 소재로 ‘매일 산책 연습’이라는 단편소설을 이미 쓴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작가는 한 번 다뤘던 소재를 왜 다시 써야만 했을까. 두 소설에서 소설을 쓰는 ‘나’의 서사는 거의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은 장편인 ‘미래 산책 연습’에는 ‘나’ 외에 ‘수미’의 서사가 추가된다는 점이다. 이때 두 서사가 지닌 시간축의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 즉, ①‘나’의 서사가 현재의 시점에서 80년대 과거를 돌아보는 회상의 형식이라면, ②수미의 서사는 80년대 과거로부터 현재로 다가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①‘나’는 부산의 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난 ‘최명환’과 친해지면서 그녀가 과거에 김은숙을 알았으며, 방화 사건 당일 우연히 김은숙을 목격했음을 듣게 된다. ②광주에 사는 학생인 수미는 감옥에서 출소한 친척 언니인 ‘조윤미’를 맞이하게 되는데, 서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건 조윤미가 부산 미국문화원에 불을 지른 인물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①과 ②의 서사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이 장편소설에서 ①의 김은숙과 ②의 조윤미는 서서히 겹쳐지게 된다. 단편에서는 이름으로만 회상됐던 김은숙이 장편에서는 1980년대 당시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인 조윤미로서 소설 속에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총 12개의 장으로 이뤄진 이 소설의 전체 구조도 주목을 요한다. 서사의 흐름을 따르자면 이 소설의 1장은 소설의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에 놓여야 한다. 마지막인 12장은 어른이 된 수미가 아픈 윤미 언니를 배웅하며 끝나는데, 이를 이어받기라도 하듯 1장에서의 수미가 좀 전까지 같이 있었던 아픈 윤미 언니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2장 다음에 1장이 오는 것이 인과관계상 자연스럽다. 그러나 1장의 수미가 “그렇다면 어떻게 처음 언니와 만나게 되었는지를 써둬야겠다”(12쪽)고 마음먹은 뒤 써 내려간 것이 바로 다음 장에서부터 전개되는 이 소설의 내용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1장은 분명 이 소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소설은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과거로부터 다가오는 현재(②)와 현재에서 뒤돌아보는 과거(①)가 서로 물고 물리는 것을 전체적인 구조로 형상화하고 있다.1) 이제 소설의 형식에서 보이는 이러한 시간적 특성이 내용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김은숙-조윤미’는 1982년 당시 88올림픽 준비를 중단하라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가 ‘82년도에 생각한 88년도’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88년도는 그 모습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겉으로는 ‘화합과 전진’이라는 올림픽 슬로건이 내세워졌지만, 실상 이면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집을 빼앗기고 사회에서 배제돼야만 했다. 국가는 이를 은폐한 채 “성공적인 88올림픽”(97쪽)을 홍보해 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제와 폭력은 그 후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나라에서 쓸어 버려도 좋다”거나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은 흐름에서 탈락되어 죽어 버려도 좋다”는 말, “손이 없는 자가 빵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당연한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148~149쪽)와 같은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떠도는 것이 지금 이 사회의 모습 아닌가. 이러한 모습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어쩌면 거듭되는 기득권의 지배와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향해 달려가는 이 흐름에 맞서기 위해서는,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 고문당하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193쪽) 지워 버리는 기차 소리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금-현재에 하나의 “매듭을 지어 버리는 일”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미국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미래를 연습하였을지는 알 수 없었다. 불을 붙인 이후의 시간을 미래라 생각하였을지도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어땠을지는 알 수 없지만 끝을 내고 매듭을 지어 버리는 일,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 일이 필요할 때가 있을지 모른다.(91~92쪽)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나의 사건을 일으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1980년 광주에서 억울하게 죽어 간 자들의 목소리, 그 외에 다른 원천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곳곳에서 수수께끼처럼 제시되는 대목들, “내가 갖고 싶은 미래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과거로 여겨”(18쪽)진다거나 “미래는 꼭 다음에 일어날 것이 아니고 과거는 꼭 지난 시간은 아니”(91쪽)라는 부분에 대한 해석도 가능하겠다. 즉,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미래는 ‘발전된 미래’라는 진보적 시간관으로서의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사람들이 꿈꿨던 미래, 그러나 실현되지 않은 것이기에 “슬픈 과거”(140쪽)인 미래, 그렇기에 지금 여기로 가져와야만 하는 미래-과거가 된다. 이때 우리는 ‘미래 기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았던 사쿠라이 다이조의 연극 중에는 ‘미래 기억’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연극이 있었다. (…) 그러니까 다른 시간을 살 수 있었다. 미래를 살고 와야 할 것을 살아 낸다면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153쪽) 현재의 내가 과거의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꿈꿀 때 미래는 꼭 다음에 오는 일이 아니고 과거 역시 그저 지나간 일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시간은 “뭉쳐지고 합해지고 늘어나고 누워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의 사람들이 꿈꾼 미래를 지금 여기서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따라서 ‘미래 기억’은 바라는 일이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일이 실현될 오늘을 살아가는, 일종의 수행적인 행위가 된다. 1980년에 기억하는 2000년처럼. 1980년 겨울, 광주 전남 지역의 미술인들은 ‘2000년을 위한 파티’를 연다. ‘2000년’은 광주의 진실이 알려진 미래로,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도) 아직 오지 않은 “민주적인 미래”(193쪽)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약속이 아니라 “과거의 완결되지 않은 사실”에 발을 딛고서 다른 “미래로의 문”(에밀 앙게른, ‘역사철학’, 유헌식 옮김, 민음사, 1997, 242쪽)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 문 너머의 세계는 우리에게 예상 가능한 미래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153쪽)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흔히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당시 그대로의 완벽한 복원을 바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 그 자체의 완벽한 복원은 불가능함을, 과거를 예상하고 짐작하는 나의 생각이 “착각일 수 있음”(193쪽)을 인정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1980년 5월 27일 아침,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는 도청 앞의 “그 냄새와 공기와 광경을 모르고 모르고 모”(192쪽)르기에. 과거에 대한 ‘살아 있는 기억’을 지닌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로부터, 그러한 기억을 지니지 않은 다음 세대를 위한 ‘역사적 기억’으로의 전환(박순석, ‘5,18과 도청’ 토론문, ‘5.18 41주년 기념 학술대회’, 5.18기념재단, 2021, 95~97쪽 참조)은 가능할까? 최명환은 ‘나’에게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14쪽)라고 묻는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묻는, 그래서 ‘미래 기억’적인 이 질문은 지금 우리 사회에 얼마나 유효할까. 과거를 현재로부터 가차 없이 떼어 내 버리는 ‘기억의 위기’인 이 시대에 대응해 예술은 기억을 위한 어떤 “새로운 형식을 창안”(알라이다 아스만, ‘기억의 공간’, 변학수·채연숙 옮김, 그린비, 2011, 16~26쪽 참조)해 낼 수 있을까? ‘미래 산책 연습’은 이에 대한 하나의 응답처럼 보인다. 소설에는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이 자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며 독자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 인물들을 따라 먹고 마시고 걷게 된다. 그 식당과 목욕탕과 빵집과 카페와 골목의 어디쯤에서, 소설 밖의 독자와 소설 안의 인물이 만난다. 그리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①과 과거의 시점에서 미래를 기억이 되게 살아가는 ②가 하루하루 서로 교차될 때 독자는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된다. 물론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가 나 스스로를 사건 당사자의 자리에 놓아 보는 것, 자신을 “한 사람의 시민”이나 “인류의 일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드문 상태”(14~15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 소설을 읽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상태가 된다.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이 만났을 때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을까? “그럴 수는 없”(112쪽)는 것이다. 과거 사람들이 바랐던 ‘미래’를, 그들에 대한 ‘생각하기’와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미래 산책 연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끝날 수 없을 것이다. 3. 눈사람을 만드는 일 - 윤해서의 ‘0인칭의 자리’(윤해서, ‘0인칭의 자리’, 문학과지성사, 2019. 이하 인용할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앞의 두 소설에는 각각 ‘1960년대 체코의 정웰링턴’, ‘1980년대 부산의 김은숙’이라는 역사적 시공간의 인물이 제시돼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그 인물을 바라보는 현재 작가로서의 ‘나’가 있었다. 반면 이제 살펴보게 될 윤해서의 ‘0인칭의 자리’에는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이나 인물, 그리고 작가로서의 ‘나’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앞의 두 소설에 이어 놓아 보는 이유는 이 소설이 동시대를 역사적으로 사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두 소설이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를 사유하고자 했다면 이 소설은 동시대를 사유하기 위해 동시대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듯 보인다. 특정한 플롯이나 줄거리가 없어 보이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실험적이다. 소설 전체에 걸쳐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여러 인물들(혹은 공간들)은 *을 사이에 두고 매번 달라진다. 행갈이가 되어 마치 시처럼 보이는 이탤릭체의 대목들(대체로 현재형)이 정서체로 쓰인 인물들에 대한 객관적 묘사(대체로 과거형) 사이사이에 흩뿌려져 있다. 예컨대 소설의 첫 문장부터 15쪽까지가 이렇다. * 언제나 사람들은 어딘가에 앉아 있었을 것이고, 어쩌다 일어나 서둘러 걷거나 뛰었을 것이고, (…) * 사는 게 재밌네, 재미있어 사는 게. 그는 혼잣말을 했다. (…) * 화병의 목록은 꽃 이름만큼 많다.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은 아니다. * 그녀는 6번 출구로 나왔다. 출구 앞에는 영종도에 들어설 오피스텔 분양 (…) * 큰눈물버섯이라는 버섯이 있다. 큰눈물버섯은 눈물버섯속이다. (…) * 그가 후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문화재해설사는 궁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었다. (…) 작가는 왜 이런 형식으로 글을 쓴 것일까? 만약 작가가 “어떤 한계”에 의해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모든 것은 영원했다’, 150쪽) 이런 기법으로 소설을 쓰도록 만든 그 한계는 무엇이었을까? 계속 변화하고 움직이는 현재, 좀처럼 파악되지 않는 그 현재의 수많은 삶들, 바로 이를 포착해 드러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윤해서가 직면한 어떤 한계가 아니었을까. 마치 한글 문서창의 커서가 깜빡이며 “살았다, 죽었다, 살았다, 사라졌다”(85쪽)를, 어둠 속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며 “반짝, 어둠”(67쪽)을 반복하듯, 매순간 ‘있다-없다’를 반복하는 이 현재를 도대체 어떻게 붙잡아 그려 낼 것인가.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소설은 위와 같은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논리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정서체(과거형)의 대목 사이사이로, 갑자기 나타나 서사-시간의 흐름을 끊어 버리는 이탤릭체(현재형)의 대목을 등장시켜, 끊임없이 교차되는 시간의 움직임을 매순간 형상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내용적으로 ‘미래 산책 연습’에서 얼핏 보였던 동시대 사회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더욱 전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람을 넘어뜨려 죽이고도 태연해하고(18쪽), ‘만남의 광장’이라는 식당에서 마주 앉아 밥을 먹지만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 채 자기 식사에만 골몰하고(157쪽), PC방에 앉아 무기를 고른 후 각자의 전장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죽인다(169쪽).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오직 돈과 휴식만을 원할 뿐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61~63쪽). 이러한 사회의 모습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인 것만 같고,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대의 사회적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의 또 다른 몇몇 대목은 그 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들이 실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이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한 공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집단적으로 백혈병 진단을 받았음에도 어떠한 진상 규명이나 보상도 없이 해고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지켜보며 45일째 단식 투쟁을 하다 공장 옥상에서 투신하는 사람이 있다(52~53쪽). 과거에 자신들이 행한 잘못이 명백함에도 죽어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일본대사관 앞에는 지금도 소녀상이 있다(117~118쪽).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배가 어디로 가는 중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두려움에 떨면서도 믿고 의지할 것이 없어 서로의 작은 손만을 잡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132~135쪽). 단지 소설 속 이야기로만 읽기 어려운 이 대목들은 결코 자연스러워지지 않는다. * 어떤 시간도 공평하게 간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 시간이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가만히 있는 것들을 자라게 하고, 썩게 하고, 기어이 사라지게 하는. 황홀한 삶을.(199~200쪽)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의 한 화자는 “감자에 싹이 나고, 물 밖의 고기가 썩고, 방충망에 뿌옇게 먼지가 낀다”는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에 “비는 내리다 그치고 / 더위가 가고 추위가 온다”는 자연적 흐름을 더해 가며 섭리 같은 시간을 말한다. 그저 가만히 있는 존재들을 “자라게 하고, 썩게 하고, / 기어이 사라지게 하는” 공평무사한 자연의 시간을. 그런데 화자는 이 시간을 무섭다고 여긴 “적이 있다”고, 마치 지나간 일처럼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화자는 시간의 또 다른 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지만 또한 무언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는, “가능한 것이 사라지게 하는 바로 그 순간에 가능한 것을 창조”(54쪽)할 수도 있는 시간. 이제 200쪽에 이르는 이 소설에서 무심히 세 번 내리는 눈(雪)을 살펴볼 때가 된 것 같다. * 눈이 내린다. 눈이 내려 쌓인다. 쉼 없이 쏟아지는 눈송이들. 골목, 골목에. 모든 기억의 눈꺼풀 위에. 잠잠하라. 잠잠하라.(20쪽) * 눈은 내려 쌓이고, 아무도 밟는 사람이 없어서 발자국 하나 없이 끝내 하얗고.(88쪽) * 죽을 때 죽더라도. 어느 때나 눈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눈은 그저 내리고, 어디에나 똑같이 내려 쌓이는데.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드는 건 사람의 일. 눈사람은 누군가의 기억 같아. (…) (174~175쪽) 시간이 공평히 흘러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사라지게 하듯, 눈 역시 “그저 내리고, 어디에나 똑같이 내려 쌓”이면서 땅 위의 존재들을 하얗게 지울 수 있다. 시간은 흐르면서, 눈은 쌓이면서 여기 존재하던 무언가가 더이상 여기 있을 수 없게 한다. 그곳은 새하얀 무(無)가 된다. 그러나 시간이 무언가를 사라지게 하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태어나게도 하듯, 눈 역시 그럴 수 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충족됐을 때. 즉, 우리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사람의 일”을 수행할 때. 한 사람을 기억하며 만들어 가는 눈사람은, “모든 눈꺼풀의 기억 위에” 쏟아지면서 “잠잠하라”고, 이제 그만 잊으라고 명령하는 ‘눈-시간’에 저항하는 일이 된다. 어쩌면 이때, “기둥도 뿌리도 없이, 잎도 열매도 없이”(200쪽) 이 지상 위를 떠도는 이들도 저 눈사람 위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계절의 끝에, 아이들의 침대 맡에, 깊은 꿈속”(175쪽) 곳곳에 눈사람이 놓여 있듯, 이 소설의 곳곳에는 누군가를 간절히 기억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이 땅에 없는 사람을 향해 “하늘에도 지도가 있습니까?”라고 묻는 사람(118~119쪽), 낚시터에 나란히 앉아 주말마다 이곳에 앉아 있던 한 남자를 기다리는 엄마와 딸(179쪽),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다 문득 바다 위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되는 그녀(20~21쪽) 등. 이들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깊은 고통과 상심을 겪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그 한 사람을 끈질기게 기억하고 바라보고 있다. 문득 떠오르는 소설 앞부분의 한 대목. 화병의 목록은 꽃 이름만큼 많다.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은 아니다.(9쪽) 화병의 목록이 꽃 이름만큼 많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국화꽃, 진달래꽃, 봉숭아꽃, 목련꽃, 벚꽃 등 각각의 꽃에는 저마다 그에 맞춤한 꽃병이 있다는 말일까. 그래서 화병이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들은 더이상 “현무암, 화강암, 석회암” 같은 보편적인 명사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현무암일 뿐인 평범한 돌이 어떤 특정한 꽃을 담아내는 순간 고유한 이름을 가진 화병이 된다. 여기서 ‘화병’을 기억되는 사람으로, ‘꽃’을 기억하는 사람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이때 기억되는 사람은 기억하는 사람만큼 생겨나게 된다. 과거 속에서 이름을 잃은 채 무명(無名)의 상태로 떠돌던 이들을 누군가 기억하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과거의 누군가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를 기억하는 동시에 그 자신 또한 상대방에 의해 고유한 존재로, ‘이 화병’에 담긴 ‘이 꽃’이 된다. 이처럼 이 둘은 따로 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있을 때 자신 역시 존재할 수 있는, 서로가 서로를 구성하는 관계가 된다. 마치 한국어에서 “자음과 모음”이 합해져야 하나의 글자가 되는 것처럼.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존재케 하는 것처럼(186쪽). ‘0인칭의 자리’는 더이상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 어떤 미래도 떠올리지 않는, 단절된 현재만을 살아가는 동시대를 어두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또한 이 소설은 공허하게 흐르는 시간과 무심히 내리는 눈을 거슬러, 그것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지금도 어딘가에는 눈사람이 놓여 있지 않느냐고 우리를 조용히 일깨운다. 그러므로 폐허 속 잔해들을 그러모아 새로운 무언가를 (재)구성하는 것은 ‘역사의 천사’뿐 아니라 “미약한 메시아적 힘”(‘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332쪽)을 지닌 바로 우리, 인간의 몫이기도 할 것이라고. * ‘0인칭의 자리’에는 한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책장을 정리하다 ‘수학’이라는 책을 펼쳐 보는 대목이 있다. “378쪽. 거기에 유일한 밑줄. 존재성 증명은 정의되는 성질을 가진 물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는 과정이다.” 이어지는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존재성 증명에는 ‘구성적 증명’과 ‘비구성적 증명’ 두 가지가 있는데, ‘구성적 증명’은 명확한 숫자로 답이 존재한다. 1+1=2처럼. 그런데 방정식의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답이 존재하기는 한다는 것, 바로 그 사실을 밝히는 증명도 있다. 명확한 숫자로서의 답은 제시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무언가 “존재하기는 한다”고, 답으로서의 무언가가 “있기는 하다”(109~110쪽)고 증명하는 것이 바로 ‘비구성적 증명’이다. 아들은 궁금하다. 아버지가 밝히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앞에서 살펴본 세 편의 소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다루는 와중에 이 ‘비구성적 증명’을 해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웰링턴을 기억하냐는 ‘나’의 물음에 ‘야넥’은 그의 죽음이 자살인 건지, 그의 목소리나 성격이 어떠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당신이 물으니까 병원 담벼락 안쪽 “그곳에 남자가 있었다”(‘모든 것은 영원했다’, 200쪽)는 것만은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19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부산의 김은숙과 동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고민하던 ‘나’는 그들이 생각한 것은 “그들 자신이 광주에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이 아니라 “그때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미래 산책 연습’, 92쪽)는 과거의 사실 그 자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카메라 렌즈로 바라본 어머니의 눈빛, 그때까지 자신이 알던 어머니의 눈빛과는 전혀 다른 그 눈빛은 카메라도 아니고 카메라 너머의 자신도 아닌 어떤 것을 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을 찍어 왔다는 한 사진가. 그러나 그 어머니의 눈빛은 “그날 그 자리, 거기 없던 어떤 것”(‘0인칭의 자리’, 30쪽)이었음을 이제는 안다는 그의 고백은 이렇게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없는 모든 곳에 당신이 있어.”(위의 책, 150쪽) 그러므로 위 소설들의 끝에서, 우리는 뜻하지 않은 하나의 초상(肖像)과 마주하게 된다. 깊은 밤, 책상 앞에 앉아 잊힌 존재에 대한 자료를 읽고 그를 상상하며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어떤 사람의 수그러진 뒷모습을. 여기서 우리는 80년대에 태어난 이 젊은 세 작가가 왜 2020년을 전후로 이 작품들을 써야만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글쓰기는 지금 이 시대의 시간관-과거는 하루 빨리 잊을수록 좋고, 미래는 상상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며, 그저 하루하루의 현재만 생존하라고 명하는-에 대한 하나의 투쟁이자 경고 신호로서, 지금 여기에 도착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작가 개인의 글쓰기는 그를 뛰어넘어 이 시대의 공동체를 위한 글쓰기가 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교차하는 곳에, 희미하게 명멸(明滅)하고 있는 한 존재가 있다. 지금-여기에는 없지만 그때-그곳에는 있었던 누군가를 증명해 내는 일은, 내일-저곳을 이미 기억해 내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과 같다. 그리하여 만약 소설이 지금-여기에 그들을, 그때-그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림자 개’의 특성을 하나 더 추가해 볼 수도 있겠다. 넷. 그림자 개는 그림자 개가 되기 전의 개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개다. ‘그림자 개’의 다른 이름이 ‘믿음의 개’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터. 비록 그것이 한낱 그림자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그림자 개’-소설은 끝내 시간을, 그 속의 한 존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므로. ——————————————————————————————————————————— 1) 그리고 이는 ‘모든 것은 영원했다’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정웰링턴이 자신의 꿈을 기억하는 소설의 첫 페이지는 1963년으로, 서사의 흐름상 그의 유언이 등장하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와 연결된다. 또 작가로 추정되는 ‘나’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의 시간대를 이 책의 출판 연도인 2020년으로 생각해 본다면 1960년대의 과거(정웰링턴)와 2020년의 현재(‘나)가 마주 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中 코로나 폭증에 입국자 제한 확산…모로코는 전면차단

    中 코로나 폭증에 입국자 제한 확산…모로코는 전면차단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한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자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해 최소 14곳 이상의 국가에서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방역 규제를 강화했다. 가장 최근에 중국발 입국자 방역 규제를 강화한 곳은 호주다. 호주는 오늘 5일부터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들에게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호주 보건당국은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새로운 변이 확산으로부터 호주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캐나다는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에서 오는 2세 이상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다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지 10일에서 최대 90일이 지난 경우 관련 감염 증명서를 제출하면 입국이 가능하다. 중국발 입국자 규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나타냈던 유럽 국가들도 방역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영국은 오는 5일부터 중국 본토에서 직항을 타고 영국에 오는 입국자는 탑승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프랑스도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들이 항공기 탑승 전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날부터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는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PCR(유전자증폭) 검사도 진행한다. 프랑스 정부는 또 자국민에게도 꼭 필요하지 않은 중국 여행은 늦출 것을 권고했다. 스페인도 지난달 30일 중국발 입국자에게 코로나19 음성확인서나 백신 접종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입국 규제를 도입한 이탈리아는 중국 본토에서 오는 여행객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공동 방역 대응을 추진하기로 했다. EU 순환 의장국 스웨덴은 31일 “향후 입국 제한 조치 도입과 관련해 EU 전체 회원국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이나 일본, 인도, 대만 등은 선제적으로 중국발 입국자 규제를 도입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입국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오는 5일부터 중국 본토와 마카오, 홍콩에서 오는 모든 승객이 비행기 탑승 전 이틀 이내에 실시한 코로나19 음성확인서 또는 코로나19를 앓았다가 회복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중국발 직항은 물론 모든 경유 편에도 규제를 적용하며, 미국이 환승지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변이를 탐지하기 위해 국제선 항공기의 폐수를 채취해 검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본은 지난달 30일부터 중국에서 입국하는 여행객 모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하기로 했다. 인도는 이날부터 중국,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 6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다. 이들 나라에서 입국하는 경우 탑승 전 백신 접종 이력과 함께 음성 판정 결과 등도 지정된 사이트에 등록해야 한다. 대만도 중국 본토에서 오는 여행객의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했고, 말레이시아는 중국발 항공기 폐수 검사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필리핀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온 여행객에 대한 호흡기 질환 감시를 강화하고 관련 증상을 보이는 입국자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했다. 한국은 지난달 30일 중국발 단기 비자 발급 제한과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등 방역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모로코는 중국발 입국자를 상대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모로코는 “오염의 새로운 확산을 피하겠다”면서 국적을 불문하고 중국발 입국을 전면 차단했다. 다만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지부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는 과학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맞춰 하루 최대 550명까지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췄다면서 “공항 내에 5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별도의 피검사자 대기 공간 2곳을 마련해 운영할 예정이다. 확진된 입국객을 최대 1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임시 재택시설을 마련했고, 인천, 서울, 경기에 예비시설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속보] “이기영 사이코패스 성향’ … 추가 피해자 없나 전수 조사

    [속보] “이기영 사이코패스 성향’ … 추가 피해자 없나 전수 조사

    이기영(31)의 추가 범행 존재 여부에 관심이 높다. 동거녀를 살해한 집에서 4개월 동안 살면서 택시기사 까지 유인해 살해 후 시신을 옷장에 5일 동안 보관하는 등 냉혹한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1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혹시 모를 추가 피해자를 찾기 위해 이기영이 최근 1년간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주변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이기영이 동거녀이자 집 주인이었던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후 수개월 교제한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다행히 이 여성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 아파트 내부 벽 및 캠핑용 왜건에서 발견된 혈흔에 대한 과학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기영은 B씨를 유기할 때 생긴 핏자국이라고 주장하지만 만약 B씨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이기영의 성향이나 범죄 유형을 봤을 때 추가 피해자가 있을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타인을 숙주로 삼아 이용하고 수틀리면 살인을 저지른 이기영이 과거에는 성실하고 착하게 살았을 거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강력부서 한 전직 경찰관도 “살인 후 행동 유형을 볼 때 우발적인 범행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혈흔과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는 이번주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기영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공개한 것을 두고 실물과 너무 달라 신상정보 공개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기영이 살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던 점검원 A씨는 “공개된 사진속 얼굴은 너무 어릴 때 모습인 것 같아서 실제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고 전했다. 앞서 스토킹하던 역무원을 서울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주환(31)의 얼굴이 지난 9월 공개됐을 때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흉악범의 이름과 얼굴 등을 공개함으로써 유사 범행을 예방하고 재범 위험성을 낮추는 등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신상 정보의 공개는 최소한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것이 경찰청 인권위원회의 권고다.
  • 오언석 도봉구청장, 계묘년 맞아 도봉산에서 주민들과 해맞이 행사

    오언석 도봉구청장, 계묘년 맞아 도봉산에서 주민들과 해맞이 행사

    서울 도봉구는 2023년 새해를 맞아 도봉산 천축사 일대에서 해맞이 행사를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이날 오언석 도봉구청장과 지역 주민들은 오전 6시 30분 도봉산 수변 무대를 시작으로 도봉서원, 도봉대피소를 거쳐 천축사에 도착해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 덕담과 함께 기원문을 낭독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오 구청장은 “계묘년 새해에는 경제가 되살아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여러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며 “올 한 해 변화하는 도봉, 성장하는 도봉, 미래가 있는 도봉구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 성균관유도회 최영갑 회장 신년사 “공존의 삶 꽃 피우길”

    성균관유도회 최영갑 회장 신년사 “공존의 삶 꽃 피우길”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아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이 신년사를 전했다. 최 회장은 “올해는 지혜롭고 영특한 토끼의 해”라며 “우리 모두 지혜를 발휘하여 한층 높게 도약할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신년 인사를 시작했다. 민족정신이자 생활철학으로서 유교를 강조한 최 회장은 “공자의 ‘인(仁)’은 우리 사회가 가진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과 단결로 나가는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하다”면서 공자가 “노인들을 편안히 모시고(老者安之), 친구들을 믿음으로 사귀고(朋友信之), 젊은이들을 따뜻하게 품어라(少者懷之)”라고 한 말을 인용했다. 이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자연의 섭리도 혼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우리도 함께 살아가고 공존해야 문화를 꽃피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새해에는 세계 모든 인류가 배려와 사랑의 덕목을 실천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삶을 꽃피우길 바란다. 이것이 토끼의 지혜”라고 덧붙인 후 “온 가정과 사회에 도덕의 향기가 퍼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신년사를 마쳤다. 성균관유도회는 지난해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고리타분한 문화로 인식받고 있는 유교를 사람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만져도 돼요?”…여학생 성희롱한 오토바이男 처벌은

    “만져도 돼요?”…여학생 성희롱한 오토바이男 처벌은

    과거 미성년자를 상대로 두 차례의 성범죄를 저질렀던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여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반복하다 또다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전경세 판사)은 아동복지법상 위반(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더불어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3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다만 검찰이 요청한 신상정보 공개·고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올해 4월 길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교복을 입고 귀가하는 중학교 여학생들에게 접근해 성희롱 발언을 여러 차례했다. A씨는 여학생들에게 신체 부위가 예쁘다며 “만져 봐도 돼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들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특정해 입건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는 한편, 피해 학생들과 합의해 처벌불원서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들이 겪었을 정신적 충격, 불쾌감 및 향후 미칠 정서적 영향 등을 고려하면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과거 처벌 전력에도 또다시 범행을 저질러 법질서 경시태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고,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점이 범행의 일부 원인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여배우와 소개팅한 교수, ‘샤워+속옷’ 성희롱 문자 보내

    여배우와 소개팅한 교수, ‘샤워+속옷’ 성희롱 문자 보내

    배우 김혜정이 불쾌했던 소개팅 경험에 대해 털어놨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MBN 예능 ‘속풀이쇼 동치미’(이하 ‘동치미’) 528회에서는 배우자의 작심삼일에 참을성 폭발한 스타들과 ‘당신, 내년에도 그렇게 살 거야?’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이날 싱글인 김혜정은 “지난번 방송에서 얘기했지만 오랫동안 제 등뼈를 친구 삼아 기대다 보니까 허전해서 좋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혜정은 “그래서 아는 지인한테 이렇게 얘기했더니 ‘혜정 씨 쓸만한 사람은 이미 임자 있다. 포기하고 외롭게 사시라’라고 하더라. 나이 먹어서 상처받으면 흉터로 남으니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아는 후배가 퇴직한 교수가 있으니 만나보겠냐 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만나 보기로 결정했다”라며 자신이 소개팅에 나가게 된 사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혜정은 “딱 2번 만났는데 어느날 ‘뭐하세요?’라고 해서 ‘햇살이 따사로워 햇볕 샤워하고 있어요’라고 하니까 답변이 뭐라고 오냐면 ‘아 샤워 좋죠. 여인이 옷을 벗고 샤워하는 모습만 봐도 상상이 간다’고 하더라”고 상대의 성적 농담을 폭로했다. 패널들이 “교수 맞냐”며 경악하는 가운데 김혜정은 일화를 이어갔다. 그는 “모른 척하고 한동안 답을 안 했다. 며칠 있다가 또 문자가 ‘뭐 하세요?’라고 왔다. ‘황토방에서 군불 때고 군고구마 구워 먹고 있다가 지금은 자려고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했더니 ‘황토방에서 속옷만 입고 노닥거리는 모습이 상상이 간다’고 했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김혜정은 “그 순간 전율이 오더라. 언어적 충격을 굉장히 많이 받고 (연락을) 탁 끊었다. 충격적이다. 마음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그래도 조금은 기대했는데 어쩌면 그럴 수 있냐”고 토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후주곡(後奏曲)/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이경수 옮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후주곡(後奏曲)/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이경수 옮김

    후주곡(後奏曲)/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이경수 옮김 움켜잡는 갈고리처럼 세상의 바닥을 질질 끌며 걷는다.내게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이 걸린다.피로한 분개, 타오르는 체념.사형집행인들이 돌을 준비하고, 신이 모래 속에 글을 쓴다. 조용한 방.달빛 속에 가구들이 날아갈 듯 서 있다.천천히 나 자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텅 빈 갑옷의 숲을 통하여. 한 해가 저문다. 일생이 저무는 때를 생각한다. 갈고리를 움켜쥐고 ‘바닥을 질질 끌며’ 살았다. 거리를, 광장을, 골목을 걸었다.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이 걸’리는 ‘갈고리’를 들고 살아야만 했던가! 문득 소스라친다. 나의 이 작다고 여겨지는 욕망마저 혹 ‘갈고리’는 아닌가 생각해 본다. 죽음을 앞둔 ‘조용한 방’ 사 모았던 값비싼 치장들(가구들) 또한 이미 자기 자리가 아닌 상태. ‘날아갈 듯 서 있’는 방이다. ‘갑옷’과 같았던 생애를 떠올린다. 이 얼마나 허망한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무겁고 갑갑한 장식의 옷, 전장의 옷이란 말인가. 그 터널을 지나 자기 자신 속으로 온전히 들어갈 때 비로소 자유다. 그래도 다행이다. 지금, ‘체념’이 타오르고 있어서. ‘갈고리’를 쥔 손을 볼 수 있어서. 세모다. 악몽과 같은 어스름의 시간. 횡행하는 갈고리들의 세모다. 다 먹어치운 태양이 떠오르면 좋으련만. 장석남 시인
  • 불로장생·화성 이주의 꿈 성큼… 인류미래를 엿보다

    불로장생·화성 이주의 꿈 성큼… 인류미래를 엿보다

    2018년 중국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 아기가 태어났다. 사법당국이 실험을 주도한 생물학자를 불법 의료행위로 사법 처리하긴 했지만, 유전자 편집이 현실화됐다는 점에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2020년엔 미국의 생화학자 제니퍼 다우드나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크리스퍼는 인간 유전체를 편집·수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단일 유전자 질환 치료에 이미 쓰이고 있고, 머지않아 유전 형질을 바꾼 ‘맞춤 아기’도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인류는 자연과 인공을 가르는 경계선을 훌쩍 넘어선 듯하다. ‘인류의 미래를 묻다’는 제니퍼 다우드나 등 여덟 명의 과학자를 통해 인류가 맞게 될 새로운 세계를 전망한 책이다.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묻고 석학들이 답하는 대담 형식으로 꾸렸다. 노화와 유전 분야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진화인류학자 조지프 헨릭, 이론물리학자 리사 랜들 등 여러 분야의 석학들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노화를 질병으로 본다.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세포 안에서 젊었을 때 저장된 DNA 정보를 확인했는데, 현재 이를 복원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조만간 인류는 노화를 늦추는 기술을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르겠다. 영화 ‘트랜센던스’처럼 뇌를 데이터화해 저장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피와 살이 없어도 인간일까라는 철학적 질문은 남겠지만 어쨌든 더 전지전능해질 건 분명하다. ‘포스트 휴먼’에 대한 예측도 있다. 화성이나 목성의 위성 등으로 이주한 이후의 인류를 상정한 단어다. 과학계 일부에선 이번 세기에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급진적인 미래 정보가 당혹스럽게 여겨지겠지만 시간이 문제일 뿐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책이 전문 영역을 깊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새로운 과학기술 개요와 현황, 미래에 대한 가벼운 예측 정도로 구성됐기 때문에 누구나 별 어려움 없이 앎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 故김정주 코인 계좌 해킹…‘85억’ 빼간 30대男 최후

    故김정주 코인 계좌 해킹…‘85억’ 빼간 30대男 최후

    지난 2월 미국에서 별세한 넥슨 창업주 고 김정주 전 NXC 이사의 가상화폐 계좌가 해킹돼 가상화폐 85억 원어치가 털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달 김정주 전 이사의 계좌를 해킹해 돈을 빼돌린 혐의로 39살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해킹 범죄 조직 일당인 A씨는 지난 5월 김정주 전 이사 계좌에 들어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85억 원어치를 다른 계좌로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유심을 불법 복제해 김정주 전 이사 계좌를 해킹한 뒤 10일간 총 27차례에 걸쳐 가상 화폐를 옮긴 혐의를 받는다. 사망한 김 전 이사 계좌에서 거래가 발생한 것을 수상하게 여긴 코빗 측은 지난 6월 이를 수사기관에 알렸고, 덜미를 잡힌 A씨는 지난 9월 재판에 넘겨졌다. 탈취된 김 전 이사의 가상화폐는 아직 환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재산 상속 완료…부인 유정현 최대주주 김정주 이사의 지분 상속 절차가 지난 9월 완료됨에 따라 고인의 배우자인 유정현 감사가 NXC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김 창업자 명의의 NXC 지분 196만3000주(지분율 67.49%)가 배우자인 유정현 감사와 두 딸에 상속됐다고 공시했다. 상속 절차 이전 29.43%의 지분을 보유했던 유 감사는 4.57%(13만2890주)의 지분을 상속받아 지분율이 34%로 확대돼 최대주주가 됐다. 두 자녀는 기존 보유 지분 0.68%에 30.78%(89만5305주)를 상속받아 총 31.46%의 지분을 갖게 됐다. 유산 분배로 아내와 두 딸의 보유 지분이 비슷해진 셈이다. 김정주 창업자의 유족은 세무 당국에 6조원 가량의 상속세를 신고하고 이 중 일부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 상속 과정에서 유족들이 낸 상속세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 ‘기러기아빠’ 정형돈 “쌍둥이딸 답장도 없어”

    ‘기러기아빠’ 정형돈 “쌍둥이딸 답장도 없어”

    기러기 아빠인 개그맨 정형돈에 관한 마음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정형돈은 자녀와 아내를 외국에 보내고 홀로 생활하고 있다. 정형돈은 지난 28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난 딸이 쌍둥이다. 같은 시기에 (사춘기가) 오면 어떡하냐”라고 걱정했다. 정형돈은 “어제 피를 뽑아서 피 뽑는 사진을 쌍둥이에게 보내면서 ‘아빠 피 뽑았어 ㅠㅠ’라고 했다. 근데 읽씹했다”라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읽씹’은 발신한 메시지를 상대방이 읽었지만 답장을 보내지 않고 무시하는 행동을 뜻하는 신조어다.  정형돈의 안쓰러운 사연을 접한 차태현은 “하와이 시차가 안 맞아서 못 본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형돈은 “기본적으로 (쌍둥이 딸한테) 답장이 안 온다”라고 털어놨다. 홀로 지내며 자녀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기러기 아빠’ 정형돈의 안타까운 근황이었다. 정형돈이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자 MC인 개그우먼 김숙은 “사춘기 되면 아예 연락 끊기겠다”라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다. 차태현도 “그때만 지나면 또 괜찮다”라며 위로했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정형돈을 걱정하기도 했다. 정형돈은 2009년 방송작가 출신 한유라 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쌍둥이 딸(2012년생)이 있다. 정형돈의 아내와 쌍둥이 딸은 현재 미국 하와이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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