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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워지지 않는 ‘오월의 핏자국’… 살아 낸 문장으로 치르는 장례[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지워지지 않는 ‘오월의 핏자국’… 살아 낸 문장으로 치르는 장례[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5·18 비극의 현장서 살아남은 이들죽음보다 더 혹독하게 남은 고통에죽은자의 목소리로 건네는 위로 “‘캄캄한’ 과거서 ‘밝은 곳’으로 가아” “순간 명기는 똑똑히 보았다. 청년의 머리와 얼굴을 덮으며 분수처럼 좌악 솟구치는 핏물. 청년의 벌거벗은 두 다리가 바르르르 경련을 일으키다 멎었다. 개구리. 그랬다. 그건 껍질 벗겨진 한 마리 개구리처럼 보였다. 얼룩무늬가 청년의 머리채를 한 손으로 그러쥐더니 대열 쪽으로 끌고 가기 시작한다. 허수아비처럼 풀린 청년의 사지가 질질 끌려가고 있다. 아스팔트 바닥으로 길다랗게 그려지는 핏물의 흥건한 자국……”(임철우, ‘봄날’ 부분) 언어를 초과하는 고통이 있다. 우리에게는 ‘오월의 광주’가 그러하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참혹 앞에서 인간을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 저것은 개구리다. 차라리 개구리여야 한다. 인간일 리가 없다. 인간이라면, 저렇게 다른 인간의 매를 맞고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진혼곡조차 부를 수 없는 압도적인 슬픔, 처참하고 비극적인 물화(物化).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을 복원한 임철우의 장편 ‘봄날’을 읽어나가는 것은 고통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망으로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온 마음을 다하여 남김없이 그 고통에 어떻게든 가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날의 광주를 그리는 임철우의 글은 한없이 엄정하다. 다른 어떤 것도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순수성’을 향한 강박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폭력과 그로테스크의 난장. 모든 문장에 피가 물들어 있는 것 같다. 피가 갖는 액체로서의 성질 탓일까. 건조한 작가의 문장이 꿈틀꿈틀 넘실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에게로 흘러든다. 전남대 영문과 학생으로 당시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던 임철우는 소설을 펴내며 이렇게 회고한다. “어느 사이엔가 내 두 손이 누군가가 흘린 붉은 피로 흥건히 젖어 있음을 난 깨달았다. 한동안 그 불길한 핏자국을 지워내려고 몸부림쳤지만, 그것은 끝끝내 내게 낙인처럼 남아 있었다.” “죽음은 죽은 자에게는 사건이 아니다. 그 죽음은 남아 있는 사람에게만 혹독하게 생생한 사건이 된다. 죽음은 대답이 없기 때문에. 모든 죽음은 완성되어야 할 것의 미완성이기 때문에.”(최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부분) 죽은 자의 피는 지워지지 않는다. 남아 있는 자가 평생 짊어져야 하는 짐으로 남는다. 최윤 단편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5·18 이후 남은 자의 트라우마에 관한 기록이다. 죽음은 죽은 자에게 ‘사건’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죽음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완성’을 지향하는 죽음은 언제나 ‘미완성’으로 남는다. 왜? 죽은 자는 말이 없으므로. 남은 우리가 충분히 슬퍼했는지 답을 주지 않기 때문에. ‘꽃잎’ 속 소녀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져 있다. 검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엄마의 손이 소녀의 손을 꽉 잡은 채 그대로 굳어져 버렸을 때,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소녀의 몸부림은 그녀를 영원히 옥죄는 올가미가 됐다. “그래, 잔인하게 엄마 손가락의 갈쿠리를 하나씩 떼어내려 했어. … 급기야 한 발로 엄마의 내팽개쳐진 팔을 힘껏 누르고 네 손을 빼어냈어. 엄마의 근육살이 발밑에서 미끈거렸지. 너는 사력을 다해 밟았어.”(‘꽃잎’) 시간이 흐른다는 건 상처가 치유된다는 의미다. 엄마의 시체를 밟고서라도 도망쳐야 했던 소녀의 시간은 다시 흐를 수 있을까. 비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소녀에게 죽은 ‘소년’이 말을 건넨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 우리는 남은 자의 희망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나무 그늘이 햇빛을 가리는 것을 너는 싫어했제. 조그만 것이 힘도 시고 고집도 시어서, 힘껏 내 손목을 밝은 쪽으로 끌었제. 숱이 적고 가늘디가는 머리카락 속까장 땀이 나서 반짝반짝함스로. 아픈 것맨이로 쌕쌕 숨을 몰아쉼스로.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못 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끌려 걸어갔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한강, ‘소년이 온다’ 부분) 작가는 어쩌면 영매(靈媒)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 차원에 있어서 만날 수 없는,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존재 말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자신의 온 삶을 다해 죽은 자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소년이 온다’) 한강의 문장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들의 삶 자체가 장례식이 됐을 때 누군가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이제 됐다고. 저기, ‘꽃 핀 쪽으로’ 가라고. 그래도 된다고. 작가의 목소리처럼 들리는 그것은 그러나 작가가 하는 말이 아니다. 작가의 몸에 깃든 죽은 자가 전하는 위안이다. 그 말을 듣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캄캄한’ 과거에서 ‘밝은 데’로 시선을 돌린다. 마침내 그곳으로 한 발 한 발 걸어 나간다.
  • 7이닝 지운 최민석+양의지 2000안타…두산, NC 꺾고 달콤한 3연승

    7이닝 지운 최민석+양의지 2000안타…두산, NC 꺾고 달콤한 3연승

    두산 베어스가 NC 다이노스 마운드를 맹폭하며 3연승을 달렸다. 양의지는 포수 역대 최고령 2000안타 기록으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두산은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NC를 9-3으로 꺾었다. 2회 첫 득점을 시작으로 6회까지 매회 득점 행진을 이어가는 불방망이 화력쇼로 NC를 연패에 빠트렸다. 1회말 박찬호의 2루타가 나왔지만 득점에 실패한 두산은 2회말부터 본격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김민석이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2사 3루에서 오명진이 우전 안타를 때리며 첫 득점에 성공했다. 3회말에는 선두타자 박지훈이 안타를 때렸고 2사 1, 3루에서 다즈 카메론의 적시타가 나와 추가점을 올렸다. 4회말 정수빈의 1타점 적시타가 터졌고 5회말 무사 1, 3루에서 카메론의 내야 땅볼 때 박찬호가 홈을 밟으면서 야금야금 점수 차를 벌렸다. 6회말에는 김민석의 볼넷, 오명진의 2루타, 박지훈의 볼넷 등으로 만들어진 만루 기회에서 박찬호가 3타점 2루타를 때리며 순식간에 점수 차를 벌렸다. 카메론과 양의지의 안타까지 이어지며 5점을 냈다. 양의지는 이 안타로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다. 역대 21번째, 두산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다. 38세 11개월 14일로 2000안타를 때리며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2024년 4월 12일 세운 38세 7개월 25일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6회 득점으로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두산은 추가점에 실패했지만 NC가 6회, 8회, 9회 1점씩 추가하는 데 그치면서 두산의 승리가 확정됐다. 두산 선발 최민석은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4승째를 올렸다. 지난 7일 LG 트윈스전 이후 푹 쉬고 온 효과를 제대로 보여줬다. NC는 선발 라인업에 이우성과 안중열을 제외하고는 모두 좌타자를 배치하며 최민석 공략에 나섰지만 꼼짝없이 당했다. 타선에서는 박찬호가 3타점, 카메론이 2타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NC 선발 커티스 테일러는 5이닝 동안 86구를 던져 7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4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4패(3승)를 떠안았다. 수비 실책이 나오면서 테일러도 흔들렸고 어려운 경기가 됐다.
  • 박재현·박준현·장찬희…프로야구 누비는 샛별들

    박재현·박준현·장찬희…프로야구 누비는 샛별들

    2026 프로야구 KBO리그가 시즌 중반을 향하는 가운데, 탄탄한 실력의 신인급 선수들이 팀의 핵심 전력으로 안착하고 있다. 최근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선수는 단연 KIA 타이거즈의 박재현(20)이다. 박재현은 1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6타수 5안타 2타점 4득점 2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2일 kt 위즈전과 5일 한화 이글스전 4안타에 이은 쾌조의 타격감이다. 18일 기준 타율은 0.338까지 올랐다. 리그 7위, 팀 내에선 단연 선두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927을 찍었다. 올 시즌 40경기에서 홈런 7개를 때렸고, 도루는 10개를 훔쳤다. 박재현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25순위로 KIA에 입단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시즌 타율은 0.081에 그쳤고, 수비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2년차 들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대형 스타가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박준현(19)도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 그는 17일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9개의 공으로 5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99구 가운데 66구가 스트라이크였다. 프로 데뷔 후 첫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챙겼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2.29까지 내려갔다. 키움이 구단 역대 두 번째로 높은 7억원의 계약금을 안길 만큼 높은 기대감을 보였지만, 박준현은 시범경기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하다 결국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삼성전에서 처음으로 1군 마운드를 밟았지만 부진이 이어졌다. 지난 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3과 3분의 2이닝 6피안타 5실점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10일 kt와의 경기에서 5이닝 2피안타 4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17일 맹활약하며 상승세를 탔다. 선발 안우진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만큼,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팀 내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29순위로 삼성에 들어온 장찬희(19)도 차근차근 구력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키움전부터 선발로 전환했고, 세 번째 선발 등판인 지난 8일 NC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하며 삼성의 연승을 도왔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3승을 따냈고, 평균자책점은 3.38이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지난 9일 2군에 내려보내졌다가 이번 주 kt와의 3연전에서 1군 복귀해 아리엘 후라도, 원태인, 최원태, 잭 오러클린에 이어 삼성의 5선발로 합류할 예정이다.
  • “트럼프 사진 왜 지웠나”…엡스타인 파일 공개 뒤 美 법무부 역풍 [핫이슈]

    “트럼프 사진 왜 지웠나”…엡스타인 파일 공개 뒤 美 법무부 역풍 [핫이슈]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사망) 관련 파일이 다시 후폭풍을 맞고 있다. 미성년자 성착취 피해자의 신원이 일부 드러났다는 비판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자료에서 삭제 또는 가림 처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로스토리’는 18일(현지시간) 베테랑 언론인 알리사 발데스-로드리게스가 자신의 서브스택 글에서 법무부의 엡스타인 파일 공개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발데스-로드리게스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엡스타인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속 뉴스 사진 한 장을 문제 삼았다. 해당 사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검은 박스로 가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법무부의 방침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여성의 얼굴을 가리는 것이었다”며 “남성의 얼굴은 여성 피해자를 가리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삭제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한 예외가 있었다. 여성 피해자가 함께 있지 않은 트럼프의 뉴스 사진이 검은 박스로 가려졌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신원은 드러났는데 트럼프 사진은 삭제?엡스타인 파일은 공개 직후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는 올해 초 수백만 쪽에 달하는 관련 자료를 단계적으로 내놨지만 일부 문서에서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까지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 한 엡스타인 피해자는 자신이 문서에서 수백 차례 언급됐다며 법무부의 부실한 삭제로 익명성이 사실상 무너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피해자 보호를 앞세워 자료를 공개했지만 정작 피해자 정보는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삭제 또는 가림 처리했다는 주장이 더해지자 법무부가 누구를 보호하려 했느냐는 의문이 다시 커졌다. 발데스-로드리게스는 문제의 삭제를 두고 “삭제 자체가 의문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트럼프와 관련해 더 치명적인 사진이나 영상 증거가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트럼프 사진을 가린 명령은 그를 피해자로 오인했거나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보호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으로밖에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피해자 보호 검토” 해명 법무부는 앞서 엡스타인 자료 삭제 기준과 관련해 피해자 보호와 민감 정보 검토가 필요했다고 설명해 왔다. 일부 사진과 문서를 일시적으로 내렸다가 다시 올린 데 대해서도 피해자 정보 포함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법무부의 해명이 의문을 풀지 못한다고 본다. 법무부가 피해자 신원은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관련 이미지에는 더 신중하게 대응한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법무부가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 있다는 점도 파장을 키웠다. 발데스-로드리게스는 “그 사진에는 보호해야 할 여성 피해자가 없었다”며 “그런데도 트럼프의 얼굴만 검은 박스로 가려졌다”고 전했다. 엡스타인 파일, 트럼프 정치 리스크로 재부상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기소된 뒤 2019년 뉴욕 구치소에서 숨진 금융가다. 그는 생전 미국 정·재계와 영국 왕실 인사 등 유력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했고 사망 이후에도 관련 문서 공개를 둘러싼 파장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엡스타인과 사교계에서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정치 공방에 휘말렸다. 그는 엡스타인의 범죄와 관련한 의혹을 부인해 왔고 오래전 그와 관계를 끊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럼에도 엡스타인 파일이 나올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은 반복적으로 거론된다. 이번 사안도 새 범죄 혐의가 아니라 파일 공개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 실패와 권력자 보호 논란이 맞물리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엡스타인 파일 공개가 투명성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가 공개 대상과 삭제 기준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고 피해자 보호와 공적 검증 사이의 기준도 일관되게 적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로스토리는 피해자 식별 정보는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은 가려졌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법무부의 엡스타인 파일 공개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고 전했다.
  • 하늘을 찌를 듯한 기개, 함양 황석산 [두시기행문]

    하늘을 찌를 듯한 기개, 함양 황석산 [두시기행문]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과 서하면의 경계를 이루는 황석산(1192.5m)은 멀리서 보아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인 기상을 자랑한다. 백두대간의 거대한 줄기에서 뻗어 내린 기백·금원·거망산 중 가장 끝자락에 비수처럼 솟구친 이 산은, 날카로운 피라미드 형상의 암봉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어 영남과 호남을 가르는 소백산맥의 험준한 골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황석산은 단순한 명산을 넘어 함양 사람들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정상부 암릉을 따라 길게 이어진 황석산성(사적 제322호)은 고려 시대부터 터를 잡은 입보용(入保用) 산성으로,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 맞서 마지막까지 항거했던 처절한 사투의 기록을 품고 있다. 성이 무너지던 날, 왜적의 칼날을 피해 천 길 낭떠러지로 몸을 던진 여인들의 붉은 피가 바위를 물들였다는 ‘피바위’ 전설은 지금도 북쪽 벼랑 끝에 서린 한스러운 혈흔으로 남아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케 한다. 산행은 대개 유동마을에서 시작해 황석산성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거나 용추사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초입부터 능선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된비알은 숨을 턱 끝까지 차오르게 하지만,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 펼쳐지는 조망은 그 고단함을 단번에 씻어준다. 그 외에도 우전마을 코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황석산에 오르면 북쪽으로 덕유산의 웅장한 능선이 파도치고, 남쪽으로는 지리산 천왕봉의 기운이 아스라이 다가오는 압도적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황석산의 진면목은 거대한 암릉과 부드러운 억새 능선의 조화에 있다. 정상 일대의 남봉과 북봉은 거친 바위산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산행의 긴장감을 더하지만, 황석산을 지나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광활한 참억새 군락이 펼쳐져 반전의 미학을 보여준다.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바람에 일렁이며 험준한 암봉과 대비를 이루고, 겨울이면 잎을 떨군 나목 사이로 드러나는 산성의 견고한 선이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날머리에서 만나는 용추계곡과 용추폭포는 산행의 마침표를 찍기에 더할 나위 없는 명소다. ‘기백산 군립공원’의 백미로 꼽히는 용추폭포의 힘찬 물줄기는 산행의 열기를 식혀주고, 인근 용추사는 신라 시대 고찰 장수사의 흔적을 간직한 채 산객을 맞이한다. 하산 후 안의면으로 발길을 옮겨 함양의 명물인 갈비찜이나 진한 국물의 어탕국수 한 그릇을 곁들인다면, 몸과 마음을 모두 채우는 완벽한 여정이 완성된다.
  • 조종사 동료 살인계획 김동환 첫 법정 출석…반성 없이 국민참여재판 요청

    조종사 동료 살인계획 김동환 첫 법정 출석…반성 없이 국민참여재판 요청

    항공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 기장 6명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1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동환(49)이 19일 법정에 처음 출석했다.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 임주혁)는 이날 오전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동환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당초 공판 기일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참여 재판을 원한다는 김동환의 의사에 따라 준비기일로 절차를 변경해 진행했다. 준비기일은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관계를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김동환은 이날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법정에서 재판장이 인적사항,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 등을 묻자 김동환은 “네, 맞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김동환의 국선변호인은 김동환이 조종사 공제회에 면허 상실에 따른 상조금을 요청하고, 지급액이 작다며 소송을 제기했을 때 이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 1명, 과거 근무했던 항공사 기장 일부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동환이 지난 3월 17일 전 직장 동료였던 항공사 기장 A씨를 흉기로 살해한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동료 기장들이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과 관련한 사실 조회도 요청했다. 김동환은 현재까지 재판부에 반성문을 1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반면 김동환을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는 56건 제출됐다. 김동환은 지난 3월 17일 오전 5시 30분쯤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옛 직장 동료였던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를 살해하기 하루 전에는 경기도 고양시 한 주거지에서 다른 직장 동료 B씨에게 몰래 접근해 도구로 목을 졸라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도주한 혐의도 있다. 김동환은 A씨 살해 직후 추가 범행을 위해 경남 창원에 있는 다른 직장 동료 C씨의 주거지를 찾아갔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울산으로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동환은 공군사관학교와 공군 조종사 출신 피해자들이 파일럿 출신이 아닌 자신을 조직적으로 음해하거나 불이익을 줬다고 여기면서 4명을 우선 살해하고, 상황에 따라 나머지 2명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검토하고, 오는 6월 1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다.
  • 광주서 2년 전 흉기난동 현장 출동 경찰관…끝내 숨져

    광주서 2년 전 흉기난동 현장 출동 경찰관…끝내 숨져

    112 신고 출동 현장에서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다친 뒤 수년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던 경찰관이 끝내 숨졌다. 19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A(50대)씨가 병원 치료중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4년 4월 19일 서구 효덕지구대 근무 당시, 경찰관 3명이 흉기 난동으로 중경상을 입은 사건 현장에 추가로 긴급 출동했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트라우마를 겪으며 우울증 증세를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정수 광주경찰청 직장협의회장은 “직무 중 사고를 당해 PTSD 등에 시달리는 경찰관이 상당히 많지만, 공상이나 순직을 인정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더는 불행한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관심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핥은 감자튀김 판매한 맥도날드 女매니저…“전여친에 복수” 충격

    핥은 감자튀김 판매한 맥도날드 女매니저…“전여친에 복수” 충격

    미국의 한 맥도날드 매장 매니저가 전 여자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입에 넣은 감자튀김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사우스브릿지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던 케일리 산토스(22)가 유해 물질이 포함된 음식을 유통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산토스의 이 같은 행각은 지난달 9일 그가 감자튀김을 핥은 뒤 드라이브스루 창구로 전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 확산하면서 알려졌다. 조사 결과 피해자는 산토스와 약 2년 동안 교제했던 전 여자친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차량 번호판 조회를 통해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와 SNS 영상에는 산토스가 감자튀김 용기에 침을 뱉고, 자신의 입에 넣었던 감자튀김을 다시 용기에 담아 전 여자친구에게 건네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 속에서 산토스는 “오늘 전 여자친구가 감자튀김을 먹고 싶어 하네”라며 조롱 섞인 말을 내뱉기도 했다. 피해자는 당일 감자튀김을 따로 주문하지 않았으나, 서비스로 생각하고 이를 의심 없이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영상이 퍼진 뒤에야 전말을 알게 된 피해자는 산토스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산토스는 전 여자친구가 최근 새로운 연인을 만나자 이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산토스가 매장의 위생과 안전을 책임지는 ‘매니저’ 신분이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산토스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해당 맥도날드 가맹점주 측은 성명을 통해 “이들의 행동은 수용될 수 없으며, 우리 조직의 식품 안전 기준과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는다”라며 산토스와 범행을 도운 직원을 즉각 해고했다고 밝혔다. 현지 보건 당국은 “이번 사건은 특정 개인을 겨냥한 것으로,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추가적인 위생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민주당의 재정 낭비 의혹 규명과 보훈 가치 훼손에 대한 정원오 후보의 책임 있는 자세 촉구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조성을 두고 이념 프레임과 예산 낭비론을 제기하며 선거용 네거티브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을 강력 규탄하는 논평을 냈다. 국민의힘은 “숭고한 보훈 사업마저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민주당의 행태는 전형적인 이중잣대”라고 지적하며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무책임한 정치 공세를 즉각 중단하고 서울시민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윤영희 대변인 논평 전문 민주당이 날린 수천억 혈세는 어디로 갔나? 숭고한 보훈 헐뜯는 ‘자격미달’ 정원오 사퇴하라! 광화문광장에 들어선 감사의 정원은 6.25 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피 흘린 참전 22개국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공간이다. 나아가 70년 전 이 땅을 지킨 분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는 청년들, 삶의 일부를 국가에 내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공간이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숭고한 가치의 상징이다. 그런데 옛말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다. 평생을 갈라치기와 이념 투쟁으로 먹고산 낡은 운동권식 사고방식에 찌든 자들 눈에는, 나라를 구한 영웅들에 대한 숭고한 경의마저 그저 군사주의나 극우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도대체 피 흘려 대한민국을 지켜준 은인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하는 것이 어떻게 예산 낭비이고 극우란 말인가. 예산 낭비를 논하려면 민주당 본인들의 참담한 과거부터 돌아보라.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이른바 ‘도시재생’이라는 미명 하에 서울시민의 피 같은 혈세를 어떻게 허공에 흩뿌렸는가. 보행자가 없어 당초 예측량의 11% 수준에 불과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에 무려 1109억원을 쏟아부었고, 파리만 날리다 유령 마을로 전락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 480억 원을 퍼부었다. 이 흉물들은 지금 수백억의 철거비까지 시민 혈세로 물어주며 줄줄이 철거 수순을 밟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6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털어 넣은 ‘서울로 7017’은 부실 공사와 지열 문제로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고, 무려 1억 4000만원을 들여 고가도로 한복판에 흉측한 폐신발 더미(슈즈트리)를 쌓으며 시민들에게 시각적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시민 혈세 수천억원을 허공에 날리고 도심을 흉물로 덮어버린 치명적인 시정농단 앞에서는 입을 꾹 닫던 자들이, 이제 와서 참전용사를 기리는 숭고한 보훈을 두고 혈세 낭비라며 핏대를 세우는 꼴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억지 선동의 선봉에 서 있는 정원오 후보의 후안무치한 태도다. ‘유흥주점 성매매 요구 및 경찰 폭행’ 전과를 덮으려 토론회 줄행랑을 치고, ‘48억 굿당 갑질’과 ‘칸쿤 외유성 출장’엔 침묵하는 비겁한 자가 어찌 감히 시민의 광장을 논하는가. 본인의 썩은 이면에는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면서 숭고한 감사의 공간에 침을 뱉는 모습은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극치다. 보훈과 감사의 영역까지 천박한 선거용 이념 프레임으로 오염시키는 편협한 인식과 시민을 두 동강 내는 악의적인 갈라치기 정치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정 후보는 위선과 거짓으로 얼룩진 본인의 추악한 과거부터 뼈저리게 반성하고 당장 서울시장 후보직에서 사퇴하라! 서울시민은 깜냥도 안 되는 자들의 위선적인 표 구걸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2026. 5. 19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변인 윤영희
  • “59만전자 간다”더니 외국인 15조 팔아치웠다…개미들 또 ‘줍줍’? 경고음 커진다

    “59만전자 간다”더니 외국인 15조 팔아치웠다…개미들 또 ‘줍줍’? 경고음 커진다

    코스피가 외국인의 ‘팔자’와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줍줍’ 사이에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외국인이 지난 7일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6조원 안팎 팔아치운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천피’를 달성한 다음 날인 이달 7일 6조 6986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것을 시작으로 8거래일동안 총 35조 731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해당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로, 해당 기간 동안 총 16조 9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어 삼성전자를 15조 100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매도 폭탄’으로 인한 급락세에 개인들은 저가 매수의 기회로 판단하고 뛰어들며 지수를 떠받쳤다.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59만원, SK하이닉스는 400만원까지 올리는 등 국내외 증권가가 일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눈높이를 끌어올린 게 개미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개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종가 기준 27만원에서 29만원 사이를 오가며 ‘30만전자’ 돌파를 시도해왔다. SK하이닉스도 외국인이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지만 주가는 3거래일을 제외하고 상승 마감해 ‘200만닉스’를 눈앞에 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16조 안팎 순매도개인들이 떠받치는 장세는 지난 18일 특히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1조 2402억원)와 SK하이닉스(1조 211억원)를 집중 매도했지만 개미들과 기관이 매도 물량을 소화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 초반 3% 넘게 밀렸지만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2차 사후조정 회의가 시작된 오전 10시를 전후해 상승 전환하며 3.88% 상승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장 초반 -4%대까지 밀리며 ‘170만닉스’까지 내려앉았지만 장중 상승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팔자’ 행렬이 단순히 차익 실현의 추세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이란전쟁으로 급등한 국제유가가 안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다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흐름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재차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4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0% 올라 2022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3.8%로, 약 3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이같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미국의 국채 금리도 치솟고 있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한국시간 전날 오후 한때 5.16%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10년물과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도 각각 4.63%와 4.10%를 기록해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미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2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15일 4%대 급락한 데 이어 18일에도 2.5% 내렸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동반 침체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관세와 유가 등 지정학적 물가 충격이 확산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전망이 급부상하는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임계선 이상으로의 금리 상승은 금융시장에서의 ‘긴축 발작’의 핵심 도화선으로 기능했다”면서 “국내외 증시는 금리의 안정화 없이는 당분간 중립 이하의 주가 행보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 “길 가던 여성에 주먹 날려” 20대男, 강남 한복판서 묻지마 폭행…시민들이 제압

    “길 가던 여성에 주먹 날려” 20대男, 강남 한복판서 묻지마 폭행…시민들이 제압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처음 본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18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상해·폭행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를 최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2일 오후 8시 30분쯤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골목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술을 마신 뒤 음식점에서 나와 길을 지나던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B씨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달아나려는 A씨를 뒤쫓아 제압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B씨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계단에서 내려오자마자 방향이 어디인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일이 일어났다”면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피를 막 흘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피해 여성 B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또한 A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남성 1명도 턱 부위를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구속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영상)“엉덩이 움켜쥐었나요?”…‘여경 강제추행’ 피의자, CCTV 공개하며 억울함 호소

    (영상)“엉덩이 움켜쥐었나요?”…‘여경 강제추행’ 피의자, CCTV 공개하며 억울함 호소

    노래방에서 여경 신체를 움켜쥔 혐의(강제추행)로 실형을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당시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법무법인 빈센트 대표 소셜미디어(SNS)에는 “저는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입니다”라고 시작하는 글과 함께 영상이 게재됐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노래방에 한 여경이 서 있고 남성이 여경을 스치며 지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해당 영상에서는 남성의 손이 엉덩이에 닿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빈센트 측은 “현재 이 청년은 이 영상으로 인해 여경 강제추행 혐의로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서 “감정에 호소하지 않겠다. 이 5초가 안 되는 영상을 보고 이 청년이 서 있는 ‘여경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감정 호소가 아닌 객관적인 판단을 듣고 싶다”며 “한 청년의 인생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측이 밝힌 사건 경위에 따르면 2023년 9월 10일 피의자 박모씨는 동료들과 회식을 하며 술을 마신 채 2차로 평택의 한 노래방에 갔다. 박씨는 분위기에 취해 노래방 내부에 있던 소화기를 분사했고 노래방 사장은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이 출동했고, 이후 박씨는 노래방 사장에 사과하고 소화기 비용 등 합의금을 건넸다. 노래방 사장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고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건 9일 만인 9월 19일 평택경찰서에서 박씨에게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고 그는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이후 지난해 7월 사건은 재판으로 넘겨졌고 박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박씨는 항소했으나 지난 4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에 박씨는 상고해 대법원의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빈센트 측은 “5초 CCTV 영상으로 강제추행 유죄 받은 사건”이라며 “피고인 조사는 단 1회였고 피해자 여경은 5회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여경은 ‘가해자가 지나가며 1회 접촉하는 방식으로 기습 추행당했다’→‘고의적이고 기습적으로 추행했다’→‘엉덩이를 손바닥을 이용해 잡는 게 느껴졌다’→‘가해자의 부자연스러운 손의 움직임을 봤다’→‘가해자가 엉덩이를 딱 잡고 움켜쥐었고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식으로 진술이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박씨는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상황에서 그것도 경찰을 강제추행을 하겠느냐”며 “단연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빈센트의 남언호 변호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씨는 조사 과정에서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를 받겠다고 밝힌 반면, 피해자인 여경은 거짓말 탐지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CCTV를 수백번 돌려봐도 손바닥이 피해자를 향한 장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엉덩이를 움켜쥐려면 손목을 180도 뒤집어야 하고 그 순간 전완근과 어깨가 반드시 함께 회전한다”며 “영상 속 피고인의 어깨와 팔, 의복 주름 어디에도 그러한 흔적이 없다”고 무고를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엉덩이가 손에 닿는 거리에 이르자 왼쪽 어깨를 살짝 낮추는 장면, 그 후 피해자가 고개를 들어 피고인을 바라보는 장면이 CCTV에 나타난다”며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원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일관되고 CCTV 영상으로도 뒷받침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해자가 허위 진술을 할 동기도 없다고 보인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을 충분히 믿을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 “우리는 총알받이였다”…‘지하터널’ 14㎞ 기어간 러군 침투조의 충격 결말 [핫이슈]

    “우리는 총알받이였다”…‘지하터널’ 14㎞ 기어간 러군 침투조의 충격 결말 [핫이슈]

    러시아 공격 부대가 자포리자 지역의 주요 가스관을 통해 우크라이나 후방 진지로 침투하려다 결국 포위됐다. 우크린포름 등 현지 언론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장기간에 걸쳐 해당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물류 수송 및 비밀 침투에 활용할 준비를 해 왔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은 러시아 통제 지역에서 진입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에 있는 방어선 근처를 출구 목표로 삼았다”면서 “송유관망 내부에 통신소와 우회 터널, 참호까지 설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격 부대원들은 직경 1m에 불과한 좁은 관을 수레 등을 이용해 이동했고, 우크라이나 진지에 도달하기 전 지하로만 14㎞가량을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제65 독립기계화여단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현장에서 포로로 잡힌 러시아 병사는 자신들이 퇴로도 없이 적진에 밀어 넣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그곳에 총알받이로 보내졌다. 돌아갈 길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면서 “병사들이 진입할 때마다 이들이 들어온 입구는 빠져나갈 수 없게 용접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측은 러시아군의 이러한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송유관 출구 인근 지역에서 작전을 준비했다. 이어 송유관을 타고 이동하던 러시아 병사들의 출구 쪽에 드론과 보병 부대를 배치하고, 항복 지시가 담긴 전단지를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러시아 병사들은 출구 근처에서 교전 끝에 다수가 생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군의 ‘파이프라인 침투 전술’ 잦아지는 이유러시아군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침투하는 전술을 감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4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 지역 일부를 점령했고, 당시 러시아군은 이를 탈환하기 위해 우회 침투를 준비했다. 러시아 특수부대와 공수부대, 해병 등은 직경 약 1.4m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15~16㎞ 구간을 며칠에 걸쳐 이동하고, 내부에서는 가스 마스크와 산소 장비를 이용했다. 이들은 쿠르스크 수자 방면에서 우크라이나 방어 붕괴를 촉진하고 쿠르스크 탈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당 작전은 단순한 잠입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방어선 뒤편을 기습적으로 공격해 혼란을 유발하고 보급로 차단을 시도했으며, 지하로 이동해 드론의 감시를 회피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러시아 측은 해당 작전이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출구 지점에서 매복해 있다 침투 병력 약 80%를 제거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군은 2024년 아우디이우카 전투에서도 침수된 배수관과 하수 터널을 통해 비슷한 전술을 펼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 정찰망이 갈수록 촘촘해지자 러시아군의 이 같은 은밀한 침투형 전술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전술은 이미 설치돼 있는 지하 시설을 이용해 드론을 회피할 수 있는 데다 소규모 침투조만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크라 드론 600대, 모스크바 강타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의 수도에 맹공격을 펼치며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는 격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 우크라이나 드론 수백 대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강타하면서 주거용 아파트 등 여러 건물이 불타고 최소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드론이 모스크바의 석유·가스 정제소 인근 건설 현장을 타격해 노동자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인근 지역 주민인 콘스탄틴(39)은 AFP에 “공습 당시 충격이 너무 강력해서 체격이 큰 나조차 침대에서 거의 튕겨 나갈 뻔했다”며 “창문을 열어보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본토 내에서도 수도 모스크바를 노린 이번 공습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으로 꼽힌다. 더불어 지난주 러시아가 짧은 휴전이 끝난 직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맹폭하자 이에 대한 보복 타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8~10일 전승절 기간 선포한 3일간의 휴전이 끝난 뒤 양국은 다시 공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인 모스크바 공격을 받은 후 당한 만큼 되갚아 주겠다며 맞보복을 예고해 전쟁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 -3% 찍더니 6% 날아간다…‘삼전 롤러코스터’에 멀미 나는 개미들

    -3% 찍더니 6% 날아간다…‘삼전 롤러코스터’에 멀미 나는 개미들

    총파업 위기에 18일 급락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해 6% 급등하고 있다. 장 초반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했던 코스피도 1%대 반등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오전 11시 30분 전 거래일 대비 6.28% 오른 28만 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0.37% 하락 출발해 장 초반 -3.14% 하락한 26만 2000원까지 밀렸으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2차 사후조정 회의가 시작된 오전 10시를 전후해 상승 전환했다. 이어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 주가는 급등해 상승폭을 6%대까지 키웠다. 이날 장 초반 -4%대까지 밀리며 ‘170만닉스’까지 내려앉았던 SK하이닉스도 상승 전환해 3%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롤러코스터 장세’에 코스피도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전 거래일 대비 49.89포인트(0.67%) 내린 7443.29로 출발한 지수는 장초반 한때 4%대 급락하며 7200선마저 내줬다. 지난 15일 사상 처음으로 ‘8천피’를 찍은 후 급락해 6%대 내린 코스피는 전 거래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하자 코스피는 1%대 상승 반전하며 7500선을 회복했다.
  • “韓이 지은 원전까지 노렸다”…UAE 바라카 드론 공격에 화재 [핫이슈]

    “韓이 지은 원전까지 노렸다”…UAE 바라카 드론 공격에 화재 [핫이슈]

    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단지에서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원자로 격납건물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등 핵심 설비가 있는 내부 경계 밖 전기 설비에서 났다. UAE 당국은 방사능 수치에 이상이 없고 인명 피해도 없었다고 밝혔다. 피해는 제한적이었지만 상징성은 컸다. 바라카 원전은 중동 최초의 상업용 원전이자 한국 원전 수출의 대표 사례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흔들리는 가운데 원전 주변 전력 설비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걸프 지역 핵심 에너지 인프라 방호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 ◆ 외곽 발전기 피격…방사능 수치는 정상 UAE 아부다비 정부 공보청은 17일(현지시간) 알다프라 지역 바라카 원전 단지에서 드론 공격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공보청은 긴급 대응에 나섰고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UAE 연방원자력규제청(FANR)은 원전 핵심 시스템이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원전 내부 경계는 원자로 격납건물,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주제어실 등 핵심 설비가 있는 구역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UAE로부터 방사능 수치가 정상이고 부상자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IAEA는 원전 3호기에 비상 디젤 발전기가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군사 활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원자로 자체가 타격받지는 않았지만 원전 주변 기반 시설이 드론전의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국제 원자력 안전 체계에도 경고음이 켜졌다. ◆ 드론 3대 중 2대 요격…발사 원점 조사 UAE 국방부는 드론 2대에 성공적으로 대응했지만 나머지 1대가 원전 부근 발전기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들 드론이 서쪽 국경 방향에서 진입했다며 발사 원점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를 마친 뒤 세부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라카 원전은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약 280㎞ 떨어져 있다. UAE의 서쪽 국경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닿아 있다. 다만 UAE 당국은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았다.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하얀 UAE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그로시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그는 UAE가 대응할 전적인 권한이 있다며 국가 안보와 영토 보전, 국민 보호를 위해 국제법에 따라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곧바로 UAE와의 연대를 표명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바라카 원전 공격을 규탄하며 이번 사건이 역내 안보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또한 UAE의 주권과 안보, 영토 보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 韓 파견 직원 피해 없어…수출 원전 안보 변수 바라카 원전은 한국전력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원전 노형 APR1400을 수출해 건설한 중동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다. 한국은 2009년 사업을 수주했고 UAE는 2024년 4개 호기 전체를 상업 운전에 투입했다. 총 설비용량은 5600㎿다. 바라카 원전은 현재 UAE 전체 전력 수요의 약 25%를 생산한다. 한국 원전 산업에는 첫 대형 해외 수주이자 수출형 원전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번 사건이 국내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한국 외교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에서 근무 중인 한전·한국수력원자력·국내 협력사 직원의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전은 바라카 원전 자체에도 직접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한전 관계자는 “한국 측이 관리·운영하는 원전에 직접 공격이 가해진 것이 아니라 외곽의 다른 전력 설비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지 직원 일부는 원격 근무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이후 원전 1기는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운영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 공격 주체 미궁…걸프 안보 긴장 고조 이번 사건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위태롭게 유지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휴전 기간에도 UAE에서는 이란 측 소행으로 의심되는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았다. 일부 이란 매체는 드론이 서쪽 국경 방향에서 진입했다는 발표를 근거로 사우디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UAE가 발사 원점 조사 단계라는 점을 강조한 데다 사우디가 공개적으로 UAE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이런 주장은 걸프 내부 불신을 자극하려는 정보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원전 방호의 초점을 원자로 격납건물에서 외곽 기반 시설로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발전기와 송전망, 냉각·전력 계통도 저가 드론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 유출은 없었지만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이 중동 전쟁의 여파 속에 공격 대상이 되면서 해외 원전 수출 이후 장기 운영과 방호 체계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 [포토] ‘칸영화제’ 사로잡은 여신들

    [포토] ‘칸영화제’ 사로잡은 여신들

    “이렇게 긴 시간 끝까지 자리를 지키시고 관람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메르시(merci·감사합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노리는 10년 만의 신작 ‘호프’ 상영을 마친 뒤 나홍진 감독이 농담과 겸양이 섞인 한마디를 전하자 관객들은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호프’는 17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상영 시간은 2시간 40분으로, 오후 9시 40분에 영화가 시작해 자정을 넘겨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나 감독이 언급한 대로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자리를 이탈하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관객들은 ‘추격자’(2008)와 ‘황해’(2011), ‘곡성’(2016)까지 지금까지 연출한 모든 장편을 칸에서 선보여 온 나 감독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듯 영화의 시작부터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오프닝 크레딧에 나 감독의 이름이 나올 때나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 주연 배우들이 영화 속에서 극적인 장면을 연기할 때 등 상영 도중에도 박수가 터져 나왔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항구마을 ‘호포항’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찾아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작은 참혹한 형상으로 농로에 버려져 있는 소 한 마리였다. 마을 청년 성기(조인성 분)는 사냥을 다녀오다 발톱 자국이 난 채로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소를 발견해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에게 신고한다. 성기와 범석은 잡아먹지도 않을 소를 잔인하게 죽이기만 한 범인을 호랑이로 의심하지만, 오래지 않아 호랑이 정도 스케일의 사건이 아님을 깨닫는다. 마을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고, 리어카며 오토바이, 자동차까지 우습다는 듯이 여기저기에 던져져 있었기 때문. 곧이어 외계인이나 공룡의 포효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 괴성이 뿜어져 나온다. 마을을 초토화한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 외계인과 마을 사람들은 욕설과 경우 없는 농담, 각종 총기와 백마, 흑마, 경찰차, 우주선이 뒤섞인 블록버스터급의 싸움을 벌인다. 극장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호프’는 나 감독의 전작과는 장르나 규모, 톤 등 어느 것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외계인의 모습은 영화 ‘아바타’와 ‘에일리언’, ‘쥬라기공원’ 시리즈나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등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기는 크리처(괴수)들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외계인이어도 외형과 특징, 질감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고자극의 ‘보는 맛’을 준다. 각기 색깔이 뚜렷한 외계인 캐릭터들은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모션 캡처와 페이셜 캡처를 통해 연기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다. 황정민은 외계인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전 한 시간가량 이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거의 홀로 이끈다. 조인성은 말 위에 올라타 사냥용 총으로 외계인을 겨누거나,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려 자동차로 갈아타는 등 비현실적인 수준의 액션을 설득력 있게 소화한다. 순경 성애 역을 맡은 정호연은 중요한 순간에 등장해 외계인을 처치하는 여전사로 분했다. 칸의 관객들은 정호연이 화면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 한뜻으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독특한 비주얼과 화려한 액션 못지않게 코미디의 존재감도 강렬하다. 말장난이 섞인 실랑이들과 심각한 상황에서 사소한 것에 집중하는 능청스러움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아유 세상에,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라는 한 마을 주민의 대사는 관객의 마음을 정확하게 대변해 준다. 상영이 끝난 뒤 만난 칸의 관객들은 충격과 놀라움, 호불호가 엇갈린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영국 런던에서 온 샬럿 더블린은 “매우 강렬한 영화고, 보는 내내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예상과 너무 달라 당황스러웠다”는 후기를 전했다. 캐나다에서 온 작가 겸 영화감독 루이스 랙슨은 “액션과 영화의 콘셉트가 너무 좋았고, 특히 외계인의 디자인이 독특하고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배우들이 외계인으로만 나오는 줄 전혀 모르고 봐서 더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인 에밀리 부는 “지금까지 칸영화제에서 본 경쟁 부문 초청작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긴 영화지만 지루하지 않고 심장이 계속 뛰었다”고 전했다. 사진은 영화배우, 모델 등 스타들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중 영화 ‘어나더 데이’(Garance) 시사회 레드카펫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 편의점 매출 위장 수수료 돈세탁… 신종 불법 관광영업 기승

    편의점 매출 위장 수수료 돈세탁… 신종 불법 관광영업 기승

    중국 SNS로 관광객을 끌어모은 뒤 편의점을 거점 삼아 불법 관광영업을 벌여온 일당이 제주 자치경찰에 적발됐다. 일반 렌터카를 이용한 불법 유상운송까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관광객 안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무등록 관광 알선 행위를 한 한모(58)씨를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또 일반 렌터카를 이용해 불법 유상운송을 한 혐의로 여행사 대표 박모(37·중국 국적)씨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국가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자치경찰단은 지난 13일 제주시 관광진흥과, 제주도관광협회와 합동 단속을 벌여 이들을 적발했다. 조사 결과 편의점 근무자인 한씨는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홍슈(小红书)’에 ‘동북아저씨와 함께하는 제주여행’이라는 이름의 상품을 홍보하며 관광객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위챗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관광객을 은밀하게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왔다. 한씨는 지난해 12월부터 하루 평균 50~80명의 관광객을 조직적으로 알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수료 수익을 편의점 매출로 위장하거나 급여 명목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관광객을 넘겨받은 박씨는 1인당 약 258위안(약 5만 5000원) 상당의 관광상품을 판매하며 불법 운송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합법적으로 여행사를 설립한 뒤 차량이 부족할 경우 일반 렌터카를 관광객 운송에 투입해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렌터카를 이용한 유상운송은 사고 발생 시 보험 적용이 제한될 수 있어 관광객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불법 행위로 꼽힌다. 현행 관광진흥법은 무등록 여행업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렌터카 불법 유상운송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자치경찰단은 최근 개별 관광객 증가와 함께 생활 거점을 활용한 변칙 영업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무등록 여행업 4건, 불법 유상운송 44건 등 모두 48건을 적발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무등록 여행업 3건과 불법 유상운송 4건을 단속했다.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편의점 등을 거점으로 한 신종 불법 관광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유관기관과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제주 관광 신뢰를 훼손하는 불법 행위를 강력히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 모스크바가 뚫렸다…우크라 드론 600대 강타, 사망자 속출 [핫이슈]

    모스크바가 뚫렸다…우크라 드론 600대 강타, 사망자 속출 [핫이슈]

    우크라이나 드론 수백 대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강타하면서 주거용 아파트 등 여러 건물이 불타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AP 통신 등 외신은 17일(현지시간) “전날부터 이날 밤 사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규모 드론 공습을 가해 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밤사이 방공망으로 우크라이나 드론 556대를 격추했고 동이 튼 뒤 추가로 드론 30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드론 대부분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으나 방공망을 뚫은 드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드론 여러 대가 민간 아파트와 기간 시설에 충돌하면서 모스크바 일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드론이 모스크바의 석유·가스 정제소 인근 건설 현장을 타격해 노동자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인근 지역 주민인 콘스탄틴(39)은 AFP에 “공습 당시 충격이 너무 강력해서 체격이 큰 나조차 침대에서 거의 튕겨 나갈 뻔했다”며 “창문을 열어보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SNS를 통해 “모스크바 정유공장, 솔네치노고르스크 유류 저장소, 여러 전자제품 제조업체를 최초로 타격했다”며 “전쟁이 자신이 시작된 곳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500㎞ 날아 목표물 타격, 정당한 공격”우크라이나는 이번 공습을 통해 자국 드론의 성능을 또 한번 과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목표물까지의 거리가 500㎞였다. 이는 매우 의미가 크다. 가장 촘촘한 방공망을 갖춘 모스크바를 뚫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공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지역사회 공격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장거리 제재(공격)가 모스크바 지역에 도달했으며 우리는 그들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본토 내에서도 수도 모스크바를 노린 이번 공습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으로 꼽힌다. 더불어 지난주 러시아가 짧은 휴전이 끝난 직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맹폭하자 이에 대한 보복 타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8~10일 전승절 기간 선포한 3일간의 휴전이 끝난 뒤 양국은 다시 공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내 우크라이나 영토를 모두 장악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서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본토 내 주요 목표물 공습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재하던 평화 회담이 이란 전쟁 등 중동 상황 악화로 사실상 무기한 중단되자, 양국은 회담 재개가 아닌 집중 포화 작전으로 전환하고 격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인 모스크바 공격을 받은 후 당한 만큼 되갚아 주겠다며 맞보복을 예고해 전쟁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 “고려인, ‘불쌍한 동포’ 아닌 중앙亞 개척자… 한류 덕에 자신감”[월요인터뷰]

    “고려인, ‘불쌍한 동포’ 아닌 중앙亞 개척자… 한류 덕에 자신감”[월요인터뷰]

    러 연해주서 카자흐로 강제 이주 한국말 잃고 유랑민의 슬픔 체감고려일보·극장 통해 공동체 유지낯선 땅에서 풍부한 정체성 얻어발전한 한국 보며 깊은 감동 느껴 한국어·음식 인기 덕에 당당해져러 독립운동사, 민족 뿌리 찾는 일가족사 담은 회고록, 역사로 남길“기록되지 않은 고통은 개인의 슬픔으로 사라집니다. 글로 남길 때 비로소 민족의 역사가 됩니다. 강제 이주라는 절박한 상황 속 고려인들은 우리말 신문(고려일보)과 극장(고려극장)을 지켜냈습니다” 고려인 지식인이자 카자흐스탄 미술계의 거장인 리 까밀라 비딸리예브나(82) 여사는 “고려인을 중앙아시아에 한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을 심은 개척자로 봐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술사학자인 리 여사는 고려인의 디아스포라(강제 이주) 생존사를 기록한 회고록 ‘나는 자고배(혼혈인)다’를 지난 3월 광주 월곡고려인문화관에서 공개했다. 회고록에는 그의 아버지이자 카자흐스탄 지질학의 선구자인 리 비딸리 가브릴로비츠(1915~1999) 선생의 강제 이주와 가족의 굴곡이 담겼다. 강제 이주로 인한 고려인들의 중앙아시아 거주는 내년이면 90년이다. 월곡고려인문화관의 초청으로 방한한 리 여사를 서울 중구 한국국제교류재단(KF) 서울사무소에서 지난달 10일 만났다. 러시아어 통역은 김병학 월곡고려인문화관장이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고배는 어떤 의미인가. “자고배는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타 민족과 결혼해 낳은 아이를 부르던 말이다. 나는 고려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내게 이 단어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고독한 경계인의 낙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내 안에는 러시아어라는 사유의 도구와 고려인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이 함께 흐르고 있다.” -가족이 강제 이주 당한 건가. “전주 이씨인 할아버지(리환유)는 구한말 서울에서 연해주로 이주했다. 하지만 스탈린 집권기인 1937년 9월, 고려인들이 일제의 간첩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강제 이주 명령이 내려졌다. 고모부이자 항일 독립투쟁가인 김 미하일 미하일로비츠(1896~1938)는 간첩 누명을 쓰고 처형당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지질학을 공부하던 아버지는 카자흐스탄 악쭈빈스크에서 천신만고 끝에 가족과 재회했다. 이후 지질탐사대원으로 파견된 곳에서 지질학도였던 러시아인 어머니(나르바이트 갈리나 옌소브나)를 만났다. 외할아버지 역시 공산당 간부였으나 독일 간첩 누명을 쓰고 처형된 터라, 두 분은 동서양에서 ‘인민의 원수’ 가족이라는 아픔을 공유하며 부부의 연을 맺었다.” -고려인의 정체성을 언제 느꼈나. “소련 시절인 16세 때 첫 여권을 만들며 민족 표기란에 ‘러시아인’으로 적었다. 어머니는 제가 러시아 문화권에서 자랐으니 러시아인으로 등록하길 바랬다. 하지만 여권을 본 아버지의 실망 가득한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제 겉모습도, 내면의 끌림도 러시아인이 아니었다. 결국 18세 때 당국에 ‘여권을 분실했다’고 말하고 ‘고려인’으로 정정했다. 내 진짜 이름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디아스포라를 겪은 고려인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낯선 땅에 던져졌으나 그곳에 자신만의 뿌리를 깊게 내린 당당한 개척자들이다. 내 몸 안에는 고려인의 피가 흐르고, 내 사유는 러시아어로 이뤄지며, 내 삶의 터전은 카자흐스탄이다. 이 세 세계가 하나로 어우러진 모습이 바로 오늘날 고려인의 정체성이다. 이는 남들이 갖지 못한 ‘두 배의 풍요’라고 본다.” -고려인으로서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미술사학자인 나는 그 사람이 발을 딛고 선 ‘문화적 토양’을 중요하게 본다. 내 몸을 키운 것은 카자흐스탄의 대지이지만, 내 영혼의 뿌리는 조상들의 땅, 한국을 향해 뻗어 있었다. 정체성이란 단순히 어디서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영혼이 어디를 지향하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려인 사회에서 한국어는 어느 정도 사용되나. “냉정하게 말해, 우리 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한다. 강제 이주 이후 소련의 강력한 동화 정책 속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러시아어를 선택해야만 했다. 한국어를 쓰시던 할머니와 깊은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을 때, 할머니의 눈빛 속에 담긴 그 수많은 사연을 끝내 다 이해할 수 없었을 때, 언어를 잃어버린 디아스포라의 슬픔을 뼈저리게 느꼈다.” -고려인 공동체가 붕괴하지 않고 정체성을 지켜온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에게는 두 개의 기둥이 있다. 하나는 우리말 신문 ‘고려일보’이고, 다른 하나는 ‘고려극장’이다. 1937년 강제 이주라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고려인들은 신문사의 활자 주조기와 무대 의상을 챙겨 화물열차에 올랐다. 먹을 빵조차 부족하던 시절에도 언어와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1938년 ‘레닌 기치’로 개칭됐다가 1991년 이름을 되찾은) 고려일보는 우리가 누구인지 잊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도 극장은 문을 열었고, 사람들은 민족의 노래와 춤, 연극을 보며 영혼을 치유했다.” -1937년 강제 이주 당시 고려인들의 수난사가 가슴 아프다. “당시 연해주에서 화물열차에 실려 6000㎞를 이동한 고려인들이 내던져진 곳은 중앙아시아의 허허벌판이었다. 영하 40도의 칼바람이 부는 그 벌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사투를 벌였다. 천막조차 부족했던 그곳에서 어른들은 원을 그리며 겹겹이 늘어섰다. 그리고는 그 한복판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자신들의 몸으로 칼바람을 막아내는 ‘인간 벽’이 됐다. 밤새도록 서로의 온기를 나누었지만, 아침이 밝으면 가장 바깥쪽에 섰던 어른들은 얼어 죽은 채 발견되곤 했다.” -어떻게 살아남았나. “황무지에서 고려인들은 땅을 파고 볏짚이나 누더기를 덮어 ‘토굴’을 만들어 버텼다. 하지만 그 비극 속에서도 생명의 끈을 이어준 것은 이름 모를 현지인들의 자비였다. 고려인들이 처음 정착했을 때, 카자흐스탄 아이들이 우리를 향해 하얀 돌멩이 같은 것을 던졌다. 처음에는 우리를 공격하거나 조롱하는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그것은 ‘쿠르트’라고 불리는 딱딱하게 말린 치즈였다. 카자흐스탄인들의 포용력이 없었다면 고려인의 역사는 거기서 끊겼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겹겹이 에워싸며 추위를 견디는 우리를 보고 그들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들었다.” -카자흐스탄 내 고려인 규모는.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10만~11만명의 고려인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조상의 땅인 한국에도 이미 8만명 이상이 돌아와 정착했다고 한다. 전 세계 50만명이 넘는 고려인이 유라시아 대륙과 한반도를 잇는 거대한 ‘글로벌 인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셈이다.”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의 정체성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나. “글로벌화로 민족의 경계가 옅어지는 상황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그 답을 한국의 태극기에서 찾곤 한다. 미술사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태극기는 단순한 국기가 아니라, 대조적인 두 색이 완벽한 질서를 이루는 예술품이다. 빨강과 파랑이 서로 밀어내지 않고 하나의 원 안에서 섞이듯, 내 안의 서로 다른 민족적 뿌리들도 그렇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는 평소 이러한 ‘대조와 조화’라는 한국적 미학에서 깊은 영감을 얻었다.” -평소 모국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나. “아버지는 평생 한반도 땅을 밟길 열망했다. 1960년대 북한으로부터 지질부 장관직을 제안받고 평양으로 가려고 했으나 인재 유출을 우려한 소련 당국의 만류로 무산됐다. 냉전 이후 아버지가 처음 한국을 방문해 눈부신 발전상을 보고 깊이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이번에 한국에서 잘 정리된 공업지대와 농업지대를 보며,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해 왔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고려인의 비극적 가족사’를 기록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아버지는 지질학자로서 땅속의 자원을 캤지만, 나는 그가 남긴 ‘기억의 자원’을 캐 이 자리에 섰다. 연해주에서 항일 무장 투쟁을 이끌었던 고모부 김 미하일 같은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도 없었을 것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처절하게 싸웠지만 ‘인민의 원수’나 ‘간첩’이라는 오명을 쓰고 숙청당해야 했던 삶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그 이름을 다시 불러주고 기록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일이 아니라 민족의 자존심을 수습하고 복원하는 일이다.” -고려인에게 한국적 요소는 남아있나. “돌잔치 문화다. 현지에서는 ‘톨(Tol)’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1937년 척박한 땅에서도 아이의 첫 생일만큼은 반드시 챙겼다. 쌀과 돈, 실과 연필을 상에 올리고 아이의 미래를 축복하는 돌잡이 전통은 살아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이 문화가 카자흐스탄인들 사이에서도 전파됐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민족이 긴 시간 속에서 어떻게 하나로 섞이고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한류의 위상이 높아진 덕분일까. “카자흐스탄 대학의 한국어학과를 보면 그 변화가 명확하다. 과거에는 주로 고려인 학생들이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어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한국어학과 학생의 대다수가 카자흐인을 비롯한 타민족 학생들이다. 한국어는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2외국어 중 하나가 됐고, 시내 식당에서도 카자흐인들이 젓가락을 사용하며 한국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류는 고려인들이 현지 사회에서 더욱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준 든든한 배경이 됐다.” -한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고려인을 ‘불쌍한 동포’로만 보지 말아 달라. 우리는 비극 속에서도 카자흐스탄을 함께 일궈낸 당당한 주역이자 개척자들이다. 분단과 유랑의 역사는 우리 모두의 몸에 새겨진 공동의 흉터다. 고려인의 역사를 남의 이야기가 아닌 ‘민족의 확장된 외연’으로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 기록된 고난은 위대한 역사가 된다. 우리가 기록을 멈추지 않을 때 우리의 자존심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리 까밀라 비딸리예브나 여사는 소련 시절인 1944년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 알마티 외국어사범대와 미술 명문 대학인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알마티 과학아카데미 대학원을 나와 카자흐스탄 조형미술 연구센터 학술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여 건의 논문과 기고 등 저술 활동을 한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평론가다.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문화공로훈장과 대통령 표창, 공훈 활동가 칭호 등을 받았다. 현재 유네스코 산하 국제미술평론협회 회원이다.
  • 백신 부작용 보상 확대… 형평성 논란 여전

    정부 권고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을 네 차례 접종한 A(68)씨는 2023년 4차 접종 이후 무릎에 힘이 빠져 일어서기조차 힘든 증상에 시달렸다. 병원에서는 희귀 신경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 의심 진단이 내려졌다. 치료와 재활로 수천만원이 들었지만, 그는 끝내 정부의 백신 피해 보상 대상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백신 부작용으로 나타난 길랭-바레 증후군에 대한 보상이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접종자 외에 화이자 접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17일 “백신을 맞고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는데도 백신 종류가 다르다고 보상이 안 된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달 백신 관련성 의심 질환에 대한 보상 범위를 확대했지만, 실제 피해를 인정받기까지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해도 백신 제조사에 따라 피해 인정 기준이 다르고, 인과성 심사 절차와 구조도 여전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 보상 신청은 총 10만 433건에 달한다. 심의가 완료된 10만 389건 중 실제 보상 및 지원 결정이 내려진 사례는 2만 8583건(28.5%)에 그쳤다. 나머지 70% 이상이 인과성 입증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기각률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에 정부는 이상 자궁출혈과 안면신경 마비, 이명 등 13개 질환을 새롭게 보상 대상에 포함했다. 그러나 같은 질환이라도 어떤 백신을 접종했느냐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A씨가 겪은 길랭-바레 증후군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재심위원회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등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은 길랭-바레 증후군이나 면역 혈소판 감소증과의 관련성이 확인됐다고 봤지만, 화이자와 모더나 등은 이 질환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피해자 입장에선 백신을 맞고 발생한 증상이 분명한데도, 이를 피해자가 직접 의료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들의 경우 서류를 준비하다 포기하는 일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인과성 판단과 실질적 피해 구제를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연관성이 희박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백신과의 연관성이 확인된 사례는 보다 신속하고 폭넓게 보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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