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명 사망·6조 피해…“전 세계가 보상하라” 분노 폭발한 ‘이 나라’ 왜 [지금, 지구]
지난달 26일 발생한 대홍수로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 모두 합쳐 1400명 넘게 숨지고 5600명 넘게 실종됐다.
네팔을 강타한 대규모 홍수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인프라 복구 작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군 당국이 타디강에 새로 건설한 교량을 ‘희망의 다리’로 명명하며 재기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거대한 위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단순 추산된 피해액이 물류와 교통 핵심 인프라 붕괴로 인한 ‘도미노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단일 부문 재난 아냐”…물가 폭등부터 공급망 마비까지최근 미 CNN 등에 따르면 네팔 정책연구소(NIPR)의 니스찰 둥겔 연구원은 이번 돌발 홍수가 단일 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농장, 발전소, 무역 통로, 관광업, 보험업까지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채소와 과일 가격이 5~8% 올랐으며, 취사용 가스는 공식 유통망 외 경로에서 최대 36%까지 폭등해 암시장이 형성되는 등 민생 경제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무역 및 물류망 마비도 심각하다. 2015년 대지진 이후 중국과의 주요 교역로 역할을 해왔던 라수와가디 지역은 2년도 안 되어 두 차례나 기후변화형 홍수로 타격을 입었다.
우회로를 이용할 경우 운송비가 4배로 뛰고 납기가 3주 이상 지연되면서 현지 기업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 물적 피해액 총 2조 4000억…재건 비용 6조 3000억 필요이와 관련해 네팔 정부는 지난달 26일 발생한 대홍수 관련 총 물적 피해액이 2744억 8000만 네팔루피(약 2조 4000억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건 비용으로 7233억 1000만 네팔루피(약 6조 3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체 피해액 가운데 기반 시설 파손액이 1723억 네팔루피(약 1조 5000억원)로 집계돼 60%를 넘었다. 특히 수력 발전소와 송전선을 포함한 에너지 부문 피해액이 1346억 네팔루피(약 1조 1000억원)로 가장 많았다. 기반 시설 전체 피해액의 80%가량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주택·학교·문화시설 피해액이 678억 4000만 네팔루피(약 6000억원)로 파악됐으며 도로 220억 네팔루피(약 2000억원), 교량 113억 네팔루피(약 1000억원)로 집계됐다.
앞서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은 민간 건물 7570동이 완전히 파손되거나 일부 파손됐다며 직접 피해를 본 인원은 3만 2933명이라고 밝혔다.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에 있는 트리슐리강을 따라 마련된 임시 대피소는 모두 37곳이며 이재민 3628명이 머무르고 있다.
네팔 정부 관계자는 “전체 재건 비용 가운데 처음 6개월 동안 긴급 복구 비용으로 90억 네팔루피(약 790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2015년 네팔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9000명가량이 숨지고 건물 100만채가 파손됐을 당시에는 복구 비용으로 90억 달러(약 12조 4000억원)가 든 것으로 전해졌다.
● 네팔 지도부 “지구온난화 주범들이 배상하라” 보상 요구이에 네팔 지도부와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글로벌 탄소 배출량의 0.1% 미만을 차지하는 네팔과 달리,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할 대국들을 지목하며 국제사회의 공조를 촉구하고 있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네팔의 기여도는 극히 미미하지만, 타국이 만든 문제의 대가를 우리가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며 “국제적 차원에서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팔 정부는 기후변화 취약국 지원을 위한 유엔 기금에 이미 2000만 달러(약 274억원)의 보상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세계은행(WB)은 지구온난화가 현재 추세로 지속될 경우 네팔이 2050년까지 GDP의 약 4%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최대 명절 ‘다사인’ 앞두고 삼중고…경제적 여파 장기화 우려경제적 타격은 다가오는 네팔 최대 힌두교 축제인 ‘다사인’(Dashain)을 앞둔 상권에도 직격탄이 됐다.
15일간 이어지는 이 축제는 연간 소비와 관광을 이끄는 최대 대목이지만, 지난해 학생 시위 여파에 이어 올해는 홍수 피해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관광 산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관광업은 네팔 GDP의 약 7%와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으나, 과거 대지진이나 시위 사태 당시 외국인 관광객이 20~30% 급감했던 전례가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가 단순한 지역 사고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을 마비시키는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네팔이 겪는 기후 재난이 전 세계에 던지는 경고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신기루 같은 빈곤율 개선…기후 재난이 무너뜨린 네팔 경제이러한 경제적 타격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홍수로 집과 농작물, 가축, 상점, 그리고 저축까지 한순간에 잃어버린 자리에는 빚만 고스란히 남는다. 주민들은 당장 집을 복구하기 위해 사채를 끌어다 쓰고, 먹고살기 위해 또다시 빚을 얹는다.
그렇게 빚더미에 올라앉은 이들은 다음 재난이 닥쳤을 때 이전보다 훨씬 더 무력한 상태로 속수무책 무너져 내린다.
실제로 네팔의 빈곤율은 1995년 41.8%에서 2023년 약 20%까지 떨어지며 개선되는 듯했다. 그러나 기후 재난이 급증하면서 이러한 경제적 진전은 제동이 걸린 상태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네팔의 빈곤율은 연간 1.36% 포인트씩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이 성과는 탄탄한 내수 경제나 회복력 있는 성장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해외 근로자들의 송금에 전적으로 의존한 신기루에 가까웠다.
들이닥치는 재난은 골짜기마다 이룬 성과들을 하나씩 허물어뜨리고 있다. 2015년 대지진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친 지난 12년 동안 빈곤율 하락 폭은 연간 0.41% 포인트로 곤두박질쳤다. 2015년 대지진으로만 최대 98만 2000명이 한꺼번에 빈곤선 아래로 추락했다.
이번 홍수 역시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데 그치지 않고, 성실히 살아가던 중산층 가정들을 조용하고 가차 없이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 오염은 지구 온난화를 불렀고 이는 결국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기후 위기는 남 일이 아닌, 현재 우리가 직면한 뼈 아픈 현실입니다. [지금, 지구]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위기 소식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