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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할머니들 헌법소원 “한일 정부 간 합의, 기본권 침해” 무슨 내용?

    위안부 할머니들 헌법소원 “한일 정부 간 합의, 기본권 침해” 무슨 내용?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일 정부 간의 ‘위안부 문제 합의’가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27일 위안부 할머니 29명과 사망한 할머니 8명의 유족을 대리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냈다고 밝혔다. 민변은 “정부는 이번 합의로 할머니들의 대(對) 일본 배상청구권 실현을 봉쇄하는 등 헌법적 의무를 위반했고, 할머니들은 재산권,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국가로부터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한일 합의 과정에서 할머니들이 배제된 점 역시 피해자의 절차적 참여권과 알 권리를 침해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정부는 일본이 책임을 공식 인정하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10억엔을 지원하는 대신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같은 합의 발표 직후에도 유엔에 “위안부 강제연행은 증거가 없다”는 등의 입장을 보내는 등 합의 이전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들 “한·일 합의는 위헌” 헌법소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지난해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위안부 할머니 29명과 유족·생존자 가족 12명 등 41명을 대리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냈다고 27일 밝혔다. 민변은 “정부는 할머니들의 배상청구권 실현을 봉쇄하는 등 헌법적 의무를 위반했다”며 “할머니들은 재산권,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국가로부터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2011년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청구권 분쟁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민변은 합의 과정에서 할머니들이 배제된 점 역시 피해자의 절차적 참여권과 알권리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또 민변은 사망한 피해자 가족들의 침해된 기본권도 구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잊힐 뻔한 역사, 책으로 붙잡는 청년들

    잊힐 뻔한 역사, 책으로 붙잡는 청년들

    “일제강점기 때 강제노역을 당했던 강낙원(86) 할아버지를 지난해 11월 만났어요. 근데 할아버지께서 저희를 보시더니 ‘젊은 사람들과 만나 이렇게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고 고맙다’고 하시는 거예요.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 가지고. 그걸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마음도 아파왔어요. 그 세대 어르신들의 아픔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요.” 역사 바로 알리기를 추진하는 학생모임 ‘도화지’의 회장 진민식(22)씨는 21일 “강제노역을 당한 선대의 아픔을 담은 책을 오는 6월까지 발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클라우드펀딩(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다수의 개인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것)을 진행 중입니다.” 도화지는 2012년 결성된 자발적 모임으로 중학생부터 20대 초반까지 약 20명이 가입해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일본 하시마섬 강제노역 피해자들을 다룬 TV프로그램을 보고 ‘아시아태평양 전쟁 희생자 한국유족회’의 문을 두드렸다. 2개월 후 백두산 물자 이송터로 끌려갔던 피해자 강씨를 처음 소개받았다. 이들은 강씨의 도움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추려 지금까지 3명의 강제노역 피해자를 인터뷰했다. 책에는 10여명의 사연이 실릴 예정이다. 진씨는 “일본 히로시마의 미쓰비시 공장으로 끌려갔던 원자폭탄 피해자 유장석(93) 할아버지는 ‘갖은 고통과 수탈을 당했지만 언젠가 독립의 날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버텼다’고 하셨다”며 “당시 일반 국민도 가슴 속에 독립의 희망을 품고 고통의 시간을 견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완성 안 된 자전거길 벗어났어도 車사고 땐 보험금 100% 받아야”

    “완성 안 된 자전거길 벗어났어도 車사고 땐 보험금 100% 받아야”

    “보험사 85% 배상” 판결 뒤집고 항소심 “유족에 13억 모두 줘라” 포트홀 등 지자체 배상 판결 증가 기온이 올라가면서 한강을 비롯해 곳곳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전거 사고도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0년 1만 1259건이었던 자전거 사고는 2014년 1만 6664건으로 5년 새 48%가 늘었다. 관련 손해배상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다. ●자전거 사고 한해 1만 6664건 달해 외국계 은행에서 퇴직한 김모(당시 48세)씨는 2013년 4월 경기 의왕시에서 열린 자전거 동호회 모임에 나갔다 사고를 당했다. 편도 3차로 도로의 3차선을 동호회원들과 함께 달리다 차로 변경을 시도하던 자동차가 김씨의 자전거를 덮쳐 김씨가 사망한 것이다. 김씨의 유족은 자동차 운전자가 계약한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김씨가 차도 옆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도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험사 책임을 85%로 제한했다. 유족 손해배상금은 4억 6000만원이 인정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 정종관)는 1심과 달리 보험사가 김씨 유족에게 13억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전거 도로가 건설됐지만 지자체가 노선을 지정·고시하지 않아 피해자가 꼭 이용해야 할 법적 책임은 없었다”며 “도로의 시작 부근에 간판도 없었고 포장이 벗겨진 곳이 있어 실제로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자전거 운전자가 움푹 팬 ‘포트홀’을 피하려다 자동차와 부딪혀 다친 사건에선 도로 관리 책임을 맡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물었다. 서울고법 민사32부(부장 유남석)는 택시연합회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지급 소송에서 “9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로 관리상 하자가 운전자 과실과 결합돼 사고가 났다고 판단했다. 도로 가장자리에서 자전거를 타던 운전자가 마주 오던 자전거와 부딪혀 길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사건에서도 지자체의 책임을 물었다. 서울고법 민사22부(부장 한창훈)는 사망한 유모씨의 가족이 국가와 경기 고양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와 지자체는 보행자나 자전거 등의 추락 위험성이 많은데도 방호울타리를 설치하지 않아 사고의 개연성을 높인 잘못이 있다”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자전거도로 70%가 보행자 겸용 이재용 한국교통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0일 “자전거 도로의 70%가 보행자 겸용 도로이고 물건이나 차량으로 점거된 경우가 많다”며 “차도로 몰릴 수 있는 자전거 운전자는 헬멧, 전조등, 후미등 등 최소한의 보호장비를 갖춰야 하며 지자체도 자전거 도로를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9] ‘신해철법’의 행방을 묻다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9] ‘신해철법’의 행방을 묻다

    이 글은 가수 신해철씨의 사인이나 미처 몰랐던 사실을 들추는 탐사형 기사는 아닙니다. 그 보다는 그의 돌연한 사망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를 반추하고, 그래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으며, 또 무엇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 지를 확인하는 글이라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그의 사망 직후 ‘신해철 사망 원인은 패혈증’이라는 기사를 게재해 특종상까지 받았던 필자로서는 이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조용하지만 관심 있게 ‘그날 이후’의 변화들을 지켜봐 왔고, 지금도 거기를 주시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신해철법’은 끝난 것인가 관심을 끌었던 신해철법이 사실상 물 건너 갔습니다. 이번 19대 국회의 임기는 5월까지이지만 당장 4·13총선이 있어 다시 법안을 처리할 기회는 가질 수가 없으니까요. 이는 법안의 폐기를 뜻합니다. 이 법의 공식 명칭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2014년 4월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데 이어 이듬해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이 잇따라 발의했지요. 핵심 내용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이나 의사의 동의가 없더라도 즉시 조정 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법안의 배경에는 졸지에 유명을 달리 한 가수 신해철과 초등학생 전예강 양의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사건이 있습니다. ‘신해철법’이라거나 ‘전예강법’이라고 한 건 이 때문입니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피해에 따른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 법안을 두고 의료단체와 환자단체 간에 치열한 대립과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병원협회와 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는 “악용의 소지가 커서 되레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고 우려했고, 환자단체에서는 “선용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맞섰습니다. 이 법안의 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를 따지는 단체들이 각자 나름의 셈법으로 득실을 저울질하며 혹은 겉과 속이 다르게, 혹은 드러내놓고 견고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사안의 시비를 가리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무엇이 국민 다수의 이익에 부합한가, 그리고 어떤 선택이 사회 발전에 더 긍정적이냐를 따지면 되는 문제이니까요. ‘다수 국민의 이익’이라고 했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의료사고의 책임을 건건이 규명하려 하면 불가피하게 의료행위가 위축되는 문제, 또, 의료의 본령을 지키주려 하면 환자의 권리가 침해받는 이 대립적 상황에서 무엇이 국민 다수의 이익에 부합하는 지를 가리는 일은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필자는 국회를 먼저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는 입법기관입니다. 많은 법이 국회에서 만들어지고 또 폐기됩니다. 그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라고 국민들이 큰 권한을 그들에게 위임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많은 권한과 권력이 주어지고, 평균적으로 따져 일한 것보다 과도하게 많은 세비를 받습니다. 그런 국회가 현실적으로 필요한 법안을 충실하게 심의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그 기관에 위임한 권한을 잘못 사용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신해철법도 그렇습니다. 어느 쪽도 편들거나 무시할 수 없는 ‘국민집단’이 팽팽하게 맞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인 만큼 선거를 치러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선택의 폭이 좁을 것임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관점이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오로지 ‘법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발전한다는 원론적 가치가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국회는 당연히 이 관점에서 노력하고, 고민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지금까지 그랬듯 항상 쉽게만 가려고 합니다. ●‘신해철법’의 논란 살피기 의사들의 관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계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많은 의료사고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상당수 의료사고는 ‘사고’인 줄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의료 주체인 의사들이야 대부분 사고 여부를 알겠지만, 드러내지 않으니까요. “사고로 보면 사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특정 치료술이 개발되어 의료인에 의해 시행될 때 이미 일정한 오류나 사고는 예견된 것이며, 따라서 이런 예상의 범주에 들어있는 검사나 치료상의 오류에 대해 일선 의사들이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필자가 아는 한 의사의 항변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사람들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심지어는 동네 마트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를 두고 생각해 보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거의 없다고 해서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도록 한 그런 약제들도 임상에서는 수많은 부작용이 확인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약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따로 문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정교한 전문 교육을 받은 의사들(사실 의사를 지망생 개개인이 그런 교육을 얼마나 충실하게 받았고,또 실천하는 지는 별개로 봐야 하지만)의 실수는 이상하게도 치료술의 오류나 한계로 보지 않고 의사 개개인의 실수나 무능력, 부주의로 보려고만 한다. 그런 점이 문제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의료사고가 합리적으로 이미 예견된 오류에 포함되는 불가피한 것인지, 아니면 의사의 부주의나 무능에 의해 발생한 ‘사고’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일단 문제가 생기면 환자 측은 의사와 병원을 향해 핏대를 올리고, 의사와 병원은 그런 항의를 애써 외면합니다. 신해철법이 결국 폐기된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양 진영의 이런 시각과 논리는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누군가가 병에 걸리고, 그 병을 의사가 치료해야 하는 이상 피해 갈 수 없는 난제라고 봐야지요. 그러니 의사단체가 이 법을 순순히 수용할 리가 없습니다. 냉정하게 보자면, 의료 단체의 거센 반발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등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졸속 입법의 결과로 의료인의 방어진료를 확산시키는 등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국민과 보건의료인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말인즉, 의료분쟁에 대한 의료기관의 조정 참여를 강제하면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은 ‘분쟁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소극적·방어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환자들의 피해로 귀결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풍토에서는 조정신청의 남용이 불 보듯 뻔해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환자 측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의 주장도 거셉니다. “의료 자체가 가진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의료사고라고 의심될만 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환자는 당연히 의사와 의료기관에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물을 수 있어야 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대목에서 신해철씨 사망과 관련해 불거진 문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신해철씨 사망에는 해당 의료기관의 불법적인 의료행위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 치료행위에 대한 환자의 동의 여부도 그렇고, 중대한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발생했음에도 법과 규정이 정한 규칙이나 수칙을 정상적으로 준수,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명백한 의료사고에 해당하지만 지금의 법체계나 관행으로는 신해철씨의 사망에 관련된 원인 제공자에게 합당한 배상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신해철씨의 경우 사망 자체가 사회문제화하는 바람에 그나마 실체가 규명됐다지만 그렇지 않은 갑남을녀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기도 합니다. 의료사고로 사람이 죽었는데, 왜 죽었는지, 죽었으니 어떻게 하겠다느니 등의 인과성 규명과 사후 조치가 없다면 삼척동자도 의아해 할 일이지요. 이런 까닭에 백혈병환우회·선천성심장병환우회·신장암환우회·GIST환우회·다발성골수종환우회 등 환자단체들은 “신해철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고요. 환자 측 목소리를 조금만 더 들어볼까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의료사고 피해자 중에는 고액의 소송비를 부담할 능력이 되지 않아 의료사고 개연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이 경우 상당수 피해자들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찾지만, 의료기관이 동의하지 않아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형사사건화 외에는 다른 방법을 취할 수가 없게 됩니다. ‘울화통이 터질 일’이라며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다가 업무방해죄 등으로 경찰서를 들락거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는 2012년부터 의료분쟁조정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지만, 해당 의료기관이 조정을 거부하거나 일정 기간(14일) 내에 필요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사안 자체가 각하되는 규정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환자 측 하소연입니다. 실제로, 분쟁조정이 시작된 2012년 4월부터 2015년 말까지 중재원에는 모두 5487건의 분쟁조정건이 접수됐지만 이 중 조정이 개시된 것은 43.2%인 2342건에 불과합니다. 조정이 개시되어 중재가 성립되는 비율이 94%로 비교적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떻게든 조정만 시작되면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조정의 불성립’이라는 ‘탈출구’를 만들어 시쳇말로 ‘죽도 밥도 아닌’ 제도가 되고 만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멀쩡한 사람이 치료를 받다가 죽었는데, 묻고 따질 수도 없습니다. 정부가 나서 명쾌한 규정을 만들거나 하다 못해 지침이라도 내놔야 하지만, 고작 한다는 게 어정쩡한 분쟁조정제도 정도니 환자 측은 그들대로 “정부는 무엇하고 있느냐”고 핏대를 올리고, 의료기관들은 “그럼 의료 포기하자는 것이냐”고 맞서 도대체 협상과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끝이 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회와 보건복지부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제 19대 국회가 오는 4월 폐회되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신해철법)도 자동 폐기됩니다. 환자단체에서는 “19대 국회가 다른 현안들은 총선 후에 차기 국회로 넘기더라도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만은 꼭 도입하는 입법적 결단”을 촉구했지만 이마저도 물 건너 가고 말았습니다. 환자단체들은 “의사단체의 주장처럼 의료분쟁 조정신청 남발이 우려된다면 최소한 법률적 판단이 가능한 ‘사망’이나 ‘중상해’의 경우로 그 범위를 제한해서라도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를 도입하라”고 절충적인 제안까지 했으나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정도라면 입법기관인 국회와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직무를 태만히 한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감한 사회적 논쟁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관료주의의 속성입니다. 그런 속성 자체를 오로지 비난만 할 일은 아닌게, 이 경우 어떤 결정을 하든 상당한 분란의 여지가 없지 않고, 어떤 선택을 하든 책임이 따르니 누구라도 그 부담을 떠안으려고 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니까요. 하지만, 결론이 무엇이든 국회와 복지부는 조정 노력을 했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확고한 입장을 정하고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접근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설득하는 일이야말로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에 대한 도리이니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환자든 의료인이든 모두 국민입니다. 그러니 편들 것 없이 성의껏 필요한 노력을 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결과가 어떻든 납득은 하지 않았겠습니까. ‘납득할 수 없는 불만’을 가진 것과 ‘불만이지만 납득은 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다른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국회나 복지부가 일하는 모양을 지켜보면 ‘납득할 수 없는 불만’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나, 국회에는 더 이상 기대를 걸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미 물리적인 시간도 없고, 차기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발의하려면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니까요. 국회의원이라는 직분의 한계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선거를 거쳐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가능한 결속이 공고한 단체들과 대립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국회의원들에게 다시 법안 상정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됩니다. 그러니 보건복지부가 나서야 합니다. 복지부가 양측의 의견을 듣고 조정작업을 거쳐 개정안을 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입니다. 사안 자체가 복지부 소관이기도 하고, 이걸 국회에 맡길 경우 조정 절차를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복지부는 양측의 주장이 너무 극단적으로 맞서 조정의 여지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서 더더욱 복지부가 팔을 걷어부쳐야 합니다. 그렇게 첨예하게 이해가 엇갈린 사안을 양측의 문제라며 불구경 하듯 멀찍이 떼어놓고 수수방관한다면 편함을 얻는 대신 신뢰를 잃을 게 뻔하니까요. 앞서 언급한 ‘조정’은 바꿔 말하자면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안의 경우 조정이 쉽지 않겠지만, 양측의 주장을 최대한 반영한다면, 그래서 의사집단이 환영은 못해도 납득은 하고, 환자 측도 성에 차지는 않지만 수긍은 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 일을 감당할 수 있고, 감당해야 하는 곳이 바로 보건복지부입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의사단체의 명패 뒤에 숨어 사특하게 돈만 긁어모으는 함량 미달의 불량 의사들이 의외로 많다는 거 의사들도 알지 않습니까. 또, 병원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선후도 가리지 않고 목청부터 높이고, 그걸 빌미로 뭐 좀 얻어보겠다고 용을 쓰는 진상 환자들도 정말 많습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 즉 어느 쪽이든 악용의 여지만 극소화한다면 양식있는 의사, 상식적인 환자들이 그걸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환자들 쪽에서도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것보다는 일부라도 얻는 게 낫고, 그걸 마중물 삼아 장기적으로 보다 진전된 결과를 도모할 수도 있으니까요. 의사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변해 한번 봇물이 넘치기 시작했는데, 그걸 없는 일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진료행위가 크게 위축될 수준이 아니라면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게 세상의 변화에 조응하는 방법이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한꺼번에 모든 것을 내놔야 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고, 또 원한다고 모두 가질 수는 없는 세상이니까요. 철옹성만 같은 불합리와 부조리라도 임계점에 다다르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변화의 양태를 돌이켜야 합니다. 신해철법은 이 지점에서 아직도 발화하고 있는 하나의 도화선입니다. 그런 점을 살펴서 열 걸음이 무리라고 판단되면, 두세 걸음이라도 내딛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특히나 의사든 환자든 국민을 상대로 ‘이기거나 아니면 지는 게임’을 한다는 생각을 갖지 말기 바랍니다. 거기에 승패는 없습니다. 다만, 설득을 했느냐, 못 했느냐의 문제가 있을 뿐입니다. 복지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사이에 19대 국회가 은근슬쩍 유기해버린 신해철법, 그 분란의 심부를 들여다보면 승자는 없고, 상처만 남아 있습니다. 그 졸속한 대립의 흔적을 보면서 이 말을 상기합니다. ‘끝 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jeshim@seoul.co.kr[지난 기사 보러가기]
  • 대구지하철 참사 재단 이달 출범

    대구지하철화재 참사 희생자 추모사업 등을 전담할 재단법인 ‘2·18안전문화재단’이 이달 중 출범한다. 대구시는 국민안전처가 재단 설립을 지난 11일 허가했다고 14일 밝혔다. 재단 임원진은 이사 11명과 감사 2명 등 13명으로 구성했으며 이사장은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맡았다. 재단은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과 위령탑 건립, 희생자 묘역 조성 등 추모사업를 추진한다. 또 대구 동구 안심차량기지에 남은 사고 전동차 처리 방안 등을 마련한다.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장학 및 안전복지사업, 안전·방재 관련 학술연구기술 지원사업, 안전주간 운영 등 안전의식 고취를 위한 사업 등을 전담한다. 재단에는 모금한 국민성금 670억원 가운데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들에게 지급하고 남은 109억원이 귀속된다. 이달 중 재단 법인설립 등기를 마치고 사무실을 마련한다. 대구시와 피해자 단체들은 지난해 2월 재단 설립에 합의했으나 설립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결론 내리지 못하다가 지난해 9월 대구시 명의로 국민안전처에 재단 설립 허가를 신청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단독]서류만 한 달… 다나의원 구제신청 10%뿐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 내원했다가 C형 간염에 집단 감염된 환자 97명 가운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한 사람은 고작 10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다나의원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내고 “신속하고 충분하게 권리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사고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 신청 제도를 안내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중재원 문을 두드린 환자는 극히 일부였다. 정부의 약속과 달리 적극적인 구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보도자료로 안내했고, 환자들에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 구제를 신청한 환자들은 신청서 서류를 떼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고 말한다. 다나의원 피해자 30대 임모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건소는 ‘경찰이 자료를 다 가져갔다’고 하고 경찰은 ‘조사 중이니 줄 수 없다’고 떠넘겼다”며 “복지부마저 도와주지 않아 다들 지쳐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C형 간염으로 간경변이 오고 있는데도 몇 날 며칠 다나의원을 오가고 환자 단체의 도움으로 정보 공개 청구를 해서 서류를 마련했다. 임씨는 “일반인이 국가 기관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는 책임 없다고 나 몰라라 하는데, 우리는 어디에 가서 호소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감기 치료차 다나의원에 내원했다가 아버지와 함께 C형 간염에 감염됐다. 중재원의 권위적인 태도도 문제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중재원이 피해자들과 상담하며 아직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아 (조정 중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이 얘기를 듣고 상심해 발길을 돌린 환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주사기 재사용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조항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환자에게 불리한 의료분쟁 조정 제도를 개선하는 이른바 ‘신해철법’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신해철법에 대해서는 현재 의료계에서 논란이 있어 정부는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10명의 환자에 대한 조정·중재 절차가 시작됐지만 결론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다나의원 사건에 대한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 이 병원이 재사용한 주사기 때문에 C형 간염에 감염됐다는 인과관계가 증명돼야 한다는 이유로 중재원이 절차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나의원 내원 환자에 대한 C형 간염 검사는 아직 70%밖에 진행되지 않아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빨리 보상을 받아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선 속이 탈 뿐이다. C형 간염 치료제 ‘하보니’는 12주 약값이 약 4600만원이다. 12주 복용 시 완치율이 95% 이상이고 부작용도 적지만 항암제보다 비싸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페그인터페론’이라는 주사제가 있지만 부작용이 심해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안 대표는 “중재원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구제하기보다 여론의 눈치만 살피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또 다른 병원인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 피해자들에게 우선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원장 노모(59)씨가 숨져 피해자 보상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했다. 다만 대상은 이 병원에서 주사 시술을 받아 C형 간염에 걸렸음이 명확히 입증된 환자에 한해서다. 치료비는 고인의 유족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환수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혈액 매개 감염병 검사를 완료한 이 병원 환자 2365명 가운데 C형 간염 항체 양성반응이 확인된 감염자는 306명이며 이 중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은 153명이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에게도 정부가 치료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복지부는 “구제 절차를 적극 안내하겠다”고만 밝혔다. 권 실장은 의료기관을 잘못 관리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입장은 변함없으며,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야 책임 문제도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단독] 서류만 한 달… 다나의원 구제신청 10% 뿐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 내원했다가 C형 간염에 집단 감염된 환자 97명 가운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한 사람은 고작 10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다나의원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내고 “신속하고 충분하게 권리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사고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 신청 제도를 안내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중재원 문을 두드린 환자는 극히 일부였다. 정부의 약속과 달리 적극적인 구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보도자료로 안내했고, 환자들에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 구제를 신청한 환자들은 신청서 서류를 떼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고 말한다. 다나의원 피해자 30대 임모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건소는 ‘경찰이 자료를 다 가져갔다’고 하고 경찰은 ‘조사 중이니 줄 수 없다’고 떠넘겼다”며 “복지부마저 도와주지 않아 다들 지쳐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C형 간염으로 간경변이 오고 있는데도 몇 날 며칠 다나의원을 오가고 환자 단체의 도움으로 정보 공개 청구를 해서 서류를 마련했다. 임씨는 “일반인이 국가 기관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는 책임 없다고 나 몰라라 하는데, 우리는 어디에 가서 호소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감기 치료차 다나의원에 내원했다가 아버지와 함께 C형 간염에 감염됐다. 중재원의 권위적인 태도도 문제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중재원이 피해자들과 상담하며 아직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아 (조정 중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이 얘기를 듣고 상심해 발길을 돌린 환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주사기 재사용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조항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환자에게 불리한 의료분쟁 조정 제도를 개선하는 이른바 ‘신해철법’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신해철법에 대해서는 현재 의료계에서 논란이 있어 정부는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10명의 환자에 대한 조정·중재 절차가 시작됐지만 결론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다나의원 사건에 대한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 이 병원이 재사용한 주사기 때문에 C형 간염에 감염됐다는 인과관계가 증명돼야 한다는 이유로 중재원이 절차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나의원 내원 환자에 대한 C형 간염 검사는 아직 70%밖에 진행되지 않아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빨리 보상을 받아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선 속이 탈 뿐이다. C형 간염 치료제 ‘하보니’는 12주 약값이 약 4600만원이다. 12주 복용 시 완치율이 95% 이상이고 부작용도 적지만 항암제보다 비싸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페그인터페론’이라는 주사제가 있지만 부작용이 심해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안 대표는 “중재원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구제하기보다 여론의 눈치만 살피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또 다른 병원인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 피해자들에게 우선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원장 노모(59)씨가 숨져 피해자 보상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했다. 다만 대상은 이 병원에서 주사 시술을 받아 C형 간염에 걸렸음이 명확히 입증된 환자에 한해서다. 치료비는 고인의 유족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환수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혈액 매개 감염병 검사를 완료한 이 병원 환자 2365명 가운데 C형 간염 항체 양성반응이 확인된 감염자는 306명이며 이 중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은 153명이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에게도 정부가 치료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복지부는 “구제 절차를 적극 안내하겠다”고만 밝혔다. 권 실장은 의료기관을 잘못 관리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입장은 변함없으며,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야 책임 문제도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핵 재앙’ 사자들의 증언과 은폐 실상

    ‘핵 재앙’ 사자들의 증언과 은폐 실상

    죽은 자들의 웅성임/이소마에 준이치 지음/장윤선 옮김/글항아리/308쪽/1만 5000원 끝이 없는 위기/헬렌 캘디콧 지음/우상규 옮김/글하아리/204쪽/1만 2000원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서경식·정주하 외 지음/형진의 옮김/반비/360쪽/1만 6000원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지진과 쓰나미가 부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과 방사능 누출.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 불리는 대재앙은 행방불명자를 포함해 2만여명의 사망자를 냈고, 십수만명의 탈(脫)고향 사태를 불러 지금도 10만명이 오염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피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 상처는 얼마나 치유됐고 복원됐을까. 치명적인 오염의 파장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5주년을 맞아 관련서들이 발간됐다. ‘죽은 자들의 웅성임’이 현장의 생생한 인상 기록이라면 ‘끝이 없는 위기’는 핵 재앙의 의학적·생태학적 보고서로 읽힌다.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진지한 성찰록 성격을 띤다. ●종전 답사기와 다른 피해자의 기록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가 재난 지역을 찾아 엮은 ‘죽은 자들의 웅성임’은 종전 답사와는 사뭇 다르다. 피해자인 사자(死者)들의 묻힌 목소리에 천착해 알지 못했던 재앙의 실상을 파고든다. 쓰나미로 학교에 남아 있던 학생 78명 중 74명과 교사 전원이 사망한 옛 오카와소학교 답사기를 보자. ‘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덮칠 때까지 50분 동안 아이들은 교정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몇 명은 스스로 판단해 산으로 피했지만 그런 행동은 교사들에게 제지당했고 대부분은 쓰나미에 목숨을 잃었다. 교사의 말과 행동을 포함해 그날 모습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몇 안 되는 살아남은 사람들은 입을 닫아버렸다. 기억이 공백이 된 시간, 죽은 자의 시간뿐 아니라 유족들의 시간도 그때 멈추었다.’ 사자의 생각을 그곳에 없었던 세계 여러 지역 사람들에게 전달하려 애썼다는 저자는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 행복을 손에 넣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웅변한다. 한국어판 서문 속 일갈이 예사롭지 않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격차 확대가 부른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특히 한국처럼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나라에서는 그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 ●도호쿠 주민 안전 외면한 日 정부 “강력한 힘을 가진 원자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우리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유례없는 재앙을 향해 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아인슈타인이 남겼던 유명한 경고의 적중 사례다. 뉴욕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100만명 이상이 직접 영향으로 사망했고 유럽 많은 지역이 수백년간 방사능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쿠시마 사고는 의학적 측면에서 체르노빌 재앙에 필적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책 ‘끝이 없는 위기’는 그러한 의학, 과학적 차원의 재앙 후유증을 정리한 결정판이다. 2013년 뉴욕의학아카데미 주최로 세계 최고 과학자들이 모인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후쿠시마 관련 최신 연구 결과를 엮은 책에는 놀랄 만한 사실들이 수두룩하다. “엄격히 1만 4000㎢의 도호쿠와 간토 지방을 방사능 오염 지역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일본 정부가 그 지역 주민을 위해 아무것도 안 하기로 결정했고 사실상 그들을 버렸다” “방사성 핵종마다 영향이 다르고 사람마다 방사성 배출 기간이 달라 일관된 기준으로 내부 피폭을 계산할 수 없는데 정부는 이를 무시해 사실상 데이터가 왜곡되고 있다”…. ●원전 사고 사진전서 오간 대화록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은 후쿠시마 사고 지역을 찍어 온 사진작가 정주하가 2013년 봄~2014년 여름 일본 6개 지역에서 열었던 순회 사진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전시장에서 오갔던 대화록을 추려 담은 책.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새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본 것이 특징이다. 사진전이 열린 장소와 후쿠시마의 문제를 연결시키기 위한 갤러리토크 참석자들은 주로 약자의 피해를 부인하고 망각하는 폭력에 어떻게 맞설지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일본 안에서도 여러 지역 주민들 사이의 인식 차이와 연대의 지점을 찾기 위한 치열한 대화가 도드라진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김승희 환경부 정책총괄과장에게 들어본 ‘환경책임법’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김승희 환경부 정책총괄과장에게 들어본 ‘환경책임법’

    2012년 9월 27일 경북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화학제품 생산업체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해 23명의 사상자를 내고 인근 주민과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 사고 복구에 수백억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됐고 피해자는 배상을 받기 위해 장기간 소송을 해야 했다. 기업은 단 한번의 사고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불산 사고의 아픔을 교훈삼아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환경책임법)이 만들어져 지난 1월 시행됐다. 기업이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해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배상이 가능토록 하고, 기업이 안전관리에 보다 철저히 대비하도록 제도화했다. 김승희 환경부 정책총괄과장은 환경 보전과 환경 정의 구현을 위한 안전망으로서 환경책임법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강조한다. 화학물질 유출이나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으로 예기치 않은 재산 및 건강상 피해를 당했을 때 이전까지는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이 손해배상청구소송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보와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국민이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화재·폭발 같은 사고가 아닌 오염물질이 장기간 누적돼 발생되는 만성적 피해를 입증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장기 소송에 따른 비용과 정신적 고통도 뒤따릅니다. 지난 40년간 환경소송판례를 조사한 결과 1심당 평균 소요기간이 2.5년으로 대법원까지 갈 경우 총 7.5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연간 4억 3000만t으로 세계 6위 수준입니다. 2005년 이후 환경오염 사고가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더욱이 전국 41개 국가산업단지의 22%가 주거지와 인접한데다 환경오염 유발시설의 약 95%가 중소기업입니다. 지난 1월 시행에 들어간 환경책임법은 환경오염 피해를 쉽고 빠르게 구제하고자 마련한 법률입니다. 가해자의 배상 책임 원칙이 명문화되고 피해자의 피해 입증 책임은 용이해졌습니다.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사업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정보청구권이 도입됐습니다. 사업자가 정보 제공을 거부하면 환경부장관에게 정보제공 또는 열람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실효성을 높였습니다. 인과관계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는 환경오염피해구제정책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오는 7월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유해물질을 배출하거나 화학 사고 위험도가 높은 시설은 환경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됩니다. 환경오염 피해 원인 제공자를 알 수 없거나 원인 제공자가 배상 능력이 없는 사고는 국가가 구제급여를 지급하게 됩니다. 의료비와 요양생활수당, 장의비, 유족보상비, 재산피해보상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됐습니다. 사업자가 환경·안전 관계법령 및 인허가 조건을 준수하고 환경오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증명하면 인과관계 추정이 배제될 수 있습니다. 무한 배상책임도 유한 배상책임으로 전환했습니다. 환경책임법은 예기치 않은 환경사고 시 피해자에게 신속하게 배상하고 사업자가 환경오염 리스크를 스스로 관리토록 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이제 44명 남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이제 44명 남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경순 할머니가 지난 20일 낮 12시쯤 서울아산병원에서 별세했다. 90세. 지난 14일 당뇨, 폐렴, 심장병 등 지병이 악화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후 19일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44명(국내 40명·국외 4명)으로 줄었다. 일제 강점기 일본 히로시마 위안소에 강제동원됐던 김 할머니는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활동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1993년 7월 말 일본정부 조사단에 피해 사실을 직접 밝혔다. 김 할머니 등 16명이 참여한 이 증언은 그해 8월 4일 일본이 ‘고노 담화’를 발표하는 근거가 됐다. 고노 담화에는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의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윤순만 할머니만 남고 당시 증언에 참여했던 15명이 모두 고인이 됐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7월 유희남 할머니와 함께 아키히토 일왕과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주요 인사와 미쓰비시, 도요타, 산케이신문 등 20여개 기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와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미국서 정당방위 20대 국내서도 무죄

    5년여 전 미국에서 발생한 배우 이상희씨 아들 사망사건과 관련해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현지에서 불기소됐던 가해자가 귀국 후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그를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180도 달랐다. 청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정선오)는 18일 폭행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2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폭행당한 피고인이 이에 대항해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한 외부 충격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뒷받침할 의학적 소견이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폭행 외에는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찾을 수 없지만 유죄로 인정하기에는 제출된 증거들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2010년 12월 14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등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발생했다. 당시 19살이던 이군은 동급생이던 A(당시 17세)씨와 ‘형, 동생’ 호칭 문제로 싸우다 복부 등을 맞고 쓰러진 뒤 뇌사 판정을 받고 이틀 후 숨졌다. 미 수사당국은 이군이 먼저 때려 주먹을 휘둘렀다는 A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이군 가족들은 A씨가 귀국해 청주에 거주하는 사실을 알고 2014년 1월 청주지검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이군이 흉기를 갖고 있지 않았고, 당시 주위에 학생과 교사들이 있어 함께 주먹을 휘두르지 않고 도움을 청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A씨를 기소했다. 또한 복부충격이 심장마비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유족들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대리기사 폭행’ 김현 의원 1심 무죄

    ‘대리기사 폭행’ 김현 의원 1심 무죄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대리운전 기사 폭행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현(51·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곽경평 판사는 15일 공동폭행·공동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과 한상철 세월호 가족대책위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가족대책위 김병권 전 위원장·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용기 전 장례지원분과 간사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2014년 9월 17일 0시 4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거리에서 대리운전을 거부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던 대리기사 이모(54)씨와 시비가 붙어 폭행하다 이를 말리는 행인과 목격자에게도 주먹을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행인이 김 의원의 명함을 낚아채자 김 의원이 ‘명함 뺏어’라고 지시해 싸움이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러한 발언이 실제로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들어 김 의원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곽 판사는 “피해자 이씨와 일부 목격자들이 해당 발언으로 싸움이 시작됐다고 진술하지만 각자 시점이 다르고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 진술이 다르다”며 “오히려 대리기사 이씨가 사건 직후 한 인터넷 카페에 남긴 사건 정황을 묘사한 글에는 김 의원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 등이 대리기사 이씨가 현장을 떠나지 못하도록 강요해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씨의 자유 의사를 제압할 만큼의 위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 전 위원장과 김 전 수석부위원장, 이 전 간사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검찰 측은 항소 방침을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태원 살인 19년 만에 “패터슨 진범” 20년형… “리도 공범”

    이태원 살인 19년 만에 “패터슨 진범” 20년형… “리도 공범”

    “진심어린 사과 없어 엄벌” …패터슨 측 변호인 항소 결정 리, 이중처벌금지 따라 처벌 못 해 ‘이태원 살인 사건’에 대한 1심 최종 판결이 진행된 2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재판부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2시간 가까이 법정 안은 긴장감이 누그러들지 않았다. 푸른 수의 차림의 아서 존 패터슨(37)만 거의 유일하게 평온한 표정이었다. 재판부가 그에게 법정 상한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하는 순간 패터슨의 얼굴은 다소 붉어졌다. 하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은 듯 검사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정에 조용히 앉아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던 피해자 조중필(사건 당시 22세)씨의 모친 이복수(74)씨는 재판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1997년 서울 이태원 소재 한 햄버거집에서 조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패터슨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패터슨이 범행 직후 온몸에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는 진술을 근거로 진범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패터슨은 범행 직후 양손, 머리, 상의, 하의 등 온몸에 피가 많이 묻어서 닦은 반면 에드워드 리(37)는 손을 닦지 않고 친구들과 만났다”면서 “패터슨은 피해자 유족에게 피해 배상은 물론 진심 어린 위로도 하지 않아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패터슨 외에 친구인 리도 공범이라고 봤다. 다만 검찰이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따라 리를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부도 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지는 않았다. 리의 아버지는 재판에서 “우리 쪽엔 방어권이나 변호사의 조력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리를 공범으로 본 재판부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초 사건 직후 검찰은 화장실에 같이 있던 리를 단독 살인 용의자로 지목했다. 리는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다. 당시 흉기 소지 등의 혐의로 복역하다 석방된 패터슨은 출국금지가 풀린 틈을 타 미국으로 도주했다. 법무부는 2011년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송환했다. 패터슨 측 변호인은 법원 판단에 대해 항소하기로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법원,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 경찰관에 “살인 의도 없었다” 판단 근거는?

    법원,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 경찰관에 “살인 의도 없었다” 판단 근거는?

    지난해 8월 서울 은평구 구파발 군·경 합동검문소에서 의무경찰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의 행위가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로 판단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심우용)는 2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55) 경위에게 살인 대신 예비적 공소사실인 중과실치사죄만 인정, 징역 6년을 선고했다.검찰은 앞서 박 경위에게 살인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박 경위에게 살인 고의를 인정하려면 그가 일부러 실탄이 발사되는 위치로 탄창을 돌렸거나 실탄 장전 위치임을 알고도 방아쇠를 당겼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지만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규정에 따르면 권총은 첫 격발 시 공포탄이 발사되고 두 번째부터 실탄이 나간다”면서 “정상 장전되면 첫 격발해도 실탄이 발사될 가능성이 없고, 이 사건에서는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실탄이 장전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살인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려면 일부러 실탄이 발사되도록 탄창을 돌렸거나 실탄이 장전된 사실을 알면서도 격발했어야 하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박 경위가 당시 의경들이 자신을 빼고 간식을 먹어 순간 화가 나 범행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권총을 겨누고자 단순히 명분을 만들려고 한 행동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자를 살해할 만큼 화가 났거나 다른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따라서 살인 의도를 띠고 저지른 일이 아니라 중대한 실수로 벌어진 일이므로 중과실치사죄만 인정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박 경위는 지난해 8월 25일 자신이 근무하던 구파발검문소 생활실에서 38구경 권총 총구를 박모(21) 수경(당시 상경)에게 향하고서 방아쇠를 당겼다가 권총에서 발사된 총탄에 박 수경이 가슴 부위를 맞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박 경위는 앞서 수사와 재판에서 “방아쇠를 당길 당시 탄창 위치가 탄약이 장전되지 않은 칸이었다고 믿어 실탄이 발사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고, 박 수경을 숨지게 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장난을 치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고라고 주장했다.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박 경위에게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그러나 검찰은 박 경위가 실탄 위치를 확인하지 않은 점, 방아쇠를 당기기 전 안전장치를 푼 점 등에서 실탄이 발사돼 박 수경이 숨질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찰은 다만 살인죄가 유죄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중과실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이날 선고가 내려지자 박 수경 유족은 크게 오열하며 재판부에 강력히 항의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월호 4·16가족협의회 ‘마침내’ 서울시서 사단법인 등록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로 구성된 ‘4·16 가족협의회’가 사단법인 등록 허가를 받았다. 서울시는 4·16 가족협의회의 사단법인 등록을 허가했다고 24일 밝혔다. 가족협의회는 지난 22일 법원에 사단법인 등기를 마쳤다. 4·16 가족협의회는 사단법인 등록 서류에서 사무소를 서울에 두고 주된 활동 범위가 서울 지역이라고 명시했다. 서울시는 매년 활동내용 실적을 받는 등 관리·감독을 하고, 목적에 맞지 않는 활동을 할 경우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가족협의회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있는 기구가 되면 세월호 관련해 각 기관에 자료요청이나 면담요구 등을 할 때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4·16 가족협의회는 지난해 1월 사단법인화를 결정하고서 해양수산부에 신청했다가 불허 결정을 받았고, 안산시청과 경기도, 국무조정실도 불허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터라, 서울시의 사단법인 등록 허가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이번 등록 허가는 지난해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월호 유족과 가진 오찬에서 “절차와 기준에 맞으면 뒷받침하겠다”며 긍정적 견해를 밝혀 예견된 일이기는 하다. 시 관계자는 “정관과 사업계획서, 예산서 등 법적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검토했다”면서 “사단법인은 허가제지만 사실상 등록제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에 등록 허가된 비영리 법인은 3000여 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징역 20년 구형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징역 20년 구형

    검찰이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으로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37)에게 법정형 상한선인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심규홍) 심리로 1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에게 무기징역형을 내려 이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시켜야 하지만 사건 당시 18세 미만이었고 특정강력범죄처벌법은 18세 미만 소년을 무기형에 처할 경우 징역 20년을 선고하게 돼 있다”며 “법정형 상한인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미래가 촉망되는 선량한 대학생이 숨졌고 피해자 가족의 행복이 치명적으로 파괴된 사건으로 사람을 칼로 9차례 난자해 현장에서 사망케 한 수법은 잔혹성이 악마적”이라면서 “법정에서 태연하게 방청객처럼 재판을 바라보는 모습은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모습으로 이런 부분이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터슨 측은 “패터슨과 어머니는 아버지가 한국에서 다른 여자와 재혼을 하는 바람에 미국으로 이주를 한 것”이라며 “만약 패터슨이 범인이 아니라면 진범을 대신해서 무기징역을 당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유족이 위안을 받지는 않을 것이며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지 않도록 탄원한다”고 말했다. 1997년 4월 3일 오후 9시 50분쯤 당시 17세였던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37)는 조중필(당시 22세)씨가 살해된 이태원 햄버거집 화장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 사건 직후 살인범으로 기소된 리는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가 1998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재수사 끝에 2011년 12월 진범으로 패터슨을 기소했다. 지난해 9월 16년 만에 패터슨을 국내로 송환해 10월부터 재판을 거쳤다. 패터슨에 대한 선고공판은 29일 오후 2시 열린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희소 불치병’ 두살배기 아들 살해한 父 ‘징역 4년’

    희소 불치병을 앓는 두살배기 아들을 숨지게 한 아버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형사부(부장 이영욱)는 희소병을 앓는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박모(41)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만 2세에 불과한 유아인 자신의 아들을 질식시켜 살해해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는 순간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유족도 큰 충격과 고통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오전 4시 11분쯤 경기도 시흥 자신의 집에서 정상 뇌의 80%가 없는 수두무뇌증이라는 불치병을 갖고 태어난 두살배기 아들을 돌보다가 아들의 입과 코를 테이프로 막아 질식사하게 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실직한 상태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아내마저 가출하자 불치병을 앓던 아들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도 앞으로 자신이 아들이 죽였다는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만 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구파발 총기사고’ 경위 징역 12년 구형

    작년 8월 서울 은평구 구파발 군·경 합동검문소에서 의무경찰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55) 경위에게 징역 12년이 구형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심우용) 심리로 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숨질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중대하고 무모한 범행을 저질러 살인의 미필적 또는 택일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박 경위는 작년 8월 25일 자신이 근무하던 구파발검문소 생활실에서 38구경 권총 총구를 박모(21) 수경(당시 상경)에게 향하게 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이로 인해 박 수경이 총탄에 왼쪽 가슴을 맞아 숨졌고 박 경위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박 경위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를 생각하면 정말 죽고 싶고 너무 괴롭다. 그때 같이 죽었어야 했나 싶다”며 울먹였다. 그러나 유족 대표로 증인석에 앉은 박 수경의 어머니는 “내 아들이 12년짜리 목숨밖에 안 된단 말인가. 제발 무기징역을 내려 달라”고 오열하며 재판부에 호소했다.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시멘트공장 옆 주민 진폐증 첫 인정 판결

    시멘트공장 옆 주민 진폐증 첫 인정 판결

    강원 삼척에서 평생을 보낸 조모(79)씨는 2000년쯤 진폐증 판정을 받았다. 진폐증은 폐에 분진이 쌓여 호흡곤란을 겪다 사망하는 대표적인 산업재해 질병이다. 그의 집 근처에는 대형 시멘트 공장이 있었다. 저녁 무렵이면 그의 집 장독대에 시멘트 공장에서 나온 먼지가 켜켜이 쌓이곤 했다. 정부는 조씨를 비롯한 주민 10명의 진폐증이 시멘트 공장 먼지에서 비롯됐다고 판정했다. 배상금을 물게 된 시멘트 회사들은 “시멘트 공장 먼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조씨를 비롯한 주민들의 손을 들어 줬다. 시멘트 공장에서 직접 일하는 사람이 아닌 공장 인근 주민의 진폐증에 대해 회사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 오선희)는 4개 시멘트 회사가 주민들을 상대로 제기한 3건의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회사는 진폐증 환자와 유족 10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전체 배상금은 피해자 측이 청구한 2억 8000만원가량이다. 주민들의 피해는 2013년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으로 처음 알려졌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충북 제천·단양, 강원 영월·삼척의 4개 시멘트 회사 공장 주변 주민 64명이 공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로 진폐증과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에 걸렸다며 모두 6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4개 업체는 “규정된 대기오염 기준을 모두 준수했다”며 4건의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고효율 대기오염 방지시설(집진시설)을 설치하기 전 공장이 배출한 먼지에 장기간 노출돼 진폐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장은 대부분 1950~60년대에 건설됐다. 재판부는 “2000년대 들어 고효율 집진시설을 설치하기 전에는 더 많은 양의 시멘트 분진이 배출됐다”며 “시멘트 분진을 진폐증을 유발하는 원인물질로 봤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환경과학원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장기간 환경적 노출로 진폐증이 발병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일관된 방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업체들이 제기한 4건의 소송 중 1건은 지난해 업체들의 승소로 확정된 상태다. A업체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법원은 “A사에 진폐증과 COPD 환자에 대한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주민을 대리한 정남순 변호사는 “진폐증 근로자의 산재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장 주변 주민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시멘트 회사들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시멘트 회사 관계자는 “회사에 책임이 없다는 확정 판결이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앞으로 판결이 뒤집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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