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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공감 그리고 객관화…잡은 손 끝까지 놓지 않고 이겨야 할 사건, 이겨야죠

    미투, 공감 그리고 객관화…잡은 손 끝까지 놓지 않고 이겨야 할 사건, 이겨야죠

    김재련(49)과 이은의(47). 언론에서 ‘미투’, 위력 성폭력 사건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이름들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 변호사는 고려대 의대 성폭행 사건, ‘태권도 미투’ 변호로도 잘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삼성전기 재직 시절 부서장 성추행에 대항해 법정 다툼 끝에 승소한 뒤 변호사로 변신했다. 스튜디오 촬영 성폭력을 세상에 알린 유튜버 양예원 사건과 전 유도선수 신유용의 ‘체육계 미투’ 등의 변호를 맡았다. 최근엔 박진성 시인이 미투 최초 폭로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상대 측 변호를 맡아 승소했으며 ‘로펌 대표 변호사 성폭행 사건’을 함께 대리하고 있다. 19년과 8년. 나이는 두 살 차이지만 변호사 경력은 11년이나 차이가 난다. 2019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만난 이래 1년에 두어 번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언니를 알고 나서 좋았던 게 ‘아’ 하면 ‘어’까지 하지 않아도 알아들어 주니까….”(이) “내가 말귀를 알아들어? 하하하.”(김) 최근 김 변호사가 대표 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동의 법무법인 온세상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두 분 다 ‘미투’, ‘위력 성폭력’ 사건 변호를 해오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변호사로서 성폭력 피해 사건들과 어떻게 연을 맺게 되셨는지, 그 처음을 떠올려 보신다면요. 김재련 사법연수원 2년 차, 변호사 시보하던 사무실(이명숙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사무실)이 여성 인권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어요. ‘남녀평등 다 이뤄진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여성들의 세상이 너무 달라서 놀랐죠.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동네(강원도 강릉) 부녀회장이셨던 엄마가 밤에 주무시다가 비명이 들리면 큰 대나무 몽둥이 들고 뚝방으로 뛰어가셨던 기억이 있어요. ‘밤에 걸어가는 여성에게, 남성이 성폭력을 하려고 해서 엄마가 제재하려고 달려갔구나’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요. 제게 저희 엄마, 영자씨의 피가 흐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은의 저는 (성폭력 피해) 당사자였고, 회사를 나와서 변호사가 될 때 먹고사는 게 일단 중요했어요. 회사를 상대로 싸우던 4년의 기억을 더듬어서 갈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보니까 이거더라고요. 그렇게 변호사가 되고 보니 찾아주는 사람들이 크고 작은 이은의들이었어요. 저는 아무래도 피해자와 비슷한 입장이라 사건들에 대한 이해가 기본으로 깔려 있으니까요. 사건을 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은 날들이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사건을 진행해 오며 변호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 (피해자와) 상담하는 단계에서부터 설명을 해 줘요. ‘오래전에 발생했고, 단둘이 있는 상태에서의 일이며 당시에 증거를 확보해 두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 처리되거나 재판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런 판단이 나온다고 해서 당신이 입은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요. 고소를 하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고 힘들지만 사건을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피해자가) 치유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내가 입은 피해에 대해 사람들이 공감해 주고, 힘든 싸움을 지지한다며 연대해 줄 때 피해자는 상처를 극복할 용기를 얻거든요. 그 과정에서 공동체 구성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죠.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폭력 자체 때문에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어렵게 문제제기를 했는데 조직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회사를 그만두거나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가해자 한 사람보다 우리들 태도가 피해자의 일상 복귀에 있어서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봐요. 이 객관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인간적인 변호사이기보다 유능한 변호사이길 바라요. 유능하다는 건, 질 수밖에 없는 사건에서 이긴다거나 (변호해선) 안 될 사건을 맡아 승소한다는 말이 아니라 이겨야 할 사건에서 이기는 거예요. 사건들에서 틈을 발견하면 그 부분을 벌려서 문을 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사실을 분석하고 그 부분을 설득해 내는 데서 오는 거죠. 그러려면 객관화가 필요하고요. (의뢰인에게) 너무 희망을 주지도, 절망을 주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 정보 안에서 판단해 사건을 할 의지가 생긴다면 내가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간다는 것, 그게 유능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요. 이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이겨야 하는 사건을 이기는’ 각자의 방법이 있으시다면요. 이 일단 처음에 상담할 때 진술 조사처럼 해요. 수사관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만났던 성인지 감수성이 가장 낮은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 물어보죠.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오갈 공방의 순서를 고려해서 전체 로드맵을 짜요. 진술하는 과정에서 불리한 내용이 나중에 반박되는 구조는 마치 뭔가를 숨겼다가 들킨 것 같은 모양새로 보여요. 그래서 전체 사건 수사 진행 과정을 일종의 병법처럼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디에 선제공격을 해야 하는지, 어디서 수류탄을 던지고 어느 지점에서는 총만 쏘고 이런 것을요. 하나 더 얘기하자면 재판할 때 판사님을 애인처럼 생각합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람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편이에요. 판사 마음에 어떤 의심이 꽂히기 시작하면 그게 굉장한 균열점이 되거든요. 굳이 판사가 ‘알려줘’라고 하기 전에 제가 그 사람을 집중하고 살펴서 궁금해할 법한 지점을 챙겨요. 김 저한테 오는 사건은 아리송한 사건들이 많아요. 기존의 법, 판례를 사건에 적용하기가 애매한 부분들이 많은데 외국의 법이나 판례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자료 리서치를 해서 법원이나 수사관에게 제출해요. 예를 들어 호주에서는 피해자가 성관계를 하는 도중에 보이는 신체적 반응을 범행 사실 유무죄 인정을 위한 근거로 써선 안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미 나와 있거든요. 그런 자료들을 제출해서 “이런 사안을 의미 있게 보시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주시면 대한민국의 판례가 바뀌는 일에 기여하시는 것”이라고 수사관·검사님들을 ‘임파워먼트’하죠. 말장난 같기는 한데, 이겨야 할 사건이란 건 사실 없잖아요. 성폭력 사건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요. 판단자들조차도 성폭력 사건이나 피해자에 대해 가지는 통념이 있어서 어떤 판단자를 만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들도 발생하고요. 판단하는 데 있어 재량의 폭이 너무 크지 않도록 성폭력 전담 수사관, 검사, 재판부가 끊임없이 사건 지원 변호사라든지 관련 연구자들과 온·오프라인상에서 만나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두 분 다 수사 도중 성폭력 가해자가 사망한 사건을 경험하셨습니다. 후배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로펌 대표 변호사가 지난달 경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요. 박 전 시장의 경우 경찰에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고, 결국 인권위 결정문을 통해 피해 사실이 인정됐죠. 성폭력 사건에서 피의자 사망 이후에도 수사를 진행하고, 수사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저는 수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끝까지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기소 처분이 된다 하더라도 ‘이러이러한 사실이 있지만 피의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 이런 식으로 결론을 지어 달라는 거죠. 사망한 사람이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거나 공인이었을 경우에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수사 결과가 발표돼야 하는 때도 있을 거예요. 그래야만 사건으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의 권익구제를 할 수 있어요. 피해자가 자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2차 가해로부터 덜 공격받을 수 있기도 하고요. 또 요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에 대해서는 업무상 재해, 공무상 재해 인정을 하거나 가해자 유족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에도 수사 결과가 근거가 될 수 있어요. 이 제가 로펌 대표 변호사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초경찰서에 낸 의견서가 피해자에게 수사 결과를 알려 달라는 것이었어요. 피의자의 사망으로 정말 수사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인가를 생각해 봐야 하는데,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피의자 조사까지 수사가 끝난 상황이었어요. 양예원씨 사건의 경우도 수사 결과만 알려줬다면 양씨가 입은 2차 피해가 반 이상 줄었을 거예요. 이걸 못 하게 한 건 관행이에요. 누구의 시선에서 누군가의 필요를 염두에 뒀는지 생각해 보면 거기 어디에도 피해자의 니즈가 없어요. 만약 같은 경우에 살인 사건이라면 수사를 접을 건가요? 범인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하잖아요. 그런데 왜 성폭력 사건만 예외를 두는가 하면 그동안 여성이 ‘을’이었고, 법률을 만들고 적용하는 과정에 여성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김 검찰 사건 사무규칙에는 피고소인 사망 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한다고만 돼 있지 모든 수사 절차를 추가로 진행해선 안 된다는 규정은 없어요. 가해자의 사망에 대해서 방어권이 없다는 이유로 그렇게 가해자를 두텁게 보호해 주면 살아 있는 피해자의 권익은 누가 보호해 줄 건가요. 불균형이고, 난센스죠. 최근 공분이 이는 공군 성추행 사건을 보면서 두 사람은 생각이 많아지는 듯했다. 특히나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피해자와 함께 줄곧 2차 가해에 시달렸던 김 변호사는 ‘선택적 공감’의 문제를 지적했다. 현실을 사는 위력 성폭력 피해자들이 “변호사님, 저희도 죽었어야 하는 건가요?”라고 되묻는다고 운을 뗀 김 변호사는 “이미 돌아가신 피해자에게 위정자들이 공감하는 것의 반의반만이라도 살아 있는 피해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공감해 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거듭되는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네들의 목표는 “매 순간 만끽하며 사는 삶”(김), “나를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이다.
  •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9명 ‘무죄’ 선고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9명 ‘무죄’ 선고

    1948년 10월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 송백현)는 24일 여순사건 당시 순천역 철도원으로 근무했던 김영기(당시 23세) 씨와 대전형무소에서 숨진 농민 김운경(당시 23세) 씨 등 민간인 희생자 9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희생자들에게 적용된 포고령 위반과 내란 혐의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군경이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고 영장 없이 구금해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공 정책을 펼치면서 공정한 재판 없이 군사재판에 넘겨 사법부를 비롯해 국가가 불법적인 재판을 자행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판시했다. 송 판사는 “이번 선고가 무죄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 명예 회복과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죄가 선고되자 재판을 참관하던 유족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김영기 씨의 아들 규찬(73) 씨는 “73년 만에 명예 회복을 해준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눈물을 떨궜다. 그는 “다행히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무죄를 받았지만, 많은 유족이 있어 기쁘지만은 않다”며 “하루빨리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돼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순천역에서 근무하던 김영기 씨는 여순사건이 발발한 뒤 동료와 함께 진압군에 영장도 없이 체포돼 내란죄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목포형무소에서 수감됐다가 마포형무소로 이감된 뒤 한국전쟁이 터진 후 행방불명됐다. 김운경 씨 등 8명은 포고령 위반 혐의로 잡혀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1950년 6월 대전시 산내동 골령골에서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학살 당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9년 3월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었다. 앞서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지난해 1월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선고 공판에서 철도기관사로 일하다 처형당한 고 장환봉(당시 29세)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성추행 가해자 ‘용서 안 해주면 죽어버리겠다’ 문자, 사과로 인식”

    “성추행 가해자 ‘용서 안 해주면 죽어버리겠다’ 문자, 사과로 인식”

    군사경찰이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의 가해자인 장모 중사가 피해자 이모 중사에게 보낸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사과로 인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중사가 성추행 이후 이 중사에게 ‘용서 안 해주면 죽어버리겠다’는 등 문자메시지로 사실상 협박을 한 정황을 사과로 판단했다는 것.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23일 백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초동 수사한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가 장 중사를 불구속 입건한 것과 관련 “수사관의 판단은 2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을 사과로 인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다보니 2차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안 됐고,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불구속 판단을 할 때 군 검사 의견을 들어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실 수사 혐의를 받는 20비행단 군사경찰에서 아직 피의자로 한 명도 입건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부실 수사와 관련해 직무를 소홀히 한 부분이 일부 확인됐다”면서도 “이 부분을 가지고 입건해서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와 관련해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2차 회의에서도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자료를 제출해 금요일(25일) 회의에서 위원들 얘기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본부가 20비행단 군사경찰 관계자를 아직 한 명도 입건하지 않은 것은 국방부 검찰단이 같은 혐의를 받는 20비행단 군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검찰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군검사의 행위가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본부는 군사경찰의 수사 행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직무 유기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비행단 군검찰은 사건 발생 약 한 달만인 지난 4월 7일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도 약 두 달간 한 차례도 가해자인 같은 비행단 소속 장 중사를 조사하지 않았다. 뒤늦게 장 중사를 조사한 5월 31일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된 날을 기준으로는 9일 만이자 언론보도로 사건이 알려진 날이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장 중사와 20비행단 군검사를 비롯해 총 13명이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이 중사 유족 측이 고소한 20비행단 정통대대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군검찰 수사심의위, 女 중사 ‘1년 전 성추행’ 준사관 기소 권고

    군검찰 수사심의위, 女 중사 ‘1년 전 성추행’ 준사관 기소 권고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별건으로 1년 전 피해자 이모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윤모 준위에 대해 기소의견을 제시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전날 오후 열린 제3차 회의에서 피해자를 1년 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윤 모 준위에 대해 ‘군인 등 강제추행죄’로 기소하는 의견을 의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심의는 의견서 형태로 국방부 검찰단에 전달되며 국방부 검찰단에서는 관련 지침에 따라 심의 의견을 존중하여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준위는 1년 전 이 중사가 근무하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 파견 당시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유족들에 의해 고소돼 군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수사심의위는 이날 국방부 감사관실이 조사 중인 ‘공군의 늑장·축소 보고’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 검찰단에서 이 중사 사망 당시 공군이 국방부에 최초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이 누락된 경위를 직접 수사할 전망이다. 또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옮긴 부대인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이 중사의 신상을 유포하는 등 2차 가해를 한 혐의를 받는 다른 상급자 2명에 대한 심의도 진행했다. 이들에 대한 기소 여부 의견은 추가 수사 후 의결하기로 했다. 이 중사는 20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 부대 회식에 참석했다가 관사로 돌아오는 차량 뒷자리에서 선임인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상관들의 지속적인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다 지난달 21일 부대 관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방부 검찰단은 성추행 가해자인 장 중사를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로 이달 21일 구속기소 했으며, 다른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수사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정승민의 막론하고] ‘대한’과 ‘조선’의 차이/북유튜버

    [정승민의 막론하고] ‘대한’과 ‘조선’의 차이/북유튜버

    6ㆍ25가 일어난 지 이제 71년이다. 몇 달 전 전쟁의 장본인인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발간됐다고 들었다. 온라인 서점몰을 검색해 보니 판매하는 곳이 전무했다. 시중에 나온 책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모두 압수했단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했기에 판매와 배포를 금지해야 한다는 가처분 신청도 연달아 제기된 상태다. 다른 편에서는 학문과 출판의 자유를 가로막는 시대착오적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절대선(絶對善)은 아니다. 보편타당한 사실을 왜곡해 역사적 정통성을 훼손하는 내용은 곤란하다. 헌정질서를 지키려는 정당한 행위로 평가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짓을 처벌하는 까닭이다. 현재 ‘세기와 더불어’는 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념성 서적은 유해 간행물 여부를 확정할 수 없어서다. 김일성의 이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6ㆍ25다. 북한 인민군은 나라가 세워지기 7개월 전 창설됐다. 한반도 전역을 사회주의로 통일하기 위해 북한을 민주기지로 만들고 국토를 완정하겠다는 방침에서 비롯됐다. 김일성의 생애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지만 젊은 시절 만주에서 무장활동을 한 행적은 인정된다. 그가 가장 잘 알고 잘하는 일이 무력을 쓰는 것이니 통일의 명분이 걸린 전쟁을 마다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전쟁의 발발을 놓고 북침론부터 내전연장론까지 다양한 관점이 나오지만 당사자인 김일성의 입으로도 남침은 확인된다. 세계적 작가인 루이제 린저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진행되던 시기에 만난 김일성에게 왜 개입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과거 조국을 해방시키기 위해 피로 물들인 손을 더이상 쓸 수 없다고 답했단다. 6ㆍ25의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그가 선택한 것은 내부 권력투쟁이었다. 경쟁하는 정치세력들을 차례로 숙청했다. 연안파의 무정, 소련파의 허가이에 이어 최대 정적인 박헌영 그룹을 날려 버렸다. 상층부는 제거했지만 출당한 당원 수십만을 복당시키면서 당내 기반은 확충했다. 이 시기에 김일성의 직함이 수상에서 수령으로 승격한 배경이다. 전쟁에 따른 숱한 비극과 상처를 야기한 인물이 정작 자신은 물론 후손까지 권력세습을 가능하게 했으니 역사는 난감하기만 하다. 그러나 김일성에서 시작된 북한 정치는 주체사상의 이념과 유일 권력구조에만 고착됐기에 남북한 체제경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승패가 뚜렷해졌다. 1961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남한의 갑절이었지만 강산이 두 번 바뀌기 전에 정반대가 됐다. 서구 경제학자가 ‘코리아의 기적’으로 극찬했던 북조선은 ‘한강의 기적’에 완패했다. 어떻게 대역전극이 가능했을까. 정치학자 박명림은 경쟁과 갈등을 허용하는 서울의 민주주의적 요소가 체제의 실패를 방지하고 실수를 교정하는 발전적 역할을 하는 반면 평양은 최고지도자에게 의심조차 용납하지 않는 개인숭배로 리더십의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원천 박탈했다고 본다. 이견과 이론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혁신과 발전은 존재할 수 없다. ‘국부’ 이승만과 ‘근대화의 기수’ 박정희도 사정없이 끌어내리는 대한민국의 역동성에 비춰 보면 ‘위대한 수령’ 김일성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기 힘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봉건성이 두드러진다. 진행 중인 ‘세기와 더불어’ 논란도 모순과 갈등을 허용하는 우리 사회의 자정 능력으로 풀어나가면 어떨까. 사상의 자유와 헌법적 가치도 고려하면서 피해자와 유족의 상심을 배려하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은 전후 70년 만에 다시 출간됐다. 서점에 깔리기도 전에 선주문으로 동이 날 만큼 관심이 후끈했다. 히틀러와 나치즘에 대한 부활을 걱정할 법도 하지만 안전판을 놨다. 국수주의와 인종차별로 점철된 본문에 관해 비판적 주석을 첨부한 판본만 출간을 허용한 것이다.
  • “수술실 CCTV…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이슈픽]

    “수술실 CCTV…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이슈픽]

    대한의학회“수술실CCTV 의무화 반대”“환자·의사 신뢰 깨뜨려”與 “수술실 CCTV문제 벌써 7년”“국회가 결론 내려야”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에 이어 의료계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에서도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22일 의학회는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대리 수술 등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대책으로 거론된 수술실 CCTV 설치는 사안의 무게와 뒤따르는 파장을 고려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 “환자의 사생활도 침해할 소지가 높다” 의학회는 “수술실 CCTV는 의료인의 인격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뿐만 아니라 환자의 사생활도 침해할 소지가 높다”고 반대 이유를 들었다. 이어 “극히 소수의 무자격자에 의한 수술 및 대리수술 등이 발생하는 사건의 대응책으로 이들을 식별하기 위해 모든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건 대다수 의료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라며 “환자와 의사 간 신뢰를 깨뜨리고 불신을 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킹 등으로 인해 수술실 CCTV 영상이 유출된다면 환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CCTV 영상의 저장 및 관리, 적절한 영상 검토 절차 등도 사회적 합의 하에 논의가 이뤄져야 하므로 철저히 준비하는 게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학회는 “환자와 의료인의 인권 문제와 사생활 침범 등을 보호하면서도 (대리수술 등을 근절할 수 있는) 더욱 적절한 방법과 해결책이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야 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의협,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에서도 잇따라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의협은 세계의사회(WMA)의 데이비드 바브 회장이 국내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데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왔다고도 밝혔다.與 “수술실 CCTV문제 벌써 7년…국회가 결론 내려야”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수술실 CCTV 설치법’ 심사와 관련,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들을 국회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여론조사 결과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하는 의견이 78.9%”라며 “법안 심사에서 이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2014년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뒤 벌써 7년이 흘렀다”며 “그사이 의료사고와 대리 수술 등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CCTV 설치법에 대해 국회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내일 복지위 소위에서 이 법이 충분히 논의되고, 원만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윤 원내대표는 피해자와 유족들의 사연을 들은 뒤 마무리 발언에서 “이번에 저희가 큰 결심을 하고 CCTV 설치를 위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보건복지부 등을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주민 의원은 “6월 내 통과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제대로 CCTV가 설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서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 협조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교화시키겠다”vs“안락사 불가피”…남양주 ‘살인견’ 다시 경찰 손에

    “교화시키겠다”vs“안락사 불가피”…남양주 ‘살인견’ 다시 경찰 손에

    경찰 증거물로 관리…보호장소 비공개 지난달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야산 입구에서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이 남양주시 유기동물보호소를 떠났다. 22일 경찰과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4일 남양주시 유기동물보호소에 머물고 있는 사고견을 다시 인수해달라는 남양주시의 요청을 받고 사고견을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사고견이 분실이나 입양 등을 위한 임시보호 상태가 아니어서 지속적인 보호가 어려운데다, 동물보호단체의 민원이 계속되고 있어 더 이상 정상적인 보호 조치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대형견이 포획된 이후 각종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안락사에 반대하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동물단체는 “개를 맡겨주면 교화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며 반드시 안락사해야 한다는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피해자의 유족은 안락사에 반대하는 일부 동물단체의 의견에 반발하며 안락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고견은 견주 확인 등 관련 수사가 종결돼 지자체에 인계되기 전까지는 경찰의 증거물로 관리를 받는다. 일단 경찰은 사고견을 애견호텔에 머물도록 조치했으며, 관련 민원 발생을 우려해 보호장소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견은 건강한 상태로 호텔에 머물고 있다”며 “사고 수사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있으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견주’ 찾을 때까지 안락사시키지는 않을 방침 남양주시와 경찰은 ‘견주’를 찾을 때까지 이 개를 안락사시키지는 않을 방침이다. 유족도 ‘견주’를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개 주인을 찾는 등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 개의 처분 방식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5월22일 오후 3시 25분쯤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 야산 입구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A씨(59·여)를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목 등을 개에 물린 A씨는 심폐 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씨는 이날 지인을 만나러 이 지역을 방문했다가 혼자 있는 도중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로 파악됐다. 119대원들은 A씨를 공격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견을 인근에서 발견해 마취총을 쏴 포획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조사를 통해 대형견이 A씨를 공격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한편 해당 개는 몸길이 150㎝, 무게 30㎏ 정도이며, 사모예드와 풍산개의 잡종견이라는 전문가의 소견이 나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과거의 거울에 비춰 본 형사사법의 현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의 헌법 너머] 과거의 거울에 비춰 본 형사사법의 현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에 1751년 조선조 영조 때에 벌어졌던 안음현 살인사건을 다룬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안음현은 지금의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죽은 이들은 외근 중이던 기찰군관과 수행원인데, 이들이 도적떼에게 살해당했다며 변고를 처음 알려 온 동료 기찰군관들이 범인인 것으로 추후 판명이 났다. 특히 흥미를 끈 대목은 “네 죄는 네가 알렷다”며 그저 자백을 다그치는 ‘원님 재판’이 아니라 당시에 이미 현장검증 및 부검 등에서 나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형사사법제도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검시 과정에서 망자의 시신을 만지는 오작인과 더불어 전문가인 여러 참검인들이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확한 검시를 위한 원칙과 표준이 실무책자를 통해 마련돼 있었다. 살인이 의심되는 사건에서는 초검에 이어 복검까지 최소한 두 번의 부검을 거치도록 하고,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인의 신문에는 관리 두 명이 함께 진행하는 ‘동추’(同推)가 적용됐다. 사형이 집행될 범죄의 경우에는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세 번의 심리(三覆)를 거쳐 국왕의 명령으로만 사형이 가능했다고 한다. 나름 전문성과 객관성이 담보되는 형사사법제도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범인들 중에 한 명이 신문 도중에 고문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아쉽게도 옥에 티로 남는다. 책을 덮고 나서는 오래전 유학 시절에 접했던 중세 유럽의 사법제도가 머리에 떠올랐다. 당시에는 서로 다투다가 또는 고의 아니게 타인을 죽인 경우 유책의 범인이 피해자의 가족과 합의해야만 했는데, 즉 당사자들 사이에서 사법(私法)상의 속죄 계약이 체결됐다. 이 계약을 통해 금전적 배상은 물론이고 억울한 망자를 기리려고 사망한 장소나 오가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마을 초입 등 유족들이 원하는 곳에 돌로 만든 이른바 ‘속죄의 십자가’를 세워 두는 일이 14세기 초반부터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범죄피해자보호법이나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자나 유가족을 배려하는 오늘날의 제도와도 흡사한데, 원상회복이나 남겨진 유가족의 생계 보호 관점에서는 오히려 더 나은 측면도 있다. ‘살인십자가’로도 불리는 이 돌십자가가 오늘날 유럽 전역에서 발견되는데, 독일에만도 4000여개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이렇듯 마을 단위에서 당사자끼리의 사법상 계약을 통해 자치적으로 해결해 오던 형사사법제도가 중앙집권적인 국가 시스템이 공고하게 자리잡고 난 이후로는 사라지게 된다. 특히 1530년 이후로 개신교계의 지역에서는 이 같은 속죄의 십자가가 더이상 세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의 자력 구제와 복수 그리고 마을 단위의 자치적인 해결을 금지하고 수사와 기소 및 재판 등 사법 권한을 국가가 독점한 연후에 예전보다 더 나아졌는지가 한편 의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그 이후로 엄중한 처벌과 함께 모진 고문을 통해 자백을 강요하는 형사사법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범인에게 늘 나긋한 목소리로 어리숙하게만 보이다가 극의 말미에 꼼짝 못할 증거를 들이대고서 끝을 맺는 ‘형사 콜롬보’ 시리즈는 그저 영화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허구일 뿐이다. 오래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이 뒤늦게 밝혀졌는데, 이로 인해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20년을 옥살이한 분이 있는가 하면, 경찰이 사망한 어린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고서도 은폐했던 사실 또한 함께 드러나면서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택적 정의 실현으로 비난되는 ‘정치사법’과 함께 심지어는 ‘사법살인’이 자행되기도 했다. 그리고 숱한 권력형 오심(誤審)들이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로 번복됐다. 또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계급사법’도 줄곧 논란이 됐다. 유죄를 확정한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진즉부터 전직 대통령과 어느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민주법치국가의 기본 전제가 애당초 허구였는지도 모르겠다. 불거져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서도 ‘밥그릇 싸움’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한 데에는 이렇듯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법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가 OECD 국가들 중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다. 뼈를 깎는 반성과 환골탈태라는 말도 그저 식상하기만 하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 고 이선호씨 평택항 사망 사고 당시 지게차 기사 구속

    고 이선호씨 평택항 사망 사고 당시 지게차 기사 구속

    지난 4월 경기 평택항에서 일하다 컨테이너 벽체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 사망 사고 당시 지게차 기사가 구속됐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정재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판사는 “범죄가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인정된다”며 발부 사유를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는 원청업체 ‘동방’의 평택지사장과 대리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정 판사는 “외국 선사 소유 컨테이너의 노후 불량이 사고에 미친 영향이 작지 않은 점, 범행을 반성하고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수사에 임하는 태도, 가족관계 등에 비춰볼 때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4월 평택항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지게차가 갑자기 왼쪽 벽체를 접은 탓에 발생한 충격으로 오른쪽 벽체가 넘어지면서 그 밑에 깔려 숨졌다. 이씨가 투입된 작업은 사전에 계획된 바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고가 난 컨테이너의 자체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한편 이씨의 장례는 오는 19일 오전 10시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장으로 치러진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강제징용 손배소에 ‘김양호 판사 각하 판결문’ 제출한 미쓰비시

    강제징용 손배소에 ‘김양호 판사 각하 판결문’ 제출한 미쓰비시

    미쓰미시중공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판에서 최근 각하 판결이 내려진 또 다른 강제징용 손배소 사건의 판결문을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상고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휴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4단독 박세영 판사는 양모씨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4차 변론기일을 18일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미쓰비시는 지난 7일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부장 김양호)가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 85명이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을 참고자료로 전달했다. 해당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나 유족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제한되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고 각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년 8개월 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과는 정반대의 판결이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쓰비시 측 소송대리인은 “각하된 사건의 상고심 결론이 날 때까지 휴정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러나 양씨 측 소송대리인은 “기일을 추후지정하는 것에 이견은 없으나 각하 판결에 대한 상고심 판단을 기다라는 취지의 추정이 아니라 대법원 판단이 나와야 어떤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 이견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각하 판결을 받은 피해자와 유족 측은 “국민의 존엄을 무시한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지난 14일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미쓰비시 측은 이날 일본법상 일제강점기 당시 미쓰비시와 현재 기업이 동일한 회사가 아니며 승계를 한 것도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비슷한 사건들이 많지만 이 사건에서 피고가 특별히 주장해야 하는 점들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소멸시효 부분과 (관련 사건) 대법원 판례가 여러 개 있고 아직 최종적인 입장이 나와있지 않고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어 기일을 추후지정하겠다”고 결론내렸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강제징용 뒤집은 판사 “日에 위안부 소송비 추심 못한다” 항고도 각하

    강제징용 뒤집은 판사 “日에 위안부 소송비 추심 못한다” 항고도 각하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법원의 결정에 항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사소송법상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난 것이 명백하다”며 항고를 각하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양호)는 ‘국고의 상대방에 대한 추심 결정’에 위안부 1차 피해자들이 제출한 항고장을 이날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낼 자격이나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하는 결정을 말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항고장에 관해 “민사소송법 133조, 444조 즉시항고 기간이 지났음에 명백하다”며 “민사법 443조 1항, 399조 2항”에 따라 각하한다고 밝혔다. 민사소송법 444조에 따르면 즉시항고는 재판이 고지된 날부터 1주 이내에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초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승소 판결은 지난 1월 8일에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당시 부장 김정곤)는 “이 사건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하기 어렵고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일본 정부로 하여금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1인당 1억원씩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일본이 부담하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법관 인사로 재판장이 바뀐 후 일본에 소송비용을 추심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지난 3월 재판부는 “대한민국과 일본국 사이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위안부 합의 등에 금반언 원칙을 더해보면 추심 결정이 국제법 위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가가 소송구조결정에 의해 원고에게 납입을 유예하도록 한 소송비용 중 일본으로부터 추심할 수 있는 소송비용은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추심 불가 결정은 지난 3월 29일 송달됐고,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지난 14일 이러한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항고장을 제출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해당 재판부는 지난 7일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 85명이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송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원고 패소 결정인 각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음주운전 상습범에 20대 청년 숨졌는데…판사 “윤창호법 무죄” [이슈픽]

    음주운전 상습범에 20대 청년 숨졌는데…판사 “윤창호법 무죄” [이슈픽]

    50대, 면허 취소 수준으로 음주운전하다불법 좌회전…들이받힌 오토바이 20대 사망판사 “음주했으나 운전 곤란 상태 입증 안돼”윤창호법 미적용돼 형량 낮은 징역 3년 선고가해자,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 벌금형 전력유족 “20대 청년 목숨 빼앗았는데 엄벌해야”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몰다 신호 위반으로 좌회전을 하던 중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20대 운전자를 숨지게 한 50대 운전자에게 법원이 “음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A(51)씨는 지난해 9월 한밤중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며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다가 맞은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B(23)씨를 들이받았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여 만에 숨졌다.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0%로 조사됐다. 그는 2007년과 2013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다. 검찰은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A씨를 기소한 뒤 징역 7년을 구형했다.“언행 부정확, 보행 비틀거림, 혈색 붉음” 재판부, 경찰 보고서 인정 안 해 1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에게 윤창호법 대신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A씨가) 음주는 했지만,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을 검찰이 완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언행 부정확, 보행 비틀거림, 혈색 붉음’이라고 된 경찰 정황 보고서만으로는 A씨 주의 능력·반응속도·운동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도로에서 경찰차로 걸어가는 동안 부축 없이 크게 휘청거리지 않았다’는 등으로 기재된 수사보고도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음주 측정 사진으로 보면 눈빛이 비교적 선명하다”면서 “다음 날 이뤄진 조사에서도 사고 경위를 비교적 상세히 기억했다”고 밝혔다.유족 “앞길 창창한 20대 청년 목숨 앗아갔는데 처벌도 제대로 안 돼” 성토전문가 “윤창호법 입법 취지 논란될 판결” 유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A씨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한 피해자 누나는 “앞날이 창창한 20대 초반 청년의 목숨을 빼앗아 간 상황에서 처벌까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수도권 지역 한 형사전문 변호사도 “구체적인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까지 제시된 만큼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 입법 취지에 비춰 논란이 생길 수 있는 판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 쌍방 항소로 현재 대전지법에서 2심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윤창호(당시 22살)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법안으로, 고인은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특가법과 음주운전자의 면허 정지·취소 기준 등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국회는 그해 11월 본회의를 열고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또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도 기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을 강화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붕괴 참사, 운전사가 엑셀만 밟았어도” 송영길에 광주 “망언” 격앙 (종합)

    “붕괴 참사, 운전사가 엑셀만 밟았어도” 송영길에 광주 “망언” 격앙 (종합)

    시민사회 “본질 이해 못한 상식 밖의 망언”“버스기사가 잘못해 피해 커졌다는 거냐”송영길에 사과 촉구 속 宋 “오해 있다” 해명宋 “버스정류장 옆 철거 현장 방치 질책한 것”宋 “언론의 악의적 참사…강력 대응” 언론탓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를 두고 매몰된 시내버스 운전사를 탓하는 듯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광주 시민사회가 “본질을 이해 못한 상식 밖의 망언”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같은 당 이병훈 의원이 참사 다음 날인 10일 사고 현장에서 웃는 모습이 보도돼 물의를 빚자 사과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이라며 언론개혁에 정치적 소명을 걸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운전사가 본능적 감각으로엑셀만 좀 밟았으면 살았을 것” 송 대표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바로 그 버스정류장만 아니었다 할지라도, 운전사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 (희생자들이) 사실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어 “하필 버스정류장 앞에 이런 공사 현장이 돼 있으니 그게 정확히 시간대가 맞아서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재난 현장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당시 영상을 보면 시내버스가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뒤 3∼4초 만에 건물이 붕괴하면서 해당 시내버스는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매몰됐다.“‘세월호 참사는 단순 사고’ 라던 망언과 무엇이 다른가” 분노 이를 두고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이게 광주에 핵심 기반을 둔 민주당의 당 대표 입에서 나올만한 이야기인가 믿기 어렵다”면서 “세월호 참사를 두고 단순 사고라고 했던 당시 망언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본질적인 이해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이라면서 “상식 밖의 망언에 화가 치밀어 무어라 논평하고 싶지도 않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오는 주말 붕괴 참사 관련 추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마치 참사의 피해자인 버스 기사가 잘못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표현한 망언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노총은 “정부, 정치권이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재발을 막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도 또다시 재발하는 데에는 이런 얕은 인식하에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아서다”라면서 “집권당의 대표는 자신의 망언을 사과하고 하루빨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야당도 “참사 책임을 운전사에 떠넘긴다”고 꼬집었다.송영길 “버스정류장을 조금이라도앞으로 옮겨놨다면 피했을 것이란 말” 사고 현장까지 찾아와 사고 내용을 브리핑받기도 한 송 대표가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부 유족들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발생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그 앞에 있던 시내버스가 매몰되며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송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해가 있었다”면서 “제 말의 취지는 버스정류장 앞에 그 위험한 5층짜리 건물 해체 작업을 방치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버스 정류장을 조금이라도 앞으로 옮겨놨다면 버스가 더 진행하려는 과정에서 건물이 붕괴했을 것이고, 그 순간 본능적으로 엑셀을 밟았으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宋 “잘못된 보도로 상처 컸을 유족 죄송”“미디어 환경 혁신에 정치적 소명 걸 것” 그러면서 송 대표는 자신의 발언으로 곤경에 빠진 상황이 언론에 의한 악의적 참사라며 강력 대응 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른바 ‘엑셀’ 발언 논란에 대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 또 벌어진 것으로, 언론 참사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오늘 어떤 기자는 제 말 일부를 잘라내 기사를 송고하며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라는 대목만 키웠다.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면서 “미디어 환경 개혁의 당위성을 언론들이 만들어줬다는 점에선 정말 다행이다. 미디어 환경 혁신에 정치적 소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버스 정류장이 없었다면, 그래서 버스가 바로 그 시간에 정차하고 있지만 않았다면, 혹시 버스가 사고 현장을 지나더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였으면 운전기사는 본능적으로 승객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제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젊은 시절 택시를 몰며 택시노조 사무국장을 했고, 운전으로 밥을 벌고 젖먹이를 키웠다”면서 “그런 제가 다른 의미를 섞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송 대표는 “이와는 별도로 잘못된 보도로 상처가 더 컸을 피해자 유가족과 광주 시민에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면서 “호남의 아들인 송영길이 그런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日정부, 위안부 소송 ‘한국내 재산 공개 명령’ 불응 시사

    日정부, 위안부 소송 ‘한국내 재산 공개 명령’ 불응 시사

    일본 정부가 16일 서울중앙지법이 한국 내 재산 목록을 공개하라고 명령한 것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올 1월의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국제법 및 한일 양국 간 합의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앞서 고 배춘희 할머니 유족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1인당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해 올해 1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주권을 가진 국가가 타국 재판관할권을 면제받는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인 ‘국가면제’(주권면제)를 내세워 응하지 않았고, 1심 판결 이후 항소도 하지 않아 패소가 확정됐다. 판결 확정 후에도 일본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원고 측은 손해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지난 4월 중앙지법에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재산을 공개토록 해달라고 신청했다. 이에 지난 9일 민사51단독 남성우 판사는 이 신청을 받아들여 일본 정부에 한국 내 재산 목록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가토 장관은 일본의 대응 계획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 한국 내 사법 절차에 대해선 논평을 삼가겠다고 직답을 피한 뒤 재산목록 공개 명령의 뿌리가 된 올 1월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과거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 등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법원의 판단은 이에 배치되며,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건설현장 노동자 추락사…원·하청 직원 3명 집행유예

    건설현장 노동자 추락사…원·하청 직원 3명 집행유예

    부산 경동건설 시공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정순규 씨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3명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유족은 선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서근찬 판사는 1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동건설,하청업체 현장소장 등 2명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경동건설 안전관리자 1명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1천만원을 각각 명령했다. 재판부는 “ 원청업체가 하도급을 맡기더라도 현장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며 “사고 발생 경위 목격자는 없지만 사고 당시 피해자 책임이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직원에게 금고 1년∼징역 1년6개월,경동건설 및 하청업체 법인에 각 1천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정씨 유족 등은 선고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군검찰, ‘초동수사 부실’ 공군본부 법무실 압수수색

    군검찰, ‘초동수사 부실’ 공군본부 법무실 압수수색

    국방부 검찰단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초동수사를 지휘한 공군본부 법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국방부는 16일 오후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검찰의 부실 수사와 피해자 국선변호인의 피해자 신상정보유출 혐의에 대한 조사를 위해 공군본부 법무실 관계자들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 중”이라고 밝혔다. 20비행단은 숨진 이모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당시 소속됐던 부대다. 해당 부대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사건 초기 피의자인 장모 중사 휴대전화와 피해 정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하지 않는 등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사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본부 법무실은 지난 3월 성추행 사건 발생 초기 수사를 맡은 20비행단 군검찰로부터 보고를 받고, 사실상 수사 지휘를 한 것으로 지목된 상부 조직이다. 사건 초기 변호를 맡았던 국선변호인 A씨 역시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군 법무관이다. A씨는 ‘부실 변론’ 의혹에 이어 이 중사 사망 후 법무실 관계자들에게 피해자의 신상을 유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족들은 국방부 검찰단에 A씨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어깨 부딪쳤다” 길거리 폭행에 50대 사망…30대 가해자 집유

    “어깨 부딪쳤다” 길거리 폭행에 50대 사망…30대 가해자 집유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어 다투다 50대 남성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33)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15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북구 한 건물 앞에서 B씨(당시 52)와 어깨를 부딪쳐 다투다 주먹을 휘둘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말다툼 끝에 B씨에게 머리채를 붙잡힌 채로 건물 옆 골목 안쪽으로 끌려가 폭행을 당하자 격분해 주먹으로 B씨의 얼굴과 머리를 수회 때려 안면부 다발성 좌상 등을 가했다. B씨는 같은달 21일 병원에서 머리 손상과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A씨 측은 “주먹으로 때린 사실은 인정하나 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없었다”면서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느껴 피해자를 폭행했는데 폭행의 강도와 정도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는 폭행을 당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술을 마신 것은 인정되나 범행 직후 경찰관에게 자신이 폭행해 의식을 잃게 했다며 범행을 비교적 정확하게 진술한 사실이 있다”며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목숨을 잃었고 그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면서도 “피해자 유족에게 3억1000만원을 지급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양형을 설명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위안부 손배소 패소한 日 정부에 법원 “한국 내 재산 목록 공개하라”

    법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된 일본 정부에 한국 내 재산 목록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단독 남성우 판사는 지난 9일 “채무자는 재산 상태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재산명시 기일에 제출하라”며 고 배춘희 할머니 유족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재산명시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법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 사건에서 국가면제의 예외가 인정된다며 일본의 배상 책임을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강제집행 후 발생할 수 있는 대일관계의 악화 등 국가 간 긴장 발생 문제는 행정부의 고유영역이고, 사법부의 영역을 벗어난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 올해 1월 8일 승소했다. 일본은 ‘국가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송에 불응했고, 1심 판결 뒤 항소하지 않아 패소가 확정됐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공군 부사관’ 국선변호인 피의자 전환 소환

    ‘공군 부사관’ 국선변호인 피의자 전환 소환

    ‘1년 전 성추행’ 준사관도 피의자 조사군검찰, 2차 가해 혐의 관련 10명 소환이 중사 유족 상대로 참고인 조사 진행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국방부 검찰단이 15일 피해자 이모 중사의 초기 변호를 맡았던 국선변호인 A씨와 이번 사건과 별도로 1년 전 이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준사관 B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소환 조사했다. 이날 소환 조사는 이 중사의 유족 측이 지난 3일과 7일 B씨를 강제추행 혐의, A씨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A씨는 공군본부 법무실 인권나래센터 소속 군 법무관으로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정식 신고한 지 엿새 뒤인 3월 9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됐다. 유족 측은 A씨가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달 22일까지 이 중사를 단 한 차례도 면담하지 않는 등 부실 변론을 한 혐의로 고소했다. 또 이 중사의 인적 사항과 사진 등을 외부로 유출하고 유가족을 ‘악성 민원인’이라고 비난했다는 혐의도 고소장에 포함했다. B씨는 다른 부대 소속으로 1년 전 이 중사가 소속됐던 제20전투비행단에 파견을 왔다 이 중사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다. 이번 사건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인원은 가해자 장모(구속) 중사와 이 중사를 회유하고 과거 성추행까지 한 혐의를 받는 노모(구속) 준위, 이 중사 회유에 가담한 노모(구속) 상사, 성추행 사건 당시 차량을 운전한 C하사를 포함해 여섯 명이 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12~13일 2차 가해 관련 제15특수임무비행단 부대원 7명과 부실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20비행단 군 검찰 관련자 3명을 소환조사했다. 15비행단은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되기 나흘 전에 전속한 부대다. 소환 조사를 받은 15비행단 부대원 7명은 이 중사의 신상을 유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아울러 15비행단에서 이 중사는 관심병사 취급을 받고 통상과 다르게 엄격한 절차를 준수할 것을 요구받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유족 측은 주장하고 있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20비행단 군 검찰은 지난 4월 7일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고도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 55일 동안 피해자 및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았고, 장 중사의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집행하지 않는 등 부실·지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21명으로 구성된 특별감사팀을 공군본부와 20비행단, 15비행단에 투입해 지휘부 등 100여명에 대한 1차 감찰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필요시 보강 조사나 검찰단 수사 등을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방부 검찰단은 15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접견실에서 이 중사의 유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했다. 국군수도병원은 이 중사가 안치된 곳으로, 모친의 건강 문제로 병원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마늘주사’ 맞고 패혈증으로 사망…의사·간호조무사 집행유예

    ‘마늘주사’ 맞고 패혈증으로 사망…의사·간호조무사 집행유예

    이른바 ‘마늘주사’로 알려진 수액주사를 소홀히 관리해 주사를 맞은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와 간호조무사들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박신영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인천 모 의원 병원장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간호조무사 B와 C씨 등 2명에게도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 등은 2018년 9월 인천 모 의원에서 D씨 등 60대 환자 2명에게 ‘마늘주사’로 불리는 수액주사를 투여해 1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D씨는 수액주사를 맞은 뒤 패혈성 쇼크 증상을 보여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나흘 만에 숨졌다. 같은 날 수액주사를 맞은 다른 환자도 비슷한 증세를 보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조사 결과 병원장 A씨는 주사 투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수액을 일정량 미리 덜어내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간호조무사 B씨 등은 보호 캡을 제거한 병에서 수액을 뽑아 이틀 동안 실온에서 보관한 뒤 여기에 다른 앰플들을 섞어 마늘주사를 만들었다. A씨는 개봉한 지 한참 지난 수액이 제대로 보관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피해 환자들에게 투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D씨 등 피해 환자들이 2시간 넘게 구토와 저혈압 등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데도 주사 투약만 중단하고 별다른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 D씨 등은 같은 날 남편의 119 신고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박 판사는 “피해자들에게 투여된 수액은 미리 개봉해 보관하는 과정에서 패혈증 원인균에 노출됐을 개연성이 매우 높고, 이에 따라 피해자들이 패혈증에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들이 패혈증에 걸리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상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의사로서 적절한 의료 행위를 할 책임을 지고 간호조무사들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면서도 “피해자 유족과 합의했고 한 피해자에게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해 피해가 상당 부분 회복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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