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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 피해 유가족들 방치 실태

    범죄 피해 유가족들 방치 실태

    “아빠가 우리 주위를 떠도는 것 같아요.” 석태(가명·15·중3)와 석준(가명·13·중1)이 형제는 수시로 악몽을 꾸고 환청을 듣는다. 주의가 극도로 산만해 하나의 일에 집중을 못한다. 대화할 때에는 상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말도 뚝뚝 끊어서 한다. 학교에선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기 일쑤고 어려운 일을 만나면 지레 포기하고 집에 와 버린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유 없는 적대감을 보이기도 한다. 형제는 서울 답십리동에 살던 지난해 11월15일 집에서 엄마(37)가 술 취한 아빠(당시 49세)를 목졸라 살해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알코올 중독에다 매일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아빠였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주려고 쌈짓돈을 털어 사놓은 돼지고기마저 남편이 술로 바꿔 마시자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 엄마가 교도소에 들어가면서 형제는 현재 경북에 있는 외삼촌 집에 살고 있지만 범죄 현장을 두 눈에 담았던 충격으로 심각한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고 있다. 강력범죄 피해자들이 당국의 허술한 지원시스템 때문에 정신적·경제적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강력범죄 피해자와 유가족은 심각한 ‘충격 뒤 스트레스성 장애(PTSD)’를 겪지만 정신치료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개정 범죄피해자구조금제도도 피해자가 일일이 복잡한 절차를 직접 처리하도록 돼 있는 데다 단발성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의 한 보육원에서 사는 정우(가명·13·중1)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종일 책만 읽는다. 또래보다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진다. 똑같은 질문에도 대답이 제각각일 때가 많다. 젖은 빨래를 걷어오는 등 기초생활능력도 모자란다. 정우는 누나 민정(가명·16·고1)이와 지난달 이곳에 입소했다. 아이들의 엄마(41)는 지난 5월20일 아이들의 고모부(36)에 의해 살해됐다.7년 전 뇌졸중으로 남편을 잃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병원·목욕탕 청소로 월 60여만원을 벌어온 아이들 엄마는 힘들게 모은 3000만원을 고모부에게 잘못 빌려줬다가 못받게 되자 재촉을 했다가 화를 당했다. 남매는 둘만 남겨진 채 무서움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고모부가 범죄에 연루돼 체포됐는데도 큰집 친척들은 매일같이 남매를 돕겠다며 집으로 몰려왔다.“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엄마가 돌아가시자 보호자를 자처하며 전세금과 보험금 등을 알아보고 다녔어요.” 정우는 큰집 식구들이 올 땐 정말 싫었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네사람들로부터 소식을 들은 동사무소를 통해 남매는 사건이 터지고 한달 반이 지난 7월8일에야 보육시설로 왔다. 보육원 김영식 사무국장은 “민감한 사춘기에 남매에게 내재된 범죄 피해의식이 사회적 불만으로 표출될 우려가 있다.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게 해 볼 예정이지만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외면당하고 있다. 전세금 1200만원과 시청 환경미화원이던 아빠의 연금 월 20만원, 얼마가 될지 예측할 수 없는 보험금과 범죄피해자 구조금 500만원이 전부다. 그나마 아이들에게 구조금의 존재를 알려준 건 관할 당국이 아니라 사건 담당형사였다. 강릉서 강력팀 조원석 경사는 “범죄 피해로 고아가 된 아이들에겐 단발적인 도움보다 정기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호주 국립대(ANU)

    [명문대 교육혁명] 호주 국립대(ANU)

    |캔버라 윤창수특파원|“호주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계를 확장하고 강화한다.” 1921년 계획도시로 세워져 한국의 참여정부 공무원들이 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해 즐겨 찾는 호주의 수도 캔버라.1946년 이곳에 들어선 호주국립대(ANU)는 호주를 벗어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뻗어나가려는 호주인들의 여망이 담긴 연구 중심 대학으로 처음부터 설계됐다. 이 대학의 아시아 중시는 1973년 영국이 유럽연합(EU)의 전신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하면서 호주 원자재에도 관세를 매기자 더욱 강화됐다. 영국을 통해 유럽으로 원자재를 수출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누려온 호주로선 새로운 활로를 아시아에서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호주 국민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자국군인들이 연합군 ‘총알받이’ 노릇을 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어 이것도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데 작용했다. 이 대학 일본연구센터의 이덕용 교수는 “설립 초기부터 대학원이 먼저 들어서고 학부가 나중에 생기는 등 연구 중심 대학으로 ANU가 세워졌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연구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매우 뜨겁다.”고 소개했다. 아시아·태평양학 대학원생들은 의무적으로 지역 현장 연구를 해야 한다. 외국에서 1년 공부하는 데 대학으로부터 7000∼1만 2000 호주달러(520만∼870만원)를 지급받는다. ●한국학 수업 참관해 보니… 러시아 출신 한국학 전문가 타티아나 가브로센코 박사가 주도하는 ‘현대 한국 사회’ 학부 강의에 들어가 봤다. 마침 이날 강의 주제는 18년간 통치한 박정희 정권의 공과였다. 가브로센코 박사는 “농촌과 공장을 오가며 현장 순시를 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은 인민복을 입고 현장지도를 하는 김정일 위원장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빔 프로젝터로 각종 사진과 도표 등을 제시하며 박 정권의 특징을 빠른 속도로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중요하게 소개된 인물은 박태준 전 포항제철(현 포스코) 회장이었다. 박 전 회장의 “일이 곧 취미이고 1년 365일 쉬지 않고 일한다.”는 말도 언급됐다. 가브로센코 박사는 박 전 회장처럼 모든 한국인이 열심히 일했기에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현대 한국 사회’는 학부생을 위한 6학점짜리 교양강좌지만 튜토리얼(개인지도) 수업에서 좀더 심도있는 토론 기회를 갖는다. 주 3∼4시간 수업 중 1시간씩 주어지는 튜토리얼은 튜터가 10∼15명의 학생을 모아 토론하고 실습, 실험하는 시간으로 영국 옥스퍼드에서의 오랜 전통이다.2학기에는 ‘북한 사회’란 강좌가 개설된다.‘현대 한국 사회’ 수강생인 사브리나 크랜베리는 “읽을거리가 많긴 하지만 몰랐던 아시아 역사를 알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ANU에서 한국 관련 강좌의 인기는 한류의 영향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계 입양아나 혼혈아도 있지만 한국과의 교역에 종사하고자 하는 호주인들도 한국어를 배운다.“아니메(애니메이션) 때문에 일본어를 배웠다면 한국어는 드라마 때문에 배운다.”고 한국어 강의를 맡고 있는 로알드 말리양카이 교수는 설명했다.IMF 전에는 한국어 수강생이 35∼40명이었지만 10명 미만으로 줄었다가 최근 3∼4년새 25명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이 가운데 70%가 호주인이다.ANU에서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 이들은 5번째로 많다. 한국인 유학생은 80여명으로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이어 10번째다. ●졸업생 절반 이상 대학원 진학 ANU 학생의 절반 이상은 ‘복수 전공’을 택한다. 대학에서는 부전공으로 언어학 학위를 권장한다. 회계학에 한국어, 법학에 아시아 전공을 겸하는 식이다. 호주 정부는 2004년까지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어를 주요 4대 언어로 정하고 이를 가르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했다. 졸업생의 54%는 곧바로 석·박사 과정에 진학한다. 이 숫자는 호주 전체 학부 졸업생의 평균 대학원 진학 비율 23.4%보다 훨씬 높다.ANU가 연구 중심 대학임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그것도 졸업생의 85%가 ANU 대학원에서 공부한다. 인문·사회전공 학부 과정은 3년에 끝난다. 교양과정 없이 바로 전공부터 듣기 때문에 학생들의 시간표는 고등학생처럼 빡빡하다. 튜토리얼을 포함해 5∼6시간의 강의를 들어야 하는 과목을 한 학기에 4개씩 듣는다. 교수진 3180명 가운데 44%인 1200여명은 강의를 전혀 하지 않고 연구만 한다. 이들의 숫자는 호주의 다른 대학 교수들의 3배가 넘는다. 호주정부 연구위원회(ARC)가 지원하는 연구비의 3분의1을 ANU 연구교수들이 받고 있을 정도다. 교수들은 매년 학부장과 면담에서 올해는 어떤 연구를 하겠으며, 어떤 성취를 해내겠다는 계획을 문서로 써서 약속한다. 지키지 못할 경우 특별한 제재는 없지만 연구 업적이 없으면 승진이 되지 않고, 연봉도 오르지 않는다.‘논문을 안 쓰는 교수는 창피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의 불문율로 ANU의 연구 경쟁력을 강화한 토대가 됐다. 면학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한 대학 지원도 세심하기 그지없다. 건물의 층마다 문방구가 있어 스테이플러, 공책, 필기도구, 포스트잇 등을 공짜로 가져다 쓸 수 있다. 도서관에서 드는 복사비는 영수증만 가져오면 학과 사무실에서 처리해 준다. 식비를 빼고 학업에 드는 비용은 모두 학교가 부담하는 셈이다. geo@seoul.co.kr ■ 이안 찹 총장 인터뷰 |캔버라 윤창수특파원|“대학이 나를 고용했지, 정부가 나를 고용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안 찹(63) ANU 총장은 자신의 임명권은 대학이 갖고 있지만, 선임 과정에 정부 입김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항상 공적 재산을 관리해야 하므로 대학에 제한을 가하지만,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국립대학에선 선거에 의해 총장을 뽑는다고 기자가 소개하자 좋은 제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선거를 통해 임명되면 대학을 경영하기 힘들고, 총장직은 매우 복잡하고 지속적인 일이므로 임명제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물론 그에게 한국의 대학 총장 직선제가 민주화의 산물이란 점을 이해시킬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ANU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호주 정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영국의 식민지로 출발한 국가의 존립 근거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게 된 호주는 이웃한 아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힘쓰게 된다.ANU는 호주의 국가 이념이 ‘백호주의’에서 ‘다문화주의’로 바뀌면서 그에 따른 문화사상적인 ‘싱크 탱크’로써 역할하게 된 것이라고 찹 총장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태평양 연구면에서 ANU는 세계 최고의 학문적 깊이를 자랑하고 있다. 대학 예산의 40%는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된다. 물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지원금이 지급된다. 대학안의 연구회사를 통한 수익, 학생 등록금, 자문비 등으로 나머지 예산이 충당된다. 찹 총장은 현재 ANU와 정부의 호흡은 일할 정도로 잘 맞다고 밝혔다. 독일에선 교수 및 총장 임명에 정부가 직접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호주 정부는 대학에 견딜 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학이 곤경에 처했을 때 정부나 정치인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총장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총장의 대학내 자주권은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ANU의 현재 유학생 비율은 22%. 앞으로는 25%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호주 명문 8개 대학 연합체인 ‘G8’의 회장이기도 하다.ANU는 연간 4000억원이 넘는 대학 예산의 69.7%를 연구비로 쓰고 있는데 이는 G8 국가 가운데 최고다. geo@seoul.co.kr ■ 김형아 교수 인터뷰 |캔버라 윤창수특파원|“아시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데 있어 호주가 갖는 교육 경쟁력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학자를 길러내야 합니다.” 아시아·태평양학 대학원 정치사회변동학과의 김형아 교수는 현재 ANU의 유일한 한국인 교수다.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는 한국인 교수로는 ANU 설립 이후 처음이다. ANU가 아시아 태평양 연구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한국학은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연구에 비하면 실적이나 규모에서 한참 처진다. 중국학 교수는 40명이 넘는데 한국학 교수는 고작 4명이다. 호주의 4위 교역 상대국인 한국의 호주 유학생 수는 2만 2000여명으로 중국에는 뒤진다. 중국에서는 대규모 군부대를 보내듯 연간 100∼200명의 박사과정 유학생을 ANU에 보내지만, 한국인은 15명뿐이다. ANU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아시아·태평양학의 권위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학 대학원에는 강의를 하지 않고 연구만 하는 교수가 100명 이상이며 대학원생은 430명이다. 김 교수는 “중국연구센터나 일본연구센터처럼 버젓한 한국연구센터를 ANU에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geo@seoul.co.kr ■ 김솔지 교환학생 인터뷰 |캔버라 윤창수특파원|고려대 유전공학과에 재학 중으로 1년간 ANU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김솔지(20)씨는 “강의 수준이 고려대보다 뛰어난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시스템이 월등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슬라 홀 기숙사에 머무르고 있는 김씨는 유학생들을 위한 세심한 지원과 배려가 넘치는 ANU의 교육 환경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마이크를 켠 채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강의가 끝나자마자 녹음된 내용이 인터넷에 그대로 다 오른다. 아직 영어가 부족해 수업을 다 알아듣지 못하지만, 인터넷에 녹음 파일이 올라 충분히 복습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실험기구도 부족해 교수가 실험하는 모습을 쳐다보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ANU에서는 모든 학생이 실험에 참여한다. 시험을 중간중간에 보고, 튜토리얼 강의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벼락치기 공부는 하려야 할 수 없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geo@seoul.co.kr
  • [지금 전북에선] 브레이크 걸린 김제공항 건설사업

    [지금 전북에선] 브레이크 걸린 김제공항 건설사업

    “되는 일이 없다.” 전북도민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전북지역에서 추진되는 굵직한 숙원사업들이 대부분 무산되거나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사업, 방폐장유치, 군산자유무역지역 지정 등 대형 국책사업마다 구호만 거창할 뿐 가시화되는 사업은 없어 도민들의 소외의식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도민들의 피해의식은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는 표심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제공항 건설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전북도가 지난 1999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김제공항 건설사업이 지난 2004년 이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공항 없는 전북 전북에는 민간 공항이 없다. 이 때문에 외국여행을 떠나는 도민들은 대부분 인천공항까지 가야 한다. 인천공항까지 가려면 버스로 4시간이나 걸린다. 인천공항에서 베이징이나 상하이, 도쿄까지 1시간30∼40분이 걸리지만 전북에서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훨씬 길다. 제주도를 가는 도민들도 인접지역인 광주공항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불편을 겪고 있는 전북도민들은 도내에도 하루빨리 공항이 건설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공항이 없는 곳은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첨단산업을 유치하거나 관광산업을 육성하려 해도 공항이 없는 곳은 오지나 다름없이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전국에서 인구 50만 이상인 중규모 도시 가운데 공항을 끼지 못한 곳은 전북 전주시가 유일하다. ●부지만 매입하고 중단 김제공항 건설사업이 거론된 것은 10년 전인 1996년 전북도가 건설교통부에 전주권 신공항 건설을 건의하면서부터다. 교통개발연구원의 타당성 조사에 이어 1998년 공항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김제시 백산면·공덕면 일대에 1474억원을 들여 2007년까지 길이 1800m, 너비 45m짜리 활주로 1개와 보잉 737급 여객기 3대가 이용할 수 있는 계류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또한 2001년 말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2002년에는 건설업체도 선정했다. 전북도는 2002년부터 부지 매입에 들어가 지난해 말까지 46만 5000평의 편입용지 보상을 완료했다. 부지매입에 이미 39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초기부터 타당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업은 감사원에 의해 공식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감사원은 지난 1998년 11월 건설교통부 감사에서 공항건설에 따른 경제성 분석과 공공성·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개발여부를 결정하라고 처분했다. 또 서해안고속도로 건설, 호남선 전철화 등 육상교통체계 변화에 따른 항공수요에 대해 추가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건교부와 전북도는 김제공항 건설사업을 강행했다.1999년 6월부터 9월까지 교통개발연구원의 항공수요 재검토 결과를 근거자료로 제시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2003년 9월 항공수요 재검토에 대한 감사에서 수요예측 및 경제적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며 사업 착공시기 조정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김제공항 건설사업은 지난 2004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전북도 “공공기관 입주하면 항공수요 늘 것” 전북도는 감사원 지적사항인 항공수요가 최근 급증해 김제공항 건설사업을 조기에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만금 방조제 완공으로 지난해 200만명이던 관광객이 2010년에는 465만명,2020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혁신도시 건설로 한국토지공사 등 14개 공공기관이 입주하면 항공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김제공항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대거 전북으로 입주하고 있는 것도 항공수요 여건이 변화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내세운다. 최근 3년간 1717개사가 도내에 입주해 외국인 투자기업의 유치여건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군산 GM대우자동차와 완주 현대상용차의 수출물량 증가,LS전선 본사와 50개 협력회사 이전을 계기로 해외 바이어들의 전북 방문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공항이 없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부정적 전북도는 이같은 항공수요 변화를 근거로 김제공항 건설사업을 2007년 재개해 2010년 완공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내년 예산에 공항터미널과 활주로 기반공사에 필요한 50억원을 반영해 줄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측은 김제공항 건설사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건교부는 혁신도시 건설 등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되는 2012년쯤에나 공항 건설계획을 재검토한다는 구상이어서 도민들을 애태우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수요예측등 엉터리… 예산낭비 불보듯 감사원은 김제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애초부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감사원은 두 차례 감사를 통해 김제공항 건설사업의 근간인 교통개발연구원의 용역결과가 한마디로 ‘수요예측과 경제적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요예측이 부풀려진 엉터리 용역결과를 토대로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논리다. 감사원은 호남선 고속전철이 운행되면 실제 항공수요는 65% 이상이 감소하는데, 교통개발연구원은 이를 17%밖에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육상 교통수단 발달로 항공수요에 많은 변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48%포인트나 높게 예측한 것은 중대한 오류라는 지적이다. 김제공항의 2030년 항공수요도 연간 324만 6000명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136만 9000명이 적정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분석도 부정적이었다. 교통개발연구원은 편익비용(BC)값을 1.19로 분석했지만 감사원은 0.63에 지나지 않아 투자한 만큼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01년 실시설계 결과 총사업비가 1219억원에서 1688억원으로 38.5%인 469억원이나 증가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지역균형발전 차원 공사 조속 재개를” “전북지역은 항공노선의 사각지대 입니다. 김제공항 건설사업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하루빨리 추진돼야 합니다.” 전북도 박은보 교통행정과장은 11일 김제공항은 전북 발전을 위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전북의 공항건설 여건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방조제 완공과 혁신도시 건설 등 항공수요를 창출하는 대형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박 과장은 늦어도 내년부터 김제공항 건설사업을 다시 시작해야 2010년쯤 완공돼 혁신도시 등 각종 항공수요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설교통부가 혁신도시가 완공된 2012년 이후에 김제공항 건설계획을 재검토할 경우 크게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는 논리다. 특히 민선 4기를 맞은 전북도가 중국시장 개척과 대기업 유치 등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공항 건설사업은 더욱 절실한 지역개발 사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경비행기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하늘길은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각종 지역개발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감사원의 항공수요 예측 잘못 지적은 이미 해소됐다는 게 박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경북 울진과 전남 무안공항 건설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만큼 건교부도 이제 김제공항을 건설할 여력이 생겼다며 공사의 조기 재개를 촉구했다. “부지매입을 이미 마무리했고 시공업체도 선정한 마당에 공사를 2년째 중단하는 것은 전북지역에 대한 푸대접이라고 봅니다.” 박 과장은 김제공항 건설에 들어가는 예산이 국가경제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 않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 만큼 내년부터 당장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지금 전북에선] 브레이크 걸린 김제공항 건설사업

    [지금 전북에선] 브레이크 걸린 김제공항 건설사업

    “되는 일이 없다.” 전북도민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전북지역에서 추진되는 굵직한 숙원사업들이 대부분 무산되거나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사업, 방폐장유치, 군산자유무역지역 지정 등 대형 국책사업마다 구호만 거창할 뿐 가시화되는 사업은 없어 도민들의 소외의식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도민들의 피해의식은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는 표심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제공항 건설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전북도가 지난 1999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김제공항 건설사업이 지난 2004년 이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공항 없는 전북 전북에는 민간 공항이 없다. 이 때문에 외국여행을 떠나는 도민들은 대부분 인천공항까지 가야 한다. 인천공항까지 가려면 버스로 4시간이나 걸린다. 인천공항에서 베이징이나 상하이, 도쿄까지 1시간30∼40분이 걸리지만 전북에서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훨씬 길다. 제주도를 가는 도민들도 인접지역인 광주공항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불편을 겪고 있는 전북도민들은 도내에도 하루빨리 공항이 건설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공항이 없는 곳은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첨단산업을 유치하거나 관광산업을 육성하려 해도 공항이 없는 곳은 오지나 다름없이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전국에서 인구 50만 이상인 중규모 도시 가운데 공항을 끼지 못한 곳은 전북 전주시가 유일하다. ●부지만 매입하고 중단 김제공항 건설사업이 거론된 것은 10년 전인 1996년 전북도가 건설교통부에 전주권 신공항 건설을 건의하면서부터다. 교통개발연구원의 타당성 조사에 이어 1998년 공항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김제시 백산면·공덕면 일대에 1474억원을 들여 2007년까지 길이 1800m, 너비 45m짜리 활주로 1개와 보잉 737급 여객기 3대가 이용할 수 있는 계류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또한 2001년 말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2002년에는 건설업체도 선정했다. 전북도는 2002년부터 부지 매입에 들어가 지난해 말까지 46만 5000평의 편입용지 보상을 완료했다. 부지매입에 이미 39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초기부터 타당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업은 감사원에 의해 공식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감사원은 지난 1998년 11월 건설교통부 감사에서 공항건설에 따른 경제성 분석과 공공성·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개발여부를 결정하라고 처분했다. 또 서해안고속도로 건설, 호남선 전철화 등 육상교통체계 변화에 따른 항공수요에 대해 추가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건교부와 전북도는 김제공항 건설사업을 강행했다.1999년 6월부터 9월까지 교통개발연구원의 항공수요 재검토 결과를 근거자료로 제시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2003년 9월 항공수요 재검토에 대한 감사에서 수요예측 및 경제적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며 사업 착공시기 조정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김제공항 건설사업은 지난 2004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전북도 “공공기관 입주하면 항공수요 늘 것” 전북도는 감사원 지적사항인 항공수요가 최근 급증해 김제공항 건설사업을 조기에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만금 방조제 완공으로 지난해 200만명이던 관광객이 2010년에는 465만명,2020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혁신도시 건설로 한국토지공사 등 14개 공공기관이 입주하면 항공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김제공항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대거 전북으로 입주하고 있는 것도 항공수요 여건이 변화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내세운다. 최근 3년간 1717개사가 도내에 입주해 외국인 투자기업의 유치여건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군산 GM대우자동차와 완주 현대상용차의 수출물량 증가,LS전선 본사와 50개 협력회사 이전을 계기로 해외 바이어들의 전북 방문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공항이 없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부정적 전북도는 이같은 항공수요 변화를 근거로 김제공항 건설사업을 2007년 재개해 2010년 완공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내년 예산에 공항터미널과 활주로 기반공사에 필요한 50억원을 반영해 줄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측은 김제공항 건설사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건교부는 혁신도시 건설 등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되는 2012년쯤에나 공항 건설계획을 재검토한다는 구상이어서 도민들을 애태우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수요예측등 엉터리… 예산낭비 불보듯 감사원은 김제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애초부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감사원은 두 차례 감사를 통해 김제공항 건설사업의 근간인 교통개발연구원의 용역결과가 한마디로 ‘수요예측과 경제적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요예측이 부풀려진 엉터리 용역결과를 토대로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논리다. 감사원은 호남선 고속전철이 운행되면 실제 항공수요는 65% 이상이 감소하는데, 교통개발연구원은 이를 17%밖에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육상 교통수단 발달로 항공수요에 많은 변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48%포인트나 높게 예측한 것은 중대한 오류라는 지적이다. ■ 박은보 道 교통행정과장 “지역균형발전 차원 공사 조속 재개를” “전북지역은 항공노선의 사각지대 입니다. 김제공항 건설사업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하루빨리 추진돼야 합니다.” 전북도 박은보 교통행정과장은 11일 김제공항은 전북 발전을 위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전북의 공항건설 여건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방조제 완공과 혁신도시 건설 등 항공수요를 창출하는 대형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박 과장은 늦어도 내년부터 김제공항 건설사업을 다시 시작해야 2010년쯤 완공돼 혁신도시 등 각종 항공수요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설교통부가 혁신도시가 완공된 2012년 이후에 김제공항 건설계획을 재검토할 경우 크게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는 논리다. 특히 민선 4기를 맞은 전북도가 중국시장 개척과 대기업 유치 등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공항 건설사업은 더욱 절실한 지역개발 사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경비행기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하늘길은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각종 지역개발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감사원의 항공수요 예측 잘못 지적은 이미 해소됐다는 게 박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경북 울진과 전남 무안공항 건설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만큼 건교부도 이제 김제공항을 건설할 여력이 생겼다며 공사의 조기 재개를 촉구했다. “부지매입을 이미 마무리했고 시공업체도 선정한 마당에 공사를 2년째 중단하는 것은 전북지역에 대한 푸대접이라고 봅니다.” 박 과장은 김제공항 건설에 들어가는 예산이 국가경제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 않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 만큼 내년부터 당장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김제공항의 2030년 항공수요도 연간 324만 6000명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136만 9000명이 적정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분석도 부정적이었다. 교통개발연구원은 편익비용(BC)값을 1.19로 분석했지만 감사원은 0.63에 지나지 않아 투자한 만큼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01년 실시설계 결과 총사업비가 1219억원에서 1688억원으로 38.5%인 469억원이나 증가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사설] 미사일 발사가 안보문제 아니라니

    청와대가 어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안보 차원의 위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의 미사일이 어느 누구도 겨냥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댔다. 국가안보를 책임진 청와대로서 신중하지 못한 언급이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우려와도 거리가 먼 인식이다. 청와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안보독재 시대의 망령에서 벗어나자’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북 미사일에 대해 차분히 대응하기로 한 방침은 대통령의 생각으로, 국민을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보독재 시대에 재미를 본 야당과 언론이 정부에 삿대질을 해댄다.”고 비판여론을 반박했다. 냉정하고 침착한 대응을 탓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북 미사일이 누구도 겨냥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안보위기가 아니라는 주장은 섣부른 상황인식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누구를 겨냥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 발사된 7발이 모두 동해에 떨어진 것이 애당초 목표가 없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발사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은 우리와 일본을 사정권으로 한다. 유사시 우리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무기들이다. 청와대 판단처럼 교착 상태의 북·미관계를 타개하려는 정치적 압박용이라 해도 무력도발의 가능성을 시위하는 행위 자체가 안보 위협인 것이다.“일본처럼 새벽부터 야단법석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언급도 외교적 상궤를 벗어나 있다. 앞서 서주석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꼭두새벽에 회의를 소집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경한 입장을 밝힌다고 우리의 대응 역량이 달라지느냐.”고 했다. 국민이 불안한 것은 이런 청와대의 안이한 상황 인식과 허점 투성이의 위기대응시스템이다. 대통령에게 늦게 보고하고 대책회의를 천천히 연다 해서 국민이 안심하는 게 아니다. 안보에 관한 한 한치의 허점도 보이지 않을 때 정부를 신뢰하는 것이다. 정작 안보독재에 대한 청와대 일각의 편협한 피해의식과 가벼운 행태가 걱정스럽다.
  • 지충호씨 휴대전화 4대 사용

    지충호씨 휴대전화 4대 사용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습격한 지충호(50·구속)씨가 두달 전쯤 지인들에게 “조금 있으면 돈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지씨는 출소한 뒤 모두 4대의 휴대전화를 자신의 명의로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박대표 피습사건을 수사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휴대전화 구입경위와 자금출처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지씨 친구 A씨는 지난해 8월 출소한 뒤 범행 직전까지 지인 30∼40명을 찾아다니며 용돈을 받아 생활해 온 지씨가 최근 친구들에게 “조금 있으면 목돈이 생기는데, 차를 살 생각”이라고 자랑했다고 전했다. 직업을 구하지 못하던 지씨는 학창 시절 친구에서부터 교도소 동기까지 찾다니며 살림이 어렵다고 호소해 수십만원씩을 받아 생활비로 활용했다. 지씨는 이렇게 받은 돈의 일부를 심부름센터를 통해 수감되기 전 내연녀를 찾는데 썼지만, 가정을 꾸린 내연녀가 자신을 박대하자 비관하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야당이 집권하던 시절, 자신이 억울하게 옥살이하면서 인생을 망쳤다는 피해의식이 표출된 것이다. 곧 목돈이 생길 예정이라고 떠벌리던 지난 1∼2월 지씨는 열린우리당 인천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가 취직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도움 없이 지난 4월 초 정수기 회사 C사에 입사했지만, 닷새 만에 해고당했다. 지씨는 이때에도 주변에 “열린우리당 도움으로 입사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는 “취직부탁 사실은 확인했으나 C정수기 회사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우리당의 청탁을 받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서부지법은 지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씨의 범행 직후 연단에 올라가 소란을 피워 재물손괴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52)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홍희경 윤설영기자 saloo@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6) 가공기술로 고부가가치 창출

    [농업 희망을 쏜다] (6) 가공기술로 고부가가치 창출

    “원전 기술자가 감을 재배하겠다고 하니까 모두들 이상하게 보더군요. 그 좋은 직장을 왜 관두냐는 것이죠.”전남 함평군에 있는 감 가공업체 ‘감나루’의 백성준(49) 사장은 농삿일과는 인연이 멀어 보인다. 하얀색 와이셔츠를 걸친 모습은 영락없는 일반 회사원이다. 하지만 그가 일군 ‘감의 신화’는 과수농가의 희망이 됐다. 시중에서 1개에 300원하던 홍시를 3000원에서 1만 2000원까지 받게 한 ‘벤처농기업’의 대표주자다. 백 사장은 “농업은 미래산업이자 생명산업”이라고 강조한다. 감을 ‘벤처등록 1차 농산물’로 둔갑시킨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기술의 힘의 컸다. ●설계 엔지니어, 벤처농업의 CEO가 되다 백 사장이 감과의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4년.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소속으로 전남 영광 원전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있을 때다. 당시 백 사장의 부인은 영광에 있는 감 과수원을 샀다. 하지만 감이 열리지 않는 묘목 1년생인 줄도 모르고 시세의 4배를 줬다. 그만큼 농업에는 관심도 없는 문외한이었다. 이후 간간이 과수원을 일궜고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외환위기가 닥친 97년 직장을 그만두고 과수 농꾼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99년 감을 첫 수확해 도매상에 넘겼다. 하지만 감이 물러지면서 팔리지 않아 모두 반품 처리됐다.15년에 걸친 직장생활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도매 중개인들은 떫은 맛을 없애면 모두 사주겠다고 귀띔했다. 그게 자극이 됐을까. 대학에서 기계학을 전공한 백 사장은 그 때부터 ‘감 연구자’가 돼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감이 떨어질 때에는 당도가 높지만 상품화하기에는 너무 무르다. 미리 수확하면 떫은 맛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떫은 맛을 없애고 무르지 않으며 당도가 높은 감이 있다면 사시사철 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쳤다. ●농업이 과학을 만나면 고부가가치가 탄생한다 백 사장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물질의 흐름과 관리를 기획하고 설계하던 경험을 살려 고분자화학과 기계설비를 농업에 적용했다. 감의 떫은 맛은 탄닌이라는 수용성 성분에서 나온다. 따라서 입안에서 탄닌 성분을 녹지 않게 하면 떫은 맛을 느끼지 못한다. 이후 건조로를 통해 떫은 감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압력과 온도를 맞춰 급랭했다가 해동하는 연구를 2년간 계속했다. 마침내 단단하면서도 떫은 맛이 사라진 전혀 새로운 감을 만들었다. “2001년 도매상인들을 쫓아다니며 맛을 보라고 했더니 신기해 하더군요.” 매출이 급증해 지난해에는 감 단일 품목으로 12억 68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원가 대비 순이익률이 무려 250%에 이른다. 사실 떫은 맛을 없애는 탈삽기술은 새로운 게 아니다. 기존의 기술로는 떫은 맛을 제거하는 데 20일이 걸리고 감이 물러져 상품화가 쉽지 않은 게 문제였다. 그러나 감나루는 24시간 이내에 떫은 맛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수확한 뒤 단단한 상태에서 단맛을 유지하는 홍시를 유통시킬 수 있게 됐다. 떫은 감을 무른 연시로 만드는데 사용된 기술이 과거 인체유해 논란에 휩싸이곤 했지만 감나루는 친환경 공법으로 특허를 받았다. ●홍시 아이스크림으로 대박 백 사장은 2003년부터 과수농원을 감나루란 기업으로 문패를 바꿨다. 이어 탈삽기술을 응용,‘아이스 홍시’와 연시와 곶감의 중간단계인 ‘반건시’도 잇따라 내놓았다. 아이스 홍시는 1개에 3000원, 반건시는 크기에 따라 달랐지만 백화점에서 최고 1만 2000원까지 받았다. 특히 아이스 홍시는 탈삽된 감을 영하 20도로 얼린 뒤 여름철에 껍질을 벗겨 판매하기 때문에 ‘홍시 아이스크림’으로도 불린다.‘감동’이라는 브랜드로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지난해 8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서울과 대전 등에는 학교급식용으로 공급될 정도다. 백 사장은 “탈삽기술은 과일뿐 아니라 차와 모과, 채소 등에도 상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채소의 경우 엽록소를 파괴하지 않고 급냉·해동할 수 있어 유통혁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상추는 오뉴월에 1관(3.75㎏)짜리가 7000원 하지만 8월에는 4만원까지 가격이 뛴다. 하지만 감나루의 기술을 적용해 냉동저장하면 8월에도 1만원 이하로 채소를 팔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 ●감 단일품목으로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다 백 사장은 지난 9일 중국 산동성 쯔보(치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이스 홍시 공장 설립건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앞서 2004년에는 중국 북경시 1만평에 연산 1000t 규모의 아이스 홍시 생산공장 계약을 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70억원을 투자했다. 백 사장의 지분은 49%다. 백 사장은 “중국산 감이 세계 생산량의 75%를 차지하지만 90% 이상이 사료 등으로 쓰인다.”면서 “새로운 탈삽기술을 사용해 감을 상품화하면 감 소비가 늘 뿐 아니라 중국 농촌지역의 소득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이같은 효과를 노렸다. 중국에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농기업에 대한 투자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오는 2008년 북경 올림픽의 공식빙과로 지정받아 시장을 세계로 넓힌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전남 함평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정부 인증 받아도 대출 기피 여전 감나루 백성준 사장이 중국에 진출한 속사정은 따로 있다. 과일과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떫은 맛을 없앨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어도 국내에서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 사장은 “정부가 기술을 인증했지만 금융기관은 자금을 대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다른 기업들은 로열티없이 기술을 공유하자고 달려드는 등 무임승차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때문에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는 줄 알면서도 중국 정부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정은 감나루에 국한된 게 아니다. 새싹채소를 재배하는 건강나라의 한경의 대표는 “정부가 사업성을 인정해 줘도 농협이나 금융기관은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담보부터 찾는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작은 사업에도 수억원이 필요한데 땅이 전부인 농민들이 무슨 수로 수억원 어치의 담보를 제공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농기업대표들은 특히 농민이 만든 농협이 농민 위주로 생각하지 않으며 정책자금 지원의 주체를 농협에서 일반 금융기관으로 확대,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생 연구위원은 “제조업처럼 농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모델이 개발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농기업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한 역할을 농협이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 관계자는 “대출시 담보 위주에서 사업성이나 수익성 평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농업의 리스크가 커 농업 쪽으로 자금이 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다만 농기업자금팀을 신설, 대출 관련 모델을 개발 중이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했다. 정책자금 지원을 일반 금융기관과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농림부의 결정에 따르겠지만 농협이 경쟁력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책자금 지원 잔액은 25조원에 이른다. 신한은행 여신심사 관계자는 “담보는 미래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될 때 채권보전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이지 농업에만 차별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평가받는 쪽에서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1차산업의 리스크나 미래의 판매 예측은 제조업이나 IT쪽보다 쉽기 때문에 사업성만 좋다면 돈을 빌리는 데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보다 농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평가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농협이나 금융기관이 담보가치만 따질 게 아니라 미래의 수익구조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감나루’ 성공요인 분석 감은 사과 등 다른 과일보다 비타민 함유량이 훨씬 많은데도 떫은 맛 때문에 한철에만 소비되는 ‘비선호 과일군’으로 분류됐다. 카바이트를 사용한 기존의 홍시 가공법은 인체에 유해한 가스가 발생하고 폭발의 위험성마저 있는데다 감의 조직이 액체 상태로 바뀌어 유통과 저장에 어려움이 있었다. 더욱이 늦가을과 초겨울에 집중 출하돼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고 유해성분에 대한 우려는 소비자들의 웰빙 트렌드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감나루의 탈삽기술은 이같은 문제점을 일시에 없앤 혁신적인 친환경공법이다. 또한 홍시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꿔 ‘단단한 홍시’라는 전혀 새로운 상품을 탄생시켰다. 냉동했다가 먹는 아이스 홍시는 ‘당도’와 ‘점도’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지만 설탕과 착색색소가 전혀 첨가되지 않아 시장에선 자연식 영양식품으로 인기를 끌게 했다. 가격이 3000원으로 비싼 게 흠이지만 1000원짜리 아이스 홍시로 다양화하는 전략도 세웠다. 감을 활용한 감주스, 감식초, 감조미료 등의 개발로 부가가치 창출의 맥을 이어갔다. 특히 감나루가 가공기술만으로 중국에 진출, 중국 정부의 투자를 이끌어 내 농업 분야도 기술과 경영능력만 뛰어나다면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1차산업으로만 여겼던 농업의 외연을 확대시킬 수 있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우리 농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농업의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농기업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제품 개발이 요구된다. 김영생 농촌경제硏 연구위원
  • [열린세상] 선거철에 춤추는 개발사업/이건영 중부대총장

    미국의 사학자 제임스 로빈슨은 ‘인간의 희극’이란 저서에서 “선거전은 고의로 사람을 감정의 수라장으로 이끌어 가며 냉정한 쟁점으로부터 관심을 흐리게 한다. 그래서 보통 때 같으면 능히 발휘할 수 있는 사고능력을 마비시킨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벌써부터 전국이 선거바람으로 요란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그러나 때로는 위험하고 낭비적인 축제일 수도 있다. 후보자들은 무엇으로 표를 낚고 있는가? 여론조사에 의하면 ‘인물’이나 ‘정책’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굵직굵직한 ‘지역개발사업’의 득표력이 크다. 주민들에게 직접 피부에 와닿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철이면 지역개발 관련 선거공약이 쏟아져 나온다. 중앙당에서 쏟아놓은 것도 있고 후보자들이 남발하는 것도 있다. 그린벨트를 풀겠다거나 고속도로 또는 공단과 같은 국책사업을 유치하겠다는 화끈한 공약에서부터 마을도로와 같은 소소한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는 이미 정부계획으로 확정된 것도 있고, 지역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재원의 뒷받침이 없어 엉뚱하기도 하고 타당성이 없거나 또는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인 일회용도 있다. 지금 우리 국토는 지역 간의 갈등으로 동서남북으로 갈라져 있다. 그래서 저마다 자기고장에 대한 자존심에 예민하다. 따라서 지역개발사업이 표를 낚는 유력한 방법인 것은 사실이다. 좋은 사업을 끌어와야 하고 혐오성 사업은 다른 지역으로 밀어내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저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홀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또 그런 피해의식에 스스로 젖어 있는 것이다. 소위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이다. 낙후된 지역에서는 낙후된 서러움을 달래기보다 자극하는 것이 선거 전략이 되기도 한다. 지역주민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들의 일차적인 관심은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이 어떻게 되느냐이다. 지역개발사업은 가장 가시적인 사업이다. 그래서 지방마다 도로, 터널, 공업단지 등 각종 지역개발사업으로 온통 채색이 된다. 당연히 그 지역의 청사진은 호화스러워진다. 이로 인한 폐단이나 부작용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니페스토(manifesto) 정책선거를 정착시키려는 요즈음의 움직임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선거철에 나부끼는 공약은 우선 냉정한 재원조달방안이나 또는 투자우선순위의 검토에 의해 발표된 것이 아니고 즉흥적이기 때문에 공약(空約)이 되기 일쑤이고, 억지로 추진이 될 경우 이는 지역경제나 국가 또는 지방재정을 왜곡시킬 것이다. 지역개발이란 무릇 백년대계를 보며 만들어져야 하는 것인데, 선거 때 벼락치기로 성안되어 결국은 그 지역의 애물단지가 된 경우도 많다. 또한 무책임한 개발공약으로 인해 주변 지역의 땅값이 올라 투기바람을 몰고 오거나 더욱 사업을 어렵게 할 가능성도 높다. 어떤 경우는 아무런 청사진도 없이 기공식을 해대는 경우도 많다. 공교롭게도 선거철만 되면 부동산값이 뛰었다는 사실에 유의하자. 원래 개발사업이란 전문가들이 냉철한 타당성분석과 예산조정 과정 그리고 주민여론의 여과를 거쳐 확정되게 마련이다. 당의 정책에 따라 투자우선순위 또는 재원조달방안이 제각기 다를 수는 있지만, 지역개발사업은 본질적으로 특정 정당의 정략이나 표의 볼모가 될 수는 없다. 정당으로서 또는 후보자로서 미래의 국토비전이나 지역의 개발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즉흥적이 되거나 무책임할 경우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지역주민들이 동네의 다리나 도로 공약의 사탕발림에 흔들린다면 그것은 몇푼의 돈에 유혹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링컨은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고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초의 힘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건영 중부대총장
  • [쉬어가기˙˙˙] 김남일 “이젠 축구 사랑해주세요”

    ‘아드보카트호’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김남일과 이호(이상 수원)가 20일 구단 행사가 끝난 뒤 “WBC도 끝났으니 이젠 축구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해 눈길. 이들은 “한국야구팀의 선전을 축하한다. 이젠 야구가 끝난 만큼 독일월드컵에 대비해 K-리그에서도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 그동안 월드컵 열기에 피해의식까지 갖고 있던 야구계는 “좋은 성적을 내고 볼 일”이라며 격세지감을 실감했다고.
  • [‘워드 신드롬’ 다시보기] “혼혈관심 금세 사라질라”

    경기도 안산 W초등학교 5학년 기운(가명)이는 별명이 ‘아프리카’다. 방글라데시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정모(36)씨 사이에 태어난 그는 ‘코시안’(코리안+아시안)이다. 기운이는 3년 전 서울에서 학교에 다닐 때 우울증을 앓았다. 아이들이 집단으로 따돌려 언제나 혼자였다.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수도없이 부탁했지만 소용 없었다. 정씨는 “하인스 워드라는 사람 때문에 쏟아지는 혼혈에 대한 관심은 금세 사라질 열풍밖에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 “냄비근성탓” 냉소적인 국내 혼혈인 한국계 혼혈 하인스 워드가 미국 프로풋볼(NFL)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되면서 국내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문·방송이 워드와 그의 어머니 김영희씨의 ‘영웅담’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내 혼혈인들은 이런 분위기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냄비근성’에서 비롯된 것쯤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혼혈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냉대가 너무나 오랜 기간 강하게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자프로농구 드래프트 5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돼 코트를 누비고 있는 장예은(19)양도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장양은 주한 미군이었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장영심(51)씨 사이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장양이 네 살일 때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 어머니 장씨는 식당주방과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장양을 눈물로 키웠다. 하지만 장양을 괴롭힌 건 가난만이 아니었다. # 오히려 좌절·열등감 줄 우려 차별을 받기는 코시안이나 흑인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백인인 지은(가명·15)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된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바로 진학할 수 없다. 이전 학교에서 아이들이 하도 ‘양키’라고 놀리고 괴롭혀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로 전학 왔지만 이곳은 정부에서 학력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고등학교에 가려면 중졸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한 혼혈인 지원단체 관계자는 “백인 혼혈이 우대받는 것은 미국 시민권이 있고 경제력을 갖춘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러시아계 백인혼혈 아이들은 어머니가 성매매 여성이거나 돈에 팔려온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는다.”고 덧붙였다. 혼혈인과 관련 단체들은 이번 워드 열풍이 오히려 국내 혼혈인들의 피해의식을 심화시킬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혼혈인협회 박근식 회장은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지금 잠깐 쏠리는 관심은 문제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거친 뒤 학계와 유관기관은 물론 당사자의 의견까지 모두 모아 제도적 지원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혼혈인 수는 민간지원단체인 펄벅재단이 미국계 5000명, 코시안 3만명 등 3만 5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을 뿐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수치는 없다. # 혼혈인 숫자부터 파악하라 국제가족한국총연합 배기철 대표는 “워드의 성공은 혼혈인들이 희망으로 삼을 박수쳐 주고 싶은 일이지만 이 땅을 지켜온 혼혈인들이 오히려 좌절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될까 두렵다. 워드의 어머니도 훌륭하지만 미국보다 훨씬 못한 국내에서 차별과 싸워온 혼혈인과 가족들도 역시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정치플러스] “北 2월 6자재개 반응없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7일 최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우리 국민 일부가 걱정하는 분야(동북아 분쟁개입)는 아주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상정한 것”이라며 “피해의식이나 패배의식을 갖고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현재 우리의 위상에서 볼 때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5일부터 2주일간 다보스 포럼과 유럽·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반 장관은 6자회담 재개와 관련,“중국이 2월 중 재개를 제안했지만 현재까지 북측의 반응이 없다.”며 따라서 2월 개최를 확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 58개띠들의 이야기/각계인사 27명 인생기록

    대한민국 국민치고 ‘58년 개띠’에 관한 ‘살벌한(!)유언비어’ 혹은 ‘눈물겨운 수난기’ 한 토막 들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내가 말이야,58개띠인데’라거나 ‘그 사람,58개띠잖아’라는 말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묘한 뉘앙스를 풍기기 마련이다. 십이간지에 태어난 해를 붙여부르는 이 전무후무한 58개띠의 기원은 어디서 출발한 걸까. 그리고 도대체 왜 58개띠가 화두가 되는 걸까. 술자리 야사로만 내려오던 58개띠의 인생역정을 당사자들 스스로가 낱낱이 밝힌 책이 나왔다. ‘58개띠들의 이야기’(화남)는 각계 각층의 인사 27명이 58개띠로서 살아온 인생보고서이자 난생 처음 우리 사회에 발언하는 집단의 목소리이다. MC 임백천, 국회의원 정병국, 김상철 공평아트센터 관장,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 시인 방남수·서애숙, 화가 류연복, 소설가 임영태·조명숙씨 등 필자들의 면면에서 보듯 가난, 반공, 유신, 뺑뺑이로 상징되던 58개띠들은 이제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세력으로 성장했다. ‘왜 58개띠인가’라는 질문에 시인 이재무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우리 세대 스스로가 붙인 수식어의 혐의가 더 짙다.”면서 “좋게 말하면 동료의식, 나쁘게 말하면 피해의식의 발로인 셈인데 다른 세대가 나서서 말하기전에 그들이 우리를 보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줄여보려는 것 아니었겠느냐.”고 추측했다. 58개띠의 설움은 중·고교 무시험 전형인 ‘뺑뺑이’의 첫 수혜자, 기성세대와 386세대사이의 이른바 ‘낀 세대’,IMF체제하의 명퇴바람을 고스란히 맞은 세대라는 기구한 역사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임백천씨는 “동문회 모임에 가서 ‘58년 뺑뺑이들은 저쪽 구석으로 가라’고 농담섞인 박대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참으로 억울하기까지 하다.”고 털어놨다. 명리학 공부를 한 시인 정영희씨는 “무술생은 괴강살을 타고나 자기주장이 강하고, 여자는 남자보다 더 사나운 팔자”라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저녁 서울 충무로 음식점에서 열린 출판 자축연에서 이들은 그간의 설움과 억울함을 털어내며 이렇게 외쳤다.‘58개띠들에게 축배를!’.9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커리어우먼의 모델’ 이행희사장 조언

    ‘커리어우먼의 모델’ 이행희사장 조언

    “직장인의 젠더(성·性)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입니다. 뒤에서 ‘나도 할 수 있는데….’라고 속삭이지 말고, 먼저 나서서 여러분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지난 13일 밤 서울 여의도의 빌딩숲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국회의사당 앞 현대카드·캐피탈 건물은 열기가 가득했다.50여명의 여직원들은 밤이 깊은 줄도 모른 채 여성 강사의 열변에 귀를 쫑긋 세웠다. 현대카드·캐피탈의 여직원 조직인 ‘우먼스 네트워크’가 마련한 강연회였다. 강사는 커리어 우먼의 ‘모델’로 떠오른 한국코닝 이행희 사장. 평사원으로 입사해 16년 만인 지난해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 사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아시아에서 주목받을 10대 여성 기업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학은 물론 해외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그녀가 단시간 내에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된 데 주목했다. ●“여성의 리더십이 세상을 바꾼다” 리더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차별을 딛고 오직 능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 사장의 경험과 철학은 ‘금과옥조’였다. 직제에도 없는 계장을 거치고서야 대리가 됐던 일, 코닝사의 제품 6만개를 줄줄이 외웠던 경험…. 이 사장의 이야기 보따리를 여직원들은 꼼꼼하게 받아 적었다. 고속승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좌절하거나 실패한 적은 없는지 등 질문도 쏟아졌다. 현대카드·캐피탈에 ‘우먼스 네트워크’가 조직된 것은 지난 9월. 가장 ‘수평적인 조직’으로 평가받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전세계 여성 직원들을 하나로 묶고 있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 대리급 이상 여직원 97명이 모두 ‘우먼스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 전체 직원은 2500여명. 이중 여성이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리 이상의 여직원은 전체의 9%에 불과하다. 회사는 갈수록 늘어나는 여성 인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 관리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대리급 이상 여직원들을 조직해 리더십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출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신입사원 모집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지는 ‘여초(女超)현상’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보조자’에 그치고 있는 여성 직장인들의 현실을 고민하는 금융권에서도 현대카드의 이 실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 여자는 가정이 없나 봐” 설립 초기에는 ‘우먼스 네트워크’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짜임새 있는 참여 프로그램이 없으면 흔한 여성 친목단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기우였다. 학벌과 군대, 술자리 등으로 이미 탄탄한 ‘네트워크’가 있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의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열망과 참여는 뜨거웠다. 강연회 사회도 돌아가면서 맡을 정도로 철저한 참여 속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산됐다. 사장과 임원들을 불러내 회사 사정과 경제 전반을 묻고 토론했다. 진석현 인력개발팀장은 “네트워크 출범 이후 여직원들의 자세가 몰라보게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직원들은 아직도 멀었다고 느끼고 있다. 남성이 열심히 일하면 성실하다고 칭찬하지만 여성이 밤 늦도록 사무실을 지키면 ‘독종’이라며 수군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네트워크의 회장격인 성경희 소비자보호센터 부장은 “남자 상관이 ‘NO’하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여자 상관이 ‘NO’하면 ‘왜 저렇게 깐깐하지?’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행희 사장은 여성들이 먼저 피해의식을 버리고,“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여사원들이 이에 공감하면서도 “여성의 한계를 미리 단정짓는 남성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은 직장 생활에서 무엇을 더 이루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 사장은 “글로벌 리더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 답변을 듣는 여직원들의 표정에는 부러움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짙게 묻어났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돌아온 ‘원조 에로스타’ 안소영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돌아온 ‘원조 에로스타’ 안소영씨

    우리나라 최초의 심야 상영 영화를 아시나요. 시곗바늘을 20여년 전으로 되돌려보자.1982년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 한 해였다. 자정까지 제한된 통행금지가 해제됐고 두발 자유화가 실시됐다. 또 전국적인 교복 자율화 조치도 이때 결정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른바 3S(Screen,Sex,Sports) 정책에 의해 일련의 문화적 잠금장치를 푼 것. 따라서 성 묘사에 대한 까다로운 검열장치도 자연스럽게 완화됐다. 이때 깜짝놀랄 영화 한 편이 등장한다. 바로 ‘애마부인’이다. 우리나라 에로영화의 효시로 지난 54년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키스장면이 나오는 ‘운명의 손’(한형모 감독) 이후 가히 혁명적 사건일 만큼 과감한 노출로 영화 팬들을 흥분시켰다. 그해 3월27일 자정, 서울극장에서는 ‘애마부인’을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심야 상영하게 된다. 이날 밤 좌석수 1500석인 극장에 50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아수라장이 됐다. 매표소가 박살나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 이처럼 당시 ‘애마부인’은 통금해제에 편승, 수많은 청춘들을 심야극장으로 끌어들였다. 뿐만 아니다. 개봉 첫해에 31만명의 관객을 동원, 그해 한국영화 개봉작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후 ‘애마부인’은 한국 영화 사상 최다인 무려 13편의 속편이 제작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아울러 숱한 ‘애마걸’이 등장하면서 갖가지 스캔들까지 뿌렸다. 또 ‘산딸기’‘빨간앵두’‘뼈와 살이 타는 밤’ ‘피조개 뭍에 오르다’‘어우동’‘변강쇠’‘뽕’ 등의 에로영화가 봇물처럼 스크린을 장식했다. ‘애마부인’은 이래저래 우리 사회의 변천사와 궤적을 같이했고 추억의 팬들에겐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제목의 ‘애마’는 ‘愛馬’가 아니라 삼베를 사랑하는 ‘愛麻’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애마부인’이 다시 거론된다. 그 주인공이 컴백하기 때문이다. 안소영(46·본명 안기자)씨. 미국에서 살다가 지난 5월 7년 만에 귀국했다. 최근에는 누드화보집을 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프랑스 영화 ‘엠마뉴엘’과 ‘차탈레 부인의 사랑’의 실비아 크리스텔이 떠오른다. 이른바 한국의 실비아 크리스텔로 비유되는 안소영.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영화에서 적극적인 섹스를 추구하는 여인으로 파격 등장했다. 이로 인해 나름대로 한(恨)많은 인생길을 걸어왔다. 늘 벗어야 하는 배우로, 또 ‘큰 가슴’이라는 고정된 시선과 굴레를 동시에 안고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안씨는 지난 76년 연기 인생을 시작해 95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끝으로 영화계를 떠났다. 또 98년 미국으로 훌쩍 떠나 뉴저지주에서 ‘황부자 순두부집’을 운영하며 아들과 둘이 외롭게 지냈다. 틈틈이 한국의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의 본능을 참지 못했고 결국 귀국을 결심했다. 돌아오자마자 KBS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출연했고, 지난 8월에는 누드화보를 찍었다. 서울여대 사진학과 교수인 안씨의 동생과 함께 서울과 제주에서 촬영했다. 안씨는 요즘 ‘내나이 마흔일곱’을 위해 특별한 것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에 데뷔 30년을 맞는다. 그래서 뮤지컬과 영화출연을 위해 차분히 준비 중이다. 뮤지컬 제목은 ‘뜨거운 홍차를 같이해’이며 내년 3월 대학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서 주인공 히피소녀를 맡아 노래와 연기력으로 승부를 걸 각오다. 영화는 ‘안소영 세대에 바친다’는 주제로 현재 시나리오 작업이 다 끝났다. 벗는 배우의 굴레를 벗고 나이에 걸맞은 제2의 배우인생으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커피숍에서 안씨를 만났다. 머플러와 체크무늬 상의가 가을날 햇살과 잘 어울렸다. 먼저 근황을 물었다.“일주일에 3일은 서초동의 예술의 전당을 찾아요. 뮤지컬 자료를 얻기 위해서지요.”라고 대답했다. 뮤지컬은 목소리도 따라줘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지체없이 “옛날부터 뮤지컬을 하고 싶었어요. 성대가 약하긴 하지만 폐활량을 높이기 위해 매주 일요일마다 등산을 통해 체력훈련하고 있지요.”라고 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청계산을 찾는다는 것. 때마침 아들한데 전화가 걸려온다. 숙제가 끝나면 할머니를 모시고 공원 산책을 나가라고 했다. 조심스럽게 아이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었다.“아니, 아직도 그런 질문 하나요. 그냥 미혼모로 알아주세요.”라고 하면서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아들과 서로 의지하며 잘 살고 있거든요.”라고 약간 역정을 낸다. 이어 미국 생활 얘기가 나왔다. 그는 97년 미혼모가 됐고 ‘안소영 컬렉션’이라는 의상실 경영도 어려워져 미국 뉴저지로 떠났다. 아는 사람이라곤 동생 지인들이 전부. 처음에는 의류명품점을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아들이 워낙 순두부를 좋아해 순두부집을 2년 동안 운영하게 됐다. 아들 이름이 황도연. 부자되라는 뜻에서 ‘황부자∼’로 지었다. 운동화끈을 조여매고 주방이며 손님 접대며 밤 10시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하다보니 힘들어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고백했다. 안씨에게 ‘애마부인’은 어떤 모양으로 남아 있을까.“어쩔 수 없이 출연했고 그로 인해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왔어요.”라고 했다. 그래서 애정보다는 ‘애증’이 가득한 작품이라고 했다. 자신의 본질적 연기는 그게 아닌데 늘 ‘애마부인’으로 고정시선을 받는 게 정말 싫었고, 또 행복보다는 시련과 굴곡이 더 많았다고 했다. 아이에게도 배우라는 점을 당당히 얘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그렇게 투자를 많이 했건만 ‘애마부인’이란 족쇄로 얻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안씨는 “그 영화 이후에는 감독마다 다들 벗으라고 해 정말 싫었어요.”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임권택 감독만큼은 달랐다고 했다. 추억 한토막.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촬영현장을 따라다니던 안소영은 중학교때 처음 임 감독을 만났다.“소영이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어.”라는 얘기를 들어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애마부인’을 찍고 나서 “너무 어이가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86년 임 감독의 ‘티켓’에 출연한 안씨는 “감독님 제발 벗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었다. “원래 저는 순수 연극을 좋아했어요. 이해랑 선생님의 연극 ‘죄와벌’(극단 신협)에서 노주현씨랑 처음 연기를 했거든요.” 안씨는 어릴 적 원로 배우 김지미씨를 좋아했다. 김씨가 웃을 때 입이 약간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거울 앞에서 흉내를 내곤 했다. 중학교 때부터 서울 충무로의 배우전문학교에 다니며 영화계 사람들과 자주 만났다. 고교 졸업 때에는 기자가 되려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 응시했으나 떨어져 인생팔자가 연기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결혼할 생각이 없느냐고 하자 “남자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해요. 어떤 기대감도 없고요. 아이와 살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얻으면 되잖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들처럼 결혼해서 한 아내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성격상 맞지 않는다는 것. 안씨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살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미국이나 타이완에서 순두부집을 곧 낼 예정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순두부는 보통 한국식이 아니라 양념이나 재료에 많은 정성을 쏟아붓는 특별 순두부라고 했다. “제게 연기를 위한 열정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요.‘독짓는 늙은이’의 편안한 시골여인처럼 살고 싶어요. 화려함이 아닌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말입니다. 또 나이 60에는 제 인생의 누드화보 전시회를 꼭 열 생각입니다.” km@seoul.co.kr ■그가 걸어온 길 ▲1959년 서울 출생 ▲78년 정화여자상고 졸업 ▲76년 ‘내일 또 내일’로 영화 데뷔 ▲77년 연극 ‘죄와 벌’ ▲주요 출연작 오늘밤은 참으세요(81년) 애마부인(82) 달빛 멜로디(84) 여자가 두번 화장할 때(84) 자유처녀(85) 합궁(88) 그 섬에 가고 싶다(93)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95) 등 17편
  •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스티븐 코비 지음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스티븐 코비 지음

    방글라데시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던 무하마드 유누스. 단돈 20센트가 없어 가난에 허덕이는 이들을 보고 그는 자신의 돈을 빌려줬다. 더 많은 이들을 돕기 위해 그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지난 1983년 정부를 설득, 정식 은행을 세웠다. 방글라데시에서 극빈층을 대상으로 소액신용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그라민은행의 설립자인 유누스. 그는 빈곤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인물이다. 현재 그라민은행은 1267개의 지점을 통해 마을 주민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대출금이라야 고작 12∼15달러의 소액이지만 가난한 이들은 그 돈으로 자신과 가족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소액신용대출 운동은 이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내면의 소리 찾아 의미있는 삶 추구 그는 ‘내면의 소리’를 찾았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사회에서 자신을 필요로 함을 느껴 재능을 발휘하고 열정을 쏟았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다음에는 신뢰를 쌓아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았고, 마지막으로 조직을 통해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도화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스티븐 코비 지음, 김경섭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 코비 박사는 성공을 위한 8번째의 습관으로 ‘내면의 소리를 찾고, 남들도 찾도록 고무하라’고 말한다. 그는 15년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자기 계발서를 통해 이미 수 많은 개인과 조직을 변화시켜 온 인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청와대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가 제시한 8번째의 습관 하나는 종전 그가 외쳤던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승-승(win-win)을 생각하라 ▲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시켜라 ▲시너지를 내라 ▲끊임없이 쇄신하라 등 7가지의 습관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꺼운 분량의 내용이다. 단순한 직업적 성공을 넘어 사회에 기여하는 조화롭고 균형잡힌 삶을 그는 궁극적인 목표로 내세웠다. 7가지 습관의 핵심이 변명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삶의 주인이 되라는 얘기라면 8번째 습관은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얘기다. 그는 사람들이 재능을 발휘하고, 열정을 갖고, 세상에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며, 양심의 명령에 따라 일할 때 진정한 성공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도 내면의 소리를 찾도록 도와야 우리 내면에는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며 공헌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찾은 다음 다른 사람도 같은 길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이 개인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조직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대승적 차원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자신의 삶을 주도하고 조직의 변화를 주도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키우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1만95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발언대] 원전센터 건립에 지혜 모으자/정장섭 한국중부발전 사장

    최근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우리 경제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유가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유가의 폭등은 원유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허리띠까지도 더욱 졸라매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유독 이러한 유가상승의 피해를 상당부분 비켜가고 있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발전산업이다. 발전산업 분야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과거 1970년대 두 차례의 유류 파동을 겪으면서 탈유전원(脫油電源) 정책에 따라 원자력과 유연탄의 비중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원자력과 유연탄을 이용한 발전량은 전체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원자력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력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서 제몫을 다하고 있다. 더구나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환경친화적 연료이기 때문에 기후변화협약 등 나날이 강화되고 있는 국제환경 기준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고질적으로 따라다녔던 원자력에 대한 편견과 불신이 사라지고 원자력 발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30년 만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보장으로 원전건설 재개를 선언한 미국이 그렇고, 석유부국임에도 불구하고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원자력 발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그렇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와 함께 19년간이나 표류해온 우리의 원전수거물 센터 건립에도 최근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지난 6월16일 원전수거물 센터 부지선정 절차가 공고된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유치를 추진한 결과 4곳의 지자체가 주민들의 동의 하에 유치 신청을 한 것이다. 원전수거물 센터는 말 그대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작업자들이 사용했던 작업복, 장갑, 기기교체 부품 등을 수거하여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한 시설이다. 이 시설에서 처분되는 ‘중·저준위 원전수거물’은 사용 후 핵연료 등 고준위폐기물의 100억분의1에서 100만분의1 수준으로 극히 미미한 양의 방사능만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따라서 중·저준위 원전수거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염려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19년 동안 원자력에 대한 근거 없는 피해의식과 편견에 사로잡혀 왔다. 그러나 이번에 유치를 신청한 4곳의 지자체로부터 시작된 변화의 바람은 이제야 원자력이 본래의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되어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일정에 따르면 오는 11월 말경이면 주민투표 결과에 의하여 최종부지가 선정될 것이다. 그때까지 유치를 신청한 지자체의 지역주민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이 문제가 원만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모처럼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회로 예전처럼 중도하차하는 일 없이 원전수거물 센터 건립이라는 알찬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향후에도 원자력이 주는 풍요로운 혜택을 우리 세대는 물론이고 후손들에게까지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지혜와 슬기를 모아가야 할 때라 생각한다. 정장섭 한국중부발전 사장
  • “부시 언행불일치는 정신적 문제”

    ‘조지 부시의 잦은 언행 불일치엔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뉴올리언스 참극에 대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거짓말과 책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심리를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한 책이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인 저스틴 A 프랭크는 ‘부시의 정신분석’(교양인)이란 책을 통해 세계 최고 권력자인 부시의 모순적 행동 이면에 어린 시절 받은 고통과 상처, 부모의 양육에서 비롯된 공포와 불안이 도사리고 있음을 파헤치고 있다. ‘친절하고 쾌활한 사람이 어떻게 정부의 극빈자 지원 프로그램 기금을 삭감할 수 있단 말인가? 깊은 신앙심을 강조하는 사람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라크를 폭격하고,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즐거워하며 자축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한편으로는 환경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돗물에 비소 함량을 늘리도록 허가할 수 있단 말인가?’ 프랭크 교수는 부시의 집안내력과 성장과정에 얽힌 사연, 가족과 친구, 측근들의 사적인 기록과 증언, 인터뷰, 대통령이 된 이후의 발언과 행동 등 광범위한 자료를 토대로 이같은 부시의 모순 투성이 내면을 추적했다. 책에 따르면 부시는 명문가에서 태어났으나 능력이 미치지 못해 어릴 적부터 주의력 결핍 행동장애를 보였으며, 난독증에 학습장애, 사고장애, 편집증적 과대망상 증세를 보였다는 것. 이같은 피해의식 속에서 과도한 방어심리가 작용해 선과 악, 문명과 야만 식의 단순화된 이분법의 과대망상적 변형들이 중첩되어 오늘날 부시의 모순적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프랭크 교수는 분석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삼성 ‘기아車부도 책임론’ 불끄기

    안기부 ‘X파일’을 계기로 삼성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위해 부도를 내는데 일조했다는 ‘삼성책임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삼성이 재빨리 ‘불끄기’에 나섰다. 삼성은 28일 기아차 침몰 배경을 분석한 A4지 9장 분량의 98년 당시 신문기사를 근거로 제시하며 “기아차 부도원인은 당시 부도덕한 전문경영인이 구속되는 등 십여년간의 부실경영에 있었음이 드러났는데도 일부 언론이 불법녹취록을 근거로 그 원인이 삼성에 있었던 것처럼 무책임한 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반박했다.X파일에는 삼성의 자금을 지원받은 97년 당시 유력 대선후보들이 삼성의 기아차 인수를 도와주겠다고 밝힌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삼성으로서는 겨우 진정국면으로 전환된 X파일 사태가 기아차 인수 로비로 전이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이 제시한 당시 신문기사들은 ‘기아사태는 노사문제, 지역감정, 관료조직의 병폐, 정치권의 위기관리능력 부재 등 한국병의 총집합체였다.’,‘삼성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보고서가 기아의 자금난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수는 있었겠지만 삼성의 음모 때문에 기아가 부도났다는 주장은 가당찮다.’,‘기아차가 ‘삼성 음모론’에 집착했던 것은 삼성에 대한 깊은 피해의식과 함께 경영실패에 대한 변명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한 임원은 “최근의 기아차 관련 보도 등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법적대응 등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씨줄날줄] 新황화론/육철수 논설위원

    오늘날 중국경제의 초고속 성장에 주춧돌을 놓은 이는 누가 뭐래도 덩샤오핑(鄧小平)이다.50∼100년이란 먼 앞날을 내다보고 설계한 그의 ‘3단계 발전론’은 지금 한창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바오(溫飽·1979∼1999년), 생활의 여유를 즐기게 한다는 샤오캉(小康·2000∼2020년), 선진복지국가 건설에 나서는 다퉁(大同·2020년 이후)이 바로 덩샤오핑이 제시한 3단계 국가경영 대계(大計)다. 이런 국가비전을 착실하게 수행 중인 중국은 1999년 1인당 국민소득 800달러를 넘겨 1단계인 원바오를 거뜬히 달성했다. 연평균 8∼9%라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률을 이어가는 중국에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이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2020년이면 중국이 구매력에서 미국을 앞서고 2040년에는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된다는 예측이 나오는 판이니 미국으로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마침 중국기업의 미국기업 인수를 둘러싸고 미국 정계와 경제계에는 황화론(黃禍論)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모양이다.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진주만 공격,1980년대 일본자본의 미국 부동산 싹쓸이에 이어 제3의 황화론이 거론되는 셈이다. 중국 최대의 컴퓨터업체인 렌샹은 지난해말 IBM PC부분을 어렵게 인수했다. 이어 올 들어 CNOOC(크눅)가 미국의 자존심격인 석유회사 유노칼을 노리고 있고, 하이얼은 미 가전업체 메이텍 인수를 추진 중이다.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와 711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2위의 외환보유고를 앞세운 중국의 파상공세에 미국은 국가안보까지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미국이 케케묵은 황화론을 들고 나오는 걸 보면 다급하긴 다급한 것 같다. 황색인종에 의한 백색인종의 피해의식을 일컫는 황화론의 원조는 13세기 몽고의 유럽 진출이다. 이후 청일전쟁 때인 1895년 독일황제 빌헬름 2세가 황색인종을 억압해야 한다고 들먹인 게 공식화된 황화론이다. 정치·군사·인종적 의미가 강하지만 지금은 경제적 의미가 덧붙여져 ‘신(新)황화론’으로 불린다. 카오스 이론처럼 ‘베이징의 나비’가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불게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지역균형선발’ 대학 생색용

    ‘지역균형선발’ 대학 생색용

    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부터 지역균형선발을 대폭 확대하거나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대상이 될 서울 및 대도시 이외 지역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지역균형 선발제도는 허울만 좋을 뿐, 대학들의 속셈은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특기자 전형 등 서울지역 학생들에게 유리한 장치가 곳곳에 마련돼 있어 지방 학생들은 실속 없이 들러리만 서는 것 아니냐는 피해의식이 팽배해 있다. ●특기자전형 서울 학생에 유리한 장치 곳곳에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고려대 ‘지역인재전형’ 등의 핵심은 내신성적 중심으로 학생을 뽑는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학생들이 서울 및 대도시 지역 학생들에 비해 수능·논술 등은 떨어져도 내신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는 지방에서도 대도시 등에 국한된 얘기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북 고창 명선고 정민영 교사는 “흔히 강남이나 특목고에서 내신이 불리하다지만 이는 지방도 마찬가지”라면서 “지방에는 학생수가 적은 학교가 많아 백분율이 적용되는 내신 등급에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인근 고교 방문이 그저 ‘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고대 서울학생도 선발… 연대는 모집인원 안밝혀 학생부로 모집정원의 2∼3배를 뽑는 지역균형선발 1단계에 합격해도 나머지 전형에 심층면접 등이 있어 탈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전북 남원 서진여고 이현준 교사는 “지역균형 전형은 외부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든 성격이 강하다.”면서 “내신 외 또다른 조건으로 결국 지방학생들을 걸러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려대가 보겠다는 심층면접은 곧 본고사”라면서 “열악한 교육환경에 있는 지방학생들에게는 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 괴산고 김상렬 교사는 “지방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지역균형선발에 거는 기대는 극히 적다.”면서 “대부분 수시나 정시의 일반전형에 지원을 하고 논술대비를 위해 학교 묵인 하에 서울로 원정 학원수강을 간다.”고 귀띔했다. 지역균형 전형의 정원도 도마에 올랐다. 고려대의 경우 정원의 10% 미만인 400명 정도를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그나마 적용대상 지역에 서울이 포함돼 실제 지방 고등학생들이 차지할 공간은 더욱 줄어든다. 특히 지역별 학생수에 따라 강제 할당하기 때문에 결국 대도시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공산이 크다. 연세대의 경우 수시 1학기 전형에서 ‘교과성적우수자 전형’을 실시하지만 모집인원을 밝히지 않아 형식적 전형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모집정원의 3분의1을 뽑는 서울대에 대해서 춘천 봉의고 정재욱 교사는 “그나마 지방에서 공부 좀 하는 아이들은 서울대가 독식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 서울대합격 5개시도서 줄어 불균형 악화 이런 가운데 서울대가 2005학년도부터 수시모집에서 도입한 지역균형선발 전형이 별로 효과를 못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합격자 현황(전체 3373명)을 보면, 지역균형선발제에도 9개 도 가운데 전년에 비해 서울대 합격자 비율이 줄어든 지역은 강원과 충남 등 5곳이나 됐다. 강원은 2004년 합격자 비율이 2.67%였으나 올해는 1.75%로 크게 떨어졌다. 충남도 3.22%에서 2.14%로 급감했다. 충북, 전북, 경북도 줄어들었다. 반면 제주가 0.68%에서 0.92%로 늘어난 것을 비롯해 경남·전남·경기가 약간 증가했다. 정원의 20%인 659명을 지역균형선발로 뽑았는데도 지역간 불균형이 여전했던 데는 특기자와 정시선발에서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의 합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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