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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계석] 피해구제 각하와 기각에 대한 평가/ 신수경 새사회연대 정책기획국장

    민주주의법학연구회와 새사회연대는 21일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국가인권위 5년 무엇을 남겼나’는 주제의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신수경 새사회연대 정책기획국장이 발표한 ‘국가인권위원회 각하와 기각 결정에 대한 평가’를 간추려 소개한다.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의 투쟁으로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가 5주년을 맞았다. 연 평균 4000건 이상 진정이 접수됐다는 사실은 인권위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치를 방증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조사와 구제 조치를 받지 못하고 각하·기각되고 있어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한 국가의 피해구제 기능이 형식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정보공개를 통해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의 각하 또는 기각 사유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각하 사유 중 가장 많은 것은 진정인이 진정을 취하하거나 조사를 원하지 않을 때(전체의 60%)였다. 특히 구금시설에서 취하율이 높았는데 시설 내에서의 불이익 등의 이유로 진정이 취하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제11차 전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자가 직장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퇴직을 강요당하는 분위기가 있어 진정이 쉽지 않다고 지적됐다. 인권위는 각하 또는 진정 사건의 유형별 통계와 분류를 통한 인권침해 구조와 유형을 파악하고, 각하 또는 기각된 진정사건에 대한 재심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인권침해 또는 차별행위에 대한 형식적 피해구제 기능으로는 국민적인 신뢰를 얻기 어렵다. 아직도 인권위를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 모든 국민들이 ‘아하, 국가인권위원회’라는 탄성을 지를 수 있기 위해서는 좀 더 현장에 뿌리박고 실질적인 피해구제 조치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수경 새사회연대 정책기획국장
  • [표류하는 의료법안] (하) 나도 소송겪은 의사지만…

    [표류하는 의료법안] (하) 나도 소송겪은 의사지만…

    얼마 전 부산의 성형외과 의사가 수술 중 일어난 사고로 괴로워하다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김봉기(가명·51) 원장은 5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김 원장은 2002년 1월 의료사고를 경험했다. 그의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가 뇌성마비에 걸리자 산모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제왕절개 수술을 제때 하지 않았다며 의료진의 책임을 물었다. 1심에서 패소한 김 원장은 그걸로 끝내려고 했다.“법원에서 소장(訴狀)만 날아와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매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워야 했습니다. 보험금으로 다 보상해 주고 그대로 덮어버리고 싶었지요.” 하지만 변호사는 끝까지 가보자고 했고 결국 3심까지 간 끝에 김 원장은 승소를 했다. 그러기까지 3년은 악몽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그나마 소송 과정에서 환자 가족들이 병원에 찾아와 소란을 부리거나 협박을 하지 않은 게 다른 의사들에 비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요즘 또다시 소송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이번에는 5년 전과는 정반대로 피해자의 입장이다. 지난해 친동생이 어이없는 의료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의 동생은 뇌수막염으로 지방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했다가 후유증을 얻어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공간지각 능력을 잃어 누군가 부축을 해줘야만 움직일 수 있다. 혼자서 바깥에 나갈 수도 없다. “뇌수막염은 병원에서 1주일 정도만 치료 받으면 금세 나을 정도로 가벼운 질환입니다. 열과 콧물이 나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어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입원한 지 1주일이 지나자 동생은 퇴원은커녕 식구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정신이 오락가락해졌다. 배는 가스로 가득 차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의사들은 그때까지도 “완전 정상이다. 전혀 문제 없다.”며 오히려 가족들을 타박했다. 담당 과장은 동생이 중환자실로 옮겨졌는데도 아침 회진마저 거르고 박사논문을 쓴다며 서울로 훌쩍 떠났다. “의사가 환자 안 보고 뭘 합니까. 그렇게 해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뭐 합니까. 수련의는 바빠서 환자를 못본다는 게 핑계가 될 순 없지요.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도 그럴까요.”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고 진료기록 복사본을 구하면서도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환자가 진료기록을 요구하면 차트를 완전히 새로 쓰고 의사·간호사들이 입을 맞추기도 한다기에 의심은 갔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새로 옮긴 병원의 의사들은 “형이 의사가 아니었더라면 동생은 죽었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냥 두었더라면 막무가내로 수술을 하겠다며 배를 갈랐을지도 모를 만큼 진료의 기초조차 지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담당 의사의 불성실한 태도였다. 같은 동네에 사는 그 의사는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나도록 김 원장 가족에게 전화 한 통,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동생의 상태가 걱정돼 전화를 했더니 “그걸 왜 나한테 물으십니까. 알아서 하십시오.”라고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의사는 신이 아닙니다. 완벽할 수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조심운전을 해도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는 피할 수 없듯이 손을 쓸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환자를 제대로 보살핀다면 100% 막을 수 있는 사고도 있습니다.” 김 원장은 “이런 사람에게 의술을 맡겨선 안 된다.”며 몇 번이고 병원에 찾아가 문제를 공론화시킬까 생각도 했지만 한 사람의 미래를 망치는가 싶어 매번 그만두곤 했다. 소송도 그랬다. 끔찍한 일을 겪어본 당사자로서 웬만하면 법정으로 일을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의 몸을 망쳐 놓고도 책임을 지기는커녕 뻔뻔하게 나오는 의사와 병원의 태도를 보면서 생각이 변했다. 의료계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이다. 김 원장은 소송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美, 소송전 분쟁조정·의사 책임보험 의무화 미국은 1960년대 의료사고 소송이 급증하자 일찌감치 ‘의료과오개혁법’을 제정했다. 소송 전에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의사에게는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주(州)마다 분쟁조정 과정에 강제심사제도나 조정제도를 두어 쓸데 없는 소송으로 인한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덜게 했다. 책임보험의 형태와 운영 주체도 다양하게 해 의사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일본은 대부분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에 의존하고 있다. 의료사고 소송은 화해율이 일반 민사소송보다 높은 편이다. 의사배상 책임보험은 사(私)보험과 일본의사회 보험으로 이원화돼 있다. 사보험의 경우 과실로 인한 의료행위로 어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힌 경우에 한하기 때문에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나 고의로 인한 사고, 무면허 의료행위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본의사회 보험은 보상한도가 1건당 1억엔, 연간 총보상한도가 3억엔으로 현실적인 편이다. 다만 의사회 자체가 의무가입은 아니어서 전체 의사의 43%만이 가입해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각 단체서 보는 대안은 의료사고는 급증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사회적 대안이나 장치는 미흡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각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의료소비자=“의사가 무과실 입증하게 해야” 의료사고 피해자 지원단체인 의료소비자시민연대(의시연)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을 서둘러 제정, 과실이 없다는 걸 의사들 스스로 입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시연 강태언 사무총장은 “피해자들은 전문지식이 모자라는 데다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교통사고처럼 가해자인 의사가 자신의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의시연은 병원 내부 수술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에 폐쇄회로(CC)TV 설치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강 사무총장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의료현장의 모습을 기록하고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을 위해 하루 빨리 병원이 의료사고 보고 의무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사=“기피부서 전공의 보조수당 확충” 대한의사협회는 적정한 의료수가 보장과 전공의 기피부서에 대한 보조수당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협 김태학 의사국장은 “비현실적 의료수가 탓에 박리다매식 진료행위가 빈번한 데다 응급환자나 중환자 등을 치료하는 특정 진료과목에 필요한 의사인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의료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좀 더 현실적인 기피과목 전공의 보조수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기관=“독립적 감정기관 필요” 수사기관들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감정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오민석 주임은 “관내 대형 병원에 수사협조를 구해도 비협조적이어서 주로 의협에 의뢰하지만 회신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기간도 길어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 중립성과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는 독립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김종로 부장검사는 “주로 의협의 자문을 받고 있는데 100% 공신력이 보장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정하게 판단해 줄 수 있는 기관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기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구제를 우선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의료전문재판부 신수길 부장판사는 “과실 여부도 중요하지만 일단 보험이나 의료공제 가입을 강제해 적절한 피해자 보상제도부터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시스템은 환자와 의사 모두 피해자” 전문가들은 의료사고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표준화되지 않은 업무 절차와 수많은 인수인계 절차, 긴 근무시간 등이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전자의무기록을 만들어 병원간 교류를 통해 절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진은 환자측에 사고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고 정서적인 사과와 물질적인 보상을 병행하는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의료 과오를 저지른 의사가 같은 의료진의 정서적인 지지를 통해 실수를 공개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중대과실이 아닐 경우 면책특권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표류하는 의료법안 (상)] 기나긴 ‘나홀로 싸움’… 집·직장 잃어

    [표류하는 의료법안 (상)] 기나긴 ‘나홀로 싸움’… 집·직장 잃어

    의료사고는 환자의 몸과 마음에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사람 일이 으레 그렇듯 의사도 실수를 하지만 의사들이 이를 은폐하려 들면 환자들은 극도로 어렵고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나날이 늘어만 가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의료사고의 문제점과 법적 쟁점, 대안을 상·하 두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대전에 사는 박모(59)씨는 1997년 2월 턱밑이 부어 올라 한 정형외과를 찾아 수술을 받다 왼쪽 목 정맥이 절단당했다. 그러자 병원측은 느닷없이 말기암이라며 수술을 감행했다. 있지도 않은 암수술을 받은 박씨는 편도선 일부를 잘라내 지금 고무줄로 목을 조이는 느낌을 갖고 산다. 보상을 받기 위해 박씨는 병원을 상대로 9년 동안이나 소송을 벌였다. 그동안 의료소송에 전문성도 없는 변호사와 브로커들에게 준 비용만 1억 5000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박씨는 대법원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도장 공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집과 땅 등 부동산도 상당히 갖고 있었지만 다 날리고 지금은 영세민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박씨는 “온갖 브로커들에게 속다 보니 이제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의심병만 생겼다.”고 했다. 서울신문 취재팀이 만난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모두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의사의 과실로 난 사고를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가 입증하기 어려운데다 1·2심 판결에만 평균 3.9년 정도 걸리는 기나긴 소송 과정도 더욱 큰 고통을 주고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천모(60)씨는 5년전 고혈당으로 쓰러져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아내(58)의 몸 속에 1m 가량되는, 고무로 된 의료기기가 들어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의사가 의료기기를 몸속에 둔 채로 수술 부위를 봉합했기 때문이었다. 소송에 필요한 신체감정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아홉달 동안 법원이 지정해준 대학병원 등에 4번이나 진료기록을 보내 감정을 의뢰했지만 모두 “희귀한 케이스라 판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결국 감정결과 없이 소송에 나섰다가 병원측의 설득에 합의금을 받는 것으로 소송을 끝내고 말았다. 천씨는 개인택시까지 팔아 병원비를 충당해야 했다. 의료사고 전문 이인재 변호사는 “의사 세계가 워낙 좁기 때문에 서로 피해를 주는 감정을 해주지 않으려 해 어쩔 수 없이 대충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울산에 사는 회사원 이모(31)씨는 2001년 10월 출근길에 다른 사람들의 싸움을 말리다가 오른손 검지를 물리는 부상을 당했다.M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3주가 지나자 고름이 흐르고 썩은 냄새까지 나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골수염이라고 했다. 결국 2차례 수술 끝에 손가락 한마디를 잘라냈다. 수술받은 병원에선 “1차 치료에서 원인균을 규명하지 않아 잘못된 항생제를 처방했다.”고 말했다.M병원에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스스로 민사소송에 나서 직장일을 소홀히 하다 이씨는 5년 동안 세번이나 직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감정을 받더라도 절차가 피해자에게 절대 불리하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대부분의 전문 감정을 대한의사협회에 의뢰하고 의협이 대형병원 등을 통해 감정한 결과를 통보해 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2년전 법원에 “의협을 통해야 감정의사가 알려지지 않아 객관적인 감정을 받을 수 있다.”고 자기들 주도의 감정을 의뢰하도록 요청했다.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를 돕거나 객관적인 감정기관을 만드는데는 더 무관심하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의술도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라 과오가 분명히 존재한다. 의료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입원환자 100명당 4명 가까이 의료과오 피해를 보고 있다는 통계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협조도 없고 정부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 임종규 팀장은 “관련 법도 없는 상태에서 실태조사를 하기는 불가능하다. 종합병원 한곳에만 연간 환자가 수십만명일 텐데 하나하나 사고인지 아닌지 밝히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훈 윤설영기자 nomad@seoul.co.kr ■ 관련법안 4대쟁점 의료사고 관련법안은 1988년 의료계에서 처음으로 제정을 촉구했다. 이후 18년이 흘렀지만 각계의 입장 차이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왔다. 현재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이 2005년 11월 발의한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과 의사 출신인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올 5월 발의한 ‘보건의료분쟁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 올라와 있다. #1 과실 입증책임 전환 현재는 환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 의원안은 의료인이 본인의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 주체를 전환하자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피고측(의료인)에게 무과실을 입증토록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가 상대방의 과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민법의 대원칙을 거스르기 어렵고 의료계가 “의료인에게 과다한 부담을 지운다.”며 반대하고 있다. #2 분쟁조정기구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안 의원안은 모든 의료분쟁에 대해 반드시 조정기구를 거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에 한해서만 소송을 걸도록 하는 ‘필요적 전치주의’를, 이 의원안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임의적 전치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도 ‘필요적 전치주의’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조정기구 지휘권 문제와 직결되는 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각계가 요구하는 배정 인원수에 차이가 있다. #3 무과실 책임 보상 의료인의 과실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의료사고에 대해 보상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법안이 보상금 지급한도 금액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가 예산 문제를 들어 부정적인데다 시민단체 측에서도 “무과실 판례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4 의사의 형사처벌 면책특권 의사가 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경미한 과실에 따른 의료사고는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자는 것. 법무부에서 가장 반대하는 부분이다. 이 의원안은 환자측이 의사의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만 면책권을 주는 ‘반의사불벌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의사의 형사처벌은 벌금형 정도가 고작이다. 윤설영 이재훈기자 snow0@seoul.co.kr ■ 코 조직검사받다 시력 잃어 안녕하세요, 저는 52세 김정자라고 합니다. 스물아홉살 된 제 아들은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5년 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코 속 조직검사를 받다 불의의 의료사고를 당했습니다.2001년 9월4일이었습니다. 회사원인 아들이 코가 막히고 눈 아래가 당긴다고 해서 서울 종로구의 병원을 찾았습니다. 코 안에 연골육종이라는 혹이 생겼으니 수술을 위해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달 25일 검사를 했는데 멀쩡하게 들어갔던 아들이 1시간 뒤 부축을 받고 나오더군요. 의사는 “피가 많이 나서 조직을 못 떼어 냈으니 약 먹고 쉬다가 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10월4일의 두번째 조직검사도 이튿날의 세번째 조직검사도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럴수록 상태는 나빠져 갔습니다. 아들이 “눈이 빠질 것 같고 하나도 안 보인다.”고 하자 의사는 “조직검사에 실패해 수술을 못할 것 같다.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무책임함에 어이가 없었지만 급한 마음에 앰뷸런스를 요청했습니다. 대여비를 요구하더군요.5만원을 주고 강동구의 한 병원으로 가서 곧바로 혹 제거 수술을 했지만 아들은 결국 시력을 잃었습니다. 의사는 “무리하게 조직검사를 시도하기보다 수술을 먼저 했더라면 실명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아들은 사람들과 연락을 끊은 채 방에만 틀어박혀 삽니다. 저의 투쟁이 시작됐습니다. 병원에서 진료기록을 떼어 보니 10월 4,5일 문제가 된 검사를 했다는 기록이 삭제돼 있었습니다. 녹음기를 들고 의사를 찾아가 “조직검사를 했다.”는 말을 녹취했습니다. 하지만 호소할 곳이 없었죠. 변호사 사무실을 10군데 정도 돌아다니며 전문지식을 묻는데 30분 상담에 사무장은 3만원, 변호사는 5만원을 요구하더군요. 이듬해 7월 시작한 민사소송 재판에서 문제의 의사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결국 법원은 두세달 간격으로 조정절차를 서너차례 밟더니 공판 한 번에 “조직검사가 시력손상의 직접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올 2월 고법과 5월 대법원까지 4년 정도 걸렸지만 결과는 변함 없었습니다. 올 8월엔 관할 종로보건소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 판결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병원 앞에서 두달 동안 현수막을 펼치고 목이 터져라 부당함을 호소했고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장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형사고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를 했고 검찰은 지난 9월 벌금 200만원으로 의사를 기소했습니다. 한 걸음이나마 진전된 것이라며 좋아해야 할까요. 사고 후 5년이 흘렀습니다. 병원비와 변호사비로 수천만원이 들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남편과 아들, 그리고 저의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생활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습니다. 의사가 사과 한 번만 했더라면 이렇게 힘든 과정은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경고를 보내고 싶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늘도 팔을 걷어붙이고 집을 나서는 이유입니다. 글 사진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양평동 수해보상 소송없이 합의

    양평동 수해보상 소송없이 합의

    서울 양평동 안양천 제방 붕괴 사고와 관련, 주민들이 소송 없이 보상합의를 이뤄냈다. 서울에서 발생한 수해 사건이 법정으로 비화하지 않고 양자합의로 끝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등포구청의 노력이 돋보인다. ●소송 없이 합의 18일 현재 피해를 입은 공장·상가·주택 679곳 가운데 637곳이 손해산정액의 대부분을 받기로 지하철 9호선 시행사인 삼성건설과 합의했다. 공장은 총 166억원, 상가는 26억원, 주택은 9억원의 피해 보상을 받았다. 총 피해보상액은 201억원에 이른다. 양측은 “영등포구청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선 덕분에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1984년 망원동 수해사건은 6년 소송 끝에 대법원 판결로 가구당 70만원 받았고,2001년 면목동 수해사건은 현재 2심에 계류 중이다. 그만큼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보상은 쉽지 않은 과제다. 수해 발생부터 협상합의까지 숨가빴던 3개월을 돌아본다. ●7월16일, 안양천 제방 붕괴와 피해 양평교 부근 안양천 제방이 일부 무너졌다. 안양천 물이 지하철 9호선 양천∼당산역 구간 공사장을 중심으로 주택가로 범람했다. 주택 306곳 상가 271곳 공장 127곳 등 704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이재민 1075명이 생겼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주택 침수에만 보상금을 지급도록 규정했지만 구청은 공장·상가에 대해서도 피해구제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역경제과는 피해 현장을 찾아가 사진을 찍고 피해 내역을 기록했다. 이 자료는 손해액을 산정하는 기초자료가 됐다. ●7월25일, 공공보상금 지급 정부와 서울시, 구청은 피해 공장·상가·주택에 응급구호비(1인당 35000원)·재난지원금(1가구 100만원)·수재의연금(1가구 183만원)을 지급했다. 총지급액은 13억 9800만원. 외국인 6명이 피해를 입었지만, 법률상 외국인에게 보상금을 줄 수 없었다. 이에 구청 사회복지기금에서 1인당 20만원씩 지급했다. ●7월27일, 민간보상 협의 삼성건설이 민간 피해보상에 나섰다. 서울시가 제방이 유실된 원인을 조사하고 있었지만, 삼성건설은 보상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공장·상가·주택도 각각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협상에 응했다. 삼성사회봉사단이 침수피해지역에서 도배와 청소를 도우며 신뢰를 구축한 덕분이었다. 구청도 중재에 나섰다. 김형수 구청장은 “처음에 구청이 민간협상에 끼어 들면 험한 소리만 듣는다고 많은 사람이 우려했다.”면서 “그러나 협상이 주민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 판단, 중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7월31일, 마라톤회의 5시간 마라톤 회의도 열렸다. 피해규모가 큰 공장이 협상을 먼저 시작했다. 첫 난관은 손해를 사정할 법인을 결정하는 문제였다. 손해액에 따라 보상금이 지급되기에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공장 침수피해대책위원회는 8월2일 소송을 제기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구청의 중재로 양측이 추천한 손해사정법인이 공동으로 손해를 파악하기로 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보상금지급 비율. 양측이 ‘원상복구’를 원칙으로 정했지만 0.6%를 놓고 마라톤 회의가 계속됐다. 결렬 위기가 닥칠 때마다 중재를 맡은 천기웅 부구청장이 양측을 테이블로 이끌었다.14차례 회의 끝에 8월28일 보상금 지급기준을 손해산정액의 대부분으로 결정했다. 공장 144곳이 보상금 166억원을 받게 됐다. 대책위원회는 이날 소송을 취하했다. 이철구 위원장은 “인재냐 천재냐를 놓고 법원에서 몇 년간 다투느니 빠른 시일에 경영 정상화를 이루는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10월2일, 상가·주택도 합의 공장 협상이 성공하자 소송에 나섰던 상가들이 협상으로 돌아섰다.18차례 회의 끝에 상가 237곳이 26억원을 받기로 합의했다.4곳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주택은 개별보상을 통해 256가구가 9억원을 보상받았고,38가구는 아직 협상하고 있다. 침수피해대책위원회는 17일 김 구청장과 천 부구청장에게 ‘삼성물산과 원만한 합의로 보도록 구청이 중재한 것에 감사하다.’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 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시민정신과 기업정신이 수해사건 3개월 만에 99.9% 합의 보상이라는 역사를 세웠다.”고 화답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진실이라는 이름의 폭력

    진실이라는 이름의 폭력

    글 오명근(희망법률사무소 변호사) 대기업에 다니던 A씨(34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진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익명으로 올라온 그 글에는 자신이 과거에 여러 여자와 문란한 관계를 맺었고 이로 인해 많은 여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라는 악의에 찬 내용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의 글이 한꺼번에 올라와 있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누군가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A씨에 대한 허위 사실을 수차례 올렸던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 내용을 보고 흥분한 네티즌들이 A씨의 블로그에 몰려와 글을 올렸던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일로 A씨는 약혼자의 집에 불려가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고 파혼까지 염려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익명성을 담보로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의 사생활과 관련하여 허위적이고 악의적인 사실을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했던 네티즌들이 처벌 받았다는 뉴스를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비단 유명인뿐만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도 사이버 상에서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의 신속성과 복제의 편이성 때문에 비록 한 사람이 특정한 공간에만 어느 개인에 대한 비방 글을 올렸다 하더라도 이는 쪽지나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해 순식간에 알려지게 되어 당사자가 해명할 기회도 없이 ‘나쁜 사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상의 명예훼손 문제는 꽤 심각하다. 명예훼손은 어떤 사실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리는 ‘공연성’이 있어야 성립한다. 비록 한 사람에게만 알렸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 사실이 입소문을 타 많은 사람 사람에게 알려진 경우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기에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는, 진실에 근거한 사실을 말하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올렸을 뿐인데 그것이 왜 죄가 되느냐고 억울해 할 수도 있지만 비록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널리 일부러 알리고 퍼뜨려야 할 이유는 없다. 특히나 명예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리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공개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A씨의 경우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들을 고소하여 처벌받게 할 수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한번 훼손된 명예를 원래대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병원이나 상점 등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경험담 등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릴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오히려 상대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혹 피해 사례가 발생한 경우 감정이 앞서다 보니 1:1 접촉을 통한 해결이나 법적 조치를 강구하기도 전에 무조건 인터넷에 올리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적당한 방법이 아니다. 개인이 업체에 대하여 안 좋은 글을 올릴 때에는 ‘나는 이러 이러한 일을 겪었는데 다른 사람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이용할 때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식으로 내용으로 쓰고, 자신의 경험을 올리더라도 되도록이면 불필요한 감정적 글을 지양하고 타인에 대한 주의 환기 차원에서 올린 글임을 명시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결부되어 있거나 공익적 이유가 있는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또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공익적 이유가 인정된다면 명예훼손죄의 처벌이 면해질 수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에는 즉각적인 삭제 조치 등 신속한 대처가 생명이다. 일단 신속하게 삭제 조치 등을 행한 후에도 상대방이 계속하여 명예훼손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지난해 9월 신설한 사이버 명예훼손 피해구제팀에 구제를 요청하면 된다. 월간<샘터>2006.09
  • ‘성형 피해’ 왜 많은가 했더니…

    ‘성형수술 1번지’ 서울 강남구의 성형외과 4곳 중 한 곳은 성형외과를 전공하지 않은 다른 과목 전공의들이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과·내과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 성형 전문의 노릇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국은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따르면 6일 현재 강남구에서 영업 중인 성형외과는 모두 354곳. 이 중 성형외과 전문의가 개설한 의원은 73.7%인 261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93곳(26.3%)은 다른 과목 전공의들이 개설한 곳이다. 보통 의사들은 의과대학 1년 인턴과정 뒤 전공을 선택해 4년의 전문 수련과정을 거치고 자격증 시험을 거쳐 특정과목의 전문의가 된다. 성형외과의 경우 전문 임상 해부학이나 미용수술법 등에 특화된 수련을 받아야 한다.중앙대병원 성형외과 김우섭 교수는 “다른 과목을 전공한 의사가 개설한 성형외과는 결국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로 수술을 감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만들 확률이 높다. 미용 성형이 인기지만 성형은 분명 재건의 의미를 갖는 치료이기 때문에 전문의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후유증 등 성형수술 피해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성형의료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58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수준에 이르렀다.2003년에는 38건,2004년에는 54건 등 꾸준히 증가해왔다. 월 평균으로 치면 2003년 3.2건에서 올해 7.3건으로 2.3배로 늘었다. 강남경찰서에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성형 분쟁과 관련한 집회신고가 9건이나 접수됐다. 강남서 정보과 관계자는 “집회 신고 숫자 외에도 일반 고소·고발 숫자를 합치면 피해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성형분쟁은 병원측에서 합의를 통해 빠르게 수습하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간판으로 해당과목 전문의인지 구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라면 ‘○○○성형외과의원’이라고 간판을 달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내과 전문의라면 ‘○○○의원-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온갖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의원-진료과목 성형외과’에서 ‘의원-진료과목’ 부분을 깨알같이 작게 써 전문의 간판과 비슷하게 만드는 식의 눈속임을 하는 곳도 많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에는 글자 크기를 어느 정도 이상으로 하라는 규정이 없는 상태라 처벌 근거도 없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손해배상 등 피해 10건중 6건 구제

    지난 1년간 언론중재법에 의해 정정이나 반론, 손해배상 등이 청구된 보도 10건 중 6건이 구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최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시행 1년을 맞아 집계한 피해 구제 현황에 따르면 언론중재법으로 새롭게 도입된 손해배상 청구 건수는 305건으로, 전체 청구 건수(1097건)의 27.8%에 달했다. 이와 함께 새로 시행된 인터넷신문에 대한 피해 구제 청구도 89건이 접수됐다. 손해배상 및 인터넷신문 관련 청구가 추가됨에 따라 전체 청구 건수는 언론중재법 시행 전 연간 평균 청구 건수(678건)보다 400여건이나 늘어났다.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 평균 조정액은 361만원으로 집계됐다. 중재부의 최소 조정금액은 50만원, 최대 조정금액은 1500만원이었으나 청구인의 신청금액은 평균 1억 7666만원으로 중재부의 조정액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터무니없이 많은 배상금을 요구한 사례가 꽤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청구권별로는 정정보도가 569건(51.9%)으로 가장 많았고 손해배상(305건,27.8%), 반론보도(196건,17.9%) 등의 순이었다. 매체별로는 신문이 741건(67.5%)으로 가장 많았고 방송 232건(21.1%), 인터넷신문 89건(8.1%), 잡지 46건(4.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의 피해구제율은 평균 59.6%로,10건 중 6건 정도가 합의 및 직권조정 등에 의해 구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중재위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 포털에 대한 피해 구제 청구도 가능하도록 언론중재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인터넷 매체에 대한 조정 신청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범죄피해 유가족 방치실태] 현장목격 넷째딸 해만 지면 문 ‘꽁꽁’

    [범죄피해 유가족 방치실태] 현장목격 넷째딸 해만 지면 문 ‘꽁꽁’

    지난 3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봉천동 자매 피습사건’. 이 사건에는 범죄 피해자들이 정신적·경제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고통에 노출돼 있는지, 이들에 대한 사회의 지원은 얼마나 허술한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단란했던 가정이 풍비박산난 뒤 130여일을 추적해봤다. ●사건 발생 지난 3월27일 새벽 5시쯤 연쇄살인범 정모(37·1심 재판 중)씨가 서울 봉천동 김동균(55)씨 집에 들이닥쳐 한방에서 잠자던 세 자매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불을 질렀다. 큰딸(24)은 병원에 옮기자마자, 작은딸(22)은 그 이튿날 숨졌다. 셋째딸(14)은 두개골이 함몰되고 큰 화상을 입었다. 넷째딸(10)은 다른 방에서 잠을 자 화를 면했지만 언니들이 피를 흘리는 장면을 그대로 목격했다. ●정신적 피해(1)=두 딸 잃은 김씨 부부 수사 초기 경찰은 사라진 물건이 없고 성폭행 흔적이 없다며 아버지 김씨를 딸들의 보험금을 노린 용의자로 꼽았다. 이 때문에 4월24일 정씨가 붙잡힐 때까지 김씨는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하루 9시간 취조를 받았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진범이 잡힌 뒤에도 경찰은 미안하다는 전화 한 통 안 하더군요.”김씨의 아내(48)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넉달 만에 처음 계 모임에 나갔지만 사람들이 자꾸 사건 이야기를 꺼내 가슴에 칼질을 했다. 결국 울화통을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했다. 이후 김씨 부부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종일 TV만 켜놓고 산다. 주위가 조용해지면 자꾸 그때 생각이 나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아내가 스트레스 때문인지 만사를 귀찮아하고 짜증을 내 사소한 일로도 다투게 됩니다.” ●정신적 피해(2)=살아 남은 세 남매 가장 심각한 건 셋째딸이다. 원래 차분한 성격이었지만 그날 이후 한 곳에 10분 이상 앉아 있지 못하고 산만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밤에 불을 끄면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려 거실 불을 켜고 아버지를 소파에서 자게 한 뒤 방문을 열어 놓고서야 잠이 든다. 처음에는 언니들이 미국으로 일하러 간 줄 알았다. 하지만 병원에서 나온 뒤 엄마로부터 “언니들은 좋은 데 갔으니 찾지 마라. 안 그러면 엄마 미쳐서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 언니들 이야기는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 언니들 사진은 눈에 띄면 곧바로 구겨 쓰레기통에 버린다. 한의원에서 응어리를 푸는 약도 지어 먹고 있다. 학교 성적은 중상위권에서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학교 친구 2∼3명의 도움이 있어야 등하교가 가능하다. 현장을 목격한 넷째딸도 심각하다. 어두워지면 가장 먼저 나서서 창문과 현관을 걸어 잠근다. 어른들이 집을 비우면 1분이 멀다 하고 “빨리 오라.”며 전화기를 울려대는 정서불안 증세도 보인다. 막내 아들(5)은 말수가 부쩍 줄었다. ●경제적 피해 2억원이 넘는 김씨의 주택은 ‘살인사건 난 집’으로 소문이 나 팔리지 않고 있다. 세입자들도 못 살겠다며 아우성쳐 돈을 빌려 전세금 4000만원을 내줬다. 숨진 두 딸의 보험금과 융자금 등을 묶어 지난 5월,2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를 전세로 얻었다. 건설현장 기능공으로 일하던 김씨는 일손을 놓고 있다. 셋째딸과 아내 병원비와 약값으로만 한 달에 수십만원이 든다. 첫째딸이 직장에서 벌어놓은 돈을 생활비로 쓰고 있지만 곧 바닥난다. ●부실한 피해구제 과정 김씨는 경찰로부터 뒤늦게 범죄피해자구조금 제도란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6월21일 서울남부지검 공판과를 찾았더니 직원은 생뚱맞다는 표정으로 “사건 공판이 끝나야 서류접수 가능 여부를 알 수 있으니 연락처만 남겨두고 가라.”고 했다. 결국 사망진단서와 호적등본, 경찰 사건확인서 등 어렵게 마련한 네댓가지 서류를 제출조차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정부가 알아서 피해자들을 챙겨주는 게 지원이지 우리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게 무슨 지원입니까. 딸들 관련 서류 하나를 떼는 일도 상처가 돼 이렇게 손이 떨리는데….”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지난 3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봉천동 자매 피습사건’. 이 사건에는 범죄 피해자들이 정신적·경제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고통에 노출돼 있는지, 이들에 대한 사회의 지원은 얼마나 허술한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단란했던 가정이 풍비박산난 뒤 130여일을 추적해봤다.
  • 포털피해도 언론중재로 구제

    문화관광부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17조) 등을 개정키로 했다. 또 인터넷 포털로 인한 피해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로 구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문화관광부는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의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17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새달 초 당정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위헌 결정된 조문의 정리와 보완입법 차원에서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언론관계법 시행 1년 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을 반영했다는 것. 문화부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신문의 복수소유 규제 조항(15조3항)은 일간신문의 일간신문 겸영과 출자는 허용하되 시장점유율이 일정비율 이상인 경우 겸영이나 출자비율을 제한키로 했다.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납북자 가족 ‘피해구제금’

    납북자 가족 ‘피해구제금’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이후 납북된 전후 납북자 가족들은 내년부터 정부로부터 피해구제금을 받게 된다.3년 이상 납북됐다가 돌아온 귀환 납북자는 의료보호와 생활지원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18일 이같은 내용의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체결 이후 납북피해자 등의 구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전후 납북자는 ‘자진 월북만 있을 뿐 납북은 없다.’는 북한의 주장과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로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1960∼1970년대 체제경쟁 과정에서 발생한 납북자와 가족들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전쟁 이후 납북자는 모두 3790명이다. 이 가운데 3305명이 귀환했고 나머지 485명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관계자는 “납북은 북한에 의해 이루어진 행위지만, 현실적으로 북측에 피해구제를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피해구제를 하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피해구제금은 국가의 부작위 의무에 대한 보상이나 배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피해구제금의 규모는 실태 조사를 마친 뒤 대통령령에서 정하게 된다. 미귀환 납북자 가족과 3년 이상 납북됐다가 돌아온 납북자 가족은 납북기간, 생계 유지 상황 등을 참작해 피해 구제금을 받게 된다. 납북자 가족은 납북 당시 납북자의 배우자(사실상의 배우자 포함)와 직계존비속, 형제 자매를 포함한다. 귀환 납북자는 ▲의료보호 ▲생활지원 ▲북한에서 이수한 학력 인정 ▲북한에서 취득한 자격 인정 ▲주거지원 및 직업훈련 ▲교육지원 ▲재정착 교육 ▲정착금 지급 등의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납북자 문제의 실태를 파악하고 납북피해자 해당 여부를 조사·결정하며 피해구제에 대해 보상 여부를 결정할 ‘납북피해 구제 및 지원심의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할 계획이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사설] 한미 FTA 설득노력 더 하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오는 10일부터 서울에서 2차 협상이 속개되는 가운데 27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한·미 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반대시위를 계획하고 있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어제 경제학자 170여명은 정당한 절차없이 개방만능론만 앞세워 한·미 FTA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오늘 6개 부처장관 합동담화문 발표를 통해 폭력시위 자제를 당부하고 한·미 FTA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지만 반대 기류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대외의존형인 한국 경제가 생존할 길은 개방밖에 없다는 전제 아래 한·미 FTA 당위론에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동시에 한·미 FTA의 성패는 개방 확대로 피해를 보게 될 업종과 종사자들에 대한 피해구제책 강구와 설득에 달려 있다며 정부의 성의있는 노력도 촉구했다. 정부로서는 두차례의 공청회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광범위한 접촉을 통해 반대여론을 나름대로 수렴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반대단체나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보면 여론 수렴이 한·미 FTA 찬성을 위한 요식행위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반대론자들의 최대 불만은 협정문과 협상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등 절차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초 정부가 불가피한 내용을 제외하고 최대한 공개하겠다던 약속과 어긋난다. 내용은 감춘 채 ‘손해보는 한·미 FTA는 체결하지 않는다.’라는 당국자의 호언을 누가 믿겠는가. 오죽했으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조차 ‘선보완-후추진’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과의 협상 이상으로 국내 반대단체의 설득에도 노력을 경주해 주기 바란다.
  • “아파트·상가 과장광고 조심하세요”

    “지나친 수익률과 ‘수익보장’이란 문구 등을 강조한 아파트·상가 분양 광고에 속지 마세요!” 공정위는 최근 신문 등에 나오는 아파트·상가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가 급증함에 따라 소비자피해 주의보를 발령한다고 2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접수된 아파트·상가 분양 관련 허위·과장 광고 건수는 같은 기간 전체 허위·과장 광고 사건의 30%를 차지했다. 그 유형들을 살펴보면,‘유명 시공사가 시공부터 분양 임대 관리, 준공후 운영관리까지 책임진다.’며 시행사를 고의적으로 누락한 경우가 많았다.특히 ‘3450만원 투자시 1000만원 확정지급, 금융기관 지급보증서 발급’ 등의 문구를 넣는 등 객관적인 근거 없이 확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광고도 적지 않았다.공정위 관계자는 “아파트·상가는 일반적인 상품광고와 달리 막상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이 광고 내용을 계약 내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예가 많아 소비자 피해구제가 쉽지 않다.”며 사전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공정위는 사업자에게 ‘아파트 상가 분양 광고시 유의사항’을 배포해 허위·과장 광고 발생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또 빠른 시일 안에 부당광고 혐의 사업자를 조사해 시정조치하기로 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클릭 정보방]

    ●사이버 법교육센터 소개 (http://lawedu.go.kr) 법무부가 법관련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법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든 국내 최초의 법 교육 전문사이트다. 법률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애니메이션, 동영상, 만화를 통해 쉽게 제시하고, 생활법률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준다 생활법률 지식을 애니메이션, 도표와 사진으로 설명 및 전자책 서비스 제공하는 한국인의 생활법률, 교통사고 피해구제, 소비자 피해구제, 빌려준 돈 받는 방법, 전세금 돌려받는 방법, 재판상 이혼 사유 등을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하는 피해구제절차, 형사소송절자와 민사소송절차를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소송절차안내, 생활법률 내용을 알기 쉬운 만화 6권의 전자책 (e-book)으로 제공하는 만화로 보는 생활법률, 만화로 보는 기초질서, 사이버 상의 법률위반 사례 등의 준법지식을 설명해 주는 준법교실, 알기 쉬운 법률용어, 법령 및 판례 자료실 등의 참고자료를 수록한 법령자료실 등이 있다. ●청소년흡연예방센터(http://www.nosmoking.or.kr) 국가청소년위원회가 흡연예방운동의 지속적 분위기 조성 및 인터넷 활동강화를 위해 만든 사이트다. 어린나이에 담배를 피울수록 니코틴 중독이 심해 흡연으로 폐가 다 자라지 못하여 지속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뼛속에서 칼슘이 많이 빠져나갈 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로 인하여 뇌를 비롯한 모든 장기에 산소부족을 초래하여 쉽게 피로하게 만들고 신체의 발육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사이트다. 재미있고 효율적인 흡연예방교육을 위해 컴퓨터 게임형식으로 제작된 담배행성의 역습과 같은 게임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 비흡연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며 평생금연 및 비흡연을 다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수 있다.
  • “한의약 피해 60%는 한의사 실수”

    한의약과 관련된 의료분쟁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약과 관련돼 있고, 이 중 60%는 한의사의 ‘실수’ 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의료법 개정 등 관련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1999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의약 관련 의료분쟁 피해구제 신청 143건 가운데 사실조사가 가능한 115건을 진료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한약과 관련된 피해가 54.8%인 6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침과 관련된 사고가 25건(21.7%), 추나(推拿) 6건(5.2%), 물리치료 5건(4.4%), 부항 3건(2.6%) 등이 뒤를 이었다. 사고 내용별로는 한약복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한의약 치료 후 병이 악화된 것이 31건(27.0%)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한약복용이나 침을 맞은 뒤 효과가 미흡한 것이 16건(13.9%), 침이나 부항을 맞고 감염된 것이 13건(11.3%)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약복용 후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 31건 가운데 22건은 간세포가 파괴되는 독성간염이 발생한 경우로 실제 사망으로 연결된 사례도 있다. 침과 부항 처리 관련 의료분쟁 28건 중 12건은 비위생적인 진료행위에 따른 감염으로 조사됐다.특히 이러한 의료분쟁 중 60%가량은 한의사의 ‘부주의’나 ‘설명 소홀’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의사의 과실책임 중 부주의가 35건(30.4%), 설명 소홀이 33건(28.7%), 양방 협력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이 13건(11.3%) 등이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고액 피부관리 장기계약 조심”

    ‘공짜 마사지나 경품 미끼로 고액 장기계약 맺자는 피부관리 서비스를 조심하라!’ 한국소비자보호원은 12일 피부관리 서비스를 섣불리 장기계약하면 중도해지나 환불이 안돼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소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접수된 피부관리 서비스 관련 상담 가운데 피해구제를 받은 경우는 모두 180건으로, 이 가운데 장기계약 관련 피해는 69.4%인 125건이나 됐다. 특히 장기계약 관련 피해의 대부분이 10회 이상 계약을 했고, 금액도 건당 100만∼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피해 사례로 ‘피부에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가 25건(13.9%),‘서비스 효과가 없거나 광고와 서비스 내용이 다른 경우’가 18건(10.0%) 등으로 조사됐다. 소보원은 “웰빙 바람을 타고 피부관리 서비스 이용자가 늘면서 할부금 부담이나 서비스 효과 미비로 중도 해지를 요구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면서 “특히 화장품이나 다이어트 식품 등이 포함된 복합계약은 잔여금 산정에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계약서 작성 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경제플러스] 코트라 ‘무역거래 전과정’ 전자화

    코트라(KOTRA)는 22일 ‘원클릭’으로 복잡한 무역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B2B e-Trade’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바이어와 상담, 무역계약, 무역대금 결제 등 무역거래의 전 과정을 전자화한 것으로 사이버 상담 및 수출 로드쇼, 음성 및 동영상 오퍼, 전자 무역계약 체결, 무역대금 전자결제, 바이어 피해구제제도 및 수출대금 회수 보장제도 등으로 구성됐다. 바이어가 비자카드로 수입대금을 결제할 수도 있다.
  • “의사잘못 피해자가 증명” 분통

    “고쳐 주겠다면서 약도 끊게 해 놓고 이제 와서 책임이 없다니 말이 됩니까?” 딸 지혜를 먼저 떠나 보낸 임미자(48)씨는 매일 눈물로 산다. 딸이 루푸스병으로 4년째 투병하던 2000년 초 유명 한의사를 소개 받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 의사는 양약이 문제라며 약을 끊고 자기에게 아이를 맡기라고 했다. 임씨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그를 믿었다. 약 중단 후 아이가 통증을 호소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답만 들었다.결국 아이는 숨을 거뒀다. 그 과정에서 한의사에게 건넨 약값만 1250만원. 결국 진실은 밝혀졌지만 과실치상 500만원, 의료법 위반 30만원의 벌금이 고작이었다.●환자사망 1년… 수술일지 작성 안해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는 6일 오후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피해자 증언 대회를 가졌다. 김정자(55)씨는 벌써 5년째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아들 김명호(23)씨가 콧속 조직검사 후 두 눈을 잃었지만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씨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경우도 있느냐.”면서 “병원측이 재판 과정에서 조직검사 사실을 조작·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26세에 세상을 떠난 김모씨. 뇌경색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지만 3일 동안 방치됐다가 결국 사망했다. 병원은 급성백혈병이라고 진단했지만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비로소 허위 진단임을 알게 됐다. 김씨의 어머니는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넘도록 아직도 수술 일지를 작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조정위원, 판사와 함께 합의를 하고도 이의신청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의료인에 무과실 입증책임´ 입법을 시민연대는 이번 의료사고 피해자 증언대회를 계기로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 법에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 의료인이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의료인이 환자에게 의료행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도록 하는 내용도 법제화될 예정이다.또 의료사고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을 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위원회는 독립적 감정기구 위상을 갖게 되며, 의료사고로 인한 후유증이자 장애 정도 등에 대한 진단 등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은 이미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논의조차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시민연대 강태연 사무총장은 “현행법상 의료사고는 피해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 더 이상 환자와 의사간 개별 갈등으로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포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특정언론사 겨냥한 위헌 입법” “불공정과점 지원금배제 마땅”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6일 헌재 청사 대심판정에서 지난해부터 시행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대한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한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청구인과 정부 대리인 측은 ▲시장점유율이 큰 신문사에 지원을 배제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17조·27조 등) ▲신문사에 대한 방송 등 겸영금지 및 광고수익 등 경영정보 공개의무화 조항(15조·16조) 등의 위헌 여부를 두고 법정공방을 벌였다.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언론사의 고의·과실상 위법이 없어도 정정보도 청구를 가능토록 한 조항(14조·31조) ▲언론중재위원회가 보도를 사후 심의해 공익 등을 침해시 시정권고를 할 수 있고 보도의 피해자가 아닌 자에게도 그 신청권을 부여토록 한 조항(14조) 등이 주된 쟁점이 됐다. 청구인으로 나선 신문사측 대리인들은 신문법 등이 사기업인 신문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정부에 호의적인 신문사만 지원하는 위헌적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측 이영모 변호사는 “언론중재위에 시정권고권을 주는 것도 사실상 언론을 사후검열하자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라고 주장했다.조선일보를 대리한 박용상 변호사는 “언론보도에 따른 인격권 등 침해는 기존 법체계로도 구제수단이 있는데도 피해자도 아닌 이들에게 정정보도 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의혹 제기 보도 등 언론활동을 강하게 위축시킨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문화관광부측 양삼승 변호사는 “공정한 경쟁이 아닌 경품·무가지 살포 등으로 구축된 일부 언론사의 시장과점 현상을 지원금 배제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다.”고 맞섰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의료기관 불법행위 실태

    의료기관 불법행위 실태

    최근 5년간 불법·부정 의료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 약사, 간호사는 약 2600명에 이른다. 의료면허를 대여한 형사사건에서부터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하거나 진료기록부 열람을 거부하는 등의 행정처분 사례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전국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불법 의료행위 예방교육을 오는 4월말까지 실시키로 했다. 복지부가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진료기록 열람 거부해도 불법 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의 경우 진료비를 부당청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환자의 신고로 부당 청구가 확인된 건수만 1만여건이나 된다. 의료기관에서 공단측에 진료비를 청구했다가 부당 청구 사실이 드러나 환수되는 건강보험 예산이 한 해 500억∼600억원에 이른다. 진료비를 부당 청구하는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모 산부인과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인과 검사를 실시하고는 120만원의 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청구했다가 적발됐다. 부천의 모 의원은 단순포경수술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전액 받고서는 보험을 청구할 때는 질병을 치료한 것처럼 조작했다. 이처럼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진료를 급여대상으로 속여 보험을 청구하는 유형은 부당청구 신고내역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진료내역을 조작하는 경우도 많다. 대전의 한 안과는 백내장 수술을 두 차례 실시해 놓고는 건강보험을 청구할 때는 세 차례로 속여 진료비를 청구했다. 수원의 모 한의원은 물리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뜸과 부항술까지 실시한 것처럼 조작해 건강보험을 청구했다. 아예 가짜환자를 만들기도 한다. 부산의 모 병원은 환자의 내원 기록을 이용해 가짜 진료기록을 만들었지만, 알고보니 해당 환자가 해외에 나가 있던 사실이 들통나 부당청구 사실이 적발됐다. 예약만 하고 병원을 찾지 않은 환자가 진료를 받은 것처럼 꾸민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환자들이 신고하는 부당청구건 가운데는 동네 의원의 비율이 6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지만, 종합병원 등의 대형 병원이 적발되면 그 부당청구액수가 수십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진료비 부당청구는 병원 규모에 관계없이 행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료·조제비 부당 청구 빈번 이처럼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부당청구하다 적발되면 자격정지 1∼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또 진료기록부를 열람하겠다는 환자의 요구를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의료면허를 대여하거나 태아의 성감별 검사를 할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되고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료기록부나 처방전의 기재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는데 의료진들이 이같은 규정을 모르고 잘못을 범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약사는 처방전을 대체, 변경 조제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역시 건강보험을 부당 청구하는 사례도 많다. 건강보험공단에 신고된 모 약국은 조제 한 건을 두 세건으로 부풀려 1600만원 이상의 약제비를 부당 청구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 약사면허를 불법대여하기도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나이가 많아 현업에 종사하지 않는 약사들이 약사면허를 대여하는 경우가 많고, 약사가 아닌 고용주가 약사를 고용하는 면허 대여 약국도 많다.”고 말했다. 간호사의 경우 면허범위 이외의 의료행위가 모두 불법 의료행위가 된다. 예를 들어 임상병리사의 업무인 채혈을 하거나 방사선사의 방사선 검사 등을 대신하는 행위도 불법에 해당된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미용실서 성형·기공사가 치아시술 무면허 의료시술도 기승 무자격 불법의료행위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눈썹문신, 박피술 등의 성형은 물론 치아시술까지 값이 싸다는 이유로 무면허 의료시술을 받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 감시단 100여명 구성 최근 불법의료행위 감시단을 발족한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오는 4월부터 현장 실태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100여명으로 구성된 활동가가 중심이 돼서 매월 주제를 정해 해당 현장을 조사한다는 것이다. 소시모측은 “피부미용, 성형 관련 불법시술 신고가 가장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우선 4월에는 전국의 피부관리실과 미용실 등을 돌며 실태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시모에 접수된 피해상담 사례 가운데 상당수는 문신과 피부미용 시술 부작용들이다.30대 여성 A씨는 피부관리실에서 박피술을 받았다가 피부에 염증까지 생겨 결국 피부과를 찾아야 했고,20대 여학생 B씨 역시 미용실에서 반영구 화장인 눈썹 문신을 받았다가 눈썹 주위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부작용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피부관리실 등에서 보톡스나 콜라겐 주사를 맞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단식원, 비만클리닉 등의 불법의료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의사의 진단이나 지도를 받지 않은 단식 자체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데다, 무자격자가 운영하는 비만클리닉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소시모에 접수된 피해 상담 중에는 무자격 비만클리닉에서 전기지방분해침 시술을 받다가 기절한 경우도 있어 그 심각성을 드러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해결 치과 기공사에게 치아 치료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에 사는 50대 남성 C씨는 치과 기공사에게 100만원을 주고 이를 끼워 넣었다가 얼마 되지 않아 이가 빠지자 소시모에 피해를 신고해왔다. 뿐만 아니라 치과 치료 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교정치료까지 치과 기공사에게 받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무허가 침술원에서 수지침이나 벌침 등을 맞고 피해를 호소하거나, 무허가 척추교정실에서 디스크 치료를 받고나서 상태가 더욱 악화된 사례도 있다. 이처럼 각종 무허가 의료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피해구제는 쉽지 않다. 의료진이 의료법을 어기는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보건복지부나 보건소에서 단속을 하고 의사협회 등의 의료협회에서도 처리를 하지만, 무자격자의 의료행위는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원에서도 의료기관 이외의 불법의료행위는 신고를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소시모 불법의료 상담센터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가 피해 구제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단체에 상담을 요청하면 사안에 따라 경찰에 협조를 구하는 등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염주영 칼럼] 소비자의 인내심은 미덕인가

    [염주영 칼럼] 소비자의 인내심은 미덕인가

    한국의 소비자들은 참으로 잘 참는다. 자신들의 권리가 무참히 짓밟히고 재산을 갈취당해도 묵묵히 참는다. 그들의 인내심은 미덕일까. 최근 미국에서 우리 기업들이 가담한 반도체 담합 사건이 터졌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서로 짜고 소비자들에게 D램반도체의 값을 올려 받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사건이 터지자 미국의 소비자들은 벌떼처럼 일어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두 기업은 소비자들과 타협해 모두 2270억원(삼성전자 1600억원, 하이닉스 670억원)을 물어주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의 사법당국은 우리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4820억원(삼성전자 3000억원, 하이닉스 1820억원)의 벌금을 물렸다. 여기에 더해 담합에 가담한 하이닉스의 임직원 4명은 미국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아야 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밀가루 담합 사건이 일어났다. 밀가루를 만드는 8개 기업이 담합해 소비자들에게 밀가루값을 올려 받은 사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으로 소비자들이 4000억원 정도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한다. 공정위는 관련 기업들에 대해 434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일부 가담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 당사자인 소비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꾹 참기로 한 모양이다.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소비자보호원도 있고, 소비자 권익보호를 내세우는 수많은 NGO단체들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들도 피해구제를 위해 나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 권익보호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도 소비자의 편에 서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밀가루 담합에 관련된 5명의 기업인들이 고발돼 있지만 과거의 예로 보건대 답은 뻔하다.‘기업활동의 위축’을 우려하면서 ‘개전의 정’과 ‘정상 참작’을 들먹인 뒤 관용을 베풀 것이다. 피해자들의 인자한 성품과 인내심은 법의 집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정말 4000억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공정위는 지난 해 21건의 기업 담합행위를 적발했다. 소비자들은 이로 인해 997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 역시 공정위 추산이다. 실제로 적발되지 않은 경우가 적발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므로 기업들의 담합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더욱이 기업들이 담합을 했다가 당국에 적발된 건수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그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담합의 해악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심각하다. 담합은 수많은 소비자들의 지갑에서 허락 없이 돈을 꺼내 가는 것과 같다. 사업자들이 서로 짜고 값을 정상가 이상으로 올려 소비자들을 등쳐먹는 것이다. 경쟁을 회피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싼 값에 보다 나은 품질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그래서 담합이 성행하면 우량기업은 사라지고 불량기업들만 득시글거리게 된다. 담합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갈취와 같고, 사회와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중대범죄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담합을 하는 기업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는 언제, 어디서, 어떤 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내 지갑을 훔치고 있을지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정부나 법원이나 소비자단체들 모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이젠 소비자들이 연대해 스스로 나서야 한다. 시장경제의 주권자로서 권리와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 그때까지 소비자는 왕이 아니라 봉으로 남을 것이다. 수석 논설위원 yeomj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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