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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언론, 쓰나미 상흔 후쿠시마 원전을 가다

    한국 언론, 쓰나미 상흔 후쿠시마 원전을 가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1년 7개월 만에 도쿄전력이 처음으로 지난 12일 한국 특파원단에 원전 내부를 공개했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무색하게 후쿠시마 원전은 여전히 땅 위에선 방사능, 땅 밑에선 물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일본 국가대표 축구팀 훈련시설인 후쿠시마 J빌리지에 모인 공동 취재단은 취재에 앞서 체내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현장 취재 후와 비교하기 위해서다. 취재단은 방독면, 면 장갑에 두 겹의 비닐 장갑, 이중 비닐 덧신을 착용하고 방호복까지 입었다. J빌리지를 떠날 때 시간당 2.0마이크로시버트(μ㏜)를 기록한 방사능 측정기는 30여분 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정문에 이르자 7.5μ㏜로 껑충 올라갔다. 원전 3호기 앞 바다 쪽에 접근하자 버스 내에서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있던 도쿄전력 직원이 “800μ㏜입니다.”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알렸다. 버스가 3호기 5m 앞까지 다다르자 방사선량은 1000μ㏜에 이르렀다. 버스 내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등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 수치는 서울 0.11μ㏜, 도쿄 0.047μ㏜의 1만배가 넘는 고선량이다. 4호기 앞에는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떠밀려 온 트럭, 승용차, 각종 연료 탱크 등이 꾸겨진 채 뒤엉켜 처박혀 있었다. 도쿄전력 직원에게 “왜 치우지 않느냐.”고 묻자 작업원들의 피폭 위험 때문에 잔해를 쉽사리 치울 수 없다고 했다. 원전 부지 측면에 버스가 다다르자 대지진 시 15m의 쓰나미가 들이닥친 흔적을 보여주듯 언덕 허리 일부가 잘려 있었다. 사고 당시 정기 검사 중이어서 가동을 멈췄던 4호기 앞에 취재진이 내렸다. 방사능 수치가 여전히 높아 취재 시간은 10분 정도로 제한됐다. 건물 앞에는 지난 8월에 꺼냈다는 직경 10m의 노란 격납 용기 뚜껑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폭발로 지붕이 날아간 4호기 건물을 올려다보니 표면의 벽이 군데군데 무너지고 구멍 나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태였다. 4호기에서는 원자로 건물 내에 보관 중인 폐연료봉 철거 작업을 위한 가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4호기 수조에는 1535개의 사용 후 폐연료봉이 보관돼 있다. 건물 파손으로 폐연료봉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그대로 공기에 노출되고 있었다. 무인 초대형 크레인 3대가 동원돼 무선을 통한 가설 작업대 설치가 이뤄지고 있었다. 바로 옆 3호기도 구부러진 철골들이 뒤섞여 있어 사고 당시의 참상을 보여줬다. 이번 취재에서는 사고 당시 폭발한 1호기와 다량의 방사성물질을 내뿜은 2호기의 정면 쪽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버스가 이 부근을 지날 때 방사선량은 800~900μ㏜를 기록했다. 원전 부지 곳곳에는 아직도 많은 쓰레기가 남아 있었다. 콘크리트와 금속 잔해, 벌채목 등이 10만㎥ 넘는 ‘산’을 이뤘다. 산등성이 쪽으로 버스가 올라가니 넓은 부지에서 오염수를 처리하기 위한 ‘다핵종 제거’ 정수 시설 공사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세슘 등을 제거한 물에서 다른 방사성물질을 추가로 제거하기 위한 장치다. 사고 이후 원자로 냉각수로 사용한 20만t 넘는 오염수가 1000여개 탱크에 나뉘어 보관되고 있었다. 원전의 바깥 기온은 섭씨 25도로 비교적 선선했지만 취재단은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온몸이 땀으로 얼룩졌다. 이날 오전 10시 20분부터 오후 1시 50분까지 3시간 30분 정도 원전 내에서 활동한 공동 취재단 기자들의 피폭량은 52~58μ㏜로 측정됐다. 후쿠시마원전 공동취재단·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4호기 폐연료봉 1500개 내년 말 꺼낼 계획”

    “4호기 폐연료봉 1500개 내년 말 꺼낼 계획”

    다카하시 다카시(55)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소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습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지난 12일 “근로자들의 안전 확보를 우선해서 신중하게 작업한 결과”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다카하시 소장은 또 “내년 말에는 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에 들어 있는 연료봉을 꺼낼 계획”이라며 “1∼3호기 원자로 내부의 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근로자 3000명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원전 건물 안의 방사선량은 여전히 매우 높다.”면서 “인원을 한꺼번에 많이 투입하면 작업이 빨라질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로봇 투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카하시 소장은 근로자의 피폭선량과 관련해 “한달에 1밀리시버트(m㏜)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는 연간 50m㏜가 상한선”이라고 설명했다. 1535개의 사용 후 폐연료봉을 보관하고 있는 4호기에 대해 그는 “원자로 건물이 크게 파손돼 겉보기에도 괜찮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내년 말까지 꺼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후쿠시마원전 공동취재단·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합천 원폭피해자 지원조례 통과

    경남 합천군이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원폭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유전돼 증세를 물려받은 2·3세까지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합천군은 25일 이용균 의원 등 4명의 군의원이 발의한 ‘합천군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조례’가 지난 24일 군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군은 이달 안에 조례를 공포하고 시행할 계획이다. 조례는 원폭피해자들의 복지 및 건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원폭피해자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폭 피해자 지원 시책 마련과 상담지원, 정보 및 자료 제공 등의 사업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피폭된 피해자와 2·3세 가운데 합천군에 주소를 둔 사람이다. 피해자는 대한적십자사에 원폭피해자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전국에 등록된 원폭 피해자는 2600여명으로 이 가운데 600여명이 합천에 산다. 합천은 일제시대 먹고살기가 어려운 산골지역으로 많은 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원폭피해자가 많다. 원폭 피해자 2·3세는 전국적으로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원폭 직접 피해자들은 증세 정도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매월 17만 1000엔을 받거나 원호 수당으로 5만 550~13만 6890엔을 받고 있다. 정부도 피해 1세대에게 한달에 10만원씩을 지급한다. 그러나 2·3세에게는 아무런 지원이 없다. 이용균 의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덜어주어야 할 때가 됐음을 알리고 국가에 법률 근거를 마련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조례를 발의했다.”고 말했다. 합천군은 예산 문제 등으로 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관련 법률을 만들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남도도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경남도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합천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아스팔트 방사선 사태 1년] 피폭된 월계주민 102명, 50년간 역학조사·관리

    [아스팔트 방사선 사태 1년] 피폭된 월계주민 102명, 50년간 역학조사·관리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아스팔트 도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선에 노출된 노원구 월계동 지역에 대한 역학조사 연구 용역 결과에 따라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과 함께 50년간 장기 추적 조사를 한다고 20일 밝혔다. 하미나 단국대 예방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월계2동 주민 3만여명 중 88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2명이 방사선 관리 기준인 연간 1m㏜(밀리시버트) 이상씩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설문 대상자들의 피폭 기간이 평균 4.96년으로 5년간 누적 피폭량이 5m㏜가 넘는 사람이 102명이라는 것이다. 조사 결과 방사선에 조금이라도 노출된 주민은 조사 대상의 63.1%인 5598명이었으며 평균 누적 피폭량은 0.393m㏜였다. 이 결과는 해당 주민들의 오염 지역 연간 통행 일수와 통행 소요 시간, 해당 연도 방사선량 등을 종합해 나온 값이다. 하 교수는 “이 지역 주민들의 평균 피폭량은 자연 방사선 노출량(0.2m㏜)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연간 1m㏜라는 기준 이상으로 노출되면 1만~10만명 중 1명은 암에 걸릴 수 있다.”며 “설문에서 주민들이 정기 건강검진과 지역 환경 관리, 경제적 보상, 장기 역학조사 등을 요구해 이를 시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는 방사선 노출 도로 주변 주민 1000명에 대해 국가 암 검진 사업과 연계한 건강검진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에 2억 2400만원을 배정할 방침이다. 시는 또 방사선의 잠복기가 최소 10년에서 최대 50년 정도인 만큼 초기에는 2~5년, 장기적으로는 10년 단위로 역학조사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주민 약 1만명과 어린이, 청소년 등 3000여명을 대상으로 코호트(특정 경험을 한 사람들의 집합체)를 구축할 예정이다. 시는 생활 방사선 관리를 위해 전담 조직인 생활보건과를 신설하는 한편 노원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해 불안과 스트레스 등 심리 관리를 위한 상담실과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현재 노원구청 가설건축물 내에 보관 중인 방사성 폐아스팔트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비용을 마련해 연내에 처리할 예정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한달전 숨진 한국인 日법원서 피폭자 인정

    한국인 화가가 사망한 뒤 한 달 만에 일본 법원에서 원폭 피폭자 인정 판결을 받았다. 1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나가사키 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지난 18일 “증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피폭자로 인정해 건강 수첩을 발급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고 장영준 화백이 나가사키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장씨는 지난달 17일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장씨가 피폭했다는 사실을 증언해줄 증인은 없지만 장씨 주장이 원폭 투하 당시의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고 부자연스러운 점이 없는 만큼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씨는 1945년 8월 나가사키시에 원폭이 투하된 지 2~3일 후 나가사키 시내에 들어갔다가 다량의 방사성물질에 노출됐다. 소송을 지원한 히라노 노부토는 “이번 판결로 일본인과 달리 증인을 구하지 못해 건강수첩을 받지 못한 100명 이상의 한국인 피폭자가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5) 오산 궐리사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5) 오산 궐리사 은행나무

    나무의 생명력은 놀랍다. 나무 종류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살아가는 힘은 신비의 경지에 닿아 있다. 그 가운데 은행나무의 생명력은 더 경이롭다. 3억 년 전 이 땅에 처음 뿌리를 내린 은행나무는 빙하기와 같은 멸종의 위기까지 다 이겨내고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화석식물’이라 일컫는 근거다. 심지어 2차 대전 당시 원자폭탄의 폭격을 받은 일본의 히로시마에는 피폭 반경 2㎞ 지역에서 자라던 은행나무 가운데 여섯 그루가 이듬해 봄에 언제 그런 위기가 있었느냐는 듯 푸른 싹을 틔우기까지 했다. 불과 100년을 채 못 사는 사람으로서 3억 년을 이어온 은행나무의 생명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불손한 일인지 모르겠다. ●궐리사의 역사와 함께 한 나무 경기도 오산시에는 죽은 지 250년이 지난 뒤에 다시 소생한 은행나무가 있다. 현대 과학에서는 250년 동안 죽어 있던 나무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과연 과학만으로 나무의 신비를 가름하는 게 가당한 일인가. “긴 세월 동안 죽어 있던 나무가 다시 살아났다는 걸 우리조차 믿기는 어렵지요. 하지만, 이 마을에서 오래 살아온 우리 조상이 모두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경기도 오산시 궐리사를 지키는 은행나무 이야기다. 신비로운 은행나무 너른 그늘 아래 근사하게 들어앉은 부속건물인 양현재 마루에서 얼마 전까지 궐리사 도유사(都有司·향교나 서원의 우두머리)를 지냈고, 지금은 한문, 논어, 서예 등을 강의하는 임대호(82) 원로위원이 나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 은행나무를 빼놓고는 궐리사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도 없고, 궐리사의 모든 가르침을 이야기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요. 그만큼 저 은행나무 한 그루는 우리 궐리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인 셈입니다.” 죽음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새로이 생명을 일으켰다는 은행나무 이야기를 하려면 하릴없이 궐리사의 역사를 짚어보아야 한다. 궐리사의 역사는 조선 중종 때 승지, 대사헌 등을 지낸 공자의 64대손 공서린(孔瑞麟, 1483~1541)이 기묘사화에 연루돼 낙향하여 이곳에 강당을 짓고, 후학을 양성한 데에서 시작한다. 공서린은 강당을 지은 뒤, 잘 자란 은행나무를 골라 강당 앞마당에 옮겨 심었다. 나뭇가지에 북을 매달고, 학동을 불러 모으거나 면학을 독려하는 수단으로 썼다. 공자가 은행나무 그늘에서 가르침을 베푼 것과 마찬가지로 공서린에게도 은행나무는 후학 양성에 꼭 필요했던 상징이었다. ●생명의 신비로운 소생으로 궐리사 복원 그러나 그는 후계 양성에 내로라할 만한 업적을 내놓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더불어 그의 강당과 주변은 폐허로 변했고, 나무도 주인의 운명을 따라 고사(枯死)하고 말았다. 학문 연마의 소임을 이끌어 줄 주인을 잃고 생명의 끈을 내려놓은 것이다. 그로부터 250년쯤 뒤인 1792년, 죽음에 들었던 은행나무가 기적처럼 소생의 기운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정조 즉위 16년 즈음의 일이다. 당시 정조는 부모인 사도세자의 묘를 모신 화성(현재의 수원)을 자주 찾았는데, 한양에서 화성을 가려면 궐리사 앞을 거쳐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하들에게 이 마을이 공자의 후손인 공씨 집성촌이며, 마을 안에는 중종 때의 선비 공서린이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었던 강당 터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기적처럼 소생한 은행나무가 무척 빠르게 자랐다고 해요. 한두 해만에 주변에 너른 그늘을 드리울 정도의 큰 나무로 자라났지요. 그러자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몰락했던 공씨네가 다시 부흥하려는 조짐이라고 했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틀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정조는 수원 화성을 쌓고 주변을 둘러보던 중에 이 은행나무를 발견했고 나무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도 들었다. 아울러 원래 이 자리가 공서린의 강당터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정조는 경기감사에게 이 자리에 옛 사람들의 뜻을 되살릴 수 있는 흔적을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자의 사당을 지으라는 이야기였다. 임금의 지시에 따라 착공된 공자의 사당이 완공되자 정조는 ‘궐리사’라는 이름의 사액을 손수 내려 보냈으며, 마을 이름도 공자의 고향인 중국 곡부현 궐리의 이름을 그대로 따라서 ‘궐리’로 고쳐 부르라고 했다. ●민족정신 자산으로 지켜야 할 문화유산 처음에는 공자의 사당을 지었지만, 차츰 교육 기능이 보태지면서 궐리사는 마을의 중심이 됐는데, 그게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에 철퇴를 맞는 화근이 됐다. 지금의 궐리사는 그로부터 얼마 뒤인 1892년 전후에 마을 선비들의 성금으로 복원한 건물들이다. “예전에는 우리 궐리사 사람들이 애지중지 키웠지요. 하긴 워낙 성성한 나무여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게다가 보호수로 지정된 1982년부터는 굳이 우리가 돌보지 않아도 관계기관에서 잘 보호해줍니다.” 죽음의 곡절을 딛고 다시 융융하게 일어선 궐리사 은행나무는 처음 이곳에 뿌리를 내린 때부터 500년 세월 동안 공자 정신의 상징이자 화두로 살아왔다. 곡절 속에서도 나무는 17m까지 제 키를 키워 올렸고, 줄기 둘레는 5m 가까이에 이른다. 굵은 줄기가 솟아오르면서 모두 15개의 크고 작은 가지로 나뉘어 솟구친 나무의 모습은 여느 노거수 못지않게 장한 자태다. 죽음에서 다시 생명을 일으켜 세운 건 필경 나무에게도 뜻이 있어서일 게다. 아마도 이 땅에 뿌리내린 한 생명으로 이 민족 정신사의 한 축을 오래 지켜야 한다는, 그를 심은 사람의 뜻을 이어가려는 나무의 갸륵한 뜻이지 싶다. 글 사진 오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기 오산시 궐1동 147. 경부고속국도의 오산나들목으로 나가서 직진하여 운암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우회전한다. 600m쯤 간 뒤 좌회전하여 1㎞ 남짓 가면 남촌오거리가 나온다. 오산대학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다시 1㎞쯤 가면 나오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이 즈음에는 도로 안내판에 ‘궐리사’ 표시가 나오니, 주의를 기울이면 찾아갈 수 있다. 이 길을 천천히 가면 오른쪽으로 궐리사가 보인다. 200m 못 미처쯤에서 궐리사 앞 주차장이 나온다. 나무는 궐리사 담장 바깥에서도 건물보다 먼저 훤히 보인다.
  • 日, 조선인 3만7000여명 강제동원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위원장 박인환)는 일본 규슈와 야마구치 지역에 과거 강제동원 작업장으로 845곳이 이용됐다고 25일 밝혔다. 또 이 지역으로 끌려가 노역한 3만 7393명 가운데 2512명이 현지에서 사망, 675명이 행방불명된 것으로 드러났다. 규슈와 야마구치 지역의 산업시설은 일본 정부가 근대화와 단기성장의 상징이라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곳이다. 대표적인 사업장은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광업, 일본제철, 스미토모, 히타치 등 지난해 국회가 발표한 ‘전범기업’ 명단에 포함된 회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특히 4700여명이 강제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조선소는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에서 불과 3.2㎞밖에 떨어지지 않아 수천 명의 징용 피해자가 원폭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일본은 원폭 투하 직후 한국인 동원자들을 시내 복구작업에 투입해 잔류 방사능에 노출되는 ‘입시(入市) 피폭’ 피해자도 속출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은 지난 5월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기업이다. 위원회 측은 “탄압과 착취의 땅인 규슈와 야마구치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규슈·야마구치 지역을 포함한 옛 일본제국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강제동원 기업의 구체적인 가해 실상을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도쿄전력, 사고원전 방사선량 조작

    일본 도쿄전력의 하도급 회사 임원(54)이 근로자들의 방사선 선량계 수치를 낮추게 한 뒤 후쿠시마 제1원전의 고(高) 방사선 구역에서 작업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임원은 지난해 12월 1일 근로자 10명에게 소형 방사선 선량계(APD)를 수㎜ 두께의 납 커버로 덮으라고 지시했다. 선량계를 납으로 덮으면 방사선 수치가 10분의1 정도로 떨어진다. 근로자들이 작업과정에서 누적 피폭선량이 높아지자 이 임원이 차단 효과가 높은 납으로 APD를 가리고 피폭선량을 조작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업은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부근에서 오염수 처리 시스템의 호스를 보온재로 덮는 작업을 했다. 작업현장 부근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0.1~1.2밀리시버트(mSv)에 달했으며 공사기간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3월까지였다. 도쿄전력은 APD를 참고로 작업원들의 일일 작업시간과 피폭선량을 관리해 왔다. 이 임원은 지난해 12월 2일에는 한 여관에서 지시를 거부한 근로자 3명을 강한 어조로 설득했다. 이때 한 근로자가 이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해 아사히신문에 제공했다. 이 임원은 이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회사 측은 인정했고, 후생노동성은 뒤늦게 노동안전위생법 위반 혐의 조사에 들어갔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MB “종북세력, 국민 지지 받지 못할 것”

    MB “종북세력, 국민 지지 받지 못할 것”

    이명박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종북 논란과 관련해 “그런 것은 다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고, 따라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칠레를 공식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산티아고 숙소 호텔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매우 현명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도 조국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으면서 걱정도 많이 하실 것”이라면서 “우리 내부에 종북세력이 나왔다고 하고, 천안함이 피폭당했을 때 우리 국민들 중에 일부는 ‘아, 미군이 했다. 북한이 아니라 미군이 그랬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 국민 다수는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재정 위기와 관련해선 “그리스에서 유럽을 거쳐 한국으로까지 위기가 도미노처럼 이어진다면 한국은 성장 속도가 1%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유럽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으니 통상도 올해에는 영향을 받겠지만 그래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회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수기자·산티아고(칠레)연합뉴스 sskim@seoul.co.kr
  • 日, 원전사고 초기 美 제공 오염지도 묵살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 초기 미국이 정확하게 측정해 제공한 오염지도를 주민 피난 등에 활용하지 않고 묵살한 사실이 밝혀졌다. 1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직후인 지난해 3월17∼19일 미군기를 이용해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방사성물질 농도를 상세히 측정한 오염지도를 일본 외무성을 통해 문부과학성과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전달했다. 당시 미국은 지상 방사선량의 분포를 전자지도에 표시하는 공중측정시스템(AMS)을 항공기 2대에 실어 측정했다. 이 전자 오염지도에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45㎞의 방사성물질 오염 상황이 정밀하게 담겨 있다. 사고 발생 당시 바람의 영향으로 원전의 북서 방향으로 방사선량이 높았고, 반경 30㎞ 밖의 나미에초와 이타테무라까지 시간당 방사선량이 125마이크로시버트(μSv)가 넘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8시간 노출되면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를 넘는 고농도 오염 수치다. 하지만 문부과학성과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 오염지도를 공개하지 않고 총리실과 원자력위원회에도 전달하지 않았다. 이 오염지도가 바로 공표됐다면 주민 피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원전 주변의 많은 주민이 오염 정보를 몰라 피난지로 방사선량이 높은 원전의 북서쪽을 택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를 묵살하고 1개월여에 걸쳐 오염 상황을 자체 확인한 뒤인 4월 22일에야 원전 반경 20㎞ 밖의 이타테무라 등 5개 시초손(시읍면동)을 ‘계획적피난구역’으로 지정해 주민들을 피난시켰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고리1호기 방사능누출사고 땐 85만명 숨지고 628兆원 손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되는 사고가 생기면 최대 85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최대 628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난다는 모의실험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를 가정해 인명피해에 대한 모의실험은 있었으나 경제적 피해 규모에 대한 모의실험은 처음이다. 환경운동연합과 반핵부산대책위는 21일 부산 동구 초량동 YWCA 강당에서 고리원전1호기 방사능 누출 사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단체는 고리1호기에서 체르노빌 원전 때와 같은 양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되고 시민들이 피난을 가지 않는다고 가정해 모의실험을 한 결과 급성 사망자 4만 7580명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암에 걸려 사망하는 인원은 최대 85만여명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경제적 피해는 피난 비용까지 포함, 최대 62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배상할 수 있는 보험금은 500억원에 불과해 사고에 따른 모든 비용은 정부가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환경단체는 지적했다. 일본 관서학원대학 종합정책학부 박승준 교수와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지난 2월부터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평가 프로그램인 세오코드(SEO code)를 한국의 핵발전소에 적용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얻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고리원전 사고 피해 모의 실험 결과는 국내 원전에서 전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며 “국내 원전은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원전과는 원자료형이 전혀 다르고 격납 건물이 훨씬 더 견고하다.”고 반박했다. 또 “이 모의 실험을 수행한 박 교수는 2003년 일본 원전 사고 시 40만명이 희생되고 460조엔의 피해가 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으나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 시 방사능 피폭에 의한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박 교수 주장의 허구성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혔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2호기 고농도 수치… 노출 6분이면 바로 사망”

    일본의 사고 원전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2호기의 격납 용기에서 수분 만에 사람이 사망할 수 있는 고농도 방사능 수치가 측정됐다. 원전내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로봇을 투입해도 제어회로 등 원격조작 기기가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수치여서 사고 수습을 위한 원자로 폐기 등에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28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 2호기의 원자로 밖을 감싸고 있는 격납용기 내에서 최대 시간당 7만 2900밀리시버트(m㏜)의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발표했다. 사람이 6분 정도 피폭하면 바로 사망하는 수준이다. 노심용융(멜트다운) 사고가 일어난 1~3호기의 격납용기 내부 방사능을 측정한 것은 처음이다. 도쿄전력은 전날 공업용 내시경을 격납용기의 바닥 부분까지 넣고 8개 지점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8개 지점 가운데 바닥에서 4.2m 높이의 지점에서 방사능 수치가 최고를 기록했다. 후쿠시마 제 1원전에서 지금까지 측정된 가장 높은 방사선량은 지난해 8월 1, 2호기 주 배기관 부근의 배관에서 측정된 시간당 1만m㏜였다. 이번에 측정된 방사선량은 이전 수치의 7배가 넘는다. 격납용기의 방사선량이 높은 것은 노심용융으로 녹아내린 핵연료가 원자로의 바닥을 뚫고 격납용기로 떨어져 쌓여 있기 때문이다. 보통 원자로 가동이 정상적으로 정지된 상태에서 격납용기 내 방사선량은 0.1m㏜ 정도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1~3호기의 폐로 작업을 통해 격납용기로 누출된 연료의 회수 작업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시해 30∼40년 후 원자로의 폐기를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자부품은 높은 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고장을 일으킬 수 있어 로봇을 투입한 원자로 폐기 작업이 장기간 지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천안함 2주기] 천안함을 보는 두 시선

    [천안함 2주기] 천안함을 보는 두 시선

    천안함 피폭 사건이 발생한 지 오는 26일로 만 2년이 된다. 한쪽에선 “너무 빨리 잊혀지고 있다.”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의식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한쪽에서는 “아직도 의혹이 많이 남았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에서 천안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경계하는 상황이다. 천안함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 너무 빨리 잊는다 “추모사업 관심·후원 급감… 안보의식 부재 안타까워” 천안함 2주기 대학생 추모제를 준비하는 윤주용(32)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천안함 사건을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1주기 때는 많은 시민들이 천안함 추모사업을 후원했지만 올해는 관심이 뚝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함 피격 2주기 대학생 추모위원회’는 올해 분향소를 설치하고 사진전도 열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심포지엄과 문화제를 개최하고 대학마다 추모 현수막도 내걸었지만 올해는 행사 규모를 크게 줄였다. 1주기 때와 달리 기업과 시민들의 후원이 적어서다. 윤 국장은 “후원금이 지난해의 5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면서 “행사를 도우려는 대학생의 수도 지난해보다 적다.”고 밝혔다. 1주기 때는 80여명이 행사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올해는 22일 현재 30여명에 불과하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정모(54·여)씨는 “북한에 의해 우리 아들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은 지 2년밖에 안 됐다.”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의혹 어린 시선이 나오는 것은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스로를 ‘신안보세대’라고 밝힌 대학생 이모(24)씨는 “젊은 층이 취업 때문에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천안함 사건을 잊으면 안 된다.”면서 “북한이 미사일(광명성 3호)을 발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정치인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공무원 김모(53)씨는 “천안함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정치인은 안보의식이 없는 것”이라면서 “안보의식이 없는 정치인에게 나랏일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여전히 못 믿겠다 “침몰원인 정부발표 의혹… 비극을 정치적 이용 안돼”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 발표도 못 믿겠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싫다.” 자신을 정치적으로 중도라고 밝힌 직장인 최모(34)씨는 천안함 사건 의혹과 관련해 “당시 날마다 정부의 발표가 바뀐 걸로 기억한다.”면서 “그런 발표를 누가 믿겠냐.”고 되물었다. 천안함 사건 발생 후 2년이 지났지만 적지 않은 시민은 아직도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5월 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9월에는 국방부 최종 보고서도 내놨다. 하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우현 프로펠러는 구부러진 반면 좌현 프로펠러는 멀쩡한 점, 어뢰 추진체에서 폭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이 설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시간을 일주일 새 3번이나 바꾼 국방부의 대응도 불신을 더욱 증폭시켰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과 비극적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에 대한 경계심리도 강했다. 직장인 국모(40)씨는 “선거철만 되면 안보 장사로 표를 얻으려는 부류가 있다.”면서 “천안함에서 희생된 장병들을 기억해야겠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정치권이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진실 규명은 더욱 멀어져갔다.”면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려 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2012년 종말 3대 징조?

    2012년 종말 3대 징조?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마르틴 루터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독일 아이제나흐의 집 앞에는 ‘내일 세상이 멸망함을 알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새겨진 기념비가 사과나무 한 그루와 함께 서 있다. 보통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피노자가 루터보다 한 세기 훨씬 뒤에 태어난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원조가 누군지는 분명해 보인다. 또 스피노자가 이 말을 했다는 기록이 어디에 있는지도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원조론을 떠나 이 명제를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지금부터 500년도 넘은 예전의 위대한 사상가들도 종말에 대해 고민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의 종말’은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이루고 자연스럽게 사라져가는’ 삶의 원칙을 일순간에 무의미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① 고대 마야달력 12월 21일에 끝? “5125년 주기 종료… 새 달력 시작” 인류는 중세 유럽의 예언가로 알려진 노스트라다무스가 지구 종말을 예언한(사실은 그렇다고 사람들이 믿었던) 1999년을 무사히 건너왔다. 그리고 올해, 13년 만에 전 세계는 새로운 종말론에 휩싸여 있다. 고대 마야 달력이 올 12월 21일에 끝난다는 사실에서 시작된 지구종말론은 최근 태양폭발·소행성의 지구 충돌·핵전쟁·생태계 교란 등 수많은 시나리오와 결합하며 번져가고 있다. 특히 과거의 종말론이 입에서 입으로 또는 문서로 전달됐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과학을 가장한 논리와 교묘하게 결합한 음모론을 순식간에 전 세계로 실어나르고 있다. 종말론이 급속도로 퍼지자 당초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던 과학자들이 나섰다. 미항공우주국(NASA) 지구근접 궤도 프로그램 책임자인 돈 예먼스 박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공개한 동영상 ‘2012년 12월 21일은 그냥 수많은 날 중의 하나’는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과 천문학에 통달했던 마야인들이 만든 달력이 올해 12월 21일에 끝난다.’ 가장 강력한 종말론의 근거에 대해 예먼스 박사는 “12월 21일은 달력이 끝나는 날이 아니라 사이클이 끝나는 시기로 마치 12월 31일이 지나면 다시 1월 1일로 새로운 달력이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역사학자와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마야 달력은 기원전 3114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야 달력은 ‘백턴’이라는 주기로 표시되는데 13백턴이 끝나는 날이 바로 올해 12월 21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5125년의 주기가 끝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시기가 하필 올해라는 것이 우연치고는 기막힌 일이다. 다만 상당수 고고학자들은 백턴이 자연적인 산물이 아니라 당시 마야 문명의 지도자였던 파칼 대왕이 자신의 탄생일을 성스러운 분기점으로 삼기 위해 조작한 방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5000년 만의 우연 역시 ‘조작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② 행성 니비루, 지구와 충돌한다? “각국 행성 실시간 관찰… 가능성 0” ‘태양계 외부의 행성 니비루(Nibiru)가 지구와 충돌한다.’ 니비루는 가상의 외계 행성으로, ‘행성 X’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종말론자들은 니비루가 올해 12월 21일을 기점으로 태양계 궤도에 진입하면서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종말을 불러 온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모르는 수많은 외계행성이 존재하는 만큼 음모론의 대상으로는 적합하지만 가능성은 극히 낮다. 현재 NASA를 비롯한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태양계 내부는 물론 태양계 외곽을 떠도는 소행성과 혜성 등을 실시간에 가깝게 관찰하고 있다. 물론 개개의 정보는 모두 공유되며 예측도 가능하다. 예먼스 박사는 “올해는 물론 향후 수십년간 지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천체가 태양계 안으로 진입한다면 우리는 그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설사 그 행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그 행성의 무게로 인한 중력이 주변 우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국 정부가 외계행성의 증거를 숨기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수천명의 과학자들이 매일같이 하늘을 쳐다보면서 연구하고 있는데 그걸 누군가 가린다고 가려지겠느냐.”고 되물었다. 현재 NASA는 지름이 2마일(약 3.2㎞)을 넘는 모든 지구 근접체에 대한 지도를 완성했지만 실질적인 위협은 발견하지 못했다. NASA가 보장하는 행성 X로부터의 지구 안전기간은 최소 100년 이상이고 2012년 종말 가능성은 ‘0’이다. ③ 태양폭풍이 지구 집어삼킨다? “11년주기 강력폭발은 오래된 법칙” ‘강력한 태양폭발이 일어나 그 결과로 발생한 태양폭풍이 지구를 집어삼킨다.’ 지금까지 허황된 시나리오를 얘기했다면 태양폭풍은 ‘실존하는 위협’이다. 다만 ‘지나치게 과장된 위협’이다. 매년 셀 수 없이 많은 태양폭발이 일어나고, 어떤 것들은 강력하다. 태양폭발이 11년의 주기로 강력해지는 것은 이미 오래전 과학이 밝혀낸 자연의 법칙일 뿐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됐던 일부 문제들이 새롭게 생겨났다. 태양폭풍은 정지궤도 위성에 영향을 미쳐 통신장애를 일으키고, 극지방의 방사성물질 유입으로 인해 이 지역을 지나는 비행기 탑승객의 피폭량이 다소 늘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태양폭풍은 지구의 자기장이나 대기권 자체를 바꿀 수도 없고 인류나 자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도 못한다. 예먼스 박사는 종말론자들에게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유명한 격언을 강조했다. “이상한 주장은 이상한 증명을 요구한다. 시간이 시작된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종말에 대한 얘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다.”고 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2012년 12월21일 지구 멸망” 마야 예언 분석

    “2012년 12월21일 지구 멸망” 마야 예언 분석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마르틴 루터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독일 아이제나흐의 집 앞에는 ‘내일 세상이 멸망함을 알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새겨진 기념비가 사과나무 한 그루와 함께 서 있다. 보통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피노자가 루터보다 한 세기 훨씬 뒤에 태어난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원조가 누군지는 분명해 보인다. 또 스피노자가 이 말을 했다는 기록이 어디에 있는지도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원조론을 떠나 이 명제를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지금부터 500년도 넘은 예전의 위대한 사상가들도 종말에 대해 고민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의 종말’은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이루고 자연스럽게 사라져가는’ 삶의 원칙을 일순간에 무의미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중세 유럽의 예언가로 알려진 노스트라다무스가 지구 종말을 예언한(사실은 그렇다고 사람들이 믿었던) 1999년을 무사히 건너왔다. 그리고 올해, 13년 만에 전 세계는 새로운 종말론에 휩싸여 있다. 고대 마야 달력이 올 12월 21일에 끝난다는 사실에서 시작된 지구종말론은 최근 태양폭발·소행성의 지구 충돌·핵전쟁·생태계 교란 등 수많은 시나리오와 결합하며 번져가고 있다. 특히 과거의 종말론이 입에서 입으로 또는 문서로 전달됐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과학을 가장한 논리와 교묘하게 결합한 음모론을 순식간에 전 세계로 실어나르고 있다. 종말론이 급속도로 퍼지자 당초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던 과학자들이 나섰다. 미항공우주국(NASA) 지구근접 궤도 프로그램 책임자인 돈 예먼스 박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공개한 동영상 ‘2012년 12월 21일은 그냥 수많은 날 중의 하나’는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야 달력의 끝  ‘수학과 천문학에 통달했던 마야인들이 만든 달력이 올해 12월 21일에 끝난다.’  가장 강력한 종말론의 근거에 대해 예먼스 박사는 “12월 21일은 달력이 끝나는 날이 아니라 사이클이 끝나는 시기로 마치 12월 31일이 지나면 다시 1월 1일로 새로운 달력이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역사학자와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마야 달력은 기원전 3114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야 달력은 ‘백턴’이라는 주기로 표시되는데 13백턴이 끝나는 날이 바로 올해 12월 21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5125년의 주기가 끝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시기가 하필 올해라는 것이 우연치고는 기막힌 일이다. 다만 상당수 고고학자들은 백턴이 자연적인 산물이 아니라 당시 마야 문명의 지도자였던 파칼 대왕이 자신의 탄생일을 성스러운 분기점으로 삼기 위해 조작한 방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5000년 만의 우연 역시 ‘조작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행성 X의 지구 충돌  ‘태양계 외부의 행성 니비루(Nibiru)가 지구와 충돌한다.’  니비루는 가상의 외계 행성으로, ‘행성 X’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종말론자들은 니비루가 올해 12월 21일을 기점으로 태양계 궤도에 진입하면서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종말을 불러 온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모르는 수많은 외계행성이 존재하는 만큼 음모론의 대상으로는 적합하지만 가능성은 극히 낮다. 현재 NASA를 비롯한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태양계 내부는 물론 태양계 외곽을 떠도는 소행성과 혜성 등을 실시간에 가깝게 관찰하고 있다. 물론 개개의 정보는 모두 공유되며 예측도 가능하다. 예먼스 박사는 “올해는 물론 향후 수십년간 지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천체가 태양계 안으로 진입한다면 우리는 그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설사 그 행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그 행성의 무게로 인한 중력이 주변 우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국 정부가 외계행성의 증거를 숨기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수천명의 과학자들이 매일같이 하늘을 쳐다보면서 연구하고 있는데 그걸 누군가 가린다고 가려지겠느냐.”고 되물었다. 현재 NASA는 지름이 2마일(약 3.2㎞)을 넘는 모든 지구 근접체에 대한 지도를 완성했지만 실질적인 위협은 발견하지 못했다. NASA가 보장하는 행성 X로부터의 지구 안전기간은 최소 100년 이상이고 2012년 종말 가능성은 ‘0’이다.  ●태양폭풍의 습격  ‘강력한 태양폭발이 일어나 그 결과로 발생한 태양폭풍이 지구를 집어삼킨다.’  지금까지 허황된 시나리오를 얘기했다면 태양폭풍은 ‘실존하는 위협’이다. 다만 ‘지나치게 과장된 위협’이다. 매년 셀 수 없이 많은 태양폭발이 일어나고, 어떤 것들은 강력하다. 태양폭발이 11년의 주기로 강력해지는 것은 이미 오래전 과학이 밝혀낸 자연의 법칙일 뿐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됐던 일부 문제들이 새롭게 생겨났다. 태양폭풍은 정지궤도 위성에 영향을 미쳐 통신장애를 일으키고, 극지방의 방사성물질 유입으로 인해 이 지역을 지나는 비행기 탑승객의 피폭량이 다소 늘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태양폭풍은 지구의 자기장이나 대기권 자체를 바꿀 수도 없고 인류나 자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도 못한다. 예먼스 박사는 종말론자들에게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유명한 격언을 강조했다. “이상한 주장은 이상한 증명을 요구한다. 시간이 시작된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종말에 대한 얘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다.”고 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Weekend inside] 日 지진은 끝 고통은 진행… 11일 1주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11일로 1년이 되지만 피해 지역 주민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후쿠시마현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에 피폭된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고, 가설주택에서 혼자 생활하다 병으로 고독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방사능이 수도권까지 확산돼 먹거리에 대한 비상이 걸리면서 중국산 쌀 수입도 본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프고…후쿠시마 원전 주변 주민 80% 피폭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주변 주민의 상당수가 방사성 요오드에 피폭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히로사키대 의료종합연구소가 원전 주변 주민 65명을 대상으로 방사성 요오드에 의한 갑상선 피폭 여부를 조사한 결과 80%에 가까운 50명에게서 요오드가 검출됐다. 이들 가운데 최대 피폭량은 87밀리시버트(m㏜)였으며 5명은 50m㏜ 이상 피폭됐다.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도는 1m㏜다. 갑상선 피폭은 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50m㏜ 이상 피폭된 경우 암 위험이 커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 11일부터 16일간 사고 원전이 위치한 하마도리 지역에서 후쿠시마시로 피난한 48명과 원전에서 30㎞ 떨어진 나미에 지역에 남아 있던 주민 1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북서쪽과 남쪽으로 20~32㎞ 떨어진 후쿠시마현 내 3개 지점에서 플루토늄 241이 검출됐다고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가 9일 영국 과학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인터넷판을 통해 발표했다. ●외롭고…가설주택 거주 이재민 18명 고독사 동일본 대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가설주택 등에서 생활하면서 슬픔과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고독사(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미야기현 의회의 발표와 자체 집계 결과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현 등 3개 피해 지역 가설단지에서 생활하는 주민 중 18명이 고독사했다고 보도했다. 미야기현 의회는 가설주택에서 혼자 살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람이 12명이라고 전날 밝혔다. 이와테현과 후쿠시마현에서는 각각 5명과 1명이 고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3개 현에서 고독사한 18명 가운데 7명은 65세 이상 고령자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지병이 있는 상태로 가족, 친척과 연락이 되지 않아 가설주택에서 쓸쓸히 숨졌다. 무라이 요시히로 미야기현 지사는이재민들의 어려움을 도울 지원센터를 현내 49곳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9일 현재 3개 현내 가설주택에서 생활하는 이재민은 4만 8194가구에 11만 5794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사는 가구는 전체의 59%이며 혼자 사는 가구는 1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고파…대형 슈퍼마켓 중국산 쌀 판매 시작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농작물의 방사성 세슘 오염 문제가 불거지면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가 중국산 쌀 판매를 시작한다. 세이유는 10일부터 간토 지역인 시즈오카의 149개 점포에서 중국 지린성에서 생산된 수입 쌀을 판매한다. 가격은 5㎏에 1299엔(약 1만 8000원), 1.5㎏에 449엔으로 일본산 가운데 가장 저렴한 쌀보다도 30% 정도 더 싸다. 세이유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값싼 쌀의 확보가 어려워진 데다 저렴한 쌀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자 중국산 쌀 판매를 결정했다. 세이유는 주식용 수입쌀 수천 t을 확보해 판매에 들어갔고, 소비자의 반응이 좋으면 판매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1993년 기록적인 벼 흉작 당시 태국산 쌀을 긴급 수입한 예가 있지만 대형 유통업체가 외국산 쌀을 판매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은 수입 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제한하는 대신 정부가 연간 77만t의 외국산 쌀을 수입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초강력 태양폭풍… 초속 2200㎞로 지구 강타

    초강력 태양폭풍… 초속 2200㎞로 지구 강타

    한국천문연구원은 8일 “7일 오전 9시쯤 태양 흑점이 폭발해 통신장애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7일 발생한 폭발은 가장 강력한 X등급으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몇년 새 발생한 흑점 폭발 중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폭발로 태양물질 방출(CME)이 이뤄지면서 초속 2200㎞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는 약 1억 5000만㎞로, 폭발로 방출된 물질들은 이날 오후부터 지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서구 천문연 대외협력팀장은 “이전의 태양 폭발이 낮은 에너지 영역대의 방출 물질이 많았던 데 비해 이번 폭발은 지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에너지 영역대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폭풍은 지구 대기권에 강력한 지자기 폭풍을 일으켜 고주파수(HF) 통신 및 위성항법장치(GPS) 신호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번 폭발의 경우 방사선의 한 종류인 강한 고에너지 프로톤이 대량 방출됐기 때문에 북극항로를 지나는 비행기 승객의 방사선 피폭량 증가와 지구 정지궤도 위성의 오동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조환익 바깥세상] 대지진 1년, 일본의 모습

    [조환익 바깥세상] 대지진 1년, 일본의 모습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지난주 도쿄, 오사카 등 일본을 일주일간 다녀왔다. 작년 3·11 지진해일의 대재앙이 일본의 동북부를 뒤덮은 지 1년이 거의 다 된 시기이다. 약 반년 전에도 도쿄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외관상은 상당히 정상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그때는 호텔 객실은 텅 비었고 저녁시간이 되면 시내는 불 꺼진 거리로 바뀌고 시민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불안의 그림자가 짙었었다. 이제는 재해 당시의 처참한 사진과 많이 복구된 거리의 모습 등이 언론에 대비되어 나오고 있다. 주민들의 마을 복귀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방사능 오염이 미약한 지역에는 농업 허가도 나오고 있었다. 중단되었던 후쿠시마 지역의 산업활동도 일부 재개되기 시작하였고, 지진과 원전사고로 무너진 부품, 장비 등의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도 꽤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엔고 현상 속에서도 특급호텔은 예약이 거의 다 찬 듯하였다. 레인보 브리지를 지나 도쿄시내로 들어오는 도시고속도로는 오후 일찍부터 막히는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오사카까지 타고 간 신칸센은 빈 좌석이 눈에 안 띄고 백화점 경기도 조금 나아졌다고들 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사회 각 부분에서 그간 장기 불황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모조노쿠리(제조업의 장인정신)에 대한 자부심과 사회적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번 방일 중 마침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가 재정난을 견디다 못해 파산신청을 하였다. 일본 언론은 엘피다가 한국의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과의 치킨게임에서 결국은 백기를 들었고 이러한 추세가 큰 적자를 내고 있는 가전산업 전반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낙심을 쏟아내고 있었다. 영원한 무역흑자국이 될 것으로 아무도 의심치 않았던 일본이 작년부터 무역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엔고 현상으로 일본기업의 해외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또 후쿠시마 원전 피폭으로 인해 일본에서 나는 농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도 고착되는 것 같았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을 만들어 내던 일본에서 지역별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 선택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어 버렸다. 제조업뿐 아니라 1차산업과 서비스 부문까지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진 듯했다. 일본의 기성세대들이 더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일본 젊은이들의 기백 상실 문제였다. 오로지 일본 내에서만 교육을 받고 일본 내에서 꿈을 이루어 오던 일본의 젊은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치 못하고 소위 초식남(草食男) 상태에 안주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사회에 새로운 바람도 감지되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매뉴얼 사회로부터의 개혁과 갈라파고스적 고립에서 개방으로 향하는 몸짓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관료주의적 경직성, 부와 권력의 세습, 민주당 정부 이후에 퍼졌던 포퓰리즘…. 이런 것들에 대한 반성과 바꿔 보겠다는 의지들이 살아나고 있다. 이런 것이 젊은 하시모토 오사카지사가 인기를 얻고 있는 원인이라고 한다. 일본은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지만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 비중은 12~13%로 우리나라의 4분의1 수준이다. 근본적으로 내수 위주의 국가이다. 그러한 일본이 실질적인 개방을 하기 시작하였다. 몇몇 글로벌기업 외에는 없었던 글로벌 사업부를 중소기업도 창설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에 어찌 보면 소극적이었던 일본 정부가 한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년간 한국과 일본 간의 경제 교류가 늘어났다. 특히 일본의 고장난 서플라이 체인을 한국기업들이 일부 메워주고 있다. 이럴 때 한·일 경제관계를 보다 상생적으로 발전시켜 가야 할 것이다. 일본정부는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의 재앙 이후 1년, 일본의 아픈 상처를 감싸주면서 한국과 일본 간의 미래를 위한 진취적 노력이 양국 정부와 민간 간에 올해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 “후쿠시마 원전 수습 최대 40년 걸릴 듯”

    “후쿠시마 원전 수습 최대 40년 걸릴 듯”

    장순흥 한국원자력학회장(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6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와 주변 환경 복구에 최소한 10년에서 길게는 4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지난해 12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조사위원회 국제자문위원으로 임명돼 사고 현장 방문 조사 등을 마친 뒤 지난달 25일 활동을 마쳤다. 조사위는 일본 정부가 공식 위촉한 기구로 장 교수를 비롯해 리처드 메저브 카네기연구소장, 앙드레 클라우드 라코스테 프랑스 원자력안전규제당국 의장, 라스 에릭 홈 스웨덴 보건복지청 사무총장 등이 참여했다. 장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수습의 가장 큰 과제로 원전 내부의 실태 파악을 꼽았다. “현재 원전 내부가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고, 단지 방사선 유출이 2호기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만 알 수 있다.”면서 “격납용기의 손상된 부분을 찾아 복구하고 물을 채우는 작업이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가 천재지변에서 시작됐지만, 대비 소홀과 사후 대처 부실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인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15m 쓰나미(지진해일) 가능성을 낮게 상정, 방벽을 10m만 설치하면서 원전이 손상을 입은 데다 매뉴얼과 다른 일본 총리의 결정 때문에 바닷물 투입시기가 늦춰져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됐다는 것이다. 투명하지 않은 논의 구조와 함께 공식 발표마저 축소하기에 급급, 자국민과 세계에 불안감을 증폭시킨 점은 원전 자체의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혔다고 했다. 장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에 따른 11만명의 피난과 관련, “일본 정부가 현실에 비해 비상대피 기준(방사선피폭량)을 너무 보수적으로 잡아 대피인원이 많았다.”면서 “대피한 사람들은 떠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재산뿐만 아니라 건강이나 심리적 피해가 훨씬 컸다.”고 아쉬워했다. “국제기준을 적용했다면 대피 인원은 수천명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그 옛날 공룡도 암에 걸렸답니다!

    그 옛날 공룡도 암에 걸렸답니다!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연구성과는 단연 ‘암’과 관련된 정보들이다. ‘암 치료의 신기원’‘새로운 형태의 암 치료제’‘암을 예방할 수 있는 열쇠’ 등 수많은 수식어로 과학자들의 노력이 전해지고 있지만 암은 여전히 난치병과 불치병 사이의 어디쯤엔가 자리잡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현실에서도 ‘암’이라는 병은 환자나 가족에게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과연 인류가 암을 정복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완치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암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과학저널 ‘네이처’는 최신호 특집을 통해 암과 벌여온 인류의 오랜 전쟁과 그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과 오해를 집중 조망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① 암은 현대인의 질병이다? 암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최초의 인류가 걷기도 전이었다. 공룡 화석에서 종양이 발견됐고, 2700년 전에 묻힌 사람의 뼈에서도 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암’(cancer)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붙인 사람은 의사의 원조로 불리는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다. 당시 가장 흔했던 암인 유방암에 걸린 환자의 염증과 혈관 모습이 마치 ‘게’(crab)와 닮았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렇다면 왜 과거에 비해 암 환자가 늘어난 것일까. 네이처는 이를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봤다. 첫째는 수명의 문제다. 100년 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인은 감염·심장마비·당뇨로 인한 합병증이었다. 당시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49세였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인은 1900년에 비해 최소한 30년 이상을 오래 산다. 암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병 확률이 높다. 결국 다른 질병의 치료방법은 지속적으로 발달하면서 사망자가 줄어든 반면, 수명이 늘면서 암이 사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암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암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주변 환경에서 늘어난 점, 엑스레이 등 방사성물질의 증가, 비행기 여행의 증가 등이 꼽힌다. ② 암은 모두 같은 질병이다? 오랜 기간 동안 암이라는 말로 통일돼 사용됐지만, 사실 암은 한 가지 질병이 아니다. 사람의 몸에 발생하는 암은 최소한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형태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암은 나타나는 부위에 따라 이름 붙여진다. 림프구에 나타난 백혈구의 문제는 임파종이라는 이름으로, 신경세포에 나타난 암은 신경교종으로 불리는 식이다. 피부, 유방, 전립선, 결장, 폐에 발생하는 암은 유래한 장기의 이름을 딴 ‘고체 종양’으로 전체 암의 80%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백혈병은 혈액의 이상에 의해 나타나는 암으로 ‘액체 종양’의 형태다. ③ 암 유발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암을 유발하는 수많은 원인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방사선이다. 1920년 이후 인체를 손쉽게 투과하는 감마선이 발견되자 방사선과 암의 관계에 대한 전세계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특히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지역 피폭자들의 암 발생은 암과 방사선의 상관관계에 대한 새로운 전기로 평가된다. 1만명 이상의 생존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결장암, 유방암, 방광암, 폐암 환자들이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이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방사선 피폭은 암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현재 과학자들은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폭자들에게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원폭 투하 이후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추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④ 암과 담배회사의 운명적 논란 흡연이 암의 주요한 발병요인이라는 것은 오늘날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과학계를 지배했던 물리학자 일부는 담배가 두통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훌륭한 치료제라고 믿었고, 실제 처방도 이뤄졌다. 1930년 의학계 일각에서 담배가 폐암의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담배회사들은 전쟁터에 수백만갑의 담배를 무료로 뿌리기 시작했다. 담배광고에는 의사와 스포츠스타가 동원됐고, 담배 소비는 점차 늘었다. 1964년 미국 외과의사협회가 폐암과 흡연의 상관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은 후에야 담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1965년 미국인의 42%가 담배를 피웠지만 2009년에는 20%까지 줄었다. 과학자들은 담배가 250가지의 유해물질을 담고 있으며 그 중 69가지는 유전자 변이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매일 15개비의 담배를 꾸준히 피울 경우 최소 2만 3000개의 폐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⑤ 암 연구는 어디까지 왔는가 암의 실체를 아는 것과 암을 치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현대 과학은 암의 실체에 거의 근접해 있다. 우선 암은 원인이 아닌 결과다. 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수많은 종류가 있는 만큼 바이러스가 감기를 만들거나 짠 음식이 고혈압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그 중간 단계를 밝혀 각 암을 유발하는 요인을 밝히고 그 단계를 조절하는 것이 결국 암을 불치·난치의 영역에서 극복의 영역으로 옮길 수 있는 키워드다. 암의 직접적인 원인은 결국 유전자 변이와 돌연변이다. 화학약품의 과다사용, 흡연, 방사선 노출 등은 모두 자연스러운 DNA 복제를 저해하고, 세포의 자살을 유발하며 비정상적인 세포의 증식을 일으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에 착안한 과학자들은 인체내에서 자연스럽게 이 같은 변이를 막아내는 유전자 또는 단백질을 찾아내는 데 골몰하고 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암세포를 화학적 요법으로 죽이는 대신, 비정상과 싸워 소멸하는 생체의 흐름을 강화해 암을 극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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