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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포 맛집·명인·유기농 등으로 차별화… 다양한 할인·증정 행사도

    노포 맛집·명인·유기농 등으로 차별화… 다양한 할인·증정 행사도

    설을 앞두고 유통업계는 저마다 특색 있는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롯데백화점은 미식가들을 위한 아이템에 주력했다. 노포 맛집 세트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명인들이 만든 제품들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산청 유기농 한우 세트’ ‘영광 법성포 굴비’ ‘충북 사과’ 등 3종의 차별화 세트를 추천한다. 현대백화점은 5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 한우 세트 물량을 지난 설보다 30% 늘린 총 5000세트 준비했다. 이마트는 금액대별 가성비 높인 차별화 세트를, 롯데마트는 크기·맛에 집중한 고급 과일 세트를 내세웠다. 홈플러스는 다양한 할인·증정 행사로 설 손님맞이에 나섰다.●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국내 미식가들을 위한 다양한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지난 추석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전남의 유명 종가 ‘남파고택’, 전북 군산 맛집인 ‘계곡가든’, 서울 강남구의 ‘게방식당’ 등 ‘노포(老鋪) 세트’들은 상품이 가지는 독특한 스토리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준비된 전 품목이 완판되기도 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올해 선물세트에 노포 맛집 세트를 비롯, 전국 각지의 명인들이 만든 선물세트, 이색 재료 세트 등을 강화해 내놓는다. 대표적인 노포 맛집 선물세트로 34년 전통의 한우 전문점 ‘벽제갈비’의 ‘벽제 감사 세트(양념갈비 약 3.5㎏)’를 35만원에, 1981년 첫 매장을 열어 대한민국 100대 한식당으로 선정된 갈비 명가 ‘송추가마골’의 ‘스페셜 가마골 세트(2.4㎏)’·‘스페셜 늘품구이(2.1㎏)’를 각각 17만 5000원·11만 3000원에 내놓는다. 이밖에 30년 전통의 숯불갈비 전문점 ‘강강술래’, 고급 한식당 ‘삼원가든’, 전북 군산의 향토 음식점 ‘계곡가든’ 등 다양한 노포 음식점의 세트를 판매한다.●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3종의 선물세트를 추천한다. 먼저 청정 자연이 선물한 건강한 맛 ‘산청 유기농 한우 세트’다. 산청 유기농 한우는 높은 일교차와 신선한 공기를 갖춘 경남 산청 차황면의 맑고 깨끗한 자연에서 자랐다. 고기의 풍미를 좌우하는 올레인산(올레산)을 많이 함유해 감칠맛이 좋다. ‘만복’ 40만원, ‘다복’ 30만원. 두 번째로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기도 한 ‘영광 법성포 굴비’다. 영광 법성포에서는 올해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 참조기가 칠산 바다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에 맛있게 건조됐다. 낮보다 습도가 높은 밤에는 어체의 수분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찰지고 단단한 참조기의 육질이 더 맛있게 숙성된다. ‘만복’ 70만원, ‘다복’ 60만원, ‘오복’ 50만원, ‘수복’ 40만원. 세 번째로 명인의 열정과 자부심이 담긴 ‘충북 사과’다. 충북 사과의 우수한 빛깔·향, 아삭한 식감, 높은 당도를 유지하기 위해 재배와 수확 등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GAP(농산물 우수관리) 인증을 획득했으며 친환경 인증과 저탄소 상품 인증도 받았다.●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한우를 대거 준비했다. 특히 5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 한우 세트는 지난 설보다 물량을 30% 늘려 총 5000세트를 준비했고, 냉장 한우를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역대 최대 규모(4만 6000세트)의 냉장 한우 선물세트를 마련했다. 전국의 한우 중 단 3% 내외의 엄선된 암소 1++ 등급만을 사용한 ‘현대명품 한우 프리미엄(150만원, 구이용 갈비·등심·살치살·채끝 스테이크 등 총 7.6㎏)´, 1++등급 암소 중 가장 높은 마블링(근내지방도) 등급을 받은 한우로 구성한 ‘넘버 나인 세트(100만원, 등심·채끝 스테이크 등 총 3.6㎏)´, 현대 서산 목장에서 전통 방식으로 키운 ‘현대화식 한우 명품(78만원, 찜갈비·등심 등 3.8㎏)´ 등이 대표적인 프리미엄 세트다. 굴비도 프리미엄급으로 차별화했다. 지난 추석 600세트 한정 물량으로 선보인 특화 소금 굴비를 올해도 1200세트 준비했다. 신안 천일염을 대나무 통에 넣고 황토가마에서 구워낸 ‘죽염’으로 밑간한 ‘영광 참굴비(25만원, 20㎝ 이상 10미)´ 등 4종이다.●이마트 이마트는 금액대별로 차별화된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아울러 인기 선물세트를 행사 카드로 사면 최대 40%를 할인해주며, 구매 금액대별 최대 50만원 상품권 증정 또는 할인 행사를 한다. 우선 5만원 미만 선물세트로는 ‘가성비 와인’ 선물세트가 대표적이다. 호주산 ‘피터르만 바로산 세트’(750㎖·2병)를 3만 9600원에, 프랑스 최고의 유기농 와인 브랜드 샤푸티에의 ‘엠 샤푸티에 세트’를 3만 9800원에 판매한다. 또한 미슐랭 맛집 ‘금돼지식당’과 협업한 ‘피코크 금돼지식당 세트’를 행사 카드로 결제 시 10% 할인된 3만 5820원에 판다. 5만~10만원대로는 수산세트가 대표적이다. 청정 제주의 수산물로 구성한 ‘제주 옥돔갈치 세트’를 9만 9400원(카드 할인가)에 선보였다. 10만원 이상 가격대에서는 한우 세트가 인기다. 구이용과 국거리·불고기 각 1㎏으로 구성한 ‘피코크 한우 냉장 1호 세트’(카드 할인가 22만 5000원), 한우 갈비·국거리·불고기·양념소스로 구성한 ‘한우 혼합 1호’(카드 할인가 17만 8200원) 등이 대표적이다.●롯데마트 롯데마트는 과일 본연의 맛에 집중한 ‘황금당도 천안배·충주사과’ 프리미엄 과일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배 6개와 사과 8입으로 구성했으며, 가격은 15만 8000원이다. 총 1000세트를 한정 판매한다. 이 제품은 품질·맛을 높이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먼저 일반적인 선물세트의 크기인 사과 300g 내외, 배 600g 내외보다 약 30%가량 큰 사과 380g 내외, 배 800g 내외의 대과로만 선별했다. 그 뒤 100% 비파괴 당도 체크를 해 일반과일 대비 약 20%가량 높은 당도의 상품으로만 다시 한번 엄선했다. 전체 과일 중 5% 내외의 엘리트 상품만으로 구성했다는 게 롯데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농산물 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산지뚝심 충주 GAP사과’와 ‘산지뚝심 천안 GAP 신고배’ 과일 세트도 선보였다. 산지뚝심 충주 GAP 사과는 충주 동량면 ‘지등산’에 있는 과수원에서 생산했다. 7만 9800원(11~13입). 산지뚝심 천안 GAP 신고배는 60년간 3대째 배 농사를 이어오고 있는 농가의 상품으로 만든 세트다. 9만 9800원(8~12입).●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총 3000여종의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특히 ‘김영란법’ 선물 가액인 5만원 이상 10만원 이하 농수축산물 세트를 지난해 설 대비 7% 늘리고 ‘1+1 ’ 및 가격할인 등 프로모션을 강화했다. 특별 혜택도 마련해 13대 카드 결제 고객 및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 최대 30%를 할인해주고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50만원 상품권을 제공한다. 대표상품은 갈비와 제수용 정육으로 구성한 ‘농협안심한우 정육갈비혼합 냉동세트’(14만 8000원)를 비롯해 ‘LA식 꽃갈비 냉동세트’(10만 3200원), ‘전통양념소불고기 냉동세트’(7만원) 등이다. 과일은 100% 비파괴 당도 선별로 엄선한 ‘명품명선 나주배 세트’(5만 9900원)와 ‘명품명선 사과 세트’(5만 9000원)를 준비했다. 수산 품목은 산소 포장 특허 기술로 선도를 높인 ‘건강을담은 완도전복세트’(9만 9000원), ‘바다속그대로 완도전복세트’(4만 9900원)를 시중 대비 25% 저렴하게 마련했다. 건식은 ‘잣품은 고급견과세트’(6만 9900원)를 5000세트 한정으로 준비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美민주 경선 토론회, 워런 반격에 샌더스 한방 먹었다

    美민주 경선 토론회, 워런 반격에 샌더스 한방 먹었다

    샌더스 “여성대통령 불가 말한 적 없다” 워런 “과거 선거 승리자, 나와 에이미뿐” 남성후보 4명 상대로 효과적 반격 나서 이라크 미군 철수 두고 미묘한 입장차 바이든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 안 만나” 부티지지 “이란 핵문제는 최우선 과제”15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제7차 토론회의 가장 큰 주제는 두 개의 ‘W’, 여성(woman)과 전쟁(war)이었다. 다음달 초 예정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둔 이날 토론회에서 6명의 후보는 “여성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과거 발언과 대이란 군사행동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2018년 12월 샌더스 의원이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에게 말했다는 ‘여성 대통령 불가론’을 놓고 남성 후보 4명 대 여성 후보 2명의 구도로 나뉘었다. “여성이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포문을 연 워런 의원은 자신과 또 다른 여성 후보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의 과거 선거 전적을 예로 들며 남성 후보들을 공격했다. 그는 “이 자리의 남성들을 보라. 이들은 과거 10번의 선거에서 패했지만, 지금까지 치러 온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은 나와 에이미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대편에 서 있던 클로버샤 의원은 “정말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샌더스 의원은 전날에 이어 여성 대통령에 회의적인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재차 해명했다. 하지만 “샌더스는 내 친구이고, 그와 싸우려고 여기 나온 게 아니다”라는 워런의 발언과 맞물리며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궁색해졌다. 후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 등 중동문제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클로버샤 의원은 이라크에 미군이 남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워런 의원 등은 병력 철수를 강조하며 차이를 보였다. 워런 의원이 “이미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투부대를 주둔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자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테러전에 참여한 병력을 철수한다면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집단들이 다시 득세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바이든은 “IS는 우리가 상대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샌더스가 “미국인들은 끝없는 전쟁에 지쳐 있다”며 워런 의원과 공동전선을 펴기도 했다. 피터 부티지지 사우스벤드 전 시장은 “당선되면 이란 핵문제는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연소 후보인 그는 아프가니스탄전 참전용사로,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군복무 경력이 있다. 북미 관계와 관련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크리스 실리자 CNN 에디터는 “부티지지는 ‘미국의 최고사령관’이 되기 위한 경험과 능력, 안정감을 갖췄음을 보여 줬고, 워런은 여성 대통령에 대한 회의적 시각에 맞서 효과적으로 반격했다”면서 “반면 샌더스는 여성 대통령 발언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얘기했고, 전국민 의료보험 공약에 대해서는 비용 등 문제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글로벌 In&Ou] 광인 전략과 이란 사태에서 북한이 얻을 교훈/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 광인 전략과 이란 사태에서 북한이 얻을 교훈/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2020년 1월 3일에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방문 중에 드론 폭격으로 암살당했다. 이란의 최고 현직 장교이자 권력 순위에서 2위로 꼽혔던 인물이다. 미군이 공공연히 폭격으로 암살한 만큼 일각에서는 선전포고라고 분석됐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라도 현직 고위 군간부를 암살하는 행위는 선전포고로 여길 것이다. 이 선전포고에 이란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먼저 솔레이마니를 묻고 미군 공군기지를 습격했다. 장례식에서 보복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이란 정부도 보복을 하겠다고 했지만 대응은 매우 온화했다. 체면을 지키기 위해 습격했지만 습격하는 과정에서 일부러 미군에 실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이란은 이라크 미군기지 습격에 대한 정보를 이라크에 알렸고, 이라크는 미국에 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란 사태에서 북한 당국은 무엇을 배웠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폭격을 취소했을 때와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규칙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매우 다를뿐더러 북한과 비슷하게 벼랑 끝 전술을 활용할 때가 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벼랑 끝 전술로 인해 고위 간부가 암살당할 수도 있고 지도층에 매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만하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위협적인 외교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 약속이나 제재 완화 합의서를 받아내더라도 핵 포기는 곧 자살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할 것 같다. 이란이 2015년 핵무장 방지 합의를 체결했던 점을 보면 더욱 분명하다. 만약에 이란이 그동안 핵무장을 했다면 제재와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했겠지만, 미국으로부터 위협을 당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전쟁 가능성도 없어졌을 것이 아닌가. 또 한편으로는 미국을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모드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시 벼랑 끝으로 가겠다는 지난해 말의 상황은 1월 들어 약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발표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연설에서 연말 시한부라든가 새 길이나 ‘성탄절 선물’ 등 협박 논의를 지적하면서 아직도 협상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협박보다 ‘자력’과 제재 감당 논의가 강하기도 했다. 마치 솔레이마니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당분간 추가 도발에 대한 협박을 하지 않고 지켜보자는 내용이었다. 지난 칼럼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장거리미사일 시험(위성 발사 포함)이나 핵실험은 미국의 핵 관련 협상 기본값을 바꿀 효과가 없을뿐더러 현재 이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제재를 채택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만약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제재가 채택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북한 경제를 봉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박과 항공 차단도 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과 전쟁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약속해 왔듯이 고립주의적 외교 본능도 없지 않다. 다만 강대국의 대통령으로서 힘의 논리를 갑작스럽게 쓰는 경우가 있다. 그에게 일관된 전략이 있다기보다는 김일성을 미화하는 말로 북한 선전물에 나오는 ‘항일유격대식’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많다. 항일유격대보다 광인 전략(madman theory)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원래 동아시아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렵고 가장 무섭게 협박하는 나라는 북한이었다. 북한은 미국에 제재 완화를 받아내려고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을 보유하고 단기적으로는 핵을 숨기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와우! 과학] 세계서 가장 빠른 美 정찰기 SR-71 블랙버드의 모든 것

    [와우! 과학] 세계서 가장 빠른 美 정찰기 SR-71 블랙버드의 모든 것

    냉전 시대, 그 어떤 비행기보다 높고 빠르게 비행한 미국 전략정찰기 ‘SR-71 블랙버드’를 미국 CNN이 최근 집중 조명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록히드(현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한 정찰기 ‘SR-71 블랙버드’는 첫 비행에서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주에 닿을 정도로 높고 미사일을 능가할 정도로 빠르게 날 수 있다. 1950년대 후반 비밀리에 설계된 이 비행기는 현재도 수평 비행에서의 최고 비행 고도와 로켓을 동력으로 하지 않는 비행기의 최고 비행 속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SR-71 블랙버드는 아직 정찰 위성이나 드론(무인항공기)이 없던 시절, 적지에 침입해도 격추되지도 발견조차 되지 않기 위해 개발됐다. 열을 분산하기 위해 기체를 검게 도장하면서 ‘블랙버드’라는 애칭이 붙은 이 비행기는 유선형의 날렵한 외형 덕분에 기존 비행기와 전혀 다르게 보인다. 이에 대해 항공 역사학자이자 ‘블랙버드의 설계와 개발’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던 피터 멀린은 CNN에 “(블랙버드는) 50년대에 설계됐는데 지금도 미래의 비행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CIA의 정찰기1960년 5월, 소련 영공에서 항공 사진을 촬영하던 미국의 정찰기 U-2가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즉시 미소 냉전의 외교상 파장을 일으켰고, 미국은 다시 한번 더 빠르고 더 높게 비행할 수 있어 대공 사격을 받지 않는 신형 정찰기를 개발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CIA(미국 중앙정보국)가 원한 것은 고도 27㎞ 이상에서 고속 비행이 가능한 데다 가능한 한 레이더에 포착되기 어려운 정찰기였다”고 멀린은 설명했다.이 야심찬 정찰기의 설계를 맡은 이들은 세계 최고의 항공기 설계자 중 한 명인 켈리 존슨과 그가 이끄는 록히드에서 조직된 기술자들로 구성된 비밀부서 ‘스컹크웍스’ 연구원들이었다. 존슨은 블랙버드가 처음 퇴역했던 1990년에 “모든 것을 발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개발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같은 해 사망했다. 블랙버드 계열의 첫 비행기는 ‘A-12’로 명명돼 1962년 4월 30일 첫 비행을 했다. 총 13대의 A-12가 만들어졌고 이들 비행기는 CIA가 운용하는 극비의 특별 프로그램에 따라 운용됐다. 티타늄 기체 SR-71은 시속 3200㎞ 이상으로 비행하기 위해 설계돼 있어 주위의 외기와의 마찰에서 기체의 표면 온도가 상승해 기존의 기체는 고온에서 녹아버린다. 따라서 기체의 소재로 티타늄 합금이 채택됐다. 티타늄은 고온을 견딜 수 있고 철보다 가볍다. 그러나 티타늄 합금을 사용하면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우선 티타늄으로 만든 도구 세트를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철로 만든 도구를 사용하면, 티타늄은 도구와 접촉했을 때 깨지거나 부서지기 때문이다. 또 티타늄 자체를 조달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세계 최대 티타늄 공급국가는 소련이었다. 미국 정부는 티타늄을 대량으로 구매할 필요가 있었다. 아마 가상의 회사를 통해 구매한 것일 것”이라고 멀린은 말했다. SR-71의 1호기는 완전히 도장하지 않고 기체의 은색 티타늄 합금을 드러낸 상태에서 비행하고 있었다. SR-71이 처음으로 검은색으로 도장된 시기는 1964년의 일이다. 검은색 도료는 효율적으로 열을 흡수하고 방출해 기체 전체의 온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해서 ‘블랙버드’가 탄생했다. ‘블랙버드’ 계열블랙버드 계열의 첫번째 모델인 ‘A-12’에서는 여러 파생형이 개발됐다. YF-12는 기수 이외에는 A-12와 흡사하지만 이는 정찰기가 아니라 요격기다. 총 3대가 생산돼 미 공군에 의해 운용됐다. M-21은 기체의 후방에 드론을 탑재하고 발사하기 위한 파일론(PYLON)을 갖추고 있었다. 총 2대가 제작됐지만 1966년 드론이 본 기체에 충돌해 승무원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M-21 개발 계획은 중지됐다. 그리고 A-12의 마지막 파생형인 SR-71은 1964년 12월 22일 첫 비행을 시행했으며, 그 후 30년 이상에 걸쳐 미 공군의 정보 수집 활동을 담당했다. 총 32대가 생산돼 블랙버드 계열은 최종적으로 50대가 됐었다. 스텔스기의 선구자 SR-71의 기체에는 세계 최초로 비행기에 사용된 복합 소재의 일부가 포함돼 있었다. 이 소재 덕분에 이 비행기는 적의 레이더에 발견되기 어려웠다. “당시에는 아직 스텔스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이 비행기는 본질적으로 스텔스기다”라고 멀린은 말했다. 대공 사격이 도달하지 않는 고도로 미사일보다 고속으로 비행이 가능한 데다 레이더로도 거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SR-71은 모두 쉽게 적의 영공에 침입할 수 있었다. 멀린은 SR-71에 대해 “적이 발견하고 미사일을 발사할 무렵에는 이미 적의 영공을 뒤로 하고 있다는 발상이었다”면서도 “당시에는 아직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링크할 수 없어 (SR-71은) 상공에서 필름 사진을 촬영하고, 이 비행기가 기지로 가져간 필름을 처리해 연구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블랙버드가 적에게 격추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 비행기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어, 총 32대 중 12대가 사고로 소실됐다. 또한 운용이나 조종이 어려운 비행기이기도 했다. “이 비행기는 준비에 상당한 인력이 필요했다. 블랙버드가 출동할 때는 우주왕복선을 발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카운트다운(초읽기)이 이뤄졌다. 승무원과 비행기 모두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면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노력과 인력이 필요했다”고 멀린은 말했다.또 이 비행기의 조종사들은 고도의 극한 상태를 견딜 수 있도록 특별한 복장을 착용해야만 했다. 멀린은 “그들은 기본적으로 오늘날 우주왕복선 승무원들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며 “고속으로 비행하고 있으면 조종석이 매우 더워지므로 조종사들은 장시간의 임무 동안 자신들의 식사를 유리창에 나둬 따뜻하게 데워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랙버드가 소련의 영공을 비행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1960년 사건 이후 미국 정부는 소련 영공에서의 비행을 완전히 중단했다. 그러나 블랙버드는 냉전 중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고 중동과 베트남 그리고 북한과 같은 다른 중요한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했다.1976년, SR-71 블랙버드는 비행 고도 8만5069피트(약 2만6000m), 최고시속 2193.2마일(약 3530㎞=마하 3.3)이라는 현재도 깨지지 않은 세계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정찰 위성과 무인기 등 신기술의 실용성이 향상된데다가 감시 데이터를 즉시 사용할 만큼 기술이 발전하면서 블랙버드 계획은 1990년 중단됐다. 1990년대 중반에 일시적으로 부활하기도 했다. 199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SR-71 블랙버드의 마지막 비행을 시행한 뒤 남은 기체는 모두 박물관으로 보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스타워즈’ 측, 故캐리 피셔 분량 뒷이야기 공개 ‘뭉클’

    ‘스타워즈’ 측, 故캐리 피셔 분량 뒷이야기 공개 ‘뭉클’

    故 캐리 피셔 출연 분량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측은 13일 ‘스타워즈’ 시리즈의 흥미로운 역사부터 캐릭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TMI를 전격 공개했다. # 42년간 이어져 온 ‘스타워즈’ 스카이워커 사가의 마지막 이야기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어둠의 지배자 ‘카일로 렌’과 이에 맞서는 ‘레이’의 운명적 대결과 새로운 전설의 탄생을 알릴 시리즈의 마지막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지난 여정들을 통해 엄청난 잠재력과 강인한 정신을 보여준 ‘레이’와 더욱 강력해진 힘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카일로 렌’이 새로운 미래를 결정지을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며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1977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4–새로운 희망’부터 42년간 이어온 ‘스카이워커 사가’의 마지막 이야기로,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볼거리를 통해 지금까지 쌓아온 대서사의 완벽한 마무리를 장식한다. # J.J. 에이브럼스의 복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21세기 최고의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손꼽히는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지난 2015년 개봉 당시 전 세계적인 흥행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이어 두 번째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연출을 맡은 것으로, ‘스타워즈’ 세계관을 탄생시킨 조지 루카스 감독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두 편 이상의 ‘스타워즈’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으로 남게 되었다. # 악의 황제 ‘팰퍼틴’의 강력한 귀환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티저 예고편이 공개된 지난 4월, 영상의 말미에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등장해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악의 황제 ‘팰퍼틴’으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악당인 그가 이번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다시 등장해, 더욱 강력한 악의 힘과 간악한 술수를 펼치며 흥미진진한 ‘레이’의 여정에 예측불허의 결을 더한다.# 故캐리 피셔 출연 분량의 비하인드 스토리 이번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한 솔로’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루크 스카이워커’에 이어 ‘레아’ 장군이 ‘레이’의 멘토로서 제다이 수련을 함께하며 새로운 가르침을 전한다. 지난 2016년 12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캐리 피셔의 출연 분량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촬영 당시 영화 본편에 사용되지 않았던 장면들을 활용해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시각효과로 변경한 후 스토리라인에 맞게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 시리즈 개근상 ‘씨쓰리피오’부터 ‘츄바카’ 배우들의 바톤터치까지 ‘스카이워커’ 가문과 오래도록 충직하게 함께한 통역 프로토콜 드로이드 ‘씨쓰리피오’는 ‘스타워즈’의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등장해 ‘스타워즈’ 시리즈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로 자리잡았다. ‘씨쓰리피오’를 연기한 배우 안소니 다니엘스는 1977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4-새로운 희망‘부터 이번 작품까지 꾸준히 ‘씨쓰리피오’ 역으로 등장해 ‘스타워즈’ 시리즈의 모든 작품에 등장한 유일한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시리즈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마스코트 ‘츄바카’는 신장이 2미터 26센티에 달하는 배우 피터 메이휴가 시리즈의 시작부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까지 역할을 맡았고,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부터는 농구 선수 출신의 배우 요나스 수오타모가 바톤을 이어 받았다. 이번 작품은 1대 츄바카인 피터 메이휴가 지난해 4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 개봉하는 ‘스타워즈’ 영화가 됐다.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美 플로리다에서 낚인 160㎏ 초대형 그루퍼…사람보다 크네

    美 플로리다에서 낚인 160㎏ 초대형 그루퍼…사람보다 크네

    미국 플로리다에서 또 거대 그루퍼가 낚였다. 미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시에 있는 ‘어류 및 야생동물 연구소’(FWC)는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해안에서 거대 ‘바르샤바 그루퍼’(Warsaw grouper)가 잡혔다고 밝혔다. 이번에 잡힌 바르샤바 그루퍼는 무게가 160㎏에 육박한다. FWC 측은 그루퍼가 지난달 29일 플로리다 남서부 183m 깊이 바다에서 낚였으며, 50년 이상 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크고 오래된 샘플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다”라고 평가했다. 그루퍼를 잡은 남성은 “낚싯대와 낚싯줄 하나로 그루퍼를 낚았다"면서 "2019년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라고 자축했다. 농엇과 생선인 그루퍼는 전 세계에 1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골리앗 그루퍼’(자이언트 그루퍼)로 분류되는 대형종은 상어까지 잡아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450m 해저에서도 소형 상어를 잡아먹는 ‘골리앗 그루퍼’가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해양탐사 연구팀 카메라에 포착돼 놀라움을 안겼다. ‘바르샤바 그루퍼’는 길이 2m, 무게 260㎏ 이상까지 자란다. 지금까지 잡힌 그루퍼 중 역대 최대 크기의 그루퍼는 1961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 페르난디나 해변에서 잡힌 무게 308㎏짜리 ‘골리앗 그루퍼’로 알려져 있다. 1985년 12월 플로리다 멕시코만에서 붙잡힌 ‘바르샤바 그루퍼’가 198㎏으로 그 뒤를 이었다.2016년 12월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 인근 해상에서 포획된 무게 192㎏짜리 ‘골리앗 그루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그루퍼로 기록됐다. 당시 영국 맨체스터의 도매시장에 전시된 그루퍼는 한 소매상에게 1000파운드(약 148만 원)에 팔렸으며, 이후 5000파운드(약 741만 원)에 넘는 가격에 재판매됐다. 이처럼 거대한 크기로 먼저 화제를 모으다 보니, 그루퍼가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다. 그루퍼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전 세계에 서식하는 163종을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올려놓을 만큼 그 개체 수가 점점 줄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그루퍼 20종(전체의 12%)이 멸종될 것이며, 추가로 22종(전체의 13%)이 멸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IUCN은 보고 있다. 특히 ‘골리앗 그루퍼’는 10년 사이 개체 수가 80% 이상 감소해 멸종위기 심각 단계에 놓여있다. 미국은 1990년부터 전 해역에서 ‘골리앗 그루퍼’의 반출을 금지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수염, 한국 정치서 단식, 고행 상징... 해외에선?

    수염, 한국 정치서 단식, 고행 상징... 해외에선?

    트뤼도, 휴가 복귀하며 수염젊은 인상 덜고 원숙함 강조폴 라이언도 의장 시절 수염앨 고어는 정계 은퇴 신호로이집트선 강경 무슬림 표시 겨울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얼굴에 수염을 기른 채 나타났다. 한국에선 호불호를 떠나 김영삼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단식을 하며 깎지 않은 수염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해외에선 수염이 꼭 고행이나 투쟁을 상징하진 않는다. 8일(현지시간) BBC는 “수염은 정치 지도자가 기르고 나타났을 때 모두가 주목할 만큼 충분히 특이한 것”이라면서 “세계 어떤 지역에선 수염이 개인 취향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오랜 시간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가 충돌해 온 이집트에서 정치인의 수염은 강경 이슬람주의를 나타낸다. 무슬림형제단 소속으로 ‘아랍의 봄’ 시기에 첫 민선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가 군부 손에 끌려내려와 결국 재판 중 사망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도 항상 코와 턱에 수염이 가득했다. 미국에서 수염은 수십년 간 정치적 갈림길이나 패배에 직면했다는 신호로 인식됐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에게 패배한 앨 고어 부통령은 6개월 뒤 수염을 잔뜩 기르고 나타났다. 당시 그의 수염은 ‘망명자의 수염’이라며 정치권 분석 대상이 됐다. 당시 가디언은 “분명한 건 미국이 뽑은 마지막 수염 기른 대통령은 1세기 전 벤저민 해리슨이었다”면서 “(고어가) 전 부통령보다는 가끔 강의를 하는 현 직업에 걸맞은 학구적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2004년 총선 출마를 요청받던 고어가 수염을 통해 정계와 거리를 두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얘기다.영국 정치에서 수염은 군 출신 인사들 덕분에 용인돼 왔지만 마거릿 대처는 총리 시절 “내 장관 중 수염 기른 자는 누구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처의 수염 혐오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가 수염을 반란이나 좌파와 연관지었을 거라고 여겨진다. 실제 노동당 중진 의원 스티븐 바이어스, 알라스테어 달링, 피터 맨델슨, 제프 훈 등은 수염을 길렀지만 노동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 모두 얼굴 털을 깎았다. 최근 총선에서 노동당 대표로서 최악의 패배를 맛본 노동당 제러미 코빈은 1908년 이후 영국 정당 대표로선 처음으로 수염을 기른 경우였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독특한 흰 수염으로 유명하다. 지난 여름 모디의 새 내각에 취임한 장관 58명 중 18명이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다시 캐나다로 돌아오면 최근 좌파 성향 신민주당 지도자 자그미트 싱은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시크교도다. 그는 종교적 신념으로 터번을 쓰고 얼굴 가득 수염을 기르고 있지만 그의 전임자 토머스 멀케어는 당대표직을 맡으며 수염을 깎으라는 요구에 시달려야 했다. 캐나다에선 수염을 길렀던 마지막 총리가 20세기 초 로버트 보든 경이었을 정도로 정계에서 수염은 이례적이다.그런 캐나다에서 48세의 총리 트뤼도는 수염을 기르고 나와 그동안 내세웠던 ‘젊은 정치’ 인상과 대조적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수염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확실한 건 검은 수염과 흰 수염이 뒤섞여 상당히 성숙해 보인다는 것. 정치 자문회사인 맥케이 번 그룹의 린 맥케이는 “그는 확신을 가지고 수염을 연출한 것 같다”면서 “수염을 통해 일정 부분 원숙함을 드러내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BBC는 (그의 수염이) 최근 트뤼도가 겪은 정치적 위기, 하원 과반 확보에 실패한 힘든 재선 투쟁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트뤼도보다 한 살 많은 폴 라이언 전 미 하원의장은 2015년 44세 나이로 의장이 됐을 때 인스타그램에 수염을 기른 사진을 올리며 “거의 100년 만의 수염 기른 의장”이라고 썼다. 당시 그의 상징이었던 깨끗한 인상을 포기한 결정에 비판이 많았지만, 라이언 역시 트뤼도처럼 수염을 통해 좀 더 나이 들어 보이길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운전사는 침팬지… 휴가는 달나라로? 상상 속 2020,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운전사는 침팬지… 휴가는 달나라로? 상상 속 2020,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감정 가진 컴퓨터·노동 유인원 실현 안 돼 달 여행은 진행 중… 머스크 “연내 개발” 홍채 인식·채식주의·전자투표는 현실로팔에 이식한 스마트워치에 알람을 설정하는 걸 깜빡했다. 지각이다. 침대에서 뛰어나오며 홀로그램으로 수천㎞ 떨어진 곳에 사는 가족과 재빨리 포옹을 나눈 뒤, 원숭이 기사가 운전하는 차에 뛰어든다. 힘든 날이지만 며칠 뒤 달에서 보낼 휴가를 생각하며 버틴다. 1일(현지시간) CNN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과거엔 2020년 일상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장면’이라며 서술한 내용이다. 과거의 미래학자들이 꿈꾼 2020년 중 많은 것들이 현실화됐지만, 상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첨단 기술은 예상 밖의 경기침체, 대중의 거부감, 이윤을 고려한 기업의 선택 등 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영국의 미래학자 이언 피어슨은 2005년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이전에 인간 지능을 넘어선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컴퓨터는 당연히 감정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탓에 발전이 약간 지연됐다. 인공지능(AI)이 우리 연구진의 생각보다 35~40% 느리게 발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자신의 전망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20년에는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소화관과 혈류에서 수십억개의 나노 로봇이 필요한 영양분만 추출한 뒤 나머지는 배출할 거라고 2004년에 전망했다. 1964년 민간 연구기관인 랜드코퍼레이션은 지금쯤이면 유인원이 인간의 거의 모든 단순 노동을 대신할 것이라고 다소 황당한 예측을 내놓았다. 둘 다 아직은 시기상조다. 1960~1970년대에는 지금쯤 달에서 휴가를 보낼 거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반은 맞았다고 볼 수도 있다. 우주선 제작업체 ‘스페이스X’를 만든 일론 머스크는 올해까지 민간인의 달 일주 프로그램을 현실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미래학자들의 전망 중 들어맞은 것도 많다. 커즈와일은 2020년쯤 스마트 안경이나 콘택트렌즈가 전화기를 대체할 것이라고 2000년에 예측했는데 2014년 ‘구글 글라스’를 출시했다. 대중적 인기는 없었지만 공장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1913년판 뉴욕타임스는 미국인들이 21세기에 육류를 버리고 채식주의를 택할 것이라고 관측했고 에릭 하셀틴은 2000년 디스커버리지에 2020년까지 수기 서명이 홍채, 지문, 음성 인식 등 ‘생체 인식’으로 대체될 거라고 썼다. 1997년 와이어드에 기고한 피터 슈워츠와 피터 레이든은 2020년쯤 전자투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모두 현실이 된 예측들이다. 미래 예측이 단순한 전망을 넘어 미래 기술의 방향을 정하기도 한다는 견해가 힘을 받는 이유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그의 표정만 보면 뉴욕 주가 알 수 있다, 35년 한길 피터 터크먼

    그의 표정만 보면 뉴욕 주가 알 수 있다, 35년 한길 피터 터크먼

    2019년의 마지막 거래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스케치 사진에도 그는 어김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올해는 2020 파란색 안경을 쓰고서였다. ‘월가의 아인슈타인’으로 통하는 피터 터크만(63) 플로어 트레이더다. 월가의 동향이나 글로벌 증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낯이 익은 얼굴이다. 플로어 트레이더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자기매매(증권사의 판단에 따라 매매하는 것) 업무를 담당하는 딜러를 가리킨다. 다른 회원들의 위탁 주문을 받아 거래하는 플로어 브로커와 구분된다. 푸른 재킷, 헤드셋, 아이패드와 비슷하게 생겼고 한 손에 쥘 수 있는 소형 태블릿, 재킷에 붙은 좌석번호 배지가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다. 터크먼 역시 그의 이름보다 좌석 번호로 더 자주 불리기도 하는데 사진에 늘 노출되는 번호는 588번이다. 미국으로 이민 온 유대인 부모 아래 태어난 그는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경영학과 농업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음반 상점을 운영한 경험도 있고 서아프리카 석유회사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NYSE와 연을 맺은 것은 의사였던 아버지의 환자를 통해 거래소 타이피스트 일을 소개받으면서였다. 그 뒤 1985년부터 전문 트레이너로 일해 이제 35년 경력이 가까워진다.그가 유명세를 탄 것은 2007년 2월의 어느날, 뉴욕의 3대 지수가 모두 3% 넘게 떨어져 두 팔을 벌리고 분노를 담은 표정을 짓는 사진이 일간 ‘뉴욕 데일리 뉴스’의 전면을 장식하면서였다. 그 뒤 그는 증시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마다 NYSE 트레이더 룸을 찾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헝클어진 백발에다 풍부한 표정, 아인슈타인을 닮은 외모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머니셋의 로르샤흐 테스트(잉크 반점을 보여준 뒤 피험자의 반응을 통해 심리 상태를 진단하는 검사)”라며 “그의 표정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분노, 기대, 실망, 환희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터크먼 자신도 버즈피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 표정은 진짜”라며 “날 보면 그날 400포인트가 올랐는지, 떨어지는지 금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NYSE에 수천 명의 플로어 트레이더들이 있었지만 이제 남은 인원은 수백 명이다. 자동화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플로어 트레이더들이 소속된 회사는 1990년대 수백 개에서 현재 35개로 줄었다. 터크먼은 WP 인터뷰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을 강력하고 의미있으며 중요하게 만드는 것은 거래소의 인적 요소”라며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 있어 그들의 돈과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했다. 터크먼은 이어 “NYSE의 플로어는 지구에서 가장 훌륭한 사무실”이라며 “여기는 에너지와 사람들이 있는 신성한 곳이자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세계 금융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아들 벤저민도 대를 이어 같은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터크먼은 “평생 주식을 한 주도 소유해 본 적이 없다”며 “만일 내 자산의 이익과 손실을 걱정해야 했다면 고객 관리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투자자들에게 “당황하지 말고 참고 버티라”며 “합리적 이득을 취하고 불합리한 손실을 기다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관세 전쟁·브렉시트… 올 최악 위기에도 자유무역 회복 나선다

    류허 4일 방미… 미중 무역합의 서명 예정 2단계 합의 기술이전·지재권 문제는 난관 이달 브렉시트도 변수… 과도기 연장 필요 WTO·APEC 등 국제 기구 위상 되찾아야 2020년 1월 1일 자유무역질서를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25주년을 맞았지만 강제 휴업 상태다. 지난해 열리지 못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도 다자무역체제는 슬그머니 사라졌고, 미국발 관세전쟁은 해를 넘겨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자유무역질서의 종언’. 일각에서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새해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연초부터 분위기를 가늠해 볼 이벤트가 즐비하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무역 부문 수장인 필 호건 집행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1월 중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말 프랑스 디지털세 부과에 발끈한 미국이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추가 보복관세 계획도 밝히면서 양측은 갈등을 빚고 있다. 호건 위원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 재설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관세전쟁 전선을 축소할 의향이 없는 한 양측 간 무역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룬 미국과 중국은 서명만 남겨 놓은 상태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오는 4일 워싱턴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마도 다음주 정도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희소식이지만 작은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다. 2단계 합의는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복잡한 문제를 보다 깊이 다뤄야 해 난관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철강·태양광·전기차 배터리·조선·석유 등의 분야에서 국영기업들에 주고 있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전혀 막지 못했다며 이는 1단계 합의의 ‘큰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1월 말 브렉시트도 변수다. 영국은 EU와의 무역협정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12월 31일에 과도기를 끝낼 계획이지만, EU는 무역협상에 실패할 경우 과도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상기구의 힘은 축소되고 있다. 미국이 WTO 상소기구의 신규 위원 선임을 거부하면서 WTO는 지난 10일부터 기능이 마비됐다. 의장국 칠레의 반정부 시위로 2019년 정상회의를 취소한 APEC은 이미 2017년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다자무역체제 지지 문구가 삭제됐고, 2018년에는 아예 정상선언문 채택에도 실패했다. 지속적으로 훼손돼 온 자유무역질서가 올해도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당분간 중국과 휴전할 수 있고, 양자주의의 강세 속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는 양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어느 정도 다자주의의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세계 자유무역질서 ‘2020년 종말 VS 최악 속 희망’

    세계 자유무역질서 ‘2020년 종말 VS 최악 속 희망’

    25주년 된 WTO 개점휴업, APEC도 힘 못써무역전쟁 위기 美·EU의 무역책임자 ‘1월 협상’美中 1단계 무역합의 곧 서명하나 미봉책 평가도질서있는 브렉시트 가를 英·EU 무역협상도 관건 양대 ‘메가 FTA’의 다자무역 회복 기여 정도와재선 앞둔 트럼프의 휴전에 따라 희망 찾을 수도 2020년 1월 1일 자유무역질서를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25주년을 맞았지만 강제 휴업 상태다. 지난해 열리지 못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도 다자무역체제는 슬그머니 사라졌고, 미국발 관세전쟁은 해를 넘겨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자유무역질서의 종언’. 일각에서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새해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연초부터 분위기를 가늠해 볼 이벤트가 즐비하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무역 부문 수장인 필 호건 집행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1월 중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말 프랑스 디지털세 부과에 발끈한 미국이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추가 보복관세 계획도 밝히면서 양측은 갈등을 빚고 있다. 호건 위원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 재설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관세전쟁 전선을 축소할 의향이 없는 한 양측 간 무역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룬 미국과 중국은 서명만 남겨 놓은 상태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오는 4일 워싱턴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마도 다음주 정도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희소식이지만 작은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다. 2단계 합의는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복잡한 문제를 보다 깊이 다뤄야 해 난관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철강·태양광·전기차 배터리·조선·석유 등의 분야에서 국영기업들에 주고 있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전혀 막지 못했다며 이는 1단계 합의의 ‘큰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1월 말 브렉시트도 변수다. 영국은 EU와의 무역협정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12월 31일에 과도기를 끝낼 계획이지만, EU는 무역협상에 실패할 경우 과도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상기구의 힘은 축소되고 있다. 미국이 WTO 상소기구의 신규 위원 선임을 거부하면서 WTO는 지난 10일부터 기능이 마비됐다. 의장국 칠레의 반정부시위로 2019년 정상회의를 취소한 APEC은 이미 2017년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다자무역체제 지지 문구가 삭제됐고, 2018년에는 아예 정상선언문 채택에도 실패했다. 지속적으로 훼손돼 온 자유무역질서가 올해도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당분간 중국과 휴전할 수 있고, 양자주의의 강세 속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는 양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어느 정도 다자주의의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변화의 해’ 2020년…한국 경제 좌우할 국내외 이벤트 줄줄이 이어져

    ‘변화의 해’ 2020년…한국 경제 좌우할 국내외 이벤트 줄줄이 이어져

    2020년 경제 분야의 최고 관심사는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지 여부다. 세계 교역량 감소를 불러온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되지 않았고 1월 말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까지 예정돼 있어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4월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이벤트도 줄줄이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2020년을 ‘변화의 해’라고 부르며 대내외 대형 이벤트 결과에 따라 한국과 세계 경제가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20년에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건은 미중 무역분쟁이다. 양국이 분쟁에 마침표를 찍으면 경기 회복을 위한 최고의 재료가 되지만, 분쟁이 악화되거나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경기 둔화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30일(현지시간) “다음주 정도에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합의로 관세율이 추가 인하되면 미중 교역량이 2019년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다.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양국의 추가 관세 인하가 지연돼 부진한 교역량이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고 밝혔다. 1월 31일 브렉시트 여부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해 브렉시트에 탄력이 붙었다. 관건은 2020년 말까지 진행될 영국과 EU의 무역 협상이다. 협상 결과에 따라 2021년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닥칠 경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지난 6월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원칙적으로 타결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통관 지연 등 일부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중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도 관심사다. 연준이 지난 11일 금리 인하를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금리를 동결해 한동안 동결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미중 분쟁 격화, 경기 부진, 브렉시트 등의 여파로 연준이 미 대선 전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치 이벤트도 몰려 있다. 1월 11일에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진다. 최근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거세 대만에서 중국이 제안한 일국양제 방식의 양안 통일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 반중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재선 가능성도 높아졌다. 총통 선거를 기점으로 양안 관계에 변화가 생기면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4월 15일 총선이 치러진다. 여야 승리에 따라 경제 정책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 대선일은 오는 11월 13일이지만 2월 11일 뉴햄프셔주에서 열릴 예비선거를 시작으로 10개월간의 대장정이 펼쳐진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 또는 민주당 후보의 약진 여부에 시장의 향방이 달려 있다”며 “특히 미국의 대중 정책 선회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길 잃은 베테랑 편집자, 길 위에서 소설 만나다

    길 잃은 베테랑 편집자, 길 위에서 소설 만나다

    온전한 고독/강형 지음/난다/296쪽/1만 4000원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았다. 수년 전 여행을 시작한 이래 길을 떠돌며 이야기를 찾고 있다. 이 책은 그 길에서 만난 이야기이고, 첫 책이다.’ 소설 ‘온전한 고독’의 작가 소개에 적힌 글이다. 그의 이름은 ‘강형’. 생소하다. 그는 지난 8월 말, 출판사에 투고한 이래 근 일주일간 매일 컬러를 달리해 수정 부분을 표시한 새 원고를 보냈다. 이 신인 작가는 책 제목이 ‘어제를 사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편집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자신이 말하던 제목을 지켜냈다. 남자의 본명은 강병선(62). 1993년 서울 명륜동 작은 건물에서 출판사 문학동네를 시작해 오늘날 문학 출판계의 ‘빅3’로 키워 낸 인물이다. 또 다른 필명은 강태형. 198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겨울새’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온전한 고독’은 수백 수천권을 만들어 낸 베테랑 편집자이자 시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내는 첫 책이다. ‘전직 시인’이라는 자조를 즐겨했다는 작가는 뜻밖에 길 위에서 소설을 만났다. ‘작가의 말’에 그는 ‘길을 잃고 여행이 시작되었다’(292쪽)고 적으며 4년 전의 일이라고 부연했다. 2015년 신경숙 표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문학동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일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해 겨울부터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단칸방에서 시작해 발칸반도 9개국을 떠돌다 남미에도 갔다. 거기서 갈라파고스를 만났다. ‘이편 수평선에서 일어나 하늘을 가르며 저편 수평선 끝까지 선명하게 흐르는 기나긴 은하의 강을 보았다. 불가능한 꿈을 꾸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내게 깃든 건 그때였다. 오래 품고 있었으나 방기했던 내 어린 날의 꿈, 글 쓰는 자의 생을 다시 꿈꾸어도 괜찮겠다고.’(293쪽) 소설은 용모는 멀쩡하지만 바보 소리를 듣는 묘지기 피터의 이야기다. 글을 쓰고 버릴 때마다 묘지를 찾았다는 작가가 묘지에서 만난 인물인 듯하다.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묘지에서 산다는 이유로 어려서부터 친구들에게 “시체 냄새가 난다”는 괴롭힘과 놀림을 받고 자란 그에게 묘지는 집이자 놀이터이고 세상의 전부다. 그에게 찾아오는 갖가지 사연의 여인들은 서로가 가진 결핍으로 말미암아 상대에게 쉬이 자리를 내줄 수 있는 이들이다. 인물들의 말로 전하는 인생의 잠언들과 예상 밖 허를 찌르는 반전이 키포인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美, 계속되는 화웨이 때리기… “87조원 中정부 지원받았다”

    美, 계속되는 화웨이 때리기… “87조원 中정부 지원받았다”

    中 “화웨이 없으면 美 2020년 호황 불가” 화웨이 “세제혜택, 다른 기업과 똑같아”중국의 정보기술(IT) 업체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설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미 언론은 화웨이가 지금까지 우리 돈 90조원에 가까운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가 내년 초 중국과 시작할 2단계 무역협상에서 화웨이 문제를 정면에 내세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관영 매체를 통해 “화웨이가 없으면 미국의 호황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화웨이 배제가 결코 득 될 것이 없다는 논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화웨이가 중국 정부로부터 약 750억 달러(약 87조원)를 지원받았다”면서 “화웨이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책은행인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은 1998년부터 20년간 300억 달러의 신용대출 한도를 화웨이에 제공했다. 수출금융과 대출 등을 통해 160억 달러를 추가로 제공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도 지난 10년간 기술 인센티브 방식으로 화웨이에 250억 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했다. 1998년 화웨이가 지방세 탈세로 조사를 받자 당시 국영기업을 관장했던 우방궈 국무원 부총리 등이 직접 나서 불과 몇 주 만에 사태를 마무리했다. 수치로 계산하기 어려운 정부 조력이 상당했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연구개발과 관련해 지원을 받았지만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기술개발과 관련한 세제 혜택은 다른 분야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5세대(5G) 통신망 구축 시 화웨이 장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미 정부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면 중국이 영국의 핵무기 비밀이나 정보기관 기밀을 훔칠 수 있게 된다”면서 “화웨이 제품을 들이는 것은 트로이 목마를 가져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핵심 정보망을 제외하면 화웨이 장비를 써도 큰 위험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발언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자 글로벌타임스는 26일 ‘화웨이를 배제하면 미국의 2020년은 호황이 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화웨이 배제 움직임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백악관 통상부문 고문 피터 나바로는 미중 1단계 무역협정이 체결되는 2020년이 미국 경제 호황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미국이 농산물을 더 많이 파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미국을 더 성장시키는 데에는 아무 힘도 쓰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여기는 호주] 산불에 타죽은 코알라 사진에 호주 국민들 눈물

    [여기는 호주] 산불에 타죽은 코알라 사진에 호주 국민들 눈물

    지난 10월부터 시작해 3개월 이상 불타고 있는 호주 산불로 인하여 타죽은 코알라 사진이 호주 언론에 보도되어 많은 호주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호주판 데일리 메일과 호주 야휴뉴스는 퀸즈랜드 주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코알라 사진을 보도했다. 산불 진압에 참가하고 있는 호주 방재청 소속 의용소방대원 피터 루커는 지난주 퀸즈랜드 주 펀베일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압하다 사망한 코알라를 발견했다. 루커는 “불에 타죽은 코알라의 불쌍한 모습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코알라는 산불을 피하기 위해 숲을 가로질러 물가 쪽으로 탈출을 시도하려다 죽은 것으로 보여졌다. 루커는 “큰 나무 하나를 순식간에 태워버리는 불길 속에서 걸음이 느린 코알라에게는 아무런 선택이 없었을 것”이라며 마음 아파 했다. 이어 루커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코알라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호주 산불은 3개월 동안 뉴사우스웨일스 주와 퀸즈랜드 주 동부를 태우고 남호주와 서호주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타올라 코알라 생태공원이 위치한 포트 맥쿼리 지역내에서만 350여마리가 불에 타 죽었고, 호주 전체로는 약 2000여 마리가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망한 코알라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온라인에는 산불로 사망한 코알라를 비롯한 야생 동물의 비극을 아파하는 시민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산불로 피해를 입은 코알라 구조 모금 운동에는 당초 2만 5000 호주달러 (약 2000만원) 목표액을 훌쩍 뛰어넘어 210만 호주달러 (약 17억원)이 모금되고 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트럼프, 이달 시진핑 만나 1단계 무역합의 공식 서명

    트럼프, 이달 시진핑 만나 1단계 무역합의 공식 서명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이달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단계 합의안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무역합의 이행에도 내년 미국의 대중국 고율관세는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내년 대선 위해 직접 정치적 행보 나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에게 “나와 시 주석은 1단계 무역협상을 끝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달 중 서명식을 가질 것”이라며 “지금 (협정문이) 번역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중 고위급 협상단 대표가 협정문에 서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탄핵 정국 등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1단계 무역협상의 성과를 알리기 위해 직접 나서는 등 내년 대선을 위한 정치적 행보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1단계 합의에도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채드 보언 선임연구원이 쓴 ‘1단계 무역합의: 고율 관세는 뉴노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은 현재 평균 21.0%이고 1단계 무역합의가 이행돼도 19.3%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전인 지난해 1월 평균 3.1%의 대중 관세율과 비교하면 무려 6배 이상 높은 것이다. ●2500억 달러 규모 상품 25% 관세 유지 미중의 1단계 합의로 미국이 16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늦췄지만 11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는 15%에서 7.5%로 조정됐고 특히 25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는 25%로 유지되고 있다. 보언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현재 추가 관세 인하 계획을 밝히지 않는 만큼 2020년 대선 시즌까지 트럼프발 고율 관세는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 상품의 거의 3분의2에 적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포토] 메리 ‘아이스’마스~ 얼음물 속에서 즐기는 사람들

    [포토] 메리 ‘아이스’마스~ 얼음물 속에서 즐기는 사람들

    매년 열리는 하이드 파크 크리스마스 수영 참가자들이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하이드 파크에서 열린 ‘110미터 피터 팬컵 수영 경기(the 110 meter Peter Pan Cup swimming race)’에 이어 차가운 물 속에 입수해 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피터 팬 컵으로 알려진 하이드 파크 수영 클럽의 멤버들은 매년 서펜틴 호수의 얼음 물에서 참여한다. EPA 연합뉴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인도로 간 영적 스승 람 다스, 잡스가 존경했던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인도로 간 영적 스승 람 다스, 잡스가 존경했던

    옛적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에게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죽음이 곧 삶이다. 의미있는 삶을 마치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자취를 좇는다.미국 사이키델릭 운동의 선도자이며 영적 스승인 람 다스가 하와이 자택에서 여든여덟 삶을 평온하게 마쳤다고 영국 BBC가 2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본명이 리처드 앨퍼트인 고인은 1931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부친은 철도회사 사장이었다. 1952년 터프트 대학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57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모를 썼다. 이듬해부터 하버드 대학 강단에 섰는데 스스로 나중에 고백하길, 고가구로 가득한 아파트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를 굴리고, 세스나 경비행기를 갖고 있어 카리브해에서 휴가를 즐길 정도로 여유로운 시절을 보냈다. 하버드에서 동료 교수 티모시 리리와 친해졌는데 리리는 1960년대 ‘주파수를 새로 맞춰, 더불어 즐기며, 모든 낡은 것들을 그만 두라’(turn on, tune in, drop out)는 모토를 유행시켜 저항문화의 상징처럼 떠오른 인물이었다. 둘은 대마 성분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밝혀내는 실험을 시작하다 1963년 대학에서 쫓겨났다. 1968년 기분 전환용 LSD는 미국에서 불법이 됐는데 이 성분이 위험한 심리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다른 연구 결과에 터잡은 것이었다. 그래서 다스가 선택한 대안이 인도였다. 구루(영적 스승) 님 카롤리 바바, 흔히 마하라지지 밑에 들어가 공부했다. 다스는 스승에게 고농도 LSD를 건넸는데 스승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해서 그는 높은 경지의 도를 깨달으면 약물 따위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믿게 됐다. 마하라지지는 힌두 말로 ‘신의 종’을 뜻하는 이름을 지어줬고 힌두 교리와 명상, 요가 등을 전수해줬다. 다스는 1968년 미국으로 돌아왔는데 마하라지지의 청을 받아들여 흰 예복을 입고 수염을 기르고 맨발인 채였다. 미국 전역을 돌며 영적인 힘을 강연하고 힌두교와 불교, 수피즘(이슬람 종파 가운데 명상을 강조하는 일파)의 교리와 유머를 뒤섞는 강연으로 인기를 끌었다. 1960년대 티모시 리리와 함께 하버드 대학에서 LSD를 연구한 뒤 인도로 건너가 영적 세계를 탐구했다.1971년 쓴 첫 번째 책 ‘Be Here Now’가 200만권 이상 팔리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그의 책이 인생을 바꿨다고 찬사를 보낸 것은 유명한 일화다. 1980년대 들어 고인은 스스로를 구루로 보이게 하려 했다. 수염을 밀고 예복을 벗었다. 하지만 힌두식 이름을 버리지 않았다. 또 젊을 적 LSD를 찬미했던 일을 후회하기도 했다. 양성애자임을 공개했다가 1990년대 들어선 동성애로 기울었다. 스탠퍼드 시절 같은 학교 여학생과 짧은 밀회 끝에 낳은 아들 피터 레이처드가 있음을 2009년에야 알기도 했다. 수십개의 나라에 안과 치료와 시술, 안경 등을 제공하는 비영리 세바 재단을 공동 창립했다. 올해 그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무도 안되기’(Becoming Nobody)가 개봉됐다. 1997년 쓰러져 몸의 오른쪽 기능이 마비되고 말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그는 2004년 감염 증세 때문에 세상을 등질 뻔했으나 회복해 하와이로 돌아와 말년을 지냈다. 많은 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는데 내년 대선 출마를 타진하고 있는 마리안느 윌리엄슨, 제작자 저드 아파토, 작가 빌 코베트 등이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성탄 카드 펼치니 손글씨로 “상하이 교도소 죄수들인데 도와달라”

    성탄 카드 펼치니 손글씨로 “상하이 교도소 죄수들인데 도와달라”

    “우리는 중국 상하이 칭푸 교도소에 수감된 외국인 죄수들입니다. 우리의 의사와 관계 없이 강제 노역을 하고 있어요.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인권 기관에 신고해주세요.”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의 런던 남부 지점에서 1.5파운드를 주고 귀여운 고양이들이 산타 모자를 쓰고 있는 그림이 새겨진 자선 성탄 카드 상자를 구입한 여섯 살 소녀 플로렌스 위디콤이 상자를 열어 카드를 꺼냈는데 그 중 하나에 이런 내용이 적힌 손글씨 편지가 들어 있었다고 일간 선데이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아울러 이 편지를 본 사람은 칭푸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는 기자 피터 험프리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2014년에 칭푸 교도소에 수감됐던 험프리 기자는 이듬해 석방됐다. 위디콤 가족이 링크드인(Linkedin)을 검색해 험프리 기자에게 연락했고, 험프리는 다른 수감 전력자들과 접촉해 문의하니 지금도 죄수들이 하잘것 없는 것들을 모으거나 포장하는 노역에 동원된다는 말을 들려줬다. 당연히 험프리 기자가 이 기사를 작성했는데 교도소의 검열 강화로 석방 전에 만났던 죄수들과 접촉하던 방법도 모두 끊겼다며 “죄수들은 이제 병속에 메시지를 넣어 보내는 방식처럼 테스코 성탄 카드에 숨기게 됐다”고 말했다.플로렌스는 학교 친구들에게 보낼 성탄 카드에 문구를 적어넣었는데 여섯 번째 카드를 열자 이미 카드에 뭔가가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아빠 벤은 처음에는 장난인가 싶었는데 찬찬히 생각할수록 이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진지하게 외부에 알리고 싶어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험프리 기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책임이 자신들에게 부여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테스코 대변인은 “우리는 이런 문제가 제기된 데 충격을 받아 즉각 문제의 카드들을 제작한 공장의 카드 제작을 당분간 중단시키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성탄 카드를 인쇄한 곳은 중국 저장성에 있는 윤광 인쇄소이며 실제로 죄수들을 작업에 동원했는지 알아보고 확인되면 공급업체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면적인 회계 시스템을 돌려 강제 노역을 통해 이윤을 착취했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달 점검했을 때만 해도 문제의 공장이 죄수들을 노역에 동원하지 말라는 원칙을 어기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혔다. 또 자선용 성탄 카드를 판매해 해마다 30만 파운드 정도를 영국 심장재단과 UK 암연구, 당뇨병 UK 등에 기탁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른 고객들로부터 성탄 카드 안에 들어 있는 메시지와 관련된 불만이 제기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중국 죄수들이 서구 시장에 내놓는 제품에다 메시지를 몰래 숨겨 내보내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줄리 키스는 핼러윈 장식을 구입했는데 한 죄수가 고문과 박해를 받아 노역에 동원됐다고 털어놓는 편지를 발견한 일이 있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골 주인공이 될 뻔했던 마틴 피터스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골 주인공이 될 뻔했던 마틴 피터스

    옛적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에게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죽음이 곧 삶이다. 의미있는 삶을 마치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자취를 좇는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전에서 2-1 역전 골을 터뜨린 마틴 피터스가 76세로 세상을 등졌다고 유족들이 밝혔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웨스트햄의 레전드인 고인은 열다섯에 이 구단에 들어간 뒤 11년을 몸 담은 뒤 1970년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영국 축구 선수 사상 처음으로 20만 파운드의 몸값을 지불하게 만들었다. 웨스트햄 구단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신병과의 길고 용감한 싸움 끝에 “1966년 (옛 서독)과의 월드컵 결승전 골의 주인공이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면서 “앨런 볼, 레이 윌슨, 고든 뱅크스, 웨스트햄 아카데미 영웅이었으며 위대한 친구 보비 무어에 이어 웨스트햄의 다섯 번째 레전드였던 그를 슬프게도 잃었다”고 애도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동료였던 제프 허스트 경은 “축구와 내 개인에게 아주 슬픈 날”이라며 “마틴 피터스는 역대 위대한 축구선수 중 한 명이었으며 친한 친구이자 50년 넘게 내 동료였다”고 안타까워했다.피터스는 웨스트햄에 몸담은 1965년 유로피언컵 위너스컵 우승을 이끌었고 토트넘 이적 뒤 유럽축구연맹(UEFA)컵과 두 차례 리그컵 우승에 앞장섰다. 노리치에서 5년을 몸 담은 뒤 셰필드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한 시즌을 보내고 1981년 은퇴했다. 1978년 축구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무공훈장을 받았으며 웨스트햄 친선대사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얼굴을 내비쳤다. 고인은 1966년 월드컵 직전에야 알프 램지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 선수로 데뷔했는데 옛 유고와의 평가전을 2-0으로 이겼을 때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대표팀에 몸 담은 지 두달 뒤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결승전 2-1로 경기를 뒤집는 골을 터뜨린 피터스는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후반 종료 1분을 남기고 옛 서독의 베버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허스트가 추가시간 두 골을 뽑아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바람에 4-2로 이겼다. 고인은 한 인터뷰에서 “골을 넣은 순간은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았다.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램지는 피터스가 “자신의 시대를 10년 정도 앞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웨스트햄 구단은 피터스, 허스트, 무어가 있어 “램지의 대표팀을 불멸의 팀으로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고인은 700경기 넘는 프로 출전 경력을 썼고 대표팀으로는 67경기에 나섰다. 웨스트햄 동료였던 트레버 브루킹은 BBC 스포츠에 “마틴을 가장 잘 묘사하는 일은 그가 매우 겸손한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월드컵을 즐겼지만 그 뒤 몇십년 동안 이를 재연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틴은 결코 잘난척하지 않았다. 아주 겸손했고, 좋은 친구였으며, 그 일로 어떤 기사 제목거리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보리스 존슨 총리를 비롯해, 개리 리네커, 피터 실튼,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 프랭크 브루노, 뉴캐슬 감독 스티브 브루스, 전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수 스탄 콜리모어 등이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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