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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업’ …픽사, 예술 애니에 도전하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업’ …픽사, 예술 애니에 도전하다

    ‘픽사 스튜디오’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공개할 때마다 단편 애니메이션 하나를 부록으로 보여주곤 한다. ‘업’(감독 피트 닥터)의 상영에 앞서 관객은 ‘구름 조금’(감독 피터 손)이라는 소품을 보게 된다. ‘학의 전설’을 변주한 이 영화의 깊이와 지혜는 픽사의 향후 목표를 가늠하도록 만든다. 그들은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만 관심을 두는 작금의 애니메이션 환경에서 벗어나, 소중한 메시지가 깃든 예술적 애니메이션을 지향한다(그래서 스타들의 더빙도 없다). 일례로, 주인공과 인생의 반려가 만나고, 애정을 나누고, 나이를 먹고, 병들고, 죽음과 이별을 맞는 과정을 사려 깊게 묘사한 ‘업’의 도입부는 지금껏 어떤 애니메이션에서도 보지 못한 것이다. 아내가 죽은 뒤, 은퇴한 풍선판매상인 칼(미국인의 아버지상인 스펜서 트레이시의 모습에서 따왔으리라)은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다. 집 주변에 개발 붐이 일면서 그는 점점 고집통이로 변해 결국 우려했던 사고를 부른다. 양로원으로 떠나기 전날, 칼은 아내와 맺은 옛 약속을 기억해내고 실행에 옮긴다. 그런데 거대한 풍선 더미에 집을 매단 채 미지의 세계로 나선 칼은 엉뚱한 침입자를 발견한다. 자신을 러셀이라고 소개한 꼬마는 야생탐험대원을 자처하지만, 귀여운 얼굴의 녀석에겐 진짜 야생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흠이 있다. 험난한 기후를 뚫고 남미 대륙에 도착한 칼과 러셀은 거대한 새, 말하는 개와 조우하고, 일그러진 영웅을 만나면서 흥미진진한 위기상황에 봉착한다. 오랫동안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빨간 풍선’이란 영화가 있다.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 미국아카데미의 각본상을 수상한 알베르 라모리세의 영화는 수많은 풍선에 매달려 하늘로 날아오르는 소년의 모습으로 끝난다. 그 순간 ‘모험과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풍선에, ‘업’은 더욱 풍성한 의미를 부여한다. 극중 칼은 두 번의 모험을 결심하는데 두 장면은 공히 ‘버리는’ 행동으로 장식된다. 도시의 삶을 버리고 약속의 땅으로 떠난 칼은 마침내 모든 소유물을 포기하면서 진정한 해방을 맛본다.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던 집이 괜히 TV안테나를 부수는 게 아닌 게다. ‘업’은 집안에 갇혀 사는 도시인들이 헛된 집착에 몰두하는 이유를 TV 같은 현대문명에서 찾는다. ‘업’은 대사 대신 영상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칼과 러셀이 자연과 하나가 되고 세대와 환경을 초월해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데는 수다가 필요 없다. 이미 ‘월-E’에서 유사한 실험을 행한 픽사는 유럽산 예술 애니메이션에서 대사의 비중이 낮다는 점을 주목한 것 같다. ‘업’은 ‘순수영화’를 향한 픽사의 두 번째 시도다. 그리고 영상에 있어서도, 현실의 완벽한 재현이라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제로부터 벗어나려는 티가 역력하다. 물체의 사실적인 질감과 몇몇 장면의 섬세한 표현력(인물의 포커스 아웃까지 시도한다)은 혀를 내두르게 하지만, ‘업’은 ‘애니메이션다운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더 큰 힘을 쏟는다. 복잡한 캐릭터를 오히려 단순하게 표현하고자 ‘단순화 기법’을 사용한 그들은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해야 현실적인 느낌을 획득하는지 잘 알고 있다. 원제 ‘Up’, 30일 개봉. 영화평론가
  • “기업 살아남으려면 유교윤리로 무장해야”

    “기업 살아남으려면 유교윤리로 무장해야”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은 유교 윤리로 무장해야 합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의 에드워드 로마르(61·비교경영윤리) 교수는 지난달 28일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열리는 국제하계대학(서머스쿨)에서 ‘세계화의 윤리’를 주제로 강의하기 위해서다. 16년 동안 IBM사의 마케팅 담당자였던 로마르 교수는 동양윤리사상과 경영학의 접목을 주장해왔다. ●관계지향적 유교윤리가 조직 화합 일궈 로메르 교수는 14일 성대 명륜캠퍼스 국제관에서 기자와 만나 “현대기업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교적 윤리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마르 교수는 유교철학이 가진 특유의 관계 지향성에 주목하면서 이 때문에 유학사상이 기업윤리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자어 중 부모(父母), 형제(兄弟) 등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유독 많은데 이는 동양인들이 인간관계를 중시한다는 증거”라면서 “관계지향적인 유교윤리를 기업의 도덕규범으로 활용할 경우 개인주의적 성향을 극복할 수 있고 조직 화합을 일궈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윤리를 비롯한 서양철학은 절대자의 기준에서 선악을 구분해 악을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관계를 중시하는 유교 윤리관은 개인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하지 않아 개인과 조직 갈등을 쉽게 풀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로마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학습을 통한 지식습득을 강조하고 있는 유교적 가치관에도 주목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논어구절을 인용한 그는 “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선 구성원들이 직무지식과 도덕지식을 끊임없이 재교육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일했던 IBM사의 3대 지향점이 ‘지식’, ‘존경’, ‘인간에 대한 서비스’였다고 소개하면서 “서양기업이지만 유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조직을 운영하다보니 조직원간의 융화가 잘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에 대한 탐구없이 좋은 경영자 못돼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학생들이 실용학문에만 관심을 쏟고 인문학은 쓸모없는 학문이라고 여긴다고 들어 매우 안타깝다.”면서 “‘경영은 인간에 관한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사람에 대한 탐구 없이는 좋은 경영자가 될 수 없다.”고 충고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클라레 저그’ 누구품에

    우승자에게 주는 술주전자 ‘클라레 저그’는 누가 가져 갈까.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138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가 16일(이하 한국시간) 밤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골프링크스 에일사코스(파70·7204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관심은 부상에서 복귀한 뒤 치른 지난 두 차례의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공을 친 우즈의 첫 우승 여부. 우즈가 메이저 우승을 거른 건 본격적으로 투어 생활을 펼친 1997년 이후 단 세 차례(1998·2003·04) 밖에 없다. 더욱이 턴베리골프장은 우즈가 처음 겪어 보는 코스. 우즈는 턴베리에서 열린 역대 대회 비디오를 보며 작전을 수립하는 한편 턴베리의 명승부로 기록된 1977년 대회 당시 톰 왓슨(미국)이 20m짜리 버디 퍼트를 넣었던 15번홀 그린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둘러봤다. 두 차례 연습라운드를 마친 우즈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대항마’는 2007~08년 2연패를 달성한 파드리그 해링턴을 꼽을 수 있다. 대회 최다 연승 기록은 1867~70년 톰 모리스 주니어가 세운 4연패이지만 20세기로 넘어온 뒤엔 1954~56년 피터 톰슨이 작성한 3년 연속 우승이다. 해링턴이 우승하면 21세기에 처음으로 3연패를 달성하는 선수가 되는 셈. 하지만 해링턴은 화려했던 2008년을 보낸 뒤 올 시즌 PGA 투어 13개 대회에 참가해 컷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 여섯 차례나 될 정도로 부진에 빠져 있다. 해링턴은 스윙 교정의 후유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한 때 잃었던 자신감을 지금은 완전히 되찾았다.”면서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3연패를 달성하면 지붕 꼭대기에서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했다.최경주(39·나이키골프)는 지난 대회 3라운드까지 공동 2위 자리를 지키는 선전을 펼쳤다.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은 그의 장점. 2007년 공동 8위, 2008년 공동 16위를 차지하는 등 자연과의 싸움인 브리티시오픈에서 꾸준한 성적을 낸 터라 기대를 걸 만하다. 시즌 중반까지 부진했던 앤서니 김(24·나이키골프)도 6월 US오픈에서 공동 16위,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서는 공동 11위, 우즈와 챔피언조에서 첫 맞대결을 펼친 이번달 AT&T내셔널에서는 3위에 오르는 등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 턴베리에서 얼마만큼 냉정함을 유지하느냐가 변수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부고]

    ●하재목(자영업)씨 모친상 민병호(데일리안 대표·인터넷신문협회장)유동규(포항·환여우편취급국장)씨 빙모상 14일 영남대병원, 발인 16일 오전 6시 (053)620-4245 ●이은관(스위스보테니컬코리아 대표)은협(한국오라클 차장)희숙(포이동 기소야 사장)희옥(중원고 교사)씨 모친상 김유조(전 건국대 부총장)박문기(을지로 기소야 사장)피터리(A4번역센터 사장)김범수(인터메이저 이사)씨 빙모상 14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6일 오전 7시 (02)2227-7547 ●조래길(부흥건설 대표)씨 별세 14일 광주 조선대병원, 발인 16일 오전 8시 (062)231-8902 ●김명호(오토맥스명차 이사)전호(사업)씨 부친상 장은석(사업)이성일(〃)전갑진(전 산림조합유통사업소장)씨 빙부상 14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6일 오전 7시 (02)2650-2742 ●권태모(전 산업은행 인사부장·전 한국산업리스 이사)씨 별세 영일(전 신용보증기금 지점장)영찬(한국하이메카 대표)씨 부친상 김정식(전 대한항공)이영원(전 이수화학 상무이사)씨 빙부상 13일 건국대병원, 발인 16일 오전 6시 (02)2030-7901 ●백승국(단건축사사무소 대표)씨 모친상 14일 인천 적십자병원, 발인 16일 오전 10시 016-335-5895 ●신선호(광주 동부교육청 예산팀장)씨 부친상 13일 광주 무등장례식장, 발인 15일 오전 10시 (062)515-4488 ●김훈일(자영업)은아(대신증권 청담지점 차장)씨 부친상 김상호(ING생명 파워지점 부지점장)씨 빙부상 13일 안산 한도병원, 발인 15일 오전 8시 (031)485-4422 ●김종철(전 서울시 문화재 자문위원)씨 별세 1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6일 오전 6시 (02)3010-2263 ●조용우(대한체육회 학교생활체육팀 과장)씨 모친상 14일 부산대병원, 발인 16일 (051)240-7848
  • [뉴스 다큐 시선]서울 사라지는 골목길 사람들의 애환

    [뉴스 다큐 시선]서울 사라지는 골목길 사람들의 애환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가슴에 금이 갔다.” 시인 김광섭은 1968년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에서 개발의 열풍 속에 파괴돼 가는 인간성을 비둘기에 빗대 표현했다.여기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시가 2007년부터 시작한 ‘디자인 서울거리 조성계획’이 서울 전체를 바꾸고 있다. 이 사업은 2007년 대학로, 이태원로 등 10개 지역에 439억원을 투입해 전면 재단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언제나 새로운 것의 이면에는 사라지는 것들이 있고 그 뒤안길에는 사람들의 추억과 삶이 녹아 있다. 철거가 됐거나 이제 곧 철거를 앞두고 있는 서울의 추억을 찾아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애환을 들어 봤다. 글 박건형 오달란 유대근 박성국기자 kitsch@seoul.co.kr 동영상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 30년 전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일대에는 80여채의 한옥들이 서로 처마를 맞댄 채 줄지어 서 있었다. 집집마다 경쟁하듯 내놓은 화분이 골목을 화사하게 꾸몄다. 대문은 잠겨있는 적이 없었다. 활짝 열린 문 사이로 “영이 엄마, 된장이 다 떨어졌네. 한 숟갈만 퍼줘.” “언니, 나 대파 한 단 사올 동안 우리 애 좀 잠깐 봐 줘요.” 하는 정겨운 대화가 오갔다. 이 동네 14칸짜리 한옥에서 35년째 살고 있는 피터 바돌로뮤(61)가 들려준 이야기다.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지난 13일 저녁 바돌로뮤의 집 대청마루에 앉았다. 마당에 심은 대나무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사각거렸다. 그는 “이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한옥을 불편하고 낡았으니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속이 상한다.”고 푸념했다. 그는 “콘크리트 건물도 수리하지 않으면 30년을 못 간다.”면서 “나도 매년 두 번 지붕에 올라가 깨진 기와를 보수하고 홈통에 쌓인 낙엽을 치우면서 집을 부지런히 가꾼다.”고 말했다. 그의 기와 수리 실력은 동네에 소문이 날 정도로 뛰어나다. 옆집 할머니가 ‘피터씨, 김치 넉넉히 줄 테니 우리집 기와도 손 봐주우.’라며 부탁할 정도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정겹던 동네 인심은 재개발 광풍이 몰아치면서 사나워졌다. 2004년 이 일대가 동선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자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과 한옥을 지키려는 주민들이 편을 갈라 싸우기 시작했다. 바돌로뮤는 “쥐꼬리만 한 보상금 몇 푼과 평생 지켜온 유일한 자산인 집을 바꾸라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안타깝다.”면서 “재개발되면 이 일대에는 삭막한 아파트 4동이 들어서게 될텐데 그 모습은 절대 못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겨웠던 동소문동 한옥마을 정부 중심의 재개발 정책이 일방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옥마을의 예술적 가치를 몰라보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멀쩡히 사람이 사는 곳에 테두리를 쳐놓고 건물을 새로 짓겠다고 선포하는 것은 독재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생각하는 재개발의 근본 취지는 하꼬방(판잣집)처럼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 살 만한 곳으로 바꾸어 주는 일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정릉 일대를 재개발하면서 개량 한옥 한 채를 남겨 주민들의 자치공간으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한옥 마을을 단지 구경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죽은 공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동소문 일대를 제2의 인사동, 제2의 북촌으로 만드는 것이다. 갤러리와 점집, 골동품 가게, 카페와 한옥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예술마을을 이웃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그는 “그러면 사라질 뻔한 골목에 다시 사람들이 찾아와 북적대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삶의 전부인 세운상가는 추억의 공간 같은 날 종로구 장사동 세운1지구 ‘초록띠 공원’. 40여년간 자리를 지켰던 세운 현대상가가 헐리고 대신 들어선 공원 한쪽에는 벼, 옥수수 등을 직접 기를 수 있는 ‘도시농장’(시티-팜·City-Farm)이 조성되고 있다. 모내기 작업 중인 인부들의 모습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웅재(59)씨가 한마디 던진다. “서울시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데 터를 지켜온 사람들은 왜 슬퍼해야 하나.” 그는 30년째 세운상가의 전체 7동 중 하나인 세운상가 본관에서 TV와 난로 등을 팔아온 ‘터줏대감’이다. 시는 지난해 5월 남산에서 세운상가와 종묘를 가로질러 북악산까지 연결되는 ‘세운 녹지축’ 조성계획을 발표했고, 1단계 사업을 통해 현대상가터에 ‘초록띠공원’을 만들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5월20일 열린 초록띠공원 준공식에서 “5개월 전 착공 당시 삭막하기만 했던 터가 녹지로 바뀐 걸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흐뭇해했다. 시는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청계천~을지로~퇴계로 구간도 오는 2015년까지 3단계에 걸쳐 완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 보는 이씨등 세운상가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70년대 초 세운상가에 처음 발들여 놓은 이씨는 인생의 절반을 이곳에서 보냈다. 종업원으로 시작해 점포를 얻었고 96년부터 8년간 상인연합회장도 지냈다. 대학생인 아들도 상가에서 장사하며 낳고 길렀으니 “세운상가가 내 삶의 전부”라는 이씨의 말이 과장된 것은 아니다. 그는 “그러나 시가 상인들과 별 상의없이 세운 녹지축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부터 공사를 진행하면서 우리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면서 “3개월 영업보상비와 대체상가 등을 마련해 줬지만 몇십년째 이곳에서 일한 상인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할 뿐”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재개발도 좋지만 그동안 터를 지키며 살아온 이들에게 의견을 묻고 배려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모두가 행복하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시가 철거된 현대상가의 상인들을 위해 대체건물로 지어준 인의동 ‘세운스퀘어’의 정인학(54) 상인연합회장도 “일본 도쿄시는 65년된 전자상가 아키하바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오 시장의 눈에 세운상가는 없애야 할 낡은 건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서운해했다. 세운상가 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종로1, 2가 뒤쪽 골목에 이어져 있는 피맛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여년 간 이곳에서 생선구이집을 해온 대림식당 사장 석송자(67·여)씨는 “자고 나면 가게가 하나씩 없어진다.”면서 “외국인들도 600년 전통의 거리를 왜 없애느냐며 아쉬워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8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일 당시 경찰을 피해 피맛골에 몸을 숨겼던 대학생들이 어느새 40대 중년이 돼 아이들과 이곳을 찾기도 한다.”면서 “서민들의 추억이 서린 공간은 보존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운 듯 되물었다. 골목 한쪽에서 35년째 ‘원조 감자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옥희(70·여)씨는 “이곳에서 감자탕을 팔며 죽은 남편 대신 3남매를 키웠다.”면서 “재개발 때문에 곧 건물을 비워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사라져 가는 옛 터전들. 그곳을 지켰던 서민들에게 도시개발 계획은 빛보다 그림자였다. “정치하는 사람들 눈에는 문화는 없고 돈만 보이는 것 같아요. 이렇게 독특한 예술촌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데 왜 보존할 생각은 못하고 없애지 못해 안달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영등포구 문래동 3가. 낡고 녹슨 소규모 철강소들이 거리를 따라 줄지어 이어졌다. 그중 대부분은 문을 닫고 일부 철강소에서만 쇠 깎는 소리가 들려왔다. 폐허같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범상치 않은 그래피티(벽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와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이 곳은 마니아층에게 ‘문래예술공단’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생 함광일(26)씨는 공단 곳곳을 찾아다니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함씨는 “이곳이 없어지기 전에 사진기록이라도 남기고 싶어 찾았다.”면서 “문래예술공단은 한국의 몽마르트 언덕과도 같은 곳인데….”라며 아쉬워했다. ●“문래동 3가 예술촌 보존은 안되나요” 문래동3가는 70~80년대 서울의 대표적인 공업지역이었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철공소 상인들은 공단을 떠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예술가들이 찾아와 빈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70여개의 작업실에 160여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준공업지역인 이곳에 최대 80%까지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이미 예술촌 주변은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이 에워싸고 있었다. 아파트에 둘러싸인 예술촌은 어색하고 초라해 보였다. 이곳의 예술가들은 문래동 3가의 매력을 세가지로 꼽았다. 우선 임대료가 저렴하다. 그래서 요즘도 홍익대 부근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도 많이 건너온다고 한다. 주변이 빈 공단이거나 철공소라 작업 중에 발생하는 소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래동 3가만의 녹슬고 낡은, 오래된 분위기가 예술적 영감을 자극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소주(33)씨는 “재개발을 하게 되면 건물 주인은 임대료를 올려 입주해 있는 예술가들을 쫓아낼 것”이라면서 “단순히 예술가들의 문제가 아닌 한국 문화계의 위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심장 갈아탄’ 소녀 수술 3년 반 넘도록 ‘멀쩡’

    ”기증자와 수술을 해주신 의사 선생님이 없었다면 오늘날 전 없었을 겁니다.너무 감사한 일이예요.”  다른 이의 심장을 이식받아 원래 심장은 쉬게 해놓은 지 10년 만에 이식받은 심장을 제거하고 자기 심장을 다시 작동시켜 화제를 불러모은 영국의 16세 소녀가 수술 3년 반이 지나도록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BBC가 14일 의학 전문지인 ‘랜싯’ 인터넷판을 인용해 보도한 주인공은 웨일스주 카디프 근처 마운트 애시에 사는 한나 클라크. 그는 스포츠도 마음대로 즐기고 동물을 돌보는 파트타임 일도 갖게 됐고 9월에는 학교에 복학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한때 12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클라크는 ‘천식 치료제를 흡입하는 것 말고는 어떤 약도 복용하지 않고 있다.동물들과 함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매우 좋아하고 있다.예전에는 털이 가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심장이식 수술과 제거 수술을 모두 집도한 마그디 야쿱 박사는 “기적”이라며 “심장이 (기능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회복하기 시작하자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생후 8개월째인 지난 1994년 심장 크기가 두 배로 커지면서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근증(心筋症)이 확인됐다.야쿱 박사 등은 심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클라크의 이름을 올려놓았다.그러나 폐 기능 역시 좋지 않아 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둘 다를 한꺼번에 이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판단 때문에 의료진은 이듬해 생후 5개월된 아이의 심장을 이식시켰다. 원래 심장은 작동을 멈추게 한 뒤 그 위에 대체 심장을 갖다놓아 혈액을 자신의 몸 속 이곳저곳에 퍼나르게 했다.  수술 4년 반 뒤에는 두 개의 심장 모두 잘 기능했다.이제 의료진은 이식된 심장을 제거해야 했지만 이식된 심장에 퍼진 암세포를 제거해야 하는 난제에 맞닥뜨렸다.이식된 심장의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처방한 약물치료의 부작용이었다. 이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원래 심장이 거의 완벽하게 회복된 것.의료진은 2006년 2월에 이식된 심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야쿱 경은 처음에 두 번째 수술 집도를 거부했지만 부모들이 워낙 집요하게 설득해 결국 수술을 맡게 됐다.  영국심장재단의 피터 바이스버그 교수에 따르면 심장전문의들은 거부반응 때문에 망가진 심장이 푹 쉬면 회복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을 불러왔는데 클라크의 사례로 약해진 심장도 약간의 도움을 받으면 회복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뉴스 다큐 시선] 서울 사라지는 골목길 사람들의 애환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가슴에 금이 갔다.” 시인 김광섭은 1968년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에서 개발의 열풍 속에 파괴돼 가는 인간성을 비둘기에 빗대 표현했다.여기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시가 2007년부터 시작한 ‘디자인 서울거리 조성계획’이 서울 전체를 바꾸고 있다. 이 사업은 2007년 대학로, 이태원로 등 10개 지역에 439억원을 투입해 전면 재단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언제나 새로운 것의 이면에는 사라지는 것들이 있고 그 뒤안길에는 사람들의 추억과 삶이 녹아 있다. 철거가 됐거나 이제 곧 철거를 앞두고 있는 서울의 추억을 찾아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애환을 들어 봤다. 글 박건형 오달란 유대근 박성국기자 kitsch@seoul.co.kr 동영상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 30년 전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일대에는 80여채의 한옥들이 서로 처마를 맞댄 채 줄지어 서 있었다. 집집마다 경쟁하듯 내놓은 화분이 골목을 화사하게 꾸몄다. 대문은 잠겨있는 적이 없었다. 활짝 열린 문 사이로 “영이 엄마, 된장이 다 떨어졌네. 한 숟갈만 퍼줘.” “언니, 나 대파 한 단 사올 동안 우리 애 좀 잠깐 봐 줘요.” 하는 정겨운 대화가 오갔다. 이 동네 14칸짜리 한옥에서 35년째 살고 있는 피터 바돌로뮤(61)가 들려준 이야기다.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지난 13일 저녁 바돌로뮤의 집 대청마루에 앉았다. 마당에 심은 대나무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사각거렸다. 그는 “이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한옥을 불편하고 낡았으니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속이 상한다.”고 푸념했다. 그는 “콘크리트 건물도 수리하지 않으면 30년을 못 간다.”면서 “나도 매년 두 번 지붕에 올라가 깨진 기와를 보수하고 홈통에 쌓인 낙엽을 치우면서 집을 부지런히 가꾼다.”고 말했다. 그의 기와 수리 실력은 동네에 소문이 날 정도로 뛰어나다. 옆집 할머니가 ‘피터씨, 김치 넉넉히 줄 테니 우리집 기와도 손 봐주우.’라며 부탁할 정도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정겹던 동네 인심은 재개발 광풍이 몰아치면서 사나워졌다. 2004년 이 일대가 동선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자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과 한옥을 지키려는 주민들이 편을 갈라 싸우기 시작했다. 바돌로뮤는 “쥐꼬리만 한 보상금 몇 푼과 평생 지켜온 유일한 자산인 집을 바꾸라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안타깝다.”면서 “재개발되면 이 일대에는 삭막한 아파트 4동이 들어서게 될텐데 그 모습은 절대 못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겨웠던 동소문동 한옥마을 정부 중심의 재개발 정책이 일방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옥마을의 예술적 가치를 몰라보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멀쩡히 사람이 사는 곳에 테두리를 쳐놓고 건물을 새로 짓겠다고 선포하는 것은 독재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생각하는 재개발의 근본 취지는 하꼬방(판잣집)처럼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 살 만한 곳으로 바꾸어 주는 일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정릉 일대를 재개발하면서 개량 한옥 한 채를 남겨 주민들의 자치공간으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한옥 마을을 단지 구경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죽은 공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동소문 일대를 제2의 인사동, 제2의 북촌으로 만드는 것이다. 갤러리와 점집, 골동품 가게, 카페와 한옥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예술마을을 이웃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그는 “그러면 사라질 뻔한 골목에 다시 사람들이 찾아와 북적대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삶의 전부인 세운상가는 추억의 공간 같은 날 종로구 장사동 세운1지구 ‘초록띠 공원’. 40여년간 자리를 지켰던 세운 현대상가가 헐리고 대신 들어선 공원 한쪽에는 벼, 옥수수 등을 직접 기를 수 있는 ‘도시농장’(시티-팜·City-Farm)이 조성되고 있다. 모내기 작업 중인 인부들의 모습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웅재(59)씨가 한마디 던진다. “서울시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데 터를 지켜온 사람들은 왜 슬퍼해야 하나.” 그는 30년째 세운상가의 전체 7동 중 하나인 세운상가 본관에서 TV와 난로 등을 팔아온 ‘터줏대감’이다. 시는 지난해 5월 남산에서 세운상가와 종묘를 가로질러 북악산까지 연결되는 ‘세운 녹지축’ 조성계획을 발표했고, 1단계 사업을 통해 현대상가터에 ‘초록띠공원’을 만들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5월20일 열린 초록띠공원 준공식에서 “5개월 전 착공 당시 삭막하기만 했던 터가 녹지로 바뀐 걸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흐뭇해했다. 시는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청계천~을지로~퇴계로 구간도 오는 2015년까지 3단계에 걸쳐 완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 보는 이씨 등 세운상가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70년대 초 세운상가에 처음 발들여 놓은 이씨는 인생의 절반을 이곳에서 보냈다. 종업원으로 시작해 점포를 얻었고 96년부터 8년간 상인연합회장도 지냈다. 대학생인 아들도 상가에서 장사하며 낳고 길렀으니 “세운상가가 내 삶의 전부”라는 이씨의 말이 과장된 것은 아니다. 그는 “그러나 시가 상인들과 별 상의없이 세운 녹지축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부터 공사를 진행하면서 우리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면서 “3개월 영업보상비와 대체상가 등을 마련해 줬지만 몇십년째 이곳에서 일한 상인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할 뿐”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재개발도 좋지만 그동안 터를 지키며 살아온 이들에게 의견을 묻고 배려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모두가 행복하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시가 철거된 현대상가의 상인들을 위해 대체건물로 지어준 인의동 ‘세운스퀘어’의 정인학(54) 상인연합회장도 “일본 도쿄시는 65년된 전자상가 아키하바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오 시장의 눈에 세운상가는 없애야 할 낡은 건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서운해했다. 세운상가 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종로1, 2가 뒤쪽 골목에 이어져 있는 피맛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여년 간 이곳에서 생선구이집을 해온 대림식당 사장 석송자(67·여)씨는 “자고 나면 가게가 하나씩 없어진다.”면서 “외국인들도 600년 전통의 거리를 왜 없애느냐며 아쉬워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8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일 당시 경찰을 피해 피맛골에 몸을 숨겼던 대학생들이 어느새 40대 중년이 돼 아이들과 이곳을 찾기도 한다.”면서 “서민들의 추억이 서린 공간은 보존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운 듯 되물었다. 골목 한쪽에서 35년째 ‘원조 감자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옥희(70·여)씨는 “이곳에서 감자탕을 팔며 죽은 남편 대신 3남매를 키웠다.”면서 “재개발 때문에 곧 건물을 비워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사라져 가는 옛 터전들. 그곳을 지켰던 서민들에게 도시개발 계획은 빛보다 그림자였다. “정치하는 사람들 눈에는 문화는 없고 돈만 보이는 것 같아요. 이렇게 독특한 예술촌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데 왜 보존할 생각은 못하고 없애지 못해 안달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영등포구 문래동 3가. 낡고 녹슨 소규모 철강소들이 거리를 따라 줄지어 이어졌다. 그중 대부분은 문을 닫고 일부 철강소에서만 쇠 깎는 소리가 들려왔다. 폐허같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범상치 않은 그래피티(벽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와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이 곳은 마니아층에게 ‘문래예술공단’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생 함광일(26)씨는 공단 곳곳을 찾아다니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함씨는 “이곳이 없어지기 전에 사진기록이라도 남기고 싶어 찾았다.”면서 “문래예술공단은 한국의 몽마르트 언덕과도 같은 곳인데….”라며 아쉬워했다. ●“문래동 3가 예술촌 보존은 안되나요” 문래동3가는 70~80년대 서울의 대표적인 공업지역이었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철공소 상인들은 공단을 떠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예술가들이 찾아와 빈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70여개의 작업실에 160여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준공업지역인 이곳에 최대 80%까지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이미 예술촌 주변은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이 에워싸고 있었다. 아파트에 둘러싸인 예술촌은 어색하고 초라해 보였다. 이곳의 예술가들은 문래동 3가의 매력을 세가지로 꼽았다. 우선 임대료가 저렴하다. 그래서 요즘도 홍익대 부근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도 많이 건너온다고 한다. 주변이 빈 공단이거나 철공소라 작업 중에 발생하는 소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래동 3가만의 녹슬고 낡은, 오래된 분위기가 예술적 영감을 자극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소주(33)씨는 “재개발을 하게 되면 건물 주인은 임대료를 올려 입주해 있는 예술가들을 쫓아낼 것”이라면서 “단순히 예술가들의 문제가 아닌 한국 문화계의 위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英 교사가 수업중 여학생 아령 폭행

    영국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아령을 휘둘러 치명상을 입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노팅험 주에 있는 세인트 로마 카톨릭 종합중등학교(aints Roman Catholic Comprehensive School)의 물리교사 피터 하베이(49)는 8일(현지시간) 오전 제자 세 명을 공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수업 도중 한 여학생이 교과서를 찢고 욕을 하면서 시작됐다. 하베이는 여학생의 가방을 발로차며 “네가 학교 기물을 파손했으니, 난 네 물건을 부수겠다.”고 한 것. 그러자 반에 있는 일부 학생이 욕설로 개사한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부르며 모욕했고 하베이는 이성을 잃었다. 그는 잭 워터하우스(16)의 머리에 2kg짜리 아령을 휘둘렀으며 말리려 다가온 남학생 한 명과 여학생 한 명도 가격했다. 하베이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지만 당시 교실에 있던 학생 20명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을 당한 워터하우스와 다른 두 학생은 다음날 말을 할 정도로 의식을 회복했다. 사건을 담당한 노팅험 주 경찰은 학교 측과 협력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전해들은 학생들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베이가 평소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우수한 교사로 알려졌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는 것.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그가 평소에도 혼잣말을 많이 하는 등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보였으며 최근 스트레스 문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스토리 개발에 3년… 세대간 화합 메시지 주고파”

    “스토리 개발에 3년… 세대간 화합 메시지 주고파”

    “‘업’이 다른 작품들과 유다른 점은 아주 평범한 노인에 대해 얘기한다는 거예요. 슈퍼 히어로도 말하는 물고기도 아닌, 특징 없어 보이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죠.” 애니메이션 ‘업’의 스토리 슈퍼바이저(총괄기획자)인 로니 델 카르멘은 최근 ‘업’ 시사회 뒤 서울 삼성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필리핀계 미국인인 그는 픽사 스튜디오에서 일한지 9년 된 베테랑. 그동안 ‘니모를 찾아서’, ‘카’, ‘월-E’ 등 쟁쟁한 애니메이션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30일 개봉하는 ‘업’은 아내와 사별한 노인 ‘칼’이 남은 인생의 방향을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홀로 조용히 여생을 정리할 것인가? 아니면 어린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에 나설 것인가? 칼은 용감하게 후자를 선택한다. “‘업’ 스토리 개발에만 순수하게 3년 반이 걸렸어요. 그 시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수정을 거듭했죠. 물론 아이디어를 낸 피트 닥터 감독이 처음 구상을 한 것은 그보다도 더 오래전이었어요. 이렇게 스토리 기반을 잡고서야 겨우 캐릭터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었죠.” 피트 닥터 감독은 ‘업’의 연출자. 학생시절부터 늘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온 닥터 감독은 어느 날 ‘인생의 황혼기에 다다른 노인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상황’을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꼈다. 델 카르멘은 “제작과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칼이 자신을 짜증나게 했던 소년 러셀을 구하겠다고 마음을 돌리기까지 우여곡절을 묘사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업’의 특징으로 주인공 소년 러셀이 아시아계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델 카르멘에 따르면, 러셀은 실제 인물 2명을 모델로 했다. 한 명은 그의 이웃에 사는 소년으로 극속 러셀처럼 보이 스카우트 소속이고 활발한 성격이다. 또 한 명은 ‘업’에 앞서 상영되는 단편 ‘구름조금’을 만든 피터 손 감독이다. 손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성격이 유쾌한 데다 외모까지 러셀과 흡사하단다. 무엇보다 ‘업’은 메시지가 뚜렷하다. 델 카르멘의 목소리에서도 확신이 넘쳤다. “칼과 러셀을 통해서 신세대와 구세대가 어떻게 서로의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하게 되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국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죠.”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YBA 이후의 英 현대미술 한눈에

    YBA 이후의 英 현대미술 한눈에

    ‘YBA’(Young British Artists)는 영국 현대미술의 상징이다. 1980년대 후반 데미언 허스트가 기획했던 ‘프리즈’(Freeze)전에 참여했던 일군의 영국 작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1999년 영국과 미국에서 열린 ‘센세이션’ 전시로, 전 세계 미술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고, 이후 상업적인 성공도 이뤄냈다. YBA의 작가들은 원래 실험적인 작업을 주로 했으나 여러 상업 화랑과 컬렉터들에 의해 상업화가 이뤄진 것. ‘터너 프라이즈’와 같은 국제적인 미술상은 비상업적이고 실험적인 영국미술을 촉발시켰지만 결과적으로 영국 현대미술의 상업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최근 YBA 이후의 영국 현대미술을 한국에 소개하려는 전시가 기획됐다. 서울 서교동의 대안공간 루프가 4일부터 8월11일까지 여는 ‘노운 언노운’(Known Unknown)이나,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26일까지 열리는 ‘런던 콜링 London Calling: Who Gets to Run the World’ 전시는 영국에서 YBA의 출현의 의미와 이후를 진단하는 기획전시다. 우선 ‘노운 언노운’ 전. 전시제목처럼 인식되거나 인식되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을 다뤘다. 또한 세계 미술계에서 YBA의 그늘에 가려 ‘(유럽권에) 알려지거나 (아시아권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뜻하는 이중적인 의미다. 그레이엄 거신과 엘리자베스 메길, 루스 클락슨, 자크 님키, 소피아 헐튼 등 영국 작가 5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YBA와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일상 속에서 당연한 현상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비디오작업과 회화작업들을 선보인다. 힐튼의 ‘친숙한(Familiar)’이라는 제목의 영상작업은 ‘친숙한’ 본인의 가족들을 등장시켜 ‘친숙한’ 상황을 연출하지만, 곧 ‘생소한(unfamiliar)’ 반전을 이어붙인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인 메길은 언뜻 보면 평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기묘하고 기괴스럽기까지 한 느낌을 풍기는 풍경화들을 보여준다.(02)3141-1377. ‘런던 콜링 London Calling: Who Gets to Run the World’ 전시는 드로잉을 비롯한 설치,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한다. 영국 현대미술이 어떻게 세계 미술계의 핵심적인 지위에 오르게 됐는지, 한국 관객은 영국 현대미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참여작가는 필립 알렌, 피오나 배너, 데이비드 백첼러, 마틴 크리드, 드라이든 굿윈, 피터 맥도널드, 나타니엘 라코베, 개리 웹 등 8명이다. 정확하게 YBA 이후의 작가군이다. 일반적으로 영국 현대미술은 색과 모티브, 구조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품은 색과 모티브들을 단숨에 파악할 수 있도록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개념적인 편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02)379-7037.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여름방학 어린이 문화프로그램 풍성

    여름방학 어린이 문화프로그램 풍성

    곧 시작되는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어떻게 하면 유익하게 보낼까 고민하고 있다면 우선 세종문화회관의 프로그램을 들춰보자. 정통 클래식을 즐기는 ‘베토벤 이야기’, 국악을 배우는 ‘국악여정’, 미술관 관람과 연극을 섞은 종합박람회 ‘와글와글 미술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재미와 교육 효과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기회다. ●클래식을 알기 쉽게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는 정통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베토벤 심포니 4번’과 ‘서머 클래식’ 등을 준비했다. ‘베토벤 심포니 4번’은 지난해부터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목표로 진행한 ‘베토벤 이야기’의 7번째 연주회. 교향곡 4번은 베토벤의 생애 중에서 가장 조용하고 낭만적인 시절의 작품으로, 3번 ‘영웅’과 5번 ‘운명’보다 훨씬 부드럽고 밝은 느낌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 오은지와 첼로 수석 정민영이 각각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2번과 생상스 첼로 협주곡 1번도 협연한다. 해설이 있는 연주회 ‘서머 클래식’은 새달 7~8일 열린다. 클래식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서현진 아나운서가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입문’ 해설을 하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등 친근한 작품을 연주한다. 19~20일 ‘피터와 늑대’ 공연에서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박태영 단장이 해설을 곁들인다. 로비에서는 극장관람 예절에 대한 짧은 연극과 음악 칼럼니스트 진회숙의 설명도 진행한다. 또 서울시합창단은 8월22일 가요, 영화음악, 뮤지컬 음악 등을 합창곡으로 편곡해 부르는 ‘조이 클래식’을 공연한다. ●시원한 우리 가락과 함께 우리 소리를 즐길 시간도 있다. 남산국악당은 8일부터 새달 19일까지 매주 화·수요일 ‘여름날의 국악여정’을 이어간다. 매주 화요일은 차세대 소리꾼 공연 ‘봉황 목멱(木覓)에 놀다’로, 올해 전주대사습놀이의 가야금병창 장원 박혜련(14일), 경서도소리를 잇는 남자 명창 이희문(21일), 가곡 전수 장학생 박민희(8월11일), 경제서도잡가 보존회(8월18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수요무대 ‘나비 꽃에 놀다’에는 연주와 춤이 어우러진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아쟁 연주자 허유성(8일), 서울시국악사랑동호회(15일), 청어람우리춤연구회(22일), 송영환 춤아리무용단(8월12일), 승무 이수자 백경우(8월19일) 등이 나선다. 연주자들은 가야금 명인 황병기와 이영희, 명창 안숙선 등으로 구성된 서울남산국악당 자문위원들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왼쪽 사진)이 새달 13일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가면무도회 ‘국악짱! 재미짱!’을 열고, 서울시청소년국악관현악단은 17일 탭댄스와 시나위 등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협연무대인 ‘클릭! 국악 속으로’를 준비했다. 한편 세종문회회관 미술관 별관에서는 미술 작품 감상, 체험, 연극이 어우러진 종합박람회 ‘와글와글 미술관(오른쪽)’을 9월27일까지 연다. 빛으로 변화하는 색을 체험하고, 색 혼합으로 점묘법을 이해하는 등 화가들의 탐구적 영감도 엿본다. (02)399-1114~6.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박물관·미술관으로 떠나는 음악바캉스

    박물관·미술관으로 떠나는 음악바캉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향기로운 음악으로 무더위를 식히는 자리가 잇따라 마련된다. 모두 무료 공연이라 도심 속 여름 휴가 이벤트로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도시, 꿈을 꾸다’(큰 사진)라는 야외 음악회를 마련했다. 부제는 ‘여름-낮에 꾸는 꿈’이다.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도시와 예술, 일상과 꿈의 만남을 통해 여유와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다. 9일 오후 7시 서울시립미술관 야외 광장에서 열린다. 국내 팝 재즈밴드 푸딩의 리더였던 김정범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푸디토리움과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아카펠라 그룹 스윗소로우, 국내 정상급 재즈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 송영주 트리오가 나와 각각 여행, 청춘, 설렘을 테마로 독특한 음악 콜라주를 시민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0월15일에는 ‘가을-일상 안의 꿈’이라는 서브 타이틀로 야외 음악회를 한 차례 더 꾸린다. 국내 포크 음악그룹 여행스케치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 싱가포르 출신 싱어송라이터 코린 메이가 달콤한 추억을 선물한다. 국립중앙박물관도 한여름 밤을 재즈로 물들일 이벤트를 마련했다. 다음달 7일부터 이틀 동안 인공호수 거울못 옆 열린마당에서 ‘거울못 재즈 페스티벌’(작은 사진)을 여는 것. 2006년과 2007년 열린 뒤 2년 만에 다시 열리는 페스티벌로 3회째다. 7일 오후 7시에는 컨템포러리 재즈 밴드 홍순달 퀸텟이 대중적이면서도 편안한 재즈를 들려주는 데 이어 세계 유명 페스티벌의 단골 초대 손님인 피터 솔로 앤드 카카라코 그룹이 남부 아프리카 전통음악에 기반을 둔 이색적인 재즈를 연주한다. 이튿날 오후 6시에는 국악과 양악의 조화를 추구하는 퓨전국악 밴드 훌이 판타지의 시작을 알리며 세계적인 밴드 스팅의 기타리스트로 활약했던 도미닉 밀러가 국내 관객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도미닉 밀러는 스팅 외에도 피터 가브리엘, 셰릴 크로, 팻 매스니 등과도 작업했으며 영화 ‘레옹’의 주제가인 ‘셰입 오브 마이 하트’의 작곡가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윤희정이 CEOJ 밴드와 함께 흥겨움을 보탠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청혼한지 65년 만에 결혼한 80대 노인

    65년 전 풋풋한 첫사랑을 한 80대 노인들이 결국 부부가 됐다. 영국 브리스틀에 사는 마이클 피터(81) 할아버지와 매리 오튼(81) 할머니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점인 1940년 대 중반 런던의 한 교회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다. 피터 할아버지는 용기를 내 오튼 할머니에게 청혼을 했으나 “우린 아직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고 둘의 사랑은 그렇게 엇갈렸다. 10여 년 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각각 결혼을 해 아이들과 손자들을 얻고 60여 년을 살았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두 사람의 배우자들이 세상을 떠나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상처를 위로하며 다시 가까워진 것. 할아버지는 “아주 오래 전에 매리와 헤어졌으나 마음에는 늘 그녀를 향한 불꽃이 있었다.”면서 “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예전 애틋한 감정이 싹텄고 두번째 청혼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번에는 이 청혼을 받아들였고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식과 손자들 앞에서 정식 부부로 인정받았다. 오튼 할머니는 “결혼식날은 정말 행복했고 멋진 날이었다.”면서 “우리는 늙어가지만 우리의 사랑은 늙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할아버지의 맏딸인 줄리아는 “두분이 행복해 보여 정말 기쁘다.” 면서 “늦게라도 사랑을 찾게 된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초능력,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초능력,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하늘을 날거나 시공간을 넘나드는 초능력자들이 브라운관을 메운다. 캐치온은 4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8시30분에 SF드라마 ‘히어로즈 시즌3’을 2편씩 연속 방영한다. ‘히어로즈(원제 Heroes·25부작)’는 각자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자신의 초능력을 깨닫고 한자리에 모이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렸다. 미국 NBC에서 2006년 처음 방송돼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곧이어 제작·방송한 시즌2와 3도 각종 상을 휩쓸며 인기를 누렸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7~2008년 캐치온에서 시즌 1, 2가 방영됐다. 이번 시즌은 새로운 스토리와 대립 구조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선천성이 아닌 특수 유전자 주입으로 초능력이 생긴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욕을 품고 이를 개발하려는 비밀조직과 이를 막으려는 영웅들의 승부가 펼쳐진다. 그러면서 착한 캐릭터들이 악당이 되기도 하고, 악당이 참회하는 등 새로운 구도가 마련된다. 새로운 능력을 지닌 영웅들도 등장한다. 눈깜짝할 사이 사라지는 쾌속녀 ‘다프네’, 상대가 공포에 떨수록 강해지는 ‘녹스’, 손으로 불꽃을 쏘는 ‘플린터’ 등 다양한 능력을 지닌 영웅들이 합세해 다채로운 이야기와 화려한 특수효과를 자랑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한국계 배우 및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주인공 중 유일하게 초능력이 없는 ‘안도’역을 맡은 ‘제임스 카이슨 리’는 이번에 새로 초능력을 얻어 출연 비중이 높아지며, 한국계 작가 ‘척 킴’도 이번에 수석 스토리 에디터 역할을 맡았다. 주연 피터 역은 영화 ‘로키 발보아’, 드라마 ‘길모어 걸스’의 마일로 벤티밀리아가, 히로 역은 영화 ‘미녀 삼총사’의 마시 오카가 맡아 열연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마이클 잭슨 네버랜드서 굿바이

    ‘영원한 피터팬’을 꿈꿨던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집인 ‘네버랜드’에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CNN은 잭슨의 시신이 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북부 샌타바버라에 위치한 대저택 ‘네버랜드 랜치’에서 일반에 공개된다고 30일 보도했다. 동물원과 놀이기구들로 테마파크처럼 꾸며진 이 저택은 잭슨이 절정기를 누리던 1987년 29세때 구입한 것으로 소설 ‘피터팬’에 나오는 영원히 늙지 않는 땅 ‘네버랜드’에서 이름을 따왔다. 잭슨이 아이들과 어울려 놀던 이곳은 그가 아동 성추행 혐의로 법정공방을 벌인 뒤 2005년부터 버려져 있었다. 가족 추도회도 5일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시신이 어디에 묻힐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잭슨의 고향인 인디애나주 게리시의 시장은 유족들에게 잭슨을 고향에서 영면하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장례식도 대중에게 전면 공개될 전망이다. 잭슨의 아버지 조 잭슨은 30일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장례 일정과 절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잭슨은 2002년 작성한 유언장에서 자신의 세 자녀에 대한 양육권은 어머니 캐서린 잭슨에게, 전재산은 신탁 기금에 맡겨 달라는 뜻을 밝혔다고 AP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살아생전에도 추문에 시달리던 잭슨은 죽은 뒤에도 갖가지 추측과 소문에 휘말리고 있다. 연예사이트 TMZ는 잭슨이 세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니며, 두번째 부인 데비 로는 대리모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US위클리는 첫째 마이클 주니어(12)와 둘째 패리스(11)의 생부가 잭슨의 피부과 의사였던 아널드 클라인이라고 주장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광견병 창궐한 中, 개 대거 학살 논란

    광견병이 창궐한 중국의 한 도시에서 애완견을 포함한 개들이 대거 학살 당해, 동물학대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산시성의 한중 현에서 지난 달에만 4명이 사망하는 등 넉달 동안 12명이 광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자 현 당국은 광견병을 근절하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고,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야생개와 유기견, 심지어 애완견까지도 무참히 살해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도시에 있는 광견병으로 의심되는 개 3만 6000여 마리뿐 아니라 고양이 등 동물들을 죽였다. 이에 국제 동물 보호 단체는 잔인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세계동물 보호협회(WSPA)는 이는 명백한 동물 학대이자 끔찍한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피터 윌리엄스는 “포괄적인 방역작업 등의 근본적인 정책없이 무분별하게 개를 학살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비판에도 양 지안 한중 현의 농무국장은 “유기견과 애완견의 증가는 광견병 창궐을 돕는다.”면서 “우리는 억제 시스템을 더 확대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편 중국 당국은 올해들어 유기견을 처분하는 정책을 발표해왔다. 헤이룽장성 헤이허시는 ‘개가 없는 도시’를 목표로 개를 발견하는 즉시 처분한다고 공표했으며, 광저우시는‘1가구 당 애완견 한 마리’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외국계 금융기관 두 행보 눈길

    ■ 보험사 투자 확대 경쟁 금융위기의 파고가 잦아들면서 외국계보험사들이 한국 시장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에르고 인터내셔널의 오흔 매슴머 회장은 30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가 투자를 생각하고 있고 특히 한국의 생명보험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매슴머 회장은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물밑으로는 몇몇 국내 생보사 인수·합병을 위해 나름대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고 인터내셔널은 독일계 보험사로 지난해 3월 다음다이렉트의 지분 65%를 인수하면서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매슴머 회장은 “에르고다음다이렉트에도 필요에 따라 자본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만 판매하고 있는 회사에서 종합손해보험사로 변신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다. 추가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인가가 나온다면 그에 맞춰 투자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영국계 PCA생명은 “그룹은 아시아에 집중하고 있고 한국은 그룹 내에서 선도적인 시장”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삼성화재 출신 권순만 상무를 영입, 전략마케팅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AIA생명은 AIG에서 사명을 바꾼 뒤 대대적인 영업전략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테이프의 빨리감기를 뜻하는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 계획이 정비되는 대로 한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공언했다. 한국 시장점유율이 1%에 불과한 뉴욕생명도 한국에만 2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테드 매터스 뉴욕생명 회장은 “수입보험료와 설계사 조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르덴셜생명이나 ING생명도 광고 캠페인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잇따른 투자 행보에 대해 한 외국계 생보사 관계자는 “앞으로 도입될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은 외국계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금융위기와 제도개편을 계기로 한국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을 내다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사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내 생보사 관계자는 “한국 시장 자체의 매력과 아시아시장 거점이라는 점을 눈여겨보는 것 같다.”면서 “투자는 영업과 마케팅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의 시장점유율은 2008회계연도 기준으로 21.7%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은행 예금금리↓ 대출↑ 파생상품 거래 등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린 외국계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다시 올리면서도 돈이 안 되는 서민대출에는 여전히 무관심해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연 4.1%를 보장해왔던 두드림통장의 금리를 오는 8월3일부터 0.5%포인트 내린다고 30일 밝혔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계속된 저금리 기조 때문에 금리를 내리기로 했다.”면서 “타은행 입출금 수수료 면제 혜택은 유지되는데다 증권사 CMA 평균 금리(2.5%)보다 여전히 우위에 있어 고객이 이탈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금 후 30일까지는 연 0.1%, 31일 이후에는 연 4.1%를 적용하던 금리가 8월3일부터는 각각 0.01%, 3.6%로 조정된다. 이같은 금리 인하는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2월 연 5.1%에서 4.1%로 1%포인트 내린 데 이어 4개월 만에 다시 0.5%포인트 내렸다. 금융권에선 최근 방한한 피터 샌즈 회장이 “금리에 민감한 한국인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며 이 상품을 치켜세운 데 이어 방송과 신문을 통해 광고를 대폭 늘린 터라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높은 금리와 수수료 면제 혜택으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였던 SC제일은행이 가입 고객이 갑자기 늘어나자 역마진을 우려해 금리를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를 지난 3월부터 10차례나 변경하면서 0.59%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3월 기준 직장인 신용대출(12개월 기준) 금리는 연 7.3%에서 6월 현재 7.89%로 올랐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대출 평균 금리는 5.50%(3월)에서 5.42%(5월)로 0.08%포인트 낮아졌다. 한편 정부가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해 고금리로 대출받아야 하는 저(低)신용자들을 위해 은행권에 전용 대출 상품 취급을 독려하고 있지만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들은 출시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개소리 최고!…세계서 가장 시끄러운 견공

    전직 폭발물 탐지견이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견공으로 뽑혔다. 셰퍼트 종인 다즈(Daz·4)는 최근 런던에서 열린 일명 ‘개소리 뽐내기 대회’에 참가해 보통 개들의 곱절에 달하는 우렁찬 목청을 자랑했다. 이 개의 짖는 소리는 전기톱을 사용할 때와 맞먹는 108dB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개로 선정됐다. 다즈가 세운 기록은 세계 기네스북 개정판에 실린다. 에식스 주에 사는 주인 피터 루켄(35)은 “이웃 사람들에게 ‘다즈에게는 물리는 것보다 짖는 소리를 듣는 것이 더 무섭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지만 목청이 이렇게 좋은 지 이날 알았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다즈는 이 세상 어떤 개 보다도 정의감에 넘치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한다.”면서 “동네가 떠나갈 듯 짖기 때문에 도둑이 없는 것 같다.”면서 자랑스러워 했다. 한편 이날 공원에는 견공 30마리가 모여 짖는 소리가 제트기가 이륙할 때와 비슷한 115dB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벌몬트 주에서 견공 224마리가 세운 111dB을 훌쩍 넘는 기록으로, 역시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광장] 네버랜드의 현실과 환상/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네버랜드의 현실과 환상/김성호 논설위원

    1904년 영국작가 J M 배리가 세상에 내놓은 동화 ‘피터 팬’.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동심을 자극하는 불후의 명작이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년 피터 팬과 인간세계의 소녀 웬디가 이끌어가는 모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신비한 스토리들을 세우는 피터 팬 작품들엔 어김없이 네버랜드가 있다. ‘피터팬 신드롬’이란 용어까지 끌어낸 공통의 중심축인 것이다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는 ‘가상의 섬’ 네버랜드는 작품 속 신비와 꿈의 공간과는 달리 실제로는 원작자 배리의 실화와 연결된 슬픈 땅이다. 일찍 죽은 형을 절절히 그리워한 어머니의 사랑을 받기 위해 몸부림쳤던 어린 시절. 역경을 딛고 작가로 대성, 엄청난 명예와 부를 쌓았지만 배리는 작품 속 실 모델들을 박대해 죽게 하거나 고통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과거사에 대한 후회인지 아동성애에 빠져들었고 자신 탓에 희생된 이들을 위해 작품 속 가상공간으로 네버랜드를 설정했다고 한다. 이 통설이 후대 사람들의 끼워맞추기식 미담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작가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아름다운 가상의 공간으로 탄생시킨, 현실-환상의 간극 메우기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유토피아적 환상이며 더 나은 삶과 위치에 대한 집착이 보편 인심이라고 할 때 ‘영원히 늙지 않는 동심의 세상’ 네버랜드는 가장 근본적인 욕심의 결정으로 볼 수 있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피터 팬’은 바로 세상 인심과 속성을 아름답게 환치한 단적인 예가 아닐까. 급사한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의 안식처로 네버랜드가 거론된다. 20년 전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에 동물원, 놀이시설을 갖춘 어린이공원, 저택을 세우고 이름 붙인 곳. 잇따른 어린이 성추문과 악화된 재정 탓에 떠나야 했던 미완의 섬이지만 마이클 잭슨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회심의 땅이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학대에 시달렸던 그가 ‘피터 팬’의 네버랜드를 꿈꾼 건 우연이 아니다.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에 집착한 때문일까. 유난히 어린아이들을 좋아했고 자주 네버랜드에도 초청했지만 결국 성추행으로 네버랜드의 환상을 스스로 접어야 했다. 아직도 깨지지 않는, 1억 400만장의 최다 단일음반 판매기록과 그래미상 13회 수상. 달 위를 걷는 듯한 뒷걸음질춤 ‘문 워크’로 춤 패턴을 단박에 바꿔 놓은 ‘팝 황제’.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성공한 연예인’이란 수식어를 달고 살던 마이클 잭슨은 왜 하필 네버랜드를 세워놓았을까. ‘영원한 피터 팬으로 살고 싶다.’는 말 그대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 재인은 아니었을까. ‘피터 팬’ 원작자 배리가 현실의 부조리를 환상으로 성취해 놓은 네버랜드와,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이 환상을 현실로 바꾼 네버랜드. 배리의 ‘피터 팬’ 속 네버랜드가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환상섬이라면 마이클 잭슨의 네버랜드는 자신이 세워 놓은 무덤이 될 판이다. 마이클 잭슨의 사인을 놓고 말들이 많다. 약물중독이니, 심박정지후 소생과정에서 주사한 약제 탓이니 공방이 치열하다. 두 차례에 걸친 성추행 사건과 거듭된 결혼 파경, 알아볼 수 없을 만큼의 얼굴성형 비난에 얹혀 잡음이 난무한다. 다음달 중순 예정된 런던 공연을 ‘마지막 커튼콜’이라고 불렀던 마이클 잭슨. 2005년 대중들을 떠나 은둔생활 중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다 맞은 죽음에 돌팔매질을 해 그의 간절하고 소박했던 환상의 네버랜드마저 박탈해야 할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투탕카멘부터 다이애나 왕세자비까지…세계 왕실 둘러싼 비밀들

    높은 성벽 속에서 신비함을 간직한 ‘왕족’, 그들에 대한 기이한 ‘소문’, 소문에 의문을 던지는 ‘만약에’…. 이 세 단어를 조합하면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사고를 두고 비밀조직인 프리메이슨의 가담이냐, 왕실의 암살 지시냐 소문이 난무했다. 스튜어트왕가의 다이애나 비가 윈저왕가인 찰스 왕세자 대신 윌리엄 왕자를 왕위에 앉히려고 했기 때문에, 윈저왕가와 손잡은 프리메이슨이 사고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혹자는 다이애나 비의 연인인 도디 알 파예드 집안을 극도로 싫어한 필립 공이 손을 썼다고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들이 다이애나 비의 죽음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아주 오래 전으로 가보자. 1483년 죽은 에드워드 4세의 장남이자 왕위계승자인 에드워드 왕자가 대관식을 앞두고 사라지자 런던 시내에는 삼촌인 리처드 3세가 왕좌를 노리고 그를 런던탑에 가뒀느니, 죽여 버렸느니 말이 돌았다. 만약 그랬다면 리처드 3세가 얻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역사연구가이자 언론인인 피터 하우겐은 이런 방식으로 ‘왕실 미스터리 세계사’(문희경 옮김, 다산초당 펴냄)에 왕실의 이야기를 풀어 낸다. 기원 전 1330년대 이집트를 통치한 투탕카멘부터 다이애나 비까지 3300여년 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왕족을 훑는다. 끊임없이 독살설이 제기되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애인과 함께 죽은 채로 발견된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란츠 요제프의 자살설과 타살설 등 유명한 이야기들 가운데 흥미로운 사건들이 녹아 있다. 매독설과 음탕한 요부라는 소문에 시달린 영국 왕 헨리 8세와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를 겨냥한 추문의 비밀도 풀어 낸다. 헨리 8세는 재혼하기 위해 종교를 바꾸고, 예카테리나 여제는 남편 표트르 대제를 폐위시키고 암살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추문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황녀 아나스타샤 이야기도 세세하게 담겨 있다. 안나 앤더슨이 니콜라이 2세의 사라진 막내딸로 밝혀졌지만 동일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1938년부터 독일 법정에서 무려 32년 간 이어진 진실공방이 있었고, DNA 분석 기술도 동원됐다. 안나는 1984년 아나스타샤의 신분으로 운명했지만, 둘의 연관성은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책은 왕가의 모든 궁금증을 무리하게 풀지 않는다. 다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잘못 알고 있거나 편견을 가졌던 인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계기로서 충분하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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