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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로 꽃핀 피카소의 삶과 사랑/서울 호암갤러리 ‘피카소전’

    르네상스의 대가 라파엘이 붓과 팔레트를 손에 쥔 채 모델이었던 라 포르나리나(이탈리아어로 ‘빵굽는 여자’)와 정사를 벌이고,커튼 뒤에서는 삼중관과 토시를 끼고 요강에 앉은 교황 율리우스 2세를 비롯해 추기경과 피카소의 판화를 찍어주던 판화 제작업자 피에로 크로믈랭크 등이 이 광경을 훔쳐본다.침대 밑에는 라파엘의 성공을 시기하던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숨어 훔쳐보지도 못하고 듣기만 하고 있다. 이 ‘변태적인’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가 87세 되던 해에 만든 판화 ‘라파엘과 라 포르나리나’ 연작 가운데 하나다.주제를 ‘성(性)’이라고 간단히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성적·예술적으로 무력해진 늙은 화가 피카소의 심리를 드러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여성을 멸시하는 괴팍한 사내’ 피카소가 어느덧 성의 유희를 훔쳐볼 수밖에 없는 관람객 신세가 된 것이다.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 판화전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9월14일까지)에서는 이처럼 솔직하면서도 익살스러운 피카소의 판화작품 205점을 만날 수 있다. 1881년 스페인 말라가 지방에서 태어나 1973년 무쟁에서 92세로 죽을 때까지 피카소는 넘치는 열정과 예술혼으로 수만 점의 작품을 남겼다.심오한 정신세계나 전쟁과 같은 정치·사회적인 주제를 다루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의 주된 주제는 대부분 자신의 삶과 사랑,성,욕망 같은 것들이다.이는 “예술은 결코 정숙하지 않은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도 어렵잖게 알 수 있다.유화로 출발한 피카소는 어렸을 때 판화를 처음 시도했지만 본격적으로 판화를 제작한 것은 1920년대 후반부터다.피카소는 일생 동안 2500여점의 판화를 남겼다.이번 전시작품은 스페인의 금융그룹인 방카하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피카소의 대표적 판화집 ‘볼라르 판화집’(1937년)과 ‘347 판화집’(1968년)에 실린 것들이다.파리의 화상이자 출판업자였던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이름을 딴 ‘볼라르 판화집’은 판화 100점을 묶은 것으로 ‘조각가의 작업실’과 ‘신화’가 주요 주제다.조각가의 작업실을 많이 다룬 것은 피카소가 30년대에 조각에 열중하기도 했지만,작가와 모델이라는 소재가 여성으로부터 작품의 영감을 강하게 받은 피카소에게는 예술과 사랑을 아우를 수 있는 것으로 여져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의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자주 등장한다.타고난 야만성으로 인해 미궁에 갇혀 사는 미노타우로스의 운명에서 동질감이라도 느낀 것일까.미노타우로스 연작은 이후 ‘미노타우로마’‘게르니카’ 같은 작품으로 발전한다.‘347 판화집’에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야한 성적 환상과 개인적인 경험들을 자유로운 이미지로 엮은 노년의 작품들이 담겼다.서커스 장면이나 창녀촌,화실 등을 배경으로 몸은 비록 노쇠했지만 아직도 열정과 욕구를 지닌 자신을 대역이나 위장된 모습으로 연출해 드러낸다.“결국 마지막에는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그것이 어떤 사랑이든간에”라는 말을 남긴 피카소.이번 전시는 그가 사랑에 관한한 정말로 검질긴 사람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02)771-2381. 김종면기자 jmkim@
  • 세계車업계 디자인 베끼기

    “우수한 화가는 베끼고,위대한 화가는 아예 훔친다.” 현대 화단의 거장 피카소의 어록이지만,오늘날 세계 자동차 업계의 디자인 모방 풍조에도 딱 맞아 떨어지는 경구다. 뉴욕 타임스는 국제 자동차 제조업체간 디자인 베껴먹기가 횡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13일자 자동차 섹션을 통해서였다.이에 따라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은 명목상으로만 보호되고 있을 뿐이라고 신문은 개탄했다. 이 신문이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사례라면서 사진과 함께 제시한 유사 디자인의 차량 가운데는 왜건형 승용차인 닛산 인피니티의 FX-45와 도요타 렉서스 HPX,세단형 승용차인 제너럴 모터스(GM) 새턴의 아이언과 2004년형 닛산 맥시마,2004년형 미쓰비시 갤런트 등이 있다.또 BMW의 차세대 5시리즈는 기아자동차의 리오 뒷부분 디자인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밝혔다.일부 한국 승용차 모델의 경우에는 고가 모델과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써 고급차와 동격으로 보이게 하려는 전략도 반영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타임스는 자동차들이 서로 닮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됐지만 최근 디자이너들간 교류와 이직이 빈번해 베끼기 추세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물론 근래에 디자이너들이 비슷한 안전 및 경제성 기준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한가지 요인이다. 그러나 디자인 저작권을 보호하는 데 근본적인 문제는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구본영기자 kby7@
  • 세대와 東西 아우르는 미술축제 / 제2회 한국국제아트페어 박수근·피카소·샤갈 선봬

    침체된 국내 미술시장을 활성화하고 작가들에게 국제무대 진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2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2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열린다.지난 96년 서울아트페어(SIAF) 이후 서울에서 7년 만에 개최되는 대규모 아트페어로,제1회 행사는 지난해 부산에서 개최됐다. 한국화랑협회(회장 김태수) 주최로 열리는 KIAF2003은 해외 8개국 30개 화랑과 국내 75개 화랑 등 총 105개 화랑이 3000여점을 출품,규모면에서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 뒤지지 않는다.프랑스의 갈르리 제로 랭피니,독일의 DNA 갤러리,중국의 JP 아트 갤러리,캐나다의 아트 비터스 갤러리,일본의 갤러리 나비스,타이완의 이마비전 갤러리,이탈리아의 갈레리아 카피소,스페인의 베고 아 마로네 갤러리 등 세계 유명 화랑들이 작품을 내놓는다.특히 이번 아트페어에는 문화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은 타이완 화랑들이 대거 진출한 것이 눈에 띈다. 국내 참여 작가는 박수근·김환기·백남준·이우환·전광영·김종학·박서보·유영국·김춘옥·황주리·한젬마 등으로 세대별,장르별로 다양하다.해외 작가로는 제프 쿤스·브라크·이브 클라인·샤갈·피카소의 작품이 나온다.본 전시 외에 한국의 윤성진·박상숙,일본의 아오키 노에·오에마쓰 게이지,중국의 잔왕·중쑹 등이 참가하는 한·중·일 조각전 ‘동방의 빛 Ⅱ’와 톈 리밍·류 칭허 등 중국 작가들이 초청된 중국현대회화전이 열린다.또한 25일에는 한·중·일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아시아미술시장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김종면기자 jmkim@
  • 이런 책 어때요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 지음 정진국 옮김 / 까치 펴냄 20세기 최고의 사진작가로 꼽히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95)의 작품세계를 집대성한 사진집.프랑스 출신인 카르티에브레송은 삶의 ‘결정적 순간’을 영원으로 치환하는 보도사진가로 유명하다.그는 영화 ‘인생은 우리 것’‘게임의 규칙’에서 장 르누아르의 조감독으로도 일했다.사진보다 데생에 열중하며 말년을 정리하고 있는 그는 “사진은 즉각적 행위이고,데생은 명상이다.”라고 말한다.이 책엔 그의 사진과 데생,개인 앨범과 함께 장 클레르 피카소미술관장,피터 갤러시 뉴욕 현대미술관 사진부장 등 프랑스와 미국의 전문가들의 해설이 실렸다.8만원.
  • 선물은 사야겠는데 지갑이 얇다고요? / 쇼핑·외식업계 ‘가정의 달’ 기획행사

    어린이날(5일),어버이날(8일),스승의 날(15일),성년의 날(20일) 등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각종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인터넷 쇼핑몰,패션몰,외식업체 등이 마련한 행사를 생색내며 저렴하게 이용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는 즐거움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넷 쇼핑몰 인터넷쇼핑몰 네이트몰(mall.nate.com)은 다음달 5일까지 완구,운동기구,학습발달 제품,의류 등을 최대 40% 할인 판매한다.또 어버이날 이벤트로 ‘정,사랑하는 마음을 부모님께…’행사를 통해 사연과 부모님 사진을 보낸 고객 1명을 선정,100만원 상당의 온돌 침대를 선물로 준다. CJ몰(www.cjmall.com)은 어버이날,스승의 날을 앞두고 다양한 꽃바구니를 특가에 선보이고,명품 꽃바구니를 주문하면 하나를 반값에 제공하는 ‘미리 준비하는 어버이날,스승의 날’ 행사를 마련했다. 한솔CS클럽(www.csclub.com)은 12일까지 ‘가족사랑 건강 이벤트’를 열어 다양한 선물을 품목별·가격대별로 구분하고,뉴매직피아노 야구세트 맛사지기 등 일부품목은 3∼10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패션몰 동대문 두타는 다음달 2∼11일 ‘5월 싼타대축제’를 열어 구매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한다.3∼5일에는 야외무대와 8층에서 ‘키즈 매직쇼’,‘코스프레 페스티벌’,인형극 ‘말썽쟁이 짱돌이’ 등 다양한 공연을 갖는다. 남대문 패션몰 메사는 오는 30일까지 야외광장에서 어린이날 선물용 장난감을 시중가보다 30∼50% 저렴한 가격에 판다.안마기,원적외선 베게,찜질팩 등 어버이날 효도상품을 시중가의 50%에 제공한다. 명동 아바타도 2일부터 18일까지 ‘아바타 가정의 달 축하 세일전’을 열어 각종 상품을 10∼20% 할인 판매하고,명동 밀리오레는 3∼5일 1층 무대에서 어린이날 특별 공연을 갖고방문하는 어린이에게 소정의 선물을 증정한다. ●외식업계 베니건스는 5월 한달동안 ‘어린이 피카소 콘테스트’를 연다.입상자에겐 총 100만원의 상금과 30여만원 상당의 식사권을 줄 예정이다. 마르쉐는 어린이 고객들이 다음달 19일까지 축구 주제의 그림을 그려오면 우수작을 선정,독일·일본 항공권을 준다. 빕스는 5월24일까지 행사 와인을 주문하는 고객에게 온라인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응모권을,어린이날 당일에는 기념사진 촬영 및 다양한 선물을 제공한다.이밖에 맥도날드는 5월 한달간 홈페이지(www.McDonald.co.kr)에서 ‘해피 패밀리 사진 콘테스트’를 연다.입상자를 위해 제주도 여행권,홈시어터 시스템 등을 마련했다. 최여경기자 kid@
  • 부시의 전쟁/커지는 反戰 목소리...세계 곳곳 전쟁 참상에 분노 폭발

    미·영 연합군의 바그다드로의 진격이 본격화되고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23일(이하 현지시간) 지구촌 곳곳에서 반전의 파고(波高)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포탄 파편과 피로 얼룩진 바그다드의 참상을 목격한 세계인들은 곳곳에서 전쟁의 참상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반전·반미를 토해냈다. ●이슬람권,“부시와 블레어는 ‘악의 축’”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에서는 어린이를 포함,20여만명의 시위대가 “악의 축은 부시와 블레어”라고 외치며 미·영 연합군의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미 대사관을 에워싸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상화를 불태우며 미국의 침공을 비난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만여명의 시위대가 “미·영에게 죽음을”,“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고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는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한 장애인들이 붕대를 감은 이라크 어린이의 사진을 들고 의회까지 행진했다. ●이웃나라들,“우리는 후세인 포기 않는다”” 이웃 요르단에선 대학생 4000여명이 남부 마안에서 “우리는 후세인 대통령과 이라크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외치며 미군과 미 대사를 요르단에서 추방할 것을 요구했다. 터키에서는 미군에게 영공을 개방한 정부 방침에 항의하는 700여명의 시위대가 이스탄불 시내에서 경찰과 투석전을 벌였다. 1만 6000여명의 대학생이 3일째 반전집회를 이어간 이집트 카이로에선 이날까지 8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전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일부 아랍권 지도자들이 사태진화에 나서기도 했다.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우리가 온 힘을 다해 전쟁을 피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해명했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형제 이라크인의 시련에 고통과 고뇌를 느낀다.”며 시위대에게 호소했다. ●콜로세움엔 애도의 검은 깃발이 이탈리아에선 이라크 침공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검은색 깃발이 로마의 상징 콜로세움에 내걸린 가운데 평화를 염원하는 마라톤이 열렸다. 스페인 내전 당시 최대의 학살지이자 피카소의 벽화로 유명한 게르니카에서는 주민 100여명이 “더이상 게르니카는 없다.”라고 새겨진 깃발을 들고 연합군의 공격 중단을 외쳤다. 호주에서는 캔버라를 비롯,시드니와 애들레이드 등에서 4만여명의 시위대가 2000명의 병력을 연합군에 파견한 존 하워드 총리를 비난하며 파병된 병력의 조속한 귀국을 촉구했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를 비롯,각 도시에서 2000여명이 평화행진을 벌였고 미국 워싱턴에서는 2차대전을 비롯,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에 참전했던 퇴역군인 수백명이 반전집회를 열였다. 황장석기자 외신 surono@
  • 문학 책꽂이/겨울 민들레 외

    ●겨울 민들레(김문호 지음) 미국에서 ‘국제통증연구소’를 운영하며 의사로 활동중인 저자의 첫 장편 소설.54년 봄에서 겨울까지를 배경으로 네 젊은 남녀의 사랑을 그렸다.한국전쟁이 남긴 빈곤과 그로 인한 사회상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피어나는 순수한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한솜 상·하 각권 8000원. ●봄의 오르간(유모토 가즈미 지음,양억관 옮김) 일본 베스트셀러 ‘여름이 준 선물’의 작가가 내놓은 세번째 성장소설.중학교 입학을 앞둔 소녀가 할머니의 죽음 이후 괴물로 변하는 꿈에 시달린다.게다가 2차 성징이 나타나는 몸의 변화도 부담스럽다.이 몸과 마음의 괴로움을 이겨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푸른숲 7500원. ●초록빛 청춘(김제철 지음) 88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가 펴낸 장편 소설.12세 초등학생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계와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담고 있다.담임 선생님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쪽지를 써놓고 가슴 두근거리는 장면 등은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고요아침 8000원. ●피카소 돈년 두보(선욱현 지음) 95년 단막희곡 ‘중독자들’로 등단한 작가의 첫 희곡집.표제작 ‘피카소 돈년 두보’를 비롯하여 2000년부터 3년 동안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품이었던 ‘악몽’‘고추 말리기’‘장화홍련 실종사건’ 등 모두 6편의 작품을 실었다.모시는사람들 1만 2000원. ●솔베이지의 노래(이계진 지음) 30년 동안 아나운서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의 첫 장편소설.액자 형식을 통해 백혈병에 걸린 20대 초반의 여대생과,그를 위해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하는 40대 아나운서의 사랑을 이야기한다.지은이는 첫 소설에 대해 “순수함을 갈망하는 인간 내면의 원형질을 소설로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생각의나무 9500원.
  • 류희영 교수 5년만에 국내전“작품 제목 없으니 맘대로 느끼세요”

    전형적인 모더니스트 화가인 이화여대 류희영(63) 교수가 5년만에 국내 전시회를 연다.1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개인전에는 ‘정신의 창으로서의 색면회화’라는 제목이 붙었다. 색면회화(color-field painting)는 1950∼6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회화의 한 경향으로,제스처적인 붓질을 피하고 화면 위에 물감을 넓게 펴발라 캔버스 전체를 색채로 뒤덮는 것이 특징이다.이전 유럽 화가들의 전통적인 구성개념과는 달리 색면회화의 분리된 부분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그 대신 통일된 ‘전체로서의 색면’을 강조한다. 색면추상화가들은 극단적인 추상성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감정과 의미를 전달하려 노력한다.그렇다면 류희영의 ‘정신의 창’은 무엇을 겨냥한 것일까.작가는 이렇게 말한다.“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은 지 4,5년이 됐습니다.제목을 쓰다 보니 설명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그냥 보는 대로 느끼면 됩니다.” 작품에서 굳이 정신적인 의미를 캐려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보아달라는 것이다. 류희영의 그림은 예전보다 한층 단순해졌다.“군더더기 다 지워버리고 알몸을 색채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는 말로 그는 자신의 색면 추상작업을 설명했다.그러나 “어차피 데생을 거쳐 반추상으로,서정적 추상에서 다시 미니멀로 나아가게 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작가의 말은 지나치게 단선적이고 결정론적인 회화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색채와 밀도 면에서 유화만한 게 없다.”고 믿는 작가는 유화만을 고집한다.“유화는 수성에서 느끼는 경박함과는 다른 분위기를 주기 때문”이다.그는 한때 단청에 빠져들었지만 지난 93년부터는 산에서 암시를 얻어 빗금을 즐겨 사용한다.이미 상투화되어 버린 ‘한국적’이라는 말에는 거부감을 보인다.재료나 표현기법에서 도대체 어디까지가 한국적이냐는 것이다. 피카소 같은 대가도 자신은 항상 신인이라고 했듯이 작가는 지금도 날마다 새로운 자세로 충북 옥천의 작업실과 학교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이번 전시에는 옥천 작업실에서 그린 200호,300호의 큰 그림들을 대거 선보인다.(02)734-6111. 김종면기자 jmkim@
  • 이런 책 어때요/폭격의 역사 外

    ●폭격의 역사-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음 김남섭 옮김 / 한겨레신문사 펴냄 미국·이라크 전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악의 축’ 이라크에 대한 정당한 응징인가,안정적 석유공급 길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음모인가.그러나 이 책의 입장은 다르다.미국을 비롯한 구미 열강이 전쟁에 집착하는 이유는 백인우월주의,나아가 그들이 한사코 부인하고 싶어하는 인종주의와 대량학살이란 지적 전통에 근거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짚어낸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백인우월주의가 낳은 학살과 야만의 기록이다.19세기 제국주의 팽창과정에서 저질러진 인종대학살의 선례가 나치 홀로코스트의 지적 기반이라는 게 저자의 소신이다.1만 5000원. ●인문학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최종덕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김병욱 옮김 인문학에 대한 논의는 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있어 왔다.글쓰기의 담론으로 시작된 인문학 논의는 표현의 문제,인문학 위기담론으로 이어졌다.자연과학과 철학,동양과 서양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두 문화’의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는 저자는 지식과 삶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이 책엔 일상적 삶과 지식의 세계를 연결하는 사유와 방법,그리고 그 사례가 담겼다.저자는 지식을 암호화하거나 폐쇄된 자기만의 고유논리로 상대의 지식을 폄하하고 수입지식으로 학문의 권위를 내세우는 학계 일각의 지적 풍토를 비판한다.1만 5000원. ●피카소와의 대화-브로샤이 지음 정수경 옮김 / 에코리브르 펴냄 헝가리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브로샤이의 앵글에 잡힌 화가 피카소의 삶.피카소가 이미 미술가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1940년대 이후의 일화들을 일기형식으로 썼다.피카소의 보헤미안적 기질과 파시즘에 대한 증오 등을 보여준다.피카소는 매일 오전엔 손님을 맞았고 오후엔 작업을 했다.앙리 마티스와의 이야기는 그들이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로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보여준다.피카소는,‘천재화가는 죽어서만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19세기 낭만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게 한 미술가다.2만 1000원. ●U - 보트 비밀일기-제프리 브룩스 지음 문근식 옮김 / 들녘 펴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전쟁 기간중 가장 많은 시간을 잠수함대책을 세우는 데 써야 했다.대서양에 독일 잠수함이 몇 척만 더 있었다면 영국이 멸망할 뻔했다고 훗날 그가 술회한 것처럼,독일 잠수함 U-보트는 2차세계대전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병기였다.개전 초 엄청난 피해를 입은 연합국측은 U-보트 세력에 맞선 호송선단 체계로 대서양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U-보트의 활약상은 수많은 영화와 소설을 통해 신비화됐다.이 책은 통신과 음파탐지를 담당한 기술 부사관의 입장에서 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전 비화다.1만 2000원. ●사이버 문화와 예술의 유혹-이종관 지음 / 문예출판사 펴냄 현대는 디지털 파도로 상징되는 정보화의 시대다.이로 인해 사이버 공간이 창궐하게 됐지만 사이버 공간이란 특성 때문에 그 속에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해석학적 마인드를 찾아보기 어렵다.저자(성균관대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 인문학적 사유를 불어넣는다.한편 정보화가 추진됨에 따라 생체적 몸을 지닌 인간은 인간 이후의 존재자,즉 포스트 휴먼에게 역사의 주도권을 물려주고 도태될지 모른다는 점을 지적한다.저자는 하이데거의 철학을 좇아 예술을 감성적·장식적 차원에서 이해하지 않고,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 진리현상으로 밝혀낸다.1만 8000원. ●카트린 M의 전설-자크 앙릭 지음 / 열린책들 펴냄 프랑스 작가인 저자가 아내인 카트린 밀레를 모델로 사진작업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와 성에 대한 생각을 밝힌 에세이집.1970년대부터 앙릭은 카트린의 누드 사진을 찍어 왔으며 이 책을 위해 30여컷의 사진을 골라냈다.이 사진들은 자신의 소설세계에 대한 ‘환상적인 지지대’ 구실을 했다.책에는 육체의 재현,누드의 기능,성의 운명 등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앙릭은 부인과 함께 미술 전문지 ‘아트 프레스’를 이끌어 왔으며 2001년 부인이 쓴 ‘카트린 M의 성생활’과 함께 이 책을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해 유명세를 탔다.9500원.
  • 어린이 책꽂이/어릿광대,곰,토끼의 모험 外

    ●어릿광대,곰,토끼의 모험(토미 매덕스 글·그림,이승재 옮김) 잃어버린 친구를 찾으러 모험길에 나선 세 인형의 우정.맑고 포근한 느낌의 수채화가 시선을 끈다.3세 이상.작은책방 8000원. ●깜장이와 하양이(이영호 글,이윤미 그림) 색과 빛의 개념에 눈뜨는 유아들을 위한 그림책 시리즈.1권 무채색,2권 유채색,3권 빛 이야기가 동그라미·세모·네모 등 단순도형들을 주인공으로 펼쳐진다.문은배 색채디자인연구소장 감수.3세까지.언어세상 각권 1만 2000원. ●선사시대 사람들(도미니크 졸리 글,크리스토프 메르랭 그림,장석훈 옮김) 옛날 사람들은 매머드 고기를 먹었을까? 날로 아니면 구워서? 선사시대 생활상을 설명을 곁들여 보여주는 입체그림책.6세 이상.아이세움 1만원. ●외쏙독이(한태수 글,와이 그림) 북한 조선작가동맹중앙위원회와 정식 출판계약을 통해 처음 선보이는 북한 동화선집 제1권.우정,우애,애국심,협동심 등 교훈적인 주제들이 전 6권에 걸쳐 두루 담겼다.감칠맛 나는 순우리말 표현들이 특히 흥미롭다.한국아동문학회 이재철 회장 엮음.초등생용.계수나무 각권 7000원. ●축하해요 1학년!(이상교 글,신은재 그림) 초등학교에 들어간 호기심 많은 덜렁이 송우가 주인공.등하교길 주의사항,친구 사귀기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들을 자연스럽게 귀띔.초등 저학년용.효리원 7800원. ●후 아 유?(엘리즈 퐁트나유 등 글,다니엘 루르 등 그림,김양미 옮김) 위인이 살았던 시대배경과 업적을 이루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책 시리즈.파블로 피카소(6권),갈릴레오 갈릴레이(7권),안네 프랑크(8권),마젤란(9권),제인 구달(10권) 등.초등생용.대교출판 각권 5500원. ●갈테면 가봐!(구두룬 멥스 글,양정아 그림,문성원 옮김) 독일의 아동문학가 구두룬 멥스의 초기 대표작.엄마와 다툰 뒤 숲으로 갔다가 무사히 집으로 되돌아온 이야기 등 어린 주인공들이 우여곡절 끝에 현실을 깨닫는 4개의 에피소드 모음.초등 저학년용.시공주니어 6500원. ●우가(레이먼드 브릭스 글·그림,미루 옮김) 지은이는 ‘스노맨’으로 잘 알려진 영국작가 레이먼드 브릭스.천재소년 우가를 주인공으로 삼아,석기시대를 만화로재구성한 상상력이 기발하고 유쾌하다.6세 이상.문학동네어린이 9000원. ●멀뚱이의 공룡일기(김지희 글,김영곤 그림) 64 종류의 공룡이 등장하는 ‘공룡도감’.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시대로 간 주인공 멀뚱이.공룡 화석,분류법,각 시대 공룡들의 생활,공룡의 멸망이유 등 다양한 정보.초등 저학년용.진선출판사 7000원.
  • 파네스 주한 스페인대사“올 대규모 스페인문화행사 벌일것”

    “2003년은 스페인 문화가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해가 될 것입니다.” 엔리케 파네스(사진) 주한 스페인 대사는 16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2003년 스페인의 해’ 행사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새정부가 출범하는 2003년을 기념,스페인을 한국에 알리기 위해 올해를 한국에서의 스페인의 해로 지정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에 부임한 지 만 2년째에 접어드는 파네스 대사는 “스페인과 한국은 지난 53년 수교를 맺었지만 아직은 서로 먼 나라라는 것을 한국에 와서 실감했다.”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스페인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난 1년 동안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화교류라는 믿음으로 주한 스페인 대사관은 오는 22일 바로크음악 전문 연주 그룹 ‘사라반다’의 공연을 시작으로 금년 내내 대대적인 스페인 문화행사를 벌인다.오는 3월에는 스페인 영화 페스티벌이 개최되며 5월 한달간 주요 음식점과 호텔을 통해 스페인산 와인과 전통음식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밖에 미술,사진,건축,연극 등 다양한 공연 및 전시가 기획돼 있다. 특히 스페인이 자랑하는 천재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전시회가 7월에 열리고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건축가로 꼽히는 안토니 가우디의 전시회도 8월에 열릴 예정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MBC 새드라마 ‘눈사람’ 주연 조재현

    “이번엔 ‘좋은 사람’이에요.작품은 액션 장면도 들어가면서 품격도 갖춘 멜로 드라마랍니다.” 탤런트 조재현이 오랜만에 ‘착한’역을 맡았다.내년 1월8일 첫 방송되는 MBC 수목드라마 ‘눈사람’에서 강력반 형사 한경록 경장으로 변신한다.올 초 그를 스타덤에 올린 SBS 드라마 ‘피아노’에서는 건달로,영화 ‘나쁜 남자’에서는 사랑하는 여자를 사창가에 파는 악당으로 나왔다. “모두가 ‘극악스럽다.’는 한마디로 압축되는 역들이죠.내용 때문인지 ‘나쁜 남자’와 그 주인공인 저는 모 여성단체로부터 최악의 영화와 배우로 뽑혔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애인’ 등을 연출한 이창순 PD의 이른바 ‘명품 멜로 드라마’에 도전한단다. “감독님께,명품 멜로여서 (출연을)결심했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명품에서 중저가로 드라마 품격을 낮추었다고 하던데요.그때문에 제가 캐스팅된 게 아닐까요?(웃음)” 강력계 형사 한경록은 자신을 남자로 바라보는 처제에게 애써 거리를 둔다.그러다 부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고 난 뒤 처제와 사랑에빠지게 된다. “불륜이요? 꼭 그렇다기보단 죽은 아내로 인한 허전함과,죽은 언니의 빈자리를 느끼는 처제의 허전함이 공통분모가 되어 가까워진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그는 상대역인 공효진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제가 효진이한테 그랬어요.대한민국 역사상 너처럼 불량학생 역을 잘 소화해내는 배우는 없을 거라고요.어쩌면 그렇게 거친 연기를 잘 해내는지….” 공효진과는 나이 차이가 15살이나 나지만 연기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사실 나이가 어려도 여성에게는 남자를 감싸주는 모성본능 같은 것이 있나봐요.때때로 누나 같기도 하고 엄마 같기도 한 느낌을 받습니다.피카소가 젊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것도 그렇게 보면 이해가 돼죠.” 그는 올 한해,그 어느 때보다 숨가쁘게 뛰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영화 ‘청풍명월’과 ‘스턴트맨’의 개봉도 임박했다. “한때 연극 무대를 지키던 선배들이 영화나 TV쪽으로 옮겨 스타가 된 뒤로는 연극을 전혀 안 하는 사례를 적잖게 봐왔어요.그땐 ‘그건 좀 아닌데.’라고 생각했죠.그런데 돌이켜 보니 제가 바로 그 전철을 밟고 있구나 싶더라고요.내년 가을에는 꼭 연극 무대에 서겠습니다.” 주현진기자 jhj@
  • 서울시립미술관에서’밀레의 여정’전

    19세기 사실주의 화가이자 ‘바르비종’파의 핵심인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작품이 서울에서 전시되고 있다. 지난 14일 시작해 내년 3월3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밀레의여정’전에 나온 작품은 유화 35점,데생 33점,판화 14점 등 모두 80여 점.밀레에게 영향을 준 들라로슈·다비드 등 고전주의 작가와,밀레에게서 영향 받은 반 고흐·세잔 등 후기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 70여 점도 함께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라 샤리테(동정심)’ ‘여름,세레스’ ‘어머니와 아들’.밀레가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은 ‘라 샤리테’는 제작한 뒤 100여년간 행방불명되었다 최근 발견된 작품이다.농부의 아낙이 딸에게 문 밖의 거지에게 빵을 전하게 하는 모습이 따스한 색채로 그려졌다.어머니의 채근에 어린 딸은 수줍기도 하고 거지가 무섭기도 한 듯 망설이며 뺨을 발갛게 물들인다. ‘여름,세레스’는 여신의 왼쪽 뒤에,일에 지친 채 건초 위에서 잠이 든 남녀의 모습을 담은 작품.고흐와 피카소의 ‘낮잠’에소재로 차용돼 화제가된 명작이다.밀레의 생전에는 ‘오줌누는 아이’라고 불리던 ‘어머니와 아들’은 모성의 친밀함·다정함 등 섬세하고 부드러운 서정이 잘 표현돼 있다.드로잉인 ‘아이에게 보리죽을 먹이는 어머니’에서도 같은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제 4전시실에는 비록 포스터들이지만 ‘별이 빛나는 밤’ ‘씨뿌리는 남자’ ‘낮잠’ ‘첫 발자국’ 등 밀레의 영향을 받은 고흐 작품을 나란히 전시했다.1999년 오르세 미술관의 ‘밀레·고흐’전과 같은 형식이다.‘낮잠’을 1889∼1900년까지 90차례 그렸다는 고흐는 밀레를 ‘나의 정신적 안내자’라고 말했는데,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태어난 밀레는 18세 때 셰르부르에서 그림공부를 시작했으며 1837년 파리로 유학해 들라로슈의 제자가 됐다.그가 작가로서 명성을 높인 것은 1848년으로,살롱전에 출품한 ‘곡식을 키질하는 사람’을 통해서였다.다음해 파리 교외인 바르비종으로 거처를 옮긴 뒤 농민의 고통과 노동의 신성함을 집중적으로 화폭에 옮겼다. 전시장에는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기계를 들여놓는 등 세심하게 관리하고있다.관람료는 일반 8000원,청소년 6000원,어린이 4000원.(02)2124-8991. 문소영기자 symun@
  • [씨줄날줄]朴壽根

    미술품 경매에서 신기록 소식이 들려 올 때마다 작가의 생전 삶을 떠올리게 된다.빈센트 반 고흐(1853∼1890).‘해바라기’ 3629만달러, ‘자화상’ 7150만달러,‘닥터 가셰의 초상’ 8259만달러의 낙찰가가 보여주듯 세계 미술시장의 최고 인기 작가이지만 그의 삶은 외롭고 가난한 것이었다.피카소(1881∼1973)처럼 장수하며 부와 명성을 흠뻑 누리다 간 작가와 달리 고흐처럼 짧은 삶을 고통 속에 살았던 예술가에 대한 사후 열광은 인생의 아이러니와 미술 비즈니스의 비정함을 일깨운다. 박수근(朴壽根·1914∼1965)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지난 3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유화 ‘겨울’은 57만달러(약 7억 5000만원)에 팔려 한국현대미술 해외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지난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유화 ‘아이업은 소녀’가 5억 500만원에 낙찰돼 국내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또한 지난 12일 경매에서는 유화 ‘노상’이 5억원에 팔렸는데 3호 조금 넘는 작은 작품 크기로 볼 때 이 또한 기록적 액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초등)학교 학력의 독학 화가였던 박수근은 평생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고 술로써도 고독을 다스리지 못해 51세로 짧은 생을 마쳐야했다. 말년의 그는 서울 반도호텔에 있던 화랑에 소품을 납품해 끼니를 이었는데 이는 한국적 정서를 담은 그의 그림들이 주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그의 편지 글을 보면 당시 그의 그림 값은 대개 50∼60달러였고 아주 드물게 100달러짜리가 있을 정도였다.현재 경매시장에 나오는 박수근의 그림은 대부분이 이 때 외국인들 손에 넘어간 것들이니 그 차익은 탄식을 절로 나게 하는 수준이다. 지난 10월엔 고향인 강원도 양구에 박수근미술관이 문을 열어 그나마 불우했던 삶을 보상해 주나 싶었다.그러나 유족에게도 남은 그림이 없고 뒤늦게사들이기엔 너무 고가가 돼 버려 그의 유화를 한 점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이번 경매 작품이 혹시 박수근미술관으로 가는 것인지 알아 봤으나 그것도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단 한 점의 그림을 원작자에게 되돌려 주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신연숙논설위원 yshin@
  • 이주일의 아동도서/ 피가소와 무티스가 만났을 때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20세기 현대미술사에서 이들은 친구였고 또치열한 경쟁자였다.‘입체파’와 ‘야수파’의 굵직한 미술사조를 대변하는두 화가의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옮겨졌다.마루벌이 펴낸 ‘피가소와 무티스가 만났을 때’(니나 레이든 글·그림,이명희 옮김).두 거장은 살짝 이름을바꿔 어린 독자들에게 장난을 건다.아주 이상한 그림만 그리는 돼지 피가소와,화려하고 대담한 그림을 그리는 옆마을의 소 무티스. 둘이 우연히 이웃집에 붙어살면서 이야기는 날개를 단다.한동안 둘도 없는단짝친구로 지내더니 어느날부터 서로 그림을 흉보기 시작한다.문을 닫아걸고 담장까지 치며 미워하지만 얼마 안가 궁금해진다.“무티스 그림이 아주나쁘지는 않아.재미가 있어.”“피가소가 제법 잘 그려.나하고는 좀 다르지만.”‘다름’을 인정한 순간 둘은 다시 좋은 친구가 된다. 피카소와 마티스가 우정을 나누고 경쟁한 실제 이야기가 훌륭한 모티브가됐다.눈에 띄게 다른 두 화가의 화풍을 그림에 차용해 어린 독자들에게 현대미술의 한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끔 배려했다.피가소와 무티스가 옥신각신 싸우는 대목의 그림이 갑자기 추상화법으로 바뀌는 발상 등은 특히 재밌다.8800원. 황수정기자
  • 이런책 어때요 300자 서평/ 발견자 피카소 - 소설가의 피카소 내면읽기

    소설가 시각으로 접근한 피카소 깊이읽기.‘청색시대’‘분홍색시대’‘입체주의의 태동기’‘분석적 입체주의에서 종합적 입체주의’등 시기별 화풍을 따라가며 피카소의 내면을 파헤쳤다.죽마고우인 카사헤마스와 사바르테스,20세기 초반 전위적 시인들인 막스 자코브·아폴리네르·앙드레 살몽·장콕토·엘뤼아르,화가 모딜리아니·후안 그리스·앙드레 드랭·마놀로·앙리루소 등과의 인간적 교류와 유대를 살폈다.평생 경쟁상대인 앙리 마티스와의 예술적 대결,입체주의의 길을 함께 걸은 동반자 브라크와의 연대도 다뤘다.2만 2000원. ▶ 김원일 지음 동방미디어 펴냄
  • 책/ 아인슈타인, 피카소 - ‘상대성 이론’ ‘아비뇽의‘ 닮은 꼴·다른 점 무엇일까

    현대과학은 곧 아인슈타인이고,현대미술은 곧 피카소이다.후대의 화가와 과학자들에게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 된 아인슈타인과 피카소.프랑스 시인 앙드레 살몽의 말대로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무엇이든 가능하고,무엇이든 실현할 수 있을 것”같았던 환희의 20세기 초,그 보헤미안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과학과 미술사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작품을 탄생시켰다.‘상대성이론’과 ‘아비뇽의 처녀들’이다.고전적인 사고와 비고전적인 사고 사이의 긴장에 대한 대응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떠나 이 전무후무한 창조물들은 서로 어떤 관련을 맺고 있을까.‘아인슈타인,피카소’(아서 밀러 지음,정영목 옮김,작가정신 펴냄)는 ‘비교전기(parallel biography)’의 방법을 통해 그답을 찾는다. 아인슈타인과 피카소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결코 만나거나 교유하지 않았다.그러나 이들은 일과 창조성,사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놀라울 만큼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창조적 충동은 이들의 삶을 인도하는 힘이었으며,탐구에 임하는 감정적인 초연함과 엄격함은 평생에 걸친작업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그러나 이들의 인생과 업적이 완성되는 데에는 사랑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두 사람이 경험한 사랑과 연애,결혼은 그들의 창조성을 살찌우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과학철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창조적 순간에는 학문간의 경계가 해체되고,대신 미학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아인슈타인은 누구보다 공간적 사고에 크게 의존한 과학자로 미학의 개념에 매우 민감했다.그의 미학원리는 미니멀리즘이었다.논리적·수학적 사고에 지배됐던 피카소 또한 기하학적 형태로의 환원을 모색하는 새로운 미학을 고안해냈다.피카소는 이러한 미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시성의 개념과 맞섰고,오르타 데 에브로에서 사진실험을 계속 하면서 공간과 시간의 동시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나갔다.과학과 예술에서의 시각적 이미지와 창조성의 상관관계를 밝힌 이 책은 무엇보다 누구도생각하지 못한,두 사람의 인생을 지렛대의 양 끝에 올려놓고 비교·분석하는 신선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2만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이런책 어때요/ 야만의 시대를 그린 화가, 고야 - 광기로 가득한 고야의 삶

    스페인 출신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의 삶과 작품을 분석한 평전.고야의 그림은 괴물과 광기,참혹과 전율로 가득하다.스페인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고야를 ‘괴물 중의 괴물’이라 불렀지만,정작 괴물은 고야가 아니라 그가 그린 더러운 권력이다.고야는 한국에서 한동안 외설과 금기의 작가로 통했다.시민봉기를 그린 ‘1808년 5월 3일,마드리드 프린시페 비오 언덕의 총살’은 피카소의 ‘한반도의 학살’과 더불어 한국에서 볼수 없었다.나체화 ‘마하’로 외설작가란 오해를 받기도 했다.1만 5000원.
  • “자리없는 여학생들은 남학생 무릎에 앉아요”

    서울대 학생들이 강의중 이루어지는 교수들의 성차별적 발언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18일 서울대 인문대 강의동에는 ‘성폭력적 수업환경 근절을 위한 모임 개작두’명의로 “교수들의 성차별에 가까운 발언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이를 근절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공개됐다. 대자보에 따르면 “피카소는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냈고 여자도 수없이 바꿨고….그 역시 남자로서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A교수),“여대생들은 경쟁심이 강해서 내가 장난으로 화장하고 치마입은 학생이 좋다니까 다음 시간에 다 화장하고 치마를 입고 오더라고….”(B강사),“자리가 없는 여학생들은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골라 무릎에 앉아요.”(C교수)등의 사례가 공개되어 있다.사회학과에 재학중인 김모씨는 “사소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보니 문제삼을 수 있다고 느꼈다.”면서 “교수들이 한번읽고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어린이 책세상/ 작은 새가 온 날 外

    ■작은 새가 온 날(이와사키 치히로 글·그림)= 일본의 대표적 여류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지은이가 소녀의 투명한 동심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해냈다.수묵화법과 수채화법을 조화시킨 독특한 그림이 인상적이다.‘이웃에 온 아이’가 함께 나왔다.프로메테우스.각권 1만원. ■헤르만의 비밀여행(미하일 엔데 글,레기나 켄 그림,이지연 옮김) = 미하일엔데는 ‘모모’로 잘 알려진 독일 작가.천덕꾸러기 아홉살 소년이 신비한 모험을 거쳐 따뜻한 가족 품으로 돌아온다는 줄거리의 판타지 동화.초등2학년 이상.소년한길.7000원. ■지리산으로 간 반달곰(이지엽 글)=아기곰 세마리가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지리산으로 보내진 뒤 동물원에 남은 가족과 엮는 가슴뭉클한 내용의 자연생태 동화.초등 저학년 이상.고요아침.8500원. ■마르지 않는 창작의 샘 피카소(염명순 글)=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의 생애를,작품을 근간삼아 보여준다.유명한 작품은 물론 그에게 영향을 미친 세계적 대가들의 작품을 천연색 도판으로 편집했다.초등 고학년 이상.아이세움.9500원.■쭈리와 회색늑대(피야 린덴바움 글·그림,강미라 옮김)= 겁많은 아이 쭈리가 우연한 계기로 착한 늑대들과 어울리며 용기를 얻는 줄거리의 스웨덴 그림책.유아용.대교M&B.7500원. ■보름달 음악대(옌스 라스무스 글·그림,김은애 옮김)= 휘영청 달밝은 가을밤,아이들을 즐겁게 꿈나라로 보내줄 그림동화.‘거꾸로 된 세상’과 보름달 등 2군데 신비한 공간이 이야기의 주무대이며,글자와 그림을 간간이 거꾸로 편집한 발상이 재미있다.5세 이상.비룡소.8500원. ■지구를 살려줘!(실비아 바이스만 글,브뤼노 하이츠 그림,조현실 옮김)= 환경이란 묵직한 주제를 만화처럼 가벼운 형식으로 풀어놓은 환경과학 그림책.유머넘치는 그림과 구어체 문장이 어린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올 듯.초등학생 이상.시공주니어.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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