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피카소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선착순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제작진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리뷰 테러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송두율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22
  • ‘근대명가 서화수장전’ 순회전 12일까지 서울갤러리 전시

    ‘중국근대미술의 아버지’ 치바이스(齊白石),‘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장다첸(張大千), 중국 근대 산수화의 대가 리커란(李可染)…. 대륙의 호방한 기상과 심원한 경지를 펼쳐 보이는 19,20세기 중국 최고 화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태평로 서울갤러리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근대명가 서화수장전’이 화제의 전시다. 이번 전시는 세계 순회전의 하나로 호주를 비롯해 일본, 미국, 타이완 등 6개국에서도 열렸다. 출품작은 중국화 거장 60명의 작품 100여점. 호주중화문화예술협회 부회장인 다이메이링과 영국왕실 등록 전문감정사인 그의 아들 다이동니의 개인 소장품이다. 치바이스는 그림뿐 아니라 서예, 시문, 전각 등에 모두 뛰어난 천재 화가다. 그는 늘 “그림은 유사한 듯 아닌 듯 하게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화는 의경(意境)을 추구하는 만큼 서양화의 사생과는 달리 정신을 표현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치바이스는 실제로 인물이나 꽃, 새 등을 그릴 때 비례에 맞게 그리지 않았으며 실물과 그리 흡사하게 그리지도 않았다. 전시장엔 ‘종규(鐘)’‘남과(南瓜)’‘패엽초충(貝葉草蟲)’ 등의 작품이 나와 있다. 서양화를 중국에 소개한 최초의 중국 근대화가 쉬베이훙(徐悲鴻)이 “5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화가”라고 극찬한 만능 작가 장다첸. 그는 어느 문파의 그림이든 모사를 잘 하기로 유명했다. 둔황에서 2년 7개월 동안 머물며 둔황의 고대벽화를 그대로 본떠 그리기도 했다. 장다첸의 인물화나 불화 속에 나타나는 선들은 매우 유연하고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어람관음(魚籃觀音)’‘송하고사(松下高士)’ 등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리커란은 ‘이가산수(李家山水)’라는 새로운 유파를 낳은 산수화의 거장이다. 리커란은 치바이스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명이지만 그의 작풍은 치바이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리커란의 산수는 대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을 준다. 리커란은 화면 속에 그저 존재하는 관조적인 수묵산수가 아니라 생생한 현장감을 담은 생활 속의 산수를 즐겨 그렸다.‘춘우강남(春雨江南)’‘목우도(牧牛圖)’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서태후가 그린 화조도와 도광황제, 위안스카이, 매란방 등의 서예작품도 전시중이다.12일까지.(02)2000-9737.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왈종 ‘꿈과 일상의 중도’ 새달 3일부터 갤러리 현대

    스타 기근의 한국 화단에서 남다른 인기를 누리는 작가가 있다면 단연 이왈종(61)이다. 지난 90년 서울의 대학교수 자리를 그만두고 10여년 동안 제주에 머물며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그는 여전히 “그림 한 점만 팔아도 살아갈 수 있는” 전업 작가다. 항산(恒産)이 있으니 항심(恒心)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이왈종은 “제주의 동백과 매화, 수선화가 나를 먹여 살린다.”고 짐짓 여유를 보인다.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지는 동백을 보러 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별천지와도 같이 포근한 느낌을 주는 작가의 화폭이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한 가닥 위안이라도 주는 걸까. 그의 인기는 영원한 현재진행형이다. 3월3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이왈종-꿈과 일상의 중도’전은 자연과 혼연일체를 이룬 한국적 서정의 진수를 보여준다. 출품작은 회화와 종이부조, 부조판화, 목조와 도조 입체작품 등 60여점. 주제는 역시 중도다. 중도란 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걷어낸 자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 주체도 객체도 없고 크고 작은 분별도 없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만물평등의 세계다. 그런 세상을 향한 작가의 꿈은 상하좌우나 대소, 원근의 관계까지 지우고 화면에 모든 물상을 동등하게 배치하도록 만든다. 작품 소재 또한 전통 동양화에서 표현하는 이상화된 풍경과는 거리가 있다. 텔레비전이나 골프채, 배, 자동차 등이 꽃과 새, 물고기, 사슴 등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것은 곧 일상과 환상, 생활과 꿈의 교향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50돈짜리 순금판에 양각한 춘화들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이 색깔 있는 작품들은 갤러리 현대 뒤편의 별관격인 두가헌 갤러리에서 피카소의 에로틱 판화와 함께 전시된다. 갤러리측은 춘화 전시는 18세 이상만 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02)734-6111.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지하철역 상가분양 잇따라

    테마상가 분양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과장·허위 광고가 판을 치고 있어 옥석을 가리는 데 유의해야 한다. 초보자라면 지하철역과 연계된 상가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환승역, 대중 교통과 갈아 타는 역과 연결된 상가는 유동인구가 많아 상권형성이 빠르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 직접 운영하지 않고 임대하거나 되팔더라도 수요가 많아 비싸게 팔 수 있다. 지하철역과 직접 연결되는 대표적인 상가로 패션TV가 있다. 동대문 운동장역과 지하 2층이 직접 연결된다. 지하철 2,4,5호선이 겹치는 환승역인 데다 서울시가 상반기에 동대문운동장에 대중교통 환승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통로에는 무빙워크를 설치, 오가는 손님들의 발길을 끌게 할 방침이다. 지하 6층 지상 11층, 연면적 1만 2000평의 규모. 토지매입 및 건축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말 착공식을 가졌다.2006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라모도도 동대문운동장역에 2차분을 분양 중이다. 지하 5층 지상 12층, 연면적 9090평 짜리다. 쇼핑몰 최초로 외국자본을 유치했다. 성북구 돈암동에서 분양 중인 오스페는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과 지하 2층 상가가 연결될 예정이다. 분양가는 4.5평 기준에 7700만∼1억 9000만원.2006년 10월 입주 예정이다. 홍대스타피카소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지하 2층이 바로 연결된다. 지하 6층 지상 11층, 연면적 8700평 규모. 롯데시네마 6개관이 입점한다. 분양가는 점포당 7800만∼2억원.2007년 4월 완공 예정이다. 명동 하이해리엇은 지하철 4호선 명동역과 지하 1,2층이 연결된다. 일산 주엽역 스타몰은 지하 6층 지상 10층 2만 1000여평 규모. 지하철 3호선 주엽역과 연결된다. 일산 최대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9개 관과 메디컬센터, 스타 명품관, 웰빙존 등이 입점을 예약했다. 분당 니즈몰은 분당선과 지하철 8호선 환승역인 성남시 모란역과 연결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미술단신]

    ●경기도 용인의 경기도박물관이 거장 마티스와 피카소의 작품을 초등학생 눈높이에서 감상·체험하는 ‘마티스·피카소 체험교실’을 마련했다. 이 두 작가는 1906년 파리에 사는 미국인 아마추어 예술가 제르투르드와 레온 스타인의 집에서 처음 만난 후 54년 마티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교류를 지속하며 서로의 창작활동을 독려했다. 18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파리 퐁피두센터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옮겨온 것. 마티스·피카소 자화상 등 14점의 작품과 10점의 사진으로 꾸며졌다. 두 화가를 대상으로 한 가상 인터뷰가 흘러 나오는 새장을 중심으로 선과 색, 형태, 구성 등 네 가지 주제의 방을 따라가며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도 있다. 입장료는 초등학생 무료, 성인 700원.(031)288-5300. ● 월간 미술세계가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현대미술작가총서’(전6권)를 펴냈다. 이 총서에는 생존작가 2222명의 대표작과 작품론, 작가 개인정보 등이 실렸다. 수록 작가들은 예술원 회원과 국내 미술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작가들, 개인전 3회 이상의 경력을 지닌 작가 및 대학교수 작가들이 추천한 젊은 작가들로 구성됐다. 값은 6권 한 질에 57만원.
  • [책꽂이]

    ●파리의 화상 볼라르(앙브루아즈 볼라르 지음, 김용채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미술의 가장 중요한 후원자로 꼽히는 파리의 한 화상 이야기. 세잔, 피카소, 마티스 등이 무명일 때 첫 전시회를 열어주는 등 수많는 화가들과의 교감을 담았다.1만 4800원. ●붉은 중국의 공포 파룬궁(마리아 시아 창 지음, 황정연 옮김, 황소자리 펴냄) 중국 청나라가 태평천국, 의화단의 봉기와 때를 같이해 왕조의 운명을 접었듯, 현대 중국 정부는 일개 신흥종교인 파룬궁에서 ‘반역의 씨앗’을 보고 싸워야 하는 실존적 고민과 딜레마를 담았다.1만 5000원. ●공병호의 10년후, 세계(공병호 지음, 해냄 펴냄) 이미 나온 ‘10년후, 한국’의 세계편. 한국 경제를 둘러싼 세계의 위기와 변화를 진단하고 개인과 기업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미래의 준비를 다룬다.1만원. ●코드브레이커(데이비드 칸 지음, 김동현 전태언 옮김, 이지북 펴냄) XYZ 사건에서 드레퓌스 사건에 이르기까지, 치머만 전신문으로부터 맨해튼 프로젝트의 수수께끼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회의 커다란 진로를 형성해온 암호와 암호해독의 의미를 풀어썼다.4만 9000원. ●새벽의 건설자들(코린 맥러플린·고든 데이비드슨 지음, 황대권 옮김, 한겨레신문사 펴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태공동체의 건설 가이드. 고대 수도원에서 1960년대의 히피공동체, 뉴 에이지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세계공동체의 발전사에 대해 설명하고, 현재 건설되고 있는 각 공동체의 철학과 이념, 시스템을 살펴본다.2만 2000원. ●색공지신 미실(이종욱 지음, 푸른역사 펴냄) 신라 화랑도에 등장하는 풍월주들의 전기를 묶은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여인 이야기. 많은 왕들을 잇따라 섬기면서 30여년간 신라 조정을 장악하고 권세를 휘두른, 역사의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인다.1만원. ●마더 데레사 자서전(호세 루이스 곤살레스 정리, 송병선 옮김, 황금가지 펴냄) ‘빈민의 어머니’로 불리던 테레사 수녀의 대화, 인터뷰, 편지 등을 정리하여 자서전 형태로 편집했다. 헌신하는 삶의 모습을 통해 신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전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1만원. ●세계의 철새 어떻게 이동하는가?(폴 컬린저 지음, 신선숙 옮김, 다른세상 펴냄) 철새들이 왜, 언제 이동하는지부터 시작해 철새들의 다양한 생태를 설명한다. 철새의 이동과 군무가 단순한 눈요기를 넘어 나름의 질서이고, 죽음을 무릅쓴 행위임을 밝힌다.1만 8000원.
  • [우리동네 이야기] 마포구 서교동

    [우리동네 이야기] 마포구 서교동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西橋洞)은 한국 현대 예술을 이끌어 나가는 ‘홍대 거리’를 품에 안고 있다. 이곳은 음악과 미술, 연극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개성대로 즐기는 젊은이들의 숨결로 한겨울에도 뜨겁게 달아오른다. 원래 서교동 지역에는 연희동 골짜기에서 흘러내렸던 개울이 여러 갈래로 흐르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작은 다리가 많이 놓여 있었고, 자연스레 ‘잔다리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교동은 서쪽 잔다리의 한자어인 ‘서세교리(西細橋理)’에서 따왔다. 서교동은 지난 1943년 경기도 고양군에서 경성부로 편입된 뒤,46년에 마포구 서교동으로 자리잡게 된다. 면적은 0.94㎢.2001년 현재 1만 8700여명이 살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의 ‘보고(寶庫)’인 홍대 거리가 생긴 것은 지난 54년. 국내의 대표적 미술대학인 홍익대가 이곳에 자리잡은 이후 60년대부터 미술가의 작업실과 라이브클럽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게 된다. 홍대 거리가 대중적인 문화 거리로 도약한 것은 90년대. 이때 홍대 정문에서 극동방송국과 주차장에 이르는 도로변의 ‘피카소 거리’에 이국풍의 고급 카페가 대거 들어선다. 또 80년대에 쇠퇴한 라이브클럽이 재등장하면서 홍대 거리는 미술 등 기존의 시각 예술과 함께 음악 등 청각 예술이 창조적으로 어울린 복합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홍대 거리의 진수는 음악.‘홍대 클럽’은 이곳의 라이브클럽을 지칭하는 일종의 고유명사다. 자우림, 크라잉넛, 델리스파이스 등 ‘뜬’ 그룹들뿐 아니라 허클베리핀, 미선이,3호선 버터플라이 등 한국 대중음악의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는 밴드들의 ‘고향’이다. 이곳에 들어서 있는 라이브클럽은 20여개. 라이브클럽의 효시 격인 ‘드럭’과 ‘블루 데블’이 합쳐진 ’DGDB’를 위시해 재머스, 사운드홀릭 등에서는 펑크록과 하드코어 등을 들을 수 있다. 록 클럽만 있는 건 아니다.‘클럽 에반스’와 ‘문 글로우’ 등에서는 맥주 한 병에 은은한 재즈의 선율에 흠뻑 젖어든다. 각종 전시관과 공연장도 즐비하다.20년 전통의 연극 전용관 ‘산울림 소극장’, 배우 추상미씨가 운영하는 순수 공연예술공간 ‘떼아뜨르 秋’, 실험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씨어터 제로’ 등이 문화 거리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밖에도 홍대 정문 앞 쌈지공원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에 열리는 ‘프리마켓’도 빼놓을 수 없다. 금속, 도예 등 예술가들이 손수 만든 공예품이 선보인다. 골목마다 숨어있는 동서양의 맛집들과 카페들도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중견 서양화가 이두식 홍익대 미술대학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중견 서양화가 이두식 홍익대 미술대학장

    새벽 5시. 붓을 든다. 눈을 지그시 감는다. 묵직한 고요가 찾아온다. 몇 갈래로 가슴을 후벼판다. 자진모리에서 휘모리로 돌아 이내 절정에 이른다. 붓이 춤춘다. 무아지경이다. 구경꾼은 없으나 세상이 지켜본다. 불끈 솟아오른다. 조용하지만 강렬했다. 한국의 색채다. 그건 원초적 본능이었다. 수십년째, 그렇게 토해낸다.3000점은 족히 된다. 개인전만 무려 46회를 열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중견 서양화가 이두식(58) 홍익대미술대학장. 그는 예나 지금이나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는 버릇이 있다. 매일 새벽 3시간 동안 붓과 내통한다. 찰나적인 테마를 떠올리기엔 새벽공기가 그만이다. 밤을 새운 적도 많다. 이런 까닭에 작업량이 가장 많다는 얘길 듣는다. 그는 1995년 이례적으로 40대에 미술협회 이사장직을 맡아 주목을 끌었다. 시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욕도 많이 먹었다. 현재도 여전히 욕(?)먹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미술대학장 외에, 외교통상부 미술자문위원, 미협고문, 서울예고총동창회 회장, 홍대 총동문회 수석 부회장 등. 이달 말에는 아주 색다른, 대학배구연맹 회장직이 추가된다. 바쁜 와중에 오는 5월 4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2년 전에는 부인과 사별한 아픔을 겪었다. 본인의 감회도 특별하겠지만 어떤 화풍을 새삼 선보일지 주목된다. 이래저래 2005년은 제2의 그림 인생을 출발하는 이정표인 셈. 그는 “올해를 계기로 지금까지 토해냈던 분량만큼 앞으로도 3000점은 더 그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인터뷰의 첫 말문을 열었다. 장소는 홍대 미대학장실이었다. ●배구가 좋아 대학배구연맹 회장직도 맡아 대학배구연맹 회장에 발탁된 연유부터 물었다.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도맡아왔던 스포츠 단체장직에 미술계 인사가 발탁됐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키가 181㎝이다. 고등학교 때나 ROTC(학군단)시절에도 최장신이었다.”며 웃는다. 자연스럽게 배구와 친해졌다.9인제 배구팀에서 주로 중앙세터나 오른쪽 공격수를 맡았다. 홍익대에서도 배구팀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최근 홍대 배구팀이 대학배구 4강까지 오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은 서양과는 달리 손재주가 아주 좋아 배구를 잘 하는 민족”이라면서 “프로연맹 출범에 맞춰 프로와 아마추어간의 드래프트 등 교통정리를 잘 해야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림 얘기로 넘어갔다. 그동안 개인전을 열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참으로 바빴고 고통도 많았다.”며 한숨을 내쉰다.2년 전 세상을 떠난 부인을 떠올렸다. “(부인 고집으로)병원에도 잘 안 갔습니다. 우린 서로 화가생활을 하면서 부부 개인전을 한번도 못 열었지요. 올해에는 함께 열려고 했는데….” 부인은 이화여대 회화과를 나왔다. 이 학장과는 서울예고 동기동창.16살에 만나 26살에 결혼했다. 이 학장 자신이 특별한 직장이 없어 처가 쪽에서 결혼반대가 심했다. 부인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겨우 성사됐다. 장인은 4·19 당시 서울신문사장을 지낸 손도심씨였다. 부인은 결혼 후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느라 화가의 길을 일찌감치 접었다. 그런, 인생의 반쪽을 위해 병바라지하고 또 먼저 보낸 아픔을 겪어내느라 공백이 길어졌다. 부인은 평소 문인들과 친하게 지냈다. 특히 소설가 박완서씨와 좀더 지근거리에서 얼굴을 자주 보기 위해 박씨 자택 근처인 경기도 구리시로 집을 옮길 정도였다. 덕분에 이 학장 역시 문인들과 친분이 넓어졌다. “결혼초 먹고 살기 힘들 때 황석영씨의 소개로 현암사(출판사)에서 일감을 얻었지요. 한번은 황씨와 둘이 만리포에 놀러갔다가 물에 빠진 저를 황씨가 구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지요.” 소설가 조선작씨와는 1988년 서울신문에 연재소설의 삽화를 그리면서 인연을 맺었다. 소설가 김주영씨와도 친한 사이. 지난해 7월 화제를 모았던 ‘그림, 소설을 읽다’라는 주제로 열린 ‘소설화(小說畵)’ 전시 때 서로 짝을 지어 눈길을 끌었다. 최인호씨와도 각별하다. 가수 이장희·조영남·윤형주 등과도 가깝게 지내는 등 문화예술계에 폭넓은 친화력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에도 각계의 지인들로부터 새해 안부전화가 계속 걸려 왔다. ●부인과 死別… 아픔딛고 4년 만에 개인전 그림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원초적 본능이라는 직답이 돌아왔다. 잠자는 본능, 움직이는 본능, 울고 웃는 본능이 있듯, 그림의 본능 또한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속한다는 것. 아울러 인류문명이 발전해오면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은 욕망, 사랑하는 사람을 오래 보고, 또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서 그림이 그려졌다고 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숨쉬는 공기처럼 온갖 일상사가 곧 그림이란다. 그렇다면 화가로서의 성공조건은 무엇일까. 고행의 길이란다. 춥고 배고픔 속에서도 감동을 주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즉 어느 정도의 경제적 토대 위에서, 그림이 좋아져야 성공한 화가가 될 수 있단다. 자연스럽게 춥고 배고팠던 시절이 회고됐다. 놀랍게도 그는 ‘수출화’(이발소그림)를 무려 7년 동안이나 그렸다고 고백했다. 얼마나 많이 그렸는지 양쪽 시력이 다 나빠질 정도였다. 대가급 화가로서 쉽게 토로할 수 없는 대목이어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의 부친은 경북 영주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다. 부친 역시 화가가 꿈이었다. 또 중학교 때 오세영 미술선생의 적극적 권유 등으로 쉽사리 서울예고쪽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 2년 때 가세가 기울어 등록금 마련이 어려워졌다. 이때부터 그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결혼 후에도 생활비가 쪼들리기는 마찬가지. 화가의 길을 걷기 위해 재료비는 더욱 필요했다. 결국 1973년 수출화를 그리는 회사인 ‘서울갤러리’에 들어갔다. 밀레의 ‘만종’과 같은 풍경화와 기타 인물화 등 모방과 창작, 닥치는 대로 그렸다. 하루에 6∼7점,1년에 200여점을 그릴 정도로 강노동의 연속이었다. 그가 그린 그림은 전량 일본으로 수출됐다. 영화사 쪽 일도 틈틈이 했다.70년대 후반 ‘별들의 고향’과 82년 박철수 감독의 ‘들개’에서 미술 소품을 담당했다. 운이 좋아서인지 ‘들개’로 백상예술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러는 한편 1974년 ‘20세기 현대미술전’과 ‘제1회 서울비엔날레’ 등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닦았다.79년 명동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이후 매년 1∼2회씩 개인전과 해외전시 등을 부지런히 열었다. 결국 젊은 나이에 명성을 얻었고 ‘대가’의 길로 들어섰다.47살에 미협회장을 맡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제 그림을 소장한 사람이 3000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특히 미국 쪽에는 많고요.” 요즘 1호당(우편엽서 크기) 그림가격이 얼마인지 불쑥 물었다. 그는 “죽은 후에 (가격이)비싸질지 모르니 지금은 많은 사람이 소장할 수 있도록 저렴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그래서 몇년째 호당 20만∼30만원을 넘기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피카소는 위대한 작가이고, 애정 넘치는 샤갈과 모딜니아니도 존경하는 화가”라면서 5월 전시 때에는 사뭇 달라진, 절제된 색채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슬하에 아들 둘을 두었다. 장남은 미국 유학 중이고 군입대를 앞둔 차남과 함께 산다.16년째 ‘장기근속’하는 가정부 할머니가 집안 일을 맡고 있다. ■ 그가 걸어온 길 ▲1947년 경북 영주 출생 ▲65년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69년 홍대 미대 회화과 졸업 ▲79년 동대학원 졸업 ▲95년 미술협회 이사장 ▲현, 홍대미대학장·동대학 회화과교수·외교통상부 미술자문위원 ▲73년∼현재까지 단체전 및 국제전 70여회 ▲79년∼현재까지 개인전 46회 ▲주요 수상=신상전 최고상(68년), 선미술상(88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95년), 서울국제아트페어대상(2001년) km@seoul.co.kr
  • 가자! 아자! 개별자유여행

    가자! 아자! 개별자유여행

    패키지 여행에 싫증난 사람들은 개별자유여행(FIT)을 원한다. 짜여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있고, 낯선 이국땅의 어려움을 가족끼리 헤쳐 나가는 추억도 있다. 여행지에서 가족끼리 겪은 어려움이나 실수, 배고픔도 나중에는 아름다운 추억거리. 어디로 떠날까를 고민하며 여행을 준비하는 설렘도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FIT관련 인터넷 여행정보 사이트와 여행 책자 등이 있어 조금만 준비하면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유창한 영어보다 오히려 용기가 더 필요하다. 지난해 FIT로 스페인과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가족들의 생생한 체험기를 싣는다. 올해는 우리 가족만을 위한 FIT에 도전해 보자. ■ 수정이와 엄마의 스페인 7박9일 ●너무나 겁없이 시작한 여행 “엄마, 스페인 가고 싶어.” 엄마(곽은성·43)는 나(노수정·중2)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어리둥절해하셨다.“‘정열적인 붉은색의 나라’ 스페인은 한번쯤 꼭 가봐야 한대요. 중학생도 됐는데 우리 가족끼리만 스페인에 한번 가자.”고 나는 계속 졸랐다. 엄마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며 미뤘지만 나의 끈질긴 노력(?)에 엄마는 허락하셨다.D-데이는 11월. 비수기로 호텔과 항공기가 가장 싸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체험학습 허가를 받기로 했다. 학교를 마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엄마와 함께 인터넷과 여행 책자 등을 통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한달간 인터넷과 씨름한 끝에 값싼 항공권과 호텔, 유레일 패스를 찾아냈다. 그러나 아빠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엄마와 단둘이서만 떠나게 됐다. 항공권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루프트한자를 이용키로 했다. 요금은 2명이 왕복 160만원으로 성수기의 반값이었다. 해외여행에서 나는 어른 대접을 받았다. 비행기삯은 청소년 요금이 없기 때문이다. 호텔은 유럽지역 호텔예약 전문 여행사를 찾아 도움을 받기로 했다. 숙박지는 초보자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공항이나 역근처로 정했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등 대도시는 1박당 130유로, 나머지 도시는 100유로 이하로 예약해 모두 800유로(90만원)가 들었다.3일 동안 스페인 철도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철도패스 2등칸을 263달러(30만원)에 예약했다. 준비물로는 여행안내 책자와 항공권·호텔 바우처, 유레일패스, 기차 안에서 읽을 수 있는 책 한권, 약간의 햇반과 컵라면만 간단히 준비한 채 무작정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아빠 없이 떠나는 여행이어서 ‘국제 미아’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실수가 더 기억에 남았던 여행 비행기 탑승부터 사고를 치고 말았다. 오후 1시 서울을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에 늦고 만 것이다. 공항 카운터에 갔지만 “너무 늦어서 탑승할 수 없다.”고 했다. 통사정한 끝에 출발 직전 비행기 문을 다시 열어 우리는 마지막 손님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15시간 비행끝에 바르셀로나 이지젯 공항에 도착한 우리의 첫번째 과제는 호텔을 찾는 것. 호텔 이름을 대자 택시는 15분 만에 데려다 줬다. 택시비는 약 2만원 정도. 다음날 스페인의 붉은 해가 떠오르고, 엄마와 나, 둘이서 함께하는 스페인 여행의 막이 올랐다. 너무 설레고 조금이라도 빨리 스페인을 관광하고 싶었던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스페인의 유명한 관광지로 출발하였다. 바르셀로나에선 도보나 지하철(1회권 5유로) 등을 이용했다. 먼저 관광한 곳은 ‘구엘 공원’. 구엘 공원은 세기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영국의 전원 도시를 동경했던 구엘의 투자로 만든 공원으로, 원래는 미래의 주택지로 구상되었다가, 자금 등의 문제로 현재는 공원으로 남아있게 되었다고 한다. 구엘 공원을 찾아가는 데는 지하철에서 내려서 한참이나 올라가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지만, 구엘 공원을 처음 보자마자 그 힘들고 지친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저 알록달록한 타일로 이루어져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공원에 대한 감탄사만이 나올 뿐이었다. 다음 행선지로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이라는 가우디의 또 다른 건축물을 보기 위해 좀더 있고 싶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이후 피카소 기념관 등 여러 관광지들을 도보와 지하철로 돌아보자 다리가 너무 아팠다. 너무 발바닥이 아파 엄마와 나는 더 이상 관광하는 걸 포기하고 맥도널드에 앉아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6시간동안 스페인 사람들을 구경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바르셀로나로 떠나 마드리드로 가는 중에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밤 기차여행이라 침대칸으로 업그레이드 예약하려던 엄마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해외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국내용 신용카드를 가져온 것. 현금이라고는 아빠가 준 여행비 3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결국 의자에서 잠을 자며 9시간 만에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이후 여행기간 내내 지하철을 타고, 간단한 빵으로 식사를 때우며 힘겨운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드리드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중세 도시의 모습을 많이 남기고 있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느낀 여행 갑작스레 떠난 여행이라 탈도 많고, 사고도 많았지만 엄마의 사랑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엄마와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책에서만 보고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내 눈으로 역사의 현장을 보고, 체험할 수 있어 살아있는 공부가 되었던 것 같다.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와 함께한 이번 스페인 여행은 내가 살아가는 데 크나큰 도움을 줄 것이다. ■ 예섭이네 발리 4박6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 준비 ‘트리마카시’(고맙습니다). 평소 수줍음이 많던 큰아들 예섭(8·경기 고양시 화정초 1년)이가 현지인에게 말을 건네는 것을 보고 FIT를 택한 보람을 느꼈다. 처음에는 외국인만 보면 무서워서 아빠(이상엽·45·회사원) 뒤로 숨던 아들이 자연스럽게 현지인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둘째 준섭(6)이가 호텔 풀장에서 각국의 아이들과 어울려 물장구를 치는 모습도 가슴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나는 패키지로 편하게 다녀오자는 아내(이은경·42)를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우리만의 여행을 다녀오자.”며 설득해 FIT를 준비했다. 목적지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보며 꿈꾸던 발리. 휴가에 맞춰 기간은 6일. 그러나 자신있게 말은 건넸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괜한 욕심으로 가족만 고생시키면 가장으로 체면이 서지 않을 텐데…. 걱정도 앞섰다.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인터넷에 매달려 밤을 새웠다. 때마침 항공권은 여행사 사이트를 통해 발리행 전세기 직항편이 운항한다는 정보를 얻어 예약했다. 어른은 60만원, 아이들은 25%를 할인받아 45만원에 예약을 했다. 호텔은 인터넷을 뒤져 현지 호텔에 대한 정보를 하나둘씩 찾아냈다. 호텔은 1박당 30∼110달러까지 천차만별. 고민끝에 안락한 시설과 아이들을 위한 부대시설을 갖춘 최고급 리조트로 결정해 예약을 마쳤다. 다소 비싸더라도 낯선 지역인 만큼 가족들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는 판단에서 호텔만은 최고급으로 택한 것이다. 이 호텔은 시내가 가깝고 다양한 레포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마음이 끌렸다. ●긴장된 출발 드디어 11월17일 오후 7시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인도네시아어는커녕 영어도 서툰 터라 긴장되고 걱정도 많았다. 긴급 상황에 대비해 간단한 인도네시아어 회화가 담긴 관광 책자도 챙겼다. 비행기는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간에 발리 덴파샤 공항에 도착했다. 우선 예습을 한 대로 바가지 요금이 없는 정찰제 택시를 탔다. 항공권 바우처에 나온 호텔명을 말하자 20분 남짓 걸려 호텔에 도착했다. 요금은 5000원 정도. 반갑게 맞이하는 호텔 직원으로부터 키를 받아들고 호텔방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놀 것도 걱정. 아이들에게 현지 체험을 시켜주겠다고 단단히 약속한 터라 잠이 오지 않았다. 로비에 내려가자 수십여개의 발리 인근섬을 운항하는 ‘데이 크루즈’가 준비돼 있다는 것을 알고 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섬을 예약했다. 인도양을 가르며 휴식과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요금은 1인당 85달러였지만 4인 가족권을 210달러에 예약했다. 다음날 아침 9시 섬으로 출발했다. 아이들과 섬에서 스노클링과 바나나보트는 물론 현지 민속촌까지 돌아보며 오랜만의 가족여행의 재미를 만끽했다. 오후 4시 리조트로 돌아오자 배가 고파왔다. 밥은 어디서 먹을까 고민스러웠지만 무작정 시내로 나가 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택시로 15분 거리에 있는 번화가에는 마타하리 백화점과 면세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맥도널드와 버거킹 등 없는 것이 없었다. 값싼 토산품을 돌아보며 즐거워하는 아내와 햄버거를 손에 쥐고 ‘아빠 최고’를 외치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한번 가슴이 뿌듯해 왔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날에는 버스를 타고 킨타마와 화산도 다녀오고 아이들을 위해 발리 토산품인 ‘바틱’(치마의 일종)을 만드는 수공예 마을도 찾았다. 이어 발리 민속마을과 원숭이 공원, 코브라 공원도 발길 닿는 대로 방문했다. 아이들도 코브라 공원에서 1달러를 건넨 뒤 용감하게 구렁이를 직접 몸에 감는 등 현지인들과 점점 하나가 돼갔다. ●추억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여유가 생기자 휴식이 필요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내와 함께 해변을 산책하고 자전거를 빌려타는 등 오랜만에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한참을 놀아도 오전 10시. 느지막이 호텔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점심은 호텔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서울에서 준비해간 컵라면과 소고기 국밥으로 때웠다. 이국땅에서 먹으니 라면이 한결 더 맛있었다. 호텔에서 매일 마주치는 외국인도 친숙하게 다가왔다. 외국인을 만나도 겁먹지 말고 “굿모닝”(안녕하세요)이라고 인사하라는 아빠의 말을 귀담아 들었는지 큰아들이 갑자기 지나가던 미국인 부부에게 “굿모닝”하고 인사를 건넸다. 시간이 너무 짧았다. 아쉬움속에 6일이 모두 흘러갔다. 새벽 2시4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다음에는 유럽과 미국 등도 가족끼리 다녀오자며 아들과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 꼼꼼히 챙기세요 FIT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낯선 곳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가족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헤쳐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수. 우선 여행의 목적을 정한 뒤 여행 일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경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권은 인터넷 등을 통해 할인 항공권 등 저렴한 항공권이 있는지 체크한다. 가격은 구입 시기와 비행 일정(직항·경유), 시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찾아보면 특별 할인요금도 많아 50%이상 할인 받을 수 있다. 숙박은 호텔과 민박, 유스호스텔 등이 있지만 안전과 편리함 등을 고려해서 호텔이 좋다. 예약은 인터넷상에서 직접 원하는 지역의 호텔을 예약할 수 있지만 전문 호텔 예약업체 또는 여행사를 통해서 하는 것도 요령이다. 여행 가이드가 필요한 경우 필요한 지역만 가이드를 예약할 수 있다. 가방분실에 대비해 여권번호, 비행기 티켓, 여행자수표번호, 여행자보험번호 등을 복사해 따로 보관해 출발한다. 중·고·대학생의 경우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입장료 등 엄청난 혜택을 받으므로 국제학생증을 꼭 발급받도록 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여행자보험에도 가입한다. 준비물로는 가방과 지갑·여권 등 중요품 보관용 작은 배낭, 현지 기후에 맞는 옷, 세면도구, 화장품, 선글라스, 운동화, 우비(우산)를 준비한다. 특별하게 음식에 거부 반응이 없으면 현지 음식을 먹도록 하나, 필요하다면 고추장, 컵라면, 햇반,1회용 커피, 껌 등을 약간 준비한다. 디지털카메라 등을 충전하기 위한 충전기 등을 준비하고 현지 전압과 플러그 형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전화는 출발 전 로밍서비스를 신청하거나 국제전화카드를 구입하고, 비상시 현지에서 전화할 수 있는 콜렉트콜 전화번호를 메모하여 준비한다. ●도움말:MK유럽(02-719-0463) 정리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찬란한 ‘서양미술 400년’

    찬란한 ‘서양미술 400년’

    1793년 프랑스혁명의 세 거두 가운데 한 사람인 장 폴 마라는 고질인 피부병 때문에 반신욕을 하며 집무를 보던 중 반대파의 자객에 의해 암살당한다. 마라의 동지이자 나폴레옹 황제의 수석화가였던 자크 루이 다비드는 이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마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3개월 만에 완성한다. 암살자가 들고 온 편지, 피묻은 칼이 당시 상황을 재연하듯 화면에 그대로 놓여 있는 ‘기록화’ 같은 작품이다. 자객의 단검에 살해된 마라의 시신은 실제로는 선혈이 낭자한 끔찍한 모습이었지만, 다비드는 마라의 죽음을 마치 격무에 시달리다가 잠이 든 ‘시민의 일꾼’ 같은 모습으로 이상화했다. 엄격한 형식미를 추구한 다비드의 신고전주의 양식이 그대로 녹아 있는 이 그림이 10여 개월의 복원과정을 거쳐 새 단장한 모습으로 한국을 찾는다. 21일부터 내년 4월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양미술 400년전-푸생에서 마티스까지’가 바로 화제의 전시다. 소개되는 화가는 다비드, 푸생, 부셰, 앵그르, 들라크루아, 쿠르베, 코로, 모네, 시슬레, 피사로, 르누아르, 고갱, 마티스, 뒤피, 피카소, 들로네 등 88명. 미술애호가라면 한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유명 작가들이다. 프랑스 랭스미술관에서 70여점을 대여받은 것을 비롯,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릴, 말로, 몽펠리에, 피카르디 미술관, 트루아 역사박물관 등에서 모두 119점의 작품을 빌려 왔다. 전시는 시대별로 서양 미술 400년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17세기 절대왕정을 배경으로 한 장중하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과 국립 미술아카데미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고전주의 양식,18세기 귀족사회가 낳은 장식적인 로코코 양식, 산업기술의 발달로 근대화되기 시작한 19세기의 사조들인 낭만주의, 신고전주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와 20세기 야수파, 큐비즘 등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초대형 전시인 만큼 전시작 중에는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마티스가 친필 글씨를 새겨 랭스미술관에 기증한 ‘재즈’ 판화집, 엽서 한 장 크기인 1호도 채 되지 않는 작품이지만 여인의 코발트빛 옷과 장밋빛 혈색이 생생하게 묘사된 르누아르의 유화 ‘대본낭독’ 등이 공개된다. 특히 ‘대본 낭독’은 워낙 크기가 작아 도난 위험이 커 한번도 해외에서 전시된 적이 없는 작품이지만 특수액자를 제작해 이번에 처음 선보이게 됐다. 고대의 여러 조각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을 조합해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현한 앵그르의 두 작품 ‘샘’과 ‘물 속에서 태어난 비너스’도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원본 작품들이다. 이밖에 근대회화의 시조인 푸생의 ‘두 발을 적시고 있는 여인과 풍경’, 뒤프레누아의 ‘리코메드 왕의 딸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율리시스에게 들킨 아킬레스’, 사실주의 대가 쿠르베의 ‘협로’, 인상파 화가인 모네의 ‘벨 일의 바위’, 피사로의 ‘루브르’, 고갱의 ‘건초 말리는 사람’, 뒤피의 ‘마리-크리스틴 카지노’, 고갱의 판화 ‘테 아릴 바이네(왕가의 여인)’ 등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입장료 일반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02)2113-3477.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유아·아동| ●나무 꼭대기를 향한 여행(알렉산드로 온라두 지음, 임은숙 옮김, 주니어파랑새 펴냄) 나무 꼭대기를 힘겹게 기어오르는 작은 달팽이가 주인공. 인내와 여유의 가치를 일깨우는 그림책.5세까지.9500원. ●개구쟁이 피카소(김순희 지음, 다빈치기프트 펴냄) 천재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대표작들에 동시 같은 해설을 붙여 명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어린이 미술책.5세이상.8500원. ●지구의 나이테(김동광 지음, 아이세움 펴냄) 그림으로 보여주는 지구 생태계의 역사. 인간과 환경과의 뗄 수 없는 관계를 간명하게 웅변한다.7000원. |초등·청소년| ●알렉산드로스 대왕(피터 크리스프 지음, 남경태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2300여년 전 페르시아제국을 정복한 영웅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성취를 화보로 보여주는 ‘위대한 발자취’ 시리즈. 관련 일러스트들이 사진만큼 세밀하다. 초등생용.1만 2000원. ●피노키오(카를로 콜로디 지음, 정미애 옮김, 문학수첩리틀북스 펴냄)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의 모험담을 그린 완역본. 시원한 삽화가 곁들여져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초등저학년용.1만 2000원.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갔다(이승희 엮음, 보리 펴냄) 밀양 상동초등학생 20명이 함께 쓴 동시집. 지방도시의 생활과 넉넉한 자연의 정서가 아이들의 천진한 시선에 잡혔다. 초등생용.7000원. |실용| ●희망요리수첩(김혜경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살림하면서, 요리하면서 느낀 것들을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간 부엌일기. 요리와 연관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수필로 풀어낸 뒤 관련 요리의 조리법을 함께 실었다.1만원. ●세상에서 가장 힘든 협상(스콧 브라운 지음, 노혜숙 옮김, 세종서적 펴냄) ‘아이를 꾸짖기 전에 부모의 감정부터 다스린다’‘아이의 감정조절을 도와준다’‘귀기울이고 이해한다’등 협상전문가가 쓴 7가지 자녀교육법.1만원. ●성공하는 사람들의 다이어리 활용법(니시무라 아키라 지음, 권일영 옮김, 황금부엉이 펴냄) 단순한 스케줄 관리를 넘어, 숨어있는 시간을 찾아주고 인맥과 정보관리까지 겸할 수 있는 다이어리 활용 노하우.7800원. ●부모가 항상 더 문제다(찰리 앤 봄비치 지음, 조형숙 옮김, 아침나라 펴냄) 부모의 의무감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 삶을 즐길 수 있는 365가지 방법.1만원.
  • “여성의 경제력 족쇄되느냐” 헌재 재판관도 진지한 질문

    “호주제는 평등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봉건적·구시대적 제도다.” “건전한 가족육성과 계승을 위한 전통적 관습이다.” 호주제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열띤 공방이 9일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졌다. 호주제의 위헌 여부를 가릴 마지막 5차 공개변론이 열린 이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직접 질문을 하기도 하는 등 진지한 태도로 참고인의 설명을 경청했다. 변론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부터 남성 중심의 사회로 변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인류의 역사를 20만년으로 보면 농경사회는 1만년 전에 시작돼, 인류 역사의 95%는 남성위주의 사회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중섭, 피카소의 그림과 임신 당시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한 미국 여배우 데미 무어의 사진 등을 참고자료로 들며 “여성이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게 되면 남성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호주제가 폐지되면 부계 중심의 중압감에서 남성이 해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일 재판관은 최 교수의 설명을 들은 뒤 “미토콘드리아의 발견과 호주제의 상관 관계는 없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권성 재판관은 “수렵생활로 진화하면서 남성 중심이 된 것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냐.”면서 “호주제가 여성이 경제적 힘을 기르는 데 족쇄가 되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최후 변론에서 “평등하고 건전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의 대리인으로 나온 구상진 변호사는 최 교수에게 “법률적 내용은 모르지 않느냐.”고 물은 뒤 “생물의 수정과 번식에는 정자로부터 전달되는 중심소체가 필수적”이라고 반박했다. 구 변호사는 이어 “동물들의 세계를 기준으로 인간 사회의 제도를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호주제는 건전한 가족제도의 보호육성이라는 헌법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아트 & 이슈] 낙서도 이젠 당당한 예술?

    세계의 도시 특히 뉴욕의 지하철에서는 흔히 스프레이 물감을 이용한 낙서그림을 볼 수 있다.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 또는 스프레이캔 아트(spraycan art)라고 불리는 낙서미술이다. 이런 그래피티 미술이 ‘거리의 예술’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차세계대전 이후부터다. 경기장 벽이나 지하철, 거리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외되고 억눌린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예술. 도시의 골칫거리로 치부되던 그래피티가 현대미술로 인정받게 된 데는 무엇보다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아와 80년대 거리문화를 이끈 키스 해링의 공이 크다. 낙서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들은 그러나 불행하게도 각각 마약중독과 에이즈로 요절하고 말았다. 미국에선 이미 1989년에 낙서미술관까지 문을 열었을 만큼 그래피티 아트가 자리를 잡았다. 이 자유분방한 영혼의 예술은 이제 우리에게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서울 서교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스타일 큐브 잔다리에서 19일 동안 열린 ‘거리의 작가’전은 ‘한국적’ 낙서미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하나의 시험무대였다. 전시에는 jnjcrew, day­z, wk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20대의 세 팀이 참가했다. 특히 가수 서태지와의 공동작업으로도 잘 알려진 day­z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분노의 감정을 ‘악마’라는 소재를 통해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낙서미술가라 할 이들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기하학적 문양, 문자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보여줬다. 90년대 초반부터 힙합문화와 함께 발전하기 시작한 한국의 그래피티 아트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외국의 경우 하나의 독립된 장르, 나아가 제3의 예술로 인정받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여전히 ‘낙서’라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림은 이렇게 그려야 한다.’는 박제된 미술교육을 받아온 이들에게 상상력의 물꼬를 터주는 계기가 됐다. 개막일에는 100여명의 그래피티 팬들이 전시장에 몰리는 등 우리 낙서미술 인구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이번 ‘거리의 작가’전은 우리에게도 바스키아나 해링 같은 낙서미술의 대가가 나올 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그래피티는 이제 ‘비(非)예술’‘반(反)예술’의 수모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그 자체 예술로서 당당히 심판받아야 한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굿모닝 러시아/조재익 지음

    굿모닝 러시아/조재익 지음

    “고향 땅에 돌아왔다/주머니엔 동전 한 닢도 없이/그래도 기억 속에 단 하나 남은 게 있어/몸을 떨며 노래하는/베료자 그 흐느적거리는 몸매…” 러시아 시인 아나톨리 지굴린은 베료자를 이렇게 노래했다. 그런가 하면 니콜라이 클루예프는 은색 머리 베료자 발 밑에 온몸을 던지고 미친 듯이 운다고 했고, 알렉세이 톨스토이는 날 퍼런 도끼에 상처난 베료자 은빛 몸에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고 아파했다. 러시아의 많은 시인들은 이처럼 베료자 나무 아래서 사색하고 베료자를 바라보며 시를 썼다. 러시아어 베료자는 우리말로 자작나무.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이 나무는 조국과 고향의 상징이자 미와 사랑 그리고 러시아 처녀의 상징이다. ●푸틴 헌법고쳐 3선 도전說 ‘굿모닝 러시아’(조재익 지음, 지호 펴냄)는 먼저 러시아의 낭만부터 들추며 이야기를 풀어간다.KBS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거대한 땅 러시아에는 낭만이 있다고 말한다. 책은 한 예로 러시아 국민 가수 알라 푸가초바가 부른 슬픈 사랑의 노래 ‘백만 송이 장미’를 든다. 이 실화의 주인공은 그루지야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니콜라이 피로스마니슈빌리. 간판 그림을 그리며 가난하게 살아가던 그는 카페의 여가수 마르가리타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느날 아침 마르가리타는 온갖 종류의 꽃을 집안 가득 선물 받는다. 니콜라이가 집과 그림을 팔아 사보낸 것이다. 이에 감동한 마르가리타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만 그녀는 이내 부유한 남자를 만나 마을을 떠나버린다. 니콜라이는 몇 해 못 가 쓸쓸히 숨을 거둔다. 하지만 그의 예술은 피카소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피카소는 직접 그의 초상을 그리기도 했다. 책은 러시아의 낭만과 함께 마피아가 판을 치고 올리가르히(과두 독점재벌)가 정치와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러시아의 복잡한 내부도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그것은 한마디로 돈과 권력이 뒤얽힌 복마전이다. 이 올리가르히를 단죄하고 부패한 ‘옐친 패밀리’들을 숙청한 인물이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이 책은 푸틴의 다양한 면모를 밝힌다. 푸틴은 중앙정치무대에 등장한 지 3년 7개월 만에 대통령에 오른 혜성 같은 존재다.‘필요한 때 필요한 장소에 총을 들고 서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던 푸틴을 크게 신임한 옐친 대통령은 1999년 그를 총리로 지명한다. 총리 지명을 받던 날 푸틴은 200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푸틴은 위기 상황에서 제2의 체첸전을 선포하며 정면 돌파했고, 그후 인기가 치솟아 대선을 치르기도 전에 옐친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는다. 저자는 푸틴이 헌법을 고쳐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러시아 정가의 ‘정설’도 전한다. 저자에 따르면 푸틴은 별명이 ‘뱀’일 만큼 냉혈한으로 보이지만 유머감각도 뛰어나다.2003년 모스크바 ‘세계기후변화회의’ 개막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지구가 온난화된다고 다들 걱정이지만 러시아는 아직 괜찮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러시아 국민들은 모피코트를 살 돈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프레온가스 등 온실가스를 규제하자는 ‘교토의정서’를 러시아가 당장은 비준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을 빗댄 말이다. 이 책은 러시아에서의 ‘천도설’도 소상히 다뤄 눈길을 끈다. 열 살의 나이에 살육의 현장을 눈앞에서 본 피터 대제는 1703년 크렘린궁의 핏빛 기억을 지우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도읍을 옮긴다. 도읍을 옮기면서 피터는 “이 땅(상트페테르부르크)은 유럽을 향한 러시아의 창”임을 분명히 했다. 피터 대제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한 지 299년이 되던 2002년 러시아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이 옮겨온 모스크바에서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이른바 ‘천도설’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설’은 스탈린 이후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라는 데서 출발한 것. 하지만 여기에는 러시아가 가야 할 길은 서쪽 유럽이라는 러시아(피터 대제)의 오랜 의지가 깔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름다움 상징 붉은색 좋아해 ‘빨간 나라’ 러시아. 저자는 러시아는 아름답다고 결론짓는다. 러시아 사람들은 붉은색을 사랑한다. 그것이 혁명을 상징하는 색이어서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러시아에서 ‘빨강은 곧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어의 ‘빨강(크라스니)’과 ‘아름다움(크라사)’을 뜻하는 단어는 어원이 같다. 우리가 잘 아는 ‘붉은 광장’은 사실은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불러야 옳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굳이 색안경을 쓰고 볼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상가 후분양제 앞두고 분양 봇물

    상가 후분양제 앞두고 분양 봇물

    내년 4월24일 시행 예정인 상가와 오피스텔 후분양제를 앞두고 상가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내년 4월부터 909평이상 단지 해당 후분양제 대상은 3000㎡(909평) 이상 규모의 상가로, 골조공사의 3분의2 이상 시공을 마친 뒤 분양해야 한다. 분양 업체들은 후분양을 하면 자금 회수가 늦어져 현재의 선분양에 비해 자금 부담이 10%쯤 늘어날 것으로 보고 분양을 앞당기고 있다. 상가114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분양한 테마쇼핑몰은 51곳이며 연내 분양을 예정중인 상가도 20여곳에 이른다. 이는 모두 59곳이 분양됐던 지난해 상가 공급 물량을 크게 웃돈다. 후분양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단지내 상가는 올 3·4분기까지 59곳이 공급돼 지난해 170곳의 35%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란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상가114의 유영상 소장은 “분양 중인 상가들은 책임지고 운영하기 보다는 분양을 통해 수익만을 내려는 경우가 많다.”면서 “도심 상가의 공실률도 높은 데다 쇼핑몰은 마케팅 전략도 백화점에 비해 부실해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시중 은행들도 상가 대출을 줄이고 있다. 은행간 대출경쟁이 심했던 2∼3년 전에는 상가를 계약하면 분양가의 50%이상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지금은 준공때 중도금 대출 계약자에게 분양가의 20∼30%를 뺀 나머지 금액을 상환토록 요구하거나 아예 담보대출로 바꿔주지 않는 은행도 생겨나고 있다. 상가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전문상가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점포의 숫자가 많고 적음보다는 다수의 고객이 이용가능한 공유면적이나 부대시설이 얼마나 확보됐는지 살펴야 한다. 만약 골프를 테마로 한 상가라면 골프용품 판매점 숫자가 많은 곳보다는 고객 휴식공간을 충분히 마련한 곳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편의시설 고루 갖춘 전문상가 무난 경기 침체로 공실률도 높고, 후분양제 시행으로 공급 물량이 늘어나자 시행사들은 상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벤트 공간 확보, 스포츠 테마 상가 등이다.CGV와 같은 복합 영화관이나 대형 운동시설, 할인점 등을 확보하여 기본적인 집객 요소를 갖추는 것도 필수다. 분양 중인 신촌 민자역사의 밀리오레는 5,6층에 복합영화관이 입점할 예정이다. 영등포 룩스도 최상층에 CGV와 피트니스 센터가 들어설 계획이다. 홍대스타피카소도 8∼11층에 롯데시네마를 개관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분양 중인 스타플렉스도 6∼11층에 CGV가 들어설 전망이다. 수도권에도 영등포 룩스에 이어 연내 실내 워터파크를 낀 상가가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같은 스포츠테마 상가들이 올 여름 높은 분양률로 화제를 모았던 부천 스키돔과 같은 인기를 끌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예술을 뚫고 들어간 사람들/이세기 지음

    ‘그 많은 문학적 업적과 행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나 그 흔한 문단의 단체장을 맡아본 적이 없다. 작품의 질이나 분량에서 투철하게 작가의 자세를 지켜온 그를 보면 아무리 강파르고 앙칼지게 생의 모든 것을 부여안고 몸부림쳐 온 사람도 그의 앞에 서면 모든 것이 미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문단의 청산 박경리) ‘그는 지금도 한달이면 29일 술을 마신다. 좋은 사람과 좋은 대화가 있는 곳은 아무리 바빠도 빠지지 않지만,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과는 술자리를 함께하지 않는다. 대쪽같은 결벽증은 부잣집 둘째아들로 태어났으면서도 서울로 올라온 후 부모로부터 땅 한뼘도 물려받지 않고 혼자서 자수성가한 케이스다.’(리얼리즘 연극의 파수꾼, 차범석의 역사의식) ‘예술을 뚫고 들어간 사람들’은 신문기자 출신인 저자가 2000년부터 2004년 초까지 문예진흥원이 발간하는 월간 ‘문화예술’지에 연재했던 ‘이세기의 인물탐구’를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문학, 미술, 연극, 무용, 국악, 건축 등 각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예술가 35명의 작품 세계와 인생관을 심도있게 조명했다. 영상미학을 실천한 영화감독 김수용, 인간의 체취를 담는 건축예술을 펼친 건축가 원정수, 동양적 신비를 길어올리는 가야금주자 황병기, 자유를 꿈꾸는 무용가 홍신자 등이 그들. 저자는 예술가가 자기 분야에 투철하게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섭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수묵화 한 점을 그리려면 양해와 석도, 피카소와 고갱, 해부학과 철학, 시와 글씨 등 독서 만권과 만리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가 탐구한 예술가들은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과 고된 노동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들이다. 저자 스스로 “비판의 시각보다는 그들이 이룬 공로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지만,‘인물탐구’라는 타이틀에 비춰볼 때 다소 평면적인 서술이 아쉽다.3만 7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임영숙 칼럼] 박생광, 김금화, 김이환…

    [임영숙 칼럼] 박생광, 김금화, 김이환…

    박생광의 그림을 처음 본 것은 지난 1986년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1주기 회고전에서였다.무속과 불교를 소재로 한 강렬한 단청색 그림들 앞에서 느꼈던 충격을 미술평론가 이경성(전 국립현대미술관장)씨의 고백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이씨는 호암갤러리보다 5년 앞선 백상기념관 전시회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이 전람회에 들어선 나는 커다란 힘에 눌려 질식하고 말았다.”고 썼다.신문사 문화부 기자였음에도 그의 작품은 물론 화가를 생전에 만나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부끄러웠다. 지난 주말 경기도 용인 이영미술관에서 ‘박생광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의 개막식이 열렸다.서해안 배연신 굿 및 대동굿의 인간문화재 김금화씨의 진혼굿도 함께 펼쳐졌다.인가도 드문,시골 좁은 골짜기에 100여대가 넘는 자동차가 전국에서 몰려들었다.화가의 고향 진주에서는 천리길을 멀다 않고 대절한 버스가 올라왔다. 전시작품은 화가 스스로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에 견주었던 ‘명성황후’,동학농민운동의 순결한 넋을 힘있게 형상화한 ‘전봉준’,친구였음에도 부처님처럼 존경했던 청담 스님의 열반기와 고행기를 통해 불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청담 대종사’ 등 박생광을 말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대표작들과 만신 김금화를 소재로 한 여러점의 ‘무속’시리즈,소품 등 100여점이었다.이영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들이다. 이날 이영미술관은 ‘민족혼의 화가’로 꼽히는 박생광의 작품에 행복하게 젖어들게 했지만 예술가의 삶과 정신,그것을 꽃피게 하는 토양에 대해 생각하게 한 자리이기도 했다.박생광이 한국화단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일흔일곱에 가졌던 백상기념관 전시회 이후다.20년이 넘는 일본생활과 진주 지방에 묻혀 중앙화단에서는 소외됐던 그는 여든 한살에 타계하기까지 몇년 동안의 폭발적인 작품활동으로 ‘한국화의 전설’이 됐다. 여든살 무렵 그는 인도의 정신과 프랑스의 예술을 순례하는 여행을 하고 경주 남산전을 열기 위해 산을 오르고 색채 도자기 공부를 하겠다며 일본을 찾는다.그리고 필생의 대작인 ‘명성황후’와 ‘전봉준’ 등이 발표된 문예진흥원 개인전을 갖고 이듬해 파리 그랑팔레의 르살롱전에 초대 받는다. 작품이 팔리지 않는 가난한 화가의 해외여행과 전시회 경비 등을 지원한 사람이 바로 김이환(70) 이영미술관장이다.그의 그림을 좋아했던 고향 후배로서 만년의 화가가 그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운 그는 팔순의 화가를 등에 업고 경주 남산을 오를 만큼 헌신적이었다.미술관을 세워 고인의 작품을 사회에 환원한 그는 미술관을 더욱 잘 운영하기 위해 예순의 나이에 와세다대학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고인의 발자취를 더듬었다.지난해에는 고인이 염원했던 ‘명성황후’의 스페인 전시회를 열었고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전시회와 함께 고인과의 인연을 담은수필집 ‘수유리 가는 길’도 발간했다. 이 아름다운 인연을 김금화(72) 만신의 천도굿은 더욱 빛나게 했다.지켜보기만도 힘든 굿을 작두타기까지 하며 주재한 칠순의 인간문화재는 고인과의 인연을 풀어내며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25년째 그의 굿을 보아왔다는 한 퇴직 교사는 김씨가 그토록 우는 모습은 처음이라고 했다. 칠순·팔순이 되도록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 가며 감동적인 예술과 인간관계를 이어간 세 사람의 만남-그런 만남이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 문화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김이환 관장 같은 예술후원자들이 또 나타나 제2,제3의 박생광이 빛을 볼 수 있게 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또 다른 예술가가 계속 함께 가는 길을 꿈꾸어 본다. 주필 ysi@seoul.co.kr
  • 예술의 향기 솔솔 양평에 가볼까

    예술의 향기 솔솔 양평에 가볼까

    드라이브 명소인 양평에 가면 궁금했던 것이 있다.‘아니 시골에 웬 갤러리가 이렇게 많은 거야,언젠가 한번 들어가 봐야지.’ 하지만 마음뿐,왠지 아는 사람 없는 잔칫집마냥 서먹했던 도심의 화랑 생각이 나 선뜻 발을 들이지 못했다.그러나 어렵게 문턱을 넘어서자 편안한 전원적 분위기가 손님을 맞았다.편하게 보고,마시고,이야기도 나누고. 가까운 곳에 드라이브를 가고 싶다면,약간의 예술적 허영심까지 있다면,주저 말고 양평으로 떠나자.화가만 280여명,문학·음악인 등까지 합치면 450여명의 예술인이 모여 산다는 ‘한국의 바르비종’으로.예술투어 프로그램까지 운영되고 있다니 더욱 매력적이지 않은가. ■ 화가마을 ‘양평에 이런 두메산골이 있었나.화가라고 하더니 산에서 도를 닦는 모양이군.’ “험하죠? 그래도 이곳 양지산 자락에만 화가들이 10여명 모여 삽니다.항금리 화가마을이라고 하지요.” 불편한 심사를 눈치라도 챘는지 ‘닥터박컬렉션&갤러리’의 큐레이터 손갑환(41) 실장이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구불구불,울퉁불퉁한 비포장길 끄트머리.승용차 바닥을 몇 차례나 긁힌 끝에 도착한 곳은 여류화가 김영리(46)씨의 보금자리 겸 작업실이었다.김씨는 ‘양평예술투어’에 아틀리에를 개방한 양평의 예술인중 한명이다. 연락을 받은 김씨가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허름한 농가(나중에 물어보니 우사라고 했다)를 대충 고쳐 쓰는 듯한 집안엔 그림과 그림도구 일색이다.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마치고 국내서 작품활동,뉴욕에서 10년간 학업과 작품활동,귀국해 양평의 이 두메로 흘러든 지 벌써 10년이란다.처음 10여년은 ‘도시와 인간’이란 테마에 천착했고,이후엔 자연으로의 회귀,지금은 자연의 해체를 보듬는 생태적 테마에 매달린단다. 유치원생이라는 그의 7살배기 아들이 손님들에게 물을 한 잔씩 따라 준다.이야기에 열중하는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함이다.딸 쌍둥이를 낳은 후 12년 만에 얻은 늦둥이다.쌍둥이중 하나는 올해 서울대에 합격해 다니고 있고,다른 하나는 재수중이란다.과외는커녕 학원도 구경하기 힘든 산골에서 시골 학교를 나와 서울대에 덜컥 합격했으니 부모로선 눈물겹도록 기특할 수밖에. 그림에서 아들 얘기로,다시 집안 얘기 및 양평의 화가들 이야기를 듣는 동안 1시간이 후딱 지나갔다.양평 예술투어는 이렇듯 도심 갤러리에서 느끼기 어려운 예술인들의 작업현장과 소박한 삶의 단면을 느낄 수 있는 코스로 짜여져 있다. 손 실장,김씨와 함께 집을 나서 양평읍 초입에 있는 양평군민회관으로 향했다.이곳엔 양평 맑은물사랑 미술관(031-770-2472) 및 창작스튜디오가 있다.양평군측이 관내의 예술인들을 위해 마련해준 전시 및 창작공간이다.미술관에선 서양화가 조영호(44)씨의 ‘생태’전이 열리고 있었다.기괴한 듯하면서도 무언가 강렬한 희구의 메시지가 느껴지는 듯한 작품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도덕과 아름다움을 걷어낸 생태의 심연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조씨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관람객들.생태전은 14일 끝나고,20일부터는 조근상씨의 ‘전통악기전’이 2주간 열린다. 미술관 옆 창작스튜디오에 들어가니 큼직한 도자기 작업을 하던 아줌마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쪽으로 쏠린다.김영리씨를 비롯해 서양화가 김호순,이봉임씨 등이 오는 9월 서울에서 열게 될 도자전을 준비중이라고 했다.명함을 보니 모두 화가들이다.웬 도자전이냐고 했더니 회화작업을 위한 ‘자금마련’이 목적이란다.파블로 피카소도 어려울 적 돈이 되는 도자기를 만들어 팔아 그림에 매달릴 수 있었다고 한다.하긴 지난해 이천·여주에서 열린 도자기엑스포에 갔다가 ‘피카소 도자기 특별전’에서 도예가 피카소의 생경한 면모를 본 적이 있었다.도자전은 오는 9월3일부터 9일까지 청담동 가산화랑(02-516-8886)에서 ‘물메리 사람들의 이야기전’이란 제목으로 열린다. 멤버중 한 사람인 이봉임(48)씨가 북한강변 서종면의 ‘문화의집’(011-296-1511)을 소개한다.서양화가인 그의 남편 이근명(48)씨가 운영하는 곳으로,지역주민들에게 ‘인기 짱’이란다.지역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전시,음악행사가 지역주민 전체는 물론 서울 등 외지에서 마니아들이 몰려올 정도라고 했다. 매 주말 열어온 ‘우리동네음악회’가 오는 21일 50회째를 맞는다.서종면 거주 화가들이 동네 아이들과 함께 작업하고 전시하는 ‘우리동네그리기전’ 역시 역사가 꽤 오래됐다. 요즘은 매주 토요일 북한강변 서종체육공원에서 ‘8월의 북한강 주말음악축제’를 열고 있다.시골행사라고 얕보지 마시기를.지난 7일 첫회엔 타악그룹 ‘4PLUS’가 열정적 공연을 선보였고,14일엔 국립국악원 단원들로 구성된 ‘다움 우리소리 앙상블’이 국악의 진수를 선보였다.21일엔 체코의 금관5중주단인 ‘체코프라하 브라스앙상블’이 출연한다. ●양평예술투어 ‘화가마을로 떠나는 예술기행’이란 이름으로 진행된다.양평 화랑가 작품 감상,강변 습지 탐방,아틀리에 탐방,도예체험 등이 포함된다.1인 참가비 2만원.10명 이상이어야 운영되기 때문에 몇 가족이 모여서 함께 움직이는 게 좋다.이 프로그램은 5년 전 손갑환 실장이 만들었다.우연히 파리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아틀리에를 탐방한 뒤,갤러리에서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달리 작가의 진솔한 삶과 열정적인 작업과정을 보면 일반인들이 예술에 대해 좀더 깊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문의 (02)553-0246. ■ 갤러리카페 몇년 전 남한강변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강상면 병산리에 이르러 독특한 외관의 건물에 들른 적이 있다.갤러리아지오.양평에 거주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옆방엔 자그마한 카페가 있던 곳.작품 감상을 하고 카페에 들르면 4000원짜리 스파게티와 2000원짜리 커피가 기다리고 있었다.스파게티 맛이 서울 유명 레스토랑 못지 않았고 커피향도 참 진했었는데.예술적·생리적 배고픔을 한꺼번에 달래는데 제격이었다. 아지오는 지금도 있다.다만 쇼나조각 전문 갤러리로 바뀐 것이 다를 뿐.아니 카페에서도 이젠 차 종류만 팔아 스파게티를 맛볼 수 없다.쇼나(Shona)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인구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부족 이름.이 부족은 조각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으며,쇼나조각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스케치나 밑그림 없이 순수하게 돌과 자연에 깃들어 있는 형태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것이 특징. 석재사업을 하던 이영두(52)씨가 대리석이 유명한 짐바브웨를 오가다 쇼나조각의 매력에 푹빠진 뒤 아지오를 인수해 지난 2월 쇼나 전문 갤러리로 재오픈했다..일산의 ‘터치 아프리카’와 함께 국내에 2곳뿐인 쇼나조각 전문 갤러리다.카페에선 몇가지 커피와 함께 국화잎을 띄운 국화차,영국 왕실에서 즐겨마신다는 산딸기홍차,보이차 등 20여가지의 차를 낸다.찻값은 균일하게 5000원.(031)774-5121. 아지오처럼 작품 감상과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강하면 전수리의 ‘몬티첼로’,북한강변 서종면 문호리의 ‘인더갤러리’가 있다.몬티첼로(031-774-9301)는 도예공방과 전시실,카페,아트숍을 갖추고 있다.지금 진행중인 전시 테마는 ‘세라믹가든’.세라믹 도예가와 플로리스트의 만남이다.30일까지. 공방은 도예가 윤현경(45)씨의 작업실.다양한 재료와 모양의 작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예전엔 체험교실도 운영했으나 장소가 비좁아 요즘엔 못하고 시연만 한다고.부담없이 구입할 만한 것도 많다.화병이나 물병용으로 좋은 피처는 2만원,사발이나 주발 7000∼9000원,큼지막한 면기 2만 5000원 등. 카페에선 바게트 모양의 빵에 고기와 야채 등을 넣어 만든 호기 샌드위치와 커피가 함께 나오는 샌드위치 세트가 먹을 만하다.1만 2000원. 인더갤러리(031-771-6191)는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북한강변을 따라 20분쯤 달리면 나온다.얼핏 보기엔 작은 창고모양으로 볼품 없게 생겼지만,일단 들어가면 오히려 작아서 어울리는 곳이다.1층은 전시실.여름특별기획으로 ‘흐르는 강물전’(30일까지)이 열리고 있다.윤경림 등 6인 초대전이다.인더갤러리 박인아실장은 “고여 있지 않아서 맑은,늘 살아 숨쉬는 강물같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2층은 북한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카페.차와 간단한 음식을 판다.이밖에 서종면 문호리의 ‘갤러리 서종’(031-774-5530)과 강상면 교평리의 ‘전원갤러리’(771-1959),‘예사랑도예공방’(774-0307),가일미술관(584-4700)도 들러볼 만하다. ■ 바탕골 예술관 보는 것,듣는 것만으로 채울 수 없는 예술적 허영심을 갖고 계시다면 강하면 운심리의 ‘바탕골예술관’으로 가보시길.특히 아이들과 함께라면 ‘꼭’이란 말을 덧붙이고 싶다. 먼저 도자기 공방.흙은 만지면 IQ에 EQ까지 높아진다는데.이곳에선 흙을 마음껏 만지고,흙에 그림도 그리고,그릇을 만들고,굽는 과정도 구경할 수 있다.가스가마,천연장작가마에서 각양각색의 도자기를 꺼내는 모습을 못보면 두고두고 서운할지 모른다. 체험료는 도자기 5000∼1만 5000원,공예는 5000∼2만 5000원.한시적으로 8월31일까지 반짝이 티셔츠 및 머그컵 만들기,바비큐파티,미술관 투어 등을 묶어 1인 4만원(어린이 3만 2000원)에 판매한다. 미술관1에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전이 열리고 있다.박석호,박의순 등 13인이 각자에게 익숙한 재료인 섬유,종이,목재,금속,흙을 이용해 ‘물고기’라는 소재를 재미있게 표현했다.미술관2에선 숭숭이장,문갑,경대 등 선조들의 미감을 잘 살린 전통 목가구전이 진행중이다. 바탕골극장에선 무용공연 ‘Carnival In Yangpyeong’이 29일 펼쳐질 예정.국민대 문영,이미영 교수의 연출과 지도로 ‘날개 없는 꾀꼬리’,‘몽환’,‘Freedom’ ‘Re-Turn’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홈페이지(www.batangol.com)에 들어가 회원 가입후 할인 쿠폰을 출력해 가져가면 체험료나 관람료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다. 강하면 전수리 남한강변에 올 10월 완공되는 ‘닥터박컬렉션&갤러리 양평아트센터’(02-553-0246)도 바탕골예술관에 이은 대형 복합예술공간으로 태어날 예정. 글 양평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정신우와 양평 맛드라이브 서울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남짓한 북한강과 남한강 줄기를 따라 맛집도 즐비하다.녹음이 짙은 산과 매혹적인 강에 어우러진 강변의 음식점들.이들만으로도 훌륭한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 물론 어떤 음식점이냐가 관건이다.“맛 없으면 돈을 받지 않겠다.”며 맛을 장담하는 현수막을 내건 집도 있지만 쉽게 발이 들어가지 않는다.국내 최초의 남성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전국의 맛집을 순례했던 정신우씨를 따라 나섰다. ●45번 국도(조안∼화도) 정신우씨가 첫번째로 들른 맛집으로 45번 국도상의 연세중교 앞의 죽여주는 동치미국수(576-4070).평일 오후지만 빈 자리가 없어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동치미국수(4000원)의 살얼음이 살짝 언 국물은 무더위를 금방 식힐 정도로 시원했다.면발은 툭툭 끊어지면서 부드러웠다.비교적 저렴한 가격 덕분에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많이 찾았다.국수 한 그릇으로 허전할 것 같으면 김치를 넣어 만든 찐만두(5000원)나 찐계란(3개에 1000원)을 곁들이면 된다.퇴촌면에 있는 죽여주는 동치미국수(031-768-6868)가 여기의 본점이다. 이어 그는 서울종합촬영소로 올라가는 길의 초원(576-8941)은 삼겹살과 김치찌개가 그만이라고 소개했다.종갓집에서 국도를 따라 500m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에 나오는 카페 행복의 강(576-4050)은 북한강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야외 테라스에는 강과 눈높이가 거의 같아 물이 찰삭거리는 소리가 다 들린다.네티즌들이 한때 북한강 최고의 명소로 꼽기도 했다.주스가 8000원. ●88번 지방도(퇴촌∼양근대교) 양수대교를 건너 좌회전해 조금 나오면 강초매운탕(772-9059)과 본가해장국(772-2577)이 지역에선 널리 알려진 집이다. 생선구이를 전문점 해마(771-9202) 맞은편의 라리아(774-9717)도 프랑스식 레스토랑 겸 카페로 마니아들에겐 널리 알려져 있다.불어로 공기를 뜻하는 라리아는 63빌딩과 워커힐호텔 출신의 조리사들이 포진하고 있단다.화이트와 짙은 브라운이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와 유리창을 통해 훤히 내다보는 남한강은 한폭의 그림이다.멀리 용문산도 보인다. 북한 여름 보양식인 초계탕을 하는 평양초계탕(772-8229)도 팬을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맛집이다.초계탕은 닭고기를 가늘게 찢고 오이·묵 등을 무쳐 함께 담아낸 것으로 닭찬국물에 부어낸 것이다.2인분에 3만원,4인분 4만원.기본으로 나오는 물김치에도 살얼음이 둥둥 떴다.초계탕이 나오기 전에 유일하게 따뜻한 음식으로 메밀전이 나온다.평양식 막국수(5000원)도 별미다.초계탕을 먹고 난 육수에 말아 먹어도 그만이다. 한국두부연구소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초심(768-8848)은 직접 만든 두부 요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손두부·철판순두부·칼국수와 함께 손만두를 하고 있다.가족 단위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이어 퇴촌밀면(767-9280)은 3년 숙성한 백김치와 얼음이 서걱거리는 육수가 그만이다. ●363지방도(양수리∼수입리) 양수대교를 건너 좌회전,363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다 오른쪽의 연꽃언덕(774-4577)은 생선 매운탕과 장어구이를 내놓고 있다.북한강을 쭉 올라가면 카페와 음식점이 밀집한 서종면 문호리에 닿는다.문호리 마을 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버섯전골과 비빔밥이 전문인 한우리(772-4368)와 길옆이지만 산속처럼 적요하게 느껴지는 카페 로뎀(772-5777) 등도 드라이브객을 붙잡는다. 문호리에서 조금 올라간 수입리에도 카페와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문호리가 옛날 시가지라면 수입리는 요즘 한창 들어서기 시작하는 곳이다.매운탕과 간장게장 전문인 낙원(774-1938)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토방(774-2521).두부전골,두부김치 등을 구수하게 내온다.내부 인테리어도 고풍스럽고,밑반찬으로 나오는 메뉴도 맛깔스럽다.말만 잘하면 비지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단다. ●6번국도(양수리∼양근대교) 양수대교를 지난 두물머리 근처의 촌미(772-6778)는 유기농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데,순두부 정식이 7000원이다.또 카페 오데뜨를 겸하고 있는 두물머리밥상(774-6022)도 유기농 쌈밥과 순두부를 내놓는다. 양수콩나물국밥(771-5995)은 6번 국도에서 가장 먼저 생긴 원조집이다.콩나물을 직접 길러 전주식으로 끓여낸다.경춘선 국수역 뒤쪽의 모비딕(774-4548)은 원양어선 출신의 주인이 흰 고래인 모비딕을 형상화해서 지었다고 한다.궁중비빔밥과 조랭이떡국이 전문이다.옥천면옥(772-9693)은 양평 최고의 평양식 냉면집으로 꼽힌다.4대째 이어오고 있으며 굵으면서도 쫀득한 면발을 자랑한다.양평역 옆의 화천갈비(771-2487)는 동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집이지만 시간에 쫓겨 찾지 못했다. ●정신우씨에겐 요리하는 탤런트,국내 최초의 남성 푸드스타일리스트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16세 때 자취를 하면서 스스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집안의 김치를 모두 담그는 등 조리에 20년 내공이 쌓였다.서른 즈음의 어느날 “요리가 천직임을 문득 깨달은” 그는 국내외의 푸드스쿨을 다니며 요리와 스타일링을 공부했다.이후 전국의 맛집 순례도 다녔던 그는 최근 ‘게으른 음식남녀 집에서 밥해먹기’란 책도 냈다. ●산당-강하면 운심리 바탕골예술관(031)772-3959 양평지역 최고의 음식점으로 강하면 운심리 바탕골예술관 근처의 한식을 코스화한 산당(772-3959)을 들 수 있다.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꼭 한번 들를 만한 곳이다.요리 예술가이자 음식 연구가인 임지호씨가 음식,특히 한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음식점이다.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재료를 이용해 조리사 마음대로 만든 음식이지만 감동을 준다.맛이 다소 생소한 것도 있지만 다음 코스를 기대하게 한다.물론 인공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채 자연의 맛을 찾고 있다. 음식은 강(3만 3000원),하늘(5만 5000원),자연(7만 7000원) 세 종류다.자연은 최소한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음식은 앙증맞기도 하지만 예술적으로 담겨 나온다.하지만 간단찮은 가격이 단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강의 메뉴를 보면,고등어까지 세 종류의 회가 나오는데 회를 찍어 먹을 양념으로 측백나무잎을 갈아 만든 측백나무 소스와 산초절임이 나온다.돼지 목살을 녹차가루에 비벼 장작으로 익힌 바비큐,감자를 실처럼 썰어 튀긴 위에 적포도주 소스를 올린 것,연근을 적포도주에 졸여 뽕잎을 올려낸 것,방게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방게 튀김 등 12가지가 나온다. 그 다음에 김치 4종류,젓갈 2종류,산나물 9가지,굴비구이,간장게장 등과 함께 동충하초쌀로 지은 밥이 나온다.음식 이름으론 다른 음식점과의 차이점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실제로 하나하나가 아주 독특하다.식사를 마친 다음 2층에서 커피나 녹차를 가지고 올라가면 전원카페 못지않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산당 입구에 쓰인 ‘음식은 종합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이다.’는 글귀를 나오면서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어머니 가마솥밥-서종면 문호리에서 정배리쪽(031)772-9252 카페가 밀집한 서종면 문호리에서 정배리쪽으로 빠지다가 왼쪽 길가의 어머니 가마솥밥(772-9252)은 현지인들이 가장 먼저 추천하는 음식점이다.주인은 서종면 토박이다. 생선 구이가 주메뉴.삼치구이를 주문했더니 생선을 은박지에 싸서 구워냈다.노릇하게 고루 익었다.간은 약간 싱거운 듯 삼삼했다.살코기는 입안에서 녹는 듯했다.여기에 나물과 김치·젓갈 등 20여 반찬이 한 상 가득하다.가마솥으로 지은 밥이 나무 밥통에 담겨 나온다.가마솥에서 밥을 지은 까닭인지 밥맛이 한결 찰지고 구수하다.나물은 모두 텃밭에서 기른 것이란다. 된장찌개 국물에 밥과 콩나물 등을 함께 넣고 비벼 먹어도 그만이다.식사를 마친 다음에 나오는 누룽지 숭늉도 구수한 맛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준다.누룽지가 토실토실해 입맛을 자꾸 다시게 한다. 2명 이상일 경우 여러 가지를 주문할 수도 있지만 어머니정식(3만원)을 시키면 골고루 맛볼 수 있다.간장게장과 생선구이·불고기가 함께 나오는 까닭이다.간장게장만 별도로 주문하면 1만 5000원이다.삼치·조기·꽁치구이는 5000원,굴비와 안동간고등어는 1만원이다. ●외할머니집-삼봉리 구봉부락서 왼쪽(031)576-7272 45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외할머니집’이란 간판이 곳곳에 눈에 띈다.언제나 포근하고 정겨운 이름 탓에 구봉부락(삼봉리)에서 왼쪽으로 핸들을 꺾었다.비포장 도로를 거쳐 2∼3㎞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외할머니집(576-7272)이 나왔다.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맛은 많이 알려진 듯 손님들이 가득했다. 겉보기엔 흐름한 초가집이지만 실내는 나무로 아가자기하게 엮었다.할머니가 아니라 40대 후반의 주인 부부가 한다.하지만 손맛이 깊다.가장 대표적인 식단은 대나무통보리밥(7000원).보리밥을 대나무통에 담아 낸다.상추·무·호박·고사리 등의 산나물과 고추장·참기름도 함께 나오는데,그릇에 담아 쓱싹 비벼먹는 맛이 그만이다.여기에 된장찌개를 조금 넣어도 좋다.향이 강한 참기름은 너무 많이 넣으면 다른 재료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한여름인 요즘에도 두릅초회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식사가 나오는 동안 도토리묵무침(1만원)이나 파를 썰어넣어 두툼하게 익혀 내오는 녹두전(8000원)으로 입맛을 돋워도 좋다.시간 여유가 있고 일행이 있다면 돌솥한방백숙(3만 5000원)도 좋다. ●종갓집-서울종합촬영소 길목 맞은편(031)576-1100 푸드스타일리스트 정신우씨가 북한강 일대에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음식점이 서울종합촬영소 올라가는 길목 맞은편의 종갓집(576-1100)이다.촬영소 입구인 탓에 영화배우와 탤런트 등이 많이 찾는 집이다. 종갓집의 대표 메뉴는 장어구이.주인 최성환(51)씨는 “장어구이 비법은 8대째 북한강에 터를 잡고 살아온 종가에만 비전돼 온 것”이라고 전한다.그는 경주 최씨 반가정파 32대 종손이다.장어의 기본 양념으로 대추·생강·인삼을 졸여서 쓴다.장어는 찬 기운을 가진 식재료여서 따뜻한 기운이 강한 생강과 인삼 등을 써야 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안주인 추숙녀(48)씨의 설명이다. 뒷마당의 바비큐 그릴에서 장어에 붓으로 양념을 바르면서 굽는다.장어를 싸 먹는 야채는 텃밭에서 모두 기른 것이다.“직접 농사도 짓지만 일손이 부족해서 농약은커녕 비료도 못 뿌린다.”는 것이 추씨의 하소연 섞인 야채 자랑이다.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무공해란 이야기다.장어정식은 1만 8000원,1㎏에 3만 8000원이다. 또 한가지 빠지지 않는 것이 훈제돼지갈비(1인분 8000원·200g).참나무 연기로 돼지갈비를 4시간 정도 훈제한다.돼지의 기름기와 특유의 냄새가 모두 빠진다.고루 익은 고기를 한방 재료로 양념을 해서 먹는데,어찌보면 햄과 비슷한 맛이 났다.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추씨는 “원래 장어구이 전문점인데 훈제돼지갈비가 더 널리 알려지는 바람에 이를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더 많다.”고 자랑했다.장어구이나 훈제돼지갈비를 먹고 나면 구수한 된장찌개나 열무국수(3000원)를 먹으면 된다. 이외도 닭백숙과 닭도리탕이 3만원,버섯전골 2만 5000원,영양돌솥밥과 감자전·도토리묵이 각 8000원이다. 양평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양평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나전칠기로 세계시장 개척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

    나전칠기로 세계시장 개척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

    ‘전통예술’이란 고유의 예술에 더욱 가치를 부여하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낸 말일 것이다.하지만 전통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예술이 자생력을 갖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새로운 것이 아니면 창조적인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의 속성 때문이다. 고려자기나 조선백자를 누군가가 ‘재현’했다는 보도가 요즘에도 종종 나온다.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미술품인 청자나 백자를 진짜보다 더욱 진짜같이 만들었다고 한들 창조적인 작업으로 평가할 사람은 없다.피카소 작품을 아무리 진짜같이 흉내내도,복제품에 지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뛰어난 기능을 가졌다고 해도 과거의 재현에만 매달린다면 훌륭한 장인(匠人)인지는 몰라도 예술가로 대접받지는 못한다.그러나 ‘시대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쓰임새에 부응하는 무엇을 만들겠다는 생각만이라도 갖고 있다면,언젠가 청자·백자처럼 미술품으로 인정받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생활용품에 전통을 불어넣는다 이칠용(李七龍·57·문화재전문위원)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도 전통을 고수하기보다는 전통을 생활에 응용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하나이다.그 자신 나전칠기장인으로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전통공예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어 ‘살길’을 개척하느라 분주하다. ‘공예인이 살아야 공예가 산다.’는 이씨의 공예관(觀)은 그의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 만큼이나 가식이 없다.그는 “조선시대에는 장인들의 생활이 보장되었으니 물건을 만들었을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다.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요즘 한국 공예의 유럽 진출을 위하여 힘을 모으고 있다.그의 해외 진출 방식 또한 이런 소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우리가 자랑하고 싶은 물건도 좋지만,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만들어야 팔린다는 것이다.이씨와 회원들이 만드는 물건은 칠기 명함지갑과 손거울,보석함,젓가락,촛대,등잔,매듭,골무,컵받침 등으로 다양하다.하나같이 전통공예 제작방식을 쓰되 문양이나 쓰임새는 유럽사람들의 취향에 맞춘 것들이다. ●프랑스 박람회서 날개돋친 듯 팔려 이런 물건들을 유럽에 갖고 나가 ‘본전’을 뽑을 수 있을까.이씨는 “공예에는 적정이윤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설명한다.그는 지난 4월29일부터 5월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베르사유 국제박람회에 참가했다. 골무는 제작원가가 80원에 불과하지만,3유로(5500원)에도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007가방’하나만 채워 갖고 나가도 몇백만원어치다.‘월인천강지곡’ 원본이 담긴 한지는 원가가 200원이지만 1유로(1400원)에도 없어서 못팔았다. 자개로 만든 손거울과 명함집은 4000만원어치나 팔았다.공산품 수출 기업에는 푼돈이겠지만,공예인들에게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손거울과 명함집은 전통공예를 현대적인 쓰임새로 재창조한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이씨가 한국공예품을 들고 유럽시장에 뛰어든 것은 2000년이다.당시 프랑스대사이던 권인혁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의 도움을 받아 파리에서 ‘대한민국 공예문화상품특별전’을 열었다.한국문화원에서 전시회를 열었지만,10일동안 관람객은 100명에도 못미쳤다. 관람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기로 생각을 바꾸었다.이해 11월 프랑스 디종 박람회의 한국부스는 이씨의 표현처럼 “사람이 미어져서 다닐 수 없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각국의 박람회 관계자들로부터 초청도 잇따랐다.2002년에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2003년에는 벨기에 간쇼렌과 프랑스 루앙,네덜란드 호르쿰,이탈리아 밀라노 박람회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씨는 회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갖고 있지만,박람회에 참가할 때면 컵라면 한 박스를 챙겨들고 떠나 2만 5000원짜리 민박집에서 묵는다.박람회장에선 노점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판매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문화관광부는 ‘국가의 체통이 떨어진다.’면서 말린다고 했다.해외에서 문화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을 지원은 해주지 못할지언정 기를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올해 파리 박람회에는 문화부가 아닌 중소기업청에서 지원을 받아 참가할 수 있었다. 이씨는 “서양음악도 화려한 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가 있고,거리에 나서는 대중음악도 있지 않으냐.”고 반문한다.자신들이 만드는 물건은 바로 거리에서 팔리는 대중문화상품이라는 것이다.품격높은 전시회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대중적인 문화상품으로 실리를 챙기자는 것이다. ●공방=공장? 정부 인식 바뀌어야 이씨는 공예 분야에 대한 정부의 오해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나전칠기를 사치품으로 취급하여 물리던 특별소비세가 없어진 것이 1987년이다.게다가 같은 전통문화라도 국악은 ‘제자’를 강사료받고 가르치지만,공예는 월급을 주면서 가르쳐야 한다.나이트클럽은 수백평짜리도 들어서는데 공방은 공장으로 취급하여 도시지역에서는 59평 이하만 가능한 것도 전통수공예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내년 5월에는 프랑스 낭시 국제박람회에 참가한다.한국은 이 박람회에 주빈국으로 초청됐다.11일동안 240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낭시 박람회의 한국관은 내·외부 포함하여 1000평에 이른다.한국관 추진위원장을 맡은 그는 공예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이씨는 2006년에는 유럽의 부호들이 모이는 모로코의 카지노에서 한국공예전시회를 가지려 한다.세계적인 명품점이 가득 들어차 있는 곳에 누구든 탐내지 않을 수 없을 명품들을 들고 가 유럽 부호의 거실을 한국공예품으로 장식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서동철기자 dcsuh@seoul.co.kr
  • 정인경씨, 교토국제만화전 대상

    만화작가 정인경(31·일본 교토세이카대학 박사과정 재학)씨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제6회 교토국제만화전에서 대상을 받았다.이번 만화전에는 세계 50개국에서 노미네이트된 프로만화가 356명이 900여점의 작품을 냈다.정씨의 수상작은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 앞에서 그림에 압도돼 군복을 벗는 병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 [씨줄날줄] 당인리 프로젝트/신연숙 논설위원

    프랑스 파리에서 루브르박물관 못지않게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오르세이 미술관을 꼽는다.오르세이 미술관은 고흐,마네,르누아르 등 친숙한 인상파 화가의 그림들을 다리가 아프도록 볼 수 있다.마찬가지로 영국 런던에서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필수 관람코스로 떠오른 곳이 테이트 모던이다.드가,피카소 등 현대작가의 명작이 가득한 것은 물론,상식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기획전을 보여줘 현대미술의 롤러코스터라 불린다. 두 미술관은 세계적 문화명소란 점 말고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건물이 미술관용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기존의 오래된 건축물을 재활용했다는 점이다.오르세이 미술관은 1986년에 폐쇄된 철도역사를 개조했고 테이트 모던은 1981년에 문을 닫은 화력발전소를 되살렸다.오르세이 미술관엔 기차출발시각을 챙겨줬던 커다란 시계와 플랫폼이 있었던 중앙홀을 그대로 살려 역사의 정취가 남아있다.테이트 모던 역시 발전 터빈 등을 뜯어내고 재탄생한 공간들이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처럼 세계적 도시들이 왜 대표적인 문화공간을 리모델링 건물에 앉혔을까.무엇보다 개발이 끝난 도시에서 새로운 부지 찾기의 난점 때문이었을 것이다.기존의 낡은 건물에 눈을 돌리면 넓고 접근성이 좋은 부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그러나 역시 보다 의미있는 해석은 오래된 건축물의 상징성과 역사성이다.오르세이 미술관은 건축가 빅토르 랄로,테이트 모던은 영국의 명물인 빨간 공중전화 부스를 디자인한 길버트 스콧 경이 설계했다.이들 공간은 건축으로서의 작품성과 시대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현대적 혁신을 가미함으로써 시대의 상징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여기에 재활용에 따른 경비절감 측면도 중요한 고려점이 됐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문화정책 청사진으로 내놓은 ‘21세기 문화비전’에 당인리화력발전소의 리모델링 계획을 제안했다.당인리발전소는 국내최초의 화력발전소로서 수명을 다해 2012년엔 폐쇄될 예정이다.개발연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역사성을 보존하고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장소로서 손색이 없을 듯하다.어떤 창의적 문화공간이 탄생할지,‘당인리 프로젝트’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