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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와 바이든 외 1214명 美 대선에, 대표 셋만 만나보니

    트럼프와 바이든 외 1214명 美 대선에, 대표 셋만 만나보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만 11월 3일(이하 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에 나선 것이 아니란 사실은 쉬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무려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까지 모두 1216명이 출마했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영국 BBC는 9일 기준으로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보 숫자라고 10일 전했다. 공탁금 제도 등 출마 자격이나 선거운동에 제한이 거의 없는 영향일 것으로 짐작된다. 방송은 1214명을 모두 만날 수 없으니 세 후보만 만났다며 당선과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출마 동기와 포부 등을 조명해 눈길을 끈다. 230년의 미국 대선 역사에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헌법제정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헌법의 기초를 마련한 뒤 분열된 미국 정부를 통합하고 유럽 각국에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로 ‘추대’돼 1789년 4월 30일 취임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늘 많은 무소속 후보들이 난립했다.먼저 제이드 시먼스. 미인대회 우승자이기도 하며 프로 피아니스트, 동기부여 강사, 래퍼, 어머니, 목사까지 다채로운 경력을 자랑한다. “시대가 관습적인 때가 아니라” 자신을 관례적인 후보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통상적인 일 처리로 문제를 풀 수 없는 시대로 내겐 보인다. 난 민권 운동가의 딸이며 아버지는 빈틈이 보이거니 정의롭지 않음이 보이거나 스스로가 기댈 필요가 있는 인물인지 물어보라고 날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자신의 목표는 경제와 교육, 사법 개혁을 통해 균등하게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신 아래 “우리 국가의 역사에 가장 돈을 적게 들인 선거운동”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35세면 되고, 미국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14년을 살면 출마 자격이 주어지는데 수십억 달러를 쓴다는 것은 가증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그것보다는 사람들을 돕는 데 돈을 써야 한다.”두 번째는 1996년 코미디 영화 ‘퍼스트 키드’에 대통령의 아들로 출연한 아역 배우 출신 브록 피어스다. 정보통신(IT) 기업을 운영하다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만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돼 대선 판에 뛰어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내 생각에 미래에 대한 진짜 비전이 부족하다. 내 말은 예를 들어 2030년에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전망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계획이 뭐냐? 어디에서 그 답을 들을 수가 있느냐? 알고 있느냐? 뭔가 목표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주위는 온통 진흙탕이다. 수많은 이들이 게임을 바꿀 만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 못하다. 소름끼치는 일이다. 그리고 난 뭘 해야 할지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갖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푸에르토리코를 돕는 자선활동에 몰두해 개인보호장구(PPE) 등을 응급요원들이 착요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인들의 우선 목표는 “성장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일을 멈추고” 잘사는 삶, 자유, 행복의 추구를 성공의 척도로 여기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 번째 후보는 아메리칸 원주민 출신 마크 찰스. 어차피 공화와 민주, 양대 정당들이 절대로 대신할 수 없는 목소리를 나라도 내보겠다고 출마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IT 지원 업무를 하면서 원주민들과 유색인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정의 운동가 일을 해왔다. 그의 목표는 트럼프와 바이든 후보에 친밀감을 느낄 수 없는 유권자들에게 대안이 되겠다는 것이다. 나바호족 혈통의 그는 정체성이야말로 출마를 결심하게 만든 원동력이며 미국이란 나라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형성하게 했다고 했다. 지금 워싱턴 DC가 세워진 곳은 원래 코노이족(Piscataway라고도 함)의 땅이었다. “그곳은 원래 그들의 땅이었다. 컬럼버스가 바닷길을 잃기 한참 전에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그곳에 있다. 나 역시 이땅, 그들의 땅에 겸허히 발붙이고 살아간다. 해서 난 그들을 주인으로 존중했으면 하고 바란다.” 2000년대 초반 그는 가족과 함께 나바호 보호구역 안의 오지로 이사를 해 11년을 머물렀다며 “유리한 고지에서 여러 차례의 대선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리뷰] 거장이 다시 파고든 깊이…백건우 초연한 듯 어루만진 슈만의 삶

    [리뷰] 거장이 다시 파고든 깊이…백건우 초연한 듯 어루만진 슈만의 삶

    백발 거장은 곡을 시작하기 전 천장을 올려다 보며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리곤 한 음씩 어루만지듯 차분히, 그렇지만 단단하게 이어갔다. 스스로도 “이번 기회로 재발견한 셈”이라고 소개했던 슈만의 마지막 작품 ‘유령 변주곡’이 그렇게 시작됐다. 젊었을 때 수없이 연주했어도 어쩐지 불편했다던 슈만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그의 손으로 지나간 한 음악가의 삶은 아름다우면서도 애처로웠다. 9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백건우와 슈만’은 슈만의 첫 작품으로 문을 열어 마지막 작품으로 무대를 맺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변주곡이다. 작품번호가 붙은 첫 번째 곡인 ‘아베크변주곡’으로 두 손이 건반 끝에서 끝을 몰아치듯 힘차게 오갔고, 슈만이 라인강에 투신하기 전에 쓴 마지막 곡 ‘유령 변주곡’은 오히려 차분하고 서정적으로 위로를 건네듯 다가왔다. 그 사이 ‘세 개의 환상작품집’과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새로운 소품집 중 다섯 개의 소품’, ‘어린이의 정경’이 작품이 쓰여진 순서를 넘나들며 무대를 채웠다. 백건우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지난 6일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초기와 마지막해에 초점을 둬 슈만이 죽을 때까지 어린이 같은 순수함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인생의 쓰라림을 표현했던 그 양면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에 맞게 2부 공연 후반부에 이어진 ‘어린이의 정경’과 ‘유령 변주곡’이 특히 내내 마음을 울렸다. 거장이 연주하는 ‘어린이의 정경’은 발랄하면서도 여백이 느껴졌고 ‘유령 변주곡’은 쓸쓸한 듯 하면서도 따뜻했다. ‘카니발(사육제)’, ‘크라이슬레리아나’, ‘환상곡’ 같은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도전하는 대작은 이미 찬란한 시절을 함께했다면서 늘 자신에게 불편함을 줬던 그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던 그가 슈만의 깊이를 더욱 파고든 과정이 오롯이 전달됐다.백건우는 무엇보다 ‘유령 변주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슈만이 정신적으로 심각하기만 했다면 그런 곡을 쓸 수 없어요. 한 음 한 음이 살아있고 모두 의미가 있거든요.” 그리고 음악과 사랑, 죽음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쉽게 얻지 못했던 슈만의 그 복잡한 삶이 이해된다고 했다. “어떤 심정으로 자기가 직접 짐을 싸서 정신병원으로 들어갔는지, 사랑하는 클라라와 아이들에게 위험이 되지 않게 혼자 걸어 나온 그를 생각하게 됐죠.” 반드시 넘어야 할 것 같았던 고비였다는 불편함을 극복한 그가 전하는 선율은 모든 것을 초연한 것마냥 자유로워 보였다. ‘유령 변주곡’을 마친 백건우는 다시 깊은 숨을 쉬었다. 그리고 잠시 틈을 두었다가 객석에 인사했다. 기립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을 향해 고개를 푹 숙여 인사하기를 여러 번, 무대 한 켠에 선 백건우는 두 손을 모아 왼쪽 가슴에 포개 뜨거움을 고이 담았다. 앙코르가 없어 오히려 마지막 작품의 잔상이 짙게 남는 데다, 일흔이 넘어 재발견한 깊이를 나눈 뒤 객석의 사랑을 폭 안고 돌아선 거장의 뒷모습이 묘한 위로가 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슈만의 로맨틱한 음악 넘어 진짜 삶을 봤다”

    “슈만의 로맨틱한 음악 넘어 진짜 삶을 봤다”

    “어떤 심정으로 정신병원 갔는지도 공감순수함과 인생의 쓰라림 양면 그리고파 파리서 귀국 후 격리기간 행복하게 연습코로나 겪은 후 음악의 필요성 더 절실” “참으로 복잡한 인생이었죠. 특별히 표현하고 싶은 세계가 있었어요.” 지난해 12월 쇼팽 야상곡으로 국내 팬들을 만났던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올해 슈만을 연주하며 “그의 삶이 이제 좀 이해가 된다”고 했다. 누구나 그렇듯 백건우 자신도 젊었을 땐 ‘카니발’(사육제)이나 ‘판타지’, ‘크라이슬레리아나’ 등을 연주했다. “그런 곡은 로맨틱하고 아름답지만, 왠지 슈만이란 작곡가가 불편했어요.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이번에 보니 슈만의 세계가 그만큼 복잡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불편함을 짚고 넘어가야 또 한 고비를 넘을 것 같았다던 거장은 그렇게 아름다움을 넘어 진짜 삶을 봤다고 했다. “그땐 사실 상상하기가 힘들었죠. 어떤 심정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사랑하는 클라라와 아이들에게 위험이 되지 않게 거기(정신병원)서 혼자 걸어나왔는지. 그런 슈만을 생각하게 됐죠.” 그렇게 슈만을 찾아낸 비결로 “모든 답은 항상 악보에 있다”고 에둘렀다. 70대에 알게 된 슈만의 깊이를 그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두 달간 이어질 전국 투어 ‘백건우와 슈만’을 통해 풀어낸다. 슈만이 작곡가로 처음 이름을 알린 ‘아베크변주곡 1번’,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어린이의 정경’ 등을 거쳐 슈만이 라인강에 몸을 던지기 전에 쓴 ‘유령 변주곡’ 등으로 리사이틀을 장식한다.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백건우는 “초기와 마지막 해에 초점을 둬 슈만이 죽을 때까지 어린이 같은 순수함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인생의 쓰라림을 표현했던, 그 양면을 그리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해 전날까지 자가격리를 했다. 적잖이 불편했을 텐데도 “오히려 조용히 연습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했다. 코로나19라는 벽을 두고는 “오히려 음악이 더 필요한 것임을 더욱 절실하고 강하게 느끼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언제든 삶을 명확하고 옳게, 아름답게 채울 수 있는 게 음악”이라고도 덧댔다. 리스트, 슈베르트, 스크랴빈과 라흐마니노프 등 늘 작곡가의 내면을 파고들어 ‘건반 위의 구도자’라고도 불리는 그에게 “다음은 누구냐”고 묻자 “누가 나타날까”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기다리는 레퍼토리가 너무 많다”고 했다. 국내 팬들에게 인사말을 부탁하니 무뚝뚝하면서도 따뜻한 로맨티스트 같은 답이 돌아왔다. “아니 뭐, 40, 50년을 같이했는데 특별히 또 무슨…. 이때까지 사랑해주신 거에 고맙게 생각하죠.”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아내이자 배우 윤정희의 안부는 아쉽지만 듣지 못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연휴 안방을 들었다 놨다… 나훈아는 그 이상이었다

    연휴 안방을 들었다 놨다… 나훈아는 그 이상이었다

    KBS2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노개런티 출연… 시청률 29% 대박와이어 액션·화려한 그래픽 압도“세상이 왜 이래” 같은 가사·메시지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 위로 감동 “흐를 유(流), 행할 행(行), 노래 가(歌), 유행가 가수다. ‘잡초’를 부른 가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부른 가수, 흘러가는 가수다. 뭘로 남는다는 말 자체가 웃기는 얘기다. 그런 거 묻지 마소.” ‘가황’이 손사래를 쳤다. 생애 첫 비대면 콘서트를 마친 이후다.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이훈희 KBS 제작2본부장의 물음에 대한 답이 그랬다.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도 괴괴했던 추석 연휴, ‘방구석 1열’이 나훈아에게 열광했다. 지난달 30일 KBS2에서 전파를 탄 나훈아의 콘서트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시청률 29.0%를 기록했다. KBS2의 주말 드라마 정도를 제외하면 좀처럼 보기 드문 시청률이다. 지난 3일 방송된 공연 재편집분과 뒷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은 전국 평균 18.7%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뭐가 보여야지”라며 스스로 밝힌 소회가 무색하게 완벽한 공연이었다.나훈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해 무보수로 이번 공연에 출연했다. 그는 일흔셋 나이가 무색하게 2시간 40분가량 무대 위를 ‘날아다녔다’. 그는 지난달 23일 국내는 물론 일본, 호주, 러시아, 짐바브웨, 덴마크 등에서 관객 1000명이 온라인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폭발적인 에너지를 뽐냈다. 공연은 블록버스터를 방불케 하는 압도적인 볼거리를 선사했다. 고향·사랑·인생을 주제로 ‘고향역’, ‘무시로’, ‘18세 순이’, ‘잡초’ 같은 대표 히트곡과 함께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명자!’, ‘테스형!’ 같은 신보도 불렀다. 첫 곡 ‘고향으로 가는 배’에서는 풍랑에 휩싸인 바다 위 거대한 배가 등장했고 ‘아담과 이브처럼’에서는 와이어 액션을 선보였다. 피날레를 장식한 ‘사내’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형상화한 그래픽이 불길에 활활 타오르는 장관을 연출했다. 나훈아는 때로는 기타를 들고 어쿠스틱하게, 때로는 ‘찢청’을 입고 포효하며 퍼포먼스를 진두지휘했다. 하모니카를 연주한 가수 하림, 피아니스트 진보라, 래퍼 군조 등 후배 뮤지션과도 다채롭게 협연했다.철학적인 노랫말들과 함께 나훈아가 콘서트 중간중간 던진 메시지는 코로나19 시국 속 국민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테스형!’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세상이 왜 이래”, “세월은 또 왜 저래” 묻는 노래다. 나훈아는 “물어봤더니 테스형도 모른다고 한다”며 “세월은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말했다.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겁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마음이 돼 주셔야 합니다.” “나라를 지킨 건 바로 여러분”이라던 말과 함께 널리널리 회자되는 말이 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집콕’ 연휴를 위한 온라인 공연…뮤지컬 ‘모차르트!’부터 가족극 함께 즐겨요

    ‘집콕’ 연휴를 위한 온라인 공연…뮤지컬 ‘모차르트!’부터 가족극 함께 즐겨요

    ‘집콕’ 연휴를 달래줄 다양한 온라인 공연들이 랜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을 마친 뮤지컬 ‘모차르트!’를 유로로 볼 수도 있고 전통연희, 가족극 등 여러 장르를 무료로 만나볼 수도 있다.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을 마친 뮤지컬 ‘모차르트!’가 다음달 3~4일 이틀간 유료 온라인 상영된다. 천재 음악가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둘러싼 운명을 고뇌하는 모차르트의 모습을 김준수와 박강현이 연기한 영상을 안방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대형 무대가 꽉 채워질 만큼 화려한 공연을 9대의 풀HD 카메라 등 다양한 장비로 촬영해 배우들의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담겼다. 세계적인 합창단인 빈 소년 합창단도 첫 온라인 투어를 갖는다.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6일 새벽 2시부터 독일 클래식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5.9유로(한화 약 8000원)를 결제한 뒤 다음달 3일 새벽 3시까지 100명의 소년들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날 수 있다. 게랄드 비어트 음악감독은 “522년 역사상 가장 힘든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예술의전당이 스테이지 무비로 제작한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는 VOD 서비스로 안방에 다가간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 연극을 여러 각도에서 영상에 담아 영화화한 것으로 배우들의 표정은 물론 마을 배경까지 실감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잇따른 집콕 생활로 지쳤을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무료 온라인 공연도 마련됐다. 강남문화재단은 극단 하땅세가 제작한 가족극 ‘오버코트’를 28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에 공개한다. 장난기 많은 소녀 제인이 펼치는 환상적인 모험을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크린 아트와 라이브 연주로 그려진다. 강남문화재단은 이달 중순 유튜브와 네이버TV에 공개한 온라인 실내놀이 콘텐츠 ‘우·가·방(우리 가족이 노는 방법)’ 시리즈를 먼저 체험해 어린이 관객들이 주인공 제인과 먼저 친해질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당부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다음달 1~4일 나흘간 여는 2020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도 네이버TV와 유튜브로 볼 수 있다. 동해안별신굿보존회의 사전 공연 치유의 연희 ‘기원’(10월 1일 오후 8시)를 시작으로 극단 깍두기의 어린이 연희극 ‘연희는 방구왕’(10월 2일 오후 4시), 그룹 상자루의 ‘Korean Gipsy’(10월 3일 오후 4시), 입과손스튜디오의 완창판소리 프로젝트 눈대목시리즈(10월 4일 오후 4시), 남창동의 광대 줄타기(10월 4일 오후 5시) 등 다채로운 전통연희들을 접하게 된다. 국립합창단은 지난 8월 14일과 15일 광복절 기념 합창축제에서 선보였던 ‘창작칸타타 나의 나라’와 ‘합창교향시 코리아판타지’를 지난달 28일부터 유튜브에 공개했다. 각각 1시간 남짓 분량으로 온가족이 함께 하모니를 즐길 수 있다.특히 백범 김구 선생의 목소리를 통해 독립을 갈망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나라를 지켜낸 인물들을 만나보는 여정을 그린 ‘나의 나라’가 인상적이다. 배우 김홍파의 내레이션으로 소리꾼 고영열과 정가 김나리가 출연해 합창과 함께 국악의 매력을 더했다. 이육사 시에 곡을 입힌 ‘꽃’에선 테너 박의준과 소리꾼 고영열의 듀엣이 합창에 어우러졌고 ‘어머니의 편지’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마음을 대변한 곡으로 알토 김미경과 정가 김나리의 애절한 음색이 돋보인다.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도 ‘집콕 추석생활’을 위해 유튜브와 네이버TV로 연주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내 손 안의 콘서트Ⅶ’ 첼리스트 문태국과의 관현악 협연 영상이 공개됐다. 1일에는 모차르트를 주제로 정치용 예술감독의 지휘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의 연주 영상을, 2일엔 ‘내 손 안의 콘서트Ⅹ-넥스트 스테이지’로 클래식계에서 주목받는 유망주인 지휘자 박승유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협연을 만나볼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집콕 추석’ 달래주는 와인 콕 집다

    ‘집콕 추석’ 달래주는 와인 콕 집다

    세상은 넓고 와인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와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현상에 힘입어 올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올여름 현대백화점의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56% 증가했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한 달간 백화점 와인 매출 신장률이 8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식이 줄어든 대신 집에서 ‘홈술’을 하는 바뀐 음주 문화가 굳어져 버리면서 마치 와인이 코로나 시대를 상징하는 술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언택트 명절 연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연휴 기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과 고향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교차합니다. 이 묘한 기분을 집에서 와인으로 달랠 애주가들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와인을 고르지 못하셨다고요? 매대 위에 놓인 수많은 와인 앞에서 결정장애가 오신다고요? 전문가들이 콕 집은, 고르면 후회 없는 ‘가성비 끝판왕’ 와인들을 소개합니다. ●기름기 좔좔 부침개와 찰떡궁합… 보히가스 까바(Cava) 그란 레세르바 엑스트라 브륏 750㎖명절에 고향엔 못 가도 전은 꼭 부쳐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라면 보히가스① 까바를 꼭 곁들여 마시기를 추천합니다. 까바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샴페인’과 흡사한 방식으로 양조되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해 전 세계 폭 넓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술입니다. 특히 ‘보히가스 까바’는 와인 좀 마셔봤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박스떼기’를 해서라도 쟁여놔야 하는 술로 유명합니다. 1병에 2만 5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과일의 화사함, 고소한 견과류 향, 구운 빵처럼 구수한 향 등 10만원 넘어가는 샴페인 뺨 때리는 ‘고급진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산미가 있고 뒷맛이 드라이해 기름기 좔좔 흐르는 모든 음식과 찰떡궁합입니다. ●한 병에 딱 8900원? 주당 가족을 위한 ‘도스코파스 리제르바 750㎖’술 잘 마시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 걸까요? 명절에 모이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분위기 타기 시작하면 소주 한 상자 비워내는 건 순식간이죠. ‘주당 가족’들에겐 병당 8900원 하는 도스코파스 리제르바②를 권합니다. 주당 특유의 까다롭고 예민한 혀의 감각을 적당히 만족시킬 만한 퀄리티에 박스째로 마셔도 가정 경제에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갖추었습니다. 최근 가성비 와인의 산지로 떠오르고 있는 포르투갈의 유명 와이너리 까사 산토스 리마가 양조한 레드 와인으로 토착품종인 투리가 나시오날, 카스텔라옹과 국제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를 블렌딩해 만들었습니다. 진한 루비 컬러를 띠고 있으며 잘 익은 검붉은 과일의 풍미와 꽃 향기, 스파이시한 캐릭터가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불고기, 돼지갈비 등 짭짤하고 달콤한 양념 맛이 나는 육류요리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지난 7월 출시됐는데 업계에선 “3만~4만원대 와인 수준의 퍼포먼스”라는 평입니다. 갈비찜 대(大)자 시켜놓고 둘러앉아 박스째로 와인 퍼마실 준비가 된 가족들을 위한 완벽한 술. ●美 재즈 전설 멍크에게 바쳤다… 향기 짙은 선물용 ‘톨라이니 레짓 750㎖’선물할 와인을 찾는다면 와인의 맛도 맛이지만, 와인을 한 병 건네면서 의미 부여할 만한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하겠죠. 3만 9900원짜리 톨라이니 레짓③을 추천합니다. 이 와인은 미국의 재즈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미국 음악 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텔로니어스 스피어 멍크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만든 와인입니다. 와인의 라벨은 1961년 녹음된 ‘Thelonious Monk in Italy’의 커버 사진으로, 톨라이니 와이너리에서 사진작가를 수소문해 멍크 가족들의 허락을 받아 와인에 특별함을 더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무척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겠죠. 와인 퀄리티도 훌륭합니다. 이탈리아 와인 명가 키안티 클라시코 마을에서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를 두 번에 걸쳐 선별 수확해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발효 후 다시 오크통에서 2년, 병입 후 3년 더 숙성해 출시되는데 잘 익은 과일의 진한 아로마와 숙성에서 배어나는 은은한 바닐라, 감초 향이 풍부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매년 뽑는 세계 100대 와인 리스트에 지난해 26위에 오르기도 했었죠.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그래이비소스를 얹은 스테이크와 치즈. ●구운 고기와 환상의 짝꿍… 달고 묵직한 ‘서브미션 카베르네 소비뇽 750㎖’다 귀찮고, 연휴에 불판에 고기나 구워서 와인 먹으면서 쉬고 싶다는 분들께 서브미션 카베르네 소비뇽④을 추천합니다. 와인 초심자부터 애호가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파워풀한 레드와인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이지만 ‘베이비 나파’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고급 나파밸리 와인처럼 농밀한 풍미를 지닌 와인으로 후추 뿌린 구운 고기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합니다. 미국 와인 특유의 달콤한 향과 묵직한 맛으로 높은 도수의 소주를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 어울리는 와인이기도 하고요. 나파, 소노마, 로다이, 파소 로블스 등 캘리포니아 곳곳의 다양한 산지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를 블렌딩해 만들었으며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0개월 숙성해 더욱 고급스러운 향과 맛을 지녔습니다. 가격은 2만 5000원. macduck@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파리의 하늘 밑’ 샹송 아이콘 줄리엣 그레코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파리의 하늘 밑’ 샹송 아이콘 줄리엣 그레코

    80년 가까이 무대에 설 정도로 왕성한 공연 활동을 펼친 프랑스의 샹송 가수 줄리엣 그레코가 93세를 일기로 저세상으로 떠났다. 영국 BBC는 23일(이하 현지시간) 그녀의 부음 기사를 올리면서 고인을 ‘doyenne’라고 표현했는데 우리로 얘기하면 ‘대모’ 쯤이 되겠다. 가족들은 그가 이날 프랑스 남부 라마튀엘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1927년 2월 7일 지중해에 인접한 도시 몽펠리에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적 코르시카섬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집을 나가버려 조부모와 수녀들 손에서 자라났다. 파리로 이주한 뒤 어머니와 언니가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 프랑스 게슈타포에 셋이 나란히 체포됐다. 게슈타포 요원이 무례하게 굴길래 주먹을 날려 코를 부러뜨렸다며 생전에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어머니와 언니는 나치 2인자 하인리히 히믈러가 주장해 세워진 여성 전용 수용소로 보내졌지만 본인은 수용소행을 면하고 대신 파리 남부의 악명높은 교도소에서 몇 개월을 살았다. 나이가 열다섯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몇 달 뒤 풀려났는데 기록적으로 추운 겨울날이었다. 푸른색 면스웨터만 걸친 채 바들바들 떨면서 수십㎞를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와 언니는 천신만고 끝에 수용소를 탈출해 돌아왔다. 연합군에 수복된 뒤 그레코는 나치의 손길을 피해 살아남은 이들이 찾아와 헤어진 가족과 상봉하는 호텔을 매일 찾아갔는데 어느날 어머니, 언니와 감격적인 해후를 했다. 나치 시절에도 지하 클럽이나 카페에서 계속 샹송을 불렀던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센 강변에서 옹색하게 지냈다. 허기를 잊으려고 담배를 피웠을 정도로 궁핍했다. 1946년 지하 클럽 ‘Le Tabou’에서 그녀는 피카소, 오손 웰스, 마릴렌느 디트리히 등과 어울렸다. 말론 브란도는 자전거에 태우고 집에 바래다 줄 정도로 친했다. 돈이 없어 남자친구들 옷을 헐렁하게 입고, 그것도 검정색으로, 짙은 눈화장을 하고 무대에 서면, 전후 막막하기만 했던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 이미지를 구현하는 듯 보였다.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촬영한 사진들은 그런 아우라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검정 옷을 즐겨 입어 장 폴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 알베르 카뮈 같은 작가들에게 일종의 뮤즈(음악의 신)로 숭앙받았다. 1940년대말부터 89세이던 2016년 은퇴 공연을 갖고 무대와 작별할 정도로 공연을 즐겼다. 영화배우로서 은막에서도 활약해 장 콕토, 잉그리드 버그먼, 웰스, 애바 가드너 같은 전설적인 감독들과 함께 작업했다. 1960년대 중반 프랑스의 귀신 나오는 TV 미니시리즈 ‘벨파고(Belph?or)-파리의 유령’에서 신경쇠약에 걸린 여성을 연기하며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유명한 발라드 가수 자크 브렐, 조르주 브라상스와 듀오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녀의 가장 유명한 히트 곡은 ‘Sous le ciel de Paris’(파리의 하늘 아래)였는데 지금도 프랑스 샹송의 대표곡으로 손꼽힌다.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날려 독일, 일본 등에서도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1967년 베를린에서 6만명을 앞에 두고 노래했으며 2005년에는 독일어로 노래를 부른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세 차례 결혼했으며 상대는 프랑스 배우 필리프 르메르, 배우 겸 영화감독 미셸 피콜리, 피아니스트 제라르 주아네스트였다. 자녀는 첫 남편과의 사이에 로랑스마리 르메르가 있다. 트럼펫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와 오랜 연인 사이였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데이비스가 그녀에게 “미국이라면 ‘깜둥이의 창녀’로 불렸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일간 르몽드는 고인의 죽음이 왜 그렇게 깊은 감동을 안기느냐고 자문한 뒤 목소리, 우아함, 호소력, 비행(flying), 노래 부를 때 내젖는 손짓 등이라고 답했다. 브렐이나 브라상스 등 다른 이의 노래를 그저 옮기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창조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고인이 노래를 부를 때면 “칼에 잉크를 묻혀 캔버스에 짓뭉개는 야수파 화가처럼 단어들을” 읊조렸다고 했다. 초기에 ‘Si Tu T‘imagines’와 ‘Parlez-moi d`Amour’, ‘Je Suis Comme Je Suis’ 등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나중에 세르주 갱스부르와도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오페라를 사랑한 법관/이재연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오페라를 사랑한 법관/이재연 국제부 차장

    사회부 기자 때인 2009년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전석 매진 행진 중이던 유명 피아니스트의 내한 공연을 보러 갔을 때다. 한껏 기대를 품고 자리를 찾아 앉던 찰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앞으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출입처였던 지방검찰청의 간부 검사가 부인과 함께 들어오는 참이었다. 기자들에게 유독 말을 안 하는 것으로 악명(?) 높아 ‘벽창호’ 별명이 붙은 분이었는데, 공연장에서 마주치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사로는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음악과 세상사를 얘기한다면 통할 수 있겠구나 싶은 인상이 남은 건 그때였다. 8년여 시간이 흘러 2017년 3월 헌법 재판관 신분의 그는 다시 한번 뇌리에 남았다. 재판관 8명이 전원일치 의견을 낸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서 눈에 띄는 보충의견을 달아서다. “탄핵 심판은 보수·진보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고 우리와 자손이 살아갈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게 요지였다. 보수 성향, 공안검사 출신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그가 단 보충의견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하지만 진보 진영의 도래가 역사적 필연이라기보다 ‘민주, 정의, 인권’ 등 헌법적 가치를 추구한 세력의 순리적 결과이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습을 어떻게 반면교사 삼아야 할지 함축한다는 점에서 이 보충의견은 시간을 두고 짚어 볼 만했다. 지난 18일 87세로 별세한 미국의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별명은 ‘노토리어스 R.B.G.’(악명 높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였다. 우리와 달리 종신직인 미국 대법관 자리를 27년간 지키며 ‘나는 반대한다’(I dissent)는 소수의견을 쏟아낸 결과 얻은 훈장 같은 별명이다. 발군이지만 늘 성차별의 벽에 부딪쳤던 그는 약자를 대변하며 진보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약자 편에서 세상을 바꿔 왔지만, 일방적으로 한 편만 들거나 상대 진영을 마냥 비난하는 판사는 결코 아니었다. 임신 중단을 금지한 텍사스주 법률을 폐지해 ‘임신 중단 합법화’를 이끌어 낸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그녀는 오히려 비판적 의견을 낸다.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는 지지했지만, 법원이 너무 극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오히려 보수 세력의 임신 중단 반대 운동을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는 게 그의 관점이었다. ‘홀어머니는 재산세 면제를 받을 수 있지만 홀아버지는 받을 수 없다’는 법 조항에 불복한 남성 멜 칸의 변론을 1974년 맡기도 했는데, 그가 극단적 페미니스트였다기보다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 계층과 인권 자체를 중요시한 인물이었다는 점을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긴즈버그는 대법원 내에서 이념의 극단에 있었던 극보수 성향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과 가장 죽이 잘 맞았다. 사건을 놓고서는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지만, 2016년 스캘리아 대법관이 갑자기 세상을 뜨기 전까진 가장 돈독한 사이였다고 한다. 연결 고리는 오페라였다. 긴즈버그는 소문난 오페라광이었는데, 1994년 스캘리아와 함께 워싱턴 오페라 극단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 단역으로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둘의 관계에서 본뜬 코믹 오페라 ‘스캘리아 긴즈버그’가 2013년 만들어질 정도였다. 긴즈버그는 “내가 중립적이라는 착각과 오만을 내려놓고, 판결할 땐 나조차 의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지침을 고수했다. “판사는 권위적으로 말하는 대신 설득한다”는 말도 남겼다. ‘반대한다’는 말이 적을 겁박하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세상임을 느끼게 해 주는 법조인이 넘쳐나는 나라를 꿈꿔 본다. oscal@seoul.co.kr
  • 잔잔한 클래식, 달달한 로맨스… 꿈과 사랑 담아낸 ‘열정 소나타’

    잔잔한 클래식, 달달한 로맨스… 꿈과 사랑 담아낸 ‘열정 소나타’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열정과 고민을 담은 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잔잔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서정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내일도 칸타빌레’(2014), ‘밀회’(2014) 이후 오랜만에 클래식을 소재로 해 음악팬들의 관심도 높다. 드라마는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 분)과 경영학과 졸업 후 음대에 입학한 채송아(박은빈 분)를 중심으로 꿈과 현실의 벽,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린다. 젊은 연기자들의 섬세한 연기가 입소문을 타며 5%대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뒤 이 작품으로 첫 장편 데뷔한 류보리 작가는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무언가를 오래 사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 했다”며 “클래식이 오래 사랑받는 고전이기도 하고, 묵묵히 평생 연습을 하는 연주자들도 주인공에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특히 클래식 곡들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잘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예컨대 오랜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준영, 정경(박지현 분), 현호(김성철 분)의 관계를 드러낸 4회에서는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1번 1악장’이 연습곡으로 쓰인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주선율을 연주하고 피아노가 받쳐 주는 느낌의 곡이다. 두 주인공 사이의 긴장감도 곡으로 표현한다. 준영의 연주에 송아가 즉석에서 페이지 터너를 하는 장면에서 활용한 라벨의 ‘치간’이 대표적이다. 바이올린 독주가 3분 30초 먼저 진행된 뒤 반주가 들어온다. 이 때문에 연주하지 않는 피아니스트와 페이지 터너가 동시에 악보를 넘기려다 손을 부딪친다. 준영의 배려심 많은 성격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각 회의 부제도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음악 용어를 붙였다. ‘포코 아 포코’(서서히), ‘논 트로포’(지나치지 않게) 등 악보에 쓴 용어처럼 미리 상상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류 작가는 “전공자이다 보니 전문적인 장면의 고증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다만 전문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곡과 용어도 꼭 필요한 설명만 한다”고 덧붙였다. 배우들도 악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박은빈은 6개월 동안 꾸준히 개인 지도를 받았다. 김민재도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고 말했다. 류 작가는 “바이올린은 자연스러운 자세 잡기도 어려운데 박은빈 배우는 비브라토까지 구사할 정도”라며 “김민재 배우도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연주를 직접 봤는데 제스처, 페달링 등 연구를 많이 한 것이 보였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선곡에도 이유가 있다…‘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속 음악의 비밀

    선곡에도 이유가 있다…‘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속 음악의 비밀

    대학서 바이올린 전공한 류보리 작가“고증 용이한 장점···보편성 균형 노력”클래식 선곡, 이야기·캐릭터 맞춰 선택섬세한 연기·서정적 분위기로 인기음악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열정과 고민을 담은 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잔잔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서정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내일도 칸타빌레’, ‘밀회’(2014) 이후 오랜만의 클래식 소재로 음악 팬들의 관심도 높다. 드라마는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 분)과 경영학과를 졸업 후 음대에 입학한 채송아(박은빈 분)을 중심으로 꿈과 현실의 벽,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린다. 젊은 연기자들의 섬세한 연기가 입소문을 타며 5%대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뒤 이 작품으로 첫 장편 데뷔한 류보리 작가는 서울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무언가를 오래 사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 했다”며 “클래식이 오래 사랑받는 고전이기도 하고, 묵묵히 평생 연습을 하는 연주자들도 주인공에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다”고 의도를 밝했다. 클래식 곡들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몰입을 돕는다. 예컨대 오랜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준영, 정경(박지현 분), 현호(김성철 분)의 관계가 드러난 4회에서는 멘델스존 피아노트리오 1번 1악장이 연습곡으로 쓰인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주선율을 연주하고 피아노가 받쳐주는 느낌의 곡이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 사이의 긴장감도 곡으로 표현한다. 준영의 연주에 송아가 즉석에서 페이지 터너를 하는 장면에서 활용한 라벨의 ‘치간느’가 대표적이다. 이 곡은 바이올린 독주가 3분 30초 먼저 진행된 뒤 반주가 들어온다. 이 때문에 연주를 하지 않는 피아니스트와 페이지 터너가 동시에 악보를 넘기려다 손을 부딪친다. 준영의 배려심 많은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첫 회 준영이 연습하는 장면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쓰인 이유는 이 곡이 오케스트라의 전주 없이 피아노 독주가 시작하는 곡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주인공에게 시선이 쏠리면서도 한국의 클래식 팬들이 좋아하는 곡으로 이목을 끌었다. 각 회의 부제도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음악 용어를 붙였다. ‘포코 아 포코’(서서히), ‘논 트로포’(지나치지 않게) 등 악보에 쓴 용어처럼 미리 상상하는 효과를 위해서다. 류 작가는 “전공자이다 보니 전문적인 장면의 고증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전문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곡과 용어도 꼭 필요한 설명만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배우들도 악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박은빈은 6개월간 꾸준히 레슨을 받았고, 김민재도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피아노에 앉았다”고 밝혔다. 류 작가는 “바이올린은 자연스러운 자세 잡기도 어려운데 박은빈 배우는 비브라토까지 구사할 정도”라며 “김민재 배우도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연주를 직접 봤는데 제스처, 페달링 등 연구를 많이 한 것이 보였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문대통령 “채용·교육·병역 등…사회 전반에 공정 체감돼야”

    문대통령 “채용·교육·병역 등…사회 전반에 공정 체감돼야”

    “병역비리 근절 노력 강화…사회전반 공정 체감돼야”“평등사회 위해 전진하지만 여전히 청년 분노”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의 날인 19일 “정부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청년들과 함께하고자 했고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듣는다”며 “공정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불공정도 있었다. 제도 속의 불공정이나 관성화된 특혜 같은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한편에선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다”면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공정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착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다 이루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반복된 노동을 거쳐 숙련공이 돼야 성취를 이루는 직업이 있고 치열한 공부와 시험을 통해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직업이 있다. 어떤 일이든 공정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기본일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삶 전반에 존재하는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해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청년들이 앞장서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청년의 눈높이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려면 채용, 교육, 병역, 사회, 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체감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병역 비리, 탈세 조사, 스포츠계 폭력근절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 부동산 시장 안정, 청년 등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 의지는 단호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주택 공급 확대를 차질없이 추진하며 신혼부부와 청년의 주거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공정사회의 기반인 권력기관 개혁 또한 끝까지 이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청년들이 일자리, 주거, 교육 같은 기본적인 안전망 위에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성세대를 뛰어넘어, 세계에서 앞서가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달라. 이 자리에 참석한 BTS를 비롯해 모든 청년들이 주인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기회와 공정의 토대 위에 꿈을 펼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청년 눈높이에서, 청년의 마음을 담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시행된 청년기본법에 따른 첫 정부 공식 청년의날 기념행사다. 방탄소년단(BTS)과 피아니스트 임동혁 등 다양한 연령과 직군의 청년들이 함께 자리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BTS 오늘 文대통령 만난다…‘청년대표’ 연설

    BTS 오늘 文대통령 만난다…‘청년대표’ 연설

    빌보드 핫 100차트에서 3주 연속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기록을 세우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오늘(1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만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녹지원에서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방탄소년단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린 청년리더’로 참석해 대표연설을 한다. 이번 기념식은 지난달 5일 시행된 청년기본법에 따라 ‘첫 정부 공식 기념식’으로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매 순간 역할을 다한 대한민국 청년을 청와대로 직접 초청해 청년세대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청년 문제와 고민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았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는 슬로건으로 개최되는 기념식은 △오프닝 공연 △기념 영상 △유공자 포상 △청년 연설 △2039년 전달식 △대통령 기념사 △기념 공연 순으로 진행된다. 오프닝 공연은 가수 김수영이, 기념 공연은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맡는다. 기념 영상에서는 김태호·나영석 PD와 여군 최초 소장 진급자인 강선영 항공작전사령관, 최혜림 SBS 앵커가 청년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어 문 대통령은 청년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힘써온 유공자 12인 중 4명에게 훈·포장 및 대통령 표창을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방탄소년단이 청년대표 연설을 통해 화려한 아이돌이 아닌 청년의 한 사람으로 개개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청년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기성세대에게는 지지와 격려를 당부한다. 방탄소년단은 19년 후에 공개될 ‘2039년 선물’을 미래의 청년세대를 위해 전달한다. ‘19년’은 ‘청년기본법’에 의거한 청년의 시작 나이 19세를 상징한다. 이날 전달된 방탄소년단의 선물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기탁돼 2039년 제20회 청년의 날에 공개될 예정이다. 정부는 제1회 기념식을 시작으로 해마다 주목받는 청년의 작품, 의미있는 물품, 메시지 등을 기탁받아 19년 후 미래 청년세대에 공개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방탄소년단의 연설에 이어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통해 제1회 청년의 날을 축하한다. 행사에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애써온 청년에 대한 소홀함이 없도록 다양한 연령과 지역, 직군의 청년을 초청한다. 청년기본법에 따라 공모로 구성된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과 5당 청년대표,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해 앞장선 활동가와 유공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한 청년들이 참석한다. 또한 군인, 경찰, 소방관을 비롯해 다문화 교사, 헌혈 유공자, 프로게이머, 유튜브 크리에이터, 해녀, 장애 극복 청년, 청년 농업인, 디자이너, 운동선수, 문화예술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청년들이 함께한다. 청와대는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예방조치를 위한 사전·사후 방역 및 발열검사 등 철저한 예방조치 하에 진행된다”라며 “기념식을 안전하게 개최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진을 추가 편성한다”고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임동혁, 트리니티필 창단 5주년 기념 협연…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연주

    임동혁, 트리니티필 창단 5주년 기념 협연…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연주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다음달 19일 트리니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롯데콘서트홀에서 협연한다. ‘깊은 가을 저녁 러시아의 아름다운 멜로디로 지친 우리의 가슴에 뜨거운 위로를 안겨준다’는 취지로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로 무대가 꾸며진다. 관객과 무대, 오케스트라가 ‘삼위일체’를 이룬다는 뜻이 담긴 트리니티필은 ‘비발디부터 비틀즈까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전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민간 교향악단이다. 올해 창단 5주년을 맞은 트리니티필은 다음달 19일 기념음악회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을 선보인다. 트리니티필과 첫 협연을 하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다음달 14일 용인을 시작으로 함안, 울산, 진해에 이어 11월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까지 베토벤 프로그램의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바흐와 21년… 나이 들수록 이해되더라”

    “바흐와 21년… 나이 들수록 이해되더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에게도 코로나19는 ‘악몽’과 같았다. 그는 “전 세계 70개의 공연이 모두 미뤄졌다”며 “굉장히 어려운 때”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다만 랑랑은 올해를 악몽으로만 끝내지 않는다. 피아니스트들에겐 ‘음악의 에베레스트’라고 불리며, 자신의 평생 숙원이기도 했던 ‘굉장히 어려운 곡’을 완성해 더욱 잊지 못할 한 해로 만들고 있다. 그가 지난 4일 도이체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한 ‘바흐: 골트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20년이 넘는 연구의 결실이다. 열일곱 살 때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앞에서 처음 연주하며 천재 피아니스트의 패기를 자랑한 지 21년 만에 앨범을 냈다. 당시에도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빠뜨리지 않고 흡수했다”며 호평을 받았는데 어쩐지 영 성에 차지 않았다. 부족했다는 생각이 컸고 그 뒤로 이 작품을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38세가 된 지금, 그때의 천재소년에겐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단다. “브라보! 잘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정말 멀었구나.”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만난 랑랑은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완성하는 데 이토록 시간이 길어진 이유를 묻자 “이 작품이 바흐의 전형이자 분명한 바로크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로크 음악가들이 당시 하프시코드와 바로크 오르간 등의 악기로 어떻게 꾸밈음을 연주했는지 배워야 해요. 낭만시대의 꾸밈음을 오려다 붙이는 게 아닌 정확한 바로크의 꾸밈음을 만드는 것, 현대 피아니스트들에겐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하죠.” 이제 준비가 다 됐다고 느끼던 중 부족함을 다시 깨닫는 일을 3년 전까지 반복하다가 독일의 하프시코드 연주자인 안드레아스 슈타이어와 함께 집중해 공부하다 보니 비로소 정확한 바로크 스타일을 터득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선 나이도 한몫을 했다고 그는 말했다. 기술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두루 어려운 골트베르크 중에서도 25번째 변주는 ‘속주’가 특기인 랑랑에겐 힘겨운 부분이었다. “느린 연주일 뿐만 아니라 굉장히 어둡고 수동적이고 고군분투하고 우울해요. 이런 고통스러운 해석을 하기 위해 나이가 들어가는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10대가 25번째 변주를 연주하는 것은 고문 그 자체일 거예요.”평소 화려한 기교와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은 랑랑은 이번 골트베르크에선 그저 정교하면서도 침착하게 감정을 이끌어 갔다. “바흐의 바로크를 그대로 재현하면서 완벽한 스타카토와 아름다운 레가토 등의 순수한 테크닉을 조금씩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쉼표에선 그야말로 편안한 휴식을 그리고, 느린 부분은 천천히 한 발짝씩 언덕에 오르는 듯한 감정을 실어 더 느리게 표현했다. 보통 30개 변주를 연주하는 데 40~50분이 걸리는데, 그의 연주는 90분까지 길어졌다. 그는 4CD 버전으로 스튜디오 녹음뿐 아니라 바흐가 몸담았던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연주한 실황 녹음도 함께 선보였다. 연주 후 바흐의 무덤을 찾아 “오늘 제가 당신을 자랑스럽게 했다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바흐의 답을 영영 들을 수는 없지만 랑랑은 “나는 틀림없이 그를 느꼈다”고 자신했다. 3년여간의 손목 부상을 딛고 완벽한 바흐가 돼 돌아온 랑랑은 “이 시기에 예술가들이 내면적으로 더 강해져야 하고 계속 연습해야 한다”며 “클래식 음악이 특히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을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짧은 연주 영상을 계속 공개하고, 오는 12월 13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골트베르크로 국내 팬들도 만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20년 숙제’ 골트베르크 변주곡 완성한 랑랑… “바흐를 자랑스럽게 했길”

    ‘20년 숙제’ 골트베르크 변주곡 완성한 랑랑… “바흐를 자랑스럽게 했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에게도 코로나19는 ‘악몽’과 같았다. 그는 “전 세계 70개의 공연이 모두 미뤄졌다”며 “굉장히 어려운 때”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다만 랑랑은 올해를 악몽으로만 끝내지 않는다. 피아니스트들에겐 ‘음악의 에베레스트’라고 불리며, 자신의 평생 숙원이기도 했던 ‘굉장히 어려운 곡’을 완성해 더욱 잊지 못할 한 해로 만들고 있다. 그가 지난 4일 도이체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한 ‘바흐: 골트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20년이 넘는 연구의 결실이다. 열일곱 살 때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앞에서 처음 연주하며 천재 피아니스트의 패기를 자랑한 지 21년 만에 앨범을 냈다. 당시에도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빠뜨리지 않고 흡수했다”며 호평을 받았는데 어쩐지 영 성에 차지 않았다. 부족했다는 생각이 컸고 그 뒤로 이 작품을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38세가 된 지금, 그때의 천재소년에겐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단다. “브라보! 잘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정말 멀었구나.”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만난 랑랑은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완성하는 데 이토록 시간이 길어진 이유를 묻자 “이 작품이 바흐의 전형이자 분명한 바로크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로크 음악가들이 당시 하프시코드와 바로크 오르간 등의 악기로 어떻게 꾸밈음을 연주했는지 배워야 해요. 낭만시대의 꾸밈음을 오려다 붙이는 게 아닌 정확한 바로크의 꾸밈음을 만드는 것, 현대 피아니스트들에겐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하죠.” 이제 준비가 다 됐다고 느끼던 중 부족함을 다시 깨닫는 일을 3년 전까지 반복하다가 독일의 하프시코드 연주자인 안드레아스 슈타이어와 함께 집중해 공부하다 보니 비로소 정확한 바로크 스타일을 터득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선 나이도 한몫을 했다고 그는 말했다. 기술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두루 어려운 골트베르크 중에서도 25번째 변주는 ‘속주’가 특기인 랑랑에겐 힘겨운 부분이었다. “느린 연주일 뿐만 아니라 굉장히 어둡고 수동적이고 고군분투하고 우울해요. 이런 고통스러운 해석을 하기 위해 나이가 들어가는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10대가 25번째 변주를 연주하는 것은 고문 그 자체일 거예요.” 평소 화려한 기교와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은 랑랑은 이번 골트베르크에선 그저 정교하면서도 침착하게 감정을 이끌어 갔다. “바흐의 바로크를 그대로 재현하면서 완벽한 스타카토와 아름다운 레가토 등의 순수한 테크닉을 조금씩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쉼표에선 그야말로 편안한 휴식을 그리고, 느린 부분은 천천히 한 발짝씩 언덕에 오르는 듯한 감정을 실어 더 느리게 표현했다. 보통 30개 변주를 연주하는 데 40~50분이 걸리는데, 그의 연주는 90분까지 길어졌다. 그는 4CD 버전으로 스튜디오 녹음뿐 아니라 바흐가 몸담았던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연주한 실황 녹음도 함께 선보였다. 연주 후 바흐의 무덤을 찾아 “오늘 제가 당신을 자랑스럽게 했다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바흐의 답을 영영 들을 수는 없지만 랑랑은 “나는 틀림없이 그를 느꼈다”고 자신했다. 3년여간의 손목 부상을 딛고 완벽한 바흐가 돼 돌아온 랑랑은 “이 시기에 예술가들이 내면적으로 더 강해져야 하고 계속 연습해야 한다”며 “클래식 음악이 특히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을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짧은 연주 영상을 계속 공개하고, 오는 12월 13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골트베르크로 국내 팬들도 만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흙밭에 앉은 피아노·현악4중주… 희망·위로를 노래하다

    흙밭에 앉은 피아노·현악4중주… 희망·위로를 노래하다

    난지천 공원 등서 ‘마포 6경’ 진행코로나 상황 드론·360도VR 촬영“음악이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새달 6일부터 유튜브 통해 공개흙밭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 위로 버드나무 잎이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풍경이 피아노와 현악4중주의 선율과 어우러졌다. 자연과 음악의 조화, 원래는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지켜봤을 연주를 공중에 띄운 드론이 부지런히 찍었다. 관객들을 만나기 어려운 지금,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더욱 가까이 나누기 위해 연주자들도 한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며 반나절 동안 다양한 각도로 카메라에 음악을 담았다. 마포문화재단이 주최한 제5회 마포 M클래식축제는 이번엔 ‘디지털 콘택트’로 꾸몄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첨단 장비와 기술이 축제 계획에 급히 투입했다. 서울 마포구의 주요 명소에서 시민들과 클래식을 나누기로 했던 ‘마포 6경’은 인적이 드문 장소로 바뀌었고, 관객 대신 각종 카메라가 동원됐다. 지난 3일 월드컵공원에서 ‘평화의 도시, 일상을 담다’는 주제로 시작해 난지천공원, 하늘공원, 광흥당, 홍대거리 등에서 15일까지 촬영이 진행된다. 첼리스트 양성원·임희영, 피아니스트 문지영, 정다운 트리오, 현악4중주, 앙상블 오푸스 등이 참여해 곳곳에서 베토벤과 브람스, 슈만 등을 노래했다. 단순히 공연을 녹화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시네마틱 클래식’이라는 콘셉트로 한 편의 클래식 뮤직비디오를 찍는 과정은 보통의 무대보다 훨씬 복잡했다. 전체적인 연주 모습을 찍는 일반 촬영부터 연주자들의 표정을 가까이 찍는 인서트 촬영, 자연 속의 연주 장면을 찍는 드론 촬영, 보다 생생하게 연주를 즐길 수 있는 360도 VR 촬영 등을 모두 따로 진행해 연주자들은 한 곡을 5~6차례씩 연주했다. 관객이 있는 무대였다면 한 번씩 연주하면 끝났을 일이다. 그래도 연주자들은 지친 기색 없이 오후부터 시작된 촬영을 밤까지 이어 갔다. 간혹 클래식 선율에 발길을 멈추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는데 그러면 공원 관계자가 스태프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촬영에 참여한 스태프도 30명 이내로 제한됐다. 연주자들에게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하루였다. 첫 촬영을 한 현악4중주의 바이올리니스트 문지원은 “관객들과 편하게 음악을 즐기는 일상이 사라진 지 오래였는데 이번 촬영으로 잠시 잊고 있던 자연과 음악이 있는 일상이 돌아온 것 같아 행복했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박건우도 “음악이 언제나 제자리에서 사람들을 위로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연주자들과 모든 스태프들이 한뜻으로 애를 쓰는 모습에 이 상황을 곧 이겨 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이렇게 담긴 ‘마포 6경’의 클래식은 다음달 6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마포문화재단은 오는 26일 축제의 메인 콘서트에도 100명의 랜선 관객을 초대하기로 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테너 김현수, 바리톤 김주택,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함께 무대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구민 합창단 100명도 랜선으로 합창곡을 선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피아니스트 김선욱 지휘자 꿈 이룬다 “오케스트라는 ‘큰 우주’…진심 다할 것”

    피아니스트 김선욱 지휘자 꿈 이룬다 “오케스트라는 ‘큰 우주’…진심 다할 것”

    올해 두 차례나 연주가 미뤄졌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12월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며 한 해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특히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본격 데뷔하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지휘자의 꿈도 오랫동안 키운 김선욱은 영국의 왕립음악원 석사과정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당시 입학원서를 낼 때 김선욱의 꿈을 잘 알고 있던 정명훈과 김대진에게 추천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 정명훈 선생님께 말러 교향곡 2번 스코어를 들고 찾아가 사인을 받았는데 그 때 선생님게서 ‘네가 이 곡을 언젠가 지휘할 날을 기대한다’고 써주셨죠”. 김선욱의 그 꿈이 이뤄지게 됐다. 12월 14일 김선욱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을 이끌고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지휘하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면서 지휘도 함께한다. 2013년 영국 왕립음악원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정식 지휘 무대는 처음이다. 2015년 본머스 심포니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협연하던 중 상임지휘자 키릴 카라비츠의 깜짝 제안으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파드되를 앙코르 곡으로 선택해 잠시 지휘봉을 잡아보긴 했지만 본격 데뷔는 아니었다. 김선욱은 9일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싶어졌다”면서 “지휘자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완전히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고, 지휘라는 세계를 절대 쉽게 생각하지 않기에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피아노가 ‘작은 우주’라면 오케스트라는 그야말로 ‘큰 우주’”라면서 “피아노가 다른 악기보다 음역대가 크고 화성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을 분석하는 데 이점이 있지만 피아노와 달리 오케스트라는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피아노를 잘 연주한다고 해서 지휘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지휘는 혼자서 아무 음도 낼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에 앞서 12월 8일에는 클래식계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듀오 리사이틀을 갖고 브람스를 연주한다. 두 사람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것은 처음으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3번)을 선보인다. 정경화는 1997년 EMI를 통해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발매해 클래식 음반계 최고상 중 하나인 프랑스의 디아파종 황금상을 받기도 했다.그동안 주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통했지만 김선욱도 브람스 음악에 남다른 애정을 가져왔다. 이달 중에는 정명훈의 지휘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협연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내한공연 실황 음반이 발매된다. 김선욱은 “정경화 선생님의 오랜 팬으로 선생님이 녹음하신 수많은 음반들을 들으며 자랐고 공연을 보며 꿈을 키웠다”면서 “리허설에서 음악적인 디테일과 선생님이 음악으로 그리시는 큰 그림에 많은 감명을 받고 모든 순간마다 많은 배움을 얻고 있다”며 듀오 리사이틀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12월 중에는 두 차례나 미뤄진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공연도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꾸준한 연구와 독보적인 해석으로 베토벤 전문가로 꼽히는 그가 베토벤이 완전히 청력을 잃은 뒤 감성과 상상에 의해서만 쓴 후기 피아노 소나타를 어떻게 연주할지 많은 팬들이 기대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3월 공연이 취소됐고 9월로 다시 잡힌 연주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재확산에 잠정 연기됐다. 김선욱은 “자가격리 기간 도중 점점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연주회를 진행하는 게 무리라는 확신이 생겼다”며 두 번째 리사이틀마저 연기해야 했던 아쉬움을 설명했다. 무대를 향한 쌓이고 쌓인 마음을 연말에 다양하게 풀어낼 김선욱. 그는 “특히 지휘자로 무대에 오르는 첫 발걸음이 두렵고 조심스럽지만 진심을 다해 연주한다면 관객들도 진심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넓은 음악을 하고 싶은 한 음악가의 길에 동참해주시면 힘이 될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풀어낼 슈만…다음달 9일부터 전국투어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풀어낼 슈만…다음달 9일부터 전국투어

    끊임없는 노력과 곡에 대한 탐구로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올 가을을 낭만주의 음악의 절정인 슈만으로 따뜻하게 적신다. 백건우는 오는 17일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슈만 음반 신보를 발매하고 다음달 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두 달에 걸친 전국 투어를 갖는다. 서울 강동아트센터, 경기아트센터를 비롯해 대구, 부천, 광주, 창원, 울산, 안성과 11월 인천, 통영 등을 방문한다. 무대는 슈만의 첫번째 작품번호가 붙은 아베크 변주곡으로 시작해 마지막 작품인 유령 변주곡으로 마무리된다. 슈만의 음악의 시작과 끝을 지켜보며 그의 굴곡진 삶과 요동친 감정들을 백건우의 손끝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세 개의 환상 작품집,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다채로운 작품집 중 다섯 개의 소품, 어린이 정경 등도 만날 수 있다. 백건우는 2008년 메시앙, 2011년 리스트, 2013년 슈베르트, 2015년 스크랴빈과 라흐마니노프, 2017년 베토벤에 이어 지난해 쇼팽까지, 각 작곡가들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어 탐구하고 해석했다. 이번 가을에는 피아노를 누구보다 사랑한 슈만의 음악 속에 담긴 열정과 인간 본연의 감정에 집중하고 시적인 환상과 풍부한 감성이 녹아든 선율을 무대를 통해 나눈다. 전국 투어 리사이틀은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해 띄어앉기 객석으로 운영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선 넘는 일요일] ‘영화 속 미자처럼…’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배우 윤정희

    [선 넘는 일요일] ‘영화 속 미자처럼…’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배우 윤정희

    “영화 속 미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과거 ‘선데이 서울’의 표지를 장식했던 1960년대의 전설적인 배우 윤정희.그녀가 노인성 치매,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지난해 11월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고백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은 대략 10년쯤 전에 시작됐다”며 “지금은 딸까지 못 알아볼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본래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은 영화계나 클래식 음악계의 가까운 지인들만 알고 있던 비밀이었다. 그러나 한평생 영화배우로 살아왔던 윤정희 씨를 위해 피아니스트 남편 백건우 씨와 딸 백진희 씨는 윤정희의 투병 소식을 결국 언론에 공개했다. 특히 백진희 씨는 “어머니는 오랫동안 (영화배우로) 사랑받았던 사람이니, 투병 소식을 알려서 엄마가 팬들의 사랑을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 지금 어머니에게는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털어놨다.공교롭게도 배우 윤정희의 마지막 영화 출연작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다. 남편 백건우 씨는 “마지막 작품이었는데 역할이 알츠하이머를 앓는 역할이었다. 그 뒤로 아내가 영화를 더 하고 싶어 했지만 상 받으러 올라가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며 “아내가 아프고 난 후 피아노 소리가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윤정희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던 전설적인 여배우였다. 그녀는 33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고, 1976년 인기 절정을 달리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던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와 파리에서 결혼했다. 공연과 기자간담회 등 거의 모든 공식석상에 함께할 정도로 두 부부는 잉꼬부부로 함께 해왔으며 현재는 프랑스 파리 근교에 위치한 딸 백진희 씨의 집에서 요양 중이다.첫 3년은 시간 개념을, 다음 3년은 공간 개념을, 그다음 3년은 사람을 못 알아본다는 ‘나를 잃는 질환’이라고 불리는 알츠하이머. 이미 가족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그녀의 병세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지만, 딸 백진희 씨의 말처럼 대중들의 커다란 사랑을 받았던 톱배우 윤정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아마도 팬들의 사랑일 것이다. 글 임승범 인턴 seungbeom@seoul.co.kr영상 임승범 인턴 장민주 인턴 goodgood@seoul.co.kr
  • [허백윤의 아니리] 꼬마 피아니스트가 전한 음악의 의미

    [허백윤의 아니리] 꼬마 피아니스트가 전한 음악의 의미

    “제가 여러분께 음악 선물을 드릴게요.” 지난 2일, 11세 꼬마 피아니스트의 한마디에 수백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서울맹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건호군은 이날 서울 중구 푸르지오아트홀에서 랜선 독주회를 갖고 바흐의 2성 인벤션(15곡)과 3성 신포니아(15곡) 전곡, 판타지아와 이탈리아 협주곡을 선사했다.양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따분한 음들을 반복하는 바흐 인벤션은 흥미를 갖고 피아노를 배우던 아이들에게도 고비 같은 작품이다. 그런 곡을 자신 있게 끌고가는 당찬 모습에 순간 나이를 의심했다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희고 통통한 손에서 비로소 어린 연주자의 실력에 감탄했다. 선천성 망막질환을 갖고 태어난 건호군은 악보를 볼 수 없다. 여섯 살부터 건호군을 지도해 온 신정양 피아니스트가 왼손 따로, 오른손 따로, 그리고 양손을 합쳐 녹음을 해 주면 구간별로 끊어 수없이 반복하는 방법으로 곡을 익힌다고 했다. 한 구절을 실제 연주할 때까지 적어도 열 번 이상씩 듣는다. 그렇게 악보를 귀로 익히고 나면 감정을 살린다. F단조인 신포니아 9번은 몇 년 전 가족들과 본 주말 연속극에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을 담았고, 2성 인벤션에는 각 번호마다 평소에 좋아하는 점자 도감책에서 얻은 새와 동물들의 느낌을 넣었다.건호군에게 음악은 ‘세상과의 소통’이고 무대는 ‘도전’이라고 했다. 맹학교 유치부 때 노래하는 선생님 옆에서 검지손가락으로 음의 높낮이를 쫓아가며 피아노를 만지는 모습에서 재능이 보였고, 다음해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의 뮤직아카데미 막내 단원이 됐다. 장애인과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음악교육을 지원해 전문적인 음악가로 성장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초등학생이 아닌 유치원생이 선발된 것은 건호군이 처음이었다. 2017년 브루크뮐러 25개의 연습곡을 무대에서 선보인 뒤 지난해까지 콩쿠르와 연주회로 거의 매달 무대에 도전했다. “아무리 어려웠던 곡도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를 해내고 나면 스스로 많이 성장한다는 걸 느껴요. 2018년에 쇼팽 왈츠곡이 너무 어려워서 연습하기가 싫었는데 결국 해내고 나니 제가 엄청나게 바뀌었더라고요.” 그래서 코로나19로 수많은 음악가들의 무대가 취소되는 와중에도 유튜브 생중계로 랜선 독주회를 열었다. 비록 객석은 텅 비어 있었지만 유튜브 채널로 수백명이 지켜봤을 무대가 처음으로 연주를 ‘즐긴다’는 느낌을 줄 만큼 좋았다. 공연 중에 올라온 댓글들을 다음날 아침까지 귀에 담았다. “너무 많아 중간에 듣다 포기했다”고 자랑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관객이 없는 게 아쉽긴 해도 그때의 뜨거운 느낌을 이렇게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며 온라인 공연의 장점까지 척척 말했다. 그날 관중들은 그의 재능에 대한 대견함보다 음악을 나눠 준 데 대한 고마움을 더 많이 보냈다. 귀로 세상과 이야기하는 건호군은 좋은 음악과 섬세한 소리들을 더 넓게 나누는 꿈을 꾸고 있다. 꾸준히 자작곡을 쓰고 미디 작업을 배우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자신의 눈을 대신해 주는 컴퓨터와 각종 정보기술(IT) 기기를 통해 상상하는 세상을 더욱 다양한 소리와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다. 11세 꼬마 연주자인 건호군에게서 감히 음악가의 삶을 투영해 본다. 건호군의 장애를 떼어 놓고 봐도 그 나이에 해내기 어려운 도전들에 계속 부딪히는 아이의 시간은 많은 음악가들의 지난 시간이기도 하며, 지금도 이어지는 시간이다. 단순히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과 도전을 이겨 내고 거듭 성장해 간 이들에게 음악은 그들의 삶 자체다. 그런데 무대가 사라지면서 수많은 음악가들이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게 됐고 그 시간이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연주자나 관객 모두에게 안타까운 시간임이 분명하다. 다만 음악과 예술이 대체 무엇인지, 모두가 진짜 의미를 생각해 보는 지금 또한 하나의 도전과 같다. 어렵고 무거운 도전을 해내고 나면 더 크게 성장해 있을 거라고, 아쉬운 시간들이 결국은 더욱 단단한 담금질의 기회가 되기를 건호군의 도전에 비춰 바라본다.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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