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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의날 특별인터뷰] 발달장애인 딸, 엄마와 ‘행복한 동행’

    [장애인의날 특별인터뷰] 발달장애인 딸, 엄마와 ‘행복한 동행’

    ”발달장애를 가진 딸이 비장애인도 하기 힘든 재즈 음악회를 열게 돼 꿈만 같고 행복합니다.“ 뇌 병변과 발달장애가 있는 정기림 양(25)의 엄마 김은영씨의 말이다. 정 양은 오는 20일 오후 5시 광주시 남구 구동 빛고을아트스페이스 소공연장에서 ‘정기림 재즈 콘서트’를 연다. 정 양은 피아노를 치고, 비슷한 장애가 있는 친구 이가은 양이 플루트, 박정환 군이 성악을 하며 협연한다. 이들은 ‘비쥬앙상블’ 단원이다. 정양은 또 드럼 윤영훈, 베이스 한수정씨와 헝가리 무곡, 사계 여름 3악장,‘Fly Me To The Moon’ 등을 연주한다. 휴식시간 없이 1시간 정도 하는 콘서트다. 정 양은 ‘아기코끼리의 걸음마’가 가장 신난다고 했다. 따로 개인연습을 하다 밴드와 함께 손발을 맞춰보는 협주 연습은 지난달부터 3번 정도 했다. “연습 때마다 즐거웠다”라며 웃는다. 사회자 이미랑씨는 정 양과 한동네서 사는 가수이자 영어교사다. 용봉동성당 성가대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공연은 정양이 활동하고 있는 ‘비쥬앙상블’이 주관하고 남구장애인복지관과 ‘ROND앙상블’이 후원한다.정 양은 말이 어눌하고 머리 손질을 스스로 할 수 없어서 모든 일상생활에서 엄마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장애를 이겨내고 클래식을 전공,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또 자신의 이름을 붙인 재즈 콘서트까지 열게 됐다. 기림이 엄마 김 씨는 “25년의 아픔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간의 회한이 스치는 듯 딸을 보는 눈길이 그윽하다. “지난해부터 딸에게 재즈피아노를 지도하고 있는 강윤숙 선생님 권유로 ‘재즈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됐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정 양은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발달장애인 재즈 모자이크 앙상블’과 만나면서 재즈 피아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교사 강 씨는 “기림 양을 가르치면서 나 자신이 힐링 되는 듯하다. 가르친 대로 곧잘 연주하고 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200% 발휘한다. 음악 에너지가 넘치는 제자”라고 칭찬했다. “음악을 배우고 소화하는 재능이 남다르다”라고 했다. 발달장애인이 피아노와 드럼 그리고 베이스와 합주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장애 특성상 5분 이상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협연하면서 아이 엄마들도 자연히 친해졌다. 김은영씨는 “우리 지치지 말자. 엄마가 먼지 지치면 아이들이 힘들어한다”며 서로 용기를 북돋우곤 한다고 말했다. 정기림 양은 불편함을 갖고 살지만, 아는 사람을 만나면 항상 먼저 인사할 정도로 밝고 명랑하다. 엄마 김은영씨는 광주시립교향악단에서 26년 동안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하다 딸을 위해 지난해 퇴임했다. 더 일할 수 있지만 딸의 앞날을 위해 결심한 것이다. 기림이 아버지는 시립교향악단 수석 단원으로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있고 오빠도 클라리넷을 전공했다. 음악가족이다. 정 양의 엄마 김 씨는 임신 중에 딸이 장애가 있는 것을 알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정양은 어려서부터 치료 목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했지만 전국 학생 음악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어 장애인 전국 음악 콩쿠르 동상, 세광 전국 피아노 콩쿠르 1등상, 광주 장애인 문화예술제에서 교육감상을 받았다. 중학생 때부터 ‘파랑새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남구 장애인복지관 ‘칸타빌레 앙상블’과 ‘행복이음 합창단’ 단원이다.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하는 ‘비쥬앙상블’의 리더이고, 협동조합 효성의 ‘발달장애인 앙상블 모자이크’와 ‘ROND 앙상블’에서 피아노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정 양은 요즘 인기스타다. 피아노 연주, 노래공연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딸아이를 키우고 교육하느라 엄마 김 씨는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이제 성인이 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돼 보람이 크다고 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매니저 역할을 하며 딸과 행복한 동행을 계획하고 있다. 김 씨는 남구 장애인복지관에서 칸타빌레 음악감독을 하면서 장애인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장애 아이들이 음악을 하면서 물이 스며들 듯 밝게 변하고, 이 모습을 본 아이의 부모들이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만큼 기분 좋다.”고도 했다.
  • 숙명여대 특수대학원, 2024학년도 하반기 석사과정 신·편입생 모집

    숙명여대 특수대학원, 2024학년도 하반기 석사과정 신·편입생 모집

    7개 단위대학원 17개 학과…5월 9일까지 원서 접수사회의 수요를 반영하는 현장 지향적 교육을 추구하는 숙명여자대학교 특수대학원이 2024학년도 하반기 석사과정의 신·편입생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남녀 모두 지원 가능하며 대부분의 수업이 야간(대면) 또는 온라인으로 운영돼 직장인들의 학위취득이 용이하다. 인터넷 입학원서는 4월 30일(화) 10시부터 5월 9일(목) 17시까지 제출 가능하며, 5월 13일(월)까지 대학 졸업(예정) 증명서와 학력 조회 동의서 등의 서류를 우체국 등기 우편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후 면접 및 구술 시험을 진행하고 6월 13일(목) 합격자를 발표한다. 신·편입생 모집은 7개 단위대학원 17개 학과(21개 모집단위)에서 진행한다. △TESOL·국제학대학원(기후환경융합학과, TESOL학과) △문화예술대학원(전통무용전공, 전통식생활문화전공, 전통음악전공, 화예디자인전공, 뷰티디자인전공, 피아노교수학 전공, 아동예술교육 전공) △심리치료대학원(놀이치료학과, 미술치료학과) △인적자원개발대학원(인적자원개발학과, 커리어개발학과) △음악치료대학원(임상음악치료학과) △정책대학원(문화행정학과, 사회복지학과) △원격대학원(향장미용학과, 교육공학과, 영유아교육학과, 실버비즈니스학과, 음악치료학과)이 있다. 2024년 8월 31일 이전 국내 및 국외 대학의 학사학위 취득(예정)자 또는 법령에 따라 그와 동등한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면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신입학이 학사 취득 전공에 구애받지 않는 것과 달리, TESOL학과의 일반(교사) 전형 지원자는 초·중등학교 현직 교사여야 한다. 기후환경융합학과의 특별 전형 역시 학·군 제휴 협약에 의해 교육부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편입학의 경우 이전 국내·외 대학원에서 지원 전공 관련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이수 학점에 따라 2학기 또는 3학기로 편입할 수 있다. 선발에는 출신 대학 성적과 면접·구술 시험 점수가 반영되나 모집 단위별 반영 비율에 차이가 있다. 편입학 및 재외국민 신입학(정원외)는 면접·구술 시험 100%로 선발한다. 또한, TESOL학과는 공인영어 성적 또는 필답시험 성적을 추가 반영하며 전통무용전공과 화예디자인전공, 피아노교수학전공 등 실기시험이나 포트폴리오 심사를 면접·구술시험에 포함해 진행하는 곳도 있다.
  • 모차르트 명성에 가려진 비운의 누이 ‘나넬’ [한ZOOM]

    모차르트 명성에 가려진 비운의 누이 ‘나넬’ [한ZOOM]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구트(Salzkammergut) 주에 있는 장크트 길겐(Sankt Gilgen)에 도착했다. 빈(Wien)이나 잘츠부르크(Salzburg)처럼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동화책에서 본 것 같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에서 예쁜 카페를 발견했다. 카페 외벽에는 예쁜 여인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간판에는 ‘나넬’(Nannerl)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이름이었다. 볼프강호수 방향으로 한참을 걷고 있었는데 문득 카페 간판에 쓰여 있던 이름이 누구인지 생각났다. 안나 마리아 발부르가 모차르트(Anna Maria Walburga Mozart·1751~1829). 음악의 천재로 기록되어 있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의 누나였다. 그리고 그녀의 별명이 바로 ‘나넬’이었다.동생의 그늘에 가려진 천재 음악가 나넬은 모차르트 보다 5살이 많았다.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Leopold Mozart·1719~1787)는 당대 유명한 음악가였고, 그녀 역시 모차르트처럼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다. 나넬은 7살부터 아버지로부터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를 배웠다. 그리고 11살부터 3년 동안 아버지와 동생 모차르트와 함께 유럽 순회공연(그랜드 투어)를 다녀왔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연주실력을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있어 주연은 항상 모차르트였고, 난넬은 모차르트의 연주를 뒷받침하는 조연에 머물렀다. 나넬은 훌륭한 작곡가이기도 했다. 1770년 7월 동생 모차르트는 누나에게 편지를 써서 “누나가 만든 곡은 정말 아름다워. 누나가 작곡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격려한 적도 있다. 아쉬운 점은 나넬이 만든 곡이 하나도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보수적 사회분위기 속에 좌절된 음악가의 꿈 나넬의 타고난 음악적 재능은 아버지의 교육과 3년 간의 유럽 순회공연을 통해 발전했다. 하지만 300년 전 사회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여성에게 가혹했다. 시민혁명 이전 유럽은 철저한 신분제도 속에 보수적 사회분위기가 팽배했으며 엄격한 가부장제와 남녀차별이 있었다. 아버지 레오폴트는 유럽 순회공연 후 1769년 모차르트와 함께 다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다.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모차르트는 음악가로서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넬은 어머니와 함께 잘츠부르크에 남아 집안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음악가로서 진로가 막힌 나넬은 육군 대위 ‘프란츠 디폴트’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그와의 결혼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강요로 이미 두 번의 이혼경력이 있고 5명의 자식을 가진 판사 ‘요한 폰 조넨부르크’와 결혼했다. 결혼 후 그녀는 어머니 고향인 장크트 길겐에서 살았고, 남편이 죽은 후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곳에서 살았다.영화로 재조명된 나넬 모차르트(Nannerl, Mozart’s Sister) 2011년 개봉한 마리 페레(Marie Feret) 주연의 ‘나넬 모차르트’(Nannerl, Mozart’s Sister)는 모차르트의 누나 나넬을 인생을 다룬 프랑스 영화이다. 동생 모차르트에게 가려져 클래식 음악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비운의 천재 여성 음악가를 다룬 만큼 페미니즘의 색채가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인 성(性) 대결보다는 프랑스 영화 특유의 담담한 스토리와 수려한 색채로 채워져 그녀의 인생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이다. 남아 있는 음악조차 없어 나넬을 언제 다시 떠올리게 될지 모르겠다. 그녀의 자취가 남아 있는 이 곳 장크트 길겐 역시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동생의 음악 속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그녀의 생각과 감성을 떠올려 보려 한다.
  • 클래식 봄꽃… 러시아 ‘현의 거장’ 핀다

    클래식 봄꽃… 러시아 ‘현의 거장’ 핀다

    살아 있는 ‘바이올린 전설’로 불리는 막심 벤게로프(50)와 ‘어깨 첼로’의 대가 세르게이 말로프(41)까지 러시아 ‘현(絃)의 거장’들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벤게로프는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바이올린 리사이틀에서 그의 1727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엑스 크로이처’로 거장의 연주를 선보인다. 그는 8일 KBS 클래식FM에 출연해 “활은 내 오른손의 연장이고, 악기는 내 영혼의 연장”이라며 음악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벤게로프는 8년 만의 내한 무대에서 러시아 여성 피아니스트 폴리나 오세틴스카야와 함께 프로코피예프 5개의 멜로디와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라벨의 치간느 등 친숙한 명곡을 들려준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진하고 풍부한 음색과 탁월한 기교, 흡인력 강한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무르익은 연주를 통해 거장의 향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벤게로프는 다섯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예프게니 키신, 바딤 레핀과 함께 러시아의 3대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10세에 데뷔 음반을 발매한 후 그래미상, 그라모폰 올해의 연주자상 등을 받았다. 그는 어깨 부상으로 바이올린조차 들지 못하게 됐던 좌절 끝에 2007년 지휘자로 변신해 미국 카네기홀 데뷔를 했다. 절망의 순간을 새로운 음악적 도전으로 돌파한 그는 2011년 바이올리니스트로 다시 무대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벤게로프와 마찬가지로 다섯살에 데뷔한 피아노 신동 오세틴스카야도 매 시즌 카네기홀 무대에 오르는 세계적 연주자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면서 고국에서의 공연이 봉쇄됐다.모던 바이올린부터 바로크 바이올린, 비올라,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까지 어깨 위 모든 현악을 섭렵한 말로프는 오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 선다. 그는 다양한 현악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즉흥적 선율을 만들어 내는 연주자다. 말로프는 비올라보다는 크고 첼로보다는 작은 ‘어깨 첼로’로 불리는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첼로 모음곡 등을 연주한다. 18세기 바로크 시대의 저음 현악기로 신비로운 음색을 낸다. 말로프는 이번 공연에서 전자 바이올린으로 바흐를 재해석하는 즉흥 연주를 통해 바로크 시대의 바흐를 현대로 소환한다.
  • 교향악축제 새역사 활짝…KCO의 특별한 데뷔 무대

    교향악축제 새역사 활짝…KCO의 특별한 데뷔 무대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가 ‘한화와 함께하는 2024 교향악축제’에 챔버오케스트라로는 최초로 참가하며 교향악축제의 새 역사를 활짝 열었다. KCO는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랐다. 이날 공연은 KCO 수석 객원 지휘자인 최수열의 지휘로 2023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정규빈, 커티스 음악원의 총장인 비올리스트 로베르트 디아즈가 협연자로 나섰다. 첫 곡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54’였다. 이 곡은 피아니스트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를 뺄 수 없이 능숙하게 조화를 이룬다”고 평가한 1악장을 두고 작업을 시작해 슈만이 1845년 완성한 곡이다. 장발의 피아니스트 정규빈은 KCO와 함께 무대에 올라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연주를 들려주며 KCO의 특별한 공연을 찬란하게 장식했다. 뜨거운 환호 속에 연주를 마친 정규빈은 앙코르로 브람스의 ‘인터메조 A장조 Op.118, No.2’를 선보였다. 관객들은 힘찬 박수로 앞으로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빛낼 그의 앞날을 기대했다.2부에서 디아즈는 팬데레츠키의 ‘비올라 협주곡’을 KCO와 선보였다. 이 곡은 스페인 식민 통치로부터 남미를 해방시킨 시몬 볼리바르의 200번째 생일을 기념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폴란드 작곡가 팬데레츠키에게 위촉한 곡이다. 당시 소련의 간섭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폴란드인들의 투쟁에 연대를 표하는 의미도 포함됐다. 비극적 선율을 남다른 깊이로 연주하는 디아즈의 선율에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집중했다. 단일 악장으로 구성됐음에도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연주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디아즈는 앙코르로 힌데미트의 ‘비올라 소나타 Op.25, No.1~4’를 선보였고 관객들은 미세한 음까지 클래스가 남다른 거장의 연주에 아낌없는 함성과 환호를 보냈다.마지막 곡은 베토벤 ‘교향곡 제8번’이었다. 베토벤이 남긴 9개의 교향곡 중에도 가장 유쾌한 곡으로 꼽히며 차이콥스키는 훗날 이 곡을 베토벤의 가장 위대한 교향곡으로 찬미한 일화가 있다. 교향악축제에는 처음이었지만 KCO는 올해로 창단 59주년을 맞은 세월의 관록을 보여주며 클래식 명곡을 멋지게 연주해냈다. 앙코르로는 모차르트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인 13번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들려주며 화려한 데뷔전을 마쳤다.지난 3일 KBS교향악단의 무대로 문을 연 교향악축제는 지역 국공립교향악단 외에도 민간교향악단이 다수 함께해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개막 첫 주에 KBS교향악단(3일), 창원시립교향악단(4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5일), KCO(6일), 공주시충남교향악단(7일)을 선보였고 9일부터 대구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해 다양한 악단이 화려한 클래식 음악의 성찬을 대접할 예정이다.
  • 칠보산 위로 펼쳐지는 양방언의 선율…문화재청, 감사패 수여

    칠보산 위로 펼쳐지는 양방언의 선율…문화재청, 감사패 수여

    우리 문화재를 위해 재능기부를 한 재일교포 작곡가 양방언이 문화재청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문화재청은 4일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과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 :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의 음악 제작에 재능기부로 참여한 양방언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고 밝혔다. 19세기 그려진 작자미상의 ‘칠보산도병풍’은 함격북도 명천에 있는 칠보산 일대의 모습을 비단 위에 수묵담채로 그린 10폭 병풍 그림이다. 국립고궁박물관과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지난달 15일 개막한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는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클리블랜드미술관이 협업해 칠보산도병풍을 소재로 제작한 디지털 영상 전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양방언 작곡가는 섬세하고 다채로운 음악을 선사했다. 여기에 배우 류준열이 감성적인 목소리로 해설을 보태 낮과 밤 또는 눈·비 등을 표현한 영상 효과와 함께 관람객의 몰입감을 높였다.문화재청은 공로를 특별히 인정해 감사패를 제작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양방언이 이번에 한국을 방문함에 따라 이날 국립고궁박물관에 초청해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직접 감사패를 증정했다. 양방언은 전시를 관람한 뒤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해 약 15분간 즉석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는 특별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양방언은 “국외에 있는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생동감 넘치는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이번 전시는 클리블랜드미술관과의 협업뿐 아니라 양방언 작곡가와 같은 저명한 전문가의 도움으로 그 가치를 더욱 빛낼 수 있었다”면서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들을 통해 국외 문화유산이 국내와 해외 현지 모두에서 더욱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5월 26일까지,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는 9월 29일까지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칠보산도 세부 확대 보기 콘텐츠’,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 문화유산 3D 뷰어 콘텐츠’ 등으로 구성됐다.
  • 치열했던 사랑의 끝…우리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치열했던 사랑의 끝…우리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치열하게 사랑했고 아프게 이별한 끝을 경험하고 나면 그제야 뒤늦게 찾아오는 감정들이 있다. 이별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사랑할 땐 누구보다 행복하느라 잘 몰랐어도 지나고 보면 달랐던 시간의 속도와 방향에 대한 생각들은 마음을 쉽게 놔주지 않는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이 실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너지고 있었고 결국엔 서로 이어질 수 없는 사이였음을 깨닫는 일은 자주 발걸음을 멈춰세우고 한참을 먹먹하게 한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누구보다 마음이 잘 통하는 사이라 생각했던 제이미와 캐시가 그렇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두 주인공이 제목처럼 5년간 사랑했고 헤어진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2003년 초연, 2008~2009년 재연을 거쳐 15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작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두 개의 시간을 한 무대에서 펼쳐낸다. 작가로서 승승장구하는 제이미의 시간은 앞으로, 배우의 꿈을 키웠으나 현실이 녹록지 않은 캐시의 시간은 뒤로 흐른다. 두 사람은 사랑이 정점에 달했을 결혼식에서 딱 한 번 만날 뿐 같은 무대 위에 있되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신중하게 자기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캐시와 앞을 향해 달려가는 제이미의 시간은 결국엔 틀어지는 어느 연인이 다 그렇듯 조금씩 다르게 흐른다. 두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방은 그 시간에 조금씩 벗어나 있음을 확인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상대가 실은 모르고 안 맞는 구석이 꽤 많았고 함께하는 사이지만 서로 다르게 흐르는 시간을 살고 있다는 설정은 꽤나 아프게 다가온다. 헤어지고 나면 그 기억들을 찬찬히 되돌려보고 장면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듯 두 사람의 시간이 다르게 교차하는 방식은 이별 후의 감정을 겪어본 이들에게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헤어짐이 찾아올 줄 모르고 열렬히 사랑해나간 시간들과 헤어진 이후 어디서부터 이런 결과가 찾아온 건지 다시 거꾸로 되돌려보는 시간들을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섬세하게 보여준다. 사랑이 전부인 것 같아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연인이 꿈을 이뤄갈수록 기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내 존재가 초라해지는 것 같은 서운함을 느껴봤을 이들이라면 이 작품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꿈을 가진 청년들이 만나서 사랑하고 이별하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사랑하는 동안 찾아왔던 환희, 이별이 스며드는 동안 겪는 쓸쓸함 같은 사랑의 보편적인 감정을 아름답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극의 마지막에 서로 다르게 흐른 시간 끝에 헤어지는 제이미의 “안녕, 캐시”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제이미, 안녕”은 안녕의 서로 다른 의미와 쓰임새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가슴을 콕콕 찌른다.‘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총 14곡의 음악으로 이뤄져 있다. 노래에 모든 이야기와, 대사, 감정을 담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로 배우들의 가창력을 한껏 즐길 수 있다. 두 대의 첼로, 바이올린, 베이스, 기타, 피아노 등 6개의 악기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는 드라마틱한 멜로디를 연주하며 인물 내면의 깊숙한 곳을 파고들어 가사로 표현되지 못한 심리상태를 느끼게 한다. 5년의 사랑했던 세월을 완성하는 배우들은 퇴장 없이 무대 위에 존재하며 상대방의 이야기가 나오는 동안에도 자신의 시간을 살아간다. 이지영 연출은 “관객의 상상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미지적, 시각적으로 두 사람이 함께 존재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배우들은 어려운 넘버들도 거뜬히 소화하며 섬세한 연기력을 보태 이토록 아픈 사랑 이야기가 가진 서사의 밀도를 높이며 강렬한 울림을 전한다. 제이미 역은 최재림·이충주, 캐시 역은 민경아·박지연이 맡았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7일이 마지막 공연이다.
  • 박신양 “배우 데뷔, 김혜수 전화 한 통 덕분에”

    박신양 “배우 데뷔, 김혜수 전화 한 통 덕분에”

    배우 박신양이 김혜수 덕분에 데뷔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1일 방송된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 식탁’에는 배우에서 화가로 변신한 박신양이 작업실에 개그맨 이진호, 그룹 젝스키스 출신 배우 장수원, 아나운서 조수빈, 미술사학자 안현배를 초대했다.이날 방송에서 박신양은 러시아 유학을 마친 후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일화를 전했다. 박신양은 “자는데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학교 후배 김혜수였다. 전화로 김혜수가 ‘선배님 TV 출연도 하시냐’라고 물었고, 잠결에 하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기회를 잡아 오디션을 보러 갔다”라며 “그렇게 드라마 ‘사과꽃 향기’로 데뷔했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라고 밝혔다. 박신양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 명장면의 숨은 얘기를 밝히기도 했다. 박신양은 ‘파리의 연인’ 중 ‘애기야 가자’라는 명대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 대사는 정말 난감했다. ‘이런 얘길 하는 사람이 정말 있나?’ 생각했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또 박신양은 ‘파리의 연인’의 명장면인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를 부르는 장면에 대해 “그때 대본에 ‘한기주,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한다’(선곡은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노래 추천을 받았는데 유리상자 노래가 공통으로 있었다. 유리상자 노래를 한기주가 불러도 될까 싶었는데 사람들이 다 이 노래를 하라고 하더라. 엘튼 존의 공연을 보면서 저렇게 노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 ‘블핑 동생’ YG 베이비몬스터…‘리틀 제니’ 아현 “내 우상”

    ‘블핑 동생’ YG 베이비몬스터…‘리틀 제니’ 아현 “내 우상”

    ‘블랙핑크 동생’으로 불리는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가 공식 데뷔했다. 베이비몬스터는 1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YG 엔터테인먼트 신사옥에서 첫 번째 미니앨범 ‘베이비몬스터’(BABYMONS7ER) 발매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베이비몬스터는 이번 앨범부터 멤버 아현을 투입, 7인조 완전체로 활동을 시작한다.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아현이 합류한 4월 1일을 공식 데뷔 일로 확정,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베이비몬스터는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블랙핑크 동생 그룹’이라는 수식어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라미는 “그런 수식어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큰 영광이다”라며 “지금까지도 그 전부터 많은 관심을 주고 계시는데 영광으로 생각하고 활동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로라는 “블랙핑크 선배님께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때 우리 무대를 보고 코멘트를 많이 해줬다”라며 “관중을 생각하는 에티튜드(태도)를 생각하라는 조언을 해주셨고, 월 평가 때도 많이 오셔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소개했다. 데뷔 전부터 ‘리틀 제니’라는 수식어가 붙은 아현은 “제니 선배님은 나의 우상이다. 나에게 큰 영감을 준 분”이라며 “리틀 제니라는 수식어 자체가 영광이다. 후배로서 선배님께도 잘하고 저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베이비몬스터의 타이틀 곡 ‘쉬시’(SHEESH)는 세상을 놀라게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가 담긴 곡으로 YG 특유의 정체성이 녹아든 힙합 장르의 댄스곡이다. 바로크 스타일의 피아노 선율과 웅장한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한데 어우러져 압도감을 선사한다. 특히 수록곡 ‘라이크 댓’(LIKE THAT)은 글로벌 팝스타 찰리 푸스가 직접 선물한 곡으로 베이비몬스터의 공식 데뷔에 더욱 힘을 실었다. 베이비몬스터는 이번 미니앨범 발매와 함께 공격적인 활동을 펼친다. 특히 팬들이 염원해왔던 음악방송 무대 출격을 비롯해 다채로운 콘텐츠 출연으로 국내 팬들과 만난 전망이다. 또 아시아 5개 지역에 걸친 첫 팬미팅 투어와 일본 최대 음악 페스티벌 ‘서머소닉’ 출연을 통해 글로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 “내년 5세부터 月55만원 지원”…‘무상 교육 돌봄’ 꺼낸 한동훈

    “내년 5세부터 月55만원 지원”…‘무상 교육 돌봄’ 꺼낸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부터 ‘5세 이상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31일 공약했다. 유아 1인당 매월 28만원씩 지원하던 국고 지원금을 표준 유아 교육비 수준인 55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소득세법도 개정해 태권도장, 줄넘기·미술·피아노 학원 등 예체능학원 수강료에 대한 세액공제 대상을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생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저출생 공약 발표회를 열고 “늘봄학교로 시작된 국가 책임교육을 영유아 무상교육으로 확대해 ‘0~12세 국가책임 교육 돌봄’을 완성하고자 한다”면서 “이를 통해 저출생의 원인이 되는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 격차 해소와 사회적 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현행 지원금으로 어린이집이나 공립유치원 비용은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많게는 월 2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사립 유치원 비용은 충당할 수 없는데, 이런 부담도 덜어 주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5세 표준 유아교육비는 55만 7000원이다. 한 위원장은 단계적으로 4세, 3세까지 지원금을 올리겠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 중 다수가 ‘방과후 돌봄’을 위해 예체능 학원을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소득세법도 개정한다. 현행법상 어린이집, 학원, 체육시설에 대한 미취학 아동의 교육비만 300만원 한도 내에서 1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초등학생까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늘봄학교 운영 시간을 부모 퇴근 시간까지 연장하고,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교 1학년에게 ‘학교 적응 프로그램’을 무상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한 위원장이 이날 공약한 초등학생의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적용 공약은 지난 2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직장인 공약’의 내용과 같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누가 얘기했다고 해서 뺄 게 아니고 의미 있는 정책이라면 진영을 가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재정 마련 계획에 대해선 “국고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이 있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는 건 오히려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처럼 현금성 지원 정책을 내놓지 않겠다며 육아휴직 활성화 같은 제도 변화에 초점을 맞춘 공약에 힘을 줬지만,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열세에 ‘퍼주기 경쟁’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무상 대학 등록금’을 공약한 바 있다.
  • 대망의 800회…기적 같은 시간 선물한 KBS교향악단

    대망의 800회…기적 같은 시간 선물한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이 제800회 정기연주회 ‘로마의 축제’를 웅장한 무대로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기적 같은 소중한 시간을 선물했다. KBS교향악단은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의 대표작인 ‘로마 3부작’을 연주했다.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로 구성된 관현악 시리즈로 로마의 역사와 명소를 묘사한 곡이다. 세 곡 중 가장 먼저 연주된 ‘로마의 축제’는 현악과 어우러진 만돌린 연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심벌즈와 드럼, 팀파니 등 다채롭게 구성된 타악기가 연주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이어 들려준 ‘로마의 분수’에서는 하프와 첼레스타의 음색이 귀를 사로잡았다. 연주회의 마지막 곡으로 선보인 ‘로마의 소나무’에서는 곡이 진행될수록 군대의 행진을 따르는 듯한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로마 여행 경험이 있거나 언제나 세계 역사의 중심에 있던 로마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매력적인 도시가 품고 있는 사연과 감정들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옛날 순교자들이 희생되던 장면부터 도시의 여러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산뜻함, 로마만이 지닌 영광의 세월 등 로마라는 도시가 품은 여러 면모를 KBS교향악단만의 사운드로 흠뻑 느끼게 하는 무대였다.이날 공연은 갑작스러운 변수가 발생해 오히려 곡이 가진 서사를 완벽히 전달할 수 있었다. 공연을 앞두고 협연자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급성 후두염으로 인해 조수미의 협연 곡을 3개에서 1개로 줄이면서 순서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로마의 축제’를 1부에 선보이고 조수미의 노래가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조수미가 1곡을 부르면서 ‘로마의 축제’가 2부로 옮겼고 대신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협연자로 나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1부에서 들려줬다. 조수미는 부르기로 했던 세 곡 중 도니체티의 오페라 ‘연대의 딸’ 중 ‘모두가 알고 있지’를 노래했다. 노래만 들으면 후두염인지 모를 정도였지만 관객들에게 사과하는 그의 목소리는 정상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조수미는 그럼에도 평소처럼 유머를 곁들인 행동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공연을 마친 그는 “1956년 12월 20일 역사적인 첫 번째 정기연주회에 저의 스승이신 이경숙 교수님께서 공연하셨고 800회 공연에서는 제자인 제가 노래를 하게 됐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내며 “KBS교향악단이 앞으로 800회가 아니라 8000회 공연할 수 있도록 모두의 사랑과 응원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조수미는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자 앙코르곡으로 안정준의 ‘아리아리랑’을 피아노 연주와 함께 노래하는 열정을 발휘했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대화는 어렵게 이어갔지만 노래가 시작되자 마치 별개의 성대를 가진 것처럼 깨끗한 고음으로 울림을 줬다. 김봄소리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자랑하며 미리 준비된 것 같은 무대로 공연을 빈틈없게 했다. 알파인 스키를 타다 십자인대를 다쳐 절뚝이며 등장한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은 관객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겼지만 지휘만큼은 흔들림 없이 해내며 기적으로 가득 찬 800회 공연을 완벽하게 이끌었다.
  • 한동훈 “내년 5세 무상교육…초등학생도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한동훈 “내년 5세 무상교육…초등학생도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부터 ‘5세 이상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31일 공약했다. 유아 1인당 매월 28만원씩 지원하던 국고 지원금을 표준 유아 교육비 수준인 55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소득세법도 개정해 태권도장, 줄넘기·미술·피아노 학원 등 예체능학원 수강료에 대한 세액공제 대상을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생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성남 분당에서 저출생 공약 발표회를 열고 “늘봄학교로 시작된 국가 책임교육을 영유아 무상교육으로 확대해 ‘0~12세 국가책임 교육 돌봄’을 완성하고자 한다”면서 “이를 통해 저출생의 원인이 되는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 격차 해소와 사회적 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현행 지원금으로 어린이집이나 공립유치원 비용은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많게는 월 2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사립 유치원 비용은 충당할 수 없는데, 이런 부담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5세 표준 유아교육비는 55만 7000원이다. 한 위원장은 단계적으로 4세, 3세까지 지원금을 올리겠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 중 다수가 ‘방과 후 돌봄’을 위해 예체능 학원을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소득세법도 개정한다. 현행법상 어린이집, 학원, 체육시설에 대한 미취학 아동의 교육비만 300만원 한도 내에서 1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초등학생까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늘봄학교 운영 시간을 부모 퇴근 시간까지 연장하고,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교 1학년에게 ‘학교 적응 프로그램’을 무상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한 위원장이 이날 공약한 초등학생의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적용 공약은 지난 2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직장인 공약’의 내용과 같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누가 얘기했다고 해서 뺄 게 아니고 의미 있는 정책이라면 진영을 가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재정 마련 계획에 대해선 “국고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이 있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는 건 오히려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애초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처럼 현금성 지원 정책을 내놓지 않겠다며 육아휴직 활성화 같은 제도 변화에 초점을 맞춘 공약에 힘을 줬지만, 총선 앞 지지율 열세에 ‘퍼주기 경쟁’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무상 대학 등록금’을 공약한 바 있다.
  • 한동훈 “내년 5세부터 무상 교육·보육…향후 4세, 3세로 확대”

    한동훈 “내년 5세부터 무상 교육·보육…향후 4세, 3세로 확대”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4·10 총선 공약으로 “내년에 5세부터 무상교육·보육을 실시하고 4세, 3세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연음홀에서 ▲영유아 교육·보육 절감 ▲예체능 학원비 등 자녀 교육 세액 공제 대상 확대 ▲맞벌이 부모 자녀 돌봄 걱정 경감 등 3가지 정책을 중심으로 한 한 저출생 공약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어린이집이나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의 경우 학부모 부담이 거의 없지만 사립 유치원은 시도별로 많게는 월 2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추가 부담을 대폭 덜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현재 3~5세 유치원·어린이집 재원에 국고로 공통 지원되는 유아 교육비와 보육료 월 28만원을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만 0~2세는 무상 보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만 3~5세는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1인당 28만원까지 지원받는다. 만 3~5세 아동의 경우 이용 기관에 따라 지난해 4월 기준 국공립 유치원은 월평균 7694원, 사립 유치원은 월평균 16만 7880원을 학부모가 부담한다. 한 위원장이 내놓은 공약에 따르면 이 지원금을 유치원은 표준 유아 교육비 5세 55만 7000원 수준으로, 어린이집은 표준 보육비 4~5세 52만 2000원에 현장 학습비·특성화 활동비 등 기타 필요 경비까지 합친 수준으로 각각 올려 학부모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또 방과 후 돌봄 대안으로 예체능 학원을 이용하는 맞벌이 부부가 다수 있는 점을 고려해 소득세법을 개정해 예체능 학원 수강료에 대한 자녀 교육비 세액 공제 대상을 확대하는 계획도 밝혔다. 한 위원장은 “태권도·미술·피아노·줄넘기 학원 등 예체능 학원 수강료에 대한 자녀 교육비 세액 공제 대상을 현재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생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조성진·임윤찬과 인연 ‘젊은 거장’ 트리포노프가 온다

    조성진·임윤찬과 인연 ‘젊은 거장’ 트리포노프가 온다

    피아니스트 조성진(30)과 임윤찬(20)의 활약으로 젊은 거장의 연주에 열광하는 한국 관객들이 반길 또 다른 젊은 거장이 찾아온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조성진이 3위에 올랐을 때 우승을 거머쥐었고 임윤찬이 롤모델로 꼽는 피아니스트인 다닐 트리포노프(33)가 그 주인공. 오는 4월 1~2일 서울 공연과 4월 5일 부천에서 그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트리포노프는 지난해 내한 공연에서 오픈 1시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였다. 그의 압도적인 무대는 평단과 관객들의 마음을 모조리 사로잡았다. 공연을 앞두고 그는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을 항상 즐기곤 한다. 아주 매력적인 연주 경험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며 한국 공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관객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에게 열광적인 한국 팬들은 그만큼 선물 같은 존재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그는 ‘Decades’(데케이드)와 ‘Hammerklavier’(함머클라비어) 두 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선보이는 ‘Decades’는 190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작곡된 곡들이 연대별로 전개되며 20세기에 매우 급속하게 발전된 피아노 작품들을 트리포노프가 차례대로 소개한다.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5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Hammerklavier’는 라모, 모차르트, 멘델스존, 베토벤의 음악으로 구성됐다.특히 ‘Decades’가 굉장히 실험적이다. 트리포노프는 이에 대해 “제 자신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며 20세기 음악을 시도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깃들어 있다”면서 “이전에도 20세기 음악을 연주한 적이 있지만 특히 20세기 후반의 음악을 포함해 이렇게나 많은 곡을 연주하진 않았다. 이런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더 다양하게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Decades’의 곡들에 대해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독창적인 작품들의 집합체”라며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피아노 작품들로 이루어지는 시간 여행”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여러 곡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은 고민 끝에 모차르트 소나타를 꼽았다. 그는 “3년 전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되고 수많은 공연이 취소돼 기다림의 연속이었을 때 모차르트 소나타 작품들, 특히 이번에 연주하는 모차르트 소나타 12번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 기회가 있었다”면서 “그전에도 작품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만큼 심도 있게 공부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모든 소나타 작품 중 저에게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최초 전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콩쿠르 사냥꾼’으로 불리며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한 트리포노프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연주자 중 하나다. 실제로 그는 클래식 음악 전문 사이트인 바흐트랙에서 발표한 ‘2023 클래식 음악 통계’에서 세계에서 가장 바쁜 콘서트 음악가(피아니스트) 부문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남다르다. 그런 그가 지난해 진한 감동을 남긴 후 다시 음악적 열정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들고 한국에 찾아오는 만큼 한국의 클래식 음악 팬들의 기대가 크다.
  • 가우디에서 임영웅까지 인생 후반전, 예술에서 삶을 재발견하다

    가우디에서 임영웅까지 인생 후반전, 예술에서 삶을 재발견하다

    오십에 처음 만나는 예술 유창선 지음/도서출판 새빛/284쪽/1만 9000원 저자 유창선 박사는 ‘1세대 정치평론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방송과 언론, 그리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치 얘기만 하면서 살았다. 그랬던 그가 하필이면 정치의 계절에 문화예술에 대한 책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무슨 사연, 무슨 생각이 있었던 것일까. ‘예알못’이었던 저자가 예술이 주는 감흥과 행복감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병상에서였다. 생사를 가르는 뇌종양 수술을 하고 8개월 동안 병상 생활을 해야 했다. 밤 9시만 되면 일제히 소등하는 병실에서 저자는 밤마다 이어폰을 꽂고는 휴대폰에 담아놓은 음악들을 들었다. 깜깜한 병실에서였지만 쇼팽의 녹턴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들을 듣다 보면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더 없이 편해졌다. 50대의 나이를 떠나보내던 마지막 시간에 저자는 병실에서 예술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고마움에 비로소 눈뜨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자는 지난 세월에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무겁고 날 선 얘기를 하며 살다 보니 예술의 아름다움과 감흥 같은 것을 느끼고 보존할 마음의 빈 자리가 없었다. 머리 속은 내가 아닌 다른 세상으로 향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니 저자의 시선은 내 자신이 아닌 저 멀리 있는 광장으로 향해 있었다. 저자는 인생의 가장 긴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기라도 한 듯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무겁고 날 선 얘기를 하며 살다 보니 예술의 아름다움과 감흥 같은 것을 느끼고 보존할 마음의 빈 자리가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병원에서 나오면서 이제 남은 생은 자신을 돌보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건강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연주회장을 찾기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아직 몸이 불편해서 때로는 문화공연장에 힘들게 도착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오기 시작하면 그런 불편 따위는 모두 잊게 된다. 이 좋은 저녁 시간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 저자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한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다 나은 것 같은 힘찬 모습이었다. 흔히들 얘기하는 치유의 힘일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음악을 통해 위로받곤 했다. 저자는 공연을 즐기는 생활에 빠져들면서 점차 문화를 향유하는 장르도 다양해졌다. 관심과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연결됐다. 오케스트라, 독주와 앙상블, 실내악, 뮤지컬, 오페라, 콘서트, 발레, 국악관현악, 판소리, 연극, 전시회, 영화 등 듣고 볼 좋은 작품들이 있으면 달려가곤 했다.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갔을 때는 그림들이 너무 좋아 나 혼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끼니도 걸러가며 뮤지엄들을 순례하던 날들도 있었다. 임영웅의 공연을 보려고 ‘피케팅’(피나는 티케팅)을 거쳐 대구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관람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 ‘중독’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문화예술이 좋았고 빠져들었다. 인생 후반기에 예술에 푹 빠져든 사람의 사유가 담긴 현장 기록들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 유창선 박사가 관람했던 공연, 영화,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들에 대한 글들을 담고 있다. 단순한 후기를 넘어 저자가 갖고 있는 인문학적 시선 위에서 작품과 예술가들에 대한 생각을 풀은 글들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작품 이상의 인사이트를 얻게 되기를 소망한다. 작품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관람의 욕구를 부여하고, 작품을 이미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이면의 더 많은 것들을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내가 예술 작품들을 접하면서 받는 감동은 단지 작품 자체에서만은 아니다. 내 눈앞에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던 예술가의 투혼을 떠올리곤 한다. 심한 목디스크 때문에 서서 작업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던 김환기는 캔버스 위에 점 하나 하나를 그리는 작업을 하루 종일했다. 베토벤은 말년의 극심한 역경과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화합과 희망을 노래하는 불멸의 곡들을 남겼다. 폐결핵은 악화되고 조르주 상드와도 이별하여 외롭게 된 쇼팽은 그래도 피아노 건반을 떠나지 않고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었다. 그래서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 인생의 가을 어느날 뜻하지 않게 맞닥뜨린 역경을 헤쳐나가는 여정 속에서 삶이 익어가는 저자가 책 한 귀퉁이에 담은 말이다.
  • ‘피아노의 거장’ 마우리치오 폴리니, 하늘 무대로 떠나다

    ‘피아노의 거장’ 마우리치오 폴리니, 하늘 무대로 떠나다

    이탈리아의 거장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23일(현지시간) 밀라노 자택에서 별세했다. 82세. 23일 AFP통신에 따르면 고인이 활동했던 이탈리아 오페라하우스 라 스칼라 극장은 성명을 내고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이자 50여년간 극장의 예술적 토대가 된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전했다. 건축가인 지노 폴리니의 아들로 1942년 밀라노에서 태어난 그는 5세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1960년 18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 권위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만장일치로 우승했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기교적으로 우리 심사위원들보다 더 잘 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악보에 충실한 정석적 연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1963년 영국 런던에서 데뷔했을 당시에는 “음표, 그다음 음표를 제대로 연주하는 데에만 집착하며 달려간다”고 혹평 받기도 했다. ‘쇼팽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쇼팽 레퍼토리에 강점을 보였고, 베토벤과 슈만, 슈베르트는 물론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 등 현대 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예술계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비롯해 일본 프래미엄 임페리얼상, 영국 로열필하모닉협회 음악상, 그래미 어워즈, 디아파종상 등 저명한 음악상을 다수 받았다. 2020년 3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의 끝을 장식하는 앨범을 선보였다. 고인은 한국 무대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22년 5월, 지난해 4월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열 계획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잇따라 취소됐다. 그는 당시 한국 관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해 예술의전당 공연을 고대하고 있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여행할 수 없기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른 시일 내에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지만 끝내 국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 클래식계에도 ‘게릴라 콘서트’가? 한재민 깜짝 무대 예고

    클래식계에도 ‘게릴라 콘서트’가? 한재민 깜짝 무대 예고

    20년 전 가수들이 깜짝 무대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던 ‘게릴라 콘서트’의 클래식 음악 버전이 찾아온다. 주인공은 10대 천재 첼리스트 한재민(18)이다. 올해 롯데콘서트홀 상주음악가인 ‘인 하우스 아티스트’에 선정된 한재민이 공연을 앞두고 게릴라콘서트를 연다고 롯데문화재단이 18일 밝혔다. 한재민의 깜짝 공연은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만날 수 있다. 롯데뮤지엄 ‘윤협 : 녹턴시티’ 전시의 4시 도슨트 설명 종료 후 ‘뉴욕의 밤’(Night in New York) 작품 앞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윤협 작가가 선과 점으로 그려낸 도시 야경에는 특유의 리듬감이 드러난다. 그는 특정 도시를 그릴 때 그 나라에서 들었던 음악을 들으며 작업에 더욱 몰입하기도 한다고 했을 정도로 작품 세계에서 음악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전시장에서는 작가의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되어 그가 선곡한 음악과 함께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관객들로서는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이 결합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김형태 롯데문화재단 대표는 “이번 게릴라 콘서트는 신동, 천재라는 수식어를 넘어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가며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첼리스트 한재민을 첼로의 그윽한 음색이 더욱 돋보이는 롯데뮤지엄의 작품 앞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며 “롯데문화재단은 앞으로도 롯데콘서트홀과 롯데뮤지엄이 연대해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예술적 시도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게릴라 콘서트 이후 한재민은 오는 27일 인 하우스 아티스트 첫 번째 리사이틀을 연다. 다른 악기 없이 오로지 첼로만의 매력을 뽐낼 예정이다. 한재민은 지난 1월 간담회에서 “첼로 리사이틀을 하면 피아노와 같이하는 게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첼로도 솔로 악기로서 충분히 매력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한재민은 “무반주 첼로 리사이틀은 많이 연주되는 포맷은 아니지만 가슴 속에서 꿈꿔왔던 프로그램”이라며 “80분을 첼로라는 악기 한 대로 채운다는 점이 설레고 기대되지만 부담감도 있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 유튜브 채널 ‘클래식톡’의 최근 영상에서도 한재민은 “내가 독박을 쓰는 것”이라고 부담감을 드러내면서도 “연주 끝났을 때의 희열이 장난 아닐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7일 공연에서는 존 윌리엄스의 세 개의 소품을 비롯해 가스파르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죄르지 리게티 무반주 첼로 소나타, 졸탄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들려줄 예정이다.
  • [김동언의 공연예술 이야기] 신춘음악회

    [김동언의 공연예술 이야기] 신춘음악회

    봄이다.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꽁꽁 언 대지를 뚫고 돋아나는 여린 새순과 피는 꽃은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다. 절기의 순환, 저절로 찾아오는 의미 없는 계절이 아니다. 봄은 생명력의 신비를 일깨우는 시간이며 공간이다. 그러니 그냥 봄이 아니라 새봄이다. 신춘(新春)이다. ‘봄은 기적’이다. 박노해 시인의 시처럼. 계절이 가진 특별한 의미와 분위기라는 시의성(時宜性)은 오랫동안 공연기획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의 탄생이나 서거 등이 시의성을 적극 활용한 기획공연의 예다. 또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에 맞춘 신년음악회, 송년음악회, 제야음악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기적 같은 새봄이 공연기획의 소재로 활용된 사례가 신춘음악회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활용한 신춘음악회는 음악가와 단체들이 의욕적으로 마련하는 기획공연이다. 해마다 3월이면 신춘음악회를 알리는 각종 홍보물이 나붙고,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공연장은 활기가 넘친다. 그런데 1월의 신년음악회는 동장군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와중이어서인지 새로운 기운을 충분히 느끼기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본격적인 신년 공연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아무래도 신춘음악회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신춘음악회라는 용어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정확한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여러 기록에 따라 일제강점기에 시작됐다는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일제 식민지 시대의 신춘음악회는 조선인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독립의 의지 강화에 중요한 방식으로 활용됐다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억압받던 조선인들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저항과 독립의 의지를 담아내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1923년 2월 2일자 조선일보에 처음으로 신춘음악회 소식이 실렸다. ‘1923년 2월 3일 저녁 7시 30분 종로 기독교청년회(현 YMCA) 대강당에서 경성악대의 서곡, 배화여학교의 합창, 서울악우회의 4중창, 피아노 독주, 단소 연주, 독창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기사였다. 1925년 4월 17일자 동아일보에서는 원산의 독서인클럽이 주최한 신춘동양인음악회에 500여명의 관객이 몰려들어 대성황을 이루었다는 기사가 확인된다. 1925년 3월 16일자 조선일보도 진주에서 개최된 신춘음악회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미 1920년대에는 신춘음악회가 전국적으로 개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춘음악회는 서양 음악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선구적인 음악가들에 의해 새로운 서양 음악 장르를 소개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식민지라는 상황에서도 예술을 통해 조선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문화운동이기도 했다. 신춘음악회는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1950년대부터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신문, 방송사들이 마련한 굵직한 신춘음악회는 신진 음악가들에게 중요한 무대를 제공하는 동시에 최정상 연주자들이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로 활용되면서 성악, 국악, 오케스트라, 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음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100년을 넘게 이어오며 하나의 브랜드가 된 신춘음악회가 해마다 우리 삶에 넘치는 활력과 기쁨의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김동언 경희대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
  • 꿈 잃은 심장 향한 ‘빈 살롱’의 꽉찬 외침… 도전의 설렘으로 채워 보라! [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꿈 잃은 심장 향한 ‘빈 살롱’의 꽉찬 외침… 도전의 설렘으로 채워 보라! [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낭만 하면 떠오르는 공간, 살롱문학, 철학, 예술, 어떤 주제든토론하고, 연주하고, 상상하던 곳‘살롱의 슈퍼스타’ 조르주 상드사랑하고 연결하고, 뜨거웠던‘열린 예술의 유토피아’로 자리매김그저 휴식의 공간 넘어당장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역동적 실천 잃지 말라는거대한 울림 진동하는 ‘미래 꿈터’ ‘낭만’이라고 하면 당신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현실에서 허락되지 않은 온갖 꿈들이 떠오른다. 이루어지지 못할 꿈이라도,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싶은 마음. 젊은 시절의 열정과 이상을 간직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아직은 늦지 않았다’며 서로의 꿈을 무조건 응원해 주는 모임이라도 만들고 싶다. 꼭 엄청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그저 축하하고 싶은 사소한 기쁜 일이라도 생기면, 아는 사람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들,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다 초대해 작은 파티를 벌이고 싶은 마음. 그리하여 낭만 하면 떠오르는 공간은 ‘살롱’(Salon)이다. 문학과 철학과 예술에 대해 언제든 마음 내키는 대로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 수 있는 곳. 누군가는 피아노를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누군가는 열띤 토론을 하고, 누군가는 차를 마시며 차분히 책을 읽어도, 서로의 ‘자기다움’을 해치지 않는 그런 자유로운 모임이 가능한 곳. 내게 그런 ‘낭만적인 꿈’을 되찾아준 곳이 바로 19세기 ‘살롱’의 성지, 파리의 낭만주의 미술관(La Musée de la Vie Romantique)이다. 해외에서 너무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 ‘이런 곳이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잠 못 이룰 때가 많았다. 높이나 규모 면에서는 이제 한국도 아쉬울 것이 없지만, 걸작이 셀 수 없이 많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 같은 곳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부러움이 앞선다. 방대한 컬렉션과 뛰어난 작품성, 역사적 의미까지 한데 어우러져 있는 박물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럴 때 나는 ‘작가들의 집’을 상상해 본다. 멋진 예술가가 살았던 집을 도시 한복판에 복원하는 것은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복원에는 ‘창조적 시선’이 필요하다. 단지 어떤 유명한 예술가의 유품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예술가의 삶이 지금 여기의 우리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내게 그런 상상을 가능하게 해 준 곳이 바로 파리 낭만주의 미술관이었다. 화가 아리 셰퍼의 집이자 아틀리에였던 이곳을 국가에서 매입해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파리 낭만주의미술관. 이 아름다운 미술관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셰퍼 자신만이 아니라 ‘19세기의 프랑스 낭만주의’ 그 자체였다. 그때 그 시절의 낭만주의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 주는 인물이 바로 작가 조르주 상드였다. ‘쇼팽의 연인’으로도 알려진 상드의 유품들과 초상화가 이 낭만주의 미술관의 하이라이트다. 조르주 상드가 19세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작가로서의 뛰어난 재능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기적으로 ‘살롱’을 개최해 예술과 문학과 철학적 비전을 나누었던 당시 아티스트들의 열정 때문이기도 했다. 이곳은 19세기 낭만주의 미술의 컬렉션 기능도 하면서 ‘살롱의 슈퍼스타, 조르주 상드의 유품이 남아 있는 집’으로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음악과 미술, 문학과 철학에 관한 온갖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고,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새로운 우정과 사랑과 연대감이 싹트던 공간. 그곳에서 상드는 예술가들의 수많은 인연의 네트워크를 가능케 한 명실상부한 살롱의 중심이었다. 지금은 방문객들이 향기로운 베이커리와 커피, 차를 즐기며 예술의 거리 몽마르트르의 낭만을 누릴 수 있는 것 또한 이곳의 장점이 됐다. 과거와 현재의 뜨거운 만남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런 공간의 공통점이다. 우리도 지역마다 그 지역 태생 예술가의 삶을 기념하고, 관람객들이 자신의 꿈을 대입해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예술가가 남긴 유품이나 작품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것이 어렵다면 젊은 작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오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곳은 파리 예술가들의 아늑하고도 풍요로운 아지트였다. 1830년 셰퍼는 이 집에 거주하면서 화가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이 동네는 수많은 화가들과 작가들로 붐볐다. 그는 정기적으로 금요일 밤 살롱을 열어 이웃과 예술가들을 초대해 창의성과 동지애를 나누는 저녁 시간을 가졌다. 작가 조르주 상드와 그녀의 파트너이자 작곡가인 쇼팽은 살롱의 단골이었다. 다른 유명한 손님으로는 들라크루아, 앵그르,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있었다. 셰퍼의 집은 활기가 넘쳤고, 셰퍼는 친구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셰퍼가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네덜란드의 화가가 프랑스의 화가들이나 영국의 작가까지 초청해 매주 자신의 공간과 비용을 기탄없이 내주며 예술가들의 공동체, 살롱을 이끌어 갔다는 사실이 더욱 이 공간을 ‘열린 예술의 유토피아’로 느껴지게 만든다. 상드, 쇼팽, 들라크루아, 리스트, 로시니, 디킨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아름다운 살롱의 주인공이었고, 특히 상드는 프랑스 낭만주의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녀의 초상화, 쇼팽과 리스트가 연주하던 피아노, 사람들이 앉고, 이야기하고, 박수를 쳤던 각종 의자와 테이블들, 그들이 나누었던 손편지와 온갖 장신구들까지, 이곳에 아름답게 전시돼 있다. 평생 낭만과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조르주 상드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녀의 글 속에 ‘마음 속의 눈부신 젊음’을 유지하려는 온갖 노력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 “노년까지 영혼을 젊고 떨리는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죽음 직전까지 삶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것이 자신의 재능과 내면의 행복을 계속 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해체를 향한 내리막길로 여기는 것은 실수입니다. 그 반대가 사실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놀라운 속도로 오르막길을 오르게 됩니다.” “나는 다시 결혼하느니 차라리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보내고 싶다.” “쇼팽의 선물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가장 깊고 충만한 느낌과 감정의 표현입니다. 그는 하나의 악기가 무한의 언어를 말하게 했다.”(내 인생의 이야기: 조르주 상드의 자서전)“이 세상 단 하나의 행복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라고 선언했던 조르주 상드는 평생 무려 4만여통에 가까운 편지를 썼다고 한다. 편지에서 다루는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심오하다 보니 그녀의 편지가 바로 프랑스의 역사는 물론 유럽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료(史料)가 된다고 한다.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의 수가 무려 2000여명이라고 하니, 조르주 상드라는 존재가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과 교분을 나누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연인과 친지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수평적 인연으로 얽혀 있는 그녀의 편지는 아직도 새롭게 발굴되는 중이라고 하니, 사랑과 우정을 향한 그녀의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 것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녀의 사랑은 곧 창작의 불꽃이 됐다. 그 뜨거운 사랑은 자신의 창작뿐 아니라 연인의 창작에도 불씨를 지피는 것이었다. 그녀의 사랑을 받았던 뮈세도, 쇼팽도, 그녀와 함께할 때 수많은 걸작들을 창조했다. 사랑은 낭만주의의 불꽃이었고, 사랑으로부터 음악과 미술과 문학 그리고 혁명을 향한 갈망까지 함께 불타오르곤 했다. 상드가 일으킨 혁명은 바로 여성도 얼마든지 남자와 다름없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전 유럽에 전파하는 것이다. ‘쇼팽의 연인’, ‘쇼팽의 푸른 노트’, ‘디자이어 오브 러브’, ‘파리에서의 마지막 키스’ 등 조르주 상드의 인생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은 어떻게 한 여성에게서 이토록 다채로운 인연의 불꽃이 타오를 수 있는지를 다채로운 각도로 보여 준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패션이었던 ‘여성의 바지 차림’은 조르주 상드가 일으킨 또 하나의 패션 혁명이었으며, 격식과 억압에 짓눌린 여성의 몸을 해방시키기 위한 용감한 실험이었다. 그녀는 남장을 하고 곳곳을 누비며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은 공간들을 점유했다. 남에게 보이는 모습은 파격과 실험이 많았지만, 그녀의 내면에서 가장 많이 흘러넘치는 감정은 친절과 다정함이었다. 조르주 상드의 일기와 편지 곳곳에는 그녀를 살롱의 슈퍼스타로 만든 ‘인간관계의 비밀’이 넘쳐 난다. “그 보물, 친절을 내면에서 잘 지키십시오. 주저 없이 베푸는 법, 후회 없이 실패하는 법, 비열하지 않게 목표를 성취하는 법을 알아 두세요.” 그녀는 세상이 자신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자유로운 생각까지 묶어 놓을 수는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젊고 싱그러운 영혼을, 사랑할 줄 아는 영혼을, 언제든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영혼을 간직하고 싶어 했다. 가끔은 사람들이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을 벗어나 상상하고, 토론하고, 마음껏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남들의 비웃음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제 갈 길만 바삐 걸어간 돈키호테처럼.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다다를 수 없는 별에 다다르고 싶은 끝없는 갈망. 낭만은 ‘도달할 수 없는 꿈’을 떠올리게 하지만, 또 그런 낭만을 품고 살아가는 삶에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겠지’ 싶은 아스라한 희망을 암시한다.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잊어버린 모든 꿈들. 이성과 합리성의 이름으로 가로막았던 모든 것들.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하겠다며 미루고 또 미뤄 왔던 모든 꿈들. 막상 여유가 생길지라도 ‘더 중요한 일들’ 때문에 결국 미뤄지는 것들. 우리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그런 ‘낭만적인 꿈들’을 이뤄 낸 사람들이 여전히 내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그 정도 예산과 그 정도 재능으로는 아직 안 된다며 포기했던 그 모든 꿈들을 향한 도전을, 지금 여기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시작해 보자. 우리들의 힐링 스페이스는 그저 휴식을 취하는 아늑한 공간만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마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선물하는 곳이 아닐까. 낭만주의 미술관은 다시금 우리의 ‘꿈을 잃은 심장’을 향해 외치는 것 같다. 다시 꿈을 꾸어 보라고. 지금 당장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결코 불가능한 꿈을 향한 도전의 설렘을 잃지 말아 달라고.
  • 빈 교실을 댄스·음악 연습실로… 은평 ‘내가 그린 공감학교’ 인기

    빈 교실을 댄스·음악 연습실로… 은평 ‘내가 그린 공감학교’ 인기

    “예전에는 빈 교실이었는데 지금은 댄스 연습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뀐 거죠. 진짜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 줄 거라고는 사실 믿지를 않았는데….”(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메디텍고등학교 A군) 은평구가 추진하는 학교 공간혁신 프로젝트인 ‘내가 그린 공감학교’ 사업이 학생들과 학부모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1년 시작된 내가 그린 공감학교는 학교 내 오래되고 방치된 공간을 학생이 직접 원하는 공간으로 디자인하는 사업이다. 구 관계자는 “어른들 시선이 아닌 아이들 시선으로 자신들이 필요한 공간을 계획하다 보니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은평구는 23억 8000만원을 투입해 14개 학교에서 이 사업을 진행했다. 선정된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로 구성된 자체 디자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자신들이 원하는 시설물을 디자인했다. 공간을 구성하다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건축 전문가가 해결사로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대조동에 있는 대은초등학교의 도서관은 낡은 책걸상만 덩그러니 있었는데 공감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편하게 학습과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또 구산동 예일여고 빈 교실은 드럼과 피아노가 있는 음악연습실로, 메디텍고등학교의 빈 교실은 댄스 연습 등 동아리 활동과 휴식이 가능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공간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바뀌고 있다. 진관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우리 의견대로 학교 공간이 바뀌니까 성취감도 느껴지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면서 “다음에도 이런 프로젝트가 있으면 적극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사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TF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91%나 됐고, 시설을 사용하는 이들의 만족도는 73.2%나 됐다. 구는 올해도 7억원을 투입해 5개 학교에서 공감학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올해는 경쟁이 더 치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내가 그린 공감학교는 아이들이 원하는 공간을 찾고 상상하며 그 공간에 맞는 빛깔과 쓰임새를 디자인하는 참여형 프로젝트”라며 “버려지고 낡은 공간을 꿈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학창 시절에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 주고 있다. 올해도 많은 학교에서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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