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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을 읽은 다음엔…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마(김광일 지음,이가서 펴냄) 일간지 문학담당기자가 쓴 104편의 북리뷰와 인터뷰 모음집.“소설과 시를 읽으면서 가슴에 문질러 놓은 그 감동의 무늬”를 ‘황홀’하게 고백하고 있다.1만 4000원. ●2백년의 아이들(오에 겐자부로 지음,이송희 옮김,문학수첩 펴냄) 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팬터지 동화.소설가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미국 연수를 떠난 중 아버지 고향의 숲속 마을에서 방학을 보내는 삼남매의 모험.8500원. ●문학의 새로운 이해(박진·김행숙 지음,청동거울 펴냄) 신세대 문학박사들이 함께 지은,재미있는 문학개론서.기본개념에서 대중문화와의 관련성 등을 아우르며 문학 안팎의 변화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포착한다.1만 5000원. ●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와 모험(가와카미 히로미 지음,오근영 옮김,청어람미디어 펴냄)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의 첫 연애소설집.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 열 명의 회상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모색.9000원. ●뮌헨의 전차 기관사(루트 리프 지음,이정언 옮김,시아출판사 펴냄) 독일 여자 전차기관사의 눈에 비친 시민들의 이야기.전차라는 공간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을 예쁜 그림을 곁들여 에피소드 형식으로 들려준다.8500원.˝
  • 허위사실유포 김경재의원 구속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김정기 부장검사)는 27일 지난 대선때 동원산업이 노무현 후보 캠프에 50억원을 제공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민주당 김경재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현역 국회의원이 폭로성 발언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돼 구속되기는 처음이다. 김 의원은 지난 1월27일 KBS 1라디오 방송에 출연,“김대평 금융감독원 국장이 은행에서 빌린 1조원을 증시에 투자,이자만 2000억원을 남겼다.”고 주장한데 이어 이틀뒤 민주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동원산업이 노 후보의 요구로 노후보 캠프에 50억원을 제공했다.”며 의혹을 제기,김 국장과 동원산업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검찰은 “김 의원의 발언 내용이 구체적이지만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이명랑·심윤경 장편 나란히 출간

    문단의 촉망받는 젊은 여성작가 이명랑(31)과 심윤경(32)이 나란히 장편 소설 ‘나의 이복형제들’(실천문학사)과 ‘달의 제단’(문이당)을 냈다.소재와 작품 속 시공간은 다르지만 성숙한 시선으로 삶의 본질을 캐려는 눈길은 닮았다.둘다 자기만의 독특한 문체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을 보여준다. ●‘나의 이복형제들’ 2년 전 ‘삼오식당’에서 영등포시장 상인들의 일상생활을 능청스러운 해학과 기지로 그리면서 삶의 난장을 빼어나게 묘사했던 이명랑.그의 시선이 이번에는 시장 안에서 더 밑으로 내려갔다.시장 상인들은 배경음악 정도로 뒷전에 처리하고 떠돌이 일용직 등 더 버림받고 주변부에 놓인 인물들의 삶을 돋을새김한다. 소설은 따로 읽어도 자연스러운 여섯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졌다.신내림의 운명을 포기하고 집을 나와 떠도는 열일곱살 소녀 영원을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내세워 소녀의 눈에 비친 신산한 삶을 정밀묘사한다. 서울상회 ‘협동합시다’ 아저씨의 배려로 과일가게에서 일하는 영원에게 ‘깜뎅이’ 인도인 노동자,근육수축병에 걸린 불구의 춘미 언니,조선족 다방 여종업원,난쟁이 왕눈이 등은 모두 애증이 교차하는 ‘이복 동생’이다. 영원은 그들 모두가 징그럽고 눈에 거슬리는 존재라 처음에는 뜨악하게 반응하지만 갈수록 그들의 상처에 공감한다.나아가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친구·동생·누이처럼 상처를 달래주고 생의 의지를 불어넣으려고 노력한다.겉으로 보기엔 비루한 삶 속에서 생의 열정과 의지를 발견하는 작가의 노력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달의 제단’ 2002년 성장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심윤경의 상상력이 이번엔 고색창연한 세계로 뻗었다.종손으로 문중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할아버지와 서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손자의 갈등을 축으로 상식을 넘어서서 명분에 집착하는 빗나간 열정의 허망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의 두 이야기를 넘나들며 진행된다.바람둥이 생모,자살한 아버지 등의 태생적 상처를 지닌 종손 상룡과 문중의 전통에 대한 맹목적 애정을 지닌 할아버지의 갈등이 한 축이고 다른 하나는 상룡의 10대 조모인 안동김씨가 친정 할머니와 주고받은 언찰(諺札)이다. 상룡이 해독한 편지는 가문의 계통이 의심스러운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시공을 초월해 존재하는 맹목적 열정과 그것이 부른 희생을 증언한다.문중의 명예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할아버지의 강요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혼하고 재혼한 뒤에 자살한 상룡의 아버지와 편지 속 안동김씨 할머니가 아들과 서방을 건사하지 못한 이유로 시아버지에게 자진하라는 명을 받는 것은 맥이 통한다. 언문 형식의 편지를 끈질기게 해석한 작가의 노력에 힘입어 세대를 달리한 신구 가치의 대립이라는 본질은 현재형으로 다가온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품종 로열티 비상 (下)]로열티부담 생산원가의 20%

    5월을 보내며 ‘5월의 여왕’ 장미꽃 재배농가는 오히려 우울하다.‘어버이날’·‘로즈데이’·‘스승의 날’ 등이 이어져 장미 출하가 연중 가장 많은 달이지만 경기침체로 수요가 준데다,외국계 육종회사의 집요한 로열티 요구에 맞서 치르는 ‘장미전쟁’이 버겁기만 하다. ●‘빚을 내 빚갚는 악순환’ 시달려 정부는 지난 1994년 농산물 수입개방의 파고를 넘을 대체작목으로 화훼재배를 적극 권장,농가에 모두 4조원을 지원했다.이중 1조원을 8000여 장미농가에 풀었다.농가는 지원금 중 50%를 보조받았지만 30%의 융자와 사실상 대부분 부채로 마련한 20%의 자부담이 현재 거의 다 빚으로 남았다.한국장미생산자협회에 따르면 대출금을 상환한 농가는 3%에 불과하다.대부분의 농가가 1억∼2억원의 부채를 지고 ‘빚을 내 빚을 값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사정이 이처럼 된 데는 장미시장에 대한 정부의 장기 수요예측이 빗나가 공급과잉 현상을 빚었기 때문이다.10년 전인 94년 장미값은 겨울철 1단(10송이)에 농가출하 가격으로 5000원 선이었으나,지금은 오히려 3000∼4000원으로 떨어졌다.여기에 2002년 우리나라가 국제식물신품종동맹협의회(UPOV)의 50번째 가입국이 되면서 ‘로열티’가 발등의 불로 대두됐다.신품종 장미 육종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무는 로열티는 장미 한 그루에 1달러나 1유로(약 1400원)이다. 장미는 모종을 심어 보통 3∼4년 수확,다시 심는데 이때 로열티를 또 물어야 한다.한 그루에서 1기작에 평균 4송이씩 한해에 4∼5기작을 해 꽃을 따므로 3∼4년 동안 따는 장미는 평균 70송이.여름철 송이당 출하가가 50원,겨울철 400원이므로 로열티 부담이 사실상 생산원가의 20%에 이른다. 현재 전국의 장미농은 1000여명.이중 400 농가의 농민들이 로열티를 물고 있다.나머지 농가는 로열티를 내지 않고 무단 재배를 하거나,구품종 빨간장미를 주로 심는다. 농가들은 “1000평 기준으로 연간 평균 로열티가 1000만원에 이르고 그루당 삽목비 700∼800원,연간 비닐하우스 난방용 기름값 1700만원 등의 영농비를 합치면 생산원가가 4000만원을 웃돌아 대출금을 갚을 돈이 없다.”고 말한다.한국장미생산자협회 석진완(56) 회장은 “법률에 무지한 농민들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로열티를 무는 예도 있고,육종회사의 불공정거래와 당국의 직무유기적 행정으로 이중삼중의 손해와 고통을 겪는다.”고 주장한다. ●외국 육종회사 농가상대 소송 남발 현재 국내에 진출한 장미육종회사와 에이전트들은 비탈·샤샤가 대표품종인 독일 코로데스사의 코로사㈜와 네덜란드산 레드칼립소·듀오니크 등을 분양하는 기흥통산㈜,역시 네덜란드산 로즈유미·아쿠아를 취급하는 다고원예,이탈리아산 미스파리·뉴패션 품종을 앞세운 대양종묘㈜ 등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장미 농가를 상대로 로열티 관련 민·형사 소송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전남 강진 김모(55)씨 등 19명은 지난 3월 코로사로부터 샤샤를 불법재배했다는 이유로 종자산업법 위반으로 피소됐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그러나 앞서 지난해 12월 레드칼립소 불법재배로 고소된 김모(47)씨 등 강진지역 농민 9명은 에이전트 기흥통산과 그루당 1300원의 로열티를 물기로 합의했다. 반대로 고양시의 최모(56)씨는 다고원예의 레드챔프 품질 과대광고를 믿고 분양받았다가 농사를 망쳤다며 지난해 8월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파주의 최모(46)씨와 전남 담양의 이모(53)씨 등 50명은 지난 3월 말 기흥통상이 2002년 레드칼립소 30만주를 한정 분양한다고 약속하고 실제로 80만주를 분양,시장의 물량과다로 가격이 떨어지는 사기를 당했다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냈다. 장미생산자협회는 또 2002년 국립종자관리소가 레드칼립소의 출원등록 이전 1년여에 걸쳐 품종의 균일성과 안전성을 확인할 실증재배를 제대로 하지 않고 등록을 받아줬다며 80여 농가의 연명으로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도록 출원등록 해지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국립종자관리소 관계자를 직무유기로 고발하기로 결의했다.레드칼립소는 실증재배 기간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출원기준에는 꽃지름이 8㎝로 돼 있으나 재배현장에선 6.5㎝에 불과한 등 품질이 현저하게 차이가 있다는 것.그러나 국립종자관리소 이병묵 품질심사과장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실증재배를 거쳐 레드칼립소의 균일성·구별성 등을 종합 판단한 것으로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장미협회는 이와함께 4개 육종회사가 로열티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상당부분 누락,부가세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가 있고 법정대응이나 불리한 진술을 하는 농가엔 묘종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담합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다. 국내 장미 농가가 그동안 50여개 장미 신품종에 지급한 로열티가 80억원에 이른다.농가들은 정부가 2003년 3월 종자보호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불법재배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넣지 않았다가 불법재배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조항을 삽입,농민들을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치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작목입식비 지원과 육종육성책이 우선 고양시 덕양구 선유동의 장미재배농가 정찬덕(53)씨는 “6월부터 연말까지는 장미 비수기로 출하량이 격감,대부분 농가가 은행 이자 내기도 힘들 것”이라며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정씨는 “토양·기후가 사뭇 다른 외국 품종에 대해 등록출원 조건을 강화하는 등 종자산업법이 개편돼야 하고,WTO 규정을 벗어나 지급이 가능한 ‘작목입식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작목입식비는 현재 경기도 고양,충북 진천,충남 태안 등 일부 지자체에서만 지원된다. 장미협회 석 회장은 “선진국은 식물전쟁을 예견,15년 전부터 막대한 투자를 해왔지만 우리 정부는 ‘로열티’라는 단어도 모르던 농민들이 갑자기 줄줄이 민·형사고발을 당할 때까지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트로이 장르/예매율 서사액션/78.2%(15세) 감독/배우는 볼프강 페터슨/브래드 피트·에릭 바나·올란도 블룸·다이안 크루거 어떤 줄거리 신화 속 트로이 전쟁을 멜로와 액션으로 포장. 이래서 좋아 ‘마초영웅’이 된 근육질의 브래드 피트. 이래서 별로 신화에 충실한데,스토리 압축미는 떨어지네. 홈피 반응은 “…” ●하류인생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8.6%(15세) 감독/배우는 임권택/조승우·김민선 어떤 줄거리 50년대 후반∼70년대초 한 건달의 삶을 통해 격동의 현대사 조명. 이래서 좋아 빠른 장면전환 속 액션을 보노라면 야성미가…. 이래서 별로 에피소드만 이어붙여 밋밋한 전개엔 어쩐지…. 홈피 반응은 “장면마다 군더더기 없이 엑기스만…” ●효자동 이발사 장르/예매율 휴먼드라마/7.1%(15세) 감독/배우는 임찬상/송강호·문소리·이재응 어떤 줄거리 대통령 이발사가 된 한 소시민의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 이래서 좋아 밀도있는 송강호의 부성애 연기. 이래서 별로 굴절된 현대사가 픽션에 애매하게 가려졌네∼ 홈피 반응은 “온국민이 봐야 할 영화같네요.” ●아라한 장풍대작전 장르/예매율 무협액션/2.6%(15세) 감독/배우는 류승완/류승범·윤소이·안성기·정두홍 어떤 줄거리 평범한 순경이 도(道)를 깨달아 도시를 구하는 이야기. 이래서 좋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사실액션. 이래서 별로 도대체 왜 득도(得道)해야 되지? 홈피 반응은 “윤소이 언니,포스터가 너무 멋져요.” ●클레멘타인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1.2%(15세) 감독/배우는 김두영/이동준·김혜리·스티븐 시걸 어떤 줄거리 이종격투기 선수의 삶의 곡절과 가족이야기. 이래서 좋아 할리우드 액션스타 스티븐 시걸이 ‘잠깐’ 나온다나? 이래서 별로 액션,멜로,신파의 짬뽕. 홈피 반응은 “…” ●범죄의 재구성 장르/예매율 범죄스릴러/0.9%(18세) 감독/배우는 최동훈/박신양·백윤식·염정아 어떤 줄거리 5명의 사기꾼들,한국은행을 털다. 이래서 좋아 치밀한 이야기 구성,흠잡을 데 없는 연기. 이래서 별로 화끈한 범죄스릴러가 되기엔 약한 반전. 홈피 반응은 “스피디한 전개,매혹적인 시나리오” ●킬 빌 2 장르/예매율 액션/0.8%(18세) 감독/배우는 쿠엔틴 타란티노/우마 서먼·데이비드 캐러딘·마이클 매드슨 어떤 줄거리 보스에게 버림받은 여성 킬러의 복수극. 이래서 좋아 마카로니 웨스턴과 홍콩 무협이 손잡은 액션. 이래서 별로 타란티노의 ‘발칙한 상상’은 대체 어디로 갔지? 홈피 반응은 “무엇보다 영화음악이 짱!”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장르/예매율 로맨틱 드라마/0.3%(18세) 감독/배우는 홍상수/김태우·유지태·성현아 어떤 줄거리 대학 선후배가 사랑한 한 여자의 과거와 현재. 이래서 좋아 일상적 대화에서 재미를 끄집어내는 유머와 재치. 이래서 별로 말을 다하지 못하고 끝내 버린 듯한 아쉬움. 홈피 반응은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홍 감독의 작품”˝
  • 헌재결정문 요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2004년 5월14일 대통령(노무현)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I.탄핵소추의 적법여부 1.국회에서의 충분한 조사 및 심사가 결여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물론,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기 전에 소추사유에 관하여 충분한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국회법 규정에 의하면 조사의 여부를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이 사건에서 국회가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2.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피청구인은 “이 사건 탄핵소추를 함에 있어서 청구인은 피청구인에게 혐의사실을 정식으로 고지하지도 않았고 의견제출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적법절차원칙’이란,국가공권력이 국민에 대하여 불이익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 국민은 자신의 견해를 진술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절차의 진행과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원리를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국회의 탄핵소추절차는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이고,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의하여 사인으로서의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이다.따라서 국가기관이 국민과의 관계에서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법원칙으로서 형성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국가기관에 대하여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소추절차’에는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그 외 달리,탄핵소추절차와 관련하여 피소추인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요청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국회의 탄핵소추절차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은 이유없다. 3.그 외 탄핵소추가 부적법하다는 주장도 이유없다. Ⅱ.헌법 제65조의 탄핵심판절차의 본질 헌법 제65조는 집행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국민에 의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인 것이다. 헌법 제65조는 탄핵소추의 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대한 위배’로 명시함으로써 탄핵절차를 정치적 심판절차가 아니라 규범적 심판절차로 규정하였고,이에 따라 탄핵소추의 목적이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법위반을 이유로 하는’ 대통령의 파면임을 밝히고 있다. Ⅲ.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아래에서는 국회 탄핵소추의결서에서 기재된 소추사유를 유형별로 나누어,각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1.2004년 2월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2004년 2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가.대통령도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무원인지에 관하여 (1)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지위를 규정하는 헌법 제7조 제1항,자유선거원칙을 규정하는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 및 정당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116조 제1항으로부터 나오는 헌법적 요청이다.공선법 제9조는 이러한 헌법적 요청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법규정이다. (2)따라서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이란,위 헌법적 요청을 실현하기 위하여 선거에서의 중립의무가 부과되어야 하는 모든 공무원 즉,구체적으로 ‘자유선거원칙’과 ‘선거에서의 정당의 기회균등’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공무원을 의미한다.그런데 사실상 모든 공무원이 그 직무의 행사를 통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여기서의 공무원이란 원칙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공무원 즉,좁은 의미의 직업공무원은 물론이고,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통하여 국가에 봉사하는 정치적 공무원을 포함한다. (3)다만,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이자 선거운동의 주체로서의 지위로 말미암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될 수 없으므로,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국가의 중립의무에 의하여 보장된 ‘정당간의 자유경쟁’에서 국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로서 선거운동의 주역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4)따라서 선거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모든 공직자에게 해당하는 공무원의 기본적 의무이다.더욱이,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총괄·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당연히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직자에 해당하는 것이고,이로써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포함된다. 나.이 사건의 경우,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1)여기서 문제되는 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의 발언은 공직자의 신분으로서 직무수행의 범위 내에서 또는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2)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면,정당과 후보자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기초로 하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개입하여 이를 왜곡시키는 것이며,동시에 지난 수년 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꾸준히 지속해 온 정당과 후보자의 정치적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킴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다.그런데 이 부분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반복하여 특정 정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나아가 국민들에게 직접 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에 임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때에,공정한 선거관리의 궁극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대통령직의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써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 2.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를 규정하는 공선법 제60조에 위반되는지의 여부 공선법 제58조 제1항은 ‘당선’의 기준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의 개념을 정의함으로써,‘후보자를 특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선거운동의 요건으로 삼고 있다.그러나 이 사건의 발언이 이루어진 시기인 2004년 2월18일과 2004년 2월24일에는 아직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후보자의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여기서 문제되는 대통령의 발언들은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수동적이고 비계획적으로 행해진 점을 감안한다면,대통령의 발언에 선거운동을 향한 능동적 요소와 계획적 요소를 인정할 수 없고,이에 따라 선거운동의 성격을 인정할 정도로 상당한 목적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그렇다면 피청구인의 발언이 특정 후보자나 특정 가능한 후보자들을 당선 또는 낙선시킬 의도로 능동적·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3.그 외 총선과 관련한 발언으로서,2003년 12월19일 ‘리멤버 1219’ 행사에서의 발언,2003년 12월24일 전직 비서관과의 청와대 오찬에서의 발언,2004년 1월14일 연두기자회견에서의 발언,2004년 2월5일 강원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의 발언 등은 모두,허용되는 정치적 의견표명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 4.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위반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가 이미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헌법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를 감안하여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에서 이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이러한 헌법의 정신에 의한다면,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인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발표한 내용은 그 취지에 있어서,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면서,현행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한 것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대통령이 현행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하고 법률의 합헌성과 정당성에 대하여 대통령의 지위에서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의무와 부합하지 않는다.물론,대통령도 정치인으로서 현행 법률의 개선방향에 관한 입장과 소신을 피력할 수는 있으나,어떠한 상황에서,어떠한 연관관계에서 법률의 개정에 관하여 논의하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대통령이 선거법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서 현행 선거법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법률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대통령의 이러한 언행은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는 다른 공직자의 의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나아가 국민 전반의 준법정신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법치국가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대통령 스스로가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지 않는다면,다른 공직자는 물론,국민 누구에게도 법의 준수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5.2003년 10월13일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부의권을 부여하고 있다.국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안에 대한 결정’ 즉,특정한 국가정책이나 법안을 그 대상으로 한다.따라서 국민투표의 본질상 ‘대표자에 대한 신임’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우리 헌법에서 대표자의 선출과 그에 대한 신임은 단지 선거의 형태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의 형태로 묻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민투표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물론,대통령이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를 단지 제안만 하였을 뿐 강행하지는 않았으나,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국민들에게 제안한 것은 그 자체로서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을 실현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6.대통령이 2003년 4월25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고영구 국가정보원장에 대하여 부적격 판정을 하였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아니한 행위,2003년 9월3일 국회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결의안을 의결하였음에도 이를 즉시 수용하지 아니한 행위는 헌법이 규정하는 권력분립구조 내에서의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행사에 해당하거나 또는 헌법규범에 부합하는 것이며,국회에 대한 비하적 발언은 정치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것은 아니다. 7.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 가.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라고 하여,탄핵사유의 요건을 ‘직무’집행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위 규정의 해석상 대통령의 직위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범한 법위반행위만이 소추사유가 될 수 있다. 나.썬앤문 및 대선캠프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에 관하여 이 부분 소추사유들은 피청구인이 2003년 2월25일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집행과 무관함이 명백하므로 나아가 피청구인이 그러한 불법자금 수수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필 것 없이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측근비리에 관하여 이 부분 소추사유 중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최도술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삼성 등으로부터 4억 700만원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안희정이 2003년 3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10억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여택수 및 양길승에 관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사건 변론절차에서 현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청구인이 위 최도술 등의 불법자금 수수 등의 행위를 지시·방조하였다거나 기타 불법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부분 소추사유는 이유없다. 8.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 및 경제파탄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의 취임선서의무를 규정하면서,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언급하고 있다.비록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하나,‘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는 달리,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로 제한하고 있고,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법적인 관점에서 단지 탄핵사유의 존부만을 판단하는 것이므로,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여부는 그 자체로서 소추사유가 될 수 없어,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9.소결론:법위반이 인정되는 대통령의 행위 (가)대통령의 2004년 2월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2004년 2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위반하였다. (나)2004년 3월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는 법치국가이념에 위반되어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에 위반하였고,2003년 10월13일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행위는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수호의무에 위반하였다. Ⅳ.대통령을 파면할 것인지의 여부 1.헌법재판소법은 제53조 제1항에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당해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위 규정은 헌법 제65조 제1항의 탄핵사유가 인정되는 모든 경우에 자동적으로 파면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문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직무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위반을 이유로 파면을 해야 한다면,이는 피청구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 2.한편,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며,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국론의 분열현상 즉,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파면효과가 이와 같이 중대하다면,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이에 상응하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 3.‘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4.그런데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대통령의 법위반이 헌법질서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하여 본다면,대통령의 구체적인 법위반행위에 있어서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다. 따라서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또한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5.마지막으로,대통령의 권한과 정치적 권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것이며,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권한과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다. 특히,짧은 민주정치의 역사 속에서 국민의 헌법의식이 이제야 비로소 싹트기 시작하였고 헌법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직 국민 일반의 의식에 확고히 자리를 잡지 못한 오늘의 상황에서,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확고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자신 스스로가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함은 물론이고,다른 국가기관이나 일반 국민의 위헌적 또는 위법적 행위에 대하여 단호하게 나섬으로써 법치국가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Ⅴ.결론 1.이 심판청구는 탄핵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였으므로,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제36조 제3항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재판소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다.그러므로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평의의 비밀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이 있어야만 가능한데,탄핵심판에 관해서는 평의의 비밀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법률규정이 없다.따라서 이 탄핵심판사건에 관해서도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수 등을 결정문에 표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견해에 대하여,‘동법 제36조 제3항은 탄핵심판에 있어 의견을 표시할지 여부를 관여한 재판관의 재량판단에 맡기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반대의견도 표시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
  • 헌재결정문 요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2004년 5월14일 대통령(노무현)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I.탄핵소추의 적법여부 1.국회에서의 충분한 조사 및 심사가 결여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물론,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기 전에 소추사유에 관하여 충분한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국회법 규정에 의하면 조사의 여부를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이 사건에서 국회가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2.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피청구인은 “이 사건 탄핵소추를 함에 있어서 청구인은 피청구인에게 혐의사실을 정식으로 고지하지도 않았고 의견제출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적법절차원칙’이란,국가공권력이 국민에 대하여 불이익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 국민은 자신의 견해를 진술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절차의 진행과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원리를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국회의 탄핵소추절차는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이고,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의하여 사인으로서의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이다.따라서 국가기관이 국민과의 관계에서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법원칙으로서 형성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국가기관에 대하여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소추절차’에는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그 외 달리,탄핵소추절차와 관련하여 피소추인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요청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국회의 탄핵소추절차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은 이유없다. 3.그 외 탄핵소추가 부적법하다는 주장도 이유없다. Ⅱ.헌법 제65조의 탄핵심판절차의 본질 헌법 제65조는 집행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국민에 의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인 것이다. 헌법 제65조는 탄핵소추의 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대한 위배’로 명시함으로써 탄핵절차를 정치적 심판절차가 아니라 규범적 심판절차로 규정하였고,이에 따라 탄핵소추의 목적이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법위반을 이유로 하는’ 대통령의 파면임을 밝히고 있다. Ⅲ.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아래에서는 국회 탄핵소추의결서에서 기재된 소추사유를 유형별로 나누어,각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1.2004년 2월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2004년 2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가.대통령도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무원인지에 관하여 (1)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지위를 규정하는 헌법 제7조 제1항,자유선거원칙을 규정하는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 및 정당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116조 제1항으로부터 나오는 헌법적 요청이다.공선법 제9조는 이러한 헌법적 요청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법규정이다. (2)따라서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이란,위 헌법적 요청을 실현하기 위하여 선거에서의 중립의무가 부과되어야 하는 모든 공무원 즉,구체적으로 ‘자유선거원칙’과 ‘선거에서의 정당의 기회균등’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공무원을 의미한다.그런데 사실상 모든 공무원이 그 직무의 행사를 통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여기서의 공무원이란 원칙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공무원 즉,좁은 의미의 직업공무원은 물론이고,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통하여 국가에 봉사하는 정치적 공무원을 포함한다. (3)다만,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이자 선거운동의 주체로서의 지위로 말미암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될 수 없으므로,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국가의 중립의무에 의하여 보장된 ‘정당간의 자유경쟁’에서 국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로서 선거운동의 주역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4)따라서 선거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모든 공직자에게 해당하는 공무원의 기본적 의무이다.더욱이,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총괄·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당연히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직자에 해당하는 것이고,이로써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포함된다. 나.이 사건의 경우,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1)여기서 문제되는 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의 발언은 공직자의 신분으로서 직무수행의 범위 내에서 또는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2)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면,정당과 후보자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기초로 하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개입하여 이를 왜곡시키는 것이며,동시에 지난 수년 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꾸준히 지속해 온 정당과 후보자의 정치적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킴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다.그런데 이 부분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반복하여 특정 정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나아가 국민들에게 직접 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에 임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때에,공정한 선거관리의 궁극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대통령직의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써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 2.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를 규정하는 공선법 제60조에 위반되는지의 여부 공선법 제58조 제1항은 ‘당선’의 기준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의 개념을 정의함으로써,‘후보자를 특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선거운동의 요건으로 삼고 있다.그러나 이 사건의 발언이 이루어진 시기인 2004년 2월18일과 2004년 2월24일에는 아직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후보자의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여기서 문제되는 대통령의 발언들은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수동적이고 비계획적으로 행해진 점을 감안한다면,대통령의 발언에 선거운동을 향한 능동적 요소와 계획적 요소를 인정할 수 없고,이에 따라 선거운동의 성격을 인정할 정도로 상당한 목적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그렇다면 피청구인의 발언이 특정 후보자나 특정 가능한 후보자들을 당선 또는 낙선시킬 의도로 능동적·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3.그 외 총선과 관련한 발언으로서,2003년 12월19일 ‘리멤버 1219’ 행사에서의 발언,2003년 12월24일 전직 비서관과의 청와대 오찬에서의 발언,2004년 1월14일 연두기자회견에서의 발언,2004년 2월5일 강원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의 발언 등은 모두,허용되는 정치적 의견표명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 4.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위반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가 이미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헌법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를 감안하여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에서 이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이러한 헌법의 정신에 의한다면,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인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발표한 내용은 그 취지에 있어서,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면서,현행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한 것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대통령이 현행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하고 법률의 합헌성과 정당성에 대하여 대통령의 지위에서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의무와 부합하지 않는다.물론,대통령도 정치인으로서 현행 법률의 개선방향에 관한 입장과 소신을 피력할 수는 있으나,어떠한 상황에서,어떠한 연관관계에서 법률의 개정에 관하여 논의하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대통령이 선거법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서 현행 선거법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법률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대통령의 이러한 언행은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는 다른 공직자의 의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나아가 국민 전반의 준법정신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법치국가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대통령 스스로가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지 않는다면,다른 공직자는 물론,국민 누구에게도 법의 준수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5.2003년 10월13일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부의권을 부여하고 있다.국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안에 대한 결정’ 즉,특정한 국가정책이나 법안을 그 대상으로 한다.따라서 국민투표의 본질상 ‘대표자에 대한 신임’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우리 헌법에서 대표자의 선출과 그에 대한 신임은 단지 선거의 형태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의 형태로 묻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민투표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물론,대통령이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를 단지 제안만 하였을 뿐 강행하지는 않았으나,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국민들에게 제안한 것은 그 자체로서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을 실현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6.대통령이 2003년 4월25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고영구 국가정보원장에 대하여 부적격 판정을 하였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아니한 행위,2003년 9월3일 국회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결의안을 의결하였음에도 이를 즉시 수용하지 아니한 행위는 헌법이 규정하는 권력분립구조 내에서의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행사에 해당하거나 또는 헌법규범에 부합하는 것이며,국회에 대한 비하적 발언은 정치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것은 아니다. 7.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 가.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라고 하여,탄핵사유의 요건을 ‘직무’집행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위 규정의 해석상 대통령의 직위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범한 법위반행위만이 소추사유가 될 수 있다. 나.썬앤문 및 대선캠프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에 관하여 이 부분 소추사유들은 피청구인이 2003년 2월25일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집행과 무관함이 명백하므로 나아가 피청구인이 그러한 불법자금 수수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필 것 없이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측근비리에 관하여 이 부분 소추사유 중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최도술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삼성 등으로부터 4억 700만원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안희정이 2003년 3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10억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여택수 및 양길승에 관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사건 변론절차에서 현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청구인이 위 최도술 등의 불법자금 수수 등의 행위를 지시·방조하였다거나 기타 불법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부분 소추사유는 이유없다. 8.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 및 경제파탄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의 취임선서의무를 규정하면서,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언급하고 있다.비록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하나,‘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는 달리,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로 제한하고 있고,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법적인 관점에서 단지 탄핵사유의 존부만을 판단하는 것이므로,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여부는 그 자체로서 소추사유가 될 수 없어,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9.소결론:법위반이 인정되는 대통령의 행위 (가)대통령의 2004년 2월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2004년 2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에 위반하였다. (나)2004년 3월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는 법치국가이념에 위반되어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에 위반하였고,2003년 10월13일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행위는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수호의무에 위반하였다. Ⅳ.대통령을 파면할 것인지의 여부 1.헌법재판소법은 제53조 제1항에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당해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위 규정은 헌법 제65조 제1항의 탄핵사유가 인정되는 모든 경우에 자동적으로 파면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문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직무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위반을 이유로 파면을 해야 한다면,이는 피청구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 2.한편,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며,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국론의 분열현상 즉,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파면효과가 이와 같이 중대하다면,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이에 상응하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 3.‘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4.그런데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대통령의 법위반이 헌법질서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하여 본다면,대통령의 구체적인 법위반행위에 있어서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다. 따라서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또한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5.마지막으로,대통령의 권한과 정치적 권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것이며,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권한과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다. 특히,짧은 민주정치의 역사 속에서 국민의 헌법의식이 이제야 비로소 싹트기 시작하였고 헌법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직 국민 일반의 의식에 확고히 자리를 잡지 못한 오늘의 상황에서,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확고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자신 스스로가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함은 물론이고,다른 국가기관이나 일반 국민의 위헌적 또는 위법적 행위에 대하여 단호하게 나섬으로써 법치국가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Ⅴ.결론 1.이 심판청구는 탄핵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였으므로,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제36조 제3항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재판소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다.그러므로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평의의 비밀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이 있어야만 가능한데,탄핵심판에 관해서는 평의의 비밀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법률규정이 없다.따라서 이 탄핵심판사건에 관해서도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수 등을 결정문에 표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견해에 대하여,‘동법 제36조 제3항은 탄핵심판에 있어 의견을 표시할지 여부를 관여한 재판관의 재량판단에 맡기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반대의견도 표시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
  • 99번째 영화 ‘하류인생’ 개봉 앞둔 임권택 감독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50년대 후반에서 70년대는 모두가 삼류였던 시대였습니다.그 때의 정신적 부패 같은 것을 환기시키면서 ‘오늘날 우리는 무언가?’라고 되묻고 싶었습니다.” 99번째 작품인 ‘하류인생’(제작 태흥영화) 시사회가 끝난 지난 6일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임권택(68)감독은 작품 설명에 여념이 없었다.“태웅(조승우)이 같은 건달이었든,권력층이었든,아니면 태웅의 처남처럼 운동권 학생이었든 모두 삼류처럼 살았죠.”라며 “군사정권 시절 경제 말고 긍정적인게 무엇이 있었고 운동권에서도 초지일관한 사람이 몇이나 됐느냐”고 잘라 말한다. 자신이 익숙한 시대여서일까,임감독은 주인공 태웅(조승우)을 중심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영화에 삽입한다.그 모습은 정권과 밀착된 폭력배,영화 제작·촬영 장면,미군부대 건설공사 하청 과정의 유착관계 등으로 나타난다.“영화속 모든 상황은 나를 비롯해 정일성 촬영감독 등 주위에서 누구나 체험한 것이에요.예를 들어 영화에서 제작사 부장인 태웅에게 여배우가 ‘가랑이를 찢어라’고 말한 것이나 16편까지 겹치기 출연한 것 등 모두 영화판에서 일어난 이야기인데 요즘 젊은 연출부는 믿지 않더라구요”. ‘장군의 아들’에 비해 속도가 빠른 이유를 물었더니 예의 느리지만 곡진한 말투로 “시나리오도 없이 작업하다보니 느슨해질 수 있어요.해서 액션의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대답한다.이어 “이전에도 내 딴에는 웃긴다고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었는데 관객 반응이 딱 맞아들어가지는 않았어요.그런데 이번엔 거의 맞는 것 같네요.”라고 슬며시 자신감을 비추기도 한다. 익숙한 상황이 짐이 되기도 한다.촬영중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 “실제 있었던 일이어서 에피소드만 모아서 찍다보니 힘들더라고요.완성된 시나리오 없는 상태에서 대사도 없이 매일 아침 수첩 하나만 갖고 쓰면서 진행하다보니 신경이 날카로와졌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무엇보다 당시의 일상을 어떻게 하면 힘있고 재미있게 찍어낼까 머리를 짜내는 게 힘들었어요.어찌보면 이런 시도가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어요.” 누구나 관심을 가질 100번째 작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제가 묻고 싶네요.100번째는 뭣을 하면 좋겠습니까.”(웃음)라고 되물으며 말끝을 흐린다.“영화 편집과정을 지켜본 한 외국인 친구가 저더러 ‘그 시대에 원한이 있는것 같다.’고 말하더군요.그럴지도 모르죠.10년 동안 50편을 찍게 만든 시대였으니.그렇게 살아온 제게 100번째 작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1000만 관객시대의 의미와 전망에 대한 그의 대답은 그가 영화라는 한 우물만 파온 ‘장인’임을 여실히 보여준다.“물론 큰 경사죠.그런데 제 영화 만드는데 늘 턱걸이 하느라 한국 영화판을 보지 못해요.그래서 전망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하류인생’ 어떤 영화

    원하던 영화를 작심하고 찍어서일까? 21일 개봉하는 ‘하류인생’(제작 태흥영화)은 임권택감독의 개성과 체취가 물씬 풍기는 액션물이다.도식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그 세계는 거칠고 야성스러운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싸움이라면 가견이 있는 ‘의리파 고교생’ 태웅(조승우)이 건달에서 해결사,영화제작사 부장,미군 부대 시설물 건설공사 군납업자 등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축으로 50년대 후반∼70년대의 탁류(濁流)를 헤쳐간 다양한 ‘하류 인생’을 그린다. 태웅은 자유당과 결탁된 정치깡패 ‘재룡이파’의 방해공작으로 친구 승문(유하준)아버지의 선거유세장이 난장판이 된 것에 격분해 단신 복수극을 벌인다.태웅은 이 무용담으로 명동파에 들어가게 되고 파란만장한 세파를 헤치며 살아간다.영화는 그 과정에 3·15부정선거,4·19혁명 등 당대의 굵직한 사건들을 오버랩시키고 승문의 누나인 (김민선)과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잔잔한 멜로 요소도 포갠다. 김추자의 노래 ‘님은 먼곳에’를 다양한 형태로 변주하면서 은은히 깔아놓은 것을 비롯,영화에는 당시 분위기를 재생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크고 거친 액션이 두드러져,세련됨이 가득한 현대에 임권택이란 장인의 손으로 빚은 ‘거친 미학’이 역설적으로 더 돋보인다.하류인생들이 좌충우돌하는 삶은 그래서,웃기면서도 가슴 아리다. 물론 에피소드의 나열만으로 이어가다보니 평면적이고 밋밋하게 보여지기도 한다.그러나 “혜옥씨와 결혼하기로 합의봤는데 허락해주세요.”라는 태웅의 촌스러운 대사 등 영화 속에 배어있는 순박함과 그것이 자아내는 웃음은 분명 부정못할 미덕의 요소이다.순수했던 태웅이 권력과 유착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에 담긴 메시지가 살아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건달이면 건달답게 놀아야지.정권에 빌붙어서 그 힘믿고 까부는 놈은 죽어도 싸.”라는 태웅의 말은 영화 속에서 태웅에게 고스란히 돌려진 화살이자,지금 현실에서도 유의미한 비판이다. 이종수기자˝
  • 황석영씨 부인에 5억 피소

    ‘장길산’ 작가 황석영(60)씨와 이혼소송중인 부인 김명수(50)씨가 10일 황씨와 동거중인 김모씨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무용가인 김명수씨측은 소장에서 “호적상 여전히 내가 부인인데도 김씨가 6년 가까이 황씨와 동거하며 각종 인터뷰에서 부인인 양 행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2002년 9월 김명수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1년 만에 1심 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황씨가 감옥에 있는 동안 김명수씨가 미국에 머물며 부인으로서 뒷바라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황씨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김명수씨는 곧바로 항소,재판 계류중이다. 정은주기자 ejung@˝
  • 전국 곳곳서 음악극·연극·마임축제 문화 나들이 해볼까

    서울연극제가 지난주 대학로에서 막을 올린 데 이어 전국 곳곳에서 특색있는 공연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음악극,마임 등 다양한 장르에 초점을 맞춘 이색 축제에 주말나들이 삼아 가보는 것은 어떨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올해로 3회째인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국내외 공연단체에서 시도되는 여러 형식의 음악극을 통해 새로운 관극체험을 선사하는 축제마당.‘5월 의정부,리듬의 날개를 달다’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해외 6개국의 6개 작품과 국내 4개 작품이 공식초청작으로 참가한다.자유 참가작들을 모은 프린지 공연과 거리 퍼포먼스,전시회 등 부대행사도 마련된다.유럽식 소규모 뮤지컬인 살롱뮤지컬과 벨기에·러시아 등 국내에서 좀체 볼 수 없었던 유럽 국가의 음악극,그리고 ‘음악+무용’‘음악+멀티미디어’‘음악+저글링’ 등 복합장르 공연이 다채롭게 선보인다. 개막작은 브로드웨이 최신 경향을 보여주는 미국 극단 스퀑크오페라의 ‘놀라운 만찬’.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인어공주’의 내용을 인형과 영상,음악,멀티미디어,마술 등 여러 장르로 풀어낸 퍼포먼스다. 프랑스식 살롱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는 쿵후 오페라 ‘바타클랑’,라이브음악과 저글링,곡예로 구성된 야외공연 ‘벨기에 뮤제트’ 등도 기대할 만하다.국내 작품으로는 ‘명성황후’와 ‘카르멘’ 갈라콘서트 등이 있다. ●춘천마임축제 이제 마임축제 없는 춘천을 상상할 수 있을까.춘천마임축제가 어느새 열여섯번째 행사를 맞는다.연륜만큼 명성도 쌓여 세계적인 마임축제인 프랑스 미모스마임축제,영국 런던마임축제와 견줄 만하다.올 행사에는 프랑스·브라질·영국·독일·중국·일본 등 해외 6개국 11개 극단과 국내 50여개 단체가 참가한다.특히 2002년 이스라엘,2003년 네덜란드에 이어 올해는 프랑스 주간으로 선정돼 ‘살리!프랑스’라는 이름 아래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이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주목할 만한 작품은 프랑스 극단 피아트 룩스의 ‘누벨 폴리’와 극단 도 아 드의 ‘문자 그대로’.프랑스 아비뇽축제와 영국 에든버러축제에서 호평을 얻은 ‘누벨 폴리’는 도시생활에 지친 젊은 커플이 휴가를 맞아 프랑스 어촌마을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엮은 유쾌한 작품이다.‘문자 그대로’는 상상의 노예가 되는 몸의 변화를 비극과 희극의 양면으로 표현한 작품으로,전세계에서 200회 이상 공연되며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국내 단체로는 ‘유진규네 몸짓’과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작품이 기대를 모은다. ●전국연극제 대구시에서 열리는 제22회 전국연극제에는 15개 시·도를 대표하는 극단과 카자흐스탄 극단 램프라이트,우즈베키스탄 나부루스극단,재일교포 극단 유령동 등 해외교포극단 3개 단체가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친다.대구문화예술회관 야외무대에서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NYT ‘중국을 위한 기도문’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뉴욕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2일자로 중국의 긴축정책을 주제로,‘기도합시다.’라는 특이한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중국경제의 위력을 역설적으로 웅변하는 이 칼럼에서 그는 각국의 주요 지도자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외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중국의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건강하고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소서.전 세계에 걸쳐 붕괴가 있기 전에 그가 착실하고 면밀하게 중국의 금융체제를 개혁하고 과다한 부실채권과 부패를 제거하도록 보살피소서.중국이 수입을 전격 중단하고 수출에만 열을 내는,침체에 빠지지 않고 과열된 중국경제를 냉각시키도록 그에게 지혜를 주옵소서.” 그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왕성한 원자재 수요,지난해에만 500억달러가 넘을 정도의 외자유치,부상하는 중산층 등 때문에 전 세계가 중국에 코가 꿰였다고 말했다.그럴수록 세계는 중국의 지체하는 불안정을 견디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만약 중국의 거품이 터지면 전 세계의 붕괴가 시작될 것이며 따라서 중국의 지도자들이 붕괴없이 경제를 진정시키도록 기원한다며 그의 기도를 이어갔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지도자를 베이징의 ‘도살자들(Butchers)’로 부른 것을 용서하소서.그럴 의도가 없었으며 우리는 베이징의 ‘은행가들(Bankers)’로 말하려고 했나니,이는 그들의 경제가 아시아 전 지역의 성장을 부추기고 일본을 떠받치며 모든 곳으로부터의 수입을 빨아들이기 때문입니다.중국의 지도자들은 120살까지 살고 그들이 사는 동안 매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9%의 성장을 누리도록 하소서.아멘.” 그는 노무라 연구소의 선임 경제학자 리처드 구를 인용,“중국 지도자들이 세계 경제의 균형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중국의 급성장은 지방 분권화와 지방정부의 경쟁적 외자유치에 기인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이를 얼마나 통제할 지 분명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mip@˝
  • 하룻밤에 읽는 색의 문화사/21세기 연구회 지음

    ●中 황제와 유대인의 상징 ‘노랑’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보면 만주국 황제가 된 부의가 노란색에 유난히 강한 집착을 보이는 장면이 나온다.어린 부의는 동생 부걸이 노란 옷을 입은 것을 보자 “노랑은 황제의 색이다.나 이외의 어떤 사람도 입어선 안된다.”라고 외치며 동생을 쫓아간다.옛 중국에서 노랑은 황제의 색으로 국토를 상징했다. 서양에서 노랑은 어떻게 쓰일까.먼저 유대인을 나타내는 색이 노랑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이에 대해선 예수를 로마군에 팔아 넘긴 제자 유다의 옷 색깔이 노랑이었기 때문이란 설이 가장 유력하다.또 라테란 공의회를 연 인노켄티우스 3세가 기독교 의식에 사용하는 색으로 정한 것이 빨강,하양,자주,검정,녹색의 다섯 가지로 그 가운데 노랑이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도 있다. ●문화권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색의 의미 일본의 국제문화연구 모임인 21세기연구회가 펴낸 ‘하룻밤에 읽는 색의 문화사’(정란희 옮김,도서출판 예담)는 이처럼 색이라는 코드를 통해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읽는다. 색의 의미는 문화권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드러낸다.태양의 색은 빨강인가 노랑인가.우리는 태양을 보통 빨간색으로 표현하지만 서양에선 고흐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노란색으로 흔히 묘사된다.노란색은 빛의 색깔이며 ‘태양의 꽃’인 해바라기의 색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슬람에서 녹색은 낙원의 표상 녹색엔 어떤 상징성이 담겨 있을까.이 책에선 특히 국기를 매개로 색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 눈길을 끈다.아시아나 중동,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이슬람 국가의 국기엔 녹색이 많다.리비아처럼 녹색 하나만으로 이뤄진 국기를 가진 나라가 있을 정도다.이슬람교도들은 녹색을 낙원을 상징하는 신성한 색으로 여긴다.모스크의 지붕 색으로 녹색이 자주 사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녹색에 대한 반응은 나라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기도 한다.아일랜드와 영국이 대표적인 예다.아일랜드엔 켈리 그린(kelly green)이란 특유의 짙은 황록색이 있다.아일랜드에서 흔히 만나는 이름 ‘켈리’에서 비롯된 것이다.아일랜드 문제 때문에 고심하는 영국에선 이 색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빨강은 생명과 사랑의 색이다.이탈리아의 천재 화가 라파엘로의 ‘대공의 성모’나 ‘아름다운 여정원사’ 등을 포함해 수많은 이탈리아의 성모가 빨간색 의상을 두르고 있는 것은 빨간색이 천상의 사랑을 나타내는 색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빨강엔 종종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의 대작 ‘사르다나파르의 죽음’은 부귀영화를 누리던 앗시리아의 마지막 왕의 멸망 모습을 그린 것이다.빨강은 또한 로마신화의 전쟁의 신 마르스의 색이기도 하다.로마군의 고관은 빨간 망토를 입었는데,이 망토는 마르스 신의 빨강을 나타내며 줄리어스 시저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색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소개 책은 이밖에 왕후 귀족들의 화려한 치장 속에 숨어 그들을 괴롭혔던 벼룩으로부터 ‘벼룩의 배’‘빨간 얼굴의 벼룩’ 같은 희한한 색이 생겨난 이야기,‘머미(mummy)’라는 색의 재료로 사용된 이집트 미라에 얽힌 일화,로마 황제의 색이 페니키아의 자주에서 로열 블루로 바뀐 사연 등 색을 둘러싼 뒷이야기 등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이 책은 색채 이야기를 다루지만 단순히 미술의 관점에만 머물지 않는다.신화,종교,풍속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숨겨진 색의 의미를 밝힌다.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색이야말로 인류의 문화 그 자체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특별한 선물(이서인 지음,화남 펴냄) 2001년 성장소설 ‘숲속의 연어’로 주목받은 작가의 장편.작품 구상차 들른 바닷가 횟집 주방장의 순정을 이용하여 일탈의 사랑을 나눈 여성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중산층의 가식적인 자기 합리화와 이중성을 꼬집는다.9000원. ●아버지의 편지(김정현 지음,이가서 펴냄) 베스트셀러 소설 ‘아버지’의 작가가 편지형식으로 자식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를 모은 에세이.작가가 만난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인생,꿈과 희망,사랑과 우정,책임과 의무 등의 주제로 나눠 들려준다.9500원. ●열번째 세계(김주영 지음,황금가지 펴냄) 제2회 드래곤 문학상 가작 수상작.세상을 다스리는 여왕이 실종한 뒤 찾아온 혼란을 소재로 삶과 죽음,생성과 파멸 등 신화적 모티프를 알레고리 방식으로 풀어간다.모두 2권,각권 8500원. ●나비(전경린 지음,이보름 그림,늘푸른소나무 펴냄) 여성의 질곡을 집중적으로 그려온 작가가 자신의 작품 가운데 여자의 ‘나이와 사랑’을 표현한 부문을 재구성한 산문집.스무살부터 마흔 즈음까지의 변화를 다섯단계로 나눠 그렸다.9000원. ●소설처럼(대니얼 페나크 지음,이정임 옮김,문학과지성사 펴냄) 프랑스 유명작가가 들려주는 책읽기 지침서.30년 동안 중학생에게 독서교육을 시켜온 경험을 살려 다양한 상황과 그에 맞는 진단을 내린다.딱딱하지 않은 내용과 문체로 자유롭게 풀어간다.6000원. ●두번 태어나다(주세페 폰티지아 지음,이옥용 옮김,궁리 펴냄) 지난해 사망한 이탈리아 대표작가의 장편.장애아로 태어난 소년과 부모,의사,교사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9000원. ●벌들의 비밀생활(수 몽 키드 지음,최필원 옮김,문학세계사 펴냄)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무대로 14세 소녀의 성장사를 그린 장편.냉혹한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온 뒤 벌을 기르는 세 흑인여성과 삶을 꾸려가는 과정을 통해 여성의 신성함을 이야기한다.9200원.˝
  • 홍상수 감독 인터뷰

    홍상수 감독은 늘 덤덤한 표정이다.그래서 더 속내를 궁금하게 만든다.마치 그의 영화가 덜 끝난 듯한 이미지로 관객들을 쉽게 자리를 못 뜨게 만드는 것처럼.시사회가 끝난 지난 26일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진출 소감도 “특별한 느낌은 없고요. 다만 앞으로 영화를 계속하는 데 좋은 환경이 됐으면 합니다.”라고 밝힐 정도다.그 뜻을 묻자 “제 영화가 늘 들인 돈에 비해 관객 수가 모자랐잖아요.제작자의 목적이 다양한 풍토 속에서 ‘칸 진출’이 제 영화작업에 좋은 동기를 부여했으면 좋겠어요.” 86분이라는 상영시간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영화는 말을 하다만 느낌을 준다.그 이유가 뭘까? “원래 의도에 연연하지 않고 편집하느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라고 느릿하게 대답한다.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자 여전히 아리송한 응답이다.“에피소드가 나열된 뒤 끝에 가서 하나의 메시지로 모여지지 않습니다.늘 그랬듯이 중심 사항이 떠오른 뒤 관련 조각을 만들고 폼을 완성하고 편집했습니다.정 이해가 안되면 그냥 줄거리로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네요.”. 확연히 구분되는 틀을 갖지 않는 그의 입장은 공산당원이자 프랑스의 대표적 시인 루이 아랑공의 시 구절에서 따왔다는 영화 제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네요.영화 줄거리를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닌….곱씹어 볼수록 재미있는 이미지에 끌렸습니다.”라고 나지막이 말한다. 이종수기자
  • 민노당의 ‘정치실험’

    민주노동당 단병호 당선자는 지난 22일 오후 17대 국회의원 당선증을 받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평소대로 추레한 점퍼 차림의 단 당선자를 본관 정문앞의 의경들이 막아섰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국회의원 당선증 받으려고 왔습니다.” 예의를 갖춘,그러나 고압적인 의경의 물음과 단 당선자의 생뚱한 답변은 그간 국회앞 ‘일반인과 의경’ 사이에 흔한 대화였다.한참을 갸우뚱거리다 얼굴을 알아본 한 의경 때문에 단 당선자는 국회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당선자전원 ‘머리띠 투쟁’ 경험 노동자·농민 운동 출신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17대 국회에서 종종 겪을 에피소드다.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일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정치’를 표방하며 의정활동에 노동자·농민·평화개혁투쟁 현장활동을 접목시키려는 민주노동당의 헌정사상 초유의 실험과 연관돼 있다.단 당선자의 점퍼 차림이나 농민 출신 강기갑 당선자의 긴 수염과 생활한복 차림은 ‘튀는 행동’이 아니라 노동자·농민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한 발은 운동권,한 발은 제도권을 딛고 있는 민주노동당 정치실험의 성공 여부를 많은 이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23일 민주노동당 당선자 전원은 일제히 쌀개방 반대집회와 대우종합기계 해외매각 규탄집회 등 각종 투쟁 현장에 참석,제도권 바깥의 현장 활동에 주력했다. 천영세 부대표와 강기갑·현애자 당선자는 ‘전농 창립 14주년 기념식 및 쌀개방 반대와 식량주권수호 결의대회’에 참석해 “올해 쌀개방 반대와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를 위해 민주노동당의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또한 ‘전노협 쟁의국장 아가씨’ 심상정 당선자 역시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선거 이전과 다름없이 대우중공업 해외매각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단병호 당선자는 일본의 반전평화단체인 ‘PARC’ 관계자들을 만나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의 이같은 ‘각개 약진’은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던 ‘데모가 일상화된 국회의원’ 10명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원내외 병행전략은 당연” 하지만 현실적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원내와 원외의 의사결정을 둘러싼 시간상 불일치에 대한 우려다.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제도권과 마찰만 일으키거나,반대로 운동권으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의 ‘진보실험’은 다시 후퇴할 수 있다. 정대화 상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노총과 전농이라는 튼튼한 조직적 기반을 갖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원내외 병행전략을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원내에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즉각 반영되지 않을 경우 갈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우리 결혼해요]이사람 혹시 간첩아냐?

    “얘는 내 후배 종민이야.일명 살찐 안성기라고 불리지∼.” 중학교 3년내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총각 국어선생님을 대학생이 되어 찾아 갔던 날.선생님은 내마음은 아랑곳하지도 않으시고 후배라며 옆에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셨다. 그당시 나는 대학 2학년생,그 사람은 대학원생.그를 만나고 난 뒤 그의 나이많은 후배 아저씨들이 내게 “형수님,형수님”하며 깎듯이 대접을 해주는 것이 불편했는데,6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적당히 즐기는 듯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나이차가 많아서 그가 이해를 많이 해주는 덕에 제대로 싸움 한번 안했다.싸우면서 정도 많이 든다는데,오히려 그러지 못한 것에 조금은 억울해해야 하는건가? 6년동안 연애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만난 지 얼마 안되어 안개가 자욱이 낀 날,임진각에 놀러가기로 하고는 자유로를 달렸다.40분쯤 달려도 임진각이 안나오는 것이다.불안한 마음은 굴뚝 같은데 그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급기야 ‘북한’이라는 표지판이 나오기에 이르렀고,불안이 극에 달했을 때 차는 멈춰섰다. 아직 친숙하지도 않은 관계,낯선 곳,어색한 기류,그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잘 알지도 못하는 길을,그것도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안개낀 날에 차를 갖고 나선 우리 사이엔 이 일로 잠시 냉기가 흐르기도 했다. 이제 막 사랑을 꽃피우는 커플들! 안개 낀 날에는 결코 임진각에 가지 마세요.자칫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위기를 넘긴 우리는 오는 24일 결혼한다. “날 많이 이해해준 자기야!이제부터는 내가 받아왔던 사랑을 돌려줄게.평생∼사랑해!”˝
  • [뭘살까] 장바구니

    ●CJ홈쇼핑은 23일부터 주간 방송예정 상품을 예약 주문받는 ‘방송상품 예약주문 서비스’를 실시한다.이를 위해 방송 주간편성표와 각종 상품가격·정보 등을 담아 예약주문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TV홈쇼핑 매거진 ON-air’를 통해 신청한 소비자의 이메일로 발송해 준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5월9일 ‘롯데 어린이 환경미술대회’를 전국 5개 지역에서 갖는다.참여 대상은 롯데카드 회원 자녀이며 선착순 5200명을 접수받는다.접수기간은 5월5일까지.참가비는 3000원. ●CJ는 곤약을 사용해 칼로리가 일반 냉면 칼로리의 (C) 수준인 굿포유 로-누들 2종을 출시했다.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삶을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각각 1인분에 2300원. ●신세계백화점 서울 영등포점은 23∼29일 ‘봄맞이 전국 미각기행전’을 실시한다.충남 보령상품인 오징어젓,창란젓,바지락젓,고추전어젓 등 젓갈은 100g 1500∼2500원,충남 논산상품인 마전병,부채과자,누룽지맛과자,꽈배기 등은 100g에 950∼2000원이다. ●현대홈쇼핑은 이달 말까지 판매중인 난다모 탈모방지 비누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경기도 이천쌀 4㎏을 증정한다.탈모방지 비누(80g×5)는 15만원이며 수량은 1만개 한정. ●현대백화점은 25일까지 서울 6개점(본점·무역·천호·신촌·미아·목동점)에서 ‘제1회 현대백화점 뷰티페어(Beauty Fair)전’을 열고 헤어,패션,액세서리,스킨케어,네일케어,풋케어,보디슬리밍 등 뷰티관련 상품전과 이벤트,강연,제안전 등을 진행한다. ●한국 네슬레 테이스터스 초이스는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여행 경비 1000만원씩을 총 3팀에게 지원한다.5월31일까지 홈페이지(www.tasterschoice.co.kr)에 친구들과 함께한 사진,에피소드,여행계획 등을 올리면 된다. ●삼성몰(www.samsungmall.co.kr)은 ‘패션명품관’ 등을 개장하고 관련 이벤트 행사를 이달 30일까지 진행한다.바바리,에트로,펜디,페라가모 등 50개 브랜드별 매장을 구성한 패션 명품관은 개장기념 이벤트로 브랜드별 신용카드 10개월 무이자 혜택,또는 바바리 손수건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전자랜드 21은 오는 5월31일까지 ‘행복만발 혼수세일’을 실시한다.이번 행사에는 알뜰형(200만원대),실속형(300만원대),맞벌이형(400만원대),고급형(500만원대) 등으로 패키지를 구성하여 저렴하게 판매한다.˝
  • [열린세상] ‘희생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김진호 당대비평 주간 목사

    드디어 총선이 끝났다.항상 그런 느낌이지만,휘몰아치듯 지나간 선거 태풍은 퍽도 거세다. 방송은 저녁 6시를 카운트다운으로 시작하더니,밤새도록 누가 당선됐고,어느 당이 성공했고,지방색은 어땠고,계급적 성향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탄풍’,‘박풍’,‘추풍’,‘노풍’ 등등은 어땠는지를 분석한다.아마 며칠이 지나도록 신문과 방송은 이 얘기를 끝도 없이 우려먹겠지.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공적이든 사적이든 만남이 있는 곳곳에서 사람들과 그 얘기를 나눴고,얼마간은 그렇게 하겠지. 선거 결과는,대체로 주변 사람들 거의 대부분에게 꽤나 만족스러운 것처럼 보인다.내게도 그다지 나쁘진 않다.한데 마음이 좀 찜찜하다.실은 한달쯤 전에 한 사람이 내게 던진 질문이 계속 나를 성가시게 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연일 보도됐던 아이들의 유괴,소녀들을 포함한 부녀자의 강간,자녀 학대,노인 학대,그리고 이들 피해자들을 죽이기까지 하는 끔찍한 사건 소식에 접하면서 그는,왜 사회의 실패자들이 자신보다 약자에게 분노를 터뜨리는지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다.피 튀기는 생존 경쟁에서 패배한 자들이 자신을 포기하기로 맘먹은 그 순간에 왜 자신의 완력을 약자에게 휘두르는지,바로 그 사실이 그는 너무나 안타까웠던 것이다. 몇 년 전 TV 외화 ‘X파일’의 한 에피소드는 자기 몸에서 ‘지방’을 합성해내지 못하는 돌연변이 남자가 뚱뚱한 여자들을 연쇄 살해하는 얘기였다.남자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희생자를 골랐다.그런데 이들 희생자는 한결같이 뚱뚱한 젊은 여자였다.남자들과의 만남이 두려워서 인터넷 대화에 몰두했던 여인들은 이 돌연변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돌연변이는 지방을 그녀들의 몸에서 흡수함으로써 살아간다.문명의 희생자인 돌연변이는 또 다른 희생자를 공격해야만 한다는 비극이 이 에피소드의 요지인 것이다. 어쩌면 유괴,강간,학대,살해를 저지른 우리 사회의 돌연변이들은 그런 행위들 속에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항상 누군가에 의해 패배하고 좌절하는 것만이 아니라,다른 누군가를 이길 수 있고,그 희생자에게 절망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총선은 우리 사회에서 꽤나 성공한 사람들의 잔치다.후보자들은 대개 인생에서 실패의 경험보다는 성공의 경험이 월등히 많은 사람들이다.기회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그만큼 자신을 잘 관리한 대가이기도 하다.물론 큰 정당 소속일수록 대체로 더욱 성공적인 사람들이다.그런데 그런 정당의 선거 대표자들이 예외 없이 자신의 몸을 학대하면서 선거를 치렀다.‘자해’는 자신의 몸에 실패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다.사람들은 그들의 자해를 보면서,저 대단한 사람들의 고통을 안쓰러워하기도 하고,그 고통이 평범한 자기 자신의 실패의 쓰라림이기라도 한 양 공감하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대표자들은,나를 괴롭힌 그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을까? 최후까지 몰린 실패자들도 성공의 가학성에 취하고 싶어 하는 문명의 저주를 푸는 비법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꽤나 효과적이었던 ‘자해’,그것의 기억은 그들로 하여금 성공주의 사회의 저주받은 이들에게 가해지는 형벌을 느끼게 해 줄까? 나도 예외는 아니겠지만,자해를 행한,각 당의 선거 대표자들의 입에서는 ‘승리’라는 말이 떠나질 않았다.이겨야만 하는 게임은 이렇게 지나갔지만 그 결과는 우리 모두를 이 경쟁의 논리 속으로 계속 붙잡아 놓을 것이다.미디어는 그런 흥분을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고,정치인들도 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엔 빨리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한동안 미디어를 온통 채웠던 그 문명의 저주에 관한 기억을 얼른 다시 떠올려야 한다.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향한,실패자들의 저주받은 가학성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호 당대비평 주간 목사˝
  • [남규철의 DVD 폐인] 화질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DVD와 관련된 글을 읽다 보면 종종 ‘레퍼런스급 타이틀’이란 단어를 볼 수 있다.‘레퍼런스’의 사전적 의미는 ‘참고’,혹은 ‘기준’인데,‘레퍼런스급 타이틀’이라면 말 그대로 다른 타이틀의 기준이 될 만한 DVD퀄리티를 가졌다는 뜻이다.즉 음질·화질 등 DVD로서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보면 된다.물론 ‘레퍼런스급 타이틀’이란 말 자체가 영화의 완성도보다는 영화를 담는 그릇(DVD)에 집착하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불편해 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한다.하지만 DVD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수준의 영상경험을 느끼고 싶다면 이런 타이틀들을 찾아보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 될 듯.오늘 소개하는 작품들이 바로 ‘레퍼런스급의 화질’을 가진 타이틀들이다.많은 DVD애호가들이 주저없이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는 화질의 타이틀들을 통해 즐겁고 강렬한 영상경험을 만끽하기 바란다. ●몬스터 주식회사 화질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타이틀들은 픽사(Pixar)가 만들어온 100% 디지털 애니메이션들이다.디지털로 제작된 까닭에,아날로그인 필름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보다 깨끗한 영상을 보여주고,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답게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색상까지 풍부하게 담고 있다.특히 ‘몬스터 주식회사’는 주인공 셜리의 온몸에 난 부드러운 털들의 세밀하면서도 선명한 이미지와,풍성한 색상들이 가득한 타이틀로 ‘레퍼런스급의 화질’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대단히 만족스러운 화면을 보여준다. ●비독 극영화들중에서 강력한 화질을 보여주는 타이틀들은 HD카메라로 제작된 작품들.높은 해상도의 HD급 기술로 촬영한 대표적 작품들로 ‘비독’‘스타워즈 에피소드 2’‘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등을 꼽을 수 있다.그 중 가장 먼저 개봉된 프랑스 영화 ‘비독’은 독특한 비주얼과 함께,배우들 잔주름과 피부 질감까지 손에 잡힐 듯 느껴질 만큼 화질이 훌륭하다.단단하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흑색의 표현도 만족스러우며,아지랑이나 잡티 등의 세세한 노이즈도 찾아 보기 힘들만큼의 깨끗한 영상도 보통 타이틀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 확장판 올 아카데미상을 통해 영화 자체로도 절대강자임을 드러낸 작품이지만,DVD로도 같은 위상을 자랑하는 타이틀이다.영화가 시작하면 등장하는 거대한 전투 장면은 수만명의 병사들이 보여주는 세밀한 디테일과 선명한 영상들로 대단히 놀랄 만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여기에 어두운 장면에서도 잘 표현되는 이미지들과 명암표현,아름다운 자연에서 보여지는 따스하고 풍부한 색상들까지,‘Lord of DVD’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타이틀이다. 이외에도 ‘스워드 피쉬’‘글래디에이터’‘원더풀 데이즈’등도 레퍼런스급 화질을 가진 타이틀로 꼽힌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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