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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업도시 울산, 알고보니 녹색도시

    공업도시 울산, 알고보니 녹색도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 도시인 ‘울산’의 녹지 비율이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23일 국토 표면 상태를 반영한 전자지도(토지피복지도)를 분석한 결과 울산의 녹지비율이 69.8%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61.1%), 대전(58.8%) 등의 순이며 녹지비율이 가장 낮은 도시는 서울(30.2%)이다. 녹지비율은 행정구역 면적 대비 총녹지면적이며 논밭 등 농경지는 녹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울산은 가지산과 신불산 등 산림이 전체의 61%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태화강 주변에 조성된 수변공원과 삼산동 주변의 녹지 공간을 늘리는 등 도시 녹색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포장이나 건물 등으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층(不透水層) 비율이 11.6%로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았다. 녹지비율이 낮은 서울은 불투수층 비율이 57.2%로 전국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불투수층 비율이 높으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아 물 순환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집중호우 시 도시침수와 지하수 고갈, 하천 수질 저하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도별 녹지비율은 강원이 84.5%로 가장 높고 제주는 48.9%에 불과했다.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의 녹지비율이 낮은 것은 화산지형의 특성상 밭농사와 과수원이 많기 때문으로 전체 면적의 38.2%를 차지했다. 환경부는 토지피복지도를 활용한 녹지 및 불투수층 등 맞춤형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발계획 시 생태적 공간 분석과 친환경 개발, 재해·재난 대책 수립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공기업 비정규직 근로자도 서럽다

    정규직과 사실상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상여금이나 경조금 같은 각종 수당을 주지 않거나 차별적으로 지급한 지방공기업과 금융기업, 병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을 많이 채용한 사업장 341곳을 상대로 최근 근로 감독을 한 결과 48곳에서 60건의 차별적 처우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 조치했다고 7일 밝혔다. 비정규직을 차별한 지방공기업은 모두 9곳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복리후생비, 가족수당 등을 주지 않았다. 금융·보험 업종 15개사, 병원 5곳도 이번에 적발됐다. 이들은 주로 교통비, 차량유지비, 효도휴가비, 가족수당, 복지포인트, 상여금을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거나 정규직과 차등을 둬 지급했다. 차별대우를 받은 비정규직 근로자는 모두 518명으로, 6억 5000만원이 넘는 금품이 지급되지 않았다. 차별된 대다수 항목은 상여금·성과보상금·각종 수당으로 비정규직 137명이 4억 316만원을 덜 받았다. 임금도 비정규직 근로자 78명에게 1억 2041만원이 덜 지급됐다. 또 303명이 교통비·피복비·경조금 1억 3523만원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지방에 있는 한 축산업협동조합은 정규직 근로자한테만 연차에 따라 월 10만∼30만원의 업무활동비를 지급했고,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증권사 역시 정규직에만 효도 휴가비를 줬다. 이와 별도로 감독대상 341개 사업장 가운데 295곳(86.5%)에서 총 854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최저임금제를 지키지 않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업장이 대다수였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화학업계 ‘글로벌 파트너링’ 바람

    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생존을 위해 글로벌 경쟁사와 동거를 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과거 경쟁자로만 여겼던 외국 기업들과 손을 잡고 서로 윈·윈하는 길을 찾는 이른바 ‘글로벌 파트너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화학사인 사빅과 합작법인 사우디 넥슬렌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넥슬렌은 SK가 2010년 말 100% 독자 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을 지칭하는 브랜드다. 고부가 필름, 자동차나 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된다. 사빅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의 최대 생산기업이지만 정작 에틸렌을 재가공해 고성능 폴리에틸렌으로 만드는 기술은 없었다. 때문에 사빅은 고가 폴리에틸렌 시장을 경쟁사인 다우케미칼과 엑슨모빌에 고스란히 내줘야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11년 사빅에 러브콜을 보냈다. 고성능 폴리에틸렌 기술을 가진 넥슬렌 공장을 사우디에 세우는 데 투자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최 회장은 투자를 직접 챙겼다. 당시 SK는 검증된 기술력에도 다국적 기업들보다 인지도가 떨어지고 원료도 고가로 수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두 기업의 전략적 제휴로 사빅은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고, SK는 시장 확대와 원가경쟁력 강화, 투자금 확보가 가능해졌다. 한화케미칼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회사인 시프켐과 협력을 통한 현지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석유(나프타)보다 저렴한 에탄가스 기반의 석유화학 제품들을 이달 중 생산할 계획이다. 2009년부터 추진한 합작 프로젝트가 4년 만에 결실을 이루는 셈이다. 특화제품인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에 기대를 걸고 있다. IPC와 국내 생산량을 합치면 연간 36만t으로 세계 2위가 된다. 하지만 파트너링은 일종의 ‘계약 결혼’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서로 필요해서 제휴했지만 언제든 동거가 끝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화학업계의 한 임원은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 만큼 당분간 글로벌 파트너링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자본과 기술의 논리에 따라 파트너링 관계가 언제든 깨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GOP 방탄복 보급, 이렇게 무거운 걸 입고 다니라고?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GOP 방탄복 보급, 이렇게 무거운 걸 입고 다니라고?

    “왜 방탄복을 안 입고 있지?” 최근 발생한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무장 탈영한 임 모 병장에 대한 검거 작전을 지켜본 국민들 상당수는 방송과 보도 사진들을 보면서 품었을 만한 궁금증이다. 실제로 사건 발생 당시 22사단 장병들은 방탄복을 입고 있지 않았고, 이후 임 병장을 추격하는 체포조 장병들조차 방탄복을 입고 있는 대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이 방송에서 방탄복 미착용 문제를 지적하자 검거 작전 이튿날 야간에야 부랴부랴 방탄복이 지급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많은 병사들이 방탄복 없이 실탄으로 무장한 임 병장과 대치해야만 했었다. 국방부는 임 병장을 체포하고 사건을 조사하면서 지난 4일, GOP 모든 장병들에게 신형 방탄복을 보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전군의 방탄조끼 보유율은 병력 대비 6%, GOP 부대의 보유율은 30% 수준이다. 이라크 파병 당시 불거진 방탄 헬멧과 방탄조끼 등 개인 보호 장구류 논란 때문에 확대 보급을 검토해 왔지만 예산 문제로 방탄복 보급률은 제자리를 맴돌아야 했다. 그러던 찰나에 총기난사 사건이라는 대형 사건이 터진 것이다. 방탄복, 총탄 막을 수 있나? 이번 22사단의 비극은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방탄복이 보급된다면 이러한 일이 재발하더라도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방탄복의 진짜 방탄 성능과 우리 군의 실상을 고려하면 그리 설득력 있는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다. 우리 군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방탄조끼를 제공하면서 처음으로 방탄복이라는 물건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후 90년대 중반 미군의 PASGT(Personnel Armor System Ground Troops) 방탄조끼를 참고해 방탄조끼 국산화를 시작했고, 이후 국내 독자 모델의 방탄조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형 방탄조끼는 방탄조끼 안에 추가로 방탄판을 끼워 넣어도 북한군 88식 보총(AK-74)의 5.45mm 소총탄이나 우리 군의 5.56mm 소총탄에 대한 방호가 불가능해 이라크 파병 초기 방탄 성능에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른바 ‘파병용 방탄복’이라고 불리는 개량형을 거쳐 올해부터 신형 방탄복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 신형 방탄조끼는 아라미드 소재와 신형 폴리에틸렌 소재, 세라믹 소재 등을 이용해 제작돼 기존 방탄조끼보다 방호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이 방탄조끼는 미국 법무부 산하 국립사법연구소의 방탄 장비 규격인 NIJ(National Institute of Justice) 인증 Level IIIA의 방호 능력을 가지는데, 이 수준은 근거리에서 발사한 권총탄과 지근거리에서 폭발한 수류탄이나 포탄 파편을 방호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방탄복에 NIJ Level III 성능의 방탄판을 삽입하면 북한군이 보유한 88식 보총(AK-74)과 68식 보총(AK-47)에서 발사된 소총탄을 방어할 수 있다. 물론 세계적인 흐름을 보았을 때 최신형인 드래곤 스킨(Dragon skin) 방탄복이나 IOTV(Improved Outer Tactical Vest) 등 선진국들의 신형 방탄복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심각할 수준이었던 구형 방탄조끼에 비해서는 크게 진일보한 수준임에는 분명해 유사시 우리 장병들의 생존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전의 필수품 방탄복! 문제는 무게! 22사단 총기난사 사건 이후 국방부는 1,6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5년 1월까지 GOP 전 장병에게 신형 방탄조끼를 지급하고, 2016년까지 16만 벌의 신형 방탄복을 전군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전시 우리 장병들의 생존성이 크게 향상되겠지만, 이러한 계획에 대해 가장 불만을 가질 사람들은 바로 그 방탄조끼를 입는 장병들일 것이다. 바로 방탄조끼의 무게 때문이다. 신형 방탄조끼의 무게는 방탄판을 포함해 6kg에 달한다. 여기에 탄입대와 수통 등을 결속하고, 신형 방탄헬멧을 착용하면 전투복 등 피복류를 포함해 몸에 걸치고 있는 개인 장구류 무게만 10kg 수준으로 늘어난다. 또한 3.2kg 무게의 K2 소총과 경계작전 투입시 지급되는 실탄 75발, 수류탄 1발 등 탄약 약 1.5kg을 더하면, GOP 경계작전에 투입되는 병사는 단독군장 상태에서도 15kg이 넘는 짐을 짊어지게 된다. 현재 K2 소총은 레일 마운트와 광학조준장비가 장착되어 중량이 더 늘어난 K2A 소총으로 대체될 계획이기 때문에 이제는 단독군장 상태에서도 20kg짜리 쌀 한 포대 무게의 짐을 걸치고 작전에 임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익히 알려졌지만, 대부분의 GOP는 산에 있고, 지금 이 순간도 GOP 경계 작전에 투입된 장병들은 가파른 경사를 자랑하는 수천 개의 계단을 매일 오르내리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의 군장 무게도 힘겨운 이들에게 방탄복이 주어진다면, 전시 상황이 아니라면 누구도 달가워하는 이는 없지 않을까? 선진국들은 방탄복의 일반화가 진행되면서 무거워진 보병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인공 관절 시스템을 개발해 시험 중이며, 여기서 더 나아가 방탄복의 무게 그 자체를 줄이기 위해 전단농화유체(Shear Thickening Fluid) 기술이나 자기변성유체(Magneto-rheological Fluid)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방탄복 경량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역시 국방과학연구소와 일부 방산업체들을 중심으로 자기변성유체 기술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첨단 전신 방탄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일우 군사통신원 (자주국방네트워크)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다양하게 이용되는 오리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다양하게 이용되는 오리

    오리는 기러기목 오릿과의 새 중에서 몸집이 작은 새들을 일컫는다. 전 세계적으로 160여 종이 있고 국내에는 약 40종이 보고됐다. 크기에 따라서 반탐(0.5~1kg), 소형(1.5~2kg), 중형(2.75~3kg), 대형종(3~5.5kg)으로, 사육 목적에 따라서는 난용, 육용, 겸용종의 3가지로 구분한다. 난용종은 연간 200~300개의 알을 낳고 체중은 2㎏ 내외인데 인디안 러너, 카키 캠벨 등이 있다. 육용종은 산란 수가 연 130개 이하로 적고 체중 4kg 내외인 품종으로 르왕, 머스코비 등이 대표적이다. 겸용종에는 육용오리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육되는 페킨, 고운 갈색 털이 특징인 오핑턴 등이 있다. 반탐종은 원앙으로 알려진 만다린이나 콜이 유명하고 주로 관상용이나 애완용으로 인기가 있다. 오리는 닭이나 칠면조에 비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고 질병에도 강한 편이다. 또 가금류 중에서도 가장 온순하며 주인을 잘 알아보기 때문에 여건만 허락한다면 애완동물로도 키울 만하다. 잡초, 작은 물고기, 벌레 등 못 먹는 것이 거의 없는 오리의 습성은 농업적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 논둑이나 물속의 모기 유충과 해충을 잡아먹고 잡초와 땅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먹는다. 이런 습성을 이용한 오리농법은 농약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분변이 비료를 대체해 비료 사용량이 3분의1 이하로 줄어든다. 인류는 수천년 전부터 오리를 식용을 목적으로 사냥하거나 사육했을 것으로 보인다. 약 3000~4000년 전 이집트 벽화나 조각에서 오리를 사냥하거나 제물로 바치는 형상이 발견됐고, 기원전 1세기 로마 제국 시대의 기록 중에는 오리 사육방법이 자세히 기술된 것도 찾아볼 수 있다. 동양에서는 중국 남부의 늪지대와 호수 지대에서 4000년 이전의 신석기 유물로 오리모양 토기가 발굴돼 오리를 사육한 것으로 추정되며, 문헌상으로는 전국시대(기원전 475~221)의 기록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리 모양의 토기가 3세기 후반부터 낙동강 유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사후 세계에 대한 상징적 기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주로 장례에서 술이나 물을 따르는 데 사용된 후 함께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양에서 중세와 근대를 거치면서 오리는 고기, 알, 기름, 털을 제공했다. 깃털은 피복과 펜, 화살용으로 사용됐고 기름은 약용, 찜질용, 가죽 유연제, 혹한기 방한용으로 활용됐다. 16세기까지 주로 야생오리를 포획해 이용했지만 17세기 이후 사육 농가들이 크게 늘면서 품종을 개발하는 등 본격적으로 가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 우리나라의 옛 문헌에서 오리는 ‘올이’, ‘올히’로 불리며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됐다.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오리를 키워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기록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나온다.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가축으로서 오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조선후기에 저술된 ‘재물보’(才物譜), ‘물명고’(物名攷)에는 집오리와 야생오리의 종류, 특징 등에 대해 기술돼 있다. 고대 동서양의 유물이나 예술 작품을 보면 도자기, 장신구, 솟대, 회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오리를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오리가 물새로서 청결한 이미지가 있는 데다가 하늘, 땅, 물을 넘나드는 신비한 상징이며 영혼의 인도자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 SK종합화학 사빅 손잡고 세계 시장 공략

    SK종합화학 사빅 손잡고 세계 시장 공략

    SK종합화학이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기업인 사빅(SABIC)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 SK종합화학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화학회사인 사빅과 고성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의 생산과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계약(JVA)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넥슬렌은 SK가 2010년 말 100% 독자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의 브랜드 명으로 고부가 필름, 자동차, 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된다. 기존 폴리에틸렌보다 충격에 강하고 투명한 데다 위생적이며 가공하기도 쉬운 첨단소재로 미국의 다우케미칼, 엑손모빌 등 일부 메이저 화학사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 이날 체결식에는 SK이노베이션 구자영 부회장, 사빅의 무함마드 알마디 부회장, SK종합화학 차화엽 사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초기 총자본금은 3400억원으로 두 회사가 50%씩 투자해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재무적 투자가들의 투자금까지 합치면 약 1조원 이상이 되는 거대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인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합작법인은 SK종합화학이 올 초 울산공장 안에 완공한 넥슬렌 공장 외에 제2공장을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건설한다. 이를 통해 고성능 폴리에틸렌 분야 글로벌 선도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사빅은 원유에서 추출된 원료(에틸렌)를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과 세계 1위 석유사로서 글로벌 마케팅망을 갖추고 있고, SK종합화학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양사 간 윈윈할 수 있는 결합이다. 특히 SK종합화학은 범용 석유화학제품에서 고부가 화학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SK 관계자는 “폴리에틸렌은 매년 10% 이상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1년 3월 자원경영을 위해 중동을 방문했을 때 왕족인 알마디 사빅 부회장을 만나 고성능 폴리에틸렌 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처음 제안한 이후 중국 보아오포럼 등에서 10여 차례 만나 합작의 물꼬를 텄다. 지난 26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계약체결식에서 알마디 부회장은 “효율적이고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기대에 부응하면서 높은 성장세에 있는 고부가 석유화학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차 사장은 “넥슬렌 기술을 지속 발전시켜 양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가는 한편 고부가가치 화학제품군으로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종합화학은 올 초 울산공장 내 연간 23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넥슬렌 공장을 완공하고 지난 19일 정상가동을 시작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학원서 만든 교재 실비에 판매 허용 검토

    학원이 교습비와 별도로 교재 제작에 쓴 실비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푸는 방안이 검토된다. 학원이나 교습소가 무단 폐원할 때 부과하는 과태료(최고 300만원)를 낮춰 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규제개혁을 위해 현장 의견을 반영한 조치지만 사교육 억제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8일까지 교육행정 규제개혁을 위한 전수조사를 시행한 결과 학원과 관련된 규제 완화 요구가 가장 많았다고 21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교육행정 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청, 산하 기관, 일선 초·중·고교에서 불합리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하는 규제 사무를 제출받았다. 약 50건의 규제 사무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28건이 학원·교습소 관련 규제에 관한 것이었다. 시교육청 평생교육관은 28건 중 21건에 대해 규제 완화 또는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학원이 교습비 이외에 받을 수 있는 기타 경비는 모의고사비, 재료비, 피복비, 급식비, 기숙사비, 차량비에 한정돼 있다. 학원 강사가 만든 교재를 판매하는 관행은 사실상 불법이었고 실제로 교육청 단속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중 문제집을 대량 구매한다면 주변 서점과의 마찰 같은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학원에서 제작한 교재에 한해서는 실비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한시적으로 실시하던 무단 폐원 학원의 과태료 면제 조치를 상시화하자는 주장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강의실, 열람실, 실습실을 제외한 편의시설 목적으로 지하실 활용 허용 ▲개인 과외 신고 제출 서류 중 학력증명서 삭제 ▲유치원 토지·건물에 대한 소유권 규제 완화 ▲귀화자 자녀의 외국인학교 입학 허용 등의 제안이 시교육청에 접수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TF에서 논의한 뒤 필요하다면 자체적으로 규제를 풀고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전투기 부품서 급식까지 조작된 군수품

    군납 업체 241곳이 국산 ‘명품 무기’로 알려진 K21 장갑차 부품부터 장병들의 피복·먹거리에 이르기까지 공인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뒤 방위산업체에 불량 부품과 자재를 납품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군에 납품된 군수품 28만 199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부품과 원자재를 납품하는 241개 업체가 기관이 발행한 공인시험성적서 2749건을 위·변조한 사례를 적발하고 검찰에 해당 업체들을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기품원에 따르면 공군 주력 전투기 KF16은 제동장치인 브레이크 디스크 등 부품 2건의 시험성적서가 조작됐다. 이 밖에 장병 급식 재료인 고추맛기름 공급 과정에서도 시험성적서 조작이 이뤄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시론] 한국의 임금제도는 걸레와 같다/김동원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시론] 한국의 임금제도는 걸레와 같다/김동원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통상임금문제는 2014년 한국 노사관계의 가장 첨예한 이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말 한 달마다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이라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고,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이를 반영한 통상임금지침을 발표했다. 이러한 법원과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과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추가임금청구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명확하지 않은 점과 정부지침에 대한 노동계의 이견이 혼란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사실 통상임금은 우리나라 임금제도의 후진성과 복잡성에 기인한 문제다. 서구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기본급과 초과근로수당으로만 구성돼 있다. 즉,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대부분의 경우 (1)일한 시간에 비례한 시간급과 (2)초과근로시간에 대해 시급의 1.5배 정도인 초과근로수당의 합으로 구성된다. 임금 계산도 쉽고 기업 간 비교도 수월하며, 임금정책을 펴기도 용이하다. 반면 한국의 임금제도는 기본급과 극히 복잡한 수당들로 구성돼 있다. 기업에서 사용되는 수당의 예를 들면 효도수당, 월동수당, 체력단련수당, 피복비, 위험수당, 벽지수당 등으로 수당의 명칭을 모두 헤아리면 250개가 넘는 기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수당이 발생한 것은 그간 수당 신설에 대한 노사 간 묵시적인 담합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퇴직금이나 초과근로수당에 따르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조의 동의하에 임금인상 요인이 있을 때 기본급보다는 수당을 계속 신설해 왔다. 그 결과 기업마다 기본급과 10여개의 수당으로 구성된 복잡한 임금체계를 갖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의 임금 구조는 금액으로 봐도 기본급은 적고 수당은 많아서 본봉의 비중이 전체 임금의 40%에 불과해 세계에서 예를 찾기 힘든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학자들은 10여년 전부터 이 문제를 거론해 왔고 일부 학자들은 “한국의 임금제도는 걸레와 같다”라고 까지 언급한 바 있다. 임금체계가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기업에서는 초과근로수당이나 휴업수당, 퇴직금을 지급할 때 어느 수당까지를 포함해 계산해야 할지를 판단할 기준이 필요했다. 그 결과 고용부는 행정지침으로 초과근로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과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이 각각 어느 수당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를 정해 주게 됐다. 한편 법원에서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수당이 계속 늘어나서 기본급성 임금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경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 수년간 고용부 행정지침보다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도 기존의 판결 경향을 재확인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과거임금을 얼마나 추가로 청구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대법원 판결과 고용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혼란이 지속되는 이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는 미래에 있다. 한국의 임금제도를 지금의 기형적인 모습에서 서구의 선진국처럼 명쾌하고 단순한 형태로 바꿔 계산과 비교가 쉽고 정책의 효율성이 담보되도록 임금체제를 개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진작 이런 식으로 임금제도가 개편됐다면 이번 통상임금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임금체계를 개혁하지 않고 이대로 방치해 둔다면 수년 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통상임금의 문제는 우리 임금제도가 선진화돼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져야 할 문제가 이번에 대두한 셈이고, 언젠가는 해결돼야 할 문제다. 이번에 대법원 판결로 이슈가 된 문제만을 거론하기보다는 이참에 우리의 임금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노사정은 머리를 맞대고 한국 노사관계의 백년대계를 마련하는 심정으로 임금제도 혁신 방안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 강남아동시설 보조금으로 억대 ‘쌀깡’

    입소 어린이를 위해 써야 하는 아동생계 보조금으로 매입한 쌀을 ‘깡’(할인) 방식으로 현금화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아동복지시설이 적발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9~10월 강남구 소재 A아동복지시설을 감사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해당 시설장과 직원 1명을 형사고발하고 관할 구청에 중징계를 요청하는 한편 법인 임원 3명에 대해 해임 명령 또는 권고 조치를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관리를 소홀히 한 공무원 6명에 대해서는 훈계 또는 주의 조치토록 했다. 이와 함께 시효가 남아 있는 1억 270여만원을 환수했다. 시에 따르면 주식비, 부식비, 연료비, 피복비 등 지방정부가 보조하는 아동생계비는 인건비·관리비 등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없게 규정돼 있다. 그런데 A시설은 2005년부터 매달 강남구로부터 받아 온 아동생계비 850만원 가운데 일부로 20㎏짜리 쌀 60~70포를 매입한 뒤 시설로 가져오지 않고 시세보다 싼 값에 양곡도매시장에 되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감사 직전까지 매입한 쌀은 모두 1억 2956만원어치로 파악됐다. 시 관계자는 “쌀을 할인 판매해 현금화한 뒤 난방비로 사용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도시가스 사용료도 운영비로 지급받고 있어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다. 시설장은 또 아동생계비 중 414만원을 자신의 옷을 구입하는 등 사적 용도로 쓰기도 했다. 시설 운영 과정에서 적립한 각종 포인트도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직원들로부터 식대를 받아 챙기면서도 직원 식대 지출은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또 각각 전 이사장과 전 시설장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인 법인 임원들과 간병인도 시설에 함께 거주시키며 아동생계비를 이들의 식비나 공과금, 세금 체납 가산금 등으로 썼다. 후원금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9년부터 후원받아 사용한 상품권 1521만원 중 418만원, 후원금 963만원 중 220만원은 시설장이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용산구 B아동복지시설도 입소 아동 생계비 중 일부를 직원 식비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마포구 C아동복시지설과 강동구 D아동복지시설도 식자재 납품 업체를 수의 계약으로 정하거나 가정학습지 교사에 대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고, 후원금 수입·지출을 부적절하게 관리했다는 이유 등으로 행정 처분을 받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국가 블랙리스트로 재취업 피해” 청계노조원 7명에 손해배상 판결

    1980년대 정부의 노동조합 정화 지침에 따른 강제 해고와 중앙정보부 등 국가기관에 의한 ‘블랙리스트’ 작성 및 배포로 취업을 하지 못했던 50대 여성 노조원들이 뒤늦게 국가 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부장 고영구)는 원풍모방(옛 한국모방) 전 노조원 이모(54)씨 등 7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씨 등 3명에게 각 1000만원, 나머지 4명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가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해 노동기본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만큼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았더라도 블랙리스트 작성 및 배포에 대한 피해까지 배상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동일방적 노조 등과 함께 ‘청계피복노조’로 불리던 원풍모방 노조는 1970년대 일당 320원의 저임금, 상여금 미지급, 10분 지각에 특근 1시간 공제 등에 맞서면서 한국 노동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80년 당시 최고통치기구였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는 ‘노동계 정화 조치’를 발표하고 대표적인 민주노조로 꼽힌 원풍모방, 청계피복, 반도상사 등의 노조 임원들을 해임했다. 이후 중앙정보부와 경찰 등 국가기관은 당시 노조원 이름이 기재된 ‘블랙리스트’를 작성·배포하고 지속적으로 이들의 동향을 감시했고, 이씨 등 노조원은 다른 곳에도 취업할 수 없었다. 이들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해 이를 인정받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인권위 ‘긴급구제 회피’ 꼼수 논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지난 4월 긴급구제 사건을 상임위원회에 상정하지 않는 절차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긴급구제 기각에 대한 부담감을 덜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실이 26일 인권위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2013년 4월 4일 상임위 보고 이후 긴급구제 관련 변경(정비) 사항’에 따르면 인권위는 ‘위원회법상 명백하게 긴급구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도 상임위 보고 또는 결정 절차를 거쳐야 할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기초 조사 중 현장에서 해결된 사안은 ‘조사 중 해결’로 처리하고, 주요 내용은 조사국장 결재 뒤 상임위 상정 없이 사무총장과 상임위원, 위원장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꿨다. 인권위는 또 긴급구제 권고 관련 인권위법 48조 1항 1호(의료, 급식, 피복 등의 제공 권고)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식수 섭취 권장량 등을 기준으로 하는 등 긴급구제 요건을 구체화했다. 장 의원실은 “인권위가 ‘긴급성을 요하는 진정에 있어 현재의 상임위 회의 체계가 적합하지 않아 별도의 요건을 신설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개정 지침은 긴급구제 요건의 불충족 조건을 판단하고 확정 짓기 위함”이라면서 “긴급구제 인용 회피 절차를 새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측은 “긴급구제 요건을 세밀화하고 구체화해서 보다 체계적으로 조사해 처리하기 위한 정비였다”고 반박했다. 장 의원실은 또 긴급구제 요건을 구체화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료와 급식, 피복 등을 제공하는 것을 WTO 식수 권장량에 따라 권고한다는 것은 인권위가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는 입장이 아니라 관리자의 태도로 피해 상황을 계량화하는 것”이라며 “이 조항을 당장 삭제하고 개정안 전문을 피해자 권리 구제의 입장에서 재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개정된 규칙에 따라 지난 6월 경찰이 대한문 앞 시위자에 대한 식수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의 긴급구제 사건에 대해 “조사 중 해결이 됐다”며 각하 처리했다. 이어 10월에는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가 ‘주민들의 공사 현장 자유로운 출입’, ‘음식·식수 반입’, ‘비가림막(천막) 허용’, ‘의료진 출입 허용’ 등을 요구하며 낸 긴급구제 요청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자유로운 현장 출입을 뺀 세 가지를 경찰이 허용해 현장에서 해결됐다며 기초조사 결과를 상임위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수리온 헬기·K9 자주포 등 군수품도 성적서 위조

    수리온 헬기·K9 자주포 등 군수품도 성적서 위조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최근 3년간 납품된 군수품 13만 6844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헬기·자주포·전차 등 주요 무기 부품은 물론 병사들의 피복과 식재료에 이르기까지 34개 업체, 125건의 시험성적서가 위·변조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특히 군용 부품의 인장 강도(힘이 가해졌을 때 변형이 생기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정도)가 기준에 미달하는데도 규격을 충족한 것으로 성적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례가 다수 적발돼 무기 성능과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기술로 자체 개발한 기동헬기 수리온은 납품업체 2곳에서 와이퍼 조립체와 보조모터 격인 APU 시동모터 등 3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다. 손상된 전차를 구조·정비하는 구난전차는 납품업체 3곳이 U볼트 등의 부품을 공급하면서 73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다. K9 자주포(사거리 40㎞)는 차량걸쇠(전차의 해치를 잠그는 고리)의 경도가 변조됐다. K10 탄약운반차는 밀대(포탄을 앞으로 밀어내는 장약을 밀어 넣는 금속봉)와 절연판 등 11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하거나 허위 제출했다. 또한 공군 조종사용 가죽점퍼의 가죽 두께, 겨자소스의 염분 함량, 들깻가루의 수분 함량 등도 허위 기재됐다. 적발된 업체들은 핵심 군수품은 기품원이 직접 관리를 하지만 위험도가 낮은 비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공인시험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도록 한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청은 일각에서 시험성적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기품원의 책임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곧 기품원에 대한 감사에 착수키로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구호품” 속이고 아프리카에 폐가전 버린 유럽

    “구호품” 속이고 아프리카에 폐가전 버린 유럽

    전 세계 2억명 이상의 인구가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유독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이 서아프리카의 저소득 국가에 폐기 직전의 가전 쓰레기를 무더기로 수출한 사실이 드러나 ‘선진국의 추악함’이 이 같은 재앙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환경연구단체 블랙스미스연구소와 스위스 녹십자는 4일(현지시간) 발표한 ‘2013 세계 최악의 유독물질 위험지역’ 보고서에서 가나의 아그보그블로시 등 8개 나라 10개 지역을 선정했다. 보고서는 49개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 2억명 이상이 광산이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독물질로 암, 호흡기 질환 등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1억 2500만명이 이 같은 건강 위협을 받고 있다고 추정했으나 올해는 2000여곳 이상의 위험 평가를 거쳐 추정치를 높였다. 가나의 아그보그블로시는 서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전자제품 폐기물 처리 시설이 있는 곳이다. 이곳의 토양에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치보다 45배 많은 유해 금속물질이 검출됐다. 피복 전선을 태워 구리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납 등 중금속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영국 최대 재활용회사인 인바이런컴이 유럽에서 쓰던 중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가나에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1989년 체결된 바젤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일부 유해 폐가전 제품들은 ‘중고’나 ‘구호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거쳐 가나와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로 불법 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 두 지역을 명단에 올린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 지역은 소규모 광산에서 광석을 제련할 때 사용하는 수은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0만여명이 사는 인도네시아 서자바의 치타룸강 유역은 2000여개의 공장이 밀집한 곳이다. 식수를 검사한 결과 미국 기준보다 1000배 많은 납이 검출됐으며 알루미늄·망간 등의 중금속 오염도 역시 심각했다. 가죽 무두질 공장이 밀집한 방글라데시 하자리바그, 원유 유출에 따른 오염이 심각한 나이지리아의 니제르강 삼각주, 아르헨티나의 마탄사 리아추엘로강 등도 10대 오염 지역에 포함됐다. 1986년 4월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잠비아의 광산 도시인 카브웨, 러시아의 광산 도시 노릴스크와 냉전시대 화학무기 제조 공장이 있었던 군수산업 도시 제르진스크는 2006, 2007년에 이어 이번에도 오염 지역 명단에 오르는 오명을 안았다. 보고서는 또 2011년 3월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에 대해서는 ‘특별 메모’ 형식으로 방사능 오염수 유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소득 늘어나도 복지급여는 계속 지원

    소득 늘어나도 복지급여는 계속 지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틀이 2000년 도입 이후 14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정부가 10일 제4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확정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은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선정 기준을 최저생계비에서 중위소득으로 바꾼 것으로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중위소득 40%)의 0~100%에 해당하는 수급자를 대상으로 각 수급조건에 따라 생계·의료 등 7가지 급여 중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에서 급여별로 중위소득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별해 지원하도록 했다. 즉, 최저생계비라는 하나의 기준에 따라 모든 급여를 받거나 못 받는 현재의 제도와 달리 개편안은 급여마다 다른 맞춤형 지원 기준을 정했다. 피복·교통·식료품비 등을 지원하는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2013년 4인가족 115만원)에서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으로 바뀐다. 주거급여는 중위소득 43%(165만원) 이하,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50%(192만원) 이하를 기준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소득이 증가할 때 소득 수준에 따라 생계급여는 받지 못하더라도 의료, 주거, 교육 급여 등은 받을 수 있게 된다. 부양의무자 기준과 관련해서도 현재는 부양의무자 가구와 빈곤 대상자의 최저생계비 185%선이 부양 능력 유무의 판단 기준이 됐지만, 앞으로는 부양의무자가 빈곤 가족에게 최저생계비를 지원하고도 중위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때만 부양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따로 사는 아버지를 둔 아들 가구(4인)의 경우, 현재는 소득이 392만원을 넘으면 아버지의 기초생활수급권이 박탈되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적어도 441만원(중위소득 384만원+1인 최저생계비 57만원)을 넘어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제외된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소득이 늘어도 필요한 복지 급여는 계속 지원하면서 근로 능력을 갖춘 수급자들이 자립·자활을 통해 수급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것”이라며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개편안을 통해 전체 기초보장 수급자 수는 현재 83만 가구에서 약 110만 가구로 30%가량 늘어나지만 개별 가구에 따라서는 급여 수준이 현재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예산 규모가 가장 큰 의료급여(2013년도 기준 4조 2382억원)는 차상위계층이 받는 혜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상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개편안에서는 현행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교육급여(올해 기준 1295억원)는 중위소득 50%로 대상자를 늘렸다. 개편안이 문제점을 얼마나 개선했느냐 하는 점에선 이견도 있다. 김은정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미약한 현행 보장수준을 일부 확대된 수급자 규모로 포장해 과대홍보하는 것”이라면서 “지금도 수급자들이 받는 생계급여는 대부분 주거비로 들어갈 정도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는데, 이번 주거급여 개편 역시 주택임대시장 현실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10명중 3명 이상 “나는 하류층… 먹고살기 힘들어”

    10명중 3명 이상 “나는 하류층… 먹고살기 힘들어”

    국민 3명 중 1명은 자신의 소비수준을 ‘하류층’이라고 인식한다. 관련 조사를 처음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최근 1년간 경제적 부담을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식생활비(주식·부식·외식비), 교육비, 주생활비(전월세·관리비) 순이었다.한국소비자원은 5일 이런 내용의 ‘2013년 소비생활지표’를 발표했다. 1994년부터 몇 년 주기로 이뤄진 조사로 이번이 여섯 번째다. 자신의 소비수준에 대한 질문에 34.8%가 하류층이라고 답했다. 1994년 11.8%에서 거의 3배로 증가했다. 직전 조사인 2007년의 27.1%에 비해서도 7.7% 포인트 늘었다. 중산층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994년 81.3%에서 올해 62.5%로 급감했다. 상류층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7.1%에서 2.8%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1년간 경제적 부담을 느낀 항목에 대해서는 식생활비가 26%로 가장 많은 대답이 나왔다. 이어 공교육비·사교육비·대학등록금 등 교육비(21.5%), 주생활비(12.9%), 의료비(9.7%), 피복 구입비 및 관리비 등을 포함한 의생활비(6.7%) 순이었다. 식생활비는 2011년 조사에서도 1위였다. 1997년 조사에서 1위였던 내구재비(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구입 비용)는 올해 조사에서는 18개 항목 중 응답이 가장 적었다. 직전 네 번의 조사에서 5위 안에 들었던 공과금 역시 올해는 10위에 머물렀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싼 물건을 사기 위해 경제적 부담을 느꼈다면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비는 여섯 차례의 조사에서 모두 3위 안에 들어 거의 20년간 경제적 부담을 크게 주는 항목으로 꼽혔다. 최근 1년간 우리나라 국민의 소비생활 만족 수준을 4점 만점으로 평가한 지표는 평균 2.86점으로, 100점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균 71.5점이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닻 올린 국민대통합委… 초대 위원장 한광옥

    닻 올린 국민대통합委… 초대 위원장 한광옥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위원회(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인 국민대통합위원회가 17일 18명의 민간위원을 임명하고 공식 출범했다. 초대 위원장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확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3대 국정지표로 내건 ‘국민통합’ 실천을 위한 국민대통합위는 그동안 인사파동과 북한발 안보위기 등이 계속되면서 새 정부 출범 113일 만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위원회 출범과 관련, “우리 사회에 내재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정착시키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가치를 도출하기 위한 정책과 사업에 대해 대통령에게 조언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이어 “위원회 출범과 함께 박 대통령의 국민대통합 행보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발표한 민간위원 명단에는 사회 각계 인사가 총망라돼 외견상 ‘대통합’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이다. 우선 한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4선 국회의원과 새누리당 대선 기구인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지냈다. 노동운동이나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도 적지 않다. 김준용 위원은 전태일 열사의 친구로 전 열사 분신 당시 청계피복노조 대의원을 지냈다. 광주 국민통합 2012 의장을 지낸 김현장 위원은 1982년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의 핵심 배후 인물로 기소돼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특별사면됐다. 한경남 위원도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으며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의장, 전국노동단체연합 의장을 역임했다. 출신지는 호남이 7명으로 가장 많고 수도권 4명, 영남 3명, 충청 2명, 강원과 함북이 1명씩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유해물 누출 원인 절반은 불량배관

    올 들어 두 차례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의 불산 누출 사고를 비롯해 최근 잇따라 발생한 유해 화학물질 누출 사고의 절반은 불량 배관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유독물질의 배관으로 쓰이는 제품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독성물질 시설의 배관 규제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26일 지난해 9월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모두 32차례의 유해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절반에 달하는 15건이 시설 미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특히 노후화된 배관이나 이음매 부분에서 누출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1월 충북 청주에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가공 공장에서 불산 용액이 누출된 것은 부실 배관이 원인이었다. 작업자가 불산 탱크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미끄러지면서 배관의 이음매 부분이 파손돼 용액이 새어 나왔다. 현장조사에 참여했던 전문가는 “사업장에서 유독물질의 배관으로 사용되는 제품이 노후화된 경우가 많다”면서 “청주 불산 누출 사고도 약한 재질의 PVC관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8일과 지난 2일 등 올해 두 번이나 발생했던 삼성전자의 화성 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도 배관이 문제였다. 경북 상주시 웅진폴리실리콘 염산 누출과 구미시 엘지실트론, 경기 화성시 성산수지, 시흥시 시화공단 내 ㈜제이씨 불산 누출 사고도 배관이나 연결 부위 결함이 원인이었다. 불산은 강한 독성과 부식성을 가져 강철관도 녹여버린다. 강관을 쓸 경우 외부 피복(라이닝)을 별도로 입히는데 이마저도 녹여버려 대부분 PVC관을 쓴다. 이처럼 배관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지만 정작 배관 제품에 대해서는 규제 조항조차 없는 실정이다. 한국바이닐환경협회 관계자는 “현재 용도 표기가 안 된 채 국내에서 생산되는 PVC관은 건축용이나 공업용, 농업용 등 제품의 쓰임새에 따른 용도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PVC관의 쓰임새별 규제 강화를 위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청원소위(위원장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까지 열렸다. ‘불량 배관 제작·유통 근절을 위한 시행규칙 개정(안)’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는 청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도 지난해 5월 불량 PVC관의 생산·유통 근절을 위해 ‘안전 품질표시 대상 공산품’으로 지정하는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해당 기관인 기술표준원은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중복·과잉 규제와 실효성 미비 등을 이유로 규격화가 어렵다며 시행을 중단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옷·국기로 만들어낸 권력, 그리고 욕망

    옷·국기로 만들어낸 권력, 그리고 욕망

    2005년 어느 봄날, 아버지의 산소에 다녀왔다. 이튿날 방 구석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버지 산소에서 자라던 ‘도독가시풀’이 붙어있었다. ‘죽음’의 쓰디쓴 냄새가 처음으로 코끝을 맴돌았다. 그 옷은 유년시절 돌아가신 아버지와 산소를 짝짓는 고리가 됐다. 얼마 뒤 거실에서 아내가 개켜놓은 빨래를 무심결에 툭 치고 갔다. 우르르~. 무너지는 옷들 사이에서 무언가 엿보였다. 사람의 몸을 떠나 형태를 상실한 옷은 죽음과 같았다. 술김이라 치부했지만 아른한 윤곽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작가 윤종석(42)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함과 기묘함을 지녔다. 헌옷이나 스포츠 유니폼을 활용해 권총, 강아지, 화분, 별 등으로 자유자재로 바꾸어놓는 재주를 가졌다. 덕분에 ‘팝 아트’ 작가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벌써 데뷔 17년째. 관람객을 단박에 굴복시키는 재치와 해학, 욕망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이름 석자를 미술계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애초 대상은 옷이었다. 누군가의 살을 감싸고 피부에 달라붙었던 옷이 몸에서 떨어져 홀로 있을 때 어딘가 낯설어진다는 데 착안했다. 유령 같은 옷은 권력과 욕망이란 허구의 이미지로 가득했다. 캔버스에 옷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고민했다. 처음에는 붓, 이쑤시개, 전선피복 등으로 점을 찍어 그리다가 주사기에 마음이 끌렸다. 아크릴 물감을 가득 담은 링거를 호스로 연결해 천의 올을 하나씩 세어나가듯 화폭에 점을 찍었다. 옷은 살아 움직이는 듯 보였다. 작가는 “점은 가장 작은 표현의 수단”이라며 “어떤 군더더기도 걸치지 않으려 편집증적 고민을 늘어놓다 점찍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변 큐레이터들은 그의 ‘주사기 기법’이 점묘법의 창시자인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보다 진일보한 독창적 기법이라고 평가한다. 도를 닦듯 손목을 끊임없이 움직여 고행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덕분에 허리디스크를 선물로 얻었다. 작가는 “예술활동을 한다기보다 노동의 가치와 진실을 배우는 중”이라며 웃어넘겼다. 작업과정은 재현을 통한 재현이다. 옷을 접어 원하는 형태를 만들고 이를 사진에 담는다. 캔버스에 그려질 크기만큼 실사 출력한 뒤 이를 옆에 놓고 점을 찍어 작품을 완성한다. 여기까지 꼬박 20여일이 걸린다. 이런 식으로 화려한 꽃무늬 옷들은 개나 사자, 돼지나 양의 머리로 변신하고 월드컵 우승국가 선수들의 유니폼은 권총 모양으로 탈바꿈한다. 그런데 다분히 공격적이고 서늘한 긴장감이 감돈다. 작가는 “인간의 숨은 욕망과 권력을 드러내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는 이제 옷을 접지 않는다. 천으로 가리고 덮어 작품을 만든다. 세계 각국의 국기로 덮은 탁자와 의자 등을 통해 ‘갑의 횡포’가 횡행하는 세상을 향해 경고한다.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리는 ‘우아한 세계’전에서다. 이번 개인전에선 회화 20여점과 부조 16점이 선보인다. 점점이 찍힌 캔버스 안에선 권력자의 근사한 의자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국기가 차례로 덮이거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권총이 천에 싸여 의자에 놓인다. 권력은 결국 원탁 속에 숨은 해골로 귀결된다. ‘인생무상’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경찰청 CCTV 물량공세?… ‘묻지마 예산’ 논란

    경찰청이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본예산이 아직 한 푼도 집행되지 않은 방범용 폐쇄회로(CC)TV 사업에 대해 추경예산을 신청해 받아낸 것으로 15일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취약 계층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예산이라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지만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 ‘일단 예산부터 따내고 보자’는 식의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경찰청 예산은 당초 8조 3095억원에서 추경예산 210억원이 반영돼 모두 8조 3305억원으로 늘었다. 사업별로 보면 이동형 CCTV 설치 운영 88억 3800만원, 형사사법업무전산화 사업 50억 6000만원, 신임 순경 교육 예산 12억 3100만원, 신규 채용 경찰관 피복 관리 28억원, 중앙학교 인건비 30억 7700만원이 각각 추가 편성됐다. 그러나 경찰청은 본예산 55억 6000만원이 배정된 이동형 CCTV 설치 사업이 채 시행되지 않은 단계에서 본예산보다 1.6배나 더 많은 추경예산을 신청해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본예산으로 설치해야 하는 CCTV 700대가 한 대도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1050대분의 예산을 받아낸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5일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 “본예산분은 이번 주 중 조달청 전자종합입찰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입찰 의뢰를 할 예정”이라면서 “추경예산분을 포함해 7월 중순까지 조달청 입찰을 완료하고 10월까지 설치를 끝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을 주면 주는 대로 다 설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범용 CCTV 사업의 경우 지난해까지 안전행정부와 지자체가 성폭력범죄 특별관리구역, 서민보호 치안강화 구역 등 CCTV 설치 장소를 경찰청과 협의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경찰청이 시범사업으로 단독 추진한다. 경찰청이 의욕 과잉으로 예산에 눈독을 들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안재경 경찰청 차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예산 210억원이 원안대로 통과됐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추경예산안 검토보고서 역시 “CCTV 설치 구역인 성폭력범죄 특별관리구역, 서민보호 치안강화 구역 등 추가 장소 지정 절차를 거쳐야 해 올해 안에 예산이 미집행되거나 부실 집행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됐다. 안행위 관계자는 “CCTV를 무조건 많이 설치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지자체와의 통합관제 등 모니터링 방식 개선이 더 중요하다”면서 “CCTV의 급속한 증가로 사생활 침해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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