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에 씌워 5일간 여러곳 이동”/장한규씨가 밝힌 피랍생활
◎음식 충분히 배급… 신변위협은 없어/범인들,경찰통신 도청… 검문 안받아
철도건설현장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던 장한규씨등 대우근로자 4명은 무사히 석방된뒤 현지의 대우직원들을 만나 부둥켜안고 재회의 눈물을 흘리며 『마치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라면서 힘들었던 인질생활을 전했다.
9월 21일 피랍직후 담요에 덮어씌워져 산속으로 4∼5일동안 끌겨 다녔다.이때문에 4명이 한꺼번에 피랍된 사실을 4∼5일이 지난뒤에야 비로소 알게됐다는 것.
범인들은 옮겨다니는 동안 이란 경찰 초소를 몇군데 거쳤으나 단 한차례의 검문검색도 받지 않았으며 도피과정에서 여러차례 다른 범인들에게 인계됐고 이란정부의 헬기공격을 받았다.
납치된지 4∼5일이 지난뒤부터는 범인들과 한방에서 지냈으며 특별한 신변의 위협은 받지 않았다.
범인들은 근로자들에게 음식을 끼니마다 충분히 주는등 대접을 좋게 해주는 편이었으며 말은 잘 통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농담을 걸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범인들은 납치된 근로자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무기를 탈취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으로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았다.
그러다가 현지근로경험이 많고 군복무시절 특수부대에 근무했던 장씨가 『우리는 총을 쏠줄 모른다』는 내용을 손짓으로 시늉해 그들의 경계를 늦추게 했다.
범인들은 자신들이 소지한 고성능무전기를 통해 서로 교신을 주고받은 것은 물론 경찰의 무전교신을 도청,그들의 작전상황과 움직임을 낱낱이 파악하고 이에따라 행동하는듯 했다.
장씨등은 시간이 흐르면서 육체적인 피로와 함께 엄습해오는 초조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회사측과 한국정부는 석방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지,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과연 살아서 돌아갈수 있는 것인지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현지경찰과 범인들이 협상을 계속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협상의 진전이 없어 인질생활은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고통의 연속이던 어느날 협상이 잘됐던지 납치범들은 새옷으로 갈아입힌뒤 시차를 두고 2명씩 석방했다.
◎돌연한 낭보에 “정말이냐”… 기쁨의 눈물/가족/안도한숨속 보상 등 마무리대책 분주/대우
『무사히 돌아왔다』
이란 피랍근로자 4명모두가 석방됐다는 소식에 근로자가족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한편 대우측은 석방이후의 대책을 숙의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피랍자 가족◁
○…작업반장 김선웅씨(50·부산시 금정구 서3동 131의29)부인 우순자씨(46)와 맏딸 효숙씨(22)는 가장이 풀려났다는 회사측의 연락을 받고 믿어지지 않는듯 몇번이고 『정말이냐』고 반문.우씨는 『귀국일정은 다시 연락하겠다』는 회사측의 말에 안도의 울음을 터뜨리며 친지들에게 남편의 귀환소식을 전화로 연락.
○…오건탁씨(42)의 부인 최동호씨(42·공항관리공단 청소용역원)는 마침 22일이 남편이 귀국하기로 돼있던 날이어서 출근도 않고 집(서울 강서구 공항동61)에 있다가 상오 8시30분쯤 대우측으로부터 남편이 풀려났다는 전화를 받고 북받쳐 오르는 기쁨에 눈물을 흘리기도.
최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납치사건이 일어난데 대해 세상을 원망했다』면서 『납치범들과 회사측간의 협상이 진전되는지를 몰라괴로운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고 심경을 토로.
○…서울 관악구 신림1동 1627의79 강롱씨(28) 집에는 이날 상오9시40분쯤 혼자 집을 지키던 셋째형수 김류심씨(28)가 대우측으로부터 「무사귀환」소식을 듣고 환호성.
김씨는 『지난달 도련님이 납치된 뒤 집안 분위기가 침울했다』면서 『이제는 악화된 시어머니의 건강이 나아질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
강씨의 어머니 한복남씨(59)는 지난 18일 고향인 전북 임실에 내려갔다가 뒤늦게 아들의 구출소식을 듣고 이날 하오 급히 서울에 도착,『다시는 못볼줄 알았는데 천만다행』이라면서 눈물을 글썽.
강씨 가족들은 마침 23일 아버지 강항희씨(63)의 생일이라 『경사가 겹쳤다』며 싱글벙글.
○…장한규씨(42)의 부인 김옥련씨(43)는 이날 아침 서울 은평구 신사동 집에서 『21일 경주로 수학여행 떠난 막내 재원이(11)가 석방 사실을 알면 무척 기뻐할 것』이라면서 『하루빨리 남편이 귀국해 재회의 기쁨을 나누길 바란다』고 기대.
▷대우대책본부◁
○…대우는 이날 상오8시부터 장영수사장(57)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납치사건 마무리를 위한 대책을 숙의하느라 분주한 움직임.
대우측은 가족들에게 『보안상 이유로 가족들에게 조차 석방사실을 알리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피랍근로자가 모두 우리에게 넘겨지면 충분한 보상등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