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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시의 전쟁 / 연합군 잇단 무차별사격 민간인 사망 2배로 급증

    바그다드를 향한 미·영 연합군의 북진(北進)작전이 본격화되면서 연합군의 진격로마다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인간방패로 나선 반전운동가들을 태운 버스가 연합군에 의해 폭격당하는가 하면 연합군의 직접 사격에 의해 희생되는 민간인도 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연합군이 이라크 중부 도시 힐라에 퍼부은 융단폭격으로 민간인 33명이 사망하고 310명이 크게 다쳤다.또 이날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에 따르면,바그다드와 요르단 사이 루트바에서 미군의 폭격기가 인간방패를 자원한 반전·평화단체 회원을 실은 버스 2대를 공격,여러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전 힐라 인근의 하이다리야에선 피란민 16명이 탄 차량에 미군 아파치헬기가 로켓포를 발사,일가족 15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같은 날 나자프에서는 정지신호에 불응한 피란차량에 미군이 무차별 발포,부녀자 7명이 사살됐다.사망자들은 전혀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주요 언론발표를 토대로 연합군에 희생된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인원을 집계하고 있는 웹사이트(www.iraqbodycount.net)에 따르면,지금까지 최소 565명, 최대 724명의 민간인이 연합군에 의해 사망했다. 지난달 28일 개전 이후 1주일 동안 최소 232명, 최대 312명이던 사망자가 불과 5일만에 230% 이상 급증한 셈이다.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국제적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연합군측은 해명에 나섰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이라크측에 떠넘겼다.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1일 “유족들에게 유감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이라크 정권이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동원하고 있어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며 비난의 화살을 피해갔다. 황장석기자 외신 surono@
  • 바그다드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작품집 ‘발로자를 위하여’ 낸 소설가 송 영

    “바드다드란 도시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 같다는 느낌”(227쪽)“우리는 이라크의 상황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232쪽) 종군기자가 미국의 이라크 침략 현장에서 보낸 기사가 아니다.소설가 송영(63)이 펴낸 작품집 ‘발로자를 위하여’(창작과비평사)에 나오는 장면이다.이 소설집은 95년부터 올해까지 문예지 등에 발표한 중단편 9편을 묶은 것으로 외국여행을 소재로 한 ‘모슬 기행’과 표제작이 눈길을 끈다. 특히 94년 본지(당시 서울신문)협찬으로 이제하,서영은,김채원 등의 작가와 함께 중동을 여행한 경험(‘열사의 아랍서 지중해까지’라는 제목으로 연재)이 바탕이 된 ‘모슬 기행’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맞물려 애틋하게 다가온다.작품은 당시 하트라에서 열린 제3세계 축전에 초대되어 5일 정도 머문 이라크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비록 10년 전이지만 걸프전 이후 이라크사회를 섬세하게 묘사해 이번 침략 이후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한다.미국의 경제봉쇄령이 이라크 국민을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는지를 냉혹할 정도로 차분하게 그리고 있다.또 ‘모슬’로 상징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한 상찬은 어떤 명분으로도 문명의 유적지가 파괴되어선 안됨을 웅변하고 있다.담담하고 낮은 목소리지만 절제된 시선과 냉철한 묘사는 어떤 반전 구호나 성명서보다 전쟁의 참혹함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작가는 31일 밤 전화통화에서 ‘소설(문학)의 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미국처럼 역사가 없는 나라가 인류 문화의 박물관인 이라크에 엄청난 폭탄을 퍼붓는 현실에 소설이 무얼 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팔레스타인 작가가 쓴 ‘하이파에 돌아와서’가 준 감동은 잊을 수 없다.신문 등 그 어떤 매체도 그들의 비참함에 그토록 깊이있는 연민을 갖게 한 것은 없었다.이것이 내가 소설에 거는 기대다.” 한편 러시아인 발로자(블리디미르의 애칭)와의 나이와 국가를 초월한 우정을 그린 표제작은 보편적 인류애를 지향하는 작가의 넉넉한 품을 느끼게 한다.작중 인물인 발로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귀화 러시아인 ‘박노자(朴露子)’이다.작가를 암시하는 주인공의 눈에 비친 전환기 러시아의 젊은이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있다.자본주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난하고 불안한 삶이지만 자기 문화를 사랑하는 자존심을 가꿔가는 러시아인의 한명인 발로자와의 끈끈한 만남을 그렸다.그 인연은 그의 결혼식때 주례를 설 정도로 끈끈하게 이어졌고 이 과정은 작품의 모태가 되었다. 이밖에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피란한 주인공이 고향을 찾아가는 장면을 다룬 ‘태어난 곳’은 절제된 묘사로 단편소설의 묘미를 그대로 담고 있다.또 ‘신뢰받는 인간’‘자비와 동정’ 등도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촉촉히 배어 있다.그 시선을 담는 그릇은 작가가 젊은 시절부터 세련된 문체와 절제된 관찰력 등을 재료로 만든 ‘단편 미학’의 안정된 거푸집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부시의 전쟁 / 후세인가족 이라크 탈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가족과 친척들이 국외 탈출을 기도했다는 여러 건의 보고를 받았다고 미국 국방부가 31일 밝혔다.그러나 같은 날 이라크 텔레비전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개전 직후 사망설이 나돌았던 장남 우다이(39)가 참석한 가운데 고위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방영,미 정보 분석가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빅토리아 클라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후세인 가족이 이라크를 탈출하고 있거나 아니면 탈출을 기도하고 있다는 증거를 목격했다.”고 말했다.증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최근 아주 고위의 관리 가족 등 일부 가족들이 이라크를 벗어나려 기도하고 있다는 몇몇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미국 MSNBC방송은 30일 바그다드를 떠나 시리아로 향하는 이라크 피란민들 가운데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첫째 부인인 사지다가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사지다는 후세인의 이종사촌으로 후세인이 바트당원으로 입당한 1963년 후세인과 결혼해 두 아들과 세 딸을 낳았다. 장남 우다이는 현재 이라크 TV와 이라크 최대 일간지 ‘바빌’의 사장을 맡고 있다.또 젊은층을 겨냥한 FM라디오를 창설하는 등 미디어를 장악,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비정규군 특수부대인 페다인 사담을 지휘하고 있다.1996년 암살미수 사건으로 하반신을 못쓴다.사담 후세인의 주요 측근을 사살,아버지로부터 신임을 잃은 데다 다리 부상까지 겹쳐 후계자 지위를 동생인 쿠사이(36)에게 양보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요르단이나 이란·시리아 등 이웃 국가로 탈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행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함혜리기자 lotus@
  • 미군 총격 민간인7명 사망

    쿠웨이트 북부전선 김균미 도준석·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이라크 남부 나자프의 미군 검문소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정지 명령을 무시한 민간인 차량에 미군이 총격을 가해 이라크 어린이와 여성 7명이 사망,개전 이후 직접 총격으로 인한 첫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관련기사 6·7면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미군의 발포로 어린이와 여성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초소병이 정지 명령을 내리고 경고사격을 가했으나 민간차량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 검문소로 다가와 총격을 가했으며 미군의 사격은 자기 방어를 위한 정당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최소한 10명이 죽고 5명이 부상했다고 중부사령부 발표와는 달리 보도했다. 연합군은 또 전날에 이어 1일 개전 이후 처음으로 바그다드에 대한 주간공습을 실시했다. 모하마드 사이드 알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31일 밤에서 1일 새벽에 걸쳐 이뤄진 미·영군의 폭격으로 바그다드에서만 18명의 민간인이 죽고 100명이상이 부상했으며,바그다드 이외의 곳에서도 30명 이상이 숨지고 13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인간방패를 자원한 외국인들을 태운 버스 2대가 폭격을 당해 미국인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들이 다쳤다고 밝혔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이라크 남부 바빌론주에서 1일 미·영 연합군의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33명의 민간인들이 죽고 310여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바그다드 남부 힐라에서는 미군 아파치 헬기가 피란길에 오른 이라크 가족이 탄 픽업트럭에 총격을 가해 일가족 15명이 몰살되기도 했다. 중부군사령부는 인근 나자프에서도 교전이 계속돼 미군 1명과 이라크군 100여명이 사망했으며 50여명의 이라크군을 포로로 잡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라크 정부는 1일 연합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이라크의 ‘항전’에 동참하기 위해 시리아와 레바논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2000여명이 시라아에서 이라크로 입국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정부는 전날에도 23개 아랍국가 젊은이 5000명이 미·영군을 상대로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입국했다고 밝혔다. kmkim@
  • 후세인 첫부인 도주중 체포설/ 美軍·메디나사단 지상전

    미 MSNBC방송은 30일(현지시간)바그다드를 떠나 피란길에 오른 많은 사람들이 시리아로 향하는 이라크 서부 사막에서 연합군에 의해 제지당했으며 이 가운데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첫째 부인인 사지다가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5·6면 방송은 미군 소식통을 인용,사지다가 현재 미군당국에 억류돼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은 이들 가운데 들어 있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군 선봉을 맡고 있는 제3보병사단 병력과 이라크군의 최정예 공화국수비대 메디나 사단은 30일 바그다드 남부 80㎞에 위치한 카르발라 인근에서 첫 지상교전을 가졌다. 미 제3보병사단 1∼2연대 병력 2만여명은 이날 카르발라 인근까지 이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바그다드 남부 수비를 맡은 메디나 사단과 처음으로 직접적인 지상 교전을 벌였다. 교전중 미군은 이라크군이 생화학무기로 공격하겠다고 방어망을 친 이른바 ‘레드 존’을 침범했으나 이라크군의 화학무기 공격은 없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앞으로 1주일내 바그다드를 향한대규모 진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MSNBC,ABC,폭스뉴스등에 잇따라 출연,자신이 전선 지휘관들의 개전 전 병력증강 요구를 묵살했다는 보도를 일축하고 “전쟁은 차질 없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군의 하심 라위 장군은 바그다드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아랍 각국에서 온 4000명의 아랍 자원병들이 자살폭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바그다드에 도착했다.”고 주장했다.미 MSNBC방송도 이날 수천명의 자폭테러 자원자들이 이라크로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미 공군은 30일밤부터 31일 새벽 사이 총 1800회 출격을 감행,바그다드시내에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동원한 집중폭격을 벌였다.미 국방부는 미군 공습의 4분의3이 공화국수비대 부대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북부전선 김균미 도준석·워싱턴 백문일특파원kmkim@
  • [임영숙 칼럼] ‘여러분이 죽이려는 그 아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기 전 한 전쟁반대 집회에서 열세살 난 소녀가 이렇게 말했다.“저를 한번 보세요.찬찬히 오랫동안.여러분이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걸 생각했을 때,여러분 머릿속에는 바로 제 모습이 떠올라야 합니다.저는 여러분이 죽이려는 그 아이입니다.” 샬롯 앨더브론이라는 이름의 이 미국 소녀는 지난 91년 걸프전쟁에서 이라크 어린이들이 겪은 참혹한 불행을 상기시키면서 덧붙여 말했다.자신이 운이 좋다면 91년 바그다드 공습대피소에서 스마트 폭탄에 살해당한 300여명의 아이들처럼 그 자리에서 죽을 것이고 운이 없다면 천천히 죽어가거나 죽는 대신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외상을 안고 살아갈 것이라고. ‘충격과 공포’작전으로 명명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된 지 1주일.이제 우리는 ‘여러분이 죽이려는 그 아이’들을 매일 보고 있다.‘운이 없어’ 그 자리에서 죽지 못한 아이들의 처참한 모습을. 지난 걸프전 때 한달여 동안 사용했던 것의 두배에 가까운 2500여기의 크루즈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이 쏟아 부어졌다는 이번 바그다드 첫날 공습 때 부상당한 어린이의 울음소리는 한국의 어머니들에게도 오랫동안 환청으로 남을 듯싶다.머리 전체를 붕대로 감은 채 고통과 공포에 질려 울고 있는 그 아이를 어느 어머니가 무심히 볼 수 있었겠는가.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에 대한 공습 때 다친 후 할아버지 손에 안겨 옮겨지던 소녀의 모습,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은 듯 축 처진 그 소녀의 초록색 바지를 누더기로 만든 미사일 파편 자국 또한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어머니 등에 업혀 6·25전쟁을 겪었음에도 어린 시절 나는 오랫동안 전쟁이 일어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악몽을 꾸었다.그 악몽을 대체한 또 다른 악몽,시험 준비를 전혀 안했는데 갑자기 시험을 보게 되는 악몽도 이제 까마득히 잊혀져 가는 마당에 이라크 전쟁이 다시 어린시절의 악몽을 일깨워 주고 있다. 모든 전쟁은 어린이와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그 희생양으로 만든다.이라크 전쟁의 민간인 피해자들 역시 그 사회의 가장 힘 없는 사람들이다.피란을 떠날 능력도 없는 가난한사람들,공습 사이 사이에 생업을 꾸려가야 하는 이들이 이번 전쟁의 첫번째 희생제물이 됐다. 그러고 보면 여성들이 반전 운동에 앞장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세계YWCA는 지난해 이미 “유엔의 재가가 있든지 없든지 이라크에 대한 어떤 군사적 공격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선언했다.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국내 반전운동에도 여성들이 적극 앞장서고 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아무리 서울에서 반전데모를 벌여도 미국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을 수는 없다.미국에서 보면 우리의 반전운동은 ‘꼴값’정도에 그칠 것이다.전쟁에는 선과 악이 없다.이번 전쟁을 지지하는 나라도 반대하는 나라도 ‘국익’에 따른 선택을 했을 뿐이다.”라고. 그러나 외교적 현실이 어떻든 우리 어머니들이 이 더러운 전쟁을 반대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그리고 이라크 어린이들보다 나을 것 없는 북한의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유니세프는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 19일 ‘오늘의 이라크 어린이 상황’을 발표했다.이라크 인구의 절반가량이15세 미만의 어린이고 그중 100만명이 넘는 어린이가 영양실조 상태이며 5세 미만 어린이의 4분의1이 발육부진 상태라는 것이었다.유니세프 이라크 사무소 대표는 “전쟁은 이미 충분히 비참한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전운동이 길거리의 이벤트에서 더 나아가 그 아이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구호활동으로까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올지 짐작해 보기도 두려운 ‘바그다드 시가전’이라는 재앙이 임박한 상황이다. 미디어연구소장ysi@
  • 부시의 전쟁/ 바그다드표정 “聖戰 참여” 피란민 되돌아와

    지난 24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대국민 TV연설에 이어 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피격당하고 이라크군이 미·영 연합군과 격전을 치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그다드에 항전 의지가 달아오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5일에도 대규모 공습이 이뤄졌지만 이미 공습은 시민들의 일상사가 됐다.바그다드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폭격을 피해 대피한 탓에 수백개의 아파트 건물이 비어 있다.폭격 와중에도 회교사원에서는 코란의 독경소리가 흘러나온다. 바그다드 시내에는 소총 등 무기를 실은 트럭들이 달리고 피란을 떠났던 중장년 남자들이 ‘성전(聖戰)’에 참여하기 위해 되돌아오고 있다.또 미국의 경제제재 등으로 이라크를 떠났던 망명자들도 귀국하고 있다.라디오에서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노래나 후세인 대통령의 업적을 치하하는 프로그램이 계속 방송되고 있다. 바그다드 외곽에서의 폭발음이 자주 들리기 시작하면서 공화국수비대가 순찰을 강화했다.이들이 시내 곳곳에 마련된 참호에 불을 질러 공습에 참여한 미·영기들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이라크인들의 반미감정은 극에 달하고 있다.TV에서 미군 병사들의 인터뷰 장면을 본 한 치과의사는 “끔찍하지만 91년 걸프전에서 희생된 아이들이나 13년간 경제제재로 인한 이라크 희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경하기자 외신 lark3@
  • 부시의 전쟁/전황 상보 - 새벽까지 교전 美 ‘더딘 진격’

    |워싱턴 백문일특파원|게릴라 전술을 동원한 이라크군의 예상치 못한 저항으로 미·영군의 바그다드 진격에 제동이 걸렸다. 23일 쿠웨이트 북서부 사막 캠프 펜실베이니아를 출발한 미 육군 제101 공중강습사단은 24일 이틀째 진격을 계속했지만 이동속도를 상당히 늦췄다.바그다드 남쪽 80㎞ 지점인 카르발라로 진격할 예정이었던 미 육군 3보병사단도 행군을 멈췄다.미·영군의 잇단 전사와 5000갤런 들이 연료탱크를 날려버릴 정도의 사막의 모래폭풍이 사단의 이동속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지상군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공습은 24일까지(바그다드 현지시간) 대통령궁과 정부청사 건물 등을 겨냥해 닷새째 계속됐다. ●연합군 지상전투서 고전 바그다드 남쪽 80㎞ 지점에 위치한 중부도시 카르발라에서 ‘걸프전의 영웅’이었던 미군의 아파치헬기 AH-64 1대가 이라크군에 격추됐다고 미 중부사령부가 확인했다.이라크측은 이날 몇몇 농부들이 아파치헬기 2대를 격추했으며 조종사 2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주장했다.조만간 조종사들의 사진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쿠웨이트 국경에서 160㎞ 떨어진 유프라테스 강변 나시리야 지역에서는 전날 오후부터 24일 새벽까지 계속된 처절한 전투 끝에 미군 12명이 숨지거나 붙잡혔다.이라크군은 백기를 흔들다가 발포하고,매복했다가 전투지원 차량을 습격하는 등 게릴라식 전투로 미군을 괴롭혔다. 이 지역에서는 23일 507정비대 소속 미군 병사 7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고 5명이 포로로 붙잡혔으며,뒤늦게 부상자를 구출하기 위해 나시리야 시내로 들어간 해병대원 9명도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미군은 에이브람스 탱크 등을 앞세워 두번째 나시리야 공략에 나섰다. 이라크 남부지역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영국군 2명도 이라크군의 공격을 받고 실종됐다고 영국 국방부가 공식 발표했다.이미 함락된 것으로 알려졌던 이라크 제2도시 바스라와 항구도시 움 카사르에서도 이날 새벽 120여명의 이라크 병사들이 반격을 가해 연합군이 곤욕을 치렀다.나자프에서는 미 육군 제7기갑부대가 무모하게 바그다드로 진격하려다 선봉 5개 부대가 이라크 대대 단위의 병력과 교전을 벌였다. ●민간인 피해도 속출 23일과 24일 미·영 연합군의 대 이라크 공습으로 민간인 98명이 사망하고 490명이 부상했다고 모하메드 알리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이 밝혔다.이라크 국경 부근에서는 승객 37명을 태운 시리아 여객버스 1대가 미군의 공대지 미사일 1기에 피격돼 피란길에 오른 시리아인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고 시리아 관영 통신이 24일 보도했다.AFP통신은 또 이날 연합군의 미사일이 바그다드 서쪽 민간인 밀집지역에 떨어져 여성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고 현지 주민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공습은 계속 바그다드에서 24일 낮 12시30분(한국시간 24일 오후 6시30분) 최소한 6차례의 강력한 폭발음이 들렸다고 AFP통신이 전했다.이른바 ‘충격과 공포’ 작전 개시 후 최대 규모의 폭격으로 전해졌다.오전 10시쯤에는 이라크 북부 거점도시 키르쿠크와 쿠르드족 자치지역 내 참차말 사이의 전선지역에도 개전 이후 처음으로 공습이 감행됐다.B-52폭격기들도 어김없이 영국 서부 페어포드 공군기지를 이륙,대규모 공습에 들어갔다. mip@
  • 부시의 전쟁/ 기아·공포의 도시 바그다드...미사일파편 박힌 어린이 ‘신음’

    미·영 연합군의 집중적 대규모 공습을 받고 있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모습은 한마디로 ‘기아와 공포’로 얼룩진 죽음의 도시다.바그다드 현지 표정을 보도하는 외신을 종합했을 때 내릴 수 있는 잠정 결론이다. 22일(현지시간)까지 약 350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공격을 받은 바그다드 시내 곳곳은 무너진 건물과 부상자들로 넘쳐났다.미·영 연합군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대규모 공습으로 바그다드 시내에서만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이날 대공습으로 바그다드의 알 무스탄사니야 대학 병원에만 101명의 환자들이 온몸에 미사일 파편이 박힌 채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또 이들 부상자 중 군인은 16명뿐이며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성 등 시민들이었다고 덧붙였다. 후세인 대통령 등 지도부만을 겨냥했던 첫날 공격과 달리 21일 새벽 융단 폭격이 쏟아지자 바그다드 시민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시내 전체가 불길과 연기에 휩싸인 가운데 대부분의 공무원들과 시민들은 연기를막아줄 방독면도 없이 물에 적신 타월 등으로 얼굴을 감싼 채 파괴된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벌였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폭발음이 계속되고 있지만 23일 이곳 주민들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시민들은 직장에 나가 일을 했고 상점과 식당들도 문을 열었다.시내버스 등의 차량 운행도 계속됐다.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기도 했다. 전쟁에 익숙한 듯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지만 이들은 사실 미사일 폭격보다 더한 두려움에 직면해 있다.바로 굶주림이다. 유프라테스강을 넘어 바그다드로 진격하는 미·영 연합군의 탱크는 이라크 농부들이 겨우내 경작한 농작물과 봄나물을 모두 짓밟고 있다.비축해 둔 식량은 겨울을 넘기면서 바닥이 났고 이제 씨를 뿌려 싹을 내고 있는 농작물과 수확철을 맞은 겨울 농산물은 탱크와 군화발에 짓밟혀 이라크 주민들은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하게 됐다. 요르단 암만의 유엔 관계자는 23일 “3월 말은 이라크에서 겨울곡식을 수확하고 동시에 봄작물을 파종하는 시기지만 이라크 전역에서 이뤄지는 전투로농사가 지장을 받고 있다.”면서 “식량수급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유엔 산하 세계식량기구 관계자 역시 수확 및 파종기에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은 식량공급에 있어 최악의 시기를 잡은 것이라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더욱이 현재 바그다드에 남아 있는 시민들은 대부분 피란을 떠날 엄두조차 못내는 가난한 사람들로 폭탄뿐만 아니라 기아에도 맞서야 할 처지다.일하지 않으면 하루치 식량조차 구할 수 없는,남은 이들은 폭탄 세례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피란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재산을 챙겨 이라크 외곽으로 대피하거나 요르단,시리아 등 인접국가로 건너갔다.하지만 이라크 북부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약 50만여명의 피란민들이 북부 국경지대로 몰려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작은 동굴에 몸을 피하고 있는 난민들은 그야말로 처참한 모습이다.바그다드는 물론 이라크 전 지역의 주민들이 굶주림과 하루하루 업습해 오는 죽음의 공포로 고통받고 있다. 강혜승기자 외신 1fineday@
  • 부시의 전쟁/국내 이라크인 분통·애간장“부시·후세인 싸움에 왜 내가족이 고통…”

    “신이시여,조국 이라크를 보살펴 주소서.”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시작된 20일 한국에 거주하는 이라크인들은 고향의 가족들을 걱정하며 애간장을 태웠다.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중앙 이슬람성원에서 만난 마지드 알베드리(32·수원 거주·무역업)와 마제드 한투스(27·인천 거주·상업)는 미국의 공습 소식을 접하자 예정된 합동 예배를 제쳐두고 전화기부터 찾았다.몹시 초조한 표정으로 고향에 전화를 걸어 가족들의 무사함을 확인한 뒤에야 예배를 드리며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기원했다.마지드는 “바그다드에 있는 아내와 가족이 전화를 통해 ‘폭격과 대공포 소리가 집 가까이에서 들려와 무서워 나가지를 못한다.’고 울먹였다.”면서 “빨리 피란을 가라고 했지만 집이 몰수당할까봐 방안에 모두 모여 기도만 드리고 있다고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그는 “이번 전쟁은 부시와 후세인의 싸움인데 왜 죄없는 내 형제·가족이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바그다드에 부모·형제 등 17명의 가족을 둔 마제드는 고향의 가족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한때 발을 동동 굴렀다.한참 후 통화에 성공한 그는 “가족들이 아직 피란 준비를 못하고 있어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돌보고 싶지만 이라크 국경이 폐쇄돼 그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가족들에게 연락하느라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하미드(34·무역업)는 “가족 걱정에 일손을 놓고 하루종일 전화통만 붙잡고 있다.”면서 “미국의 공격은 무고한 생명을 유린하는 또 다른 테러”라고 비난했다.이날 이라크 전쟁의 여파로 대다수 이슬람교도들이 외출을 삼가고 외부 접촉을 꺼린 가운데 한남동 중앙 이슬람성원에는 10여명의 교도가 초조한 표정으로 전쟁 종식과 평화를 기원했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이라크인은 33명이다.10여명은 무역업 등에 종사하며 장기 체류하고 있으며 20여명은 여행 등을 목적으로 일시 체류하고 있다.한국과 이라크는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한 이라크대사관은 94년 5월 본국의 경제사정이 악화돼 폐쇄됐다.이영표기자 tomcat@
  • 부시의 전쟁/ 유엔 난민구호 대책은“식량 1000만명분 준비중”

    “1000만명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시나리오를 준비중”이라는 유엔 인도지원국(OCHA) 소속 한 관계자의 말은 전후 이라크가 겪을 피폐상을 가늠케 한다.‘최소한 740만명이 부상과 기아·질병 등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유엔보고서도 나와 있다.이라크 내에서만 300만명의 민간인이 피란길에 나서고 국외이주 난민은 6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국제단체 응급물자·의료 지원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나 국제적십자연맹(IFRC)·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 구호단체들의 손놀림을 바쁘게 하는 소식들이다.UNHCR는 비록 이라크에서는 철수했지만 이란 서부 케르만샤와 터키의 지중해 연안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요르단의 아카바 등 이라크 인접지역에 200여명의 직원과 응급 구호물자 등을 배치했다.또한 7개 응급팀을 구성하고 72시간내 출동태세를 갖춘 상태다. IFRC와 적신월사(RCS)는 80여명의 직원을 동원해 이란·터키·시리아·요르단 등에 25만여명의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캠프를 준비중이며,인근 중동국가에서 수천명대의자원봉사자를 모집중이다.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전쟁기간 중에도 수십명의 직원들이 이라크내에 남아 음료수 제공과 의료봉사 활동 등 구호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WFP는 이라크 주변에 1만 2000t의 식량을 배치하고 2만 4000t을 추가로 공수할 계획이다.이는 90만명의 난민을 약 10주간 먹여 살릴 수 있는 분량이다.유엔아동구호기금(UNICEF)도 이라크내 어린이와 어머니들을 위한 최소한의 수요에 대비,1400만달러의 자금을 요청해 놓았다. ●주변국 대규모 난민캠프 설치 이라크 국민들은 ‘병 주고 약 준다.’고 생각할지 모를 일이지만,미국도 전쟁 직후 이라크 민간인 지원을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긴급 구호팀을 편성했다는 소식이다.미국은 무력충돌 발생 직후 당장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과 의약품,재건비용 등으로 1억 5400만달러의 초기비용을 배당했고,사상 최대의 ‘신속 구호팀’을 조직해 훈련해 왔다고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밝혔다.그는 구호팀이 보건·식량·수자원·보호시설 분야 전문가 60명으로 구성됐으며,이라크근처에 긴급구호품도 미리 배치해 놓았다고 덧붙였다.그러나 이라크 국민 앞에 놓인 재앙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관측이고 보면,난민지원에 대한 준비는 아직 크게 부족하다는 분석이다.더욱이 전쟁이 민간인들에게 미칠 피해의 규모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현지 날씨가 더워지면서 콜레라나 홍역 등 전염병이 돌고 영양결핍이 진행되는 등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될 여지가 많다. 국제앰네스티(AI)와 옥스팜 등의 구호단체는 이라크 민간인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며,지뢰·집속탄(集束彈) 등의 사용이나 발전소 같은 주요 민간시설의 공격을 피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지운기자 jj@
  • [나의 건강보감] ‘영원한 청춤의 작가’ 최인호

    ‘자유인’ 최인호의 ‘청계산 이야기’는 결코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는 한 대가의 처절한 자기연민이자 작은 돈오(頓悟)같은 것이었다. 최인호(59).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영원한 청춘의 작가’로 기억하고 있으나 그인들 세월을 비켜갈까.당장 내년이면 세상의 이치를 꿴다는 이순(耳順)의 나이 육십줄에 들게 된다. 눈이 오건,바람이 불건 해발 618m의 청계산 능선을 밟으며 ‘영혼의 잠을 깨우는 일’을 그치지 않는다.“이 산을 안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고 행복하다.”는 그다. ●8년전 청계산과 인연 이 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8년 전.“그때 나는 무작정 집을 나섰다.홀로 며칠 바닷가를 찾거나 아니면 설악에라도 오를까 했다.심신은 늘어져 있었고,어깨가 못견디게 결려(그는 엎드려 글쓰는 버릇이 있다) 딱히 지향없이 나선 길이었다.마침 떠오르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그렇지 내게도 갈 곳이 있었지.’”그렇게 해서 그는 청계산과 마주하게 됐다. 그것이 청계산과의 첫 대면은 아니었다.그는 6·25때 아버지를 따라 이 산 계곡에서 피란민으로 여름한철을 보냈다.여기다 그가 흠모하는 경허스님이 이 산의 청계사에서 아홉살 어린 나이로 머리깎고 사미(沙彌)의 행자(行者)생활을 시작했으니,이미 그와는 인연이 깊은 산이었던 셈이다. 그에게는 당뇨가 있었다.아픈 기억이지만,누이를 당뇨로 잃었고 노모도 당뇨로 고생하고 계시다.심하지는 않지만 가족력인 탓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는 질환이었다.게다가 봄만 되면 겪는 우울증도 걱정스러웠다.따로 약을 먹진 않으나,젊은 시절에는 위스키같은 독주에 의지하곤 했다.이런 저런 이유로 한 때는 자신의 삶에 크게 낙담하기도 했다.우울증이 엄습하면 차를 몰고 전라도나 경상도까지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소리내 울기도 했다.이런 그에게 그 산은 축복이었다. ●담배 딱 끊고 술 거의 안해 산행 예찬은 끝이 없었다.그가 산행을 통해 얻는 것은 ‘정화된 영혼’.몸도 몸이지만 그렇게 정신을 추스르지 않으면 제대로 글을 써낼 수 없다.“나는 프로 작가다.몸과 마음이 항상 준비돼 있어 어떤 영감이라도 글로 적어낼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거의 술을 하지않는다.술을 마셔야 하는 약속은 아예 피한다.담배도 15년 전에 끊었다.도락(道樂)이라면 하루 1∼2대 쯤 태우는 시가가 전부.시가는 7∼8년쯤 전 다큐멘터리 ‘왕도의 비밀’을 집필할 때 무료해서 시작한 것이다.특히 아침 무렵 커피와 함께 태우는 시가를 일품으로 친다.고혹적인 맛이 좋아서다.입맛이 길들여져 쿠바산만 고집한다.연기를 삼키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건강을 해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 말고는 고답적이랄 만큼 시류에 대한 적응이 늦다.아직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흔한 e메일 하나 없다.필체를 잃어버릴까 겁난다며 원고도 육필을 고집한다.지금 타는 차는 10년된 고물이다. 그런 그가 당뇨더러 “고마운 존재”라고 하는 것은 뜻밖이다.그는 말을 이었다.“당뇨라는 장애물이 없었다면 내 삶에 너무 자신만만해 종국에는 몸을 크게 상했을 것인데,그것 때문에 ‘절제’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그렇다고 그가 당뇨의 포로는 아니다.그는 의사의 권고치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예컨대 의사는 혈당 140 이하를 강조하지만 그는 150도 좋다는 식이다.“최근 KBS 기획특집 ‘해신 장보고’ 취재때는 젊은 사람들도 픽픽 나가떨어졌는데 나는 멀쩡했다.”며 씩 웃는다. ●산행이후 구부정한 허리 펴져 물론 그의 운동편력이 산행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한때는 싱글 수준에 이를 만큼 골프를 좋아했으나 지금은 거의 손을 뗐다. 그에게 산행이 정말 좋으냐고 물었다.“영화배우 안성기씨가 그럽디다.‘형,몸이 가벼워 보이고 구부정한 허리도 곧추섰다.”고. 올해 유럽으로 작품 취재여행을 다녀오겠다는 그는 이런 ‘산행예찬’을 남겼다.“땀흘리며 산을 타보라.혼자 명상하며 산을 타는 것은 수양이자 영혼이 정화되는 체험이다.내면의 화(火)가 이내 숨죽여 평온해지고,너그러워진다.그 뿐인가.산은 내게 또 얼마나 많은 영감과 열정을 주는가.”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전문가가 말하는 올바른 등산법 최인호씨의 등산법은 독특하다.일단 산에 오르면 그날 맘먹은 곳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내닫듯이 걷는다.잘 쉬지 않는다.그렇게 산을 타다보면 이내 숨이 턱에 차고,비오듯 땀을 흘린다.그가 말하는 ‘가슴터질 것 같은 희열’의 지경이다. 그러나 초보자가 그처럼 산을 타다가는 이내 고장이 나고 만다.산을 타는 것도 기술이다. 초보자는 짧은 거리부터 긴 거리로 조금씩 코스를 늘려가는 것이 좋다.걸음은 기본만 익힌 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길들이면 된다.걸을 때는 등산화 바닥 전체로 지면을 밟되 가능한한 일정한 보폭과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갑자기 보폭과 속도를 바꾸면 몸에 무리가 오거나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처음엔 15∼20분을 걸은 뒤 5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하다가 몸이 풀리면 ‘1시간 보행,10분 휴식’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게 좋다.쉴 때는 퍼질러 않거나,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아야 한다. 최인호의 경우 자주 찾는 코스는 서초구 원지동 원턱골에서 출발해 매봉을 향하는 코스.이 길을 따라가다 적당한 곳에서 오른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이렇게 1시간 30분 가량을 걷는다.보통 사람이 걸으면 2시간쯤 걸리는 거리이다.한달에 한번쯤은 3∼4시간 정도를 할애,이 산을 종주한다.원턱골에서 출발해 과천 쪽으로 빠지는 코스를 좋아한다.“산행 뒤 정신의 청량감은 무엇과도 비길 바가 아니다.잠도 잘 들고 몸도 무척 좋아졌다.”고 자랑한다. 그는 “비오듯 땀을 흘리며 헐떡인다는 게 얼마나 좋으냐.”고 반문하지만 사실 일반인이 헐떡일 정도로 산을 타는 것은 위험하다.산행은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을 정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러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의 경우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걸어야 하며,내리막길도 오를 때처럼 몸을 약간 앞으로 굽힌 자세에서 발바닥 전체로 지면을 누르듯 착지해 걷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특히 내리막에서 보폭을 키워 황새걸음을 걷거나 달리는 것은 금물.산에서 내려올 때 사고가 많다는 점을 유의할 것. ●도움말=산악인 장건상 심재억기자
  • [외교관 통신] 유명환 駐이스라엘 대사

    “꼬리가 무척 긴 운석이 고요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보고 마침내 예루살렘에 평화가 오는구나 하고 기대했다.그런데 그것은 이라크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이었다.” 이스라엘 교수 한분이 며칠전 10년전 1차 걸프전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그 분은 조만간 ‘꼬리 긴 아름다운 운석’이 예루살렘 밤하늘을 또다시 지나갈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예루살렘은 ‘평화의 토대’라는 단어에서 유래한다.그러나 인류역사상 이 도시만큼 정복과 파괴에 시달린 곳도 없다.서기 70년 로마의 티투스 장군의 명령에 따라 ‘돌위에 돌하나 남지 않도록’ 파괴된 이 도시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의 결과로 2000년 만에 다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손으로 돌아왔다.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으로 이곳에서 살던 100만여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집과 재산을 모두 남겨두고 서안지구 및 가자지구로 피신,지금까지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이들은 유엔 등 국제기구의 원조에 의해 연명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할 일도 없다.하마스,지하드,알악사 브리게이드 등 무장조직들은이 젊은이들을 조직에 충원할 수 있다.일주일이 멀다하고 터지는 자살폭탄 테러는 이들의 소행이다.2년 반이나 지속되는 소위 ‘민중항거’로 팔레스타인인 2000여명,이스라엘인 700여명이 희생됐다.보복이 보복을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제는 어느 것이 어느 것의 보복인지 앞뒤를 알 수가 없다. 공중버스,식당,상점 등을 목표로 한 팔레스타인인 자살테러는 이스라엘인들의 생활방식을 바꿔 놓았다.한 교민 부부는 교회에 갔다가 오는 중에 버스에 새로 올라탄 승객의 인상이 좋지 않아 무작정 내려 힘들게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식당마다 경비원들이 손님들을 일일이 검사한 뒤 들여보내는 것도 익숙해진 풍경이다.어느날 식사를 한 뒤 청구서를 보니 주문하지 않은 항목의 금액이 적혀 있었다.손님들이 안심하고 식사하도록 한 경비원의 수고료라는 게 식당측 설명이었다. 식당에서 자리잡기도 쉽지 않다.가급적 창가쪽을 원하는 사람도,기둥근처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 자기 보호 방법에 따라 행동양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환경 적응능력은 무척 뛰어난 것 같다.테러로 수십명이 죽은 자리도 그 다음날이면 흔적도 없이 말끔히 치워져 있다.테러로 파괴된 식당 자리에 같은 간판의 식당을 차려도 사람들이 그대로 드나든다고 한다.전쟁이 한창이던 베이루트와 예루살렘 주재 특파원을 지낸 미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개구리’론이 떠올랐다.끓는 물속에 개구리를 집어 넣으면 금방 뛰쳐나와 살지만,찬물에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적응하다 그대로 죽고 만다는 이야기다. 주변 아랍국가들은 형제인 팔레스타인을 돕기 위하여 네번이나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렀으나 모두 이스라엘에 패배하고 말았다.10년전 걸프전에서 미군 및 다국적군의 공격을 받은 이라크가 이스라엘을 겨냥,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스라엘을 전쟁에 끌어들여 걸프전에 참여한 아랍국가들로 하여금 총구를 이스라엘로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곳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그래서 이번에도 미국 및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이라크는 반드시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 이곳은 이라크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가스 마스크가 지급되고,집집마다 대피시설을 만들고 유리창문을 봉하고 비상시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그러나 시내는 오히려 차분하게 내려앉은 분위기다.이곳을 떠나면 지중해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단호함이 읽혀지기도 한다. 많은 외국인들이 이미 본국으로 대피했고,각국 외교관들의 수도 줄고 있다.우리 교민 500여명 중 상당수도 귀국했다.토요일에 열리는 한인교회의 예배당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있어 쓸쓸하게 느껴진다.미처 대피못한 교민들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전쟁이 임박하면 이나라 남쪽 끝 국경도시로 피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절박한 상황에서 용서와 관용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그러나 평화는 힘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지난 3000년의 예루살렘 역사속에서 50여차례 정복이 있었으나 평화는 아직 이름뿐이다.민족·종교간 갈등은 용서와 관용 없이는 풀어질 수 없는 것 같다.저쪽이 살면 내가 죽고,내가 살면 저쪽은 죽어야 한다는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의 논리가 지배하는 한 평화는 요원하기만 하다.기독교,이슬람교,그리고 유대교가 모두 성지로 삼고 귀중하게 생각하는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전쟁의 공포와 자살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인류의 양심에서 볼 때 한없이 수치스럽다. ●유명환(柳明桓·57)대사 약력 서울대 행정학과,외시 7회,싱가포르 1등 서기관,주미 대사관 참사관,공보관,청와대 외교비서관,북미국장,주미 공사,대테러 및 아프간문제 담당 대사
  • 다시 만나는 ‘바보천재’ 내일부터 운보 유작29점 선봬

    인물화의 대가 이당 김은호를 스승으로 둔 운보 김기창은 은사의 미인도 취향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그것은 운보가 선전(鮮展)에서 특선한 작품들이 대부분 미인도라는 것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운보가 1973년에 그린 고전적인 형식의 작품 ‘미인도’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 관훈동 우림화랑(옛 대림화랑,대표 임명석)이 이전개관 기념전으로 기획한 운보 김기창전은 2001년 운보 타계 이후 다시 한번 그의 작품들을 음미할 수 있는 전시다.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운보전에서는 1950년대 초 피란지 군산에서 그린 산수화에서부터 ‘금학록(琴鶴鹿)’등 1990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운보의 유작 29여점이 선보인다.운보의 상징인 ‘바보산수’와 ‘청록산수’도 관람객을 맞는다.‘청록산수’는 양산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대중적 인기는 여전하다.수적으로 가장 많은 이 ‘청산도’는 1970∼1980년대 작품을 가장 높게 친다.이번 전시에는 ‘청산미인’(1985년),‘청산목동’(1987년) 등의 작품이 걸린다. 1974년 대구에서 화랑을 시작한 임씨는 1980년 관훈동으로 자리를 옮겨 고화 중심으로 전시해오다 이번에 이름과 장소를 바꿔 재개관했다.(02)733-3738. 김종면기자
  • 문학 책꽂이/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 외

    ●La Coree et les Coreens(한국과 한국인)(카를로 로제티 지음,노미숙 외 불역) 100년 전 우리나라에 상주했던 이탈리아 외교관이 400여장의 사진과 함께 기록한 책이 대산문화재단의 해외 한국문학 연구지원사업에 따라 프랑스어로 번역돼 현지에서 출간됐다.번역은 프랑스 소르본대학의 불문학과 교수인 알랭 제네지오와 번역가인 노미숙씨가 맡았다. 책은 대한제국 시절인 1902년 무렵의 궁중 생활과 교육·형벌제도,종교,일제 침략 등 격동기의 모습을 담고 있다.프랑스 메종뇌브 펴냄.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박동규 지음)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아버지 박목월 시인 등 유년시절의 일화를 바탕으로 엮은 신작 수필집.6·25전쟁이 터진 직후 미군의 폭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시가지를 내달리며 자신을 찾는 어머니에게서 ‘사랑’을 느꼈다든가,아버지를 피란보낸 일,그후 두려움과 굶주림에 지쳐가다 3개월여 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와 해후하는 이야기 등이 콧잔등을 싸하게 한다.대산출판사 8000원. ●구운몽(김만중 지음,송성욱 옮김) 조선 중기 양반사회의 이상을 반영한 고전소설.주인공이 하룻밤 꿈을 통해 삶의 덧없음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현실과 꿈을 오가는 환몽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환상소설의 효시.지금까지 미국 체코 러시아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 7개국어로 번역,출간되기도 했다.민음사 7000원.
  •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대표 “이중섭·박수근등 그림 50점 기증”

    서울 가나아트센터의 이호재(사진·49) 대표는 23일 이중섭(1916∼1956)의 원화 등 근현대 미술작품 50점을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이중섭전시관에 기증했다. 이 대표가 전달한 작품 중 이중섭의 원화는 ‘풍경’ 등 유화 2점,‘아이들’ 등 은지화 2점,‘사슴’ 등 엽서화 2점,드로잉 작품 ‘매화’ 1점 등 모두 7점이다.이밖에 43점은 박수근·김병기·이경성·장욱진·장이석·박영선·이응노·한묵·유영국·윤중식·최영림·하인두·중광 등 이중섭과 평소 교분이 두텁던 화가들의 작품이다. 서귀포는 이중섭이 한국전쟁 와중인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부인,두 아들과 함께 피란 생활을 한 곳.그는 이곳에서 담뱃갑의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는 등 예술혼을 불살랐다.이듬해 생활고에 시달린 부인이 두 아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뒤 부두노동자 등으로 전전하다 이후 정신분열증세를 보였으며 1956년 요절했다. 이중섭전시관은 지난해 11월 서귀포시가 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연면적 170여평 규모로 서귀포동에 개관했으나 원화 없이 복사본만 일부 전시해왔다. 이 대표는 “화랑 개관 20주년을 맞아 공공미술관에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문화를 공유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마티스미술관과 샤갈미술관이 프랑스 니스를 세계적 문화휴양도시로 격상시킨 구실을 한국에서 이중섭전시관이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1년 초에도 임옥상·신학철·홍성담·오윤 등 1980년대 민중미술 화가의 작품 200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후세인 망명’ 美-이라크 협상說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3인방’이 19일(현지시간) 일제히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망명을 지지하고 나서 후세인 망명이 이라크 위기 해결의 유력한 대안으로 부각하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3명은 이날 TV 일요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후세인의 망명 지지와 면책 가능성을 제시,유엔 무기사찰단의 보고서 제출시한을 1주일 앞두고 미국과 이라크간에 모종의 막후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미 ABC방송의 대담 프로그램인 ‘이번 주(This Week)’에 출연,후세인 대통령과 이라크 정부 수뇌들의 자진 사퇴와 망명을 조건으로 전쟁범죄에 대한 면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럼즈펠드 장관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이라크 최고 지도부와 그들의 가족이 몇몇 국가에서 피란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준비작업을 취할 것을 건의하고 싶다.”며 “이는 전쟁을 피하기 위한 공정한 거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CBS방송의 ‘국민과의 대화(Face the Nation)’ 프로그램에 나와 후세인을 포함한 이라크 지도부의 망명을 통해 이라크 정권교체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파월 장관은 이후 CNN방송에도 출연,“후세인과 그의 아들이나 주변 인물들이 떠난다면 모든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망명시 면책 가능성도 제시했다. 럼즈펠드·파월 두 장관의 면책 가능성 발언은 전쟁을 피하는 대가로 미국이 후세인과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주목된다. 라이스 보좌관도 이날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에 출연해 “(후세인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특히 럼즈펠드 장관은 후세인의 망명 가능성에 대해 “내 생각으로는 최소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해 뭔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더했다.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이집트 등 아랍국가들이 후세인 망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후세인의 망명방안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미국정부가 추진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그러나 후세인에 대한 면책결정 권한이 백악관이나 법무부에 있다는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후세인 망명에 직접 개입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의 입장 변화는 유엔 사찰단의 보고서 제출을 1주일 앞두고 미국의 즉각적인 군사공격에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반대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 등 국제사회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또한 굳이 군사적인 방법 말고도 이라크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미국의 국제적 위상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균미기자 kmkim@
  • 대선후보 이사람이 좋다/ 이회창-노무현후보

    올 12월 대선이 50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국민통합21의 정몽준(鄭夢準) 의원,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 등 주요 후보진영의 세싸움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각 후보 진영은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전력투구 중입니다.이를 위해 후보들을 지원하는 각계각층 인사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한매일은 후보들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새로운 각도에서 후보 검증을 시도하는 차원에서,각 후보들을 지지하는 유명 문인들로부터 ‘내가 추천 또는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주제로 글을 받았습니다.유권자 여러분들이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데 또 하나의 판단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회창후보는 - 3府 경영능력 ‘공인' 사람마다 오늘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를 개탄한다.날로 그 도를 더해 가는 비리와 부정이 권력에 기생해서 사회를 썩게 하고 있다.뜻있는 국민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깨끗한 정부,정의로운 사회를 열망해 왔지만 단 한 번도 그러한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그 때나 이 때나,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라는 자조적(自嘲的) 불신풍조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지면서 우리로 하여금 실현 불가능하다는 뜻의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고사만을 되씹게 하고 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나는 이러한 국민적 허탈감을 바꾸어 줄 지도자를 찾아왔고 올해야말로 이러한 국민의 숙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해가 되리라 굳게 믿고 있다. ◆권모술수 모르는 준법인 우선 이회창 후보는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공직자로서 청렴결백한 생활태도를 지켜왔다.또한 권모와 술수를 몰라 오히려 정치판에서 비난을 받을 정도였다. 그는 법조인이었던 아버지의 슬하에서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았고,경기고와 서울대를 거치면서 실력의 기초를 닦았다.그리고 법관 생활을 명예롭게 마친 후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감사원장,국무총리를 역임함으로써 국가경영의 역량을 착실하게 터득하고 발휘했다.우리의 반세기 헌정사를 통해 이렇게 반듯한 능력을갖춘 지도자는 일찍이 없었다.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된 대통령의 탄생을 보고 싶은 것이다. 사실 개인적인 입장에서만 본다면 존경받는 대법관에 총리직까지 거친 그가 더 이상 부러울 게 무엇이 있었겠는가.그러나 이회창 후보는 깨끗한 사회건설을 위해 이미 일신상의 안일을 버렸다. ◆의협심 강한 젊은 날의 의기 그는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다.불의의 현장을 본 이상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것이 그의 태생적 성품인 듯싶다. 이미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피란지 부산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때의 일이다.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앞에 가던 학생세 사람이 여러 명의 불량배 학생들한테 봉변을 당하고 있었다.이런 뜻하지 않았던 상황을 목격한 그는 갑자기 웃통을 벗어 던지고 불량배의 우두머리를 향해 돌진했다.마구 타격을 가했다.다시는 약한 학생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야 놓아주었다. 또한 고3 때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이때에는 여학생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코뼈가 부러져서,총리직 사임 후에 수술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이렇듯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그의 일화는,함께 가던 친구들도 그가 언제부터 그런 힘과 용맹성을 지녔는지는 전혀 몰랐다.하지만 그는 원래 허약한 체질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남몰래 권투클럽에 들어가 체력을 단련하고 있었던 것이다.그 일이 있은 후 이회창 학생의 주변에는 많은 친구들이 모여들어 뜻하지 않은 보스 노릇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일찍부터 이와 같은 정의감으로 다져진 그의 성품은 지금 난마처럼 얽힌 부정부패와 일그러진 정치 행태(行態)를 도저히 그대로 묵과할 수 없게 되었다.일종의 의용 소방대원이라 할까.만사를 제쳐두고 깨끗한 사회 건설에 뛰어든 것이다. ◆위정자가 본을 보여야 “위정자가 백성을 속이는 일이 많아지면 백성들 역시 거짓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지혜가 자라면 속이고 재물이 없으면 도둑질을 하게 되나니,이토록 속이고 도둑질하는 백성이 늘어나는 사회풍조는 마땅히 위정자에게 그 책임이 있다.”라고 설파한 장자의 교훈을 자신의 정치철학으로 삼고 있는 그는 지금이야말로 위정자가 본을 보여야 할 때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동안 김대중 정권이 내치(內治)와 외치(外治),그리고 인사와 경제 문제에 이르기까지 법과 원칙과 합리성에 의해 운용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지난 반세기 동안 혈맹의 우의를 다져온 강력한 우방 미국을 불편한 관계로 만든 외교적 실책을 비롯하여,무원칙한 대북 접촉을 통해 막대한 외화를 퍼주어 우리를 겨냥하는 핵무기를 개발토록 함으로써 국내외에 한국의 위상을 추락 불신케 한 일 등은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가더라도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판국으로 만들어 놓았다.지난 5년간 우리가 겪은 혼돈과 위기는 다름 아닌 리더십의 부재와 그 위기로부터 온 것이었다. ◆새 시대는 새 리더십으로 이제 새로운 리더십을 바로세워야 할 때가 온 것이다.지금 우리는 산업화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넘어 선진화의 시대로 가고 있다.그동안 우리를 이끌어 왔던 리더십은 크게 보아 산업화 시대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민주화 시대의 인기 영합형 리더십이었다. 김영삼,김대중 두 대통령이 이끌던 시대의 혼돈과 무질서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법과 원칙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권위주의적 강압에 의한 국민동원이 아니라 합리적 설득과 민주적 방식으로 국민의 자발적인 동참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이것이 곧 국력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라 할 것이다.따라서 지금은 국정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들에게 나라를 맡길 만큼 한가한 시대가 아니다.합리적인 사고와 강력한 추진력,그리고 풍부한 국정 경험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리더십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이회창 후보가 판사시절에 여성의 재산권에 관련된 재판을 다룬 일이 있었다.그것은 남편의 수입으로 아내의 재산을 늘린 경우의 사건이었다.그 시절의 재산개념은 거의가 다 남편의 고유권리로 귀속되고 있었다.그런 상황 속에서 이 후보는 지금까지 답습해 온 관례를 깨고 부부 공동의 재산으로 인정하는 새 판결을 내림으로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이 어찌 미래를 통찰하는 형안이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회창 후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의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이회창 후보는 평생을 법과 원칙에 충실한 깨끗하고 정직한 삶을 살아왔다.그래서 그에게는 항상 ‘대쪽’이나 ‘15분 맨’이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그리고 이회창 후보의 민주적 리더십은 6년 전혈혈단신으로 정치권에 투신했을 때부터 읽을 수 있다. 이 후보가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은 여러 계열의 다양한 구성원을 가진 정당이다.그리고 우리 헌정사상 가장 큰 야당이기도 하다. 이회창 후보는 이러한 큰 정당을 원만하게 이끌면서 4·13 총선과 6·13지방선거 그리고 8·8 재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거에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했다.이것은 오랫동안 그의 몸에 밴 합리성과 민주적 마인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상생의 정치,국민우선의 정치 그는 원칙과 기본에 철저할 뿐만 아니라 ‘상생’과 ‘국민우선’이라는 이 시대 새로운 정치 모형을 구상하고 있다.상생의 정치란 서로 권력쟁취에만 매달려 극한적 투쟁을 벌이는 상극의 정치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며 선의의 경쟁 관계를 유지하는 정치를 의미한다.또한 국민우선의 정치는 정책의 모든 혜택이 소수 권력층에게만 돌아가지 않고 국민 모두의 이익이 되게 하는 정치를 뜻하는 것으로서,이는 이회창 후보가 정치에 입문하면서 줄기차게 주창해 온 그의 정치철학이다. 지난날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의 구호가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였다면 선진국의 문턱에 선 오늘날에는 “우리도 한 번 바르게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외쳐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의 꿈은 바로 이회창 후보와 함께 성취해 나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보장책이라 믿으며 나는 그를 지지한다. 김병권 수필가 ■노무현후보는 - 舊惡단절 유일한 희망 ◆희망돼지를 키우면서 내 책상머리에서는 얼마 전부터 투명돼지 한 마리가 자라고 있다.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기르는 이른바 희망돼지이다.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고단했던 삶의 잔해인 양 주머니속 동전을 털어 돼지밥을 준다.이 돼지가 만삭이 되면 나는,묵직한 손맛이 마음을든든하게 하는 이 돼지를 안고 자원봉사자들이 관리하는 돼지우리에 노무현을 위한 정치자금으로 내놓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선심을 팍팍 쓰는 낡은 정치인들이 보기엔 이 돼지저금통이 낳을 몇 만원의 동전이 우습게 느껴질 게다.하지만,이 돈에는 버스비를 아껴 걸어다니거나 24시간 편의점의 삼각김밥 두 개로 점심을 먹는 서민적 삶의 간절함이 배어 있다.나는 조금씩 무거워지는 돼지의 무게만큼 내 희망도 자라나고 있음을 의심치 않으면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선거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은 일종의 어두운 상식이 되어 있다. 말로는 깨끗한 정치를 원한다면서도,돈을 받고 표를 파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엄청 많다.상상을 넘는 돈을 주고 장차 정치가를 수족으로 부릴 권력을 예약하는 재벌과 기업들은 또 얼마나 될까.심지어 세금도둑질까지 서슴지 않던 정치가도 있다.이런 관행이 우리 정치를 몇십년 뒤로 되돌리고 정치가를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했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그런데도 왜,그 관행으로부터 탈출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까. 정치의 계절은 월드컵보다 자주 돌아오지만,정작 정치는 언제나 잘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수행되는 아주 특별한 무엇이었다.많은 피와 눈물로 독재자의 손에서 빼앗아온 주권은 어느새 직업정치꾼들에 의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무척 다르다.노무현이 있으니까.이 사람은 우리 정치의 틀을 영원히 다르게 만들 것이다.희망돼지는 재벌의 검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선언이며,국민들에게서 빚을 얻어 정책으로 상환하겠다는 야심찬 기획이기 때문이다.이는 내가 자판기 커피 한 잔을 아끼고 치부해둔 몇개의 동전,당신이 담배가게 앞에서 망설이다가 “그래!”하며 거두어 쥔 한장의 지폐가 나날이 쌓여 만드는 깨끗한 정치혁명이다.이런 발상을 할 줄 아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은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국민에게 희망돼지를 분양한다는 것,그것은,단순히 정치자금을 마련할 새로운 방법만은 아니다.이는 정치의 실제주인이 누구인지를 노무현이정확하게 안다는 뜻이자,국민에게 바로 그 주인됨의 가치와 의미를 정확하게 깨달아내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투명돼지 저금통을 나누어주는 행위는,십시일반의 모금이라는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다.동전을 모으기 위해 하루의 삶을 점검하는 나날이 모여 정치를 일상 가까이 머물게 하고 정치에 대해 생각하라는 요구,내 삶의 손때가 묻은 돈으로 수행하는 선거라는 각성을 통해 바로 나 자신이 정치에 연루되어 있음을 인정하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제가 바로 노무현입니다 87년 6월 시민항쟁의 와중에서였다.나는 6월10∼29일 기나긴 시기를 거지반 병원 중환자실에서 보내고 있었다.정상분만에 실패한 후유증 때문이었다.어느날,간호사가 시커먼 다이얼 전화기를 품에 안고 내게로 왔다.수화기에서는 후배의 흥분된 외침과 엄청난 소음이 들려왔다.내가 알아들은 것은 “노벤,노벤,노벤”이라는 외침뿐이었다.아무리 꽁꽁 닫아놓아도 스며드는 최루가스에 신생아실 아기들은 흡사 개구리떼처럼 울어대다 천식과 폐렴에 걸리고,죽었다가 살아난 어미는 일어나 앉을 수도 없는 몸으로 아기에게 젖물릴 고민에 온 정신이 팔렸던 그 순간을 헤집고 역사의 한 장면이 엄습해왔던 것인데,“노벤,노벤,노벤”이란 무슨 말일까.일반병실로 옮긴 뒤 면회온 다른 후배에게서 전말을 들었다. 노무현 변호사가 6월 시민항쟁의 중심이었던 부산가톨릭센터 중앙계단에서 시민들을 모아 즉석 대토론회를 개최했더라는 거다.그의 연설을 듣던 후배 하나가 감격에 겨워 전화를 해서 “노변이 지금,노변이 어쩌구,노변이 이렇게”라며 그 연설을 들려주려고 거리로 송화기를 들이대주었던 것이다. 그 사건의 의미를 나는 시간이 갈수록 새삼 사무치게 경탄하게 된다.노무현은 시민항쟁의 한복판에서 넥타이부대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낸 지도자 중한 사람이다.그런데 그 방법은,그 두려운 항쟁의 복판에서도 토론하고 비전을 나누는 그런 방법이었다.토론회에는 국제시장 노점상 아주머니들과 부두노동자들,부랑자들까지 참여했다고 하는데,소위 기층 민중이랄 수 있는 사람들이 변호사와 나란히 민족의 장래에 대한 열망을 토해내는 광경을,보지 않았어도 가슴 뜨겁게 추억한다. 노무현을 발견하면서,나는 내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역사와 일상의 삶이 멀지 않음을 깨달았고,실천한다는 것이 단순히 착한 일 하고 봉사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행위임을 깨달았다.이를테면 나는 내 안의 수많은 타자들을 위해 내가 발언해야 함을 자각한 정치적 인간이 되었다. 내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노무현을 통해 바라보는 정치는 대단히 참여적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노무현은 자신의 지지자들과 비전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하는 특별한 정치가이다.이번 대선을 통해 또 다른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을 발견할 것이며,역사의 주인이 되어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선은 국가의 역사적 발전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으로 자리매김되어 왔다.군부독재 청산,민간정부 수립,문민정치,정권교체 등,그시기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비전을 가장 많이 충족시키는 선택이 이루어지지 않을까봐 사람들은 노심초사해왔다.이번 선거에서도 그 비전은 존재한다.부패청산,평화통일기조 정착,국민통합 등 중대한 목표들이 있다.이러한 비전을 충족시킬 유일한 대안이 노무현이라는 것은 물론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노무현에게는 이를 훨씬 넘어서는 새로운 종류의 정치적 비전이 있다.그것은,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속에 불을 질러 정치적 인간으로 탄생하게 하는 것,그리하여 우리 역사의 주인이 되기를 결심하게 만드는 것이다.정치를 주인이 하지 않고 하인인 정치가들이 주인행세를 하게 내버려둘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선거는 노무현 대 여러 후보들의 대결이 아니라,낡고 더러운 구시대 정치와 또 다른 노무현인 나 자신,바로 국민들의 대결이 되어가고 있다. ◆국민이여,노무현을 배신하지 말자 노무현이 역사를 보는 정확한 시각을 지녔고 부패로부터 자유로우며 국민통합에 대한 의지를 지닌 완벽한 대통령감이라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그러나 그가 국민들에게 새 시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영감을 주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해주는 능력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나는 왜 노무현을 지지하는가? 그것은,오직 노무현만이 내게 희망돼지를 주었기 때문이다.오직 노무현만이 나더러 정치는 바로 나의 것이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그는 “당신들”을 위하여 “내”가 하겠다라고 말하지 않는다.그는 이것이 바로 “우리”의 삶입니다라고 말한다.그는 나에게 말할 입과 기회와 자격을 준다.그는 내게 내가 꾸는 소박한 꿈이 소중한 꿈이라고 말한다.그는 내가 사용하는 말로 세상을 설명하고,내가 보는 잣대로 세상을 본다.각성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손을 내밀어 밝은 미래와 연대하는것,그것이 바로 대통령 노무현의 의미이다.그러니 생각해보자,생각해보면 왜 노무현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물러서지 말자,국민들이여,노무현을 배신하지 말자.노무현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므로. 노혜경 시인
  • 두 노장 성악가 ‘50년 우정의 하모니’

    오현명·안형일 두 노장 성악가의 ‘50년 우정 콘서트’가 태어난 곳은 냉면집이다. 오현명(78) 한양대 명예교수는 잘 알려진 대로 냉면광.“냉면이야말로 맛이 있고 없음이 너무나도 뚜렷한 음식”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안형일(75) 서울대 명예교수는 냉면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러나 오현명에게 50년 넘게 ‘끌려다니다’보니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말 두 사람은 두 시간 가까이 차를 몰아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경기도 송추의 단골 면옥(麵屋)을 찾았다.안형일이 “독창회를 한번 하려는데….”라고 하자 오현명은 “그러지 말고 둘이 같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불쑥 제안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처음 한 무대에 선 것이 부산 피란 시절 해군정훈음악대에서 함께 활동하던 1951년 아닌가.오현명은 냉면을 먹으며 ‘50년 우정 콘서트’라는 제목을 떠올렸다.‘영원한 테너 안형일’과 ‘노래 나그네 오현명’이라는,공연 홍보를 위한 인쇄물의 카피도 그 자리에서 나왔다.공연날짜는 11월1일 오후 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잡아놓았다. 그로부터 6개월,공연을 열흘 남짓 남겨둔 두 사람은 연습에 한창이었다.지하에 소극장 ‘오퍼스홀’이 들어 있는 서울 신사동의 한 건물 5층.정진우(74) 서울대 명예교수의 연구실에서는 베르디의 ‘운명의 힘’ 가운데 ‘내 마지막 부탁일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피아노 반주를 하던 정진우는 안형일이 이중창의 고음부분을 멋들어지게 처리하자,기자 둘이 지켜본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농담삼아 “손님이 와서 긴장을 하니까 좀 제대로 되는 것 같구먼.”이라며 흡족해했다. ‘한국 피아노계의 대부’정진우는 “반주를 흔쾌히 맡으셨느냐.”는 물음에 평안도 사투리로 “1956년부터 오현명의 독창회 반주는 모조리 내가 했수다.”라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하긴 세 사람에 비하면 ‘젊은이’에속하는 이성균(67)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안형일과 ‘일생을 같이한’반주자였다. 정진우와 이성균은 “네 분의 50년 우정이 아니라,두 분의 50년 우정만 내세워 섭섭지 않으셨느냐.”는 말에 “그렇치,그럴 수도 있었겠구먼.”이라고 말하곤 그만이었다.그러면서 “사실 50년 우정이라지만,이 대목은 이렇게해야 하느니 저 대목은 저렇게 해야 하느니 음악의 표현방법을 놓고 평생을 다투기도 어지간히 다투면서 쌓아온 우정”이라면서 웃었다. 음악평론가 한상우에 따르면 오현명과 안형일을 빼고는 한국의 오페라를 말할 수 없다.두 사람을 제외하면 한국 성악연주사에서 196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는 30년에 큰 구멍이 뚫린다는 것이다.두 사람이 그동안 함께 무대에선 것은 자신들 말마따나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다. 지금도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30곡은 될 것이라고 했다.이번 연주회에서 두 사람은 평생 호흡을 맞춰온 반주자들과 짝을 이뤄,역시 평생을 즐겨부른 한국가곡과 아리아들을 들려줄 예정이다.‘내 마지막 부탁일세’는 유일한 이중창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두 사람은 이날 “친구여 내 약속 믿고 맘 편하게 떠나가게.”라는 ‘내 마지막…’의 마지막 부분을 연습하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손을 꽉잡았다.(02)497-1973. 서동철기자 dcsuh@
  • [사설] 남북이 하나 된 아시안게임

    부산 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한국의 이봉주 선수가 금메달로 대미를 장식한 마라톤을 끝으로 44개국이 참가했던 대회 성화가 꺼졌다.이번 대회는 37억 아시아인들이 세계 평화와 아시아의 희망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독립국이 된 동티모르,전쟁의 포연이 가시지 않는 팔레스타인 그리고 테러 전쟁의 아프가니스탄이 자리를 같이했다.북한의 대회 참가는 분열을 넘어 화합을 다짐하는 아시안게임의 상징이기에 충분했다. 부산 아시안게임은 민족 동질성을 회복시켜주는 구름판이 되었다.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남북의 ‘드라마’는 시작됐다.남북 응원단은 하나로 어우러졌다.여자 마라톤에서 1위로 질주하는 북한의 함봉실 선수를 응원하는 부산 시민들의 열정은 찐한 감동을 주었다.북한응원단은 한국 축구 경기장을 찾아와 특유의 응원전을 펼쳤다.이번엔 인공기 대신에 한반도기를 들었다.우리가 내민 포용과 화해의 손을 그들도 덥석 잡았다. 아시안게임은 남북 화해에 소중한 이정표를 마련해 주었다.무장 간첩이 침투했던 바로 그 현장에 이번에는 응원단들이 왔다.부산 시민들은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들은 따뜻하게 환영했다.인공기가 게양됐지만 당초 우려와는 달리 아무 일도 없었다.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맞이하며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던 사람들은 현명하게 처신하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북한 응원단은 끝내 마음을 열고 부산 시민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남과 북은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확인한 민족 통일의 염원을 구호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우리는 먼저 화해하고,먼저 베풀었던 아량과 처신을 잃지 않아야 하겠다.북한도 축구를 응원하면서 인공기 대신에 한반도기를 흔들었던 그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부산은 흥남 부두 피란민들의 안식처였던 곳이요,한때는 극한 대치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던 곳이다.바로 그 부산 시민들이 선수단과 응원단을 진심으로 환영했던 뜻을 깊이 새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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