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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 르포④/다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 본 북한

    ■첫날 서울과 평양의 직선거리는 200㎞가 채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전주와 비슷한 거리인데, 육로와 항로가 닫힌 현재 평양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중국을 경유하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취재를 위해 평양을 향할 때도 이 길을 따른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이었다. 지난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베이징으로 향한 뒤 3일 평양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연결편이 마땅치 않아 중국에서 하루 체류했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 북한 땅을 밟기까지 30시간 가까이 걸렸다. 남미 대륙의 어느 도시를 향한 것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건 태평양보다 넓은 분단의 벽 때문이었다. 50여 명의 한국 여자축구 선수단과 기자단을 태운 비행기가 3일 오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처음 반긴 건 2012년 새로 지어진 공항 청사였다. 김일성 초상화가 걸려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공항 상단 가운데 줄에는 ‘평양’이라는 간판만 걸려있었고, 한국의 중소도시에 자리한 여느 공항처럼 아담한 규모에 익숙한 영어 간판까지 평양이라는 글자와 몇 대 보이지 않던 고려항공의 항공기 간판만 없었다면 북한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국제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는 순안국제공항의 제2터미널로 통하는 통로가 중국에서부터 타고 온 항공기와 연결됐다. 짐칸의 짐을 내려 조금 천천히 발걸음을 떼면서 심호흡을 했다. 처음 본 북한 주민은 통로 입구에 서있던 여성 보안원이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의미 없는 시선을 주고 받았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 가볍게 묵례한 뒤 걸음을 재촉했다. 검역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곳에선 역시 아무 말이 없던 보안원이 보였고, 혹시나 트집 잡힐 일은 없을까 신고서를 여러 번 살펴보아야 했다. 입국 심사를 하는 곳에 섰을 땐 이미 우리 여자 대표팀 선수들과 중국 승객 등이 줄지어 있었다. 낯선 ‘위생실’이란 글자는 이곳이 북한임을 깨닫게 했다. 북한군이 입는 황토색 복장을 입은 보안원이 말을 건 것도 그때였다. “축구 때문에 오셨죠.” 조금 강한 억양이지만, 보안원의 얼굴엔 미소가 작게 보였고 “네. 안녕하세요”하고 말하는 내 목소리에 스스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오시는 거겠죠.” 역시 북한식 말투로 묻는 입국 심사대의 관계자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여권 사이에 꽂혀 있던 북한 입국 비자에 도장을 찍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본 입국 심사대의 공항 관계자들과 같은 사무적인 태도였지만, 생소한 광경을 처음 목격한 그런 호기심이 느껴졌다. 방북 전 받은 교육에선 ‘노트북을 키고 여러 내용을 뒤져 본 뒤 트집을 잡을 수 있으니, 웬만한 내용은 모두 삭제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모든 자료를 지워뒀다. ’혹시 문제가 생겨 다시 돌아가라 해도 어쨌든 평양 땅은 한 번 밟아봤구나‘하고 생각하며 엑스레이 기기에 짐을 넣었다. ’이건 뭡니까‘하고 가방을 열어보며 하나하나 꼼꼼히 물어보는 보안원은 중년의 한국인과 닮았다. ”이건 감기약이고, 이건 간식으로 가져온 과자에요.“하고 답하자 고개를 자연스레 끄덕였다. 황토색 제복과 왼쪽 가슴에 달린 김일성 부자의 휘장이 없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내 나라 말을 하는 이의 검사를 받고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일은 무척 생소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마치고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미리 나온 영상·사진 선배들이 이미 자리를 잡아놓은 상태였다. 주위엔 생소한 듯 표정을 지은 북한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일부 정장을 입은 이들이 게이트를 빠져나온 우리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바쁘게 공항을 빠져나간 선수들과 인터뷰를 한 뒤 잠시 여유가 생기자 북한 관계자들은 기자들을 모아놓고 ”민화협 참사 아무개입니다“하고 자기소개를 했다. 소위 연락관이라고 불리는 북한 관계자들이 취재는 물론 사소한 행동하나까지 통제하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이미 방북 교육에서 들어 알고 있었다. 민화협의 ’민족화해협의회‘의 약자로 민간단체의 외양을 하고 있고, 한국에는 김대중 정부 당시인 1998년 민족화해법국민협의회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단체와 인연을 맺으며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교류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회담이나 민간 교류 시에 한국 인사들을 안내하고, 관련 내용을 협상하는 역할도 맡았다고 한다. 민화협 관계자들만 연락관을 맡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온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기에 특별히 배치된 것으로, 이들은 대부분 통일전선부나 보위부 등 대남 활동을 하는 조직의 관계자들이 민화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화협 북한 관계자들은 민화협 사람들은 기자단이 북한에 머물며 가장 자주 대화를 나눈 북한 주민이다. 매일 아침 식사를 마치면 선수단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통일부 관계자들과 일정을 결정해 기자단에 알려주는 식으로 일과가 시작됐다. 오후 무렵 훈련이나 경기 일정에 맞춰 호텔 1층에 모인 뒤 버스를 타고 떠나는 게 보통이다. 외부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조금 일찍 호텔을 떠나는 것 말고는 달라지는 건 없다. 북한 관계자들은 한국의 정치 상황에 큰 호기심을 보였다. 특히 한국의 대선과 세월호 사건, 최순실 사태 등에 대한 질문은 평양에 도착한 첫 날부터 계속 이어졌다. 이들은 보통 오전 8시쯤 출근해 오후 6시 30분쯤 퇴근하곤 하는데, 한국의 뉴스를 보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했다. 물론 다른 업무가 많아 지는 날이면 야근을 해야한다는 건 한국과 같았다. 북한 관계자들에게 ’회사가 광화문 쪽에 있다‘고 하자 ”전 선생도 광화문에 나가보셨습니까“하고 물었다. 최근 계속된 촛불시위를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 것 같습니까“, ”지난 선거에선 누구를 뽑았습니까“, ”이번에 누구를 뽑겠습니까“하는 간단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어 ”안철수 선생이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선생을 많이 따라잡은 것 같던데요”, “박근혜가 탄핵당하는 수치스런운 일이 있었는데, 그럼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박근혜가 세월호 때 주사를 맞은 게 사실입니까” 하는 식으로 자세한 질문도 쏟아냈다. ’체육부 기자라 잘 모른다‘고 하면 ”어떻게 기자 선생들이 모를 수 있습니까“ 하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평양 평양은 극장 같은 곳이다. 영화가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지만 진실이 아니듯, 평양은 북한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기자단이 볼 수 있는 곳은 북한 관계자들의 의도가 반영된 곳으로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하는 선전 문구와 높이 솟은 빌딩, 신식으로 꾸며진 거리 등이었다. 호텔 역시 외국인들이 묵는 호텔이었기에 평양의 일상을 전부 볼 수는 없었다. 북한이 의도대로 짜여 진 모습이 극장에 걸린 영화처럼 상영되었다. 하지만 이런 스크린은 단지 이상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현실을 가리기 위한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한국 선수단이 묵은 숙소는 양각도국제호텔로 해외에서 온 여행객 등 외국인이 묵는 곳이다. 대동강 가운데 있는 양각도에 세워진 47층 높이의 고층 빌딩이다. 사실 평양에는 이 정도 규모의 빌딩은 적지 않은데, 105류경호텔로 불리는 피라미드 모양의 건축물은 아직 완공되진 않았지만, 곧 모두 지어져 호텔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평양 모든 곳에서 건축물은 류경호텔과 양각도호텔, 주체사상탑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동강 변을 따라 자리한 과학자거리에는 ’인재중시 과학중시‘라는 구호가 적힌 고층 빌딩이 늘어서 있다. 호텔로 오던 길가의 건물엔 초록빛 핑크빛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고, 창문마다 꽃 등 식물이 심긴 화분이 놓여있었다. 도로는 깨끗했고, 차는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중국의 작은 도시를 연상케 하는 인민복 등 평상복을 입은 시민들이 평범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평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북한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하늘에선 손바닥 크기 만하게 보이던 북한의 도시들은 큰 도로를 따라 초록색과 핑크빛 고층 건물이 보였고, 그 뒤로 잿빛 건물들이 하늘에서도 위태롭게 보일 만큼 듬성 듬성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도로 변의 화려한 건물은 큰 길가와 거리를 둔 다수의 건물과 흑백사진처럼 대조를 이뤘다. 평양에서 머문 일주일 동안 흑과 백 같은 대조는 항상 눈에 띄었다. 가깝게는 호텔 방의 창문으로 보이는 방향의 평양 도시와, 방이 배치되지 않은 반대쪽의 도시 모습은 서로 달랐다. 한쪽은 고층 빌딩이 대동강을 따라 늘어섰고, 다른 한쪽은 둔탁한 소리가 울릴 것 같은 시멘트 건물의 앙상한 모습이 주를 이뤘다. 평양 길거리는 서울과 비교해 무채색에 가깝다. 화려한 광고판 위로 각종 영상과 사진이 컴퓨터 그래픽과 어우러져 표현되는 서울의 거리와 달리, 평양에선 상업광고판을 찾아볼 수 없다. 기자단이 평양에 머무는 동안 본 광고판은 김일성경기장 내부 그라운드 주위에 배치된 것들 뿐이었다. 버스 정류장, 건물 외벽, 지하철역 주변에도 광고판은 없었다. 대신 북한의 체제를 선전하는 문구로 가득했고,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의외였던 것은 김정은에 대한 찬양 문구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는데, 아직 평양에서조차 안정적인 기반을 닦지 못한 단면으로 보인다. 한국 기자단은 평양에서 주로 경기장-호텔만 오갔는데, 외부로 향할 땐 북한 관계자들이 버스 기사에게 어떤 길로 갈지를 정확히 일러준 뒤에야 버스가 출발한다. 양각도국제호텔과 김일성경기장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구글 지도 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 평양역을 거쳐 승리역을 지나 만수대를 통과하는 코스로, 15분이 걸린다. 하지만 기자단을 태운 버스는 과학자거리를 지나 여명거리를 통과해 북쪽으로 길게 돌아 영생탑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로 향했다. 30분 정도 소요된 이 코스를 벗어난 적이 없기에 기자단은 ”걸어다녀도 외워서 가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북한 관계자들이 이런 코스를 택한 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겠다‘와 ’보여주기 싫은 것은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반면 평야에 도착한 3일과 떠난 8일은 순안국제공항을 향하는 길은 한국의 1960년대 시골 풍경과 흡사했다. 도로에는 나물을 뜯는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눈에 띄었고, 페인트 칠이 낡아 곳곳에 금 간 흔적을 드러낸 건물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도로는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버스가 흔들리기 일쑤였다. 북한 관계자들에겐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곳‘이었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평양에 사는 이들은 짐작하건대 대체로 만족스러운 삶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와의 연결이 철저히 차단되었기에 그들이 비교할 수 있는 건 북한의 다른 도시들 뿐이니 말이다. 북한의 TV 채널은 오직 제한적으로 방영되는 한 개의 채널이 전부였다. 외국인이 묵는 호텔방 안에선 알자지라 등 외부 방송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오가는 호텔의 로비와 식당에선 오직 조선중앙TV가 흐를 뿐이다. 조선중앙TV는 평일엔 오후 3시부터 방송을 시작해 김부자 삼대에 대한 철 지난 다큐멘터리나, 북한 체재를 찬양하는 노래가 주를 이뤘다. 이처럼 평양의 시민들은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북한의 식량난 등 열악한 사정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았다. 평양에 주로 모여 사는 북한 로동당 수뇌부들은 주민들의 목숨을 건 보위를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누릴 테다. 이 도시의 모습을 보면서 ’평양 카르텔‘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생활 북한 사람들은 직업을 마음대로 선택할 자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평양에서 만난 이들은 학창시절 혹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얻은 직업을 계속해서 했다. 기자단이 손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식당의 봉사원(종업원)들도 그랬다. 평양에서 식사를 하거나 호텔에 묵을 때 만나게 되는 봉사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장철구평양상업대학 출신이다. 지난해 장철구평양상업종합대학으로 이름을 바꾼 이 학교는 봉사학부, 료리학부, 호텔경영학부 등의 전공으로 나뉘며 이곳을 졸업한 이들은 학창시절 배운 내용에 맡게 일을 하게 된다. 호텔이나 공항 식당에서 만난 이들에게 ”평양상업대학 나오셨나요“하고 물으면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요리사들에겐 ”평양상업대학 료리학부 나오셨죠“하고 물으면 역시 ”그렇다“고 말한다. 5일 평양의 유명 음식점인 옥류관에서 만난 봉사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옥류관의 대표적인 요리인 평양냉면에 곁들인 음식으로 나온 녹두전은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는데, 봉사원에게 비결을 묻자 ”30년 동안 녹두전만 만든 료리사의 손맛“이라고 설명했다. 김일성경기장 앞에 자리 잡은 개선문에는 35년 동안 가이드를 맡은 중년 여성이 있었다. 이 중년 여성은 1982년 김일성의 70번째 생일에 맞춰 건립된 이 개선문에 새겨진 문양의 의미와, 숫자의 의미를 능수능란하게 설명했고, 아치 위로 적힌 김일성에 대한 노래를 편안히 불렀다. 직업 선택 뿐만 아니라 내가 살 곳을 정하는 일도 개인의 뜻대로 할 수는 없다. 북한 관계자와 버스에서 대화를 할 때면 ’남측 어디에 사냐‘, ’결혼은 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미혼인 기자는 ”요즘은 결혼하기 힘들어서 남측은 조금 늦게 결혼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왜 힘드냐‘는 대답이 돌아오면 ”집값이 비싸서“라는 평범한 대답을 던졌다. ”혼자 살고 있는데 월세로 사는 것도 조금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기자의 말에 북한 관계자는 ”그 집은 나라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북한은 이론적으론 사유재산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토지와 부동산은 국가가 소유한다. 고층 아파트나 저층 주택이나 나라에서 배정한 대로 살아야 한다. 북한 정권이 살 곳을 배정해주면, 주민들은 일부 사용료를 지불하는 식으로 살아간다. 방이 몇 칸인지, 가족은 몇 명인지 등을 기준으로 배정된다고 북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낮은 곳 말고 저 높은 아파트에 살고 싶으면 어떻게 하냐“고 북한 관계자에 물었을 때 ”그런 건 없다“고 간단히 답했다.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는 사고방식이 일상생활 곳곳에도 적용되는 셈. 결국 북한에서는 개인의 삶 자체보다는 ’나라와 당‘으로 대표되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이 삶을 결정하는 셈이다. ■인터넷 기자단이 북한을 방문해서 가장 놀란 건 카카오톡을 비롯한 페이스북, 구글, 뉴욕타임스,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접속이 자유로웠다는 것이다. 물론 무선인터넷(와이파이)가 잡히는 건 아니었고, 랜선을 통한 광대역 연결 방식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야 했다. 평양에선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선 아이디를 따로 발급 받아야 한다. 기자단이 머문 양각도호텔의 아이디는 ’yang‘으로 시작해 두 자리 숫자로 끝난다. 랜선을 컴퓨터에 연결해도 아이디를 치지 않으면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다. 이상한 점은 김일성경기장에서도 호텔에서 발급 받은 아이디로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인데, 랜선이 설치된 곳이라면 어디든 이 아이디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은 물론 컴퓨터 활용도 역시 극히 제한적인 북한의 환경상 인터넷 접속 아이디를 통제하는 것 만으로도 시민들의 외부 접촉을 쉽게 차단할 수 있는 셈. 인터넷 자체를 막아놓았기보다는 극소수에게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기자들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한국에서 사용하던 휴대폰을 맡기고 평양에 왔기 때문에 전화가 가능한지, 스마트폰을 통한 로밍이나 인터넷이 가능할 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호텔과 경기장을 오가며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휴대폰 보급률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볼 수 있다. 기자단을 ’일대일‘ 마크한 북한 관계자들도 핸드폰을 갖고 있었고, 전화가 오면 ”여보세요“하며 익숙하게 통화했다. ’인터넷은 되는 거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 관계자들은 ”물론 되지“하고 아무렇지 않게 답하곤 했다. 실제 평양에 머무는 중국 특파원에 따르면, 유심 카드를 장착한 스마트폰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한국에서 사용하지 않던 오래된 핸드폰을 평양에 지니고 갔는데, 공항 검문요원은 별다른 검사 없이 한 두 번 보고는 그대로 돌려줬다. 검문요원에게 ’이 전화를 쓸 수 있냐‘고 묻자 ”카드만 사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심 카드 구입은 연락관으로 통칭되는 북한 관계자들이 허락해야 가능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얘기. 유일하게 접속이 어려웠던 건 한국의 사이트에 접속할 때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는 접속이 가능하지만, 메인 화면 이후로는 진행이 되질 않는다. 북한에서 기사를 써 한국에 카카오톡 메신저로 전송하곤 했지만, 실제 어떻게 보도되었고 포털 사이트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접속이 자유롭지 못한 북한의 웹사이트를 살펴 보았으나 이내 포기했다. 생각보다 찾을 수 있던 웹사이트의 숫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민족끼리나, 구국전선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남 선전 사이트는 모두 확인이 가능했지만, 찾아 볼 수 있는 표본 자체가 적었다. 대신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등에서 ’록화보도‘라는 제목으로 북측 선전 영상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북한 시민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인터넷 매체와 자료들은 해외 체류 중인 북측 주민이나 남측 언론 등 제한적인 대상만을 상대로 하는 것으로 보였다. 평양 공동취재단
  • 피닉스컨택트, 세계 최대 산업 기술전 ‘독일 하노버 페어’ 참가

    피닉스컨택트, 세계 최대 산업 기술전 ‘독일 하노버 페어’ 참가

    독일 기반 산업 자동화 선도 기업 피닉스컨택트(Phoenix Contact)가 2016년에 이어 2017년 세계 최대 산업 기술전인 ‘독일 하노버 페어’에 참가한다. 피닉스컨택트는 20만 이상의 방문자가 찾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 박람회인 독일 하노버 메세의 주요 참가업체로서 매년 대규모 부스에서 혁신적인 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피닉스컨택트 부스를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 참가하는 ‘하노버 페어’에서 미래 지향적인 신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자동화 피라미드 방식이 PLCnext Technology의 Cyber physical system으로 변화하는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 Industrie 4.0을 경험할 수 있으며, 피닉스컨택트의 일관된 푸쉬-인 (Push-in) 연결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광범위하고 미래 지향적인 혁신이 담긴 신제품과 솔루션을 통해 산업 자동화의 획기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한다.이번 전시회에서 2017년 신제품을 소개하는 피닉스컨택트는 Inspiring Innovations(영감을 주는 혁신)은 신기술이 제시하는 가능성과 다양한 시장의 요구 사항 간에 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컴포넌트, 시스템, 사물 및 사람으로 구축된 인텔리전트 네트워크를 미래 솔루션의 핵심으로 정의한 피닉스컨택트는 현재 전기 엔지니어링, 전자 및 자동화 분야의 미래 지향적인 제품과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100 개국 이상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총 6만여 종이 넘는 제품과 매년 1백 여 가지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혁신성과 미래 지향적인 접근을 통해 전진하고 있다. 피닉스 컨택트의 단자대 및 공구는 피닉스컨택트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치 뒷담화] 경남고 “문재인” vs 부산고 “안철수”…부산 킹 메이커 ‘고교 대항전’ 후끈

    [정치 뒷담화] 경남고 “문재인” vs 부산고 “안철수”…부산 킹 메이커 ‘고교 대항전’ 후끈

    최근 부산의 명문고인 경남고와 부산고 간 ‘고교 대항전’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두 학교의 교기인 야구로 맞붙는 게 아니라 5·9 대통령 보궐선거로 한판 자존심 대결을 펼치게 됐다. 바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모교가 경남고(1942년 개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모교가 부산고(전신인 부산중 1913년 설립)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입학 전 부산으로 넘어왔고, 안 후보는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부산으로 이사해 쭉 살았다.●경남고·부산고 동문들 자존심 대결 부산 현지의 두 학교 동문 사이에서는 자신의 모교 출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내비치며 한껏 고무돼 있다. 이미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저력이 있는 경남고 동문들은 이번에 문 후보를 당선시켜 ‘승리의 별’을 하나 더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남고 출신 한 인사는 “대통령이 한번 더 배출됐으면 하는 공감대가 점차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지의 크기만 놓고 보면 경남고보다 부산고 측이 조금 더 적극성을 띠는 모습이다. 부산고 동문들은 “이번엔 우리 차례”라며 안 후보의 당선에 힘을 보태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중이다. 부산고 출신 한 인사는 “이미 경남고는 YS를 배출하지 않았느냐”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모교 출신 대통령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영향으로 과거 보수 후보에게로 쏠렸던 부산 표심의 지형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지면서 이 두 야권 후보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부산·경남(PK)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다른 보수 진영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맥은 표심 다단계… 효과는 미지수 실제 문 후보와 안 후보도 물밑으로 동문 표심 잡기에 많은 신경을 쏟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늘날 선거가 여전히 지연과 학연에 지배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다. 출신학교 동문의 표심을 얻는 일이 후보자가 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으로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경남고와 부산고처럼 역사가 오래된 명문고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지역 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는 학맥을 따라 표심을 잘 다져 놓으면 일종의 ‘다단계(피라미드)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현재 두 학교의 누적 졸업생 수는 경남고 3만 2783명(71회), 부산고 3만 2514명(70회)으로 차이는 269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남고·부산고 동문회의 집행부나 해당 학교 출신 정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뜨뜻미지근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부산이 ‘보수의 텃밭’으로 인식돼 온 PK의 중심지이다 보니 이 두 학교를 졸업한 정치인 중에는 아무래도 과거 새누리당, 현 자유한국당 출신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그의 모교인 부산상고가 보였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당시 부산상고 동문회는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했던 노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못했다. 부산고 출신의 한 전직 의원은 “선후배도 좋지만 정치적 철학과 이념이 먼저”라면서 “학연 때문에 정치적 소신까지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동문 표몰이 문화는 옛말” 동문회 안팎에서는 두 후보가 졸업 이후 동문회 활동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동문들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문 후보는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에만 전념했고, 안 후보 역시 대학 입학 이후 줄곧 서울에서 지내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경남고 재경 동창회보에 적힌 회비 납부 명단에서도 문 후보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또 “문 후보가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 동문들을 외면해 섭섭함을 느끼는 동문이 많다”, “부산고 동문회에서 안 후보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도 전해진다. 다만 고교 평준화 이후 졸업생들 사이의 분위기는 그 이전과 사뭇 다르다고 한다. 동문의식이 약화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부산에는 1977년 고교 무시험 전형이 도입됐다. 즉 경남고는 30회, 부산고는 29회 졸업생까지가 ‘시험세대’였다. 문 후보(25회)는 시험세대, 안 후보(33회)는 평준화 세대인 셈이다. 부산고 출신의 한 30대 회사원은 “지금은 ‘우리가 남이가’라며 동문에게 표를 몰아주는 그런 문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경남고 출신 주요 인사로는 양승태 대법원장, 박희태·김형오 전 국회의장, 서병수 부산시장, 박맹우·조경태 한국당 의원 등이 있다. 경남고는 경남중과 동창회를 함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경남중을 졸업했다. 부산고 출신 주요 인사로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김정훈 한국당 의원,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등이 있다. 부산고는 부산중과 동창회를 함께하지 않는다. 대구에서도 ‘고교대항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모교인 경북고(1916년 개교)와 홍준표 한국당 후보의 모교인 영남고(1935년 개교) 동문들 간 신경전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구에서는 역대 대구시장과 국회의원 등을 경북고 출신이 싹쓸이하면서 선거때만 되면 ‘경북고 대 비경북고’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영남고 출신의 이모(57)씨는 “비경북고에서도 나라의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홍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서울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美 현대미술 발전 견인차… 문화거리 창출 ‘걸작 둥지’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美 현대미술 발전 견인차… 문화거리 창출 ‘걸작 둥지’

    뉴욕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최고 기관’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미국 미술의 수집, 보존, 해석, 전시를 사명으로 하는 휘트니미술관은 세계 최고의 20세기 미국 미술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미술의 최근 발전을 조망하는 휘트니 비엔날레를 열고 있으니 그럴 만한 자격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휘트니미술관은 2015년 5월 첼시 지역에 프리츠커상에 빛나는 건축계 거장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근사한 새 건물을 지어 재개관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 새 둥지를 튼 휘트니미술관은 하이라인파크와 함께 뉴욕 여행에서 꼭 찾아야 할 명소가 됐다.동시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20세기와 현대 미술을 폭넓게 소개하는 이 미술관은 뛰어난 여류 조각가였던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1875~1942)의 예술가를 향한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설립됐다. 거트루드 휘트니는 미국 철도왕 밴더빌트의 손녀로 태어나서 역시 엄청나게 부유한 휘트니 가문의 아들과 결혼한 ‘다이아몬드 수저’였다. 심지어 뛰어난 조각가이기까지 했던 거트루드 휘트니는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문화반란자들의 중심지였던 그리니치빌리지에 1907년 작업장을 마련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들과 어울리면서 그녀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니고 실험적인 작품을 하는 미국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거나 판매할 길이 없어 곤궁한 삶을 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캔틸레버식 입구… 건물 외부는 대형 공용 공간 휘트니는 1914년 그리니치빌리지의 작업실 옆에 ‘휘트니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전통 학계가 외면한 동시대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마련해 주었다. 젊은 예술가들 중에서 특히 로버트 헨리를 중심으로 모인 ‘애시캔(쓰레기통)파’ 화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자신의 전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중요한 모던아트 수집가가 됐다. 컬렉션 작품이 500점을 넘어서자 1929년 휘트니는 자신의 소장품을 기부금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거절당하자 직접 새로운 미술관 설립을 구상한다. 유럽의 예술가들에게 경도된 당시 분위기와 미국의 실험적인 아티스트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태어날 새 미술관의 목적은 미국의 아티스트와 작품만을 다루는 것이었다. 1930년 휘트니는 25년간 모은 600여점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토대로 미술관을 설립하고 1931년 그리니치빌리지 웨스트 8번가에 휘트니미술관을 개관했다. 그녀는 1942년 사망할 때까지 미국 미술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미술관은 1954년 확장을 위해 웨스트 54번가로 이전했다가 이 장소도 비좁아지자 1966년 맨해튼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매디슨 애비뉴 75번가에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미술관 건물로 이전했다.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운 모양의 브로이어 빌딩은 폐쇄적 외관 때문에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부자 동네라는 지역의 덕을 톡톡히 봤다. 기존 54번가에서는 모마(뉴욕현대미술관)의 그늘에 가려 있던 휘트니미술관이 매디슨 애비뉴로 이사 오면서 급성장했다. 1974년 부임한 톰 암스트롱 관장은 뛰어난 기획력으로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터뜨려 일일 관람객 수가 3000~5000명까지 늘자 증축 필요성을 제기한다. 1991년 새 관장에 부임한 데이비드 로스는 이사회를 설득해 증축 논의를 급진전시켰고 건축가로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지은 렌조 피아노를 선임했다. 휘트니의 소장품이 2만점을 넘어선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시공간의 확보였다. 서측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블룸버그 시장은 휘트니에 시가 소유한 첼시의 거대한 땅을 공시지가의 절반값에 줄 테니 하이라인 초입부에 새 미술관을 짓자고 제안한다. 휘트니 이사회는 소호의 갤러리들이 이전하면서 예술거리로 새롭게 뜨고 있는 첼시 지역의 위상을 감안해 뉴욕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새 미술관이 첼시 지역의 예술계와 연동하고 뉴욕 서측 지역 다운타운의 활성화에 부합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소장품을 공공에게 열어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매디슨 애비뉴의 증축안에서 하이라인 남쪽 입구의 위치로 설계 방향을 바꾸게 된 렌조 피아노는 새 건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새 미술관 디자인은 휘트니미술관의 필요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이 놀라운 부지의 특징을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부지의 생명력을 살리는 동시에 다채로운 특징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캔틸레버(공간에 삐죽하게 나온 지붕 혹은 테라스) 식의 입구를 채택한 것으로 건물 바깥 부분을 안전한 대형 공용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하이라인 공원 아래에 위치한 이 모임 공간에 서면 건물 입구와 웨스트사이드 쪽 대형 창문을 통과해 허드슨강 너머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에서 물, 공원, 산업구조 공간, 다양한 사람까지 한번에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조화되는 한가운데에 새 건물과 미술 경험이 있습니다.”# 비대칭적 외관, 주변 빌딩·고가철도와 잘 어울려 브로이어 건물에서의 역사는 2014년 10월 20일로 마감하고 휘트니미술관은 2015년 5월 1일 갠즈보트가 99의 새로운 건물에서 재개관했다. 하이라인의 남쪽 끝 지점,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새 휘트니미술관은 총 9층 높이에 실내 전시면적만 4600㎡(약 1400평)에 이른다. 렌조 피아노는 특유의 투명성과 개방성으로 미술관 건물을 설계했다. 미술관의 중심이 되는 전시공간을 건물 중앙에 위치시키면서 건물 전체를 수직으로 삼등분해 저층부는 거리와, 중층부는 하이라인과, 상층부는 외부 테라스 공간과 접하도록 했다. 6층부터 8층까지 야외 테라스를 두어 서측으로 허드슨 강변을, 동측으로는 맨해튼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해 질 녘 테라스에서 보는 허드슨 강과 맨해튼의 경치가 장관이다. 비대칭적인 외관은 고층건물과 고가철도로 이루어진 주변 경관과 잘 대응해 튀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이고 조각품 같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갠즈보트가를 따라 펼쳐진 캔틸레버식 입구는 하이라인공원 남쪽 출입구에서부터 ‘라르고’라는 실외 모임공간을 이룬다. 새 건물에는 전시공간 외에도 최신식 시설을 갖춘 교육센터와 함께 영화와 비디오 상영, 공연을 할 수 있는 다용도 블랙박스 무대를 갖추고 있다. 허드슨 강이 내려다보이는 170개 좌석 규모의 극장, 보존 연구소, 도서관 열람실도 있다. 뉴욕 요식업계 거물 대니 마이어의 유니언스퀘어호스피탤리티가 운영하는 1층의 레스토랑 ‘언타이틀드’(무제)와 8층의 ‘스튜디오 카페’도 식도락가라면 가볼 만하다. # 재개관 2년째… 도심 문화지형 완전히 변모시켜 미술관 소장품은 영문 명칭대로 미국 미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미술의 거장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클래스 올덴버그,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찰스 레이, 리처드 에스테스, 에드워드 호퍼 등 미국에서 활동한 20~21세기 예술가 3000명의 작품 2만 1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에서는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기획전과 특별 기획전, 실험적인 작가들의 초대전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겨울~봄 시즌에는 8층에서 추상미술 작가 카르멘 레레라 회고전, 7층과 6층 전시실에서는 휘트니 소장품 중에서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인물을 다룬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꾸며진 ‘휴먼 인터레스트’전이 열렸다. 장 미셸 바스키아의 ‘할리우드 아프리칸’, 앤디 워홀이 미술품 수집가 에델 스컬의 표정을 담은 ‘에델 스컬의 36회’, 에드워드 호퍼의 자화상, 이란 출신 예술가 시린 네샤트의 자화상이 눈길을 끈다. 5층에서는 1905년부터 최근까지의 예술영화 흐름을 보여 주는 전시가 열렸다. 미술관 입구에는 연일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서 있다. 첼시 마켓에서 식사를 하고 온 뉴요커, 하이라인파크에서 산책을 하고 오는 사람, 예술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 등 다양하다. 재개관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새 휘트니미술관이 외형뿐 아니라 다운타운의 문화 지형까지 완전히 바꿔 놓았다는 것은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노원구 미니골프장 한달새 1000명 돌파

    노원구 미니골프장 한달새 1000명 돌파

    29일 서울 노원구 공릉근린공원 내 미니골프장. 아이들과 함께 산책 나온 젊은 부부들이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 색색의 골프채와 골프공을 들고 게임을 즐겼다. 장애물에 따라 다양한 레벨의 코스가 있다 보니 누구나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몇몇 아이들은 미니골프장 한쪽에 마련된 시상대에 올라 장난을 쳤다.노원구가 지난달 15일부터 운영하는 미니골프장이 한 달여 만에 이용객 1000명을 돌파했다. 어르신과 가족단위 이용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결과다. 구는 2억원을 들여 골프코스 18홀과 연습코스 1홀을 설치했다. 골프코스는 미니골프이다 보니 ‘퍼트’만 가능하고 ‘풀스윙’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홀은 중간 중간 피라미드 모양의 장애물이 있어 이를 피해 홀컵에 공을 넣어야 한다. 첫 타격에 공을 넣으면 홀인원으로 인정해 1점을 얻는다. 반면 3번을 쳐서 넣으면 3점을 얻는다. 이렇게 18번 코스까지 경기해 가장 적은 점수를 얻으면 이긴다. 누구나 신분증만 있으면 언제든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구는 성인용 클럽 80개, 어린이용 클럽 20개, 전용볼 200개를 구비하고 4월에는 쉬는 날 없이 문을 열 예정이다. 원래 운영시간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4월은 월요일에도 영업한다. 오는 7월쯤부터는 유료화할 예정이다. 구는 ‘노원구립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성인은 2000원, 어린이는 1000원을 받는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가족단위로 퍼팅을 즐길 수 있는 미니 골프장”이라면서 “골프를 못 치는 사람도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친목을 다지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네브라 스카이디스크, 청동기 인류의 천문지식

    [이광식의 천문학+] 네브라 스카이디스크, 청동기 인류의 천문지식

    3000~4000년 전쯤, 막 석기시대에서 벗어나 청동으로 칼과 창을 만들어 싸우고 사냥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은 과연 우주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이들의 우주관을 설핏 보여주는 놀라운 유물이 ​지난 1999년 독일 중부의 한 촌락에서 발굴되었다. 천체가 묘사된 청동 원반으로, 지름 약 30cm에 두께가 중앙으로부터 4.5mm에서 1.5mm로 점점 얇아지는 형태이며, 무게는 2.2kg이다. 원래의 색은 가지색인 갈색이었으나 지금은 녹이 슬어 청록색 녹청으로 덮여 있다. 원반 표면에는 금으로 된 상징물들이 박혀 있는데, 이들은 태양 또는 보름달, 초승달 그리고 별들(플레이아데스로 보이는 별들도 있음)로 해석된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우주관 담은 유물 원반은 2점의 청동 검, 2점의 도끼, 2점의 나선형 팔찌, 그리고 1점의 청동 끌과 함께 매장되어 있었는데, 신에게 바쳐진 것이었다. 인류 최초의 천문반이라 할 수 있는 이 유물이 발견된 곳은 독일 중부 작센안할트주 네브라 시 인근인 미텔베르크라는 아주 깡촌에 속하는 시골이다. 그래서 원반의 이름이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Nebra Sky Disc), 또는 네브라 하늘원반이라 붙여졌다. 이 세기적인 발굴에는 역시 범죄자들의 도움이 컸다. 흔히 보물 사냥꾼으로 불리는 이 도굴꾼들은 하늘원반을 손에 넣은 후 이를 처분하기 위해 한 대학교수에게 접근했는데, 교수는 너무나 엄청난 물건임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도굴꾼들이 호텔 바에서 교수를 만나 진품을 보여줄 때 교수의 신호를 받고 경찰이 덮쳐 세기적인 발굴품이 무사히 환수되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혹시 모조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샀지만, 정밀한 조사 결과 2005년 기준으로 약 3600년 전에 만들어진 진품으로 밝혀졌다. 문자기록이 없었던 시기에 제작된 네브라 하늘원반은 천문현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으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고고학 분야 이외에 천문학이나 종교사 연구에 있어서도 매우 귀중한 발굴 유물이다. 이 하늘원반에 표현된 것에는 천체현상에 대해 선사시대 사람들이 가졌던 놀라운 지식이 반영되어 있는데, 최근까지 선사시대 인류가 그러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믿었던 사람은 없었다. 천체에 관한 고대인들의 초기 지식과 관측 능력, 그리고 우주관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유물이라는 점에서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더없이 귀중한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지닌 20세기 최대의 발굴품이라 할 수 있다.​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에 표현된 것들 네브라 하늘원반에 표현된 것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하늘원반에는 32개의 금 동그라미를 비롯해, 역시 금으로 된 커다란 원형 접시와 초승달 모양의 문양이 붙어 있다. 원형 접시는 해를 표현한 듯하고, 초승달 문양은 모양이 말해주듯 초승달이거나 월식이 진행 중인 달을 나타낸 듯하다. 조그만 금 동그라미는 별로 보이는데, 특히. 동그라미 7개가 오종종 모여 있는 것은 플레이아데스(좀생이별)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둘째, 후대에 와서 덧붙여진 것들이 있는데, 지평선을 나타낸 가장자리의 두 원호다. 금의 성분이 다른 것이 그 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두 원호를 붙인 자리를 만들기 위해 왼쪽의 별 하나는 중앙으로 옮겨졌고, 오른쪽에 있던 별 두 개는 원호로 덮어씌워져서 지금은 별이 30개만 남아 있다. 두 개의 원호는 지평선(horizon band)을 나타낸 것으로, 호의 양끝에서 원반의 중심으로 선을 그어보면 각도가 82도가 되는데, 이는 북위 51도에 있는 미텔베르크의 하지와 동지 때 일몰 위치의 각도 차이를 가리킨다. ​이것은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를 만든 사람이 선진 문명으로부터 단순히 데이터를 베낀 게 아니라 측정법 자체를 들여와 자기 고장에서 직접 측정했다는 뜻이며, 이 원반이 수입품이 아닌 중부 유럽의 토속품이라는 증거다. 또한 원반의 둥근 접시를 보름달이 아니라 해로 보는 것은 바로 일몰 각도 차이 때문이다. 셋째, 마지막 첨가물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아래에 보이는 작은 원호로, '태양 배(sun boat)'를 상징한다. 역시 금의 성분이 다르다. 이 태양 배는 명백히 이집트에서 건너온 것으로, 고대 이집트 통치자였던 파라오들은 사망 후 태양 배가 자신들을 지하세계로 데려다 준다고 믿어 태양 배를 만들어 무덤에 함께 묻기도 했다. 청동기 시대에 지식의 유통이 벌써 널리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이 천문반이 만들어져 부장품으로 묻힐 때 원반 가장자리를 빙 둘러서 지름 3mm 가량의 구멍들이 40개 가량 뚫려 있었다. 이것은 일년을 대략 40주기로 나눈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원반이 휴대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농사짓기를 위해 만든 실용적인 도구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마지막 다섯째, 하늘원반을 만든 재료 문제인데, 원반 자체를 이루고 있는 구리는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에서 채취한 것이며, 금은 영국 잉글랜드 콘월 반도에서 나온 것이다. 청동기 시대 주석이 국제무역으로 유통되고 있었지만, 이 중부 독일의 깡촌에까지 영국과 오스트리아 지방의 출산물이 들어온 것을 보면 이미 청동기 시대에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광범한 교역망이 이루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대체 불가능한 '오파츠'-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 발굴의 역사를 살펴보면 장소나 제조법 등의 측면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유물들이 더러 나타나는 사례들이 있는데, 이런 유물들을 통칭해서 '오파츠'(Oopats·Out-Of-Place ARTifactS)라고 부른다. 곧,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유물'이라는 뜻이다. 기자의 피라미드와 영국 솔즈베리의 스톤헨지도 건축 방법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오파츠라고 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작은 유물을 가리킬 때 주로 사용한다.​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이런 의미에서 확실히 오파츠에 속한다. 이보다도 디테일 면에서 훨씬 처지게 천문현상을 도식적으로 나타낸 것도 100년 뒤에야 고대 이집트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천문현상을 문자로 표현한 것을 보려면 100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다른 문명권이 해와 달, 별을 신화적인 소재로 다루고 있을 때, 네브라 청동기인들은 천문현상을 다 현실적인 실체로 보고 태양, 달, 별자리 모두를 통합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청동기인들의 우주관이 대단히 현실적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어쨌든 기원전 1600년, 문자도 없던 선사시대에 이런 천문반이 대륙의 오지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가 대체 불가능한 유물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고, 현재는 독일 작센안할트주 할레에 있는 주립선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독일을 여행하는 기회가 된다면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 순례를 권하고 싶다. 3600년 전 청동기 인류의 우주관이 당신을 반가이 맞아줄 것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이집트와 흡사한 ‘중국판 피라미드’ 고대 무덤 발견

    이집트와 흡사한 ‘중국판 피라미드’ 고대 무덤 발견

    중국에서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고대 건축물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민망 등 현지 언론의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허난성 정저우시의 한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이것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고대 무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무덤은 본래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터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으며, 같은 터에서 원통 형태의 또 다른 건축물도 함께 발견됐다. 원통 형태와 피라미드 형태의 무덤이 발견된 터는 길이 30m정도이며, 원통 형태의 건축물의 경우 입구가 동쪽을 향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진짜 무덤’인 피라미드형 건축물로 이어지는 일종의 다리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원통 형태의 건축물 위쪽에서는 지름 80㎝정도의 작은 구멍이 나 있었는데, 전문가들은 이것이 도굴꾼의 흔적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중국 매체와 현지 주민은 이번에 발견된 유적지를 두고 ‘중국 피라미드’라 부르며 관심을 표하고 있다. 실제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훨씬 규모가 작아서 ‘미니 피라미드’라 부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이 피라미드형 무덤의 정확한 건축시기와 무덤의 주인 등을 조사할 예정인데, 일각에서는 건축 양식이나 주변에서 발굴된 또 다른 무덤 등을 미뤄봤을 때 이것이 한나라 시대 혹은 그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것은 약 2000년 이상 된 무덤인 것으로 보인다. 무덤 터 전체를 발굴하는데에 1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조각 같은 외면…걸작 품은 내면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조각 같은 외면…걸작 품은 내면

    미국 뉴욕 맨해튼의 5번 애비뉴와 88번가의 교차지점에 위치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최고 수준의 20세기 현대미술 소장품과 아름답고 독특한 건축물로 예술 애호가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현대미술의 든든한 후원자인 솔로몬 R 구겐하임(1861~1949)이 만든 구겐하임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은 미국 근대건축의 최고봉으로 추앙받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가 설계했다. 미술사 및 건축 관련 책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하고 있고, 사진으로 숱하게 본 까닭에 이미 머릿속에서 익숙해진 미술관을 실제로 방문했을 때의 감동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넓은 판을 나선형으로 꼬아 올린 듯 거대한 달팽이 모양의 흰색 콘크리트 건물은 그 자체가 기하학적 조각품처럼 아름다웠다. 겨울 뉴욕의 새파란 하늘 아래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미술관 건물은 순간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달팽이 닮은 조각품… 시공간 잊게 만드는 외관 건축적 감동은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더욱 커졌다. 입구홀로 들어서자 천창에서 부드럽게 쏟아지는 빛으로 가득한 거대한 중앙 공간이 숨을 멎게 만들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그리고 벽을 따라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처럼 이어지는 그 유명한 나선형 전시 회랑이 풍경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내부 벽을 따라 한번은 안으로, 한번은 바깥으로 ‘S’자를 그리며 공간에 리듬을 주고 있었다. 긴장감을 주면서도 어디 한 곳 걸리는 것이 없었다. 관람객은 많았지만 방해되지 않았고, 마치 예술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360도로 열린 공간은 산 정상에서 등고선을 바라보는 듯 더욱 장관이었다. 20세기 건축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구겐하임 가문은 유대인인 마이어 구겐하임이 1847년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이민하면서 시작됐다. 광산업으로 큰돈을 번 마이어는 일곱 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넷째인 솔로몬이 특별히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철강계의 거물이자 자선사업가로 이름을 알린 솔로몬 구겐하임은 1890년대부터 예술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주로 프랑스의 바르비종파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했던 그는 1927년 독일에서 건너온 힐러 리베이 폰 에렌비젠(1890~1967) 남작부인을 만나면서 비구상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화가였던 힐러 리베이는 솔로몬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그에게 비구상 예술을 알리고 로베르 들로네, 바실리 칸딘스키, 알베르 글레즈 등 새로운 회화를 실험하던 예술가들을 소개했다. 솔로몬은 이들의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구겐하임의 소장품 리스트는 점점 길어졌다. 그의 응접실에는 칸딘스키 외에 마르크 샤갈, 파울 클레, 라슬로 모호이너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페르낭 레제 등의 작품이 가득했다. 힐러 리베이의 연인이었던 루돌프 바우어의 작품도 있었다.#철강 거물 구겐하임, 전설적 건축가와 손 잡다 자신이 수집한 예술작품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솔로몬은 1937년 구겐하임재단을 설립하고 힐러 리베이를 관장으로 ‘비구상 회화 미술관’을 열었다. 힐러 리베이는 1943년 당대 최고의 건축가로 이름을 날리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뉴욕으로 초대해 미술관의 설계를 의뢰했다. 구겐하임과 힐러 리베이의 주문은 예술을 위한 ‘신전 미술관’(Museum Temple)이었고 이는 라이트의 생각과 일치했다. 미술관이 단지 예술 전문가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 자유롭게 예술을 즐기며 예술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었다. 라이트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계단식 피라미드)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외형에 자연의 빛을 그대로 품고, 방들로 나눠진 기존 미술관과 달리 움직임의 단절이 없이 예술에 둘러싸일 수 있는 그런 미술관을 구상했다. 프레젠테이션을 받은 구겐하임은 말했다. “당신이 해 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훌륭하게 해 낼 줄은 몰랐소.” 달팽이 모양의 외관에 430m의 나선형 회랑이 벽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고 가운데를 거대한 공간으로 남긴 미술관은 당시 뉴요커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주변 고급 주택가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망치며 소방법에도 위배된다는 등의 논쟁이 일었다. 아무리 전설적인 건축가의 작품이라지만 뉴욕 시 당국도 이 건축물을 쉽게 용납할 수 없었다. 1943년 설계를 시작한 미술관은 전쟁으로 인한 물자 부족과 솔로몬의 죽음, 뉴욕시와의 실랑이 등으로 16년을 보냈다. 1959년 센트럴파크 맞은편에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이 개관했다. 엄청난 비판과 반대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버텼던 라이트는 안타깝게도 개관 6개월 전 세상을 떠났다. 주인공은 개관을 보지 못했지만 미술관은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개관과 동시에 뉴욕의 명소가 됐다.#나선형 로비 끝에서 올라가며 감상하는 게 안정적 비난을 한 사람들은 주로 미술관 큐레이터들이었다. 대개의 미술관에서는 관람객들이 작품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감상하도록 작품을 설치하지만 라이트는 작품과 감상자의 거리를 좁히고, 예술작품으로 둘러싸이는 새로운 공간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구상했다. 큐레이터들은 빙빙 돌며 올라가는 경사진 회랑이 감상자의 균형감각을 잃게 하고 작품과의 거리가 좁아서 오히려 감상을 망친다고 비판했다. 큰 작품은 걸 수도 없었다. 하지만 건축가들은, 물론 전부는 아니었지만, 건축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걸작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찬반 논란은 아직도 끊이지 않지만 논쟁 속에서도 수많은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안기고 있다. 사실 나선형 원을 돌 때의 불안정함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기에 완벽한 공간은 아닐 수 있다. 현관으로 들어가 좌측 모퉁이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위까지 올라가서 나선형 슬로프를 따라 내려오며 감상하는 것이 편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로비의 오른쪽 끝에서 시작하는 나선형 긴 회랑을 따라 올라가며 감상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다. 소장품은 현대미술 장려와 진흥을 표방한 창립자의 의도대로 20세기 비구상, 추상 표현주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특히 초기에 확보한 150여점의 칸딘스키 컬렉션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축구 천재 메시, 이집트 가서 ‘멍청이’ 비난 받아…왜?

    축구 천재 메시, 이집트 가서 ‘멍청이’ 비난 받아…왜?

    이집트를 방문한 리오넬 메시(30·FC바르셀로나)가 '멍청이'라는 말을 들었다. 메시에게 직격탄을 날린 인물은 피라미드에서 메시를 만난 이집트의 고고학자 자히 하와스. 그는 "메시와 30분 정도 만났는데 그는 멍청하다"고 말했다. 월드스타를 만난 저명 고고학자는 왜 날선 비난을 날린 것일까? 메시가 피라미드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하와스는 메시에게 피라미드의 의미와 역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메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화와스는 "(피라미드에 대한) 설명에 메시가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피라미드의 비밀문에 대해 말을 할 때도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얼굴에 전혀 리액션이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열정적인 설명에 메시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섭섭한 마음이 든 셈이다. 화와스는 메시와 대조적인 인물로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를 꼽았다. 과거 관광 프로모션을 위해 이집트를 방문한 스미스를 만났다는 화와스는 "윌 스미스는 매우 지적인 사람이었다"면서 "피라미드에 대해 설명을 하면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메시와 스미스를 비교하면서 화와스는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하와스는 그런 메시를 이해한다는 말도 했다. 그는 "(피라미드에 관심을 보이진 않았지만) 메시는 매우 예의바른 것 같았다"면서 "어쩌면 메시의 유일한 관심사는 축구뿐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도 하와스는 메시가 피라미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게 못내 아쉽다는 듯 "메시가 스페인어밖에 못해 통역을 필요했다"면서 "내 말이 100% 통역이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메시는 의료관광 홍보를 위해 이집트를 방문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씨줄날줄] 마천루의 저주/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마천루의 저주/이동구 논설위원

    9·11 테러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이 붕괴된 후 한 부동산 사업가는 “세계 최고의 마천루를 다시 미국에 세워야 한다”며 미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그는 15년 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다.인류는 크고 웅장한 건물을 신성시하며 부와 명예, 권위의 상징으로 여겼다. 바벨탑의 전설이나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자금성, 유럽의 궁궐 등등. 현대의 도시들은 빌딩의 높이로 도시와 국가의 발전을 과시한다. 뉴욕의 맨해튼, 시카고, 두바이 등이 바로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들로 유명한 도시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런 빌딩 중에는 저주의 상징물로 취급받는 것도 있어 흥미롭다. 소위 ‘마천루의 저주’가 덧씌워진 빌딩이다. ‘마천루의 저주’(skycraper curse)란 초고층 건물을 짓는 국가는 최악의 경기 불황을 맞게 된다는 내용의 가설이다. 시사상식사전 등에 따르면 1999년 도이체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라는 인물이 100년간의 사례를 분석해 만들어 낸 가설이다. 초고층 빌딩 건설 당시 돈줄이 풀렸으나 완공 시점에는 버블이 꺼지면서 경제 불황을 맞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버즈 두바이(828m),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1m), 세계무역센터(415m, 416m), 시어스타워(442m), 타이베이금융센터(508m), 페트로나스타워(452m)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버즈 두바이는 2010년 1월 완공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등극했으나 곧바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두바이 경제가 큰 위기를 맞았다. 2004년 타이완의 타이베이금융센터는 건립 후 자국의 주력 산업인 정보기술(IT) 산업이 붕괴됐다. 1997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가 완공되면서 아시아 전체에 경제 위기가 찾아왔다고 한다. 세계무역센터와 시어스타워가 건설된 후에는 석유 파동으로 미국 경제가 초유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졌을 땐 세계 대공황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최고의 마천루 롯데월드타워(123층·555m)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2014년 말부터 시작된 롯데의 잇따른 악재와 국정 난맥상 때문으로 보인다.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과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이어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롯데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시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의 갖가지 압박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이나 국가가 도약하는 데는 그만큼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산고(産苦)일 뿐 저주를 가져오는 빌딩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건축가와 풍수가들의 말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 N포 시대 청춘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졸업장을 드립니다

    N포 시대 청춘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졸업장을 드립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춘들에게 덕담 한마디 건네는 것도 부담이 되는 어려운 시절입니다. 이런 현실 앞에 선 졸업생에게 따뜻한 위로를, 힘내라는 응원을, 혹은 개척 정신이나 도전 정신을 전한 대학총장 10명의 졸업 축사를 싣는 이유입니다. 많은 청춘들이 잠시나마 봄기운이 서서히 감도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쉬어가기’를 바랍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안주하는 인생 아닌 ‘개척하는 지성’ 되길고려대 염재호 총장저는 여러분들이 선배들이 이루어온 경제 성장의 업적에 편안히 기대어 안주하려고 하는 나약함을 버리길 기대합니다. 50년 전 우리나라의 대학 졸업생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학 졸업생들이 독일 광부로, 간호사로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고, 베트남 전쟁터에서,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피땀을 흘리며 미래를 개척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400배의 경제성장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여러분은 부모님과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경제 성장의 따뜻한 품 안에서 인생을 즐기려고 하는 나약한 지성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이제 21세기 우리나라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새롭게 개척하는 지성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대학이 사회보다 먼저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그것은 바로 ‘개척하는 지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개척하는 지성은 단지 똑똑하거나 성실한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았던 곳에 가보려고 도전하고, 보지 못했던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개척하는 정신입니다. 20세기 산업사회의 일자리가 수백만 개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21세기 지식사회의 일자리가 수백만 개 새롭게 생기는 것을 주목하십시오. 개척하는 자만이 미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생소한 분야도 주목하고 상상력 발휘하길연세대 김용학 총장오늘 졸업식이 다른 해보다 특히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 엄중하고, 미래가 결코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직면해야 할 세상은 이전의 졸업생이 직면한 세상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어려운 현실을 개척하고 이겨내야만 합니다. 마치 뗏목을 타고 거친 바다로 나아가는 도전적인 삶의 첫 시작입니다. 첫 출발이 좋다고 기뻐하지 말며, 나쁘다고 슬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길기 때문입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새 출발이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떨쳐내기 힘든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각자 익숙해진 생활이나 전공 영역의 협소함을 벗어나, 생소했던 분야에 주목하고 관련 없을 것 같은 현상들을 연결하는 상상력을 발휘하기를 당부하고자 합니다. 졸업생 여러분, 결코 연세와의 끈을 놓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학교 도서관의 자원을 계속 이용하시기 바라며, 졸업 후에라도 창업의지가 있으면 창업지원단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대학은 인간을 목수로 만드는 곳이 아니라, 목수를 인간으로 만드는 곳이라는 말의 참뜻을 졸업 후에도 계속 마음속에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유연성·인간성의 가치 잊지 말았으면부산대 전호환 총장여러분께 ‘이제 세상에 나가 여러분의 꿈을 멋지게 펼치십시오!’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가 않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여러분께 앞으로 꼭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가치’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큰 경쟁력은 빠르게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적응력’입니다. 급변하는 사회 상황이나 기술 변화에 따라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따뜻한 ‘인간성’과 ‘소통능력’이 필요합니다. ‘나’보다는 집단지성과 네트워크를 통한 ‘우리’가 더 현명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저 혼자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삶도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삶’이라는 글자를 나누면 ‘사람’이 됩니다. 언제 어디에 소속되어 있든,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잊지 마십시오. 끝으로 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부어가 쓴 기도문으로 여러분의 앞날을 축복해 드리고 싶습니다.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구분하는 지혜를 갖길” 기원합니다. 세찬 바다속에서 포기는 없고 꿈은 있다인하공전 진인주 총장대학 졸업이라는 것은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어떻게 보면 홀로 서기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을 사회와 취업으로 진출시키는 저의 마음이 무거운 것도 솔직한 심정입니다. 세찬 바람이 불고 있는 바다로 배를 출항시키는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졸업생 여러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충분한 역량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직하고 인내하는 자세로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노력하고, 어려움이 닥쳐도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항상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또한 여러분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각별히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신체가 여러분의 미래에 크나큰 자산이며, 건강한 마음이 사회생활의 기본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나라 최고 전문대학에서 최신의 교육과정을 마친 인성, 글로벌 마인드, 창의적사고를 갖춘 우수한 인재임을 잊지 마십시오. 자신 들여다보고 약자에겐 귀 기울여야서울대 성낙인 총장여러분은 생각만 해도 즐겁고 행복할 것 같은 일을 찾았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찾지 못했다 해도 늦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나와 대화하는 일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십시오. 늘 설레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자신을 찾는 일’은 몰랐던 나와 대면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부단히 인내하고 최선을 다하십시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진정한 지식인이 되어야 합니다. 편향되지 않은 균형적 사고, 단편적 지식을 극복하는 지성, 사익을 뛰어넘는 공익정신으로 끊임없이 정진해 나가야 합니다. 냉철한 지성만큼이나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짧은 대화에도 삶의 깊이와 철학이 느껴지는 품격 있는 서울대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영리하다는 말을 듣기보다 사려 깊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존경받기를 바랍니다. 배타적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선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하여 굳건한 선의지(善意志·guter Wille)를 확립하기 바랍니다. 더 나아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어떤 사회와 국가를 후대에 물려줄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주길 고대합니다. 4차산업의 소용돌이… 그래도 중심은 ‘사람’전남대 정병석 총장우리 앞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극적인 변화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무인자동차, 3D프린팅 등 초고도화된 과학기술이 상상을 현실로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안정된 직업들이 사라지고 있고,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 잊지 말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 세상을 이끌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중심은 항상 인간이라는 사실입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이며, 그것은 사람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누가 그 주인공이 되느냐이며, 그 기준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입니다.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승리자가 될 수도 있고, 낙오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 격변기의 흐름에 앞서 적응함으로써 여러분만의 성공시대를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고정관념과 관성의 틀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시대를 자신감 있게 맞이하십시오. 어렵더라도 잠들지 않고 깨어 있다면, 변화는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과감하게 도전할 줄 아는 용기가 “원더풀”숙명여대 강정애 총장여러분은 여전히 도전하는 청춘이고, 새롭게 출발하는 새내기입니다.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이 숙명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이 여러분을 더 자유롭게 상상하는 청춘으로 성장시켰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모든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재편됩니다. 대학은 물론 기업과 공공기관, 지역사회와 세계 시민들과 교류하기 위한 실험과 도전이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사회로 진출하는 여러분들은, 기존의 틀을 벗어 버리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이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인데요 저와 숙명도 영원히 여러분을 응원할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다시 한번 졸업을 축하하고, 여러분 앞에 펼쳐질 미래가 축복으로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제가 잘 외치는 구호가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이 구호를 큰 소리로 외치고 싶습니다. 원더풀 숙명인데요. 오늘은 원더풀 여러분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원더풀은 ‘원하는 것보다 더 잘 풀리라’는 뜻이어서 여러분의 앞길이 원하는 것보다 더 잘 풀리는 탄탄대로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외치겠습니다. 기대기보다 뒷받침해주는 기둥 같은 리더로포항공대 김도연 총장여러분은 우리 사회 모두가 기대하는 인재입니다. 스스로를 자중자애하며 노력해서 미래의 대한민국 더 나아가 인류사회를 이끌어갈 리더들로 성장해야 합니다. 인재라는 단어는 ‘사람 인’(人)자와 ‘재목 재’(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글자인 ‘사람 인’자는 상형문자인데, 한 사람의 두 다리를 형상화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 인자는 두 사람입니다. 한 사람은 기대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받쳐주는 모습입니다. 사람은 때로는 남에게 기대고 또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을 뒷받침하며 사는 존재입니다. 두 번째 글자인 ‘재’자는 나무와 재주가 합쳐진 글자인데, 역경을 뚫고 성장해 어느 곳에나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품질 좋은 나무를 뜻합니다. 인재란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그중에서도 세상을 받쳐주는 대들보나 기둥 같은 존재를 우리는 리더라 부릅니다. 리더란 결국 다른 사람에 기대는 것보다 뒷받침해 주는 일을 더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항상 학습하고 배우는 자세를 견지하라는 것입니다. 매일 한두 시간만이라도 책을 읽거나 배우는 데 쓴다면 여러분의 삶은 풍요로울 것이며 그 궁극적 가치도 현격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성공 방정식은 잊고 ‘자기다움의 항해’를아주대 김동연 총장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그 어떤 세상’으로 여러분을 보냅니다. 직장일 수도, 학문의 길일 수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세상에 있던 확실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갈 그리고 주도해갈 세상에서는 이제까지의 ‘성공 방정식’이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 항해의 목적은 ‘자기다움’을 찾는 것입니다. ‘남과 다른 자기’를 찾는 것입니다. 진짜 실력은 ‘자기다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나는 누구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찾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 가길 바랍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보이지 않는 손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길 바랍니다. 오늘 이 성취는 부모님과 가족의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여러분의 성장과 도약에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분들도, 여러분의 좌절과 방황을 눈물겹게 지켜보신 분들도 바로 여러분의 부모님과 가족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거칠고 험한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그 세상이 또한 아름다운 곳임을 잊지 맙시다. 여러분의 무대인 이 넓은 세상을 마음껏 즐기기를 바랍니다. 비전·혁신·인내하면 VIP로 인정받을 것KAIST 강성모 前총장여러분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끊임없는 지식창조’, ‘활기찬 진보와 전진’, ‘온전성’, ‘지속성’, 그리고 ‘신뢰’로 대변되는 KAIST 정신은 카이스티안(KAISTian)의 DNA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카이스티안은 사회 어느 곳을 가든지 VIP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VIP로서 갖추어야 할 새로운 VIP 정신을 주문하고자 합니다. V는 비전(Vision)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큰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I는 혁신(Innovation)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긍정적인 변화를 창의적으로 일으켜야 합니다. P는 인내(Perseverance)입니다. 어려운 길을 걷고 전진하다 보면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피라미드의 제일 뾰족한 부분을 우리 삶의 목표라고 본다면, 우리의 삶은 그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아래에서부터 위로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는 모양이 될 것입니다. 열정과 문화를 밑바탕에 다져 두고, 높은 가치의 문제를 최선의 방식으로 해결해 인류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 제가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삶의 자세입니다.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⑩ 당신의 ‘인생맥주’는 무엇입니까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⑩ 당신의 ‘인생맥주’는 무엇입니까

    2009년 7월 이집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기자는 한여름 평균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는 이집트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주변에선 지금 가면 몸이 녹아내릴 것이라며 말렸지만 이미 피라미드에 홀려 날씨가 무슨 대수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첫날 카이로 타흐리드 광장 근처에서 식당을 찾기 위해 길을 헤메는데 “피라미드고 뭐고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숙소에 들어가 컵라면이나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이튿날 피라미드를 보러 갔다가 더위를 먹어 3일을 앓아 누운 뒤에야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더위에 서서히 적응을 해가던 어느 날, 사막에서 야영을 하고 다시 카이로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또 다시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하필 에어컨이 고장난 버스였던 것입니다. 심지어 창문까지 열지 못하게 해놨더군요. 터미널 근처에서 산 얼음물이 10분도 안돼 녹아버릴 정도로 숨막히는 열기 속에서 장장 7시간을 버텨야했습니다. 점점 시야가 흐려지고, 옆사람의 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죽는구나”는 생각이 들때쯤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내리자마자 차가운 캔맥주 500ml를 벌컥벌컥 들이켰던 기억이 납니다. ‘스텔라(STELLA)’라는 이집트의 평범한 페일 라거였어요. 분명 다 죽어가는 상태였는데 신기하게도 맥주를 마시고 나니 눈이 번쩍 뜨이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샘솟더군요. 이후 기자에게 이 맥주는 ‘생명수(水)’가 되었고, 지칠 때마다 그때 달콤했던 목넘김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곤 합니다.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맥주 한 잔’이 있습니다. 그 맥주가 꼭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맥주라거나, 선뜻 사지 못하는 비싼 맥주이거나, 각종 상을 휩쓴 뛰어난 퀄리티의 맥주일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기분,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맥주 맛이고, 맥주를 포함한 모든 술의 매력도 여기 있는 것일테니까요. 삶이 고단할 때, 맥주 한 잔으로 위로를 받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가장 맛있게 마신 한 잔, 아직도 잊지 못하는 최고의 맥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기 ‘한 잔’의 맥주로 인생이 뒤바뀐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맥주’는 무엇입니까. ● IPA 한 잔 때문에 ‘와인 소물리에에서 맥주덕후로 변신한 조현두 굿맨브루어리 이사“와인 공부를 하려고 영국 런던에 갔어요. 우연히 IPA(인디안페일에일)맥주를 마셨습니다. 그 이후 인생이 바뀌었죠.” 굿맨브루어리에서 헤드브루어(책임양조사)를 맡고 있는 조현두(39) 이사는 한때 촉망받는 ‘와인 유망주’였습니다. 군 제대 후 한국과 일본에서 일식 셰프로 활동하던 그는 프랑스에서 국제호스피탈리티 매니지먼트를 공부하던 중 와인의 매력에 빠져 프로방스 지방의 한 호텔에서 소물리에로도 일했다고 합니다. 와인 전문가의 최고 영예인 ‘마스터 오브 와인’ 자격증을 따기 위해 그는 2012년 런던 유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막 크래프트맥주가 알려지기 시작한 무렵이었죠. 와인 테이스팅하는 곳 근처에 맥주양조장이 생겼더라고요. 호기심에 들어가봤습니다.” 이날 IPA를 마신 뒤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맥주도 와인처럼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충격을 받은 그는 10년 가까이 몰입한 와인 공부를 멈추고 토트넘 지역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인 리드미션 브루어리에 찾아가 한 달 간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금껏 수백가지의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일일이 기록했던 그의 ‘와인 내공’은 맥주에서도 통했습니다. “홉(Hop)이나 맥아도 지역과 기후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과 맛을 내는데, 포도 품종이 그렇잖아요. 와인 공부한 경험을 살려 양조사들 레시피짜는거나 라인업 바꾸는 걸 도와줬죠. 한달 뒤 사장이 정식으로 일해보겠냐 묻더라고요.” 이후 조 이사는 자연스레 맥주로 진로를 변경하게 됩니다. 오랜 세월 열정을 쏟아부은 와인을 접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영국에서 맥주를 접하면서 와인에서 느꼈던 깊은 풍미를 맥주에서 구현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와인은 날씨, 토양 등 자연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 술인데, 맥주는 와인보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 셰프 출신인 내게는 더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양조장 가서 IPA를 마시지 않았다면 아마 저는 지금쯤 영국에 남아 계속 와인 공부를 하고 있겠죠. 후회한 적은 없어요. 맥주에 어떻게 와인을 접목시킬까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거든요.” ●행운의 바이젠 한 잔, 백우현 전 OB맥주 전무1994년. 당시 OB맥주 10년 차 양조사였던 백우현(59) 전 전무는 세계 최고의 맥주 명문인 독일 뮌헨대학교 양조공학과로 ‘맥주 연수’를 떠났습니다. 지금은 한국이 전 세계 크래프트맥주 시장에서 가장 트렌디한 아시아 국가로 손꼽히지만 불과 4~5년 전만 해도 한국은 하이트, 카스, 버드와이저 등 ‘페일 라거’ 스타일의 맥주가 시장을 장악했던 맥주 불모지였죠. 그런데 1994년에는 어땠겠습니까. 백 전 전무는 이미 ‘라거’맥주를 전문가였지만 독일 연수 시절 바이에른 지방 전통 맥주인 바이젠(밀맥주)을 처음 마시고 ‘뭐 이런 막걸리 같은 술이 다 있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학교 근처에 큰 펍이 있었어요. 헤페바이젠을 한 모금 마셨는데 바디감이 묵직한게 입안을 가득 메우면서 효모의 달콤한 향이 올라오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이후 바이젠 맛에 빠져버린 그는 ‘양조사’답게 홈브루잉으로 바이젠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백 전 전무는 대학에서 주최하는 바이젠 만들기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는 쾌거까지 이루게 됩니다. 맥주불모지에서 온, 바이젠을 이제 막 알게 된 동양인이 맥주 명문대생들을 모두 제치고 최고의 바이젠을 만든 것입니다. “같은 과 학생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땐 유럽에서 한국인을 보면 북한 사람이냐, 남한 사람이냐고 물어봤을 때였거든요.” 백 전 전무는 23년 전 그 바이젠 한 잔을 ‘행운의 맥주’라고 말합니다. 그는 “바이젠 맛을 알게 된 후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렸다”며 “연수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진급도 잘 되고, 엔지니어로서는 최고의 자리인 전무까지 올랐다”며 호탕하게 웃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백 전 전무는 은퇴한 지금도 여전히 집에서 바이젠을 만들어 먹을 정도로 ‘바이젠 사랑’이 뜨겁습니다. “얼마 전에 400만원 짜리 고급 홈브루잉 기계를 샀어요. 옛날 생각이 나 뮌헨대에서 1등한 레시피로 바이젠을 만들어봤는데, 이상하게 그 맛이 안나더라고요. 그땐 밥통으로 만들었는데..아직도 그 시절 손맛이 그립습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 마시고 대기업 박차고 나온 권진주 브루클린브루어리 마케팅실장앞날이 창창한 올해 33세 여성.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해태음료, 맥도날드코리아, 하이트진로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맥주 한 잔을 마신 뒤 대기업을 때려치고 크래프트맥주 업계에 뛰어들었다. 끝내 ‘덕업일치(덕질과 직업이 일치했다는 의미로 덕후 중에서도 관심사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은 사람)’를 실현한 그는 제주도에서 크래프트맥주 공장 오픈을 준비하며 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잘 이해가 안가신다고요? 이 무시무시한 취업난에, 남들은 들어가기도 힘든 대기업 마케팅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요? 권진주 실장은 “인생맥주를 만났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지금은 하루도 맥주 없이 살 수 없는 맥덕이 되어버린 권 실장이지만 사실 한국 최대 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에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맥주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프리미엄맥주 라인업을 강화하는 업무를 맡게 됐어요. 그때 회사에서 수입하는 1664블랑이라는 프랑스 밀맥주를 마셨는데 무척 맛있더라고요. 생각보다 맥주 맛이 다양하다는 걸 깨달은 뒤 맥주에 관심을 갖게 됐죠” 맥주의 세계에 막 발을 들인 어느 날, 권 실장은 친구들과 펍에 갔다가 ‘올드라스푸틴’이라는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를 마시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직도 그날 마셨던 스타우트 맛이 입에서 맴돌아요. 커피에 초콜릿, 풀바디감...크래프트맥주가 바로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이 ‘맥주 한 잔’ 때문에 권 실장은 돌이킬 수 없는 ‘맥덕의 길’로 입성하게 됩니다. “크래프트맥주를 공부하다 보니, 맥주가 어느 술보다 지역 문화와 친밀하고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문화적인 성향이 강하더라고요.” 그동안 꿈꿔오고 하고싶었던 마케팅이 크래프트맥주와 가장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과감히 사직서를 내고 미국, 벨기에로 맥주 여행을 떠난 뒤 돌아와 미국 브루클린브루어리가 투자한 한국의 크래프트맥주 스타트업(제주맥주주식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삶의 철학과 일의 철학이 같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앞으로도 장인 정신으로 맥주를 만들고 지역 공동체 문화와 함께 성장하는, 크래프트맥주 정신을 널리 알리는 마케팅을 하고 싶어요.” ●그 외 인생맥주들 -정인용 히든트랙 대표의 라우흐비어(훈연맥주) : 2012년쯤인가. 홈브루잉을 배우러 서울의 한 공방에 갔다. 수업시간에 독일 밤베르크 지방의 전통맥주인 라우흐비어를 배우면서 ‘살찐돼지의 맥주광장’ 맥주블로그로 유명한 김만제(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교육이사)씨가 직접 만든 라우흐비어를 시음했었다.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맥주에서 스모크향이 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충격을 받고 이후 홈브루잉을 더 열심히 하게됐다. 그러다 결국 다니던 의료장비회사까지 관두고 브루펍까지 차리게 됐다. 그때 그 라우흐비어를 안마셨다면 난 아직도 평범하게 직장생활 하고 있을 것이다. 이게 다 김만제씨 때문이다. 라우흐비어는 아직도 집에서 만들어서 즐겨 마신다.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맥주가 라우흐비어다. -김만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교육이사의 영국식 스트롱에일 : 2009년부터 ‘살찐돼지의 맥주광장’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맥주 리뷰와 맥주 관련 상식, 정보들을 전달하는데 지금까지 작성한 리뷰만 수천개가 쌓였다. 블로그 때문에 워낙 많은 맥주들을 시음하다보니 가끔은 어떤 맥주를 먹어도 크게 감흥이 오지 않기도 한다. 정말 다양하고 신기한 맥주를 많이 마셨지만 그래도 질리지 않는 맥주는 영국식 비터다. 카라멜, 과일 등 다양한 맛이 조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어 균형감이 일품이다. 한때 나도 자극적인 맛, 희귀한 맥주 등을 쫓아 마셨지만 결국 마시기 편하고 균형감이 좋은 맥주로 정착하게 되는 것 같다. -강기문 크래프트브로스 대표의 헤페바이젠 : 원래 막걸리를 좋아했었다. 집에서 아내와 함께 막걸리를 만들어 먹곤 했는데, 마트에서 우연히 독일식 헤페바이젠을 마시고 맥주의 매력에 빠졌다. 그땐 그 맥주가 바이젠인지 라거인지도 몰랐는데 내가 맥주비즈니스를 하게 될 줄이야(웃음).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광고기획 일을 하다 디자인을 공부하러 뉴욕으로 유학까지 갔었다. 한국에 돌아와 구두·의류 디자인을 했는데, 결국 홈브루잉을 배운 뒤 맥주 가게까지 차리게 됐다. 디자인과 광고기획처럼 창의적인 일을 했던 경험이 맥주 비즈니스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여전히 마시기 편한 밀맥주를 제일 좋아한다. 가게에서 파는 스노우화이트에일이라는 벨기에식 밀맥주도 내가 좋아해서 만든 맥주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FA컵 ´5부 기적´ 링컨시티의 8강 상대 아스널 or 같은 리그 서턴

    FA컵 ´5부 기적´ 링컨시티의 8강 상대 아스널 or 같은 리그 서턴

    ´5부 리그의 기적´을 일군 링컨 시티가 전통의 명문 아스널 아니면 같은 리그의 서턴 유나이티드와 8강행을 다툰다. 넌리그(5부 리그) 팀으로는 1914년 퀸스파크 레인저스 이후 103년 만에 FA컵 8강에 올라온 링컨 시티는 19일(이하 현지시간) 맨유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결승골을 앞세워 블랙번과의 16강전을 2-1 승리로 마친 뒤 곧바로 진행된 2016~17 에미레이트 FA컵 8강 대진 편성 결과 20일 오후 7시 55분 아스널-서턴 유나이티드와 8강전을 치르는 것으로 낙점됐다. 서턴 유나이티드이 올라오면 8강에서 5부리그 팀끼리 맞붙는 초유의 대진이 성사되고, 아스널이 올라오면 FA컵 최다 우승 공동 1위(12회)인 ‘골리앗’과 ´다윗´의 대진이 성사된다. 잉글랜드 축구 피라미드에서 아스널과 링컨 시티의 격차는 88계단, 같은 리그 서턴과의 격차는 104계단이 된다고 BBC가 전했다. 대니 코올리 링컨 시티 감독은 BT 스포츠 인터뷰에서 “윈윈이다. 서턴이 내일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그들이 해낼 수 있기를 순진하게 바란다”고 밝혔다. 프리미어리그 선두 첼시와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맞붙어 ´결승 같은 8강전´이 이뤄졌다. 손흥민(24)이 풀타임 출전했으나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해리 케인의 해트트릭으로 풀럼에 3-0 완승을 거둔 토트넘은 다음달 11일 리그 디펜딩 챔피언 레스터시티를 1-0으로 꺾고 올라온 리그원(3부 리그) 밀월과 홈경기를 치른다. 미들즈브러는 28일 허더즈필드 타운과 맨체스터 시티 재경기 승자와 맞붙는다. 이번 시즌 FA컵은 다음달 11일과 12일 8강전이 진행되고 결승은 5월 28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잉글랜드 FA컵 8강 대진  토트넘-밀월  첼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들즈브러-허더즈필드vs맨체스터 시티 승자  서턴vs아스널 승자-링컨 시티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체험활동으로 청소년을 행복하게/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월요 정책마당] 체험활동으로 청소년을 행복하게/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화씨 9/11’, ‘식코’ 등으로 칸과 아카데미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다큐멘터리 거장 마이클 무어 감독이 지난해 신작 ‘다음 침공은 어디?’를 발표했다. 살기 좋은 9개국을 방문해 노동조건, 급식제도, 교육제도, 범죄예방, 성평등 등을 탐구하고 미국에 필요한 제도를 정복하고 돌아온다는 설정이다. 이 중 핀란드 교육제도 편은 상당히 흥미롭고 신선했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숙제가 없다. 있어도 10분 정도면 끝낼 수 있는 양이다. 심지어 반드시 숙제를 해오지 않아도 된다. 물론 사교육도 없다. 세계 최고의 공교육 국가의 교육정책 모토는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적은 것이 크다)다.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 핀란드의 한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숙제라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거예요. 아이들은 방과 후에도 할 일이 많거든요. 친구들과 놀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운동도 하고 음악활동도 하고 책도 읽어야죠.” 비단 한 교사의 의견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교육 방침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핀란드 학생의 교육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연거푸 세 번이나 1위를 차지했고,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PISA는 전 세계 교육시스템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OECD 회원국과 조사 희망국 등 60여개국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능력, 과학능력 등 3분야에 대해 3년 주기로 조사한다. 우리나라도 PISA 결과는 늘 상위권이다. 하지만 청소년 자살률 OECD 국가 중 1위,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1일 평균 학습 시간 8시간 55분이라는 각종 조사 결과는 암울하기만 하다. 참고로 핀란드의 1일 평균 학습 시간은 4시간 22분이다. 단순히 PISA 결과로 교육의 질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9시간, 10시간을 책상에 앉아 수학공식, 과학개념, 외국어 등과 사투를 벌이는 청소년들이 과연 행복할까. 시험과 입시 경쟁, 사교육으로 내몰리는 우리나라 청소년 문제는 현재로서는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든 끊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핀란드로 돌아가 보자. 핀란드 학교에서는 제빵, 음악, 미술 등 아이들의 두뇌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배우게 한다. 실험 중심으로 진행되는 과학수업에는 학생이 직접 실험도구를 만지며 참여한다. 한국의 특성화고등학교와 유사한 ‘직업학교’의 강의실은 모두 작업장으로 꾸며져 있다. 건축학과 학생들은 전기톱으로 직접 나무를 잘라 집을 짓는다. 미디어과 학생들은 전문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을 하며 수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핀란드의 체험학습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미국 행동과학연구소(NTL)가 발표한 ‘러닝 피라미드’에 따르면 강의를 들으며 학습한 사람의 경우 24시간 이후에 배운 내용의 5%를 기억한 반면 토의나 토론, 친구 가르치기 등을 활용한 학습법은 내용의 최대 90%를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체험의 효율은 75%나 된다. 체험의 중요성과 효과성은 또 다른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12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최창욱 박사팀의 ‘청소년활동 참여 실태조사 연구Ⅲ’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경험할수록 체험활동에 대한 인식 및 태도, 내재적 동기, 진로 성숙도, 행복감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진로에 대한 계획성과 진로행동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 우리나라도 청소년 체험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교육부가 본격 시행한 자유학기제는 체험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어느 정도 입증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 하는 동아리, 진로체험, 토론 등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청소년의 고른 성장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또한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원한다면 청소년활동 포털사이트 ‘e청소년’을 소개하고 싶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활동처를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해 검색해서 참여할 수 있고 상담이나 복지에 관한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조만간 자원봉사활동 신청도 가능해진다. 이제 곧 새 학년이 시작된다. 공부와 더불어 체험활동을 경험하며, 우리 청소년들이 균형 있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 5부리그의 반란… 103년 만에 FA컵 8강행

    5부리그의 반란… 103년 만에 FA컵 8강행

    잉글랜드 프로축구와 아마 축구의 경계선 격인 넌리그(5부 리그) 선두 링컨 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소속 번리를 1-0으로 누르고 1914년 퀸스파크 레인저스(QPR) 이후 103년 만에 넌리그 팀으로 축구협회(FA)컵 8강에 진출했다. 겨우 3210명인 원정 응원단은 133년을 자랑하는 구단 역사에 처음으로 대회 8강을 꿰찬 기쁨도 맘껏 즐겼다.여기에다 리그원(3부 리그) 밀월은 10명만 뛰고도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한 레스터 시티를 1-0으로 꺾었고 챔피언십(2부 리그) 허더스필드 타운은 맨체스터 시티와 0-0으로 비겨 오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재경기를 치르는 수모를 안기는 등 ‘FA컵 반란’의 태풍이 몰아쳤다. 링컨 시티는 18일 터프 무어를 찾아 벌인 번리와의 대회 16강전 후반 44분 션 래게트의 헤더슛으로 골문을 연 데 이어 추가 시간 5분 동안 상대의 무차별 반격을 잘 막아내 이겼다. 무엇보다 대니 카울리 감독의 작전이 주효했다. 수비 숫자를 늘려 점유율을 포기하고 거친 압박으로 상대를 질식시켰고 골키퍼 폴 파먼은 결정적인 슛을 여러 차례 걷어냈다. 번리는 17개의 슈팅(유효슈팅 5개)을 퍼부으며 점유율 60%로 상대를 압도했지만 링컨 시티는 6개의 슈팅 가운데 단 하나의 유효슈팅을 결승골로 연결했다. 링컨 시티의 8강전 상대는 19일 풀럼-토트넘, 블랙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16강전 일곱 경기가 마무리된 뒤 공표된다. 링컨 시티와 더불어 1888년 이후 처음으로 넌리그 두 클럽이 FA컵 5라운드에 오른 역사를 함께 쓴 서턴 유나이티드는 20일 오후 7시 35분 강호 아스널과 맞선다. 다음 시즌 프로 최하위 리그인 리그 투(4부 리그) 승격이 유력시되는 링컨 시티는 잉글랜드 축구 피라미드에서 번리에 무려 81계단 뒤진 팀이라고 BBC는 전했다. 카울리 감독이 이끄는 이 클럽은 최근 18경기 가운데 15승을 거둘 정도로 파죽지세였고,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리그원 올드험을, 3라운드에서 재경기 접전 끝에 챔피언십 입스위치와 4라운드에선 챔피언십 브라이턴을 차례로 격파하며 이미 파란을 예고했다. 한 대회에서 4개 리그의 클럽을 한 차례씩 무찌른 넌리그 클럽으로는 1985년 텔퍼드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자 사상 세 번째다. 이날 미들즈브러는 리그원 옥스퍼드 유나이티드를 3-2로 따돌렸고 첼시는 울버햄프턴을 2-0으로 제쳤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인체삽입형 통신기기로 통화하고, 센서 달린 옷으로 건강 체크

    인체삽입형 통신기기로 통화하고, 센서 달린 옷으로 건강 체크

    휴대전화가 아닌 내 몸에 삽입한 통신기기로 다른 사람과 통화한다. 입고 있는 옷이 실시간으로 심박수와 호흡, 혈류량을 체크해 이상이 있으면 알려준다. 아직은 영화 속에서나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런 일들이 오는 2025년이면 현실화될 전망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25일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사회, 변화할 미래산업’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2025년 즈음 나타날 우리 사회의 변화를 교육·의료·금융·교통·공공·제조·유통 등 7가지 분야로 나눠 그려봤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초연결(Hyper-connectivity) 사회’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먼저 학교에선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실감형 교육이 이뤄진다. 종이 교과서는 만지고 조작할 수 있는 디지털 교과서로 바뀐다. 교실에서 우주, 해저, 피라미드 등 VR을 구현해 수업에 활용한다. 의료에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진료가 크게 확대된다. 이미 IBM이 개발한 ‘왓슨’은 암 치료에 활용되고 있으며 병명과 필요한 검사 등을 알려주는 ‘회이트잭’, AI 간호사 ‘몰리’ 등도 등장했다. 국내 의료 AI 시장은 2014년 18억원에서 2019년 256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은 ‘현금 없는 사회’ 도래를 앞두고 있다. 모바일과 간편 결제 증가로 이미 주요국은 현금 결제 비중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비현금 거래 규모는 4263억 달러(약 497조원)로 2011년 3063억 달러(약 357조원)에 비해 4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IBK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ATM·CD 기기는 2만 9661대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교통에선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이 구축돼 차량과 차량이 서로 통신하게 된다. 도로 파손, 사고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자율주행차는 사람보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전한다. 공공 분야의 데이터 활용이 확대돼 지진, 태풍 등 자연 재해를 사전에 예측하고 선제 대응한다. 제조 공장은 최적의 생산효율을 갖춘 스마트 공장으로 대체된다. 유통에선 자동차, 장난감, 책, 집 등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시대가 온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초연결 사회에서 기업들은 제품이 아닌 플랫폼의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만큼 다양한 영역으로 다각화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 230억원 현금…무슨 돈?

    침대 매트리스 밑에 우리 돈으로 무려 230억원이 넘는 현금이 다발로 숨겨져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연방 지방검찰청은 가택 수색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찾아낸 2000만 달러(약 232억원)의 현금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막대한 이 현금은 브라질인 클레버 르네 리체르오 로차(28)가 머물던 매사추세츠주 웨스트버러의 한 아파트에서 찾아낸 것이다. 미 검찰 당국은 그간 돈세탁 혐의로 로차를 추적해오다 지난 3일 그의 집을 수색해 침대 매트리스 밑에서 거액의 현금을 찾아냈다. 그렇다면 로차가 천문학적인 현금을 집안에 숨겨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난 2014년 메사추세츠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금융 피라미드 사건에서 시작됐다. 당시 메사추세츠에 본사를 둔 기업 텔렉스프리(TelexFree)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약 18억 달러에 달하는 금융 사기를 치고 파산했다. 이번에 침대에서 나온 2000만 달러는 숨겨져 있던 돈의 일부로 로차는 텔렉스프리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카를로스 완질러의 조카로 전해졌다. 보스턴 언론은 "로차는 은닉된 자금을 돈세탁한 혐의로 체포돼 최대 20년형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주범 중 한 명인 완질러는 모국 브라질로 도망쳐 현재 미 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설선물] 품격과 특별함 가득, 가격까지 감동… ‘진심을 담다’

    [설선물] 품격과 특별함 가득, 가격까지 감동… ‘진심을 담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매년 이맘때면 부모님과 친지, 지인들에게 드릴 선물로 고민을 하게 된다.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가격을 낮추고 구성은 알차게 채운 상품들을 다양하게 늘려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넉넉하고 부담 없는 설 연휴가 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프리미엄 상품들은 고가 포장과 과대 구성이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실속을 담아 여느 해보다도 만족도를 높였다. 아직까지 마땅한 선물제품을 고르지 못했다면 서울신문이 소개하는 아이템들을 눈여겨보자.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 친지, 지인들이기에 정성 어린 특별한 선물이 필요하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롯데주류 ‘백화수복’ 73년 전통의 대한민국 대표 청주 롯데주류는 2017년 정유년(丁酉年) 설을 맞아 명절 선물용으로 73년 전통을 지닌 대한민국 대표 청주 ‘백화수복’을 선보였다. ‘오래 살면서 길이 복을 누리라’는 뜻을 지닌 백화수복은 받는 이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마음이 담긴 우리 술로, 국내 차례주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대표 청주다. 국산 쌀을 100% 원료로 하고 저온 발효 공법과 숙성방법으로 청주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잘 살렸다. 롯데가 자체 개발해 특허 출원까지 마친 효모를 이용해 백화수복 특유의 깊은 향과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차게 마셔도 좋고 따뜻하게 데워 마셔도 좋아 조상들에게 올리는 제례용과 명절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이다. 명절차례 또는 선물용 백화수복은 제품 용량이 700㎖, 1ℓ, 1.8ℓ 등 3가지로 구성돼 소비자 편의나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 가격은 일반 소매점 기준으로 700㎖ 5200원, 1ℓ 7000원, 1.8ℓ 1만 1000원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73년 전통의 백화수복은 조상들이 사용하던 대로 엄선된 쌀로 정성껏 빚은 제품”이라며 “깊은 향과 풍부한 맛으로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기에 좋은 술”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최고급 수제 청주인 ‘설화’는 최고 품질의 쌀을 52%나 깎아내고 특수효모로 장기간 저온 발효해 청주 특유의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술이다. 쌀의 외피를 깎아내는 작업에서부터 발효, 숙성, 저장 등 모든 제조공정을 수작업으로 빚어 만들기 때문에 생산량이 한정돼 있다. ●KGC인삼공사 ‘정관장 홍삼톤골드’ 290여가지 안전성검사… 누적 판매량 370만개 이번 겨울은 유난히 독감 환자의 수가 급증하고 그 강도도 예년에 비해 심해지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올 설 명절에는 어느 때보다 건강 선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겨울철 소비자들이 홍삼을 찾는 이유는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홍삼은 신뢰할 수 있는 대표 건강기능식품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관장의 ‘홍삼톤골드’는 2005년 2월 출시된 후 1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누적 판매량 370만개를 기록한 스테디셀러 제품이다. 정관장 홍삼은 최고 품질의 홍삼을 생산하기 위해 인삼 심을 흙부터 검사하며 100% 계약경작을 통해 6년근 국내산 홍삼의 순수성을 보장한다. 원료관리 단계부터 홍삼 제조 단계까지 총 7번의 검사와 290여 가지가 넘는 항목의 안전성 검사를 해 고객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홍삼제품을 생산한다. 정관장 관계자는 “홍삼은 제조 과정 중에 생성되는 사포닌, 홍삼다당체, 아미노당, 미네랄 등이 조화를 이뤄 다양한 효능이 나타난다”면서 “홍삼은 식약처로부터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기억력 개선, 혈행 개선, 항산화의 기능성 인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홍삼톤골드는 6년근 홍삼농축액에 대추, 당귀 같은 식물성 원료를 조화롭게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으로 맛이 진하고 휴대와 섭취가 간편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다”며 “특히 홍삼농축액의 함량이 높고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혈행 개선, 기억력 개선, 항산화 등에 좋아 만성 피로와 면역력 관리를 위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다음 달 3일까지 설 선물세트와 주요 인기 제품에 구매혜택을 주는 ‘힘이 되고 싶은, 당신께 만큼은’ 이벤트를 펼친다.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제주 자연의 진심 담은 프리미엄 티 그동안 오설록은 감각적인 스토리를 다채로운 향과 맛으로 표현한 블렌디드 티를 선보이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주목받아 왔다. 이들 중 가장 인기 있는 블렌디드 티를 선별해 구성한 ‘시그니처 블렌디드 티 세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시그니처 블렌디드 티 세트는 ▲그윽한 제주 삼나무 풍미에 싱그러운 제주영귤을 더한 ‘삼다연 제주영귤’ ▲달콤한 배향을 은은하게 맛볼 수 있는 ‘달빛걷기’ ▲동백의 고혹적인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제주 동백꽃 티’로 구성됐다. 또한 오설록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대표 명차 세작과 삼다연 삼 외 순수 허브차로 구성된 ‘오설록 프리미엄 티모음 세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고급스러운 틴캔 소포장으로 잎차 품질을 오래도록 유지해줄 수 있도록 했고 고급스러운 목함 케이스로 명차의 품격을 더했다.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에도 오설록의 다양한 제품을 직접 구성할 수 있는 ‘내 마음대로 만드는 선물세트’도 준비했다. 차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순수 차에서부터 다양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블렌디드 티와 허브차까지 선물 받는 이들의 취향을 고려한 제품들로 골라 채울 수 있다. 오설록 피라미드 10입 제품으로 선택이 가능하며, 선택한 제품 수에 따라 알맞은 상자에 포장할 수 있다. ●금강제화 ‘금강상품권’ 현금처럼 사용 가능해 만족도 높아 은퇴 후 외부활동으로 삶의 활력을 찾는 부모님을 위해 금강상품권을 추천한다. 금강상품권은 구두, 캐주얼화를 비롯해 가방, 핸드백, 지갑,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전국에 있는 금강제화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해 구입할 수 있다. 5만원부터 50만원까지 다양한 권 종으로 구성됐으며, 선물을 고르는 부담은 덜어주고 받는 이들에게도 만족감을 줘 매년 인기 선물로 꼽힌다. 금강상품권은 전국 400개 금강제화, 브루노말리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여성을 위한 선물을 고민 중이라면 브루노말리 2017년 S/S 시즌 신상품인 ‘쿠보 루체(CUBO LUCE)’를 추천한다. 쿠보 루체는 브루노말리 시그니처 아이템인 ‘쿠보’를 입체적으로 재해석한 핸드백으로 구조적인 형태와 세련된 컬러가 특징이다. 여기에 탈부착 가능한 스트랩으로 토트, 숄더, 크로스 등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해 실용적이다. 컬러는 핑크, 베이지, 블랙 등 3가지가 있고 사이즈는 미디엄, 스몰 두 가지로 구성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가격은 미디엄 55만원, 스몰 42만 8000원. 합리적인 가격대의 패션 아이템으로는 지갑을 추천한다. 브루노말리 여성용 반지갑인 ‘까르따 루스(Carta Ruth)’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블랙, 핑크, 블루, 옐로우 등 4가지 컬러로 구성됐다. 가격은 15만 8000원. ●한국도자기 ‘황실머그’ 무병장수 기원… 부모님 최고의 선물 양가 부모님들을 위한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고급스러운 식기 또는 머그 제품이 적합하다. 식사하거나 차 또는 음료를 마시는 순간마다 선물을 준 자녀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될 수 있다. ‘황후의 식탁에 어울리는 최고의 품격을 갖춘 식기’라는 콘셉트로 제작된 한국도자기 ‘황실’은 골드 컬러의 완자살 무늬로 전통미와 모던함이 돋보이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올해 새로 출시된 황실 뚜껑받침머그는 컵뚜껑 위에 거북 모양의 손잡이를 얹었고 그 안에는 황금빛 낙관 모양으로 만수무강을 새겨 넣어 ‘무병장수’와 ‘부귀’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양가 부모님을 위한 선물로 제격이다. 5만원 이하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선물을 찾는다면 다양한 구성의 식기 세트 대신 특별한 그림이나 의미를 담은 도자기 접시를 선물하는 것도 좋다. 한국도자기는 2017년 정유년을 맞아 붉은 닭을 모티브로 한 ‘2017년 달력접시’와 사석원 작가의 닭 그림을 담은 ‘왕이 된 닭 그림 접시’를 출시했다. 특히 80년대 초부터 30여 년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한국도자기의 도자기 달력접시는 연말 특별판이라는 희소성으로 고객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한우 직거래장터’ 22일까지 청계광장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설 명절을 맞아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살 수 있는 ‘한우 직거래장터’를 1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연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직거래장터에서는 등심, 채끝, 불고기, 국거리 등 다양한 부위의 한우를 시중가보다 최대 40%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전했다. 부위별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1등급 100g 기준으로 구이용 부위인 등심이 5000원, 채끝 5300원, 불고기와 국거리는 2800원에 판매한다. 그밖에도 특수부위는 6500원, 찜갈비 6000원, 양지 3300원이다.
  • 축구 ★된 테일러의 지휘였나… 5부리그 링컨시티의 기적

    축구 ★된 테일러의 지휘였나… 5부리그 링컨시티의 기적

    킥오프 후 75분과 76분 사이 닷새 전 세상을 떠난 그레이엄 테일러 전 감독을 위해 묵념을 올렸는데 네이선 아놀드가 후반 추가시간 1분 벼락같은 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와 구분되며 세미 프로가 참가하는 넌-리그의 최상위 콘퍼런스 내셔널리그(전체 10부 리그의 5부에 해당) 소속 링컨 시티가 17일(이하 현지시간) 신실 뱅크로 불러들인 챔피언십(2부 리그에 해당) 입스위치 타운과의 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재경기를 1-0으로 이겼다. 잉글랜드 축구 피라미드를 따져 무려 59계단 위의 팀을 잡았다고 BBC는 지적했다. 점유율 53-47%, 슈팅 수 15-7(유효 슈팅은 2-2)로 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했다. 41년 만에 4라운드에 다시 올라선 링컨 시티는 브라이턴과 16강 진출을 다투게 된다. 4라운드는 오는 27~30일 진행되고 결승전은 5월 27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41년 전 위업으로 이끌었던 지도자가 바로 테일러 전 감독이었다. 링컨 서포터들이 75분과 76분 사이 묵념을 올린 것도 고인이 3부 리그 승격과 FA컵 4라운드에 진출시켰던 1975~76시즌을 되새기자는 뜻이었다. 마지막으로 팀을 FA컵 4라운드에 올려놓았던 사령탑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곧바로 팀은 위대한 업적을 재현한 것이다. 고인은 1972년부터 1977년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왓퍼드와 애스턴 빌라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아 1990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에 발탁됐다. 왓퍼드는 밀월과 이번 대회 4라운드 대결을 벌이고 애스턴 빌라는 탈락했다. 지난 12일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테일러를 기리며 경기를 앞두고 1분 동안 환호성을 질러댄 링컨 서포터들은 휴대전화로 빛을 쏘아 선수들과 함께 추모했다. 하지만 최고의 헌사는 교체 투입된 애덤 매리오트의 패스를 받은 아놀드가 입스위치 수비진과 골키퍼를 잇따라 따돌리고 텅 빈 골문에 슛을 꽂은 것이었다. 한편 이청용이 풀타임을 소화한 크리스털 팰리스는 크리스티안 벤테케의 두 골을 앞세워 3부리그 볼턴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맨체스터 시티와 16강 진출을 다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그레이엄 테일러 영전에 바친 승리, 링컨 시티 FA컵 32강 진출

    그레이엄 테일러 영전에 바친 승리, 링컨 시티 FA컵 32강 진출

     경기 75분과 76분 사이 닷새 전 세상을 떠난 그레이엄 테일러 전 감독을 위해 묵념을 올렸는데 네이선 아놀드가 후반 추가시간 1분 벼락같은 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축구의 5부리그에 해당하는 컨퍼런스 내셔널리그 소속인 링컨 시티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신실 뱅크로 불러 들인 챔피언십(2부리그) 입스위치와의 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재경기를 1-0으로 이겼다. 잉글랜드 축구 피라미드를 따져 무려 59계단 위의 팀을 잡은 대회 최고의 파란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41년 만에 4라운드에 다시 올라선 링컨 시티는 브라이턴과 16강 진출을 다툰다. 4라운드는 오는 27~30일 진행되고 결승전은 5월 27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41년 전 위업으로 이끌었던 지도자가 바로 테일러 전 감독이었다. 이날 링컨 시티 서포터들이 75분과 76분 사이 묵념을 올린 것도 고인이 3부리그 승격과 FA컵 4라운드에 진출시켰던 1975~76시즌을 되새기자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팀을 FA컵 4라운드에 진출시켰던 사령탑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곧바로 팀은 위대한 업적을 재현한 것이다.    고인은 1972년부터 1977년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왓퍼드와 애스턴 빌라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아 1990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에 발탁됐다. 왓퍼드는 밀월과 4라운드 대결을 벌이고 애스턴 빌라는 탈락했다.    지난 12일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테일러를 기리며 경기를 앞두고 1분 동안 환호성을 질러댄 링컨 시티 서포터들은 레이저쇼를 펼치는 등 추모 열기를 북돋았다. 하지만 최고의 헌사는 교체 투입된 애덤 매리오트의 패스를 받은 아놀드가 득달같이 입스위치 수비진과 골키퍼를 잇따라 따돌리고 텅 빈 골문에 슛을 꽂은 것이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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