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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리뷰] ‘세이프하우스’ 조직과의 외로운 싸움…‘본시리즈’ 데자뷔 본 듯

    [영화리뷰] ‘세이프하우스’ 조직과의 외로운 싸움…‘본시리즈’ 데자뷔 본 듯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미 중앙정보국(CIA) 안전가옥. 한때 CIA 최고의 심리전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지만, 10여년 전 변절한 전설적인 요원 토빈 프로스트(덴젤 워싱턴)가 이송돼 온다. CIA 본부에서는 프로스트의 입을 열려고 신문팀을 급파한다. 하지만 어디에서 정보가 샌 건지 괴한들이 안가에 들이닥친다. 현장 요원을 꿈꿨지만 한적한 안가의 관리인으로 1년을 보낸 매트 웨스턴(라이언 레널즈)은 매뉴얼에 따라 프로스트와 함께 탈출한다. 본부를 믿을 수도, 일급 범죄자인 프로스트에게 의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웨스턴의 사투가 시작된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세이프하우스’는 액션의 패러다임을 뒤바꿔 놓은 걸작 ‘본 시리즈’를 여러 모로 떠오르게 한다. 최고 요원이었지만 배신자로 낙인찍힌 프로스트는 본 시리즈의 주인공 제이슨 본의 또 다른 모습이다. CIA 수뇌부가 추악한 진실을 감추려고 본을 살인마로 조작했듯 ‘세이프하우스’에서는 프로스트를 악질 정보 장사꾼으로 몰아간다는 설정부터 비슷하다. 거대 조직과 외로운 싸움을 펼치는 본과 프로스트를 돕는 인물들은 하나씩 목숨을 잃는 양상도 마찬가지다. 케이프타운의 고속도로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자동차 추격신과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근접 격투의 카메라 구도와 움직임 역시 본 시리즈의 데자뷔(첫경험인데도 이미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기시감)처럼 다가온다. 촬영감독 올리버 우드가 ‘본 아이덴티티’(2002),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의 그림을 만든 주인공이란 점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스트 프렌드’(2005),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2007), ‘프로포즈’(2009) 등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사랑을 받았던 레널즈는 거대 조직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신참 요원 역을 맡아 강렬한 매력을 풍긴다. 영화 초반에는 대립 구도를 이루지만, 점점 멘티와 멘토의 관계로 바뀌어 가는 덴젤 워싱턴과의 연기 호흡도 인상적이다. 브렌단 글리슨과 베라 파미가, 샘 셰퍼드 등 베테랑 조역들도 극에 힘을 불어넣는다. 8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북미에서 지난달 10일 개봉해 1억 달러를 돌파했다. 개봉 첫주에는 채닝 테이텀·레이첼 맥아담스의 ‘서약’에 간발의 차로 밀렸지만, 2주째에 정상 등극을 할 만큼 뒷심을 발휘한 것. 부모나 성인 보호자 없이 17세 이하는 볼 수 없는 R등급임을 생각하면 쏠쏠한 성적표다. 115분이란 제법 긴 상영 시간을 감각적인 영상과 짜임새 있는 서사로 얽어낸 스웨덴 출신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으로선 성공적인 할리우드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명배우 워싱턴에게도 의미 있는 흥행이다. 워싱턴의 주연작이 북미에서 1억 달러 이상 벌어들인 것은 2007년 ‘아메리칸 갱스터’ 이후 5년 만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시리아는 달아날 수 없는 도살장”

    “살인자들(시리아 정부)이 중세처럼 민간인 포위와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달아날 곳 없는 도살장이다.” 시리아의 반군 거점도시 홈스를 탈출한 외국 기자들은 3일(현지시간) 바바 아무르 지역의 참상을 이렇게 전했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의 자비엘 에스피노자는 CNN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바바 아무르 지역은 최악”이라면서 “그곳 주민들은 식량과 물, 의약품 등을 전혀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로 엄청난 비극”이라면서 “인도주의가 비참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선데이타임스의 폴 콘로이는 “남자, 여자, 아이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희생되고 있다.”면서 “군사적 표적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민간인을 겨냥한 맹폭이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전쟁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며 시리아 정부군의 무자비한 ‘학살극’을 규탄했다. 앞서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홈스에 투입된 정부군이 집집마다 수색해 주민들을 한 줄로 세운 뒤 총살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스의 바바 아무르 지역은 최근 반군이 퇴각하기 전까지 4주 가까이 정부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곳이다. 지난달 22일 마리 콜빈 등 2명의 서방 기자가 희생된 곳이기도 하다. 이들과 함께 포격을 당한 프랑스 기자 에디스 부비에르는 정부군이 서방 언론인들을 ‘조준 공격’했다고 전했다. 부비에르는 콜빈 등 2명이 정부군의 포격에 즉사했으며 본인은 다리에 부상을 입은 채 반군의 도움을 받아 야전 병원으로 피신했다고 덧붙였다. 에스피노자는 반군이 정부군의 공격에 더 이상 저항할 방법이 없어 바바 아무르 지역에서 ‘전술적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현지인 등의 증언을 인용, 이 지역에서 한달간 적어도 700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유혈 사태가 악화되면서 최대 2000명의 시리아 주민이 국경 너머 레바논 북부로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주재 유엔난민기구(UNHCR) 장 폴 카발리에리 부대표는 4일 로이터통신에 “현재 1000~2000명 정도의 시리아인이 레바논으로 이동 중”이라며 “현장에 있는 우리 팀과 현지 당국에서 들은 정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방의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온 중국은 유엔·아랍연맹 공동특사 주도의 정치적 대화와 이를 통한 평화적 해결, 조건 없고 전면적인 휴전,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폭력 행위 중단 등을 포함한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6개항’을 외교부 사이트에 올렸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의원님, 政敵을 사랑하다…국회판 로미오와 줄리엣

    의원님, 政敵을 사랑하다…국회판 로미오와 줄리엣

    자타가 공인하는 ‘헌법기관’ 국회의원으로 미혼 남녀가 선출되면 대체로 결혼은 물 건너간다. 가까운 예로 새누리당의 4선인 김영선 의원, 민주통합당의 이석현 4선 의원 등이 그렇다. 미혼 남녀에게 국회는 결혼의 무덤인 셈이다. 이응준의 달콤쌉싸름한 장편소설 ‘내 연애의 모든 것’(민음사 펴냄)은 현실과 달리 국회의원들도 인간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이 마흔 줄의 노처녀이자 진보노동당 대표 오소영 의원과 역시 마흔의 노총각으로 판사 출신이자 보수여당인 새한국당의 김수영 의원이다. 이들은 정치부 기자가 선정하는 우수 국회의원에서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할 만큼 평판을 얻고 있지만, 정치적 신념이 극단을 달리고 있다. 극의 전개를 보면 둘 다 초선의원인데, 언론으로부터 그렇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니 역시 허구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두 남녀 주인공은 정치적 입지가 다른 만큼 서로 경멸하고, 혐오한다. 그 혐오가 폭력적인 사태로 폭발하는 것은 ‘언론법 날치기 통과’ 탓이다. 여당인 새한국당은 언론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이에 분노한 오소영 의원은 우연하게 김수영 의원의 이마를 소화기로 때린다. 검도 5단의 김수영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그만 기절하고 만다. 피해자와 가해자, 정치적 입장이 극단적으로 다른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들이 어떻게 사랑에 빠진단 말인가. 이응준의 이번 소설의 미덕은 정치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무관심, 증오, 분노를 싹싹 비벼서 맛난 비빔밥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2011년 7월부터 6개월간 인터넷 카페에 연재했던 이 소설엔 ‘정치계의 허무 개그 왕자’로 등극한 무소속의 강용석 의원을 연상시키는 인물도 나온다. ‘너 아나운서 하려면 다 줘야 한다.’며 아나운서를 꿈꾸는 인턴을 성추행하는 여당의 문봉식 의원이다. 친일파를 조상으로 두고 끈질기게 국회에서 다선으로 살아남은 여당 대표 노대관 의원은 한국 보수정당의 뿌리를 보여 준다. 영감의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성추행 장면을 막아 주는 좋은 집안 출신의 고학력 보좌관은 불의에 타협하는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이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몸싸움과 날치기 통과를 일삼는 여야의 모습은 신문 정치면에서 늘 보던 기사나 스틸사진 같은 장면들로 현실감을 높였다. 음악이 안 풀릴 때면 술이나 마약이라도 하며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록 가수에겐 공인이란 덫을 씌우고, 정작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국회의원에게는 너그러운 비굴한 세상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흡수통일한 후 5년을 그린 소설 ‘국가의 사생활’(2009년 출간)에서 온갖 사회악이 판을 치는 어두운 신세계를 보여줬다면, 이번 소설은 확실한 로맨틱 코미디다. 작가는 스무 살 무렵부터 젊어서는 비극을 쓰고 늙어서는 희극을 쓰자고 다짐했었는데, 이번 소설에서 파계했다고 찝찝해한다. 1970년생이니 올해 마흔두 살의 작가는 다짐대로라면 여전히 비극을 쓰고 있어야 맞다. 하지만 작가는 거대한 벽 앞에 홀로 서 있다고 느끼며 좌절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대한민국의 젊은 영혼을 위해 ‘설총이란 국가적 필요’를 위해 요석 공주를 찾아간 원효처럼 서둘러 파계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사실 거대한 벽이라는 것이 허상과 허깨비의 합성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 소설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닫고 허상의 벽 앞에서 맘껏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소설을 써내려간 것 같다. 소설에서 계속 사과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과는 뉴턴의 사과처럼 발견의 사과일 수도 있고, 스피노자의 사과처럼 종말을 관조하는 대범한 사과일 수도 있고, 아담과 이브의 유혹의 사과나 스티브 잡스의 디지털 사과, 세잔의 기하학적 사과일 수도 있다. 경쾌하고 감각적인 문장이 유쾌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열린세상] 지역발전에 헌신하는 리더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실장

    [열린세상] 지역발전에 헌신하는 리더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실장

    “뜻이 있다면 길은 만들어 가면 된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 마을의 주식회사 ‘이로도리’의 대표인 요코이시 도모지의 말이다. 그는 가미카쓰가 고령화로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마을의 노인이나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계속 고민했다. 그 결과 나뭇잎이나 꽃을 요리 장식용으로 상품화하고, ‘이로도리’라는 상표를 붙여 농가의 할머니 등과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나뭇잎을 파는 발상으로 연간 3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가 나뭇잎 사업에 뛰어든 것은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요리에 장식된 단풍잎을 여대생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사업을 성공시켜 일부 농가는 연간 1억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 57년 동안 인구의 3분의2가 외지로 빠져나가 패배주의에 빠졌던 가난한 마을은 이제 사람이 몰려드는 마을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30년 넘게 지역발전을 위해 고민했던 요코이시야말로 지역발전의 ‘리더’이자,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한 ‘총괄기획자’이다. 이를테면 지역발전의 핵심 인재인 셈이다. 다른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그중에서 “매실과 밤을 심어 하와이로 가자.”라는 모토로 주민을 설득하고, 지역을 발전시킨 오이타현 오야마의 야와타 하루미 정장(町長)이 원조 격이다. 그 자신은 물론 장남도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버섯센터를 설립해 소득과 일자리 창출에 나서 2대에 걸쳐 지역발전에 헌신했다. 인구 3500여명의 60배 가까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가가와현의 걸작, ‘예술섬’ 나오시마의 오늘에는 20여년 동안 2대에 걸쳐 지역발전에 헌신적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일본 최대의 출판·교육 그룹인 ‘베네세’가 있다. 오렌지와 레몬으로 베짱이, 피노키오 등의 캐릭터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프랑스의 인구 3만 도시 ‘망통 축제’에도 라비에라 호텔의 경영주가 있다. 일본이나 유럽의 지방자치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도 이제 20년을 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도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리더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함평 나비 축제를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한 이승모와 정헌천이 바로 그들이다. 이승모는 평생을 바쳐 연구한 나비 표본을 함평에 흔쾌히 기증했고, 정헌천은 전공과 관계없는 나비에 매달려 축제를 성공시키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한림대 이기원 교수는 강원도 인제의 만해마을 등에서 바쁜 시간을 쪼개 8년째 지역의 인재 육성을 담당하고 있다. ‘번듯한 학력’을 내팽개치고 아예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긴 경우도 있다. 부산 출신 구자인은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도 시골로 내려가 전북 진안의 주민과 뒹굴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이장’을 이끌고 있는 임경수도 명문대 박사학위로 갈 수 있는 직장을 마다하고 충남 서천, 전북 완주 등에서 생태적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좀 더 이색적인 경우도 있다. 개그맨 전유성은 2007년 경북 청도에 정착하여 ‘철가방 극장’을 명물로 만들어 지역의 문화와 관광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5기 한총련 의장이었던 강위원은 전남 영광에서 ‘여민동락’이라는 지역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 무주의 정기석 등이 다양한 형태로 지역 발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인 문제 등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역발전을 위한 열정 하나만으로 버티고 있다. 보통 지역발전에 헌신적인 리더들은 자생(自生)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의 출현을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 지방발전을 위해 지역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가 보다 많은 리더의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진안군의 마을 ‘간사장 제도’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을에 간사장을 한두명씩 두어 군과 지역 주민의 매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역 리더들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지역 리더가 나오고, 더 많은 지역이 보다 빨리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South Africa-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①People in South Africa

    South Africa-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①People in South Africa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 열흘에 가까운 남아공 여행 동안 내가 받은 선물은 바다, 초원, 도시와 동물들이라고 생각했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의 진수성찬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내게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사람들이다. 차별과 증오의 시간들을 견뎌낸 사람들의 외연은 남달랐다. 그들이 말하는 남아공의 땅, 바다, 하늘 그리고 사람들은 무척이나 다양해서 3개의 수도, 11개의 공식 언어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을 정연하게 담을 재주가 없었기에, 남아공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생각해 보면 남아공 여행은 ‘본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이었다.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청 www.southafrica.net 1 가든 루트는 남아공의 독특한 지형인 카루(반사막)를 통과한다.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는 낡은 선로. 쓸쓸해 보이지만 곳곳에 푸른 생명들이 살고 있다 2 부펠스드리프트 게임 롯지에서 진행된 사파리는 스와트버그 산Swartberg Mountain에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에도 우리를 안내했던 레인저 하노Hanno는 동물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남아프리카공화국 면적 122만 평방미터 인구 4,800만명 공식어 영어, 아프리칸스어, 은데벨레어, 코사어, 줄루어, 페디어, 소토어, 츠와나어, 스와지어, 벤다어, 총가어 화폐 랜드Rand. 1랜드는 한화 약 150원 항공편 인천에서 출발하는 직항편은 없다.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는 남아프리카항공SA이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3시간. www.flysaa.com 날씨·시차 남아공은 우리와 계절이 반대라서 11~2월이 여름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기온 차이가 커서 여러 가지 옷을 준비해야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이 늦다. People in South Africa 그레이프타이저 끝내줘요 카페 리체 종업원 살라 Sala 한낮의 처치 스퀘어Church Square는 좀 더운 편이죠. 그늘이 별로 없어서요. 우리 카페가 마치 오아시스처럼 여겨진 건 그런 이유였을 거예요. 아이고 저런, 새벽 비행기로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고요? 거기서 바로 프레토리아로 왔으니 지칠 만도 하네요. 이리 와서 그레이프타이저grapetiser를 마셔 봐요. 남아공 와인이 유명한 건 아시죠? 남아공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그레이프타이저도 포도탄산쥬스 중 최고로 꼽힌답니다. 우리 리체 카페가 처치 스퀘어에 자리를 잡은 건 아주 오래 전 일이예요. 건물 바깥에 1904년이라고 쓰여 있는 거 보이시죠? 니체는 ‘호화스럽다’는 뜻이지만 실제로 저희 카페는 클래식하고 안락해요. 저 흑백 사진에서 연륜이 느껴지지 않나요? CAFE RICHE | 주소 2 Church Square Cnr Church & Paul Kruger Streets, Pretoria 문의 012-328-3173 www.caferiche.co.za 내 초콜릿이 남아공 최고지! 초코라티에 마리타 Marita 아가씨, 커피 좋아해요? 그럼 당신은 진한 모카가 든 초콜릿이 좋겠네요. 이쪽 젠틀맨은? 이건 내가 피노타지 와인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 맞춤 제작한 초콜릿이라오. 둘을 함께 먹으면 정말 환상이지. 참, 초콜릿은 절대로 ‘나중’을 위해 아껴두는 것이 아니라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위한 것이지! 암, 당신들은 젊으니 그 말의 의미를 더 잘 알겠지. 난 어려서부터 설탕과 초콜릿에 푹 빠져 살았지만 남아공에서는 적당한 선생님을 찾을 수 없었지. 그래서 2007년에 벨기에로 가서 초콜릿을 배웠다오. 지금은 로코코라는 숍을 오픈해서 초콜릿으로 신발도 만들고 꽃도 만들고, 못 만드는 것이 없다오. La Chocolaterie ROCOCO | 주소 Baron van Reede St. Langenhoven Rd 86, Oudtshoorn 문의 044-272-5991 www.ilovechocolate.co.za 우리는 수도가 3개예요 남아공관광청 에릭 반 질 Erick van Zyl 맞아요.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Product Specialist. 그게 남아공 관광청에서 내가 하는 일입니다. 호텔, 레스토랑, 관광지 등 남아공의 여행 인프라를 줄줄 꿰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사실 웬만한 파트너들은 이제 친구가 됐을 정도로 오랫동안 알아 온 사람들이죠. 케이프타운에 오래 살았지만 나이가 드니 조용한 도시가 좋아서 지금은 프레토리아에 살아요. 남아공에는 3개의 수도가 있는데 프레토리아Pretoria는 행정 수도. 블룸폰테인Bloemfontein은 사법 수도, 케이프타운Cape Town은 입법 수도랍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제가 선택한 식당은 카루, 캐틀 & 랜드Karoo, Cattle & Land라는 곳인데요, 스테이크를 정말 잘하죠. 반사막 지역인 ‘카루’에서 자유롭게 자란 동물들이니 얼마나 건강하겠어요. 우리 6명이 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여도 1,000랜드(약 15만원)면 충분할 겁니다. 실컷 드세요. 남아공은 위험하지 않아요. 가이드 글로리아 오 Gloria O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억나세요? 그때 저는 한국에서 온 기자단 70명의 안내를 맡았으니 잊을 수가 없죠.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보람도, 재미도 있었어요.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남아공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관광측면에서는 효과가 없었다는 아쉬움이 컸어요. 남아공의 일부 도시는 치안이 불안하긴 해요. 하지만 관광도시를 다니는 여행객들은 안전해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는 건 유럽도 마찬가지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서 가족 모두가 남아공으로 이사를 왔고 지금은 프레토리아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죠. 하도 오래 살아서 남아공이 익숙하기는 한데, 그래도 한국이 그리워요.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가든 루트는 내 출근길이죠 가이드 하니키 쿠체 Hannetjie Coetzee 남편과 둘이서 가이드 일을 시작한 건 꽤 나이가 들어서였어요. 지금도 보석상 일을 병행하긴 하지만 성수기가 되면 둘 다 손님들을 싣고 여기저기 여행하기에 바쁘죠. 젊었을 때 게임 롯지에서 레인저로 일했었기 때문에 남아공의 자연 생태계에 대해 해박한 편이고, 그게 지금 일에 큰 도움이 돼요. 또 취미로 모터바이크와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아직도 이 땅을 열심히 즐기죠. 스치듯 보면 척박한 땅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나무도 꽃도 많고, 고래가 뛰어노는 바다의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요. 원래 치치캄마 국립공원이나 해변에서 고래를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닌데, 당신들은 좀 운이 없는 편이네요. 다음 기회엔 제가 보장하죠. 주소 PO Box 953, Knysna 6750 문의 044-382-1549 www.orbitdaytrips.co.za 엘비스는 영혼으로 노래해요! 엘비스 레스토랑의 잔과 앤 Jan & Ann du Rand 나는 카루 지역에서 태어나 십대 시절에야 처음으로 엘비스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수십년 동안 줄곧 엘비스의 팬이 되었죠. 아, 이탈리아에서 사온 주크박스를 틀어볼께요. 들리죠? 그는 영혼으로 노래를 해요. 아내도 저와 마찬가지로 엘비스를 좋아했으니 우린 천생연분인 셈이에요. 엘비스와 마릴린 먼로에 관련된 기념품, 포스터들을 모으느라 돈도 많이 썼지만 항상 즐거운 일인 걸요. 둘 중 누가 더 좋으냐고요? 어려운 질문이군요. 기분에 따라 다르거든요. 몇년 전까지 바로 옆에 있는 치치캄마 빌리지 인Tsitsikamma Village Inn을 운영했었는데, 호텔을 팔고 2010년 12월에 레스토랑을 열었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파하기 위해 매년 ‘엘비스 페스티벌 아프리카 The Elvis Festival Africa’를 개최하고 있어요. 축제 기간이 되면 ‘스톰스리버 빌리지’라는 작은 마을에 수천명이 모여서 북적이는 모습을 보셔야 하는데! 인도 사람들까지 우리 카페를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거든요. 신기한 일이죠. 2012년 행사는 9월21일부터 3일 동안이에요. 그때 다시 오지 않으려오? The Elvis | 문의 042-281-1182 www.elvisfestival.co.za 남아공 와인은 ‘뉴 와인’이 아닙니다 와인메이커 데 웨트 비종 De Wet Viljoen 어, 지금은 좀 곤란한데. 와인 테이스팅 중이거든요. 숙성 중인 와인을 조금씩 따라서 제대로 익어 가고 있는지 맛을 보는 일은 제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예요.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금 좀 예민한 순간이기도 하고요. 물론이죠. 매일 맛을 봅니다. 하지만 테이스팅만 하고 뱉어내기 때문에 취하지는 않는답니다. 정 그렇다면, 간단한 질문 몇 개만 받을께요. 저요? 원래 집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했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유럽 유학 시절에도 미생물학 등 와인에 필요한 것들을 공부했고, 지금은 여기 리들링스호프Neethlingshof의 와인메이커로 일하고 있어요. 최근에 남아공 와인의 빈티지는 2009년이 가장 좋았죠. 마지막 한 마디요? 남아공 와인이 새로운 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군요. 난 이만 다시 와인에게 돌아가야겠어요. 와인 루트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즐기시구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고래를 보여 드리고 싶은데요 피들 크루저 스테판Stefan 과 허니무너 한쌍 내가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세일링을 했던 나이가 8살이었어요. 저 쪽에 있는 막내아들 엘릭스가 그 나이죠. 이제 익숙해져서 곧잘 조타수 역할을 해요. 이 두 사람과도 인사하세요. 독일에서 온 수잔느Susanne와 스테펜Steffen은 허니문 여행 중이랍니다. 2주 일정으로 남아공 여행을 했는데 지금까지는 크루거 국립공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네요. 하지만 오늘 이후에는 나이즈나에서 했던 우리의 요트세일링이 가장 기억에 남게 될 겁니다. 고래를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최선을 다해 보죠. 카메라는 꼭 잡으셔야 해요. 지난번에 카메라를 바다에 빠뜨린 적이 있거든요. 샴페인과 샌드위치도 충분히 준비했으니 천천히 즐기십시오. Springtide Sailing Charters | 위치 가든루트 나이즈나 요금 선셋 크루즈(샴페인, 초밥 등 간식 포함) 3시간 650랜드(약 9만원), 문의 082-470-6022 www.springtide.co.za 요즘 어부들이 화났다오 어부 레슬리 데이비슨 Leslie Davidson 나는 호트 베이Hout Bay에 위치한 행버그Hangberg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산다오. 5명이 한 배를 타고 매일 새벽 5시쯤에 바다로 나가는 것이 내 일상이지. 저 앞바다에서 난류와 한류가 만나기 때문에 해산물이 잘 잡히는 편이지. 우리 마을에만 해도 1,000여 명의 어부가 살고 있는데, 풍족하진 않아도 크게 부족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지난해 11월부터 정부가 한 달에 80kg으로 1인당 어획량를 제한하면서 요즘 우리가 불만이 많아. 라이센스가 없는 어부들은 다른 사람의 라이센스를 빌리는 대신 수익을 나눠야 하니까 생활이 팍팍한 거지. 그래서 밤에 몰래 바다에 나가 가재를 잡고 전복을 따서 밀거래하는 경우도 많아. 어쩌겠어.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동물은 아프리카의 보물이죠 멍키랜드 레인저 하미디 Hamidi 아프리카 하면 푸른 초원을 자유롭게 뛰노는 동물들을 연상하시죠. 하지만 그동안 많은 동물들이 뿔, 고기, 가죽 그리고 단순히 유희거리로 희생당했어요. 치치캄마 숲에 있는 멍키랜드Monkey Land와 버즈 오브 에덴Birds of Eden은 그런 동물들을 위한 장소예요. 이곳에 사는 유인원과 새들은 애완용이었거나 서커스에서 일하다가 쓸모가 없어져서 이곳으로 보내졌어요. 그들을 다시 우리에 가두는 대신 숲과 같은 환경을 마련해 주되 맹수나 전염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먹이를 넉넉하게 줘요. 동물들에게 절대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도 그들의 야생성을 지켜주기 위해서예요. 제가 일하는 곳은 멍키랜드에요. 사파리에서 꼭 보아야 하는 ‘빅 파이브’ 동물이 있듯이, 멍키랜드에도 ‘빅 쓰리’가 있는데 궁금하시죠? 오시면 제가 1시간 동안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새들이 저를 알아봐요 버즈 오즈 에덴 셜린 Sharleen 새들이 ‘에덴’에 살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고 싶지만, 사실 저는 새들이 있기 때문에 여기가 에덴인 것 같아요. 트럭에서 구출했다는 24살의 앵무새, 디즈니랜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플라밍고들까지, 사연 많은 새들이 모여 사는 곳이죠. 그들에게 허락된 에덴동산의 크기는 2.3ha, 새들이 자유롭게 비행하며 사는 동물원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죠. 새들이 멀리 가거나 다른 동물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그물망으로 만들어진 돔천장을 설치했는데 무려 8톤의 철을 사용했어요. 저는 관광객들을 안내하며 매일 새들의 상태를 살피는데, 새들도 저를 알아본답니다. 물론 저도 그들을 다 알고 있죠. 우리는 특별히 개체수를 늘리지도 않고 비둘기들도 그냥 함께 살도록 내버려둬요. 누구나 에덴에 살 자격이 있는 거니까요. 동굴 속에서는 별별 일이 다 있어요 캉고 동굴 가이드 스티브 Steve 오츠혼Oudtshoorn에 있는 캉고 동굴은 아프리카 7대 불가사의로 꼽힐 정도로 유명한 동굴이죠. 2,000만년이나 되는 동굴의 나이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나도 이 거대한 동굴에서 20년이나 일했으니 적은 세월은 아니죠. 1780년 발견 이후 끊임없이 손님을 맞이하느라 동굴은 많이 훼손된 상태예요. 예전에는 저기 넓은 공간에서 콘서트나 결혼식도 개최했지만 지금은 모두 금지시켰어요. 소음이 종유석들을 훼손하거든요. 한 사람이 겨우 겨우 탐험할 수 있는 구간들을 통과하는 어드벤처 투어를 꼭 경험해 보세요. 하지만 몸집이 큰 분들은 참아주세요. 5~6년 전 새해 첫날, 입장 제한 체중 규정을 무시한 관람객이 단체에 섞여 몰래 동굴에 들어왔다가 좁은 틈에 끼어 버리는 바람에 더 안쪽에 있던 28명이 무려 11시간 동안 동굴 안에 갇히는 사고가 일어난 적도 있었어요. 구조작업 때문에 저도 휴가를 접고 다시 동굴로 와야 했죠. 아마 그날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Cango Caves | 투어 가든루트 오츠혼 투어 스탠더드 투어 60분, 어드벤처 투어 90분 문의 044-272-7410 www.cangocaves.co.za 차별철폐 위해 대통령에게 편지를 섰죠 거리 화가 이스마일 아크맛 Ismail Achmat 내 인터뷰를 하겠다고요? 음, 그럼 내 이야기를 아주 신중하게 듣고, 한 치의 틀림도 없이 적어 주시오. 우선 이 신문기사를 참고하고요(그는 2004년 5월15일에 발행된 남아공 일간지의 복사본을 건넸다). 나는 일찌감치 남아공의 차별철폐와 인종 간의 화해를 주장해 온 사람이오.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은 존중받아야 하지 않겠소.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마지막 국가 수장이었던 보타대통령(1916~2006년)에게 정책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편지를 썼었지. 그에게 자화상을 그려 주고 만년필을 받기도 했다오. 사람들은 그가 끝까지 아파르트헤이트를 고집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변화는 그로부터 시작된 것이지. 30살의 젊은 예술가였던 내가 영향을 미쳤던 거라고 나는 자부하오. 한번도 정규 예술교육을 받은 적 없지만 나는 4년 전에 은퇴한 후부터 케이프타운의 시그널 힐 위에서 테이블마운틴의 풍경을 그리는 거리의 화가로 살고 있소. 항상 그림에 소질이 있었으니까. 지금도 정부의 예술교육정책 등에 대해 불만이 많아서 라디오방송에 내 의견을 전달하곤 한다오. 클래식 카는 ‘맛’이 다릅니다 엔지니어 커드 Kurd 남아공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렌터카 여행을 꼭 해봐야 해요. 가든 루트, 와인 루트를 따라 달리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무는 것, 그게 자유니까요. 우리가 보유한 클래식 자동차를 이용하면 기분이 더 ‘업’되겠죠. 기름값이 1리터당 10랜드(약 1,412원) 정도니 그렇게 비싸지 않죠. 시골에 별장이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고객이죠. 엔지니어인 제가 매일 아기 돌보듯 애지중지하는 자동차들이니 60년대 재규어라고 해도 염려할 필요는 없어요. 남아공 차들은 보통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지만 클래식 카 중에는 한국처럼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차량도 많으니 편리하겠죠. 가든 루트에 간다고요? 야생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항상 규정 속도를 지키고 조심하세요. Motor Classic | 주소 1 Waterloo Street Vredehoek, Cape Town 800 문의 021-461-7368 www.motoclassic.co.za 요금 등급에 따라 1일 4만~7만원선(100km 초과시 1km당 800~1,400원씩 추가됨), 운전사·가이드 고용 가능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FTA 말바꾸기 달인’ 공개… 與 ‘동영상 공세’

    ‘FTA 말바꾸기 달인’ 공개… 與 ‘동영상 공세’

    새누리당이 17일 4·11 총선 쟁점으로 떠오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존폐 논란을 민주통합당의 ‘말바꾸기’로 규정하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추진한 한·미 FTA를 되레 ‘재재협상 아니면 폐기하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미 FTA 이슈로 인해 선거구도에서 밀려선 안 된다는 여당 내 위기감도 작용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명숙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로서 ‘한·미 FTA는 우리 경제체제를 한 단계 발전시킬 신과제’라고 강조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와서 재집권하면 폐기하겠다고 하는데, 폐기에 목적이 있는지 재집권을 위한 얘기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민주당이 슬그머니 재재협상으로 물러섰는데 ‘한판 붙어주겠다. 올 테면 오라’는 게 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새누리당은 과거 한 대표가 총리 시절 한·미 FTA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영상 등을 담은 ‘한·미 FTA 반대하는 그들, 말 바꾸기의 달인들’이란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동영상을 제시한 이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연일 거짓말을 하는데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질지 모른다.”면서 “거짓말쟁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주요당직자 회의 이후에도 새누리당의 공세는 이어졌다. 황영철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열고 한 대표의 총리 시절 발언들을 정리해 소개하며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총선과 대선 전략으로 말을 바꾼다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어디로 가겠냐.”고 반문했다. 새누리당 서울 종로구에 공천을 신청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을 닫아걸자는 구한말 수구파 다툼을 하는 것이냐.”면서 “한명숙 대표는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즉 ‘경포대’ 조롱을 받은 정권에서 같이 운전한 분인데 (한·미 FTA 반대 주장은) 자기 눈의 티끌을 못 보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세계적 인권판사 가르손 모국 스페인서 직무정지

    세계적인 ‘인권 판사’ 발타사르 가르손(56)에 대해 스페인 대법원이 11년간 자격정지를 결정했다. 이에 가르손 지지자들은 “수치스러운 판결”이라고 비판했고 국제단체도 이에 가세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가르손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보편적 관할권’을 내세워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를 기소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대법 “직권남용 유죄” 스페인 대법원은 “가르손이 자의적으로 교도소 내 수감자와 변호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도록 지시했다.”며 그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AP, AFP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화 녹음 사건은 스페인 정부 발주 계약과 관련된 것으로, 집권 국민당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르손은 그러나 “법을 존중하면서 테러리즘과 마약 밀거래, 반인도주의 범죄, 부패와 싸워 왔다.”며 무죄라고 주장했다. 검사도 가르손 판사가 무죄라고 선언했다. 스페인에서는 검사 동의 없이도 기소할 수 있다. ●검사 무죄 선언에도 기소 가르손 지지자들은 “우리는 가르손 같은 판사가 더 필요하다.”며 판결에 불만을 표시했고, 국제법률가위원회(ICJ)는 “판사의 활동을 범죄로 단죄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해치는 행위”라고 거들었다. 가르손 측은 자격정지 건을 최고법원인 헌법재판소에 넘길 계획이다. 가르손 측은 판사 자격정지 결정이 스페인 내전(1936~1939년)과 프랑코 독재시대에 자행된 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가르손은 2008년 10월 내전 당시 프랑코 정권의 조직적 민간인 학살과 피살 민간인들의 암매장 추정 장소 19곳에 대해 발굴,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이와 관련, 가르손은 직권을 남용해 수사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탈춤 추는 아기돼지 삼형제 볼까 아이스발레 하는 뽀로로 만날까

    탈춤 추는 아기돼지 삼형제 볼까 아이스발레 하는 뽀로로 만날까

    겨울방학의 끝, 개학 소식이 하나둘 들린다. 하지만 공연계는 여전히 즐거운 방학 중.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이 즐비하다.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는 서울 중구 필동 서울남산국악당은 8일부터 25일까지 ‘어린이 음악극 페스티벌’을 연다. 전통문화를 국악 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낸 세 가지 음악극을 차례로 소개하며, 공연도 보고 국악 체험도 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 토대 위에 전통 음악을 담은 ‘아기돼지 꼼꼼이’(8~11일)가 첫 번째 작품이다. 민요와 탈춤, 꼭두각시 놀음, 사자춤 등 다양하고 화려한 전통연희를 담았다.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야기 속 삼형제는 명품과 새것을 좋아하는 아이와 잠이 많고 게으른 아이, 성실하고 사려 깊은 아이. 삼형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가운데 어린이와 출연배우가 함께 노래하고 어울리는 시간을 만들면서 외래문화와 개인주의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전통문화가 가진 멋과 흥을 전한다. 두 번째 작품은 이기적인 공작새의 성장기를 그린 ‘공작새의 황금깃털’(15~18일).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탓에 해가 독감에 걸린 틈을 타 먹구름 일당이 숲속의 평화를 깨뜨린다. 동물들이 지혜 많은 올빼미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여정에서 마냥 잘난 공작새 때문에 매번 곤경에 빠지지만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교훈적인 내용이다. 역시 친구들과 춤추고 노래하는 국악 콘서트처럼 만들었다. 세 번째 공연은 애완견과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안녕, 핫도그’(22~25일)로,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 시선으로 그린 성장 드라마이다. 국악연주, 춤, 노래, 놀이가 어우러진 하나의 놀이판으로 꾸몄다. (02)2261-0513~5. 아이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뽀로로는 아이스발레와 만났다.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시어터가 피노키오와 뽀로로를 화려한 아이스발레로 표현한 ‘더블아이스쇼’를 26일까지 공연한다. 1부에서는 클래식과 피노키오 이야기를 펼치며 묘기 수준의 스케이팅 기술을 선사한다. 2부 무대는 ‘뽀로로와 친구들’ 시즌3 중 가장 인기 있는 내용을 추렸다. 아이스발레단이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처음. ‘머리가 크고 팔·다리는 짧은’ 뽀로로와 친구들 의상을 입고 연기하는 터라 무용수들은 힘든 작업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02)517-7608.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행복 찾는 굶주린 영혼 스피노자에게 길을 묻다

    체코 주재 네덜란드 대사로, 성공한 외교관처럼 ‘보이는’ 펠릭스 호프만. 59년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에게 남은 것은 ‘허기’뿐이다. 외교관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면서, 첫눈에 반한 마리안을 아내로 맞아 쌍둥이 두 딸이 태어났을 때 이따금 행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딸 에스터가 여덟 살에 백혈병으로 죽고, 하나 남은 미르얌은 헤로인 중독으로 자살했다. 아내와의 대화나 교류는 헛돈다. 이런 감정적 허기가 끝도 없이 밀려올 때, 그는 프라하 관저에서 스피노자 철학책 ‘논고’를 발견했다. ‘나는 마침내 진정한 의미의 선이, 전달될 수 있으며 다른 모든 것들이 없어도 독자적으로 능히 정신을 충족시킬 수 있는 그런 것이 정녕 존재하는지 조사해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영혼을 충족시킬 존재, 호프만은 이것을 ‘행복’이라고 단정 짓고 ‘논고’의 장(章)을 좇아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지성파 작가 레온 드 빈터는 ‘호프만의 허기’(지명숙 옮김, 문학동네 펴냄)에서 스피노자가 추구한 사랑과 자연의 근원, 또는 그릇된 가치였던 부와 쾌락에 따라 한 인간이 어떻게 삶을 이어 가고 추락하며, 결국 어떤 ‘자연의 진리’를 찾는지 흡입력 있게 풀어냈다. 소설에서 엿보는 호프만의 시간은 1989년 6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벨벳혁명(11월)이 일어나기 전부터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는 시기로, 책은 1990년에 출간됐다. 그가 묻어 버리고 싶어 한 허기진 20세기는 사실 20년 전 이야기라는 말이다. “이 세기는 사라져 버려야만 하거든. 이 세기가 죽어 없어지는 것을 내 눈으로 기어코 지켜보고 싶다 이거요.” 호프만의 절규가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더 절절하겠지만, 지금이라고 다른 느낌이 아니다. “사장(死藏)하기 아쉬운,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라는 출판사의 설명처럼 호프만의 이야기는 공감을 이끌어 내기 충분하다. 다소 씁쓸한 공감이지만. 1만 4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만화의 신을 알현할 시간

    만화의 신을 알현할 시간

    ‘만화의 신(神).’ 좀처럼 붙이기 어려운 수식어다. 그런데 이 남자에게는 과하지 않다. 데즈카 오사무(1928~1989)는 일본 오사카대 의대를 졸업했지만, 그가 선택한 진로는 청진기와 메스 대신 펜이었다.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던 도에이 동화에 잠시 투신했던 오사무는 1962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1년여의 준비 끝에 일본 최초의 TV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을 내놓았다. 후지TV를 통해 1963년 1월부터 방영한 193부작 애니메이션의 시청률은 40%에 이를 만큼 폭발적이었다. 1965년에는 첫 컬러TV 애니메이션 ‘정글 대제’를 제작했다. 전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는 13~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씨네코드 선재에서 ‘데즈카 오사무 특별전’이 열린다. 그의 작품이 극장에서 상영되는 건 처음이다. 장편 7편과 단편 11편 등 대표작을 망라했다. 세계적인 만화캐릭터 아톰을 탄생시킨 ‘철완 아톰’(1964)이 먼저 눈에 띈다. 인간에게 차별과 핍박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신뢰와 사랑을 잃지 않은 로봇소년을 통해 생명과 평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의학박사 출신으로 생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한번도 놓지 않았던 거장의 또 다른 걸작 ‘블랙잭’(1996)도 놓치기 아쉽다. 허가받지 않은 바이러스 약을 개발한 제약업체가 불법 임상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무면허 천재 외과의사 블랙잭과 그의 조수 피노코가 진실을 파헤친다. 백사자 레오의 희생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야기한 ‘밀림대제 레오’(1966)나 인간세계로 여행을 떠난 레오의 아들 르네의 모험을 그린 ‘정글대제 레오’(1997), 바그다드의 청년 물장수 아르딘의 파란만장한 모험을 다룬 ‘천일야화’(1969) 등도 흥미롭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홈페이지(cafe.naver.com/artsonjearthall)에서 확인할 수 있다. 7000원.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9) ‘범신론’ 사상가 스피노자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9) ‘범신론’ 사상가 스피노자

    1677년 네덜란드 헤이그. 판 데르 스픽은 자신의 집에 하숙했던 친구의 책상을 조심스레 포장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그는 시신도 없는 텅 빈 관(棺)으로 친구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온 참이었다. 친구의 시신은 교회에 안치되어 있던 중 도난당했다. ‘신을 모독한 불경스러운 자’라는 꼬리표가 시신 역시 편치 못하게 한 게 틀림없었다. 그 친구는 몇 주 전, 자신이 죽으면 책상을 암스테르담의 한 출판사에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포장재에는 어떤 것도 적지 말고 세관에 내용물을 신고하지도 말아달라는 당부와 함께. 조심성 많은 친구의 도움 덕에 책상은 무사히 출판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얼마 후 ‘에티카’라는 한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그 책은 곧 금서로 지정돼 압수되었다. 비록 익명으로 출간되었지만, 사람들은 그 글의 주인이 누군지 바로 알아보았던 것. 그 책의 저자는 ‘베네딕투스 스피노자’였다. 베네딕투스가 불경한 자로 낙인 찍힌 것은 1656년, 그의 나이 겨우 24세가 되던 해였다. 그는 종교재판을 피해 에스파냐에서 포르투갈로, 그리고 다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한 유대인 상인 집안에서 1632년에 태어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준 이름은 ‘바뤼흐’. 이 말은 히브리어로 ‘축복받은 자’라는 뜻이었다. ●불경한 자에게 저주가 있으리니 당시 신생 공화국이었던 네덜란드는 유대인 상인들을 받아들여 번영을 이루고자 했다. 하지만 이 공화국은 종교와 인종에 관용적이었던 만큼 한계 또한 분명히 규정하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기존의 신앙 이외에 이단적 교리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것. 그런데 바뤼흐 스피노자는 이 금지의 선을 넘어버렸다. “낮에도 그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고, 밤에도 그에게 저주가 있을지어다. 그가 앉아 있을 때에도 저주가 있을 것이고, 그가 일어서 있을 때에도 저주가 있을지어다. 그가 밖에 나가도…그가 안에 있어도 저주가 있을지어다. 신은 그를 용서치 않을 것이며…모든 천계의 저주를 통해 그를 전체 이스라엘 부족으로부터 격리시킬 것이다.” 스피노자가 신성모독의 발언들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해지자, 유대인 공동체는 그의 파문을 결정했다. 하지만 스피노자가 태어난 이후 발생한 14건의 파문 중 이와 같은 분노의 파문서는 없었다. 그것은 공식적인 책이나 가르침을 퍼뜨린 적 없는 청년이 받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저주였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파문을 전후해 회개하고 돌아오는 것이 상례였다. 요컨대 파문은 일종의 경고였던 셈. 그러나 스피노자는 ‘회개’하지 않았다. 돈을 주겠다는 회유도, 격리시키겠다는 협박도, 암살 기도의 공포도 그를 움직이지 못했다. 스피노자는 부모님의 침대를 제외한 모든 상속을 거부했고, 유대인의 흔적을 없애려고 라틴어 ‘베네딕투스’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평생토록 이 파문 사건에 대해 어떤 억울한 심정도, 항변도 토로하지 않았다. 스피노자는 그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에게 열려 있는 길로 기쁜 마음으로 들어서련다.” 신성모독죄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는 자신을 그 누구보다 신을 사랑하는 자라 여겼다. 그는 신의 뜻에 따라 살기를 원했다. 신이란 말 그대로 무한하고 절대적이고 완전한 존재다. 그런 존재는 외부의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전한 자유 속에서 자족적인 삶을 영위할 것이다. 요컨대 신이란 스스로 그러한 존재인 자연 그 자체며, 세상 만물 속에 깃들어 있다. 인간이 성취해야 할 것은 신의 본성에 따라 사는 것, 즉 자유로운 삶이었다. 스피노자에게 자유로운 삶을 일구는 것이야말로 구원이었다. 하지만 기존 교회 속의 신은 복종을 원했다. 스피노자가 보기에 그러한 신은 인간을 자유가 아닌 예속 상태에 두기 위한 상상의 작품이었다. 교회는 응답하고, 심판하고, 처벌하는 신, 즉 인간화된 신을 꾸며냈다. 스피노자에게 공화국이란 종교의 예속과 반대되는 자유를 의미했다. 전제군주와 결탁한 교회의 종교적 핍박을 피해 유대인들이 정착했던 자유의 국가. 바로 이곳 네덜란드가 그러한 공화국이었다. 하지만 그 공화국은 1669년 스피노자의 친구인 쿠르바흐에 대한 종교적 탄압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은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응답이었다. “전제주의 최고의 비결이자 그것을 떠받치는 큰 기둥은 사람들을 계속 기만의 상태에 처해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억압될 수밖에 없게끔 공포를 조장하고 그것을 종교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마치 그것이 구원인 양 오히려 자신들의 예속을 위해서 싸우게 될 것이다.” 전제주의를 이끄는 원리가 공포라면, 공화국의 존립 근거는 무엇보다도 자유에 있었다. 그렇다면 쿠르바흐에 대한 탄압을 공모한 공화국은 스스로 자기의 존재 근거를 무너뜨려버린 셈이었다. 자유에 대한 억압, 그것은 곧 공화국의 종말을 의미했다. 스피노자의 이러한 우려는 2년 후 현실로 드러난다. ●자유인, 그 불온한 자 1672년 프랑스의 침공에 네덜란드는 가까스로 나라를 지켰다. 하지만 전쟁은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죽음과 기근이 만연했다. 이 절망의 틈새를 군주제를 원했던 오란예 집안이 파고들었다. 그들은 위기의 원인을 공화국의 탓으로 돌렸다. 폭도로 변한 군중은 공화국의 지도자인 데 비트 형제를 거리로 끌어내 처참하게 살해하고, 살점은 구워 먹거나 기념품으로 팔았다. 비통함에 빠진 스피노자는 ‘극한의 야만인들’이란 격문을 들고 거리로 나서려 했지만 하숙집 주인이자 친구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완강히 스피노자를 막아 세웠다. 왜 군중은 자신들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공화국을 거부하고 전제주의라는 예속을 향해 달려가는가. 스피노자는 공화국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알았다. 자유는 국가가 ‘보장’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각자가 자신의 삶에서 자유를 ‘구성’하지 않는 한, 어떤 국가 체제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스피노자는 자신의 생각을 ‘에티카’에 적어내려 간다. ‘에티카’는 수학책을 방불케 하는 공리와 정의, 증명들로 가득하다. 이 건조한 윤리학의 주제는 우리의 감정이다. 스피노자에게 자유인의 열쇠는 감정에 있었다. 감정이란 우리 신체에 일어나는 변용에 대한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며 산다. 요컨대, 우연적인 외적 원인에 끌려다니는 수동적 상태다. 그렇기에 “더 나은 길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쁜 길을 따라”간다. 자유인이 된다는 것은 이 수동적 신체를 능동적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권력은 오로지 수동적 신체를 통해서만 작동할 수 있었다. 그들은 돈과 명예, 신의 이름으로 쾌락과 절망, 희망과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우리에게 복종을 이끌어냈다. 지배자들에게 두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신들이 작동할 수 없는 능동적 신체를 가진 자유인이었다. ‘에티카’는 단지 자유인이라는 자기 구원을 위해 능동적 신체를 구성하는 길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길이야말로 지배자들에게는 불온한 것이었다. ●자유를 생산하는 앎과 삶 스피노자는 1676년 하이델베르크의 교수직 제안을 거절한다. 그에게 대학이란 기존의 법과 종교의 계율 위에서 작동하는 공간일 뿐이었다. 대학은 철학함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자유의 철학을 생산하기에도 부적합한 곳이었다. 대학교수직을 거절한 스피노자는 하숙집 책상 위를 자기의 공부 현장으로 삼았다. 지인들과 주고받는 편지와 만남은 그 자체로 배움의 과정이었다. 그는 대학 강당 대신 헤이그의 하숙집에서 조용히, 하지만 뜨거운 열정으로 자유인의 삶을 만드는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스피노자는 말한다.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동안, 사실은 그것을 하기 싫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실행되지 않는 것이다.” 그는 국가나 돈, 명예나 신, 그 무언가에 의해 미래에 찾아올 자유를 꿈꾸지 않았다. 미래로 유예된 자유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자유란 자신의 게으름에 대한 변명일 뿐이었다. 시신마저 사라진 뒤 스피노자의 이름으로 남은 것은 바지 두 벌, 셔츠 일곱 장, 손수건 다섯 장뿐이었다. 예속에 대한 단호함과 자기 구원의 열정. 그리고 자유인의 소박하지만 정갈했던 삶. 바로 이것이 혁명을 외친 적 없었던 스피노자를 역사상 가장 위험한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남게 했다. 남산 강학원 연구원 신근영
  • [부고] 亞연구 석학 스칼라피노

    한반도를 비롯해 아시아 연구의 석학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 명예교수가 지난 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별세했다. 92세. 버클리대는 2일 교수 일동 명의로 “깊은 슬픔과 함께 스칼라피노 교수가 지난밤 숙환으로 별세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1919년 미국 캔자스주 리븐워스에서 태어난 스칼라피노 교수는 1948년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버클리대에서 50년 남짓 교수로 활동했다. 미국에서 아시아를 연구한 1세대 학자에 속하는 그는 1978년 버클리대 동아시아 연구소를 세우고, ‘한국 공산주의운동사’, ‘김일성’ 등 한반도 관련 저서를 출간하는 등 한국 현대사에 영향을 끼쳤다. 북한을 6차례 방문하며 남북관계에도 관심을 보였다. ‘현재 일본 정당과 정치’,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 등 아시아 문제와 관련된 저서 39권을 펴내기도 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장애인 마음 여는 원예치료

    장애인 마음 여는 원예치료

    지난 18일 오후 동대문구 이문동 단기보호시설 ‘하늘꿈터’에서 지내는 장애인들의 얼굴엔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20~30대 정신지체장애인 10명은 “화요일만 되면 생기를 찾는다.”며 웃었다. 원예치료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자연애(愛) 원예치료반’을 운영하는 덕분이다. 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변지은 원예치료사로부터 꽃꽂이를 배우느라 바빴다. 오늘은 뭘 배울지 궁금한 눈초리로 가방을 열어 보기까지 했다. 변씨는 “처음엔 말문을 닫은 채 가만히 앉아 수동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서 “그러나 꽃꽂이와 젤리토를 이용한 수경재배 등을 배우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식물과의 교감을 통해 가슴 깊숙한 곳에 있던 감성들이 깨어났다. 한 시간가량 매달려 힘들게 완성한 작품을 바라보는 눈길엔 미소가 번졌다. 성취감이었다. 변씨는 “말을 걸어도 눈만 멀뚱멀뚱했는데 이젠 서로 의사도 표현한다.”며 “꽃을 꽂고 수경재배에 사용되는 젤리토의 숫자를 세는 지속적인 반복학습을 하다 보니 집중력도 생기고 성격도 활달해지는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동대문구는 장안동 데일리스보호작업시설과 제기동 피노키오자립지원센터 등 3곳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자연愛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치료사 2명과 자원봉사자로 인력을 구성해 식물과 치료분야 전문 자격자가 압화액자, 가을 조화액자 등을 만들며 맞춤형 치료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설마다 6~10명이 각각 12회에 걸쳐 원예치료를 받게 된다. 원예치료는 식물을 통해 사회·교육·심리·신체적 적응력을 기르고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꾀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원예치료를 받으면 근육, 골격, 관절 가동력 등 신체기관의 기능이 회복되고 정서적 안정과 집중력과 성취감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얻는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공원녹지과 한아름 주무관은 “무엇보다 꽃이 장애인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 같다.”며 “치매노인이나 장애아동들에게까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씨줄날줄] UNCCD/임태순 논설위원

    사막은 생물이 자라지 않는 버려진 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은 ‘사하라’다. 사하라는 아랍어로 ‘불모’(不毛)라는 뜻이라고 하니 사막과 어울리는 이름이다. 사막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지구 육지면적의 3분의1이나 된다. 아프리카, 아시아, 북·남미, 호주 등 세계 곳곳에 있다. 사막의 대명사인 사하라가 처음부터 사막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코끼리, 기린과 함께 사람들이 들판에서 가축떼를 모는 동굴벽화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고비사막에서도 10만년 전 인간의 도구가 발견되는 등 선사시대의 유적이 상당량 묻혀 있다. 기름진 땅과 숲이 사막으로 변하는 것은 비가 내리지 않고 습기가 차단되는 기후적 요인이 크지만 인간 활동과도 연관이 깊다. 경작을 위해 숲을 없애고 가축을 대규모로 방사해 초목의 씨를 말리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옥토가 사막지대로 변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지구의 사막은 개발행위로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른바 사막화 현상이다. 유엔이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을 제정, 공동 대응에 나선 것도 토지 황폐화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중국 고비사막에서 날아오는 불청객 ‘황사’로 봄, 가을 홍역을 치른다. 북한도 사막화 무풍지대가 아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북한의 산림면적은 17만㏊가 감소하고, 황폐화된 산림면적은 서울의 20배에 이르는 121㏊로 늘어나는 등 토지 황폐화가 심화되고 있다. 사막화를 방지하는 데는 산림이 절대적 역할을 한다. 나무는 표토(表土)를 쓸어가는 바람을 차단해 주는데, 나무를 베어버리니 산은 헐벗고 토양은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산림청이 오는 10월 경남도와 함께 창원에서 UNCCD 제10차 총회를 개최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UNCCD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생물다양성협약(CDB)과 함께 유엔의 3대 환경협약이다. UNCCD는 강제조항이 있는 UNFCCC나 CDB와 달리 당사국 자율로 규제되다 보니 국제적 관심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는 토지 황폐화가 장기간에 진행돼 그 폐해가 뒤늦게 나타나는 특성도 작용한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국제 원조가 종종 다른 부문으로 전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사막화 예방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무를 심고 벌목을 막으면 된다. 지구의 종말이 와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경구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韓·콜롬비아 “FTA 연내 타결”

    한국과 콜롬비아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연내 마무리한다. 또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국빈 방문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중장기적인 협력 확대를 위한 전략과 비전, 정책을 적극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국 간 고위정책협의회, 기업인 대화, 미래포럼 등 제도적 장치를 신설한다. 두 나라는 우선 자원·에너지, 인프라·플랜트, 과학·기술, 방송·통신 분야 등과 국제무대에서 긴밀한 협력을 다지기 위해 다양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나아가 한·콜롬비아 FTA 협상을 연내 타결, 양국 간 정치적 혈맹관계를 경제적 동맹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콜롬비아는 중남미 유일의 한국전 참전국이다. 이날 회담에선 고위정책협의회 설립(외교통상부), 주택·국토·도시개발협력(국토해양부), 환경보호 분야 협력(환경부), 자원·에너지 개발(지식경제부) 등 양국 부처 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교환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콜롬비아 동부 지역에서 희유금속을 공동 탐사하고, 콜롬비아 정부의 국가개발계획(2010~2014년)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다음 달 정부와 기업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민·관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11월까지 세부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콜롬비아와 협의를 거쳐 연내에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다. 지경부는 양국이 사업규모 100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사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콜롬비아 대형 프로젝트를 공동 기획하고, 한국이 각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내용의 포괄적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석유 매장량이 19억 배럴에 이르는 콜롬비아 원유 개발과 관련해 동부의 최대 유전지대인 야노스 분지 석유광구 탐사와 개발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울러 콜롬비아 광물에너지부와 포괄적 전력협력 MOU를 교환하고 전력수급 기본계획,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전력망 현대화, 수력발전 등 전력산업 전반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의 경우 포스코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원개발 전문회사인 블루 퍼시픽과 이르면 올해 안에 합작회사를 세워 철광석과 석탄을 비롯한 광물자원을 공동 개발하고, 향후 이와 연관된 항만과 철도 등 인프라 건설 사업도 협력할 계획이다. 또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콜롬비아의 대표적 제조업체인 파날카와 대구경 강관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이날 세라피노 이아코노 블루퍼시픽사 회장, 알베르토 로사다 파날카사 회장과 각각 MOU를 교환했다. 국토부는 한만희 1차관이 청와대에서 마리아 앙헬라 올긴 외교부 장관과 주택·국토·도시개발협력 MOU를 교환했다. 앞으로 콜롬비아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인 주택 건설과 도시개발 사업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콜롬비아 정부가 계획 중인 건설 인프라 공사는 향후 8년간 500억~6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고타 지하철 건설과 카라레 철도 건설이 대표적이다. 특히 첨단 정보네트워크 도시인 U시티 수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160여개국 가운데 콜롬비아를 1차 주요 수출국으로 선정해 놓고 있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참여해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콜롬비아는 최근 IT 인프라를 대거 도입하는 ‘디지털 메데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김성수·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내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작품 골라요”

    “내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작품 골라요”

    “이번엔 널리 알려진 현대미술계의 수퍼스타들을 선보인다면, 다음 번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프랑스의 명품 재벌 프랑수아 피노(75) PPR그룹 명예회장이 2일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언론간담회를 가졌다. “사업차 이미 수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는 피노 회장이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은 자신의 소장품, 이른바 ‘피노 컬렉션’ 전시를 위해서다. 피노 회장은 명품 브랜드 구치, 이브생로랑, 알렉산더 맥퀸, 스텔라 매카트니에다 프랑스 최고의 와인 ‘샤토 라투르’까지 소유하고 있다. 미술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금까지 2000여점을 모았고, 가격은 수조원대로 추정된다. 미술경매회사 크리스티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2007년에는 다국적 갤러리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헌치 오브 베니슨’을 인수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미술관 ‘푼타 델라 도가나’와 ‘팔라조 그라시’를 잇따라 세웠다. 명품과 미술, 양대 산맥을 쥐고 있는 그는 늘 미술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피노는 40여년에 걸친 미술품 수집 경험에 대해 “비평 등 귀에 들리는 기준에 따라 작품을 고른다기보다 마음으로, 내 심장의 두근거림을 기준으로 미술품을 고른다.”면서 “처음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을 때는 불확실성이 있었지만, 이런 경험이 쌓여가면서 더 확신이 서게 됐다는 것이 큰 변화”라고 말했다. 시골의 가난한 목재상으로 출발한 피노는 “미술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 서른 즈음이었는데 그때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 위주로 골랐고, 그 이후 19~20세기 인상파 작품들로 넘어갔다.”면서 “7년 전쯤부터 현대미술품을 수집했는데 오늘을 보고 내일을 지향하는 기업의 이미지와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네치아에 미술관을 지은 이유에 대해서는 “국제적 예술도시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곳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한국 작가 중에서는 이우환(75)을 좋아한다고 했다. 피노 회장은 “아직까지는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럴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한 작가”라면서 “(한국의) 다른 현대 작가와 젊은 작가에게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피노컬렉션 전시는 11월 19일까지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신디 셔먼 등 스타 현대미술가 작품 23점이 나와 있다. (02)3448-01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카다피 정권 몰락 계기로 본 독재자들의 비참한 말로는

    카다피 정권 몰락 계기로 본 독재자들의 비참한 말로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역사 속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들의 말로를 되돌아본다. ●차우셰스쿠 등 도피중 처형 22년간 루마니아를 철권통치하며 김일성을 모방해 우상화 작업에 혈안이 돼 있었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전 대통령은 1989년 카다피처럼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을 시도했다. 하지만 평소 정권에 불만이 많았던 군은 총부리를 차우셰스쿠에게 돌렸고, 북한으로 도망치려다 붙잡힌 그는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총살됐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뒤 연인 클라라 페타치와 함께 알프스 산맥을 따라 도망쳤던 베니토 무솔리니 전 이탈리아 총리 역시 유격대에 붙잡혔다. 메제그라라는 마을에서 페타치와 함께 처형당한 무솔리니의 시신은 밀라노의 로레타 광장에 매달렸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도 고향인 티그리트에서 숨어지내다 미군에 체포된 지 3년만인 2006년 12월 교수형에 처해졌다. ●소모사 부자, 암살도 대물림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가르시아 전 니카라과 대통령은 20년 독재 후 1956년 암살 당했다. 그 자리를 두 아들이 잇따라 차지, 소모사 일가는 1979년까지 62년간 니카라과를 지배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형에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오른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데바일레도 1980년 암살당해 권력뿐 아니라 죽는 방식까지도 대물림했다. 독립 이후 정권 전복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조제프 카빌라 현 대통령은 아버지 로랑 카빌라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혁명가였으나 변절, 독재를 하다 2001년 쿠데타 과정에서 암살됐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이 17년간 대통령 자리에 있는 동안 정치적 이유로 살해된 이들이 공식적으로만 3197명이고, 1000여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8년 뒤인 1998년 영국 런던에서 체포됐지만 건강상 이유로 석방돼 귀국했다. 칠레에 돌아와서는 가택연금됐고 2006년 심장마비로 숨졌다. ‘20세기 가장 부패한 지도자’로 꼽히는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재직 중 부패혐의로 처벌받지는 않았지만 물러난 뒤 10년간 은둔생활을 하면서 빼돌린 돈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피노체트·밀로셰비치 감옥행 ‘발칸의 도살자’라 불렸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연방 대통령은 2000년 실각한 뒤 2001년 4월 세르비아에서 체포됐다. 1999년 구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에 의하여 전쟁범죄와 학살죄, 반인도적범죄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7월 네덜란드 헤이그로 이송됐으며 재판을 받던 중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프리카의 히틀러’로 불리는 이디 아민 전 우간다 대통령 역시 망명 생활 중 사망했다. 집권 기간 동안 전체 1000만명 인구 중 정적 등 최소 30만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79년 반군에 쫓겨 리비아로 도피했다가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갔다. 죽는 날까지 우간다 땅을 다시 밟지 못했다..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의 엄청난 낭비벽으로 더욱 유명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1986년 2월 부정선거가 발목이 잡혀 집권 21년 만에 하와이로 쫓겨났다. 3년 뒤 가족들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칠레 ‘신자유주의’ 정권 궁지에

    칠레에서 공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학생·교사·학부모 시위가 지난 5월 이후 수개월째 확산되면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과 보수우익 정권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육 관계자들로부터 시작된 시위가 이제는 일반인들까지 동참하는 범국민적인 저항으로 번지고 있지만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면서 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1970년대 이후 역대 최하인 26%까지 떨어졌다. 수도 산티아고에선 지난주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100여명이 다치고 850여명이 체포됐다. 이에 지난 7일 산티아고 시민 1만여명이 거리에 나와 학생시위에 동조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특히 정부가 지난주 포고령을 통해 모든 시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강제 진압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사주를 받은 군사 쿠데타로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고 독재체제를 구축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1973~1990) 시절에 사용하던 포고령이 다시 등장한 것이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80%가 “학생들은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으며 경찰의 강경 진압은 잘못됐다.”고 답했다. 이번 시위의 핵심 요인은 극심한 빈부격차와 교육 공공성 악화다. 칠레는 피노체트 정권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교육에도 시장 논리를 도입했다. 지난해 칠레 정부가 대학에 지원한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적다. 이는 칠레 대학이 외형은 공립이면서도 연간 등록금이 평균 8000달러에 이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디에고 포르탈레스 대학 공공정책연구소 크리스토발 아나나트 소장에 따르면 칠레 대학생의 70%는 빈곤층이다. 현재 칠레는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미국이나 덴마크 수준인 반면 하위 60%는 아프리카 앙골라보다도 가난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유리구두 신고 어떻게 춤췄지?

    이쯤 되면 ‘동화의 난(亂)’이다. 세계 유명 동화들을 소환한 뒤 분해와 조립을 반복한다. 그러고 나면 전혀 다른 결론을 가진 동화가 재구성돼 나온다. 학교 가기 싫다는 피노키오를 굳이 학교에 보내 산업 현장의 일꾼으로 만들려는 자본가들의 음모가 드러나고, 애초부터 성립되기 어려웠던 토끼와 거북이의 ‘불공정한 경주’로 흥행을 노렸던 제3자의 계략이 들통난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박현희 지음, 뜨인돌 펴냄)는 이처럼 현직 교사인 저자가 학교와 세상에 대해 품은 의심을 동화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먼저 동화의 내용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동화가 만들어졌을 당시의 사회상 등 여러 여건들을 꼼꼼하게 뒤진다. 이 과정이 추리소설처럼 재밌다. 신데렐라 편을 보자. 저자는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신었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그 불편한 유리구두를 신고 ‘클럽’에 간다? 유리구두 신고 춤추다 넘어져 깨지기라도 하면? 그때는 동화가 아니라 호러 영화가 될 텐데?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추적하다, 원래 신데렐라가 신었던 게 유리 구두가 아니라 가죽 구두였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프랑스어로 유리와 가죽의 발음이 아주 비슷한데, 그게 시공을 넘나들다 보니 유리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왕자가 구두로 신데렐라를 찾았다는 것도 미심쩍다. 사람을 찾을 때 퍼뜩 떠오르는 게 뭔가. ‘몽타주’다. 그런데 웬 구두? 비슷한 사이즈를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필경 왕자는 신발 사이즈로 ‘즉석 만남’을 가졌던 그녀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을 게다. 그게 뭘까. 기성복, 기성화 등 대량생산 대량소비시대의 관점에서 추리를 하는 한 답은 안 나온다. 영~원히. 정답은 맞춤 구두다. 당시엔 누구나 맞춤 신발을 신었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나만을 위한 신발이다. 그러니 그 신발이 꼭 들어 맞는 사람이라면 신발 임자일 확률이 아주 높았을 거라는 게 저자의 추리다. ‘조명발’ ‘화장발’에 감춰진 몽타주로 찾는 것보다는. 저자는 이 지점에서 산업 사회의 그늘을 읽는다. ‘업계의 수작’에 넘어가 철마다 옷과 신발을 사고, 옷장과 신발장은 풍요를 넘어 비만이 될 지경이다. 그런데도 아침이면 딱히 입고 신을 게 없다. 풍요 속 빈곤이다. 책은 시종 이런 골격을 유지한다. ‘사람이 된 피노키오는 행복했을까’(피노키오), ‘거위의 배를 갈랐으니 얼마나 다행인가’(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 제목만 봐도 단박에 안다. 자칫 지나치게 삐딱한 시각을 전하는 불온 서적쯤으로 여길 공산도 크다. 그러니 그저 유쾌하게 읽으시라. 그러다 보면 행간에 감춰진 예리한 분석과 칼날 같은 풍자에 깜짝 놀라곤 한다. 1만 1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이쯤 되면 ‘동화의 난(亂)’이다. 세계 유명 동화들을 소환한 뒤 분해와 조립을 반복한다. 그러고 나면 전혀 다른 결론을 가진 동화가 재구성돼 나온다. 학교 가기 싫다는 피노키오를 굳이 학교에 보내 산업 현장의 일꾼으로 만들려는 자본가들의 음모가 드러나고, 애초부터 성립되기 어려웠던 토끼와 거북이의 ‘불공정한 경주’로 흥행을 노렸던 제3자의 계략이 들통난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박현희 지음, 뜨인돌 펴냄)는 이처럼 현직 교사인 저자가 학교와 세상에 대해 품은 의심을 동화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먼저 동화의 내용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동화가 만들어졌을 당시의 사회상 등 여러 여건들을 꼼꼼하게 뒤진다. 이 과정이 추리소설처럼 재밌다.  신데렐라 편을 보자. 저자는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신었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그 불편한 유리구두를 신고 ‘클럽’에 간다? 유리구두 신고 춤추다 넘어져 깨지기라도 하면? 그때는 동화가 아니라 호러 영화가 될 텐데?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추적하다, 원래 신데렐라가 신었던 게 유리 구두가 아니라 가죽 구두였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프랑스어로 유리와 가죽의 발음이 아주 비슷한데, 그게 시공을 넘나들다 보니 유리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왕자가 구두로 신데렐라를 찾았다는 것도 미심쩍다. 사람을 찾을 때 퍼뜩 떠오르는 게 뭔가. ‘몽타주’다. 그런데 웬 구두? 비슷한 사이즈를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필경 왕자는 신발 사이즈로 ‘즉석 만남’을 가졌던 그녀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을 게다. 그게 뭘까. 기성복, 기성화 등 대량생산 대량소비시대의 관점에서 추리를 하는 한 답은 안 나온다. 영~원히.  정답은 맞춤 구두다. 당시엔 누구나 맞춤 신발을 신었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나만을 위한 신발이다. 그러니 그 신발이 꼭 들 맞는 사람이라면 신발 임자일 확률이 아주 높았을 거라는 게 저자의 추리다. ‘조명발’ ‘화장발’에 감춰진 몽타주로 찾는 것보다는.  저자는 이 지점에서 산업 사회의 그늘을 읽는다. ‘업계의 수작’에 넘어가 철마다 옷과 신발을 사고, 옷장과 신발장은 풍요를 넘어 비만이 될 지경이다. 그런데도 아침이면 딱히 입고 신을 게 없다. 풍요 속 빈곤이다.  책은 시종 이런 방식을 유지한다. ‘사람이 된 피노키오는 행복했을까’(피노키오), ‘거위의 배를 갈랐으니 얼마나 다행인가’(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 제목만 봐도 단박에 안다. 자칫 지나치게 삐딱한 시각을 전하는 불온 서적쯤으로 여길 공산도 크다. 그러니 그저 유쾌하게 읽으시라. 그러다 보면 행간에 감춰진 예리한 분석과 칼날 같은 풍자에 깜짝 놀라곤 한다. 1만 1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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